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 씨(75)가 봉안당(납골당) 이권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두 차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검찰이 재차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한 것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최 씨 고발 사건에 대해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이 2차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검찰의 1차 보완수사 요청을 받고 6개월간 재수사를 거쳐 지난달 11일 불송치 결정을 내렸는데, 검찰의 2차 보완수사 요청에 따라 세 번째 수사를 하게 됐다. 해당 사건은 한 봉안당 대표이사였던 노모 씨가 지난해 1월 최 씨를 경찰에 사기 및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최 씨가 명의 신탁 받은 주식 일부를 불법 양도하는 수법으로 봉안당 사업을 가로챘다는 게 노 씨의 주장이다. 경찰은 봉안당 사업 편취 의혹에 대해 약 1년간의 수사 끝에 증거 불충분으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18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당시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청했다. 최 씨는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22억여 원에 이르는 요양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의료법 위반)로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 씨 측은 “재단 이사로만 이름을 올렸을 뿐 병원 운영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일 의정부지법에서 이 사건에 대한 1심 선고가 열린다. 검찰은 5월 31일 결심공판에서 최 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토요일인 다음달 3일 서울 도심에서 1만 명가량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자 경찰이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와 경찰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집회 금지를 통고했으나 민노총은 취소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서울경찰청은 30일 “민노총과 산하단체가 3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서울 도심 97곳에서 9명씩 총 873명이 결집하는 집회와 행진을 신고하고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며 “공공 안녕질서에 위험을 초래할 것이 명백해 집회 금지를 통고했으며, 최대한 경찰력을 동원해 집결 자체를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민노총의 집회 신고 인원은 1000명이 채 되지 않으나, 실제로는 1만 명가량이 모일 것을 예고한 상태다.민노총은 현재까지 영등포구 등 17개 관내에서 인원을 9명씩 쪼개 집회 43건과 행진 54건을 신고했다.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는 서울시 고시에 따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노총이 인원을 나눠 신고했지만, 여의도 일대에서 집결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며 “전국에서 모이는 노조원들로 인해 감염병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서울시와 경찰은 이미 지난달 23일 집회 금지 통고를 내렸지만 민노총은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민노총은 같은 달 29일 서울시 집회금지 고시 등에 대해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경찰 관계자는 “집회 금지 방침에도 대규모 불법 집회를 강행할 경우 현행범 체포 등 강력 대처할 예정”이라며 “불법 집회를 주도한 집행부는 엄정하게 사법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아래층에서 불이 났어요. 아기들 데리고 얼른 대피하세요.” 29일 오전 11시 38분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A산후조리원. 2층 주방에서 점심식사를 한창 준비하던 조리사 B 씨는 비상계단으로 한 층을 뛰어올라와 목 놓아 외쳤다. 다급하게 올라오느라 실내화가 벗겨진 줄도 몰랐다. B 씨는 멈추지 않았다. 다시 한 층을 더 올라가 계속해서 “불이야!”를 외쳤다. 주방 조리대에서 불길이 솟아오르는 걸 확인한 지 1분 만이었다. 10층 건물에서 2∼4층을 쓰고 있는 A조리원에는 화재 당시 산모 12명과 신생아 17명, 직원 11명 등 40명이 있었다. 불을 처음 발견한 B 씨는 순간 놀라면서도 조리원에서 2개월마다 실시하는 화재 대피 훈련을 떠올렸다고 한다. 각 층 입구와 화장실, 주방 벽면 등 곳곳에 부착된 ‘피난안내도’대로 곳곳을 쫓아가 화재를 알렸다. 이후 곧장 119로 전화해 “조리원에 불이 났다. 아기들이 있어 빨리 와줘야 한다”고 요청했다. 서울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신고 32분 뒤인 낮 12시 12분 완전히 잡혔다. 소방당국은 주방에서 튀김요리를 하던 중 기름이 주변으로 튀며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주방 조리대와 벽면 등이 새까맣게 그을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 관계자는 “천장이 불에 타 스프링클러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도 직원들이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이라고 했다. B 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소방 훈련의 힘”이라고 입을 모았다. 종로소방서에 따르면 A조리원은 지난달 7일 전 직원이 참여해 화재 대피 훈련을 진행했다. 한 산후조리사는 “훈련대로 직원 11명이 두 팀으로 나눠 3, 4층으로 가 흰 포대기에 신생아를 감싸 안았다”며 “각 층 입구로 대피해 있던 산모의 머리 위에도 담요를 덮어씌우고 품에 아이를 안겼다”고 설명했다. 혼자 아이를 안기 힘든 산모들은 직원들이 따로 거들었다. 특히 세 쌍둥이와 쌍둥이 산모들은 직원 3명이 아이들을 품에 안고 비상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갔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덕에 전원 대피까지 14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화재가 발생한 2층의 방화문을 닫은 것도 좋은 판단이었다. 연기가 다른 층으로 확산되는 걸 막았기 때문이다. B 씨가 대피를 안내하고 있을 때, 다른 직원들은 2층 방화문부터 차단했다. 불길이 잡힌 오후 1시 반경 둘러본 화재 현장은 화재가 발생한 2층에서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위층들은 연기와 불길이 올라온 흔적이 전혀 없었다. 조리원과 20m가량 떨어져 있는 혜화경찰서 교통센터도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산모와 신생아들의 ‘임시대피소’를 자처해 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낮 12시경 센터에서 만난 산모들은 다들 품에 아이를 안은 채 안도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 조리원 직원이 차분하게 산모들을 진정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세 쌍둥이 엄마도 연신 “고맙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실내화가 벗겨진지도 모른 채 산모와 아이들을 챙겼던 B 씨. 오후 1시 10분경 모두가 무사하단 걸 확인한 뒤에야 시커멓게 얼룩진 양말을 벗었다. B 씨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구조 생각만 가득해 맨발인 줄 몰랐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7월 1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돼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적 모임 인원이 제한된다. 2주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3곳과 제주에선 6명까지, 부산 광주 등 11곳에선 8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인원 제한이 없는 곳은 충남뿐이다. 당초 비수도권은 인원 제한이 완전히 해제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고 인도발 ‘델타 변이’ 유입 가능성까지 높아지면서 단계적 완화 지역이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으로 확대된 것이다. 시도별 거리 두기 단계는 예상대로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은 2단계, 비수도권은 1단계다. 계획대로라면 1단계인 비수도권의 모임 인원 제한을 없애야 하지만 2주간 ‘완충 기간’을 뒀다. 특히 제주는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6명까지만 모임이 허용된다. 최근 확진자가 꾸준히 발생한 데다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예상돼서다. 대구는 29일 인원 기준을 결정해 발표한다. 현재로선 17개 시도 중 충남만 7월 1일부터 인원수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모임이 가능하다. 이후 상황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방역 상황을 지켜본 뒤 제한 조치의 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집회 참석 기준도 강화됐다. 당초 정부는 수도권에서 100명 미만 집회만 허용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모임과 마찬가지로 집회 가능 인원을 50명 미만으로 줄였다. 