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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이 실행 과정에서 잇단 문제점을 드러내자 이 제도 시행을 누구보다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마저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2일 온라인 잡지인 ‘오지(Ozy)’와의 영상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법을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새 제도 도입 이후에도 기존 건강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1월부터 오바마케어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국민이 기존에 가입한 보험은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새 법이 시행되면 기존 보험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드러나자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문제가 되는 대상은 회사나 정부를 통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로 미국 내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5%(약 1400만 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원이 희망자에 한해 기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상정한 가운데 백악관도 이들을 구제하는 행정명령 발동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케어 인터넷 사이트(HealthCare.gov)의 오류 정도가 생각보다 심해 백악관이 이달 말까지 수리를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이트 구축 및 수리를 담당하는 정보기술(IT) 컨설팅 기업 CGI페더럴은 현재 오류 10개 가운데 6개를 수정하는 데 그친 상태다. 당초 예상한 동시 접속자 수용 용량의 절반 정도인 2만∼3만 명이 동시 접속해도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잡음이 계속되자 오바마케어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형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올해 5월 2일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내에 세워진 존 F 케네디(사진) 암살 현장 박물관에는 평일 낮인데도 미국과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 수십 명이 입구부터 줄을 이었다. 이 박물관의 이름은 ‘6층(the sixth floor)’. 50년 전인 1963년 11월 22일, 암살범 리 하비 오즈월드가 미국 국정교과서 보관 창고이던 건물의 6층에서 카퍼레이드 중이던 케네디 대통령의 뒤통수에 총을 쏜 역사의 현장을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박물관에는 50년 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을 전후한 긴박한 미국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방문객들은 개인 리시버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암살 전후 시간대별로 구성된 각종 영상물을 둘러봤다. 한 30대 미국인 관광객은 “어렸을 때부터 꼭 한번 와 보고 싶었는데 암살 50년을 맞아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케네디 암살 50주년을 맞아 현장을 찾은 이들은 박물관 외부에도 많았다. 케네디가 오즈월드의 흉탄을 맞은 도로 위 지점은 흰색 페인트로 ‘×’ 표시가 돼 있었다. 관광객들은 차들이 없는 틈을 타 이 지점 위를 직접 밟아 보거나 ‘6층 박물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앞서 박물관에서 본 저격 당시 영상이 도로 위 ‘×’ 표시와 연동되면서 50년 전 격동의 역사가 생생하게 연상되는 듯했다. 미국 국민의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추모와 관심의 열기는 이달 22일로 다가오는 50번째 기일(忌日)을 앞두고 절정에 이르고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일생을 다룬 전기와 관련 저작물이 올해 가을에만 수십 권씩 서점에 쏟아져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27일자에 ‘존 F 케네디의 책들’이라는 제목으로 별도의 리뷰 섹션을 내는 등 대부분의 언론 매체가 ‘케네디 특수’를 전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CNN은 17일부터 배우 톰 행크스가 제작을 맡은 10부작 다큐멘터리의 ‘60년대: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을 방영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도 10, 12일 드라마 ‘케네디 죽이기(Killing Kennedy)’를 방영한다. 암살 직후 상황을 담은 영화 ‘파크랜드’가 최근 개봉되는 등 극장가에도 케네디 바람이 불고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나오곤 했던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음모론도 여전히 고개를 들고 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8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오즈월드가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데 확실히 의심이 든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다른 누가 연루됐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미국 정부가) 오즈월드의 행적과 범행 이유를 명확히 밝혀냈는지, 쿠바와 러시아로부터 영향 받은 건 없는지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댈러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리처드 오버턴, 이 미국의 재향군인은 107세 입니다. 영광스럽게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다시 한 번 일어나 주세요.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미국 ‘재향군인의 날’인 11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기념 연설을 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귀빈석에 앉아 있던 한 흑인 노병에게 잠시 일어나 달라고 요청했다. 노병은 우레 같은 박수를 받으며 쑥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107세의 고령이었지만 꼿꼿한 신체에는 군인의 기백이 서려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오버턴 씨는 1941년 12월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 당시 현장에 있었다. 이후 일본 오키나와, 이오지마 전투 등에 참전한 그는 “오로지 신의 은총으로 살아남았다”고 회고했다. 전쟁이 끝난 뒤 고향인 텍사스 주로 돌아온 그는 가구제조업과 주의회 직원 등 생업에 종사하며 전쟁 영웅으로 존경받으며 살아왔다. 