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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인 12일 오후 1시 50분경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기자회견장. 예정보다 20여 분 늦게 나타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사진)은 약간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지지율 50%대를 유지하며 레임덕을 모르던 그가 임기 말에 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를 맞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라고 규정하며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슬픔과 분노, 우리 국민을 지키자는 결의로 함께 뭉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배후에 대해서는 “용의자가 누구인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분명한 것은 용의자가 증오로 가득 찬 사람이었다는 것”이라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사건을 보고받은 직후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부 등 테러 유관 부처 핵심 관계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모아 조속한 사건 배후 파악을 지시했다. 중국 출장 중인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도 급히 귀국시켰다. 임기 말에, 그것도 ‘이슬람국가(IS)’가 연루된 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 터진 것은 큰 악재다. 2014년부터 IS 격퇴전을 치르면서 천문학적인 국방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미 본토에 대한 IS 연루 세력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한 결과가 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도 예산에도 IS 격퇴전 명목으로 110억 달러(약 12조9000억 원)를 책정했다. 그는 “IS 격퇴를 위해선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공화당의 거듭된 요청을 무시했다. 이에 공화당은 오바마가 요청한 ‘무력사용권’을 지금까지 승인하지 않아 정작 필요한 인력을 제때 보내지 못하는 등 IS와 제대로 된 싸움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평소와 달리 이날은 5분간 성명만 읽은 뒤 기자들의 질문을 일절 받지 않고 회견장을 떠났다. 기자들은 “이번 사건과 IS가 얼마나 관련이 있느냐” “IS 격퇴전을 보다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퍼부었지만 답하지 않았다. 폭스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IS 격퇴전과 대테러 정책에 대해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펄스’ 게이클럽에서 일어난 총기 테러의 단독범인 오마르 마틴(30)이 범행 전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IS가 103명의 사상자를 낸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자 9·11테러 후 15년 만에 미 본토에서 벌어진 테러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등 현지 언론은 미국 연방수사국(FBI)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마틴이 범행 전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을 맹세했다며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를 언급했다”고 전했다. IS는 공식 선전매체인 ‘알바얀 라디오’를 통해 “미국에 있는 칼리프 전사 한 명이 동성애자들을 위한 올랜도 클럽의 십자군 모임에 침투해 100명 이상을 살해하거나 다치게 했다”고 밝혔다. 뉴욕에서 태어난 아프가니스탄계인 마틴은 일찍이 IS 동조 의심자로 지목돼 FBI의 신문을 최소한 3차례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풀려났다고 CNN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긴급 대국민 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용의자가 누구인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배후를 상대로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올랜도 테러 직후인 12일 오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인근 샌타모니카에서도 성(性) 소수자들을 겨냥한 총격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 의심되는 백인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샌타모니카 경찰국은 웨스트할리우드 지역에서 열린 게이 축제 ‘LA 프라이드 퍼레이드’ 행사장 근처에서 차량에 폭탄 제조용 재료와 총기류를 갖고 있던 제임스 하월(20)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테러는 미국 대선 지형을 바꿔놓을 수도 있는 메가톤급 재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는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저지른 이번 테러를 안보 이슈에 민감한 전통 공화당원들을 결집할 호기로 보고 당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를 공격하고 나섰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은 총기 규제가 느슨해 벌어진 일이라며 지지층인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를 위로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두 후보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가 연루된 이번 사건을 대테러 정책과 이민 정책을 집중 부각시킬 호재로 삼을 작정이다. 최근 멕시코계인 곤살로 쿠리엘 연방법원 판사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흔들린 주도권을 이참에 다시 찾아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직후처럼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자 정책에 반감을 가진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에 절호의 찬스라는 속내가 읽힌다. 트럼프는 “미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며 9·11테러의 상흔이 남아있는 미국인에게 이슬람 테러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우리의 리더십은 약하고 무기력하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말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또 “힐러리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 우리가 더욱 위험해질 것”이라며 클린턴까지 싸잡아 공격했다. 트럼프는 13일 뉴햄프셔 주 유세에서 이메일 스캔들 등 클린턴의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참이었지만 대테러와 국가안보 문제로 토픽을 바꿀 계획이라고 CNN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선언에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협력으로 상승세를 타던 클린턴은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다. 클린턴은 오바마 정부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으로 현 정부의 초기 대테러 정책을 이끌었다. 클린턴은 이날 트위터에 “끔찍한 테러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내 마음은 하나”라고 적었다. 그는 15일 위스콘신 주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시작하려 했던 합동 유세도 취소했다. 클린턴은 무분별한 총기 소유로 사고가 벌어졌다며 총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신원 조회를 거친 사람만 총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클린턴은 또 “성소수자 사회는 미국 국민 수백만 명이 응원한다는 걸 알아 달라. 나도 그중 한 명”이라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동성애자를 위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상투적이고 뻔한 정치적 공격에만 매진할 뿐 정작 실질적으로 나라를 안전하게 할 대테러 전략은 없다”고 비난했다. 