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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권한에 대한 존중과 관용 없이 개혁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장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에서 열린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날 강연에서 탄핵 심판 후일담을 전하며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관용과 자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문 전 권한대행은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의 독립은 재판부 보호 장치가 아니라 입법·행정 권력과 균형을 이루기 위한 필수 제도”라며 “헌재와 사법부 결정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견제와 균형의 헌법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은 권한 남용의 구실이 아니라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헌재가 윤 전 대통령을 전원일치로 파면한 것과 관련해 그는 “처음부터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사건이었기에 재판관들도 (비상계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탄핵 결정이 사회 통합으로 이어지고, ‘관용과 자제’가 우리 사회의 비공식 규범이 되길 바랐다”며 “다만 정작 탄핵 결정 이후에는 (정치권에서) 관용과 자제라는 표현을 음미하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문 전 권한대행은 ‘쉽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은 결정문에 대해선 “재판관들 사이에 쉽게 써야 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었다”며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이기에 이해하기 쉽게 써야 했다”고 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문장으로는 ‘정부와 국회 사이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를 꼽으며 “정치의 문제는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으로 풀 문제이지 비상계엄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그는 퇴임 이후 대중 강연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사회 통합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탄핵 결정에 의문을 가진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저를 지지하는 분들에게도 쓴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 이 자리에 계신 학생들이 보증을 서면 된다”며 웃었다. 이날 강연은 서강대 멘토링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검찰청 감찰부장 출신인 한동수 변호사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수집한 외국인 여권 정보로 ‘대포 유심’을 개통해 범죄 조직에 팔아넘긴 일당 70여 명을 적발했다. 알뜰폰 통신사 직원들까지 개통에 가담했다. 불법 개통된 유심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 등 범죄에 활용돼 약 960억 원의 피해를 낳았다. 8일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불법 개통 대리점 운영자이자 총책 A 씨 등 71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3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중구 등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며 불법 개통을 이어왔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수집한 외국인 여권 정보로 유심 1만1353개를 개통해 범죄 조직에 판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자신의 대리점 외 다른 대리점도 포섭해 불법 유심을 개통하게 했다. 검거된 대리점은 18곳에 달한다. 불법 유심은 1개당 20만∼80만 원에 팔렸고, 이들은 총 16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불법 대리점의 부정한 개통 승인 요청을 받아준 곳은 알뜰폰 통신사였다. 경찰은 이들 통신사 2곳에서 직원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모든 통신사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여권 사본과 신청서만으로 개통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불법 개통 대리점과 알뜰폰 통신사 직원을 연결하는 브로커로도 활동하며, 개통 1건당 3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대포 유심은 유통 조직을 거쳐 전국 범죄 조직에 대량 공급됐다. 범죄 조직은 이를 대량 문자 발송 중계기나 범죄 피해자와의 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 경찰은 이 중 유심 1400개가 보이스피싱·다액 사기 범죄 등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고, 관련 피해 금액을 약 960억 원으로 추산했다. 마약, 불법 사금융 등에도 불법 유심이 쓰였다. 경찰은 대리점 등에서 개통책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위조 가입신청 서류 3400장과 유심카드 400여 개를 확보했다. 또 범죄수익 7억3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하고, 불법 유통된 7395개 회선의 해지를 요청했다. 정부는 최근 보이스피싱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대포폰·대포 유심을 반복해서 개통해 준 통신사에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경찰이 텔레그램에서 불법 수집한 외국인 여권 정보로 ‘대포유심’을 개통해 범죄 조직에 팔아넘긴 일당 70여 명을 적발했다. 알뜰폰 통신사 직원들까지 개통에 가담했다. 불법 개통된 유심은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 등 범죄에 활용돼 약 960억 원의 피해를 낳았다.8일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사문서 위조·행사 등 혐의로 불법 개통 대리점 운영자이자 총책 A 씨 등 71명을 검거하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 씨 등은 2023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서울 중구 등에서 휴대전화 대리점을 운영하며 불법 개통을 이어왔다.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수집한 외국인 여권 정보로 유심 1만1353개를 개통해 범죄조직에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자신의 대리점 외 다른 대리점도 포섭해 불법 유심을 개통하게 했다. 검거된 대리점은 18곳에 달한다. 불법 유심은 1개당 20만~80만 원에 팔렸고, 이들은 총 16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불법 대리점의 부정한 개통 승인 요청을 받아준 곳은 알뜰폰 통신사였다. 경찰은 이들 통신사 2곳에서 직원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모든 통신사는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업체는 가입자 확대를 위해 여권 사본과 신청서만으로 개통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불법 개통 대리점과 알뜰폰 통신사 직원을 연결하는 브로커로도 활동하며, 개통 1건당 3만 원의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대포 유심은 유통 조직을 거쳐 전국 범죄 조직에 대량 공급됐다. 범죄 조직은 이를 대량 문자 발송 중계기나 범죄 피해자와의 연락 수단으로 활용했다. 경찰은 이중 유심 1400개가 보이스피싱·다액 사기 범죄 등에 연루된 것을 확인했고, 관련 피해 금액을 약 960억 원으로 추산했다. 마약, 불법 사금융 등에도 불법 유심이 쓰였다.경찰은 대리점 등에서 개통책을 체포하고, 압수수색을 통해 위조 가입신청 서류 3400매와 유심카드 400여 개를 확보했다. 또 범죄수익 7억30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을 하고, 불법 유통된 7395개 회선의 해지를 요청했다.