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이세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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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세형 국제부장입니다. 카이로특파원, 카타르 아랍센터 방문연구원을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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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20~202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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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턴은 승복했지만… 美 곳곳서 불복 시위

     미국 대선에선 선거 당일 오후 11시쯤 승패가 갈리면 패자의 선거 결과 승복 연설이 나오고 조금 뒤 승자의 승리 연설이 발표된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패배 승복 연설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 연설 10시간여 뒤에야 나왔다. 그만큼 패배의 충격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은 9일 오전 11시 40분경(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의 뉴요커 호텔에서 “오늘 새벽 도널드 트럼프에게 축하한다는 전화를 했다”면서 “우리는 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패배를 공식 인정했다. 남편 빌 클린턴 및 딸 첼시 부부와 함께 연단에 오른 그는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13분의 연설 도중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검정 재킷 안에 남보라색 셔츠를 받쳐 입었다. 남편 빌도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검은색은 애도를, 보라색은 위엄과 슬픔을 상징한다.  보라색은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랑과 공화당의 빨강을 섞은 색이기도 하다. 클린턴은 “트럼프에게 열린 마음으로 임하고 그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며 “트럼프가 우리 모두를 위한 성공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다음에는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과 패배의 충격에 대한 진솔하고 감동적 발언이 이어졌다. “여러분이 느끼는 절망감을 나도 느낀다. 고통스럽다. 이는 상당히 오래갈 것 같다.” 클린턴은 약 5994만 표(47.7%)를 얻어 트럼프(5970만 표·47.5%)를 20만 표 이상 앞서고도 주별 승자독식제로 운영되는 미국의 선거 시스템 때문에 패배해 아쉬움이 더했다. 2008년 민주당 경선 패배 연설에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지만 1800만 개(지지자 숫자)의 금을 냈다”는 명언을 환기시키는 발언도 나왔다. “우리는 아직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젠가, 누군가가 유리천장을 깰 것이다.” 사실상의 정계 은퇴 선언이었지만 자신이 이루지 못한 그 꿈이 곧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젊은 여성들이여. 난 당신들의 ‘챔피언’이었다는 사실보다 더 자랑스러운 게 없다. 이 장면을 보고 있는 모든 소녀들이여. 그대들이 소중하고도 강력한 존재임을 결코 잊지 말아 달라.” 이 대목에서 많은 여성 지지자들이 울음을 터뜨렸다. 남편 빌도 눈물을 훔쳤다. 워싱턴포스트는 “고통의 구덩이에서 어떻게 우아함을 잃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지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그의 정치연설 중 최고는 마지막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클린턴은 결과에 승복했지만 클린턴에 대한 지지가 높았던 주를 중심으로 트럼프의 승리에 불복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인근에서는 500여 명이 거리로 몰려나와 트럼프 반대 시위를 펼쳤다. 일부 시위대는 고속도로를 점거하기도 했다.  뉴욕과 시카고의 트럼프빌딩 앞에서도 각각 수천 명이 모여 트럼프 반대 시위를 했다. 워싱턴 소재 아메리칸대 캠퍼스에서는 학생들이 성조기를 불태웠고,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대에선 학생 수백 명이 가두행진을 펼쳤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 주 시애틀 등에서도 각각 수백 명의 고교생이 교사들과 함께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인 이들 중 일부는 트럼프가 소유하고 있는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 근처로 행진하며 “트럼프는 안 된다. KKK(백인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도 안 된다. 미국에서 파시스트는 용납될 수 없다”는 구호를 외쳤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트럼프에 반대하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동부시간 기준으로 10일 0시까지 트위터에 ‘내 대통령이 아니다(#NotMyPresident)’를 단 트윗이 50만 건 넘게 올라왔다.권재현 confetti@donga.com·이세형 기자}

    • 2016-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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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민주 텃밭 ‘러스트 벨트’ 접수… 클린턴에 결정타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위스콘신과 미시간 주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8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개표 방송을 진행하던 CNN 진행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던 지역에서마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격차를 벌리며 앞서 나가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같이 말했다.  개표 초반 평온했던 분위기는 트럼프가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에서 클린턴에게 박빙의 우세를 굳히기 시작한 오후 9시경부터 급변했다. 개표가 90% 이상 끝난 플로리다에서 트럼프가 1%포인트 이상 앞서나가자 클린턴 압승을 선거 기간 내내 점쳐온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 당선 가능성을 50% 이상으로 급히 낮췄다. 클린턴을 벼랑 끝으로 내몬 결정타는 ‘러스트벨트’(쇠락한 중부 공업지대)였다. 대부분 언론이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이란 이유로 클린턴 승리를 점쳤던 위스콘신과 미시간 주에서 트럼프는 초반부터 치고 나갔고 클린턴은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 오후 10시를 넘어가자 NYT도 결국 항복을 선언했다. 트럼프 당선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가 ‘대선 풍향계’ 오하이오 주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곧 들렸고, 밤 12시가 가까워지자 클린턴은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펜실베이니아마저 트럼프에게 뺏겨 버렸다. AP의 트럼프 승리 확정 보도는 9일 오전 2시가 넘어서야 전해졌지만 클린턴은 일찌감치 회생 불가능 상태였다.  이날 반(反)트럼프 선봉에 선 유명 인사들은 트럼프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트롤리 차량을 동원해 유권자를 투표소로 실어 날랐다. 공화당 출신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와 클린턴 중 누구에게도 표를 주지 않고 상·하원 의원선거 투표만 했다.  트럼프 당선이 확실해지자 캐나다 이민국(CIC) 웹사이트는 마비됐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캐나다로 이민 가겠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지던 미국인들이 실제로 트럼프 당선이 확실시되자 말을 실행으로 옮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캘리포니아 주 아주사 투표소 근처에서는 총격 사고가 일어나 범인을 비롯한 2명이 숨지고 여성 2명이 중상을 입었다.한기재 record@donga.com·이세형기자}

    •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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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준 前하원의원 “한미관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없어”