이번 테러가 두 후보 중 어느 쪽에 유리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IS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난 이상 총기 규제가 테러와 이민자 이슈를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보는 전통적으로 보수당에 유리한 이슈여서 당장은 트럼프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사고 직후 보인 반응을 놓고 ‘자질론’이 또다시 제기됐다. 그는 트위터에 “올랜도에서 정말 나쁜 총격이 발생했다.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다”고 적었다. 이를 놓고 국가 안보를 이끌어갈 대선 후보의 메시지치곤 함량 미달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13일 폭스뉴스에서는 “올랜도 난사범보다 더 흉악한 뜻을 품은 사람들이 나돌아 다닌다. 미국에 수천 명은 된다”며 근거 없는 주장도 했다. 미국에서 자생하는 급진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피터 버겐은 CNN에 “두 진영은 이번 문제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조동주 기자}
12일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펄스’ 게이클럽 집단 총기난사 사건의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30)이 범행 전 수니파 이슬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틴이 최소한 IS의 극단주의에 경도된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라는 뜻이다. IS가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이자 9·11 테러 후 15년 만에 미 본토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미 현지 언론은 미 연방수사국(FBI) 관계자를 인용해 “마틴이 총기 난사 직전에 911에 전화를 걸어 IS에 충성을 맹세했으며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테러사건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IS와 연계된 매체인 아마크통신은 이날 “100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올랜도 게이 나이트클럽 공격은 IS 전사(戰士)가 저지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내디노 총격 사건의 주범인 사이드 파룩의 부인 타시핀 말리크도 범행 전 페이스북에 IS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대한 충성을 서약한 바 있다. 뉴욕에서 태어난 아프가니스탄계인 마틴은 일찍이 IS 동조 의심자로 지목돼 FBI의 심문을 최소한 3차례 받았지만 그 때마다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아 풀려났다고 CNN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긴급 대국민성명을 발표하고 “이번 사건은 테러 행위이자 증오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용의자가 누구인지 극단주의 세력과 어떤 연계가 있는 지 파악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 배후를 상대로 사실상 전쟁을 선포했다. 이번 테러를 계기로 미 정부의 대테러 및 이민자 정책이 대선 정국의 핫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서 “미국은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대해) 보다 강하고 현명해져야 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오늘 ‘과격 이슬람 테러리즘’이란 말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수치심을 느끼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국은 유사한 테러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를 옹호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필리핀 대사로 지명된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동아시아태평양담당 부차관보 후임에 한인 1.5세인 조지프 윤 주말레이시아 미국 대사(61·사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사가 미 상원의 인준을 거쳐 후임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되면 미 대북정책 수장(首長)을 2회 연속 한국계가 맡게 된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11일 “추가 절차가 남았지만 윤 대사가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를 맡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당국자도 “미 정부가 공식 발표만 남겨뒀을 뿐 내부적으로 윤 대사가 성 김 대표에 이어 미 정부의 대북정책 실무를 총괄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임명은 빠르면 다음 달, 늦어도 9월로 예상된다. 윤 대사는 성 김 대표에 앞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 일본 등을 담당하는 동아태 수석부차관보를 맡은 바 있지만 당시엔 대북정책특별대표는 겸임하지 않았다. 1985년 국무부에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윤 대사는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두 차례 근무한 한국통이다. 한미 동맹, 대북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강경한 원칙을 갖고 있다. 그가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참사관이었던 2007년 8월 한국의 인터넷매체 기자들과의 간담회 일화는 아직도 외교가에서 회자된다. ‘인터넷통일언론인연구모임’이란 진보 성향의 인터넷매체 기자 모임이 주최한 한반도 정세 관련 간담회였다. 한 기자가 주한미군 범죄 처벌 문제 등을 거론하면서 “한미동맹은 한국이 미국의 준(準)식민지 상태를 유지하는 동맹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윤 대사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고 ‘그렇다’는 답을 듣자 “그럼 저랑 뭐 이야기할 게 별로 없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2012년 3월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시절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태소위원회 청문회에서는 “북한 주민들의 복지는 개선이 절박한 상황이며 북한 주민들의 인권 보호는 미 대북정책의 중요한 목표다. 중국에 탈북자 강제 북송을 중단하도록 계속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사는 초등학생 때인 1963년 세계보건기구(WHO)에 근무하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 영국 웨일스대와 런던정경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경제연구소인 ‘데이터 리소스’에서 경제학자로 활동하다 이후 외교관의 길을 걷고 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는 클린턴 편이다(He’s with her).” 9일(현지 시간)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사진) 선거캠페인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은 이런 문구로 바뀌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클린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것을 환영하는 문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의 선거캠페인 홈페이지와 유튜브 동영상에 올린 영상 메시지에서 특유의 단호하면서도 감성 어린 화법으로 클린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나는 지난 임기를 통해 대통령 직이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 클린턴보다 이 자리에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며 “나는 클린턴 편(I am with her)”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린턴은 대통령 직을 잘 해낼 수 있는 용기와 열정,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그와 20여 차례 토론했던 사람으로서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일하면서 보여준 판단력과 결단력, 강인함, 그리고 미국의 가치에 대한 헌신을 지켜볼 수 있었다”며 클린턴의 국정 경험을 높이 샀다.