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채연

유채연 기자

동아일보 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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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고부터 바로 옆 사람의 이야기까지 구석구석 세상사를 전합니다.

ycy@donga.com

취재분야

2025-11-06~2025-12-06
정치일반58%
정당23%
국회13%
사회일반3%
남북한 관계3%
  • 강화대교 사이 두고…김포는 ‘5인금지’, 강화는 ‘6인 허용’

    “김포에서 강화대교 넘어오는 손님은 티가 나요. 몰려 들어오면서부터 쭈뼛쭈뼛하거든요. 그럼 바로 ‘강화에서는 6명까지 같이 앉으셔도 돼요’라고 안내하죠.” 인천 강화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씨는 21일부터 한 테이블에 6명까지 고객을 받고 있다. 영업도 밤 12시까지 가능하다. 강화군은 정부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의 시범사업 운영지역이기 때문이다. 다음달 초부터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이 지역에 따라 다르게 적용돼 혼란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방역수칙의 세부 내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판단”이란 설명이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혼선을 초래해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화대교로 이어지는 경기 김포시와 인천 강화군이다. 직선거리로 78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김포시는 다른 수도권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5명 이상 집합금지’와 ‘오후 10시 영업 제한’이 유지되고 있다. 수도권에서 거리 두기 개편안 시범운영 지역은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2곳이다. 김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 씨는 “바로 옆 강화군에 가면 비교적 편하게 술 마실 수 있다 보니 단골들도 다 그쪽으로 가는 분들이 많다”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정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경남은 이보다 상황이 더 복잡하다. 현재 창원과 진주, 통영, 남해 등 9개 지역에선 사적 모임이 4명까지만 가능하다. 반면 의령과 창녕, 함안, 고성 등 9개 지역에서는 8명까지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통영과 고성은 인접지역인데도 집합금지 기준이 다른 셈이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의 일부 내용을 번복한 것도 혼란을 키운 측면이 있다. 20일 거리 두기 개편안 발표 때는 “다음 달 1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서는 인원 제한 없이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27일 일부 지자체를 제외한 비수도권 지역도 2주간의 이행 기간 동안 9인 이상 사적 모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 최원석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수칙을 적용하는 지역 단위의 범위가 좁으면 적용을 피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시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방역수칙은 큰 틀에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

    • 2021-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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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실련 “文정부 4년간 아파트값 2배 올라”

    “약 3년 반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이 17% 올랐다는 정부의 발표는 현실을 왜곡한 거짓 통계”라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에 서울의 아파트 값은 2배 가까이 올랐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서울 75개 단지 아파트 11만5000가구의 시세 변동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 동안 서울의 아파트 값은 93% 상승했다”고 밝혔다.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값은 2017년 5월에 1평(약 3.3m²)당 평균 2061만 원이었으나 지난달 기준으로 평당 3971만 원으로 올랐다. 30평형 아파트로 계산할 경우 6억2000만 원이었던 집값이 11억9000만 원으로 뛴 것이다. 개별 아파트 거래 동향을 봐도 현 정부에서 아파트 값이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는 분명하다는 게 경실련의 설명이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의 30평형(전용 84m²) 실거래가는 2017년 5월 19억4500만 원에서 이달 37억5000만 원으로 92.8% 올랐다. 은평구 북한산푸르지오도 2017년 5월에 6억 원 내외였지만 지난달 11억8500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경실련은 이 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국토교통부는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아파트 값이 17% 올랐다고 주장하면서도, 조사 대상이나 산출 근거 등의 자료는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국토부 통계는 (실제보다) 서너 배나 낮은 거짓 통계”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서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급격한 가격 상승이 있었다. 원상회복해야 한다”고 한 뒤에도 오히려 서울의 아파트 값은 올해 5월까지 평균 2억5000만 원이 더 올랐다고 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문 대통령 취임 이전으로 원상회복하려면 1년 내에 5억7000만 원이 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값이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평균 소득의 가구가 서울에서 아파트를 매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 경실련에 따르면 2017년 5월 약 14년이 걸렸으나, 올해 5월 기준으로 하면 25년이 걸린다고 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같은 기간 가구당 평균 가처분소득은 298만 원만 늘었다. 아파트 값 상승이 소득 상승의 192배에 이른다”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실련 통계의 모집단이 시장 전체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며 “국토부 통계는 거래가 이뤄지는 곳뿐만 아니라 거래가 자주 일어나지 않는 단지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정순구·유채연 기자}

    • 2021-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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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뜨겁고 위험한 자리 지키던 분” 구조대장 실종에 동료들 눈물

    “평소처럼 ‘고생 많았다. 너는 들어가서 쉬어라’라고 말씀하고 가셨는데….” 18일 오전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뗀 구조대 김영달 소방위(45)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김 소방위는 전날 새벽 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한 뒤 오전 9시 반경 김모 119구조대장(53·소방경)과 교대했다. 김 대장은 “열기가 많이 뜨거우니 조심하시라”는 김 소방위의 말을 들은 뒤 내부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상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장은 17일 오전 대원 4명과 함께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행여나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으면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수색과 잔불 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았다. 김 대장은 대원들과 함께 긴급 탈출하다 그만 건물 안에 고립됐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이 대원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서 탈출하다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28년 차 베테랑이다. 함께 근무했던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항상 가장 뜨겁고 위험한 자리를 지키던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조대 함재철 3팀장(49)은 “출동할 때마다 제일 먼저 현장에 들어가 마지막에 나오니까 ‘몸도 좀 아끼시라’고 당부를 드리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민석 소방장(38)도 “현장에 진입할 때면 장애물을 헤치기 위해 맨 앞에서 도끼를 든 대장님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김 대장은 평소 후배 구조대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강 소방장은 “‘한쪽에서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엄격했다. “구조 활동은 곧 체력과 직결된다”며 사무실에서도 짬을 내 운동을 하곤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에는 어깨에 부상을 입어 퇴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30kg이 넘는 공기통을 메고 경기 용인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소방청은 김 대장의 위치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김 대장의 상태를 ‘고립’에서 ‘실종’으로 전환했다. 김 대장이 메고 들어간 공기통은 보통 사용 시간이 30∼50분 정도다. 소방 관계자는 “추가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 진압을 마무리하고 건물 안전진단을 마친 뒤 구조팀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이천=유채연 ycy@donga.com / 김태성 기자}

    • 2021-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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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장 위험한 자리 지키던 분”… 구조대장 실종에 동료들 눈물

