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

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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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용 기자입니다.

parky@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칼럼97%
사설/칼럼3%
  • 급속한 코로나 재확산 비상 美…“올 10월, 사망자 18만 명 될수도”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하루 기준 최고치인 3만6300명 이상 발생하면서 ‘2차 확산’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서둘러 경제활동을 재개한 남서부 지역에서 환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앞으로 석달 간 미국에서 6만 명이 더 사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NBC뉴스에 따르면 24일 미국의 신규 코로나19 환자가 3만6358명 발생해 종전 최대치인 4월 26일 3만 6285명을 넘어섰다. 59일 만에 ‘2차 정점’을 찍은 셈이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일부 주들이 봉쇄령을 풀고 경제 재개에 들어간 ‘메모리얼데이’(5월 25일) 연휴를 기점으로 남서부 지역의 재확산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가 많은 주에서 환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는 하루 최대치인 7149명의 신규 환자가 확인됐다. 텍사스, 플로리다주에서도 5000명이 넘는 환자가 쏟아졌다. CNBC에 따르면 22일 기준 미국의 7일 평균 신규 감염자 수는 1주일 전에 비해 30% 증가했다. 최소 26개 주에서 환자가 5% 이상 늘었다. 일부 지역의 병원 집중치료실(ICU)은 환자들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누적 환자가 10만9000명에 이르는 플로리다 주의 ICU 여유분은 21%로 떨어졌다. 애리조나주는 12%에 불과하다. 기업들도 다시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이폰 제조회사인 애플은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한 텍사스주 휴스턴의 애플스토어 7곳을 25일부터 닫기로 했다. 앞서 19일 애플은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4개 주의 애플스토어 11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디즈니는 7월 17일로 예정된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 등 두 곳의 테마파크 재개장 일정을 연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얼굴 가리개 착용 의무화 등의 조치로 확산세가 어느 정도 잡힌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등 3개주는 최근 남서부 ‘핫스폿’을 거친 방문자에게 25일부터 도착 이후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명령했다. 앨라배마 아칸소 애리조나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워싱턴 텍사스 유타 등 9개주가 대상에 포함됐다. 3월 말 플로리다주가 뉴욕, 뉴저지주에서 온 방문객을 대상으로 자가격리 14일을 명령했지만 이제는 처지가 뒤바뀐 것이다. 미 워싱턴대 의대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미국의 재확산 추세가 8월말 경 시작해 9월에 악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재 12만1870명인 코로나19 누적 사망자가 10월1일 약 18만 명에 도달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미국인 95%가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사망자가 14만6000명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방문을 앞두고 자가격리 조치를 거부했다. 24일 CNN은 뉴저지, 뉴욕, 코네티컷 등 3개주는 핫스폿을 방문한 이들에게 2주 간 자가격리를 명령했했지만 백악관 측은 “대통령은 민간인이 아니다”라며 행정명령에 따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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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직접 뽑은 검사장이 측근 수사하자 경질

    미국 법무부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인이자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마이클 코언 등을 수사한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61·사진)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직접 뽑은 인사를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하는 모양새여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거세다. CNN 등에 따르면 버먼 전 검사장은 해임 당일인 19일 성명을 내고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할 의도도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20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히자 “정상적 법의 운영을 존중하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대통령의 ‘골프 친구’이자 법조인 출신인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됐다. 클레이턴 위원장의 상원 인준 기간에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뉴욕 남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을 맡는다. 임기 4년의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의회 동의가 필요하다. 주가 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를 주로 맡는 뉴욕 남부지검은 미 전역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의 전임자인 인도계 프리트 버라라 전 검사장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3월 경질했다. 버라라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8년간 뉴욕 남부지검을 지휘하며 수많은 월가 거물을 기소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역시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유임을 약속했지만 ‘오바마가 뽑은 검사’란 이유로 가차없이 내쳤다. 당시 버라라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인 버먼 전 검사장을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낙점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취임한 버먼이 측근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특히 그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을 조사한 것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버먼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관여하지 않는다”며 바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레이턴 위원장의 인준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다. 상원 다수당인 집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개입을 껄끄러워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 버먼은 바 장관의 전임자인 제프 세션스 전 법무장관 때 취임해 바 장관이 버먼의 해임을 주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를 챙겨 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볼턴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터키 재무장관과 이 은행 수사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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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리아니·코언 등 트럼프 측근 수사하던 뉴욕 남부지검장 전격 해임, 왜?

    미국 법무부가 1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옛 변호인이자 측근인 루돌프 줄리아니, 마이클 코언 등을 수사한 제프리 버먼 뉴욕 남부 연방검사장(61)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본인이 직접 뽑은 인사를 석연찮은 이유로 경질하는 모양새여서 ‘정치적 외압’ 논란이 거세다. CNN 등에 따르면 버먼 전 검사장은 19일 성명을 내고 “사임하지 않았고 사임할 의도도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20일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대통령에게 해임을 요청했고 대통령이 그렇게 했다”고 밝히자 버먼은 “정상적 법의 운영을 존중하기에 물러난다”고 밝혔다. 후임에는 대통령의 ‘골프 친구’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 낙점됐고, 상원 인준을 거치는 기간에는 오드리 스트라우스 뉴욕 남부검찰청 차장검사가 대행을 맡는다. 임기 4년의 연방검사장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 인준을 거친다. 뉴욕 남부지검은 주가조작 등 각종 금융범죄 수사로 유명하며, 법무부 산하 미 전역의 93개 지검 중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유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버먼의 전임자인 인도계 프릿 바라라 전 검사장을 취임 두 달 만인 2017년 3월 경질했다. 바라라는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에서 8년간 뉴욕 남부지검을 지휘하며 수많은 월가 거물을 기소해 명성을 떨쳤다. 트럼프 본인 또한 2016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유임을 약속했지만 ‘오바마가 뽑은 검사’란 이유로 가차 없이 내쳤다. 당시 바라라도 사표 제출 요구를 거부했지만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지자인 버먼 전 검사장을 직접 면접까지 보고 낙점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취임한 버먼이 자신의 측근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자 눈엣가시로 여겨왔다. 특히 그가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것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신을 탄핵 직전까지 몰고 갔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다시 불거지는 것을 두려워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버먼 해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 “법무장관에게 달린 일이다.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며 바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클레이턴 위원장이 의회 인준을 통과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집권 공화당은 상원 다수당이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선거를 앞둔 대통령의 연이은 사법부 개입을 껄끄러워하는 인사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서 “뉴욕 남부지검의 터키 국영은행 수사 문제를 챙겨달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요청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가 임명한 검사들이 교체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볼턴은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사위인 터키 재무장관과 터키 은행 수사 문제를 논의했다고도 주장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20-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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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물짓던 거리가 ‘갤러리’로… ‘뉴 노멀’ 뉴욕의 부활 날갯짓

