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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 전체의 국가보훈대상자 의무채용률이 35.4%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경호처를 포함해 정부기관 37곳 중 8곳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보훈대상자 채용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채용되지 않은 인원이 2540명에 이른다. 야당은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할 국가보훈처가 사실상 대책 마련에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文 “유공자 예우” 강조한 청와대도 손놔 5일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이 보훈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정부기관 37곳의 보훈대상자 채용 의무 인원 3931명 중 실제 채용된 사람은 1391명이었다.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보훈처는 정원 5명 이상인 국가기관이 운전, 방호, 위생, 시설관리 등 통상 9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과거 기능직 정원의 16%를 독립·국가유공자 등 보훈대상자로 의무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경호처는 채용 의무 인원인 21명 가운데 절반 수준인 11명 채용에 그쳤다. 현 정부 들어서는 2018년 2명 외에 추가 채용이 없었다. 윤 의원은 “취임 이후 수차례 보훈대상자 예우 및 취업 지원 강화를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뜻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가유공자 예우는 국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채용 의무 인원 3102명 중 621명(20%)만 채용했다. 과기정통부 소속 우정사업본부에는 집배원, 계리원 등이 많아 국가유공자 의무채용 배정 규모도 크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외근 업무가 많은 집배원은 업무 선호도가 낮고, 자산관리사 자격증이 필요한 계리원은 요건을 갖춘 지원자가 부족해 모집 공고를 내도 국가유공자나 유족 등이 응시하는 인원이 적다”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가 지정한 132개 공공기관 중에서도 53개 기관이 의무채용률을 달성하지 못했다. 미채용된 인원만 올해 6월 기준 1546명. 한국전력공사는 채용 의무 인원 2025명 중 506명을 채우지 못했다. 정부기관과 달리 공공기관은 직무별 정원의 4∼9%를 보훈대상자로 채용해야 한다.○ 천안함 생존자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기분” 공공기관 의무채용률이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훈처는 채용 비율을 현 16%에서 2023년까지 18%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윤 의원은 “사실상 허울뿐인 보여주기식 정책”이라고 지적한다. 천안함 폭침 사건 생존자 전승석 씨(33·당시 하사)는 올해 3월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은 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3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탈락했다. 안종민 천안함전우회 사무총장은 “생존 장병들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때문인 것으로 본다”면서 “국가를 위해 복무하다가 큰 상처를 입었는데 국가는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함 생존자 중 3명이 보훈처에 취업 지원을 신청했으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은 보훈대상자 의무채용 정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 씨는 “보훈처에서 연락이 온 적도 없었다. 국가로부터 버림받은 기분”이라며 “PTSD 고통에다 취업 고민까지 살길이 막막하다”고 전했다. 안 총장은 “현 시스템은 사실상 보훈대상자가 알아서 하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보훈처는 “채용하려는 기관의 요구 수준과 보훈대상자 역량 사이에 괴리가 있어 일자리를 찾아주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장애인 의무채용은 채용률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부담금을 내야하고 실적이 정부평가에 반영된다”며 “보훈대상자 의무채용에도 이런 벌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카카오 임직원 10여 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어기고 사내 회의실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카카오 측은 신고를 접수하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카카오는 “회사 내부에서 음주행위가 있었다는 신고가 접수돼 윤리위원회에서 (사실관계 파악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5일 밝혔다. 논란은 4일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블라인드에 자신을 ‘카카오 크루(직원)’라고 밝힌 한 작성자가 경기 성남시 판교오피스 3층 회의실에서 임직원 10여 명이 술자리를 가졌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작성자가 언급한 술자리가 열린 시간은 4일 오후 8시부터 10시경이다. 이 작성자는 “중앙 복도까지 다 들릴 정도로 시끄러웠고 누가 봐도 술 마시면서 떠드는 소리였다”며 “(3층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안에는 술병과 음식들, 와인 잔과 떠들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썼다. 작성자는 카카오의 한 간부급(리더) 직원 A 씨가 이 자리에 있었다고 지목했다. 블라인드에 올라온 이 글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경기 성남시를 포함한 수도권 전 지역은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오후 6시 이전에는 4명, 이후에는 2명까지만 사적모임이 가능하다.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직장 내부에서도 회의 외에 별도의 식사 등은 사적모임으로 규정하고 집합금지 대상으로 단속하고 있다. 카카오는 5일 오전 한 직원의 신고로 이 사실을 인지하고 윤리위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윤리위는 여민수 공동대표를 포함해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이 중 3명은 노사협의체가 지명한 위원이고 다른 3명은 여 대표가 위촉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실제 술자리가 있었는지, 누가 참석했는지 등을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하면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전화 통화로 대리운전기사를 부르는 이른바 ‘전화콜’ 시장에 카카오가 본격 진입하려 하자 대리운전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대리운전 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인 CMNP는 전화콜 업계 1위 ‘1577 대리운전’을 운영하는 코리아드라이브와 함께 신규 법인인 ‘케이드라이브’를 최근 설립하고 1577 대리운전 서비스를 넘겨받았다.카카오는 2016년 모바일 앱 대리호출 시장에 진출했다. 하지만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은 크지 않았다. 하루 평균 30만 콜, 연간 3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대리운전 시장에서 모바일 앱의 비중은 20% 정도에 그친다. 