    “평소처럼 ‘고생 많았다. 너는 들어가서 쉬어라’고 말씀하고 가셨는데….” 18일 오전 경기 광주소방서 119구조대실. 무거운 침묵을 깨고 입을 뗀 구조대 김영달 소방위(45)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김 소방위는 전날 새벽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 출동한 뒤 오전 9시 반경 김모 119구조대장(53·소방경)과 교대했다. 김 대장은 “열기가 많이 뜨거우니 조심하시라”는 김 소방위의 말을 들은 뒤 내부 상황을 꼼꼼히 확인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지금까지 건물에서 나오지 못한 상태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장은 17일 오전 대원 4명과 함께 건물 지하 2층에 진입했다. 행여나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수색과 잔불 정리를 하던 중 갑자기 큰 불길이 치솟았다. 김 대장은 대원들과 함께 긴급 탈출하다 그만 건물 안에 고립됐다. 소방 관계자는 “김 대장이 대원들을 앞세우고 맨 뒤에서 탈출하다 나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대장은 1994년 4월 소방관 생활을 시작한 28년 차 베테랑이다. 함께 근무했던 구조대원들은 “현장에서 항상 가장 뜨겁고 위험한 자리를 지키던 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구조대 함재철 3팀장(49)은 “출동할 때마다 제일 먼저 현장에 들어가 마지막에 나오니까 ‘몸도 좀 아끼시라’고 당부를 드리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강민석 소방장(38)도 “현장에 진입할 때면 장애물을 헤치기 위해 맨 앞에서 도끼를 든 대장님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고 떠올렸다. 김 대장은 평소 후배 구조대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강 소방장은 “‘한 쪽에서만 보지 말고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고 했다. 스스로에게는 언제나 엄격했다. “구조활동은 곧 체력과 직결된다”며 사무실에서도 짬을 내 운동을 하곤 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에는 어깨에 부상을 입어 퇴원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30㎏이 넘는 공기통을 매고 용인에서 발생한 화재 진압에 나서기도 했다. 소방청은 김 대장의 위치나 생존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김 대장의 상태를 ‘고립’에서 ‘실종’으로 전환했다. 김 대장이 매고 들어간 공기통은 보통 사용 시간이 30~50분 정도다. 소방 관계자는 “추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화재 진압을 마무리하고 건물 안전진단을 마친 뒤 구조팀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채연기자 ycy@donga.com김태성기자 kts5710@donga.com}

    •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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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부터 학교 200m 밖 ‘리얼돌방’도 단속

    리얼돌(사람의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방’에 대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여성가족부, 지자체와 7일부터 다음 달 말까지 수도권 리얼돌 체험방의 불법 행위에 대한 합동단속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은 여가부 및 지자체와 합동단속반을 꾸린다. 다른 시도경찰청도 시도경찰위원회가 관련 안건을 심의해 단속 여부 등을 결정한다. 최근 전국에서 늘고 있는 ‘리얼돌 체험관’은 지역에서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업소는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만 아니면 영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드나드는 장소에도 생겨나며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해당 업소가 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건축법 등을 위반하지 않는지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일반인이 다니는 곳에 업소 전화번호나 주소, 약도 등이 담긴 광고물을 내걸거나(청소년보호법 위반), 온라인에 청소년 유해 매체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성인 인증 과정이 없는 경우(정보통신망법 위반), 위락시설에 해당하는 업소가 계단과 출구, 통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건축법 위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측은 “주거 지역의 안정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단속을 벌여나가겠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유채연 기자}

    • 2021-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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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국서 늘어난 ‘리얼돌 체험방’…경찰, 합동 단속 나선다

    리얼돌(사람의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방’에 대해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 단속에 나선다. 경찰은 “여성가족부, 지자체와 7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수도권 리얼돌 체험방의 불법 행위에 대한 합동 단속을 진행한다”고 6일 밝혔다. 서울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은 여가부 및 지자체와 합동단속반을 꾸린다. 다른 시도경찰청도 시도경찰위원회가 관련 안건을 심의해 단속 여부 등을 결정한다. 최근 전국에서 늘고 있는 ‘리얼돌 체험관’은 지역에서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해당 업소는 교육환경법에 따라 학교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만 아니면 영업이 가능하다. 때문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많이 드는 장소에도 생겨나며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해당 업소가 청소년보호법이나 정보통신망법, 건축법 등을 위반하지 않는지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업소나 전화번호나 주소, 약도 등이 담긴 광고물을 내걸거나(청소년보호법 위반), 온라인에 청소년 유해 매체 표시를 하지 않았거나 성인인증 과정이 없는 경우(정보통신망법 위반), 위락시설에 해당하는 업소가 계단과 출구, 통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건축법 위반)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경찰청 생활질서과 측은 “주거 지역의 안정과 청소년 보호를 위해 지속적인 점검과 단속을 벌여나가겠다”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1-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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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즈카페 앞 건물에 ‘리얼돌방’… 간판 본 아이들 “우리도 가볼까”

    “목사님, ‘리얼돌’이 뭐예요? 진짜 돌 말하는 거예요?” 경기 의정부에 있는 상가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이모 목사는 최근 예배에 참석한 일곱 살짜리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얼굴이 붉어진 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5층 교회로 오다가 1층에서 ‘리얼돌 체험방 7층’이란 안내를 마주한 뒤 계속 “저게 뭐냐”고 물어봐 난처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린애야 어떻게든 둘러대고 넘어갈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알 텐데 혹시 매장이라도 기웃거릴까 봐 우려스럽다”고 했다.○ 아이도 다니는 태권도장과 한층에리얼돌(여성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 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관’이 유흥가는 물론이고 아동이나 청소년이 드나드는 일반 상가에까지 퍼지고 있다. 여성단체 등은 “인권 침해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미 전국에 150곳 이상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시민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이나 단속 기관들은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 제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2일 둘러본 현장에선 이 목사가 걱정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해당 상가에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10대 학생 3명이 “저것 봐”라더니 자기들끼리 키득댔다. 7층 체험관 앞에 비치된 ‘반나체’ 리얼돌 사진을 본 뒤엔 뭔가 작심한 표정으로 “우리도 내일 가볼까”라고 소곤거리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2주 전쯤 상가에 입점했다. 해당 상가는 일반주점도 있지만 커피숍이나 식당 등 주변에 사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심지어 리얼돌 체험관과 같은 7층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주로 다니는 태권도장도 들어올 예정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해당 상가 맞은편 건물 역시 어린이 영어학원과 키즈카페가 있어 어린이들이 수시로 몰려온다”며 “굳이 이런 장소에서 저런 흉측한 장사를 해야 하나. 건물주에게도 제대로 항의할 참”이라고 화를 냈다. 3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리얼돌 체험관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리얼돌 체험관은 커다란 간판을 달아놓아 어디서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 약 30m 거리에 1000채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심지어 바로 그 옆엔 어린이집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근방에 사는 한 가정주부는 “정말 애들이 볼까 무섭다”며 혀를 찼다.○ “자극적인 외부 광고 제한해야” 사회적 논란이 거센 리얼돌 체험방이 어떻게 버젓이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걸까.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보통 ‘성인용품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의 주변 200m 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식 교육기관만 떨어져 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단 뜻이다. 게다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은 허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리얼돌 체험방은 별다른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종에 속한다. 규제를 교묘하게 비켜 가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업소는 한 고등학교가 16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관할 교육청이 법 위반을 통지했더니, 기존 체험방 간판을 ‘쇼룸’으로 바꾼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국회에선 리얼돌 체험방과 관련된 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리얼돌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의원실 측은 “기존에는 여성가족부 고시에만 포함돼 있었으나 실제 법 조항으로 격상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현실적인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에 담는다고 실효성이 커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구훈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특임교수는 “미성년자 등의 호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옥외광고물을 제한하거나 규제 장소를 건물 외부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채연 ycy@donga.com·권기범 기자}

    • 2021-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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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가에 ‘리얼돌방’… 지나는 10대들 “우리도 가볼까”

