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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제작사들 중 어느 곳을 접촉해야 하는지 구글 검색부터 시작했었어요.” ‘크로스파이어’의 첫 IP(지식재산권) 영화화 작업을 시작한 2015년을 돌이키며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의 백민정 IP담당 상무는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2007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약 10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게임은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에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전역한 이들이 소속된 국제 용병회사와 테러단체 간 전투를 다룬 1인칭 슈팅 게임이다. 최근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만든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 제작사 오리지널필름과 배급사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이 게임의 영화 제작을 결정했다. 한국 게임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바탕으로 게임을 기반으로 한 IP 확장에 나선 경험이 있다. 게임의 영향력을 넓히고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온라인의 게임 이용자뿐 아니라 게임이 가진 음악과 스토리 등 예술적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디즈니식’ 전략을 펼쳤다. 2019년 중국 쑤저우시 쇼핑몰에 게임을 활용한 테마파크를 열었다. EXO 출신 배우 루한 등이 주연을 맡아 e스포츠 대회를 소재로 한 청춘드라마를 제작해 올해 방영할 예정이다. ‘크로스파이어’ 게임의 스토리 자체를 드라마로 만든 작품 역시 중국에서 제작이 진행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의 IP 확장 경험을 발판으로 할리우드 30여 개 제작사의 문을 일일이 두드려 IP 세일즈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시큰둥하던 제작사들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인기와 게임 IP의 확장 가능성을 들으면 반응이 달라졌다. 게임과 드라마의 중국 내 높은 인지도는 영화 개봉 시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백 상무는 “지금은 모든 장르의 경계가 파괴되는 시대다. 영화나 드라마도 스핀오프를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가 단단해지듯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 철학도 다른 장르로 확장시키면 게임의 수명과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을 끌어모을 수 있는 소재에 목마른 할리우드에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소재의 저장고로 평가받는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돼 저작권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게임 캐릭터를 소재로 영화나 드라마적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스토리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레지던트 이블’ ‘툼 레이더’처럼 시리즈로 성공한 사례도 있어 콘텐츠 제작 업계는 여전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니픽처스는 게임사 인수를 통해 다양한 게임의 저작권을 보유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 게임 ‘언차티드’는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소니픽처스 영화로 올해 촬영에 돌입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헨리 캐빌이 주연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 ‘더 위쳐’를 공개했다. ‘더 위쳐’는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삽코프스키가 1993년 처음 출간한 판타지 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2007년 게임으로,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로 장르를 오가며 사랑받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할리우드 제작사들 중 어느 곳을 접촉해야 하는지 구글 검색부터 시작했었어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의 백민정 상무는 ‘크로스파이어’의 첫 IP(지식재산권) 영화화 작업을 시작한 2015년을 돌이키며 ‘맨땅에 헤딩’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2007년 출시돼 전 세계에서 약 10억 명의 회원을 거느린 이 게임은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에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전역한 이들이 소속된 국제 용병회사와 테러 단체 간 전투를 다룬 1인칭 슈팅 게임이다. 최근 영화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만든 미국 할리우드의 영화제작사 오리지널필름과 배급사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가 이 게임의 영화 제작을 결정했다. 한국 게임이 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크로스파이어’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바탕으로 이미 게임을 기반으로 한 IP 확장에 나선 경험이 있었다. 게임의 영향력을 넓히고 이용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기 위해 온라인의 게임 이용자 뿐 아니라 게임이 가진 음악과 스토리 등 예술적 요소들을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디즈니식’ 전략을 펼쳤다. 2019년 중국 쑤저우시 쇼핑몰에 게임을 활용한 테마파크를 열었다. EXO 출신 배우 루한 등이 주연을 맡아 e스포츠 대회를 소재로 한 청춘드라마를 제작해 올해 방영할 예정이다. ‘크로스파이어’ 게임의 스토리 자체를 드라마로 만든 작품 역시 중국에서 제작이 진행 중이다.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에서의 IP 확장 경험을 발판으로 할리우드 30여 개 제작사의 문을 일일이 두드려 IP 세일즈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나섰다. 시큰둥하던 제작사들도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내 인기와 게임 IP의 확장 가능성을 들으면 반응이 달라졌다. 게임과 드라마의 중국 내 높은 인지도는 영화 개봉 시 중국 시장에서의 흥행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백 상무는 “지금은 모든 장르의 경계가 파괴되는 시대다. 영화나 드라마도 스핀오프를 통해 캐릭터와 스토리가 단단해지듯 게임의 스토리와 세계관, 철학도 다른 장르로 확장시키면 게임의 수명과 가치가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소재에 목마른 할리우드에 게임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소재의 저장고로 평가받는다. 