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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해 6월 이후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1.25%로 0.25%포인트 전격 인하함으로써 사상 최저 금리의 역사를 새로 썼다. 금리 동결을 예상한 시장 전망을 뒤엎은 ‘깜짝’ 결정으로, 한은이 경기 둔화와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금리 인하로 부동산시장의 월세 선호 현상이 가속화되는 등 국내 자산시장과 투자 행태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로벌 교역 부진이 생각보다 큰 데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하반기(7∼12월) 경기 하방(下方) 위험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이를 감안해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금리 인하는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려면 통화정책뿐 아니라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이 병행돼야 하는데 재정 조기 집행의 폭이 커 하반기에는 재정이 성장에 도움이 못 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금통위원들이 여러 정황을 감안해 한은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예상 시점이 ‘고용 쇼크’로 인해 당초 6월에서 하반기 이후로 미뤄진 것도 한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할 시간을 벌어줬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하로 122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증가세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또 금리를 내려도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가지 않고 ‘자산버블(거품)’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은행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화끈하게 움직였다. 경기 회복을 위한 ‘폴리시 믹스(정책 조합)’ 가운데 통화정책이 먼저 단행됨에 따라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 한은이 9일 ‘깜짝’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경기에 미칠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해 10조 원을 지원하기로 한 데 이어 금리인하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정부의 경기 부양 요구에 박자를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조조정에 선제 대응” 금융권 안팎에서는 한은이 빨라야 7월 정도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최근 금융투자협회의 설문에서도 채권시장 전문가 79.4%는 이달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하지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날 이런 예상을 깨고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그만큼 우려스러운 대내외 경제 상황에 먼저 대응해야 한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위축돼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해운 등 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적잖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미 구조조정 여파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기업들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상승세를 멈췄다. 정부가 8일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조선 빅3사’는 2018년까지 고용 규모를 30%, 설비 규모를 20% 줄이는 자구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대량 실업 등에 따른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실물경제와 경제 주체의 심리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 총재는 ‘언제 금리 인하를 생각했느냐’는 질문에 “지난 주말”이라고 답했다. 미국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고용지표를 발표했을 때다. 그동안 한국이 금리를 내리고 미국이 올릴 경우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하지만 ‘고용 쇼크’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한은 통화정책도 운신의 폭이 커진 것이다. ○ “가계부채 대응 필요” 이날 금리 인하는 4월 선임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신임 위원들뿐 아니라 한은 집행부인 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 등 금통위원들의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계속돼 온 경기 부양 압박에도 지난 1년간 동결 행보를 이어가던 이 총재가 유화적인 태도로 적극 돌아선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민간 경제단체들은 이날 한은의 결정에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은행권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집단 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고 은행 대신 제2금융권의 부채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심해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취약계층 등의 위험 대출이 늘지 않도록 금융당국이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로 이자 수입이 줄면서 오히려 가계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퇴출돼야 할 한계기업이 저금리로 연명하는 부작용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장기 저금리 상황에서 금리가 인하된다고 소비,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 구조조정 등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경기 부양의 시그널을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박희창 기자}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한은은 9일 오전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75%에서 1.50%로 인하된 뒤 12개월 만에 다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던 금통위는 이번에 곧바로 금리 인하에 전격 나섰다. 이처럼 금통위가 시장 전망을 벗어나 ‘깜짝’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그만큼 대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내 경제는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내수마저 다시 위축되면서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늘어나는데 그치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4%)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또 1분기에 설비투자(-7.4%), 민간소비(-0.2%), 수출(-1.1%)도 모두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반등의 기미를 보였던 소비심리도 5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으며 기업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상승세를 멈췄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해운 등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후폭풍까지 더해질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으로 인해 당초 6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 예상 시기가 미뤄진 점도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시간을 벌어줬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한은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4월 새로 선임된 4명의 신임 금융통화위원 상당수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회복을 선호하는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점도 이날 인하의 배경으로 분석된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

