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범

권기범 팀장

동아일보 디지털랩 전략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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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것만 들리는 시대. 한 쪽에만 속 시원한 기사보다는 양쪽 모두 불편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kaki@donga.com

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정치일반81%
인사일반3%
칼럼3%
정당3%
기타10%
  • 충격 휩싸인 롯데 “그룹의 기둥이 쓰러졌다”

    롯데그룹은 26일 아침 큰 충격에 빠졌다. 임직원들은 그룹 2인자로 롯데그룹의 기틀을 닦은 이인원 부회장의 사망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26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 부회장 사망 뉴스가 막 터져 나오기 시작한 오전 8시 반경 굳은 표정으로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그룹 본사에 도착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오전 내내 신 회장의 눈이 충혈돼 있었다”면서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이 큰형처럼 의지하던 어른이었다. 많이 애통해한다”고 전했다. 오후 6시 본사를 나서던 신 회장은 동아일보 기자에게 “오늘은 할 말이 없다”며 침통한 표정으로 차에 올랐다. 롯데그룹 임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롯데그룹은 “평생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롯데의 기틀을 마련한 이 부회장이 고인이 됐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직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이 부회장의 극단적 선택을 놓고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핵심 가신(家臣) 3인 사이에서 검찰 수사 대응 방안과 관련해 이견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이 부회장과 황각규 사장·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사장·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큰소리가 났다는 말도 전해진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 내부에서 서미경 모녀 불법 증여 혐의와 관련해 이 부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얘기가 돌았다”면서 “이런 부분에서 괴로움을 느낀 것 같다. 자신이 모셨던 두 주군(主君)을 위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그룹의 기둥 같은 존재로 사장단도 모두 존경하던 인물이었다. 갈등설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던 롯데는 2인자의 갑작스러운 공백이란 어려움까지 추가로 겪게 됐다. 신 회장이 해외 출장을 떠날 때에 그룹 전체 사업을 총괄할 만큼 이 부회장은 롯데 경영의 구심점이었기 때문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의 성장동력이던 공격적인 인수합병(M&A)도 올스톱된 상태”라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권기범 기자}

    • 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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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드림]“2% 부족한 아이디어 채워준 문화데이터”

    10년 차 직장인이 경진대회를 통해 ‘사업가’로 거듭났다. 조부모 양육, 맞벌이 양육을 하는 가정을 위해 전국에서 열리는 문화행사를 묶어 보여주고 참여를 유도하는 서비스 ‘컬처베이비’를 개발 중인 마이파트너씨(동업자닷컴)의 공동대표 이희웅(37) 이진우 씨(38) 이야기다. 두 사람은 원래 창업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는 친구 사이였다. 스마트폰만 보며 자라는 주변 아이들을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던 두 사람은 이와 관련한 사업 아이디어를 구상했다. 하지만 사업가의 길을 위해 섣불리 직장을 나오지는 못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이들은 우연히 한 경진대회 공모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원래 가지고 있던 아이디어에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등 주요 문화기관이 제공하는 행사 관련 공공데이터를 묶어 서비스한다는 계획을 더해 출품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아이디어 분야에서 대상을 받은 것. 용기를 얻은 두 사람은 회사를 나와 본격적으로 사업 계획을 세우게 됐다. 이희웅 대표는 “상을 받고 난 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게 되면서 다양한 반응을 수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B2B 수익 모델도 구상할 수 있었다”며 “우리끼리는 ‘공모전 덕분에 사업한다’는 농담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탄탄한 내공, 대회에서 불붙다 두 사람이 참가했던 ‘정부 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공하는 ‘문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창업 아이디어 또는 관련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지난해에는 마이파트너씨를 비롯해 12개 팀이 수상해 모두 39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구니스’ 이윤재 대표(42)는 지난해 경진대회에서 유아용 미술 교육 액세서리인 ‘스마트 팔레트’를 내놔 제품개발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는 이 대회를 통해 10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게 됐다. ‘스마트 팔레트’는 아이들이 태블릿을 통해 쉽게 색칠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품이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일하던 그는 2014년 처음 법인을 설립해 제품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제가 생겼다. 제품 자체는 훌륭했지만 정작 색칠을 할 수 있는 그림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것. 좋아 보이는 그림은 모두 돈이 필요했다. 걱정하던 이 대표의 눈에 뜨인 것이 문화 공공데이터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전통 문양이 가득했다. 이를 접목한 제품은 그 활용도가 확장됐다. 최근에는 이 제품을 다양한 청소년 상담 센터에 납품하기도 했다. 올해 1월 중국 완다시네마와 250억 원 규모의 무인 발권기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화제가 된 발권 솔루션 전문 기업 ‘아이오로라’도 이 경진대회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다. 아이오로라는 스타나 영화 캐릭터와 합성된 사진을 인쇄해 주는 ‘스타포토 키오스크’를 활용한 문화·관광 플랫폼 구축 방안을 아이디어로 우수상을 받았다. 3년 전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현장 티켓을 발권해 주는 업체로 시작한 아이오로라는 이제 정부와 관련 업계가 주목하는 신생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요즘에는 기부 문화와 결합한 수익 모델인 ‘희망 키오스크’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업체 장영수 대표는 “영업사원 시절 ‘철판 영업’이 최고라는 경험을 얻었다”며 “창업도 고민만 하기보다는 일단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4회 대회 다음 달까지 열려 ‘정부 3.0 문화데이터 활용 경진대회’는 올해로 4회째를 맞는다. 이번 달 1일부터 다음 달 30일까지 웹사이트()를 통해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대회 역시 마이파트너씨와 구니스처럼 성공을 꿈꾸는 청년기업의 도전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상을 받는 2개 팀(제품개발·창업, 아이디어 분야)를 비롯해 모두 14개팀은 총 4000만 원의 사업자금을 받게 된다. 또한 대상 수상팀은 문체부장관상과 함께 ‘공공데이터 활용 창업 경진대회’ 본선 진출 자격도 얻는다. 문체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공모 희망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지난달 진행된 ‘내 손으로 만드는 문화정보 서비스 300자 국민의견 공모’에서 나온 의견을 문화포털()을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경진대회를 주관하는 한국문화정보원의 김소연 원장은 “문화데이터를 개방한 뒤 이를 사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며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이번 대회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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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료 반짝세일 아닌 요금체계 근본 개편을”