    13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패션1번지 소호. 유명 브랜드의 진품 감별사로 일하다가 얼마 전 실직한 댄 파이에드라 씨는 패션 매장 쇼윈도에 설치된 약탈 방지용 누런 나무판자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 옆에는 “열심히 일하자” “친절하게 대해주세요” 등의 문구를 적었다. 파이에드라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약탈 피해로 힘들어하는 모든 이들이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호 거리의 가게들은 코로나19로 문을 닫았다. 설상가상 지난달 31일 밤과 이달 1일 새벽에는 백인 경관의 폭력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를 틈타 벌어진 범죄자들의 약탈로 이 거리의 상점 절반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황폐해진 소호 거리는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문을 닫은 뉴욕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대신하는 ‘거리의 갤러리’로 바뀌고 있다. 뉴욕의 예술가들은 상점 쇼윈도에 설치된 약탈 방지용 나무판을 캔버스 삼아 사랑과 평화, 차별 반대 등을 상징하는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 ‘소호의 눈물’ 닦아주는 예술가들 거리예술 운동은 뉴욕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모임인 ‘소호 소셜 임팩트(SSI)’가 주도하고 있다.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철거될 쇼윈도 나무판자에 공 들여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뭘까. 친구 케이지 드라이스데일 씨와 SSI 운동을 시작한 트리스턴 레지나토 씨(25)는 기자에게 “약탈이 끝나고 소호 가게의 쇼윈도에 붙은 흉한 모습의 나무판자들이 보기 싫었다”며 “아름다운 예술로 이 부정적인 일들을 모두 되돌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SSI에는 레지나토 씨와 뜻을 같이하는 뉴욕의 예술가 등 4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SSI는 “암울하고 추한 합판에 그림을 그려 사랑을 널리 전파하고 싶었다”라고 목적을 밝혔다. 레지나토 씨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SSI가 세계적 운동이 됐으면 좋겠다”며 “한국 아프리카 남미 등의 예술가들과 협업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욕시는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꼭 100일이 되는 8일 제조업,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의 활동을 재개하는 ‘1단계 경제 재개’에 들어갔다. 의류 상점들도 매장 밖에서 미리 주문한 물건을 건네주는 식의 영업을 할 수 있다. 약탈을 당하지 않은 소호 지역의 일부 매장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예전의 활력을 되찾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 소호 상권 육성단체인 ‘소호얼라이언스’의 션 스위니 대표는 지역방송 ‘뉴욕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도시 경제가 완전히 재개되기까지 상점들의 나무판자들이 철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하는 상인들 이날 오후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서는 뉴욕시의 경제 재개 이후 첫 농산물직거래 장터가 열렸다.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열렸던 광장에는 뉴욕 일대 농민이 텐트 100여 개를 설치했다. 신선한 야채, 과일, 꽃을 사려는 뉴욕 시민들로 북적거렸다. 도시는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상인과 시민의 표정에선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묻어났다. 일부 농민은 마스크와 장갑, 투명 얼굴 가리개까지 쓰고 나와 손님을 맞았다. 입구에선 시장 관계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이동하도록 통제했다. 바닥에는 6피트(약 1.8m) 간격을 두고 사람들이 설 수 있도록 분필로 숫자와 화살표가 그려져 있었다. 한 상인은 “코로나19 기간에도 마켓을 열었지만 이렇게 많은 상인들과 손님들이 온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사람들이 몰리니 바이러스가 다시 퍼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고 말했다. 15일 맨해튼 코리아타운 한식당 삼원가든. 직원 10여 명이 영업 재개를 위한 공사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는 300만 원을 들여 체온 감지 장비를 설치했고, 계산대에는 안면 인식과 체온 측정이 가능한 인식기를 설치했다. 인식기에 다가가자 ‘낯선 사람’이라는 표시가 뜨면서 ‘정상 체온’이라는 소리가 울렸다. 이 식당은 건물 벽, 화장실에 자외선 살균기, 유리창에 살균 필름, 테이블에 투명 차단막도 설치할 예정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식당 테이블은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토니 박 사장은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1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줄어든 식당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식재료를 드라이아이스 용기에 담아 미 전역에 배송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에 멍든 도시, 탈도시 현상 가속화 최근 방문한 코리아타운 건물 곳곳에는 ‘임대 안내’ 간판이 걸려 있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빈 상가나 방이 나오면 하루에 수십 번씩 계약 문의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월세를 30∼40% 내려도 문의가 없다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부동산 분석 회사인 밀러 새뮤얼 앤드 더글러스 엘리먼에 따르면 5월 맨해튼의 신규 임대 계약은 62% 급감했다. 아파트 임대 공고는 전년 대비 34% 늘어난 7420건이 쏟아졌다. 아파트 공실률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3월 1일부터 5월 1일까지 뉴욕 시민의 약 5%인 42만 명이 도시를 떠났다. 부유층이나 대학생 등 젊은층이 많이 사는 지역인 어퍼이스트사이드, 웨스트빌리지, 소호, 브루클린하이츠 등에서는 인구가 40% 이상 한시적으로 줄었다. 이들이 언제 얼마나 돌아올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CNBC는 “시민들이 도시를 떠나는 ‘탈도시 현상’과 부동산 거래 중단으로 부동산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중교통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경제 재개 첫날인 8일 뉴욕 지하철 이용자는 전주 대비 17% 늘어났지만 감염을 우려해 대중교통을 꺼리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시민들이 다시 자가용을 몰고 나오면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할 수 없다. 통상 맨해튼의 대중교통 이용량이 1% 감소하면 자동차 통행이 12%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는 객차 소독용 자외선 살균기 등을 도입하는 등 ‘포스트 코로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 시험대 오른 ‘콤팩트 도시’ 코로나19 사태는 도시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인구 840만 명의 뉴욕시에서 2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했다. 대도시의 핵심 경쟁력인 인구와 자본의 집적이 공중보건 위기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공중보건 인프라가 부족하고 빈부 격차가 심각할 경우 좁은 지역 초고층 빌딩에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콤팩트 도시’ 모델이 전염병과 약탈 등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1970년대 뉴욕처럼 ‘경기 침체→시민 이탈→시 재정 위기→범죄 증가→도시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는 메가톤급 ‘대도시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뉴욕시는 두 차례 경기 침체로 인구 130만 명이 순감소했다. 세수가 줄어 시 재정이 악화되자 경찰 채용조차 4년간 중단됐다. 범죄도 급증했다. 뉴욕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 적자가 90억 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시 감사원은 2024년이 돼야 줄어든 일자리가 코로나19 위기 이전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1년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2년 허리케인 샌디 등 숱한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것처럼 뉴욕시가 이번 위기도 빠르게 극복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도시 이탈 현상이 벌어지더라도 사람과 사람을 긴밀히 연결해 주는 도시의 ‘집적효과’를 기술이나 교외 지역이 대체할 수 없다는 논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도시의 부활은 지도자들이 시민들이 안전하게 거주하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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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경찰은 제 일을 하지 않았다”[오늘과 내일/박용]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 인종차별 반대 집회 현장에서 만난 30대 백인 남성 니컬러스 바버 씨는 “경찰의 폭력과 싸우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구호가 적힌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반려견과 함께 집회에 참석했다. 바버 씨는 한국 신문사 뉴욕 특파원이라고 신분을 밝힌 기자에게 “시위를 취재해 줘서 고맙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수갑까지 차고 제압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의 목을 숨이 넘어갈 때까지 8분 46초간 무릎으로 짓누른 백인 경찰의 야만적 폭력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는 크고 깊었다.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왔다는 케일라 힐턴 씨는 “무고한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에게 살해당했다. 지금은 내가 백인이라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복되는 경찰 폭력과 시위에 넌더리가 난 뉴욕 시민들은 정작 필요할 때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다시 한 번 좌절했다. 지난달 31일 밤부터 이달 2일 새벽까지 뉴욕시에서 맨해튼의 ‘심장부’인 미드타운과 패션 1번지 소호, 서민 주거지인 브롱크스 등에서 수백 곳의 상점이 약탈을 당했다. 약탈을 ‘가난한 자들의 부자에 대한 분노’라고 미화하는 철없는 좌파들도 있지만, 약탈자들은 시위대들과 다른 사람들이었다. 3억 원이 넘는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가게 앞에 대고 훔친 물건을 실어간 간 큰 도둑들도 있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테런스 모너핸 미국 뉴욕경찰국(NYPD) 국장은 1일 플로이드 씨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 앞에서 “우리는 여러분을 지지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시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에 대해선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화가 난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경찰은 약탈과 범죄를 막아야 한다. 그것이 경찰력의 본질”이라며 “뉴욕 경찰이 자신들의 일을 효과적으로 하지 않았다. 시장은 문제를 과소평가했다”고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과 경찰 지휘부를 정면 비판했다. 