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

김태언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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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태언 기자입니다.

beborn@donga.com

취재분야

2025-11-15~2025-12-15
문화 일반49%
인사일반16%
문학/출판13%
만화11%
사회일반7%
사건·범죄2%
연극2%
  • 김은숙, 이번엔 로맨틱 코미디

    “친숙한 요술램프라는 소재를 가지고 신선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다음 달 3일 공개하는 넷플릭스 13부작 시리즈 ‘다 이루어질지니’에 출연한 배우 김우빈은 드라마를 이렇게 설명했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다. 29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수지와 안은진, 노상현, 고규필, 이주영은 “대본이 신선하고 소재가 독창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 이루어질지니’는 김은숙 작가가 세계적 화제를 모은 ‘더 글로리’(2022∼2023년) 이후 처음 선보이는 신작. 어느 세대에게나 친숙한 천일야화 속 ‘알라딘과 마법의 램프’에서 모티브를 따온 작품으로, 1000여 년 만에 인간 세계로 돌아온 램프의 정령 지니(김우빈)가 인간 기가영(수지)을 만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다만 드라마는 램프의 정령이 ‘사탄’이라는 점과 그가 타락시키려는 가영이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라는 점이 원작과 다르다. 때문에 “소원을 빌라”는 지니와 “소원이 없다”는 가영의 다툼을 뼈대로 김 작가 특유의 재치 있는 대사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수지는 “이렇게 재밌는 대사를 어떻게 하면 맛깔나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다 이루어질지니’는 로맨틱 코미디의 기본에 충실하되 인간의 본성도 깊이 있게 다뤘다는 설명도 내놓았다. 김우빈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로 생각하며 읽었는데, 이야기가 전개되며 나타나는 깊이가 있었다”며 “세 가지 소원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욕망, 사랑과 우정의 의미, 선과 악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다. 수지 또한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이기도 하지만 가족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은 한류스타인 수지와 김우빈의 출연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2016년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이후 9년 만에 재회했다. 수지는 “완전히 새로운 작품과 캐릭터로 만나 전작의 아련함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재밌었다”며 “훨씬 수월하게 호흡하며 연기했다”고 전했다. 김우빈은 “체감상 3년 전쯤 만난 것처럼 느껴질 정도”라며 “현장에서 친해질 시간이 필요없다 보니 작품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드라마 제작 도중 ‘감독 교체’란 홍역을 치른 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당초 이 작품은 ‘멜로가 체질’ 등을 연출했던 이병헌 감독이 맡았다가 일신상의 이유로 중도 하차했다. 이후 김 작가와 ‘더 글로리’를 함께했던 안길호 감독이 투입됐다. 김우빈은 “이 감독님과 마무리까지 함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안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셨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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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스틸러’ 염혜란 “대세는 유행, 언젠가 없어지는 것”

    “어머! 아침에 숍 다녀오길 잘했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염혜란(49·사진)은 처음부터 방긋 웃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과거엔 이런 기회를 얼마나 갈구했는지 모른다”며 솔직한 감회를 털어놓은 그는 자타 공인 올해의 대세 배우. 드라마 ‘도깨비’ ‘더 글로리’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더니, 올해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와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하며 뜨거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염 배우는 “배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영상물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욕심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며 비교적 늦게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그가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뒤 품은 꿈은 무척 간명했다.“생계 걱정 없이 연극을 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이 무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도였어요.” 하지만 염 배우의 무대는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연극 ‘이(爾)’를 본 봉준호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에 그를 캐스팅해 영화에 데뷔시켰다. 연극 ‘잘자요, 엄마’로 노희경 작가의 눈에 들어 ‘디어 마이 프렌즈’(2016년)를 통해 드라마에도 입성했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 온 그가 이제 대세 배우로 불리는 세간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농담으로) 인정해야겠지요? 행복한데 행복한 줄 모르는 게 행복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지금 그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도 행복하지만, 진짜로 이 시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건 나중이 아닐까요.” 지금 대중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아무리 작은 비중의 역할도 주연 못지않게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른바 ‘신스틸러’란 수식어도 자주 따라다닌다. 염 배우는 이에 대해 “그냥 제가 직전 작품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니까,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생각해 주시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무언가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진 않아요. 보통은 제안받은 역할이 너무 좋아서 작품에 임할 뿐이죠.”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가 연기한 ‘이아라’는 매번 오디션에 낙방하지만 결코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인물. 뭣보다 관능미가 뛰어난 캐릭터다. 염 배우는 “처음엔 저에겐 없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서 ‘왜 제안하셨지?’란 의문이 들기도 했다”면서 “막상 이아라를 연기하다 보니 저에게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즐거운 웃음이 가득했지만, 유독 그가 자주 반복했던 말도 있다. “이젠 내리막길밖엔 없겠죠”였다. 그 의도를 묻자 “대세라는 건 (일시적) 유행이고, 그런 유행은 언젠가 사라진다”며 “그런 면에서 스스로를 ‘대세’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이 끊어진다면 엄청난 상실감이 들 것 같다”며 “입지가 좁아질지언정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연기를 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은 제 이미지나 행보가 한쪽으로 고정되는 거예요. ‘폭싹 속았수다’에서 광례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지만, 어딜 가도 엄마 보듯 봐서 부담이 있기도 했어요. 이런 연기도 해보고 저런 연기도 해보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실타래가 얼마 안 남았으니 열심히 또 감아봐야죠, 하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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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스틸러’ 염혜란 “대세라는 건 유행, 내 입지 좁아져도 연기할 것”