     “미국 사회도 한국만큼 정치 불신이 깊습니다. 정치권을 개혁하려면 기존 정치인으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77·사진)은 9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성난 민심을 보여준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초부터 트럼프 당선을 예측했다는 김 전 의원은 “중·하류층 백인 서민들이 지지해 트럼프가 당선됐다는 시각도 있지만 이보다 더 영향력을 발휘한 건 미국 정계에 만연한 ‘끼리끼리 정치’의 폐해”라고 말했다. 공화당 지지층들이 ‘트럼프 현상’에 열광했지만 폴 라이언 하원의장,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지도부는 끝까지 트럼프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CNN 등 주류 언론도 트럼프의 막말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그는 “이런 현상은 민심을 제대로 못 읽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은 “트럼프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국민을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인상을 줬다”며 “이런 모습에서 미국인들의 기존 정치권에 대한 환멸감과 함께 트럼프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커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에게 맞서는 민주당의 전략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민심은 기존 정치인에게 반감을 느끼는데도 힐러리 클린턴 유세장에 나타난 사람들은 모두 정치인이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남편(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클린턴의 유세장을 찾아 지지 연설을 했고, 인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셸 오바마 여사가 향후 정치나 행정 부문에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며 “하나같이 일반 국민들의 마음을 제대로 못 읽은 전략이었다”고 꼬집었다. 대선 기간 내내 논란이 된 트럼프의 적극적인 이민제한 정책을 민주당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것도 실수로 꼽았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당과 인종을 떠나 불법 이민에 아주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한국에서 트럼프 당선에 우려감이 큰 데 대해 불필요한 걱정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심각한 파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8년간(오바마 대통령 재임 기간) 북한 문제가 얼마나 개선됐느냐”고 반문하며 “트럼프는 김정은과 직접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북한 문제도 새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 2016-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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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대선, 첫 개표에선 트럼프가 웃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8일(현지 시간) 오전 8시경 뉴욕 주 샤파콰에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클린턴은 지지자들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누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팀 케인 부통령 후보도 부인과 함께 버지니아 주에서 투표가 시작된 직후인 오전 6시경 리치먼드 투표장을 찾아 투표했다. 이번 미 대선은 이날 0시 동북부 뉴햄프셔 주에 위치한 딕스빌노치에서부터 시작했다. 8명의 유권자가 있는 이곳의 취재를 위해 추운 날씨에도 주요 언론사 기자 40여 명이 몰려들었다. 뉴햄프셔 주는 선거인단 수가 4명에 불과한 작은 주이지만 선거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유권자 수가 100명 미만인 지역의 경우 선거일 기준 0시부터 투표를 하고 곧바로 결과를 공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권자가 8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인 딕스빌노치는 최근 치러진 4번의 대선에서 3번이나 최종 결과와 일치했다. 미국 언론들은 이날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2 대 4로 이긴 민주당 클린턴이 본선에서도 웃을 수 있을지 큰 관심을 나타냈다. 트럼프가 32 대 25로 앞선 3개 마을의 투표 결과는 같은 날 오후 8시까지 진행될 주내 다른 지역과 합산된다. 우주인의 투표도 화젯거리였다. 미 언론들은 현재 지구 위 400km 상공에서 우주를 돌고 있는 셰인 킴브러가 7일 투표를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997년 우주인들이 우주에서 투표할 수 있는 기술과 관련 법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CNN, ABC, NBC 등 미 대선 ‘공동출구조사단(NEP)’에 속한 주요 6개 방송사의 출구조사 담당자는 8일 오후 5시까지 외부와의 접촉이 금지된다. 초미의 관심사인 주별 승자 예측은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그 주의 투표가 다 끝난 뒤에 발표하기 시작한다. 이번 출구조사는 비(非)경합 22개 주에선 실시되지 않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NEP가 지난해 31개 주에서만 출구조사를 한 데 이어 올해엔 28개 주에서 조사를 진행한다고 7일 전했다. 사전투표 인구가 급증하면서 투표장 현장 설문 이외에도 사전투표자용 별도 전화 인터뷰를 해야 하는 등 조사 방법이 복잡해지고 비용이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대표적 경합 주인 플로리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은 모두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세형 turtle@donga.com·한기재 기자}

    •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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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스뉴스 女앵커 “회장이 잠자리 요구”

      ‘트럼프 저격수’로 꼽히는 폭스뉴스의 유명 앵커 메긴 켈리(46)가 자서전을 통해 로저 에일스 전 폭스뉴스 회장(76)이 자신을 성희롱했다고 폭로했다.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레이더온라인에 따르면 15일 발간되는 켈리의 자서전 ‘세틀포모어’(Settle for More·더 많은 것을 위한 만족)에는 에일스 회장의 다양한 성희롱 관련 발언과 행동이 적혀 있다.  에일스 회장은 2004년 켈리가 워싱턴 주재기자로 합류한 직후부터 성희롱을 시작했다. 켈리에게 옷차림과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을 했고 잠자리를 같이하면 빠르게 승진할 수 있다는 제안까지 했다. 또 에일스 회장은 2006년 켈리에게 지속적으로 키스를 하려고 했고 켈리가 거부하자 “언제 계약이 끝나느냐”며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들어야 했다. 에일스 회장의 성희롱 관련 내용은 당초 자서전 원고 초안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올해 늦은 봄에 뒤늦게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일스 회장은 7월 폭스뉴스의 전직 앵커인 그레천 칼슨(50)으로부터 성희롱 소송이 제기되자 사임했다. 켈리의 자서전에 대해 에일스 측 변호사인 수전 에스트리치는 “(에일스는) 성희롱이나 부적절 행위 관련 주장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켈리가 ‘찰리 로즈 쇼’에 출연해 “그(에일스 회장)가 나에게 잘해줬고 잘 돌봐줬다”고 말한 사실을 강조했다. 폭스뉴스의 간판 앵커인 켈리는 지난해 8월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참가한 토론회에서 지속적으로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을 지적하며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는 켈리를 ‘빔보(bimbo·외모만 예쁘고 머리는 빈 여자)’라고 불러 켈리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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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이다!”… 트럼프 긴급대피 소동