경찰 관계자는 “대포폰은 보이스피싱·불법 사금융·마약 거래 등 주요 범죄의 ‘출발점’으로, 최근 알뜰폰 개통 허점을 악용한 범죄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죄에 악용되는 핵심 수단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범죄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집중 단속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보이스피싱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대포폰·대포유심을 반복해서 개통해 준 통신사에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144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 나동현 씨(47·사진)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나 씨는 세이클럽, 아프리카TV 등 초창기 인터넷 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며 이름을 알린 ‘1세대 인터넷 방송인’으로, 유튜브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부터 온라인 콘텐츠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꼽힌다.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나 씨는 6일 오전 8시 40분경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지인이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지 않고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이 자택을 확인한 결과 이미 숨져 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도 없었다. 나 씨는 생전 방송과 인터뷰 등을 통해 심장 관련 통증을 호소해 왔다. 경찰은 이 점을 고려해 지병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도 무게를 두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할 예정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초등학생들을 차에 태우려 한 20대 남성 3명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관련 신고가 이미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허위 신고로 판단해 대응을 늦추면서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경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주변에서 학생 3명을 유인하려 한 혐의(미성년자 약취유인미수)로 20대 남성 3명을 지난달 30일 붙잡았다고 4일 밝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차량을 타고 학생들에게 다가가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접근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곧바로 자리를 벗어나면서 범행은 모두 미수에 그쳤다. 유인 시도는 같은 날 모두 세 차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피의자들은 경찰에서 “금전적 목적은 없었고 단순히 장난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고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세 사람은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이 가운데는 대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인 행위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을 제지하거나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1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모두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범행에 사용된 차량은 피의자 중 한 명이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2일 해당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최근 인근에서 유괴 시도가 있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공지를 보냈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수사팀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약취·유인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허위 정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신고가 접수되자 강력팀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고, 결국 피의자들이 검거되면서 유인 시도가 사실로 드러났다. 경찰은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신고 당시 차량은 흰색 스타렉스로 접수됐으나 실제 범행에 쓰인 것은 회색 쏘렌토였다”며 “차종과 색상이 달라 사실 관계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서울 서대문구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초등학생들을 차에 태우려 한 20대 남성 3명이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관련 신고가 이미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허위 신고로 판단해 대응을 늦추면서 초기 대응 부실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8일 오후 3시경 서대문구 홍은동의 한 초등학교 주변에서 학생 3명을 유인하려 한 혐의(미성년자 약취유인미수)로 20대 남성 3명을 지난달 30일 붙잡았다고 4일 밝혔다.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차량을 타고 학생들에게 다가가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접근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곧바로 자리를 벗어나면서 범행은 모두 미수에 그쳤다. 피의자들은 경찰에서 “금전적 목적은 없었고 단순히 장난이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은 이들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보고 계획적인 범행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세 사람은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낸 친구 사이로, 이 가운데는 대학생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인 행위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을 제지하거나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1명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피의자들은 모두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범행에 사용된 차량은 피의자 중 한 명이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앞서 2일 해당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최근 인근에서 유괴 시도가 있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공지를 보냈고,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그러나 경찰은 당시 “수사팀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약취·유인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허위 정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신고가 접수되자 강력팀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고, 결국 피의자들이 검거되면서 유인 시도가 사실로 드러났다.경찰은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신고 당시 차량은 흰색 스타렉스로 접수됐으나 실제 범행에 쓰인 것은 회색 쏘렌토였다”며 “차종과 색상이 달라 사실관계 확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다.