    “어머! 아침에 숍 다녀오길 잘했네!”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염혜란(49)은 처음부터 방긋 웃으며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과거엔 이런 기회를 얼마나 갈구했는지 모른다”며 솔직한 감회를 털어놓은 그는 자타공인 올해의 대세 배우. 드라마 ‘도깨비’ ‘글로리’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더니, 올해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와 영화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하며 뜨거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하지만 염 배우는 “배우를 시작할 때만 해도, 영상물에서 주요 역할을 맡고 싶다는 욕심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 연극동아리 활동을 하며 비교적 늦게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그가 2000년 연극 ‘최선생’으로 데뷔한 뒤 품은 꿈은 무척 간명했다.“생계 걱정 없이 연극을 하고 싶다. 많은 분들이 이 무대를 봐주셨으면 좋겠다 정도였어요.”하지만 염 배우의 무대는 많은 이들을 사로잡았다. 연극 ‘이(爾)’를 본 봉준호 감독은 영화 ‘살인의 추억’(2003년)에 그를 캐스팅해 영화에 데뷔시켰다. 연극 ‘잘자요, 엄마’로 노희경 작가의 눈에 들어 ‘디어 마이 프렌즈’(2016년)를 통해 드라마도 입성했다.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그가 이제 대세 배우로 불리는 세간의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농담으로) 인정해야겠지요? 행복한데 행복한 줄 모르는 게 행복한 시간이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지금 그 시기인 것 같아요. 지금도 행복하지만, 진짜로 이 시기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건 나중이 아닐까요.”지금 대중이 그에 열광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과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아무리 작은 비중의 역할도 주연 못지 않게 존재감을 발산한다. 이른바 ‘신스틸러’란 수식어도 자주 따라다닌다. 염 배우는 이에 대해 “그냥 제가 직전 작품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니까, 시청자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무언가 보여주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하진 않아요. 보통은 제안받은 역할이 너무 좋아서 작품에 임할 뿐이죠.”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에 출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그가 연기한 ‘이아라’는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하지만 결코 자신감을 잃지 않는 인물. 뭣보다 관능미가 뛰어난 캐릭터다. 염 배우는 “처음엔 저에겐 없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서 ‘왜 제안하셨지?’란 의문이 들기도 했다”면서 “막상 이아라를 연기하다보니 저에게도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인터뷰 내내 즐거운 웃음이 가득했지만, 유독 그가 자주 반복했던 말도 있다. “이젠 내리막길밖엔 없겠죠”였다. 그 의도를 묻자 “대세라는 건 (일시적) 유행이고, 그런 유행은 언젠가 사라진다”며 “그런 면에서 스스로를 ‘대세’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이 끊어진다면 엄청난 상실감이 들 것 같다”며 “입지가 좁아질지언정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연기를 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는 지점은 제 이미지나 행보가 한쪽으로 고정되는 거예요. ‘폭싹 속았수다’에서 광례를 연기할 수 있어 행복했지만, 어딜 가도 엄마 보듯 봐서 부담이 있기도 했어요. 이런 연기도 해보고 저런 연기도 해보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실타래가 얼마 안 남았으니 열심히 또 감아봐야죠, 하하.”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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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재난의 잔해에서 찾았다, 삶을 복구하는 법

    1989년 4월 15일 토요일. 영국 셰필드에서 리버풀 FC 대 노팅엄 포리스트 FC의 FA컵 준결승전이 열렸다. 당시 힐스버러 스타디움의 입석 구역에 수천 명이 한꺼번에 밀려들며 압사(壓死) 사고가 벌어졌다. 역사에서 ‘힐스버러 참사(Hillsborough disaster)’로 기록된 이 사고로 97명이 목숨을 잃고 766명이 다쳤다. 참사가 벌어진 뒤 리버풀은 도시의 일상이 바뀌었다. 초등학생들은 몸을 겹쳐 쌓는 이른바 ‘힐스버러 놀이’를 했다. 시민들은 책임을 회피하는 경찰과 정부에 항의하며 거리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구호를 외쳤다. 이 사건은 당시 열 살이었던 저자를 ‘재난 복구 전문가’로 이끈 중요한 계기가 됐다. 참사 후폭풍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그의 아버지가 “누구든 해결을 해야지”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그 말이 어린 마음에 깊이 박혔다. 책은 20년 넘게 재난 복구 전문가로서 세계 곳곳의 현장을 누빈 저자의 기록들을 모았다. 9·11테러, 인도양 지진해일 등 여러 대형 참사 현장을 경험한 이답게 생생한 묘사와 깊은 성찰이 담겼다. 저자는 자신을 “계단 밑을 청소하는 신데렐라 같은 존재”라고 표현한다. 재난 복구 전문가의 역할은 시신을 수습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망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일부터 유류품을 어떤 상자에 담아 전달할지 정하는 일까지 보이지 않는 여러 부분을 담당한다. 더 나아가 다시 닥칠 재난을 대비해 기업이나 정부 등과 함께 사회 시스템을 점검하기도 한다. 이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저자가 특히 경계하는 건 “일을 단순하게 처리하고자 하는 유혹”이다. 그는 “재난 상황에서 죽음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온다”며 “작은 디테일이 얄궂게도 유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위로를 주는지, 직접 그런 상실을 겪어보기 전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엔 한국 사례가 소개되진 않았다. 하지만 숱한 재난을 목격해 온 한국 독자들은 자연스레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특히 2005년 런던 지하철 역사에서 벌어진 7·7테러 현장을 묘사한 대목은 한국의 참사 현장과 무척 닮았다. 13명이 희생된 이 사건 현장에서 마주한 유류품 가운데 저자의 기억에 가장 오래도록 남은 건 당일 발송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들이었다. 다툼의 한가운데에, 새로운 연애가 시작되던 찰나에, “무슨 차 마실래?” 묻던 도중에 급작스럽게 끝이 난 대화들. 별것 아닌 듯 문자를 보냈던 단원고 학생들이 떠올라 울컥해진다. 매 순간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직업의 대가는 때로 가혹하다. 재난업계 종사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한다. 기념일 데이트로 간 공연 화장실에서 안치소의 세척 용액향을 맡을 때, 집 안에 굴러다니는 펜에 손을 뻗다가 현장에서 본 유류품과 같은 브랜드라는 걸 알아차릴 때 그들은 그 순간 곤두서는 신경을 다독여야 한다. “어디서나 죽음과 삶과 상실의 냄새가 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들에게 일상을 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돼 버린다. 그럼에도 저자는 여전히 묵묵히 현장으로, 안치소로 향한다. “시간을 돌려 그 아이(과거의 자신)를 만날 수 있다면 ‘네가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하지만 그 여정 자체에 의미가 있을 거라고도 알려주고 싶다. 네가 누군가에게 준 자그마한 도움 하나가 그 자체로 목적이 된다고. 혹독한 시간을 겪는 누군가에게 안심이 되는 미소를 건네는 일에는 가치가 있다고.”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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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FF 첫 부산어워드 대상, 장률 감독 ‘루오무의 황혼’

