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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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11-08~2025-12-08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서울모테트합창단이 들려주는 ‘위로의 노래’

    서울모테트합창단이 117회 정기연주회를 6월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연다. 제목은 ‘위로의 노래’. 프랑스 낭만주의 작곡가 가브리엘 포레의 ‘레퀴엠’(진혼미사곡)을 비롯해 ‘파반’ ‘라신 찬가’, 첼리스트 양성원이 협연하는 ‘엘레지(비가)’ ‘꿈꾼 후에’ 등 포레의 작품만으로 채운 콘서트다. 순수 민간 직업 합창단으로 올해 창단 32주년을 맞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은 2019년 12월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로 116회 정기연주회를 치렀다. 이번 정기연주회는 1년 반 만이다. “외환위기 당시 관객 두 분에게서 편지를 받았죠. 두 분 모두 앞날이 막막해 삶을 마감하려다 서울모테트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위로를 받아 꿋꿋이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분은 빵집을 열어 직접 구운 빵을 합창단으로 보내기도 했습니다.” 창단 이후 줄곧 단장을 맡고 있는 박치용 지휘자는 “코로나19로 아픔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 사회에도 다시 ‘위로의 노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위로의 노래’는 서울모테트합창단 스스로에게도 필요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드문 직업합창단으로서 적지만 급여를 지급해 왔죠. 이번 위기로 합창단 자체가 생존의 위기에 몰려 단원들을 무급휴직 처리하고 4대 보험만 유지해 왔습니다. 단원들로선 실업급여를 받는 게 오히려 나은 상황이라 몹시 가슴 아픕니다.” 본디 117회 정기연주회는 2018년 10월부터 시작한 ‘서울모테트합창단 30주년 시리즈’의 마지막 공연이 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4월 수난주간을 맞아 바흐의 대곡 ‘마태수난곡’을 130명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총 180명이 공연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따뜻한’ 포레의 레퀴엠으로 눈을 돌렸다. “포레의 레퀴엠은 ‘심판’을 경고하는 세쿠엔티아(부속가) 부분을 뺀 대신 천국의 희망을 노래하는 ‘인 파라디숨’(천국에서)으로 끝납니다. 작곡가 스스로가 ‘삶과 죽음에 대한 문제를 다른 차원에서 생각했다’고 말했죠. 레퀴엠답지 않은 레퀴엠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죽음이라는 문제에서 위로를 끌어낸 명곡입니다. 이 곡을 메인곡으로 정하면서 아예 센티멘털하면서도 낭만적인 포레의 작품들로만 위로의 프로그램을 꾸며보기로 했죠.” 포레 ‘레퀴엠’의 두 솔로에는 오래 이 합창단과 호흡을 맞춰온 소프라노 강혜정과 베이스 박흥우가 출연한다. 박 단장은 “예술 선진국인 독일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총리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먼저 발표하는 걸 보며 그 시스템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예술 지원 시스템은 단기적인 행사와 프로젝트 지원에 치중한 나머지 꾸준히 성과를 이뤄온 민간 단체에 대한 지원은 너무도 열악하다”며 “장기적인 예술 지원책만이 장기적인 문화 경쟁력을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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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람스의 애절하고 위험한 사랑 21개 빛깔 노래와 연기로 풀어내

    13∼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는 한국 음악극 역사에서 독특한 영역을 점유할 작품이다. 브람스와 슈만의 곡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편성을 달리해 편곡한 19개 ‘넘버’로 구성됐으며, 창작곡 두 곡도 브람스의 작품에서 주제 선율을 가져왔다. 작곡과 편곡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레드슈즈’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곡가 전예은이 맡았다. 한승원이 연출과 대본을 맡았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피아노 앞에서 젊은 브람스를 연기하고, 발레리노 김용걸이 춤으로 브람스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빛을 더했다. 여자경이 지휘하는 클림챔버오케스트라가 무대 가운데 자리 잡고, 악단을 둘러싼 간소한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클라라 슈만(클라라)을 향한 브람스의 사랑을 틀 삼고, 로베르트 슈만(슈만)과 브람스의 가곡을 비롯한 작품들을 날실과 씨실 삼아 짜낸 극의 구성은 두 대작곡가의 매력적인 음악에 힘입어 잔잔한 설득력으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나 가곡 반주부를 실내 관현악용으로 편곡한 전예은은 브람스 관현악 특유의 스산함과 끊임없이 흐르는 운동감을 잘 재현해냈다. 피아니스트인 동시에 유능한 작곡가이기도 했던 클라라의 작품이 극에 삽입되었어도 좋았을 듯했다. 피아노3중주 작품17의 느린 악장 정도가 들어갔으면 좋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공연 첫날인 13일 브람스 역을 맡은 베이스 박준혁, 클라라 역 소프라노 박지현, 슈만 역 테너 정의근은 각각의 곡이 담은 분위기를 차분하고도 정밀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세 주역 모두 자신의 감정선을 부각시키며 반주부와 함께 클라이맥스까지 강력하게 이끌고 가는 힘은 부족했다. 한편으로 클라라 역의 소프라노는 노래뿐 아니라 무용, 피아노 연주까지 ‘본업’이 아닌 두 역할을 더 소화해야 한다. 13일 공연의 클라라 박지현은 이 모두를 완숙하게 이뤄냈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장기공연 또는 순회 레퍼토리로 채택할 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브람스가 나고 활동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무대에의 도전도 고려해볼 만하다. 몇몇 부분에서는 한국인의 손으로 독일 선율에 독일어 가사를 붙였다. 독일 무대에 올렸을 경우의 평가가 궁금해졌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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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엔 K클래식… 국제 콩쿠르 휩쓸다

    한국 연주자들이 권위 있는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잇따라 수상 소식을 전해 왔다. 15일(현지 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재민(15)이 이 콩쿠르 63년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했다. 한재민은 1위 상금 1만5000유로(약 2050만 원)와 함께 2022년 에네스쿠 페스티벌 초청을 비롯한 다양한 연주 기회를 얻게 됐다. 한재민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강호를 사사하고 있다. 2017년 다비트 포퍼 첼로 콩쿠르, 2019년 도차워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14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수연(27)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콩쿠르는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김수연은 상금으로 3만 캐나다달러(약 2800만 원)를 받고, 음반 제작 및 공연 지원금 등으로 15만 캐나다달러(약 1억4000만 원)에 해당하는 수상 혜택을 받는다. 몬트리올 교향악단과 북미 투어 기회도 갖는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 재학 중인 김수연은 2014년 후멜 국제콩쿠르 1위를 했고 올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준결선에 진출한 바 있다. 같은 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는 이동하(27)가 1위를, 이재영(26)이 체코의 주칼 마토우시와 공동 2위를 했다. 이동하는 연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석사를 취득했으며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는 13일 현악4중주단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이 1위를 수상하며 특별상 5개도 휩쓸었다.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은 리더인 첼리스트 박성현(28)과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24) 김동휘(26), 비올리스트 장윤선(26)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다. 노부스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재영과 뮌헨 국립음대 교수 크리스토프 포펜을 사사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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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연-이동하 국제 콩쿠르 1위…韓 연주자 잇단 승전보