    ‘여름 전기 바겐세일.’ 정부와 여당이 11일 발표한 누진제 대책을 바라보는 대다수 시민들의 평가다. 시민들은 ‘언 발에 오줌 누기’ ‘알맹이 없는 생색 내기’ ‘대형마트 반짝 할인행사’라는 비아냥거림 섞인 비판을 쏟아냈다. 장기적으로 누진제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발표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정모 씨(28)는 12일 “국민들은 ‘여름 바겐세일’보다 누진제의 근본적 재검토를 바란다는 걸 정부가 제발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모 씨(72·경기 김포시)도 “일시적인 완화가 아니라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전기요금 정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더욱 격한 반응이 나왔다. 트위터 사용자 ‘epis****’는 “(한시적 대책은) 인심을 잃지 않으려는 꼼수처럼 보인다”며 “더울 때 더욱 채찍질해서 올해 안에 누진제가 개편돼야 한다. 선선한 계절이 오면 유야무야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에 나오는 원숭이 취급한다”(hotb****)는 거친 반응도 많았다. 트위터와 블로그의 단어 검색 추이를 보여주는 소셜메트릭스(insight.some.co.kr)에 따르면 정부 대책이 나온 11일 ‘누진제’에 대한 부정적 언급은 최근 한 달 중 최고(전체 언급 2만3220건 중 1만1516건)를 기록했다. 정부 대책이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모 씨(65)는 “저소득층이나 벌이가 없는 노인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려면 전기요금 단가 자체를 낮춰야지, 구간 상한선만 높여서는 소용이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박모 씨(55)는 “누진제 완화만 믿고 에어컨을 틀었다가 더 큰 폭탄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에어컨 켜기가 겁난다”고 했다. 일반 시민들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가들의 ‘문 열고 냉방 영업’은 여전했다. 12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상가를 확인한 결과 30곳이 넘는 매장이 배짱 영업을 하고 있었다. 전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합동단속에서는 6곳만 적발됐었다. 이날 명동을 찾은 장수민 씨(25)는 “매장은 냉방기를 최대로 돌려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걱정이 없으니 이렇게 영업을 하는 것 아니냐”며 “에어컨 켜기가 겁나는 가정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유원모·최지연 기자}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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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금턴 vs 흙턴… 인턴 양극화