그 대신 수도권 식당 술집 카페 등의 영업시간은 계획대로 밤 12시까지로 연장된다. 백신 1차 접종자에 대한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해제 조치도 예정대로 시행된다. 정부가 새로운 거리 두기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건 심상찮은 코로나19 확산세 때문이다. 2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614명이다. 5일째 600명대인데, 갈수록 증가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25일에는 국내로 입국해 확진된 사람이 57명이나 나왔다. 지난해 7월 25일(86명)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델타 변이 등 해외발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정부는 추가 방역 조치도 검토 중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서울의 경우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커 방역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충남만 모임 제한 없애… ‘델타 변이’ 우려에 거리두기 완화폭 축소 7월부터 방역지침 지역별 완화정부가 27일 발표한 지역별 사회적 거리 두기는 기본적으로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단계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내놓은 개편된 거리 두기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비수도권은 감염병 ‘억제’ 단계로, 거리 두기가 적용되는 7월 1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실제 모임 제한을 없애기로 결정한 곳은 현재 비수도권 가운데 충남이 유일하다. 수도권 역시 2단계 지침을 따를 경우 8명까지 모일 수 있지만 7월 1일부터 2주 동안 6명까지만 모일 수 있도록 했다. 이처럼 정부가 새로운 거리 두기를 도입하고도 방역 완화에서 한발 물러선 데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집단 감염 증가 등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델타 변이’ 비상인데 7월 접종 공백 앞서 정부는 7월 1일부터 기존 대비 방역이 완화된 새로운 거리 두기를 도입하겠다고 20일 발표했다. 하지만 그 사이 세계적으로 ‘델타 변이’ 확산 우려가 커졌다. 영국은 이미 성인 83.7%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지만 하루 신규 확진자가 다시 1만8000명 선을 넘어섰다. 확진자 중 90%가 델타 변이 감염자다. 옌스 슈판 독일 보건장관이 공식 기자회견에서 “4차 확산을 막으려면 백신 접종을 마쳐도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로 해외 우려가 커졌다. 22일 기준 국내 델타 변이 감염자는 256명이다. 아직 국내 확산세가 크지 않지만 델타 변이가 퍼진 해외 유입 확진자가 점차 늘고 있는 점은 방역 완화에 부담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전세기를 타고 입국한 교민 가운데 43명이 26, 27일 이틀 동안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보건당국의 표본 조사에 따르면 최근 현지 코로나19 확진자 중 7.1%가 델타 변이에 감염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들이 델타 변이에 감염됐는지 검사 중이다. 당분간 신규 예방접종이 사실상 ‘공백’ 상태인 점도 모임 인원 제한을 유지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방역당국이 7월 초·중순 백신 물량을 2차 접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50대 대상 대규모 접종은 7월 마지막 주에야 시작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1차 접종이 다시 본격화되기 전인 7월 중순까지가 방역의 최대 고비”라며 마스크 착용과 회식 자제를 요청했다.○ ‘방역 해이’ 틈타 일상 곳곳서 집단 감염 전국적으로 일상 곳곳에서 집단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27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경기도 내 영어학원 5곳에서 최소 100명 이상의 집단 감염 사례가 나왔다. 당국은 이번 확산이 이들 학원의 원어민 강사 6명이 19일 한 주점에서 만나면서 시작돼 이후 수강생과 가족으로 확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감염 확산세가 거리 두기 개편 발표에 따른 ‘방역 해이’가 원인이란 시각도 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이 방역 완화 시그널을 내놓은 직후 유행 상황이 악화되는 건 지난해 5월부터 반복돼 온 일”이라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서울에 특별 방역 강화 조치를 내놓기로 했다. 서울은 최근 1주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가 214명이다. 서울만 떼어 놓고 보면 이미 새로 바꾸는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인구 10만 명당 2명 이상)에 해당된다. 만약 3단계가 되면 모임 가능 인원이 4명으로 줄고 식당과 카페 운영 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된다. 앞으로 대규모 집회가 줄줄이 예고된 점도 방역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다음 달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1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경찰에 따르면 민노총은 여의도 일대 40여 곳에 조합원을 9명씩 쪼개는 방식으로 집회를 신고했다. 당초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끝낸 사람은 집회 등에 참석하더라도 인원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접종 완료자도 집회, 시위에 참석할 때 대상 인원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도심 집회가 허용되면 전국 각지에서 인파가 몰려 지역사회 전파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경찰 공식 직제에는 없는 조직이 있다. ‘악성사기범검거전담반’이라 불리는 이들은 이름 그대로 수많은 피해자를 울리고 수년째 도망 다니는 악질 사기범들의 뒤를 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힘겨운 여건에도 올 1월부터 장기 수배자 46명을 잡아들인 서울 마포서 악성사기범검거전담반을 만나 봤다.》 “어디서 담배 냄새 나는 것 같지 않아?” 지난해 12월 오후 11시경 인천 미추홀구의 한 빌라. 수배자 A 씨를 붙잡기 위해 은신처 수색에 나선 서울 마포경찰서 김찬조 반장(39)의 ‘촉’이 발동했다. 아무도 없는 빌라 베란다에서 미세하게 담배 냄새가 났다. 그 순간 위층 베란다로 이어지는 배관이 김 반장 눈에 들어왔다. ‘젊은 남성이면 어렵지 않게 타고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빌라 관리실에 위층에 입주자가 있는지 문의했더니 ‘공실’이란 답을 들었다. 관리실 도움을 얻어 빈집에 잠입한 김 반장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담배 냄새가 점점 짙어졌다. 이내 다다른 안방 문은 잠겨 있었지만, 살짝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굳게 잠긴 방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기를 40여 분. “다 끝났다. 이제 나오라”는 김 반장의 말에 포기한 A 씨가 천천히 문을 열었다. 마포서를 비롯해 4개 수사기관에서 수배를 내리고 추적해 왔던 그의 도주는 약 5개월 만에 끝이 났다. “아무리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현장에 가도 항상 변수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현장 수사관의 ‘촉’이죠. 물론 그건 다양한 경험과 실전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서울 마포서 ‘악성사기범검거전담반’. 김 반장이 이끌고 있는 팀 이름이다. ‘사기추적전담반’이라고도 불리는 이 팀은 사실 직제에는 없는 비공식 조직이다. 주로 수사 도중에 종적을 감춰 수배가 내려진 사기 혐의 피의자들을 뒤쫓는다. 물론 우선순위는 있다. 피해 금액이 크거나 피해자가 많은 사건의 수배자 가운데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거나 신병 확보가 시급한 경우를 급선무로 한다. 마포서 전담반은 김 반장과 최재혁 수사관(34) 둘뿐이지만, 1월부터 46명의 수배자를 붙잡았다. 이들이 사라져 수사가 중단됐던 사건 78건이 다시 진행됐다. 2012년 선보인 악성사기범검거전담반은 현재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 가운데 20여 곳에서 운영하고 있다. ‘악성 사기범은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잡는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오늘도 전담반은 쉬지 않고 수배자를 쫓고 있다.○ “우리는 ‘미라’를 쫓고 있다” 악성사기범검거전담반이 쫓는 장기도주 수배자 중에는 경찰이 ‘미라’라고 부르는 이들이 있다. 여러 경찰서에서 수배 중이며, 몇 년째 수사망을 피해 다니는 이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라들은 도피 중에도 계속해서 사기 범죄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하루라도 일찍 붙잡아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김 반장이 붙잡은 B 씨는 ‘최상급 미라’라고 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B 씨는 2013년경 지인에게 소개받은 피해자들에게 “명의를 빌려주면 대출받아 화물차를 구입하고 렌트 수익을 올려 할부금을 갚아주겠다”고 꼬드겼다. 