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석

허진석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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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진석 기자입니다.

jameshur@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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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기업은 혁신 수혈받아야… 유통-화학 연관 분야에 집중 투자”[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산업통상자원부는 작년 7월 국내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42개사를 묶은 ‘CVC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내년까지 총 8조 원의 CVC 펀드를 조성할 계획도 있다. 대기업 위주로 형성된 주력 산업과 스타트업의 신산업을 제대로 연결시켜야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다. 스타트업은 투자금은 물론이고 기술 검증과 시장 개척에서 대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대기업은 스타트업의 ‘혁신’을 수혈받을 수 있다. 전체 스타트업 투자액 중 CVC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미국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CVC 대표들을 만나 투자 방향과 계획 등을 들어 본다. 롯데벤처스는 모기업인 롯데그룹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동남아 국가 중에서도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베트남에 2021년 지사를 설립했다. 베트남 정부의 기업 등록발급 승인을 받은 첫 외국계 벤처투자법인이다. 그룹의 유망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식품과 유통, 화학, 모빌리티 등 그룹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전영민 대표이사(57)를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책들로 둘러싸인 집무실에서 만났다. 롯데벤처스는 2016년 설립됐고, 전 대표는 2020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지난달 롯데그룹 전체 사업 방향을 논의하는 회의(VCM)가 열렸다. 롯데벤처스는 올해 뭘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나. “우리 그룹의 비즈니스를 환골탈태해 줄 그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더 집중한다. 과감하게 실험적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을 눈여겨볼 것이다. 우리가 영위하고 있는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키는 이들에게 투자하고, 그들이 세운 비즈니스 모델을 검증할 것이다.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인맥이나 전문성, 경험, 영업망과 같은 기반 인프라를 더 열심히 제공할 것이다. 혁신을 일으킬 것 같은 스타트업에는 더 많은 투자를 해서 성장 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다.”―스타트업이 그룹에 혁신을 불러온다고 믿나. “에디슨이 발명한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아니라 엔지니어들을 고용해서 사내에 만든 ‘에디슨 연구소’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발명 프로세스를 도입한 거다. 그 이후에 대기업들이 사내 연구소를 속속 설치했다. 지금은 CVC가 그런 역할을 한다. 미국이 먼저 시작했다. 기업이 부속 CVC를 만들고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혁신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CVC는 초기 투자를 거쳐 성공 가능성이 확인되면 나머지 지분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고 인수합병(M&A)을 해서 같은 식구로 만든다. 미국에서는 창업자들의 출구(엑시트) 전략에서 대기업에 매각하는 방식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앞으로 한국도 그렇게 갈 것이다. 이게 미래형 혁신과 신규 사업의 정답이라고 생각한다.”―유망할 것으로 보는 분야는 어디인가. “인터넷이라는 기반 기술이 나올 때 창업 붐이 일었다. 스마트폰이 나올 때도 그랬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이 그런 기술이고, 크리스퍼 카스9과 같은 유전자 가위가 그렇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에 기반한 친환경 발전과 배터리, 우주산업, 드론에 기반한 항공산업 기술도 그렇다. 이런 게 모두 한꺼번에 연구실에서 산업으로 터져 나오는 시대다. 무궁무진한 기회가 열리고 있다고 본다. 동갑내기인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가 컴퓨터 기술이 나오던 시점에 창업한 것과 같이 요즘 청년들에게 유사한 기회가 주어진 거라 생각한다. 새 기반 기술을 활용해 기존 비즈니스 모델의 틀을 바꾸는 식품, 유통, 콘텐츠 서비스, 호텔, 석유화학과 소재 관련 스타트업을 눈을 더 크게 뜨고 찾고 있다. 가장 먼저는 AI일 것 같다. 초기인 지금은 오픈AI나 구글같이 인공지능을 만드는 기업이 주목받지만 진짜는 AI의 응용에 있다고 본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보다 그걸 응용해서 비즈니스에 파괴적 혁신을 일으킨 창업자가 성공했다. 스마트폰은 애플이나 삼성전자가 만들지만 토스,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스타트업이 크게 성공했다.”―스타트업 업계가 투자의 혹한기를 맞아 위축됐다. 대처 방안은 없나.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도는 ‘투자’와 ‘기반 기술의 혁신 강도’라는 두 축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한 축의 힘이 빠져 있는 셈이다. 빠른 금리 인상은 늘 약한 고리를 건드린다. 근본적으로는 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금이 마른 때에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그 예산을 줄였다. 아쉽다. 중장기적으로 대기업, 스타트업, 정부, 대학이 긴밀하게 협력해 총력전을 벌이는 체제가 필요하다. 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을 얼마나 많이 배출하는가가 국가의 경쟁력과 미래를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할 수만 있다면 낮은 밸류로 지금 투자를 받는 것보다는 비용을 최대한 줄여 생존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먼저 시도하라고 권하고 싶다.”―지난해 대통령 경제사절단 내 벤처캐피털로서는 유일하게 베트남을 방문하는 등 동남아 진출이 활발한 것 같다. “독자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로 번영하기에는 한국 시장이 작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 싱가포르에서 활성화돼 있다. 미국과 중국은 시장 자체가 충분하고, 이스라엘과 싱가포르에서는 아예 외국 시장을 보고 시작한다. 성공에는 절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필요하다. 그래서 롯데벤처스가 연결이 가능한 시장에 우리 스타트업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치관이나 생활습관이 비슷한 베트남과 일본이 우선 고려하는 시장이다. 베트남 정부에서 최초로 외국계 벤처캐피털 면허 1호를 롯데벤처스에 주었다. 베트남 정부도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과정이 1년 넘게 걸렸다. 하노이에서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베트남 시장에 롯데벤처스가 투자펀드를 만들었는데 그것도 베트남 정부가 해본 적이 없어서 1년 정도 걸리고 있다. 우리가 베트남에서 외국계 벤처캐피털의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유망한 한국 스타트업들의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울 예정이다.”―인사 전문가로서 4년 동안 롯데벤처스를 이끌며 창업자들을 만나 보고 느낀 점은…. “혁신적인 창업가들과 함께 어울리니까 20년은 젊어진 느낌이다. 많이 배우고 있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우리 미래가 밝다는 희망을 느낀다. 3년 전 미국의 창업자 270만 명을 조사한 논문이 있다. 46세에 창업한 사람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창업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독립변수 1위는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해서 많은 경험을 했는가’라는 것이었다. 뜻이 맞는 몇몇이 회사를 시작할 때는 모르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수많은 문제들을 겪게 된다. 그 문제 중에는 아이디어나 천재성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 경험이 해결해야 할 대목이다. CVC는 자금 투자와 인프라 제공 외의 값진 것을 제공한다.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경험이다.”전영민 대표는… △1967년 출생△고려대 철학 학사, 경영학 석사△경희대 경영학 박사△1992년 롯데그룹 본부 인사팀 입사△2013년 롯데인재개발원 인재경영연구소장△2019년 롯데인재개발원장△2020년 롯데벤처스 대표이사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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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전화로 모바일 상품권 발행 ‘뚝딱’

    설 연휴를 앞두고 스타트업 플랫포스(대표이사 신영준)의 모바일 상품권 발행 서비스 ‘폰기프트’가 관심을 끌고 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소상공인도 누구나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어서다. 상품권을 가진 사람이 가게를 찾아와서 상품권을 사용하려고 할 때 역시 휴대전화로 고객의 휴대전화에 있는 QR코드만 읽어 들이면 된다. 신영준 대표는 30일 “유명한 프랜차이즈 회사나 대기업들이 수억 원의 비용을 들여 구축하던 모바일 상품권 발행과 처리 서비스를 클라우드 서비스로 만들어 소상공인부터 대기업까지 누구나 간편하게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국내 기프티콘 시장은 쑥쑥 크는데 소상공인들은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 시장에서 소외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예컨대 동네 유명 맛집이 있다면 해당 식당은 음식 메뉴별로 간편하게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플랫포스의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때는 무료다. 고객이 상품권을 매장에 와서 사용하게 되면 기본 3%가량의 수수료를 받는다. 발행처가 온라인 판매 기능을 가진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다면 모바일 상품권을 홈페이지에 올려도 된다. 플랫포스는 제휴를 맺은 온라인 쇼핑몰(판매수수료 별도)에 자동으로 상품권을 올려주기도 한다. 모바일 상품권을 활용하면 백화점은 특정 상품마다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 백화점 상품권으로 선물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특별한 사람에게 ‘내가 써 보니까 이게 좋더라’는 의미를 담아 더 정성스럽게 선물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동네 유명한 식당이라면 고객들이 특정 금액 이상을 결제했을 때, 다음에 와서 사용할 수 있는 사은품용 모바일 상품권을 고객의 휴대전화로 바로 전송해줄 수 있다. 해당 고객이 미리 금액을 지불하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모바일 상품권을 보낼 수도 있다. 동네 독서실이나 스터디카페, 네일 가게, 반려동물 동반 카페 이용권 등 다양한 상품권이 가능하다. 각종 콘퍼런스나 전시회의 입장권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신 대표는 “폰기프트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하면 바로 몇 분 만에 모바일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모바일 상품권 발행과 결제를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만든 곳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서비스”라며 “올해 초 아마존과 협의를 마치고 아마존의 클라우드 시스템에 모바일 상품권 발행 프로그램을 모듈 행태로 제공키로 했다”고 했다. 플랫포스는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플랫포스는 상품권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해킹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양자 난수 기술을 적용했다. 네이버 선물하기의 스타트업 파트너이고, 미국 온라인 쇼핑몰 이베이의 유일한 직접 연동 파트너다. 2015년 생겼고,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 ‘아기유니콘’에 선정됐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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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아침 앉는 변기를 건강검진 기기로… 비만과 피부까지 관리할 터”[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매일 별도의 노력을 들이지 않는데도 내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에서 분사한 옐로시스(대표이사 탁유경·43)는 우리가 매일 한 번은 보는 소변으로 건강검진의 일상화를 앞당기는 스타트업이다. 신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의 정기적인 소변검사가 간편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의 건강 이상을 재빨리 알아챌 수 있게 돕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다. 소변 속 포도당량이나 단백질량 같은 생체 지표를 매일 측정하면 자연스럽게 변화 양상을 인지하게 된다. 그 변화가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면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게 된다. 그리고 더 건강한 음식과 운동을 늘리게 된다. 22일 서울 강남구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탁 대표는 “1월 초 미국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스마트 헬스 토일렛(스마트 변기·심 시트)과 친환경 스마트 소변 검사 키트로 혁신상을 3개 받았다”며 “스마트 변기는 우리보다 의료기관 접근이 쉽지 않은 미국 등에서 더 많은 관심을 보여 올해 하반기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먼저 내놓을 계획”이라고 했다.