    ‘금수저와 흙수저.’이른바 수저론은 한국 사회의 계층 차이를 상징하는 대표적 표현이다. 집안 배경이나 경제력 등에 따라 금수저, 흙수저로 나누는 수저론은 각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청년들의 취업을 위한 필수 스펙 중 하나인 인턴에도 수저론이 반영됐다. 이른바 ‘금턴과 흙턴’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서 허우적대는 대한민국 청년들이 맞닥뜨린 또 하나의 냉혹한 현실이다. 문제는 인턴 채용시장에서 절대소수인 금턴과 절대다수인 흙턴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인턴의 꼭대기에는 금턴이 있다. 이른바 금수저 출신만이 갈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금턴 아래로는 ‘은턴’(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는 인턴)과 ‘흙턴’(정직원과 똑같이 일하지만 최저임금 이하를 받는 인턴) 순이다.금턴은 인맥을 비롯해 소위 ‘백’이 없으면 얻기 힘든 인턴을 칭한다. 유명 법무법인 인턴, 국회의원실 인턴뿐 아니라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비공개로 채용하는 공기업과 대기업의 양질의 인턴 자리가 여기에 포함된다. 반대로 흙턴은 마땅한 배경이 없어 딱히 배우는 것 없이 회사의 허드렛일이나 소모적인 단순 노동만 하는 대다수 인턴직을 뜻한다.하지만 이력서에 적어 넣을 스펙 하나가 아쉬운 청년들은 흙턴에도 목을 맨다. 인턴 채용 과정에서 계속된 탈락 끝에 서류 전형에서 합격하면 합격의 기쁨이 마치 오르가슴처럼 최고조에 달한다는 뜻의 ‘서류가즘’이란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지방대 법학과 출신 박재형(가명·26) 씨는 올해 초 수백 대 1의 경쟁을 뚫고 한 공기업 인턴으로 채용됐다. 일은 비교적 ‘널널한’ 편이었다. 5개월 동안 월급은 세금을 빼고 128만 원에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칼퇴근이 보장됐다. 박 씨가 합격할 수 있었던 건 학점이나 실력이 아니었다. 다름 아니라 이곳에서 근무했던 지인의 추천 덕분이었다. 박 씨는 “함께 최종면접을 본 후보자 두 명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내정돼 있던 상태였다. 그들은 ‘들러리’에 불과했다. 면접을 보기 전에 담당 부장과 따로 만나기도 했는데, 부장은 대놓고 ‘뽑아주겠다’고 하진 않았지만 어차피 인턴은 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박 씨 역시 한 달 전 ‘아픔’이 있었다. 국회의원실 인턴에 지원했는데 면접은커녕 ‘서탈(서류 탈락)’의 쓴맛을 본 것이다. 박 씨는 “국회에는 인맥이 없어 ‘약’을 치지 못했다. 국회 인턴직이야말로 인맥으로 꽂고 꽂히는 곳이라 하더라”며 “사돈이 없어 ‘팔촌의 사돈’까지 동원했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요즘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인턴 계급론’으로 따지면 박 씨는 이른바 ‘금턴’이다. 낙하산이 아니면 절대 채용될 수 없는 인턴을 ‘금턴’이라고 말한다. 금턴 아래로는 ‘은턴’과 절대다수의 ‘흙턴’이 있다. 금수저 흙수저의 인턴 버전인 셈이다. 청년들은 “갈수록 금턴 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흙턴 자리만 늘어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인턴의 계급화가 심화된 원인은 소위 금턴이라 불리는 인턴직의 채용 과정이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월급과 근무시간 등 조건이 좋고 취업에 큰 도움이 될 스펙이지만 정식 공고를 내지 않거나 내더라도 결과는 정해진 경우가 많다는 게 청년들의 하소연이다.금턴 채용은 그들만의 리그 지난해 대형 증권사에서 3개월 인턴으로 근무한 최모 씨(27·여)는 “대학 동아리의 친한 선배가 이곳에 인턴을 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어학연수를 가면서 대신 들어왔다”고 말했다. 최 씨는 “덕분에 일반적인 인턴 채용 과정보다 훨씬 간단하게 진행됐고 바로 합격했다”며 “회사 입장에서도 인턴에게 큰 능력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인맥으로 채용하는 게 관행이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명문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씨(25)는 1학기를 마치고 금융계 회사 여러 곳에 인턴을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그러던 중 같은 학과 친구가 유명 증권사에 인턴으로 채용됐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그는 “인턴 채용 공고가 뜨지 않았던 회사여서 어리둥절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그 증권사에 다니고 있는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서 시험도 면접도 없이 채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알고 보니 금융계 회사 인턴은 ‘백’이 심하게 작용하는 ‘그들만의 리그’였다. 내로라하는 회사의 인턴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누군가는 쉽게 인턴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이제 좋은 인턴 자리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 김모 씨(28·2학년)는 현재 대형 로펌 인턴 지원을 준비 중이다. 그는 “‘빅펌’(10대 대형 법무법인을 일컫는 말) 인턴은 성적이 로스쿨 내 최상위권이 아니면 사실상 인맥 없이 들어갈 방법이 없다”며 “인맥이 없어 성적에 목숨 거는 사람과 ‘끌어주겠다’고 하는 인맥이 있는 사람은 수업 들을 때 표정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명문 사립대 로스쿨생 정모 씨(26·여)도 “빅펌 인턴의 경우 내정자가 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동기 중 두 명이 성적은 중하위권인데 부모 인맥을 통해서 ‘김광태(김앤장 광장 태평양)’ 인턴을 갔다. 걔들보다 성적은 좋지만 인턴에 떨어졌던 친구들은 ‘없으면 열심이나 하자’라며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고 말했다.흙턴 채용하며 갑질하는 회사들 금턴은 소수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청년들은 흙턴 자리라도 얻기 위해 애를 쓴다. 청년 취업난 시기에 직장을 구하려면 이력서에 기재할 인턴 경력과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경험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특정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조건에 인턴 경험을 넣거나, 졸업 필수조건으로 정해놓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기업은 청년들의 절박한 사정을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헐값에 청년 노동력을 사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문화가 여전히 팽배하다. 올해 초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고모 씨(26)는 “직원들은 앞에서 ‘인턴이 무슨 야근을 해?’라고 말하지만 정작 야근 없이 불가능한 일을 시켜놓고 발뺌한다”며 “회사 대표의 외부 강연자료를 만들기 위해 수당도 못 받는 야근을 했고, 인턴 종료 후에도 이틀이나 더 출근했지만 월급은 딱 30만 원만 받았다”고 말했다. 흙턴은 취직 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보다는 단순노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하반기 금융기관에서 3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장모 씨(24)는 출근 첫날 백화점에 설치된 부스에서 쇼핑하는 백화점 손님들에게 팸플릿을 나눠주는 일을 했다. 장 씨는 “사실상 전단 알바나 다름없어 취업할 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경험이었다”며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고 평일 이틀을 쉬었다. 월급은 최저임금에 딱 맞춰서 줬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대학생 고모 씨(27)는 갖은 노력 끝에 서울 유명 호텔 마케팅팀 인턴으로 채용됐다. 고 씨가 한 일은 주로 마네킹 나르기, 호텔 홍보 잡지 수레에 실어 운반하기, VIP 고객에게 보낼 선물 포장하기였다. 고 씨는 “호텔에서 행사가 열리면 마네킹 7, 8개를 지하 3층에서 지상 1층까지 3시간 동안 계단으로 날랐다”며 “15일 동안 손님에게 나눠줄 인쇄물을 수레에 싣고 매일 2시간 동안 끌고 다녔다. 늦가을인데도 셔츠와 재킷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달 월급 30만 원, 6개월 근무를 보장받았지만 일에 환멸을 느껴 3개월째에 그만뒀다. 중소 호텔에서 두 달 동안 인턴으로 일했던 류모 씨(26·여)도 “호텔 레스토랑에서 서빙하고 식기를 닦다가 회계 부서에서 계산서를 입력하고 인사 부서에서 잡일을 하기도 했다”며 “근무 강도는 정직원보다 더했지만 한 달에 20만 원을 받아 억울했다. 취직하려면 인턴 경력을 쌓는 게 시급해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한 채 허드렛일만 해야 하는 흙턴의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이 스스로 정화해야 하고, 인턴을 보호할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은 정규사원 채용뿐 아니라 인턴 채용에서도 청년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해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인턴은 정식 근로자와 다름없이 노동력을 제공하는 경우 최초 3개월은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하는 등 수습근로자로 분류해 노동법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전주영 aimhigh@donga.com·권기범·홍정수 기자강해령 인턴기자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이영빈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4학년}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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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학 두 달간 꼬박 일했는데… 현장실습비는 ‘0’원

