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78

추천

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likeda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건강77%
칼럼17%
인사일반3%
보건3%
  • “코로나 중환자 수 급증… 격리시설-병상 확대 필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폭증하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소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중증으로 병세가 악화되는 환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중환자실을 기존 4병상에서 20병상으로 늘렸다. 중환자 치료 관련 8개 과목 전문의로 구성된 대한중환자의학회가 지원에 나섰다. 홍성진 대한중환자의학회장(사진)으로부터 코로나19 중환자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 코로나19 환자 중 중환자로 악화되는 비율은…. “신종 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환자들은 증상 발현 평균 1주일 후에 중증으로 진행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산소 치료, 인공호흡기, 에크모 치료를 받는 중환자는 10일 이후 줄곧 100∼120명 정도다. 외국 논문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5% 정도가 중환자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없다.” ― 중환자가 되면 어떤 임상적 특징을 보이는가. “고령(60세 이상)이 핵심적인 사망요인 중 하나다. 60대 치사율은 1.7%, 70대는 6.4%, 80대는 13.5%로 높아진다. 기저질환이나 비정상적인 혈액검사 소견(중성 백혈구 증가 등)도 연관돼 있다. 폐렴이 심해지면서 호흡 곤란이 오고 패혈증, 심부전, 신부전 등의 합병증이 생겨 사망으로 이어진다.” ― 중증환자 발생을 어떻게 전망하나. “25일 누적 확진자 수가 9137명이다. 이 중 126명이 사망해 치사율은 1.4%다.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지난달 29일 전국 신규 확진자 수가 90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중환자 수도 크게 늘었다. 코로나19에 집중하면서 일반 중환자 치료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발열 환자의 코로나19 검사에 따른 치료 지연과 응급실 적체, 다른 응급질환 진료 공백 등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 격리 목적의 경증 환자가 중환자 병상에 있기도 한다. 중증 의심환자를 먼저 격리 치료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중환자실 병상과 장비, 의료 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이 밖에 환자 분류, 자원 활용, 이송 시스템 등에서 전문가들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한다.” ― 중환자의학회의 지원 계획은….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가 가장 많아 학회가 중환자의학 전문의와 간호 인력을 대구동산병원에 파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중·대형 병원 소속 의료진이어서 언제까지 자원봉사를 계속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지원이 절실하다.” ― 중증으로 악화되는 걸 막으려면…. “결국 면밀히 지켜보아야 한다. 조기에 중환자를 찾을 수 있도록 호흡 곤란, 폐렴 진행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특히 고령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이 중증으로 진행할 확률이 높으므로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료진 20명이 ‘무증상-경증 환자’ 190명 밤새 관찰

    12일 오후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찾은 경북 경주시 대구경북2생활치료센터. 이곳의 첫인상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자원한 간호사 9명과 간호조무사 9명, 공중보건의 6명, 고려대의료원 의료진 2명 등 20여 명이 경증환자 약 190명을 돌보았다.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환경부, 국방부, 119 소방본부 등 60여 명의 파견 공무원도 함께였다. 생활치료센터의 근무 여건은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의료진은 일손이 모자라 2교대로 일했다. 식사는 도시락으로 해결했고, 숙소가 부족해 주변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의료진도 있었다. 주변 분위기도 흉흉했다. 식당 문을 연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택시 운전사도 생활치료센터 방향으로 가면 혹시 확진자가 아니냐고 물었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원과 달라 2일 처음 문을 연 센터는 초기 234명이 입소했지만 퇴소자가 많이 생기면서 매일 줄고 있다. 25일까지 총 178명이 퇴소했다. 생활치료센터는 전국에 18곳이 운영 중이다. 전체 입소 가능 정원은 4000여 명. 이곳 환자들은 대개 2주 동안 머물며, 자가 격리를 포함해 2주 뒤 24시간 간격으로 2번의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면 퇴소한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원과는 전혀 달랐다. 대부분 무증상이나 경증 환자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치료보다 환자 상태를 관찰, 관리하고 검체 검사를 한 뒤 퇴소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따라서 환자의 심리적 불안을 달래는 게 중요했다. 초기 심리치료사가 와서 환자들을 전화로 상담하기도 했지만 자원봉사를 마친 뒤 이를 이어나갈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전화 상담을 고스란히 간호사들이 하고 있다. 하루에 연락이 오는 전화만 200통이 넘었다. 주로 생활하다가 불편하거나, 언제 나갈 수 있는지, 또 코로나19 검사 결과가 궁금하다는 문의들이다. 일일이 받다 보니 의료진의 피곤이 누적돼 여기저기 책상에 엎드려 있기 일쑤. 의료 봉사자인 이경남 수간호사(52)는 “환자들 관리도 대부분 전화로 하기 때문에 환자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힘들지만 환자들이 ‘의료진, 너무 고맙습니다. 파이팅!’이라고 쪽지에 적어 보여주거나 환자들이 퇴소한 뒤 전화를 걸어와 ‘까다롭게 굴어 미안하다. 고생하셨다’고 할 때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주로 하루 일과는 환자들 검체 채취 생활치료센터에서 가장 주된 업무는 오전 전체회의 뒤 환자들의 검체를 채취하는 것이다. 온몸을 뒤덮는 방호복을 착용한 의료진이 퇴원을 앞둔 20∼30명의 환자에게 검체를 채취한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는 일일이 환자들을 찾아가 검체를 채취했지만 이곳은 환자들을 복도로 나오게 해서 검사했다. 가족들이 한꺼번에 입소한 경우도 있다. 나이가 어린 경우 검체 채취에 어려움을 겪는데 이때는 부모 도움을 받았다. 실제로 정신지체 장애인이 입소한 경우 검사가 쉽지 않았다. 검사를 무서워해 이를 거부했기 때문. 한동안 어르고 달랬지만 계속 도망을 다녔다. 그러길 20분, 결국 심하게 거부하는 장애인의 양팔을 부모가 모두 붙잡아 겨우 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온몸에 땀이 줄줄 나는 순간이었다. 이날 오후도 긴장의 연속이었다. 65세 할머니가 X선 검사에서 폐렴 소견을 보였고 37.5도의 열이 발생한 것. 이곳에 파견된 복지부, 행안부, 119 소방본부 공무원들에게도 비상이 걸렸다. 결국 의사들과 상의한 끝에 포항의료원으로의 이송을 결정했다. 생활치료센터는 병원이 아니어서 갖춰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는 별로 없다. 감기 증상을 가라앉힐 수 있는 정도의 비상약품 정도다. 병원이 아니다 보니 처방전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가령 환자에게 필요한 약(항생제 고혈압 당뇨병 등 처방전이 필요한 것들)을 처방받으려면 공중보건의들이 손으로 처방전을 쓴 뒤 해당 약국에 팩스를 보내거나 가족들이 대신 약을 받아야 한다. 약품 배달 서비스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 근무자 등 개인별 소독을 위해 설치한 공중전화 박스 모양의 자외선 대인 소독기 2대도 눈길을 끌었다. 손장욱 고려대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입소 환자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으로 몸 상태를 일일이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환자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해 위험 시그널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다”며 “환자들이 힘들어할 때는 고려대의료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진과 심리 상담을 위한 핫라인도 구축했다”고 했다.경주=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료계의 제안, 전세계가 주목했다[이진한의 메디컬 리포트]