전화로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전화콜이 여전히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시장에 진입하기로 하면서 대리운전 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이들은 전국 수천 곳의 소규모 대리운전회사 운영자와 전화콜 상담원 등이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고 주장한다. 장유진 한국대리운전총연합회 회장은 “카카오가 직접 전화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은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가 배달콜 사업을 넘어서 우량 배달음식점을 직접 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플랫폼의 사업 혁신이 아니라 자본의 골목상권 침탈”이라고 주장했다. 대리운전총연합회는 5일 대리운전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이에 대해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기존 서비스를 개선하고 전화콜 시장의 만족도를 대폭 끌어올리기 위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삼성전자가 한국은행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실험 연구 사업에 참여한다. 4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수행하는 CBDC 연구용역 사업에 삼성전자도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CBDC는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화폐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업에서 CBDC가 갤럭시 스마트폰에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데 협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말기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결제나 송금이 가능한지 등을 실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라운드X의 협력사로 참여하는 블록체인 전문업체 온더의 심준식 대표는 2일(현지 시간)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 갤럭시와 핀테크 솔루션 기업 코나이가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하도록 작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그라운드X 측은 “참여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한은은 그라운드X를 CBDC 모의실험 연구용역 사업자로 선정했다. 한은의 모의실험은 2단계로 나눠 CBDC 발행과 유통, 환수뿐 아니라 오프라인 결제, 국가 간 송금 등에 대해서도 테스트를 진행한다. 예산은 최대 49억600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내년 6월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NHN의 이준호 회장(사진)이 “게임회사를 넘어선 종합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자평하며 계열사 2곳의 상장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 회장은 2일 사내 통신망에 띄운 편지글에서 “게임산업으로 출발한 회사가 콘텐츠, 커머스(전자상거래), 페이먼트(간편결제), 기술을 모두 아우르는 기업이 된다는 것은 누구도 먼저 가보지 않은 길이었다”며 “NHN 임직원 모두가 혁신, 성장의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NHN의 최대 주주인 이 회장은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함께 정보기술(IT) 업계의 대표적인 ‘은둔의 경영인’으로 불린다.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편지글을 띄운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이 GIO의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3년 선배로 2000년부터 네이버를 공동 경영했다. 2013년 네이버에서 게임 부문 ‘한게임’을 분할해 독립한 뒤에는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나 클라우드, 빅데이터 기술 등 게임 외 사업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았다. 이 회장은 이번에 자회사의 기업공개(IPO) 전략도 공개했다. 클라우드 사업부는 2022년 상반기(1∼6월) 중 분사 후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했고 전자상거래 계열사 NHN 커머스는 2023년에 IPO를 진행한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LG유플러스는 암호기술 전문 업체 크립토랩에 전략적 지분 투자를 한다고 1일 밝혔다. 크립토랩은 천정희 서울대 교수(수리과학부)가 설립한 암호기술기업으로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양자컴퓨터로도 풀기 어려운 양자내성암호(PQC) 등 보안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상호 협의에 따라 LG유플러스의 구체적인 투자액과 지분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지분 투자를 계기로 5세대(5G) 이동통신 등 자사의 유·무선 통신망에 크립토랩의 보안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크립토랩 등과 세계 최초로 통신 장비에 양자내성암호 기술을 사용하기도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넥슨의 김정주 창업자(53)가 지주회사 NXC의 대표직을 16년 만에 내려놓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김 전 대표는 신사업 분야의 투자 기회 발굴과 ‘C레벨(최고위급)’ 임원 영입에 주력한다. NXC는 29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에 이재교 브랜드홍보본부장(49)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의 사내이사직은 유지한다. NXC는 김 전 대표와 가족 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회사로 일본 넥슨 본사의 최대 주주다. NXC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2005년부터 대표직을 이어온 김 전 대표는 이미 올 초부터 새로운 경영 체제를 준비해 왔다고 한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한 김 전 대표는 수개월 전 이 대표에게 전화해 “재교 씨가 (NXC 대표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한마디로 의사를 전했다. 이번에 NXC에 합류한 알렉스 이오실레비치 글로벌총괄투자사장(CIO)도 김 전 대표가 직접 영입 제안을 했다. 이오실레비치 CIO는 2011년 일본 넥슨 본사의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글로벌 투자은행(IB) 바클레이스캐피털 소속으로 투자 자문을 하며 김 전 대표와 인연을 맺었다. 이 대표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대표, 미국 뉴욕에 머무는 이오실레비치 CIO와 일주일에 며칠씩 화상회의를 하며 투자 프로젝트를 포함한 NXC의 향후 사업 계획과 방향성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1994년 서울 강남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넥슨을 창업하고 세계 최초의 PC 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를 출시했다. 