최근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게임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돼 저작권의 수명을 늘릴 수 있고, 이용자들의 충성도가 높다. 게임 캐릭터를 소재로 영화나 드라마적 상상력을 덧붙여 새로운 스토리로 발전시킬 수도 있다. ‘레지던트 이블’ ‘툼 레이더’처럼 시리즈로 성공한 사례도 있어 콘텐츠 제작 업계는 여전히 게임을 기반으로 한 영화 제작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소니픽처스는 게임사 인수를 통해 다양한 게임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의 인기 게임 ‘언차티드’는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아 소니픽쳐스 영화로 올해 촬영에 돌입한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헨리 카빌이 주연을 맡은 오리지널 시리즈 ‘더 위쳐’를 공개했다. ‘더 위쳐’는 폴란드 작가 안제이 사프콥스키가 1993년 처음 출간한 판타지 소설이 원작이다. 이 작품은 2007년 게임으로,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로 장르를 오가며 사랑받고 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길고 심각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극장 관객 감소세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월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지난달 관객은 737만 명으로 2005년 2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가 확산됐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영진위에 따르면 2015년 6월 1일 메르스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극장 관객은 9일간 크게 줄었다가 차츰 회복세를 보였다. 그달 11일 영화 ‘쥬라기 월드’가 개봉하면서 전체 관객은 전년과 비슷한 흐름을 유지했다. 이 영화는 554만 명이 보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 반면 코로나19는 확진자가 방문한 극장이 휴업한 다음 날인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극장 관객이 연일 큰 하락폭을 보이며 감소했다. 지난달 첫 주말이던 1, 2일만 해도 주말 관객이 209만 명에 이르렀지만 매주 줄면서 지난 주말(3월 14, 15일)은 19만 명으로 급감했다. 확진자의 동선에 극장이 포함되며 해당 극장 전체가 방역으로 쉬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취해진 데다 코로나19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에 동참하며 다중이용시설인 극장을 기피하고 있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배급사들이 시사회를 비롯한 각종 영화 프로모션 행사를 중지하고 개봉일을 미루고 있는 것도 메르스 때와 확연히 다르다.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엎친 데 덮친 영화계의 침체 추세를 조금이나마 타개하기 위해 미개봉 해외 신작을 상영하는 ‘영화로운 일상을 위한 신작전’을 19일부터 서울 종로구 시네큐브 등에서 연다. 다큐멘터리 ‘슈윙! 블루노트 레코드 스토리’를 시작으로 일본 배우 기키 기린의 유작 ‘모리의 정원’과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 팬을 보유한 프랑스 배우 아델 에넬 주연의 ‘그 누구도 아닌’ 등 10여 편이 상영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한국인으로 태어나 어떤 고사장에서든 한 번쯤 깊은 심호흡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출제자의 의도’란 얼마나 절대적인지. 사회학자와 심리학자인 두 저자가 한국인은 왜 ‘출제자의 의도’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 근원을 탐구했다. 시험은 본래 학습의 목표와 과정이 온전히 달성되었는지를 측정하는 도구이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결과에 따라 개인의 삶을 가르는 승자독식의 근거로 활용된다. 저자들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시험은 공정하다’ ‘합격만 하면 행복이 보장된다’는 맹신의 근거를 파헤친다. 그리고 세계적인 인구 감소에서 오는 교육 현장의 변화에서 가능성을 본다. 우수한 인재를 걸러내는 교실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을 우수한 자원으로 키워내는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후반부 핀란드와 프랑스, 미국 등 시험을 탈피하기 위해 애쓰는 세계 각국의 사례는 요원해 보이지만 그래서 더 눈길이 간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이야기는 그날 밤 술자리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이 마흔의 영화 프로듀서 찬실(강말금)과 스태프 앞에서 감독이 가슴을 움켜쥐며 쓰러지는 순간, 영화에 대한 순정 하나로 지금껏 잘해왔다고 생각하던 찬실의 인생은 그 순간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줄줄이 연기되는 와중에도 5일 씩씩하게 개봉한 영화가 있다. 김초희 감독(사진)의 첫 장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11일 기준 관객 1만1150명이 봤다. 코로나19로 극장에 가기를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유례없는 관객 감소에도 독립영화 흥행의 1차 관문과도 같은 관객 1만 명을 뛰어넘었다. 극장 일일관객수가 10일 기준 약 5만1000명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고무적인 숫자다. 영화 속 찬실에게서 관객들이 저마다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은 못 가도 영화는 계속 찍으며 살 줄 알았건만 감독의 급사로 찬실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배우 소피(윤승아)가 돈을 빌려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당차게 말한다. “아니! 일해서 벌어야 한다.” 급기야 소피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그에게 소피의 프랑스어 과외선생 영(배유람)과의 설레는 ‘썸’도 찾아온다. ‘영화는 이제 그만둬야 하나’ 싶은 때 자신이 영화 ‘아비정전’ 속 홍콩 스타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유령(김영민)이 찬실의 눈앞에 나타나 말한다. “찬실 씨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 알아야 행복해져요.” 프로듀서로 오랫동안 일하던 김 감독이 3, 4년 전 실직하면서 구상했던 이야기에서 영화는 출발했다. 그는 ‘사람들이 살면서 맞는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방법은 없는가’ 고민하며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찬실이가 밤길을 걷는 후배들 앞에 손전등을 비춰주듯 영화는 꿈과 열정으로 살다 어느 날 문득 ‘현생(現生)은 망했네’를 자각한 이들의 발걸음 앞에 사려 깊은 빛을 밝혀준다. 