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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하면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선수라고 불리는 건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끝일 줄 알았는데….”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여성야구단 ‘블랙퀸즈’의 주장 김온아 선수(38·핸드볼)는 ‘선수’라는 호칭에 담담히 웃어 보였다. 블랙퀸즈는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야구여왕’에서 여러 종목의 여성 운동선수들이 모여 창설한 국내 50번째 여성 사회인 야구단. ‘야구여왕’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청 순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김 선수와 함께 ‘주전 유격수’ 주수진(33·축구)과 ‘송타니(송아+오타니)’ 송아(30·테니스) 선수도 함께 만났다. ‘야구여왕’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세 선수를 포함해 야구에 진심을 보여준 참가자들의 공이 컸다. 본업에 바쁘면서도 없는 시간을 쪼개 새벽 운동까지 적극 나섰다. 김 선수는 “은퇴 뒤 공허감이 컸는데 ‘야구여왕’을 통해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아 팀 내 유일한 ‘아기 엄마’인 주 선수는 “집 밖으로 나갈 계기가 생겨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 물론 낯선 야구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선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함께 성장했다”며 “건강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었다”고 했다.먼저 김 선수는 ‘첫 정식 경기’를 잊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블랙퀸즈는 25 대 15로 대승을 거두며 반전을 마련했다. 김 선수는 “직전 연습경기에서 대패해 ‘우리가 누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던 때라 더 값졌다”고 했다. 무릎 부상으로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던 그는 이 경기에서 구원투수 등으로 활약하며 MVP를 거머쥐기도 했다. 송 선수는 5번째 경기를 언급했다. 이른바 ‘사이클링 히트’라 부르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1·2·3루타와 홈런을 모두 치는 것)을 노리다가 실패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그는 1회부터 홈런을 쳤지만, 마지막 3루타를 남기고 욕심을 내다 큰 실수를 했다. 안타를 친 뒤 무작정 달리다가 앞 주자 주 선수까지 추월해 아웃이 됐다. “야구를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못할 것 같진 않았어요. 그 (실수) 장면은 저를 평생 쫓아다니지 않을까요.” 주 선수는 아직 방송 전인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긴장감이 넘쳤고, 여운도 많이 남았다”고 했다. 촬영을 앞두고 9kg을 뺐던 그는 방송 중 6kg이 더 빠졌을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축구랑 야구가 경쟁 구도이지 않나. 축구 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농담하면 뜨끔뜨끔하다”며 “점점 야구 선수의 마인드가 되어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긴 훈련과 경기에서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다름 아닌 상대팀 여성 사회인 야구단이었다고 한다. 김 선수는 “경기할 때 보면 장난 아니다”라며 “눈빛부터 진심이 느껴져서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주 선수는 “여성 축구가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여성 야구도 널리 활성화됐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했다”고 했다. 주장으로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던 김 선수는 “저희가 ‘원 팀’이 돼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여성 야구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 다른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일단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그 종목에 관심이 생기고 인기가 많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선수층이 두꺼워져야 하죠. ‘야구여왕’을 계기로 여성 야구 포함 여성 스포츠 관련 환경이 개선되고, 선수도 늘어났으면 해요.”(송 선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야구하면서 ‘선수’라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 선수라고 불리는 건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끝일 줄 알았는데….”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여성야구단 ‘블랙퀸즈’의 주장 김온아 선수(38·핸드볼)는 ‘선수’라는 호칭에 담담히 웃어 보였다. 블랙퀸즈는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야구여왕’에서 여러 종목의 여성 운동선수들이 모여 창설한 국내 50번째 여성 사회인 야구단. ‘야구여왕’은 지난해 11월 공개된 뒤 넷플릭스 등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청순위 TOP10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등에서도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김 선수와 함께 ‘주전 유격수’ 주수진(33·축구)과 ‘송타니(송아+오타니)’ 송아(30·테니스) 선수도 함께 만났다.‘야구여왕’이 인기를 끌게 된 건 세 선수를 포함해 야구에 진심을 보여준 참가자들의 공이 컸다. 본업에 바쁘면서도 없는 시간을 쪼개 새벽운동까지 적극 나섰다. 김 선수는 “은퇴 뒤 공허감이 컸는데 ‘야구여왕’을 통해 오랜만에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해 아이를 낳아 팀 내 유일한 ‘애엄마’인 주 선수는 “집밖을 나갈 계기가 생겨 정말 즐거웠다”며 웃었다.물론 낯선 야구에 도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 선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을 떠올리며 “우리도 함께 성장했다”며 “건강한 경쟁을 통해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었다”고 했다.먼저 김 선수는 ‘첫 정식경기’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청 야구단과의 경기에서 블랙퀸즈는 25:15로 대승을 거두며 반전을 마련했다. 김 선수는 “직전 연습경기에서 대패해 ‘우리가 누굴 이길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던 때라 더 값졌다”고 했다. 무릎 부상으로 핸드볼에서 은퇴하며 “(야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컸”던 그는 이 경기에서 구원투수 등으로 활약하며 MVP를 거머쥐지기도 했다.송 선수는 5번째 시합을 언급했다. 