김 전 대표는 바람의나라 성공을 기반으로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과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 등을 인수해 넥슨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넥슨을 국내 최대 게임사로 키운 김 전 대표는 최근 몇 년간 게임 사업보다 다른 영역에서의 투자 활동에 더 힘을 기울여 왔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비트스탬프와 모빌리티 기술 기업 FGX모빌리티의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김 전 대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벤처스그룹 회장을 만나 조언을 구하면서 통 큰 투자 전략을 인상 깊게 들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29일 NXC 보도자료를 통해 “역량 있는 다음 주자에게 (경영을) 맡길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우리 사회와 넥슨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가 2019년 자신과 가족들이 보유한 NXC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시도하면서 게임업계 안팎에선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매각이 불발된 뒤 김 전 대표와 넥슨 경영진은 ‘게임사’가 아니라 ‘콘텐츠 업체’로 변화하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넥슨은 이달 16일 미국 할리우드에 ‘넥슨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신설하고 월트디즈니 출신 임원을 총괄책임자로 선임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스타트업 플랫폼이 기존 사업자, 전문직 이익단체와 겪는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스타트업과 ‘결과적으로 서비스의 질이 낮아져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전문직 단체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지만 갈등을 조율해야 할 정치권, 정부 등은 좀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소비자 혼란은 커지고 이해 당사자 갈등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 소비자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27일 서울 서초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회의실에서 스타트업 플랫폼을 운영하는 창업자들을 만났다. 미용의료 정보 제공 플랫폼 ‘강남언니’의 힐링페이퍼 홍승일 대표(39), 비대면 진료와 처방의약품 배달 서비스를 하는 닥터나우의 장지호 대표(24), 온라인 종합소득세 조회·환급 서비스 ‘삼쩜삼’을 출시한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42)가 참석했다. 모두 전문가 시장에 정보기술(IT) 플랫폼으로 안착하는 과정에서 직능단체 등과 갈등을 겪고 있다. 인터뷰에는 스타트업 업계 전반을 대변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최성진 대표, 정미나 정책실장도 함께했다. 김 대표는 최근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한국세무사회와 한국세무사고시회가 올 4월 자비스앤빌런즈를 세무사법 위반 혐의로 고소, 고발했기 때문이다. 2009년 처음 창업에 도전했고 자비스앤빌런즈가 세 번째 창업 회사일 정도로 ‘프로 창업자’인 김 대표이지만 경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세무사 단체는 온라인으로 세금을 조회하고 환급받을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 ‘삼쩜삼’ 등을 두고 “세무사 자격이 없이 세무 대리를 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김 대표는 “난생 처음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이제 진짜 시작’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 이해관계자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라며 덤덤하게 심경을 밝혔다. 김 대표 이야기를 듣던 정미나 실장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이 고소, 고발을 당하는 것은 비극적인 현실”이라고 했다. 강남언니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강남언니에 올라오는 일반인의 미용 의료 후기, 가격 정보 제공 서비스를 두고 “불법 의료 광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닥터나우를 향해 대한약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처방 제도의 취지와 어긋나는 의약품 배달 서비스는 불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홍 대표는 “미용의료 분야에서 소비자와 전문가(의사)의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는데 의사협회 등으로부터 불법 서비스로 불릴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장 대표는 “의약 분야에서도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퍼져 있어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은 갈등 조정에 임해야 할 국회와 정부가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최성진 대표는 “과거 모빌리티, 택시업계의 카풀제도 등을 둘러싼 갈등의 합의 과정을 봐도 일반 국민의 참여는 미미했다. 국회, 정부 등이 실제 이용자의 목소리를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법적 분쟁, 규제 이슈에 부딪힌 이들 스타트업은 향후 수사, 재판 결과나 입법 여부에 따라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금지하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통과면서 VCNC의 ‘타다’는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가 크다. 김 대표는 “이슈가 불거지면 ‘싸움 벌어졌구나’ 해서 극단으로 치달아가는 분위기가 있다. 갈등을 해결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면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 대표는 “산업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서비스라는 점을 설득하는 건 결국 스타트업의 몫”이라며 “관계자분들을 만나 플랫폼 독점 우려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결국 우리가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고용노동부가 올 5월 네이버 직원이 사망하기 전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경영진이 직장 내 괴롭힘을 인지하고도 대응하지 않은 사실을 파악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한 다른 직원에게 부당한 인사 조치가 이뤄진 점도 확인했다. 고용부는 27일 “네이버를 대상으로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결과 사망한 직원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해 임금 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사항을 다수 적발했다”고 밝혔다. 근로감독은 네이버 노동조합의 요청으로 지난달 9일부터 7월 23일까지 진행됐다. 고용부는 네이버와 한성숙 대표를 근로기준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네이버의 A 전 책임리더(임원급)는 부하 직원 B 씨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다. 해당 직원은 5월 2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네이버 직원 진술 등을 종합하면 A 전 책임리더는 “그 나이 먹고 그 따위로 행동하느냐” “○○님 나한테 죽어요” 등의 언행을 했다. 