관객들은 김 감독과 배우들이 깜박이는 손전등에 화답했다. CGV앱 실관람평에는 ‘꿈꾸는 이들을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위로한다’ ‘누군가 대신 해 주는 것 같은 내 이야기. 사려 깊게 위로받았다’는 평이 이어졌다. 이 영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영화제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45회 서울독립영화제와 24회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표가 매진되면서 극장 개봉을 기다리는 팬들이 있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한국영화감독조합상, KBS독립영화상, CGV아트하우스상까지 받으며 3관왕에 올랐다.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들도 개봉을 미뤘지만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개봉을 강행했다. 배급사 찬란 관계자는 “지금 이 시기에 개봉하는 것이 맞는지 심사숙고를 거듭했지만 영화제에서 작품을 본 관객들의 평이 좋았고 영화가 가진 힘을 믿었기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가장 좋아했던 전집인데 아이와 함께 읽으니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지난해 말부터 아이를 키우는 3040세대 여성 사이에 가장 화제인 그림책은 단연 계몽사 ‘디즈니 그림명작’ 전집이다. 총 60권으로 구성된 이 전집은 1980년대 초판의 그림과 내용을 그대로 복원해 이들 엄마 세대가 어렸을 때 보던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린 것이 특징이다. 약 30년 만에 디즈니 전집의 복간을 이끈 것은 3040세대 엄마들의 힘이다. 계몽사 이수정 e비즈팀장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복간 요청이 있었다”며 “엄마 세대의 향수가 담겨 있는 데다 책이 아이와 함께 추억을 나눌 수 있는 매개이다 보니 예상보다 더 많이 팔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림책 시장에서 고학력에 구매력과 교육열을 갖춘 3040세대 엄마들이 주도하는 ‘맘코노미(mom+economy·엄마+경제)’의 위력이 거세다. 그림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던 과거와 달리 최근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는 시장의 흐름이 자리 잡은 데 따른 것이다. 이들 엄마는 그림책을 함께 읽는 독서모임뿐 아니라 그림책을 직접 그리고 제작하거나 출판하는 등 적극적인 소비와 생산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리상담가로 일하며 6세 아이를 키우는 남보라 씨(36)는 ‘그림책 식당’에서 그림책 제작을 공부하며 출간의 꿈을 키우고 있다.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 ‘토선생 거선생’ 등을 펴낸 박정섭 작가가 운영하는 ‘그림책 식당’은 그림책을 통한 토론과 제작에 관심 있는 이들을 위한 강습교실이다. 5명 안팎의 소규모로 이뤄지는 강습에는 주로 영·유아 자녀를 둔 3040세대 엄마들이 참여한다. 조경희 작가의 ‘엄마 자판기’, 김리라 작가의 ‘위대한 건축가 무무’, 미안 작가의 ‘나씨의 아침식사’ 등이 이 강습에서 싹튼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박 작가는 “출간을 지향하기보다는 그림책을 만드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일상생활의 감정을 그림책이라는 장르로 표현해 보려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남 씨는 “수업을 듣고 나니 이전에는 알아채지 못했던 그림책의 표현 의도와 의미들이 더 풍요롭게 보인다. 좀 더 아이의 시각에서 그림책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림책에 대한 엄마들의 관심에 힘입어 그림책이 선사하는 즐거움과 치유의 효과를 다른 프로그램과 결합한 서비스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작가 기자 번역가 최고경영자(CEO) 교수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책을 골라주는 북 큐레이션 서비스 업체 ‘리딩리딩’은 아이의 기질을 분석해 육아 상담을 제공하는 ‘그로잉맘’과 함께하는 그림책 서비스를 다음 달 시작한다. 그로잉맘이 아이를 위한 심리 상담 솔루션을 제공하면 이 아이와 부모의 관심사에 맞는 그림책을 리딩리딩이 추천하는 방식이다. 리딩리딩 조민선 대표는 “그림책을 읽고 감상하는 활동과 미술놀이를 결합한 ‘북앤아트 키트’처럼 그림책을 단순히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놀이와 결합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극장가가 명작 영화 재개봉으로 활로를 찾으려 애쓰고 있다. 관객 감소와 개봉 연기에 따른 콘텐츠 부족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국내 극장 업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 2009년 개봉한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12일 다시 국내 관객을 찾는다. 인도 빈민가에서 자란 소년이 퀴즈쇼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200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9개 부문을 휩쓸었다. 같은 해 개봉했던 뮤지컬 영화 ‘페임’도 25일 재개봉할 예정이다. CGV는 ‘누군가의 인생 영화 기획전’이라는 제목으로 옛 작품을 재개봉하고 있다. 국내외 영화 관련 커뮤니티를 참고해 후보작 130편을 추린 뒤 댓글 추천과 관객 만족도지수 등을 종합해 22편을 선정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상영한다. 9일 ‘스타 이즈 본’과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재개봉하고 ‘메멘토’와 ‘살인의 추억’ 등도 상영을 앞두고 있다. 관람료는 일반영화 5000원, 아이맥스영화 1만 원이다. 8일 기준 댓글 추천이 약 5000개로 관객도 호응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힐링무비 상영전’이라는 이름으로 ‘리틀 포레스트’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원더’ ‘그린 북’ 등을 다시 튼다. 관람료 5000원이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극장 관객은 총 737만2882명으로 16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올 1월 관객 수(1684만3696명)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관객이 기대했던 영화들도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인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4월 예정이던 개봉일을 11월 25일로 미뤘다. 