    생활치료센터와 드라이브스루, 워크스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대표적인 방안이다. 이들은 보건 당국이 아닌 의료계가 먼저 제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량을 이용한 코로나19 진단 검사인 드라이브스루는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이 처음 제안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경기 고양시 덕양구보건소 등에서 도입해 빠른 검사 속도로 확진자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하고 있다. 드라이브스루는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곳에 들어가 검사하는 워크스루는 보라매병원이 지난달 10일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이를 시작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일본 아사히신문에 소개됐다. 환자들의 대기 시간을 줄이고,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증환자만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는 어떤가. 지난달 18일 이후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이들을 제때 입원시킬 방법이 없었다. 당시 보건복지부 간부가 대구의 한 병원을 찾아가 “병상이 이렇게 많은데 왜 빨리 이들을 수용할 생각을 안 하느냐”며 닦달했다. 그때 해당 병원 의료진들은 밀접 접촉자를 만나 자가 격리된 상태였다. 병원장은 “환자를 입원시킨들 이들을 돌봐줄 의료진이 없다”고 반박했다. 당시 보건 당국 관계자들이 의료계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 당국은 대한의사협회 등이 제안한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지난달 말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대구로 내려가 의료진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지난달 29일에는 10개 국립대 병원장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후 방역 당국의 대처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달 2일 대구의 중앙교육연수원, 4일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이 생활치료센터로 탈바꿈했다. 당시 대구시는 체육관이나 운동장, 대규모 캠핑카 시설 등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 생활치료센터가 생기면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했던 2000여 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외국처럼 큰 체육관에만 집단 수용했다면 증상이 악화돼도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사망자가 늘었을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올 1월부터 중국 입국자 금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는 우한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만 입국을 금지했다. 아쉽게도 중국 입국 금지가 부분적으로만 이뤄져 국내 확진자 급증의 빌미를 줬다. 이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 2주간 자가 격리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진작 시행했어야 하는 조치였다.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도 코로나19 방역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은 대구지역 의사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흡사 조선시대 의병들처럼 전국에서 의사 250여 명이 대구로 달려갔다. 간호사 1300여 명도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이를 지켜본 한 의사는 “일본의사회는 의사들의 감염 우려 때문에 검체 검사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한국 의사들은 무식하고 용감해서 ‘내가 안 하면 누가 하겠느냐’며 위험한 검체를 검사하고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했다.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어느 의사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괜찮은데 다른 의료진이 자가 격리되고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기자는 최근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중환자실이 없어 전북대병원에 이송한 87세 중증환자를 이흥범 중환자실 의료팀이 살려낸 것을 보았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던 환자도 대구 의료진의 땀과 가족의 헌신으로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헌신하는 자세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코로나19 극복에 나선 의료진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보건 당국은 최근 17세 고등학생의 사망 원인이 검사실의 오염이라며 영남대병원 검사실을 즉각 폐쇄했다. 진단 키트 오류 가능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섣부른 중간조사 발표로 병원 검사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요양 병원이 명령을 위반해 집단 감염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의료계는 토사구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역 실패가 바이러스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의 잘못은 아니지 않은가.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존중하며 협력해야 할 때다.이진한 의학전문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드라이브 ·워크 스루…한국 의료계의 제안, 전세계가 주목했다

    생활치료센터와 드라이브 스루, 워크 스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 대표적인 방안이다. 이들은 보건당국이 아닌 의료계가 먼저 제안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차량을 이용한 코로나19 진단검사인 드라이브 스루는 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이 처음 제안했다. 칠곡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경기 고양시 덕양구보건소 등에서 도입해 빠른 검사 속도로 확진자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하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는 미국, 일본 등 각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공중전화 박스처럼 생긴 곳에 들어가 검사하는 워크 스루는 보라매병원이 지난달 10일 시작했다. 이달 초에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이를 시작해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일본 아사히신문에 소개됐다. 환자들의 대기시간을 줄이고, 의료진은 감염 위험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증환자만 입소하는 생활치료센터는 어떤가. 지난달 18일 이후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자 이들을 제때 입원시킬 방법이 없었다. 당시 보건복지부 간부가 대구의 한 병원을 찾아가 “병상이 이렇게 많은데 빨리 이들을 수용할 생각을 안 하느냐”며 닦달을 했다. 그때 해당 병원 의료진은 밀접 접촉자를 만나 자가 격리가 된 상태였다. 병원장은 “환자를 입원시킨들 이들을 돌봐 줄 의료진이 없다”고 한다. 보건당국 관계자들이 의료계 현실을 너무 모른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대한의사협회 등이 제안한 생활치료센터 아이디어를 수용했다. 지난달 말에는 정부 관계자들이 대구로 내려와 의료진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지난달 29일에는 10개 공립 병원장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후 방역당국의 대처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달 2일 대구의 중앙교육연수원, 4일 문경 서울대병원인재원이 생활치료센터로 탈바꿈했다. 당시 대구시는 체육관이나 운동장, 대규모 캠핑카 시설 등을 대안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전국 곳곳에 생활치료센터가 생기면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했던 2000여 명의 환자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외국처럼 큰 체육관에만 집단 수용했다면 증상이 악화돼도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사망자가 늘었을 것이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올 1월부터 중국 입국자 금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부는 우한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만 입국을 금지했다. 아쉽게도 중국 입국 금지가 부분적으로만 이뤄져 국내 확진자 급증의 빌미를 줬다. 이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 2주간 자가 격리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진작 시행했어야 하는 조치였다. 의료진의 자발적 참여도 코로나19 방역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대구지역 의사들의 도움을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흡사 조선시대 의병들처럼 전국에서 의사 250여 명이 대구로 달려왔다. 간호사 1300여 명도 도움의 손길을 보내왔다. 이를 지켜본 한 의사는 “일본의사회는 의사들의 감염 우려 때문에 검체 검사를 안 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한국 의사들은 무식하고 용감해서 ‘내가 안하면 누가 하겠느냐’면서 위험한 검체를 검사하고 환자들을 치료한다”고 했다.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어느 의사는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것은 괜찮은데 다른 의료진이 자가 격리되고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기자는 최근 대구에서 의료봉사를 하면서 중환자실이 없어 전북대병원에 이송한 87세 중증환자를 이흥범 중환자의학팀이 살려낸 것을 보았다. 가족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던 환자도 대구 의료진의 땀과 가족의 헌신으로 퇴원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헌신하는 자세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코로나19 극복에 나선 의료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보건당국은 최근 17세 고등학생의 사망 원인이 검사실의 오염이라며 영남대병원 검사실을 즉각 폐쇄했다. 진단키트 오류 가능성 등을 감안하지 않은 섣부른 중간조사 발표로 병원 검사 전체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요양병원이 명령을 위반해 집단감염이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의료계는 토사구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방역 실패는 바이러스와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만의 잘못은 아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존중하며 협력해야 할 때다. 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5
    • 좋아요
    • 코멘트
  • 차 없이, 노약자도 안전하게… 코로나 선별 1인 진료소 ‘워크스루’

    의료진과 환자와의 감염을 최소화 한 것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이브스루에 이어 워크스루도 인기를 끌고 있다. 워크스루는 유리벽으로 된 공중전화 박스 모양에 의심환자가 들어가면 의료진이 장갑 달린 구멍을 통해 검체를 채취하는 방식이다. 1인 진료부스인 셈이다. 이러한 워크스루는 최근 미국 워싱턴포스트 1면과 일본의 아사히신문에서도 크게 소개가 됐다. 세계적 화제가 된 ‘드라이브스루’는 자가 차량 이용자에 한정된 검사다. 넓은 공간 확보가 어려운 여건에서는 시행하기 힘들다. 그러나 1인 진료부스는 차량이 없는 환자와 노약자도 편리하고 안전하게 검사할 수 있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서울시 보라매병원이 지난달 10일부터 시작해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에서도 3월 초 시범운영을 거쳐 16일부터 이러한 방식으로 검체 채취를 시작하고 있다. 보라매병원의 워크스루는 ‘글로브-월’이라는 이름으로,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감염안전진료부스 또는 워크스루 ‘SAFETY’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내부 중앙에는 아크릴 유리벽을 두고 검사자와 의료진의 공간이 철저히 분리됐다. 이곳에서 의료진은 글로브가 설치된 유리벽을 이용해 맞은편 검사자와 직접 접촉 없이도 검체를 채취할 수 있다. 내부에는 음압기기를 별도로 설치해 내부 공기의 외부 유출을 차단한다. 의료진의 공간은 검사자와 동선까지 완벽히 분리돼 의료진과 환자의 2차 감염 우려도 크게 낮출 수 있고, 레벨D 방호복 없이도 안전하게 검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보라매병원 선별진료소에 근무 중인 김민정 간호사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레벨D 방호복을 장시간 착용해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체력소모가 심했다”며 “글로브-월 시스템 설치로 비닐가운과 N95마스크 등 필수적인 보호구만 착용하면 검체를 채취할 수 있어 간편하고 피로도 덜하며, 방호복 착용으로 인해 검사가 지연되는 상황도 크게 개선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일 병원장은 “지역별 확진 환자 증가로 방호복, 마스크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감염위험을 줄여 효율적인 진료, 검사가 가능하다”며 “SAFETY시스템은 선별진료소를 힘겹게 운영하는 전국의 중소 지역거점병원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로나19 진단 혼란… 검사키트는 문제없나