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해외순방에 나서거나 자신과 2011년 5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9·11테러 배후인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제거 작전을 지켜봤던 상황도 회고했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는 뚜렷이 차별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식 지지 선언에 이어 15일에는 대표적 경합 주로 꼽히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인 위스콘신 주를 찾아가 클린턴 지지 유세에 직접 나선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경선 포기를 선언하지 않은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만나 대선 승리를 위해 클린턴에게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샌더스는 오바마 대통령과 회동한 후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면 재앙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지 않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며 조만간 클린턴을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치 아픈 경쟁 상대였던 샌더스가 협력을 약속하고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지지 선언까지 얻어내면서 클린턴은 천군만마를 얻었다. 클린턴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 전부를 얻은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내가 여러 해에 걸쳐 격렬한 경쟁자에서 진정한 친구가 된 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인사들의 지지도 잇따랐다. ‘진보의 아이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MSNBC 인터뷰에서 “클린턴을 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도록 진심을 다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는 시기 문제였을 뿐 예정됐던 것인 만큼 ‘이메일 스캔들’로 위기를 겪고 있는 클린턴의 지지율이 얼마나 반등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10일 공개된 폭스뉴스의 본선 가상대결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은 42%, 트럼프는 39%로 두 사람의 차이가 3%포인트에 불과했다. 또 샌더스의 열성 지지자들은 여전히 클린턴에게 반감을 갖고 있어 샌더스 하차 시 무당파나 심지어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월가 은행 해체’ ‘대학 등록금 면제’ 등 샌더스의 진보적 공약을 클린턴이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관측이 많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 지지자를 힐러리 쪽으로 모을 수 있을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의 매직 넘버 달성에도 경쟁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경선을 끝까지 완주하겠다고 선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의 1인자로서 샌더스를 설득해 클린턴과 유기적으로 결합시켜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0)와 제대로 된 한판 승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방송된 NBC 토크쇼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 출연해 “클린턴과 샌더스가 벌인 경쟁은 ‘건강한 현상’이었다”며 “샌더스가 정치권에 불어넣은 엄청난 열정과 새로운 생각은 클린턴을 더 좋은 대선 후보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에 대해선 “매우 영리하고 강인하다”며 “수주 내로 둘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샌더스의 ‘정치혁명’ 기치를 평가하면서도 이젠 클린턴을 밀어줘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뉴욕에서 열린 민주당 후원행사에서도 “샌더스를 지지한 젊은층을 붙잡아 투표장에 나오도록 당이 총결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9일 백악관에서 샌더스와 단독으로 만나 패배를 인정하고 클린턴에게 힘을 모아줘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패장(敗將)’인 샌더스가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도록 정치적 예우를 갖추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샌더스에게 ‘이제 할 만큼 했다’며 승복을 강요할 경우 클린턴에게 반감을 가진 샌더스 열성 지지층들이 이탈하거나 심지어 트럼프로 기울게 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제는 혁명을 꿈꾸는 샌더스의 정책을 클린턴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차기를 도모할 필요가 없는 고령의 샌더스로서는 실리보다 명분을 중시할 것으로 보여 벼랑끝 전술을 편다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경선 과정에서 샌더스의 압박으로 좌클릭한 클린턴이 샌더스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샌더스와의 회동을 앞두고 클린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1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민주당 마지막 경선 전까지는 클린턴과 공동 유세에 나서는 일도 삼가기로 했다. 젠 사키 백악관 공보국장은 NYT 인터뷰에서 “샌더스가 경선 기간 구축한 풀뿌리 지지층과 변화에 대한 열정은 11월 본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며 “샌더스가 경선 후에도 어떤 식으로든 정치혁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7일(현지 시간) 오후 10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유세장. 주인공이 예정된 시간이 돼도 나타나지 않자 2000여 명의 지지자는 성조기를 흔들며 “USA”를 연호했다. 5분 후 주인공 대신 흑인 여가수 매디슨 맥퍼린이 단상에 올라와 무반주로 미국 국가를 불렀다. 유세장에서 종종 듣는 국가였지만 일부 지지자들, 특히 중년 여성들은 눈물을 흘렸다. “자유의 땅, 그리고 용감한 이들의 고향….” 마지막 가사가 끝나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이 등장했다. 평소 즐겨 입는 원색 대신 흰색 정장을 입은 클린턴은 8년 전 이날이 생각나는 듯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2008년 6월 7일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과 치른 경선에서 패배를 인정했다.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백악관에 여성을 보내게 될 것”이라며 절치부심했던 그는 이날 “우리 모두가 지금 유리천장 아래 서 있지만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이번엔 무너지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미 역사상 최초로 여성이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며 경선 승리를 선언했다. 지난해 4월 시작한 대장정이 끝난 게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당신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클린턴은 이날 6곳에서 열린 경선에서 캘리포니아 뉴저지 뉴멕시코 사우스다코타 주 등 4곳에서 승리하며 적어도 2755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 넘버(2383명)를 훌쩍 넘겼다. 클린턴은 이내 흥분을 가라앉히고 “오늘의 승리는 누구 한 사람의 승리가 아니라 세대에 걸쳐 투쟁하고 희생하고 이 순간을 가능하게 만든 여성과 남성들의 승리다. 오늘밤은 바로 여러분의 승리”라고 했다. 그러고는 눈빛을 바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70)를 정조준했다. “트럼프는 대통령직을 맡을 자질이 없는 사람”이라며 “트럼프는 단순히 멕시코 국경뿐만 아니라 미국인들 사이에 벽을 세우려고 한다. 