명의를 빌려주는 즉시 500만 원도 주고, 나중에는 화물차를 팔아 대금의 절반도 나눠주겠다는 달콤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B 씨는 애초에 화물차를 사지도 않았으며, 피해자들 명의로 수천만 원씩 대출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같은 수법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울린 B 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 두 차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 사기를 저질러 마포서와 대구경찰서 등 12곳에서 수배를 받았다. 지난해까지 그의 도피는 7년째 이어졌다. 지난해 말 마포서 전담반은 B 씨를 검거 제1순위 가운데 한 명으로 올렸다. 김 반장은 “종적을 감춘 사이 그가 저지른 사건들의 공소시효가 하나둘씩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포폰과 현금만 사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며, 거처를 수시로 옮겨 다니는 B 씨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담반은 갖은 노력 끝에 B 씨에게 사기를 당한 한 피해자를 찾아냈다. 그는 “대구 달성군에 있는 전자담배가게 앞에서 B 씨와 두세 번 접선했다”는 단서를 건넸다. 김 반장은 “이런 한마디를 듣기 위해 수십, 수백 명을 접선하는 것”이라며 “단서를 찾자마자 무작정 대구로 향했다”고 했다. 전담반은 달성군에 있는 전자담배가게 20여 곳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피해자에게 사진을 보내 “이 가게가 맞느냐”고 확인하자 한 곳을 지목했다. 해당 가게 주변에 주차한 차량 수십 대의 번호판을 일일이 조회한 김 반장은 낡은 흰색 승용차 한 대가 B 씨 부인 소유라는 걸 알아냈다. 그건 단지 시작이었다. 그때부터 끝을 알 수 없는 잠복이 이어졌다. 김 반장은 몰려오는 졸음을 참으며 B 씨의 오래전 면허증 사진을 꺼내 구석구석 눈에 담았다. “수시로 사진을 꺼내 보는 건 ‘살이 많이 빠지진 않았을까, 오히려 살이 쪘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계속 상상하는 겁니다. 오죽하면 휴대전화에 가족보다 수배자 사진이 더 많겠어요.” 김 반장의 노력은 하늘에 닿았다. 며칠째 잠복하던 전담반 앞에 드디어 B 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를 착용해 얼굴 전체를 볼 순 없었지만 날카로운 눈매는 그대로였다. “B 씨 맞으시죠? 저희와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단호한 전담반 앞에 신출귀몰했던 B 씨도 체념한 채 순순히 따라나섰다. ○ “감사 인사 한마디에 피곤 싹 풀려”전담반이 항상 장기도주 수배자만 쫓는 건 아니다. 다른 수사부서의 요청을 받아 급히 검거해야 할 피의자를 추적할 때도 적지 않다. 6월 마포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지게차를 몰던 C 씨는 후진 중 8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그는 사고 직후 피해자가 이송된 병원을 찾아 사망 소식을 전해 듣고는 돌연 자취를 감춰버렸다. C 씨는 도주 직전 최 수사관과 통화하며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최 수사관은 “피의자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해 올바른 처벌을 받도록 인도하는 것도 전담반의 역할”이라며 “즉시 C 씨의 휴대전화를 위치 추적했다”고 했다. C 씨는 도주 직후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다. 새로 개통한 전화신호는 전북 부안에서 포착됐다. 출장을 준비할 겨를도 없이 부안으로 간 전담반은 모텔과 고시원 약 60곳을 탐문했다. 길거리 폐쇄회로(CC)TV와 시내버스 블랙박스 70여 개를 뜯어봤다. 최 수사관은 “C 씨는 가방에 즉석밥과 물만 가지고 다니며 노숙을 했다고 한다”며 “숙박업소도 씻을 때만 잠시 이용하고 이 틈을 타 머리를 빡빡 미는 등 추적에 혼선을 줬다”고 전했다. 전담반은 10여 일간 탐문과 잠복 끝에 폐가 상태로 방치된 C 씨의 고향집에서 그를 찾아냈다. 갑작스러운 출장에 옷 한 벌로 버티고 패스트푸드로 삼시 세끼를 때웠던 전담반은 폐가 창문 너머로 누워 있는 C 씨의 두 발을 발견한 순간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수배자가 장소를 이동하면 그동안 해온 탐문과 잠복을 그대로 다시 반복해야 해요. 참고 버티는 만큼 결과로 돌아오는 것이 추적 수사의 묘미죠.” 필사적인 수배자들을 쫓는 게 일상이다 보니 전담반도 노하우가 늘어났다. 중국집 배달원에게 음식이 잘못 배달된 것처럼 연기를 부탁하거나 직접 방문판매원으로 위장해 연기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배자의 모바일메신저 프로필 사진을 수시로 확인하며 개를 키우지는 않는지, 동거인이 있는지, 사진의 배경은 어딘지 꼼꼼히 살펴본다. 땅에 떨어진 담배꽁초 하나도, 모텔 방에서 발견된 머리카락의 길이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편집증은 직업병이 됐다. 김 반장은 “가끔 수배자들의 스토커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남모를 고충 역시 많다. 수배자의 은신처 문을 두드리기 전에는 극도의 긴장 상태가 이어진다. ‘혹시 흉기를 들고 숨어 있지는 않을까?’ ‘문을 너무 성급히 열면 창문으로 뛰어내리지는 않을까?’ 찰나의 순간에도 오만 가지 걱정이 뇌리를 스친다. 모텔 문을 강제로 뜯었다가 허탕을 치고 자비로 수리비를 물어준 적도 허다하다. 한번 출장을 떠나면 이삼 일은 기본, 길게는 열흘이 넘도록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 가족 앞에선 항상 죄인이 된다. 고된 추적을 버티는 힘은 피해자들이 건네는 감사 인사 한마디다. 피해자들은 금전적 여유가 없어 절박한 이들이 많다. 김 반장과 최 수사관은 “피해 금액을 변제받지 못해 피폐해져가는 피해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며 “검거 뒤 피해자가 보내온 감사 문자에 그간의 고충을 잊고 마음을 다잡는다”고 전했다. “사기를 치고 돈을 빼돌린 수배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돈을 탕진하며 먹잇감을 물색하고 있을 겁니다. 피눈물 흘리는 피해자는 물론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습니다.”‘긴급생활비 확인 주소’ 누르지 마세요… 돈 빼가는 문자피싱 극성 비대면사회 틈타 사이버범죄 급증“긴급생활비 지원사업이 접수됐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사이버범죄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문자메시지와 함께 악성바이러스를 심은 인터넷주소(URL)를 함께 보내는 ‘스미싱(문자메시지 피싱)’도 교묘하게 수법을 바꿨다. 기존에는 택배 조회나 결혼식 초대장을 가장했다면 최근엔 긴급생활비 지원 조회, 확진자 정보 조회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문자메시지로 피해자들을 울리고 있다. 생계가 막막한 자영업자가 ‘긴급생활비’라는 말에 속아 URL을 누르면 악성프로그램이 설치돼 개인정보를 빼내는 수법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소액결제가 이뤄져 금전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언택트(비대면) 사회’로 바뀐 일상도 사이버범죄에 노출될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인 지난해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는 23만409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약 29.7%나 급증했다.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건 중고거래 사기, 사이버금융범죄 등 사이버 피싱 범죄다.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범죄 가운데 85.3%를 차지하는 19만959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전년 대비 31.4% 늘었다. 국가수사본부는 “인터넷 비대면 중고거래 플랫폼이 확장되고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를 악용한 사기 수법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자 비대면 업무 환경을 노린 ‘랜섬웨어’ 피해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랜섬웨어란 기업 서버에 악성 코드를 심고 데이터를 전부 빼낸 뒤 수억 원대 돈을 요구하는 사이버범죄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랜섬웨어 피해 건수는 2019년 39건에서 지난해 127건으로 3배 넘게 늘었다. 이형택 한국랜섬웨어침해대응센터장은 “재택근무가 보편화된 지난해부터 랜섬웨어 피해를 입은 중소·중견기업 등이 늘어났다”며 “보안이 취약한 개인컴퓨터(PC)에 악성코드를 심은 뒤 해당 PC가 회사 서버에 접속할 때 기업 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비용 문제로 보안·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았던 중소기업의 피해가 컸다”며 “개개인은 정기적인 업무파일 백업을 하고, 기업은 선제적으로 보안을 강화해야 랜섬웨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지난해 취소했던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 교류전이 올 9월에 관중 없이 열린다. 고려대는 25일 “9월 10, 11일 이틀간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무관중 방식으로 ‘2021년 정기 고연전(연고전)’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고려대와 연세대는 코로나19 여파로 연례 스포츠 행사인 정기 교류전을 취소했다. 1956년 공식적으로 시작된 두 학교의 정기 교류전을 취소한 건 지금까지 군사정권 시절 등 6번뿐이었다. 전통적으로 짝수 해엔 고려대가, 홀수 해엔 연세대가 주최한다. 고려대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학생들의 응원과 참여를 이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어렸을 땐 아버지를 좌익으로 몰고 가 죽인 놈들에게 복수하는 꿈만 꿨어요. 이제는 그런 마음이 없어요. 좌든 우든 전쟁으로 부모 잃고 고아로 지내온 세월은 다 똑같더라고요.” 