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타이어 되찾기 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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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우선매수청구권 제3자 양도 반대”
제3자 통한 자금조달 급제동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사진)이 그룹 재건의 마지막 과제로 구상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되찾기’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 때와는 달리 박 회장이 제3자를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 데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회의를 열어 “박 회장이 채권단 보유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우선매수청구권은 회사가 매각되기 전에 우선협상대상자와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채권단은 2010년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을 통해 지분 42.1%(약 6600만 주)를 취득했다. 당시 채권단은 박 회장과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 사장에게 채권단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며 ‘채권단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정을 맺었다.

채권단 관계자는 “제3자를 통한 자금 조달 등 우회적인 인수 방법이 금호타이어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약정대로 제3자 양도를 금지하고 매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박 회장 측이 단독으로 금호타이어의 인수 자금을 마련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가격이 1조 원 안팎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박 회장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을 되사오면서 5000억 원 규모의 빚을 떠안고 있다. 또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때부터 사재 3300억 원을 들여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라 현금도 부족하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 때처럼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금호타이어를 우회적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박 회장은 폭넓은 재계 인맥으로 여러 ‘백기사’를 끌어들이고 SPC인 ‘금호기업’을 세워 우선매수청구권을 양도한 뒤 간접적으로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결론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의 제3자 양도가 막히면서 이마저도 불가능해졌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숙원 사업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공고가 나오면 재원 마련 방법 등 인수 전략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채권단은 크레디트스위스(CS)를 매각 주간사회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잠재 후보를 대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국내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는 탄탄한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갖춘 ‘알짜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어 프랑스의 ‘미쉐린’ 등 국내외 기업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말 금호타이어 매각을 의결하고 매각 공고에 나설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잠재 인수자들이 ‘들러리’가 되지 않도록 박 회장 측에 대한 어떤 혜택도 없이 경쟁 입찰을 부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imsoo@donga.com·김성규 기자
#박삼구#금호타이어#우선매수청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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