건강을 잘 유지한 덕분에 최고령 재향군인 자격으로 이날 행사에 초대된 그는 오바마 대통령과 오찬을 함께하는 영광도 누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후반부에 오버턴 씨의 귀국 후 생활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현지 언론들은 1906년 5월에 태어난 그가 지금도 지팡이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자동차도 직접 운전한다면서 그가 스스로 밝힌 장수 비결은 위스키와 시가(여송연)라고 보도했다. 허핑턴포스트 등은 그가 매일 아스피린을 먹고, 12개비의 시가를 피우며 아침마다 커피에 위스키를 조금씩 타서 마시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직접 정원도 관리하고 청소하면서 계속 몸을 움직이고 TV를 보지 않고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고 오버턴 씨는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는 한국전쟁이 끝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라면서 “참전했던 모든 사람에게 특별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날 캘리포니아 주 동남부 모하비 사막의 ‘패튼 장군 기념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벽’ 제막식에서는 패튼 장군의 손녀 헬렌 패튼 여사가 애국가를 열창해 참석자 6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았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해외 순방 때 각국 정보기관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보안용 텐트 안에서 전화하거나 참모들과 회의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0일 보도했다. 미 정보 당국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외교관, 행정부와 군 고위 인사 등이 해외 출장을 할 때 비슷한 요구를 한다. 각국 정보기관이 미국 손님을 염탐하는 데 주저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년 북한 평양을 방문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도 숙소인 백화원초대소에서 북한 당국의 도청을 피하기 위해 특수장치가 달린 텐트 안에서 회의를 했다는 비화가 국제 외교가에 회자된다. 이런 공공연한 비밀이 미 유력 언론에 보도된 것은 국가안보국(NSA)이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우방 수반들까지 무차별 도청을 해 왔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의 제임스 울시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디를 가든 도청의 목표물이 된다”며 “각종 장치를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 중동 국가들은 우리를 염탐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NYT는 “미 정보 관계자들은 심지어 유럽연합(EU) 동맹국들도 비슷한 일을 한다는 증거를 댈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사용하는 텐트는 불투명하며 내부에 소음 발생 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를 통해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카메라에 잡히거나 텐트 안의 목소리가 외부의 음파 수집기에 녹음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했을 때 이 텐트 안에서 리비아 공습과 관련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대화하거나 다른 참모들이 보는 앞에서 국제전화를 거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미국 지도자들이 언제부터 이런 비밀 텐트를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안보 당국자들은 조지 테닛 전 CIA 국장(1997∼2004년 재임)이 이런 장비를 규칙적으로 사용한 첫 번째 고위 관리라고 증언했다고 NYT는 전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 케어) 시행을 둘러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연속된 사과는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7대 사과’ 안에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 인터넷 판에 보도했다. 대통령의 발언 장면을 담은 비디오와 함께 소개된 첫 번째 사례는 1961년 쿠바 피그 만 침공 실패 직후 나온 존 F 케네디 당시 대통령의 사과다. 워터게이트 사건(1977년)에 대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과와 ‘이란 콘트라 스캔들’에 대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사과(1987년)가 그 뒤를 이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8년 르완다 인종 학살을 방치했다는 자성과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 사건 사과로 두 차례 이름을 올렸다.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TV토크쇼에 출연해 자신의 시원찮은 볼링 실력을 설명하면서 지적 발달 장애 선수들이 참가하는 ‘스페셜 올림픽’을 비하했다가 사과한 사례도 소개됐다. WP는 또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2기 1년 차인 올해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전임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닮은꼴이라고 보도했다. 퓨리서치 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지난해 재선 직후인 12월 오바마 대통령의 직무 수행 만족도는 55%였으나 이달에는 41%까지 하락했다. 부시 대통령의 직무 만족도 역시 재선 직후인 2004년 12월 48%에서 2005년 11월 36%까지 떨어졌다. 이는 연임을 했던 레이건,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권 2기 1년 차 지지율이 60%를 기준으로 오르내린 것과는 차이가 크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새 뉴욕 시장으로 선출된 빌 더블라지오 가족의 ‘헤어스타일 정치’가 미국 정가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5일 선거에서 승리하고 난 뒤 축하 집회에 나온 가족들은 흑인 남녀 특유의 헤어스타일을 마음껏 뽐냈다. 부인 셜레인 매크레이는 머리털을 가늘게 땋아 오글오글하게 한 헤어스타일을 선보였다. 특히 뒤에서 묶어 아래로 드리운 머리(포니테일)가 돋보였다. 딸 키아라는 느슨한 곱슬머리를 장미 모양 밴드로 묶었다. 누구보다 눈길을 끈 사람은 아들 단테. ‘아프로’라고 불리는 커다랗게 붕 뜬 머리를 한 그는 의기양양하기까지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인터넷판에서 “미국 중앙정치 무대에서 흑인 고유의 헤어스타일이 주목받는 흔하지 않은 광경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전국에 생중계되는 이날 집회에 ‘생긴 대로’ 흑인 머리를 하고 나온 가족들의 모습은 이번 선거전에서 더블라지오 시장이 던진 백 마디 진보 구호보다 더 강렬한 정치적 문화적 메시지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백인 주류 사회 속에 살아있는 흑인 문화, 뉴욕의 문화적 다양성,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것을 고집하는 진보적 개인주의 등이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머리카락이 꼬이는 것을 막기 위해 짧게 자르고 미셸 여사는 백인처럼 펴는 스타일인 점에 비춰 미국 흑인 사회에서는 “더블라지오 가족이 오바마 가족보다 더 흑인의 자존심을 높였다”는 말도 나온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으로 불린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신승했다. 