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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59년 부처님오신날인 25일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 2만여 곳에서 봉축 법요식이 봉행됐다. 이날 조계사에서 열린 대한불교조계종 법요식은 북과 종을 울리는 명고(鳴鼓)와 명종(鳴鐘) 의식으로 시작해 아기 부처를 씻기는 관불(灌佛)의식, 봉축사, 종정 법어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웃과 함께 하는 법요식’으로 개최한다는 취지로 지진 피해를 입은 네팔의 카만싱라마 대사, 성소수자인 김조광수 영화감독,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해 헌화를 맡았다. 종정 진제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이 대독한 봉축법어에서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 모든 이웃의 아픔을 같이하는 등을 밝혀 부처님 오시는 길을 아름다운 등으로 장엄하자”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봉축사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뜻 깊은 해지만 분단으로 70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며 “스스로 하나 되고자 하는 일심(一心)으로, 대화와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신 읽은 축하메시지에서 “부처님께서 주신 자비와 평화, 겸손과 화해의 가르침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밝은 미래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지혜와 원력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법요식에서는 “전쟁은 인간에 대한 최대의 악행이고 평화는 만복의 근원이다.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며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실천행에 정진하겠다”는 취지의 남북공동발원문을 4년 만에 발표됐다. 법요식에는 조계종 스님과 불교 신도 외에도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박남수 천도교 박남수 교령, 한국이슬람중앙회 이주화 이맘 등 이웃종교 대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정관계 인사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

《 18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의 능인선원 앞에는 부처가 그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가 서 있다. 20m 이상 웃자란 키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가 무성하다. 사연이 있다. 이 보리수는 덕숭총림(수덕사) 방장인 설정 스님(73)이 출가 이듬해인 1956년 다른 스님들과 심은 것이다. 6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홍안의 소년은 이제 덕숭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이 됐다. 총림(叢林)은 강원 율원 선원 등을 갖춘 큰 사찰을 가리킨다. “지혜롭고 고마운 나무죠. 그늘도 주고, 열매로는 염주를 만들 수 있고. 개인적 인연이 있어서인지 보리수 주변이 좋습니다.”》25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견성암서 능인선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너무 가팔라 차가 뒷걸음한 탓에 모골이 송연했다. ―요즘 농사일은 어떻습니까. “감자와 채소 심고, 산중에서 사는 게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농사 재미는 어떻습니까. “아기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죠. 아기를 함부로 대하면 울고 싫어하는데, 채소와 꽃도 정성을 들인 만큼 커주죠. 자연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무한한 스승입니다.” ―독학으로 검정고시 마친 뒤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셨죠. 그 경험이 농사에 도움이 됩니까. “이론적인 것은 조금요. 하지만 농사는 실전이에요.” ―‘사람 농사’는 어떻습니까. “사람 농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백년지대계죠. 불교계만 봐도 조선왕조 500년 척불과 일제강점기의 불교말살 정책 여파가 적지 않습니다. 비구와 대처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그 시기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비구, 대처 갈등 속에 ‘스님들이 절 빼앗기 위해 다니느라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고, 중 정신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는데요. “스님에게는 승격(僧格)이 필요해요. 승격은 철저한 출가정신을 바탕으로 자비와 지혜가 어우러질 때 가능하죠. 제대로 못 갖췄는데 남에게 영향을 주니 문제가 생기는 거죠.” ―덕숭총림의 가풍은 어떤가요. “생각만 하기보다는 옮기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죠. 불같은 신심과 흐르는 강물 같은 원력이 있어야죠. 머리 깎고 중 된 자는 개인이 아니라, 부처의 제자이자 모든 중생의 것이라는 각오로 살아야죠.” ―취임 당시 ‘방장 행자’로 살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은 그런데 항상 부족해요. 위로는 부처님 은혜를 갚고, 아래로는 남들에게 퍼줘도 끝이 없는 능력자가 되기를 기도하는데 모자람만 절감해요.” ―종단 내에 스님을 따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 부질 없어요. 1998년 췌장암으로 수술 받고 투병하면서 ‘내가 헛된 것들을 좇았다’는 걸 절감했어요. 방장 행자도 버거운데 다른 것에 욕심내겠습니까. 하하.” ―최근 여야와 노사, 남북 등 다양한 갈등과 대립이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바르게 설 수 없어요. 무엇보다 여야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합니다. 권력과 돈, 능력 있다고 해서 축재하고, 자식 군대 안 보내면 되나요? 힘이 없어 억울하다는 민초(民草)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면 사회가 불안해져요. 그런 정서와 아픔을 읽고 어루만져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부처님이 위대한 것은 자신만 깨친 것이 아니라 그 행복을 모든 생명들과 나누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어려울 때는 용기야말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원천입니다. 가난, 시련을 극복하거나 유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칠전팔기를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해요. 행복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 정성, 노력과 신념, 피와 땀으로 쌓는 과정입니다. 행복은 성실한 나무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죠.” 평소 좋아하는 구절을 청하자 설정 스님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썼다. “독일에서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49재를 진행하면서 고인의 묘비에 쓴 구절입니다. ‘뻘’에 있어도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는 연꽃의 삶과 지혜가 요즘 세상에 필요합니다.” :: 설정 스님은? ::△1942년 충남 예산 출생△1955년 수덕사에서 원담 스님을 은사로 출가△1961년 범어사에서 비구계 수지△1965년 해인사 강원 졸업△1976년 30대에 검정고시 거쳐 서울대 원예과 졸업△1978∼1988년 수덕사 주지△1994∼1998년 조계종 중앙종회의장△2001∼2008년 봉암사, 상원사 등에서 정진 과 후학 지도△2009년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예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석왕사의 천상법당. 전시회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이 열리는 법당에 들어서니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화려한 화투 옷을 입고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형 십자가를 든 조영남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이 보였다.