이른바 ‘싸이클링 히트’라 부르는 “히트 포 더 사이클(Hit for the Cycle·한 경기에서 한 선수가 1·2·3루타와 홈런을 모두 치는 것)를 노리다가 실패한 장면”이 기억에 남았다. 그는 1회부터 홈런을 쳤지만, 마지막 3루타를 남기고 욕심을 내다 큰 실수를 했다. 안타를 친 뒤 무작정 달리다가 앞 주자 주 선수까지 추월해 아웃이 됐다.“야구를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못할 것 같진 않았어요. 그 (실수) 장면은 저를 평생 쫓아다니지 않을까요.”주 선수는 아직 방송 전인 ‘마지막 경기’를 꼽았다. “긴장감이 넘쳤고, 여운도 많이 남았다”고 했다. 촬영에 앞두고 9kg을 뺐던 그는 방송 중 6kg가 더 빠졌을 만큼 열과 성을 다했다. 그는 “축구랑 야구가 경쟁 구도이지 않나. 축구선수들이 방송에 나와 ‘야구는 스포츠가 아니다’라고 농담하면 뜨끔뜨끔하다”라며 “점점 야구선수의 마인드가 되어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긴 훈련과 시합에서 선수들에게 뭣보다 깊은 인상을 남긴 건, 다름 아닌 상대팀 여성 사회인 야구단이었다고 한다. 김 선수는 “경기할 때 보면 장난 아니다”며 “눈빛부터 진심이 느껴져서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주 선수는 “여성축구가 방송을 통해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것처럼, 여성야구도 널리 활성돠됐으면 하는 마음에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했다”고 했다.주장으로서 쓴소리를 하기도 했던 김 선수는 “저희가 ‘원팀’이 돼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여성 야구는 물론, 더 나아가 다른 여성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일단 잘하는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그 종목에 관심이 생기고 인기가 많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위해선 먼저 선수층이 두꺼워져야 하죠. ‘야구여왕’을 계기로 여성 야구 포함 여성 스포츠 관련 환경이 개선되고, 선수도 늘어났으면 해요.”(송 선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24년 12월 독일 재무장관이자 자유민주당 대표인 크리스티안 린트너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게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 메시지를 보냈다. “AfD(독일을 위한 대안당)는 자유와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극우 정당”이라며 “한번 만나 우리 당이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보여드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머스크는 지체 없이 응답했다. “전통 정당들은 독일 국민의 신뢰를 완전히 배반했지요. AfD가 독일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파리정치대 교수인 저자는 “독일 극우정당 AfD를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억만장자의 행동을 오만가지 기행 중 하나로 간과하는 것은 치명적 오산”이라고 말한다. 책은 포퓰리즘적 정치인들과 정보기술(IT) 기업가들의 연합이 기존 정치 권력을 대체해 가는 순간순간을 포착한 정치 에세이다. 저자는 부끄러움 없는 독재자, 무질서를 전략으로 삼는 정치인, 기존 규칙에서 벗어나 활보하는 테크 정복자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권력을 ‘포식자들의 시간’이라 명명한다. 이들 포식자의 가장 큰 특징은 ‘속도의 힘’을 주요 덕목으로 내세운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금 세계는 ‘절차·규칙·제도’보다 ‘속도·힘·감각적 충격’을 더 빠르게 소비한다. 광장과 레거시 미디어를 중심으로 펼쳐졌던 민주주의적 토론은 사라졌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각자의 주장이 수정 없이 유포된다. 경제 불안은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켰고, 이때 등장한 것이 “거의 항상 관습을 깨부수며, 자신의 꿈을 밀고 나가는 데 방해가 되는 기존 세계의 대표자들을 경계하는 새로운 테크 엘리트들”인 것이다. 하지만 책은 포식자들을 맹목적으로 비난하진 않는다. 오히려 규제, 인권, 소수집단 보호 등으로 권력을 통제했던 시대가 인류 정치사의 예외적 순간이며 힘과 폭력, 속도는 기본 상태라고 말한다. “단지 그 기본 상태가 기술 문명과 결합해 새로운 형태로 돌아온 것일 뿐”이라는 뜻이다. 논문 느낌이 짙은 번역서이지만, 21세기 권력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해 왔던 배우 장동직 씨(60·사진)가 국립정동극장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임기는 2029년 2월까지 3년이다.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장 씨는 설 연휴 이전인 12일에 이사장 임명장을 전달 받았다. 1995년 영화 ‘런어웨이’로 데뷔한 장 씨는 드라마 ‘야인시대’ ‘무인시대’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1995년 개관한 정동극장은 전통극 등 다양한 공연을 발굴 및 육성, 지원하는 문체부 소관 재단법인이다.장 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소셜미디어에 “시대를 이끌어갈 이재명 후보자를 지지한다”고 밝혔으며, 올해 21대 대선 때는 유세 찬조 연설에 나서는 등 선거 운동에도 참여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을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명품 조연으로 사랑받은 배우 로버트 듀발(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고인의 배우자인 루시아나 듀발은 1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제 내 사랑하는 남편이자 소중한 친구, 우리 시대 위대한 배우 가운데 한 명이었던 이와 작별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1931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뒤 뉴욕 예술극장 게이트웨이 플레이하우스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경엔 한국에서 미 육군으로 복무했다. 영화는 1962년 ‘앵무새 죽이기’로 데뷔했으며, 1972년 ‘대부’에서 마피아 코를레오네 가문의 변호사 톰 헤이건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옥의 묵시록’과 ‘폴링 다운’, ‘딥 임팩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의 진가는 조연으로 더 빛났다”(영국 일간 가디언)는 평을 받기도 했다. 고인은 총 7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알코올 의존증 가수 역할을 맡은 영화 ‘텐더 머시스’로 1984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7년엔 서부극 ‘브로큰 트레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도 받았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영화 ‘대부’ ‘지옥의 묵시록’ 등을 통해 할리우드 최고의 명품 조연으로 사랑받은 배우 로버트 듀발(사진)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고인의 배우자인 루시아나 듀발은 16일(현지 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어제 내 사랑하는 남편이자 소중한 친구, 우리 시대 위대한 배우 가운데 하나였던 이와 작별했다”며 “로버트는 집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구체적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1931년 미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난 고인은 대학에서 연극 전공 뒤 뉴욕 예술극장 게이트웨이 플레이하우스에서 배우로 데뷔했다. 6·25전쟁 직후인 1954년경엔 한국에서 미 육군으로 복무했다.