민주당은 20년 만에 미 최대 도시인 뉴욕시장 자리도 되찾으면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5일 치러진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테리 매콜리프 민주당 후보가 48%를 득표해 켄 쿠치넬리 공화당 후보(45.5%)를 근소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이곳 선거는 양당이 전현직 대통령과 차기 민주당 대선주자로 유력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총출동해 선거 유세를 펼칠 정도로 ‘민심의 풍향계’로 불렸다. 민주당 후보는 정부 잠정폐쇄(셧다운)를 불러온 공화당의 책임을, 공화당 후보는 오바마케어로 인한 혼란을 불러온 민주당의 심판을 유권자에게 물었다. 뉴욕 시장 선거에서는 빌 더블라지오 민주당 후보(73.4%)가 조 로타 공화당 후보(24.2%)를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12년 동안 친(親)기업 성향으로 독단적인 정책을 편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후임으로 확정된 더블라지오 당선자는 ‘뉴욕 시는 부자와 그 나머지로 나뉜 두 개의 도시’라며 빈부격차 해소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결과에 대해 “뉴욕이 급격하게 좌(左)로 돌아설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그는 소수인종과 저소득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온 블룸버그 시장의 ‘불심검문 정책’ 폐지와 부유층에 대한 증세를 공약으로 내걸어 ‘블룸버그 12년 잔재’의 청산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공화당원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 전 시장(1994∼2001년)과 무당파였던 블룸버그 시장 이후 약 20년 만에 민주당 인사가 뉴욕 시장에 오른 점도 향후 미 정치권의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화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지목받고 있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도 이날 선거에서 60.5%를 득표해 민주당 후보로 나선 바버라 부오노(38%)를 누르고 낙승했다. 미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에서 공화당원으로 연임에 성공하면서 그의 정치적 인기가 허세가 아님을 입증했다. 이 밖에 보스턴 디트로이트 애틀랜타 시장 선거에서도 모두 민주당이 승리했다. 앨라배마 주 연방하원의원 보궐선거까지 합치면 이날 치러진 7곳 중 6곳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눌렀다. 한인으로는 버지니아 주 하원의원 3선에 도전한 마크 김(민주당)이 무난히 당선됐다. 파산 신청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트로이트 시장에는 민주당의 마이클 더건 디트로이트메디컬센터 최고경영자(CEO)가 당선됐다. 뉴욕=박현진 witness@donga.com워싱턴=신석호 특파원}

6일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앞으로(Forward)’를 외치며 미국 역사에 ‘재선 흑인 대통령’이라는 또 하나의 신화를 창조한 그는 연임 대통령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다양한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하지만 구호와 달리 많은 정책들이 앞으로 나가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다. 경제회복 속도가 부진하고 나랏빚은 17조 달러(약 1경8020조 원)를 넘어섰다. 행정부와 의회,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각종 사안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본보가 2013년 2월 12일 오바마 대통령의 신년 의회 연설(연두교서)에서 제시된 분야별 중요 정책 15개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한국 당국자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결과 단 두 개만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6개 정책은 전혀 실행되지 않거나 제자리걸음이고 7개는 보통 수준이었다.○ 꽉 막힌 경제 분야 오바마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에 정책의 방점을 뒀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 수단인 재정 정책부터 옴짝달싹못하는 지경에 처하고 말았다. 국가부채 증액 한도 협상이 타결을 보지 못해 대규모 공공투자는 고사하고 시급한 지출부터 겨우 막아야 하는 상황이 올해 내내 이어졌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에 500억 달러(약 53조 원)를 쏟아 부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공약은 언제쯤 실현될지 불투명하다. 법인세율을 낮추는 대신 10여 개에 이르는 세금감면 조항을 대폭 수술하는 조세개혁안도 추진되지 못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현재 7.5달러(약 8200원)에서 9달러로 올리겠다는 공약만이 실현되고 있다.○ 정치 사회 개혁도 용두사미 오바마 대통령의 최대 치적이라 불리는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은 미국을 사상 18번째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와 초유의 국가부도 위기까지 몰아간 공화당의 저지 노력을 뚫고 일단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이트 오류로 출발부터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대선 직후 터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대통령이 야심 차게 밀어붙인 총기규제 노력은 상원에서 법안 통과가 좌절된 뒤 용두사미가 됐다. 이민개혁법안은 상원을 통과했지만 하원에서는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고 교육개혁은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동성부부를 차별하는 연방 법률이 위헌으로 결정되고 여군을 전투임무에 배치키로 한 것은 소수자 배려와 여권 신장 분야에서 상징적인 진전으로 평가된다.○ 외교 안보는 ‘유명무실’ 내년 초까지 미군 병력 6만6000명의 절반이 넘는 3만4000명을 해외에서 철군시키는 작업만 제대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무인기(드론) 사용과 국가안보국(NSA) 정보수집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북한과 이란의 핵개발 저지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6월 집권한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이 핵 포기 대화에 나선 것은 강력한 제재의 성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집트 군부 쿠데타와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국의 어정쩡한 태도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성과 없이 중동 문제에 다걸기(올인) 하는 동안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미국 내부에서 나온다”고 전했다.