    최근 폐렴 증상을 보인 17세 고등학생이 사망하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 신뢰성을 놓고 보건당국과 대학병원이 공방을 벌였다. 대학병원은 총 9번의 검사를 진행했는데 마지막에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8번째 검사는 모두 음성이었고 마지막 검사에서는 양성이 약하게 나왔다. 보건당국은 검사실의 문제로 판단해 해당 대학병원의 진단검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그런데 검사키트의 위양성(코로나19 음성인데 양성으로 잘못 판정하는 것) 문제는 없었을까. 최근 기자가 경북 경주시 생활치료센터에서 의료봉사를 했을 때 1차 유전자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지만 2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이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검사자의 잘못 혹은 검체의 문제로만 돌리기에는 해당 사례가 너무 많았다. 실제 30명의 1차 음성 판정 가운데 20여 명이 양성으로 나왔다. 사망자의 검체를 검사한 4가지 검사키트는 음성으로 나왔는데 유독 한 업체에서만 양성이 나왔다면 검사키트 자체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총 다섯 종류의 검사키트가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이들을 이용한 검사 건수는 현재까지 30만 건이 넘는다. 검사키트의 성능을 어느 정도 판별할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검사키트의 위양성, 위음성 등 평가지표는 한 달 정도면 나오기 마련인데 아직까지 아무 얘기가 없다. 만약 지난해에 17세 고등학생 사망과 같은 환자가 나왔다면 어땠을까. 고열이 있고 X선 사진에서 폐렴 소견이 나왔다면 의료진은 당연히 환자를 입원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입원 이후 코로나19 판정이 나면 중소병원은 시설 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어서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응급상황은 언제든 생길 수 있다. 입원환자가 코로나19로 확진돼 병동 폐쇄를 경험한 김상규 푸른병원장은 “모든 의료진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의심환자가 왔기에 병동 일부만 2주간 코호트 격리됐다”며 “중소병원을 2주 동안 폐쇄하면 환자들에게도 불신을 받는 등 치러야 할 비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급성충수염(맹장염) 환자가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고열이 난다는 이유로 입원이 지체된 일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병원을 폐쇄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한다. 푸른병원 사례처럼 병동을 부분적으로 폐쇄하거나, 소독을 마치면 신속히 재개하는 융통성이 필요해 보인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톡투 건강 핫클릭]갑상샘암은 착하다?… 수술 어려운 ‘나쁜 암’도 있어요

    갑상샘(선)암은 여성암 가운데 가장 많은 발생률을 차지한다. 전체 암 발생률 중에서도 세 번째. 최근 언론매체와 인터넷을 통해 일반인들의 이해가 높아졌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한 오해도 많다. 대부분 완치율이 높은 편이지만 사망률이 높은 난치성 갑상샘암도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청에서 200여 명의 시민이 모인 가운데 열린 ‘강남 건강토크쇼’에서는 갑상샘암에 대한 다양한 치료정보가 공유됐다. 이날 강사로 참석한 장항석 강남세브란스병원 암병원장의 도움을 받아 난치성 갑상샘암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갑상샘암은 착한 암? 갑상샘암은 크게 유두암, 여포암, 수질암, 미분화암의 4가지로 나뉜다. 여기에 악성 림프종, 편평 상피암, 갑상샘으로 전이된 암도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유두암이 95% 이상을 차지한다. 김, 미역 등 요오드 함량이 높은 해조류를 많이 섭취하는 지역에서 유두암이 자주 발견된다. 반대로 요오드 결핍 지역에서는 여포암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 유두암, 여포암은 ‘착한 암’으로 불릴 정도로 치료가 잘된다. 그러나 오래 방치하면 분화가 나쁜 암으로 변하거나 치료가 불가능한 암으로 변할 수 있다. 장 원장은 “갑상샘암은 공격성이 약하고 천천히 퍼지기 때문에 암 중에서는 치료가 용이한 편이다.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장기적 관찰 결과에서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갑상샘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첫 수술이 중요하다. 첫 수술이 완벽하지 못하면 재발 확률도 높은 편. 장 원장은 “처음 진단 때부터 진행이 많이 이뤄져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갑상샘암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발에도 수술 성공률 높아 갑상샘암이 퍼지는 양상을 보면 갑상샘 조직 내에서 암세포가 확산되기 시작한다. 이어 암세포가 갑상샘을 싸고 있는 피막을 뚫고 나오는데, 갑상샘 주위 림프샘(50∼80%)이나 목 근처 림프샘(10∼20%)으로 퍼진다. 나머지 약 10%는 폐, 뼈, 연부조직, 뇌, 간 등으로 원격 전이가 이뤄진다. 암 진행 정도에 따라 1∼4기로 나뉘는데 생존율은 1기가 90∼95%, 2기가 80∼85%, 3기가 70∼75%, 4기가 40∼45%로 조사됐다. 갑상샘암도 수술 뒤 재발할 수 있다. 갑상샘을 수술 부위 근처의 림프샘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세하게 남아있던 갑상샘 조직에서도 재발된다. 반대편 갑상샘을 남겨둔 경우 남은 쪽에서 재발하는 경우도 5∼10%가량 된다. 이 밖에 가슴 속의 종격동이나 폐, 뼈로 전이되는 경우도 재발로 분류된다. 갑상샘암이 재발하는 경우 해당 부위를 수술해 완벽히 절제하는 게 효과적이다. 이후 고용량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외부 방사선 치료 등을 추가한다. 최근 수술기법의 발전으로 암세포가 기도나 식도, 심장으로부터 나오는 중요 동맥, 가슴 속 중요 혈관을 침범한 경우에도 수술이 가능해졌다. 장 원장은 “뼈나 폐에 전이된 경우에도 수술로 제거하고 핵의학 및 방사선 치료를 추가하면 예후가 좋다”고 말했다.■ 난치성 갑상샘암 치료 난치성 갑상샘암은 치료가 어려운 편으로 저분화암, 미분화암, 재발 혹은 전이된 암을 통칭한다. 난치성 갑상샘암은 수술이 어렵고, 기존 방사성 요오드 치료나 갑상샘 호르몬 요법에도 치료효과가 좋지 않다. 장 원장은 “추가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될 경우 난치성으로 본다”고 말했다. 난치성 갑상샘암은 확정된 치료법이 없고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방법이 선택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암 치료에서 최상의 치료는 완벽한 절제다. 장 원장은 “반복 수술이 힘들지만 이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아직 없다. 환자가 치료하겠다는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원장은 “향후 분자생물학 연구를 통해 표적항암제 등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면 좀 더 희망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대구가톨릭대병원 음압병실 이용, 코로나 중증환자 ‘임종실’ 만들어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임종실을 19일 열었다. 코로나19 환자 가족들이 감염 우려로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19일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존엄하게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을 권리가 있다”며 “격리돼 외롭게 임종을 맞는 환자분과 가족들에게 위안을 드리기 위해 코로나19 관리병동에 임종실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망자들은 입원과 동시에 가족과의 면회도 차단된 채 죽음을 맞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시신이 화장될 때에만 가족 대표가 방호복을 입고 이를 지켜볼 수 있을 뿐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음압병실 1인실을 임종실로 꾸몄다. 외부 공기와 차단되는 음압병실이어서 유지가 쉽지 않다. 병원 관계자는 “임종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품위있는 임종을 맞을 수 있도록 했다. 의미 있는 이별이 되도록 임종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종실은 가족 대표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다. 입실 전 레벨D 방호복 착용은 필수. 위중환자는 체내 바이러스 양이 많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가족들의 환자 면회를 막았다. 대구가톨릭대는 가족 대표가 입실 전 방역 교육을 반드시 받도록 했다. 가족 대표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 임종을 지킬 수 있다. 임종을 마치고 방호복을 벗을 땐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다. 방호복을 벗는 과정에서도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 가족 대표는 14일 동안 자가 격리된다. 다만 가족 대표의 건강 상태와 연령에 따라 입회가 제한될 수 있다. 추가 비용은 없다. 이와 관련해 코로나19 환자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가족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중환자들은 섬망(환각 등 의식장애) 현상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가족이 아닌 방호복 차림의 낯선 의료진을 보면 심리적으로 불안해져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에 따라 코로나19 위중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가족과의 유대감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 위중환자가 가족의 사진과 편지를 받은 뒤 상태가 호전된 사례도 있다.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랑하는 가족의 이야기를 하거나 친숙했던 과거 이야기를 하는 것도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병원들도 가족 대표가 중환자실에 출입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전주영기자 aimhigh@donga.com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쓰던 마스크, 주머니에 넣거나 턱에 걸치지 마세요”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지만 공급 부족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의료진 등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우선 쓰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사진)로부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 봤다. 현재 손 교수는 대구경북 2생활치료센터에 파견돼 진료를 보고 있다. ―요즘에도 병원에 마스크가 많이 부족한가. “그렇다. 수술방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도 면 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다. 병동에 지급하는 마스크도 배급제 형태로 아껴서 사용하는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 기준이 있나.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얼마나 적절히 사용하느냐가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중요하다. 마스크를 꼭 써야 하는 사람은 호흡기나 발열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들이다. 자신의 비말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따라서 호흡기 증상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다면 방역 효과는 크지 않다.” ―건강한 사람이 마스크를 쓰면 잘못이란 건가.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마스크 쓰기에 너무 몰두하면 오히려 손 씻기에 소홀할 수 있다. 마스크 쓰기보다 중요한 게 손 씻기다. 물론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장시간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가 다시 사용하기 위해 주머니에 보관하거나 턱에 걸치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마스크 표면에 묻은 오염물이 주머니에 묻거나, 턱에 묻은 오염물이 마스크 안쪽에 묻어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 ―미국에선 마스크 사용을 권하지 않는데…. “미국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마스크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들이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마스크는 비말을 막는 데 효과적이지만 ‘마스크 착용이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부적절한 마스크 사용으로 오히려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마스크로 입만 가리거나, 마스크 앞면을 손으로 만지면 의미가 없다. 마스크를 최대 몇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도 없다. 마스크 사용 시간은 오염 정도나 습도에 영향을 받는다.” ―올바른 마스크 관리법은…. “마스크가 오염됐다면 계속 사용하지 말고 버려야 한다. 마스크를 벗을 때도 표면을 잡으면 손이 오염될 수 있다. 오염된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감염 가능성이 있다. 사용한 마스크는 끈을 잡고 벗고,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6개월 소아도 ‘인공와우’ 수술로 난청치료 가능”