영화는 1962년 ‘앵무새 죽이기’로 데뷔했으며, 1972년 ‘대부’에서 마피아 코를레오네 가문의 변호사 톰 헤이건 역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옥의 묵시록’과 ‘폴링 다운’, ‘딥 앰팩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그의 진가는 조연으로 더 빛났다”(영국 일간 가디언)는 평을 받기도 했다.고인은 총 7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며, 알코올 의존증 가수 역할을 맡은 영화 ‘텐더 머시스’로 1984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7년엔 서부극 ‘브로큰 트레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도 받았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역사적인 영국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에 비견될 만큼 캐릭터 분석에 탁월했다”고 추모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제76회 베를린국제영화제가 12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했다. 올해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국 작품은 없지만, 배우 배두나가 심사위원으로 나섰다.올해 황금곰상을 두고 경쟁할 작품은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가 출연한 ‘퀸 앳 시’ 등 22편이다. 경쟁 부문에 포함된 유일한 아시아 작품은 일본-프랑스 합작 애니메이션 ‘화록청이 밝아오는 날에’다. 철거 압박을 받는 폭죽 공장을 무대로, 전설로만 전해지는 환상의 불꽃 ‘슈하리’를 둘러싼 세 인물의 이야기를 그린다.‘화록청이 밝아오는 날에’는 시노마야 요시토시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데뷔작이다. 시노마야 감독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언어의 정원’ 제작에 참여했던 일본 화가다. 일본 현지에서는 3월 개봉 예정이다.한국 작품들은 경쟁 부문에 오르진 못했지만, 장편 3개와 단편 1개가 다양한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우선 ‘베를린의 사랑을 받는’ 홍상수 감독의 34번째 장편 영화 ‘그녀가 돌아온 날’은 파노라마 부문에서 소개된다. 파노라마는 동시대 사회적 이슈와 새로운 영화적 경향을 조명하는 부문이다.홍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7년 연속 베를린에 입성했다. 그는 2020년 영화 ‘도망친 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그 자연이 네게 뭐라고 하니’까지 6편을 영화제에서 선보였다. 이번 작품에서는 배우 김민희가 출연 없이 제작 실장으로만 함께 했다. ‘그녀가 돌아온 날’은 베를린에서 처음 선을 보인 뒤 상반기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다.이 외에도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정지영 감독의 ‘내 이름은’은 포럼 섹션에, 한국영화아카데미(KARA) 장편과정 연구생 유재인 감독의 졸업 작품 ‘지우러 가는 길’은 제러네이션 부문에 초청됐다. 또 신예 오지인 감독의 단편영화 ‘쓰삐디’도 제네레이션 부문 단편 초청작에 포함됐다.한편 배우 배두나는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심사위원으로 위촉됐다.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 영화인이 위촉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배우 이영애가 2006년, 감독 봉준호가 2015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함께 활동하는 심사위원으로는 미국 감독 레이날도 마커스 그린, 네팔의 민 바하두르 밤 감독, 인도의 시벤드라 싱 둥가르푸르, 일본 감독 히카리, 폴란드 제작자 에바 푸슈친스카 등이있다. 심사위원장은 ‘베를린 천사의 시’ 등으로 알려진 독일 감독 빔 벤더스 감독이다. 영화제는 22일 폐막할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그분은 정말 영화밖에 몰라요. 사담도 영화 이야기뿐이에요.” 며칠 전 인터뷰한 배우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영화 보는 게 너무 좋아 영화감독이 된 그를 잘 설명하는 표현이다. ‘모가디슈’ ‘베테랑’ 등을 만들어온 류 감독의 영화 철학을 담은 책이다. 2023∼2025년 진행한 류 감독과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으로 풀어썼다. 구성은 다소 헐거운 면이 없지 않지만, 류 감독의 작품을 즐겨 본 이들이라면 비하인드 스토리를 본인으로부터 듣는 듯한 재미가 있다. 류 감독이 난생처음 본 영화는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 손가락’(1972년)이었다. 유치원에 들어가기도 전에 봤던 그 작품은 오랫동안 그의 머릿속에 이미지를 남겼다. 그리고 1980년대, 저자는 ‘인생 영화’를 만난다. 성룡의 ‘프로젝트 A’(1983년)와 ‘폴리스 스토리’(1985년). ‘액션물의 장인’으로 불리는 류 감독의 뿌리는 홍콩 무술 영화였다. 2년마다 최소 한 편은 만들어온 그였지만, 위기가 찾아왔다. 바로 팬데믹이었다. 영화계 전체에 닥친 위기 앞에서 류 감독은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결론은 “앉은 자리에서 두 번 보고 싶은 영화”였다. 영화계를 향한 쓴소리도 담았다. 저자는 한국 영화계 위기의 본질에는 ‘계약 시스템’이 있다고 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수의 작품을 찍어야 하니 완성도보단 계약 이행이 우선시된다”고 꼬집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태한주류’ 사장 두준(최진혁)과 신제품개발팀 과장 희원(오연서)은 회사 동료들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한 사내 비밀 연애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회사 게시판에 한 익명 게시글이 올라오고, 그로 인해 희원은 신제품개발팀에 임신을 들킬 위기에 처했다. 채널A 토일 드라마 ‘아기가 생겼어요’의 지난 방송 내용이다. 14일 방송되는 9회에서는 두준이 사랑하는 희원을 지키기 위해 대국민 기자회견을 여는 내용을 담았다. 이 드라마는 “이번 생에 결혼은 없다”던 비혼주의자 두 남녀가 하룻밤 일탈로 인해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역주행 로맨틱 코미디’다. 이날 방송에서 두준은 사랑하는 희원을 지키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꺼낸다. 과연 두준은 자신을 사장에서 끌어내리려는 형수 정음(백은혜)에게 어떤 반격을 가할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런가 하면, 멀리서 두준을 지켜보는 희원의 불안한 표정도 궁금증을 더한다. 두준의 정면 돌파를 지켜보는 그녀에게 또 어떤 심경 변화가 찾아왔는지 궁금해진다. 이날 방송을 앞두고 두준의 태한주류 기자회견 현장 스틸도 공개돼 궁금증을 더욱 고조시킨다. 공개된 사진에는 태한주류의 대국민 기자회견 현장이 담겨 시선을 사로잡는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 기자들을 마주하며 단상 앞에 선 두준의 눈빛이 어느 때보다 비장하다. 