고용부는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고용부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네이버의 대응 체계가 미흡하다고 봤다. 다수의 네이버 직원이 A 전 책임리더의 폭언 등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해 사전 인지하고서도 회사는 사실 확인 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 다른 네이버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엔 기존 업무와 관계없는 임시 부서로 배치하고 직무를 주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회사가 부실 조사 후 피해자에게 부당한 처우를 한 사례”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네이버가 3년간 전·현직 직원에게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등 86억7000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고 임신 중인 직원에게 시간 외 근로를 시킨 사실도 적발했다. 고용부가 조직문화 진단을 위해 네이버 직원 4028명(임원급 제외)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1982명 중 52.7%는 최근 6개월 동안 한 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0.5%는 6개월 동안 일주일에 한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겪었다고 했다. 직원 1482명이 참여한 다른 설문조사에선 8.8%가 직접 폭언, 폭행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네이버 노조는 27일 “최 전 COO가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야 할 ‘실질적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모든 계열사 대표직에서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전 COO는 도의적 책임을 지고 네이버에서 자진 퇴사했지만 계열사 임원 직위는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과 유가족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큰 책임을 통감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 총체적인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다만 네이버는 고용부의 일부 지적에 대해선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직장 내 괴롭힘이 신고됐을 때 복수 노무법인의 전문적인 조사 등 객관적 조치 노력을 했으나 보다 심도 있고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경영진이 사전에 인지하고도 조사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향후 조사 과정에서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초과근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자율적 제도를 도입해 직원 스스로 업무시간을 기록하도록 했고 연장근로로 신청된 수당을 미지급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초과 근로 방지 노력이 다소 부족했고 자율적 시스템의 한계로 회사가 파악하지 못한 초과 근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감독 결과가 회사의 제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점은 성실히 소명하되 법 위반에 대해선 수당 지급 등 후속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설명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
언론사가 직접 편집하는 네이버 모바일 뉴스에 심층기획 기사를 중점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메뉴가 추가된다. 네이버는 언론사가 속보 중심의 ‘주요뉴스’와 장기 취재한 기획기사를 구분해서 편집해 외부에 보일 수 있도록 모바일 뉴스 서비스를 개편한다고 26일 밝혔다. 개편 서비스는 29일부터 적용된다. 현재는 언론사가 네이버의 모바일 뉴스 채널에서 최대 6개의 주요뉴스만 선택해 외부에 노출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이 심층기획 기사보다는 속보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외부에 노출되는 기사의 조회수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서비스 개편 뒤에는 주요뉴스 탭 옆에 위치한 심층기획 메뉴에서 여러 건의 기획기사를 전면에 표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심층기획 메뉴 신설 여부는 각 언론사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차라리 부담금을 내고 말래요. 장애인을 채용한다 해도 어떤 일을 맡겨야 할지 모르겠어요.”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35)는 부산의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업체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맡아 여러 기업 경영진을 만나면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에 따라 상시 근로자 수가 100인 이상인 기업은 일정 규모의 장애인을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 이 규정을 지키지 못하면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현실에서 상당수 기업은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은 채 부담금을 내고 만다. 김 대표는 장애인 고용을 기피하는 현실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했다. 친구가 20대 때 사고로 장애인이 된 뒤 취업에 잇따라 실패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애인이 채용 시장에서 외면 받는 현실을 가까이서 느끼기도 했다. 창업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로 김 대표는 7년 만에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2018년 1월 ‘브이드림’을 설립했다.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채용 및 직무관리 시스템을 만들어 보겠다는 선한 취지로 창업에 도전했지만 회사 밖 창업 생태계는 춥고 외로웠다. 김 대표는 창업 후 7개월간 퇴직금 등으로 직원 급여를 줘야 했다. 투자를 받기 위해 사업 계획서를 작성해 내도 서류 심사 단계에서 탈락하기 일쑤였다. 좌절이 이어졌지만 김 대표는 부산에서 매주 3일 이상 서울로 향하는 KTX를 탔다. 부산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투자 유치 활동에 나서기 위해서다. 창업 후 1년 6개월이 지난 2019년 7월, 브이드림은 스타트업 육성기관인 ‘김기사랩’으로부터 첫 투자를 받았다. 종잣돈 자본이 생기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생겨난 재택근무 문화가 기회였다. 사물이 희미하게 보이는 시각장애인은 모니터 화면만 크게 볼 수 있으면 회사보다 집에서 능률적 근무가 가능했다. 이런 식의 장애 유형별 맞춤형 재택근무 솔루션을 마련하고 재택근무자에 대한 근태관리 시스템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브이드림의 재택근무 솔루션, 근태관리 시스템을 통해 기업 등에 채용됐거나 직무교육을 받은 장애인은 1000여 명에 이른다. 브이드림은 올 상반기(1∼6월)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미대 출신의 30대 여성 창업자. 김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는 편견을 깨기 위해 다른 창업자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며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견뎌왔다. 