트럼프는 우리가 대변하는 모든 것과 배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장애를 지닌 (뉴욕타임스) 기자를 조롱하고 여성을 돼지라고 불렀다” “경선 상대 후보들과 그 가족들까지 비난하고 이민자들을 조롱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미국을 다시 뒤로 돌리자’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경선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정치혁명을 위한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14일 워싱턴 경선(민주당의 마지막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며 7월 전당대회까지 가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에게 축하전화를 걸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7일 폐막한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중국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미국이 인도와 국방 분야 협력을 강화키로 하고 아시아권에서 대중(對中) 포위 구도를 확장하고 나섰다. 서남아시아 패권을 놓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는 인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국방과 에너지 등 양자 관계와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회담 후 브리핑에서 “군수와 해양 정보 공유, 심지어 미국 항공모함의 이동과 관련한 중요한 국방협약을 마무리하는 데 중요한 진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모디 총리에게 인도를 미국의 ‘주요 국방 파트너’로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수브라마니암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부 차관이 AP통신에 밝혔다. 자이샨카르 차관은 “인도가 미국의 주요 국방 파트너가 되면 동맹 수준으로 미국 핵심 방산기술을 공유하거나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양국은 국방협력의 핵심인 ‘군수지원 협정’도 곧 맺는다. 협정이 체결되면 미군은 필요 시 인도에 주둔하거나 항공모함을 정박시킬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으로 일본과 호주, 필리핀, 베트남, 미얀마에 이어 인도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에워싸는 아시아권 안보협력 벨트 구축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는 중국의 군사굴기에 긴장하고 있는 인도의 이해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양국 정상이 이날 합의한 군사 안보협력을 ‘전략적 악수(strategic handshake)’라고 표현했다고 CNN이 전했다. 두 정상은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인도에서 원전 6기 건설에 착수한 것을 환영했으나, 건설비용과 금융조달 방식 등에 대해선 더 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추진된 이 사업에 대한 법적 책임 등 본질적인 문제들은 해결된 상황이어서 늦어도 내년 6월까지는 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모디 총리를 시종 ‘가까운 내 친구(my close friend)’로 부르며 “어깨를 맞대며 계속 협력해 나가자”고 친근감을 나타냈다. 모디 총리는 8일 폴 라이언 하원의장 초청으로 상하원 합동 연설에 나선다. 미 정치권에서도 인도와의 협력에는 별 이견이 없어 양국 간 군사 협력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고 인터넷매체 ‘더 힐’이 전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올해 8회째를 맞은 미중 전략경제대화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 회의다. 따라서 이번엔 양국이 첨예한 갈등 속에서도 협력과 우호를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서 기존의 원론적인 합의를 되풀이하는 데 그쳤을 뿐 남중국해 문제는 한 치 양보 없는 대립 속에서 대화는 끝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행사가 끝나자마자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남아시아에서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도를 껴안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이다. 국무부는 “인도양-태평양 지역에서의 안보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는 8일에는 상하원에서 합동연설도 한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지금부터 전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북 제재를 이행한다고 동의해준 점에 감사를 표한다”고 말한 것은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누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가 “한반도 안정이라는 공동의 목표와 북한의 평화로운 비핵화 선택이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합치된 노력”이라고 강조한 것은 중국 협조 없이는 대북 제재가 실효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 부위원장을 만난 1일 미국이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대화가 시작된 6일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미국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중국의 이행 정도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미 군축협회(ACA) 연차총회에 참석해 연설을 마친 후 북한의 돈세탁 우려 대상국 지정 후속 조치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은행을 언제 제재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미 고위 관리가 양국 전략대화가 시작된 날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정도를 평가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만큼 불신이 크다는 뜻이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을 수호할 권리가 있다”고 밝힌 것은 양국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대립각을 세웠음을 보여준다. 남중국해 문제의 경우 3∼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회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전초전이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남중국해 연구센터 소장은 7일 관영 환추(環球)시보 기고문에서 “중국은 2007년부터 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해 왔으나 올해는 달랐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중 간 군사 충돌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 임기 말에 열린 양국 간 주요 대화가 갈등 속에 마무리됨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는 팽팽한 긴장 속에 미중 외교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중국 문제에서만큼은 큰 이견이 없어 둘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중국과는 험악한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니 글레이저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대화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차기 정부로 넘겨지게 됐다”고 논평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외교학원 왕판(王帆) 부원장은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 인터뷰에서 “미중 간에 전략적 경쟁을 확인한 회의였다”고 평가했다.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과 중국은 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폐막한 제8차 전략경제대화에서 북한 핵보유국 불인정과 유엔 대북제재 시행이라는 원칙에는 합의했다. 