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에는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은 물론이고 그의 은사이자 쌍계총림 방장인 고산 스님까지 등장한다. 이 ‘무엄한’ 전시회는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 씨(70)와 2007년 학력 위조사건 및 변양균 당시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43)의 합작품이다. “주인공은 조 선생님”이라며 나서지 않으려는 신 씨를 설득해 공동인터뷰를 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6월 13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정아야, 난 그림 그만둬야겠다.” 1997년 두 사람은 작가와 큐레이터 초년병으로 첫 인연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 두 사람은 황금빛 화가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를 관람했다. 당시 조 씨가 “내가 ‘백날 그림을 그려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 (그림을) 접어야겠다”고 한탄하자 신 씨는 “선생님 작품에는 클림트나 피카소에게 없는 재미와 위트가 있다”며 힘을 북돋아줬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말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법당에서 전시회를 하자는 신 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화투 그림을 법당에 걸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조 씨는 신 씨의 소개로 3월 영담 스님을 만났다. “평소 나도 파격이고 확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은 나보다 한 수 위였어. 법당 전시회 하자는 신정아의 말이 ‘구라’가 아니더라고.”(조영남)○ 팔자 드세기로 유명한 신정아 큐레이터 전시회 인사말에 적혀 있는 조 씨의 신 씨에 대한 표현이다. 이번 전시회는 신 씨에겐 8년 만에 맡은 첫 큐레이터 작업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얘기는 거침이 없었지만 배려와 유머가 가득했다. 조 씨는 “법당 전시회의 디스플레이를 보니 ‘역시 신정아’라는 말이 나온다”며 “신 씨의 ‘신장개업’에도 도움이 돼 좋다”고 말했다. 신 씨는 “가수 조영남이라는 편견에 가려져 있지만 정말 창의적인 작가”라며 “2007년 제 ‘사건’이 터졌을 때 혼자 ‘신정아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대화의 마지막 주제는 앞으로의 계획이었다. 이들의 답은 입을 맞춘 듯 ‘무계획이 계획’이었다. “몇 시간 후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 생각 안 해요. 순간순간 재미있게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죠.”(조영남) “저야말로 계획 없어요. 선생님과 영담 스님 덕분에 신장개업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요.”(신정아)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18일 충남 예산군 수덕사의 능인선원 앞에는 부처가 그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보리수가 서 있다. 20m 이상 웃자란 키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가 무성하다. 사연이 있다. 이 보리수는 덕숭총림(수덕사) 방장인 설정 스님(73)이 출가 이듬해인 1956년 다른 스님들과 심은 것이다. 6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홍안의 소년은 이제 덕숭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이 됐다. 총림(叢林)은 강원 율원 선원 등을 갖춘 큰 사찰을 가리킨다. “지혜롭고 고마운 나무죠. 그늘도 주고, 열매로는 염주를 만들 수 있고. 개인적 인연이 있어서인지 보리수 주변이 좋습니다.” 25일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스님을 만나러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견성암서 능인선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너무 가팔라 차가 뒷걸음한 탓에 모골이 송연했다. -요즘 농사일은 어떻습니까. “감자와 채소 심고, 산중에서 사는 게 뭐 다른 게 있겠습니까.” -농사 재미는 어떻습니까. “아기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죠. 아기를 함부로 대하면 울고 싫어하는데, 채소와 꽃도 정성을 들인 만큼 커주죠. 자연은 그 자체로 인간에게 무한한 스승입니다.” -독학으로 검정고시 마친 뒤 서울대 원예학과를 졸업하셨죠. 그 경험이 농사에 도움이 됩니까. “이론적인 것은 조금요. 하지만 농사는 실전이예요.” -‘사람 농사’는 어떻습니까. “사람 농사는 동서고금을 통틀어 백년지대계죠. 불교계만 봐도 조선왕조 500년 척불과 일제강점기의 불교말살 정책 여파가 적지 않습니다. 비구와 대처의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그 시기 제대로 교육하지 못한 후유증이 지금 나타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비구, 대처 갈등 속에 ‘스님들이 절 빼앗기 위해 다니느라 제대로 교육 받지 못했고, 중 정신도 부족하다’고 토로했는데요. “스님에게는 승격(僧格)이 필요해요. 승격은 철저한 출가정신을 바탕으로 자비와 지혜가 어우러질 때 가능하죠. 제대로 못 갖췄는데 남에게 영향을 주니 문제가 생기는 거죠.” -덕숭총림의 가풍은 어떤가요. “생각만 하기보다는 옮기는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죠. 불같은 신심과 흐르는 강물 같은 원력이 있어야죠. 머리 깎고 중 된 자는 개인이 아니라, 부처의 제자이자 모든 중생의 것이라는 각오로 살아야죠.” -취임 당시 ‘방장 행자’로 살겠다고 했습니다. “마음은 그런데 항상 부족해요. 위로는 부처님 은혜를 갚고, 아래로는 남들에게 퍼줘도 끝이 없는 능력자가 되기를 기도하는데 모자람만 절감해요.” -종단 내에 스님을 따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 부질 없어요. 1998년 췌장암으로 수술 받고 투병하면서 ‘내가 헛된 것들을 좇았다’는 걸 절감했어요. 방장 행자도 버거운 데 다른 것에 욕심내겠습니까. 하하.” -최근 여야와 노사, 남북 등 다양한 갈등과 대립이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정치를 잘 모르지만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바르게 설 수 없어요. 무엇보다 여야 정치인을 포함한 사회 지도층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합니다. 권력과 돈, 능력 있다고 해서 축재하고, 자식 군대 안 보내면 되나요? 힘이 없어 억울하다는 민초(民草)들의 불만이 팽배해지면 사회가 불안해져요. 그런 정서와 아픔을 읽고 어루만져야 합니다.” -부처님오신날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부처님이 위대한 것은 자신만 깨우친 것이 아니라 그 행복을 모든 생명들과 나누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합니다. “어려울 때는 용기야말로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원천입니다. 가난, 시련을 극복하거나 유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도, 칠전팔기를 위해서도 용기가 필요해요. 행복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과 정성, 노력과 신념, 피와 땀으로 쌓는 과정입니다. 행복은 성실한 나무에 피는 아름다운 꽃이죠.” 평소 좋아하는 구절을 청하자 설정 스님은 ‘처염상정(處染常淨)’이라고 썼다. “독일에서 작곡가 윤이상 선생의 49재를 진행하면서 고인의 묘비에 쓴 구절입니다. ‘뻘’에 있어도 항상 깨끗함을 유지하는 연꽃의 삶과 지혜가 요즘 세상에 필요합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여진 위험이 있다지만 여기 앉아만 있을 순 없죠. 부처님 탄생지에서 지진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두려워할 수만 있겠습니까.” 불우한 이웃을 위해 짜장면 20만 그릇 이상을 보시해 ‘짜장 스님’으로 불리는 운천 스님이 다음 달 1일 네팔로 향한다고 합니다. 자신의 마라톤 과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km당 100원’의 후원금을 모아 이주노동자를 도와온 ‘철인 스님’ 진오 스님이 동행입니다. 한 주 전 운천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의 재주야 짜장면 만드는 것밖에 없으니 배고픔에 시달리는 네팔 사람들에게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것이었죠. 그리고 재료비가 빠듯한데 무게가 수십 kg이나 되는 무쇠솥 같은 장비들을 가져가기 어렵다는 하소연이었습니다. 