그에게 창업자로서 가장 큰 강점을 묻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간절함입니다. 창업을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간절하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몰입해서 하다 보면 작은 성과라도 분명히 따라오더라고요.”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네이버의 2분기(4∼6월) 매출이 온라인 쇼핑 수요 증가 등의 영향으로 1999년 회사 설립 이후 분기 단위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네이버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4% 증가한 1조6635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22일 공시했다. 네이버의 매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난 지난해 1분기(1∼3월)부터 증가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3356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8.9% 증가했다. 검색(서치플랫폼) 외에 커머스(쇼핑), 콘텐츠, 핀테크(간편결제), 클라우드 등 네이버가 추진하는 4개 신사업 분야의 매출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커머스 매출은 36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6% 늘어났다. 네이버페이 간편결제를 포함한 핀테크 분야의 매출도 2326억 원으로 같은 기간 41.2% 증가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앞으로는 글로벌 콘텐츠 관련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해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네이버의 ‘쇼핑라이브’ 서비스가 출시 11개월 만에 3억5000만 뷰, 누적 거래액 2500억 원을 넘어섰다. 올 6월과 지난해 8월의 월간 실적을 비교하면 전체 판매자 수는 620%, 거래액은 1300% 이상 순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라이브는 지난해 7월 말 시작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SME)이 동영상 실시간 중계 기술을 접목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스마트폰만 있어도 쉽게 쇼핑라이브를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초저지연 재생 기술’ 등 안정적이면서 끊김 현상이 없는 고품질 중계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이면 누구나 쉽게 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지원 시스템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쇼핑라이브에서 중소상공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8월 22%에서 6월 말 기준으로는 55%로 증가했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중소상공인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영향을 받은 출판, 전시, 공연, 문화계 등 다양한 산업계에서도 쇼핑라이브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는 파트너 업체와 함께 라이브쇼 등을 기획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뷰티 신상품을 공개하는 콘텐츠인 ‘김해나의 클로즈업 뷰티’와 중소상공인 상품을 다양하게 소개하는 ‘서경환의 99특가쑈’ 등이 대표적이다. 송재훈 네이버 쇼핑라이브 책임리더는 “독보적인 중계 기술과 중소상공인 교육 시스템 등을 바탕으로 이용자 수요에 발 맞춰 성장하려고 한다”며 “올 하반기(7∼12월)에는 기술과 플랫폼이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콘텐츠 영역을 다양하게 개척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출시 1주년을 맞아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다음 달 14일까지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에 쇼핑라이브로 처음 상품을 구매한 고객 중 매일 365명을 추첨해 결제 금액 중 최대 5만 원을 네이버페이 포인트로 환급할 예정이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개시 후 3년째를 맞이한 올해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MEC는 데이터를 별도의 데이터센터(IDC) 등으로 전송하지 않고 기지국이나 교환국 등 5G 이동통신 이용자와 가까운 곳에서 바로 처리하는 네트워크 기술을 뜻한다. 서비스 지연시간을 줄여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러한 기술은 원격제어 크레인, 물류 및 지능형 로봇, 안전감지 시스템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유플러스는 서울 마포구 상암네트워크 국사에 MEC메인센터를 구축했다. 상암 메인MEC센터에선 전국 각지에서 제공되는 5G 기반의 첨단 서비스를 검증하고 통합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국 MEC센터는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에 마련돼 있다. MEC 서비스는 사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한국산업단지공단 등과 함께 국내 대표 석유화학 산업단지가 위치한 울산과 전남 여수시에 스마트산업단지를 구축하기로 했다. 스마트산업단지에선 대용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적은 지연시간에 처리할 수 있는 5G 네트워크를 통해 넓고 복잡한 석유화학 산업단지 현장을 관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술로 사고를 예방하고 위험을 진단하는 AI 선도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쾌적한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폐수의 오염도에 따라 수자원 정화 처리 과정을 최적화하고 배기가스 배출 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환경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환경 데이터 유출과 조작을 방지하기 위한 폐쇄형 클라우드 시스템도 활용한다. LG유플러스는 울산과 여수의 석유화학단지에 이러한 서비스를 우선 적용하고 2022년부터는 인천, 충남 서산시 등에 있는 10여 곳으로 적용 지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도심에도 MEC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광주시에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들의 안전, 건강 상태를 관찰하는 ‘지능형 로봇’과 폐쇄회로(CC)TV 관제를 수행하는 스마트폴 등의 스마트시티 특화 기능을 제공하기로 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로봇, 인공지능(AI) 기술이 집약된 축구장 92개 크기의 대규모 풀필먼트(물류총괄대행) 센터 신규 설립에 나선다.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자인 쿠팡, 마켓컬리에 대항해 당일·익일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66만1157m²(약 20만 평) 규모의 풀필먼트 센터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양 사가 6월 가동을 시작한 경기 군포시 풀필먼트 센터(3만8400m²)의 17배 크기다. 구체적인 설립 지역과 일정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새 풀필먼트 센터에는 네이버의 AI 기술 ‘클로바’를 바탕으로 한 운영 시스템과 무인운송로봇(AGV) 등 첨단 물류 기술이 적용된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배송 물량을 예측해 자동으로 보관 장소 등을 정해주면 로봇이 상품을 알아서 옮기는 방식이다. 