    “물 떠 오기, 커피 타 오기, 이런 건 기본이죠. 고객 항의가 들어오면, 많은 ‘장(팀장, 부장 등)’들을 대신해서 제가 응대도 했어요. 매번 욕만 실컷 먹었죠. 제가 한 일도 아닌데….” 대학생 김모 씨(23)는 올 3∼6월 한 대형 컨벤션 업체에서 현장 실습을 했다. 하지만 현장 실습은 ‘땀방울의 가치를 미리 느낀다’는 취지와 거리가 멀었다. 김 씨는 이 업체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블로그를 관리했다. 행사 관련 전화를 돌리기도 했다. 물론 ‘실제 회사 업무를 체험해 볼 수 있었다’는 장점은 있었다. 하지만 업무량에 비해 받은 돈이 너무 적었다. 김 씨가 받은 돈은 월 90만 원(학교에서 50만 원, 회사 40만 원). 최저임금(월 환산액 기준 126만270원)에도 미치질 못했다. 주로 대학과 기업이 연계해 실시하는 현장 실습제는 연간 15만 명의 대학생이 참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채용하는 인턴이 자기 계발이나 취업을 위한 ‘선택’이라면, 현장 실습은 대학의 실적 또는 졸업 학점을 위해 꼭 다녀와야 하는 ‘의무적 인턴제’에 가깝다. 그렇다 보니 현장 실습생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이를 보완하겠다며 올해 초 새로운 규정을 내놨지만 오히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열정 페이’ 시달리는 현장 실습 그동안 현장 실습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건 ‘열정 페이’로 불리는 수준 이하의 실습비였다.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 따르면 지난해 현장 실습 과정을 이수한 대학생 중 실습 지원비를 받은 사람은 23.8%(3만7571명)에 불과하다. 올해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각각 ‘일 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2월) ‘대학생 현장 실습 운영 규정’(3월)을 만들어 배포했다. ‘실질적 근로’를 제공할 경우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이후 논란은 가라앉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장에 있는 학생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황모 씨(21)는 7월 한 중견 기업으로 실습을 나갔다. 업무용 파일에 라벨 스티커를 붙이는 등 단순 작업을 자주 했다. 디자인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사내 광고물 디자인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다. 정부 규정대로라면 황 씨는 사실상 근로를 제공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받아야 한다. 하지만 회사는 황 씨에게 정확한 커리큘럼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고 약 50만 원의 실습비만 줬다. 황 씨는 “보수적인 회사 분위기에 맞추기 위해 20만 원을 들여 옷, 신발, 가방을 새로 장만했다”며 “학점 3점 딴 것 빼고는 오히려 손해”라고 말했다. 최근 두 달간 현장 실습을 한 한모 씨(22)는 회사에서 인력 관리 담당 업무를 배우며 보조 업무를 했다. 하지만 그가 받은 실습지원비는 ‘0원’. 학교에서 주는 월 50만 원의 지원금도 ‘일괄 처리’를 이유로 지급이 연기됐다. 한 씨는 “첫 달 월급을 받아야 그 돈으로 실습을 다닐 수 있는데 그럴 수가 없어서 결국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고 말했다.“학교요? 현장에 관심 없어요”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실습기관(업체)의 종류와 규모, 내용 등을 고려해 실습비 지급 수준을 협의해야 하는 주체는 각 대학이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현장 실습 연결 실적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관리를 해 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출판사에서 실습을 했던 고모 씨(22)는 우편물과 택배 접수 같은 허드렛일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실습비는 월 80만 원. 고 씨는 “하루 8시간씩 꼬박꼬박 근무했는데 학교에서는 ‘너희는 실습생이고 학생이지, 노동자가 아니다’라고만 했다”며 “최저임금 지급이 어렵다는 걸 정당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 지방 국립대 건축학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건설사 현장 실습에서는 비가 올 때 계단을 오르내리며 현장의 창문을 닫는 일밖에 배울 게 없다”는 자조 섞인 얘기가 나왔다. 학생 권모 씨(28)는 “링크(LINC·산학협력 선도 대학) 사업단에서 말하던 교육과정은 현장과는 동떨어져 있었다. 담당 교수가 현장에 찾아오거나 현황을 점검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대학, 기업 모두 불만 올여름에는 현장 실습생 모집 공고를 내지 않는 업체가 갑자기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서울의 스탠포드호텔 등 그동안 꾸준히 공고를 내던 업체들도 이번에는 공고를 내지 않았다. 최저임금 지급의 기준이 되는 ‘실질적 근로’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일어난 혼란이다. 수도권 대학의 한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지난해에는 업체 15∼20곳에서 모집 공고가 왔는데 올여름 실습 때는 2, 3곳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방의 호텔에서 일하는 인사 담당자는 “지역 대학과 잘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많은 인사 담당자는 ‘괜히 나섰다가 피 보기 싫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올여름 학생들은 ‘열정 페이’뿐만 아니라 ‘인턴 취업난’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겪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주요 질의 답변 자료’를 6월 초 내놨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근로 제공 기준과 제공량을 현장에서 누가 어떻게 판단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8월까지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면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현장 실습 제도가 실적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산학협력학회장을 지낸 한양대 김우승 교수는 “대학은 학생들을 업체로 떠넘기듯 내몰고, 업체들은 이렇게 떠안은 학생들을 방치하고 ‘열정 페이’를 주는 소모적 구조”라며 “기업과 학생에게 모두 유익한 ‘지속 가능한 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구특교 인턴기자 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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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꼭 알아야하는 노동인권