이달 개봉하려던 디즈니 실사영화 ‘뮬란’도 개봉을 미뤘다. ‘사냥의 시간’ ‘후쿠오카’ ‘콜’ 등 한국 영화 기대작들도 언제 극장에 올릴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개봉이 확정되지 않은 작품은 국내외 약 50편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배우 심은경(26)이 제43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심은경은 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영화 ‘신문기자’로 최우수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한국 배우가 최우수 주연상을 받은 것은 1978년 일본 아카데미상이 생긴 이래 최초다. 2010년 배우 배두나가 영화 ‘공기인형’으로 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주요 부문 우수상을 시상한 뒤 시상식 당일 우수상 수상자 가운데 최우수상을 발표한다. 앞서 심은경은 올 1월 영화 ‘날아라 사이타마’의 니카이도 후미(二階堂ふみ) 등 일본 여배우 4명과 함께 우수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지명됐다. 심은경은 이날 수상자로 호명되자 전혀 예상치 못한 듯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무대 위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일본어로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해서 아무런 (수상 소감) 준비를 못했다. 죄송하다”며 “앞으로 열심히 활동하겠다. 정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심은경의 수상과 함께 ‘신문기자’는 이날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남우주연상(마쓰자카 도리)을 휩쓸며 3관왕에 올랐다. 앞서 심은경은 이 영화로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 여우주연상 등을 수상했다. 영화 ‘신문기자’는 일본에서 벌어진 정치 스캔들을 비판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도쿄신문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2017년 쓴 동명의 자전적 에세이집의 일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을 연상케 한다. 이 영화는 지난해 6월 일본 개봉 당시 상영관이 143곳에 불과했으나 일본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개봉 한 달 만에 흥행수익 4억 엔(약 45억 원)을 돌파했다. 2004년 MBC 드라마 ‘단팥빵’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드라마 ‘태왕사신기’와 ‘만덕’의 아역을 거쳐 영화 ‘써니’(2011년)에서 극을 이끄는 ‘나미’로 출연해 관객과 평단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주연을 맡은 영화 ‘수상한 그녀’(2014년)에서는 오두리(나문희)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면서 ‘심은경을 위한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후 ‘써니’와 ‘수상한 그녀’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돼 일본 내 인지도도 쌓았다. 최근에는 5일 종영한 tvN 드라마 ‘머니게임’에 출연하기도 했다. 심은경은 ‘신문기자’에서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신문사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를 연기했다. 1년간 일본어를 공부한 뒤 일본어로 연기하고 일본 신문사 현장을 직접 체험하는 등 역할을 세밀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지난해 10월 개봉해 관객 약 1만 명을 모았다. 당시 방한한 가와무라 미쓰노부 프로듀서는 기자간담회에서 “심은경의 지적인 면, 다양한 아이덴티티(정체성)가 진실을 추구하는 요시오카 역에 제격이었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함께 왔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제한된 촬영 시간과 일본어라는 장애물에도 심은경은 훌륭한 연기를 해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홍상수 감독(60)과 연인인 배우 김민희(38)의 관계는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홍 감독이 수상자로 호명된 직후 두 사람은 객석에서 활짝 웃으며 얼싸안았다. 레드카펫에서는 홍 감독과 서영화의 사이에 선 김민희가 홍 감독의 허리 뒤로 손을 굳게 잡은 모습이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커플링을 끼고 등장했다. 김민희는 홍 감독과의 작업 방식에 대해 “감독님이 써주시는 대본대로 잘 외워서 전달하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너무 벗어나면 감독님이 잡아주신다”고 말했다. 김민희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년)를 통해 홍 감독과 처음 작업한 후 ‘도망친 여자’까지 모두 7편을 함께 작업했다. 이들은 2017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 국내 시사회 때 연인 관계를 인정했으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국내 공식 행사에는 나서지 않았다. 홍 감독은 이번 베를린 영화제 일정에서도 해외 언론사와만 인터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감독은 아내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6월 법원에서 기각됐고 항소를 포기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홍상수 감독(60)이 영화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을 수상한 데 이은 한국 영화의 쾌거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한국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두 번째로 2004년 김기덕 감독의 ‘사마리아’ 이후 16년 만이다. 홍 감독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은곰상 감독상에 ‘위대한 홍상수’라는 이름이 호명되자 객석에서 배우 김민희와 포옹을 나누고 무대에 올랐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허락한다면 여배우들이 일어나서 박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해 동행한 김민희, 서영화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남편과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던 플로리스트 감희(김민희)가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옛 친구 3명을 만나는 과정을 따라가는 영화다. 홍 감독의 24번째 장편인 이 영화는 베를린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후 “홍 감독의 전작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보다 기분 좋게 가볍다. 그 영화에서 말한 미래가 바로 지금”(버라이어티), “관계의 역동성과 성 역할을 성공적으로 다뤘다”(스크린 인터내셔널) 등 호평을 받으며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영화는 올봄 국내에서 개봉 예정이다. 