● 가정용 변기가 소변 검사해 앱으로 전송스마트 변기의 사용 방식은 깔끔하다. 좌변기에 앉아 검사 버튼을 누르면 검사지가 부착된 검사대가 변기 측면에서 변기 중앙으로 이동한다. 소변이 검사지에 닿아 반응이 일어나면 검사대는 다시 변기 측면으로 이동하고 인공지능(AI)이 색깔을 자동으로 분석한다. 검사 결과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휴대전화 앱에 바로 전송된다. 이후 검사대는 검사지를 분리하고 변기의 가운데로 이동해 자가 세척을 한 뒤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옐로시스는 소변 검사 자동화를 위해 변기에 그냥 버려도 되는 생분해성 검사지를 별도로 개발했다. 스마트 변기가 검사하는 항목은 포도당과 단백질 등 5가지다. 포도당은 당뇨병과 심근경색 췌장염 등과 관련 있는 지표이고 단백질은 신장 질환과 임신 중독 등과 관련이 있다. 잠혈(요로감염과 결석, 비뇨기암 등과 관련)과 케톤(체지방 분해 여부 및 케톤산증 등과 관련), 산성도(pH, 대사성 산증, 요로감염 등과 관련)도 검사한다. 건강검진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소변검사는 여기에 백혈구 검사 등 5가지 정도가 더 있다. 서울대 약학 박사인 탁 대표는 “단백뇨 검사 등 수요가 많은 성분으로 축약해 검사지를 개발했다”며 “우리가 지향하는 바는 스마트 변기나 공중 화장실용 요당 검사기, 스마트 소변검사 키트 등으로 건강의 이상을 감지한 분들이 정확한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중 화장실용 소변검사기(심 서클)는 남성용 소변기에 소변이 닿는 부위에 놓은 원반형 기기다. 포도당을 검사해 기준치(dL당 100mg)를 넘어서는 소변이 닿으면 빨간색 불로 경고 신호를 보낸다. 일시적으로 경고를 받을 수 있겠지만 여러 공중 화장실에서 자주 경고를 받게 되면 병을 의심해 병원을 찾게 된다. 이는 개인의 안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질병과 관련한 사회적 비용까지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마트 소변검사 키트(심 보트)는 개인이 간단한 검사 패드에 소변을 본 후 검사지의 색깔 변화로 건강의 이상 유무 조짐을 알 수 있도록 하는 키트다. 색깔이 변한 검사지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면 AI가 색깔의 변화 정도에 따라 검사 결과 값을 앱을 통해 알려준다. 소변검사 키트는 의료기기 인증을 받아 작년 9월부터 판매 중이고, 반려동물 소변검사 키트(심 펫)도 최근 동물용 의료기기 인증을 받고 곧 판매를 시작한다. 스마트 변기와 공중 화장실용 소변검사기는 올해 판매를 시작한다.● 질병 조기 모니터링에 관심 가지다 창업옐로시스는 삼성전자의 의료기기사업부 출신들이 만들었다. 탁 대표는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을 거쳐 2015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박사 학위 주제가 질병의 조기 검진을 돕는 고민감도 질병 진단법 개발이었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에서 혈액 진단 시약을 개발해 상용화하기도 했다. 그러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이 주관하는 사내 공모대회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출한 것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탁 대표는 “어린 시절 동생이 갑자기 신장이 나빠져 고생하는 것을 보고 ‘이런 질병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졌고, 그 해결책을 찾다 소변검사를 일상에서 하는 방법을 고안해 아이디어로 냈다”고 했다. 공동 창업자는 이종군 최고품질책임자(CQO)다. 탁 대표는 시약 개발을, 그는 하드웨어 개발을 맡았다. 삼성종합기술원을 거쳐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탁 대표와 같이 스마트 변기를 만들게 됐다. 옐로시스는 2019년부터 삼성전자 내에서 스마트 변기 개발을 시작했다. 사내 벤처로 있다가 분사를 해 창업한 시기가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1월이다. 탁 대표는 “코로나19로 경제가 얼어붙어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사업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며 “코 안을 면봉으로 찔러 분비물을 검사하는 코로나19 검사는 거부감이 아주 높은 체외진단법인데 전 인류가 모두 이를 경험하면서 일반인들의 체외진단키트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시장이 확대되는 효과도 가져왔다”고 했다. ● “질병 발견 넘어 건강관리 툴로 유용”지금까지의 소변검사는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해 번거로웠고, 색깔 변화를 육안으로 표준 색지와 비교하는 방식이어서 정확도가 떨어졌다. 무엇보다 그렇게 측정한 데이터는 그냥 사라져서 매일 매일의 건강관리에 활용하기가 힘들었다. 옐로시스는 소변검사를 자동화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와 시장을 열고 있는 셈이다. 옐로시스는 소변검사 데이터를 웨어러블 기기의 다른 생체 데이터, 건강검진 데이터,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등과 결합해 올바른 식단을 추천하는 AI 서비스까지 개발했다. 옐로시스는 미국에서 시니어 원격 케어 통합 플랫폼 구축을 위한 시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탁 대표는 “소변검사가 필요한 만성 신장 질환자 수는 2017년 기준 8억 명인데,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소변검사가 질병 예방과 예후 모니터링 수단을 넘어 건강을 개선하는 도구로 더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옐로시스는 기대하고 있다. 탁 대표는 “질병의 근원이 되는 비만을 관리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는데,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이 제대로 되고 있으면 소변 속 케톤의 양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는 “소변검사로 식습관에 따른 영양 상태 등 20종 이상의 건강상태 및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탁 대표는 “앞으로 소변검사 지표 패턴과 건강 패턴 정보를 기반으로 다양한 생활 관리 추천 프로그램까지 만들 것”이라며 “세계에서 소변검사를 활용한 건강 관리 종합 솔루션을 가장 먼저, 가장 믿을 만하게 내놓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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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등 초격차 기술에 올해 2조 투자… 민간이 연구 주도”

    정부의 산업·에너지 기술개발 사업이 고위험·차세대·대형 과제 중심으로 재편된다. 초격차 기술에 올해에만 2조 원이 투자되고 대담한 도전을 위해 실패 용인 프로젝트 비중은 현행 1%에서 10%로 크게 늘린다. 또 기업과 연구자가 컨소시엄을 주도적으로 구성해 혁신적인 방식으로 연구를 기획할 수 있게 했고, 기업의 연구개발비 현금 부담을 대폭 완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울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안덕근 장관 주재로 ‘R&D 혁신 라운드테이블’을 열고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 및 제도혁신 4대 방안’을 발표했다. 먼저 보조금 성격의 R&D 지원은 중단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도전적 과제에 지원을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고난도의 10대 게임체인저 기술 확보(이른바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시즌2’)를 위한 1조 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올해 추진하고, 산업 난제 해결을 위한 과제들에 매년 신규 예산의 10%(약 1200억 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고난도 및 실패 용인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비중은 현재 1%에서 5년 내 10%로 확대한다. 반도체와 미래모빌리티 등 40대 초격차 프로젝트에는 신규 예산의 70%를 배정해 올해 민관 합동으로 2조 원(정부 1조3000억 원)을 기술 개발에 투자한다. 또 글로벌 최고 혁신기업 육성을 위해 올해 2조4000억 원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펀드를 조성해 투자한다. R&D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대형 과제 중심으로 지원 체계를 개편한다. 예컨대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한 파편화된 여러 과제를 지원하는 대신 ‘한 번 충전으로 1000km 주행 가능 배터리 개발’ 같은 목표가 명확한 대형 과제를 지원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100억 원 이상 과제 수를 작년 57개에서 올해는 160개로 크게 늘렸다. 우수 기업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연구비 중 기업 현금 부담 비율을 60%에서 15%로 최대 45%포인트 내렸고, 기업 비밀 보호를 위해 개발 과제의 비공개를 허용하는 등 그간 기업들이 요구해온 사항들을 반영했다. R&D 프로세스는 수요자인 기업 중심으로 전환한다. 정부는 도전적인 목표만 제시하고 민간 기업과 연구자가 과제 기획을 주도한다. 연구단을 꾸리는 주관 기업이나 기관에 컨소시엄 구성, 연구비 배분 권한을 부여한다. 예컨대 1000km 주행 가능 배터리를 개발한다면 어느 연구기관이나 기업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주관 기업이나 기관이 정하는 것이다. 이른바 이런 캐스캐이딩 과제를 10개 이상 도입하기로 했다. R&D 결과의 평가에는 시장 전문가의 참여를 더 확대하고, 투자가 병행되는 R&D를 대폭 늘려 기술 개발이 사업화로 직결될 수 있도록 했다. 미래 세대가 세계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담았다. 첨단전략산업특성화대학원을 현행 반도체 분야 3곳에서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바이오 등으로 확대한 11개로 늘린다. 한국-네덜란드 연계 석·박사 프로그램을 현지 반도체 기업 ASML과 현지 반도체연구소인 IMEC와 공동으로 운영하고, 한국과 미국 첨단분야 청년인재(학부) 교류를 지원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간 20여 차례에 걸쳐 500여 명의 연구자를 만나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이날 4대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열린 라운드테이블(간담회)에는 연구기관장과 대학 연구부총장, 대·중소기업 기술개발 책임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1시간 30분 동안 R&D 시스템 개편을 위한 간담회를 주재한 안 장관은 “산업·에너지 R&D를 고위험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해 민간의 도전적 투자를 견인하고, 기업 및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존중하는 수요자 중심의 R&D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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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미 주식 주간거래 2년 누적 10조원 넘어

    삼성증권은 미국 주식 주간 거래 누적 금액이 10조 원을 넘어섰다고 16일 밝혔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세계 최초로 미국 주식 주간 거래를 개시한 후 약 2년 만이다. 삼성증권 미국 주식 주간 거래는 우리나라 낮시간에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서비스다. 삼성증권의 도입 이후 타 증권사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래금액은 2022년 월 3000억 원 수준이다. 2023년에는 6000억 원대로 2배로 증가했다. 미국 지수가 상승하던 작년 6∼8월에는 월평균 8000억 원대로 늘기도 했다. 주간 거래를 활용하면 낮시간에 국내시장과 미국시장의 업종 및 종목 간 페어트레이딩(유사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종목 중 고평가 종목을 매도하고 저평가된 것은 동시에 매수해 이익을 얻는 기법)이 가능하고, 국내외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도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의 2분기 깜짝 실적이 한국 시간 기준으로 작년 8월 24일 새벽에 발표됐을 때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렸다. 이날 삼성증권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 이후 가장 많은 817억 원의 거래가 발생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내 서학개미들이 미국 현지 투자자보다 한발 앞서 엔비디아 매수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부채 한도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편입했던 작년 5월 25일에는 리스크 방어 차원에서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세가 몰려 811억 원의 거래가 발생했다. 연령대별로는 60대 이상의 거래가 전체 거래대금의 28.8%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50대(26.1%), 40대(19.7%), 30대(15.0%)가 뒤를 이었다. 종목별로는 테슬라(1조8926억 원), 엔비디아(8175억 원), 애플(5148억 원), MS(4326억 원) 순이었다. 낮시간 상담이 가능해지면서 실적에 기반한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매매가 쏠린 것으로 분석됐다. 60대 이상의 삼성증권 미국 주식 주간 거래 서비스 오프라인 비중은 65.3%로 서비스 개시 이전 2년(2020∼2021년)간 미국 주식 오프라인 거래 비중 46.3%보다 증가했다. 낮에 미국 주식 거래가 가능하게 되면서 정보 부재 등의 이유로 망설였던 고객이 담당 PB와의 실시간 상담을 통해 미국 주식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삼성증권은 보고 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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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목에 갖다 대기만 하면 혈당 측정… 정확도 높아 FDA 승인 낙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경기 용인시 광교우미뉴브 지식산업센터에 연구소를 둔 HME스퀘어(대표이사 강윤호)는 바늘이 필요 없는 혈당 측정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측정기를 손목에 갖다 대면 혈당 수치가 나온다. 