양 사는 새 풀필먼트 센터 설립을 계기로 내년부터는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가게 46만 곳에서 보내는 신선식품, 생활필수품을 다음 날 새벽까지 배송하는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나 마켓컬리의 ‘샛별(새벽)배송’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또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스마트스토어에서 배송 상품을 포장할 때 종이 중심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면서 과대 포장을 방지하는 기술을 도입하기로 했다. 양 사는 지난해 10월 6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포괄적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정유업체 GS칼텍스가 국내 1위 모빌리티 플랫폼 ‘카카오T’ 운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수백억 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한다. GS칼텍스 전국 2340여 곳의 주유소와 카카오모빌리티의 모바일 플랫폼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마련하기 위한 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카카오모빌리티에 지분 투자를 위한 최종 논의를 하고 있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과 지분은 이르면 23일 확정돼 외부에 공개될 것으로 전해졌다. GS칼텍스 측은 “카카오모빌리티에 대한 투자를 검토 및 협의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 금액, 상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투자 관련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정유업체로부터 투자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카카오모빌리티는 TPG컨소시엄, 칼라일과 같은 글로벌 사모펀드(PEF)와 구글, LG 등 전자·정보기술(IT) 기업으로부터 누적 1조2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내부적으로는 증시 상장도 검토하고 있다. GS칼텍스는 3월 이사회에 처음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투자 안건을 상정했으나 당시에는 의결이 보류됐다. 지분 투자 이후 카카오모빌리티와의 ‘시너지 방안’ 등에 대한 추가 논의를 위해서였다. 한 달 뒤 GS칼텍스는 이사회에서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안건을 재차 상정해 의결하고 카카오모빌리티와 본격적으로 논의에 착수했다. GS칼텍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가맹 택시 등을 통해 주유소·충전소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GS칼텍스는 주유소를 주유, 세차, 정비 공간에서 벗어나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 재편’ 작업을 이어왔다. 전기·수소차 충전, 드론 배송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지난해 11월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신기술과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차량 공유(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에 2018년 12월 35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한 것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GS칼텍스의 주유소·충전소를 ‘오프라인 모빌리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 택시 기사 등이 협력 관계인 GS칼텍스의 주유소·충전소를 쉼터, 주차 공간으로 쓰는 방안 등도 거론되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정유업체가 플랫폼 업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협업에 나서는 것은 모빌리티 서비스의 온·오프라인 융합이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네이버와 이마트가 지역 명물 먹거리 등을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판매하는 방식의 협업에 나선다. 올 3월 양 사가 1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한 뒤 추진되는 첫 공동 사업으로 하반기(7∼12월) 중에는 네이버에 ‘이마트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도 도입한다. 네이버는 전국 대표 맛집 음식 등을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해 온라인뿐만 아니라 이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판매하는 형태의 ‘지역명물 챌린지’를 진행한다고 19일 밝혔다. 네이버와 이마트는 온라인에 등록돼 있는 2000여 개의 지역 대표 먹거리 중에서 심사를 통해 ‘인생맛집’이라는 브랜드를 붙인 별도의 밀키트 상품으로 출시하기로 했다. 네이버 ‘푸드윈도 지역 명물’에 입점한 판매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달 1일까지 온라인, 서류 접수를 통해 참가 신청을 받는다. 이렇게 개발된 상품은 이르면 12월부터 네이버뿐만 아니라 전국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또 올해 안에 네이버에서 이마트의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네이버가 기존에 운영해 온 장보기 서비스에 이마트가 입점하는 형태다. 이마트 애플리케이션(앱)이 없는 이용자도 네이버에서 쉽게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양 사는 네이버를 통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를 해 온 수공예 가게 등이 이마트 매장 내에 체험 형태의 오프라인 편집숍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최현 이마트 피코크 담당은 “네이버와 진행하는 이번 공동 사업을 통해 이용자들이 지역 명물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 있고, 소상공인들의 판매 경로가 넓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환경 보호와 사회적 약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창업에 나선 20, 30대 청년들이 있다. 사회적 문제를 ‘기업가 정신’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이다. 사회적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며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청년 창업자들의 꿈과 도전을 일기 형식으로 전한다. 이들을 돕는 투자사 대표가 전하는 ‘조언’도 함께 소개한다. 동아일보는 청년 창업자들을 응원하며 그들이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앞으로도 지면을 통해 계속 전할 예정이다.》장진혁 이노버스 대표(26)… “플라스틱 쓰레기, 자원 될수 있어” “일단 다 버려.” 아직도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한 재활용 선별장에 갔을 때였다. 쓰레기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현장에선 버려진 플라스틱의 소재를 확인하고 재활용 가능 여부를 판단할 겨를이 없어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재활용이 가능한 투명 플라스틱 컵도 상당수 그냥 폐기 처분됐다. 땅에 묻혀 자연스럽게 생분해되려면 100년도 넘게 걸리는 것들인데…. 한국에서만 연간 33억 개가 발생한다는 플라스틱 컵이 이렇듯 무심하게 땅에 묻히는구나 싶었다. 