홍 감독과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의 인연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밤과 낮’으로 2008년 베를린 영화제 첫 경쟁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3년),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7년)로 초청됐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주연인 김민희는 한국 배우로는 최초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홍 감독은 수상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작은 것에서 출발해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다룬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해 “나는 큰 그림을 그리거나 큰 의도를 갖는 세계에 살고 있지 않다”며 “작은 세계에서 조그맣게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영화를 만든 뒤 메시지나 의도가 생길 수 있지만 되도록 사전에 배제하려고 한다. 달콤한 사각지대에서 머무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베를린 영화제 황금곰상은 이란 출신 모하마드 라술로프 감독이 개인의 자유와 독재정권의 위협을 소재로 만든 영화 ‘데어 이즈 노 이블(There Is No Evil)’에 돌아갔다. 라술로프 감독은 현재 정치적 이유로 이란에서 출국이 금지돼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영화에 출연한 그의 딸이 대신 수상했다. 감독상과 같은 은곰상 중 심사위원대상은 미국 엘리자 히트먼 감독의 ‘네버 리얼리 섬타임스 올웨이스’, 남우주연상은 ‘히든 어웨이’의 엘리오 제르마노, 여우주연상은 ‘운디네’의 폴라 비어가 받았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기생충’이 ‘프랑스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제45회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프랑스영화예술아카데미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파리에서 열린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기생충’을 외국어영화상에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생충’이 지난해 5월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프랑스 칸영화제는 국제영화제이고 세자르상은 프랑스 영화인들이 1976년부터 매년 우수한 프랑스 영화에 시상하는 프랑스 영화 최대 축제다. 프랑스 영화예술아카데미가 투표로 선정하기 때문에 ‘프랑스의 오스카’로도 불린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봉준호 감독(사진)은 주최 측에 보낸 영상을 통해 “외국어영화상 수상은 큰 영광이다. ‘기생충’을 사랑해주신 프랑스 관객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페인 앤드 글로리’(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조커’(토드 필립스 감독), ‘배신자’(마르코 벨로치오 감독) 등과 경합했다. ‘기생충’의 세자르상 수상으로 프랑스 양대 영화 축제의 최고상과 외국어영화상을 2년 연속 아시아 감독 작품이 석권했다. 지난해 제44회 세자르 외국어영화상은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이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2018년 칸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올해 세자르상 작품상은 라주 리 감독의 ‘레미제라블’에, 감독상은 ‘장교와 스파이’를 연출한 로만 폴란스키에게 돌아갔다. 폴란스키 감독은 유럽과 미국에서 다수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돼 시상식 전부터 폴란스키 영화와 세자르상 시상식을 보이콧하자는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급식 개선 운동가이자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의 2010년 테드(TED) 강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아이들이 첨가물이 들어간 우유를 통해서만 먹는 설탕의 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커다란 손수레에 가득 실린 각설탕을 무대 바닥에 쏟아버리며 말했다. “어느 재판관이라도 이걸 보면 아동학대죄라고 말할 겁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식탁은 더 예측 불가능하며 가학적인 모습으로 변화 중이다. 강한 매운맛의 마라탕이나 마시멜로와 초콜릿을 햄버거처럼 쌓아올린 스모어 쿠키는 인스타그램에 게시해야 할 ‘잇템’으로 급부상했다. 무엇보다 ‘먹방’을 보며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어떤 음식이든 30분 만에 주문할 수 있는 세상이다. 가디언과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음식 관련 글을 기고하는 역사가인 저자는 인류가 식량 부족의 시대를 지나 과식과 영양 부족이라는 정반대 상황에 맞닥뜨린 상황을 진단한다. 칼로리는 과도하게 섭취하면서도 오히려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는 부족한, 마치 ‘설탕 범벅의 건강식 단백질 바’ 같은 모순적 현상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저자는 풍요 속 빈곤의 역사를 제2차 세계대전의 후유증에서 찾는다. 전 세계 정부는 많은 양의 식품을 생산하도록 보조금을 지급했고 이는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는 유산으로 남았다. 이 보조금의 대부분이 농부들 대신 음식에 설탕과 감미료를 입히는 식품 가공업자들에게 돌아가면서 현재 인류는 어느 때보다 달고 기름지며, 극도로 가공된 식단에 길들여지게 됐다. 식단이 엉망진창이 된 유구한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인류의 식탁을 구석구석 파고드는 대목에 이르면 누구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 들 법하다. 하루의 시작을 물 대신 커피나 탄산음료로 시작하는 습관, 보채는 아이를 달래기 위한 간편한 수단으로 과자를 손에 쥐여주는 부모들, 식재료는 낭비해도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태도, 심지어 칼로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마른 몸을 찬양하는 문화 등 곳곳에서 현대인의 식습관에 일침을 놓으며 이를 둘러싼 문화적 배경도 설명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한국인의 식습관에 대한 조사다. 엄청난 사회 발전 속도에도 한국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한 서구 사회와 비교해 채소의 섭취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는 우리 식탁에 빠지지 않는 김치와 사회적으로 ‘신토불이’를 장려하는 문화 덕분이다. 그러나 이 역시 어디까지나 서구의 평균과 비교한 것일 뿐 한국 역시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책장을 덮을 무렵에는 어린 시절 엄마가 정성껏 끓여낸 국 한 그릇과 갓 지은 잡곡밥이 간절해진다. 인류가 함께 겪는 이 공통의 ‘허기’는 무엇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책 말미 저자가 제안한 건강한 식사부터 먼저 실천해 보자. 단백질과 채소를 먼저 먹고 탄수화물을 나중에 먹자. 최대한 유행에 뒤처진 입맛을 갖추고, 귀와 입, 코로 재료를 느껴 보자.