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40대 점주가 흉기를 휘둘러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 부녀 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인테리어 수리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테리어 업체와 수리비로 갈등”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7분경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업주인 40대 남성 A 씨가 체인 본사 임원인 40대 남성과 인테리어 업자인 60대 남성,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테리어 업자 남녀는 부녀지간으로 확인됐다. 흉기는 매장 주방에 있던 칼이었다. 경찰은 “살려달라”는 절규 섞인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A 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체인 본사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매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A 씨는 2023년 10월 가맹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아침에 출근했더니 타일이 깨져 있었다. 물이 새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 업체에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측이 ‘보증 기간(1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대응하며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체인 본사 임원은 A 씨와 인테리어 업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이날 해당 체인 본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사는 A 씨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갈등을 빚은) 인테리어 업체는 A 씨가 직접 선택해 계약한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가맹 본부의 갑질 등 부당한 계약이 없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A 씨가 회복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가맹 분쟁 584건 해당 체인은 창업 점주들에게 교육비 약 300만 원, 주방 장비 2300만∼2800만 원 등 총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 타일, 바닥 등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본사 측은 “가맹점주가 인테리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업체 선정에 대해 조언을 해줄 뿐 인테리어와 관련한 어떠한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사실상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잦은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4041건 가운데 584건이 가맹 거래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7곳에서 가맹점주 2491명이 가맹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일상 속 갈등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미수 포함) 피의자 795명 중 ‘당사자 간의 대인 갈등’으로 인해 저지른 피의자가 257명(32.3%)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방과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가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 속 갈등이 범죄화되는 과정엔 억눌려 있던 ‘분노’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개인적인 불화 관계로 스트레스와 울분이 축적되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살인이나 흉기 난동으로 비화하는 것”이라며 “반복된 좌절과 분노가 결국 무고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른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상적 다툼이나 갈등이 ‘생활형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범죄로 연결되지 않도록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40대 점주가 흉기를 휘둘러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 부녀 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인테리어 수리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인테리어 업체와 수리비로 갈등”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7분경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업주인 40대 남성 A 씨가 체인 본사 임원인 40대 남성과 인테리어 업자인 60대 남성,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테리어 업자 남녀는 부녀지간으로 확인됐다. 흉기는 매장 주방에 있던 칼이었다. 경찰은 “살려달라”는 절규 섞인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A 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경찰과 체인 본사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매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A 씨는 2023년 10월 가맹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아침에 출근했더니 타일이 깨져있었다. 물이 새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 업체에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측이 ‘보증 기간(1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대응하며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체인 본사 임원은 A 씨와 인테리어 업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이날 해당 체인 본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사는 A 씨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갈등을 빚은) 인테리어 업체는 A 씨가 직접 선택해 계약한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가맹 본부의 갑질 등 부당한 계약이 없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A 씨가 회복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가맹 분쟁 584건해당 체인은 창업 점주들에게 교육비 약 300만 원, 주방 장비 2300만~2800만 원 등 총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 타일, 바닥 등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본사 측은 “가맹점주가 인테리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업체 선정에 대해 조언을 해줄 뿐 인테리어와 관련한 어떠한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사실상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잦은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4041건 가운데 584건이 가맹 거래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7곳에서 가맹점주 2491명이 가맹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일상 속 갈등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미수 포함) 피의자 795명 중 ‘당사자 간의 대인 갈등’으로 인해 저지른 피의자가 257명(32.3%)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방과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가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 속 갈등이 범죄화되는 과정엔 억눌려있던 ‘분노’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개인적인 불화 관계로 스트레스와 울분이 축적되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살인이나 흉기 난동으로 비화하는 것”이라며 “반복된 좌절과 분노가 결국 무고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른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상적 다툼이나 갈등이 ‘생활형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범죄로 연결되지 않도록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반려동물, 사별 그 이후반려동물이 가족이 된 시대, “장례도 가족처럼 치러주고 싶다”는 보호자들이 늘면서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반려동물 장례는 아직 제도 밖에 있다. 