정부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을 해운 전문가로 전면 교체하기로 했다. 또 양대 선사를 비롯한 부실기업에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8일 ‘제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해운업 구조조정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는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통해 양대 선사의 최대주주가 되면 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해운 전문가로 바꾸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경영진이 글로벌 업황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해 회사의 경영 정상화에 실패했다는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채권단이 대주주가 돼 출자전환이 임박한 현대상선은 이르면 8월경 경영진이 교체될 것”이라며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글로벌 해운동맹 변화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가 CEO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노후 선박을 정리하고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해 양대 선사가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10척을 발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선박펀드는 업황에 따라 지원 규모나 대상 선종을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는 해운사가 용선료 인하와 채무 재조정 등에 실패하면 법정관리로 보내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무리하고 이번 주 협상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이제 막 첫발을 뗀 한진해운은 다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진해운과 관련해 “용선료를 일부 연체하고 있고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이라 최근 주채권은행이 한진그룹에 개입을 요구했다”며 “현재 한진그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대주주가 사재 출연을 하든, 기업을 포기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지고 이를 자구계획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원칙대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해운·조선·건설업 등의 부실기업에 더이상 채권단을 통한 신규 자금 지원이 없다고 선언했다. 성동·대선·SPP조선 등 중소 조선사에 대해서도 “추가 지원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구조조정 ‘실탄’ 마련 방안을 두고 팽팽히 맞서왔던 정부와 한국은행이 겨우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정부가 4월 26일 “적정 규모의 자본 확충을 하겠다”고 발표한 뒤 43일 동안 국책은행의 자본 확충 방안을 놓고 서로 상대의 지갑을 열게 하려는 신경전을 벌이며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허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에 뒤늦게 경제부총리 주재 관계장관회의를 만들었지만 주요 의사결정이 모두 청와대 서별관회의(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한은 총재,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참여하는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에서 결정되는 상황에서 제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구조조정 실탄 ‘12조 원+α’ 마련 정부와 한은은 8일 “구조조정 상황이 악화될 경우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에 5조∼8조 원 수준의 자본 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조선·해운업뿐만 아니라 철강·건설 등 경기민감업종이 부실화할 경우와 앞으로 강화될 은행 자본규제(바젤Ⅲ) 등을 감안해 산정된 금액이다. 3월 말 현재 산은과 수은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4.6%, 9.9%로 당장 구조조정 추진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늘어날 자본 손실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게 정부와 한은의 설명이다. 정부와 한은이 추진하는 국책은행 자본 확충 규모는 총 12조 원 이상(자본확충펀드 11조 원+1조 원 이상 직접 출자)으로 현재 필요한 자금 규모를 크게 웃돈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 충실한 방어막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자본확충펀드는 한은이 대출해 준 10조 원 등으로 펀드를 만들면 펀드가 산은과 수은의 조건부 자본증권(코코본드)을 매입해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방식이다. 자본확충펀드 규모는 11조 원이지만 한꺼번에 지원되는 게 아니라 국책은행의 요청(캐피털 콜)이 있을 때마다 자금이 마련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부는 산은보다 자본 확충이 시급한 수은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9월 말까지 공기업 주식 등을 활용해 수은에 1조 원을 현물 출자하기로 했다. 또 내년도 예산에 산은과 수은에 현금 출자하는 금액을 반영하기로 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구조조정 실탄 마련의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논란의 불씨는 남아 있다. 정부와 한은이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옮겨가는’ 최악의 상황일 때 한은이 수은에 직접 출자할 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다. ○ 구조조정 대책 효과에 ‘의문’도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의 효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국책은행 상황이 악화되더라도 ‘12조 원+알파(α)’면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요 조선업체와 해운사에 대해 이미 드러난 은행권의 위험 노출액(익스포저)이 70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분식회계 등에 따른 숨겨진 부실이 언제든 나타날 수 있어 낙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에 나온 대책만으로는 국책은행과 부실 업종에 대한 분석의 적절성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 대책’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씻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국책은행 역할 전반의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 한 다른 업종에서 언제든 비슷한 부실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일단 구조조정이 궤도에 오른 만큼 빠른 실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자금이 충분한지, 한은의 발권력 동원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결국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어렵게 마련한 이번 대책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정임수 기자}