워싱턴=신석호 kyle@donga.com뉴욕=박현진 특파원}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등 정보 수집 행각을 폭로한 이후 미국에 협조했던 우방국 정보기관의 도청 행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서방세계 정보기관들은 한편으로는 고급 정보를 놓고 서로 경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얻은 정보를 주고받는 협조를 하며 일종의 ‘정보 공유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 보도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1일 영국의 해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NSA가 지난 3년 동안 최소 1억 파운드(약 1693억 원)의 비밀자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GCHQ는 MI5(국내정보담당), 영화 ‘007시리즈’의 모델이 된 MI6(해외정보국)과 함께 영국의 3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첼트넘에 본부를 둔 GCHQ는 영국 연안을 지나는 환대서양 광케이블과 중동 지역을 지나는 해저 광케이블 등 200개 이상의 광케이블에 접속해 지난해 기준으로 매일 6억 건의 개인정보와 통화를 감청하고 있다. 스노든은 GCHQ의 방대한 도청작전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민간인 감시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그해 9월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때 GCHQ가 각국 대표단의 인터넷과 전화 통신 내용을 감청한 사실이 폭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GCHQ가 가동하고 있는 10억 파운드 규모의 대형 통신감청 프로젝트 암호명은 ‘시간의 복수’라는 뜻의 라틴어 ‘템포라’다. GCHQ가 해킹한 광케이블에 오가는 정보량은 하루 21페타바이트(1000조 바이트) 이상으로, 영국 도서관 장서에 담긴 정보의 24배에 이른다. 국제 첩보활동 분야의 강자인 프랑스의 해외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대외안보총국(DGSE)도 2011년 말과 2012년 초에 미국 정보기관과 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했다고 현지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DGSE는 파리에 있는 본사 지하에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3층 높이의 슈퍼컴퓨터를 설치해 도청으로 얻은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파리 교외지역인 이블린에 1000m² 규모 크기의 통신감청센터를 짓고 있다. DGSE는 스파이 위성,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오는 수십억 개의 전자정보를 동시에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와 마요트 기지, 지부티와 같은 해외 영토나 옛 식민지에 정보를 수집하는 30개의 위성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스노든은 독일에서 국내외 정보의 통신감청을 담당하는 기관인 연방정보국(BND)도 그동안 미국 NSA의 정보수집에 협력해 왔다고 폭로했다. 영국의 GCHQ는 내부 보고서에서 BND가 “이미 40∼100Gbps(기가비트) 속도의 일부 광케이블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BND는 향후 5년 동안 1억 유로(약 1434억 원)를 투입해 기술정찰팀 신규 요원을 100명 늘리고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보도했다. BND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서독 내에서 암약해온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서독인 협조자가 2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 중 7000여 건의 국가반역행위가 적발됐고, 간첩혐의로 300명이 구속될 정도로 정보의 정확도가 높은 기관이다. 이에 앞서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지난달 30, 31일 호주가 미국과 함께 동남아 주재 외교시설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까지 미국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주와 같이 영연방국가인 캐나다 정보기관도 미국 NSA, 영국 GCHQ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외교적 문제를 피해야 하는 해외 정보 수집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그 능력은 국력에 정확히 비례한다”고 말했다. 능력을 가진 강대국들만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제 정보 시장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력이 약해 정보가 없는 약소국들은 ‘강대국 정보 카르텔’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워싱턴=신석호 특파원}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정보 수집 행각을 폭로하면서 브라질과 독일 등 중견 국가들이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거치지 않는 독자적인 국가 및 지역 단위 온라인 통신망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도청 파문으로 대립각을 세워오던 미국과 독일은 서로를 감시하지 않겠다는 양자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함께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 보도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3일 이같이 전하며 NSA 도청 파문이 세계를 하나의 사이버 공간으로 연결하는 인터넷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올해 6월 NSA 정보 수집 파문이 번지자 브라질은 국내에서만 통용되는 전자통신망을 구축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인터넷을 통해 구글과 야후 등 미국 기업들이 운영하는 포털 서비스를 사용하면 NSA 등 정보기관에 비밀스러운 정보를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꼴이 된다는 일종의 ‘정보 민족주의’ 발상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이후 세계 정보 유통의 허브로 자리를 잡아 온 인터넷에 국가와 지역 단위의 장벽과 균열이 생기면 각국의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이언 브라운 씨는 “브라질이 가려는 경로는 비용이 많이 들고 혁신의 속도를 줄일 것”이라면서도 “개인 정보와 기업 비밀, 국가 정보가 누출된다는 불신이 팽배하다면 어쩔 수 없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수석연구원인 대니얼 카스트로 씨는 다국적 기업들이 당장 큰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 중인 독일 대표단은 지난주 백악관 관계자들과 만나 스파이 금지 협약안 조율에 성공했으며 정식 협약은 내년 초에 체결할 예정이라고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2일 보도했다. 