    선천성 난청은 신생아 1000명 중 5명이 앓는 질환이다.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효과가 높아 부모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치료법은 인공와우 수술로 생후 6개월 된 아이도 받을 수 있다. 조기에 난청을 바로잡으면 아이의 학업 능력을 높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건강보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부터 선천성 난청 조기 치료에 대해 들어봤다. ―신생아 조기 진단과 치료법은…. “요즘 대부분의 신생아들은 청력검사를 받는다. 이를 통해 난청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는 수술 또는 보청기 사용이다. 치료를 받아야 하는 청력 기준은 70dB(데시벨)이다. 70dB은 에어컨 실외기 소음이다.”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어떻게 다른가. “보청기는 소리를 크게 만들어 잘 듣게 해 주는 장치다. 만약 청력이 너무 나빠 소리를 아무리 증폭해도 안 들리면 인공와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 수술로 전극을 삽입해 달팽이관 안에 있는 청각신경을 자극하는 치료법이다.” ―보청기를 써도 되는데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나. “현재는 양쪽 귀의 청력이 70dB 이상으로 나빠야만(1세 미만은 양쪽 90dB 이상) 건강보험 지원이 가능하다. 그런데 소아와 성인의 기준이 다르다. 소아의 경우 양쪽 귀가 70dB이 안 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한쪽은 90dB로 거의 못 듣고, 나머지 귀는 60dB일 때다. 이런 경우에는 보험 혜택이 없다. 한쪽 귀가 70dB이 넘는 환아도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보청기를 착용한 50dB 수준의 아이가 듣는 수준과 비슷했다. 인공와우 수술이 보청기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와우는 위험한 수술인가. “일각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위험한 수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술 난도가 낮고, 시간도 1∼2시간 정도 걸린다. 달팽이관 안에 전극만 삽입하는 것이어서 뇌수술과도 관련이 없다.” ―수술을 받으면 바로 청력이 개선되나. “성인 난청인은 과거에 소리를 잘 들었던 경험이 있어 재활치료를 받으면 한 달 내에 잘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소아는 뇌에서 소리를 감지하는 청각로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수술 직후에는 소아의 언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10년에 걸쳐 서서히 청력이 올라간다. 인내심을 갖고 옆에서 도와줘야 한다.” ―소아 수술 시기는 언제가 적기인가. “5세 이전에 청각로가 만들어지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어릴 때 수술할수록 좋다. 서울아산병원 조사에 따르면 늦게 수술한 아이일수록 성적이 서서히 떨어지는 사례가 발견됐다. 최근에는 생후 6개월에 수술을 하기도 한다.” ―너무 어리면 부작용이 우려될 것 같은데…. “아니다. 유전적인 난청의 경우 첫째 아이의 수술 결과가 좋아 둘째 아이 수술을 일찍 하는 부모도 있다. 호주 의료계 연구에 따르면 생후 6개월 때 수술한 아이가 거의 정상과 같은 청력 발달을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도 건강에 이상이 없으면 어릴 때 수술을 한다.” ―인공와우와 관련해 최근 어떤 제품들이 나왔나. “인공와우 기술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최신 전극을 적용한 수술을 100건가량 시행했다. 최신 전극은 청신경 모양에 가깝게 굽어 있으면서 얇게 만들어진 것을 말한다.” ―아이가 난청이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난청으로 태어났더라도 보청기나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신속히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美선 마스크 사용 권하지 않는다? 마스크 착용 오해와 진실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지만 공급 부족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의료진 등 마스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우선 쓰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손장욱 고려대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로부터 마스크 착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어봤다. 현재 손 교수는 대구경북 2생활치료센터에 파견돼 진료를 보고 있다.―요즘에도 병원에 마스크가 많이 부족한가. “그렇다. 수술방에서 사용하는 마스크도 면 마스크를 구입하고 있다. 병동에 지급하는 마스크도 배급제 형태로 아껴서 사용하는 상황이다.”―마스크 착용 기준이 있나. “물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마스크를 얼마나 적절히 사용하느냐가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중요하다. 마스크를 꼭 써야하는 사람은 호흡기나 발열 증상이 있는 의심환자들이다. 자신의 비말이 퍼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다. 따라서 호흡기 증상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다면 방역효과는 크지 않다.”―건강한 사람이 마스크를 쓰면 잘못이란 건가.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건강한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마스크 쓰기에 너무 몰두하면 오히려 손 씻기에 소홀할 수 있다. 마스크 쓰기보다 중요한 게 손 씻기다. 물론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과 장시간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마스크를 써야한다. 마스크를 잠시 벗었다가 다시 사용하기 위해 주머니에 보관하거나 턱에 걸치는 경우가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마스크 표면에 묻은 오염물이 주머니에 묻거나, 턱에 묻은 오염물이 마스크 안쪽에 묻어 감염에 취약해질 수 있다.”―미국에선 마스크 사용을 권하지 않는데. “미국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해 마스크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들이 진행됐다. 이에 따르면 마스크는 비말을 막는데 효과적이지만 ‘마스크 착용이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이다’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부적절한 마스크 사용으로 오히려 감염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마스크를 입만 가리거나, 마스크 앞면을 손으로 만지면 의미가 없다. 마스크를 최대 몇 시간이나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학적 근거도 없다. 마스크 사용시간은 오염정도나 습도에 영향을 받는다.”―올바른 마스크 관리법은. “마스크가 오염됐다면 계속 사용하지 말고 버려야한다. 마스크를 벗을 때도 표면을 잡으면 손이 오염될 수 있다. 오염된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감염 가능성이 있다. 사용한 마스크는 끈을 잡고 벗고, 반드시 손을 씻어야한다.”대구=이진한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8
    • 좋아요
    • 코멘트
  • 경북대병원, 대구2 생활치료센터 경증환자 격리자 153명 퇴소