    2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첫 부산어워드 대상은 중국동포 감독인 장률(장뤼·張律·사진) ‘루오무의 황혼’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장인 나홍진 감독은 “만장일치로 너무나 쉽게 결정이 났다”며 “이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3년 전 홀연 사라진 남자친구에게서 엽서 한 장을 받은 주인공이 그 엽서에 담긴 중국 남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옛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 감독은 제10회 BIFF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은 바 있다. 장 감독은 “20년 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됐다”며 “항상 부산영화제와 부산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총 14편의 초청작 중 대상으로 선정된 ‘루오무의 황혼’은 폐막작으로도 상영됐다. 이날 함께 시상된 감독상은 ‘소녀’를 연출한 대만 배우이자 감독인 수치(舒淇)가, 심사위원특별상은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이 받았다. 배우상은 ‘지우러 가는 길’의 배우 이지원과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세 주연 배우 기타무라 다쿠미, 하야시 유타, 아야노 고가 함께 수상했다. 예술공헌상은 ‘광야시대’의 류창, 투난 미술감독이 받았다. 이날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세계 각국의 영화인을 초청해 스페셜 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영화제 기간 총 관람객 수는 23만8697명으로 지난해 15만2905명보다 64% 증가했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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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동포 장률 감독의 ‘루오무의 황혼’, 부국제 첫 부산어워드 대상 수상

    2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첫 부산어워드 대상은 중국동포 감독인 장률(장뤼·張律) ‘루오무의 황혼’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장인 나홍진 감독은 “만장일치로 너무나 쉽게 결정이 났다”며 “이 발표를 할 수 있다는 것에 진심으로 영광스럽다”고 말했다.이 작품은 3년 전 홀연 사라진 남자친구에게 엽서 한 장을 받은 주인공이 그 엽서에 담긴 중국 남서부의 작은 마을에서 옛사랑의 흔적을 발견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장률 감독은 제10회 BIFF에서 뉴커런츠상을 받은 바 있다. 장 감독은 “20년 만에 이 자리에 다시 서게됐다”며 “항상 부산영화제와 부산을 사랑한다”고 말했다.총 14편의 초청작 중 대상으로 선정된 ‘루오무의 황혼’은 폐막작으로도 상영됐다.이날 함께 시상된 감독상은 ‘소녀’를 연출한 대만 배우이자 감독 수치(舒淇)가, 심사위원특별상은 ‘충충충’의 한창록 감독이 받았다. 배우상은 ‘지우러 가는 길’의 배우 이지원과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의 세 주연 배우 키타무라 타쿠미, 하야시 유타, 아야노 고가 함께 수상했다. 예술공헌상은 ‘광야시대’의 류창, 투난 미술감독이 받았다.이날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막을 내린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신설하고 세계 각국의 영화인을 초청해 스페셜 토크 등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했다. 영화제 기간 총 관람객 수는 23만8697명으로 지난해 15만2905명 보다 64% 증가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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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망과 원망의 30년, 그 끝은 ‘용서’였다

    “나 죽는대.”10년 전 절연한 친구가 찾아와 대뜸 이런 말을 꺼낸다.그러면서 스위스행 비행기표를 건네더니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며 이런 부탁을 한다. “맞아, 안락사.” “거기에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래?”12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15부작인 드라마는 서로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하는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30년 서사를 다뤘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이 아님에도, 공개 약 일주일 만에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1위와 지난주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5위를 차지했다. 섬세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두 배우의 열연 덕이다. 치열한 관계극의 중심에 선 두 주인공인 배우 김고은(34)과 박지현(31)을 22, 25일 만났다.극에서 은중은 비범하진 않아도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안다. 상연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을 혐오한다. 상연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은중 앞에서 초라해졌고, 그런 복잡한 마음은 드라마틱한 배신으로 이어진다.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는 박지현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다. 나쁘게만 보일 수도 있었던 캐릭터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상연의 외로움과 결핍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은중이는 그 자체로도 이해해 줄 수 있는 역할이지만, 상연이는 시청자들이 그 안을 들여다봐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역할이죠. 그런데 그 개연성을 박지현이란 배우가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김고은) 이렇게 박지현의 연기가 빛날 수 있던 건 김고은 덕이기도 하다. 보는 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는 건 은중이기에, 김고은은 은중의 평범함을 흔들림 없이 구현해야 했다.“언니는 너무나 우뚝 서 있는 바위였고, 저는 그 바위에 계란도 돌도 던져 보는 사람이었어요. 그 덕에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다 해봤죠. 제가 받는 칭찬은 김고은의 것이라고 생각해요.”(박지현) 김고은 연기의 절실함은 배우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김고은은 출연 결정에 대해 “작가가 ‘조력 사망’을 담고 싶다고 하셨고, 그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컸다”고 했다.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던 2023년 즈음에 그의 친구 몇몇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고은은 “작품을 만난 시기가 참 신기했다”며 “슬픔에만 빠져 있을 법한 시기에 올바르게 감정들을 쓸 수 있어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 “20대 전부를 함께했던 친구들이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고은아, 너는 정말 특별해’라고 말해 주던 이들이었거든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소중했던 그 친구들이 많이 떠올랐어요.” 두 배우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우정’으로만 정의하진 않았다. 서로를 “그저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박지현과 “깊은 사랑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는 김고은. 그렇기에 30년이란 긴 여정을 지나 은중은 끝내 상연을 용서한다. 김고은은 “이 작품은 온전히 한 사람을 다 받아낸 은중의 이야기로도 보인다”며 “어렵겠지만 한 번쯤은 그런 관계를 경험해 봐도 좋겠다”고 했다. 작품 속 두 사람의 끝은 예고된 대로 스위스로 향한다. 최종본엔 담기지 않은 장면 중 하나는 상연의 마지막을 지키던 은중이 ‘상연아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박지현은 인터뷰 도중 이 연기를 할 당시를 회상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빨개진 눈을 훔치며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 보지 못했던 상연이는 그 한마디를 평생 갈망했을 것 같다”며 “‘나도 사랑한다’고 은중에게 화답하고 싶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상연이 떠난 뒤 작품은 ‘남겨진 자’ 은중의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상연과의 동행을 마친 은중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고은은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은중이는 상연이와의 동행을 선택할 때부터 이미 자신을 잘 지킬 줄 아는 친구였어요. 이 일을 아프고 슬프게만 받아들이진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상연이를 잘 보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은중이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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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그계 대부’ 전유성, 폐기흉 악화로 별세