    선진국에 비하면 노동인권에 대한 한국의 제도권 교육은 여전히 충분치 못하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근로자 권리 등을 학습하는 시간은 10시간도 되지 않는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5년 전국의 19∼24세 남녀 3003명을 조사한 결과, 노동인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26명(17.5%)에 불과했다. 여기에 교육 경로가 중·고등학교였던 사람만 다시 추리면 그 수는 119명(3.9%)으로 줄어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부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근로자 권리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했다는 점이다. 사회과 새 교육과정에는 ‘근로자의 권리와 법’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학생들 스스로 관련 정보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노동인권 전문가들은 “노동교육은 성교육과 같다”고 말한다. 실전에 맞춰 상황을 해석하고 대처하려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부분도 찾아서 익히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회사가 실습비를 적정하게 주는지 판단하려면 실제 근로가 얼마나 이뤄졌는지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4주의 실습 중 2주 동안 실제 근로를 했다면 이 기간에는 최저임금, 주휴수당 등 관련법이 적용된다. ‘회사가 영세하다’거나 ‘소규모 회사이기 때문에’ 등의 이유를 내세워 실습비를 주지 않는 것도 규정에 어긋난다. 실습지원비는 기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실습생의 서면 동의를 받지 않고 지원비를 주지 않는 것도 교육부 방침에 맞지 않는다. 실습 시간 연장이나 야간 실습에도 규정이 있다. 시간 연장은 학생이 동의했을 때 최대 5시간만 가능하다. 야간 실습(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6시)은 필요성이 분명하지 않다면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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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는 아이 사탕 주나”…누진제 한시 대책에 시민들 불만