뉴욕시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경찰력을 보유하고 있다. 3만6000명의 경찰관이 있다. 한 해 경찰 예산으로 북한 국방비(16억∼33억 달러 추정)보다 많은 60억 달러를 쓴다. 그런데도 뉴욕시의 심장부인 맨해튼 미드타운까지 약탈꾼들에게 탈탈 털리는 걸 막지 못했다. 그 사이 시민들은 평생 일군 재산을 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연일 이어지는 시위로 고생한 일선 경찰관들도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 폭력과 지휘부의 무능에 화가 난 시민들은 경찰 예산을 줄여 저소득층 사회복지를 늘리자는 ‘디펀드 폴리스’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다.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보수진영 인사들은 민주당 소속 시 당국의 무능으로 몰고가며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세금을 내고도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인들은 자체 경비원을 고용해 가게를 지키기 시작했다. 경제 재개를 준비해야 할 뉴욕 5번가의 고급 백화점은 유리창과 입구에 나무판자를 대고 철조망을 얹은 철제 울타리에 수십 명의 경비원까지 ‘3중 보호막’을 쳤다.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인적이 뚝 끊겼을 때도 없던 일이었다. 약탈이 휩쓸고 간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의 한식당 ‘희’의 깨진 유리창 옆에는 9일 한국 소주 광고와 함께 “폐업했습니다. 제발, 제발, 유리창을 깨지 말아주세요. 제발”이라고 손으로 직접 눌러 쓴 안타까운 영문 호소문이 걸려 있었다. 뉴욕시는 경찰이 제 역할을 못 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단 며칠 만에 보여줬다. 6월 뉴욕 도심 상점의 ‘깨진 유리창’과 방호막들은 시민을 위한 공권력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있다.  박용 뉴욕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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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정상회담 2주년…美 “北과 합의 위해 유연한 접근 의향 있어”

    미국 국무부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주년을 하루 앞둔 11일(현지시간) 북한과 균형 있는 합의를 위한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북한과의 의미 있는 협상에 전념하고 있다”며 “협상을 통해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 제안은 여전히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며 “(미국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모든 사항에 대해 균형 있는 합의에 이르기 위해 유연한 접근을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며 협상 채널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 미 국무부의 메시지는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는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상황을 관리하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남북 연락 채널을 끊으며 남북관계 단절을 시사하자 9일 “우리는 북한의 최근 행보에 실망했다. 북한이 외교와 협력으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북한에 불만과 경보를 전한 바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한반도의 위기가 동맹의 필요성을 강화한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북한의 최근 남북 연락 채널 단절에 대해 “한국 정부의 정당성을 실추시키고 북한 주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미관계가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하기 위한 전통적인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힐 전 차관보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북한의) 같은 실험이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해 한국을 경쟁자로 보고 있는 데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등을 거론했다. 힐 전 차관보는 “무언의 위협은 한국이 분담금을 치르지 않으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을 갖는 것의 중요성과 동맹들을 더 긴밀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일들에 대해 명확한 사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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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남부-사우디-인도 급증… ‘2차 팬데믹’ 우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재점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감염자가 다시 빠르게 늘고 있어 ‘2차 팬데믹(대유행)’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 시간) 전했다. 지난달 봉쇄 조치를 완화한 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는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 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애리조나, 유타, 뉴멕시코주에서는 최근 일주일간 감염자 수가 지난주 대비 4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 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이달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turtle@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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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월 “금리 인상 고려조차 안해”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2년까지 현재의 ‘제로(0)’ 금리를 유지할 뜻을 시사했다.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는 1971년 출범 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0,000 선을 돌파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0.00∼0.25%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FOMC 위원 17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통해 현 제로금리가 2022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미 성장률이 ―6.5%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5.0% 상승하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올해 9.3%에서 내년에 6.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사진)은 화상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전적 시기에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수익률곡선 통제(YCC·Yield Curve Control)’를 언급했다. YCC는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를 사고팔면서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넘어 시중금리까지 직접 통제할 뜻을 밝힌 것으로, 양적완화보다 적극적인 경기침체 대응 방식으로 꼽힌다. 초저금리 지속 기대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의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의 호조에 힘입어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66.59포인트(0.67%) 오른 10,020.35에 마쳤다. 1971년 개장한 나스닥은 1995년 7월 1,000 선을 돌파했고 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5,000 선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9,000 선을 돌파한 지 불과 49일 만에 1000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2.5%, 3.7% 올랐다. 아마존(1.8%)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0.7%)도 상승하는 등 소위 ‘마가(MAGA)’ 4개 기업이 10,000 선 돌파를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머리글자와 같아 붙은 별명이다. 다만 미 실물경제가 여전히 침체 여서 나스닥이 이상 과열에 빠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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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2차 확산’ 현실화…세계 각국, 봉쇄 완화 후 감염자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해제 조치가 이어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2차 확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州)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재확산 조짐이 뚜렷하다. 10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선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중 21개 주에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봉쇄조치를 완화한 이후 발생한 신규 확진자가 6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주에서는 5일 하루 36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지난달 초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2500명대를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였지만 봉쇄 완화와 노동절 연휴가 겹친 지난달 말부터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이하로 떨어졌던 남부 플로리다 역시 경제활동을 재개한 지 6주째인 이달 3일부터 확진자가 다시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텍사스, 애리조나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는 3월 미 전역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꺾였던 확산세가 경제 재개로 인해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전역에서 거센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확산되면서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난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중동과 남아시아도 심각하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0일 사우디의 신규 확진자는 3717명으로 3월 2일 첫 발병 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달 28일 1581명까지 떨어졌다가 ‘라마단(이슬람 금식성월)’ 이후 봉쇄를 대폭 완화한 이후 크게 늘고 있다. 결국 사우디는 6일 제2도시 지다의 봉쇄를 재개했다. 이란 역시 3월 하순에 이어 지난 2~4일 최고치를 찍으며(3000여 명) 2차 확산을 겪었다. 이란도 지난달 말부터 모스크 예배 허용 등 봉쇄조치를 대폭 완화했다 재확산을 맞았다. 인도와 파키스탄에서는 10일 각각 역대 최대치인 9985명과 538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초 3000명 대였던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봉쇄 조치를 완화한뒤 3배 정도 증가하자 일부 지역에 대한 봉쇄 재개를 검토 중이다. 