    “목사님, ‘리얼돌’이 뭐예요? 진짜 돌 말하는 거예요?” 경기 의정부에서 있는 상가에서 작은 교회를 운영하는 이모 목사는 최근 예배를 온 일곱 살짜리 아이의 질문에 말문이 턱 막혔다. 역시나 얼굴이 붉어진 부모에 따르면 아이가 5층 교회로 오다가 1층에서 ‘리얼돌 체험방 7층’이란 안내를 마주한 뒤 계속 “저게 뭐냐”고 물어봐 난처했다고 한다. 이 목사는 “어린애야 어떻게든 둘러대고 넘어갈 수 있는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인터넷만 검색해도 다 알 텐데 혹시 매장이라도 기웃거릴까봐 우려스럽다”고 답답해했다.● 10대들, 간판 보고 “우리도 가볼까”리얼돌(여성 외모를 본뜬 성인용품)을 이용해 사실상 유사성행위 영업을 하는 ‘리얼돌 체험관’이 유흥가는 물론이고 아동이나 청소년이 드나드는 일반 상가에까지 퍼지고 있다. 여성단체 등은 “인권 침해적 요소도 있다”고 지적하지만 이미 전국에 150여 곳 이상 문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시민들은 대부분 불쾌하다는 반응이나 단속기관들은 허가 없이 영업이 가능해 제재가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2일 둘러본 현장에선 이 목사가 걱정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었다. 해당 상가에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10대 학생 3명이 “저것 봐”라더니 자기들끼리 키득댔다. 7층 체험관 앞에 비치된 ‘반나체’ 리얼돌 사진을 본 뒤엔 뭔가 작심한 표정으로 “우리도 내일 가볼까”라고 소곤거리기도 했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2주 전쯤 상가에 입점했다. 해당 상가는 일반주점도 있지만 커피숍이나 식당 등 주변에 사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심지어 리얼돌 체험관과 같은 7층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이 주로 다니는 태권도장도 들어올 예정이다. 한 음식점 주인은 “해당 상가 맞은 편 건물 역시 어린이 영어학원과 키즈 카페가 있어 애기들이 수시로 몰려온다”며 “굳이 이런 장소에서 저런 흉측한 게 장사를 해야 하나. 건물주에게도 제대로 항의할 참”이라고 화를 냈다. 3일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또 다른 리얼돌 체험관도 사정은 엇비슷했다. 지하철역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리얼돌은 커다란 간판을 달아놓아 어디서도 눈에 띄었다. 여기서 약 30m 거리에 1000세대가 넘는 아파트단지가 있으며, 심지어 바로 그 옆엔 어린이집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근방에 사는 한 가정주부는 “정말 애들이 볼까 무섭다”며 혀를 찼다.● “자극적인 외부 광고 제한해야”사회적 논란이 거센 리얼돌 체험방이 어떻게 버젓이 주택가에서 영업하는 걸까.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해당 업소는 보통 ‘성인용품점’으로 영업 신고를 한다. 이럴 경우 교육환경보호구역인 학교의 주변 200m 내에서 영업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정식 교육기관만 떨어져있으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단 뜻이다. 게다가 유흥주점이나 단란주점 등은 허가를 받아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리얼돌 체험방은 별다른 허가가 필요 없는 자유업종에 속한다. 규제를 교묘하게 비켜 가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또 다른 업소는 한 고등학교가 16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 관할 교육청이 법 위반을 통지했더니, 기존 체험방 간판을 ‘쇼룸’으로 바꾼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 국회에선 리얼돌 체험방과 관련된 개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리얼돌 관련 영업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의원실 측은 “기존에는 여성가족부 고시에만 포함돼있었으나 실제 법 조항으로 격상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현실적인 단속이 어려운 상황에서 법에 담는다고 실효성이 커질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전구훈 숭실대 사회복지대학원 특임교수는 “미성년자 등의 호기심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옥외광고물을 제한하거나 규제 장소를 건물 외부까지 확대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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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얀센 90만명분, 18시간만에 예약 끝… 30대 “일상회복 기대 들떠”

    “1일 0시 땡 하자마자 사전예약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앞선 대기자가 1만1987명이라는 거예요. 저 뒤에 신청한 이도 1만3670명이나 있단 안내를 보고 바로 예약했습니다.” 경기 화성의 한 반도체공장에 다니는 정모 씨(33)는 지난달 31일 오후 11시 반경부터 컴퓨터 앞을 지켰다. 1일 0시 얀센 백신 사전예약을 하기 위해서였다. 예상대로 쉽진 않았지만 약 30분 만에 성공했다. 정 씨는 “예정 날짜인 14일이 기다려진다”며 “접종하면 일상을 회복해 나갈 거란 기대에 벌써부터 들뜬다”고 말했다. 1일 0시부터 얀센 백신(101만2800명분) 접종의 사전예약이 시작되자 30대 남성들이 대거 몰리며 이날 오후 3시 반 선착순 사전예약 80만 명분이 마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시간가량 최종 물량과 예약 인원을 확인한 뒤 오후 4시 반부터 10만 명분의 추가 예약을 시작했는데 오후 6시 4분경 소진됐다. 이로써 얀센 백신의 사전예약 90만 명분은 하루 만에 모두 마감했다. 질병관리청은 “의료기관의 현장 상황을 고려해 여유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11만2800명분은 남겨두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1년 반 못 만난 할머니 뵙고 싶어”예약에 성공한 정 씨는 “그간 일터와 가정에서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결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안도했다. 반도체공장에서 교대근무를 하는 그는 확진자가 나오면 작업장 전체가 ‘셧 다운(가동 중지)’을 해 타격이 컸다. 개인적으로는 1년 반 가까이 뵙지 못한 할머니를 만날 수 있단 희망에 부풀었다. “3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뒤 홀로 계신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아버지 어머니도 1차 접종을 받으셔서 이번 여름엔 온 가족이 모일 수 있을 거 같아요.” 기대감이 컸던 탓인지 초반 접종예약 홈페이지는 수만 명이 넘는 접속자가 몰려 지연 현상이 벌어졌다. 일부 대상자는 명단 누락으로 한동안 예약이 불가능하기도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부 30대 여성들이 예약을 하려다가 대상자가 아닌 걸 알고 실망했다는 글도 올라왔다. 출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예약했다는 시민 박모 씨(38)는 “코로나19 상황이 얼마나 지겨웠으면 이렇게 백신을 맞으려 하겠느냐”며 “30대들은 아무래도 뒤로 밀려 올해 말에도 어렵겠다 싶었다가 기회가 생기니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전했다. 1년 넘게 영업에 지장을 받았던 청년 자영업자들도 예약을 서둘렀다. 울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순결 씨(35)는 이날 직원 3명과 함께 예약했다. 곧장 단골손님들에게 “직원 모두 백신을 맞는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 씨는 “그간 택배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가게 적자를 메웠다. 이젠 안심하고 찾아달라는 애교 섞인 광고로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평범한 일상 되찾고 싶은 간절함1일 소셜미디어에서도 얀센은 최고의 화제였다. 인스타그램 등엔 예약에 성공했다는 인증 사진이 2000개 넘게 올라왔다. ‘#얀센백신’ ‘#백신예약’ 등의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기쁨에 찬 게시물을 마주할 수 있다. 경기 김포에 사는 정모 씨(36)도 “오전 6시 예약한 뒤 흥분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렸다. 우리나라 집단 면역에 기여한 기분이 들어 뿌듯했다”고 전했다. 인근 병원이 어려우면 ‘원정 예약’을 시도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경남 김해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성욱(가명) 씨는 주거지 근처에선 주말 예약이 어려워 부산 강서구에 있는 병원에서 예약했다. 김 씨는 “코로나19 전 독서모임이 삶의 낙이었다. 접종하면 7월부터 5인 이상 모임도 가능하다니 다시 모임을 부활시키고 싶다”고 즐거워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선 일부 대상자들이 예약이 되질 않아 혼란을 빚었다. 해당 구청이 민방위 대원 약 400명의 명단을 누락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모 씨(37)는 “자정부터 접속했지만 ‘대상자가 아니다’는 알람이 떠 절망했다”며 “임신 중인 와이프를 위해 빨리 맞고 싶었다”고 속상해했다. 구청 측은 “오전 8시 30분경 명단을 다시 전송해 문제를 바로잡았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해명했다.유채연 ycy@donga.com·권기범·이미지 기자}