항공기를 이용한 장비 수송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조리도구가 마땅치 않고, 현지 식수 사정도 어려워 스님의 메뉴는 물이 많이 필요한 짜장면 대신 짜장밥으로 바뀌게 됐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이자 구룡사 회주인 정우 스님의 말도 떠오르네요. 지난달 이른 아침 만난 스님은 차 한잔을 건네며 현지에서 노숙하는 티베트 스님들의 사진을 보여주더군요. e메일로 전해진 사진이었습니다. 스님이 현지 학교를 지원할 때 만나 손을 잡아주던 아이들과 네팔 사람들에 얽힌 사연도 이어졌습니다. 같은 일도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그 파장은 달라집니다. 수십 번 네팔을 찾은 정우 스님의 마음이 펜으로 그린 세밀화라면 TV로 현지 상황을 접한 제 것은 추상화일지도 모릅니다. 알려진 것처럼 네팔에는 힌두교도가 많지만 부처의 탄생지 룸비니도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불교와 기독교계의 심리적 유대감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불교뿐 아니라 개신교와 가톨릭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피해 구조를 돕고 성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제가 받은 여러 메일에는 개신교 단체뿐 아니라 개별 교회에서 진행된 모금 현황과 현지 활동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네팔 구호 활동에 나선 각 종교계의 움직임을 보면 모처럼 남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여기는 종교의 존재의 이유를 느끼게 됩니다. ‘천지여아동근 만물여아일체(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一體).’ 하늘과 땅이 나와 더불어 한 뿌리이고, 만물이 나와 더불어 한 몸이라고 합니다. 인류는 때로 국가와 민족, 이념과 종교, 피부와 언어 등 다양한 이유의 ‘다르다’는 구실을 내세워 서로를 배척해 왔습니다. 그 결과는 참혹했고, 아직도 현재형의 갈등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거창한 논리가 아니더라도 20일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산악인 엄홍길 씨의 말도 가슴에 와 닿습니다. 히말라야에 있는 8000m 이상의 16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그는 네팔에 학교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네팔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다 막 귀국한 그는 곧 우기가 시작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산이 내게 허락한 만큼 사람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처님오신날(25일)을 앞두고 16, 17일 이틀간 서울 광화문광장과 종로 등 도심 일대에서 신도와 시민 등 30만 명이 참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불교 행사가 열렸다. 16일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와 중요무형문화재인 연등회에 이어 17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수륙무차대재’가 봉행된 것. 수륙무차대재는 하늘과 땅, 물과 육지에 존재하는 외로운 영혼을 위로하고, 살아있는 자의 복을 빌기 위해 지내는 불교 의례로 올해는 6·25전쟁에서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수륙재는 남과 북, 그리고 동서의 차별을 두지 않고 6·25전쟁에 참전한 모든 국가의 희생자를 위로하고 고통 없는 열반으로 인도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더불어 네팔 지진 참사로 인한 희생자와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가족들 모두 함께 위로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 행사에는 기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해외 종교계 지도자와 네덜란드, 베트남, 네팔,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의 대사들이 참석했다. 이날 조계사 인근 우정국로에서는 연등회의 일환으로 전통문화마당 행사도 마련돼 시민과 외국인 관광객 등 2만여 명이 몰렸다. 16일 오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기원대회가 열렸다. 조계종에 따르면 이 행사에는 200여 명의 해외 종교계 지도자를 비롯해 조계종을 포함한 다른 불교 종단 스님 1만여 명과 불교 신자, 연등행렬에 참여한 시민 등 30만 명이 참석했다. 이 대회에서도 지진으로 희생된 네팔인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세월호 유족을 위로한 뒤 ‘한반도 평화를 위한 2015 불교 통일선언문’을 발표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의 법어에 앞서 모든 참석자가 마음을 바르게 하나로 집중하는 5분의 선정(禪定) 시간이 이어졌다. 세 번의 죽비 소리가 울리자 행사장에 모인 세계 각국의 수행자와 불자들은 한마음으로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진제 스님은 법어에서 “범부와 성인이 근본적으로 둘이 아니다. (자신의) 마음을 깨달아 ‘참나’를 찾아 세상의 주인이 되면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종교지도자 대표들은 ‘세계 종교지도자 평화기원 선언문’에서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어떠한 폭력이나 배타적인 행위를 반대한다”며 “종교 간 대화와 교류에 적극 협조해 종교 화합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동국대에서 출발한 연등행렬은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에 집결했다. 올해에는 ‘평화통일 한반도등(燈)’ ‘태극기등’을 비롯해 각양각색의 독특한 연등이 시민의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우리 불교 1700년 역사에 남을 만한 큰 행사가 불자를 포함한 시민들의 협조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특히 해외 종교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다짐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방문한 경기 고양시의 주택가 1층. 창가에 나란히 놓여 있는 배양판에 밀과 보리 싹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상추와 인삼도 보인다. 둥그런 탁자들이 들어선 15평(약 50㎡) 남짓한 공간에서는 예닐곱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입구에는 ‘하다 do 직업체험 협동조합’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푸른숲교회’라는 작은 푯말과 하얀 벽에 붙은 20cm 안팎의 십자가를 빼면 이곳을 교회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은 막 자라고 있는 밀과 보리 싹처럼 실험적 교회다. 초대 교회의 건강한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이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새로운 꿈을 꾸는 공간이다. 2012년 최호 목사(59)는 인근에서 이곳으로 이동하면서 2년간 준비했던 꿈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베란다나 작은 공간에서 밀과 보리, 상추 등을 키우는 실내 농업이었다. 교회와 실내 농업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교회라고 해서 꼭 기도하고 성경책만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저는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는데 그게 바로 실내 농업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필요한 분들에게는 사업적 비전도 제시하는 거죠.” 