6·25전쟁 당시 충남 홍성에서 좌익으로 몰려 군경의 총에 아버지를 잃은 이종민 씨(73)에게 전쟁은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아버지에게 누명을 씌운 동네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주체하기 어려웠던 때도 있었다. 이제 노인이 된 이 씨는 “동네가 좌우로 쪼개져 화해할 겨를도 없이 세월이 흘러버렸다”며 “집집마다 아픈 사연을 끌어안고 살면서도 말 한마디 못 하고 산 세월이 70년”이라고 했다. 2005년 진실화해위원회 1기가 출범했을 때 이 씨는 먼저 침묵을 깨고 피해 신고를 했다. “아버지 3형제가 한날한시에 죽임을 당했어요. 빨갱이 자식이란 멍에에 어디 가서 목소리 한번 못 내고 살던 세월을 이루 말할 수 없었죠. 피해를 인정받고 떳떳하게 살고 싶었습니다.” 이 씨는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명단에 아버지 이름을 올린 뒤에도 진실 규명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아픔을 가진 죽마고우 장광훈 씨(74)와 ‘민간인 희생자 홍성유족회’를 꾸렸다. 두 사람은 홍성군 곳곳을 누비며 유족들이 진실화해위 피해자 등록 등 국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지난 16년간 찾아낸 희생자가 639명에 이른다.“좌우 나뉘어 서로 할퀸 상처는 국가가 저지른 죄… 사과받고 싶어”“유족들 먼저 용기를 내주시면 전국 어디든 찾아갈 준비 돼 있어” “6·25전쟁 때 이웃의 가족이 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았을 수도 있는데 어느 누가 가족이 당했던 비극을 쉽게 입 밖에 꺼낼 수 있겠어요.” 16년째 충남 홍성에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홍성유족회’ 활동을 해온 장광훈 씨(74)는 희생자 유족들을 찾아가 “가슴 깊이 눌러온 아픔을 꺼내놓자고 설득하지만 쉽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장 씨는 그런 유족들에게 꼭 전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좌우로 나뉘어 서로를 할퀸 상처 모두 국가가 국민에게 저지른 죄입니다. 국가로부터 사과를 받아내야 고인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어요.” 홍성에 살았던 지인섭 씨(73)는 올 1월 난생처음으로 6·25전쟁 당시 가족이 겪었던 참극을 입 밖으로 꺼냈다. 지 씨가 두 살이었던 그해 할아버지가 인민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평생 가슴에 묻으려 했어요. 괜히 말 꺼냈다가 온 가족이 다 아플 것 같아서요. 하지만 유족회에 찾아가 지난 일을 털어놓고 나니 가슴속 응어리가 풀어졌습니다.” 지 씨가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장 씨의 설득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장 씨는 지 씨에게 “저도 희생자의 아들입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살겠습니까. 고인이 당했던 피해를 입증해 국가로부터 사죄를 받아내야 돌아가신 가족들에게 떳떳하지 않겠어요”라고 했다. 지 씨는 결국 유족회를 찾아와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지난해 12월 진실화해위원회 2기가 출범하자 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했다. 장 씨와 함께 유족회를 이끌어온 이종민 씨(73)는 이런 사례를 자주 접했다고 한다. 첫 만남 땐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그로부터 몇 달 뒤 또는 몇 년 뒤에야 마음을 여는 경우가 많다. 유족회가 2005년 진실화해위 1기 출범 이후 16년간 찾아낸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가 639명. 올해에만 21명을 추가로 찾아냈다. 이렇게 찾아낸 희생자의 유족 가운데 지 씨처럼 직접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한 사례가 많지는 않다. 이 씨는 “이젠 희생자의 자녀들 나이도 70, 80대다. 노구를 이끌고 직접 서류를 제출하고 피해를 진술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장 씨와 이 씨는 “유족회가 직접 유족들을 찾아다니면서 진술도 받고 서류 접수도 돕고 있다. 유족들이 먼저 용기를 내주기만 하면 전국 어디든 찾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충남 홍성군에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로 현재까지 207명(13건)이 피해를 인정받았다. 출범 후 6개월이 된 진실화해위 2기에 접수된 진실규명 신청 건수는 현재 530건이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에 있는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A 씨(20)를 알몸으로 결박해놓고 숨지게 만든 안모 씨(20) 등 2명에게 경찰이 형법상 살인죄보다 중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의 가중처벌)’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 씨 등에게 A 씨의 위치를 알려준 고교 동창 B 씨(20)는 영리약취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A 씨를 감금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안 씨와 김모 씨(20)에게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영리약취, 공동강요, 공동공갈, 공동폭행, 공동상해 등의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 등은 지난해 11월 A 씨 가족이 상해죄로 고소하자 올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데려와 서울 오피스텔에 붙잡아둔 뒤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이들에게 A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안 씨 등의 감금 의도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서울에 있는 한 오피스텔 화장실에서 A 씨(20)를 알몸으로 결박해놓고 숨지게 만든 안모 씨(20) 등 2명에게 경찰이 형법상 살인죄보다 중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의 가중처벌)’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안 씨 등에게 A 씨의 위치를 알려준 고교 동창 B 씨(20)는 영리약취 방조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A 씨를 감금한 뒤 사망에 이르게 한 피의자 안 씨와 김모 씨(20)에게 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영리약취·공동강요·공동공갈·공동폭행·공동상해 등 6개 혐의도 함께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안 씨 등은 지난해 11월 A 씨 가족이 상해죄로 고소하자 올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데려와 서울 오피스텔에 붙잡아둔 뒤 폭행을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B 씨는 이들에게 A 씨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 범행을 방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B 씨는 안 씨 등의 감금 의도는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 씨 등은 2개월여 간 A 씨를 감금해놓고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고 한다. A 씨에게 “돈을 벌어 오라”며 두 차례 물류센터 근무를 시킬 때도 일터에 함께 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휴대전화로 전화한 경찰에겐 “고소를 취하한다”고 답하도록 강요하기도 했다. 이달 1일 마포구 연남동으로 거처를 옮긴 뒤엔 A 씨를 알몸 상태로 화장실에 감금한 뒤 방치해 13일 사망에 이르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저체온증과 영양실조가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22일 오전 안 씨 등을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할 예정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한밤중에 퀵서비스로 마약을 받으려던 20대 여성이 배달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배달기사는 ‘하얀 가루’가 들어있는 걸 보고 경찰에 알렸다고 한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지난달 30일 0시 50분경 용산구 한남동에서 필로폰을 배달받으려던 A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배송기사 B 씨는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한남동 A 씨 자택으로 물건을 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 B 씨는 내용물이 가루인 걸 짐작한 뒤 봉투를 열어보고 투명한 비닐봉지에 하얀 가루가 든 걸 확인해 신고했다고 한다. 출동한 경찰은 잠복해 있다가 A 씨가 집 밖에 나왔을 때 붙잡아 경찰서로 임의 동행했다. A 씨는 30대 남성과 함께 있었으며, 마약에 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필로폰이 맞다’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며 “서너 명이 함께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30대 남성도 수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역삼동 오피스텔에 마약 판매책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이기욱 71wook@donga.com·이소연 기자}