미국과 독일 간의 양자 협정 체결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유럽 국가들에선 독일이 혼자만 ‘살길’을 찾는 것은 잘못된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로 망명한 스노든은 미국 정부에 자신을 반역자로 취급하지 말고 반역 및 스파이 혐의에 대해 사면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2일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스노든은 또 미국으로 추방하지 않는다는 약속만 해준다면 독일을 직접 방문해 도청 관련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에서 하원의 권위를 상징하는 ‘직장(職杖·Mace)’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46인치(약 116cm) 길이 봉에 둥근 머리와 독수리 형상의 은장식이 붙어 있는 이 직장이 의장석 오른쪽의 대리석 댓돌 위에 세워지면 하원 회기가 개시돼 의정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한다. 직장은 의사당 내 질서 유지에도 활용된다. 의사진행 도중 의원들 사이에 폭력행위나 말싸움 등 소란이 발생하면 하원의장은 경위권을 발동한다. 그러면 경위장이 이 직장을 들고 본회의장을 돌아다니며 수습에 나선다. 직장을 든 경위장의 말을 듣지 않는 의원은 바깥으로 끌려 나가는 수모를 겪는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직장이 의사당 내 질서 유지를 위해 가장 최근에 사용된 것은 1994년 7월이다. 이후 20년 가까이 하원 의사당 내에서는 폭력행위 등 소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기자가 지난해 12월 워싱턴 특파원에 부임한 뒤 11개월 동안 미국 의회 내에서 의원들의 몸싸움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졌다는 뉴스를 본 적이 없다.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을 둘러싸고 9월 20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행정부와 상하원, 민주·공화 양당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이번 ‘재정 파동’ 때도 마찬가지였다. 연방정부의 기능을 16일 동안이나 정지시키고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아넣는 극도의 정쟁 속에서도 의회 내에서 물리적 충돌이 없는 비결은 뭘까. 매너와 절차를 강조하는 신사도 문화 덕분일까. 현역 국회의원도 현행법을 어기면 그 자리에서 수갑을 채워 잡아가는 법의 엄정함 덕분일까. 이번 재정파동을 면밀히 관찰해 온 일부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좀 더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다수결의 원칙과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여론조사 정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원들도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에 대해서는 당론에 따라 투표한다는 점에서는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이번에도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저지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은 반대 법안을 내놓고 상대방에게 던지는 ‘핑퐁 게임’이 여러 차례 계속됐다. 하지만 하원의 어떤 민주당 의원도, 상원의 어떤 공화당 의원도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가 아닌 물리적 힘으로 다수당의 법안 처리를 방해하지는 않았다. 주권자인 국민들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상하원의 다수당을 만들어 주었고 다수당이 다수결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는데 어쩌겠느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연방정부 잠정폐쇄(셧다운)가 단행되고 국가 부도 위기를 맞으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졌다. 이러다간 다음 선거에서 떨어지겠다고 판단한 일부 온건파 공화당 소속 의원이 민주당에 가세해 이번 재정파동은 마무리됐다. 다수당이 다수결 원칙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는 문화, 국가적 논쟁거리를 법안으로 구체화하고 투표를 반복하는 과정에 변화하는 여론의 추이를 반영하는 미국의 의회정치의 작동원리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였다. 게임의 룰이 이렇다 보니 미국 의원들은 한국에서처럼 의사당에서 최루탄 가루를 뿌리거나 전기톱으로 문을 부숴가며 법안 상정 자체를 막고 007작전 같은 ‘법안 날치기’ 작전을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언제쯤 이렇게 할 수 있을까.신석호 워싱턴 특파원 kyle@donga.com}
“삼성(전자)은 텍사스 오스틴 (반도체) 공장 확장을 위해 40억 달러(약 4조2400억 원)를 투자했다. 독일 지멘스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수백 명을 새로 고용하고 미국 노동력을 교육하는 데 연간 5000만 달러를 쓰고 있다. 우리나라가 언제나 원하는 그런 투자다.”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 유치에 나선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연설을 통해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그룹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미국 워싱턴 메리엇워드먼파크 호텔에서 연방 상무부가 주최한 ‘선택 미국 2013 투자 정상회의’ 첫날 연사로 나선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전자와 독일 지멘스, 일본 혼다자동차 등 3개 글로벌 기업의 성공적인 미국 직접투자(FDI) 사례를 소개하고 앞으로 자신과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외국자본 유치와 일자리 창출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각급 정부 관계자와 해외 투자자 대표 등 1200명 앞에서 네 가지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우선 “전 세계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과 대사관이 해외 투자자와 본국을 잇는 경제적 임무를 더 많이 수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나를 포함한 국내의 고위 당국자들이 직접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셋째는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들이 각 주와 시 정부의 규제 등을 한눈에 파악하고 신속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원 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넷째는 미국 각급 정부들에 최신 연구와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잠재적 투자자와 직접 연결될 수 있는 행사 등을 열어 해외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만한 수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주나 시 정부가 아니라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 국가적 투자 유치 설명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적자와 무역수지 적자 등 ‘쌍둥이 적자’로 17조 달러를 넘어선 국가부채를 줄여 나가야 할 미국의 다급한 상황 때문이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인터넷 서비스업체인 구글과 야후의 데이터센터에 무단 접속해 e메일 자료 등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는 추가 폭로가 나왔다. 