그때 마음을 먹었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플라스틱 컵을 쓰레기가 아니라 자원으로 바꿀 수 있도록 창업에 나서기로. 다행히 대학이나 대기업이 주최한 창업대회 등에서 선정돼 지원금을 받아 사업 초기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업계획서가 외부에서 인정을 받으니 자신감도 붙었다. 2019년 11월 사업자 등록을 마친 뒤 더 속도를 냈다. 하루에 12시간 넘게 일을 해도 신이 났다. 다짐한 계획을 하나씩 이뤄 나가는 것이 즐거웠다. 그렇게 사람들이 카페 등에서 흔히 쓰는 플라스틱 컵을 한곳에서 한번에 세척한 후 바로 수거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했다. 이 기기에 모인 플라스틱 컵은 솜으로 재탄생된다. 대학, 터미널, 대기업 등에 이미 수십 대가 설치돼 쓰이고 있다. 직장 생활 등 별다른 경험도 없는 우리 팀이 여기까지 온 건 정말 운이 따라준 덕분이다. 다른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흔치 않은 사례다. 또래 청년이 창업에 대해 묻는다면 “당장은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진짜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과 공부를 한 뒤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이야기다.윤지현 소보로 대표(25)… “청각장애인용 음성인식 자막” 371개. 2017년 11월 ‘소보로’ 법인 설립 등기를 마친 뒤 전자 문서로 쓰기 시작한 창업 일기가 어느덧 이렇게 쌓였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겪은 경험과 감정, 스스로 냉정한(?) 평가 점수도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일기다. 가끔 검색해 ‘과거의 나’를 찾아본다. 일이 손에 안 잡히고 슬럼프에 빠진 날엔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톺아보면 해결책을 찾을 때도 있다. 과거엔 잘했어도 지금은 못하고 있는 것을 곱씹으며,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려 노력한다. 창업의 계기는 생각보다 우연한 기회로 찾아왔다. 대학에서 정보기술(IT) 설계 수업을 들으며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볼까 고민하다가 강의실에서 불편을 겪는 청각장애 학생들을 떠올렸다. 한창 인공지능(AI) 기반 음성인식 기술이 화제에 오르던 때였다. 이 기술로 사람의 말을 ‘자막’으로 표시하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청각장애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에서 출발한 사업 아이템이었지만 종착점은 ‘사람’이었다. 청각장애를 가진 학생과 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등을 만나며 사람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 서비스로 다듬어 나갔다. 돌이켜보면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하며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키웠던 점이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알게 모르게 영항을 준 것 같다. 창업 후 많은 게 바뀌었지만 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이용자의 진심이 담긴 피드백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장애를 겪는 분들에게 우리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다. ‘미래의 나’도 변함없이 이 기쁨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다.권기성 쉐코 대표(30)… “해양오염 청소로봇 지켜보라” 줄곧 맨땅에 헤딩하듯이 사업을 이어왔다. 해양 기름 유출 사고가 났을 때 회수 작업을 하는 무인 로봇을 만들어보겠다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수요가 있는지 파악하려 선주(船主) 회사 등에 무작정 연락을 하고 찾아가 보면 거절당하기 일쑤. 어렵게 시제품을 개발한 뒤에는 시험할 곳이 없어 건물 옥상 위에 작은 수조를 설치해 시운전하며 마음을 졸였다. 참고할 만한 제품이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걸 시험해보며 지내기를 몇 년. 쪽잠을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무작정 찾아가 처음 만난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20여 년간 근무하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들고 직접 찾아온 민간인은 처음”이라며 놀란 눈으로 우리를 맞이해줬다. 지금은 해경, 항만공사 등과 함께 실제 사고 현장에서 기름 회수를 내용으로 하는 실증사업을 8월 시작 목표로 준비 중이다. 국내에서 해양 기름 유출 사고는 연평균 270건 발생한다. 1.5일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난다. 수습하는 것은 모두 사람의 몫이다. 유출 지역으로 가서 사람이 직접 흡착포로 기름을 걷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바다뿐만 아니라 기름과 직접 맞닿는 사람도 피해를 본다. 2차 피해나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일도 잦다. 창업 후 많은 것이 바뀌었어도 사람을 살리는 ‘착한 사업으로 돈을 벌자’는 처음의 다짐은 변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말도 안 되는 꿈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말도 안 되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11번째 로봇 시제품을 만들고 지금까지 버텨왔다. 실패하더라도 후회는 없다. 행동하는 것과 그러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기술,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 청년들이 사회를 바꿔 나가는 방법입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거나 의미 있는 혁신을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을 ‘소셜벤처’라고 한다.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육성과 투자를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도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선 이들을 ‘임팩트 투자사’로 부른다. 임팩트 투자사인 소풍벤처스의 한상엽 대표(사진)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에선 소셜벤처와 사회·봉사단체의 지향점이 같을 수 있지만 소셜벤처에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도 수익도 함께 낼 수 있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한 대표는 “친환경 고체 화장품을 만드는 ‘동구밭’이라는 소셜벤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발달장애인을 30여 명 고용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고 소개했다. 한 대표는 소풍벤처스 한 곳에서만 올해 23억 원 이상 투자를 계획하는 등 소셜벤처에 대한 투자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가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누적 투자한 금액이 60억여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한 대표는 “스펙과 인맥은 창업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 가장 중요한 것은 고민의 깊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직접 경험했거나 공부해서 잘 아는 문제에 집중하면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만, 부족할 경우 이를 갖춘 동료를 팀에 합류시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창업에 바로 뛰어들기 전에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보는 등의 ‘몸 풀기’가 중요하다. 