하지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끝까지 평행선을 달렸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가진 행사 폐막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북한의 핵보유국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미중 양국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전면적으로 이행한다는 점에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국 불용과 대북제재의 전면적 이행은 기존의 양국 간 합의를 원론적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3원칙(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 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미 의회는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2046년까지 유효한 미중 원자력협정을 전격 중단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對中) 압박 의지를 정책적으로 뒷받침했다. 민주당 에드워드 마키,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 지난달 26일 공동 발의해 현재 심의 중인 ‘2016 미중 원자력 협력과 핵 비확산 법’은 중국 정부가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모든 미중 간 원자력 협력을 즉각 중단토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양 국무위원은 “중국은 남중국해에서의 영토 주권을 수호할 권리가 있다”며 기존 태도를 고수해 양측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폴란드가 1월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에 대한 비자를 발급하지 않아 단 한 명도 추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7일 보도했다. 일부 국가가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북한 인사들에 대한 신규 비자 발급을 중단한 적은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 중단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국가는 폴란드가 처음이다. 폴란드 외교부는 6일 VOA에 “(올해 초)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현재까지 북한 노동자에 대한 입국 비자를 한 건도 발급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북한 노동자에게 발급된 노동 비자도 156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현재 폴란드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에 대해선 “지난해 말 현재 북한인들에게 발급된 취업허가증은 총 482건이며 이는 해외 노동자들에게 발급된 비자의 0.7%”라고 설명했다. 폴란드의 이번 조치로 베트남 라오스 등 친북 성향의 동남아 국가는 물론이고 유럽의 몰타, 아프리카의 앙골라, 중동의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등 북한 노동자를 받아들이고 있는 곳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취해질지 주목된다. 유럽 국가 중 루마니아, 불가리아, 체코 등은 과거 북한 노동자를 파견받았지만 북한 해외 노동자에 대한 인권 피해 상황이 알려진 후 이들에 대한 전면 귀국 조치를 취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우경임 기자}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방미 중인 이해찬 의원(무소속)은 5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 애넌데일에서 교포간담회를 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외교관은 국내 정치와 캐릭터상 안 맞는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인 이 의원은 “정치를 오래했지만 외교관은 정치에 탤런트가 맞지 않다. 외교도 중요하지만 갈등이 심한 정치에 외교관 캐릭터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돌다리가 없어도 물에 빠지면서도 건너가야 하는데 외교관은 돌다리를 두드리고도 안 건너간다”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또 “그동안 외교관을 많이 봤지만 정치적으로 대선 후보까지 간 사람은 없었다. 외교 차원의 정치는 (어느 정도) 하지만 경제 사회 정책 문화 교육 등 외교관계 이외에 나머지 영역에서는 인식이 그렇게 깊지 않다”며 시종 ‘외교관 폄하’ 논란이 일 정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반 총장도) 국내 정치를 하는 데 과연 적합한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8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여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반 총장과 티타임을 갖는다. 이 의원의 발언을 두고 6일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라는 유력 대선 후보를 둔 친노 진영이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반 총장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 노무현 정부가 반 총장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만들었는데 취임 이후 노무현 정부와 거리를 둔 반 총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의원은 2006년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유엔 사무총장에 도전했을 때 국무총리였다. 특히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2년이 지난 2011년 12월에야 비로소 반 총장이 노 전 대통령의 묘소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비공개로 찾은 데 대한 서운함도 작지 않다는 것이다. 반 총장이 지난달 방한해 5박 6일간 김종필 전 국무총리 등 주로 여권 인사들을 만난 것도 달갑지 않아 하는 분위기다. 반면 반 총장 측은 ‘노무현 정부가 만든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주장에 “유엔 사무총장은 특정 정권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이뤄낸 성과”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외교 관계자는 “노무현 정부가 처음부터 반 총장을 밀지는 않았다는 건 다 아는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야권에서는 만약 반 총장이 대선 경쟁에 뛰어든다면 친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한 친문 인사는 사석에서 “반 총장이 외교부 장관이 되기 전 행적과 이후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까지의 상황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 총장에게 불리한 사실이 있고 이를 공개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함구했다. 이 의원도 이날 ‘8일 반 총장과 만나 그런 정치적 조언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 얘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자리는 아니다”라고 했다.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8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한반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양국은 대북 압박에 관한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성격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미국과 중국이 2009년 이후 매년 전략경제대화를 갖고 있지만 한반도 이슈가 이번처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개막사를 통해 북한을 감싸려는 중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강하게 압박했다. 