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사는 여섯 남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 ‘프렌즈’가 종영 16년 만에 특집 프로그램으로 돌아온다. 시청자들은 중년이 된 레이첼(제니퍼 애니스턴)과 로스(데이비드 슈위머)의 모습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볼 수 있게 됐다. HBO는 올해 5월 공개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HBO맥스를 통해 ‘프렌즈’의 25주년 스페셜 특집을 공개할 예정이다. HBO맥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등장인물 6명이 함께 찍은 화보 사진을 게재하며 ‘진짜로 일어났다!(It‘s happening!)’는 문구와 함께 이들의 재결합을 알렸다. 1994년 미국 NBC 채널에서 첫 방송을 시작해 2004년 종영한 드라마 ‘프렌즈’는 미드의 ‘고전’이지만 2018년 넷플릭스 전체 재생 순위 2위를 차지했다. ‘왕좌의 게임’ ‘섹스 앤드 더 시티’ ‘빅뱅 이론’ 등을 거느린 HBO맥스는 ‘프렌즈’의 재결합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OTT 시장에서 출범과 동시에 강력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게 됐다. 특집 프로그램은 1시간 분량으로 여섯 배우의 출연료만 최소 약 225만 달러(약 2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가 세계적인 건축 매거진 ‘월페이퍼’에 소개됐다. 현재 동아미디어센터 외벽에는 동아일보 창간 100년을 맞아 프랑스 설치미술가 다니엘 뷔렌이 원색의 필름으로 작업한 작품 ‘한국의 색’이 입혀져 있다. 25일 월페이퍼에 따르면 이 매체가 시상하는 ‘월페이퍼 디자인 어워즈 2020’에서 디자인과 건축에서 뛰어난 ‘베스트 시티’ 부문 후보로 미국 뉴욕과 중국 베이징, 카타르 도하, 노르웨이 오슬로와 함께 대한민국 서울이 선정됐다. 동아미디어센터는 아름다운 서울을 더욱 돋보기에 하는 아트 신(art scene) 중 하나로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신사옥과 종로구 새문안교회 등과 함께 소개됐다. ‘베스트 시티’로는 뉴욕이 최종 선정됐다. 뷔렌이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 설치미술 ‘한국의 색’은 동아일보 창간 100주년을 맞아 국민들과 밝은 꿈을 나누기 위해 기획돼 광화문의 상징물로 자리 잡았다. 이 전시는 올해 12월까지 계속된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현대자동차가 국산 부품 공급 차질로 울산 공장 일부 라인을 멈췄다. 에어서울은 다음 달 전 노선의 80%를 운항 중단한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한국 제조업을 돌게 하는 경북 구미 산업단지의 연쇄 감염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전국 호텔, 영화관, 대형서점, 쇼핑몰은 사람을 찾기 어렵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 경제가 얼어붙은 것이다. 25일 재계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공급망 차질을 걱정했을 때가 지금은 그리울 지경이다. 현재는 정상적인 국내외 영업활동 자체가 지속 가능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기업이 섬처럼 고립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상당하다”며 “최소한의 핵심 업무 기능이라도 이어가기 위해 자원을 총동원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또 멈춰선 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울산공장 4공장의 소형 트럭 포터 생산라인을 하루 휴업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 사망자가 발생한 1차 협력업체 서진산업 경주공장이 24일 폐쇄되면서 부품 수급이 막혔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6일부터 포터 생산라인을 정상 가동할 예정이지만 언제 어디서 공급망이 끊길지 알 수 없어 걱정하고 있다. 상황은 다른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대구, 경북지역 협력업체들의 공장 가동 중단 사태, 완성차 공장에 확진자 발생 등 언제 사안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경북에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 1차 협력사 관계자는 “최근 한 달 동안 중국 완성차 공장 가동 중단으로 부품 수출을 못해 매출이 전년 대비 30%나 줄어들었다”며 “현재는 정상 업무 중이지만 회사 주변이 방역에 뚫렸다는 소식이 들려 걱정이다. 빨리 안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 완성차 업체들은 이달 초 중국 공장 셧다운 사태로 전선 뭉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를 수입하지 못해 생산중단 사태를 겪은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경북, 경남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자동차뿐 아니라 전자, 디스플레이 등 핵심 산업이 멈춰 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폐쇄됐다가 25일에야 정상가동에 들어갔다. 삼성뿐 아니라 LG, 포스코 그룹도 경북에 주요 생산 시설이 몰려 있다. 한 제조업 관계자는 “회사가 감염을 방지하려고 지역 본부 간 이동을 막은 상태라 정상 업무가 사실상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날개 접은 항공사, 텅 빈 기업 항공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서울은 3월 한 달 동안 모든 노선의 20%만 운항하고 80%는 중지하기로 했다. 전 직원은 한 달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대표이사 임원 부서장은 3월 급여를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이스타항공도 25일 지급하려던 임직원들의 2월 급여를 40%만 지급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영화관, 대형서점, 리조트도 오지 않는 손님만 기다리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극장을 찾은 관객은 7만7071명으로, 2004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요 기업 사무실도 텅 비었다. 확진자 발생으로 사옥이 폐쇄되는 사태를 방지하고, 임직원을 분산시켜 집단 감염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이 주요 계열사 임산부에 한해 재택근무를 실시한 데 이어 LG그룹도 임산부나 육아가 필요한 직원은 재택근무를 허용하기로 했다. SK그룹도 이날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등 주요 6개 계열사 임직원들이 최대 2주간의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각 계열사들은 전체 인원의 20∼30%에 해당하는 필수 현장 근무 인력만 출근한다. 산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상반기(1∼6월) 최악의 실적 충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2월 실적치가 78.9로 2009년 2월 이후 1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 BSI 조사 담당자는 “이번 조사처럼 기업들이 이례적으로 전화를 걸어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한 적은 그동안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달보다 7.3포인트 하락한 96.9로 집계됐다.