올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내년에 판매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종합기술원 출신 강윤호 대표이사(55)는 4일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광음향이라는 기술로 세포 사이의 혈당을 측정한다”며 “내년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료기기 승인 신청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FDA 승인을 받은 피부를 뚫지 않는 비침습 혈당 측정기는 없는 상태다. 피를 내지 않고도 간편하게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은 당뇨 예방은 물론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찾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성장 잠재력이 크다. 강 대표는 “우리가 가진 광음향 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혈당뿐만 아니라 헤모글로빈이나 콜레스테롤 등의 양도 측정할 수 있다”며 “향후 이런 기기들까지 개발해 누구나 자신의 주요 생체 정보를 바로 알 수 있는 시대를 열 것”이라고 했다.● 피를 내지 않고 혈당 측정하는 시대지금은 혈당 측정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기다.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낼 필요가 없다. 피를 내지 않는 혈당 측정 시대는 미국의 덱스콤사가 바늘구멍 정도만 피부를 뚫는 최소 침습 방식의 센서를 상용화하면서 열렸다. 국내에는 애보트사의 ‘프리스타일 리브레’가 많이 알려져 있다. 센서를 어깨와 가까운 팔 부위에 한 번만 부착해 두면 2주간 사용할 수 있다. 앱이 깔린 휴대전화를 센서에 갖다 대면 6시간 이내 혈당 변화가 그래프로 나온다. 비슷한 방식으로 국내 기업이 개발한 센서(케어센스)도 최근에 나왔다. HME스퀘어의 방식은 피부를 전혀 뚫지 않고 혈당을 측정하는 ‘비침습’ 방식이다. 손목 부위에 측정기를 갖다 대기만 하면 된다. 혈당 측정이 간편해지면서 의료계에서는 공복 혈당과 당화혈색소 수치로 판명하던 당뇨병 진단에 새로운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혈당 데이터를 자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으니 이를 활용한 새로운 당뇨 진단 및 예방법을 개발하자는 의미다. 피를 내지 않아도 되는 간편한 측정은 새 건강관리 시장도 창출하고 있다. 혈당 측정이 쉬워지니 일반인이 건강관리를 위해 혈당 검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속으로 측정된 혈당 그래프를 보게 되면 밥이나 면, 떡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멀리하게 된다. 고탄수화물 식품을 양껏 먹으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이른바 ‘혈당 피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혈당 피크는 체내에서 인슐린 분비를 크게 늘려 3시간쯤 후에는 오히려 저혈당에 빠질 수 있다. 저혈당 증세는 가볍게는 허기진 느낌(이른바 ‘가짜 배고픔’)으로 나타나지만 심한 경우 손이 떨리고 현기증, 식은땀이 나는 현상을 동반한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신의 혈당이 어떻게 오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채소와 두부, 달걀, 고기 등을 더 먹게 되고 감자튀김이나 떡 등을 먹을 때 혈당이 적게 오르는 분량만큼 먹게 된다. 이런 점을 활용해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만든 곳도 생겼다. 혈당 측정을 활용한 새 시장이 생기는 때에 HME스퀘어는 바늘만 한 구멍도 낼 필요가 없는 더 간편한 측정기의 상용화에 도전하는 것이다.● 2주마다 교체할 필요 없는 측정기HME스퀘어가 개발한 비침습 혈당 측정기(글루코사운드)는 광음향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 피부 아래에 있는 간질액에 레이저를 쏘면 그 속에 있는 포도당의 부피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빠른 속도로 생기면서 초음파가 발생하는데, 그 초음파를 감지해 포도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기술이다. 너무나도 미묘한 변화를 감지해야 하기에 센서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초음파에 잡음도 많이 섞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확하게 생체신호만 분별해 내는 알고리즘도 중요하다. 올해 임상시험을 앞두고 자체적으로 시험한 결과에 따르면 글루코사운드의 측정 정확도는 최소 침습 방식의 리브레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 대표는 “혈당 측정기의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MARD)가 7% 수준으로 좋게 나왔다”며 “비침습 방식이지만 최소 침습 방식 못지않은 정확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최소 침습 방식은 측정에 필요한 효소의 사용 기한 때문에 국내외 제품 모두 2주가량만 쓸 수 있다. HME스퀘어의 측정기는 사용 기간이 2년이다. 레이저 발생기를 교체해주는 주기다. 강 대표는 “연간 비용으로 기존 최소 침습 방식보다 절반 가까이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광음향 측정 기기는 통상 데스크톱 컴퓨터만 한 부피를 가졌다. HME스퀘어는 레이저를 발사하는 부분과 초음파를 감지하는 부분, 이런 신호들을 처리하는 부분까지 모두 고도화하고 소형화했다. 강 대표는 “전 세계에서 비침습 혈당 측정기를 만드는 곳은 3∼4곳 정도가 더 있는데, 우리 제품의 정확도가 높고 상용화도 제일 빠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 축적한 지식 살려 ‘자기 일’ 하고파 51세에 창업강 대표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물리학과 86학번이다. 서울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삼성종합기술원으로 입사해 10년을 반도체 관련 연구를 했고, 이후 삼성디스플레이로 옮겨 10년가량은 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반도체 소자를 연구했다. 광음향 기술은 반도체 표면의 3차원 구조를 분석하는 데도 쓰인다. 창업을 한 때는 2020년으로 만 51세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뭔가 가슴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 강 대표는 “40대 후반쯤 창업에 대한 생각을 시작했던 것 같다”며 “그런데 그때는 창업을 하면 꼭 망할 것 같았다”고 했다. 자신이 창업을 했을 때 부족한 역량을 돌아봤다. 기술을 잘 안다고 하지만 가장 최신 기술인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 자신의 연구 업무에 적용할 정도로 실력을 쌓았다. 다른 회사 사람들과 부대끼며 협상하는 능력을 갖추기 위해 외부 업체들과 새로운 설비를 만드는 업무를 자원해서 맡았다. 20년간 연구하고 개발한 분야 중에서 성공할 자신이 있는 분야를 모두 나열한 뒤 기술적 난이도와 투입될 자본 등을 고려해 적용 분야를 골랐다. 공동창업자이자 배우자인 임수아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논의해 최종적으로 혈당 측정 분야를 선택했다. 강 대표는 “여러 투자기관이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더라도 매년 꾸준히 기술의 진척을 알려주는 노력을 했다”며 “덕분에 프리-A단계에서 임상시험을 위해 필요한 45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던 같다”고 했다. 혈당 측정기는 향후 시계 크기로 소형화하고, 구독 모델로 판매하면서 혈당 데이터 플랫폼을 꾸릴 계획이다. 혈당 측정 이후 단계로는 헤모글로빈(빈혈), 콜레스테롤(고지혈증), 당화혈색소(당뇨병), 총단백(간기능) 등을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강 대표는 “누구나 일상에서 자신의 생체 정보를 간편하게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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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 감지하면 팽창해서 안정감 주는 조끼… “실버케어로도 확장”[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경기 성남시 판교제2테크노밸리에 서울사무소를 둔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인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증상을 겪는 이들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관심이 많은 스타트업이다. 여기에 더해 수험생이나 노인,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 등 일반인을 위한 정신건강 관리로도 시장을 넓히고 있다. 13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난 김지훈 대표이사(28)는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8명 중 1명이 불안 장애나 우울증 같은 정신적 어려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며 “문제는 이 중 60% 이상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누구나 손쉽게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기존 치료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대체로 비용이 많이 들고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약물은 가격이 부담스럽고 부작용도 감내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여전히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명상은 스스로 혼자 시작하기 어려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무엇보다 일상에서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즉각적으로 관리해 주지는 못했다. 해결하면 사업적 승산이 있다고 봤다. 일상의 불안을 관리해 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솔루션을 노리게 됐다. 목적이 정해지니 ‘딥 터치 프레셔(Deep Touch Pressure·DTP)’가 눈에 들어 왔다. DTP는 몸 전체에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압력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 일종의 압력 치료법이다. 신체에 적절한 압력을 가하면 부교감 신경계를 활성화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발달장애를 가진 드라마 속 우영우 변호사가 놀라서 불안해할 때 주변에 있던 사람이 그를 단단하게 붙잡듯이 안아주는 게 DTP 효과를 노린 행동이다. 일반인이라면 호텔에서 묵직한 이불 밑으로 몸을 누일 때 비슷한 평온함을 느껴 봤을 공산이 크다. 상대방과 단단한 포옹을 15초 이상 할 때도 편안한 느낌을 받는다. 돌봄드림은 누군가에게 안겼을 때 느끼는 압력을 재현한 ‘온화한 압력 조끼’로 불안을 잠재운다. 공기가 주입되면 조끼가 부풀어 오르면서 상체를 조여주는 것이 기본 원리다. 돌봄드림은 여기에 비접촉식 생체정보기술과 GPS 기능 등을 담은 스마트기기를 결합해 웨어러블 정신건강관리 조끼를 내년에 상용화한다.● 발달장애인을 위해 만든 ‘허기(HUGgy)’2020년 설립된 돌봄드림은 발달장애아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발달장애아를 돌보는 교사나 부모는 아이가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수시로 불안해하기에 한 명을 돌보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돌봄드림은 기존에 발달장애인들의 불안을 달래주던 ‘중량 조끼’에 눈길이 갔다. 중량 조끼는 말 그대로 조끼에 무거운 물건을 넣어 무게가 수 kg이나 나가는 형태였다. 무거워서 오래 사용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중량 조끼가 무게로 구현하던 압력을 부풀어 오르는 튜브로 교체했다. 말로는 쉽지만 아무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신제품’이다 보니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다. 조끼 안에 들어가는 튜브의 재질, 튜브가 배치되는 부위와 모양 등 튜브를 만들기 위한 금형을 수십 번 뜯어 고쳐야 했다. 이렇게 2020년 나온 압력 조끼 ‘허기(HUGgy)’는 발달장애아를 돌보는 치료사와 교사, 부모들이 알아봐 줬다. 김 대표는 “‘한 줄만 쓰고 딴짓을 하던 아이들이 2쪽이나 되는 분량의 글을 한꺼번에 쓰더라’, ‘잠들기 힘들어하던 아이가 조끼를 입은 상태에서는 편안하게 잠이 들어 너무 좋았다’ 등의 피드백을 받아 보람이 컸다”고 했다. 돌봄드림에 따르면 조끼를 입고 치료 수업을 받은 아이들은 수업 참여도가 28% 증가했다. 또, 일반인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는 호르몬 수치가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주요 병원과 허기를 이용한 임상시험 및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허기는 전국 100개 이상의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사립 치료기관 등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보조공학기기 연구개발 사업에서도 성공 판정을 받아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기업에도 제공되고 있다. 올해 약 7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발달장애인에게 브랜드가 알려지면서 매출과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과는 기부 프로젝트 협약을 맺었고, 조달청의 ‘벤처나라’에도 등록돼 공공기관의 구매가 수월해졌다.● 생체정보 감지하는 스마트 조끼 내년 양산허기는 사람이 손으로 고무 튜브를 눌러 바람을 넣는 수동식이다. 돌봄드림은 여기에 심박수와 호흡수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단 스마트 조끼를 내년 상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스마트 조끼의 시제품은 2022년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착용자의 심박수와 호흡수를 바탕으로 심박 변이도를 계산해 스트레스와 불안 상태에 빠졌다고 판단되면 조끼가 스스로 팽창해 부드러운 압력으로 착용자에게 안정감을 제공한다. 조끼를 입고 있는 것만으로 비접촉식으로 생체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돌봄드림이 보유한 원천기술이다. 심탄도(BCG·심장의 리듬과 심장박동의 세기)와 호흡으로 인한 진동을 센서가 정확하게 감지하도록 하는 것이 기술이다. 김석현 최고기술책임자는 “몸에서 발생하는 진동으로 심박수와 호흡수를 찾아낸 뒤 사람마다 다른 평균 상태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에 따라 불안과 스트레스가 판별된다”고 했다. 돌봄드림은 수동식 조끼와 스마트 조끼 등과 관련해 특허 8건을 등록했고, 미국 2건을 포함해 9건을 출원 중이다.● 실버케어 사업으로도 확장돌봄드림은 스마트 조끼를 발판으로 실버케어 사업으로도 확장을 준비 중이다. 요양기관에서 한 명의 관리자가 조끼를 입은 여러 명의 생체 정보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대한 응급 대응이 가능하고, 다른 센서 등과 결합하면 위급 상황에 기관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돌봄드림에는 12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대표는 KAIST 기술경영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받고, KAIST 대학원에서 창업융합전문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올해 포브스가 뽑은 아시아 30세 이하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과 대학원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고, 돌봄드림이 두 번째 창업이다. 