반려의 끝을 책임질 제도적 장치, 심리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십수 년간 키운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슬픔의 강도는 자식을 잃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27일 오전 경기 남양주시의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포레스트’. 7년 차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김영덕 점장이 추모실에 놓인 촛불을 정리하며 말했다. 분위기는 여느 장례식장 못지않게 엄숙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장례지도사가 80cm 남짓한 크기의 오동나무관을 들고 화장로로 향했다. 반려견을 잃은 가족은 슬픔이 가득한 얼굴로 뒤따랐다. 추모실 앞 전광판에는 ‘쿠키’(가명)라는 이름과 함께 갈색 푸들의 사진을 띄웠다. 김 점장은 “강아지, 고양이뿐만 아니라 햄스터, 거북이, 토끼 등 다양한 반려동물을 잃은 보호자가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선 현재,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단순한 사체 처리에서 벗어나 사람의 장례처럼 의례화되고 있다. 상실의 충격을 상담으로 보듬는 흐름도 확산하는 추세다. 반려인이 늘어난 만큼 ‘반려의 끝’을 제도적으로 책임지는 장례 인프라 확충과 심리적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려동물은 가족”… 애도와 추모 담아 장례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여기는 시대, 장례 절차 역시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호자가 반려동물 장례식장을 찾으면 가장 먼저 상담실로 안내된다. 이곳에서 유골함, 수의 등 추모용품을 선택하고, 유골 보관 방식 등을 결정한다. 이후 염습(씻김)과 안치가 이뤄진다. 보호자가 원하면 참관할 수도 있다. 사전에 준비한 사진과 애착 물품으로 추모 공간을 꾸미고, 개별 추모실에서 작별 인사를 나눈다. 보호자의 종교에 따라 십자가나 불상을 준비하기도 한다. 보호자는 화장 과정에도 동행할 수 있다. 1시간가량 화장이 이뤄진 뒤 장례지도사는 유골을 분골해 봉안한 뒤 보호자에게 전달한다. 장례 비용은 평균 25만∼35만 원 선이다. 최근에는 유골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메모리얼 스톤’ 서비스도 등장했다. 박근정 펫포레스트 총괄사업본부장은 “단순히 사체 소각이 아니라 애도와 추모의 의식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반려동물 장례식장은 시설 환경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어둡고 폐쇄적인 이미지 대신 카페형으로 내부를 꾸민다. 온라인 추모관 등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해 보호자의 정서적 부담도 던다. 반려동물 장례지도사도 전문화하고 있다. 한국반려동물자격협회 등이 ‘반려동물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발급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법규, 장례 실무는 물론이고 장례 이후 반려동물의 상실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펫로스·Pet Loss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는 지식도 익힌다. 지난해 17년간 키운 반려견을 떠나보낸 뒤 장례를 치른 박모 씨(31)는 “동생과 다름없는 존재였던 반려견이 종양 의심 판정을 받고, 차차 이별을 준비하며 업체를 알아봤다”며 “정돈된 공간에서 존중이 담긴 방식으로 이별할 수 있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이상흥 한국동물장례협회장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불법 소각시설이나 낡은 창고형 화장장이 주류였지만, 현재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존엄하게 보내려는 문화가 확산하며 시설과 서비스도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동물 사체는 ‘폐기물’, 임의 매장은 불법KB금융그룹이 9일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 반려인은 154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가구의 26.7%, 총인구의 29.9%에 해당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이 반려동물과 함께라는 뜻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장례 문화는 여전히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올해 6월 기준 반려동물 장례 방식 가운데 가장 흔한 선택은 ‘직접 매장’으로, 전체의 31.6%를 차지했다. 이어 화장 후 수목장(20%), 동물병원 의뢰(15.1%), 화장 후 자택 보관(12.4%)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의 임의 매장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유지 매장도 허용되지 않는다. 현행 제도는 사체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거나, 장묘업체를 통해 장례를 치르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방식은 정서적 거부감이 크다. 동물병원 의뢰 시에는 유골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법을 준수하면서 예를 갖춘 장례를 치르려면 장묘시설을 이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도 합법적인 장례 절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45.2%가 반려동물 사체 매장이나 투기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한 반려동물 장묘업계 관계자는 “매장이 불법인 줄 몰랐다가 뒤늦게 화장을 다시 요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설은 부족, 주민 반대는 여전반려동물 장묘시설에 대한 접근성 문제도 여전히 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달 27일 기준 전국의 반려동물 장묘업체는 83곳으로, 2019년(44곳)에 비해 약 2배로 증가했다. 이 중 화장시설을 갖춘 곳은 79곳인데, 절반 가까운 34곳이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에 집중돼 있다. 비수도권에서는 이용이 쉽지 않다. 특히 제주도에는 화장이 가능한 장묘시설이 없어 비행기나 배편을 이용해 경기 김포시나 경남 김해시로 ‘원정 장례’를 가는 실정이다. 정부는 접근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2022년부터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시범 운영 중이다. 현재 37개 업체가 실증 특례를 받았으나 실제로 영업 중인 업체는 서울 마포구와 경북 문경·경산시, 울산, 경기 안산시 소재 5곳에 불과하다. 또 다른 걸림돌은 주민 반대다. 