“저를 소방관으로 이끈 친구예요. 소방복 입는 것에 자부심이 넘치던 그 친구가 부러워서 저도 소방관이 됐습니다.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친구죠. 항상 제 몫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챙겼어요.”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진압에 나섰던 경기 광주소방서 김동식 119구조대장(53·소방령·사진)이 숨진 채 발견된 19일, 그의 ‘30년 지기’ 친구는 김 대장의 빈소에서 이렇게 말했다. ‘28년 차 소방관’인 김 대장은 17일 화재 직후 물류센터 내부에 혹시라도 남아 있을 인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갔다가 끝내 나오지 못했다. 김 대장은 실종 이틀 만에 건물 지하 2층 입구에서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유해로 발견됐다. 19일 오후 경기 하남시의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 만난 김 대장의 친구 송성환 광주소방서 소방패트롤팀장(53)은 “어렸을 때부터 한동네에서 3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행정직으로 근무하는 송 팀장은 17일 김 대장이 건물 안에 고립됐다는 긴급문자를 받고 한동안 입지 않았던 소방복과 산소호흡기를 챙겨 현장으로 달려왔다. 그러곤 소방서장에게 “제발 안으로 보내 달라”고 애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거센 불길과 붕괴 위험 때문에 진입은 불가능했다. 송 팀장은 “동식이는 평생 남을 위해 살겠다더니 정말 그 말처럼 살다 갔다”며 울먹였다. “비상시엔 휴일도 반납… 자기 목숨보다 현장 챙긴 원칙주의자”故 김동식 구조대장 빈소 “말보다 행동 앞장선 진짜 대장님” 후배-동료들 추모 발길 이어져文대통령 “굳건한 용기 기억하겠다”…경기도, 1계급 특진-녹조훈장 추서21일 광주시민체육관서 영결식 “대장님은 원칙주의자였어요. 고지식할 정도로 자기 목숨보다 현장의 대원들을 챙겼습니다. 1년 반을 함께하면서 대장님의 그런 원칙도 구부러질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제가 그분처럼 바뀌었네요.” 20일 오전 경기 하남시의 마루공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동식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53·소방령)의 빈소에서 함재철 구조3팀장(49)은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함 팀장은 지난해 1월부터 김 대장과 함께 구조대원으로 근무했다. 함 팀장은 비상 상황이 생기면 휴일도 반납하고 현장으로 출근하는 김 대장의 근무 방식이 때로는 버겁게 느껴졌다고 한다. 구조대장 업무를 1년 정도 하면 그런 원칙이 조금은 느슨해질 줄 알았는데 김 대장은 변함이 없었다. 함 팀장은 “처음엔 대장님의 업무 스타일이 부담스러웠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아무리 위험한 현장에서도 대장이 맨 앞에서 진두지휘하다 보니 부하 대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함 팀장은 “대장님처럼 매 순간 앞장서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이제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한 달 전쯤 대장님한테 함께 근무하며 느꼈던 제 속마음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곧바로 제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어요. ‘내가 너를 잘 몰랐던 것 같다. 앞으로 우리 더 소통하자’라고. 이 짤막한 문장에서 대장님이 대원들을 얼마나 생각하는지 느껴지더군요.” 함 팀장 외에도 김 대장의 빈소를 찾아온 후배들은 고인을 향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빈소는 김 대장의 생전 마지막 근무지였던 광주소방서 직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동료들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던 사람”이라고 김 대장을 회상했다. 김 대장은 지난달 경기 광주시 광동교에서 투신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휴일에도 현장을 찾아왔다고 한다. “대원들만 위험한 현장에 둘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김 대장은 수색용 보트에 올라 현장을 지휘했다. 김 대장과 1년 넘게 같은 팀에서 근무했던 동료 박모 소방관은 “단 한 번도 후배에게 일을 미루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26년 전 첫 사수로 김 대장과 인연을 맺은 조우형 광주소방서 119구급대장(50)은 “김 선배가 나에겐 교과서였다”고 했다. 당시 김 대장은 2년 차 소방관으로, 조 대장보다 1년 반 먼저 임용된 선임이었다. 조 대장이 소방관이 된 지 25일째 되던 날 두 사람은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 현장에 함께 출동했다. 김 대장은 현장에서 사망자를 본 적이 없는 초보 소방관이던 조 대장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런 현장을 많이 볼 테니까 침착하게 잘해야 한다. 오늘은 처음이니까 현장엔 들어가지 말고 밖에서 대기해.” 조 대장은 김 대장에 대해 “원칙을 지키면서도 늘 후배들을 생각하는 선배였다. 현장에서도 절대 뒤로 빠지는 성격이 아니었다. 가장 먼저 앞장서서 동료와 후배들의 안전을 확보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1994년 경기 고양소방서 원당소방파출소에 임용된 김 대장은 지난해 1월부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장을 맡아 근무해왔다. 소방행정유공상, 경기도지사 표창 등 네 차례 수상 이력이 있을 정도로 타의 모범이 되는 소방관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추도문을 통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향한 여정에서 언제나 굳건한 용기를 보여준 고인을 기억하겠다”고 했다. 경기도는 김 대장에게 1계급 특진과 녹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21일 오전 9시 30분 광주시민체육관에서 경기도청장으로 거행된다. 영결식엔 유가족과 동료 소방관 등 90여 명이 참석한다. 유해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하남=김수현 newsoo@donga.com / 이소연 기자}

1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A 씨(20)는 경찰이 부실한 대응으로 구조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은 17일 “A 씨 상해 고소 사건을 맡은 영등포경찰서가 범죄 일시,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에 송치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A 씨 가족은 두 번이나 가출 신고를 했고 경찰은 피해자 진술과 상해진단서도 확보한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종결 과정이 적절했는지 감찰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가족이 A 씨의 피해를 안 건 지난해 11월 4일이다. A 씨는 피의자 김모 씨(20) 등과 한 집에 살았는데, 한겨울 반팔로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치다 적발돼 경찰이 서초경찰서 양재파출소로 임의 동행했다고 한다. 파출소 측은 김 씨 등이 “A 씨를 데려가겠다”고 했지만 폭행 흔적 등이 있어 A 씨 아버지에게 연락했다. A 씨를 대구 집으로 데려온 가족은 이틀 뒤 김 씨 등을 대구 달성경찰서에 상해죄로 고소했다. 달성서는 같은 달 22일 피해자를 조사해 “네 차례 맞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달성서는 이날 김 씨의 주거지 관할인 영등포서에 사건을 넘기고 진술서류도 보냈다. 올 1월 26일 A 씨 가족은 상처 사진 등을 영등포서 형사과로 전송했다. 경찰은 전치 6주 상해진단서도 받았다. 영등포서는 1월 24일 피의자 조사 뒤 3개월이 지나도록 A 씨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김 씨 등은 “폭행한 적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대질조사 일정조차 잡지 않았다. 폐쇄회로(CC)TV 확인 등 보강수사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없었다. 경찰은 4월 17일에야 A 씨에게 대질조사 출석을 요구했다. 김 씨 등은 3월 31일 대구로 찾아가 강제로 A 씨를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 데려가 감금한 상황이었다. A 씨는 17일 경찰과의 통화에서 “지방에 있다”고 했으며 5월 3일 두 번째 통화에선 “고소를 취하한다”고 한 뒤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하지만 A 씨는 감금 상태에서 가해자들이 시키는 대로 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4월 30일 A 씨 가족은 달성서에 다시 가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A 씨 답변에 의존해 위치추적 등을 하지 않았다. 영등포서는 지난달 27일 증거 불충분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종결했다. 경찰은 살인죄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김 씨 등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범죄 살인’ 혐의로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 형법상 살인죄의 법정 최고형보다 가중 처벌할 수 있다.박종민 blick@donga.com·김태성·이소연 기자}