이탈리아 언론은 NSA가 3월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에 참석하는 추기경들의 전화까지 도청했다고 주장했다. 독일에 있는 미국 기업 90여 개는 NSA 등 자국 정보기관의 스파이 행위를 도와 미국의 해외 정보수집 행위가 ‘민관 합작’으로 진행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0월 30일 NSA가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 업체인 구글과 야후 등의 데이터센터에도 비밀리에 침투해 대량의 e메일 자료 등을 빼내갔다고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NSA는 작전명 ‘MUSCULAR’를 통해 올해 1월에만 하루 수백만 건의 정보를 구글 클라우드 혹은 야후의 데이터센터를 통해 확보했다. NSA가 한 달간 1억8128만466건의 e메일 정보 등을 비밀리에 빼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NSA는 법적으로 인터넷 업체들에 자료 제공 요청을 통해 정보를 넘겨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 업체의 협조가 늦어지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자 아예 직접 데이터센터에 침투하는 것이라고 WP는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인터넷업체들은 “NSA에 데이터센터 정보 접근권을 허락한 적이 없다”며 무단 침입을 비난했다. 키스 알렉산더 NSA 국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테러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맞지만 미국 회사의 서버에 들어가 정보를 빼낼 권한은 없다”며 보도를 부인했다. 이탈리아 시사주간지 파노라마는 30일자에서 NSA가 3월 교황 선출을 위해 로마에 모인 추기경들이 숙소에서 주고받은 전화통화 내용 등을 도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배니 바인스 NSA 대변인은 “바티칸을 도청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한편 독일 주간지 슈피겔은 이날 최소한 90여 개 미국 기업이 도청된 통신 내용을 분석하고 분류해 NSA 등 정보기관에 전달하는 등의 업무를 도왔으며 주요 30개 회사는 NSA와 CIA, 미군 정보기관 등을 위해 직접 스파이 업무를 했다고 폭로했다. 보도는 독일 특사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 대한 NSA 도청 의혹으로 긴장된 양국 관계 회복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나왔다. NSA의 외주 컨설팅업체인 부즈앨런해밀턴그룹 부회장으로 있는 마이크 매코넬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워싱턴에서 열린 ‘블룸버그 사이버안보 콘퍼런스’에 나와 “메르켈 총리는 도청당했다는 것에 놀라지 말아야 한다”며 전 세계 모든 국가가 도청을 하고 있으며 최우선 타깃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매코넬 전 국장은 “미국은 사이버 전쟁에서 지고 있으며, 정부가 중요 컴퓨터 시스템을 보호하고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이버 진주만 공격’ 같은 대규모 공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개혁안(오바마케어) 사이트 오작동 논란에다 NSA의 해외 도청 의혹이 다시 커지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율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이날 발표된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2%로 지난달 조사보다 5%포인트 추락하며 취임 후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은 51%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일본이 1950년대에 핵무기 생산을 검토했다는 내용의 미국 국무부 보고서가 29일 공개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후 노골적으로 군국주의 행보를 보이는 일본이 북한을 빌미로 핵 보유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노틸러스연구소는 미 국무부의 1957년 8월 2일자 보고서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1950년대에 동북아 지역이 냉전의 온상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뒤 핵무기 생산을 검토했다고 밝혔다. 1945년 일본 나가사키(長崎)와 히로시마(廣島)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뒤 일본 내 여론은 핵무기 생산을 반대했지만 일본 보수정권의 생각이 여론과 달랐다는 뜻이다. 특히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당시 총리를 비롯한 일본 보수정권 핵심 인사들은 당시의 일본 과학기술로도 단시간에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여겼다. 이들은 일본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과 비슷한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는 빠르면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국내 여론의 반발과 국제적 파장 등을 고려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이 전역에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재가동 태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 6자회담 등 대화에 나서라고 압박하면서 대화 요구가 먹히지 않을 경우 연말이나 내년 초 4차 핵실험이나 추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통해 핵·미사일 프로그램 능력을 키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사이트인 38노스는 28일(현지 시간)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미사일 발사장에서 새로운 발사대로 추정되는 대규모 시설의 건설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8노스는 이달 9일 촬영된 상업 위성 영상 판독 결과를 토대로 “8월에 포착됐던 발사대와는 다른 이동식 발사대로 추정되는 지점이 관측됐다”며 “미사일 조립 건물 등에서 이 지점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도로와 2개의 새로운 다리도 건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해 미사일 발사장은 지난해 12월 북한이 인공위성 궤도 진입을 명분으로 태평양 상공으로 장거리 로켓을 쏘아 올린 곳이다. 38노스는 지난달에도 “북한이 올해 8월 서해 미사일 기지에서 엔진 연소 실험을 했다”고 위성 사진 판독 결과를 공개했다. 