흔들림 없는 두준의 눈빛에는 더욱 단단해진 내면이 엿보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가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11일 개봉 당일에만 11만6000여 명을 모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휴민트’의 두 주역인 배우 박정민(39)과 조인성(45)을 9,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휴민트’는 두 배우를 앞세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류 감독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조인성과는 ‘모가디슈’와 ‘밀수’로, 박정민과는 ‘신촌좀비만화―유령’과 ‘밀수’로 연을 맺었다. 이번 작품에서 류 감독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조 과장(조인성)으로 극에 안정감을 줬다. 조인성은 “공기 같은 역할이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며 “감독님이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반면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으로는 멜로 누아르적 재미를 살렸다. 옛 연인 채선화(신세경)와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로, 박정민은 감정 진폭이 큰 연기를 도맡았다. 그러나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멜로 연기로 접근하진 않았다고 한다. 촬영에 돌입하고 나서야 단순한 액션 첩보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그래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도 채선화와의 단독 대면 신이었다. “첫 대사 ‘잘 지냈소?’를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던 박정민은 “감정을 빼고 편하게 내뱉으니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두 인물이 구사하는 액션 신도 분위기가 다르다. 연인을 구출하려 몸을 내던지는 박건의 액션이 불같고 거칠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휴민트(인적 정보)를 잃지 않고자 하는 조 과장의 액션은 냉철하고 우아하다. “박건이 무스탕을 입었다면, 조 과장은 코트를 입고 액션을 한다”(조인성)는 말이 둘의 액션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실제 조인성이 주로 들었던 감독의 연출 방향은 “친절하고 다정하게”였다고. 류 감독은 휴민트와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교류하는 ‘품위 있는 요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이에 조인성은 ‘여백’으로 답했다. 그는 “제 연기에 여백이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미간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그 상황에 저 자신을 놓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이번 영화는 두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영화계에서 ‘기둥 같은 선배’가 된 조인성은 올해 ‘휴민트’를 시작으로 ‘호프’(나홍진 감독),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등에도 연이어 참여한다.“영화 ‘안시성’을 찍고 나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막대한 투자금이 주는 압박감,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에 시달렸죠. 스스로 깜냥이 안 된다고 느낀 뒤엔 오히려 작은 역할에 임해 왔어요. ‘밀수’, ‘무빙’ 등이 그랬죠. ‘휴민트’로 오랜만에 제1 주연을 맡게 됐는데, 작게라도 쓰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던 게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 같아요.”(조인성)지난해 말 한 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의 축하 무대를 기점으로 이른바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박정민에게 이번 영화는 ‘멜로 소화력’을 입증할 무대였다.“제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꼴값 떤다고 생각하실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선물을 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다 말겠지’ 싶긴 한데요. 1인분의 몫을 잘하자고 한 것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로 돌아온 것 같아요. 하하.”(박정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설 연휴를 앞두고 오랜만에 국내 영화계가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 움직임의 선두에 있는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11일 개봉 당일에만 11만6000여 명을 모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휴민트’의 두 주역인 배우 박정민(39)과 조인성(45)을 9, 11일 서울 종로구 카페에서 만났다.‘휴민트’는 두 배우를 앞세운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류 감독의 바람에서 시작됐다. 조인성과는 ‘모가디슈’와 ‘밀수’로, 박정민과는 ‘신촌좀비만화-유령’과 ‘밀수’로 연을 맺었다. 이번 작품에서 류 감독은 국가정보원 블랙요원 조과장(조인성)으로 극에 안정감을 줬다. 조인성은 “공기 같은 역할이다 보니 어렵기도 했지만 재밌었다”며 “감독님이 저를 든든하게 생각해 주셨던 것 같다”고 했다.반면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으로는 멜로 누아르적 재미를 살렸다. 옛 연인 채선화(신세경)와의 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역할로, 박정민은 감정 진폭이 큰 연기를 도맡았다. 그러나 그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멜로 연기로 접근하진 않았다고 한다. 촬영에 돌입하고 나서야 단순한 액션 첩보물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그래서 가장 부담스러웠던 장면도 채선화와의 단독 대면 신이었다. “첫 대사 ‘잘 지냈소?’를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던 박정민은 “감정을 빼고 편하게 내뱉으니 오히려 더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두 인물이 구사하는 액션 신도 분위기가 다르다. 연인을 구출하려 몸을 내던지는 박건의 액션이 불같고 거칠다면, 두 번 다시 자신의 휴민트(인적 정보)를 잃지 않고자 하는 조과장의 액션은 냉철하고 우아하다. “박건이 무스탕을 입었다면, 조과장은 코트를 입고 액션을 한다”(조인성)는 말이 둘의 액션 스타일을 잘 대변한다.실제 조인성이 주로 들었던 감독의 연출 방향은 “친절하고 다정하게”였다고. 류 감독은 휴민트와 정보만이 아니라 감정까지 교류하는 ‘품위 있는 요원’을 연기해 달라고 했다. 이에 조인성은 ‘여백’으로 답했다. 그는 “제 연기에 여백이 있어야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작품에 투영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며 “미간을 풀고, 눈에 힘을 빼고, 그 상황에 저 자신을 놓으려고 노력했다”고 한다.