김도형 dodo@donga.com·허동준·이서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 인터뷰를 보도한 KBS ‘뉴스9’을 중징계한 것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언론연대)가 ‘언론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언론연대는 전교조 민변 민노총 등이 속한 단체다. 언론연대는 25일 ‘객관성을 결여한 방심위의 부실 심의’라는 논평을 통해 “허위 사실이나 사실을 명백히 왜곡한 경우가 아닌데도 내용을 취사선택했다는 이유만을 들어 객관성 위반으로 중징계한 것은 언론 자유 침해”라고 밝혔다. 언론연대는 또 “정부여당 추천 인사가 다수인 방심위가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공직자를 검증하는 보도를 콕 집어 일벌백계하겠다는 것은 정파적 심의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뇌과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날카로운 메스나 수수께끼 같은 의학 용어가 떠오르지만 이 책은 뇌의 주인인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과학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대학에서 신경과학을 전공하고 과학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네이처 텔레그래프 가디언 등을 통해 어려운 과학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일을 해왔다. 저자는 뇌신경학자이자 소설가인 올리버 색스의 미덕을 그대로 따른다. 이니셜로 처리된 환자의 기록과 데이터 뒤에 가려진 희소한 뇌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마음으로 좇는다. 자신의 삶을 하루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남자, 하루 사이에 성격이 완전히 바뀐 남자, 집에서조차 길을 잃어 영원히 미아인 여자 등 복잡한 뇌과학을 사람의 이야기로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읽는 이의 뇌가 한층 풍요로워진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영화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계 제작자로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쥔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요즘도 매일 새벽 5시에 눈이 떠진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마지막 무대를 장식하기까지, 올해 1월 2일부터 2월 11일까지 약 40일간 미국에서 봉준호 감독과 ‘오스카 레이스’를 함께한 그를 20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났다. “역사를 만드는 일이잖아요. 오스카상은 투표를 하는 각 개인이 결정하는 건데 그 투표를 한 사람들이 대단하고 용기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오스카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이 한 표를 던지는 거잖아요.” 작품상 수상 당시를 생각하며 그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영화 ‘기생충’ 속 대사처럼 ‘리스펙!’을 떠올렸다고 했다. 곽 대표는 봉 감독에 대한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록 스타 같은 인기를 누렸다’는 말로 설명했다. “‘기생충’이 노미네이트되면 할리우드 기자들이 그걸 핑계로 봉 감독님을 인터뷰할 기회가 생겨서 즐거워한다는 얘기까지 나왔어요. 봉 감독님이 말만 하면 박수가 나오고 송강호 배우님과 함께 있는 걸 보면 ‘봉송!’ 하며 뛰어올 정도였으니까요.” 봉 감독과 처음 ‘기생충’의 아이디어를 논의한 것은 2015년. 그는 당시 영화 제작 일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이 깊었던 시기였다고 털어놨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영화가 더 잘되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 누군가가 이렇게 답했다고 했다. “차기작이 봉 감독 영화인데 그만둔다고?” ‘기생충’ 작업에 매달린 2017, 2018년은 그에게 즐겁고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감독 배우 스태프와 함께 신바람 나서 몰입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만둘 생각이 있냐고요? 한국 영화계에서 오스카 작품상 타이틀을 쥔 사람이 없어지는 건 아쉽잖아요. 하하.” 그는 1994년 영화전문지 ‘키노’ 기자로 시작해 영화계에서 마케팅, 제작 등을 두루 거치며 독특한 이력을 쌓았다. 할리우드의 감독, 제작자, 배우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고 현장을 체험한 경험은 그에게도 큰 자산으로 남았다. 감독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하거나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비해야 하는 등 전 세계 제작자들의 고민은 그의 고민과 다르지 않았다. “봉 감독님이 ‘우리 프로듀서다’라고 소개하면 ‘여자네?’ 하는 반응이 느껴졌어요. 어릴 때 저보다 앞 세대 제작사 대표님들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여성 제작자가 나와서 상을 받는 모습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생충’을 뛰어넘을 차기작을 준비 중이냐는 질문에 그는 웃음을 터뜨리며 손사래를 쳤다. “봉 감독님이 20년의 인생을 바쳐서 이룬 성과가 ‘기생충’인걸요. 앞으로 제각각 성취를 이룬 감독님들을 만날 텐데 저도 제 스타일로 좋은 감독님들을 지원하고 싶어요.”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로 떠난 영화 ‘기생충’은 자신의 여정이 이렇게 길어질 것을 예상했을까. 칸을 시작으로 전 세계를 일주한 기생충은 마침내 아카데미 4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1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배우와 스태프가 오스카 시상식 이후 처음으로 국내 관객 앞에 섰다. 봉 감독은 “이곳에서 제작발표회를 한 지 거의 1년이 돼간다. 참 기분이 묘하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다음은 봉 감독과의 일문일답.》 ―‘오스카 캠페인’은 한국 영화가 처음 경험한 길이다. “북미 배급사 네온은 중소 배급사로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다. 게릴라전이라고 할까, 거대 스튜디오들이나 넷플릭스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이었지만 대신 저희는 열정으로 메웠다. 물량의 열세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팀워크로 커버했다.” ―‘오스카는 지역(local) 축제’라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오스카를 도발한 것인가. “제가 처음 캠페인에 참여하는 와중에 ‘도발’씩이나 하겠나(웃음). ‘칸과 베를린, 베니스는 인터내셔널(국제영화제)이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이라고 비교하다가 나온 얘긴데 미국 젊은 분들이 트위터에 많이 올리셨나 보더라.” ―빈부격차를 다룬 영화가 처음은 아닌데 왜 폭발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나. “‘괴물’은 괴물이 한강변을 뛰어다니고, ‘설국열차’는 미래 열차가 등장하는 공상영화다. 