지난해 11월에는 ‘하다’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들의 활동 공간으로 교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여성 10여 명이 직업에 대한 상담과 새로운 모색을 돕는 직업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푸른숲교회는 예장 합동 개혁 교단에 속하지만 교단에 관계없이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이날 교회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감리교, 순복음교회, 예장 합동 등 다른 교단에 소속된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비개신교 신자도 3명 있었다. 2005년 목회를 시작한 최 목사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목회자들의 실패가 새로운 목회의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기도와 말씀만 얘기하지 그 지역을 모르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목회자가 그 지역을 잘 알아야 다른 차원의 목회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송지연 씨(37)는 “교회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다녔다”며 “우리 교회는 겉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신이 아름다워 자랑스럽다”고 했다. 푸른숲교회는 우연한 손님이 많다. 창가의 보리와 밀이 신기하고 예뻐서 교회인 줄 모르고 들어오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유치원생 견학과 학부모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밀과 보리 싹이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저는 목회자니 직업으로 삼지는 않죠. 다만 관심 있는 분들께 상담도 하고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가져갈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밀과 보리처럼 지역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최 목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최근 방문한 경기 고양시의 주택가 1층. 창가에 나란히 놓여 있는 배양판에 밀과 보리 싹이 파랗게 자라고 있다. 상추와 인삼도 보인다. 둥그런 탁자들이 들어선 15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예닐곱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입구에는 ‘하다 do 직업체험 협동조합’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푸른숲 교회’라는 작은 푯말과 하얀 벽에 붙은 20㎝ 안팎의 십자가를 빼면 이곳을 교회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곳은 막 자라고 있는 밀과 보리 싹처럼 실험적 교회다. 초대교회의 건강한 작은 공동체를 지향하는 작은 교회이자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새로운 꿈을 꾸는 공간이다. 2012년 최호 목사(59)는 인근에서 이곳으로 이동하면서 2년 간 준비했던 꿈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베란다나 작은 공간에서 밀과 보리, 상추 등을 키우는 실내농업이었다. 교회와 실내 농업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교회라고 해서 꼭 기도하고 성경책만 읽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저는 지역 주민들에게 실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았는데 그게 바로 실내농업입니다.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 수 있는 노하우를 알려주고 필요한 분들에게는 사업적 비전도 제시하는 거죠.” 지난해 11월에는 ‘하다’라는 이름의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이들의 활동 공간으로 교회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여성 10여명이 직업에 대한 상담과 새로운 모색을 돕는 직업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푸른숲 교회는 예장 합동 개혁 교단에 속하지만 교단에 관계없이 공간을 개방하고 있다. 이날 교회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감리교, 순복음교회, 예장 합동 등 다른 교단에 소속된 교회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비 개신교 신자도 3명 있었다. 2005년 목회를 시작한 최 목사는 자신을 포함해 많은 목회자들의 실패가 새로운 목회의 출발점이 됐다고 했다. “기도와 말씀만 얘기하지 그 지역을 모르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목회자가 그 지역을 잘 알아야 다른 차원의 목회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송지연 씨(37)는 “교회가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다녔다”며 “우리 교회는 겉모습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신이 아름다워 자랑스럽다”고 했다. 푸른숲교회는 우연한 손님이 많다. 창가의 보리와 밀이 신기하고 예뻐서 교회인줄 모르고 들어오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유치원생 견학과 학부모들의 방문도 이어지고 있다. “밀과 보리 싹이 건강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요. 저는 목회자니 직업으로 삼지는 않죠. 다만 관심 있는 분들께 상담도 하고 조언도 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가져갈 수 있는 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다 보면 밀과 보리처럼 지역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믿습니다.”(최 목사)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평생 부처님 믿고 신행 생활하던 분들의 소원이야 염불 소리를 들으며 극락세계에 가는 것이죠. 하지만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요양병원은 극히 적어서 이웃종교 시설을 이용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노인요양병원 개원을 준비 중인 통도사 주지 원산 스님(71)의 말이다. 이 병원은 지상 4층, 지하 1층 규모로 100억 원 가까운 비용을 투입해 11월 말 준공 예정이다. 평생 수행에 전념하던 스님은 주지 소임을 맡아 요양병원 때문에 재원을 마련하고 관공서를 찾아다니느라 혼쭐이 났다는 표정이다. 원산 스님은 “불교계 요양병원은 본사는 물론 종단 차원에서도 준비해야 하는 불사(佛事)”라고 강조했다. 통도사는 복지법인 자비원 산하에 양로원과 요양원, 재가복지센터 등 18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원산 스님은 2011년 5월 통도사 주지에 취임한 뒤 월간지 ‘보궁’에 실었던 법문을 모아 최근 ‘허공처럼 살아라’(맑은소리맑은나라)를 출간하기도 했다. ―책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주지로 취임한 뒤 음력 초하루 법회마다 했던 법문을 모았다.” ―허공은 어떤 의미인가. “한마디로 생각을 허공처럼 비우라는 말이다. 망상과 번뇌를 다 비우고,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면 오히려 모든 것이 자기 것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산하만물이 모두 허공 속에 있으니 그게 비어 있으면 온갖 것을 다 갖는 것이다.” ―범부(凡夫)들에게 쉬운 얘기는 아니다. “하하, 사람들에게 자기 집이 어디냐고 묻는다고 치자. 그러면 그들은 아파트 몇 동 몇 호라고 한다. 그건 잠잘 때 자기 집이지 진짜 집이 아니다. 우주가 진짜 집이다. 우주가 내 집이고, 내 것이니 세상의 주인 아닌가.” ―세상은 여전히 많은 갈등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런 갈등을 풀 해법은 없나. “부처님은 너와 내가 둘이 아니고, 옳고 그른 것도 둘이 아니고, 좋고 나쁜 것도 둘이 아니라고 하셨다. 가정의 주인은 가족, 나라의 주인은 국민, 우주의 주인은 모든 생명체 아닌가. 둘이 아닌 주인끼리 서로를 내 몸처럼 사랑하고 아끼면 갈등이 있을 수 없다. 부처님을 따르는 불교는 역사상 포교를 위해 전쟁을 일으킨 적이 없다. 생명을 죽이는 일은 죄를, 생명을 살리는 일은 복을 짓는 일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어떻게 복을 지어야 하는가. “옛날에는 윤리 도덕이었고, 요즘은 인성 교육을 얘기한다. 그런데 이 교육이 너무 미비해 사회적 불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도 물질만능에 사로잡혀 안전을 등한시하다 보니 발생한 것 아닌가. 종교를 빙자해 물질에 탐닉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예컨대 영어 수학만 가르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인성 교육의 바탕 위에 영어 수학을 가르쳐야 한다. 효와 신의, 충성 같은 꼭 필요한 가치들이 우리 사회에서 실종됐다.” ―곧 4년의 주지 임기를 마친다. 임기 중 성과를 꼽는다면…. “주지 소임이 익숙한 일은 아니었지만 지난 4년간 정말 열심히 살았다. 