이번 영화는 두 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덧 영화계에서 ‘기둥 같은 선배’가 된 조인성은 올해 ‘휴민트’를 시작으로 ‘호프’(나홍진 감독), ‘가능한 사랑’(이창동 감독) 등에도 연이어 참여한다.“영화 ‘안시성’을 찍고 나서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막대한 투자금이 주는 압박감, 주연으로서의 책임감에 시달렸죠. 스스로 깜냥이 안 된다고 느낀 뒤엔 오히려 작은 역할에 임해 왔어요. ‘밀수’, ‘무빙’ 등이 그랬죠. ‘휴민트’로 오랜만에 제1 주연을 맡게 됐는데, 작게라도 쓰이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던 게 여기까지 이끌어 준 것 같아요.”(조인성)지난해 말 한 영화제에서 가수 화사와의 축하 무대를 기점으로 이른바 ‘멜로 장인’으로 불리는 박정민에게 이번 영화는 ‘멜로 소화력’을 입증할 무대였다.“제 인생에 멜로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꼴값 떤다고 생각하실까 봐 제가 할 수 있는 것만 잘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은 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선물을 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그러다 말겠지’ 싶긴 한데요. 1인분의 몫을 잘하자고 한 것들이 큰 스포트라이트로 돌아온 것 같아요. 하하.”(박정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걸그룹 ‘캣츠아이’(사진)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뽑은 ‘포스트 넥스트(POST NEXT): 2026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50인’에 선정됐다. WP는 9일(현지 시간) 공개한 ‘포스트 넥스트’ 명단에서 캣츠아이를 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차기 주자로 꼽았다. 신문은 이들을 “K팝의 틀을 깨부수며 세계로 나가고 있는 그래미상 후보 가수”라며 “캣츠아이의 다양성은 다른 K팝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WP는 이어 “공개 연애도 허락되지 않는 대부분의 K팝 스타들과 달리 캣츠아이는 사생활을 대중에게 솔직하게 공개한다”면서 캣츠아이 일부 멤버들이 다양한 성적 지향을 드러낸 점도 높이 샀다. 캣츠아이는 방탄소년단(BTS)이 소속된 한국 기획사 하이브와 미국 음반 레이블 게펀레코드가 협력해 지난해 선보인 6인조 걸그룹이다. 멤버들은 한국과 미국, 스위스,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으로 이뤄져 있다. 1일 개최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최우수 신인상’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 2개 부문의 최종 후보에 올랐다. ‘포스트 넥스트’는 WP가 해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인물들을 선정한 명단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11일 개봉한 영화 ‘넘버원’(사진)의 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사 관계자들이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선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쌀’이었다. 이런 이색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영화 ‘넘버원’의 주요한 소재가 ‘엄마의 집밥’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보게 된 아들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세상을 떠난다는 걸 알게 되며,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가족 타깃용 힐링 영화인 만큼 주연 배우들은 4일 ‘6시 내고향’에 출연하기도 했다. 원작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이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10대 시절 보육원에서 지냈던 김태용 감독은 이번 영화 촬영을 앞두고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지만 장례를 함께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엄마에게 전화 한 통씩 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모자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최우식과 장혜진이 6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11일 기준 ‘넘버원’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예매율 3위(5만여 명)를 기록하고 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 11일 개봉한 영화 ‘넘버원’의 시사회가 있던 날, 영화사 관계자들이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선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쌀’이었다.이런 이색 마케팅에 나선 이유는 영화 ‘넘버원’의 주요한 소재가 ‘엄마의 집밥’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줄어드는 숫자를 보게 된 아들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세상을 떠난다는 걸 알게 되며, 이를 막으려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았다. 설 연휴를 앞두고 개봉하는 가족 타깃용 힐링 영화인 만큼, 주연 배우들은 4일 ‘6시 내고향’에 출연하기도 했다.원작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와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328번 남았습니다’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영화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10대 시절 보육원에서 지냈던 김태용 감독은 이번 영화 촬영을 앞두고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들었지만 장례를 함께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에 엄마에게 전화 한 통씩 하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이번 영화는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적인 모자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최우식과 장혜진이 6년 만에 재회한 작품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죽음의 카운트다운’이란 판타지적 설정을 더해 기존 가족 영화와는 차별화된 긴장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엄마표 진수성찬을 화면에 내세워 자연스레 군침을 흘리게 하는 맛도 있다. 11일 기준 ‘넘버원’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에 이어 예매율 3위(5만여 명)를 기록 중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걸그룹 ‘캣츠아이’가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뽑은 ‘포스트 넥스트(POST NEXT): 2026년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50인’에 선정됐다.WP는 9일(현지시간) 공개한 ‘포스트 넥스트’ 명단에서 캣츠아이를 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차기 주자로 꼽았다. 