“지금 막 딸이 잠들어 있는 납골당(봉안당)에 다녀오는 길이에요. 어제 광주에서 벌어진 붕괴 사고가 우리 딸을 앗아간 사고와 너무나도 닮았더군요. 딸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말했어요. 내가 너를 지켜주지 못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못 지켰다고….” 2019년 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소중한 딸 이모 씨(당시 29세)를 잃었던 아버지 이원민 씨(65). 9일 광주 동구 재개발 현장에서 벌어진 철거 건물 붕괴 소식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한다. 죽어도 잊을 수 없는 그날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시 딸도 예비 신랑과 함께 차를 타고 지나가다 철거 건물이 무너지며 참변을 당했다. 곧 있을 결혼을 앞두고 예물반지를 찾으러 가던 참이었다. 이 씨는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달이면 딸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이라며 “떠나간 딸을 위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딸을 보고 왔다”며 울먹거렸다. 이 씨가 세상을 바꾸지 않은 건 아니다. 그는 지난해 5월 시행한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을 이끈 주역이었다. 사고 뒤 현장의 관리 감독을 맡았던 감리는 철거업체가 추천한 지인이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감리는 현장에 친동생을 대신 내보내기도 했다. 이런 엉터리 감리체계를 바꾸기 위해 이 씨는 열심히 뛰어다녔다. 아버지의 바람이 담긴 건축물관리법 개정안에는 일정 규모의 건물을 해체 공사할 때는 지방자치단체가 감리를 직접 지정해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연면적 500m² 이상이거나 높이 12m 이상, 지상·지하층을 포함해 3개 층을 초과하는 건물은 모두 해당한다. 하지만 광주에선 또다시 무용지물이었다. 관할 구청이 감리를 지정했지만 현장에 상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씨는 “법이 바뀌면 뭐하고, 규정이 바뀌면 뭐하나. 공무원이나 현장 관계자들이 움직이지 않는데…”라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철거 공사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벌어진 사고라 들었어요. 지자체가 감리만 정하면 뭐합니까. 나가서 직접 살펴봐야죠. 제가 좀더 목소리를 키워서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에서 관리 감독을 하라고 촉구했어야 했는데 한스럽습니다.” 이 씨는 9일 사고로 목숨을 잃은 9명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먼저 보낸 딸의 2주기를 앞두고 최근 심란했던 그였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유족들에게 무슨 말을 전할지 한참을 고민했다. “가족을 잃었는데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네요. 딸에게 약속한 것처럼 지켜주질 못해서 미안합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9일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한 광주에서는 약 2개월 전인 4월에도 철거하던 단층 건물이 무너져 내려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사고는 신고조차 하지 않은 부실 공사가 원인인 인재(人災)였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붕괴 건물의 지지대 등을 부실 시공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업무상 과실 치사)로 리모델링 업체 대표 A 씨를 4일 구속 수감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건물을 철거하며 지붕을 받칠 지지대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정밀 조사한 결과, 내부 벽체를 철거할 때 지붕 무게를 지탱할 지지대를 잘못 시공한 것이 붕괴의 원인이었다. 지지대가 없어 지붕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관할 구청에 공사 신고를 하지 않은 건물 소유주 B 씨도 건축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기둥이나 보 등을 3개 이상 해체하는 공사는 반드시 인허가 기관에 신고한 다음에 착공해야 한다. 다음 달 4일이면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신부가 목숨을 잃었던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 2주기를 맞는데도 철거 현장은 안전 불감증이 이어진다는 의견도 나왔다. 2019년 7월 4일 벌어진 잠원동 사고는 해체 공사를 하던 건물 외벽이 무너지며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일이다. 건축주는 철거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를 철거업체에서 추천한 지인으로 고용했으며, 해당 감리는 현장에 친동생을 대신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아직 원인 파악이 어렵지만 9일 사고는 잠원동 사고와 닮았다”며 “관리·감독은 물론이고 철거계획서 제출 및 이행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큰아들 생일이라 꼭두새벽 미역국 끓여 놓고 나갔는데 이런 변을 당할 줄이야….” 9일 오후 10시 20분경 광주 동구의 조선대병원 장례식장. 이날 오후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곽모 씨(64)의 시누이 조효숙 씨(64)는 말하는 내내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곽 씨는 이날 오후 4시 20분경 철거 도중 무너진 건물에 깔렸던 시내버스에 타고 있다 참변을 당한 탑승객이었다. 광주지법 인근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곽 씨는 이날 아침 생일을 맞은 큰아들을 위해 미역국을 끓여 놓은 뒤 바쁘게 나갔다고 한다. 조 씨는 “가게 문 여느라고 아들 얼굴도 못 보고 생일상만 차려 놓고 나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흐느꼈다. “올케가 사고 나기 직전에 오후 4시쯤 큰아들과 통화했다고 해요. 그게 마지막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내일 장사에 쓸 음식 재료 사려고 시장에 가는 길’이라고 했대요. 사실 저도 사고 날 때 현장 가까이 있는 과일가게에 있었어요. 지나가다가 건물은 무너지고 희뿌연 연기가 가득한 걸 보고 너무 놀랐는데, 우리 가족이 거기 있을 줄은….” 곽 씨와 같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숨진 A 씨(62·여)의 조카사위 박모 씨(47)도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박 씨는 “처고모가 오늘 함께 점심 드시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를 당하셨다”며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며 슬퍼했다. 박 씨는 사고 소식을 들은 뒤 해당 버스가 평소 A 씨가 타던 노선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장례식장으로 달려왔다고 한다. 같은 날 다른 사망자들이 안치된 전남대병원도 유족과 시민들이 몰려와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한 여성이 안치실로 찾아와 “어머니가 그 버스에 탔다는데 아직도 연락이 안 된다”며 사정했다. 어머니 성함을 확인한 경찰이 “사망자가 맞다”고 답하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고등학교 2학년인 B 군(17)은 이날 동아리 활동을 하려고 학교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B 군은 집안에서 사랑받는 늦둥이 외아들이라고 한다. 한 70대 여성은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광주=이윤태 oldsport@donga.com·이기욱 / 이소연 기자}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상자들 또한 모두 외압 또는 청탁 행사를 부인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청탁이나 외압 등은 없었다는 것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9일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올 1월부터 5개월 가까이 진상조사를 한 경찰은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장 C 총경을 포함한 수사라인 4명의 휴대전화 데이터가 일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100% 복원하지 못했다. C 총경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직원 E 씨 등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을 지난해 11월 9일 인지했지만 진상조사단은 “중요 사안이 아니다” “보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그대로 공개했다. 경찰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의 경찰 처분 과정에 대한 정밀한 인사검증 없이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초서장 등 4명 휴대전화 증거인멸, 복원 못 해진상조사단은 C 총경을 비롯해 형사과장인 L 경정, 형사팀장인 K 경감, 수사 담당자인 J 경사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PC 등을 포렌식했다. 이 전 차관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총경 등 서초서 경찰 4명의 휴대전화에서 일부 삭제 정황이 나타났다. K 경감은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삭제된 내용 중 일부는 포렌식을 통해서도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총경과 L 경정 등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내용을 차례로 접하고도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서초서 생안과 D 경위는 서울청 생안계에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메신저로 알렸다. 