    •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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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변-산엔 ‘5명 이상-노 마스크’ 북적… “거리두기 지쳤어요”

    “야외라서 5명 이상도 괜찮을 것 같은데….” 22일 오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백사장. 서울에서 온 이모 씨는 친구 5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았고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술판을 이어갔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날 을왕리해수욕장은 어림잡아도 300명에 가까운 사람이 몰렸다. 곳곳에서 폭죽이 터졌다. 해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일행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과 음료를 들이켰다. 마치 축제 현장을 보는 듯했다. 야외 공연이 열린 백사장 한쪽에는 30∼40명이 다닥다닥 붙어 노래를 들으며 흥얼댔다. 노래가 끝나자 일행끼리 술을 권하며 들고 있던 맥주를 마셨다. 바로 옆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라고 적힌 현수막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는 21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다음 달 13일까지 3주 더 연장했다. 수도권은 지금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5명 이상 사적 모임도 계속 금지된다. 이 씨 일행뿐만 아니라 을왕리해수욕장에서 5명 이상이 함께 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5명은 캠핑용 의자와 아이스박스까지 바리바리 챙겨와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또 다른 남성 3명은 따로 온 여성 일행에게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금세 합석을 하기도 했다. 넓은 해수욕장에서 이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있음을 알리는 것은 ‘마스크 착용 및 개인 간 2m 거리 두기’ 홍보 현수막 몇 장이 전부였다. 을왕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희망근로지원사업으로 채용된 어르신들이 평일 낮에 순찰을 하고 구청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단속을 한다”고 해명했다. 정작 인파가 몰리는 평일과 주말 야간에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넘게 이어지자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해변이나 산 같은 야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같은 날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에서도 5명 이상 무리를 지어 함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산 중간중간에서 지친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행과 이야기를 하며 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60대로 보이는 남녀 일행 8명은 준비해온 간이의자까지 깔고 앉아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구기분소 직원들이 수시로 산행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해 달라”며 알리고는 있지만 그때뿐이었다. 정작 단속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구기분소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 모임을 단속할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할 수 있는 건 계도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5명 이상 모임 금지가 길어지면서 날이 갈수록 방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연장이 거듭되며 시민들도 이를 지켜야 할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당국이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을 마무리한 뒤에 거리 두기를 완화할 거라면 단속 강화와 같은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천=박종민 blick@donga.com / 유채연 기자}

    •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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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리두기에 지쳐”…해수욕장·등산로에 5명 이상-노마스크 북적

    “야외라서 5명 이상도 괜찮을 것 같은데….” 22일 오후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백사장. 서울에서 온 이모 씨는 친구 5명과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마스크도 쓰지 않았고 소주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술판을 이어갔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이날 을왕리해수욕장은 어림잡아도 3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몰렸다. 곳곳에서 폭죽이 터졌다. 해변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일행들과 삼삼오오 모여 앉아 술과 음료를 들이켰다. 마치 축제 현장을 보는 듯 했다. 야외 공연이 열린 백사장 한쪽에는 30~40명이 다닥다닥 붙어 노래를 들으며 흥얼댔다. 노래가 끝나자 일행끼리 술을 권하며 들고 있던 맥주를 마셨다. 바로 옆 ‘코로나19 방역수칙 준수’라고 적힌 현수막이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정부는 21일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음 달 13일까지 3주 더 연장했다. 수도권은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유지되고 5명 이상 사적모임도 계속 금지된다. 이 씨 일행 뿐 아니라 을왕리해수욕장에서 5명 이상이 함께 있는 모습은 어렵지 않게 목격됐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 5명은 캠핑용 의자와 아이스박스까지 바리바리 챙겨와 늦은 밤까지 술자리를 이어갔다. 또 다른 남성 3명은 따로 온 여성 일행에게 다가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금새 합석을 하기도 했다. 넓은 해수욕장에 이들이 방역수칙을 어기고 있음을 알리는 것은 ‘마스크 착용 및 개인 간 2m 거리두기’ 홍보 현수막 몇 장이 전부였다. 을왕리해수욕장을 관리하는 인천 중구청 관계자는 “희망근로지원사업으로 채용된 어르신들이 평일 낮에 순찰을 하고 구청 직원들이 주말에 나와 단속을 한다”고 해명했다. 정작 인파가 몰리는 평일과 주말 야간에는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넘게 이어지자 시민들은 상대적으로 단속이 느슨한 해변이나 산 같은 야외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같은 날 서울 북한산국립공원에서도 5명 이상 무리를 지어 함께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산 중간중간에서 지친 등산객들이 마스크를 벗고 일행과 이야기를 하며 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60대로 보이는 8명의 남녀 일행은 준비해온 간의의자까지 깔고 앉아 음식을 나눠 먹기도 했다. 북한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구기분소 직원들이 수시로 산행객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해달라”며 알리고는 있지만 그때 뿐이었다. 정작 단속 권한을 가진 자치단체 관계자는 현장에서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구기분소 관계자는 “5명 이상 사적모임을 단속할 권한은 지자체에 있어 할 수 있는 건 계도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5명 이상 모임 금지가 길어지면서 날이갈수록 방역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이 거듭되며 시민들도 이를 지켜야할 동력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방역당국이 고위험군 백신 접종 완료를 거리두기 완화 전제로 본다면 단속 강화 등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유채연기자 ycy@donga.com}