돌봄드림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발달장애인의 불안 관리는 세계 공통의 문제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싱가포르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캐나다의 대형 의료기기 납품회사와는 공급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베트남에서는 현지 재단 1곳과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독일, 스위스, 스페인, 덴마크에서는 실증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돌봄드림은 구독료를 받고 조끼를 보급할 예정이다. 조끼를 통해 심신의 상태를 모니터링해 주고, 비상시에는 119와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조끼를 통해 얻어진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비대면 심리상담도 중개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누구나 정신적 불안이 느껴질 때 정확하고 수월하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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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육이 생사의 길 갈라… 건강한 노년 위해 검사-개선법 혁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근력은 생명의 동아줄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렇다. 쇠약해져 보행기에 의지해야 하는 상태라면 건강한 노년과 그렇지 못한 노년의 갈림길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디파이(DYPHI)는 근력 및 신체기능 측정 방법을 자동화한 솔루션으로 개인의 노화를 늦추는 데 도전하는 스타트업이다.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운동으로 그 최적의 개선 방식을 찾는 것에 다가서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식이요법까지 결합해 신체기능 개선 효과를 더 높이고 싶어 한다. 11일 서울 송파구 사무실에서 만난 윤성준 디파이 대표이사(33)는 “근육이 감소해 일상이 힘들어지는 순간은 누구나 맞게 되는 ‘확정된 미래’다”며 “노쇠한 상태에서 근감소가 크면 회복이 불가능한 만큼 몸의 변화를 잘 감지하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했다.● 비만처럼 근감소증도 질병근육 부족으로 일상이 멈추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이런 상황을 늦추려면 근육과 수명의 관계를 사실적으로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근육이 빠지면 걷는 게 불편해진다. 그러면 덜 움직이게 된다. 근육은 더 빠지고 침대에 의지하는 시간은 더 길어진다. 움직이지 않으면 뇌의 인지 기능이 약해진다. 섬망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요양병원의 많은 환자들이 섬망 증상을 겪는다. 뇌는 본래 움직임이 많은 생명체에 필요한 기관이다. 심신이 무너지는 출발선에 근육 빠짐이 있는 것이다. 인류는 병이 아니던 비만을 1996년 질환으로 분류해 건강 수명을 늘리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육이 감소하는 근감소증도 2016년부터 질병으로 분류했다. 우리나라는 2021년 근감소증에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근감소증은 근육의 양과 근력, 신체기능검사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근감소증 발생 예측에 중요한 노인의 신체기능 테스트는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만든 ‘간편신체기능(SPPB)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1978년에 나온 SPPB 검사는 근감소증 여부와 낙상 위험도 등 노인의 건강 위험도를 예측하는 수많은 연구에서 ‘표준’이 되다시피 한 상태다. 하지만 SPPB 검사는 의사나 간호사가 초시계를 들고 대상자에게 주의를 기울여 가며 측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디파이는 이를 자동화했다. SPPB 검사가 나온 미국에도 자동화한 검사기기는 없다. 세계에서 유일하다. 윤 대표는 “검사법은 있었지만 의료계에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SPPB 검사를 제대로, 자주, 대규모로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는 노인복지센터나 요양시설 같은 곳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게 돼 근감소증과 노화와 관련된 연구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고 했다.●‘노화’ 측정을 자동화SPPB 검사의 총점은 12점이다. 3가지 세부검사 각각 4점이 만점이다. ‘정적 균형 검사’는 한 발을 다른 한 발 앞쪽에 붙인 일자 형태로 서 있는 상태를 10초 이상 유지하는 등 세 종류의 서 있기에 모두 성공하면 4점을 받는다. 디파이는 무게 센서를 장착한 발판으로 자동화했다. ‘보행 속도 검사’는 라이다(LiDAR) 센서를 활용했다. 삼각대 위의 센서를 향해 걷기만 하면 속도가 측정(4m 보행에 4.82초 미만 4점)된다. ‘일어서기 검사’에는 라이다 센서와 무게 센서가 적용됐다. 의자 위에 놓을 수 있는 방석에 두 센서를 내장해 착석 여부와 횟수를 자동으로 측정(5회 기립에 11.2초 미만 4점)한다. 측정값을 표시하고 저장하는 앱까지 포함한 세트의 이름은 ‘안단테핏’. 측정 결과 SPPB 점수가 9점 이하면 근감소증이나 낙상 발생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하는 식이다. 신체나이 및 노쇠지수(여러 병력 등도 고려해 정상적인 노화보다 더 쇠약해진 정도를 표시)도 함께 추산해 준다. 병원이나 사회복지기관의 공간 활용을 고려해 보관과 이동이 간편한 형태로 개발했다. 윤 대표는 “현재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25곳 이상에서 안단테핏을 사용 중”이라며 “신체기능을 평가하는 도구로 시장을 선점 중”이라고 했다.●‘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 중노인 인구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MSD와 노바티스, 사노피 등 세계적인 제약기업들은 근감소증이 질병으로 인정되기 전인 2007년부터 근감소증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임상 2상까지 진행했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근육량의 증가에서는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지만 신체기능 개선에서는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제약업계는 아주 오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상적으로 유일하게 검증된 근감소증 치료법은 적절한 운동과 영양을 병행하는 다면적 중재(다양한 접근법과 해결법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식)다. 2010년 중반 강원 평창군에서 진행된 노인 대상 코호트 연구는 인상적이다. 의료진이 SPPB 검사 점수가 7점 정도인 노인들에게 적절한 운동을 하게 하고 단백질 음료 등을 6개월간 제공했더니 그 점수가 11점대까지 높아졌다. 노쇠지수도 유의미하게 감소했고, 기관 입소 예방 효과도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윤 대표는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 SPPB 점수를 1점도 높이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라고 했다. 디파이는 이런 연구들을 바탕으로 앱을 이용해 노인이 근력을 키우고 신체기능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도 개발 중이다. 노인의 쇠약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몸 상태에 맞춘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스쾃 동작을 할 때 거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벽에 기대서 하거나 의자에 앉았다가 일어나는 동작 등으로 대체해 제시한다. 서울 강서구 치매안심센터와 양천구 노인복지관에서 진행한 실증시험에서는 8∼12주 사이에 온라인 운동만으로 SPPB 점수가 2∼4점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 내년에는 상급병원과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노인들이 휴대전화 사용에 취약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적절한 곳에 앱을 고정해 두고, 가족과 자식들의 응원이 있으면 충분하게 잘 활용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디파이는 치료법을 국내 유명 병원의 노인의학 전문의들과 협업해 개발 중이다.● 의학자와 공학자들의 의기투합윤 대표는 KAIST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원 재학 당시 같이 공부하던 노현철 박사(기술개발 총괄)와 정희원 박사(임상 총괄·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임상조교수) 등과 창업했다. 노 박사는 로봇공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정 박사는 서울대 의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윤 대표는 “정 박사님으로부터 초시계로 신체기능을 측정한다는 얘기를 듣고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이를 개선한 시제품을 만든 것이 창업의 출발이 됐다”고 했다. 디파이의 안단테핏은 2021년에 나와 국내에서는 병의원과 한방병원, 노인복지기관 등으로 서서히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보다 이른 2018년에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인정한 일본에서는 신체기능지표를 활용해 돌봄 계획을 세우고 평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신체기능지표를 개선한 노인 돌봄 기관에는 가산 수가를 주는 방식으로 예산 집행의 효율을 높이고 있다. SPPB 점수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던 일본 후쿠이(福井)현 에치젠(越前)시의 한 요양시설은 올해 2월 안단테핏을 도입했다. 디파이는 일본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돌봄 산업이 단순 요양을 넘어서 기능 회복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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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수산 분야 일자리 및 창업지원 정보가 한자리에”

    해양수산 분야 창업과 사업 고도화에 관한 정부 정책 사업을 한눈에 알아보고 해양수산 분야 취업 정보까지 얻을 수 있는 박람회가 열린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KIMST)은 19∼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2023 해양수산과학기술 주간’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바다에서 찾은 희망, 과학으로 여는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해양수산 분야의 창업 활성화와 사업 고도화를 위해 마련됐다. 우수한 연구성과의 기술 이전, 해양수산 분야 기업에 대한 투자유치 주선, 판로 개척 지원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올해는 특히 해양수산기업의 판로 개척과 국제네트워크 강화를 돕는 지원책에 초점이 맞춰졌다. KIMST는 올해 해양수산기업의 홈쇼핑 진출과 수출 지원 프로그램들을 새로 만들어 운영해 왔다. 이번 행사에서는 구매상담회를 확대해 운영하고, SK스토아와 연계한 홈쇼핑 품평회 등을 마련했다. 글로벌 연사들을 초청한 투자 세미나와 오션테크 코리아 포럼, 수산부산물 포럼도 연다.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발판이 될 상담회 자리도 마련했다. KIMST 측은 “행사 기간 동안 국내외 학술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진다”며 “이는 현재 추진 중인 한미 국제 공동연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행사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대기업과 공공기관, 신기술 유망 기업의 일자리 정보를 알 수 있는 취업박람회가 열린다. 인사담당자와의 상담은 물론이고 취업 컨설팅도 받을 수 있다. 오운열 KIMST 원장은 “해양수산 분야의 우수한 연구개발을 ‘기술 이전’해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그 이후 투자와 성장까지도 체계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는 우리 해양수산의 세계화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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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미로 식물 조직배양, 고교 때 3000만 원 벌어… 이젠 농업 업그레이드 꿈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지금까지 없던 식물 조직배양 ‘대중화 기술’을 보유한 파이토리서치. 대표이사는 전북 전주시 한국농수산대 화훼학과 김연준 씨(24)다. 사과나 배, 귤, 복숭아, 포도 등 과수의 묘목을 조직배양으로 만들면 맛있고 잘생긴 과일이 나온다. 조직배양으로 바이러스 감염이 거의 없는 ‘무병화 묘목’을 만들 수 있어서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수에서 나온 과일이나 작물은 당도가 낮고 모양이 나빠 상품성이 떨어진다. 병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아 관리 비용이 많이 든다.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이런 식의 피해는 매년 조 단위에 달한다. 이런 비효율을 막겠다며 파이토리서치가 올해 7월 만들어졌다. 조직배양은 식물의 생장점을 떼어내 연구실에서 세포 단위에서부터 키우는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조직배양을 하려면 대학 연구실 수준의 장비와 시설이 필요했다. 파이토리서치는 조직배양에 필요한 세균 감염 억제 기술과 1930종에 달하는 품종의 배양에 필요한 배지(medium) 제조법을 갖추고 경제적으로 조직배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23일 학과 연구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컨테이너로 만든 배양실을 내년부터 농가에 보급해 누구나 손쉽게 조직배양을 통해 무병화 묘목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바이러스 등 병해 피해바이러스에 감염된 과수라고 못 먹는 것은 아니지만 표면에 얼룩이 보이거나 모양이 삐뚤어져 있고, 맛도 없다. 