이날 오전 택시기사 S 씨를 불러 조사를 한 J 경사는 오후 1시 51분 이 전 차관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에서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단순 폭행죄로 바꾸는 내용의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서울청 직원은 오후 2시경 D 경위에게 사건 진행 경과를 파악한 뒤 ‘형사과로 사건이 인계되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장은 변호사의 범죄 사건이 발생하거나 접수됐을 경우 절차에 따라 시도경찰청이나 경찰청에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경찰청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내사 사건 처리 절차를 수사 단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선 대책을 내놨다. ○ 청와대 사건 인지하고도 차관 임명 강행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폭행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이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통화가 외압이나 청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신상 등을 내부에서 파악하고 공유한 지난해 11월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 전 차관은 최종 추천 명단에서 제외됐다. 같은 해 12월 1일 추 전 장관은 청와대에 이 전 차관을 신임 차관에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그 다음 날 임명을 강행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수사 담당자 한 명만을 송치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경찰 지휘라인을 통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가 조사나 수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기자}

서울경찰청의 진상조사로 청와대와 법무부가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차관 임명 전에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9일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은 지난해 11월 6일 발생했고, 이 전 차관은 지난해 12월 2일 차관으로 임명됐다. 올 1월부터 이 전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의 진상을 조사한 서울경찰청은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16일 이후, 법무부는 같은 달 9일 이전 폭행 사건을 인지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은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한다. 같은 달 9일 법무부는 이 전 차관을 추천 대상자에서 제외했다. 이 전 차관 사건이 내사 종결된 같은 달 16일 이후 청와대는 이 내용을 파악했지만 지난해 12월 2일 이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다. 경찰은 9일 “사건 처리 과정에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9일 오전 7시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안전과 소속 D 경위는 서울경찰청 생안계 직원 E 씨에게 내부 메신저로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이 전 차관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같은 날 오전 서초경찰서장 C 총경과 형사과장 L 경정, 형사팀장이었던 K 경감, 담당 수사관 J 경사 등 수사라인과 서초서 정보계 직원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등 윗선이나 청와대, 법무부 등에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내사 종결한 J 경사를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곧 송치할 예정이다. 이용구, 폭행사건 2~3일 뒤 당시 秋법무 보좌관과 수차례 통화 靑, 폭행 알고도 李차관 임명 정황… “정밀 인사검증 없이 강행” 비판진상조사단, 5개월 조사결과 발표, “담당 경찰이 단순폭행으로 처리”말단 1명만 檢송치 ‘꼬리자르기’… 서초서 간부들, 폭행사건 사흘뒤李 공수처장 후보 거론 알고도… 경찰청 보고 안한 것 의혹 남아“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상자들 또한 모두 외압 또는 청탁 행사를 부인하였습니다.”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의 청탁이나 외압 등은 없었다는 것이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의 9일 수사결과 발표 내용이다. 올 1월부터 5개월 가까이 진상조사를 한 경찰은 당시 서울 서초경찰서장 C 총경을 포함한 수사라인 4명의 휴대전화 데이터가 일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100% 복원하지 못했다. C 총경과 서울경찰청 생활안전계 직원 E 씨 등은 ‘이 전 차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군 중 한 명’이라는 내용을 지난해 11월 9일 인지했지만 진상조사단은 “중요 사안이 아니다” “보고 사안이 아니다”라며 그 윗선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관련자 진술을 그대로 공개했다. 경찰의 진상조사 과정에서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이 전 차관의 폭행 사건을 인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전 차관은 8일 또는 9일에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의 경찰 처분 과정에 대한 정밀한 인사검증 없이 차관 임명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서초서장 등 4명 휴대전화 증거인멸, 복원 못 해 진상조사단은 C 총경을 비롯해 형사과장인 L 경정, 형사팀장인 K 경감, 수사 담당자인 J 경사의 휴대전화와 사무실 PC 등을 포렌식했다. 이 전 차관의 휴대전화도 확보해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부정한 청탁이나 외압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C 총경 등 서초서 경찰 4명의 휴대전화에서 일부 삭제 정황이 나타났다. K 경감은 저장된 데이터를 복구 불가능하도록 만드는 안티포렌식 애플리케이션까지 설치했다. 이렇게 삭제된 내용 중 일부는 포렌식을 통해서도 복원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 총경과 L 경정 등은 지난해 11월 9일 오전 “가해자가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변호사”라는 내용을 차례로 접하고도 상급 기관인 서울경찰청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 7시 서초서 생안과 D 경위는 서울청 생안계에 가해자인 이 전 차관이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내용을 메신저로 알렸다. 이날 오전 택시기사 S 씨를 불러 조사를 한 J 경사는 오후 1시 51분 이 전 차관의 혐의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혐의에서 반의사 불벌죄인 형법상 단순 폭행죄로 바꾸는 내용의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서울청 직원은 오후 2시경 D 경위에게 사건 진행 경과를 파악한 뒤 ‘형사과로 사건이 인계되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보고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에 따르면 일선 경찰서장은 변호사의 범죄 사건이 발생하거나 접수됐을 경우 절차에 따라 시도경찰청이나 경찰청에 내용을 보고해야 한다. 경찰청은 수사결과 발표 직후 내사 사건 처리 절차를 수사 단계와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개선 대책을 내놨다. ○ 청와대 사건 인지하고도 차관 임명 강행법무부는 지난해 11월 9일 이전, 청와대는 같은 달 16일 이후 폭행 사건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외압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청와대 관련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차관이 같은 달 8일 또는 9일에 추 전 장관의 정책보좌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이때 파악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경찰은 해당 통화가 외압이나 청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초서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신상 등을 내부에서 파악하고 공유한 지난해 11월 9일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 마감일이었다. 유력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이 전 차관은 최종 추천 명단에서 제외됐다. 같은 해 12월 1일 추 전 장관은 청와대에 이 전 차관을 신임 차관에 임명해줄 것을 요청했고, 청와대는 그 다음 날 임명을 강행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수사 담당자 한 명만을 송치해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며 “경찰 지휘라인을 통해 외압이나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가 조사나 수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유원모 기자 / 이소연 always99@donga.com·박종민 기자}