파키스탄도 지난달 초 봉쇄 조치를 완화하면서 1000명대였던 확진자 수가 이달 들어선 4000명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2차 확산이 나타나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날씨가 더워지면 코로나19 감염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도 빗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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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2022년까지 ‘제로금리’ 유지할 것”…나스닥 이상과열 우려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2022년까지 현재의 ‘제로(0)’ 금리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초저금리 지속에 따른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10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의 나스닥시장은 1971년 출범 후 49년 만에 처음으로 종가 기준 1만 선을 돌파했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금리를 0.00~0.25%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또 별도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제로금리가 2022년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점도표는 FOMC위원 17명의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지표로 이들의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 값은 올해 말, 내년 말, 2022년 말 모두 0.1%였다. 연준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미 성장률이 ―6.5%를 기록하겠지만 내년에는 5.0% 상승을 기록하며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올해 9.3%에서 내년 6.5%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이날 화상 기자회견에서 “금리 인상에 대한 고려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도전적 시기에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범위의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 일환으로 ‘수익률곡선 통제(Yield Curve Control·YCC)’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CC는 중앙은행이 특정 국채를 사고팔면서 장기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넘어 시중금리까지 직접 통제할 뜻을 밝힌 것으로, 양적완화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기침체 대응 방식으로 꼽힌다. 특히 시중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져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을 때 이를 차단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초저금리 지속 기대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거래 활성화의 수혜를 입고 있는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의 호조에 힘입어 이날 나스닥지수는 전일대비 66.59포인트(0.67%) 오른 10,020.35에 마감했다. 1971년 2월 개장한 나스닥은 24년이 흐른 1995년 7월 1,000선을 돌파했고 IT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 3월 5,000선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26일 9,000선을 돌파한 지 불과 49일 만에 1000포인트 상승할 정도로 최근 상승세가 가파르다. 시가총액 1, 2위 기업인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2.5%, 3.7%씩 올랐다. 아마존(1.8%)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0.7%)도 상승하는 등 소위 ‘마가(MAGA)’ 4개 기업이 1만 선돌파를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앞글자와 같아 붙은 별명이다. 나스닥 상장 기업의 14%는 기술기업, 17%는 바이오 기업이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특히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제조업 중심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04% 하락했고 미 실물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나스닥이 닷컴 버블 시기와 유사한 이상과열에 빠졌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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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악관, 美일자리 회복 자신감… “3분기 경제 큰폭 반등할 것”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나스닥지수가 1971년 설립 후 최초로 장중 1만 선을 돌파한 가운데 미 백악관이 일자리 회복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초유의 실업 대란을 겪었지만 미 노동시장과 경제 전반이 살아나고 있다며 ‘4차 부양책’을 추진할 뜻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6월 미국 내 일자리가 350만∼400만 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노동부가 발표한 5월 비농업부문 일자리가 250만 개 증가했음을 감안할 때 5, 6월 두 달 동안에만 600만∼650만 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란 의미다. 실제 4월 실업률은 월별 실업률을 집계한 1948년 이후 사상 최고인 14.7%까지 상승했지만 5월에는 13.3%로 떨어졌다. 월가 예상치(19.5%)보다도 훨씬 낮았다. 해싯 보좌관은 “2분기(4∼6월) 미 경제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지표가 나오더라도 3분기에는 큰 폭의 반등이 있을 것”이라며 “경제 도약을 위해 필요한 일이 많다”고 했다. 특히 4단계 부양책에 대한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합의 가능성이 높다며 “백악관은 이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3월 18일(1000억 달러), 3월 27일(2조2000억 달러), 4월 23일(4840억 달러) 부양책을 내놨다. 조만간 4차 부양책을 발표해 8월 의회 휴회 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다만 11월 대선을 앞두고 양당이 4차 부양책에 대한 합의를 쉽게 이뤄낼지는 불투명하다. 양당은 주당 600달러의 추가 실업급여 지급을 내년 1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두고도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공화당은 “실업급여가 임금보다 높아 노동자들이 일터로 복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은 “코로나19 충격파가 워낙 커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맞선다. 유진 스캘리아 노동부 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의회가 3월 말 예상했던 것보다 일자리 시장의 회복이 신속하게 일어났다”며 실업급여 연장을 반대했다. 노동자에게 가장 좋은 것은 실업급여가 아니라 ‘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행정부의 잇따른 부양책, 제로(0)금리와 양적완화 등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대대적인 돈 풀기 정책에 힘입어 미 증시는 거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스닥지수는 8, 9일 연속 종가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대표 기술주인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넷플릭스, 테슬라 등이 나스닥 신고가를 주도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던 항공주, 여행주, 에너지주 등도 반등 조짐이 뚜렷하다. 다만 실물 경제와 괴리된 유동성 장세, 코로나19의 2차 유행 우려, 미중 갈등 등을 고려할 때 현재 증시가 과열이란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월가는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하는 연준이 회의 후 내놓을 분기 경제 전망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이 미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으면 증시 상승이 좀 더 이어질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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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 88만개 사라진 뉴욕, 봉쇄 78일만에 경제 재개

    7일(현지 시간) 오후 미국 뉴욕 어퍼이스트 지역 햄버거 체인점 셰이크섁.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며 띄엄띄엄 줄을 서 있었다. 입구와 매장의 외벽 유리에는 약탈을 막기 위한 나무판이 촘촘히 덧대어져 있었다. 뉴욕 최대 쇼핑거리인 5번가의 럭셔리 매장이나 백화점 쇼윈도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려졌던 봉쇄령이 풀리는 ‘1단계 경제활동 재개’ 전날인데도 맨해튼 도심에서 들뜬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뉴욕시는 1단계 경제 재개 계획에 따라 8일부터 건설 현장 3만2000곳, 비필수 유통업종 회사 1만6000곳, 제조기업 3700곳의 제한적 영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 업종에서 일하는 약 40만 명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월 29일 뉴욕시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00일, 3월 22일 재택명령이 내려진 지 78일 만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7일 트위터에 “우리는 재출발을 위한 첫 번째 큰 걸음을 내딛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세계 대도시 중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겪은 뉴욕시의 재기는 미국 전역이 본격적으로 경제활동 재개 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을 뜻한다. 7일 현재 뉴욕시의 누적 코로나19 환자는 20만3819명, 사망자는 2만1844명이다. 4월 초 하루 신규 환자가 6000명 넘게 발생하고 사망자도 하루 590명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4일에는 신규 환자는 153명, 사망자는 13명까지 줄었다. 뉴욕시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 88만5000개가 사라졌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틈타 벌어지는 약탈 행위 등이 경제활동 활성화의 변수로 남아 있다.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통제될 경우 뉴욕시는 이르면 2주 뒤 식당의 야외 영업, 사무직 복귀, 미장원과 상점의 매장 내 영업 등이 허용되는 2단계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기업과 당국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루클린 네이비야드의 기술기업 육성 거점인 ‘뉴랩(Newlab)’은 복귀 직원들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고 가까이 가면 진동이 울리는 장비를 지급했다.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시행사, 시공사와 노조가 거리 두기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과 조정에 합의했다. 뉴욕 지하철에서는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고, 섬유회사들은 재봉틀마다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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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최대 피해’ 美뉴욕, 석달 만에 경제활동 재개…변수는?