    • 2021-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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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주 챙기느라… 할머니들 ‘돌봄 감옥살이’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출소 날짜만 기다리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유채연 ycy@donga.com·이윤태 기자}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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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1년, 육아-라이프 밸런스 ‘육라밸’이 무너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년이 넘어가니 번아웃(Burnout·소진)이 왔어요. 회사에도 애들한테도 죄책감이 들고….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네요.”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박지연(가명·44) 씨는 1년째 코로나19 감염의 두려움보다 더 큰 고통에 시달렸다. 바로 ‘자녀 돌봄’이다. 맞벌이인 박 씨는 재택근무 덕에 돌봄 공백은 겨우 면했지만 몸과 정신이 남아나질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그의 하루는 쉴 틈이 없다. 눈뜨자마자 아이들 끼니 챙기다 보면 해가 저물었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인 아이들은 종일 엄마 곁만 맴돌았다. “엄마, 이것 좀.” “엄마, 심심해.” 컴퓨터 앞에 앉기가 무섭게 보채는 아이들. 회사 일이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언제부터일까. 박 씨는 점점 신경이 곤두섰다. 아이들에게 내는 짜증도 잦아졌다. 자영업자인 남편은 코로나19로 힘겨운 상황. 새벽에 출근했다 밤 12시쯤 들어와 곯아떨어졌다. 결국 박 씨는 버티다 못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우울증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박 씨는 지난달 휴직을 신청했다. 코로나19 1년. 출구가 보이지 않는 터널 속에서 우리네 엄마 아빠들이 지쳐 쓰러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장기화로 자녀 돌봄의 한 축인 학교 등 교육·보육 시설이 휴원, 휴교를 반복하며 부모의 돌봄 책임이 절대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한국갤럽과 함께 만 0∼12세 자녀를 둔 전국의 부모 2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엄마의 주중 평균 돌봄 시간이 전업주부는 14시간 37분, 맞벌이는 5시간 18분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아빠 역시 주중 평균 2, 3시간씩 부담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직장을 가진 엄마는 52.4%가 “돌봄 부담에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아빠 역시 3명 가운데 1명꼴(33.4%)로 회사를 관둬야 할지 고민했다. 실제로 설문에 응한 직장인 엄마의 20.2%가 코로나19 이후 직장을 관뒀으며, 이들 가운데 49.2%가 ‘자녀 돌봄을 위해서’라고 답했다. 엄마 32.2%와 아빠의 19.6%는 “코로나19가 더 길어질 경우 휴직하겠다”고 응답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관련 자녀 돌봄의 고충을 심층 조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CTMS 센터장인 은기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코로나19로 사회의 아이 돌봄 기능이 중단되며 가정이 붕괴에 내몰렸다”고 분석했다. ‘돌밥돌밥’ 미로에 갇힌 엄마… 전업주부 육아 하루 8→11시간 급증[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휴교로 늘어난 돌봄 부담은 엄마 몫휴교 자녀에 나흘내내 삼시세끼… 잔소리 늘어 자녀와 관계도 나빠져직장맘 52% 재택근무때도 육아… 아빠 참여 늘었지만 18% 수준돌봄 맡길 사람 못구한 맞벌이는… 아이들만 집에 있는 상황 벌어져“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피로는 둘째 치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올해 3월 전국 만 0∼12세 자녀를 둔 부모 2016명(남성 1014명,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코로나19와 한국의 아동 돌봄’에서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책임의 무게추가 엄마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자녀의 교육·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낮 시간에 누가 아이를 돌봤느냐’는 질문에 전업주부의 89.2%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엄마의 32.7%가 자녀를 챙겨야 했다. 맞벌이의 경우 아빠는 11%, 외벌이인 경우엔 아빠의 3%만이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할 경우엔 아빠의 돌봄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다. 17.6%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엄마의 52.4%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한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재택근무마저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경기 고양시에서 다섯 살 쌍둥이를 키우는 최주현(가명·36)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매주 돌아가며 연차를 써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방에 사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모님’도 고용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휴원해도 등원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치가 보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애들을 집에만 내버려둘 수도 없어 주중에 3일은 긴급돌봄 등원하고, 2일은 남편과 내가 연차를 내 아이들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조사에서 직장인 부모들의 73%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해서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82%가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이 홀로 두고 CCTV 켜놓고 출근”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도 없이 만 0∼12세의 아동들만 집에 있는 일까지 자주 벌어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약 40%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 1시간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이긴 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경우도 14.2%나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서은미(가명) 씨도 집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이를 집에 홀로 뒀다고 한다. 서 씨와 남편 모두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는 데다 따로 돌봄을 맡길 친척도, 사람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나서지만 줄곧 CCTV만 바라보며 마음을 졸인다. 서 씨는 “부부가 먼저 출근하다 보니 아이가 홀로 등교 준비를 한다. 오후에도 애가 집에 혼자 있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서 운 적이 많다”고 했다. 전업주부의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전업주부는 기존에도 자녀 돌봄의 부담이 집중돼 힘겨웠지만, 코로나19 이후 돌봄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일의 강도도 훨씬 커졌다. 설문에 응한 전업주부는 돌봄 시간이 1일 평균 약 3시간씩 늘어 총 11시간에 이르렀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 주은혜(가명·45) 씨는 “학교는 긴급돌봄이 맞벌이 부부만 가능하다고 제한한다. 남편은 일에 바빠 육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애들한텐 미안하지만 그나마 학원에 가 있을 때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소연했다. 돌봄노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토 펭 캐나다 토론토대 사회정책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선 직장은 부모들이 자녀를 돌보도록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족을 돌보는 직장인이 일터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주 챙기느라… 할머니들 ‘돌봄 감옥살이’ “조부모가 돌봄 지원” 38% 달해외출도 못해 건강 나빠지기 일쑤 “‘감옥살이’ 하는 것 같아. 출소 날짜만 기다리는.” 맞벌이하는 딸 부부를 대신해 손자들을 보살피는 할머니 조민경 씨(68)는 요즘 온몸에 파스로 도배를 하고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자 돌봄을 오롯이 책임지면서 노동의 강도가 극도로 심해졌다. 고등학생이 된 손녀딸은 그나마 낫다. 9세 손자는 끼니는 물론 온갖 놀이도 같이 해줘야 한다. 낯선 컴퓨터 원격수업까지 챙기고 나면 머리가 띵할 정도.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들이지만 하루 종일 붙어 있다 보니 갈수록 지쳐간다. “친구들 못 본 지는 1년이 다 돼가는 것 같아. 노래교실이나 등산 같은 취미생활도 못 해본 지 오래됐지. 애들 수업 들을 땐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발소리를 죽여야 해. 감옥이 따로 있나. 꼼짝달싹 못 하니 이게 감옥이지.”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아동 돌봄 가중으로 피해를 입은 또 다른 주인공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만 12세 이하 자녀를 둔 부모의 약 38%가 “교육·보육시설의 휴원 휴교 기간에 조부모의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다. 연령별로는 60대가 71.1%였으며, 70대 이상도 23.6%나 됐다. 돌봄을 도와준 조부모는 아무래도 할머니(93.7%)로 할아버지(6.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손자들을 돌보는 건 할아버지 할머니에겐 신체적으로도 과도한 업무다. 10세 손녀를 돌보는 할머니 김자옥(가명·75) 씨는 1년 동안 체중이 5kg 이상 빠졌다고 한다. 김 씨는 “원래도 무릎이 안 좋은데 코로나19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며 “외출도 못 하고 운동도 못 하다 보니 무릎이 시큰거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라고 털어놨다.아빠도 안팎 고통… 아내는 “당신만 버냐” 상사는 “네가 애 보냐”[코로나 1년, 무너진 육라밸]“자녀돌봄 애썼는데” 억울한 아빠맞벌이 아빠 육아시간 18% 늘어… “일과 병행 너무 힘들다” 토로직장인 아빠 70% “가정에 미안”… 아빠 64% “피곤”- 47% “화 늘어”엄마보다 낮지만 무시못할 수준… 전문가 “남성 육아휴직 확대해야”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솔직히 좀 억울하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터진 뒤엔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하거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뭐라 그러니….” 6세 딸을 키우는 아빠 안정훈(가명) 씨는 최근 부인의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라”는 원망에 울컥 서운했다. 안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주 2, 3회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매일 출근하는 부인을 대신해 온종일 자신이 딸을 돌본다. 안 씨는 “코로나19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가사 일도 많이 한다”며 “서로 힘들다 보니까 자꾸 다툴 일이 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재택근무해서 편하겠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는 놀아 달라, 챙겨 달라 칭얼대고,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 노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중간 관리자 급이라 할 일은 태산인데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한테도 미안하죠. 하다못해 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괜히 저도 와이프나 애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성격만 버리고 가족 관계만 해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직장인 아빠 70% “코로나로 가정에 미안” 한국 사회에서 ‘보통 아빠’는 가사나 자녀 문제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녀 돌봄에서 아빠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부모의 돌봄 책임이 커지며 아빠의 부담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아빠의 70.7%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2020년 12월∼2021년 2월) 동안 일과 육아의 병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맞벌이 아빠의 주중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8.4%, 외벌이 아빠도 1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인 아빠 박정규(가명·46) 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이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부인이 가게를 하기 때문에 등교가 들쑥날쑥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씨는 “그래봤자 하루 한두 시간 더 애를 보는 거지만 주말까지도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드니 체감하는 힘겨움은 확실히 크다”고 털어놨다. 자녀 돌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외벌이 아빠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CTMS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아빠의 70%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에게 더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 김현수(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정책상 지난해도 올해도 재택근무를 거의 한 적이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부인이 1년 넘게 홀로 자녀를 돌보다시피하는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부인이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 씨는 “나도 나름 힘들다는 생각에 아내와 다툼이 늘었는데, 이 정도 심각한지 몰랐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미안해서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남성의 육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이렇다 보니 아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마만큼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64.4%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늘었다’가 46.6%였으며,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답도 38.4%나 됐다. 각각 엄마보다는 10∼20% 정도 낮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치는 아니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인 아빠들도 적지 않았다. 노승철(가명) 씨는 지난해 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에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노 씨는 “한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아이는 와이프가 낳았는데, 왜 당신이 휴직하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빠의 돌봄 참여는 돌봄 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때 회사에서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남성 육아휴직이 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젊은 아빠들 휴직에 이직까지MZ세대 “육아도 공정하게 분담을”2030아빠 39%만 “육아는 엄마 몫” “육아에 지친 아내도 돕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11년 차 직장인인 김동길 씨(38)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부인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게다가 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가족을 제대로 챙겨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씨는 “이것저것 재다가 언제 아이들과 함께하겠냐 싶어 휴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시간이 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아이는 주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20, 30대 아빠들은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40대(50%)나 50대(62%)보다 확실히 나아진 수치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아빠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맞벌이 아빠의 1일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8분에서 이후 3시간 42분으로 늘었다. 외벌이 아빠도 2시간 28분에서 2시간 57분으로 증가했다. 엄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적극적인 공동육아에 나서며 오히려 일을 줄이는 아빠들도 있다. 전업주부로 나선 문희곤 씨(34)는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내 급여가 더 높아 내가 주로 집안일을 담당하기로 했다”며 “육아와 가사는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빠 육아모임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최대훈 씨(39)도 “코로나19로 커진 돌봄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누려 한다. 최근 잔업이 적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양육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동육아는 MZ세대의 ‘공정성’ 중시가 젠더 측면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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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밥돌밥’ 미로에 갇힌 엄마… 전업주부 육아 하루 8→11시간 급증