케리 장관은 “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가장 엄격한 대북제재를 통과시켰다”며 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양국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리 장관은 “우리는 그 어떤 국가도 핵무기를 만들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며 북한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동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까지 나서 “대북제재를 완전하게 집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중국을 향해 미국 외교 수장(首長)이 나서 “이 정도론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불만에는 전략경제대화 개막 닷새 전인 이달 1일 시 주석이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면담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겉으론 철저한 대북제재를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중국은 ‘북한 핵개발 반대’라는 명분에 찬성해 유엔 제재에도 적극 참여했지만 강한 압박으로 인해 북-중 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개막식 축사에서 “제로섬 게임이나 대결 충돌은 이미 시의에 적합하지 않게 됐으며, ‘같은 배를 타고 같이 어려움을 극복(同舟共濟)’하고 ‘협력해 함께 이기는 것(合作共영)’이 시대의 요구”라며 미중 협력을 부쩍 강조했다. 시 주석은 미중 관계가 ‘신형대국 관계’로 원만히 발전되기를 바라는 뜻을 송사(宋詞)의 한 구절로 표현했다. 그는 송나라 시인 신기질(辛棄疾)의 ‘청산서부주 필경동류거’(靑山遮不住 畢竟東流去·흐르는 물은 청산도 막을 수 없어 결국은 동쪽으로 흘러간다) 구절에 대해 “많은 곡절이 있어도 미중이 방향을 잘 잡으면 결국은 양국과 국민에게 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떠 있는 구름(잠깐 지나는 현안)이 눈을 가려 전략적 오판을 하게 하는 것을 막고, 지속적인 소통으로 전략적인 신뢰를 쌓아야 한다”며 상호 신뢰 증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한의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압박 필요성을 촉구하는 미국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느껴지는 발언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중국이 대북제재에 계속 미온적일 경우 2월 발효된 대북제재 강화법을 근거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인권 유린, 사이버 해킹 등과 관련된 제3의 기업, 개인을 의무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세컨더리 보이콧’을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외교역의 90%가량이 대중 교역인 만큼 이런 내용의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금융기관은 물론이고 중국의 상당수 기업이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케리 장관은 6일 대화 개막 연설에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그 어떤 국가도 해양 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국제준칙을 준수하고 대화 등의 평화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케리 장관은 앞서 5일 몽골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ADIZ) 설정은 도발이자 지역 안정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은 대화를 시작하는 6일 필리핀 해군과 5일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 인근에서 연례 연합훈련(CARAT)을 시작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미국과 중국은 경제와 통상 현안에서도 기존 태도에서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이 대중(對中) 공격의 선봉에 섰다. 루 장관은 2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지정하며 사실상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금융기관 제재 카드를 마련한 당사자다. 루 장관은 6일 전략경제대화 개막식에서 “중국은 세계무역 질서를 왜곡하고 해를 끼치는 철강 과잉 생산을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인한 저가 공세가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중국산 냉연강판에 522%, 중국산 내부식성 철강 제품엔 451%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전면 금수(禁輸) 조치를 내릴 수 있는지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러우지웨이(樓繼偉) 중국 재정부장은 이날 전략경제대화의 ‘거시경제·정책회의’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에 공헌할 때는 아무 말 않더니 이제 와서 중국의 과잉 생산을 지목한다”며 루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어 “중국은 지난해 9000만 t의 철강 생산량을 감축했고 앞으로도 감산할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중앙계획 경제가 아닌 데다 철강 생산량에서 민영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2%에 달해 계량화된 수치로 감산을 강제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세계경제 질서를 쓰게 할 수는 없다”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적극 추진하는 등 중국의 경제 굴기(굴起)에 맞서 왔다. 중국이 대미 수출을 위해 외환시장에 적극 개입하면서 5년여 만에 위안화 환율을 최저치로 낮춘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으며 이날 루 장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방침을 고수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이 철강 등 자국 제품에 부당하게 반덤핑 관세를 매겨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중국 측 대표인 왕양(汪洋) 부총리는 이날 개막식에서 미국과 양자 간 투자협정(BIT)의 조속한 체결을 위해 중국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세 번째 ‘네거티브 리스트(수입제한 품목 표)’를 다음 주 미국에 제시하겠다고 밝혔다고 써우후(搜狐)재경이 전했다. 3차 네거티브 리스트 교환에서 미중 양국이 견해차를 좁히면 미중 간 BIT 체결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커진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6일 베이징(北京)에서 개막한 제8차 전략경제대화에서 세계 안보와 경제 패권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대결에 돌입했다. 미중의 안보와 경제 수장(首長)들이 머리를 맞댄 이번 대화는 한반도 등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정상회담 다음으로 격이 높은 이번 대화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후 열린 양국 간 최고위급 만남이다. 미 정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화웨이의 대북 거래 의혹 조사 카드로 미중 갈등이 표면으로 노출된 후 열렸다는 점에서 시점도 미묘하다. 양국은 이날 시작부터 속내를 숨기지 않고 날을 바짝 세웠다. 시 주석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한반도 핵 문제 등에 대해 (미중은) 긴밀한 소통과 협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이 대북제재 이행에 미온적이라고 비난했지만 중국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 비핵화 압박 명분 때문에 북한이 가져다주는 전략적 이익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이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대북제재를 시행하는 과정에서도 마땅히 보조를 맞추고 지속적으로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며 중국의 적극적인 대북제재 이행을 거듭 압박했다. 