    대선 기간 내내 총기 규제 반대에 목소리를 높여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70)가 유세 도중 “총이다”란 말 한마디에 긴급하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6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5일 오후 네바다 주 리노의 트럼프 유세장에서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이던 한 남성을 관계자들이 밖으로 나가도록 조치하던 중 누군가가 “총이다”리고 외쳤다. 이 말에 유세장은 바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트럼프를 경호하던 백악관 비밀경호국(SS) 요원 2명이 신속하게 연단에 올라 트럼프에게 몸을 숙이게 한 뒤 무대 뒤로 대피시켰다. 비밀경호국은 “시위 남성을 체포해 수색한 결과 무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몇 분 뒤 연단으로 다시 돌아와 “그 누구도 (대선 승리로 향하는) 우리를 절대로 멈추지는 못할 것이다. 경호국 요원들에게 감사한다. 이 사람들은 정말 훌륭하다”며 유세를 이어갔다. 비밀경호국 조사 결과 시위 남성은 오스틴 크라이츠(33·사진)란 이름의 리노 시민으로 밝혀졌다. 크라이츠는 6년 전 공화당원으로 등록했고 ‘트럼프를 반대하는 공화당원’이란 플래카드를 꺼내려고 하던 중 주변에 있던 지지자들과 충돌했다. 크라이츠는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플래카드를 꺼내 들고 침묵시위를 하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발로 차고 때리고 목을 졸랐다. 목숨에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 크라이츠는 공화당원이지만 트럼프의 인종차별주의적 언행 때문에 트럼프 반대 시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멕시코 사람, 무슬림, 여성에 대한 트럼프의 (혐오) 발언 때문에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고 반대 시위를 하기로 결정했다”며 “(트럼프의 발언은) 독재자와 파시스트의 교과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대피 소동을 두고 미국에서는 총기 규제를 반대해 온 트럼프가 총기 때문에 불안감을 겪게 된 ‘의미 있는 해프닝’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동안 트럼프는 총기 규제에 적극적인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69)을 지속적으로 비판해 왔다. CNN머니 등에 따르면 강력한 총기 규제를 지지하는 클린턴 후보의 당선에 대비해 최근 총기 구입에 나선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머니는 미국 주요 총기 제조사인 스텀루거의 3분기(7∼9월) 판매실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나 늘었다고 보도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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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세형]상처난 ‘코리아 브랜드’

     “지난 3주는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서울에서 3년가량 근무한 한 아시아 신흥국의 외교관인 A 씨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야당의 향후 움직임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외교관들은 주재국의 정치 상황이나 최고 지도자의 리더십에 대해선 가급적 말을 아낀다. 하지만 경제·통상 담당인 A 씨가 “어떻게 이런 이상한 일이 발생했는지 신기하다”며 “한국 정치는 경제만큼 경쟁력이 있지 않다. 단순 부패나 권력 남용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들으며 기자는 당혹스러웠다. 이 나라는 경제·산업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을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나라로 꼽고 있다. 한국 정부와 교류 늘리기에도 관심이 많은 국가다.  하지만 현재 한국 상황에 대해 묻는 그의 표정과 말투엔 실망감과 당혹감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해 많은 신흥국이 부러워하는 ‘롤 모델’ 나라 수준에 어울리지 않는 국정 농단 사태가 터진 것이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에서도 요즘 한국이 단연 화제다. 자극적인 단어를 잘 안 쓰는 뉴욕타임스(NYT)는 최 씨를 ‘무당 점쟁이(shaman fortuneteller)’, 박 대통령의 ‘그림자 조언자(shadowy adviser)’라고 원색적으로 표현했다. CNN 등 외신 방송은 “한국 대통령의 가장 친한 친구(closest friend)가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국민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고 연일 기사를 내보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서울의 스벵갈리에 대해 확실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스벵갈리는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를 상징하는 말이다. 한국이 어쩌다가 유력 외신으로부터 샤머니즘에 빠진 대통령을 가진 나라란 평가를 받게 됐는지 부끄럽다.  대통령 측근이 권력을 남용하는 일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역량이 전혀 검증되지 않은 비선에서 움직이는 측근이 권력을 남용하고, 대통령이 공식 라인을 제치고 비선에 의존해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은 흔치 않다. 한국처럼 오래전부터 정치와 경제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에서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이 살아남으려면 개각 이상을 해야 할 것”이라는 FT의 훈수에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최 씨의 국정 농단 사태는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 오랜 기간 노력해 이룩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 어이없는 방식으로 생채기를 낸, 국제적으로도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의 발전상을 해외에 알리는 데 발 벗고 나섰던 박 대통령이 측근 한 사람 때문에 코리아 브랜드에 깊은 상처를 낸 것도 아이러니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6-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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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당선되면 미국은? ‘불통정치’ 메인州를 보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미국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메인 주를 봐라.’ 8일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가 승리한다면 달라질 미국의 모습이 동북부의 작은 주인 메인과 비슷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고 주간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공화당 출신으로 트럼프 지지자인 폴 르페이지 메인 주 주지사(68·사진)의 △막말 △인종차별주의 성향 △일방통행식 행정 등이 트럼프 당선 뒤 나타날 변화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메인 주는 인구가 130만여 명에 불과해 르페이지 주지사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e메일 추가 조사를 결정한 뒤 트럼프의 지지율이 급격히 오르면서 더불어 르페이지에게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르페이지는 ‘일방통행식 행정’으로 악명이 높다. 그는 상대 당(민주당)이나 시민단체와 꾸준히 토론과 협상을 이어가는 타협형 정치를 거부한다. 주 정부 공무원들에게 민주당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또 미국 내 유력 시민단체 중 하나인 유색인종전국위원회(NAACP) 대표들과의 만남도 거부했다. 생활 플라스틱에 사용되는 화학약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최악의 경우 일부 여자들에게서 수염이 조금 나는 정도의 문제만 있을 것”이라며 환경주의자들의 비판을 묵살했다. 인종차별주의 성향을 담은 막말도 잦다. 그는 “메인 주의 마약거래상 중 90%는 흑인이나 히스패닉일 것이다. 마약을 팔러 메인 주로 온 흑인들이 백인 여성들을 임신시킨다”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르페이지는 자신의 당선 이후 복지재정 축소 정책으로 빈곤층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책을 쓴 저자에게는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한 죄로 구속시키겠다”고 막말을 퍼붓기도 했다. 이미 통과된 법안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착각해 거부권을 행사하려다 웃음거리가 된 적도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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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턴 46% vs 트럼프 45%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통령 선거 판세가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e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로 혼돈 속에 빠져들었다. 음담패설 동영상이 공개되며 패색이 짙던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전국 단위 주요 조사에서 지지율 1%포인트 차로 클린턴을 따라잡았다.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6%와 45%로 박빙이었다. 지난달 23일 발표된 같은 여론조사에선 클린턴이 50%로 트럼프(38%)를 12%포인트 차로 앞섰지만 FBI의 재수사 방침이 판세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조사에선 클린턴에 대한 지지율 하락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투표할 의사가 강한 유권자 가운데 34%가 ‘FBI의 재수사 발표로 클린턴을 덜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7%는 민주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이다. FBI의 재수사 결정으로 공화당 성향 부동층 유권자들이 결집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가 지난달 진행한 공동 여론조사에선 부동층이 8%로 나타났는데 이 중 공화당원은 30%로 민주당원(21%)보다 많았다. 트럼프의 클린턴 지지율 따라잡기 양상은 대표적인 경합 주인 플로리다에서도 나타난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48%의 지지율로 클린턴(45%)을 앞섰다. NBC와 WSJ, 여론조사기관 매리스트가 최근 공동조사한 결과에선 클린턴과 트럼프가 각각 46%로 똑같았다.  1984년부터 2012년까지 8번이나 당선자를 정확하게 예측한 앨런 릭트먼 아메리칸대 역사학과 교수는 최근 WP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백악관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릭트먼 교수는 지난 8번의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대선 기간 경제 침체는 없었다’ 등 13개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이 집권당 관점에서 참 또는 거짓으로 응답하게 했다. 이 가운데 13개 중 6개 이상 ‘거짓’이 나올 경우 집권당은 졌는데 지금이 딱 그렇다는 것이다. 최근 3차례의 대선 결과를 정확히 예측했던 인공지능(AI) 시스템인 ‘모그IA’도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주요 인터넷 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그IA는 인도 출신 산지브 라이가 창립한 스타트업 ‘제닉 AI’의 시스템으로 SNS에서 유통되는 2000만 개의 선거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대선 승패를 예측한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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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언 때리고, 자기사업 챙기고… 트럼프, 대선 포기모드?