1987년 세상을 떠난 이한열 열사의 육필(肉筆)이 34주기 추모식을 맞아 컴퓨터 글꼴로 되살아난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 열사의 생전 손 글씨체를 복원해 만든 ‘이한열 폰트’를 9일 온라인으로 공개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디자인 글꼴 제작업체 ‘다온폰트’가 사업회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한글 2350자와 기호 등 4000여 자를 하나씩 필사해 제작까지 6개월 넘게 걸렸다고 한다. 폰트는 이 열사가 고교 2학년이던 1984년 1월 19일 부모에게 쓴 손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한열 폰트는 9일부터 사업회와 다온폰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문 앞에서 군사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최루탄에 맞아 쓰려져 한 달 만에 숨졌다. 9일 오후 2시경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34주기 추모식이 열린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1987년 세상을 떠난 고 이한열 열사의 육필(肉筆)이 34주기 추모식을 맞아 컴퓨터 글꼴로 되살아난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이 열사의 생전 손 글씨체를 복원해 만든 ‘이한열 폰트’를 34주기를 맞는 9일 온라인으로 공개 한다”고 6일 밝혔다. 이 사업은 디자인 글꼴 제작업체 ‘다온폰트’가 사업회 측에 제안해 성사됐다. 한글 2350자와 기호 등 4000여 자를 하나씩 필사해 제작까지 6개월 넘게 걸렸다고 한다. 폰트는 이 열사가 고교 2학년이던 1984년 1월 19일 부모에게 쓴 손 편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한열 폰트는 9일부터 사업회와 다온폰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문 앞에서 군사정권을 규탄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최루탄에 맞아 쓰려져 한 달 만에 숨졌다. 9일 오후 2시경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34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지난해 11월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을 확인한 후 30여 초간 고민에 빠진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그대로 담겨 있던 것으로 3일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진상조사단은 최근 서초서 내부에 설치된 CCTV를 확보해 이 전 차관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방해 관련 의혹을 조사 중이다. 이 영상에는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서초서를 찾은 택시기사 S 씨가 담당 수사관 J 경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는 장면이 찍혀 있다. S 씨는 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11월 7일 서울 성동구의 한 블랙박스 업체를 찾아가 전용 뷰어를 통해 재생된 37초 분량의 폭행 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J 경사는 S 씨의 휴대전화를 통해 이 전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뒷좌석에서 목덜미를 움켜잡은 모습이 담긴 영상을 확인했다. 영상을 본 직후 J 경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30여 초간 두 손으로 머리를 문지르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괴는 등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S 씨의 휴대전화를 쳐다보고, S 씨와 대화하는 장면 등도 CCTV에 담겼다. CCTV에는 음성까지는 저장돼 있지 않았다. S 씨는 경찰에서 “J 경사가 ‘차가 정지해 있던 게 맞네요.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며 당시 상황을 진술했다. 블랙박스 영상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이 전 차관의 하차를 위해 차량을 잠시 정차한 상태였다. 2015년 6월 개정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운행 중’의 의미를 ‘하차 등을 위하여 일시 정차한 경우’를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J 경사는 영상을 처음 본 날 이 전 차관을 입건하지 않고 형법상 단순폭행 혐의를 적용해 내사 종결하겠다는 보고서를 올렸고, 상급자의 결재를 거쳐 종결됐다. 단순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S 씨는 이 전 차관으로부터 합의금 1000만 원을 받은 다음 날인 11월 9일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이용구가 운행중 기사 폭행’ 영상 본 경찰, 머리 움켜쥐고 당황 경찰, ‘운행중 폭행’ 가중처벌 대신… 정차 중 단순폭행 혐의 적용해 결재폭행 영상 직접 보고도 내사 종결… “혼자 결정했겠나” 윗선 개입 의혹 “폭행 영상을 지켜본 경찰관의 ‘머뭇거림’이 뭘 의미하겠느냐.”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사건 발생 5일 만에 내사 종결한 서울 서초경찰서의 내부 폐쇄회로(CC) TV에는 이 전 차관의 폭행 장면 영상을 처음 확인한 경찰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그대로 저장돼 있다. 담당 수사관인 J 경사는 이 전 차관이 거친 욕설과 함께 택시기사 S 씨의 목덜미를 움켜쥐는 장면이 택시기사 S 씨의 휴대전화에서 재생되는 장면을 진지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경찰이 이 사건을 단순폭행으로 내사 종결하기에 앞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해야 할지 고민하던 결정적 순간인 셈이다.○ “J 경사, 머리 쥐며 폭행 영상 휴대전화 바라봐” 사건 발생 5일 뒤인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S 씨는 이틀 전인 9일 경찰 조사 때 제출했던 택시 내부 블랙박스의 메모리 카드를 돌려받기 위해 서초경찰서를 다시 찾았다. 이때만 해도 S 씨는 9일 조사 때처럼 “영상을 복구하지 못했다”며 영상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1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합의금을 S 씨 딸 계좌에 입금한 이 전 차관이 물밑에서 영상 삭제를 부탁하던 때다. S 씨는 “이 차관이 ‘내가 뒷문을 열고 깨우는 과정서 멱살을 잡힌 걸로 해달라’고 했다”고도 했다. 그러나 J 경사는 S 씨를 처음 조사한 날인 9일 오후 이미 ‘폭행 영상의 존재’를 어렴풋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다. “S 씨가 한 블랙박스 업체에서 영상을 복원하고 자신의 휴대전화에 이를 찍어 갔다”는 진술을 업체 측으로부터 파악한 뒤였다. 이에 J 경사가 “휴대전화로 폭행 영상을 찍지 않았느냐. 그걸 보여 달라”고 하자 S 씨는 “영상이 있다”고 답한다. S 씨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폭행 영상을 J 경사에게 보여주는데, 이 장면이 경찰 CCTV에 고스란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영상을 확인한 J 경사가 30초 가까이 머리를 오른손으로 괴거나 머리를 쥐는 등의 자세를 보인 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 영상은 추후 검찰의 공소제기 후 법정에서 공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다만 CCTV에 양측이 나눈 대화까지 저장돼 있지 않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S 씨는 경찰에서 “J 경사가 ‘차가 정지해 있던 게 맞네요. 영상은 못 본 걸로 할게요’라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반면 J 경사는 “오히려 S 씨가 ‘못 본 걸로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폭행사건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죄가 아닌 형법상 단순폭행죄를 적용해 S 씨의 처벌 불원을 이유로 내사 종결됐다. J 경사가 폭행 영상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9일에도 경찰 내부 보고서에는 ‘단순폭행’으로 기재됐으며 11일에도 폭행 영상 관련 내용은 빠졌다. 블랙박스 업체에서 S 씨가 영상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해갔다는 내용도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명백한 증거를 보고서도 ‘폭행 영상이 없다’는 내용을 담아 내사종결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특수 직무유기 혐의에 해당할 수 있다.○ “하급직 경찰이 혼자 결정? 의구심 증폭”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 축소 과정에 경찰 어느 선까지 개입 됐는지, 또 경찰 고위 라인이나 법조계 인맥 등을 통해 사건 축소 관련 청탁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J 경사 혼자 판단으로 내사 종결했다는 주장을 그대로 믿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 경사의 윗선인 K 경감과 L 경정 등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윗선 간부들이 이 전 차관의 연루 사실을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제3의 경로를 통한 청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선 “단순한 택시기사 폭행 사건 하나에 경찰 수사가 여권의 유력 인사 앞에서 여지없이 휘어지는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유원모 onemore@donga.com·이소연 기자 /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