농촌진흥청의 2021년 발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과수는 품목별로 29∼65% 감염돼 있다. 사과황화잎반점바이러스, 포도얼룩반점바이러스 등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과나무와 포도나무의 생산량은 각각 최대 46%, 68% 줄었고, 생장이 뒤처지거나 이른 시기에 열매가 떨어지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는 과수뿐만 아니라 고구마나 옥수수 등 대부분의 작물과 대마 같은 특용작물, 관상용의 화훼 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국내는 조직배양보다는 잎이나 줄기, 뿌리를 잘라 개체를 늘리는 영양번식이 대부분이다. 칼을 이용해 잘라 개체 수를 늘리는 과정에서 공기나 토양에 있는 각종 바이러스가 대를 물려 퍼지게 된다. 정부가 이런 상황을 모르지는 않는다. 종자산업법을 개정해 과수 무병화 인증제를 도입하고 무병화 묘목 보급 확대 사업에 나서고 있다. 2030년까지 사과 배 복숭아 포도 감귤 등 5대 과수의 무병화 묘목 보급률을 60%까지 높이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2005년부터 무병화 묘목 확대를 추진해 왔지만 보급률은 2021년 1.7%, 2022년 6.6%에 이어 올해 겨우 10%에 도달했다. 김 대표는 “2015년 농식품부 조사 기준 주요 10개 작물의 바이러스 피해액이 1조600억 원이었다”며 “무병화 묘목을 5대 과수를 넘어 전 농업으로 확산하기 위해서는 조직배양 시설의 확대가 필수적이라 보고 창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에서는 대부분의 과수와 화훼가 이미 무병화 묘목으로 길러진다. ● 세균 감염 억제기술과 배지 제조법국내에서 무병화 묘목은 지금까지 전문시설을 갖춘 곳에서 생산됐다. 농업인이 새로 참여하고 싶어도 전문적인 무균화 기술과 품목 및 품종에 따라 복잡하게 설계되는 배지 제조법을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김 대표는 “세균 감염 억제 기술로 컨테이너 같은 ‘거친 환경’에서도 조직배양이 가능토록 해 무균시설 작업대와 배양실을 간편하게 구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품목과 품종별로 1930종에 달하는 배지 제조법 방식도 다 공급할 예정이다. 같은 사과라도 조직배양으로 홍로와 부사의 종묘를 최적으로 만들려면 배지의 성분이 달라야 한다. 조직배양을 할 때는 식물의 생장점을 떼어 세포 증식을 한다. 이때 검증을 거친 건강한 모체에서 나온 생장점을 이용하거나 항바이러스제 등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후 어른 주먹 크기의 배양통에 넣어져 수개월 동안 길러진다. 이때는 곰팡이나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배양통 내부 전체가 썩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무균 관리가 중요하다. 파이토리서치는 미생물의 발생을 억제하는 감염억제제를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김 대표는 “감염억제제 덕분에 조직배양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배우게 되는 무균 조작 기술을 배우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했다. 배지 제조법은 고교 시절인 6년여 전부터 연구해 왔다. 김 대표는 2017년부터 네이버 카페 ‘식물 조직배양 아카이브’를 만들어 운영하는 등 취미로 식물 조직배양을 연구한 ‘조직배양 덕후’였다.● 고등학생 때의 취미와 노력김 대표는 수원농생명과학고를 나와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한국농수산대에 진학했다. 어릴 때부터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농업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고교 때 처음 조직배양을 접하고 시골의 할아버지 댁 창고에 조직배양실을 만들어 연구했다. 여기서 얻은 데이터로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며 관심이 가는 식물 하나씩을 정해 조직배양을 잘할 수 있는 조건들을 알아냈다. 그는 이를 “식물을 하나씩 정복하는 재미가 있다”고 표현했다. 페이스북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런 취미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도 교류했다. 그때 만난 사람이 지금은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박주한 수석연구원(25·건국대 원예학과 졸업 예정)이다. 박 연구원 역시 어린 시절부터 조직배양실을 만들어서 독자적으로 연구를 해 온 조직배양 덕후다. 세균감염억제제는 박 연구원이 만들어 김 대표와 공유했다. 이에 김 대표가 기술 기반의 창업을 제안했고, 박 연구원은 일본 문부과학성 장학생 유학을 포기하고 창업 대열에 합류했다. 김 대표는 고교 졸업 즈음에는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 관상용으로 인기가 있던 ‘무늬 바나나’의 조직배양에 성공해 3000만 원가량을 벌기도 했다. 그는 “무늬 바나나는 네덜란드 회사에서 주문이 들어와서 수천 주를 비행기로 실어 수출까지 했다”고 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식물 재테크’가 유행했다. 그때 유명해졌던 관엽식물인 ‘몬스테라 알보’도 조직배양을 해냈다. 김 대표는 대학에 들어와서도 조직배양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조직배양을 하면 식물의 바이러스 감염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농약이나 비료를 덜 쓰고도 고품질의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데서 새로운 길을 본 것이다. 파이토리서치는 내년 1분기에 농업법인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각종 창업경진대회에서 받은 자금 등으로 회사를 운영 중이다. 기술은 다 확보한 상태에서 내년 상반기면 컨테이너 보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농업기술진흥원과 협업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컨테이너 조직배양실이 전국에 보급되면 농업인이 직접 바이러스 없는 모종을 만들 수 있게 되고, 자기만의 품종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향후에는 농가의 컨테이너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품종 개발을 고도화하고 의약품이나 그린바이오산업의 원료가 되는 식물 소재를 생산하는 차세대 식물공장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전주=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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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관이 개발해 둔 1200여 기술 소개 교류 마당 열려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 전문생산기술연구소, 대기업, 공기업 등이 보유한 기술의 이전과 나눔을 위한 기술 교류 마당인 ‘2023 대한민국 기술사업화대전’이 28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렸다.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42개 기관 및 기업이 보유한 1200여 개 기술이 소개된다. 첫날 한국전자기술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29개 공공연구기관 합동으로 각 기관이 보유한 나눔기술 206개(무상)와 이전기술 298개(유상)에 대한 기술 이전 상담회가 열렸다. 각각의 기관이 부스를 마련해 일대일로 상담을 진행했다. 한국광기술원은 ‘빛에 의한 생체리듬 영향 지수 측정 장치 및 방법’ 등을, 한국로봇융합연구원은 ‘단일모터로 구동되는 웨어러블 슈트’ 등을 소개했다. SK그룹이 보유한 반도체·정보통신 분야 등 171개 기술에 대한 나눔 상담도 진행됐다. 나눔기술로 500개 이상의 기술을 공개하고 있는 포스코, 한국수력원자력 등 15개 기관은 향후 기술 나눔을 확대하겠다는 업무협약을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맺었다. 기술사업화의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촉진하기 위한 ‘오픈 이노베이션 데이’ 강연도 열렸다. 현대자동차는 개방형 혁신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고, 효성벤처스 등 기업형 벤처캐피털(CVC)들은 각자의 기술 수요와 중점 투자 전략을 소개했다. 현대차는 오픈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2017년 이후 20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한국소재부품장비투자기관협의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조달연구원 등은 각종 지원 사업과 제도를 일대일로 소개하는 상담회를 열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기술사업화 유공자에 대한 시상식도 열렸다. 5년 연속 매년 1000건 이상 기술 이전 계약을 달성한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등 20개 기관과 26명의 유공자가 산업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행사장에는 ‘전기 신호에 따라 투명과 반투명으로 전환되는 스마트 유리’ 등 기술사업화를 통해 상용화가 된 제품들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함께 열렸다. 29일에는 이정동 서울대 교수의 ‘한국 기술경영의 현재와 나아갈 길’ 기조강연을 포함한 기술경영포럼과 고등학생과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국가기술은행(NTB) 등록 기술을 활용한 사업모델 경진대회 등이 열린다. 오승철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축사에서 “NTB에 민간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특허 탐색 및 분석 기능을 도입해 기술 이전 기반을 강화할 예정”이며 “내년부터는 기업의 신속한 사업화를 위해 연 1.3%의 저리로 연간 1000억 원 규모의 첨단전략산업 분야 연구개발 자금 융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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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얄캐닌 건사료를 이겨야죠… 집에서 만드는 ‘영양 균형 자연식’ 개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 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동물 반려인들’의 불안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 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의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가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렌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 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지오하임이 로얄캐닌으로 대표되는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는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의 한 끼 식사를 분석해 준다. 원료명과 양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칼슘과 철,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 20여 가지 필수 영양 성분을 추산해 준다. 모든 것을 견종별 나이별 체중별로 계산한다. 부족한 영양 성분을 표시해 주고, 영양 균형을 위해 첨가할 영양제 양까지 알려준다. 지오하임은 국내 주요 식재료와 양에 기반한 한 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연구하여 간편하게 보충해 주는 종합 영양 보충제도 함께 개발했다.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 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 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지오하임은 비대면 반려동물 사전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창업 이후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 용역 과제와 명지병원의 사람을 위한 원격 진료시스템 사업을 수주하여 완성해줬다. 동물병원을 찾기 전 문의나 간단한 진료를 먼저 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생체 실시간 진단 기기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의 노력이 컸다”고 했다. 자연식 DIY(소비자 직접 제조) 플랫폼 활성화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의 다른 축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생활용품과 간식 사업이다. 자사 ‘펫분(PETBOON)’몰을 통해 판매한다. 제일 먼저 출시한 제품은 ‘몽블랑치즈바’. 반려견에게 해로울 수 있는 훈제 과정 없이 유럽 현지 방목우에서 짠 우유를 굳혀서 만든 치즈스틱이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은은한 치즈향과 딱딱한 제형 덕분에 알 만한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섬유 세제와 유연제를 출시했다. 피부재생효과 물질로 사람의 피부 개선에 쓰이는 PDRN을 넣은 샴푸와 크림, 미스트 제품도 곧 선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코스맥스의 자회사인 코스맥스펫과 협업했다.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 최고 지식 자산 그룹 될 것”지오하임의 서비스와 제품은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으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는 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리큐’(킹찰스 스패니얼 종)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본 국영철도회사와 공항에서 6년가량 일했다. 귀국해서는 정부의 한 연구재단에서 일했다. 그러다 반려견을 키우게 됐다. 그는 “리큐는 두 번째 반려견이다. 첫 ‘아이’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떠나보내야 했다. 수의사에게 알레르기 과잉반응이라고만 들었다. 그 원인이 아무 사료나 먹였던 나라는 것을 알게 됐다.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내게 안겨 오는 리큐에겐 같은 실수를 하기 싫었다. 해법을 찾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일랜드대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너선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전 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 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면 당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를 구별할 수 있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을 사는 장수견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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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사료 대신 이렇게 먹이세요…집에서 가능한 ‘영양 균형 자연식’ 개발”[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서울 서초구에 있는 ‘지오하임’은 먹거리를 중심으로 반려동물 건강돌봄 솔루션을 개발하는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2020년에 생겼다. 