    대구에서 두 번째로 경북대병원이 맡아 운영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구2생활치료센터(경북대 기숙사) 격리해제자가 최근 3일(15~17일) 동안 15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시설로는 가장 많은 규모. 8일부터 시작한 대구2 생활치료센터의 입소 인원은 380여 명. 생활치료센터 중 가장 많은 인원이다. 이재태 생활치료센터장(경북대병원·사진)은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에서 확진된 환자 중 당장 의학적으로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경증환자들이 오는 곳”이라며 “순차적으로 퇴소를 시키고 있어서 현재는 212명이 입소해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 상주하는 의료진은 의사 14명과 간호사 30명 등이다. 경북대병원에서 파견된 3명의 의대교수, 공중보건의사 10명, 군의관 1명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임무는 입원한 환자들이 경증인지 여부를 진단하고, 환자들이 불편해 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 이곳에 입소한 환자들의 퇴원은 언제쯤 이뤄질까. 이 교수는 “입소 일주일 지난 뒤 검사를 해서 두 번에 걸쳐 음성이 나오면 퇴원 절차를 거치며 양성이 나오면 다시 일주일 뒤에 검사를 한다”면서 “만약 양성 중에서 약한 양성 나오면 3일 뒤에 검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커 관리에 어려움이 많느냐는 질문에 이 센터장은 “대부분 1인실에 들어가 있어서 큰 혼란은 없는 상태”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렇게 센터를 만들어 최선을 다해 운영하고 있다. 반드시 극복하겠다는 마음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8
    • 좋아요
    • 코멘트
  • “중증으로 진행 환자 크게 느는데… 전문 의료인력 부족 애태워”

    11일 대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1층 로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팽팽한 긴장이 감도는 이곳에 갑자기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함성 사이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19 치료 지원을 위해 대구로 온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23명이었다. ○ 백의(白衣)의 용사(勇士)들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주춤한 건 맞지만 아직도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경증환자 전담치료시설)에는 5171명(15일 기준)의 환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현장의 의료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자원한 의료진이 계속 대구로 오고 있다.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은 동산병원 간호사들을 주축으로 해서 서울아산병원과 고려대구로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간호사 16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남성일 대구동산병원 기획실장은 “중환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전문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며 고마워했다. 이들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간호 인력은 크게 부족하다. 이 병원 일반병동은 한 병동당 50∼60명의 코로나19 환자를 간호사 3명씩 교대로 책임지고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를 보는 틈틈이 청소하고 식사도 나르느라 쉴 틈이 없다. 중증이 아니어도 거동이 힘든 환자에게는 직접 음식도 떠먹여 준다. 중환자실 근무 경력이 많은 김수련 세브란스병원 간호사는 “세브란스에서는 환자 1명당 간호사 3명 정도가 담당하는데, 지금 여기선 간호사 0.5명이 맡고 있어 마치 전쟁 같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보통 간호사들은 하루 3교대로 일하지만, 이곳에서는 두 시간마다 방호복을 갈아입느라 수시로 교대를 해야 한다. 방호복을 벗어도 제대로 한숨 돌리지 못한 채 언제 다시 투입될지 긴장해야 한다. ○ 중증환자 증가로 현장은 ‘초긴장’ 10일 이 병원 5층 중환자실에서는 레벨D 방호복으로 무장한 의사들이 여러 개의 호스를 연결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대한중환자의학회의 지원 속에 서울에서 자원 봉사 온 의사 6명과 이 병원 의료진이 상태가 악화된 중환자에게 에크모(ECMO·인공심폐기)를 달아 가동한 것. 중환자 진료에 필요한 제반 장비는 보건의료 비정부기구(NGO)인 글로벌케어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했다. 호흡이 힘든 환자에게 에크모는 꼭 필요하지만 대당 8000만 원의 고가인 데다 당장 장비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대구동산병원은 기존에 보유한 한 대에 인근 2차병원에서 빌린 한 대를 더해 총 두 대를 가동하고 있다. 갈수록 중증 환자가 늘어나 타 지역 병원까지 에크모를 빌릴 수 있는지 수소문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의 코로나19 전담 병원마다 에크모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여의치 않다.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파견된 김제형 고려대안산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대구 지역의 확진자 수는 잦아들고 있지만 고령, 기저질환 등의 위험 요인이 있는 환자 중에서 중증으로 진행하는 환자는 크게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망률을 줄이려면 적절한 중환자 진료 체계 구축 및 유지를 위한 지원이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중증환자가 늘어나자 대구동산병원은 기존에 3개에 불과했던 중환자 병상을 10개로 늘렸다. 중환자 담당 의사들은 하루 12시간 이상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의료진의 필사적인 노력 덕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진급’하는 환자들도 나오고 있다. 병원의 희망은 중증환자 병상을 더 늘리고, 고령 치매 환자를 위한 요양병원 형태의 병상도 20개 정도 만드는 것. 이를 위해서는 의료 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이 걸림돌이다.○ 생활치료센터에서도 방심은 금물 “싫어, 싫어, 절대로 안 할 거야.” 13일 오전 날카로운 소리가 경주시 대구경북 2생활치료센터의 허공을 갈랐다. 퇴소를 앞두고 검체 채취를 받던 정신지체 환자가 검사를 거부하며 이리저리 피했다. 부모가 양팔을 붙잡고 20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겨우 검사가 이뤄졌다. 오후에는 한 할머니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X선 검사에서 폐렴 소견이 나오자 이곳에 파견 중인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119 소방본부 관계자들은 일제히 긴장했다. 의료진과 상의해 긴박하게 포항으로 이송했다. 2일 문을 연 2생활치료센터는 대부분 무증상 환자가 들어온다. 처음에 234명이 입소해 지금은 180여 명이 있다. 무증상 또는 경증이라고 해서 느긋한 상황은 아니다. 오히려 증상이 확실한 환자들에 비해 불안해하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퇴소를 앞두고 하는 2차 검사에서 종종 양성이 나와 분노를 터뜨리는 환자들이 있다. 이들을 달래고 보듬는 것도 모두 의료진의 몫이다. 개소 이후 공중보건의 6명, 간호사 10명, 간호조무사 9명, 방사선사 1명이 12시간씩 교대근무를 하느라 피로가 잔뜩 쌓여 있다. 이곳에서 의료 봉사 중인 이경남 수간호사(52)는 “환자 상태 파악이 쉽지 않아 힘들지만 환자들이 퇴소한 뒤 전화를 걸어 ‘까다롭게 굴어 미안하다’, ‘고생했다’고 하면 다시 힘이 난다”고 말했다.▼ 본보 이진한 기자 열흘 의료봉사 마쳐 ▼ 대구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는 조금씩 꺾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의 사투는 계속되고 있다.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도 5일부터 14일까지 계명대 대구동산병원과 경북 경주시 생활치료센터 등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이 기자는 15일부터 2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전주영 기자}

    • 2020-03-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사 손 꽉 쥔 중환자… 사투속 살아나는 희망