올해 들어 38노스가 공개한 위성사진 판독 결과에 따르면 현재 영변 핵시설 단지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북한의 핵 능력 강화를 위한 추가 움직임이 포착됐다. 영변에 있는 5MW급 원자로가 재가동됐다는 데는 한미 정보 당국도 동의하고 있는 상태다. 북한은 이곳에서 저농축 우라늄을 활용한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공언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부인하고 있지만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4차 핵실험을 위한 새로운 갱도 굴착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를 상대로 조건 없는 6자회담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6자회담이 재개되면 경제 제재 완화 등 국제사회의 양보를 요구하며 동시에 핵 기술 축적에 필요한 시간을 벌겠다는 속셈이다. 최근의 핵·미사일 활동은 이 같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실력 행사의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움직임은 한미 당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중국과 미국 내 일부 대화파에게 명분을 제공하는 측면도 있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28일 워싱턴을 방문해 6자회담 대화 재개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 과거 북핵 정책 책임자였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와 스티븐 보즈워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에 기고문을 싣고 미국이 북한과 대화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등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사전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지금까지와 같다는 것을 반복해서 말하겠다. 새로운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미국은 협상 대상 목록을 제시하는 등의 선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28일(현지 시간) “북한이 6자회담 등 국제사회와 협상을 원한다면 무엇을 놓고 협상할 것인지 대상의 목록부터 공개해야 한다”며 “목록에는 북한 전역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보이는 우라늄 농축 시설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 당국과 미국의 일부 민간 전문가가 연말을 앞두고 다시 한번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 무드 조성에 나선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북한이 대화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한미 당국의 입장을 강조한 것이다. 북한이 현재까지 공개한 우라늄 농축 시설은 영변 핵 시설에 있는 것으로 경수로 발전을 명분으로 한 저농축 시설이다. 하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이 영변 인근 서위리 등 북한 전역에 핵탄두 제조를 위한 고농축 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정부 고위 당국자는 25일(현지 시간)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한반도와 한국의 주권에 영향을 줄 경우에는 한국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하는 내용을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미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날 미 워싱턴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집단적 자위권은 유엔 헌장에 나와 있는 보통 국가의 권리이고 (집단적 자위권 보유 여부는) 일본 국민이 선택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 행사가 확대 해석돼서 한반도와 한국의 국익에 영향을 줄 때에는 한국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자위권 행사는 과거사에서 비롯된 주변국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한국 외교부의 기존 입장보다 한결 구체적이다. 이르면 다음 달 열릴 가능성이 있는 한일 안보정책협의회 등을 계기로 일본에도 한국의 이런 구체적 의견이 재차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국방부는 2007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 논란이 일었을 때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를 반대하고 우리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미국과 일본에 이런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다. 이달 3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하기로 합의하자 한국 내에서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독단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 당국자는 이어 “과거 (일본의 주변국) 침략의 역사가 있고 (같은 상황의 재연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미국 측에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 측은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 조숭호 기자}
나치의 유대인 학살 참상을 고발하는 미국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 정권의 주민 인권 유린을 규탄하는 국제 세미나가 열린다. 미국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27일 홈페이지를 통해 “시카고 시 인근 스코키 시에 있는 일리노이 주 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 다음 달 6일 미국과 한국 인사들이 참여하는 북한 인권 문제 세미나를 연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와 로버타 코언 HRNK 의장, 제러드 겐서 북한반(反)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법률고문 등이 참석한다. 한국 측에서는 탈북자 신동혁 씨(31)와 이정훈 북한인권 대사(연세대 교수), 김태훈 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특위 위원장, 현인애 NK지식인연대 부대표 등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벌인다. 