선원과 템플 스테이 회관 조성도 시작했는데 마무리 짓지 못해 아쉽다.” ―세상에 대한 조언을 해 달라. “정치,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국민들이 한쪽 편을 들 게 아니라 주인으로 정신을 차려 제대로 일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꾸짖어야 한다. 무엇보다 위정자들에게 할 말은 나라의 중심 사상을 바로 세우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내 몸을 ‘운전’하는 것은 정신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신이 똑바로 서야 나라가 바르게 갈 수 있다.” ―종교계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바르게 안 하니까 불신이 싹트는 것이다. 여법(如法)이라는 말처럼 부처님 법대로만 살면 불신이 해소된다. 남 탓하기보다는 자신이 바르게 사는 게 먼저다.” 양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생사대사(生死大事)라고 하는데 우리 사회는 생에 비해 죽음의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합니다. 불교 역시 사찰에서 영가(靈駕·영혼)를 위로하는 천도재를 치르지만 죽음에 대해 깊이 관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불교는 사람들의 가장 큰 고통의 하나인 죽음을 끌어안을 때 진정한 생활불교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7일 경기 부천시 석왕사에서 만난 주지 영담 스님(64)의 말이다. 경내는 봄기운이 무르익고, 부처님오신날을 반기는 연등으로 활기가 넘쳤다. 하지만 스님은 뜻밖에 불교와 죽음의 관계를 화두로 꺼내들었다. 1997년 석왕사는 신도를 포함한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 최초로 사찰 내에 장례법당을 열었다. 병원 장례식장의 비싼 장례용품이 유족들에게 큰 부담을 주고 시설도 비위생적이라는 비판이 거세던 시기였다. ‘불길하게 절집에 무슨 장례식장을 두냐’ ‘미관상 좋지 못하다’ ‘신도들 줄어든다’ 등 다양한 이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영담 스님은 장례법당을 밀어붙였다. 스님의 말이 흥미롭다. “장례법당에 시비를 걸 때마다 ‘시신과 관 바로 위에서 머리를 두고 자는 내가 멀쩡하지 않느냐’, 이러면서 넘겼어요. 자고로 누군가의 죽음을 위로하고 함께 아파하는 것만큼 큰 공덕(功德)이 있겠습니까?” 장례법당 설치 뒤 거의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현재 1개월 평균 100여 건의 장례가 치러지고, 납골당에는 1600여 기가 모셔져 있다. 이날 찾은 납골당 영묘각(靈廟閣)은 사찰 내에 있지만 다른 곳과 다를 게 없었다. 흥미로운 것은 곳곳에 가톨릭과 개신교 신자임을 알리는 십자가 표지가 있었다는 것. 이곳은 사찰이 운영하는 장례법당과 납골당이지만 유족들이 원하는 장례방식을 그대로 인정한다. 그래서 적지 않은 이웃종교 신도들이 가족의 납골을 모시고 있다. 석왕사의 장례법당은 지역에서 사찰과 불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애써 포교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을 찾아 나서지 않아도 장례 때마다 수백 명이 찾아와 사찰에 대한 거리감을 줄였다. 이곳이 처음에 문을 열었을 때 반발했던 주변 병원 장례식장들도 서비스와 비용 면에서 크게 개선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내에서 지금도 유일한 사찰 내 장례법당이다. “묘지를 쓰는 장례문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의 유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가까운 곳에 망자의 유골을 모시고 제사와 추모를 드리는 방식으로 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도심의 전통사찰이 문을 개방한다면 그것 자체가 불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훌륭한 포교입니다.” 석왕사는 유치원과 노인대학을 비롯해 여러 복지 시설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날 영담 스님과 함께 둘러본 룸비니수영장도 사찰 내에 있는 유일한 어린이 수영장이다. 석왕사는 30년 가까이 전인 1987년 수영장을 개관했다. 사찰 내 유치원이 운동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계속 외부 시설을 빌려야 했기 때문에 아예 수영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사찰 내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수영장을 지을 때도 “아이들이 몰려다니면 시끄러워 경건한 신행(信行) 분위기가 깨진다”는 반대 의견이 나왔다. 대신 번듯한 부처님을 모시고 오래된 법당을 새롭게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불심 깊은 신도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미안할 따름이죠. 하지만 부처님 말씀이라며 억지로 들으라고 하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듣습니까? 어려서부터 절을 어려워하지 않고 동네 스포츠센터처럼 자주 드나들어야 불심이 스며들죠. 요람에서 무덤까지 함께하고, 돌보고, 그 마지막까지 위로하고 책임져야죠. 사람들의 삶에 밀착하지 않으면 우리 불교의 미래는 없습니다.”부천=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한국 불교 1700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행사인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15∼17일 3일간 서울 광화문광장과 조계사, 봉은사 등지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엔 총 19개국에서 불교 등 세계 종교 지도자 300여 명을 비롯해 20만 명 이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에는 캄보디아 승왕 테프 봉 스님, 스리랑카 시암종 부종정 니얀고다 스님, 중국불교협회 부회장인 인순 스님, 일한불교협회 회장인 후지타 류조 스님, 세계종교지도자협의회 바와 제인 사무총장(힌두교도) 등 해외 초청 인사와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 주요 종단 지도자들이 참석한다. 종교 지도자들은 16일 오전 한반도 전쟁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서울 동작구 국립 서울현충원을 찾는다. 참배를 마친 지도자들은 이날 오후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세계 평화를 위한 종교인 회의를 연다. 불교, 가톨릭, 힌두교 지도자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종교인의 역할을 논의한 뒤 ‘세계평화 기원 선언’을 채택할 예정이다. 선언문에는 한반도 통일과 평화를 기원하고 인류의 행복과 세계평화를 실현하기 위한 다짐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오후 행사 참가자들은 10만 개의 연등을 앞세우고 서울 동국대에서 출발해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한다. 연등 행렬이 도착하면 세계 간화선 무차대회가 본격적으로 개막된다.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해 선정(禪定·마음을 바르게 집중하는 수행)에 드는 시간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다. 이날 대회는 네팔 지진과 관련해 ‘부처님의 탄생지, 네팔을 도웁시다’ 캠페인도 벌인다. 지진 피해 및 지원 영상을 상영하고 사회자 안내에 따라 문자메시지(SMS)를 이용해 모금 활동을 하게 된다. 국내에 거주하는 네팔인을 초청해 위로하고 기도하는 시간도 가진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찰이 불교만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되죠. 종교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문화재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휴식과 여유를 찾는 ‘동네 문화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4일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만난 회주(會主·절의 창건주나 큰어른) 정념 스님의 말이다. 이날 봄볕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사찰 경내는 뜻밖에도 아이들 웃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산책로 사이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한옥 어린이집이 나타났다. 20일 개원식을 갖는 흥천 어린이집이다. 이곳은 건평 595m²(약 180평)에 3층 구조로 한옥 특유의 정감 있는 내부 공간과 뜰을 갖췄다. 