창업자를 꿈꾼다면 고객과 동료를 이끌 수 있는 자신의 매력과 장점이 무엇인지 분석해 봐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조 단위의 투자 유치와 증시 상장, 인수합병(M&A).화려한 조명을 받는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의 전부는 아니다. 주목받지 못해도 묵묵히 꿈을 향해 뛰고 있는 20, 30대 청년 창업자들이 훨씬 많다. 이들에게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만은 아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으며 오늘도 한 걸음 내딛는다. 2030세대 창업자들의 꿈과 도전을 편지글 형식으로 소개한다. 동아일보는 청년 창업자들을 응원하며 그들이 세상에 알리고 싶은 이야기를 지면을 통해 계속 전할 예정이다.》이채진 코끼리공장 대표(36)… “치열하게 부딪치니 새 길 열려” 2014년 창업에 뛰어든 뒤 5년 동안 회사 장부엔 ‘마이너스’만 가득했습니다. 어느덧 30대 중반, ‘이 길이 맞나’ 수백 번도 넘게 의심이 들었죠. 그때마다 처음 마음가짐을 떠올렸습니다. “창업은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다. 세상을 바꿀 최고의 일을 해보자.” ‘아동복지기관 등에서 버리는 장난감을 받아 수리하거나 재활용해 취약 계층에 기부하겠다. 그 과정에서 수익도 내보겠다.’ 제 결심을 듣고 주변에선 걱정부터 하셨죠. 아무도 성공하지 못한 일이었거든요. 2019년에야 마침내 연간 기준으로 흑자를 냈습니다. 그때의 쾌감을 지금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첫 흑자를 낸 돈으로 지난해엔 아이들이 망가진 장난감을 기부하면 어떻게 수리, 재활용되는지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부모님 손을 잡고 와서 장난감을 기부하고 떠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어찌나 뿌듯한지. 이제는 외부에서 투자 제안을 받을 정도로 회사가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도 여전히 고민이 많습니다. 우리가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인지, 혹시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치열한 고민 끝엔 늘 새로운 길이 열렸던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요.문찬영 95도씨(℃) 대표(26)… “힘들어도 한번 도전해봐야” ‘신발 커스텀(제품을 자신의 스타일로 변형)’이 무슨 돈이 되냐고 주변에선 뜯어말렸습니다. 은행에선 대출은커녕 카드도 안 만들어주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창업뿐이었습니다. ‘나만의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3년 전, 기존 브랜드 신발에 자수를 넣거나 그림을 그려 상품을 재탄생시키는 사업을 시작한 이유입니다. 버려지는 신발을 수거한 뒤 2차 디자인을 거쳐 판매하는 작업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사업 초기 잠을 줄여 가며 하루 10시간 이상씩 신발을 만들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특색 있는 신발, 리사이클 디자인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규모가 제법 됩니다. ‘형처럼 되고 싶다’는 중·고등학생들의 메시지도 받습니다. 꿈을 좇다 보니 이젠 제가 누군가의 꿈이 된 듯해 책임감도 느낍니다. 창업하겠다는 청년들에게 ‘왜 굳이 힘든 길을 가려 하냐’ ‘사회생활 좀 해보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하는 분이 많습니다. 제 생각은 다릅니다. 청년의 하루는 중장년의 일주일만큼의 가치를 하는 ‘인생역전의 골든타임’이라고 들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고민하지 말고 뛰어들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그게 진정한 청춘 아닐까요.윤슬기 언어발전소 대표(37)… “봉사-육아 등 경험이 큰 자산” 2019년 여름.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남편과 갓 두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입국했을 때는 막막했어요.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뭘 할지는 갈피를 잡지 못했죠. 그때 서울의 한 대형 병원에서 언어재활사로 일하던 친동생(32)의 고민을 듣고 “이거다” 싶었어요. 뇌 손상 후유증 등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위해 먼 곳의 큰 병원까지 어렵게 오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얘기였죠. “언제 어디서든 합리적 비용으로 언어재활을 받을 수 있는 비대면 시스템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대학에선 생물학을 전공했고 정보기술(IT)이나 언어재활은 전혀 알지 못했죠. 게다가 어린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선택이었죠. 모르는 만큼 치열하게 공부하고 도전했어요. 동생과 함께 유튜브로 비대면 언어재활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면서 가능성을 확인한 뒤 지난해 2월 법인을 설립했죠. 창업자로서 제가 ‘특별한 장점’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대신 직장생활부터 해외 봉사, 유학, 육아 등 다양한 경험이 큰 자양분이 된 것 같아요. 창업은 ‘특별한 사람’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저를 통해 알아주셨으면 해요.박기범 인바이러스테크 대표(31)… “책상 앞보다 현장에 답 있어” 연간 200여 명의 농촌 주민이 진드기에 물려 세상을 떠납니다. 이른바 ‘살인 진드기병’으로 불리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바이러스 탓이죠. 모기를 매개로 전염되는 지카바이러스 등의 질병도 농촌 지역에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관련 연구를 하면서 ‘저렴하고 안전하면서도 신속하게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연구자로서 일부 기술을 개발했지만 한계를 느꼈어요. 결국 ‘제품’을 만들어야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볼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2019년 11월 창업의 길을 선택한 뒤 연구실과 사무실, 현장을 오가는 밤낮 없는 생활이 이어졌습니다. 하루 2, 3시간 쪽잠으로 버틴 끝에 저비용으로 정확하게 질병 검사가 가능한 키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어요. 과학자로서 사회에 이바지하겠다는 꿈을 창업자로서도 이루게 된 셈이었어요. 돌이켜보면 수년간 정말 부지런히 현장을 다녔어요. 제가 가진 아이디어와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농촌 등을 다니며 듣고 또 들었죠. 혹시 아직도 책상 앞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예비 창업자가 있다면 지금 당장 현장으로 나가 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곳에는 분명히 답이 있을 겁니다.창업으로 일구는 나의 꿈을 세상에 전하고 싶은 20, 30대 청년 창업가들의 목소리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 ‘스타트업talk’ 또는 ‘스타트업톡’을 검색해 ‘동아일보 스타트업talk 채팅방’으로 들어오시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울산=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청주=김성모 기자 mo@donga.com광주=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