이미 ‘협조하고 있다’는 시 주석에게 ‘더 강력하게 협조하라’고 촉구한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앞으로 이란 핵 문제를 모범으로 삼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공조를 기반으로 한 전면적 압박으로 이란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듯이 미 정부는 압박 위주의 대북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 주석 면전에서 밝힌 것이다. G2는 미중 간 패권 경쟁의 또 다른 상징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와 철강 등 통상 마찰 이슈에서도 격렬하게 충돌했다. 시 주석은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일부 갈등은 노력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해결이 불가능한 갈등은 상호 존중, 구동존이(求同存異·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은 점을 먼저 찾는 것) 등 건설적인 태도로 적절히 통제해 나가야 한다”며 미국의 지나친 개입을 경고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그 어떤 국가도 해양 갈등 문제에서 일방적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추구할 것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중국의 철강 생산 설비 과잉으로 세계 경제가 좀먹는다”고 공격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북한 선박이 유엔 회원국인 일본 항구에 입항한 기록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민간 웹사이트 ‘마린 트래픽’ 지도 분석 결과 북한 선박 ‘용림호’가 3일 오전 11시 12분(현지 시간) 일본 규슈(九州) 섬 동부에 있는 쓰쿠미 항구에 입항했다. 안보리는 북한의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용림호를 포함한 북한 선박 27척에 대해 유엔 회원국 입항과 출항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의 제재 대상 선박 27척은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 채택 후 공해상에서 발견된 적은 있으나 유엔 회원국 입항 기록을 남긴 적은 없었다. 앞서 용림호는 지난달 21일 필리핀 낙사사 만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지점에서 확인됐다고 VOA는 보도했다. 곡물이나 광물을 주로 운송하는 용림호는 무게 2만6000t, 길이 181m의 대형 선박으로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 소속 선박 중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유엔 주재 일본 대표부 히로유키 마세 대변인은 미국의소리 방송에 보낸 e메일에서 “해당 정보에 대한 확인 작업을 거쳤다. 문제의 선박이 일본 항구에 입항했다는 사실은 없다”며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일본 정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안보리 제재 대상 OMM 선박이 일본 항구에 입항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관련 보도를 접했으나 구체적으로 밝힐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대북제재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8차 전략경제대화에서 다시 맞붙는다. 이번 대화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이수용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전격 면담하고 미 재무부가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대상국’으로 첫 지정하며 북한과 중국을 동시 겨냥한 뒤 처음으로 열리는 미중 간 최고위급 만남이다. 미국에선 존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 중국에선 왕양(汪洋) 부총리와 양제츠(楊¤¤)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참석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의제는 북핵 문제, 특히 중국의 대북제제 이행 여부다. 미국은 3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안 채택 후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제재를 비판해왔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압박에 거부감을 보였다. 미 정부 고위 당국자는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이번 대화에서 미국은 중국에 북핵 포기를 위한 추가 압박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쩌광(鄭澤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신형 대국관계 건설, 양국 간 실질적 협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눌 것”이라고 말해 중국이 북핵 이슈를 비껴가려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북핵 억지를 위해 중국의 반대에도 한국 정부와 협의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아시아 패권 경쟁의 상징적 이슈인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도 핵심 어젠다로 거론된다. 특히 필리핀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기한 영유권 중재 판결이 수주 안에 나올 예정이어서 양국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위안화 환율 문제, 철강부터 닭발까지 불붙은 무역 마찰, 사이버해킹, 기후변화 이슈 등도 폭넓게 논의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투자협정 등의 분야에서는 새로운 진전이 기대되지만 양국 간 뜨거운 이슈도 서로 논의를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 상무부가 중국의 전자·통신제품 제조업체인 화웨이(華爲)의 대북 거래 의혹 조사에 착수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방위 대중(對中) 압박 드라이브가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신호탄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중국 휴대전화 업체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1억 대 클럽’(연간 판매량 1억 대 이상)에 진입하며 세계 휴대전화 업체 중 3위(점유율 8.4%)를 차지했다. ‘중국의 삼성전자’격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이다. 미 재무부가 1일 북한을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알려진 이번 조치는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면담(1일)으로 가시화된 북-중 밀월 조짐에 대한 백악관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배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무부는 이미 올 3월 화웨이의 중국 내 경쟁사인 중싱(中興·ZTE)이 이란 등 제재 대상국에 미국 기술이 담긴 제품을 수출해 규정을 어겼다며 비슷한 제재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조치로 중싱은 미국산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워싱턴 정가에선 화웨이의 회사 규모가 중싱보다 훨씬 큰 만큼 상무부가 벌이는 이번 조사의 파장은 크게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말 현재 화웨이 매출은 600억 달러(약 71조 원)로 중싱의 4배에 이른다. 화웨이는 스웨덴 에릭손과 함께 안테나 등 최대 통신장비 공급 회사로 꼽힌다. 화웨이는 이란과 시리아 등 제재 대상 국가에서도 사업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은 북한에도 팔리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보도했다. 화웨이가 미 정부의 수사망에 걸린 것은 미중 간 사이버안보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중국 정부가 화웨이의 스마트폰 안테나 등 통신장비를 활용해 미국에서 첩보 활동을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측 스파이 활동에 화웨이가 협조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뒤 정부에 화웨이 통신장비 구매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중 견제 조치는 미중 수뇌부가 참여해 3일 개막하는 싱가포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와 6, 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양국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나온 것으로 미중 양국은 당분간 첨예하게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3일 ‘향(香)을 피우기도 전에 (미국이) 취한 것 같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미국이 3일 시작한 샹그릴라 회의에서 중국 압박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이어 “중국의 굴기에 주변국이 우려를 갖게 된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중국과의 밀접한 협력과 공동 발전은 이런 안전 문제보다 훨씬 큰 문제”라고 미국에 경고했다. 