현재 만 0∼3세 어린이 50여 명이 이곳에 다니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합쳐 모두 23억 원이 어린이집 조성에 투입됐다. “한옥으로 어린이집을 만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후 관리비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찰에는 한옥이 제격이고,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정념 스님) 불교계에서 정념 스님은 ‘복원 전문 스님’으로 불린다. 스님은 2005년 낙산사 주지로 취임한 뒤 보름 만에 화재를 겪었고, 이후 6년에 걸쳐 사찰을 원형에 맞게 복원했다. 2011년 주지를 맡은 흥천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퇴락한 사찰의 전각과 산책로가 번듯하게 정비됐다. 주변 주민들이 정릉과 돈암로를 오갈 수 있도록 경내도 개방했다. 한발 더 나아갔다. 한쪽에 생수와 커피 자판기를 놓아 산책하는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길을 지나는 분들만 하루 1000명이 넘어요.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지만 주변 분들에게 나무와 새소리,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보시하는 걸로 만족해요. 돈이 얼마나 드는가는 따질 일이 아니죠.” 실제 산책로에서는 흥겨운 대화가 오갔다. “이렇게 매일 산책해 건강 좋아지시니 제게 자장면 한 그릇 사셔야 해요.”(스님) “예, 스님 하하.”(행인) 흥천사는 10일 1300여 명을 초청해 노인잔치와 무료 진료 행사도 개최한다. 정념 스님은 어린이와 노인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표시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무엇보다 집안 어른이 평안해야 그 기운이 부모와 아이들에게 전해져요. 거꾸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화목한 가정의 밑거름이 됩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사찰이 불교만의 공간이 되서는 안 되죠. 종교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자유롭게 찾아와 문화재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휴식과 여유를 찾는 ‘동네 문화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4일 서울 성북구 흥천사에서 만난 회주(會主·절의 창건주나 큰 어른) 정념 스님의 말이다. 이날 봄볕과 기분 좋은 바람이 부는 사찰 경내에는 뜻밖에도 아이들 웃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산책로 사이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한옥 어린이집이 나타났다. 20일 개원식을 갖는 흥천 어린이집이다. 이곳은 건평 595㎡(180평)에 3층 구조로 한옥 특유의 정감 있는 내부 공간과 뜰을 갖췄다. 현재 만 0~3세 어린이 50여명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합쳐 모두 23억 원이 어린이집 조성에 투입됐다. “한옥으로 어린이집을 만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이후 관리비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찰에는 한옥이 제격이고,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우리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정념 스님) 불교계에서 정념 스님은 ‘복원 전문 스님’으로 불린다. 스님은 2005년 낙산사 주지로 취임한 뒤 보름 만에 화재를 겪었고, 이후 6년에 걸쳐 사찰을 원형에 맞게 복원했다. 2011년 주지를 맡은 흥천사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퇴락한 사찰의 전각과 산책로가 번듯하게 정비됐다. 주변 주민들이 정릉과 돈암로를 오갈 수 있도록 경내도 개방했다. 한발 더 나아갔다. 한쪽에 생수와 커피 자판기를 놓아 산책하는 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길을 지나는 분들만 하루 1000명이 넘어요. 10분 안팎의 짧은 시간이지만 주변 분들에게 나무와 새소리,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보시하는 걸로 만족해요. 돈이 얼마나 드는가 따질 일이 아니죠.” 실제 산책로에서는 흥겨운 대화가 오갔다. “이렇게 매일 산책해 건강 좋아지시니 제게 자장면 한 그릇 사셔야 해요.”(스님) “예. 스님 하하.”(행인) 흥천사는 10일 1300여명을 초청해 노인잔치와 무료 진료 행사도 개최한다. 정념 스님은 어린이와 노인에 대해 각별한 마음을 표시했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무엇보다 집안 어른이 평안해야 그 기운이 부모와 아이들에게 전해져요. 거꾸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이 화목한 가정의 밑거름이 됩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가 있는 네팔에서 참혹한 사고가 나 안타깝습니다. 가난하다면 가난한대로, 넉넉하다면 넉넉한 마음으로 아픔을 나누는 것이 부처님 법으로 먹고사는 사람의 도리이기에 정성을 모았습니다.” 네팔 지진 사고 이후 1억 원을 쾌척하고 400여 개 군법당을 통해 네팔돕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장 정우 스님(63)의 말이다. 정우 스님은 지진이 발생하자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홍법문화재단과 회주로 있는 통도사 서울포교당 구룡사, 고양시 여래사에서 기금을 모아 지난달 26일 조계종 공익재단인 아름다운동행에 성금을 기탁했다. 2일 구룡사에서 만난 정우 스님은 네팔의 지인이 e메일로 보내온 네팔의 티베트 사찰 사진을 보여줬다. 네팔 포카라에 있는 이 사찰은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각 등이 파손돼 많은 수행자들이 노숙하고 있는 상태다. “네팔은 출가 이후 셀 수 없이 여러 번 찾은 나라입니다. 룸비니 공항 부근의 퓨처라이트 학교의 경우 20여 년 전부터 학교 건립과 운영에 힘을 보태왔습니다. 가난하지만 부처님의 법대로 항상 바르게 살아온 이들의 고통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정우 스님은 이번 네팔뿐 아니라 아이티 대지진, 일본 지진해일, 필리핀 대홍수 등 큰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적지 않은 성금을 기탁했다. “세계는 한 송이 꽃, 세계일화(世界一花)나 지구공동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한쪽이 아프면 다른 쪽도 성할 수 없죠. 우리나라가 전쟁과 가난으로 고통 받을 때 세계의 도움을 받은 것을 생각해서라도 다른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죠.” 정우 스님은 불교계뿐 아니라 개신교와 가톨릭 등 이웃 종교계의 구호활동과 시민들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요즘처럼 갈등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 관심과 배려야말로 가장 아쉬운 가치입니다. 힘을 보태는 모습을 보면서 어려운 시대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의 씨앗을 발견합니다.” 정우 스님은 불가피하게 자신의 이름이 앞섰지만 “구룡사와 여래사 신도들을 포함해 형편에 맞춰 마음을 내 준 불자들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정우 스님은 “네팔 지진에 대한 뉴스와 현지 지인들의 소식을 보면 피해 규모가 너무 커서 복구 과정에도 많은 시간과 재원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전국에 있는 군법당을 통해서도 꾸준하게 모금활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지난달 24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영취산 교단의 무생도량. 오락가락하는 비와 해무(海霧)가 어우러져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이곳은 불광산사와 자제공덕회(慈濟功德會)와 함께 대만 불교계를 대표하는 영취산 교단의 본산이다. 이 교단을 세운 심도 스님(67)은 중국인 부모 사이에서 미얀마 북부에서 태어난 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됐다. 1961년 대만에 건너와 25세에 출가했고 무덤과 토굴 등에서 수련하다 1984년 이 도량을 건립했다. 심도 스님은 미얀마 특유의 소승불교의 전통뿐 아니라 대만 특유의 대승적 불교관, 티베트 불교까지 섭렵해 “불법(佛法·부처님 말씀)은 하나다”는 취지의 세계 통합불교 운동을 펼쳐왔다. 그는 7월 18일부터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에 참석한다. 》 심도 스님을 만나기까지 짧지 않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집중 수행 중인 제자와 재가불자들을 위한 법문과 지도 등 수행 일과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8시경 붉은 빛이 감도는 승복을 입은 그가 들어섰다. 