신문은 이들을 “K팝의 틀을 깨부수며 세계로 나가고 있는 그래미상 후보 가수”라며 “캣츠아이의 다양성은 다른 K팝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WP는 이어 “공개 연애도 허락되지 않는 대부분의 K팝 스타들과 달리, 캣츠아이는 사생활을 대중에게 솔직하게 공개한다”면서 캣츠아이 일부 멤버들이 다양한 성적 지향을 드러낸 점도 높이 샀다.캣츠아이는 방탄소년단(BTS)가 소속된 한국 기획사 하이브와 미국 음반 레이블 게펀레코드가 협력해 지난해 선보인 6인조 걸그룹이다. 멤버들은 한국과 미국, 스위스, 필리핀 등 다양한 국적으로 이뤄져 있다. 1일 개최된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선 ‘최우수 신인상’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2개 부문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포스트 넥스트’는 WP가 해마다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인물들을 선정한 명단이다. 2026년 포스트 네스트엔 역사상 최초의 무슬림 뉴욕시장이 된 조란 맘다니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손녀이자 활발한 소셜미디어 활동으로 주목받고 있는 카이 트럼프 등이 이름을 올렸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아는 맛이 무섭다.” 지난달 29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BRIDGERTON)’ 시즌4의 파트1을 본 이들이라면 상당수가 이 말에 공감하지 않을까. 청소년 관람 불가의 야릇한 로맨스에 다양한 배경을 지닌 배우들을 캐스팅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브리저튼’ 특유의 전략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했다. 그리고 그 중심엔, 한국계 여배우가 자리했다.● 한국계 배우 하예린이 여주 19세기 영국 사교계가 배경이지만 판타지 성격도 띠고 있는 이 시리즈는 2020년 첫 시즌을 선보인 뒤 줄곧 넷플릭스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왔다. 시즌4 역시 공개 첫 주에만 3970만 시청 수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영어 쇼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다. 이 시리즈는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가 진실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매 시즌마다 주요 인물이 바뀌는데, 이번 시즌 주인공은 차남이자 결혼과 책임에서 벗어나 자유를 추구해온 ‘베네딕트’(루크 톰프슨)다.줄리아 퀸의 동명 원작 소설 가운데 에피소드 ‘신사와 유리구두(An Offer from a Gentleman)’를 영상화한 시즌4는 제목에서 가늠할 수 있듯 ‘신데렐라’와 스토리 라인이 비슷하다. 운명적 만남은 가면무도회에서 벌어진다. 베네딕트는 그곳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에게 강렬하게 끌리지만, 여인은 이름도 남기지 않은 채 떠나간다. 그녀의 이름은 ‘소피 백’(하예린). 귀족이 아닌 하녀다.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존재다. 이 ‘뻔한 공식’에 변주를 하나 뒀다면, 소피란 캐릭터의 성격이다. 현실을 슬퍼하며 신분 상승을 꿈꾸는 수동적인 주인공이 아니다. 당찬 성격으로, 타인을 위해 자신을 바꾸지 않는 단단함을 가진 여성이다. 시즌4는 그런 소피를 통해 앞선 시즌들과 차별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전까진 화려한 사교계에서 펼쳐지는 로맨스에 치중했다면, 이번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하층 계급을 충실하게 담아냈다. 계급 구조의 이면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써 브리저튼 세계관도 더 입체적으로 확장됐다.● 더 뚜렷해진 드라마의 정체성‘브리저튼’ 시즌4는 국내에선 한국계 호주 배우인 하예린의 출연으로 더 큰 화제를 모았다. 배우 손숙의 외손녀인 하예린은 어려서부터 할머니를 보며 배우를 꿈꿨다고 한다. 그가 ‘브리저튼’에서 주연을 맡은 첫 번째 아시아 배우란 건 의미가 무척 크다. 최근 한국이나 일본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이 크게 늘긴 했지만, 서구 로맨스 장르에서 주인공에 발탁되는 건 여전히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하예린도 최근 미 시사주간지 타임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디션 영상을 보낼 당시) 조연인 줄 알았다”며 “그렇게 유명한 출연진과 작품에 합류하는 건 너무나 벅찬 일이었다”고 했다. 원작 소설 속 여주인공은 원래 ‘소피 베킷’이었으나, 그가 캐스팅되며 한국인 성을 딴 ‘소피 백’으로 바뀌었다. 이는 ‘브리저튼’이 가진 정체성 덕분이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그간 다양한 유색인종 배우들을 주연급으로 출연시켰다. 정사(正史)에 얽매이지 않고 흑인 여왕이나 인도계 귀족 등을 등장시켜 백인 일색인 서구 시대극의 전형을 깨뜨려 왔다. 시즌4 역시 하예린 외에 소피의 계모인 아라민타 부인(케이티 렁)과 두 친딸도 아시아계 배우가 연기했다. 렁은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해리의 첫사랑 초 챙으로 친숙한 배우.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하예린은 자칫 밋밋할 수도 있었던 소피라는 인물에 특유의 단호함을 불어넣어 캐릭터의 풍미를 살렸다”고 호평했다. ‘브리저튼’ 시즌4의 파트2는 26일 공개될 예정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변호사의 나라’ 미국, ‘엔지니어의 나라’ 중국.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중국 산업 분석가로 손꼽히는 저자는 두 초강대국을 이렇게 정의한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살았던 저자는 양국이 전혀 다른 작동 방식을 갖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말(言)’이 지배하는 미국과 ‘기술’이 주도하는 중국. 저자의 한 줄 평을 중심으로 이상적인 국가 운영 방식은 무엇일지 고민하며 양국이 직면한 위협을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도 대한민국의 과거와 미래가 보이는 듯하다.“이공계 출신 권력자들의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급부상했으나 억압 정치의 대가를 뒤늦게 치르는 나라.” 중국이다. 시작은 1980년대였다. 덩샤오핑(鄧小平)은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의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개혁·개방을 표방했다. 그러곤 공학자 출신을 정부 최고위층으로 끌어올렸다. 이들의 목표는 국방력 강화. 이후 도로, 교량, 발전소, 새로운 도시 건설 등 대규모 국가 개발 계획이 착수됐다. 공학자 중심 국가의 장점은 명확했다. 그들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생산 기반시설을 널리 구축하는 데에 탁월했다. 덩샤오핑의 개혁이 시작된 뒤로 중국의 하드웨어 역량은 급속히 탄탄해졌다. 현재 중국은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 모두를 더한 것보다 더 긴 고속철도망을 보유하고 있다.