    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어퍼이스트지역 햄버거체인점 쉐이크색. 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며 띄엄띄엄 줄을 서 있었다. 입구와 매장의 외벽 유리에는 약탈을 막기 위한 나무판이 촘촘히 덧대져 있었다. 뉴욕 최대 쇼핑거리인 5번가의 럭셔리 매장이나 백화점 쇼윈도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내려졌던 봉쇄령이 풀리는 ‘1단계 경제활동 재개’ 전날인 데도 맨해튼 도심에서 들뜬 분위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뉴욕시는 1단계 경제 재개 계획에 따라 8일부터 건설 현장 3만2000곳, 비필수 유통업종 회사 1만6000곳, 제조기업 3700곳의 제한적 영업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이 업종에서 일하는 약 40만 명이 일터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2월 29일 뉴욕시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지 100일, 3월 22일 재택명령이 내려진 지 78일 만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은 7일 트위터에 “우리는 재출발을 위한 첫 번째 큰 걸음을 내딛는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세계 대도시 중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겪은 뉴욕시의 재기는 미국 전역이 본격적으로 경제활동 재개 국면에 들어갔다는 것을 뜻한다. 7일 현재 뉴욕시의 누적 코로나19 환자는 20만3819명, 사망자는 2만1844명이다. 4월 초 하루 신규 환자가 6000명 넘게 발생하고 사망자도 하루 590명까지 치솟았으나 이달 4일에는 신규 환자는 153명, 사망자는 13명까지 줄었다. 뉴욕시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 88만5000개가 사라졌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틈타 벌어지는 약탈 행위 등이 경제활동 활성화의 변수로 남아 있다.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통제될 경우 뉴욕시는 이르면 2주 뒤 식당의 야외 영업, 사무직 복귀, 미장원과 상점의 매장 내 영업 등이 허용되는 2단계 조치에 들어갈 수 있다. 기업과 당국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지 않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브루클린 네이비야드의 기술기업 육성거점인 ‘뉴랩(Newlab)’은 복귀 직원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고 가까이 가면 진동이 울리는 장비를 지급했다. 건설공사 현장에서는 시행사·시공사와 노조가 거리두기를 위한 근무시간 단축과 조정에 합의했다. 뉴욕 지하철에서는 승객들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됐고, 섬유회사들은 재봉틀마다 플라스틱 칸막이를 설치했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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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獨주둔 미군 감축 지시”… 방위비 협상 韓에도 압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까지 9500명의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 등 다른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WSJ에 따르면 현재 3만4500명인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해 최대 2만5000명으로 제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가 담긴 각서(memorandum)에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국방비 지출 규모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미치지 못하고, 미국의 반대에도 독일이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는 사업을 강행한 것이 반영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독미군 감축이 실행될 경우 주한미군에도 여파가 크게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압박 카드로 현재 2만8500여 명 수준(순환배치 포함)인 주한미군 병력의 단계적 감축이나 철수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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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미군은 주독미군과 달라” “방위비 협상 교착땐 감축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현재 3만4500명에서 9월까지 9500명 감축하도록 지시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 이후 그 불똥이 주한미군으로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월 대선이 다가올수록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규합을 노리고 방위비를 앞세운 ‘동맹 압박’을 노골화하면서 독일에 이어 한국이 다음 타깃이 될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핵심 군사 거점인 독일에서 미군을 일부 빼내는 것은 유럽 내 미군의 준비 태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전후 외교정책으로부터 급격한 이탈”이라고 평가했다. 물론 일각에선 주독미군과 주한미군의 기능과 역할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독일 주둔 미군은 북한 핵·미사일 등 급박한 위협에 대처하는 주한미군의 임무보다 전략적 시급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한국은 미국이 NATO 국가에 요구하는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방위비에 쓰고 있다. 독일은 미국의 압박에 국내총생산(GDP)의 2019년 현재 1.36%인 국방비를 2031년까지 나토가 제시한 목표인 2%로 높이겠다고 지난해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이 원하는 ‘공평한 분담’을 거부할 경우 주독미군이든, 주한미군이든 감축의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는 관측도 여전히 흘러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간의 상당한 방위비 간극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미국이 주한미군만 예외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을 통한 대한(對韓) 방위비 압박도 두 달 반 만에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앞세워 압박 강도를 더 높일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방위비 증액의 주된 명분으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같은 보완전력 비용을 콕 찍어 거론해 왔다”면서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대응용 핵심 전력이란 점에서 감축이나 철수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주한미군 순환배치 축소를 가장 유력한 감축 카드로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1년 계약·13억 달러·약 1조5717억 원)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 병력(5000명 안팎)과 전차 장갑차 자주포 등 무기 장비의 한반도 순환배치(9개월 주기) 규모를 연차적으로 20∼30%씩 줄여 나갈 것이라고 통보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군 안팎에서는 미국이 이미 내부적으로 2, 3개의 순환배치 규모 조정을 통한 감축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미 국방수권법(NDAA)은 주한미군을 현행 2만8500명보다 더 줄이지 못하게 하는 조항이 들어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국익 부합 등 예외적 경우를 이유로 밀어붙일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NYT도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도 군대를 빼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제임스 타운젠드 전 국방부 관리는 WSJ에 “이 같은 움직임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약화시킨다”며 “다른 동맹국들이 ‘다음은 나일까’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 뉴욕=박용 / 파리=김윤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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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후보 확정된 바이든 “美 영혼을 위한 싸움 이기자”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78·사진)이 5일 야당 민주당의 대선후보로 확정돼 11월 3일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붙는다. 