바쁜 일정 때문에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공부에 관해서는 피곤한 줄 모른다”며 웃었다. 심도 스님은 무엇보다 한국 불자와의 만남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나라마다 여건이 다르지만 불교, 불법은 하나다. 어찌 보면 불교를 포함한 종교, 나아가 정신문명의 세계가 현대에 들어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나누고 싶다.” 그는 종교가 많은 위기에도 유지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종교가)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종교 자체가 생명을 유지하고 존중하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심도 스님은 2001년 타이베이 시내에 세계종교박물관을 열었다. 이 과정에서 10만 명 이상이 직접적으로 힘을 보탰고, 세계 50만 명 이상의 교단 불자들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교단이 종교박물관을 세운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의 종교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때로 갈등의 원인이 된다. 하지만 불교, 유교, 도교, 기독교 등 다양한 종교 안에는 하나의 공통된 정신, 사랑이 바탕으로 깔려 있다. 박물관을 통해 종교인뿐 아니라 일반인들이 다른 종교를 이해하게 된다면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심도 스님은 여성 출가자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대만 불교계 상황과 관련해 “남성과 여성의 본성에 불심(佛心) 차이가 있느냐”고 묻자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현대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욕망과, 탐내고 집착하는 탐착(貪着)의 세계에 가까이 있고, 그것에 쉽게 빠진다. 남성들 특유의 오만과 자존심도 수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대만은 자제공덕회 등을 통해 여성 수행자가 불교 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고, 교단 내의 역할에서 한국과 달리 성에 따른 차별이 없다. 심도 스님을 명상대전에 초청한 한국 참불선원장 각산 스님과는 선문답도 펼쳤다. “스님의 행복은 어디에서 오는가.”(각산) “나의 모든 행복은 번뇌에서 온다. 하하.”(심도) “그런 마음은 어디에서 생기나.”(각산) “마음은 본래 생김이 없다.”(심도) 심도 스님과 한국 방문객들의 만남은 차분했지만 무거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심도 스님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사진을 찍었고, 스승의 흥미로운 말이 나오면 비구니 제자들이 여기저기서 웃음을 터뜨리는 등 생기가 넘쳤다. 어떻게 존경받는 ‘큰스님’이 이렇게 가깝고 친절할 수 있을까? “좋은 마음을 배우고 좋은 사람을 만나는데 어떻게 친절하지 않을 수 있나. 친절이 곧 자비의 시작이다.”(심도 스님)타이페이=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동산 스님이 한 여러 불사(佛事·사업) 중 으뜸은 인재를 키우는 ‘인재불사’였습니다. 인재육성을 통해 불교계는 물론 사회와 국가에 보탬이 되도록 한 그 정신은 오늘날에도 큰 의미를 갖습니다.” 30일 부산 범어사에서 열린 ‘동산대종사 열반 50주기 추모행사’ 간담회에 참석한 주지 수불 스님(63)의 말이다. 동산 스님(1890∼1965)은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인 용성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뒤 대처와 비구 간 갈등 시기에 비구의 입장에서 불교정화운동을 주도했다. 1962년 출범한 조계종 이전 종단에서 3차례 종정을 지내며 불교 발전의 초석을 쌓았다. 특히 성철, 지효, 지유, 능가, 고산, 광덕, 정관, 무진장 스님 등 200명 이상의 제자를 배출해 한국 선불교 중흥의 뿌리를 내린 선지식(善知識·수행자들의 스승)이었다. 동산 스님의 증손 제자뻘인 수불 스님은 “1993년 성철 스님이 입적하기 전에 시자 한 명만 데리고 와서 스승 동산 스님 탑전에서 삼배를 올렸다”고 회고했다. 범어사는 열반 50주년 기일인 11일 추모다례제와 스님의 정신을 조명하는 문도 세미나를 개최한다. 3∼11일에는 기념 사진전도 연다. 동산 스님은 왕성한 인재불사와 함께 불자들과의 다양한 만남을 마다하지 않아 ‘설법제일(說法第一)’로도 불렸다.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범어사 승가대학장 용학 스님은 “동산 스님은 법문도 뛰어났지만 법을 청하는 곳이라면 장소를 가리지 않았고, 대가도 바라지 않았다”며 “설법제일이라는 말에서 부처의 법을 제대로 전해 근본을 바로 세우겠다는 스님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수불 스님은 6·25전쟁 당시 동산 스님에 얽힌 일화도 전했다. “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범어사를 계속 찾아오자 궁핍한 절집 살림에 힘들다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어려워도 결코 사람들을 내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닭이 1000마리가 모이면 그중에는 반드시 봉황이 있다’며 사람을 품고자 했습니다.” 동산 스님이 생전 강조한 ‘감인대(堪忍待·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견디어내고 참고 기다린다) 정신’도 소개됐다. 범어사 율학 승가대학원장 수진 스님은 “동산 스님은 삶을 ‘감인대의 무대’로 자주 비유하시곤 했는데 이는 수행자뿐 아니라 정치, 경제적으로 어려운 우리 사회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말”이라고 말했다. 수불 스님은 최근 발생한 네팔 지진과 관련해 “부처님이 탄생한 네팔에서 큰 지진으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고 많은 분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생전 고난을 함께 나눠온 동산 스님의 정신을 회고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부산=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다음 달 16일 10만 개의 연등이 서울 광화문광장을 수놓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최근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와 연등회,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올해는 불기 2559년을 맞는 부처님오신날(5월 25일)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 등지에서 세계 각국의 고승들이 참여하는 기원대회(5월 15∼17일)가 겹쳐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기원대회에는 캄보디아 승왕 스님, 스리랑카의 시암종 부종정 등 해외 고승 300여 명과 세계종교지도자 협의회 사무총장, 미국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 수석 사제 등 이웃 종교의 지도자들도 참여한다. 이들은 16일 오후 2시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인 회의를 열고 ‘세계평화 기원 선언’을 채택한다.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10만 개의 연등 물결이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진다. 연등 행렬에서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태극기등을 비롯해 통일을 기원하는 한반도등,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마애삼존불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오후 8시에는 연등행렬 참여자들이 합류하는 무차대회(無遮大會)가 열린다. 무차대회는 스님과 속인을 가리지 않고 차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법회를 의미한다. 조계종은 무차대회에 불자뿐 아니라 연등회를 보려는 관람객까지 몰려 약 3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차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각국에서 다른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선정(禪定·마음을 바르게 집중하는 수행)에 드는 시간이다. 