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 역시 다른 국가들을 모두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성장엔 폐해가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인 ‘디디추싱’과 결제대행업체 ‘앤트그룹’ 등 신규 기술 기업을 향한 강한 규제 정책을 쏟아냈다. 소비자 중심보다는 국가 전략상 필요한 산업을 우선시했던 것. 합리적이지 않은 규제에 투자자 등 부유층이 중국을 떠나는 ‘룬(潤·Run)’ 현상도 일었다. 저자는 “일련의 정책을 고집하지 않았더라면 중국의 경제는 훨씬 나아졌을 것”이라고 했다.“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초를 달성했으나 이제는 규제와 절차에 갇혀 역동성을 잃어버린 나라.” 이 한 줄 평은 미국의 것이다. 한 세기 전 미국은 현 중국과 비슷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국내에선 건설 산업에 대한 열망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야흐로 법률가의 시대가 도래했다. 당시 미국 곳곳에선 원유 유출 사고, 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 경제성장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고학력 법률가들이 사회 전반에 부상했다. 법률가들의 관심사는 ‘소송’과 ‘규제’였다. 물론 이들 덕에 환경 파괴나 불필요한 건설 등 과거의 문제가 해결됐지만, 병폐도 있었다. 저자는 “법률가들이 장악한 미 정부는 국가 전략보다는 새로운 규칙을 만들거나 위원회를 설치하는 데에 익숙해졌다”고 평한다. 미국 내 변호사 숫자만 인구 10만 명당 400명, 유럽 국가 평균의 3배다. 이들이 구축해 놓은 절차 중심주의는 기업과 대학,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제조업이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전통 제조업체들은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했고, 미국은 제조 인력과 지식을 보존하지 못했다. 미 국가핵안보국(NNSA)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기밀 부품 제조법을 잃어버린 사건도 있었다. 저자는 “만약 이 세상에 종말이 다가와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해 총을 겨눈다면 이 부분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전쟁은 첨단 정보기술(IT)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국가정보원 블랙요원(비공식 정보요원)인 조 과장(조인성). 그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였던 북한 여성이 눈앞에서 숨졌다. 그가 남긴 인신매매 사건의 단서를 쫓아 조 과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조 과장과 그의 새로운 휴민트 채선화(신세경), 채선화의 옛 연인이자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휴민트’는 ‘베테랑’(2015년)과 ‘군함도’(2017년), ‘모가디슈’(2021년)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를 선보인 류 감독이 2024년 ‘베테랑2’ 이후 약 17개월 만에 선보인 신작. 전작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이번 작품으로 최근 심각한 침체에 빠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지만, 202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될 가능성은 무척 높아 보인다.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 멜로’라 볼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가 다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휴민트’는 액션으로도 멜로로도 기대 이상이다. 시원시원한 액션물을 기대했다면, 양도 질도 차고 넘친다. 그 중심에 선 건 단연 조인성. 영화는 조 과장의 전사(前史)를 과감히 덜어내고 초반부터 그의 목적인 ‘인신매매 사건’을 추적하며 질주해간다. 특히 ‘휴민트’의 액션 묘미는 이해관계에 따라 순간순간 공조와 대치가 뒤섞인다는 데에 있다. 첫째, 조 과장 대 박건. 서로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남북한 요원들이다. 둘째, 황치성 대 박건. 황치성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박건을 해치우려 한다. 마지막으로, 조 과장·박건 대 러시아 범죄조직. 인신매매 사건을 조사하는 두 사람은 때로 손을 잡고, 때로는 서로를 의심한다. 첩보물 특유의 정보 과잉을 줄인 점도 ‘굿 초이스’였다. 영화는 북한과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북한 인신매매와 마약 밀반입이란 매우 직관적인 사건을 내세운다. 영화의 실제 촬영지는 북유럽 라트비아.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눈밭 위 총격 액션이 ‘휴민트’가 구축한 스산한 세계를 잘 표현해준다. 그럼 멜로 영화로서는? 살짝 고전적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를 좋아한다면 꽤나 흡족할 터. 멜로 서사의 주인공은 박건과 채선화다. 한때 연인이었으나 보위성 조장인 박건이 탈북을 시도했던 채선화의 아버지를 체포하며 사이가 어긋났다. 그리고 몇 년 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어김없이 흔들린다. 하지만 재결합이 쉬울 리가 있나. 재회 시점, 채선화는 국정원의 휴민트다. 이 사실을 먼저 알아챈 황치성은 박건의 만류에도 채선화를 강압 조사한다. 나아가 둘을 한 번에 제거할 목적으로 채선화를 러시아 범죄조직에 넘긴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제 한 몸을 내던지는 박건. 다소 뻔한 순애보지만, 박정민의 또 다른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 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류 감독의 2012년 영화 ‘베를린’에 있다. ‘휴민트’는 ‘베를린’과 세계관이 이어진다. ‘베를린’을 봤던 관객이라면 기억을 떠올려보자. 북한 첩보요원 표종성(하정우)이 아내 련정희(전지현)를 잃은 뒤 복수에 불타 향했던 곳이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물론 이들이 전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블라디보스토크를 매개로 한 이스터 에그(easter egg·숨겨진 장치나 메시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꽤나 옹골차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국정원 블랙요원(비공식 정보요원)이던 조 과장(조인성). 그의 ‘휴민트(HUMINT·인적 정보)’였던 북한 여성이 눈 앞에서 숨졌다. 그가 남긴 인신매매 사건의 단서를 쫓아 조 과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11일 개봉하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는 이렇게 시작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남북한 정보원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조 과장과 그의 새로운 휴민트 채선화(신세경), 채선화의 옛 연인이자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 ‘휴민트’는 ‘베테랑’(2015년)과 ‘군함도’(2017년), ‘모가디슈’(2021년) 등 굵직한 블록버스터를 선보인 류 감독이 2024년 ‘베테랑2’ 이후 약 17개월 만에 선보인 신작. 