     다음 달 8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패색이 짙어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70)가 당내 권력 서열 1위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46·사진)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며 ‘희생양 만들기’에 나섰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트럼프 진영이 라이언 의장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선거에서 질 경우 핵심 원인은 라이언 의장’이라는 여론 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25일 로이터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100% 이길 수 있는 선거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제대로 지원해 주지 않는 당의 리더십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며 라이언 의장을 겨냥했다. 보수 성향의 숀 해니티 폭스뉴스 라디오 진행자는 라이언 의장을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공작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트럼프 캠프 최고책임자인 스티븐 배넌이 대표로 활동했던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는 최근 ‘나(라이언)는 그녀(클린턴) 편이다’란 제목의 기사에서 라이언 의장과 클린턴 후보의 사진을 나란히 게재하며 라이언을 공격했다.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의 음담패설 동영상이 공개된 이달 초 “역겹다. 더 이상 트럼프를 방어하지도 지원 유세를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지지 철회를 선언했다. 대선은 포기하고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승리해 다수당 지위를 지키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라이언 의장은 공화당 경선에서도 트럼프에게 부정적이었다. 또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정된 후에도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진영에서 라이언 희생양 만들기가 노골화하면서 공화당 안팎에서는 대선 패배 후 당 전체가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공화당 원로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공화당 내 분열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며 “트럼프가 싸울 상대는 라이언이 아닌 클린턴”이라고 꼬집었다.  공화당원은 물론이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도 호평을 받아 잠재적인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라이언 의장이 이미지에 상처를 입는 것은 당 차원의 손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100석 가운데 34석이 걸린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해 다수당 지위를 잃을 경우 라이언 의장의 리더십에도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 라이언 지역구인 위스콘신 주에서 라디오 진행자로 활동하며 라이언과 20년째 친구로 지내온 찰리 사이크스는 FT 인터뷰에서 “라이언 의장은 태풍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트럼프의 성향상)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가만있지 않을 것이며 라이언 의장은 확실한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트럼프가 대선 패배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선거 후를 염두에 두며 자신의 사업 챙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는 25일 플로리다 주 유세 도중 짬을 내 마이애미에 있는 자신의 골프리조트인 ‘트럼프내셔널도럴’에 들렀다. 26일에는 워싱턴 ‘트럼프인터내셔널호텔’의 개관식에 참석했다. 트럼프는 마이애미에선 자신이 얼마나 인기 있는 보스인지를 보여주려는 듯 동행한 기자 20여 명 앞에서 직원들에게 “여기서 트럼프와 일하는 게 어떤지 누가 한마디해 볼래요”라고 묻기도 했다. 트럼프는 호텔 개관식에선 “나는 매우 운이 좋았다. 대단한 인생을 살았다. 도심 빈민가와 가난한 학교를 재생하는 국가 계획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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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민주, 상원 다수당 탈환 유력… 클린턴과 동반승리 기대감