    9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인 김종해 씨(74·여)를 살피던 의료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김 씨의 산소포화도 수치가 90% 이상으로 올라간 것. 이틀 전 수치가 88%까지 떨어져 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통상 산소포화도는 95% 이상이 정상이다. 김 씨는 4일 입원 직후부터 상태가 급속히 악화됐다. 섬망(환각 등 의식장애) 현상까지 나타났다. 의료진은 가족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원 5일 만에 극적으로 증세가 호전됐다. 12일 일반병실로 옮겨졌고 14일에는 산소포화도가 97%까지 회복돼 산소마스크도 벗었다. 의료진은 8일 김 씨에게 전한 가족의 편지와 사진이 긍정적 효과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 위험 탓에 얼굴조차 보지 못하던 가족이 의료진을 통해 사진과 함께 자녀, 손주의 편지를 전했다.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아들의 편지를 읽어드리자 할머니가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의료진의 손을 꽉 쥐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사진과 편지를 보고 꼭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의료진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주치의인 박재석 호흡기내과 교수는 “가족의 응원과 본인의 의지, 항바이러스제 치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적으로 회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15일 현재 대구지역의 코로나19 환자는 총 6031명. 환자 5000여 명이 치료 중이고 300여 명이 아직 입원 대기 중이다. 의료진은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김 씨처럼 의료진의 헌신과 가족의 보살핌 덕분에 극적으로 회복하는 환자도 조금씩 늘고 있다.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전주영 기자}

    • 2020-03-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 검사 6시간… 통보까진 최대 이틀 걸려

    차 안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는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에 대한 관심이 높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아 미국에서도 벤치마킹할 정도. 방상혁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대구 서구 구민운동장에 마련된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열흘째 진료봉사 중이다. 이곳은 하루 60여 명이 진료소를 찾아오고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이기도 한 방 부회장으로부터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의 이모저모를 알아봤다. ― 어떤 환자들이 가장 많이 오나. “확진자와 접촉한 분들이나 접촉이 의심되는 분들이 많이 온다. 기침이나 몸살에 걸렸는데 본인이 불안해서 오기도 한다. 굳이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분들도 있다.” ― 차량은 직접 몰고 가야 하나. “직접 운전해서 오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 차량에 동승해서 방문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운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동승해야 한다면 운전자 뒷좌석에 있는 것이 좋다.” ― 검사비를 내야 하나. “검사 비용은 16만 원 정도다. 대구, 서울, 경기 고양시 등의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무료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특별한 증상이나 접촉력이 없는데 본인이 원해 검사를 받을 경우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 검사시간이나 결과 통보 방식이 궁금하다. “검사만 6시간가량 걸린다. 그러나 검체 이송이나 대기 상태에 따라 통상 하루 이틀이 소요된다. 결과는 문진 때 써놓은 전화번호를 통해 문자로 알려준다.” ― 검체 채취할 때 통증이 있다던데…. “채취 시 멸균된 플라스틱 면봉으로 입이나 코의 안쪽 벽에 대고 문지르거나 면봉을 돌린다. 특히 비인두인 코안에서 채취할 때 면봉이 깊이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 아플 수 있다. 눈물이 핑 돌기도 한다. 하지만 제대로 채취해야 오류를 막을 수 있다.” ― 아이들은 힘들어할 수도 있겠다. “어린아이가 검사를 받을 때에는 고개를 돌리거나 머리를 뒤로 빼지 않도록 보호자가 아이를 고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한번에 끝낼 수 있다.” ― 확진되면 다음 절차는…. “확진자 중 입원이 필요한 환자는 보건소 구급차를 통해 지정된 병상으로 이송한다. 경증환자는 생활치료센터로 간다. 구급차로 환자를 옮기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구급차 이용이 여의치 않으면 자차로 생활치료센터까지 가기도 한다.” ― 의료봉사 소감이 궁금한데…. “확진된 환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국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에 의해 감염된 피해자들이다.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주 더 밀집된 곳 피하고 ‘사회적 거리’ 유지하세요”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대구의료원은 대구지역 거점병원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의 최전선에 서 있다. 이 병원들은 처음부터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대구동산병원, 대구의료원은 경증환자 위주로 진료하고 경북대병원은 중증환자들을 집중 치료했다. 이런 시스템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수천 명으로 급증하면서 병원들도 고민에 빠졌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 조치흠 계명대 동산병원장으로부터 코로나19 대책을 들어봤다. ― 향후 코로나19 확산세를 어떻게 예상하나. “앞으로 2주 정도는 계속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기간 많은 확진자들이 치료돼 퇴원, 생활치료센터 퇴소, 자가 격리 해제도 줄을 이을 것이다. 최근 한 생활치료센터(중앙교육연수원)에서 24명이 한꺼번에 퇴소했다.”(정 원장) “현재 환자 증가세가 약간 떨어지고 있으나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제 퇴원자들에 대한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할 시점이다.”(조 원장) ― 국민들이 여전히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코로나19는 다수 사람들에게는 감기나 독감처럼 지나가는데 일각에서 과도한 공포나 불안이 있는 것 같다. 다만 평소 심각한 지병이 있거나 임산부, 고령자는 조심하는 게 맞다. 기침 예절, 손 씻기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당분간 사람들이 밀집된 장소를 피하고 상대방과 2m 이상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정 원장) “코로나19는 감염력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떨어진다. 또 50대 이하는 증상이 심하지 않아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조 원장) ― 병상 부족으로 입원 못한 환자들이 많은데…. “병원에 입원 중인 경증환자들을 생활치료센터로 옮겨 중증환자들을 위한 병상을 확보하고 있다. 입소를 기다리는 자가 격리 환자들을 위해 대구시의사회가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의사회 소속 의사 한 명당 자가 격리자 10명가량을 맡아 이들의 증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다.”(정 원장) “현재 대구에서 자가 격리자 3명 중 2명이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생활치료센터와 병상 확충이 꾸준히 진행돼 향후 열흘 내 문제가 상당히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조 원장) ― 경증인지 중증인지 예측할 수 있나. “질병의 예후에서는 기저질환 유무와 나이가 큰 영향을 끼친다. 이와 관련해 자원봉사 의사들 중 환자를 직접 진료할 때는 가급적 50대 이하가 하는 게 좋다는 의견도 있다.”(정 원장) “사실 중증도 분류가 가장 어렵다. 자가 격리 환자들 중 어떤 케이스가 중증으로 악화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환자 통계로 만들고 있다. 거의 완성 단계다. 연령도 있지만 피검사에서 혈소판 수치도 중요하다.”(조 원장) ― 앞으로 정책적 제언이 있다면…. “향후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조만간 다시 나타날 것이다. 확실히 정체를 규명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임상기록을 철저히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대응 매뉴얼을 분야별로 세밀히 보완하는 것도 필요하다.”(정 원장) “정책 집행과 계획을 한 기관이 맡아 진행했으면 좋겠다. 감염병은 전문가인 의료계 중심으로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이 점이 증명됐다고 본다.”(조 원장)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코로나 환자,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실시간 관리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현장. 이번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증 환자들이 머무는 대구2생활치료센터(경북 경주시 농협연수원)에 왔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환자들이 입소한 곳이다. 특히 이곳은 환자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스스로 본인의 증상과 상태를 기록하는 스마트 환자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 중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스템을 구축한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손장욱 교수를 6일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금 환자들이 어느 정도 들어와 있나? “지금 234명 정도 입소해 있다. 또 의사의 경우 저희 팀 빼고 공중보건의 3명, 간호사, 간호조무사들 합쳐 15명 등 전부 18명의 의료진이 있다.” ―의료진 수가 너무 적어 보인다. “대부분 65세 미만의 기저질환이 없는,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들이 있다. 그리고 대부분 집에서 자가 격리하던 환자라 의료진이 부족하진 않다.” ―환자의 체온과 맥박, 혈압을 재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환자들은 모두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앱을 통해 환자 본인이 직접 측정한 체온 기록을 입력한다. 몸에 나타난 증상을 올리면 중앙에서 모니터링해서 전화로 면담한다. 증상이 이상하면 의료진이 바로 달려가서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명 스마트 환자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 ‘개인건강기록(PHR)플랫폼’을 이용한 스마트 환자모니터링 시스템은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해 발생 가능한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그래야 예방도 가능하다. 이 시스템을 다른 생활치료센터에도 확산시켜 적용하면 대구경북 지역의 확진자에 대한 일괄 모니터링이 가능해져 빈 틈 없는 방역망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계속 개선할 예정이다. 현재 입소되는 대부분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 중이다.” ―구체적인 사용방법이 궁금하다. “가령 앱을 작동시키면 기침을 하고 있는지, 숨이 차는지 클릭해서 올릴 수 있다. 또 다른 증상이 뭐가 있는지 문자로 올릴 수 있다. 모니터링 하는 입장에서는 큰 상황판에서 환자가 어떤 증상이나 열이 있으면 표시되고, 그걸 누르면 환자가 뭘 호소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의료진이 어떤 조치를 했는지도 넣을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 모두 편리한 시스템이다.” ―생활치료센터의 환경은 어떤가. “환자들은 처음에 수용소 같은 곳에서 지내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콘도 같은 휴양시설이라 굉장히 좋은 편이다. 의료진도 환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2, 3주 정도 휴가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히려 면역력이 더 좋아질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톡투 건강 핫클릭] “항암치료로 암세포 줄인 뒤 수술하면 성공률 높아”