여전히 장묘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강해 신규 화장장 건립을 둘러싸고 지역 내 님비(지역 이기주의)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집단 민원을 의식해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달 전남 화순군은 한 민간업체가 폐광 지역인 동면의 폐모텔을 리모델링해 동물 화장장과 봉안당을 운영하겠다며 낸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인근 주민 1700여 명이 “폐광 진흥 지역에 혐오시설을 들일 수 없다”며 탄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하고 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동물 장묘시설과 관련한 행정소송에서는 지자체가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올 4월 경남 산청군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건축을 불허했다가 패소한 사건에서 창원지법은 “집단민원 제기만으로 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제주지법도 4월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제주시가 주민 반대를 이유로 제주시 아라동의 반려동물 화장장 허가를 거부하자 법원은 “동물 화장시설은 혐오시설이라 할 수 없고, 장례시설 확충의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현재 제주시가 항소해 2심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생애 마지막을 책임지는 시설조차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앞으로 필수 인프라가 될 만큼 중요하므로 주민과의 이해 조율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 주도 반려동물 장묘시설도 필요” 반려동물 장묘 산업은 점진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국동물장례협회는 올해 3월부터 한국표준협회와 함께 ‘반려동물 장례 서비스 표준안’ 마련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연내 표준안을 제정해 업계에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난 뒤 보호자가 겪는 상실감, 슬픔 등을 뜻하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응하기 위해, 죽음교육과 임종 프로그램 등을 연구하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와 협력해 펫로스 전문가 양성에도 나설 계획이다. 민간 업체가 제공하는 장례 서비스는 시설과 의례가 점차 고급화되면서 비용이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반려인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1인 가구나 고령층처럼 반려동물에게 정서적으로 크게 의지하는 계층은 펫로스 증후군에 더 취약한데, 장례 비용마저 감당하기 어려워 애도의 기회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지자체가 저비용 공공 서비스를 통해 반려동물 죽음 처리의 최소 안전망을 제공한다. 도쿄 신주쿠구는 마리당 3000엔(약 2만8000원)을 받고 합동 화장을 지원한다. 영국은 동물복지 단체가 펫로스 증후군 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경제적 문턱이 낮은 공공 대안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합법적이고 건전한 장례문화 정착을 위해서는 민간 중심의 현 체계에서 벗어나 공공이 주도하는 장묘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공공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2021년 전북 임실군에 문을 연 ‘오수 펫 추모공원’ 한 곳뿐이다. 이후 장묘시설이 전무했던 제주시가 내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애월읍 어음리 일대에 동물보호센터와 공설 동물 장묘시설을 갖춘 ‘반려동물 복지문화센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여주시도 반려동물 테마파크 ‘반려마루’ 내 공설 동물 장묘시설 운영을 위한 채비에 나섰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현재 장묘시설은 대부분 민간 운영에 의존하고 있어 시설 부족과 정보 접근성 문제로 불편을 겪는 반려인이 많다”며 “공공 영역에서 장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시설 부족 문제를 보완하고 보다 안정적인 장례문화 정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현행 법체계의 한계를 짚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려동물 사체를 폐기물로 분류하는 현행 규정이 유지되는 한 반려동물 장례는 제도권 안에서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시영 서울문화예술대 반려동물학과 교수는 “현행법은 정서적 인식과 괴리가 있다”며 “반려동물만 별도로 규정하는 법 제정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남양주=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천연 밀랍으로 직접 초를 만들고, 전통주도 맛보며 농업의 매력을 새롭게 알게 됐어요.” 2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A FARM SHOW(에이팜쇼)―창농·귀농 고향사랑 박람회’를 찾은 김주은 씨(33)는 자신이 만든 촛대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전통주에 관심이 많아 전시장을 찾았다는 김 씨는 농촌기업 브랜드 ‘신비’의 체험 부스에서 꿀벌 농사와 벌꿀의 효능을 배우며 특별한 경험을 쌓았다. 올해 에이팜쇼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졌다. 이날 낮 12시 반 열린 ‘귀농·창농 O/X 퀴즈’ 프로그램에는 30여 명이 참여했다. ‘국산 참외의 대표 산지는 성주이다’ ‘우리나라 쌀 소비량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등의 질문에 ‘O’와 ‘X’를 외치며 농업 지식을 익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채영 씨(27)는 “경북 안동에서 나고 자라 농촌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에이팜 쇼에서 새로운 지식과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전시장 내 마련된 놀이형 콘텐츠 공간도 관람객의 발길을 잡았다. 전통 놀이를 주제로 한 ‘옛날 놀이터 존’에서는 남녀노소가 함께 굴렁쇠, 널뛰기, 윷놀이 등 전통 놀이를 즐겼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박모 씨(77)는 “농촌의 정겨움과 재미를 젊은 세대와 함께 나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29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시작된 ‘2025 에이팜쇼’를 찾은 내빈들은 농업 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이 대독한 ‘2025 에이팜쇼’ 축사에서 식량 주권과 미래 생존을 위한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양곡법 등 농업 민생 4법에 따른 실질적 효과를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집행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도 농업의 미래를 위해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해수위 위원장인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오늘 박람회는 K농업의 밝은 미래라는 과실을 따기 위해 씨앗을 심는 일”이라며 “국회도 예산과 입법으로 K농업의 힘을 키우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귀농과 창농을 활성화하려면 지역별 특산물을 개발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촌 주거 환경을 개선해 정주 여건을 향상해야 한다”며 “청년·여성·고령 농업인의 웃음소리가 농촌에 가득 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강형석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우려가 컸던 한미 관세 협상은 잘 해결됐지만 기후 변화나 농촌 소멸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문제”라며 “앞으로 농촌에 다양한 기술과 청년의 활력을 더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조권형 기자 buzz@donga.com}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48·사진)가 수면제 등을 대리 수령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했다. 