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빨갛게 그은 선이 말하는 국제정세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도 위의 붉은 선/페데리코 람피니 지음, 김정하 옮김/564쪽·2만7000원·갈라파고스

러시아는 과연 세계 패권 경쟁에서의 패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탈리아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의 수석 외신 특파원으로 세계를 누빈 저자는 2017년 출간한 이 책에서 러시아가 제국의 야망을 버리지 못할 것임을 예측했다. 책에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된 10여 개의 국가들 사이에 둘러싸인 러시아 지도가 나온다. 붉은색으로 칠해진 국경선은 러시아가 나토에 포위돼 있음을 한눈에 보여준다. 저자는 포위의 공포감에 사로잡힌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러시아 문명의 발원지로 여기는 만큼, 우크라이나만큼은 반드시 손에 쥐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러시아, 독일 등 21세기 세계 각국의 정세가 지도 위에 펼쳐진다. 구글맵을 켜면 세계의 모든 길목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에 저자는 지도 위에 붉은 선을 그려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세계 지도를 인터넷 보급률과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검열 수준으로 재구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국가의 검열은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만큼 검열을 강화한 것과 반대다. 저자는 단 한 장의 지도로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미국에서 나온 이유를 설명한다.

저자가 재구성한 세계 지도에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21세기 패권경쟁의 흐름도 담겼다. 중국의 세계 무역로를 붉은 선으로 그려낸 신(新)실크로드 지도 위에는 중국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향하고 있을 뿐 아니라 해상무역을 통해 아프리카 대륙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반면 세계의 군대를 자처한 미국은 세계 각지에 주둔한 군 기지에 대한 막대한 비용 부담을 호소하는 자국민의 반발에 직면했다. 군 동맹으로 연결된 미국의 군사 패권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중국의 무역망은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것. 저자가 붉은색 선으로 재구성한 지도에는 세계 패권의 미래가 담긴 셈이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지도 위의 붉은 선#국제정세 미래#러시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