    한국 연주자들이 권위 있는 국제 음악콩쿠르에서 잇따라 수상 소식을 전해왔다. 15일(현지 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제오르제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한재민(15)이 이 콩쿠르 63년 역사상 최연소로 우승했다. 한재민은 1위 상금 1만5000 유로(약 2050만 원)와 함께 2022년 에네스쿠 페스티벌 초청을 비롯한 다양한 연주 기회를 얻게 됐다. 한재민은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강호를 사사하고 있다. 2017년 다비드 포퍼 첼로 콩쿠르, 2019년 도자우어 첼로 콩쿠르에서 1위를 수상한 바 있다. 14일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몬트리올 국제음악콩쿠르에서는 피아니스트 김수연(27)이 1위를 차지했다. 이 콩쿠르는 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전 과정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김수연은 상금으로 3만 캐나다 달러(약 2800만 원)를 받고, 음반 제작 및 공연 지원금 등으로 15만 캐나다 달러(약 1억 4000만 원)에 해당하는 수상 혜택을 받는다. 몬트리올 교향악단과 북미 투어 기회도 갖게 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에 재학 중인 김수연은 2014년 후멜 국제콩쿠르 1위를 했고 올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는 준결선에 진출한 바 있다. 같은 날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프라하의 봄 국제음악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는 이동하(27)가 1위를, 이재영(26)이 체코의 주칼 마토우시와 공동 2위를 했다. 이동하는 연세대 음대 졸업 후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석사를 취득했으며 독일 뮌스터 국립음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프라하의 봄 국제콩쿠르에서는 13일 현악4중주단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이 1위를 수상하며 특별상 5개도 휩쓸었다. 아레테 스트링 콰르텟은 리더인 첼리스트 박성현(28)과 바이올리니스트 전채안(24) 김동휘(26), 비올리스트 장윤선(26)으로 구성된 현악4중주단이다. 노부스 콰르텟의 바이올리니스트인 김재영과 뮌헨 국립음대 교수 크리스토프 포펜을 사사하고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1-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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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음이 가는 대로? NO, 코가 이끄는 대로 산다

    산책이 예전처럼 달콤하지 않다. 시각 못잖게 후각도 산책의 즐거움에 크게 기여한다. 5월의 대기를 물들이는 아까시나무와 라일락의 향기, 저녁의 들큰한 대기 속에 섞여드는 음식 냄새들…. 그러나 마스크는 바이러스와 함께 그런 즐거움까지 차단한다. 독일 뒤셀도르프대 생물심리학 및 사회심리학 교수인 저자는 친절하게도, 또는 전략상 불리하게도 12쪽 남짓한 프롤로그에 핵심 주장을 거의 모두 요약해 둔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 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한 배우자나 친구들은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이며 ‘후각은 시각보다 더 직접적으로 반응하는 감각’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이 풍기는 냄새 그 자체’다. 인간이 개처럼 냄새로 마약을 찾지는 못한다. 그러나 여러 분자를 후각으로 구분하는 실험에서 인간은 원숭이나 돼지, 토끼 등 대부분의 포유류보다 뛰어났다. 인간 유전자의 3∼4%가 후각기관 형성에 관여한다. 다른 감각보다 훨씬 많다. 사람의 눈이 구분할 수 있는 색깔은 500만 가지에 그치지만 코가 구분할 수 있는 냄새는 1조 가지에 이른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장편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냄새를 통해 과거의 기억을 오늘처럼 대면한다. 이처럼 누구나 친숙한 냄새를 맡으면 순식간에 과거로 ‘점프’할 수 있다. 다른 감각은 뇌의 해마와 편도체에 머물렀다가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지만 후각은 편도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저장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번 맡은 냄새를 다시 구별해낼 확률은 3초 뒤나 오랜 세월이 지난 뒤나 큰 차이가 없다. 뚱뚱한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며 마른 사람의 냄새를 맡게 했더니 사진의 인물을 실제보다 마른 사람으로 인식했다. 우리가 이성에게 호감을 느낄 때도 체취는 큰 역할을 하지만, 저자는 ‘페로몬 향수 같은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사람마다 냄새에 따라 느끼는 유혹이 서로 다르며 비밀번호처럼 암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임의의 두 사람을 고를 경우 이들의 후각 수용체(受容體·감각기관에서 자극을 수용하는 세포)는 평균 3분의 1이 다르다. 이토록 중요한 냄새를 왜 우리는 낮게 평가해 왔을까. 이성을 중시하는 독일인답게 저자는 ‘철학자들이 인간의 특징으로 감각보다 이성을 중시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칸트는 후각을 배은망덕하고 필요 없는 감각이라고 평가했다. 코가 가진 비밀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이었다. 프로이트는 “인간이 (다른 동물처럼) 항문샘 냄새를 맡는 대신 건축물 같은 데 시간을 허비하면서 병을 앓게 됐다”고 탄식했다. 저자에 따르면 후각은 앞으로 더 중요하게 평가될 것이다. 인간 두뇌에 주어진 가장 높은 수준의 과제가 바로 ‘사회적 지능’이다. 사회적 지능이 형성된 과정은 타인과 집단이 보내는 냄새 정보를 분석해 생존하려는 본능과 관련된다. 냄새 탐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넓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고, 이는 개인의 성공에도 큰 역할을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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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 대가의 선율 재해석으로 공감 얻은 오페라 ‘브람스…’