    “전업주부인 친구가 ‘돌밥돌밥’이라더니, 애들 끼니 챙기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인천에 사는 워킹맘 김경아 씨(44)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재택근무에 들어간 뒤 ‘돌봄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꼈다. ‘돌아서면 밥 차리고, 돌아서면 밥 차린다’를 줄인 돌밥돌밥은 주부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쓰는 신조어. 김 씨도 요즘 “잠깐 자리에 앉아 허리를 펼라치면 밥할 시간이 돌아온다”며 한숨지었다. “초등학생 2명이 같이 등교하는 날이 딱 하루만 겹쳐요. 나흘 내내 세 끼를 집에서 다 해야 하는 거죠. 새벽부터 서둘러도 아침에 일에 집중할 시간이 1, 2시간밖에 안 나요. 정말 엄마들이 왜 여기저기가 아픈지 알 거 같아요.” 자녀들과의 관계도 이전보다 더 나빠진 느낌이다. 온라인수업을 받다 보니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학습 태도에 잔소리만 늘어갔다. 김 씨는 “그나마 실시간 원격수업은 곧잘 듣고 있는데, 영상만 틀어주는 수업은 애들이 딴짓하기 일쑤”라며 “일을 하다가도 몇 번씩 들어가서 꾸중을 하다 보니 애들도 힘들어한다”고 털어놨다. 재택근무를 하는 입장에서 계속 애들만 챙길 수도 없는 노릇. 김 씨는 결국 최근 아이들을 오후엔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다. 김 씨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사교육비가 2배 이상 늘어난 거 같다”며 “신체적 피로는 둘째 치고 경제적 정신적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아이를 돌보는 건 여전히 엄마의 몫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가 올해 3월 전국 만 0∼12세 자녀를 둔 부모 2016명(남성 1014명, 여성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코로나19와 한국의 아동 돌봄’에서는 부모들의 자녀 돌봄 고충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특히 여전히 아이를 키우는 책임의 무게추가 엄마 쪽으로 기울어진 한국 사회에서 코로나19는 엄마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실제로 자녀의 교육·보육시설이 문을 닫았을 때 ‘낮 시간에 누가 아이를 돌봤느냐’는 질문에 전업주부의 89.2%가 ‘본인’이라고 답했다. 맞벌이인 경우에도 엄마의 32.7%가 자녀를 챙겨야 했다. 맞벌이의 경우 아빠는 11%, 외벌이인 경우엔 아빠의 3%만이 아이를 돌봤다고 말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다. 물론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할 경우엔 아빠의 돌봄 참여가 확실히 늘어났다. 17.6%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한 직장인 엄마의 52.4%가 아이를 돌봤다고 답한 것과 여전히 격차가 크다. 재택근무마저 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는 더욱 고통스러웠다. 경기 고양시에서 다섯 살 쌍둥이를 키우는 최주현(가명·36) 씨는 지난해부터 남편과 매주 돌아가며 연차를 써야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지방에 사는 데다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이모님’도 고용할 수 없었다. 최 씨는 “어린이집은 긴급돌봄을 신청하면 휴원해도 등원시킬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눈치가 보여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애들을 집에만 내버려둘 수도 없어 주중에 3일은 긴급돌봄 등원하고, 2일은 남편과 내가 연차를 내 아이들을 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서울대 조사에서 직장인 부모들의 73%는 사회적 거리 두기에 계속해서 직장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82%가 “직장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아이 홀로 두고 CCTV 켜놓고 출근” 이렇다 보니 가정에서 보호자도 없이 만 0∼12세의 아동들만 집에 있는 일까지 자주 벌어졌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모의 약 40%가 “최근 3개월 사이에 아이들이 어른 없이 1시간 이상 있었던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물론 대부분 초등학생 이상이긴 했지만,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아이들끼리만 있었던 경우도 14.2%나 됐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키우는 엄마 서은미(가명) 씨도 집안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이를 집에 홀로 뒀다고 한다. 서 씨와 남편 모두 아침 일찍 직장에 출근하는 데다 따로 돌봄을 맡길 친척도, 사람도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나서지만 줄곧 CCTV만 바라보며 마음을 졸인다. 서 씨는 “부부가 먼저 출근하다 보니 아이가 홀로 등교 준비를 한다. 오후에도 애가 집에 혼자 있는데,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러고 있나 싶어서 운 적이 많다”고 했다. 전업주부의 스트레스도 극심하다. 전업주부는 기존에도 자녀 돌봄의 부담이 집중돼 힘겨웠지만, 코로나19 이후 돌봄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었을 뿐 아니라 일의 강도도 훨씬 커졌다. 설문에 응한 전업주부는 돌봄 시간이 1일 평균 약 3시간씩 늘어 총 11시간에 이르렀다. 아이 셋을 키우는 전업주부 주은혜(가명·45) 씨는 “학교는 긴급돌봄이 맞벌이 부부만 가능하다고 제한한다. 남편은 일에 바빠 육아는 모르쇠로 일관한다”며 “애들한텐 미안하지만 그나마 학원에 가 있을 때가 유일하게 숨을 쉴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하소연했다. 돌봄노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이토 펭 캐나다 토론토대 사회정책학과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선 직장은 부모들이 자녀를 돌보도록 재택근무와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유연한 업무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족을 돌보는 직장인이 일터에서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책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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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젊은 아빠들 휴직에 이직까지