설립 4년이 되는 내년 초, 누구나 집에서 냉장고 속 식재료를 활용해 반려동물 식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IO Plate)’를 선보인다. 영양균형을 맞춘 솔루션이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원격 진단 플랫폼도 개발해 뒀다. 고품질의 간식과 기능성 영양보조제, 생활용품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8일 본사에서 김인선 대표(46)와 임직원들을 만났다. ‘이제는 자연식이 주식(主食)일 때가 됐다’는 게 이들의 믿음이다.●‘동물 반려인들’의 불안 2019년 10월 20일 제주도 동물위생시험소는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들이 동물사료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공식 사과를 했다. 그해 유기동물 3829마리 사체를 처리업체에 맡겼는데, 그 업체가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렌더링·rendering)한 뒤에 동물 사료 업체에 판매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의 사료에 관심이 있는 이들 중에는 ‘알려질 것이 알려졌다’고 생각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동물 사체를 랜더링한 뒤 단백질 원료로서 다른 동물의 사료로 쓰는 이런 산업구조가 반려동물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고 수명을 줄인다는 주장들이 적지 않다. 부패한 고기와 안락사한 동물 체내에 남은 독극물, 음식물 쓰레기 등이 걸러지지 않고 투입되는 실상이 미 언론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국내 박종무 수의사는 첨가제 문제도 짚었다. 그는 2022년 발간한 책 ‘개 피부병, 자연치유력으로 낫는다’에서 “사료에는 방부제, 살균제, 산화 방지제, 발색제 등 다양한 형태의 첨가물들이 들어간다…식품 첨가제의 사용량이 늘어나는 것과 같은 시기에 아토피를 앓는 개들도 증가했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일본 등과 달리 반려동물 사료에 어떤 첨가제를 넣었는지 전부 표기할 의무는 없는 상태다.●냉장고 속 식재료로 만든 자연식 영양 분석 지오하임이 건식 사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건식 사료가 동물의 반려인들이 바쁘거나 여건이 되지 않을 때 먹이는 비상식품이 되기를 꿈꾼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고 싶지만 영양 불균형을 걱정하는 이들을 위해 최상위 선택지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했다. 반려동물 맞춤 영양 플랫폼 ‘아이오 플레이트’는 가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재료로 만든 반려동물의 한 끼 식사를 분석해 준다. 원료명과 양을 넣으면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물론 칼슘과 철, 마그네슘, 인, 칼륨, 나트륨, 아연, 구리 등 20여 가지 필수 영양 성분을 추산해 준다. 모든 것을 견종별 나이별 체중별로 계산한다. 부족한 영양 성분을 표시해 주고, 영양 균형을 위해 첨가할 영양제 양까지 알려준다. 지오하임은 국내 주요 식재료와 양에 기반한 한 끼 식사에서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연구, 간편하게 보충해 주는 종합 영양 보충제도 함께 개발했다. 먹으면 안 되는 재료를 걸러 주는 기능도 있다. 김 대표는 “반려인들은 인터넷을 뒤져보며 금지 음식을 찾곤 하는데, 반려견을 키운 경험이 없더라도 안전하게 가정식을 제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플랫폼에는 인공지능 학습 엔진이 연결돼 있다. 지오하임은 인공지능 비전 인식을 활용한 조리 음식 인식 기능도 추가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은 회사 생활로 바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가정을 위해서 레토르트 형태의 원재료와 종합 영양 보충제를 결합한 제품(아이오 보울·IO Bowl)도 출시할 예정이다. 고온 열처리로 인해 영양소가 일부 파괴되는 레토르트 식품의 단점 보완을 위해 급여 직전에 영양 보충제를 섞어 주는 방식을 택했다. 자연식으로 바꾸면 사람의 즐거움도 커진다. 식사 때만 되면 ‘우리 아이’가 빙글빙글 돌면서 뛰어다니고,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낸다. 김 대표는 “사람과 동물이 같이 건강해지는 순간”이라고 했다.●비대면 진료 시스템과 ‘질병 예방’ 간식과 용품들 지오하임은 비대면 반려동물 사전 진료 시스템을 개발해 둔 상태다. 창업 이후 이 시스템 개발을 위해 정부 용역 과제와 명지병원의 사람의 위한 원격 진료시스템 사업을 수주해 완성해줬다. 동물병원을 찾기 전 문의나 간단한 진료를 먼저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반려동물 생체 실시간 진단 기기도 개발 막바지에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서 대규모 정보기술(IT) 사업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임직원들이 노력이 컸다”고 했다. 자연식 DIY(소비자 직접 제조) 플랫폼 활성화 이후 가동할 계획이다. 지오하임의 다른 축은 건강에 초점을 맞춘 고급 생활용품과 간식 사업이다. 자사 ‘펫분(PETBOON)’몰을 통해 판매한다. 제일 먼저 출시한 제품은 ‘몽블랑치즈바’. 반려견에 해로울 수 있는 훈제 과정 없이 유럽 현지 방목우에서 짠 우유를 굳혀서 만든 치즈 스틱이다. 주문자생산방식(ODM)으로 만들어 들여온다. 은은한 치즈향과 딱딱한 제형 덕분에 알만한 반려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최근에는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섬유 세제와 유연제를 출시했다. 피부재생효과 물질로 사람의 피부 개선에 쓰이는 PDRN을 넣은 샴푸와 크림, 미스트 제품도 곧 선보인다. 국내 대표적인 화장품 ODM 회사 코스맥스의 자회사인 코스맥스펫과 협업했다. ●“반려동물 건강돌봄 분야에선 최고 지식 자산 그룹될 것” 지오하임의 서비스와 제품은 반려동물의 질병 예방과 진단으로 연결된다. 이런 구조는 김 대표가 키우는 반려견 ‘리큐(킹찰스 스패니얼 종)’에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일본 국영철도회사와 공항에서 6년 가량 일했다. 귀국해서는 정부의 한 연구재단에 일했다. 그러다 반려견을 키우게 됐다. 그는 “리큐는 두 번째 반려견이다. 첫 ‘아이’는 알지 못하는 이유로 떠나 보내야 했다. 수의사에게 알레르기 과잉반응이라고만 들었다. 그 원인은 아무 사료나 먹였던 나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데리고 온 첫날부터 내게 안겨 오는 리큐에겐 같은 실수를 하기 싫었다. 해법을 찾다 보니 창업까지 하게 됐다”고 했다.지오하임 개요사업 내용-영양 분석 알고리즘 및 맞춤형 반려동물 자연식 개발-영양 균형을 위한 반려동물 보충제 및 기능성 보조제 개발-반려동물 의료 및 교육 훈련 서비스 플랫폼 개발-건강과 친환경에 초점을 맞춘 반려동물 생활용품과 미용품 개발 및 발굴 주요 제품 및 서비스-집에서 만들 수 있는 자연식 레시피 및 영양 보충제 매칭 플랫폼(아이오 플레이트)-신선한 재료와 영양 보충제로 완성하는 반려동물 자연식 완제품(아이오 보울)-고품질 영양 간식(펫분 몽블랑치즈바)과 기능성 보조제(펫분 에낄리브르, 블루르), PDRN 함유 샴푸와 크림 및 미스트, 식물성 계면활성제 함유 세제와 유연제 및 탈취제(펫분 아이오 휴)주요 기술-수의영양학 기반 반려동물 맞춤형 처방식 제조 시스템 및 이를 이용한 식이 급여방법(특허 출원)-반려동물 가정식 제조 시스템 및 방법(특허 출원)-비대면 건강관리 제공 플랫폼을 이용한 반려동물 건강관리 방법(특허등록)투자받은 금액약 8억원(시드 투자)투자 기관AFWP 신기술투자조합 제2호대표이사 및임직원 수김인선 대표이사 등 총 12명(경영 및 기획 3명, 연구 및 개발 5명, 영업 및 지원 4명)설립일 및소재지2020년 8월, 서울특별시 서초구 명달로 95, 7층 (NK빌딩) 지오하임의 연구진들은 생물물리학과 화학 등을 전공한 애견, 애묘인들이다. 김 대표는 “국내에 수의 영양학전공자가 없어 연구진들은 미국 롱아이랜드대학 수의학과에서 수의영영학을 가르치는 조나단 스톡맨 교수가 만든 온라인 강좌를 전원 수강했다. 또 해외 수의학 분야 SCI급 저널들의 최신 논문 결과를 아이오 플레이트 학습엔진에 반영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중이다”고 했다. 아울러 전세계 수의사들의 페이스북 기반 비공개 커뮤니티에도 가입해 세계 각지의 임상, 수의영양학 전문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김 대표는 “반려동물에 관한 한 어떠한 타협도 없는 세계 최고의 지식 자산 그룹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오하임에는 여러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이태영 부사장은 삼성생명에서 해외투자 담당을 맡은 경험을 살려 재무기획과 전략을 맡고 있다. 구하성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 한서대 항공소프트웨어공학과 교수로 인공지능 패턴 인식과 영상처리 전문가다. 이지범 기술연구소장은 통신공학 박사로 하드웨어 개발을 책임지고 있다. 김현민 이사는 음성인식시스템과 DNA분석시스템 개발자로 소프트웨어 분야를 담당한다. 지오하임은 3년 이내에 국내에서도 미국처럼 17% 정도의 비율로 자연식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전제로 예상하는 국내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이후 일본을 포함해 반려동물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로 진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자연식을 먹이면 당장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재료를 구별할 수 있어 고생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열심히 하면 더 많은 동물과 반려인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0년을 사는 장수견이 새롭지 않은 시대를 하루라도 앞당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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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다스아이티, 국내 최대 건설 엔지니어링 기술 컨퍼런스 개최

    건설공학 소프트웨어(SW) 세계 1위 기업인 마이다스아이티가 국내 건축과 토목, 지반 분야 엔지니어 등 약 2000명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한 컨퍼런스 ‘마이다스 스퀘어 24‘를 1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서 열었다. 이날 행사에서 마이다스아이티는 토목 분야 설계 SW를 10년 만에 리뉴얼한 ’시빌 앤엑스(Civil NX)’를 선보였다. 새 버전은 혁신적으로 업그레이드된 인터페이스, 20배 이상 빠른 후처리 성능, 제품 내에 추가 설치 가능한 플러그인, 설계 환경을 최적화해 자동화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마이다스아이티는 건설 분야의 혁신과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올해 처음으로 기술 컨퍼런스를 열었다. 이날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사례, 기술에 대한 고민 현황, 미래의 도전 계획, SW 환경의 미래 비전 등을 공유했다. 또 건축 분야에서 최근 화두인 성능 기반 내진설계 기능을 소개했고, 지반 분야에서는 지하 지반의 안전성을 실시간을 측정하고 향후 공사 일정에 따른 위험도를 예측하는 시스템 등을 소개했다.호주와 중국, 일본 등에서 온 전문가들이 마이다스아이트 SW를 활용한 성공적인 건설 건축 경험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7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전 세계 40개 국가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SMEC의 케니 류(Kenny Luu) 수석 엔지니어는 ‘특수 교량을 위한 내진 설계와 새로운 도전’ 이라는 주제로 최근 호주에서 진행한 혁신적인 교량 엔지니어링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했다. 중국전력건설그룹의 장잉 설계원은 ‘중국 북서부에서의 청정 에너지 개발 동향과 공학적 수치 시뮬레이션 사례’를 통해 수력발전, 풍력개발, 태양광 프로젝트 등의 수행 과정에서 수치 시뮬레이션의 중요성에 대한 경험을 공유했다. 일본 타케나카사의 나오유키 타카야마(Naoyuki Takayama) 연구원은 ‘구조 기술의 발전 및 환경 변화에 따른 대공간 구조설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며 복잡한 지붕 형상을 갖는 건물의 설계를 위해 고급 구조 분석 소프트웨어인 마이다스와 여러 전문 설계 소프트웨어를 같이 사용해 설계 효율성과 정확성을 극대화한 접근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마이다스아이티의 건설 토목 관련 SW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수많은 글로벌 설계회사들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컨퍼런스 총괄 기획자인 마이다스그룹의 염영종 실장은 “국내외 기술 전문가들을 초청해 엔지니어링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보고, 기술과 사람의 진정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밝혔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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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세계한인무역협회 윤리경영위원장에 선임