하지만 ‘기생충’은 동시대 이야기이고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영화이기 때문에 폭발력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수상 소감이 큰 화제를 모았다. “오늘 아침에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님의 편지를 받았다. 몇 시간 전에 편지를 읽었는데 저로선 영광이었다. 마지막 문장에 그동안 고생했고 쉬라고 하셨다. 대신 ‘조금만 쉬어라. 나를 포함해 차기작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으니 준비하라’고. 무척 기뻤다.” ―다음 주 개봉하는 ‘기생충’의 흑백판을 제작한 건 어떤 의도인가. “고전 영화나 옛 클래식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다. 세상 모든 영화가 흑백이던 시절도 있지 않았나.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어떤 관객이 ‘흑백으로 보니까 더 화면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웃음).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섬세한 연기의 디테일이나 뉘앙스를 훨씬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미국에서 ‘기생충’의 드라마 버전이 제작된다. 어떻게 진행 중인가. “저는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구체적으로 에피소드를 연출할 감독을 찾을 예정이다. 영화 ‘빅 쇼트’와 ‘바이스’의 애덤 매케이 감독과 몇 차례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기생충’의 주제의식을 블랙코미디와 범죄 드라마 형식으로 더 깊게 파고 들어갈 것 같다. 넷플릭스 드라마 ‘체르노빌’처럼 5, 6편으로 밀도 있게 제작하려고 한다. 틸다 스윈턴이나 마크 러펄로 같은 배우의 캐스팅 얘기가 나왔는데 공식적인 사안은 전혀 아니다.” ―한국사회 불균형에 대한 어두운 묘사에도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에 굉장한 지지를 보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현대사회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씁쓸한 것. 그걸 1cm라도 피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 돌파해야 하는, 그러기 위해 만드는 영화다’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불편해하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당의정을 입혀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진 않았다.” ―봉 감독이 지금 데뷔했다면 ‘플란다스의 개’는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말이 있다. 영화계 불균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젊은 신인(감독)들이 ‘플란다스의 개’나 ‘기생충’과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대본을 가져왔을 때 과연 투자를 받을 수 있고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영화산업은 제가 1999년 데뷔한 이후 20년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지만 동시에 또 젊은 감독들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기에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향도 있다. 홍콩 영화산업과 같은 길을 걷지 않으려면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적인 영화들을 영화산업계가 껴안아야 한다.” ―‘1인치 장벽’을 넘는 자막 작업을 어떻게 진행했나. “‘대만 카스텔라’라고 하면 맥락 전달은 힘들지만 즉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보자 했었다. 저는 최대한 세밀하게 짚고 그 솔루션을 달시 파켓이 찾아냈다. 그는 이미 ‘밥은 먹고 다니냐’(영화 ‘살인의 추억’ 대사)는 인류 최대의 난제를 해결한 분이라 자신감을 갖고 작업에 임하신다.”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배우는 누구인가. “이정은 씨는 ‘오리지널 하우스키퍼’라며 화제였다. ‘그녀가 벨을 누르는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고들 했다. 톰 행크스 부부가 특히 이정은 씨를 보고 매우 반가워하면서 여러 질문을 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조여정 씨와 그가 연기한 부잣집 아내 연교 캐릭터에 대해서 하루 종일 생각했다’고 하시더라. 작품상의 일등공신은 앙상블을 보여준 배우들이다.” ―앞으로의 바람을 꼽는다면…. “영화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수밖에 없지만 배우와 스태프의 장인정신으로 만든 장면 하나하나, 또 그 장면에 들어간 제 고민들 하나하나까지 많이 기억되길 바란다.” 이서현 baltika7@donga.com·김재희 기자}
“워낙 한국적인 영화여서 칸 관객들이 100% 이해하기 힘들 겁니다. 한국 관객들이 봐야 뼛속까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지난해 4월 22일 ‘기생충’ 제작발표회) 지난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출국 전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봉준호 감독은 칸 영화제의 결과보다 한국 개봉을 더 기대했었다. ‘봉테일’이라 불리는 그는 당시 ‘기생충’이 한국적 디테일을 넣어 만든, 한국 관객들을 위한 영화라 자신했었다. 칸 영화제 결과에 대해서도 “황금종려상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 리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제가 영화를 공부할 때부터 존경했던 거장 감독들이 많다. 그러나 배우의 수상 가능성은 높다”고 털어놨었다. ‘기생충’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던 그곳에서 공교롭게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기념 기자회견이 19일 열렸다. 봉 감독이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은 약 1년이 흐른 지금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 최초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한국 영화 최초 아카데미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한국적인 영화지만 기생충은 세계 곳곳에서 비영어권 영화로서 흥행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기생충’은 1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다비드 디 도나텔로’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1956년부터 64년간 이어진 이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