    평생을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살았던’ 원로 코미디언 전유성 씨가 25일 영영 지구를 떠났다. 향년 76세.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후 9시 5분경 입원 중이던 전북대병원에서 별세했다.고인은 서라벌예술대학 연극연출과를 졸업하고 1968년 TBC 방송작가로 방송가에 발을 디딘 후 이듬해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했다. 이후 ‘유머 1번지’, ‘쇼 비디오 자키’, ‘개그콘서트’ 등 여러 프로그램에서 개그를 선보였다.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류이던 시절 몸보다는 말로 사람을 웃기는 개그를 해 인기를 모았고, ‘개그맨’이라는 단어를 방송가에 퍼뜨리기도 했다. KBS의 간판 개그 프로그램이었던 개그콘서트의 원안이 고인으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인은 평소 개그맨 지망생들을 모아 양성하는 등 후배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워 ‘개그계의 대부’로 불렸다. 예원예술대 코미디연기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세호, 김신영 등 여러 후배들을 길러냈다. 경북 청도와 전북 남원에서 ‘코미디 철가방극장’을 비롯한 지역 축제와 공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2013년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명예위원장을 맡았다.1997년 국무총리 표창과 2004년 MBC 연기대상 라디오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 6월 폐기흉 관련 시술을 받았으나 최근 증세가 악화돼 전북대병원에 입원했다.고인은 2023년 산문집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을 펴낸 뒤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희극적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 “지구에 처음 온 사람처럼 사는 것”, “남들이 당연하다 여기는 것에 물음표를 붙이는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유족으로 딸 제비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이며, 장례는 코미디언협회장으로 치러진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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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연아 사랑해” 눈물의 한마디…넷플릭스 ‘은중과 상연’이 남긴 울림

    “나 죽는대.”10년 전 절연한 친구가 찾아와 대뜸 이런 말을 꺼낸다. 그러면서 스위스행 비행기표를 건네더니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며 이런 부탁을 한다. “맞아, 안락사.” “거기에 나랑 같이 가주지 않을래?”12일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은중과 상연’은 이렇게 시작한다. 15부작인 드라마는 서로를 가장 좋아하면서도 질투하고 미워하는 은중(김고은)과 상연(박지현)의 30년 서사를 다뤘다. 대규모 제작비가 투자된 작품이 아님에도, 공개 약 일주일 만에 국내 넷플릭스 시리즈 1위와 지난주 글로벌 TV쇼 비영어 부문 5위를 차지했다. 섬세한 각본과 연출, 그리고 두 배우의 열연 덕이다. 치열한 관계극의 중심에 선 두 주인공인 배우 김고은(34)과 박지현(31)을 22, 25일 만났다.극에서 은중은 비범하진 않아도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안다. 상연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자신을 혐오한다. 상연은 모두에게 사랑받는 은중 앞에서 초라해졌고, 그런 복잡한 마음은 드라마틱한 배신으로 이어진다. 자칫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는 박지현의 연기로 설득력을 얻었다. 나쁘게만 보일 수도 있었던 캐릭터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에 상연의 외로움과 결핍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은중이는 그 자체로도 이해해줄 수 있는 역할이지만, 상연이는 시청자들이 그 안을 들여다 봐줘야 하는 수고로움이 필요한 역할이죠. 그런데 그 개연성을 박지현이란 배우가 잘 표현해낸 것 같아요.”(김고은)이렇게 박지현의 연기가 빛날 수 있던 건 김고은 덕이기도 하다. 보는 이가 자연스럽게 감정을 이입하는 건 은중이기에, 김고은은 은중의 평범함을 흔들림 없이 구현해야 했다.“언니는 너무나 우뚝 서 있는 바위였고, 저는 그 바위에 계란도 돌도 던져보는 사람이었어요. 그 덕에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모든 연기를 다 해봤죠. 제가 받는 칭찬은 김고은의 것이라고 생각해요.”(박지현)김고은 연기의 절실함은 배우의 개인사와도 맞닿아 있다. 김고은은 출연 결정에 대해 “작가가 ‘조력 사망’을 담고 싶다고 하셨고, 그에 마음이 움직였다”며 “쉽게 할 수 없는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 컸다”고 했다. 실제로 ‘은중과 상연’을 촬영하던 2023년 즈음에 그의 친구 몇몇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김고은은 “작품을 만난 시기가 참 신기했다”며 “슬픔에만 빠져있을 법한 시기에 올바르게 감정들을 쓸 수 있어서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하는 느낌까지 받을 정도였다”고 했다.“20대 전부를 함께 했던 친구들이었어요. 배우로서 인정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고은아, 너는 정말 특별해’라고 말해주던 이들이었거든요. 이 작품을 찍으면서 소중했던 그 친구들이 많이 떠올랐어요.”두 배우는 은중과 상연의 관계를 ‘우정’으로만 정의하진 않았다. 서로를 “그저 유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는 박지현과 “깊은 사랑이 있는 관계”라고 생각했다는 김고은. 그렇기에 30년이란 긴 여정을 지나 은중은 끝내 상연을 용서한다. 김고은은 “이 작품은 온전히 한 사람을 다 받아낸 은중의 이야기로도 보인다”며 “어렵겠지만 한 번쯤은 그런 관계를 경험해봐도 좋겠다”고 했다.작품 속 두 사람의 끝은 예고된 대로 스위스로 향한다. 최종본엔 편집돼 담기지 않은 장면 중 하나는 상연의 마지막을 지키던 은중이 ‘상연아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박지현은 인터뷰 도중 이 연기를 할 당시를 회상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는 빨개진 눈을 훔치며 “누구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던 상연이는 그 한 마디를 평생 갈망했을 것 같다”며 “‘나도 사랑한다’고 은중에게 화답하고 싶었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상연이 떠난 뒤 작품은 ‘남겨진 자’ 은중의 시점으로 마무리된다. 상연과의 동행을 마친 은중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김고은은 “잘 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은중이는 상연이와의 동행을 선택할 때부터 이미 자신을 잘 지킬 줄 아는 친구였어요. 이 일을 아프고 슬프게만 받아들이진 않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상연이를 잘 보내줄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은중이는 그렇게 생각할 거예요.”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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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작품중 가장 웃긴다는데… 오히려 굉장히 슬픈 이야기”