전작에서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가 이번 작품으로 최근 심각한 침체에 빠진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지만, 2026년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 될 가능성은 무척 높아 보인다. 이 영화의 장르는 ‘액션 멜로’라 볼 수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다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휴민트’는 액션으로도 멜로로도 기대 이상이다. 시원시원한 액션물을 기대했다면, 양도 질도 차고 넘친다. 그 중심에 선 건 당연 조인성. 영화는 조 과장의 전사(前史)를 과감히 덜어내고 초반부터 그의 목적인 ‘인신매매 사건’을 추적하며 질주해간다.특히 ‘휴민트’의 액션 묘미는 이해관계에 따라 순간순간 공조와 대치가 뒤섞인다는 데에 있다. 첫째, 조 과장 대 박건. 서로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남북한 요원들이다. 둘째, 황치성 대 박건. 황치성은 자신의 범죄를 숨기려 박건을 해치우려 한다. 마지막으로, 조 과장·박건대 러시아 범죄조직. 실종 사건을 조사하는 두 사람은 때로 손을 잡고, 때로는 서로를 의심한다.첩보물 특유의 정보 과잉을 줄인 점도 ‘굿 초이스’였다. 영화는 북한과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발생하는 북한 인신매매와 마약 밀반입이란 매우 직관적인 사건을 내세운다. 영화의 실제 촬영지는 북유럽 라트비아.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눈밭 위 총격 액션이 ‘휴민트’가 구축한 스산한 세계를 잘 표현해준다.그럼 멜로 영화로서는? 살짝 고전적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를 좋아하다면 꽤나 흡족할 터. 멜로 서사의 주인공은 박건과 채선화다. 한때 연인이었으나, 보위성 조장인 박건이 탈북을 시도했던 채선화의 아버지를 체포하며 사이가 어긋났다. 그리고 몇년 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은 ‘어김없이’ 흔들린다.하지만 재결합이 쉬울 리가 있나. 재회 시점, 채선화는 국정원의 휴민트. 이 사실을 먼저 알아챈 황치성은 박건의 만류에도 채선화를 강압 조사한다. 나아가 둘을 한번에 제거할 목적으로 채선화를 러시아 범죄조직에 넘긴다. 그리고 어김없이 사랑하는 이를 구하기 위해 제 한 몸을 내던지는 박건. 다소 뻔한 순애보지만, 박정민의 또 다른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마지막 관전 포인트는 류 감독의 2012년 영화 ‘베를린’에 있다. ‘휴민트’는 ‘베를린’과 세계관이 이어진다. ‘베를린’을 봤던 관객이라면 기억을 떠올려보자. 북한 첩보요원 표종성(하정우)이 아내 련정희(전지현)을 잃은 뒤 복수에 불타 향했던 곳이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물론 이들이 전면에 등장하진 않지만, 블라디보스토크를 매개로 한 이스터 에그(easter egg·숨겨진 장치나 메시지)를 발견하는 재미가 꽤나 옹골차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2023년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일본 영화 ‘괴물’(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은 한 소년 배우의 이름도 세계에 각인시켰다. 구로카와 소야(黒川想矢·17).그는 순수함과 혼란이 공존하는 아이인 무기노 미나토를 섬세하게 표현해 일본 아카데미 신인배우상도 거머쥐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구로카와는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보’에서 가부키에 타고난 재능을 지닌 소년 기쿠오를 연기했다. 무대를 향한 열망이 강하면서 쓸쓸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를 나이에 걸맞지 않은 깊이감으로 연기해 차세대 기대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구로카와 배우가 1일 ‘국보’ 무대 인사를 위해 내한하며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했다. 다섯 살 무렵 처음 카메라 앞에 선 그는 원래 “연기란 얼굴로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4년 전 ‘괴물’ 촬영장에서 “얼굴은 가장 나중이어도 괜찮다. 손끝이나 몸 전체로 느끼고 받아들이면서 연기하면 된다”는 고레에다 감독의 조언을 듣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그때부터 “연기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그 뒤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아요. 대신 바람이나 냄새, 그리고 상대 배우로부터 받는 것을 솔직하게 느끼고 되돌려주죠. 그렇게 연기하다 보면, 아직 17년밖에 살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욱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감정과 마주하는 순간이 있는데요. 그때 행복을 느끼고, 연기가 재밌다고 느낍니다.”그의 진심을 읽었던 걸까. 이상일 감독은 ‘국보’ 캐스팅 당시 구로카와를 보고 “이 배우가 정말로 연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구로카와 역시 대본을 받자마자 간절히 기쿠오 역을 원했다. 그는 “기쿠오는 굉장히 강인한 사람”이라며 “기쿠오에게 동경심을 느꼈고, 이 역할을 통해 저 자신도 더욱 강해지고 싶었다”고 했다.매니저와 함께 ‘뭘 잘못했는지’ 따로 돌이켰을 만큼 불합격을 예상했던 ‘국보’ 오디션. 하지만 합격 소식을 들은 날, 구로카와는 기쁨과 동시에 불안을 느꼈다. “일본의 소중한 전통문화인 가부키에 누가 되진 않을지 두려워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이에 꼬박 반년간 연습을 거듭했고, 포기하고 싶을 만큼 호되게 혼나면서도 끝까지 연기를 준비했다.구로카와가 또래 배우들과 구별되는 점은 연기뿐만 아니라 자신을 바라보는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전혀 모르겠다”고 말하는 소년이지만, 동시에 스스로를 경계하는 성숙한 자기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2024년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 소감이 그랬다. 당시 15세였던 그는 “‘괴물’에서 미나토 역을 맡은 게 운이라 생각하는 저와, 마치 ‘내 힘으로 해냈다’고 착각하는 제가 싸우고 있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그 싸움은 이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싸워 나가야 한다”고 했다.그는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줄곧 “한국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밝혀 온 구로카와는 올해 그 바람을 이룬다. “아직 공개 전이지만 몇몇 한국 작품에 출연하게 됐으니 기대해 달라”는 말과 함께 다음을 기약했다.“‘괴물’로 한국에 왔을 때 많은 분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신 게 어제 일처럼 기억에 생생해요. 사실 지금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어요. 언젠가 여러분과 한국어로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또 만나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