     다음 달 8일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69)의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같은 날 함께 치러지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공화당을 제치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민주당이 탈환할 경우 공화당의 입법권에 제동이 걸리면서 새로 출범할 클린턴 행정부의 국정 장악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 분석 매체인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25일 민주당이 상원의원을 4∼6석 더 추가할 것이라는 기존의 예측을 바꿔 5∼7석을 더해 상원 다수당이 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지금은 공화당이 54석, 민주당이 46석(민주당 성향 무소속 2명 포함)이다. 이번 선거엔 34석이 걸려 있고 부통령이 상원 표결 동률을 이룰 땐 표를 던질 수 있으므로 클린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민주당은 4석만 더해도 다수당이 된다. 50석 대 50석이지만 부통령이 상원의장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5석을 가져오게 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70)가 이기는 경우에도 상원 다수당이 된다.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트럼프는 (상원 선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음담패설 테이프 파문으로 자신뿐 아니라 공화당까지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화당의 유일한 희망은 ‘견제와 균형’과 ‘클린턴에게 백지수표를 줘선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도 26일 현재 민주당의 상원 접수 가능성은 65%라고 예측했다. 10월 초만 해도 50%대를 유지했지만 17일 이후 60%대를 넘었다. 트럼프의 패착에 절박해진 공화당 지도부는 경합 지역에 지갑을 열기로 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과 관계가 있는 슈퍼팩인 ‘상원 리더십 펀드’가 대표적 경합 지역인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뉴햄프셔, 인디애나, 미주리 등 6개 주에 2500만 달러(약 283억 원)를 풀어 TV 광고를 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마저 뺏길 수는 없다”는 것이 ‘상원 리더십 펀드’ 회장 스티븐 로의 생각이다. 하지만 하원에선 공화당이 지금의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NYT는 “(민주당의) 하원 장악 가능성을 논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 하원 전체 435석 중 공화당이 247석, 민주당은 188석을 차지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민주당이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화당 지역을 싹쓸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NYT는 “클린턴의 승률이 1%포인트 오를수록 하원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0.5%포인트 상승한다”며 클린턴이 대승을 거둘 경우 공화당의 하원 장악력이 상당 부분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패색이 짙어진 트럼프가 대규모 선거자금 모금 행사를 중단하기로 하면서 공화당은 자금난 위기에 처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의 자금 담당자인 스티븐 뮤친은 이날 “유권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앞으로 온라인 모금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클린턴은 앞으로 41차례 더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양당의 선거 자금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한기재 record@donga.com·이세형 기자}

    • 2016-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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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주류언론 힐러리에 우호적? 트럼프 캠프, 페북 통해 생방송 진행

    주류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 지나치게 우호적이라고 비난해 온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자체적으로 선거방송을 시작했다. 트럼프캠프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일인 다음달 8일까지 매일 오후 6시 30분 트럼프 관련 선거 소식을 알리는 생방송 프로그램 '트럼프타워라이브'를 방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첫 방송에서는 트럼프캠프 자문역으로 일하는 클리프 심스와 보리스 엡슈테인, 보수 성향 방송인인 토미 라렌,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션 스파이서 공보국장이 출연해 트럼프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 기간 내내 인종 차별 발언과 성추행 의혹으로 주류 언론의 지지를 못 받게 된 트럼프가 궁여지책으로 SNS를 활용해 자기 목소리 내기에 나선 것이다. 미국 100대 신문사 중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곳은 한군데도 없다. 이 방송이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만들겠다고 공언한 '트럼프TV'의 전 단계가 아니냐는 관측도 있지만 트럼프캠프는 유권자를 만나기 위한 시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트럼프의 사위로 주간지 '뉴욕옵서버'를 소유하고 있는 재러드 쿠시너는 최근 미디어 업계의 유명 중개인이자 '라이언트리' 창립자 겸 CEO인 아례 부어코프와 만나 트럼프TV 설립 방안을 논의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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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저격수’ 워런 상원의원 “끔찍한 여자들이 투표할 것”

    '끔찍한 여자(nasty women)의 공격이 시작됐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19일(현지 시간) 열렸던 3차 TV 대선 토론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던졌던 '정말 끔찍한 여자' 발언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민주당 내 '트럼프 저격수'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을 중심으로 한 클린턴의 여성 유권자들이 유세 현장에서 '끔찍한 여자'를 외치며 트럼프 비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24일 USA투데이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워런은 이날 뉴햄프셔 주 맨체스터에서 열린 클린턴의 유세 현장에서 클린턴의 연설 직전 연단에 올라 트럼프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자리에서 워런은 "여성들은 당신(트럼프) 같은 남성들에게 진절머리가 났다"며 "끔찍한 여자들은 강하고, 똑똑하며 11월 8일 투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 끔찍한 여자들은 당신(트럼프)을 우리 삶에서 영원히 쫓아내기 위해 끔찍한 표를 던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런은 트럼프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인 여성 외모에 대한 집착과 비하에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워런은 "(트럼프는) 자신이 돈이 많기 때문에 여성을 '뚱뚱한 돼지'나 '멍청하지만 섹시한 여자'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이 유명인사라 여자의 몸을 1점부터 10점까지 등급을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클린턴은 워런의 연설 뒤 연단에 올라 "트럼프가 워런이 지금 한 말을 들었다면 아마 트워터에 한마디 했을 것"이라며 "워런처럼 트럼프를 괴롭히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여성 유권자들이 유세 현장에서 '끔찍한 여자' 구호를 외치는 건 트럼프의 여성 비하 발언을 부각시키고, 여성 유권자의 결집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에 출마했을 때부터 꾸준히 여성 비하 발언과 성추행 의혹으로 '대통령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 정계의 대표적 진보 인사 중 하나로 꼽히는 워런은 한 때 클린턴의 경쟁자로도 여겨졌다. 하지만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는 적극적으로 클린턴을 돕고 있다. 워런은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5월 초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트럼프 저격에 앞장서 왔다. 특히 5월 7일에는 트럼프와 트위터로 4시간 가량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또 6월 27일 '대표 경합주'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유세 현장에서도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정말 얼간이(goofy) 같은 소리"라며 "트럼프는 그릇이 작고, 오직 자기만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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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세형]노벨 평화상과 한국형 ODA