바이든 후보는 5일 수도 워싱턴 등 7개 지역 경선에서 전체 일반 대의원 3979명의 과반(1991명)인 누적 2004명의 대의원을 확보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 역사상 어려운 시기이며 트럼프식 분노와 분열의 정치는 답이 아니다. 미국은 통합의 리더십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 함께 이 나라의 영혼을 위한 싸움에서 이기자”고 외쳤다. 앞서 4월 8일 바이든 후보의 경쟁자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하차를 선언해 일찌감치 사실상 대선 후보로 정해졌다. 다만 샌더스 의원이 “후보가 못 돼도 공약은 알리겠다”며 경선 투표에는 계속 참여했기 때문에 약 두 달이 흐른 이날에야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1988, 2008년 대선 경선에서 중도 하차했던 바이든 후보는 3수 끝에 드디어 대권 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민주당은 8월 17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바이든을 후보로 공식 추대한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당초 7월 예정이던 전당대회가 한 차례 미뤄져 날짜와 장소가 또 바뀔 수 있다. 현재까지는 바이든 후보가 순풍을 타고 있다. 5일 CNN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는 51%의 지지율로 41%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을 크게 앞섰다. 같은 날 NPR·PBS·마리스트폴 조사에서도 50%로 트럼프 대통령(43%)을 능가했다. 하지만 2016년 대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내내 우위를 점하다가 실제 투표에서는 졌던 전례가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실업대란 등을 비판하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통령으로서 위기를 극복했던 경험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미 경제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반등하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측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도 있다. 바이든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이 6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도 양측의 상반된 대선 전략이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두고 “예상보다 군중이 훨씬 적었다. 주방위군, 백악관 비밀경호국, 워싱턴 경찰이 환상적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흑인 및 소수자 공동체와 하나의 미국을 만들자”고 썼다. 트럼프 측이 핵심 지지층인 보수 유권자의 결집을 호소했다면 바이든 측은 전 유권자의 고른 지지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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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독일 주둔 미군 9500명 감축 지시…韓 등 다른 동맹국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9월까지 9500명 감축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축인 미·독 관계 악화와 방위비 협상이 진행 중인 한국 등 다른 동맹국의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독일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3만4500명이다. 순환 배치 또는 군사훈련 참가로 최대 5만2000명까지 병력이 늘어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축 명령은 독일 주둔 미군을 수천 명 줄이고 최대 2만5000명으로 제한하는 상한선을 두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WSJ는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전했다. 국방부가 주독 미군을 2만5000명 선에 묶는 감축 계획을 자유롭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셈이다. 또 독일에 훈련을 위해 파견하는 병력 수도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조치를 지난해 9월부터 논의했으며,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지시가 담긴 각서(memorandum)를 최근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독 미군은 인근 국가로 재배치되거나 미국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1000명 이상은 2022년 이후 나토의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고 러시아 가스 구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폴란드로 이동 배치될 수 있다고 한 관리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의 독일의 정책에 대한 오랜 불만이 투영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물러난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 미국대사는 독일 주둔 미군의 상당한 감축을 오랫동안 압박해왔다. 미국은 독일의 국방비 지출 규모, 발틱해를 통해 러시아와 가스관을 연결하는 ‘노드 스트림2’ 사업 등에 대해 불만을 제기해왔다. 독일은 미국의 압박에 국내총생산(GDP)의 1.35%인 국방비를 2031년까지 나토가 제시한 목표인 2%로 높이겠다고 지난해 약속한 바 있다. 미국은 현재 독일에 군사기지를 두고 유럽의 군사 훈련 주요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독 미군 감축은 나토의 주축인 미·독 관계 악화와 유럽 내에서 미국의 군사 태세 재편 및 동맹 약화로 이어져 러시아만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워싱턴 조야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한국 등 동맹국 내의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임스 타운젠드 전 국방부 관리는 WSJ에 “이 같은 움직임은 독일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들과의 신뢰를 약화한다”며 “다른 동맹국들은 ‘다음은 나일까’라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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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력 경관 솜방망이 처벌에 소수인종 간 갈등 ‘시한폭탄’

    미국이 인종 갈등이란 고질병을 치유하지 못해 신음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백인 경찰 데릭 쇼빈(44)의 무릎에 목이 눌려 숨진 미네소타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씨(46) 사건 이후 미국의 분열이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했는데도 미국 내 인종차별 범죄와 이에 항의하는 유혈 시위가 끊이지 않는 이유로 △경제 격차 확대 △소셜미디어의 발달에 따른 경찰의 가혹행위 급속 전파 △솜방망이 처벌 △흑인 vs 히스패닉 등 소수인종 내 갈등 등이 거론된다.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언제든 비슷한 사태가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무장 흑인 죽여도 무죄통계사이트 데이터USA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미 경찰 약 80만 명 중 백인(히스패닉 포함)은 77.1%, 흑인이 13.3%다. 공무원 면책권과 정당방위법 등으로 비무장 상태의 흑인을 죽인 경관이 형사 처벌을 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애초에 기소조차 되지 않는 사례가 허다하다. 또 상당수 경관은 배심원단 전원 혹은 대다수가 백인인 상황에서 재판을 받아 재판의 공정성 논란이 뒤따른다. 사망 경위 또한 가해자의 관점에서만 서술될 때가 많아 피해자가 경찰에게 정말 신변 위협을 가했고 그래서 정당방위를 행사했는지 불투명하다. 