미중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한반도에도 이상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3일 미국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 중국과 필리핀 간에 진행 중인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앞두고 한국에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했으나 한국 측이 ‘판결이 나오기 전에 태도를 밝히는 것은 어렵다’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中, 단둥 韓中박람회 돌연 취소 중국 측은 북한과의 접경 지역인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단둥(丹東)에서 9일 개막할 예정이던 첫 ‘한중 국제박람회’를 돌연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단둥 시가 참여단체들에 ‘안전문제가 있다’며 취소 결정을 알리면서 ‘중앙정부의 결정’이라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북한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관광 대국 프랑스에서는 2010년 이후 심한 대기오염으로 에펠탑이 스모그에 가려 안 보이는 일이 잦아졌다. 2014년 3월 스모그가 5일간 이어지자 파리 시는 17년 만에 차량 2부제를 전격 도입했다. 홀짝운행제를 어긴 차량에는 22유로(약 2만9000원)의 벌금을 매겼다. 시 당국은 대신 시민들에게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과 벨리브(자전거 공유)를 공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차량 통제 방침을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파리 시민 64%가 반대했다. 특히 배달차량 운전자들은 “벌금을 내더라도 어쩔 수 없이 차량을 운행해야 한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파리 시 당국은 “국민 건강이 위태로운 비상 상황”이라며 7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도심에서 차량을 강력히 통제했다. 시 당국의 강단 있는 조치 덕분에 파리의 미세먼지 농도는 6%나 줄어 정상을 회복했고 파리 시는 하루 만에 차량 2부제를 풀었다. 파리 시는 지난해 3월에도 봄철 미세먼지가 많아지면서 스모그 현상이 심해지자 하루 동안 차량 2부제를 했다. 이런 당국의 철저한 관리로 올 3월은 스모그로 인한 차량 통제 조치 없이 지나갔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대기오염을 국가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민에게 깨끗한 공기조차 공급하지 못하는 정권은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과감한 개혁에 나선 것이다. 유럽과 미국 등이 주도하는 ‘맑은 공기 정치학(clean air politics)’은 미증유의 미세먼지 공포 앞에 갈팡질팡하는 한국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달 5일 영국 지방선거에서 무슬림 최초로 런던 시장에 당선돼 ‘유럽의 오바마’로 불리는 사디크 칸(45)은 취임 직후부터 ‘대기오염과의 전쟁’에 나섰다. 칸 시장은 2019년부터 런던 도심을 ‘초저배출구역(ULEZ)’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ULEZ는 유럽연합(EU)의 자체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 등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이 벌금을 내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지역을 뜻한다. EU의 경유차 배기가스 규제는 1992년 ‘유로1’에서 출발해 2013년 ‘유로6’까지 강화됐다. 유로6는 디젤차가 1km를 달릴 때 질소산화물(NOx)을 0.08g까지 배출하는 것을 허용한다. 칸 시장이 도입하려는 ULEZ 기준은 차량별로 다양하다. 모터사이클(유로3·운행 13년 미만), 승용차(휘발유 유로4, 운행 14년·디젤 유로6, 운행 4년 미만), 버스(유로4, 운행 6년 미만) 등이 그것이다. 칸 시장의 개혁안은 도심 대부분을 포괄하는 ULEZ에서 배기가스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경유차들에 교통혼잡료와 별도로 12.5파운드(약 2만1200원)의 ‘대기오염세’를 내도록 했다. 런던의 명물 택시인 ‘블랙 캡’도 현재는 대부분 경유차지만 2018년부터는 경유차 모델에 더 이상 신규 택시면허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산업혁명 시절 스모그의 도시로 알려진 런던은 최근 대기 질이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유차 등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로 인한 대기오염은 여전히 심각한 편이다. 런던 시는 칸 시장의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질소산화물 등에 따른 대기오염으로 해마다 4300명의 런던 시민이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구 밀도가 높은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경유차 매연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점은 최근 한국 상황과 비슷하다. 지난해 9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배출량 조작 논란 이후 유럽 국가들은 경유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경유차 비중이 2014년 63.9%에서 지난해 57.2%로 6.7%포인트 떨어졌다. 2012년 72.9%에서 3년 만에 15.7%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영국 역시 2014년 50.1%에서 지난해 48.4%로 소폭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이라는 야심 찬 기후변화 대응 프로젝트를 선포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화력발전소가 즐비한 공화당 거점 지역구의 정치인과 경제인,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현란한 정치술을 펴고 있다. 공화당 소속 연방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지만 주지사들은 연방정부의 경제 지원을 받기 위해 화력발전소 중심의 경제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청정전력계획’은 2030년까지 미국 내 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2005년 대비 30%에서 32%로 높이고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22%에서 28%로 높이는 게 핵심이다. 미 연방정부는 실제 실행 권한을 가지고 있는 주정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시장 지향적 방식을 택했다. 국가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줄이는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 발전에 투자하는 주에는 연방정부가 인센티브를 주고, 탄소배출 한도를 채운 주와 남긴 주가 배출권을 사고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2003년 10월부터 전국적인 디젤차 규제를 시작했던 일본 정부는 2015년 2월 초미세먼지(PM2.5) 배출을 억제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공장이나 소각로에서 나오는 매연 및 질소산화물 등에 대한 규제 강화 외에 대기오염방지법으로 규제되지 않는 잡초 태우기 등도 규제했다. 환경청은 급유 중에 증발한 휘발유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돼 PM2.5의 원인이 된다며 자동차나 주유소에서도 대책을 세우도록 했다. 일본 기상협회는 현재 PM2.5 수준의 초미세먼지 위성 자료를 매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파리=전승훈 raphy@donga.com /워싱턴=이승헌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