    “옛날엔 개봉날에 비가 오면 관객 안 온다고 걱정을 했었어요. 그런데 비가 오니 기분이 서늘하고 좋네요.” 비가 쏟아지던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영화 ‘어쩔수가없다’ 개봉일에 만난 박찬욱 감독(62·사진)은 뭔가 달관한 듯 담담한 분위기가 물씬했다. ‘어쩔수가없다’는 제지업계에서 25년간 일했던 만수(이병헌)가 갑작스럽게 해고된 뒤 가족을 지키기 위해 재취업에 나서며 벌어지는 이야기. 이 배우와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년), ‘쓰리, 몬스터’(2004년) 이후 세 번째 조우다. 박 감독은 이 배우를 섭외한 이유에 대해 “관객이 만수에게 어느 순간 홀딱 빠져들어야 했다”며 “이병헌은 눈만 봐도 설득되는 배우”라고 했다. 이번 작품은 박 감독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웃긴 영화’로 꼽는 이들이 많다. 평범한 인물이던 만수가 난생처음 살인을 저지르며 보여주는 기행들이 쓴웃음을 짓게 만든다는 평이 나온다. “오히려 이 이야기는 굉장히 슬픈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계속 우울한 기조로 묘사한다고 해서 비극이 강해진다곤 생각하지 않아요. 만수의 어리석음과 미숙함이 자아내는 코미디는 웃길수록 슬프죠.” 한편에선 아쉽다는 분위기도 있다. 박 감독 특유의 은유와 미장센이 도드라졌던 전작들과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박 감독의 “의도였다”고 한다. 그는 “늘 직전 작품과 달라지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며 “전작 ‘헤어질 결심’이 여백이 많은 시적인 영화였으니, 이번 영화는 필요한 요소가 있다면 주저하지 않고 다 표현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했다. ‘어쩔수가없다’의 또 다른 두드러진 차별점은 음악이다. 조용필의 ‘고추잠자리’, 김창완의 ‘그래 걷자’ 등 대중가요가 전면에 등장한다. 특히 이른바 ‘고추잠자리 신’으로 불리는 살인 장면은 회심의 한 방으로 꼽힌다. “영화의 중간 지점입니다. 관객 입장에서는 ‘첫 살인이 이렇게 오래 걸리면 어떡하냐’며 시계를 들여다볼 타이밍이죠. 관객들이 그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살인 장면을 마주하게 되는 때에 화면 가득 ‘고추잠자리’가 흐르죠. 그 노랫소리가 아주 커서 관객들도 만수와 함께 텐션이 올라갔다가 노래가 꺼지면 지치길 바랐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으로 불리지만, 박 감독은 늘 흥행 성적을 고려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 작품으로 수익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영화산업에 기운이 되살아난다’고 분위기가 바뀌는 데에 이번 영화가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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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쏟아진 박수, 유쾌한 웃음… 관객 사로잡은 연출 승부

    20일 부산 해운대구 CGV센텀시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 객석에선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터져 나온 큰 박수. 재일 한국인 이상일 감독(51)의 영화 ‘국보’ 얘기다. 이틀 전 18일엔 상영 내내 웃음이 쏟아진 작품도 있었다. 변성현 감독(45)의 ‘굿뉴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함께 초청받은 두 작품은 지금까지 가장 호응이 뜨거운 작품들에 속한다.‘국보’는 일본 야쿠자 집안에서 태어난 소년 ‘키쿠오’(요시자와 료)가 가부키 배우로 성장해 인간 국보가 되기까지의 여정을 그렸다. 경지에 다다른 일본 전통 연극 가부키를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평. 가부키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주인공들 각자의 고뇌를 포착한 서사적 힘이 뛰어나다. 이 감독의 연출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 스크린에 가부키 무대를 통째로 보여 준다. 21일 만난 이 감독은 “고도로 예술을 추구하는 사람만이 보여 주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술가로 살아가며 잃는 것과 얻는 것, 나름의 운명을 짊어진 사람들의 고뇌를 담고 싶었다”라고 했다. 일본 현지에선 ‘예술 영화의 정수’라는 극찬을 받으며 1000만 관객을 돌파하기도 했다.‘굿뉴스’는 변 감독만의 스타일리시함이 두드러진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년), ‘킹메이커’(2022년), ‘길복순’(2023년) 등에서 보여준 독창적인 미장센과 리듬감 있는 연출이 여전히 힘을 발휘한다. 이번 영화는 1970년대 평양을 향해 날아가는 일본 여객기를 하이재킹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담아냈다. 경쾌한 편집은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매력. 긴장감이 절정인 순간 힘을 과감히 빼는가 하면, 배우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내레이션을 하는 등 다양한 영상미를 구축한다. 변 감독은 “배우가 렌즈를 본다는 건 관객들에게 거리감을 주는 것”이라면서 “관객들도 이 소동을 지켜봐 달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끼여 있어도 되는 건가 송구스러우면서도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BIFF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화제작 4편을 엄선해 꾸린 부문. 나머지 두 작품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그저 사고였을 뿐’과 멕시코 출신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이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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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英 정부보다 먼저 ‘제국’이 된 초국적 기업