6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이 ‘고용 쇼크’로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급락했고 코스피는 단숨에 2,010 선까지 뛰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9원 급락(원화 가치는 상승)한 1162.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16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5월 12일(1162.6원)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이날 하락 폭은 2011년 9월 27일(―22.7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79포인트(1.30%) 오른 2,011.63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동반 매수에 나서면서 한 달여 만에 2,010 선을 회복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1.405%)를 비롯해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인 3만8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14, 15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옐런 의장은 6일(현지 시간) 필라델피아의 한 강연에서 5월 고용지표에 대해 “한 가지 지표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도 “실망스럽다”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점진적인 금리인상은 적절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인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수개월 내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언 강도가 상당히 약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6월은 물론이고 7월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어려울 수 있으며 9월에나 연준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한정연 기자}
6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 인상이 ‘고용 쇼크’로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급락했고, 코스피는 단숨에 2,010선까지 뛰었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0.9원 급락(원화가치는 상승)한 1162.7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1160원대로 내려앉은 것은 5월 12일(1162.6원) 이후 약 한 달여 만이다. 이날 하락 폭은 2011년 9월 27일(―22.7원) 이후 4년 8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5.79포인트(1.30%) 오른 2,011.63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동반 매수에 나서면서 한 달여 만에 2,010선을 회복한 것이다. 채권시장에서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1.405%)를 비롯해 장단기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것은 미국이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5년 8개월 만에 최저치인 3만8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14, 15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신중론’으로 돌아섰다. 옐런 의장은 6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의 한 강연에서 5월 고용지표에 대해 “한 가지 지표를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도 “실망스럽다”, “우려된다”는 평가를 내렸다. 또 “점진적인 금리 인상은 적절하다”면서도 구체적인 인상 시기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연설에서 “수개월 내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던 것과 비교하면 발언 강도가 상당히 약해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6월은 물론이고 7월에도 미국의 금리인상이 어려울 수 있으며, 9월에나 연준이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당분간 국내외 금융시장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임수기자 imsoo@donga.com한정연기자 pressA@donga.com}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재건의 마지막 과제로 구상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되찾기’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때와는 달리 박 회장이 제3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회의를 열어 “박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선매수청구권은 회사가 매각되기 전에 우선협상대상자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채권단은 2010년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 42.1%(약 6600만 주)를 취득했다. 당시 채권단은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에게 채권단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며 ‘채권단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채권단 관계자는 “제3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 우회적인 인수 방법이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약정대로 제3자 양도를 금지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지금은 박 회장 측이 단독으로 금호타이어의 인수 자금을 마련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이 1조 원 안팎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을 되사오면서 5000억 원 규모의 빚을 떠안고 있다. 또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때부터 사재 3300억 원을 들여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라 현금도 부족하다.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때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금호타이어를 우회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박 회장은 폭넓은 재계 인맥으로 여러 ‘백기사’를 끌어들이고 SPC인 ‘금호기업’을 세워 우선매수청구권을 양도한 뒤 간접적으로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하지만 채권단의 결론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가 막히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숙원 사업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공고가 나오면 재원 마련 방법 등 인수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채권단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잠재 후보를 대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국내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는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갖춘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프랑스의 ‘미쉐린’ 등 국내외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말 금호타이어 매각을 의결하고 매각 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들이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박 회장 측에 대한 어떤 혜택도 없이 경쟁 입찰을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성규 기자}