     시리아 시민 구호단체 ‘하얀 헬멧’, 그리스 레스보스 섬 주민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시리아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단체나 사람이다. 또 다른 공통점으론 최근 발표된 노벨 평화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됐다는 것이다.  역대 최다인 376명이 치열하게 경쟁한 올해 노벨 평화상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에게 주어졌다. 52년간 지속된 내전 종식의 길을 연 평화협정안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서 노벨 평화상은 과학상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다. 이미 수상자(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를 배출한 데다 과학상보다 국가경쟁력과 덜 직결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인 듯하다. 하지만 국제사회 기여와 국격 높이기 차원이라면 한국은 노벨 평화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수년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를 배출한 나라들을 보면 과거 한국처럼 오랜 기간 전쟁이나 독재를 경험한 뒤 사회적 안정과 경제 번영을 도모하려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선 콜롬비아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대로 경제 살리기에 ‘다걸기(올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콜롬비아는 특히 한국의 교통·물류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중남미 개발 업무를 담당하는 미주개발은행(IDB)을 이끄는 루이스 알베르토 모레노 총재는 한국의 경제 성장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 인사다. 공적개발원조(ODA) 전문가들은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IDB를 통해 한국형 경제개발 노하우를 콜롬비아 등에 효과적으로 전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튀니지 국민4자대화기구)를 배출한 튀니지도 사정이 비슷하다. 2011년 발생한 ‘아랍의 봄’ 시위를 통해 군부독재를 끝낸 튀니지는 당시 민주화혁명을 겪은 나라들(튀니지, 예멘, 리비아, 이집트) 중 유일하게 군부독재 회귀나 내전을 경험하지 않고 민주정부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튀니지 경제는 실업률이 15%를 웃돌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주한 튀니지 대사는 “튀니지는 아랍권 국가 중 교육 수준이 높고 법체계도 가장 진보적”이라며 “한국 같은 나라가 성장 노하우를 전수하고 도움을 준다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 정부는 아프리카 대상 특화 ODA인 ‘코리아 에이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비(非)아시아권 나라들에 대한 ODA를 확대하고 있다. 콜롬비아와 튀니지처럼 노벨 평화상과 연관 있고 우리의 과거 성장 경험이 적용될 수 있는 국가를 대상으로 상징성 있는 ODA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건 어떨까. 이런 ODA는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도를 키워 국격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규모 면에선 미국 중국 등과 비교하기 어려운 한국의 ODA 인지도를 높이는 시도도 될 수 있다.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6-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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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셴룽 총리 “제2의 구글 키울 대학”

    싱가포르국립대(NUS)가 세계적인 창업가 육성에 매진할 수 있었던 건 국가적 관심과 지원이 든든했기 때문이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사진)는 지난달 21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신성장동력 발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NOC(NUS 해외프로그램)를 통해 뛰어난 학생들이 실리콘밸리, 텔아비브, 상하이 등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한 뒤 창업에 나서고 있다”며 “미래의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같은 기업이 싱가포르에서 나올 만한 기반이 조성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정연설에서 특정 대학의 구체적인 교육과정을 칭찬한 건 이례적이다. NUS는 권위 있는 국제대학평가인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2013∼2014년 평가부터 매번 아시아 대학 1위(세계 랭킹은 12∼24위)에 올랐다. 아시아 대표 명문대로 꼽히는 이 대학이 창업 교육에 발 벗고 나선 데는 최고 국립대의 책임감도 자리 잡고 있다. 웡포캄 NUS 기업가정신센터장은 “스타트업 양성은 국가적 과제일 뿐 아니라 로봇,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3차원(3D) 프린팅, 환경기술 같은 미래 핵심 기술과도 관련이 많다”며 “대표 국립대로서 적극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은 잠재력이 풍부하다. KOTRA에 따르면 싱가포르 스타트업은 2004년 2만3000여 개에서 2013년에는 4만2000여 개로 배가 됐다. 영어가 공용어인 데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인 싱가포르의 개방적인 환경도 스타트업 중심지로 도약하기 좋은 조건으로 꼽힌다.싱가포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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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드 인 스탠퍼드’ 매출 3000조원