    “우는 아이 사탕 하나로 달래겠다는 건가요” 정부의 대책 발표 하루가 지난 12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대부분 7~9월 전기요금 인하 정책을 ‘생색내기’ ‘1회성’으로 비판하며 전기요금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이번 대책을 ‘대형마트 할인 행사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직장인 강모 씨(34)는 “7월 요금을 소급 적용해 깎아준다는데, 8월 중순까지 밤잠을 다 설친 다음에야 이런 대책을 내놓아 봐야 무슨 소용인가”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정모 씨(28)는 “국민들이 원하는 건 여름 바겐세일이 아니라 전기요금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는 이번 소식을 전하면서 “우리를 정말 개·돼지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는 격앙된 반응도 등장했다. 정부가 요금만 깎아주면 불만이 잦아들 것으로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대책의 효과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 사는 최모 씨(65)는 “저소득층이나 벌이가 없는 노인들에게 진짜 도움이 되려면 전기요금 단가 자체를 낮춰야지, 상한선만 낮춰서는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 김포시에 사는 박모 씨(55)는 “누진제가 조금 완화된다고 해서 오히려 방심하고 에어컨을 틀었다가 더 큰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에어컨 켜기가 겁난다”고 했다. 누진제가 적용되지 않는 상가들이 문을 열어둔 채 에어컨을 가동하는 행태도 계속돼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12일 오후 취재진이 서울 중구 명동 일대 상가를 직접 방문한 결과 30곳이 넘는 매장이 ‘문 열고 냉방 영업’을 하고 있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단속을 벌였을 때 명동에서는 6곳밖에 적발되지 않았었다. 단속이 끝나자마자 상가들이 다시 배짱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날 명동을 찾은 장수민 씨(25)는 “매장은 냉방기를 최대로 돌려도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걱정이 없으니 이렇게 영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에어컨 켜기가 겁나는 일반 가정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유원모 기자onemore@donga.com}

    • 2016-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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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관계 걱정”…中 사드 보복에 韓기업인-中유학생 울상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가 결정된 이후, 한류 문화 시장을 중심으로 번지던 중국의 보복 제재 우려가 국내에서도 번지고 있다. 까다로워진 중국 비자 발급 절차로 인해 중소 상인들은 한숨을 쉬고 국내에서 유학 중인 중국 학생들은 한중 외교 마찰을 우려하고 있다. ● 까다로워진 비자 발급 ‘울상’ 지금까지 비자 발급 대행사를 통해 복수 상용비자를 발급받아온 중소기업인들과 상인들은 당장 중국 현지로 입국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 복수 상용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대행사가 발급한 초청장만 있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그동안 묵인해 왔던 대행사의 초청장을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현지 업체가 직접 만든 초청장이 필요해졌다. 정기적으로 중국 웨이하이로 출장을 나가는 송모 씨(31·중소기업 근무)는 다음 출장을 2주도 채 남기지 않고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현지 생산라인 점검을 위해 함께 출국하기로 했던 직원 1명에 대한 상용비자 발급이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송 씨는 “일회용 비자로 바꿔 다시 신청해야 하는데 기간에 맞춰 발급이 될지 모르겠다”며 “계획해 놓은 중국 일정을 다 바꿔야 할 것 같아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중소 상인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중국을 왕래하며 사업을 하는 김모 씨(52)는 “앞으로는 매번 중국 내 업체로부터 직접 초청장을 받아 제출하라는 건데, 시간도 없고 여건도 안된다”며 “앞으로는 다달이 3만~5만 원짜리 관광 비자를 발급 받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발급이 까다로워지자 아예 ‘중국 상용비자 발급 잠정 중단’이라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내거는 비자 발급 대행사도 늘고 있다. 한 대행업체 관계자는 “중국 현지 대행사에 물어봐도 발급이 언제 재개될지 모른다는 얘기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드 배치 문제가 불거질 때부터 업계에서는 상용비자 발급이 중지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급하게 출국하려는 사람들은 임시방편으로 관광 비자를 발급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 “한중 관계 불안에 여행도 취소” 한국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들은 “아직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다”면서도 “장차 한중 관계가 악화될까봐 걱정”이라는 경우가 많았다. 유학생 리우웬보 씨(26)는 “한국 기업에 취업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정치적 사안 때문에 중국과 한국의 경제협력이 약화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유학생 왕리 씨(30)는 “한국은 잘 하는 게 많은데 왜 자기나라를 스스로 못 지키고 다른 나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한국은 중국의 돈을 진짜 많이 가져갔다. 근데 왜 그 돈을 가지고 미국인한테 줘서 핵무기를 사서 중국과 싸우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심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신촌의 한 대학에서 유학 중인 중국인 전모 씨(23)는 “중국에 있는 부모님과 통화를 했는데, ‘한중 전쟁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더라”며 “대학원 진학을 생각 중인데 부모님은 빨리 귀국하는 게 어떻냐고 하셨다”고 전했다. 여름에 한국을 여행하려던 중국인들 중 불안감에 태국으로 행선지를 바꾸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반면 이번 문제가 크게 번지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도 나왔다. 중국인 유학생 시에 씨(20)는 기자에게 웨이보(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라온 한국의 사드 배치와 관련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여줬다.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다룬 기사에는 ‘이종석♡’ 처럼 한국 연예인에 대한 호감을 표현하는 댓글이 달려 있었다. 이 유학생은 “한국 드라마와 화장품의 인기가 워낙 높기 때문에 악영향이 있더라도 일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리징 씨(26)는 “친구들이나 중국의 가족들은 걱정을 많이 하지만 별로 걱정되지 않는다”며 “유학생 입장에서는 오히려 한국 입장도 이해가 된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동아일보 사건팀 종합> 권기범기자 kaki@donga.com·김단비기자 kubee08@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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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놀이 사망, 수영미숙-안전소홀 절반 넘어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어난 물놀이 사망 사고 원인의 절반 이상은 수영 미숙(34명·35.1%)이나 안전 부주의(27명·27.8%)였다. 높은 파도와 급류로 인한 사고는 14.4%(14명)에 그쳤다.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현상에 의한 사고보다 안전 의식이 부족해 일어난 사고가 더 많았던 것이다. 4일 경기 가평군 가마소계곡에서는 경찰 박모 씨(28)가 동료들과 물놀이를 하다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장소는 폭 8m, 수심 3.7m의 계곡으로 수영이 금지된 곳이었지만 무리해서 들어간 것이다. 이들이 인근의 수영 금지 안내만 따랐어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고였다. ‘스릴’을 느끼기 위해 격해지곤 하는 수상 레저 활동도 안전사고의 위험지대 중 하나다. 국내 수상 레저 활동자가 443만 명(2015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안전 의식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수상레저안전법 위반 단속 내용 중 안전장비 미착용에 의한 것은 절반에 가까운 1345건(46.7%)에 달한다. 부족한 안전 의식은 언제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30일 경기 양평군의 한 보트 선착장에서는 모터보트가 끌던 땅콩보트가 선착장에 부딪혀 4명이 선착장으로 튕겨 날아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들은 운 좋게도 가벼운 부상에 그쳤지만, 문제는 선착장에 있던 김모 씨(24)였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김 씨는 사고 과정에서 물에 빠져 실종됐고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여름철 물놀이 사고의 책임이 개인에게만 쏠려 있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국민안전처가 매년 여름 물놀이 관리지역에 안전요원을 배치하도록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예산을 들여 요원을 배치해야 하는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권고 수준이다 보니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이를 무시하는 경우도 생긴다는 것. 김세환 강원대 교수(체육교육과)는 “수상 안전사고는 24시간 관리를 해도 순간 방심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라며 “총괄 계획과 세부 이행 주체가 미스매치되면 효과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16-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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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연장로켓 ‘천무’ 부품 추정 도면, P2P로 유출