양대 해운사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 항로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르면 7일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재조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해운은 아직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 연체료에 발목 잡힌 용선료 협상 5일 해운업계와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조건부 자율협약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달 9일부터 해외 선주 23곳과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4년 용선료 인하 협상에 성공한 전례가 있는 ‘베테랑’ 로펌인 영국 프레시필즈와 계약하고 협상에 함께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떤 해외 선주로부터도 긍정적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면 한진해운의 협상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계약한 선주가 많이 겹치지 않는다”며 “한쪽의 협상 결과가 다른 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 용선료 인하 협상의 가장 큰 걸림돌은 연체된 용선료다. 한진해운이 올해 부담해야 할 용선료는 9300억 원이다. 내년부터 추가로 4조6200억 원의 용선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용선료를 제때 내지 못해 약 1000억 원이 밀려 있다. 해외 선주들은 “밀린 용선료를 갚기 전에는 어떤 논의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4일 그리스의 나비오스 측은 용선료 체납을 이유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진해운 소속 벌크선을 억류했다가 사흘 만에 놓아주기도 했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올해 2월 시작된 현대상선의 협상도 넉 달 가까이 지나 마무리 단계에 왔다”면서 “우리는 아직 협상 초기인 만큼 미팅이나 콘퍼런스 콜(다자 간 전화 회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외 선주들을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한진그룹 차원의 추가 지원 필요” 채권단 일각에서는 연체된 용선료 문제를 해결하고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주주가 추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올해 2월 말 한진해운에 대한 컨설팅 결과가 나왔을 때부터 채권단 내부에서 계속 제기된 해법이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한진해운이 3월 말 조 회장을 직접 만나 “대주주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조 회장 측은 4월 제출한 자구안에 사재 출연이나 그룹 차원의 지원책을 내놓지 않았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한진해운 측에 대주주 지원을 포함한 추가 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이미 내려놓은 조 회장 측은 채권단의 추가 책임 분담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한진그룹 측은 부실해진 회사를 넘겨받아 회생에 힘을 쏟았는데 이제 와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처럼 비치는 게 억울하다는 것이다. 조 회장은 2014년 제수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으로부터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한진그룹 측은 경영권을 인수하기 전인 2013년부터 현재까지 한진해운에 유상증자, 영구채 매입 등을 통해 1조1502억 원을 투입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올해 1분기(1∼3월) 기준 931%까지 올라가며 회사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그룹 측은 “대주주 차원의 지원에 대해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해외 선주 22곳과 용선료 재조정 협상 중인 현대상선의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7일 협상 타결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용선료 인하폭을 20%대로 맞추기 위해 최종 협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3일에는 임시이사회를 열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을 7 대 1의 비율로 감자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조만간 주주총회가 열려 감자안이 확정되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지분 4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김철중 기자 tnf@donga.com·정임수 기자·강유현 기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이 지난달 전국으로 확대됐지만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대출은 올 들어 최대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시장 활황 속에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는 아파트 집단대출이 이 같은 증가세를 이끌면서 부채의 질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월 말 현재 360조1377억 원으로 전달 말(356조5956억 원)보다 3조5421억 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올 들어 월별 기준으로 최대 규모다. 2월부터 수도권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자 6개 은행의 주택대출 증가세가 한풀 꺾이는 듯했지만 4월부터 다시 크게 늘었다. 봄 이사철을 맞아 주택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350건으로 올 들어 가장 많았다. 4, 5월 거래 건수(1만8903건)는 1∼3월 전체(1만7417건)를 웃돌았다. 특히 6개 은행의 주택대출 증가액 가운데 집단대출 증가액이 1조8016억 원으로 전체의 50.8%를 차지했다. 집단대출은 신규 아파트를 분양할 때 대출자의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과 잔금 등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파트 분양 열기가 이어지면서 집단 대출이 급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집단 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 상환 능력 심사도 제대로 받지 않아 외부 충격이 올 때 가계부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구조 고령화가 생산 및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에 따라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0.7%(2000∼2010년 평균)에서 0%로 낮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1인당 GDP는 6% 감소하고 1인당 소비는 5%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분석 모형에서 경제주체는 20세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55세에 은퇴하고 95세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미국이 시장 기대를 크게 밑도는 고용지표를 내놓으면서 수면 위로 급부상했던 미국의 6월 금리 인상론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미국발 ‘고용쇼크’에 세계 금융시장은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안전자산 가격이 급등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한 가운데 9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노동부는 3일(현지 시간) 5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 일자리가 3만8000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2010년 9월 이후 5년 8개월 이후 최저치이며 시장 전망치인 16만 개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4월 신규 일자리 수도 당초 발표된 16만 개에서 12만3000개로 수정됐다. 최근 미국 경제의 회복세를 자신하며 연일 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낙관론과 달리 미국 제조업에 이어 고용마저 이상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 같은 결과에 6, 7월 중 미국의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던 금융시장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날 미 달러화 가치는 주요 통화 대비 1.7% 급락해 최근 한 달 새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2% 급등하면서 장중 106.51엔까지 치솟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잇달아 6월 금리 인상 전망을 철회하고 7월 또는 9월 인상에 무게를 싣고 있다. 