    13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 국립오페라단의 서정오페라 ‘브람스…’는 한국 음악극 역사에서 독특한 영역을 점유할 작품이다. 브람스와 슈만의 곡을 그대로 가져오거나 편성을 달리해 편곡한 19개 ‘넘버’로 구성됐으며, 창작곡인 이중창 두 곡도 브람스의 작품에서 주제 선율을 가져왔다. 작곡과 편곡은 지난해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레드슈즈’로 높은 평가를 받은 작곡가 전예은이 맡았고 한승원이 연출과 대본을 맡았다. 여자경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 지휘대에 섰다.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피아노 앞에서 젊은 브람스를 연기하고, 발레리노 김용걸이 춤으로 브람스를 표현하는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빛을 더했다. 클라라 슈만을 향한 브람스의 사랑을 틀 삼고 슈만과 브람스의 가곡을 비롯한 작품들을 날실과 씨실 삼아 짜낸 극의 구성은 두 대작곡가의 매력적인 음악에 힘입어 잔잔한 설득력으로 가슴을 파고들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나 가곡 반주부를 실내 관현악용으로 편곡한 전예은은 브람스 관현악 특유의 스산함과 끊임없이 흐르는 운동감을 잘 재현해냈다. 반주는 20여명으로 구성된 클림 챔버오케스트라가 맡았다. 현악부의 합주가 종종 정밀하지 못하게 들렸지만 이는 파트당 2~4인으로 구성된 소편성 악단이 이날처럼 잔향이 적은 공간에서 연주할 때 더 확대돼 느껴지기 쉬운 부분이다. 악단은 무대 가운데 자리 잡고, 악단을 둘러싼 간소한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출연자들이 연기와 노래를 펼쳤다. 악단의 연주 모습을 보면서 극을 감상할 수 있어 흥미로웠고, 의상과 조명의 효과적인 사용 덕에 무대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구성에 있어서 선뜻 찬동하기 힘든 부분은 네 번째 곡인 브람스 칸타타 ‘리날도’의 합창이었다. 브람스와 슈만 부부의 만남 장면으로 ‘플래시백’하기 전 브람스 만년의 성공을 상징하는 장치일 수도 있고, 우울한 톤으로 짜인 극에 한결 밝은 빛을 부여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합창의 활용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극의 나머지 줄기와는 겉도는 부분이었다. 한편 유능한 작곡가이기도 했던 클라라 슈만의 작품이 극에 삽입되었어도 좋았을 듯했다. 잔잔한 슬픔의 감성이 드러나는 피아노3중주 작품17의 느린 악장 정도가 들어갔으면 좋은 효과를 냈을 것이다. 역사인물을 극화할 때 모든 내용이 사실에 입각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슈만의 사망 전 브람스와 클라라가 함께 연주하는 것으로 묘사된 브람스의 헝가리 춤곡 5번은 실제 슈만이 죽은 뒤 작곡됐다. 슈만의 사망 장면도 문헌에 나오는 것과 다르게 묘사되었다. 극을 위한 예술적 상상력으로 이해할만한 부분이다. 공연 첫날인 13일 브람스 역을 맡은 베이스 박준혁, 클라라 역 소프라노 박지현, 슈만 역 테너 정의근은 각각의 곡이 담은 분위기를 차분하고도 정밀하게 표현했다. 그러나 세 주역 모두 자신의 감정선을 부각시키며 반주부와 함께 클라이맥스까지 힘 있게 이끌고 가는 힘은 부족했다. 한편으로 클라라 역의 소프라노는 노래 뿐 아니라 무용, 피아노 연주까지 ‘본업’이 아닌 두 역할을 더 소화해야 한다. 13일 공연의 클라라 박지현은 이 모두를 완숙하게 이뤄냈다. 이번 공연은 국립오페라단이 이 작품을 장기공연 또는 순회 레퍼토리로 채택할 수 있을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브람스가 나고 활동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무대에의 도전도 고려해볼만 하다. 몇몇 부분에서는 한국인의 손으로 독일 선율에 독일어 가사를 붙였는데, 독일어 사용자의 감수를 거쳤을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독일 무대에 올렸을 경우의 평가가 궁금해졌다. 16일까지. 14일 저녁 7시 반, 15~16일 오후 3시 공연. 14, 16일에는 브람스 역 양준모, 클라라 역 정혜욱, 슈만 역 신상근이 출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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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서 온 41세 지휘자 잉키넨 “개성 강한 KBS교향악단과 신뢰 쌓으며 음악적 발전할것”

    KBS교향악단의 9대 음악감독으로 핀란드의 피에타리 잉키넨(41)이 선임됐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 KBS교향악단은 2019년 요엘 레비 전 음악감독의 임기가 만료된 뒤 객원지휘 체제로 운영돼 왔다. 잉키넨은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으며 도이체 라디오 필하모니(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와 일본 저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KBS교향악단을 2006, 2008년 객원 지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을 지휘했다.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잉키넨은 “KBS교향악단은 강력한 개성이 있는 악단이며 지난해 콘서트에서 높은 수준과 개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면 해외 연주 투어도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3개국의 악단을 통솔하게 된 데 대해 그는 “최근 객원 지휘를 거의 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함께 시간과 신뢰를 쌓는 악단과 음악적 발전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KBS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를 6회 지휘하며 이후 횟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68)도 핀란드 출신이어서 한국의 두 명문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핀란드 지휘자가 맡게 됐다. 지휘 강국 핀란드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잉키넨은 “작은 도시에도 음악원이 있다. 나도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에서 자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휘 영재들이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진학해 학생들로 구성된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추락해도 안전한 항공기를 몰듯’ 오케스트라 통솔 체험을 할 수 있고, 졸업 후엔 전국의 수많은 교향악단과 실내악단에서 연주할 기회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회견에서 KBS교향악단 남철우 사무국장은 “KBS교향악단 단원들 평균 연령이 42세다. 젊은 감각의 진취적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잉키넨을 선임한 첫 번째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잉키넨이 시벨리우스 음악원 명교수 요르마 파눌라에게 14세 때 발탁돼 지휘 경력은 중견급 이상”이라고 덧붙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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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교향악단 신임 음악감독, 핀란드 출신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의 9대 음악감독으로 핀란드의 피에타리 잉키넨(41)이 선임됐다. 임기는 2022년 1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3년. KBS교향악단은 2019년 요엘 레비 전 음악감독의 임기가 만료된 뒤 객원지휘 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잉키넨은 핀란드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지휘를 전공했으며 도이체 라디오 필하모니(자르브뤼켄 방송교향악단)과 일본 저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재직 중이다. 그는 KBS교향악단을 2006, 2008년 객원 지휘한 데 이어 지난해 10월 브람스 교향곡 1번 등을 지휘했다. 2018년 6월에는 도이체 라디오 필하모니와 내한연주를 가졌다.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잉키넨은 “KBS 교향악단은 강력한 개성이 있는 악단이며 지난해 콘서트에서 높은 수준과 강력한 성격을 느꼈다. 미래를 위한 놀라운 잠재력을 가진 악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뿐 아니라 한국 여러 곳에서 연주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면 해외연주 투어도 함께 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다. 독일 일본 한국의 3개 악단을 통솔하게 된 데 대해 그는 “경력 초반에는 여러 악단을 객원으로 지휘했지만 지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감독으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신뢰를 쌓는 악단과 더 큰 음악적 발전을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KBS교향악단의 정기회를 6회 지휘할 예정이며 이후 회수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68)도 시벨리우스 음악원 출신이어서 한국의 두 명문 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핀란드 지휘자가 맡게 됐다. 잉키넨은 핀란드 지휘 전통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대해 비교적 길게 설명했다. “핀란드는 작은 도시에도 음악원이 있습니다. 나도 인구 3만 명의 소도시에서 자라났지만 훌륭한 음악 교육을 받을 수 있었죠.” 그는 실력을 인정받은 지휘 지망생들이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진학해 이 음악원 학생들로 구성된 ‘시벨리우스 아카데미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면서 ‘추락해도 안전한 항공기를 모는 것처럼’ 실질적인 오케스트라 통솔 체험을 할 수 있고, 졸업 후엔 핀란드 전국의 수많은 교향악단과 실내악단을 연주할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핀란드는 정부가 오케스트라 활동을 직접 지원하는 고마운 전통이 있지만 정부 기금이 고갈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콘서트들이 취소돼 핀란드 역시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회견에 참석한 KBS교향악단 남철우 사무국장은 “KBS교향악단 단원들 평균 연령이 42세다. 잉키넨과 동년배인 셈”이라며 “잉키넨을 통해 KBS교향악단이 젊은 감각의 진취적 오케스트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첫 번째 선임 요인”이라고 밝혔다. 그는 “잉키넨이 젊으면서도 시벨리우스 음악원이 명교수 요르마 파눌라로부터 14세 때 발탁돼 지휘 경력은 중견급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박정옥 KBS교향악단 사장은 “현재 악장 3명과 부악장 3명, 수석급 8명이 비어있다. 지난해 초 충원을 시도했지만 코로나19로 해외 연주자들이 오디션에 응하지 못해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잉키넨 신임 음악감독과 협의해 코로나19 상황의 진전에 따라 가급적 빨리 공석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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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김수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 진출