    2016년 암 사망자들 가운데 폐암 환자가 가장 많았다. 폐암은 조기에 발견하기 어려운 질환이다. 폐암과 결핵, 천식 치료에 앞장선 공로로 2016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장중현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로부터 폐암 예방과 치료법을 들어봤다. ―폐암은 왜 발생하나. “폐암의 핵심 원인은 흡연이다. 모든 폐암 발생의 70% 이상이 흡연과 관련돼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폐암 발생 위험이 10배가량 높다. 간접흡연도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다. 환경이나 직업적 요인으로는 대기오염, 라돈, 중금속, 석면, 방사선 노출 등이 있다. 폐섬유증 등 폐 기저질환도 폐암 발병과 연관성이 있다.” ―흡연이 해로운 이유는… “폐암은 여러 암세포 유형으로 나뉘는데 이 중 상피세포암이 있다. 상피세포암 발병 원인의 90% 이상이 흡연이다. 세포 모양이 작은 이른바 소세포암도 흡연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성의 경우 남편이 담배를 피우면 간접흡연을 하게 된다. 간접흡연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비흡연자도 폐암 발병률이 두 배 정도 높아진다.” ―전자담배는 피워도 되나. “담배를 끊지 못하는 건 니코틴 성분 때문이다. 담배를 피우면 니코틴 외에 수천 가지의 유기 화합물이 체내로 들어간다. 이 중 60여 가지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이다. 니코틴 성분의 액상형, 궐련형 전자담배는 유해물질을 조금 줄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흡연으로 인한 유해성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는 장기적으로 오래 노출될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하다. 전자담배도 피우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폐암 단계별 증상은… “폐암은 국소부위, 전이, 호르몬 분비에 의한 증상으로 나뉜다. 국소 증상의 경우 기침을 하거나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올 수 있다. 가슴에 심한 흉통이 생기거나 쉰 목소리 같은 목소리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전이에 의한 폐암은 뼈 전이의 경우 통증이 발생한다. 뇌 전이에 의한 폐암은 두통, 어지럼증, 마비증상, 경련이 대표 증상. 호르몬 분비로 인한 폐암은 체중이 많이 빠지고 기운이 떨어지는 전신 쇠약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반드시 생기는 것은 아니고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일단 호흡기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나면 전문의의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폐암 진단 방법은… “X레이 촬영,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암이 충분히 의심되면 조직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암 위치에 따라 기관지내시경 검사를 통한 조직검사를 할 수도 있다. 초음파·투시방사선 유도하에 기관지내시경을 시행하는 조직검사나 피부를 통한 세침 생검법도 있다. 검사법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폐암 수술은 언제 해야 하나. “전체 폐암 환자의 25%만 수술을 받을 수 있다. 수술 가능 환자의 15∼20%는 중도에 건강이 악화돼 끝내 수술을 받지 못한다. 암이 급속히 진행돼 수술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국소적 폐암일 때 주로 수술을 권한다. 통상 1, 2기 때로는 3기 초반까지 수술을 1차 치료로 권장한다. 3기의 경우 초반이어도 암이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항암 혹은 방사선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암세포를 줄인 뒤 수술을 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폐암 예방법은…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평생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런데 공기 중에는 우리 몸에 나쁜 물질이 많다. 특히 대도시에 살면 자동차 매연 등이 심한데 이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 평상시 마스크를 하나씩 갖고 다니기를 권한다.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서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를 쓰면 암 유발 물질은 물론이고 각종 병균으로부터 폐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지방이 적은 채식 위주의 건강한 음식을 섭취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도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0-03-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중환자실 홀로 사투 환자들… “면회 통한 가족치료 필요” 목소리

    의사가 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말로만 듣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준비할 새도 없이 바로 입원했다. 같은 병을 피하지 못한 남편도 다른 병원에 입원했다. 며칠간 남편 얼굴도 못 본 채 치료만 받았다. 갑자기 연락이 왔다. 남편이 죽었다고…. 하지만 장례식에 갈 수 없었다. 아직 내 몸속에 바이러스가 있어서다. 남편의 시신은 화장된다고 했다. 주위에선 법(감염병예방법)이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부는 마지막 인사도 못 하고 헤어졌다. 입원 중인 아내는 마침 의료봉사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이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코로나19 사망자는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에게 둘러싸여 세상을 떠난다. 임종을 지킬 수 없는 가족들은 사망 통보를 받고서야 사랑하는 이가 떠나버린 사실을 알게 된다. 화장장에도 유족 중 두세 명만 방호복을 입고 들어갈 수 있다. 누구나 생의 마지막엔 가족과 함께이길 바라지만 낯선 곳에서 홀로 세상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애가 타는 건 유족뿐 아니라 입원 중인 환자의 보호자도 마찬가지다. 대구 지역의 병원에는 홀로 사투를 벌이는 코로나19 환자가 많다.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환자들은 가족의 얼굴 한 번 보는 게 소원이다. 하지만 감염 위험 탓에 출입이 불가능하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김종해 씨(74·여)도 코로나19 환자다.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4일 입원 때는 걸어서 왔는데 다음 날부터 열이 나면서 폐렴 증상이 심해졌다. 아들 안성규 씨(49)는 5일 전복죽을 싸들고 어머니를 찾았지만 만나지 못했다. 허탈한 마음을 안고 집에 왔을 때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주치의의 전화를 받았다. 안 씨는 6일 병원에 찾아가 “엄마 얼굴 한 번만 보고 싶다. 방호복을 입고 들어가면 안 되겠냐”고 애원했지만 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7일에는 어머니로부터 짧은 전화가 6차례나 걸려왔다. ‘섬망’(환각 등 의식장애) 증세가 심해진 김 씨가 “불이 났다. 빨리 구해달라. 연기가 난다”고 말하고 끊기를 반복했다. 안 씨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 하얀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니 소방관이라고 생각하신 듯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안 씨는 대구에 코로나19가 번지자 일주일에 한 번씩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동산병원 의료진에게 치킨 150마리를 보내왔다. 치킨을 세 번 보내는 동안 어머니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입원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안 씨는 어머니가 입원한 뒤 날마다 쌀과 초를 챙겨 팔공산 갓바위에 오르고 있다. 어머니께 드리는 전상서도 썼다. 제발 건강하게 돌아와 달라고, 그동안의 불효를 용서해 달라고…. 김 씨의 사위와 손주들도 모두 편지를 썼다. 함께 찍은 가족사진도 모았다. 이를 건네받은 의료진은 8일 김 씨 손에 사진을 쥐여주고 큰 소리로 편지를 읽었다. 현장에 함께한 사공정규 동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어르신이 눈을 감고 있었지만 의식이 있는지 편지를 읽는 의사의 손을 꽉 잡고 있더라”며 “섬망을 치료하려면 익숙한 환경, 가족과의 유대를 지속시키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가족 치료’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 섬망이 생긴 중환자라면 가까운 보호자가 진정시켜 주는 게 효과적이다. 그런데 방호복을 입은 낯선 의료진만 보게 되니 환자는 심리적으로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부 병원은 위중한 환자의 경우 가족 대표가 중환자실에 출입하도록 방침을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정호영 경북대병원장은 “방호복을 입은 가족 대표가 감염 예방교육을 받고 의료진 도움을 받아 환자를 만나면 된다. 그리고 2주간 자가 격리를 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 2020-03-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본보 이진한 기자가 본 코로나 사투 현장… “환자 호흡이 가빠졌다, 망설일 시간이 없다”