    이찬희 삼성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재외동포 최대 경제단체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회장 박종범 영산그룹회장) 윤리경영위원장으로 선임됐다. 세계한인무역협회는 9일 정부 수행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협회 운영을 위해 5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윤리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고 밝혔다. 위원회 위원들은 사회 각계 추천을 받은 법률·회계·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이찬희 윤리경영위원회 위원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장과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활동 중이고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냈다. 이 위원장과 함께 고문현 숭실대 법대교수(한국ESG학회장), 남상환 태성회계법인 대표, 최신영 한국·뉴욕주 변호사, 황선양 세계한인무역협회 대외협력 부회장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윤리위원회는 협회 운영과 관련한 전반적인 사항을 심의하고, 협회는 윤리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반드시 고려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찬희 위원장은 “정치적 영토는 헌법 3조에 의해 한반도와 부속도서로 돼 있지만 경제적 영토는 전 세계라고 생각한다”며 “타국에서 온갖 차별과 불리함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기업을 일궈낸 재외동포 기업인들 힘을 보태드리기 위해 (윤리위원장으로) 참여하기로 했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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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하니 160억원 투자금…“삼성전자·SK하이닉스 보다 앞서 최신 CXL 적용”[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 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 CXL 규약은 CXL컨소시엄이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있다.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주요 칩메이커인 인텔, AMD를 비롯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거의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AI 구동에 필수적인 병렬 컴퓨팅에도 유리하다. 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대한 연구들을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파네시아는 일찌감치 CXL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CXL 1.1 표준이 발표된 것이 2019년인데 그 이전인 2015년부터 CXL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 기술을 연구했다. 캐시 일관성 기술은 여러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어느 프로세서가 먼저 처리를 하더라도 메모리와 캐시(프로세서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리)들에 있는 데이터도 같은 값을 가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리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낸다. CXL은 캐시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 연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 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 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 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래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 파네시아는 올해 9월 CXL 3.0 설계자산(IP)을 실리콘 칩에 구현해 작동을 1차 검증했다. 11월에는 CXL 3.1 기반의 칩까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 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 KAIST 교원 창업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파네시아에는 현재 KAIST 석·박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등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개발 인원을 50%가량 더 늘리고 젊은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성장시키는 데 투자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또 대전 사옥 외에 서울 혹은 경기 성남시 판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계약 중이다. 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널리 알리는 한편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파네시아는 CXL 반도체 및 솔루션 설계자산(IP) 기업을 지향한다. 하드웨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한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대형 컴퓨터나 AI가속기, 메모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CXL 기반으로 칩을 만들려고 할 때 파네시아의 IP가 그 개발과 시간을 충분히 단축시키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CXL 기반 프로세서와 메모리, 서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의 기술 고도화가 관건이다. 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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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업하니 160억원 투자금 몰린 이곳… 삼성전자-SK하이닉스 앞선 이 기술[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컴퓨터 구조에 적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컴퓨터는 중앙처리장치(CPU·프로세서)와 메모리가 일대일로 연결된 것이 기본 구조다. 게임처럼 그래픽 관련 데이터가 많아지면서 이를 전담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프로세서가 나왔다. 최근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AI 가속기라는 프로세서가 덧붙여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프로세서의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 수가 늘어나면서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의 데이터를 읽고 쓸 때 병목 현상이 생길 공산이 커졌다는 것이다.AI와 빅데이터의 시대가 되면서 프로세서와 메모리, 그리고 시스템 내 다른 장치 간에 더 효율적인 통신 방식이 필요해졌다. 2019년 인텔이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인터페이스 기술을 새로 제안한 배경이다. CXL은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프로세서와 스위치 등 다양한 장치를 빠르게 연결해 여러 장치가 충돌 없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통신 규약이다. 기존에는 컴퓨터가 프로세서 중심으로 메모리가 블록으로 한데 묶인 방식이었는데, 지금은 대용량의 메모리를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프로세서들이 자유롭게 메모리를 쓸 수 있도록 하는 형태로 컴퓨팅의 기본적인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CXL 규약은 CXL컨소시엄이 발전시키고 가다듬고 있다. 구글, 메타 등 초대형 클라우드 운영 기업과 주요 칩메이커인 인텔, AMD를 비롯해 메모리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참여하고 있다. CXL 기술을 활용하면 처리하는 데이터의 양에 맞춰 메모리 용량을 거의 무한히 확장할 수 있고, AI 구동에 필수적인 병렬 컴퓨팅에도 유리하다.KAIST 정명수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44)가 지난해 8월 창업한 파네시아는 CXL 기반 반도체 설계자산(IP)과 CXL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 반도체 설계를 공부한 정 교수는 CXL의 핵심 기반 기술이 되는 메모리 확장 및 캐시 일관성에 관한 연구를 첫 CXL 규약 발표 4년 전인 2015년부터 연구했다. 최신 CXL 3.0 규약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솔루션을 올해 여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개발했다. 현재까지도 해당 솔루션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9월 말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정명수 파네시아 대표이사는 “많은 기업이 CXL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적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곳은 없다”며 “우리 사업의 목표는 CXL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했다. 초대형 빅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아마존이나 구글, 그런 곳에 프로세서를 공급하는 엔비디아, 자체적으로 대규모언어모델(LLM) AI를 운영하려는 회사, 그리고 메모리 제조업체 등이 파네시아의 잠재적인 고객사들이다. ●세계 최초의 CXL 기술들 선보여 와파네시아는 일찌감치 CXL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글로벌 CXL 1.1 표준이 발표된 것이 2019년인데 그 이전인 2015년부터 CXL 기술의 핵심 중 하나인 ‘캐시 일관성(Cache Coherency)’ 기술을 연구했다. 캐시 일관성 기술은 여러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읽고 쓸 때, 어느 프로세서가 먼저 처리를 하더라도 메모리와 캐시(프로세서에 붙어 있는 작은 메모리)들에 있는 데이터도 같은 값을 가질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다. 이를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거나 잘못 처리하면 컴퓨터는 오류를 낸다. CXL은 캐시 일관성을 기반으로 한 연결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2020년 11월 CXL 2.0 표준이발표되자 파네시아는 1년 반 정도 만에 세계 최초로 CXL 2.0 기반의 솔루션을 선보였다. 지난해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유즈닉스연례회의(USENIX ATC)에서 파네시아의 연구결과가 인정을 받아 세계 최초로 종단(CPU와 메모리, 스위치 등 시스템 내 모든 요소) 간 CXL 2.0 솔루션을 공개한 기업이 됐다.올해 8월에는 CXL 3.0 기반의 고용량 메모리 시스템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미국 샌타클라라에서 열린 플래시메모리 서밋(FMS 2023)에서 멀티-테라바이트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15년에 캐시 일관성 기술을 연구하면서 생각했던 개념이 생각보다 빨리 CXL 3.0에 적용되었으나 관련 특허와 기술 개발 내용들을 토대로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 개념이란 여러 프로세서가 대용량의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만화책이 아니라 웹툰으로 구현된 만화를 보는 것과 비슷하다. 만화책은 누군가 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은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웹툰은 누군가가 보고 있더라고 다른 사람이 같이 볼 수 있다. 캐시 일관성이 지원되면 각 프로세서가 메모리에 든 내용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작업 요청이 있을 때 메모리의 내용을 따로 넘겨받지 않고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된다.파네시아는 올해 9월 CXL 3.0 설계자산(IP)을 실리콘 칩에 구현해 작동을 1차 검증했다. 11월에는 CXL 3.1 기반의 칩까지 고객사에 공급할 예정이다.파네시아는 내년 1월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정보기술(IT) 전시회로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CXL 기반의 AI 가속기 프로토타입을 시연할 계획이다.●KAIST 교원 창업정 대표는 스토리지 및 반도체 전문가의 길을 걸었다. 2006년부터 3년간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일했고, 이후 2013년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2013~2015년에는 텍사스주립대 교수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 교수를 거쳐 현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에 재직 중이다. 국내에 있으면서 SK하이닉스사장단 자문위원회(2016~2020년)에서 활동했고, 삼성종합기술원 자문위원(2020~2021년)도 지냈다. 컴퓨터 아키텍처 및 운영체제 관련 최우수 및 우수 논문 125편가량을 발표했고, CXL 기술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파네시아에는현재 KAIST 석·박사는 물론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연구원 등 약 20명이 근무하고 있다. 관련 연구 및 개발 인원을 50%가량 더 늘리고 젊은 임직원들이 추구하는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성장하는 데 투자 금액을 늘릴 예정이다. 또 대전 사옥 외에 서울 혹은 판교에 연구소를 추가로 계약 중이다.창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기술을 연구하다 보니 산업의 흐름을 알게 됐고, CXL 관련 기술을 활용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연구결과를 널리 알리고 산업적으로도 증명하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이어 “CXL 개념이나 기술의 유용성을 모르는 기업들이 많아 CXL 기반 IP를 활용해 AI가속기나 메모리확장기 같은 제품을 시범 생산해 직접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메타의 추천 기능 등에 적용했을 때 기존 방식보다 월등히 높은 속도로 구동된다”고 했다●“ARM 넘어서는 세계적인 CXL반도체 IP사가 목표”CXL 관련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이어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CXL 기반 메모리들을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정 대표는 “2030년이면 CXL 시장이 2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앞선 기술과 연구개발에 진심인 젊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대규모 시장 잠재력 덕분에 설립 1년여 만에 시드 투자를 받을 때 1034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16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파네시아는 CXL 반도체 및 솔루션 설계자산(IP) 기업을 지향한다. 하드웨어 엔진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급한다.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적합한 대형 컴퓨터나 AI가속기, 메모리를 만드는 업체들이 CXL 기반으로 칩을 만들려고 할 때 파네시아의 IP가 그 개발과 시간을 충분히 단축시키고 세계적 경쟁력 확보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CXL 기반 프로세서와 메모리, 서버가 얼마나 늘어날 것인지,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어주는 솔루션의 기술의 고도화가 관건이다.