박물관 측은 북한 제14호 정치범수용소 출신으로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를 상대로 북한 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는 신 씨에 대해 ‘유대인 학살 생존자’에 준하는 호텔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그레그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은 “많은 미국 유대인들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인권 유린의 장소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의 반인도적 범죄를 조사 중인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30, 31일 워싱턴에서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과 함께 북한 인권 공개 청문회를 개최한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드론(무인기)으로 수많은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 전직 미국 공군 병사가 올해 초 자신의 경험을 언론에 폭로한 이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미국의 인터넷 매체 ‘GQ’가 23일 보도했다. 주인공인 브랜던 브라이언트 씨(27·사진)에 따르면 자신이 겪은 경험을 슈피겔지에 폭로하자 수천 건의 비난 메시지가 도착했으며 일부는 그를 반역죄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일했던 공군 지휘관은 “거짓말쟁이는 지옥에나 가라”는 저주를 퍼부었고 드론 사용 반대 단체들도 비난을 퍼부었다는 것. 브라이언트 씨는 2006년 미 공군에 입대한 뒤 2007∼2011년 드론을 조종한 저격수로 테러범 등 1623명을 암살했다. 그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저격 현장에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보고했지만 지휘부는 ‘그냥 한 마리 개’라며 작전을 진행하도록 했다”며 드론에 의한 민간인 살해 의혹도 제기했다. “폭격기 조종사와 동일한 심리적 충격 받아”GQ는 ‘비디오 게임 암살자’라는 악명을 듣는 드론 저격수들도 실제 폭격기 저격수와 마찬가지의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브라이언트 씨도 제대 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나는 (테러범을 처단하는) 영웅이 되려고 했지만 그저 인생을 낭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은 뒤 다른 동료들도 작전 후 악몽에 시달리는 등 마찬가지의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1년 미 공군이 드론 조종사 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42%가 강한 스트레스를, 20% 정도는 극도의 감정 소모와 소진(burnout) 상태를 호소했다. 일반 조종사들처럼 우울증과 분노, 알코올의존증과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린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브라이언트 씨는 언론 폭로 전 술에 의존했고 실탄이 장전된 다연발 기관총을 구해 방에 들여놓기도 했다.WP “美-파키스탄 드론 공격 공조했었다” 파키스탄 내 드론 공격은 양국 정부의 밀접한 공조 아래 진행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자료를 입수해 2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드론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CIA 비밀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드론 공격 목표를 정하는 작업을 담당했으며 미국은 정기적으로 관련 비밀을 파키스탄 정보국에 제공했다. 이번 보도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드론 공격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다음에 나온 것이다.“드론 공습으로 1명 죽을때마다 적 60명 생겨” 한편 WP에 따르면 드론은 2002년 이후부터 미국 안보 정책에서 주요한 도구로 떠올라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70회의 공격을 감행했고, 파키스탄에서는 2004년 이후 358회나 출격했다. 그러나 이런 드론 공격은 오히려 미국의 적을 더 만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예멘 미국대사관에서 일한 국무부 관리 나빌 쿠리는 23일 카이로리뷰 기고문에서 “드론 공습으로 알카에다 요원 1명을 죽일 때마다 40∼60명의 적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드론(무인기)으로 수많은 테러 용의자를 사살한 전직 미국 공군 병사가 올해 초 자신의 경험을 언론에 폭로한 이후 살해 위협에 시달렸다고 미국의 인터넷 매체 'GQ'가 23일 보도했다. 주인공인 브랜던 브라이언트 씨(27)에 따르면 자신이 겪은 경험을 슈피겔지에 폭로하자 수천 건의 비난 메시지가 도착했으며 일부는 그를 반역죄로 처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일했던 공군 지휘관은 "거짓말쟁이는 지옥에나 가라"는 저주를 퍼부었고 드론 사용 반대 단체들도 비난을 퍼부었다는 것. 브라이언트 씨는 2006년 미 공군에 입대한 뒤 2007~2011년 드론을 조종한 저격수로 테러범 등 1623명을 암살했다. 그는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저격 현장에서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보고했지만 지휘부는 '그냥 한 마리 개'라며 작전을 진행하도록 했다"며 드론에 의한 민간인 살해 의혹도 제기했다. GQ는 '비디오 게임 암살자'라는 악명을 듣는 드론 저격수들도 실제 폭격기 저격수와 마찬가지의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브라이언트 씨도 제대 후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나는 (테러범을 처단하는) 영웅이 되려고 했지만 그저 인생을 낭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은 뒤 다른 동료들도 작전 후 악몽에 시달리는 등 마찬가지의 고통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11년 미 공군이 드론 조종사 6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42%가 강한 스트레스를, 20% 정도는 극도의 감정 소모와 소진(burnout) 상태를 호소했다. 일반 조종사들처럼 우울증과 분노, 알코올의존증과 자살 충동 등에 시달린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브라이언트 씨는 언론 폭로 전 술에 의존했고 실탄이 장전된 다연발 기관총을 구해 방에 들여놓기도 했다. 파키스탄 내 드론 공격은 양국 정부의 밀접한 공조 아래 진행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미 중앙정보국(CIA)의 비밀 자료를 입수해 23일 보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그동안 미국의 드론 공격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CIA 비밀자료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드론 공격 목표를 정하는 작업을 담당했으며 미국은 정기적으로 관련 비밀을 파키스탄 정보국에 제공했다. 이번 보도는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드론 공격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다음에 나온 것이다. 한편 WP에 따르면 드론은 2002년 이후부터 미국 안보 정책에서 주요한 도구로 떠올라 예멘과 소말리에서 70회의 공격을 감행했고, 파키스탄에서는 2004년 이후 358회나 출격했다. 그러나 이런 드론 공격은 오히려 미국의 적을 더 만든다는 주장도 나온다. 주 예멘 미국대사관에서 일한 국무부 관리 나빌 쿠리는 23일 카이로리뷰 기고문에서 "드론 공습으로 알카에다 요원 1명을 죽일 때마다 40~60명의 적을 새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