    1765년 8월 무굴 제국의 젊은 황제 ‘샤 알람’은 영국의 한 무역 회사와 ‘알라하바드 조약’을 맺었다. 황제는 당시 많지 않은 금액이던 260만 루피를 대가로 이 회사의 정복을 인정하고 세금 징수 권한까지 넘겼다. 이 회사가 바로 ‘동인도회사’다. 영국과 인도 역사를 탐구해온 저자가 무굴 제국의 몰락과 동인도회사의 부상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그린 책이다. 동인도회사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참조했다고 한다. 학술서에 가까운 무게감을 지닌 덕에 정밀함이 높다. 저자는 “동인도회사는 영국 정부보다 먼저 ‘제국’이 된 최초의 초국적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무굴 제국이 몰락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내부 정치’를 꼽았다. 무굴 제국은 동시대 오스만 제국의 4배가 넘는 인구를 가진 거대한 나라였다. 하지만 내부의 권력 다툼에다 황제와 지방 토착세력의 끊임없는 내전으로 국가 역량은 갈수록 소진돼 갔다. 이는 동방 무역을 확대하려던 동인도회사엔 절호의 기회였다. 회사는 무굴 제국의 소왕국들을 차례로 굴복시켜 식민지로 삼았다. 그러다 1764년 무굴 제국의 3개 대군과 맞붙은 ‘북사르 전투’에서도 승리하며 인도에 대한 지배가 현실화됐다. 3개 대군 중 한 축인 샤 알람 황제가 전투 내내 비밀리에 교신했던 회사와의 관계를 복구하기 위해 알라하바드 조약을 맺은 것이다. 문제는 동인도회사가 주식회사란 점이었다. 회사가 무굴 제국으로부터 행정권을 넘겨받은 순간에도, 통치의 제1기준은 ‘주주의 이익’이었다. 이에 세금은 끝없이 늘었고 지역 경제는 피폐해졌다. 극심한 기근으로 수많은 이들이 아사하는 와중에도 동인도회사는 과세 산정액을 높이기도 했다. 이런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뭘까. 저자는 이를 통해 오늘날 기업 권력의 오남용에 대해 경고한다. 특히 거대 자본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과거 동인도회사와 닮았다고 지적했다.“기업에 대한 규제가 충분하지 않거나 대기업의 구매력이 정부의 재정을 능가하는 약한 국가들은 특히 위험하다. 지금 동인도회사 이야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현재적이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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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델 토로 감독 “韓영화 볼때마다 에너지-힘 느껴”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합니다.” 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61·사진)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델 토로 감독은 ‘셰이프 오브 워터’(2018년)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그에 앞서 ‘헬보이’(2004년) ‘판의 미로’(2006년) 등을 연출하며 ‘크리처(괴생명체)물 장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델 토로 감독은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에너지와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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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켄슈타인’ 들고 BIFF 찾은 델 토로…“한국 문화센스 남달라”

    “흥분을 감출 수가 없어요. 한국 영화를 너무 사랑합니다.”19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멕시코 출신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61)은 한국을 처음 방문한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한국 영화를 보면 볼수록 정말 문화에 대한 센스가 남다르다”고 칭찬하면서 “한국과 멕시코는 공유하는 바가 많다. 참고로 저는 술을 엄청 좋아한다”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델 토로 감독은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았다. 그는 ‘판의 미로’(2006년) 등 판타지 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연출가로, ‘프랑켄슈타인’ 역시 결을 같이 한다. 앞서 ‘셰이프 오브 워터’(2018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감독상을 받는 등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감독 중 하나로 꼽힌다.‘프랑켄슈타인’은 천재적이지만 이기적인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극악무도한 실험을 통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이야기를 다룬다. 1818년 작품인 메리 셸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이 소설은 앞서 수 차례 영화와 뮤지컬로 만들어졌는데, 이에 대해 델 토로 감독은 “같은 노래라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진다”며 “영화는 저와 아버지 간의 관계를 담은 우화”라고 표현했다.“저의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의 원작에 제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든 작품입니다. 만들어지고, 내버려졌다는 점에서 처음 이 작품을 봤을 때,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영화에선 아들(괴물)과 아버지(빅터 프랑켄슈타인)의 관계와 그 사이의 고통을 다룹니다. 젊은 시절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고 자식이 생기고 나서야 아버지란 존재를 알게 됐어요.”델 토로 감독은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언급하며 “다른 나라의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다”며 “한국 영화를 보면 볼수록 ‘문화에 대해 정말 순수하구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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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저항의 아이콘’… “영화제작 막을수 없다”