    우리나라가 약 1300억 원을 들여 개발한 차기 다연장로켓 ‘천무’의 부품으로 추정되는 도면이 P2P(개인 간 거래) 공유 사이트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비공개 정보가 담긴 문건, 10대들의 범죄기록과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파일도 P2P 사이트에서 발견됐다. 본보 및 채널A는 주요 P2P 사이트에서 사용자들이 공유한 파일 중 한글(HWP)과 엑셀(XLS), PDF 형태로 된 문서를 수집해 그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개인정보 이용 범죄와 안보 위협에 악용될 수 있는 파일이 상당수 포착됐다. 천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도면 파일은 한 방산업체 직원의 실수로 유출됐다. 이 직원이 퇴사하면서 가져간 외장하드에 들어 있던 파일들이 실수로 P2P 사이트에 노출된 것이다. 유출된 도면 중에는 목표 정밀 타격을 위한 구동 장치로 추정되는 것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국산 미사일 ‘현무’에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부품 도면도 발견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관련 사실을 알게 돼 해당 업체 등을 대상으로 유출 경위를 확인했고 필요한 보안 조치를 했다”며 “다만 해당 도면이 공식 도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도면과 결정적인 차이가 없다면 참고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은 “적이 도면을 손에 넣은 다음 분석하게 되면 우리 무기 체계의 약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7년 10월~2008년 1월 개성 남북경협사무소에서 작성된 ‘비공개’ 문건 10여 개도 발견했다. 2013년 유출된 이 문건들은 대부분 통일부 장관에게 보고되고 청와대에까지 배포되는 ‘주간 업무 보고서’의 초안이었다. 2007년 11월 문서에는 ‘북측이 남측 대선 후보들의 지지율 및 BBK 의혹 관계자 소환 일정을 문의하는 등 남측 대선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 달 뒤 작성된 파일에는 ‘북측이 수시로 행사(개성공단 내 경협사무소 신축 청사 준공식) 일정을 번복하고 장관 기념사 내용 중 일부 문장 표현의 삭제 또는 수정을 요청해 서로 갈등이 고조됐었다’고 쓰여 있었다. 당시 직원들이 평양을 돌며 찍은 사진 20여 장도 발견됐다. 통일부는 “한 직원이 작업을 위해 개인 PC에 저장했던 자료가 실수로 올라간 것”이라며 “관련 규정에 따라 해당 직원을 징계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만든 보호관찰기록 관련 파일 1000여 개도 유출됐다. 여기에는 주민등록번호, 주거지 등의 개인정보와 범죄 사실, 가족들의 휴대전화번호가 있었다. 검정고시에 응시하는 사람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든 엑셀 파일도 있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2014년, 9급 직원이 개인 노트북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중 본인도 모르게 유출한 것”이라며 “관련자를 지방 소재 기관으로 전출시키는 등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해당 부처들은 유출 사실을 파악해 나름의 조치를 했지만 해당 문건을 내려받은 사람이 1명이라도 있을 경우 파일은 언제든 다시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P2P 사이트의 특성상 파일이 한번 전체 공개되면 완벽하게 회수해 없애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USB 등 물리적 저장 수단을 통한 반출 방지를 강화하고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보안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변종국 채널A 기자}