    스타트업의 메카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는 공대생을 위해 다양한 기업가정신 교양과목을 개설했다. 성공한 창업가들의 행동양식을 체계화한 ‘버클리 방법론(Berkeley Method of Entrepreneurship)’을 배우기 위해 공대생뿐 아니라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몰린다. 아시아 허브 국가인 싱가포르의 명문 싱가포르국립대(NUS)는 소수정예 방식으로 국제적인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에 관심이 많은 공대생을 중심으로 소수 인원을 선발해 실리콘밸리 같은 해외 스타트업 중심지에 보내 6개월∼1년간 인턴 생활을 하며 선진 창업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글로벌 명문 공대들 사이에 ‘제2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와 스티브 잡스(애플 창업자) 키우기’ 경쟁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선진국들은 새 기술과 아이디어로 스타트업을 만들어 기업을 성장시키겠다는 꿈을 가진 창업가 양성을 국가경쟁력 제고의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동아일보가 창업가 양성 교육으로 유명한 세계의 13개 명문 공대를 둘러본 결과 교육 방식은 다양해도 저커버그와 잡스처럼 시장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창업가를 길러내겠다는 목표는 똑같았다. 글로벌 명문 공대들이 창업가 양성에서 미래 희망을 찾는 이유는 새 일자리와 부를 창출하는 데 창업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구글과 HP 등의 창업자를 배출해 창업 교육의 원조로 꼽히는 미국 스탠퍼드대에 따르면 이 대학 출신들이 창업한 3만9900개 기업의 연매출(2011년 기준)은 2조7000억 달러(약 3051조 원)에 이른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3779억 달러(약 1557조 원)의 약 2배 수준이다. 창업 문화가 오래전에 뿌리 내린 미국과 유럽의 명문 공대들은 다른 전공 학생들에게까지 창업 마인드를 강조하는 등 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 스타트업 육성에 나선 아시아권 명문 공대들은 창업 유망주들을 위한 엘리트 교육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도쿄대도 2004년 법인화와 동시에 산학협력전담본부를 발족하고 2005년부터 ‘기업가 도장(道場)’을 만들어 창업 역량을 갖춘 학생들을 육성하고 있다. ‘도장’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유도나 격투기처럼 ‘미래 창업가’들이 창업 노하우를 단련할 수 있다는 뜻이다. 가가미 시게오 도쿄대 이노베이션추진부장은 “세계적인 창업가를 배출하려는 글로벌 대학들의 경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싱가포르=이세형 turtle@donga.com / 버클리=한기재 기자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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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창업현장 年200명 인턴 파견… 아이디어 상품화 눈떠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천체 촬영용 카메라입니다. 우주에 관심이 많지만 비싸고 사용 방법이 복잡한 천체망원경을 사는 데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제품이죠.” 지난달 31일 싱가포르국립대(NUS) 창업 지원 기관인 엔터프라이즈 사무실에서 만난 치아리웨이 씨(26·전자컴퓨터공학과 4학년 휴학)는 최근 자신이 개발한 신제품을 자신 있게 소개했다. 스타트업 ‘타이니모스’의 공동 창업자인 그는 “스타트업 크라우드펀딩 사이트인 ‘인디고고’에 제품을 소개한 뒤 한 달 만에 40만 달러(약 4억5000만 원) 투자금을 모았다”며 “올해 안에 1000대 이상 판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밤하늘 별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촬영해 이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로 보낼 수 있는 타이니모스의 제품은 아직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기술과 제품 문의를 해오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의 유명 유통업체들도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그의 성공담은 싱가포르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인근 ‘블록71(Blk71)’ 일대에서도 화제다.○ 세계 최초 해외 스타트업 인턴십 개발 치아 씨가 싱가포르 엘리트 공대생들의 일반적인 사회 진출 코스인 글로벌 기업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대신 창업가의 길로 들어선 건 NUS 해외 프로그램(NUS Overseas Colleges·NOC)에 참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NOC는 NUS가 창업가 양성을 위해 2002년 개발한 6∼12개월짜리 해외 스타트업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스타트업 분야에서 후발주자인 싱가포르가 단기간에 창업가를 키워내려면 미국과 유럽의 스타트업 중심지에 우수한 학생들을 보내 생생한 지식과 노하우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환경기술 관련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치아 씨는 “NOC 덕분에 연구개발(R&D), 제품 발표, 투자 유치 같은 스타트업 활동을 모두 경험했다”며 “창업에 대한 자신감과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제품으로 기획해 보는 노하우도 길렀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미국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6개국에서 온라인 캐시백 서비스기업 ‘숍백’을 운영하는 헨리 챈 씨(31·NUS 기계공학과 졸업)도 NOC에 참가해 미국 필라델피아의 IT 스타트업을 경험했다. 그는 “코넬대와 펜실베이니아대 같은 미국 명문 공대 졸업생들이 아이디어와 기술에 대해 열정적으로 고민하고 미래 시장을 바꾸려는 모습에 매료됐다”며 “그들과 함께 일하고 경쟁하면서 ‘나도 창업자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치열한 경쟁 뚫어야 참여 가능 NOC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스웨덴 스톡홀름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이스라엘 텔아비브 △독일 뮌헨 △스위스 로잔 같은 스타트업 중심지에 연간 200명이 넘는 학생들을 파견하고 있다. 인턴 참여 학생들의 비자 발급과 노동부 보고 같은 행정업무는 대학이 지원해 준다. 웡포캄 NUS 기업가정신센터장은 “세계 어느 대학에서도 NOC 같은 창업가 양성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다”며 “단순한 대학의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싱가포르의 스타트업 엔진”이라고 자부했다. 2002년부터 올 6월까지 NOC에 참여한 학생은 약 3000명. 공학계열 학생이 3분의 2를 차지한다. 창업에 나선 이들은 300명가량이고 이 중 약 250명이 기술 관련 창업을 했다. NOC에 참가하려는 학생도 계속 늘어나 최근에는 6 대 1 이상의 교내 경쟁을 뚫어야 한다. NUS는 창업 희망자들이 자유롭게 교류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면 창업 공간을 제공받을 수 있는 ‘행어(Hangar·격납고)’라는 공간도 캠퍼스 안에 운영하고 있다. 캠퍼스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스타트업 밀집지역 Blk71에는 NUS 엔터프라이즈의 사무실을 두고 동문의 스타트업을 돕는다. 최근에는 NUS 기계공학과 출신 프라노티 나가르카르가 공동 창업한 ‘짐플리스틱’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인도 전통 빵으로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차파티를 맞춤형으로 만드는 주방용 로봇 ‘로티매틱’을 개발했다.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가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꼭 사용해 보라”고 추천해 화제가 됐다.○ 기술개발 수익 50% 교수에게 보장 NUS는 공대를 중심으로 창업 밑거름이 되는 기술 개발과 상용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50% 인센티브 원칙’을 도입해 기술 상용화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절반을 해당 교수에게 준다. 통상 글로벌 대학들은 수익의 3분의 1을 기술을 개발한 교수에게 주고 나머지는 학교 본부와 해당 교수 소속 학과에서 가져간다. 파격적인 인센티브 조치 덕에 NUS 교수들이 창업한 기업은 80∼100개에 이른다. 2개의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는 림추이텍 의용생체공학과 교수는 “교수들과 학생들의 창업에 대한 관심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며 “창업 관련 자문을 해오는 동료와 학생들이 많아지고 창업 지원 시스템도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다”고 전했다.싱가포르=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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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세형]리셴룽의 ‘스크린 정치’