    “육아에 지친 아내도 돕고,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11년 차 직장인인 김동길 씨(38)는 지난달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지친 부인의 돌봄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다. 게다가 부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좀 더 가족을 제대로 챙겨보자고 뜻을 모았다. 김 씨는 “이것저것 재다가 언제 아이들과 함께하겠냐 싶어 휴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자녀 돌봄 시간이 늘면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의 설문조사에서 ‘아이는 주로 엄마가 돌봐야 한다’는 문항에 20, 30대 아빠들은 39%가 그렇다고 답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40대(50%)나 50대(62%)보다 확실히 나아진 수치다.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간이지만 아빠들이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맞벌이 아빠의 1일 평균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 3시간 8분에서 이후 3시간 42분으로 늘었다. 외벌이 아빠도 2시간 28분에서 2시간 57분으로 증가했다. 엄마와 비교하면 한참 부족하지만 개선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적극적인 공동육아에 나서며 오히려 일을 줄이는 아빠들도 있다. 전업주부로 나선 문희곤 씨(34)는 “한 명은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내 급여가 더 높아 내가 주로 집안일을 담당하기로 했다”며 “육아와 가사는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용인에서 아빠 육아모임을 이끄는 정보기술(IT) 개발자 최대훈 씨(39)도 “코로나19로 커진 돌봄 부담을 아내와 공평하게 나누려 한다. 최근 잔업이 적은 회사로 이직을 했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기성세대는 양육의 불공정을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못했다. 공동육아는 MZ세대의 ‘공정성’ 중시가 젠더 측면에서도 드러나는 것”이라고 했다.이윤태 oldsport@donga.com·유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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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빠도 안팎 고통… 아내는 “당신만 버냐” 상사는 “네가 애 보냐”

    “어디 가서 말은 못 하지만 솔직히 좀 억울하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터진 뒤엔 육아도 집안일도 많이 하거든요. 최선을 다하는데도 뭐라 그러니….” 6세 딸을 키우는 아빠 안정훈(가명) 씨는 최근 부인의 “좀 더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라”는 원망에 울컥 서운했다. 안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줄곧 주 2, 3회씩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집에 있는 날에는 매일 출근하는 부인을 대신해 온종일 자신이 딸을 돌본다. 안 씨는 “코로나19 이전은 몰라도 지금은 가사 일도 많이 한다”며 “서로 힘들다 보니까 자꾸 다툴 일이 느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사정을 모르는 친구들은 ‘재택근무해서 편하겠다’고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아이는 놀아 달라, 챙겨 달라 칭얼대고,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 노는 것 아니냐며 눈치를 준다. 중간 관리자 급이라 할 일은 태산인데 어디에도 제대로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아 스스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애한테도 미안하죠. 하다못해 놀이터라도 가서 놀아줘야 하는데 집에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괜히 저도 와이프나 애한테 신경질을 부리고 있더라고요. 코로나19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겠고, 성격만 버리고 가족 관계만 해치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 직장인 아빠 70% “코로나로 가정에 미안” 한국 사회에서 ‘보통 아빠’는 가사나 자녀 문제에서 엄마에게 미안하다. 같이 맞벌이를 해도 아무래도 엄마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자녀 돌봄에서 아빠 역시 자유롭지는 않다. 특히 코로나19로 부모의 돌봄 책임이 커지며 아빠의 부담도 적지 않게 늘어났다.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CTMS)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아빠의 70.7%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2020년 12월∼2021년 2월) 동안 일과 육아의 병행이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맞벌이 아빠의 주중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코로나19 이전보다 18.4%, 외벌이 아빠도 19.5%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맞벌이인 아빠 박정규(가명·46) 씨는 코로나19 이후에 이전보다 2시간 이른 오전 5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있다. 일찍 출근해 일을 하면 일찍 퇴근할 수 있는 ‘유연근로제’를 이용하기 위해서다. 부인이 가게를 하기 때문에 등교가 들쑥날쑥하는 초등학교 2학년 딸을 돌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박 씨는 “그래봤자 하루 한두 시간 더 애를 보는 거지만 주말까지도 ‘혼자만의 시간’이 확 줄어드니 체감하는 힘겨움은 확실히 크다”고 털어놨다. 자녀 돌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외벌이 아빠도 마냥 편하지는 않다. CTMS 설문조사에서도 직장인 아빠의 70%가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족과 자녀에게 더 신경 쓰지 못해 미안했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인 아빠 김현수(가명) 씨도 마찬가지였다. 회사 정책상 지난해도 올해도 재택근무를 거의 한 적이 없다. 결국 전업주부인 부인이 1년 넘게 홀로 자녀를 돌보다시피하는 ‘독박 육아’를 감당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했더니 부인이 불 꺼진 방에서 홀로 울고 있는 걸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김 씨는 “나도 나름 힘들다는 생각에 아내와 다툼이 늘었는데, 이 정도 심각한지 몰랐던 스스로가 너무 한심했다. 너무 미안해서 함께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남성의 육아 위한 사회적 대책 마련해야” 이렇다 보니 아빠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가 엄마만큼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아빠들은 64.4%가 ‘코로나19로 평소보다 피곤하다’고 답했다.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는 경우가 더 늘었다’가 46.6%였으며, ‘어디서도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대답도 38.4%나 됐다. 각각 엄마보다는 10∼20% 정도 낮았지만 무시해도 좋을 수치는 아니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육아휴직이나 재택근무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인 아빠들도 적지 않았다. 노승철(가명) 씨는 지난해 말 태어난 아이를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회사 분위기 탓에 말도 꺼내기 어려웠다. 노 씨는 “한 동료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아이는 와이프가 낳았는데, 왜 당신이 휴직하느냐’는 핀잔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지원 서울대 국제이주와 포용사회센터 책임연구원은 “아빠의 돌봄 참여는 돌봄 휴가나 육아휴직을 쓸 때 회사에서 대체 인력을 마련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남성 육아휴직이 공기업이나 일부 대기업에 국한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유채연 ycy@donga.com·이윤태 기자}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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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토부-道公 용역, 전관 영입 일부 업체가 독식”

    일부 업체들이 국토교통부나 한국도로공사에서 재직하던 고위 간부 등을 영입해 해당 기관의 용역사업 수주를 독식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국토부와 한국도로공사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주한 건설기술용역 입·낙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로 계약된 용역사업은 전부 해당 기관의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수주했다”고 6일 밝혔다. 종심제란 공사능력과 역량 등을 종합 평가해 점수가 높은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는 입찰 제도다. 경실련에 따르면 이 기간 국토부는 1529억 원 규모의 사업 38건을, 도로공사는 1792억 원 규모의 사업 26건을 진행했다. 이 64건 모두를 전관을 영입한 업체가 낙찰 받았다는 뜻이다. 업체끼리 사전에 담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국토부 사업의 68%, 도로공사 사업의 92%가 2개 업체 혹은 컨소시엄만 입찰에 참여했다. 국토부 사업의 87%, 도로공사 사업의 85%는 낙찰 업체와 2순위 업체의 투찰금액(낙찰 희망 가격) 차이가 1%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실련 관계자는 “업체 간 사전에 입찰을 담합했을 것으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2019년 3월 도입한 기술용역 종심제가 업체들의 전관 영입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실련 측은 “종합 평가 과정에서 ‘정성평가’ 점수가 주요하게 작용해 전관의 영향력이 높아진다”며 “전국 엔지니어링 업체 3195개 가운데 전관을 보유한 20개 업체가 지난해 건설기술용역 사업 금액의 42%를 가져갔다”고 주장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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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이 왜 안가?” 긴급업무 대혼란