마이클 페로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6월 실업률이 낮아지고 취업자 수가 반등해야 7월에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성장, 고용 상승 등의 지표 개선을 확인하려면 9월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점이 불투명해지면서 한은 금통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경기 둔화와 부실기업 구조조정 충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잇따랐지만 미국의 6월 금리 인상이 변수로 꼽혔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한은이 내리면 양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금리 인하에 대한 소수 의견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등 금리 인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제로(0) 수준으로 떨어지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 감소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출산율 하락에 따른 인구구조 고령화가 생산 및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출산율 하락에 따라 한국의 인구증가율이 0.7%(2000~2010년 평균)에서 0%로 낮아질 경우 장기적으로 1인당 GDP는 6% 감소하고 1인당 소비는 5%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분석 모형에서 경제주체는 20세에 노동시장에 진입해 55세에 은퇴하고 95세까지 생존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인가증가율이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중년층의 비중이 감소하면서 노동의 평균 생산성은 11%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임금은 5% 상승하고 1인당 자본은 2%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5%에 그치며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마저 다시 위축돼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어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악화된 지난해 2분기(0.4%) 이후 최저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1.2%)에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부터 내내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의 저조한 성적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된 데다 내수 회복세마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컸다. 내수가 성장률에 끼친 정도를 나타내는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2014년 1분기(―0.1%포인트)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보면 작년 3, 4분기 연속 1%대 성장세를 보였던 민간소비가 0.2% 감소했다. 메르스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1%)보다 감소 폭이 컸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의 소비 진작책을 다시 내놨지만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로 ‘소비절벽’ 우려가 다시 나오고 있다. 기업 성장의 원천인 설비투자 또한 7.4% 급감하며 2년 만에 마이너스를 보였다.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처럼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와 기업이 갈수록 늘면서 한국 경제의 ‘장롱 경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의 신호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개선되기 어렵고, 내수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2분기 이후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국민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은 작년 4분기 0%에서 올 1분기 3.4%로 껑충 뛰었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의 성장률이 0.5%에 그치며 지난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내수마저 다시 위축돼 불황이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가계는 지갑을 닫고 기업은 투자를 꺼리고 있어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충격으로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어 선제적인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5% 증가했다. 메르스 여파로 경기가 악화된 지난해 2분기(0.4%) 이후 최저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1.2%)에 반짝 반등한 것을 제외하면 2014년 2분기부터 내내 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분기의 저조한 성적표는 수출 부진이 지속된 데다 내수 회복세마저 급격히 위축된 영향이 컸다. 내수가 성장률에 끼친 정도를 나타내는 성장기여도는 ―0.2%포인트로 2014년 1분기(―0.1%포인트) 이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부문별로 보면 작년 3, 4분기 연속 1%대 성장세를 보였던 민간소비가 0.2% 감소했다. 메르스 충격이 컸던 작년 2분기(―0.1%)보다도 감소 폭이 컸다. 정부가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등의 소비 진작책을 다시 내놨지만 겹겹이 쌓인 대내외 악재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비절벽’(소비 급락이 경제에 충격을 주는 현상)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기업 성장의 원천인 설비투자 또한 7.4% 급감하며 2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2012년 2분기(―8.5%)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표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투자를 주저하는 기업들이 그만큼 많아진 것이다. 이에 따라 1분기 국내총투자율은 27.4%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분기(26.7%)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총저축률은 36.2%로 1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처럼 돈을 쓰지 않고 쌓아두는 가계와 기업들이 갈수록 늘면서 한국 경제의 ‘장롱 경제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경기 회복의 신호를 좀처럼 찾기 어렵다는 데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개선되기 어렵고, 내수도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비,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며 “수출과 내수의 동반 하락으로 2분기 이후 성장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통화당국이 과감한 정책 조합으로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 겸 금융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추가경정예산(추경)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5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줄어들며 역대 최장기간인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수출 부진 여파로 한국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경상수지 흑자도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0%대로 주저앉아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398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6.0% 줄었다고 1일 밝혔다. 작년 1월부터 17개월째 감소세다. 수출 물량은 증가(2.7%)했지만 수출 단가가 하락(―8.5%)하면서 수출액 감소로 이어졌다. 수출액 감소 폭은 지난해 11월(―5.0%) 이후 가장 낮았다. 