경찰은 대리 수령이 이뤄진 경위와 기간을 조사해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다. 28일 싸이의 소속사 피네이션은 입장문을 내고 “전문 의약품인 수면제를 대리 수령한 점은 명백한 과오이자 불찰”이라며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싸이는) 만성적인 수면장애 진단을 받고,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수면제를 3자가 대리 수령한 경우가 있었고, 최근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른 사람 명의로) 대리 처방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싸이가 처방받은 수면제 등은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남용 시 환각 등 부작용이 있어 원칙적으로 의사의 대면 진료를 거쳐야 처방이 가능하다. 수령도 환자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가족이나 간병인 등이 대리 수령할 수 있다. 이를 어긴 경우 의료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부당하게 의약품을 내준 의사는 자격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싸이가 대면 진료 없이 수면제 등을 처방받아 대리 수령해 왔다는 제보를 받고 그와 담당 의사인 대학병원 교수 한 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한국의 혁신은 경제를 넘어 문화·예술로 꽃피었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그 증거입니다.”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김양현홀. 고려대가 개교 1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제10회 ‘넥스트 인텔리전스 포럼(NIF)’ 특강에서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로빈슨 미국 시카고대 정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역동성과 포용적 제도의 힘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특강 주제는 ‘제도, 정치 그리고 경제 성장’이었다. 로빈슨 교수는“K팝, K뷰티 등 창의적 성과는 한국이 포용적 제도를 통해 다양한 재능을 꽃피운 결과”라며 “한국의 사례는 제도가 국가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적 인기를 끈 케데헌을 언급하며 “아들이 그 영화를 다섯 번이나 봤다. 영화 속 한국의 ‘갓’을 구하려 했지만 인기가 너무 많아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로빈슨 교수는 한국 경제의 비약적 성장 배경으로도 혁신과 창의성을 꼽았다. 1990년대 이후 연구개발(R&D) 인력이 늘었고, 특허 출원 건수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는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나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민주화 역시 성장의 중요한 축으로 제시했다. 로빈슨 교수는 “1980년대 후반 시작된 민주화가 혁신의 계기였다”며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경제 개발이 일부 성과를 낸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 번영을 가능케 한 것은 포용적 정치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그는 1980년대 시민들의 계엄 저항을 언급하며 “한국의 민주주의는 굉장히 회복력이 강하다”고도 평가했다. 남북한 격차도 포용적 제도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로 들었다. 로빈슨 교수는 “분단 당시 북한은 산업·발전 시설에서 우위였지만 현재는 남한이 경제적으로 극명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며 “남한은 국민 모두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정치 제도를 발전시킨 반면, 북한은 권력과 자원을 소수가 독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진단은 그의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핵심 이론과 맞닿아 있다. 재산권 보장과 폭넓은 참여를 가능케 하는 포용적 제도는 성장과 혁신을 이끄는 반면, 권력과 자원을 소수가 독점하는 수탈적 제도는 쇠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로빈슨 교수는 제도와 경제 발전 연구의 세계적 석학으로, 지난해 대런 애스모글루, 사이먼 존슨 교수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치매를 앓고 있는 80대 아내를 살해하려 한 70대 남편이 경찰에 붙잡혔다.2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70대 남성을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남성은 전날 오후 8시 40분경 동대문구 청량리동의 한 아파트에서 치매로 투병 중인 80대 아내의 머리를 둔기로 두 차례 내려친 혐의를 받는다. 아내는 집에서 나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숨어있던 중 주민들에 발견돼 구조됐다. A 씨는 범행 후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자수해 곧바로 체포됐다. 이마를 다친 아내는 오후 8시 43분경 출동한 구급대원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치매 간병 부담이 동기로 작용했는지 등 정확한 범행 경위를 확인 중이다. 노부부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최근 할머니 치매 증세가 심해지면서 할아버지가 핀잔을 주는 등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간병살인은 2007년부터 2023년까지 총 228건 발생했다. 2020년대 들어 한 해 평균 18.8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배우자 간 간병살인은 전체의 31.6%(72건)를 차지했다. 가해자 중 65%가 70대 이상이었고, 피해자의 70.2%는 65세 이상 노인이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공공 수영장에서 아동의 출입을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20일 인권위는 한 지역 군수에게 ‘만 6세 이하 아동의 공공 수영장 출입·이용을 금지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관련 법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의 한 공공 수영장은 만 6세 이하 아동이 입장하는 걸 부모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금지해 왔다. 이용객이 이를 문제 삼으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해당 수영장 측은 “이곳은 일반 물놀이 시설이 아닌 엘리트 체육 및 군민체육시설의 목적이 강한 시설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해당 수영장이 관내 군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체육시설로서 주민 복지적 성격이 크다고 판단했다.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군민에 대하여 개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해당 수영장이 0.7m 수심의 유아용 풀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가 됐다. 이에 일률적으로 6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기에 앞서 보호자의 동행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식의 다른 수단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결론냈다. 인권위는 “이 사건은 아동을 성인에게 방해가 되는 존재로 보는 부정적 인식에 기초해 있다”며 “아동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사회공동체 모두의 책임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개교 120주년을 맞은 고려대의 교우들이 셰익스피어 비극 ‘코리올라누스’를 선보인다. 셰익스피어 연구자인 이현우 순천향대 영미학과 교수가 연출을 맡았고, 지난해 동아연극상과 올해 백상예술대상 ‘젊은 연극상’을 수상한 강훈구 연출가가 협력했다. 