이때 광장에 모인 일반 참석자들도 함께 죽비소리에 맞춰 평화와 통일을 염원한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이번 대회는 세계 불교 역사상 보기 드문 최대 불교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사들에 앞서 조계종은 29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미륵사지탑등 점등식을 갖고 연등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다음 달 15일부터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 삼성동 봉은사, 청계천에서 전통 등 전시회가 열리고 17일 낮 12시에는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사찰음식과 공연, 참선 등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문화마당이 마련된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은 5월 25일 오전 10시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열린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다음달 16일 10만 개의 연등이 서울 광화문 광장을 수놓는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최근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를 위한 기원대회-세계 간화선 무차대회’와 연등회, 부처님오신날 행사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올해는 불기 2559년을 맞는 부처님오신날(5월 25일)과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 등지에서 세계 각국의 고승들이 참여하는 기원대회(5월 15~17일)가 겹쳐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기원대회에는 캄보디아 승왕 스님, 스리랑카의 시암종 부종정 등 해외 고승 300여명과 세계종교지도자 협의회 사무총장, 미국 세인트 존 더 디바인 대성당 수석 사제 등 이웃 종교의 지도자들도 참여한다. 이들은 16일 오후 2시 서울 그랜드 힐튼 호텔에서 세계평화를 위한 종교인 회의를 열고 ‘세계평화 기원 선언’을 채택한다. 같은 날 오후 7시부터 10만개의 연등 물결이 서울 중구 동국대에서 동대문과 종로를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이어진다. 연등 행렬에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태극기 등을 비롯해 통일을 기원하는 한반도 등, 평화와 화합의 의미를 담은 마애삼존불 등이 선보일 계획이다. 이어 오후 8시에는 연등행렬 참여자들이 합류하는 무차대회(無遮大會)가 열린다. 무차대회는 스님과 속인을 가리지 않고 차별 없이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하는 법회를 의미한다. 조계종은 무차대회에 불자 뿐 아니라 연등회를 보려는 관람객까지 몰려 약 30만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차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세계 각국에서 다른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한반도 통일과 세계 평화를 위해 선정(禪定·마음을 바르게 집중하는 수행)에 드는 시간이다. 이때 광장에 모인 일반 참석자들도 함께 죽비소리에 맞춰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게 된다.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 스님은 “남북한 화해와 평화를 넘어 전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이번 대회는 세계불교 역사상 보기 드문 최대 불교 행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행사들에 앞서 조계종은 29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미륵사지탑 등 점등식을 갖고 연등행사의 시작을 알린다. 다음달 15일부터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 삼성동 봉은사, 청계천에서 전통 등 전시회가 열리고, 17일 정오에는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사찰 음식과 공연, 참선 등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문화마당이 마련된다. 부처님오신날 법요식은 5월 25일 오전 10시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 열린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국내 7대 종단 협의체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를 중심으로 최근 ‘답게 살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성직자뿐 아니라 평신도 대표들의 결의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표현도 있습니다. “아침에 식사를 하면서 우리 신부님들과 ‘답게 살기’라는 말이 도대체 뭐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꼴값이란 말이 너무 비하돼 쓰지 못하는 것 아니냐. (하지만) 자기 분수, 자기 꼴에 대해 제대로 값을 하는 게 ‘답게 살기’의 정확한 뜻 아니냐.”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의 답게 살기 운동 선포식에서 나온 조규만 주교의 해석입니다. 조 주교의 말처럼 꼴값의 사전적 의미는 ‘얼굴값’을 속되게 이르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답게 살기 운동까지 벌어질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스님과 신부, 목사…. 종교 담당 기자이기에 이런 분들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몇 해 전 경상도에 있는 큰 절의 주지 스님을 만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여러 보살님(여성 신도)들과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제 입에서 주지 스님의 법명이 언급되자 자리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었습니다. 왜 왔느냐, 어떻게 주지 스님을 아느냐 등의 질문이 이어지다 한번 만나게 해 줄 수 있냐는 곤란한 부탁도 있었습니다. 사찰뿐 아니라 성당과 교회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가까운 신부와의 인연으로 모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이른바 상석에 앉아 갖은 호사를 누리게 됩니다. “남편에게도 주지 않는데 신부님을 위해 특별히 챙겼다”는 술까지 나오더군요. 개신교의 경우 기자들의 출입이 까다롭습니다. 특히 대형 교회는 기업이 아니면서도 홍보실 또는 비서실에 여러 번 전화를 걸어야 담임 목사와의 만남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어려움은 여기까지입니다. 일단 만남이 성사되면 담임 목사와 같이 있고, 대화를 나눈다는 이유만으로 부러워하는 신자들의 시선을 느끼게 됩니다. 요즘 종교인들만큼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경우도 드물죠. 신뢰도나 평판이 나빠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특정 공동체에서 이들은 아직도 절대적인 권위와 존경의 대상입니다. 작은 나뭇가지를 나무 전체로 보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많은 권한과 힘이 주어져 있지만 사회적으로 볼 때 보통 사람들의 기준에도 못 미치는 도덕성과 행태로 물의를 빚는 이들도 있습니다. 성직자들은 신앙적인 영역에서 평신자들을 이끌 수 있지만 ‘완전체’는 아닙니다. 역설적으로 이들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평신자들의 도움과 비판이 필요합니다. 특히 성직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위를 부여하는 우리 풍토에서는 눈높이의 대화가 빠져서는 안 됩니다. 그래야 조 주교의 표현을 빌리면 ‘제대로 꼴값하는 성직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절은 목욕탕입니다. 육신의 때를 벗기는 곳이 목욕탕이라면 마음의 때를 벗기는 곳이 바로 절입니다.” 속리산 법주사 조실이자 국제구호단체 천호희망재단 이사장으로 산수(傘壽·팔순) 기념 서예전을 여는 월서 스님의 말이다. 29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막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월서 스님이 쓴 서예작품 300여 점과 스님이 소장해 온 큰스님과 유명 작가들의 작품 50여 점이 출품된다. 이번 전시에는 근현대 선지식들의 오도송과 열반송을 테마로 한 작품들이 많다. 선과 서예를 하나로 본 ‘선묵일여(禪墨一如)’의 정신을 추구한 작품들이다. 이 전시회는 2007년 월서 스님이 북한 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해 열었던 첫 전시회에 이은 두 번째 개인전이다. 전시회 수익금은 미얀마 오지 학교 건립 기금과 장학금 마련을 위해 사용된다. 5월 5일까지. 02-720-1161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