    5년 만에 열리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피아노 부문 승자는 누가 될까.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해 순연돼 올해 열리는 이 콩쿠르 준결선 진출자 12명이 8일 발표됐다. 한국인으로는 김수연(27·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 석사)이 1차 본선을 통과해 준결선에서 실력을 펼치게 됐다. 벨기에에서 열리는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올해 피아노 부문은 당초 예선을 통과한 58명 중 한국인이 15명으로 국가별 인원 중 최다(러시아 10명, 일본 8명)로 기대를 모았다. 준결선 진출자는 일본 러시아 각 3명, 프랑스 2명, 네덜란드 라트비아 중국 각 1명이다. 준결선 진출자는 10∼15일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중 한 곡과 주최 측이 의뢰한 신곡 포함 독주곡 세 곡을 차례로 연주한다. 연주는 현지 시간 매일 오후 4시, 8시에 열리며 김수연은 12일 오후 4시(한국 시간 오전 9시) 연주한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으로는 23번 K.488을 선택했다. 준결선 및 결선 전 과정은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에서 생중계한다. 올해 이 콩쿠르는 코로나 여파로 콩쿠르 모든 과정이 무관중으로 진행된다. 준결선 통과자 6명이 겨루는 결선은 24∼29일 브뤼셀 보자르 예술센터에서 열린다. 결선 수상자는 29일 보자르 예술센터에서 벨기에 국왕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발표된다. 김수연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유학해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학사과정을 최우수 졸업하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16년에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준결선에 진출한 바 있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폴란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함께 세계 최고 권위의 콩쿠르로 불린다. 매년 피아노 첼로 성악 바이올린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 한국인은 2008년 작곡 부문 조은화 1위, 2009년 작곡 부문 전민재 1위, 2011년 성악 부문 홍혜란 1위, 2014년 성악 부문 황수미 1위, 2015년 바이올린 부문 임지영 1위 등의 성적을 거뒀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2016년 한지호가 4위에 올랐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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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주 격리 감수한 해외파 지휘자들 5, 6월 교향악 무대서 ‘신록의 향연’

    늦봄에서 초여름의 교향악 무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못잖은 화려한 프로그램으로 음악 팬들을 유혹한다. 특히 2주 자가 격리를 감수하고 입국하는 해외파 객원지휘자들의 다양한 면면이 5, 6월 서울의 콘서트홀 무대에 한층 생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지휘자이자 비올리니스트로, 에벤 4중주단 창단 멤버로 팬층이 두꺼운 마티외 에르조그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바람의 향연’ 콘서트를 지휘한다. 에르조그는 2014년 에벤 4중주단을 떠난 뒤 ‘앙상블 아파시오나토’를 창단해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펼쳐 왔으며 작곡, 편곡, 오페라 대본 작업까지 손대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플루티스트 조성현이 현대 작곡가 에르상의 협주곡 ‘드림타임’을 협연하며, 첫 곡은 드뷔시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메인곡은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이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지휘자로 2003∼2017년 빅토리아 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타니아 밀러는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을 지휘해 코플런드 ‘애팔래치아의 봄’ 모음곡과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을 선보인다. 첼리스트 이상은이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협연한다. 6월 4일에는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상임지휘자를 지냈고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 베를린 코미셰 오퍼, 로마 오페라 등에서 활동하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자랑해온 지휘자 제임스 터글이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푸르른 낭만’을 주제로 브람스 비극적 서곡과 교향곡 2번 외 첼리스트 요나탄 루제만이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한다. 6월 17,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무대에는 달리아 스타세브스카가 서울시립교향악단 지휘대에 오른다. 그는 지난해 무관중으로 진행된 영국 ‘프롬스 마지막 날’ 축제를 BBC교향악단 수석객원지휘자로서 지휘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연주회의 메인곡은 라흐마니노프 교향적 춤곡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가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스타세브스카는 올해 핀란드 명문 라티 교향악단 차기 수석지휘자로 취임한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이 1988년부터 20년 동안 이끌면서 그의 첫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을 내놓았던 악단이다. 6월 25일에는 캐나다 밴쿠버 교향악단을 18년간 이끈 영국 지휘자 브람웰 토베이가 KBS교향악단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에네스 콰르텟 리더인 제임스 에네스가 시벨리우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고, 후반부에는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1번이 연주된다. 토베이는 이달 KBS교향악단 지휘대에 서는 밀러와도 친분이 있다. 그가 밴쿠버 교향악단 음악감독으로 있던 2003∼2004년 밀러가 이 악단 조력지휘자로 그를 보좌한 바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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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윤종)튜브]‘5월의 작곡가들’과 찬란한 교류