코리올라누스는 최고 권력에 오른 로마의 장군 가이우스 마르키우스가 민중에게 외면당하며 몰락하는 과정을 그린 연극으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마지막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는 25학번 새내기 위성연 배우부터 73학번 원로 예수정 성병숙 이동희 배우까지 다양한 세대의 고려대 구성원이 극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공연은 9월 6일부터 14일까지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에서 열린다.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잊힌 독립운동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시민들이 있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올 3월 ‘춘천항일애국선열유산지킴이(유산지킴이)’ 모임이 발족했다. 55명의 시민이 지역 내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였다. 구성원은 자영업자, 주부, 교수 등으로 다양하다. 이들은 후손의 손길이 끊겨 방치된 독립투사의 묘나 생가 터를 관리하고, 오랜 시간 잊힌 독립운동 유적지를 발굴해 국가보훈부 현충시설 등록 절차에 나서는 등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13일 춘천시 남면에서 만난 유산지킴이 운영위원장 남귀우 씨(61)는 한국 최초 여성 의병장 윤희순 의사(1860∼1935)의 묘에 쌓인 나뭇잎을 걷어내고 비석의 먼지를 손으로 떨어냈다. 윤 의사는 국내에서는 의병 투쟁을, 만주에서는 항일 투쟁을 이끌었다. 1994년 손자인 고(故) 류연익 광복회 강원지부장 등의 노력으로 유해를 만주에서 발굴해 이곳으로 이장했다. 하지만 증손에 이르러 사실상 관리가 끊겼다. 이에 유산지킴이 회원 10여 명은 지난달 이곳을 찾아 묘를 벌초하고 정비했다. 남 씨는 “묘역을 정비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수풀이 한 뼘 넘게 자랐다”고 말했다. 인근 박화지 의병장(미상∼1907)의 묘도 사정이 비슷했다. 지난달 유산지킴이 회원들이 이곳을 찾았을 당시엔 개나리 덤불이 2m 넘게 웃자라고 있어 진입조차 힘든 상태였다. 종손의 연락처가 기재된 팻말이 있었지만, ‘016’으로 시작하는 옛 번호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철제 표지판에는 박 선생의 이름이 ‘化知’가 아닌 ‘華芝’로 잘못 적혀 있었다. 남 씨는 “회원들끼리는 ‘봉사’라고 부르지 말자고 말한다”면서 “그분들이 안 계셨으면 우리도 없으니, 우리의 책임이다”라며 웃어 보였다.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독립유적과 독립유공자 발굴도 이들의 목표다. 박 의병장은 1907년 정미의병 당시 의병 소모장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고문 끝에 순국했지만, 아직도 서훈이 완료되지 않았다. 회원들은 서류를 보완해 박 의병장의 서훈을 앞당기는 데 힘쓸 계획이다. 남 씨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지만 아직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한 분이 많다”며 “고령의 후손들이 현충시설 발굴과 입증 자료 수집을 감당하기 어렵다. 국가가 나서지 않으면, 이 유적들은 우리 세대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춘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장성=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기와는 부서지고 흙벽은 속살을 드러낸 채 무너져 있었다. 성인 허리 높이 잡초 사이로 거미줄이 얽힌 문패가 덩그러니 매달려 있었다. ‘독립유공자의 집’ 문패는 빛이 바래 알아보기 힘들었다. 제80주년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경기 화성시 차병혁 선생(1889∼1967) 생가의 모습이다. 그는 경기 수원·화성에서 1919년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해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지만, 생가는 정부의 관리·지원 대상에서 빠져 있다. 후손 차재천 씨(66)는 “보존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정부 지원도 없고, 고령이라 힘이 든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13, 14일 확인한 전국 독립운동 유적 11곳은 잡초와 쓰레기에 뒤덮이거나 표지판 없이 방치돼 있었다. 독립운동 유적을 포함한 ‘현충시설’은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정하지만, 신청과 관리는 소유자 몫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는 국가유산과 달리 현충시설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방치된 경우가 적잖은 것이다. 정부가 독립운동 유적을 적극 발굴하고 중요도에 따라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초가지붕 무너지고 독립투사 이름 잘못 표기 13일 오후 강원 춘천시 남산면의 펜션 마을. 을미의병 춘천 의병장 습재 이소응 선생(1852∼1930)의 생가 터는 펜션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습재 선생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와 일제의 단발령에 맞서 농민 1000여 명을 이끌고 의병 활동을 벌인 독립유공자다. 하지만 그를 기리는 안내판이나 표지석은 없었다. 인근 주민들은 “생가 터인지 전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김장환 지사(1908∼1977)의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생가는 초가지붕이 무너져 있었고, 이름을 새긴 표석은 수풀 사이에 가려 있었다. 60여 년 전 김 지사 생가를 기억하는 인근 주민 김전애 할머니(87)는 “20여 년 전 생가에 살던 사람이 이사 가면서부터 집이 방치됐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1918년 무오 법정사 항일운동을 이끌었던 강창규 지사(1872∼1963)의 오등동 생가 터에도 안내판 하나 없이 쓰레기가 나뒹굴었다. 남은 건 농업용수 저장용으로 쓰였을 고무 양동이와 어린 감나무 한 그루뿐이었다. 호남 지역의 독립운동 유적도 마찬가지였다. 호남의병 총사령부 격인 호남창의회맹소 결성지였던 전남 장성군 석수암은 현재 예비군 훈련장으로 쓰이고 있다. 2020년 발굴 조사를 마쳤지만, 독립운동 유적임을 알리는 표지석은 없었다. 신봉수 전 빛고을역사교사회장은 “호남의병의 정신적 상징이 표지석도 없이 방치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전남 여수시 거문도 망향산 또한 1930년대 항일운동 소식지를 발간한 곳으로, 이곳에서 활동한 8명이 최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기까지 했지만 현장은 기념되지 않고 있었다. 이들 유적은 전부 보훈부 현충시설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다. 후손이 끊기거나 나이가 들어 신청할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독립운동 유적임을 입증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신청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현충시설로 지정되면 정례 조사 대상이 되고 긴급 보수가 필요한 경우 제한적이나마 국고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후손이나 소유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표지판 설치도 어렵다.● 현충시설 43%가 민간 소유, 정부는 긴급 보수만현충시설로 지정됐지만 방치된 경우도 있었다. 상시 유지·관리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는데, 독립투사의 후손도 고령화하고 경제적 부담 등 탓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경남 고성군 서비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왕이 준 은사금을 거부하고 순국한 애국지사 최우순 선생(1830∼1911)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사당으로, 2002년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하지만 기와 대신 가림막과 폐타이어가 겨우 비를 막고 있었고 벽면 곳곳도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보훈부는 “지난해 10월 개보수 요청이 있어 긴급 지원한 바 있다”면서도 “서비정은 최 선생의 후손 소유라서 유지·관리의 우선적 책임도 후손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달 초 기준 보훈부 지정 독립운동 현충시설은 전국 1001곳이다. 