하지만 5월 조업일수가 21.5일(토요일은 0.5일)로 전년 동월보다 하루 많았고, 지난해 5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11%로 크게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달 수출이 나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수출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경상수지 흑자도 쪼그라들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 흑자는 33억7000만 달러로 2014년 1월(18억7000만 달러)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세종=신민기 minki@donga.com / 정임수 기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타난 세계 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영구적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건 시기상조입니다. 인공지능(AI) 등의 혁신기술이 또 다른 성장의 시기를 가져올 것입니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63)는 31일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6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세계 경제의 구조적 침체를 타개할 혁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주최한 이번 포럼은 ‘대격변의 시대와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진행됐다. 로고프 교수는 이날 기조강연을 통해 “산업혁명 등을 거치며 지난 250년간 이어져온 고성장의 시대가 끝났다고 보는 것은 편협한 시각”이라며 “AI의 일종인 ‘머신러닝’(기계학습·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성능을 높이는 것)이 2주마다 새로운 혁신을 이루며 ‘초(超)성장의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강연을 맡은 토니 메네제스 IBM 아태지역 인지솔루션 부사장은 “특히 금융업은 축적한 데이터가 방대하고 정보기술(IT)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어 다른 어떤 산업보다 AI 등 최첨단 혁신기술과 접목해 다양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로고프 교수는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며 “중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혁신을 이끌 벤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경고했다. 이날 포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김종석 새누리당 의원,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요 금융지주회사 회장, 금융 유관기관 단체장 등 금융·경제계 인사 500여 명이 참석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유럽,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런 통화정책 실험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선 ‘현금 없는(cashless) 사회’가 돼야 합니다.” 31일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앙은행의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위해 단계적으로 현금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고프 교수는 “현금을 사용하는 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사람들이 돈을 은행에 맡기기보다는 장롱에 현금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고액화폐가 탈세, 부패 등의 문제로 이어지는 공통점이 있다”며 “개인적으로 고액화폐가 필요 없다는 주장을 20년 전부터 해왔다”고 덧붙였다. 로고프 교수는 올해 9월 이런 내용을 담은 책 ‘현금의 저주(The Curse of Cash)’를 출간할 예정이다. 지난 800년간 66개국의 금융위기를 연구한 결과를 담은 명저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를 이은 신간이다. 하지만 그는 “출간 때까지 기다려 달라”며 책 내용에 대한 더이상의 언급을 아꼈다. 또 로고프 교수는 인공지능(AI) 등의 혁신기술이 금융산업의 미래를 뒤바꿔 놓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자산관리 서비스인 로보어드바이저, 개인간거래(P2P) 금융, 디지털 통화 등의 등장으로 기존 금융회사들의 역할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그는 “변화는 극적이겠지만 안보 문제나 돈세탁 등의 범죄 문제 등으로 변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수출입은행을 끝으로 9개 금융공공기관이 모두 금융당국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이달 안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권 전체로 성과연봉제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공기업 노조의 ‘줄소송’이 예고된 데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개입까지 이어지고 있어 성과주의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도입 시한으로 정한 이달 말이 지나기 전에 수은을 비롯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기업이 성과연봉제 도입 절차를 마쳤다. 이날 수은은 신용보증기금과 마찬가지로 노사 합의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 개별 동의서를 받는 절차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노사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형식적이나마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이사회 의결을 했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공기업들이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노사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이 불법은 아니라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은을 비롯해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은 노사 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의 노조는 기관장을 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24일 산업은행에 이어 이날 기업은행을 방문해 동의서 요구 과정에서 강압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수출입은행을 끝으로 9개 금융공공기관이 모두 금융당국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이달 안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마무리했다. 이로써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권 전체로 성과연봉제가 확산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금융공기업 노조의 ‘줄 소송’이 예고된 데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의 개입까지 이어지고 있어 성과주의를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도입 시한으로 정한 이달 말이 지나기 전에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 기업은행, 예탁결제원 등 9개 금융공기업이 성과연봉제 도입 절차를 마쳤다. 이날 수출입은행은 신용보증기금과 마찬가지로 노사 합의는 물론이고 직원들에게 개별 동의서를 받는 절차도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노사 합의에 성공하지 못한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은 형식적이나마 직원들에게 동의서를 받아 이를 근거로 이사회 의결을 했다. 앞서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공기업들이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노사합의를 하지 않은 것이 불법은 아니라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을 비롯해 금융공공기관 노조들은 노사합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위법이라며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의 노조는 기관장을 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정치권도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한 진상조사단을 꾸려 24일 산업은행에 이어 이날 기업은행을 방문해 동의서 요구 과정에서 강압성이 있었는지 등을 조사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