    19세기 말 독일어권을 대표하는 작곡가 브람스와 러시아를 대표하는 차이콥스키가 만난 것은 1888년 신년 첫날인 1월 1일, 독일 라이프치히에서였다. 당시 러시아 출신으로 차이콥스키의 친구이기도 했던 바이올리니스트 브로드스키가 라이프치히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브로드스키의 초대로 저녁시간에 그의 집에 찾아간 차이콥스키는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의 내성적인 성격을 잘 알고 있던 브로드스키가 다른 손님들도 초대한 사실을 숨겼던 것이다. 거실에 들어선 차이콥스키의 눈앞에는 세 사람이 브람스의 3중주를 연습하고 있었다. 브람스는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차이콥스키는 노래하듯 차분하게 물었다고 브로드스키의 부인은 회상했다. “실례가 될까요?” 브람스의 답은 이랬다. “전혀요. 하지만 제 음악을 들으시려고요? 재미가 없을 텐데.” 이날 일기에 차이콥스키는 이렇게 썼다. “브람스는 엄청나게 친절했다. 교만하지 않지만 눈에 띄게 솔직한 사람이었다. 그는 매우 유쾌한 기질을 타고났고, 유머는 쾌활했으며 가식이 없었다.” 그러나 브람스라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던 것과 달리 차이콥스키는 그의 음악을 좋아할 수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차이콥스키는 일기에 꽤 길게 설명했다. “이 거장의 음악에는 메마르고 차가우며 모호한 점이 있다. 러시아인의 시각에서 볼 때 브람스에게는 선율적인 창의성이 없다. 그의 음악적 관념은 바로 핵심을 말하지 않는다. 선율을 알아들을 만하다 싶을 때는 바로 휘저어버리곤 한다. ‘작곡가는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하게 작품을 써야 한다’는 듯이. 그가 가치 없는 작곡가라는 뜻이 아니다. 그의 스타일은 세련됐고 진부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에는 ‘아름다움’이 부족하다.” 휴식시간이 찾아왔고, 차이콥스키는 감상을 말해야 했다. 브로드스키 부인은 ‘분위기가 어색했다’고 회상했지만 차이콥스키 자신은 “빠르기에 대해 한두 마디 했는데 브람스가 마음에 들어 했다”고 일기에 썼다. 그 순간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북쪽 노르웨이의 거장 에드바르 그리그와 부인 니나였다. 차이콥스키는 ‘둘이 꼭 닮았다’면서 니나에 대해 “이렇게 지식이 풍부하고 학식 있는 여성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탄복했다. 며칠 뒤 브로드스키는 차이콥스키와 그리그 부부만 집으로 초대했다. 그리그는 피아노를 쳤고 니나는 그리그의 가곡을 노래했다. 차이콥스키와 그리그는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친구가 되었다. 차이콥스키와 브람스는 이듬해 브람스의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다시 만났다. 차이콥스키는 두 번째 서유럽 연주여행이었고 자신의 교향곡 5번을 지휘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브람스는 리허설을 참관했다가 그만 잠에 빠졌고, 리허설 후 차이콥스키를 만나서는 솔직하고도 가혹한 평을 내놓았다. 그래도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의 인간미에 대한 매료는 변하지 않았다. 그들이 알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사람의 생일은 5월 7일로 같다. 두 ‘5월의 아이’는 세상을 떠난 뒤에도 늘 연주가들의 주요 연주 레퍼토리를 제공해 주었다. 올해 5월의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13∼16일에는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전예은 작곡의 오페라 ‘브람스’가 공연된다. 실제 브람스가 쓴 선율들이 여럿 삽입될 예정이다. 1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에서는 2021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일환으로 피아니스트 문지영,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첼리스트 조영창이 브람스의 피아노 3중주 1번을 연주한다. 11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에스메 콰르텟이 차이콥스키의 ‘노래성’이 두드러지는 현악 4중주 1번을 연주한다. 톨스토이가 눈물을 흘리게 했다는 ‘안단테 칸타빌레’가 2악장에 들어 있는 곡이다. 예술가는 고독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교류에서 탄생한다. 어릴 때부터 전 유럽을 돌아다닌 모차르트가 음악사상 빛나는 금자탑을 쌓아올렸고, 독일 서부 본에서 태어나 프랑스식 이름 ‘루이’로 불렸던 베토벤은 독일어권 동남쪽의 빈으로 이주해 자신의 천분(天分)을 발휘했다. 오늘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예술가들의 발이 묶여 있다. 찬란한 예술적 교류의 시기가 어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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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리부는 사나이? 지휘자로 영역 넓힌 ‘1인다역’ 음악가

    지휘자 권민석(36). 그는 소박한 소리를 내는 목관악기 ‘리코더’와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다. 이제 리코더와 지휘봉을 번갈아 손에 드는 그가 고(古)음악 앙상블 ‘알테무지크 서울’ 정기연주회를 지휘한다. 9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유학 시절 대지휘자 게르기예프가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지휘하는 걸 보았죠. 지휘자와 악단 사이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어요. 지휘라는 작업에 매혹됐죠.” 친구들은 장난감 또는 따분한 교재 정도로 생각하던 리코더에 초등학생 시절 ‘꽂혔다’. 어느 날 어머니가 고음악(고전주의 초기나 바로크 이전의 음악을 그 시대의 악기와 연주 특성을 살려 연주하는 것) 대가이자 리코더 연주자 겸 지휘자인 프란스 브뤼헌이 연주하는 리코더 음반을 사왔다. ‘장기’ 정도로 여겼던 리코더에 대한 자세가 한층 진지해졌다. 고1 때 부모님께 “리코더를 전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서울대 음대 재학 중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덴하흐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네덜란드에선 브뤼헌이 ‘18세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모습을 자주 관람했다. ‘멋지네, 저런 작업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대지휘자 네메 예르비의 마스터클래스에서 지휘봉을 잡아본 뒤 더 늦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에드 스파니아르드 교수의 지휘 과정에 등록하고 본격적으로 연마를 시작했다. 이제 그는 리코더와 함께 지휘자로서의 커리어도 착실하게 쌓아나가고 있다. 네덜란드 국립오페라 아카데미 부지휘자로서 모차르트와 마스네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엔 덴하흐 왕립음악원 영재들로 구성된 아테네움 체임버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활동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지휘자로 이름을 알린 것은 지난해 비대면으로 진행한 ‘한화클래식 2020: 소프라노 임선혜와 바로크 프로젝트’ 영향이 컸다. 바흐 ‘결혼 칸타타’와 페르골레지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를 능란하게 요리해 까다로운 고음악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 어린 시절 우상 브뤼헌의 길을 따른 셈이지만 그의 영역은 고음악에 주력했던 브뤼헌보다 넓다. 지난해엔 20세기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병사의 이야기’로 세계 최고 권위의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했다. “리코더를 공부하다 보면 낭만주의 레퍼토리가 없어서 바로크에서 현대로 관심을 옮기게 되죠. 낭만주의 시대 곡들도, 편성이 큰 말러의 교향곡도 지휘하고 싶습니다.” 이번 알테무지크 서울 연주회에선 바흐 관현악 모음곡 3번, 소프라노 김호정이 협연하는 비발디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륄리 오페라 ‘서민 귀족’ 발췌곡, 알테무지크 서울 강효정 음악감독이 협연하는 18세기 이탈리아 작곡가 플라티의 첼로 협주곡, 헨델 수상음악 제2모음곡을 지휘한다. 그는 “플라티는 1990년대에 악보가 대거 발견되면서 주목받게 된 작곡가”라며 “비발디나 코렐리와도 비슷하지만 특유의 쨍한 밝음이 있는 그의 작품을 널리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3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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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색 콘크리트 쇠파이프 비계… 삭막한 공간속 첼로가 흐른다