이 중 개인이나 민간단체 소유가 436곳(43.5%)이다. 지난해 보훈부가 독립운동 현충시설 520곳을 조사해 보니 24곳이 ‘관리 불량’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독립운동 유적의 발굴과 관리를 후손과 민간에만 맡겨선 안 되고, 정부와 지자체가 전수조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영철 제주 독립운동가 서훈추천위원회 자료발굴위원은 “역사적 가치가 분명한데도 후손이나 향토사학자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게 현실”이라며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조사·보존 관리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춘천=서지원 기자 wish@donga.com화성=이경진 기자 lkj@donga.com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고성=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제80주년 광복절인 15일 전국 곳곳에서 허위 폭탄 테러 의심 신고가 잇따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4분경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에 “8월 15일 15시 34분에 한국 도시지역 대중교통에 고성능 폭탄을 터뜨리겠다”는 내용의 e메일이 전송됐다. 발신자는 최근 국내에서 잇따른 폭발물 협박에 사용된 일본 변호사 명의인 것으로 전해졌다.경찰은 사건 접수 직후 전국 경찰에 공조를 요청했으며 현재까지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 일본 변호사 사칭 협박 사건과 병합해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경북 안동시에 있는 구 안동역 앞 광장에서도 폭발물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현장 수색에 나섰다.경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7분경 한 유튜브 라이브 방송 채팅창에 ‘구 안동역 광장에 폭발물을 터트리겠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구 안동역 앞 광장에는 ‘KBS 다큐 3일’ 촬영 관련으로 다수의 시민과 방송관계자 등이 모여 있었다. 경찰은 인근 파출소와 안동경찰서 초동대응팀 및 경찰특공대 등을 투입해 현장을 통제하고 수색을 이어갔다. 수색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2시간 50여분 만인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현장 통제를 해제했다. 경찰은 폭파 위협 글을 올린 협박범을 추적하고 있다.최근 국내에서는 허위 폭발물 협박이 잇따르고 있다. 이 지난 10일에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팩스가 전송돼 관람객 등 20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7일에도 ‘서울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황산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 팩스가 전송됐다. 이런 허위 테러 예고에 대응해 올해 3월 18일 공중협박죄가 시행됐다. 불특정 다수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가하겠다고 협박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공중협박죄 시행 후 7월 31일까지 관련 사건은 총 72건 발생 48명이 붙잡혔다. 이 가운데 37명(약 77%)이 검찰에 넘겨졌는데 이 중 4명(8.3%)이 구속됐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안동=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폭우가 내린 13일 서울 강서구 가양대교 북단 진입로(램프)에 빗물이 차오르면서 차량 바퀴 절반이 잠긴 채 통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도로선이 보이지 않는 건 물론이고 차체로 물이 스며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이르자 일부 차량은 멈춰 서기도 했다. 이 진입로는 한강 수면에서 약 27m 높이에 있어 강물에 잠길 가능성은 없다. 배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량의 빗물이 고인 것이다. 인근 주민은 “비가 많이 와 다리가 강물에 잠긴 건 봤어도, 다리 위 고인 빗물에 차가 잠긴 건 처음 본다”고 말했다.● 다리(橋)에 물이 차 잠긴 경우는 처음 이틀 연속 서울 등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단시간에 시간당 100mm를 넘나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다량의 강수를 견디도록 설계된 시설물조차 곳곳에서 침수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가양대교(왕복 6차선) 진입로는 13일 오전 11시쯤 침수되기 시작해 낮 12시부터 1시간가량 차량 통행이 전면 통제됐다. 강물 범람이 아니라 빗물 고임으로 다리가 물에 잠긴 건 처음이다. 이날 강서구에는 시간당 12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여름철 열흘 치 강우량이 한 시간에 내린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린 데다 쓰레기 등으로 일부 배수구가 막혀 빗물이 잘 빠져나가지 못한 걸로 보인다”며 “잠긴 다리는 이곳 한 곳”이라고 말했다.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인근 지상 도로가 물에 잠겼다. 공사 직원들이 급히 배수 작업에 나서 빗물이 청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으나, 약 1시간 뒤인 오후 1시쯤에는 공항 지하 통로에 성인 종아리 높이까지 물이 찼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로 배수에 문제가 생기며 지상 도로가 침수됐고, 역류로 지하에도 물이 찬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날 김포의 시간당 강수량이 101.5mm로, 200년 만에 한 번 있을 정도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도로와 선로가 물에 잠기면서 교통 차질도 속출했다. 14일 오전 7시 40분경 서울지하철 1호선 부천∼중동역 구간 운행이 5분간 중단됐다. 한강 수위 상승으로 잠수교 보행로가 전면 통제됐다. 전날 오전 11시 56분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 박촌역사가 침수돼 열차가 무정차 통과했고, 주안∼부평역 구간도 약 1시간 운행이 멈췄다. 경기 북부에서도 도로 곳곳이 잠기고 토사가 유출되면서 신호기 고장 등 피해가 잇따랐다. 14일 0시 56분경 고양시 덕양구의 한 빌라 옆 공터에서 가로 1.5m, 세로 3m, 깊이 2∼3m 규모의 싱크홀이 생겨 소방이 안전선(파이어라인)을 설치한 뒤 지자체에 인계했다. ● 극한 호우 상시화… 배수 관리 점검 필요 기상청에 따르면 13일 0시부터 14일 오전 11시까지 경기 파주시에는 누적 317.5mm의 비가 쏟아졌다. 인천 옹진군 덕적면 북리는 289.6mm, 강원 철원군 동송읍은 230mm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극한 호우가 자주 발생함에 따라 도로·교량의 배수 능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빗물만으로도 다리가 잠길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도시 기반시설의 배수 용량이 충분한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확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배수 용량이 부족한 설비는 설계를 재검토해 확대하고, 극한 호우가 일상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상시 점검과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14일 전국에 호우 특보가 해제됨에 따라 중대본은 이날 오후 4시부로 비상 근무를 해제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도로·시설 침수 210건, 사면 붕괴 4건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중부지방에는 15일 오후까지 최대 40mm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임재혁 기자 heok@donga.com부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서지원 기자 w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