    “방송 스케줄 맞추려고 휴일인 어린이날에도 출근했는데…. 결국 ‘카톡’ 먹통으로 다음 날 새벽에야 퇴근했어요.” 한 방송사 PD로 재직하는 김모 씨(24)는 5일 밤 갑자기 멈춰 버린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바라보다 문득 회사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이 애잔했다고 한다. 방송 예고편 제작을 위해 5일 출근했는데, 최종 승인을 위해 오후 10시경 영상을 전송하려는 순간 카톡 오류 메시지가 떴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식은땀을 흘리다가 결국 6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전송을 마쳤다. 김 씨는 “카톡에 휘둘리다 밤 12시가 넘어 퇴근하는 현실을 보며 왠지 ‘직장인의 설움’ 같은 말이 떠올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쓰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5일 오후 9시 47분부터 6일 0시 8분까지 이용 장애를 일으키자 늦은 밤 때아닌 혼란이 벌어졌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카톡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이나 학업 관련 소통을 하던 학생 등은 ‘멘붕’(정신 붕괴)을 겪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반면 심야에도 카톡에 시달렸던 이들은 오랜만에 ‘고요한 밤’을 보냈다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직장인 유모 씨(34)도 5일 밤 ‘대답 없는 팀방(카톡 단체방)’에 애를 먹었다. 직업상 항상 전날 밤 다음 날 업무 계획을 확정지어야 하는데, 함께 소통할 수 없다 보니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유 씨는 “밤에 함부로 전화할 수도 없고 화상회의도 팀원들이 불편해했다. 다른 모바일메신저는 안 쓰는 이도 많아 골치가 아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카톡이 막히자 해야 할 일을 망치기도 했다. 대학생 김원림 씨(22)는 5일 오류가 난 뒤 한 수업의 같은 조원들이 서로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다음 날 오전 발표가 있었지만 소통할 방법이 없었다. 김 씨는 “몇몇은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어 버려 다음 날 수업 직전에야 서로 연락이 닿았다”며 속상해했다. 일상생활도 방해를 받았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카톡으로 한 업체에 동생의 생일케이크를 주문하다가 카톡 장애로 실패했다. 박 씨는 “5일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해 여유를 부렸는데 갑자기 대화가 끊겨 버렸다”면서 “마감 시간을 놓쳐 주문 제작이 물거품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가상화폐 업체들도 이날 오류가 발생하자 기존 카톡으로 발송하던 인증번호 등을 보내지 못해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침묵하는 카톡에 행복했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일하는 A 씨(41)는 “밤마다 다음 날 업무 계획이 항상 카톡으로 왔는데, 어제는 오지 않았다. 영문을 몰랐지만 ‘뜻밖의 휴식’ 덕에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측은 재발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다 보니 장애 해소에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이런 일이 없도록 방지책을 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톡 장애가 현대인에게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대학교수는 “단지 하나의 모바일메신저가 2시간 남짓 멈췄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관계의 단절’에 힘겨워했다”며 “편의를 위해 만든 도구가 도리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고 평했다.권기범 kaki@donga.com·유채연·김성모 기자}

    • 2021-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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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 2시간 먹통에 이용자들 ‘멘붕’…“뜻밖의 휴식” 반응도

    “방송 스케줄 맞추려고 어린이날에도 휴일 출근했는데…. 결국 ‘카톡’ 먹통으로 다음날 새벽에야 퇴근했어요.” 한 방송사 PD로 재직하는 김모 씨(24)는 5일 밤 갑자기 멈춰버린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바라보다 문득 회사 유리창에 비친 자기 모습이 애잔했다고 한다. 방송 예고편 제작을 위해 5일 출근했는데, 최종 승인을 위해 오후 10시경 영상을 전송하려는 순간 카톡 오류 메시지가 떴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식은 땀을 흘리다가 결국 6일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전송을 마쳤다. 김 씨는 “카톡에 휘둘리다 12시가 넘어 퇴근하는 현실을 보며 왠지 ‘직장인의 설움’ 같은 말이 떠올랐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많은 이들이 일상에서 쓰는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이 5일 오후 9시 47분부터 6일 오전 12시 8분까지 이용 장애를 일으키자 늦은 밤 때 아닌 혼란이 벌어졌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지만 카톡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이나 학업 관련 소통을 하던 학생 등은 ‘멘붕’(정신 붕괴)을 겪었다는 고충을 털어놨다. 반면 심야에도 카톡에 시달렸던 이들은 오랜만에 ‘고요한 밤’을 보냈다며 반가워하기도 했다. 직장인 유모 씨(34)도 5일 밤 ‘대답 없는 팀방(카톡 단체방)’에 애를 먹었다. 직업 상 항상 전날 밤 다음날 업무 계획을 확정지어야 하는데, 함께 소통할 수 없다보니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유 씨는 “밤에 함부로 전화할 수도 없고 화상회의도 팀원들이 불편해했다. 다른 모바일메신저는 안 쓰는 이도 많아 골치가 아팠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카톡이 막히자 해야 할 일을 망치기도 했다. 대학원 김원림 씨(22)는 5일 오류가 난 뒤 한 수업의 같은 조원끼리 서로 전화번호도 모르는 사이라는 걸 깨달았다. 결국 다음날 오전 발표가 있었지만 소통할 방법이 없었다. 김 씨는 “몇몇은 포기하고 잠자리에 들어버려 다음날 수업 직전에야 서로 연락이 닿았다”고 속상해했다. 일상생활도 방해를 받았다. 대학생 박모 씨(24)는 카톡으로 한 업체에 동생의 생일케이크 주문하다가 카톡 장애로 실패했다. 박 씨는 “5일 밤 12시 전에만 주문하면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해 여유를 부렸는데 갑자기 대화가 끊겨버렸다”며 “마감시간을 놓쳐 주문 제작이 물거품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가상화폐 업체들도 이날 오류가 발생하자 기존 카톡으로 발송하던 인증번호 등을 보내지 못해 혼선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침묵하는 카톡에 행복했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일하는 A 씨(41)는 “밤마다 다음날 업무 계획이 항상 카톡으로 왔는데, 어제는 오지 않았다. 영문을 몰랐지만 ‘뜻밖의 휴식’ 덕에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측은 재발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톡 관계자는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조치를 취하다보니 장애 해소에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이런 일이 없도록 방지책을 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카톡 장애가 현대인에게 채워진 ‘보이지 않는 족쇄’의 실체를 보여줬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대학교수는 “단지 하나의 모바일메신저가 2시간 남짓 멈췄을 뿐인데 많은 이들이 ‘관계의 단절’에 힘겨워했다”며 “편의를 위해 만든 도구가 도리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만든다”고 평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유채연 기자 ycy@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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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피해 尹 할머니 별세… 240명 중 생존자 14명 남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윤모 할머니가 2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윤 할머니가 2일 오후 10시경 운명하셨다”고 3일 밝혔다.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이름은 익명으로 하고 장례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윤 할머니는 1929년 충북에서 태어나 12세가 되던 1941년 일본군이 고인의 할아버지를 폭행하는 것에 저항하다가 위안부로 끌려갔다고 한다. 고인은 일본 시모노세키와 히로시마 등지에서 성노예 피해 등 갖은 고초를 겪었다. 윤 할머니는 1993년 정부에 자신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하고 수요 시위 참가와 해외 증언 등의 활동을 지속해왔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은 “또 한 분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떠나보내 가슴이 아프다”며 “피해자들의 노후를 위한 정책적 지원 강화, 명예와 존엄 회복을 위한 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윤 할머니가 별세함에 따라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240명 가운데 이제 14명만 생존하고 있다.유채연 기자 ycy@donga.com}

    •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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