    한 남자가 피아니스트의 반주 속에 첼로를 켜고 있다. 배경은 회색 콘크리트. 쇠파이프로 된 비계(공사를 위한 가설물)도 불쑥불쑥 솟아 있다. 왜 이런 쓸쓸한 공간에서 연주를 할까. 이곳은 어디일까. 낡아 버려진 곳일까, 재난으로 파괴된 폐허일까. 마포문화재단(대표이사 송제용)이 올해 10월 개최 예정인 제6회 마포 M클래식 축제의 ‘마포사계’ 영상작업 사진을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했다. 공개된 모습은 ‘마포사계’ 겨울 편. 첼리스트 양성원과 피아니스트 홍소유가 호흡을 맞췄다. 사진 속 공간은 서울 마포아트센터의 대극장인 ‘아트홀 맥’ 리모델링 공사 현장. 733석 규모였던 아트홀 맥은 지난해 공사에 들어가 올해 11월 1007석의 한층 커진 공간으로 재개관할 예정이다. 마포문화재단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마포 M클래식 축제를 예년처럼 열기 어려워지자 마포의 명소 6곳을 배경에 담은 온라인 클래식 시리즈 ‘마포6경 클래식’을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마포의 사계절을 담은 ‘마포사계’를 제작하기로 결정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봄 편은 음악영재 출신 10대 라이징 스타로 구성된 ‘앙상블 비바체’가 마포의 벚꽃을 배경으로 연주를 펼쳤다. 가을 편은 첼리스트 임희영이 출연할 예정이며 여름 편은 출연자를 논의 중이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봄이 와서 화면에 겨울 느낌을 담을 장소가 여의치 않았는데 공사 중인 아트홀 맥이 겨울의 황량한 느낌을 전하기 적당한 장소로 여겨졌다. 철저한 안전 점검을 거친 뒤 촬영했다”고 밝혔다. 양성원과 홍소유는 슈베르트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1악장,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와 ‘보칼리제’, 비발디 ‘사계’ 중 겨울 2악장을 연주했다. 양성원은 “무척 흥미로웠다. 삭막한 대도시를 배경으로 한 번스타인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뮤직비디오 느낌도 들었다. 새로운 공연 장소가 탄생하는 현장에서 연주를 한 경험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음향 면에서 완전한 공간이 아니어서 적응하기에는 약간 어려웠다”며 “라흐마니노프의 두 작품이 특히 겨울 느낌에 맞았다”고 덧붙였다. 올해 마포 M클래식은 온라인 공연 ‘마포사계’ 외에도 마리오네트 인형이 클럽M의 연주에 맞춰 연주 모습을 전달하는 ‘마리오네트 앙상블’, 공원을 배경으로 한 ‘파크 콘서트’와 이동형 공연 ‘발코니 콘서트’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대면 공연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마포문화재단은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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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삼성은 잡스의 가격인하 압박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저자의 이력은 21세기 세계 정보기술(IT) 발전과 함께했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매년 2배씩 증가할 것’이라는 ‘황의 법칙’을 2002년 발표한 뒤 이 법칙은 현재도 실현되고 있다. 이 통찰이 현실로 이어진 현장을 저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이끌었다. 2014년 이후에는 KT 회장으로 인간과 사물이 연결되는 5세대(5G) 시대를 앞장서 열어갔다. 세계 IT 대전 현장에서의 경험을 저자는 ‘통찰, 도전, 열정, 동행, 공헌’이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책은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의 기억으로 시작된다. 200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이던 저자는 이 회장의 호출을 받는다. 당시 일본의 도시바는 삼성전자가 D램 기술을 전수해주면 그 대신 낸드플래시(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삼성에 전수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저자는 ‘독자 개발에 승산이 있다’고 보고했고, 제안을 거절한 삼성은 1년 만에 도시바를 따라잡았다. 2001년은 IT 불황이 닥친 해이기도 했다. 어느 날 이 회장이 12인치 웨이퍼 개발 현황을 물었다. 저자가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하자 질타가 쏟아졌다. “지금 투자를 안 하면 언제 1등을 해보고 글로벌 1등을 지킬 수 있겠나?” 당시 이뤄진 투자는 지금 한국 경제를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저자는 이 회장의 정확한 판단과 전폭적인 지원이 성과의 초석이었다며 ‘미래를 내다보는 자신만의 눈을 가지라’고 후배 경영인과 IT 기술인들에게 조언한다. 그는 애플 경영자 스티브 잡스와 팀 쿡을 2004년 12월 애플 본사에서 만났다. 삼성의 플래시 메모리를 장착한 MP3플레이어를 만들어 애플에 보낸 뒤였다. 잡스는 어마어마한 주문량을 강조하면서 가격인하 압박에 들어갔다. 이재용 당시 상무가 ‘시스템 LSI(D램, 플래시메모리 등을 제외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함께 공급하도록 타진하자’는 안을 제시하면서 돌파구가 열렸다. 애플은 삼성 반도체의 최대 고객이 되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의 만남은 KT 회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7년의 일이다. 저자는 “자율주행에서 가장 중요한 게 5G 기술이며, KT는 5G 기술의 전반적인 표준을 만들고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이를 시연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깊은 인상을 받은 머스크는 자신의 우주개발 업체 스페이스X로 그를 안내했다. 5G가 열어나가는 가능성 중 ‘GEPP’는 감염병 지역을 다녀온 사람을 로밍 데이터로 추적해 감염 확산을 막는 혁신기술이다. 2018년 이에 대한 다보스포럼 발표를 맡았던 저자는 “만약 2019년 말 세계가 GEPP를 작동시켰으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한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지혜에 의지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배움을 쌓아가는 길은 어떠한가? 결코 누구도 외롭지 않은 길이 될 것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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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이유현, 슈베르트 전곡 연주 대장정

    “슈베르트는 자신이 아끼는 소중한 사람들, 친구들과 함께 음악으로 소소한 행복을 나누었습니다. 슈베르트의 그런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피아니스트 이유현(울산대 겸임교수·사진)이 슈베르트 피아노 작품 전곡을 무대에 올리는 ‘슈베르트 시리즈’를 시작한다. 몇 년이 걸릴지 연주자 자신도 모른다는 대장정이다. 첫 무대를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연다. 피아노 소나타 1번 D157과 ‘방랑자 환상곡’, 소나타 18번 D894(판타지 소나타) 등 세 곡을 연주한다. 이유현은 독일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고 게르하르트 오피츠 교수를 사사했다. 슈베르트의 작품을 꾸준히 연구하며 2017년 슈베르트의 마지막 두 소나타인 20번, 21번 소나타 기획 콘서트를 열었다. 1만5000∼3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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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르디부터 푸치니까지… 오페라 대작이 쏟아진다