정 대표는 “유능하고 젊은 인재들과 함께 세계 최초 CXL 기반 IP는 물론이고 다양한 반도체 IP들, 그리고 관련 소프트웨어를 모두 수출하는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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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와 SM엔터가 동시에 투자한 증강현실(AR) 기술은?[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정보가 많이 오가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간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예상한다.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경기도내 공공 시설물 안전점검에 적용해 시간 비용 절감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독특한 AR 콘텐츠 손쉽게 구축 가능…관광지나 복합몰 등 쓰일 곳 많아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딥파인 개요사업 내용스마트 안경 및 공간 컴퓨팅 소프트웨어 솔루션주요 제품 및 서비스산업 및 안전사고 현장 점검 AR 솔루션 ‘ARON’실내 공간을 AR 공간화하는 실내 측위 서비스주요 기술스마트 안경용 비전인식 기술 및 클라우드 플랫폼 기술시각측위시스템(VPS) 활용한 공간 컴퓨팅 원천 기술 투자 받은 금액누적 36억 원(시드 3억 원 및 pre-A시리즈 33억 원)투자 기관현대차그룹, SM컬처파트너스, 스파크랩, 기술보증기금, IBK기업은행,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대표이사 및 임직원 수김현배 대표이사 포함 총 38명(연구 및 개발 36명, 경영 및 관리 2명)설립일 및 소재지2019년 7월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IT 물결 바뀌 시기 다가온다고 느끼고, 그 기회 잡고 싶어 창업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그룹 등이 참여했다.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3D)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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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가 투자한 AR기업… “휴대전화로 3cm 오차 3D 공간 데이터 완성”[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6월 초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발표하면서 “디지털 콘텐츠가 물리적 공간에 있는 것처럼 상호작용을 한다”고 했다. 헤드셋을 쓰면 거실 벽면에 가상의 화면이 있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 가상 화면에 사진이나 동영상 등을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처럼 디지털 콘텐츠를 임의의 현실 공간에 정확하게 배치하려면 기기가 현실 공간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른바 ‘공간 컴퓨팅’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내년 초 비전프로의 정식 출시는 공간 컴퓨팅 시대의 서막이 될 공산이 크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정보가 많이 흐르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 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스마트한 안전관리딥파인이 자사의 공간 컴퓨팅 기술을 활용해 경기도 곳곳의 시설물 안전을 점검하는 방식은 이렇다. 스마트 안경을 쓴 사람이 안전점검 대상지로 가면 스마트 안경을 통해 보이는 현장의 화면이 원격안전점검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센터에 있는 전문가는 컴퓨터 앞에 앉아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설계도 등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 안경을 통해 현장에 있는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전문가가 설계도를 짚어가며 표시를 하면 현장에서도 그대로 보인다. 음성과 영상, 콘텐츠 등이 동시에 전달되는 것이다. 경기도는 딥파인의 기술 덕분에 원거리 출장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전점검과 관련된 민원이 발생했을 때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AR 세계 손쉽게 구축 가능”딥파인은 애플의 비전프로를 계기로 공간 컴퓨팅 기술의 수요가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카메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한 뒤 대상물들의 3차원(3D) 위치정보를 파악하는 기술은 ‘시각측위시스템(Visual Positioning System)’ 기술로 불린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나 와이파이 신호가 없는 공간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휴대전화나 스마트 안경, 자율주행 로봇 등 다양한 기기와 연동된다. 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직장 동료였던 부인과 공동 창업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 그룹 등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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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에 없는 첨단 신소재, 컴퓨터로 미리 보세요”[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신소재공학은 연금술에 비유된다. 결정구조나 특정 원소를 바꾸는 것으로 신소재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흑연(연필심)으로 다이아몬드라는 신소재를 만든다고 가정해 보자. 둘은 탄소 원소로만 구성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같은 원소로 돼 있지만 결정구조가 달라지면 다른 특성을 나타낸다. 결정구조를 다르게 하려면 실험실에서 압력이나 온도 등을 달리해 결합 방식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결합하는 것이 최선인지 알아내려면 실험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탄소의 결합방식을 다르게 구성해보고 그렇게 만들어진 재료가 어떤 특성을 보일지 미리 알 수 있다면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주항공이나 배터리, 디스플레이, 반도체, 정보통신, 생체재료 산업 같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소재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은 신소재 개발이라는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예컨대 첨단 배터리 양극재를 개발할 때 양극재의 대표적인 후보물질인 리튬과 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의 비율을 달리해 제조하는 것만으로도 배터리의 특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사실상 누가 먼저 찾아 만들어 내느냐는 게임인 것이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버추얼랩(대표이사 이민호)은 신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들이 새로운 소재를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시뮬레이션 플랫폼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만든 스타트업이다. 현재 미국 등 100여 개국, 1만8000명의 연구자가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버추얼랩 본사에서 만난 이민호 대표이사(38)는 “신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물리나 화학 분야에 정통한 경우가 많지만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다룰 줄 아는 경우는 드물다”며 “연구자들이 신소재를 찾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뮬레이션 방식을 웹을 통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컴퓨터로 최적의 소재 찾는다회사명 버추얼랩은 ‘가상 실험실’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실험이나 제조를 하기 전에 물리법칙으로 미리 실험을 모의해 보도록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할 당시 전구의 필라멘트 재료를 발견할 때는 가능성이 있는 모든 재료로 직접 실험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지금은 그런 방식으로 하기에는 신소재공학 분야의 개발 규모가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일기예보도 일종의 가상 실험의 결과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예보관들은 수치예보라고 불리는 컴퓨터 날씨 시뮬레이션 모델의 결과를 참고해 예보를 낸다. 수치예보 모델은 유체의 흐름을 묘사한 편미분 방정식인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을 컴퓨터로 풀어내는 알고리즘이다. 편미분 방정식을 푸는 데는 계산 자원이 많이 필요해 슈퍼컴퓨터급의 고성능 컴퓨터가 주로 쓰인다. 신소재공학에서 어떤 물질의 특성을 알려면 양자역학의 기본 방정식인 슈뢰딩거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전자들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계산해 물성을 파악하는 것이다. 역시 고성능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이 대표는 “기존에는 신소재공학 연구실에서 컴퓨터 신물질의 특성을 시뮬레이션해보려면 고성능의 컴퓨터를 마련해야 했고, 또 자신의 연구에 필요한 여러 방정식을 풀어주는 소프트웨어를 별도로 구입해야 했다”며 “기본적으로 수천만∼수억 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것이라 엄두를 내기 힘들었지만, 우리 플랫폼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활용하면 자신의 노트북컴퓨터로 웹을 통해 사용시간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고 했다. 머티리얼스 스퀘어를 활용하면 기존 물질의 특정 원자를 다른 원자로 교체하거나, 결합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 간단한 입력만으로 해결된다. 원격 컴퓨팅 서비스인 클라우드 서비스로 구현돼 있어 컴퓨팅 자원이나 저장공간도 자신의 연구 방향에 맞춰 일시적으로 늘리거나 줄이는 등의 조절이 가능하다.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서버에 맞춰 최적화할 필요도 없고,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하는 수고도 덜 수 있어 소재 연구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커피 한잔 즐기듯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신소재 연구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든 셈이다.● 대학원 동료들의 시뮬레이션 도와주다 창업이 대표는 고성능컴퓨팅(HPC)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한양대 대학원 신소재공학과에 진학했다. 크고 복잡한 계산을 최적화하는 일 대신 신소재공학을 공부한 뒤 대기업에 취직해 연구원의 길을 가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창업으로 진로가 바뀌게 된다. 당시 그의 연구실에서는 별도의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입해 유닉스나 리눅스 계열의 운영체제(OS)를 쓰는 고성능의 컴퓨터에 깔아 쓰고 있었다. 이 대표는 “신소재 개발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인데, 동료들이 리눅스 운영체제가 익숙지 않아 자신의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며 “소프트웨어를 제작할 능력이 있었던 덕에 동료들을 위해 윈도 프로그램처럼 입력값만 넣으면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 기반 프로그램을 만들어 칭찬과 박수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동료들과 교수들의 높은 평가에 고무됐다. 이후 신소재공학 연구자들이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더 많이 보였다. 석사 학위를 받고 2014년경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해 다양한 소재 연구를 위한 여러 개발 플랫폼을 만들었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반도체 등의 소재 플랫폼 개발에 핵심 인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KIST에 있으면서 연구자들의 다양한 수요, 연구 패턴 등에 대한 지식을 축적했다. 버추얼랩에는 전략책임자를 맡고 있는 박민규 부사장(KIST 박사후과정), 기업 고객 컨설팅 책임자인 김영광 수석 컨설턴트(포항공대 박사), 고객성공팀을 이끄는 류정아 리더(세종대 박사) 등 물리학과 신소재공학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시뮬레이션 진화의 최종 목표는 ‘소재 개발 자동화’버추얼랩이 만든 신소재 개발 플랫폼은 진화를 거듭해 오고 있다. 2017년 무기재료(Inorganic material) 시뮬레이션 플랫폼으로 시작해, 2021년에는 유기재료와 고분자 신소재 시뮬레이션이 추가됐다. 연구 교육용 플랫폼도 이 시기에 출시했다. 2022년에는 에너지소재 연구개발 플랫폼으로 확장됐고, 기업에 연구개발 플랫폼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사업도 시작했다. 전기화학 촉매 연구설계에 특화된 ‘카탈리틱’ 서비스도 선보였다. 올해에는 ‘D3스퀘어’라는 데이터 기반 신소재 개발 플랫폼을 선보였다. 기존 개별 연구실에서 가지고 있던 신소재 개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에 학습시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소재를 빨리 선별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연구자는 최소한의 시도로 원하는 물성을 지닌 합금 조합 비율을 AI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다. 소재 산업에 있는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버추얼랩 측은 기대하고 있다. 버추얼랩이 개발해 서비스하는 기술들은 첨단 산업의 성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정부가 눈여겨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버추얼랩의 기술들은 한 가지 목표를 향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필요한 물성을 갖춘 소재를 최소한의 시도로 찾아낸 뒤, 이를 로봇이 자동으로 배합하고 제조해 검증까지 마치는 신소재 개발의 완전 자동화를 이끄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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