일부 경관이 공권력을 남용해 고의적으로 살해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1979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아서 맥더피(당시 33세)를 구타해 두개골 골절로 숨지게 한 백인 경찰 4명, 1999년 아마두 디알로(23세)가 지갑을 꺼내려 하자 총으로 오인해 사살한 뉴욕 경찰 4명, 2001년 티머시 토머스(19세)를 경범죄로 체포하려다 총격을 가한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백인 경찰 스티븐 로치, 2006년 클럽에서 파티를 즐기던 숀 벨(23세) 일행에게 50발의 실탄을 발사한 뉴욕 경찰 3명은 모두 무죄를 받았다. 플로이드 씨 사망 같은 전국적 인종차별 규탄 시위를 촉발한 사건은 2014년 8월 중부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일어났다. 백인 경관 대런 윌슨은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치려던 비무장 상태의 18세 소년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번 플로이드 씨 부검에도 참여한 뉴욕의 베테랑 법의학자 마이클 베이든 박사가 유족 요청에 퍼거슨까지 날아와 당국과 별도로 부검을 했다. 그 결과 시신에서 6발의 총탄이 발견됐지만 탄약 가루의 흔적은 없었다. “몸싸움을 벌이다 근거리에서 총을 쐈다”는 윌슨 측 주장과 달리 그가 비무장 상태인 10대 소년을 멀리서 조준 사격했을 가능성이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도 윌슨 경관은 3개월 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비무장 10대 소년의 몸에 6발의 총알을 박아 넣은 경찰이 기소조차 되지 않자 흑인 사회가 격분했다. 퍼거슨에서는 폭동이 일어나 한 달 넘게 비상사태가 선포됐고 주방위군이 투입됐다. 미 전역에서도 동조 시위가 발생했다.○ 흑인에 집중된 교통단속이 비극으로 이어져교통단속 과정에서 상당수 희생자가 나타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 경찰은 특정 차량이 신호를 지키지 않거나 등이 깨져 있을 때 다른 사고 및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감안해 해당 차를 세우고 추가 수색에 나설 수 있다. 이를 ‘겉치레 정지 명령(pretextual traffic stop)’이라고 한다. 더 심각한 범죄를 사전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취지와 달리 인종차별 도구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대상자가 대부분 흑인인 탓이다. 백인 운전자라면 사소한 주의만 주고 넘어갈 신호 위반 등을 흑인 운전자에게 깐깐하게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벌금을 부과하고 강압을 행사하는 경찰이 적지 않다. 교통단속이 유색인종을 상대로 한 일종의 표적수사가 된 셈이다. 교통단속 중 경관과 언쟁 및 몸싸움을 벌인 후 총에 맞아 숨진 월터 스콧(당시 50세), 새뮤얼 듀보스(43세), 필랜도 캐스틸(32세) 등의 사례가 잘 보여준다. 피해자들은 모두 운전 중 경찰과 맞닥뜨렸고 거칠게 “차에서 내리라”는 경찰과 옥신각신하다 사살됐다. 캐스틸의 차를 세운 경관은 당초 후미등 파손을 이유로 들었지만 캐스틸이 강도 용의자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고 여겨 그와 실랑이를 벌였다. 캐스틸이 총을 꺼내려 한다는 이유로 그를 쐈다. ‘불심검문(stop and frisk)’ 정책을 도입했던 뉴욕의 사례에서도 유색인종 표적수사 의혹이 상당 부분 근거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인터넷 매체 복스에 따르면 2004∼2012년 뉴욕 인구 중 흑인 비율은 23%, 백인은 33%였다. 하지만 불심검문을 당한 사람 중 흑인 비율은 52%, 백인은 10%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불심검문을 당한 사람 중 백인과 흑인의 무기 소지 비율은 오히려 백인이 더 높았다. 백인의 1.4%가 무기와 밀수품을 보유했지만 흑인은 1.0%였다. 경찰의 업무 능력을 검문 횟수, 교통위반 딱지 발행량 등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유색인종에 대한 표적수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자 백인 동네에서는 주민 반발을 우려해 딱지 하나 떼는 것도 어려워하는 경찰들이 유색인종에게는 과도한 처벌을 일삼는다는 의미다.○ 흑인 vs 히스패닉 갈등도 심각미 인종 구성 변화는 인종 갈등의 전선(戰線)을 확대하고 있다. 흑백 갈등의 상흔이 여전한 상황에서 ‘흑인 대 히스패닉’ ‘흑인 대 아시안’ 같은 새 갈등이 급부상했다. 특히 기존 소수인종의 핵심이던 흑인과 ‘인구’를 앞세운 히스패닉이 격렬히 대립하고 있다. 라틴계가 많은 남부 텍사스주의 히스패닉 경관 브라이언 엔시니아는 2015년 7월 차선 변경 문제로 흑인 여성 운전자 샌드라 블랜드(당시 28세)와 언쟁을 벌였다. 그는 블랜드에게 ‘담배를 끄라’고 했고 블랜드는 ‘내 차에서 피우는데 왜 꺼야 하느냐’며 맞섰다. 엔시니아는 테이저건을 사용해 블랜드를 끌어냈다. 블랜드가 ‘간질 환자여서 발작 위험이 있다’고 외쳤는데도 얼굴을 땅에 뭉갰다. 구치소로 옮겨진 블랜드는 사흘 후 자살했다. 재판 과정에서 엔시니아가 1년간 무려 1600장의 딱지를 발급하는 등 상습적으로 딱지를 남발했음이 드러났다. 엔시니아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1년 후 캐스틸을 사살한 제로니모 야네스 경관도 히스패닉이었다. 양측 갈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은 2012년 17세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쏴 죽인 백인―히스패닉 혼혈 자경단원 조지 지머먼이다. 독일계 백인 아버지와 페루인 어머니를 둔 지머먼의 외모는 히스패닉에 가깝다. 플로리다주 소도시 샌퍼드의 주택가를 순찰하던 그는 낯선 흑인 소년을 보자 “나쁜 짓을 할 것 같다”며 911에 신고했다. 당시 경찰은 ‘기다리라’고 했지만 그는 마틴을 뒤쫓았고 언쟁 후 사살했다. 지머먼은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백인 일색인 배심원단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00년대 이전 미국의 최다 소수인종은 단연 흑인이었다. 이 자리를 중남미에서 몰려온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대체했다. 2000년 미 3억 명 인구 중 12.3%를 차지하던 흑인은 2019년 13.4%로 1.1%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히스패닉은 12.5%에서 18.3%로 5.8%포인트 증가했다. 2060년에는 히스패닉 비율이 31%로 흑인(15%)의 배를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톨릭 영향으로 다산(多産) 경향이 있는 히스패닉들은 저임금 일자리 등을 놓고 흑인과 충돌하고 있다. 로드니 킹 사건이 촉발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에서 보듯 흑인과 아시안의 갈등도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킹 사건과 이번 플로이드 사망 시위 때 자체 방어에 나선 한인들을 뜻하는 ‘루프 코리안(Roof Korean)’이라는 말을 두고 ‘백인이 교묘하게 유색인종 간 갈등으로 비틀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 양극화 심한 곳에서 폭발고질적인 빈부 격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경제적 한계에 내몰린 흑인들의 분노 또한 하늘을 찌른다. 플로이드가 숨진 미니애폴리스, 브라운이 사망한 퍼거슨 등은 모두 미국 내에서도 양극화, 소득·교육의 흑백 격차가 큰 곳으로 유명하다. 언제든 폭발할 위험이 있는 화약고였던 셈이다. 미니애폴리스는 붙어있는 미네소타 주도(州都) 세인트폴과 ‘쌍둥이 도시’로 불린다. 공영방송 NPR에 따르면 이 지역 흑인 가구의 연소득 중간 값은 3만8178달러로 백인 가구(8만4459달러)의 45.2%에 불과했다. 위스콘신주 밀워키를 제외하면 미 주요 도시 중 흑백 간 소득 격차가 가장 크다. 흑인 빈곤 가구(연 소득 2만3492달러 이하) 비율은 25.4%로 백인(5.9%)의 4배 이상이다. 이 지역 백인의 4분의 3은 집을 소유했지만 흑인은 4분의 1만이 집이 있다. 흑인 실업률 역시 백인보다 3배 높았다. 2019년 미네소타주의 인종 간 고교 졸업률 격차는 미 50개주 중 1위였다. 6년 전 대규모 폭동이 발생한 퍼거슨은 미주리주 최대 도시 세인트루이스에 이웃한 인구 2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인구 중 약 67%가 흑인이며 2017년 빈곤층 비율은 22.5%로 미 평균(13.1%)을 한참 웃돈다. 빈곤층 중 흑인 비율도 75.2%에 달한다. 즉, 1960년대 흑인 인권 운동이 흑백 차별 그 자체에서 비롯됐다면 21세기의 갈등은 경제적 차별에 기인한 경향이 짙다. 불평등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와중에 백인 경찰의 잔혹행위가 이어지자 길거리로 나온 셈이다. 코로나19 피해가 흑인 등 유색인종에게 집중됐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피해자들이 처참하게 숨지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시위대의 분노를 가중시킨다. 플로이드 사건 역시 그가 8분 46초간 쇼빈 경관에게 잔혹하게 제압당하는 동영상이 퍼지면서 전 세계로 널리 알려졌다. 