    햇살이 가장 아름다운 계절, 서울의 5, 6월은 ‘오페라 시즌’이 된다. 여섯 편의 오페라가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제12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7일부터 6월 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자유소극장,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펼쳐진다. 메인 무대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세 작품을 공연한다. 개막작은 글로리아오페라단이 준비한 베르디의 ‘아이다’. 최근 배가 운하를 막는 사고로 조명을 받은 이집트 수에즈 운하 개통을 기념해 초연된 작품인 만큼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한다. 주역 남녀 세 사람의 미묘한 심리를 그려낸 베르디의 솜씨도 그에 못잖게 걸출하다. 5월 7∼9일. 카를로 팔레스키 지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메트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하고, 아이다 역은 소프라노 조선형 강혜명, 라다메스 역은 테너 김재형 한윤석이 맡는다. 5월 22, 23일에는 노블아트오페라단이 푸치니의 ‘토스카’를 공연한다. 세 주역이 모두 무대 위에서 삶을 마감하는 피와 격정의 오페라다. 장윤성 지휘 뉴서울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위너오페라합창단이 출연하고 토스카 역에 소프라노 김라희 서선영, 그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역에 테너 신상근 박성규가 출연한다. 라벨라오페라단은 5월 29, 30일 도니체티의 ‘여왕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인 ‘안나 볼레나’를 2015년에 이어 두 번째로 공연한다. 비운의 여주인공 안나 볼레나(앤 볼린) 역을 소프라노 오희진 이다미, 엔리코(헨리 8세)를 베이스바리톤 김대영 양석진이 노래한다. 양진모 지휘 뉴서울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노이오페라코러스가 출연한다. 소극장오페라는 세 단체가 공연한다.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는 두 작품이다. 5월 28∼30일에는 20세기 미국 작곡가 메노티의 단막 오페라 ‘전화’와 ‘영매’를 디아뜨소사이어티가 공연한다. TV 방송을 위해 쓰인 작품들로, ‘비대면 오페라’의 조상 격이기도 하다. ‘전화’에서는 소통에 목마른 여주인공 루시를 소프라노 이현민 윤예지가, 상대역 벤을 바리톤 김영재가 노래한다. ‘영매’ 주인공 마담 플로라는 소프라노 류현수 김윤희 정혜원이 출연한다. 전진 지휘 봄빛앙상블이 반주한다. 코리아아르츠그룹은 6월 4∼6일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을 각색한 ‘남 몰래 흘리는 눈물’을 공연한다. 우리말로 노래를 풀어내 오페라 초보자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순박한 총각 네모리노 역에 테너 이사야 전상용, 콧대 높은 여주인공 아디나 역에 소프라노 김미주 홍예선이 출연한다. 로즈송 지휘 KoA 앙상블이 반주한다. 창작 오페라로는 국립오페라단이 5월 13∼16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전예은 작곡의 서정오페라 ‘브람스…’가 눈길을 끈다. 14세 연상의 클라라 슈만을 평생 마음에 품고 독신으로 마지막 생을 마감한 음악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생애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브람스 역에 베이스 박준혁과 베이스바리톤 양준모, 그가 사모하는 클라라 역에 소프라노 박지현 정혜욱, 슈만 역에 테너 정의근 신상근, 과거의 브람스 역에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출연한다. 여자경 지휘 클림챔버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1만∼20만 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5만∼7만 원,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브람스…) 3만∼7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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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서 현대, 냉정서 열정까지 한 무대에 담았어요”

    ‘냉정과 열정 사이.’ 르네상스의 고향 이탈리아 피렌체를 배경으로 한 영화 제목을 자신만의 공연 브랜드로 정착시킨 피아니스트 양성원이 올해 첫 콘서트를 갖는다.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뉴(New) 냉정과 열정’. 1부에선 베토벤 소나타 8번 ‘비창’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를 위한 5개의 사르카슴(풍자)’을, 2부에선 베토벤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과 아르헨티나 현대 작곡가 히나스테라의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양성원은 독일 뒤셀도르프 음대 최고 연주자 과정을 최우수 졸업하고 이탈리아 볼차노 협주곡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다. 이후 2011년 ‘냉정과 열정 사이’ 콘서트를 시작했고 전국 주요 공연장에서 매진 행진을 이어 왔다. 2019년에는 대한민국 문화예술발전유공자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했다. 이번 콘서트에 대해 그는 “베토벤 소나타의 고전적 명료함을 넘어 낭만주의를 거쳐 파격적인 현대음악까지, 다채로운 작품으로 청중과 교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고전에서 현대, 프로코피예프의 풍자가 보여주는 냉정에서 히나스테라의 라틴적 열정까지를 한 무대에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코피예프의 곡에는 그로테스크함과 참신함이, 히나스테라의 소나타에는 고전적 형식 안에 후기 낭만주의의 성격과 아르헨티나의 민속적 성격이 녹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어느 시대 어느 작품에도 고유의 서정과 역사가, 그 나름의 냉정과 열정이 있죠. 이들의 간극과 낙차를 새롭게 해석해 표현하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몫이라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연구해 왔습니다.” 양성원은 이번 콘서트 후 5월 2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윤의중 지휘 국립합창단 정기연주회에 출연해 베토벤 ‘코랄 판타지’를 협연할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시리즈를 성악가나 발레리나 등 인접 장르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피아니스트 양성원과 친구들’ 콘셉트로 꾸밀 계획이라고 밝혔다. 9월에 대구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뒤 ‘양성원과 친구들’로 3개 도시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 1만5000∼4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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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4개월 만에 피아니스트로 돌아온 ‘정명훈’