    “지난밤 좋은 소식이 전해졌죠.” 1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이란 출신 자파르 파나히 감독(65)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마련한 간담회에서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다. 내년 미국 아카데미상 국제장편영화 부문에 그의 신작 ‘그저 사고였을 뿐(It was Just an Accident)’이 프랑스 대표 영화로 공식 출품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파나히 감독은 영화 ‘써클’로 2002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영화 ‘택시’로는 201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올해 5월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며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장뤼크 고다르(프랑스)와 로버트 앨트먼(미국) 등에 이어 역대 5번째이며, 아시아 최초이자 현존하는 감독 중에 유일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오스카에 출품하는 과정은 무척 힘겨웠다. 파나히 감독은 “이란 같은 폐쇄적인 나라에선 정부 허가를 받아야 오스카 출품을 할 수 있다. 이번에도 공동 제작국인 프랑스를 통해 가능했다”며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세계 영화인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부산과 인연이 깊다. 1996년 장편 데뷔작 ‘하얀 풍선’을 들고 제1회 BIFF에 참석했으며, 이후로도 여러 작품을 부산에 선보였다. 올해 30회를 맞은 BIFF는 그에게 ‘아시아영화인상’을 수여했다. 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서 먼저 선보인 ‘그저 사고였을 뿐’은 다음 달 1일 세계 최초로 국내 개봉한다. 영화는 과거 정치범으로 수감 생활을 했던 정비공 바히드가 한 남성의 의족 소리를 들은 뒤 그가 자신을 고문했던 정보관이라 확신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란 사회를 날카롭게 지적해 온 감독에게 이런 저항정신은 그의 영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축이다. 파나히 감독은 자국에서 수 차례 출국금지됐으며, 17년간 구금돼 영화 제작 금지 처분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그런 과거를 되돌아보며 자신을 “사회적인 영화인”이라고 불렀다. “영화 제작이 불가능했을 때 집에서 홀로 저를 찍었어요. 아무리 영화를 만들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컸습니다. 전 이 세상 누구도 이걸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영화인들은 언제나 방법을 찾을 테니까요.” 최근 국내외 영화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의 영향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하지만 파나히 감독은 이에 대해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난관도 있지만) 굉장히 많은 기술과 가능성이 젊은 세대에게 주어지고 있습니다. 영화인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 의무가 있어요.”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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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른 잔치, 이제 시작” 막오른 ‘영화의 바다’

    “30년 전 부산이란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습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17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이병헌 씨가 이렇게 운을 떼자 관객 수천 명이 일제히 환호로 답했다.‘젊은 영화제’ ‘동아시아 문화권에 중점을 둔 영화제’를 표방하며 1996년 9월 첫 막을 올린 BIFF가 올해 30회를 맞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관심도가 높은 영화제로 성장한 BIFF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씨는 “1995년도에 첫 영화를 찍어 올해로 30년 차 영화배우가 된 저도 BIFF와 함께 성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광수 BIFF 이사장은 개막을 선언하며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하지만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블랙핑크 리사,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배우 한효주, 영화 ‘프로젝트 Y’의 배우 한소희 전종서, ‘파이널 피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坂口健太郎)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 올해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이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25년간 근무해 온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한 중산층 가장 만수(이병헌)의 재취업 투쟁기를 그린 영화다. BIFF 집행위원회는 “개막식을 찾게 될 관객 5000여 명이 가장 보고 싶어 할 만한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BIFF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가운데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초청된 건 처음이라 설렌다”며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 이야기가 완전히 결합돼 바깥으로도,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어 “지금 영화업계가 어렵지만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올해 BIFF 상영작은 64개국 328개 작품으로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26일까지 상영된다. 이 기간 이탈리아 거장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 프랑스 유명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봉준호 감독, 매기 강 감독 등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이 BIFF를 찾는다.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5개 부문에선 아시아 작품 14편이 겨룰 예정이다. 대상작은 26일 폐막식에서 상영된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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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전 부산의 작은 꿈, 이제 아시아 대표하는 영화제로”