    6일 오후 1시경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증 환자 명단이 적힌 현황판에 빈칸이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 중증 환자의 번호는 38번. 그중 6명의 이름 옆에는 ‘DNR’가 적혀 있었다. ‘Do Not Resuscitate’의 약자다. 심폐소생술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70세가 넘는 고령자 중에서 ‘연명치료’를 거부한 환자들이다. 이날 현재 대구동산병원에는 코로나19 환자 290여 명이 입원 중이다. 잠시 후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다. 중증 환자를 치료할 병상은 남아 있지 않았다. 다급해진 의료진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수소문 끝에 전북대병원에 빈 병상이 확인됐다. 온몸을 감싸는 레벨D 방호복 차림의 박경식 교수(계명대 의대)가 구급차에 올랐다. 전북대병원까지 거리는 약 180km. 망설일 시간이 없었다. 출발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환자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산소포화도 수치가 80%대로 떨어졌다. 95%를 넘어야 정상이다. 이송 내내 위험 수위를 오르내렸다.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몸부림도 심해졌다. 박 교수는 산소 공급장치와 모니터 속 그래프에서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 2시간 넘게 달려 가까스로 전북대병원에 도착한 뒤 ‘전원(轉院·병원을 옮기는 것) 완료’를 알렸다. 박 교수의 얼굴이 온통 땀에 젖어 있었다. 중증 환자의 장거리 이송은 찰나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다. 병원 섭외부터 이송, 도착 후 인계까지 사소한 실수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하지만 의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의사들이 대부분 이송을 도맡고 있다. 박 교수는 “호흡 곤란 환자들은 고통 탓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한다”며 “이송 때 응급구조사나 간호사가 반드시 동행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대구에 도착한 건 5일 오후. 가장 먼저 대구동산병원을 찾았다.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이다. 곧바로 의료봉사에 나선 다른 의사들과 함께 환자들의 상태를 살폈다. 경증 환자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중증 환자 보호자들은 계속되는 사망자 발생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한 환자는 “창문도 열 수 없다. 병원에 있는 게 감옥 같다”고 털어놨다. ▼ “어무이, 조금만 참고 기다립시데이” 환자들 마음까지 보듬어 ▼본보 의사기자가 본 대구 현장계명대 대구동산병원 5층에는 환자 60명이 입원 중이다. 일반 환자라면 많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5일 오후 김진환 교수를 비롯한 의료진이 회진에 나섰다. 모두 고글과 N95 마스크, 가운 등 7종으로 된 방호복을 입었다. 5분도 안 돼 의료진의 얼굴마다 땀이 맺혀 있었다. 회진 중 증상이 호전된 환자의 경우 다시 진단검사를 실시한다. 바이러스 양이 확진 기준 이하로 떨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검체를 채취한다. 목 깊숙이 채취 도구를 넣을 때 환자가 재채기라도 하면 침방울이 튀어 자칫 의료진도 감염될 수 있다.○ “중증 환자 일반병실 옮길 때 뭉클” 보통 방호복을 입으면 2, 3시간씩 일한다. 의료진이 가장 긴장하는 순간은 방호복을 벗을 때다. 장비에 묻은 바이러스가 눈과 호흡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 장갑과 신발 끈까지 하나하나 소독한다. 이를 만진 손에도 소독제를 뿌린다. 고글과 마스크는 가장 마지막에 벗는다. 자칫 고글이나 마스크 끈을 놓치기라도 하면 감염될 수 있다. 의료봉사에 참여한 최왕용 펜타힐즈연합내과(경북 경산시) 원장은 “고글을 벗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다른 현장과 달리 의료진이 더욱 긴장하는 건 코로나19가 모두 처음 겪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을 뿐 아니라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환자도 갑자기 상태가 나빠지는 경우가 흔하다. 5일 오후 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20대 여성 환자가 치료를 거부하고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다. 의료진이 한참을 매달린 끝에 환자는 안정을 되찾았다. 입원을 거부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아프지도 않은데 왜 입원을 해야 하느냐”며 퇴원을 요구하는 환자도 있다. 무증상 환자들은 “증상이 없는데 왜 양성이 나오느냐”며 검사를 불신한다. 의료진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의료진이 그나마 버틸 수 있는 것은 상태가 호전되는 환자들을 볼 때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중환자실에 입원한 중년 여성 환자가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가게 됐다며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의료진 모두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현재 대구동산병원에는 기존 의사 16명을 비롯해 군의관 10명, 공중보건의사 17명, 외부 자원봉사 의사 10여 명 등 50여 명의 의사가 있다. 중증 환자 30여 명을 비롯해 300명가량의 환자를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대부분 퇴근도 못 하고 병원에서 잠을 자거나 근처 숙박업소에서 출퇴근 중이다. 감염 우려 탓에 병원 식당을 이용하지 못하고 매끼 도시락을 먹는다. 간호사도 자원봉사자를 포함해 하루 12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보통 간호사 한 명당 20명이 넘는 환자를 돌보고 있다. 마스크와 방호복 외에도 혈압계와 체온계 등 기본적인 의료장비도 여전히 부족하다. 그래도 의료진을 격려하는 ‘간식 배송’은 끊이지 않고 있다.○ ‘힐링닥터’ 통한 심리치료도 효과적 “똑똑! 안녕하십니껴. 의사입니더. 커튼 좀 쳐 주이소. 회진 돕니데이.” 다인실 병실에 제각기 맥없이 누워 있던 환자들이 “회진 돕니데이” 소리에 일순 반색했다. 목소리만 듣고도 ‘반가운 사람’이 왔음을 알아차린 듯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가 병실로 들어서자 할머니 환자가 투정하듯 물었다. “코로나는 왜 치료약이 없어예?” 1일부터 이곳에서 의료봉사 중인 사공 교수는 마치 아들처럼 다정하게 대답했다. “어무이, 감기도 약 없어예. 감기 걸리면 가만히 있어도 2주 정도면 끝나는 거 아닙니꺼, 대신 치료받으면 증상 줄여주고 합병증 예방하는 거라예. 그렇게 우리 몸에 면역이 생겨야 낫는 거라예. 알았지예? 조금만 참고 잘 기다립시데이.” 환자들은 방호복 너머로 들려오는 사공 교수의 목소리에 다친 마음을 맡기고 있었다. 사공 교수와 회진을 돌다 보니 몸은 경증이어도 마음이 중증인 환자들이 보였다. 어떤 환자는 “감옥살이 같다”고 하소연하고, 어떤 환자는 “누군가한테 병을 옮겼다고 욕 먹을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감염병 환자들의 트라우마’가 그들의 눈빛에 어려 있었다.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도 의료진의 몫이었다. 불안한 환자들은 늘 똑같은 질문을 하고 또 했다. “언제 집에 갈 수 있느냐”고. 누구도 알 수 없는, 주사나 약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그리고 매번 반복되는 그 질문을 사공 교수는 차트에 빠짐없이 적었다. 간호사에게 확인을 시키고 환자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회신을 주었다. 이런 과정이 환자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한 환자의 말로 알 수 있었다. “가족들을 못 보는 시간이 길어지니까 너무 힘든데…. 그런데 이 회진만 마치면 금방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네요.” ▼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5일부터 대구서 의료봉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집중된 대구경북 지역의 의료진은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의료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 명의 자원봉사자가 아쉬운 상황이다. 5일 대구에 간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는 고려대의료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의료팀과 함께 현지에서 문진과 검사, 환자 이송 등에 참여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에서 경증환자 치료도 도울 계획이다. 이 기자가 전화와 문자로 전한 현장 상황을 본보 코로나19 취재기자들이 기사로 정리했다. 이 기자는 현지에서 열흘가량 활동한 뒤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구=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박성민·사지원 기자}

    • 2020-03-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