    “어렸을 때의 첫사랑이 피아노와 초콜릿이었죠. 지금도 가족 다음으로 피아노를 사랑합니다.”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돌아온다. 지휘자로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독일 명문 악단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종신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해 온 정명훈(68)은 2014년 12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독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4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 27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28,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섯 차례의 무대를 연다. 정명훈은 1974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오르면서 처음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22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음악가란 마음에 있는 것을 직접 소리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악기로 소리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주할 곡들은 하이든 소나타 60번, 베토벤 소나타 30번, 브람스 ‘세 개의 간주곡’ 작품 117과 ‘세 개의 소품’ 작품 119. 모두 작곡가들이 50대 이후에 발표한 만년의 작품들이다. “예전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지휘할 때, 마지막 4번 교향곡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느낌이었죠. 브람스가 그 곡을 쓴 나이를 지나면서 비로소 이해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피아노 연주도 같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손가락 테크닉은 젊을 때만큼은 못하지만,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이해하게 된다”고 이번 선곡의 의미를 설명했다. 디지털 앨범도 CD에 앞서 22일 발매됐다. 이번 연주곡 중 브람스 작품 117을 제외한 세 곡을 실었다. 녹음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오페라극장 라 페니체에서 이뤄졌다. 정명훈은 “베네치아에 갈 때마다 꿈나라에 가는 느낌이다. 라 페니체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고, 예전 예술감독이 나처럼 베르디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ECM 레이블로 드뷔시, 쇼팽, 베토벤 등의 소품을 담은 첫 피아노 솔로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다음 번 피아노 음반 계획에 대해 그는 “과연 실현될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아내가 슈만 환상곡 C장조를 매우 사랑한다. 그 곡을 담은 앨범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로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음악감독 같은 자리를 맡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야 한다. 요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를 객원지휘할 때 느끼는 마음 편함이 좋다”며 악단을 책임지는 직책을 다시 맡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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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명훈, 지휘자 아닌 ‘피아니스트’로… 4월 관객 만난다

    “어렸을 때의 첫사랑이 피아노와 초콜릿이었죠. 지금도 가족 다음으로 피아노를 가장 사랑합니다.”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돌아온다. 지휘자로서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을 지냈고 독일 명문 악단 슈타츠카펠레 드레스덴의 종신 수석객원지휘자로 활동해온 정명훈(68)은 2014년 12월 이후 6년 4개월 만에 독주자로 피아노 앞에 앉는다.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 24일 경기 군포문화예술회관, 27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 28,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다섯 차례의 무대를 연다. 정명훈은 1974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 피아노 부문 2위에 오르면서 처음 세계 음악계에 이름을 알렸다. 22일 서울 서초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음악가란 마음에 있는 것을 직접 소리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악기로 소리를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연주할 곡들은 하이든 소나타 60번, 베토벤 소나타 30번, 브람스 ‘세 개의 간주곡’ 작품 117과 ‘세 개의 소품’ 작품 119. 모두 작곡가들이 50대 이후에 발표한 만년의 작품들이다. “예전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지휘할 때, 마지막 4번 교향곡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느낌이었죠. 브람스가 그 곡을 쓴 나이를 지나면서 비로소 이해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피아노 연주도 같다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손가락 테크닉은 젊을 때만큼은 못하지만,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도 이해하게 된다”고 이번 선곡의 의미를 설명했다. 디지털 앨범도 CD에 앞서 22일 발매됐다. 이번 연주곡 중 브람스 작품 117을 제외한 세 곡을 실었다. 녹음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오페라극장 라 페니체에서 이뤄졌다. 정명훈은 “베네치아에 갈 때마다 꿈나라에 가는 느낌이다. 라 페니체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극장이고, 예전 예술감독이 나처럼 베르디 오페라를 사랑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13년 ECM 레이블로 드뷔시, 쇼팽, 베토벤 등의 소품을 담은 첫 피아노 솔로 음반을 발매한 바 있다. 다음번 피아노 음반 계획에 대해 그는 “과연 실현될지 모르겠지만…”이라며 “아내가 슈만 환상곡 C장조를 매우 사랑한다. 그 곡을 담은 앨범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자로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음악감독 같은 자리를 맡으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오케스트라를 발전시켜야 한다. 요즘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를 객원지휘할 때 느끼는 마음 편함이 좋다”며 악단의 책임을 지는 직책을 다시 맡을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gustav@donga.com}

    •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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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들의 열정 넘치는 피아노 연주 기대하세요”

    20대 초반의 젊은 피아니스트 다섯 명이 ‘5인 5색’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의 매력을 들려준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예술감독 마시모 자네티)가 24일부터 5월 8일까지 3개 프로그램으로 여섯 차례 여는 ‘파이브 포 파이브’ 시리즈다. 24일 경기 성남아트센터와 2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시리즈 1’에선 피아니스트 선율(21)과 정지원(20)이 각각 협주곡 1, 2번을 선보인다. 5월 1일 경기 수원시 경기아트센터와 2일 경기 고양아람누리에서 열리는 ‘시리즈 2’에선 윤아인(25)과 박재홍(22)이 협주곡 3, 4번을, 5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8일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시리즈 3’에선 임주희(21)가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2년 반 전 경기필 감독에 취임할 때 큰 목표가 젊은 예술가를 소개하는 것이었죠. 이를 지킬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휘를 맡은 자네티 경기필 예술감독은 “2000년 전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좋은 피아니스트들을 찾는 데 경기필의 훌륭한 스태프진이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자네티 감독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화와 함께하는 2021 교향악축제’ 경기필 연주에서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를 화려한 음색으로 정밀하게 표현해 격찬을 받았다. 3월 초 입국한 그는 피아니스트 다섯 명을 일일이 만나 작품 해석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독일 악보출판사 베렌라이터가 정리한 최신 악보를 소개했다. 박재홍은 “그동안 헨레사(社)에서 나온 악보를 사용했었는데, 베렌라이터 악보는 프레이징(분절법) 등 세부에 다른 점이 많아 내게 맞는 부분들을 적용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피아노계의 전설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제자로 알려진 윤아인은 “손가락만 바꿔도 인토네이션(억양)과 호흡이 달라진다. 내 호흡에 맞는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현했다. 젊은 다섯 피아니스트 모두 자네티 감독과의 만남에서 기대감이 한껏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지원은 “처음엔 기술적인 부분에만 생각이 많았는데, 연주가와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서트가 되겠다는 기대가 커졌다”고 말했다. 임주희는 “감독님이 ‘이 곡을 교향곡이나 오페라처럼 생각해 보라’고 얘기하는 데서 깨우침을 받았다”고 말했다. 자네티 감독은 “협주곡과 오페라는 다르지만 베토벤이 가졌던 갈등이나 심리를 알아보려 할 때 같은 부분도 새로운 색채로 보여줄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선율은 “악보에 높은 F샤프(F#)음이 적혀 있는데, 베토벤 시대 피아노는 샤프가 붙지 않는 F음까지만 낼 수 있었다. 이런 점들을 반영해 연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리즈 1에선 협주곡 두 곡에 앞서 베토벤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과 ‘코리올란 서곡’을 연주한다. 시리즈 2에선 전반부에 정하나 경기필 악장이 베토벤 로망스 1, 2번을 협연한다. 시리즈 3은 협주곡 5번 ‘황제’에 이어 화려한 리듬감이 두드러지는 베토벤 교향곡 7번으로 대미를 장식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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