    “30년 전 부산이란 도시에서 시작된 작은 꿈이, 이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가 됐습니다.”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이 열린 17일 저녁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이병헌 씨가 이렇게 운을 떼자 관객 수천 명이 일제히 환호로 답했다.‘젊은 영화제’ ‘동아시아 문화권에 중점을 둔 영화제’를 표방하며 1996년 9월 첫 막을 올린 BIFF가 올해 30회를 맞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관심도가 높은 영화제로 성장한 BIFF는 올해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 씨는 “1995년도에 첫 영화를 찍어 올해로 30년차 영화배우가 된 저도 BIFF와 함께 성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박광수 BIFF 이사장은 개막을 선언하며 “‘서른, 잔치는 끝났다’고 하지만 잔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아직 배가 고프다”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블랙핑크 리사, 경쟁부문 심사위원인 배우 한효주, 영화 ‘프로젝트 Y’의 배우 한소희 전종서, ‘파이널 피스’에 출연한 일본 배우 사카구치 겐타로(坂口健太郎)를 비롯한 다수의 스타와 박형준 부산시장 등이 참석했다.올해 개막작인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도 이날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영화는 미국 소설가 도널드 E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25년간 근무해 온 제지회사에서 해고당한 중산층 가장 만수(이병헌)의 재취업 투쟁기를 그린 영화다. BIFF 집행위원회는 “개막식을 찾게 될 관객 5000여 명이 가장 보고 싶어 할 만한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라고 설명했다.이날 개막식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BIFF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가운데 제 작품이 개막작으로 초청된 건 처음이라 설렌다”며 “개인의 이야기와 사회적 이야기가 완전히 결합돼 바깥으로도, 안으로도 향할 수 있는 영화”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어 “지금 영화업계가 어렵지만 영영 이런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올해 BIFF 공식 상영작은 241개 작품으로 영화의전당, CGV 센텀시티 등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26일까지 상영된다. 이 기간 이탈리아 거장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 프랑스 유명 배우 줄리엣 비노쉬, 봉준호 감독, 매기 강 감독 등 국내외 유명 영화인들이 BIFF를 찾는다. 경쟁 부문인 ‘부산 어워드’ 5개 부문에선 아시아 작품 14편이 겨룰 예정이다. 대상작은 26일 폐막식에서 상영된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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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4편의 파도… 부산, 경쟁 큐!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로 30회를 맞았다. 17일 막을 올리는 BIFF는 국내외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관심도 높은 영화제로 평가받는다.올해 서른을 맞은 BIFF는 영화제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총 14편의 초청작 중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이번 30주년을 계기로 BIFF는 칸이나 베를린과 어깨를 겨룰, 세계적인 경쟁 영화제로 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 ‘부산 어워드’ 누가 안을까 사실 BIFF의 경쟁 부문 도입은 영화제 권위 강화란 현실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1996년 출범한 BIFF는 원래 ‘축제형 영화제’를 지향했다. 비경쟁 영화제를 기본으로 하되,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뉴커런츠’ 등 일부 분야만 경쟁 부문을 운영했다. 하지만 ‘뉴커런츠’의 정체성이 모호하단 지적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으로 영화제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 신설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한국 영화 4편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대만, 이란,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작품들로 꾸려졌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시선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상식의 명칭은 ‘부산 어워드(Busan Award)’로 정해졌다. 대상과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 배우 량자후이(梁家輝·양가휘)와 한효주 등 7인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이번 어워드 심사는 BIFF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위상을 굳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어떤 작품이 상을 받느냐에 따라 향후 영화제의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화제작 총출동경쟁작들은 세계적인 거장부터 신인 감독까지 다양하게 포진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의 감독 숀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은 ‘왼손잡이 소녀’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던 중국동포 감독인 장률(장뤼·張律)의 ‘루오무의 황혼’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에선 ‘서기’로 낯익은 대만 배우 수치(舒淇)가 연출에 도전한 ‘소녀’ 등 신인 감독들의 첫 장편영화도 5편이나 된다.시네필(영화광) 사이에서 화제인 감독들도 초청됐다. 영화 ‘69세’(2020년)로 장편 데뷔한 임선애 감독이 연출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진욱, 수지 출연)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이 슌지(巖井俊二)의 조감독 출신인 나가타 고토(永田琴)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홍상수 사단인 이제한 감독의 ‘다른 이름으로’도 눈길을 끈다.올해 BIFF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이 늘었다. 경쟁 부문 외에 주목되는 섹션은 동시대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 올해 초청작 수는 33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6일 폐막한 베니스 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이 섹션에 포함됐다.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받은 짐 자무시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러더’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잔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등이다. 올 5월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크릿 에이전트’도 상영된다.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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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쟁 부문’ 도입한 부산국제영화제, 첫 트로피는 누구?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17일 막을 올리는 BIFF는 국내외에서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관심도 높은 영화제로 평가받는다.올해 서른을 맞은 BIFF는 영화제의 새로운 발돋움을 위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했다. 총 14편의 초청작 중에서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이번 30주년을 계기로 BIFF는 칸이나 베를린과 어깨를 겨룰, 세계적인 경쟁 영화제로 도약을 꿈꿀 수 있을까.● ‘부산 어워드’ 누가 안을까사실 BIFF의 경쟁 부문 도입은 영화제 권위 강화란 현실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1996년 출범한 BIFF는 원래 ‘축제형 영화제’를 지향했다. 비경쟁 영화제를 기본으로 하되,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뉴커런츠’ 등 일부 분야만 경쟁 부문을 운영했다. 하지만 ‘뉴커런츠’의 정체성이 모호하단 지적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약진으로 영화제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체질 개선에 나섰다.신설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작품은 한국 영화 4편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대만, 이란, 타지키스탄, 스리랑카 등 아시아 작품들로 꾸려졌다. 정한석 BIFF 집행위원장은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과 시선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시상식의 명칭은 ‘부산 어워드(Busan Award)’로 정해졌다. 대상과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에서 이뤄진다. 심사위원장은 나홍진 감독이, 배우 량자후이(梁家輝·양가휘)와 한효주 등 7인이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이번 어워드 심사는 BIFF가 아시아 대표 영화제의 위상을 굳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어떤 작품이 상을 받느냐에 따라 향후 영화제의 방향성도 가늠할 수 있다”고 했다.● 세계 화제작 총출동경쟁작들은 세계적인 거장부터 신인 감독까지 다양하게 포진했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노라’의 감독 션 베이커가 프로듀서를 맡은 ‘왼손잡이 소녀’가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여러 차례 초청됐던 조선족 중국 감독인 장률(張律)의 ‘루오무의 황혼’도 세계 최초로 공개된다. 한국에선 ‘서기’로 낯익은 대만 배우 수치(舒淇)가 연출에 도전한 ‘소녀’ 등 신인 감독들의 첫 장편영화도 5편이나 된다.시네필(영화광) 사이에서 화제인 감독들도 초청됐다. 영화 ‘69세’(2020년)로 장편 데뷔한 임선애 감독이 연출한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이진욱, 수지 출연)도 이름을 올렸다. 이와이 슌지(岩井俊二)의 조감독 출신인 나가타 고토 감독의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홍상수 사단인 이제한 감독의 ‘다른 이름으로’도 눈길을 끈다.올해 BIFF 공식 상영작은 총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이 늘었다. 경쟁부문 외에 주목되는 섹션은 동시대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아이콘’ 부문. 올해 초청작 수는 33편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6일 폐막한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작들도 이 섹션에 포함됐다. 황금사자상(최고상)을 받은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와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지안 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등이다. 올 5월 칸국제영화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시크릿 에이전트’도 상영된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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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년의 시간’ ‘더 피트’, 美 에미상 작품상 석권

    넷플릭스 영국 드라마 ‘소년의 시간’과 미국 HBO 의학 드라마 ‘더 피트’가 미 방송계 최고 권위를 지닌 프라임타임 에미상의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14일(현지 시간) 미 로스앤젤레스 피콕극장에서 열린 제77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더 피트’는 드라마 시리즈 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등 3관왕을 거머쥐었다. 무대에 오른 존 웰스 감독은 “헬스 케어 최전선에서 우리 건강과 의료를 위해 일하시는 모든 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더 피트’는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대형병원 응급실을 배경으로 한 작품. 응급의학과 교수 로비(노아 와일리)의 15시간 근무를 1시간 단위로 나눠 그린 15부작으로, 응급의료 현장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에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를 통해 볼 수 있다. 현지에선 내년 1월 시즌2 방영이 확정됐다.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에선 ‘소년의 시간’이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연출상, 작가상 등 6개 상을 석권했다. 영국 중학생인 13세 제이미 밀러(오언 쿠퍼·16)가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4부작 시리즈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쿠퍼는 최연소 에미상 남우조연상 수상자가 됐다. 코미디 부문에서는 미 코미디 업계의 권력 다툼을 유쾌하게 풍자한 ‘더 스튜디오’가 작품상을 받았다. 27개 부문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운 애플티비의 ‘세브란스: 단절’은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2관왕에 올랐다.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 2025-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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