    • 2016-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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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파 하늘 향하는데도… “읍내 내리쬘것” 악의적 사실 왜곡

    경북 성주군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오자 이를 둘러싼 각종 괴담이 인터넷 공간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관련 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이런 게시물들은 인터넷 공간의 확산성에 힘입어 전방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칫 사드 배치를 둘러싼 건전한 논쟁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3, 14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사드가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사드 체계에 포함되는 레이더가 발생시키는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 같은 괴담은 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 채널, 정치 시사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파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에는 13일 ‘사드가 배치될 성주 위성사진’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이 게시물에 담긴 성주 위성사진은 사드 배치 위치와 성주읍이 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이로 인해 성주읍 전체가 전자파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에 따르면 사드 레이더는 수평 또는 아래를 향하지 않고 최소 5도가량 위를 향하게 된다. 여기에 성주읍 성산리의 방공포대가 해발 약 400m에 있는 걸 감안하면 성주읍이 전자파를 직접 맞게 될 일은 없다. 실제로 레이더를 기준으로 약 2.4km 떨어진 곳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계산상 해발 약 600m까지는 안전구역으로 분류된다. 이런 사실을 일부 누리꾼이 지적했지만 해당 게시물은 25분 만에 ‘베스트게시물’로 등록됐다. 이후 이 글을 그대로 옮긴 또 다른 게시물이 주요 커뮤니티로 옮겨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는 참외와 미사일 그림을 합친 ‘성주 참외 사드세요’라는 게시물이 떠돌았다. 그림을 보면 참외 사진이 있는 왼편에는 평화로운 밭이 그려져 있지만 반대편에는 미사일에 폭격당하는 도시의 사진이 그려져 있다. 사드가 참외 농가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며 전쟁 위협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의견이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하상도 중앙대 교수(식품공학부)는 “어느 정도 미미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현재 배치가 결정된 위치와 고도, 참외 농가의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참외 재배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를 맞으면 암에 걸린다는 정보도 과장된 채 퍼지고 있다. 지난주 보건의료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된 지적이 지나치게 확장된 것이다. 사드에 쓰이는 레이더 전자파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로부터 2B 등급(인체 발암 가능 물질)의 발암 물질로 등록된 것은 맞다. 하지만 2B 등급에는 전자파 외에도 가솔린 엔진 배기가스 등 280종이 넘는 물질이 포함돼 있어 치명적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언론 보도를 잘못 이해해 불필요한 오해를 낳는 모습도 보였다. 13일 한 종합편성채널이 일본 사드 기지 인근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하자 이를 인용한 일부 누리꾼들이 ‘유해성이 없다는 정부의 말이 거짓말이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일부 인터넷 언론도 이런 주장을 그대로 전하면서 오해가 깊어지는 상황. 국방부가 14일 “일본 기지는 발전기를 쓰기 때문에 소음이 있지만 성주 포대는 평소 한국전력이 공급하는 전기를 쓰기 때문에 소음 문제는 없다”고 밝혔지만 유해성 논란은 계속해서 번져 나갔다. 이 같은 게시물은 법적 처벌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허위 글 처벌 조항의 경우 미네르바 사건 이후 위헌으로 사라져 처벌 조항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사드를 둘러싼 더 이상의 괴담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국방부와 청와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방부와 청와대가 잇따른 의문에도 “100m 바깥에서는 안전하다”는 원칙만 반복해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는 분석이다. 이런 괴담이 퍼지는 배경에 정부와 국방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도 비슷한 맥락이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14일 “사드 괴담을 탓하기에 앞서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라고 논평했다.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은 “사드 괴담을 둘러싼 정부의 대처는 낙제점에 가깝다”며 “무작정 ‘괜찮다’고만 하는 게 아니라 더욱 구체적인 데이터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괴담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서형석·김동혁 기자}

    • 2016-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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