캐스틸 사건은 당시 차에 동승했던 캐스틸의 애인이 촬영해 세상에 알려졌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최근 플로이드 사망을 조롱하는 소위 ‘플로이드 챌린지’ 영상까지 유포해 공분을 사고 있다.○ 경찰관도 위협 느끼지만…총기 소지가 합법화돼 있는 미국에서 경찰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2007∼2018년 연평균 105명의 경찰이 근무 중 목숨을 잃었다. 경찰관들이 “언제 목숨을 잃을지 모른다. 강경 진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경찰의 과잉 대응은 문제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를 막기 위해 마이클 브라운 사건 이후 경찰은 대부분 몸에 카메라, 소위 ‘보디캠’을 차고 업무를 수행한다. 그런데도 경찰의 잔혹행위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자 공무원 면책권, 정당방위법 등을 대폭 손질하고 경찰의 징계 기록을 감추는 비밀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뉴욕지부는 “연방정부가 ‘비무장, 무저항, 비폭력’ 시민을 죽인 경찰관을 처벌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나섰다. 일부 유가족들은 경찰의 징계 기록을 감추는 경찰비밀법 폐지를 주장한다. 경찰의 총격으로 자식을 잃은 발레리 벨 씨는 CBS방송에 “과거에 한 일이 현재의 살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관의 과거 직권남용 기록을 공개하라”고 외쳤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경찰의 직권남용을 독립적인 외부 기관이 조사하고, 연방정부가 각 주 정부에 직권남용의 새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 역시 경찰의 징계 기록 공개를 찬성했다. 쿠오모 지사는 “미국의 인종차별은 만성적이고 고질적이고 제도화했다. 우리 모두 집단 위선(collective hypocrisy)에 갇혔다”며 자성을 촉구했다.이윤태 기자 oldsport@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 2020-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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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탈 기승에… 나무판-울타리-철조망 ‘3중 방어막’

    3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한인타운. 미국계 시티은행 지점은 누군가가 이미 유리창을 깨 나무판자를 덧댔다. 한인 은행인 호프은행,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한식당 ‘큰집’도 요새처럼 나무판자를 꽁꽁 둘러쳤다. 이틀 전 인근 메이시스백화점까지 약탈을 당하자 한인타운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맨해튼 전역에서 약탈 방지 보강공사 주문이 밀려들자 널빤지와 인부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이정섭 우리아메리카 본부장은 “맨해튼 본점과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지점에 예방 차원에서 나무판자로 보강공사를 했다”며 “나무판자와 인부를 구하는 게 코로나19 사태에 마스크 구하기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시가 통행금지 시간을 오후 8시로 앞당기고 야간에 96가에서 남쪽으로 가는 차량 진입을 통제하면서 맨해튼 심장부 미드타운까지 휩쓸었던 대규모 약탈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뉴욕 최대 번화가 5번가의 고급 백화점인 ‘삭스피프스애비뉴’는 군 기지처럼 널빤지를 대고 2m가 넘는 철제 울타리와 쇠 철조망, 30명의 경비원까지 배치하는 ‘3중 방어막’을 쳤다. 약탈이 심각했던 1일 밤 맨해튼 북쪽 브롱크스 지역에서도 한인 피해가 있었다. 이모 씨(47)의 귀금속 가게는 오후 11시경 약탈을 당했다. 약탈자들이 방탄유리가 아닌 일반유리가 설치된 부분을 용케 찾아내 침입했다. 5만 달러(약 6000만 원) 상당의 시계와 귀금속 등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이 씨는 “침입을 알리는 보안회사 경보가 요란하게 울리는데도 통행금지 때문에 가게에 나갈 수 없었다. 통금이 풀린 다음 날 새벽 5시에 가게로 달려갔다가 약탈이 계속되는 걸 보고 무서워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2시쯤에야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약탈자들은 진열대와 집기까지 부쉈다. 17년간 이곳에서 가게를 키워온 이 씨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경찰 피해 보고서가 나오면 보험금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가게 앞에 이웃들이 ‘힘내라’고 써놓고 간 쪽지를 보면서 그나마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 브롱크스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는 또 다른 한인도 1일 밤 약탈 피해를 당했다. 그는 “가게가 털리는 동안 경찰이 도움을 주지 못했다. 뉴욕시와 뉴욕시경에 공권력 부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 달라”며 뉴욕한인회의 문을 두드렸다. 박광민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장(55)은 “약탈이 진정되고 있지만 시위가 계속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피해 접수를 하겠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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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000만 원 상당 시계·귀금속 송두리째 사라져”…한인 상점들 속수무책

    3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32가 한인타운. 미국계 시티은행 지점은 누군가 이미 유리창을 깨 나무판을 덧댔다. 한인 은행인 호프은행, 한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한식당 ‘큰집’도 요새처럼 나무판자를 꽁꽁 둘러쳤다. 이틀 전 인근 메이시스백화점까지 약탈을 당하자 한인타운에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맨해튼 전역에서 약탈 방지 보강공사 주문이 밀려 들자 나무와 인부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정섭 우리아메리카 본부장은 “맨해튼 본점과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지점에 예방 차원에서 나무판 보강공사를 했다”며 “나무판과 인부를 구하는 것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마스크 구하는 것처럼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시가 통행금지를 오후 8시로 앞당기고 야간에 96가에서 남쪽으로 차량 진입을 통제하면서 맨해튼 심장부 미드타운까지 휩쓸었던 대규모 약탈은 잦아들었다. 하지만 상인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뉴욕 최대 번화가 5번가의 고급 백화점인 ‘삭스핍스’는 군기지처럼 나무판을 대고 2m가 넘는 철제 울타리와 쇠철조망, 30명의 경비원까지 배치하는 ‘3중 방어막’을 쳤다. 약탈이 심각했던 1일 밤 맨해튼 북쪽 브롱크스 지역에서 한인 피해도 있었다. 이모 씨(47)의 브롱크스 귀금속 가게도 이날 밤 11시경 약탈을 당했다. 약탈자들이 방탄유리가 아닌 일반유리가 설치된 부분을 용케 찾아내 침입했다. 5만 달러(약 6000만 원) 상당의 시계와 귀금속 등이 송두리째 사라졌다. 이 씨는 “침입을 알리는 보안회사 경보가 요란하게 울리는 데도 통행금지 때문에 가게에 나갈 수 없었다. 통금이 풀린 새벽 5시 가게로 달려갔다가 약탈이 계속되는 걸 보고 무서워 집으로 돌아왔다. 오후 2시쯤에야 피해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약탈자들은 진열대와 집기까지 부쉈다. 17년간 이곳에서 가게를 키워온 이 씨는 망연자실했다. 그는 “경찰 피해보고서가 나오면 보험금을 청구할 계획”이라며 “가게 앞에 이웃들이 ‘힘내라’고 써놓고 간 쪽지를 보면서 그나마 위로를 받고 있다”고 했다. 브롱크스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또 다른 한인도 이날 밤 약탈 피해를 당했다. 그는 “가게가 털리는 동안 경찰이 도움을 주지 못했다. 뉴욕시와 뉴욕시경에 공권력 부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해달라”며 뉴욕한인회의 문을 두드렸다. 박광민 뉴욕한인직능단체협의회장(55)은 “약탈이 진정되고 있지만 시위가 계속돼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비상대책 회의를 열고 피해 접수를 받겠다”고 말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202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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