    공무원 청렴도가 세계 최상인 나라, 아시아의 물류 금융 스타트업 중심지,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지역본부와 연구개발(R&D)센터를 대거 설치한 나라…. 싱가포르의 국가 경쟁력을 상징하는 지표는 너무나 많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약간 더 넓은 도시 국가로 인구는 560만여 명에 불과하지만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2755달러(2016년 국제통화기금 기준)로 산유국인 카타르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단연 1위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바로 정치다. 경제·산업 부문과 달리 싱가포르의 정치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하지도 못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부 대우를 받는 리콴유(李光耀·1923∼2015) 전 총리의 아들인 리셴룽(李顯龍·64) 현 총리가 권력을 ‘세습’했고, 정당 간 경쟁이나 언론의 자유도 사실상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방문한 싱가포르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경제성장을 이룬 리 총리 부자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한국과 미국, 유럽 언론의 자유로운 정부 비판과 치열한 정당 간 경쟁을 사뭇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치’에서 적어도 한 가지는 배울 만한 게 있었다. 바로 국민 눈높이에 맞춘 최고지도자의 연설 스타일이다. 주요 국가행사 때 리 총리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열정적인 연설로 장내를 압도한다. 특히 리 총리는 대형 스크린에 다양한 자료와 사진을 띄워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지난달 21일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리 총리는 싱가포르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혁신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자국 벤처기업인들과 이들이 만든 제품을 스크린에 띄웠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과의 협력과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 이야기할 땐 지역 지도를 보여줬다. 국가 R&D 인프라 구축 계획을 소개할 땐 조감도를 띄웠고 직접 레이저 포인터로 초점을 짚어 가며 설명했다. 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싱가포르에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안긴 조셉 스쿨링(남자 수영 100m 접영)에 대해 언급할 땐 스쿨링의 경기와 시상식 사진을 띄웠다.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야의 유력 정치인들까지 밋밋한 벽을 배경 삼아 경직된 표정과 딱딱한 말투로 연설하는 ‘한국 스타일’과는 완전히 달랐다. 국민이 체감하기 어려운 정책이나 국정 목표를 단순한 연설로 알리는 것과 직접 사진, 그림, 그래프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보여주며 설명하는 것은 전달 효과가 다를 수밖에 없다. 정치인은 정책과 메시지를 통해 국민에게 평가받는다. 친절하고 이해하기 쉬운 연설은 국민을 위한 기본 서비스다. 한국도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이 대국민 연설을 할 때 스크린을 활용해 이해를 돕는 문화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최첨단 정보기술(IT)로 무장한 한국인들은 영상 콘텐츠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이 리 총리처럼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스크린 정치’를 시도한다면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노력들이 쌓이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불통 이미지’도 희석되지 않을까.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 201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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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 공무원들, 차이잉원 연금개혁 반대 시위

    5월 취임해 집권 100일을 최근 넘긴 대만의 첫 번째 여성 총통 차이잉원(蔡英文·60·사진)이 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과 교사, 군인들의 집단적인 반발로 위기를 맞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과 포커스타이완 등에 따르면 수도 타이베이(臺北)에서는 3일 공무원, 교사, 퇴역 군인 등 11만 명 이상이 ‘연금개혁 반대’와 ‘총통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대만 역사상 공무원들이 공개적으로 총통 퇴진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시위에는 훙슈주(洪秀柱) 국민당 주석 등 야당 인사도 참여해 차이 총통이 무리한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차이 총통은 집권 초부터 공무원, 교사, 군인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연금 수령자의 수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있고, 일각에선 기금 고갈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들 연금의 평균수령액은 월 5만∼7만 대만달러(약 176만∼247만 원)로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약 1만6000대만달러·약 56만5000원)보다 3배 이상 많다. 차이 총통은 연금개혁 추진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무원, 교사, 군인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도 설득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취임 후 경기 침체와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자 무리하게 공무원, 교사, 군인 등을 ‘문제 있는 집단’으로 몰아갔다는 것이다. 현지 여론조사 기관에 따르면 7월까지는 차이 총통에 대해 절반 이상의 국민이 만족한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만족한다’고 답한 국민의 비율이 45.5%로 떨어졌다. 하지만 차이 총통은 연금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4일 청년을 대상으로 한 포럼에 참석해 “연금개혁은 젊은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더 큰 반대가 있더라도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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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따라 IS로 간 백인소년 ‘살인기계’로

    군복을 입은 어린이 5명이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무릎 꿇은 성인 남성 뒤에 나란히 서 있다. 어린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죄수들의 머리를 툭툭 치더니 권총을 꺼내 들고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구호를 외친다. 이어 아무렇지 않은 듯 죄수복 남성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최근 공개한 홍보영상에 등장하는 소년병들 가운데 유일한 백인 소년이 2014년 시리아로 건너가 IS에 투신한 영국인 여성 기타리스트 샐리 존스(47)의 아들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존스의 전남편은 소년이 2004년 12월 존스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 조조가 확실하다고 말했다고 영국 데일리메일이 28일 보도했다. 반(反)테러 단체인 퀼리엄재단에 따르면 IS 영토에 영국 어린이 50여 명이 ‘살인 기계’와 다름없는 IS 전사로 육성되고 있다. 존스는 지난해 9월 유엔이 국제 테러범으로 지정한, 사살 대상 20위권 안에 드는 위험인물이다. 영국 동남부 켄트 주 채텀 출신인 존스는 여성 록밴드 ‘크런치’ 멤버로 활동했고 로레알 향수 판매원으로 일하다가 IS에 투신했다. 시리아로 건너간 뒤 주나이드 후세인이라는 IS 디지털 해킹조직 수장과 재혼해 여성 전사를 훈련시키고 유럽 여성들을 ‘지하드 전사의 신부가 되라’며 소셜미디어에서 유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10대 여성에게 ‘여행 경비를 대줄 테니 오라’고 유혹해 시리아 영토로 데려갔다. 올해에는 영국 런던의 부유한 집안 출신인 스물두 살 여대생이 시리아로 건너가는 데 일조했다. 존스는 재혼한 남편이 지난해 시리아 락까에서 무인기 폭격에 숨지자 “남편이 알라의 가장 큰 적에게 죽었다”며 자랑스러워할 만큼 극단주의에 경도됐다. 그는 “다시는 다른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며 “IS 자살폭탄 전사가 돼서 천국을 찾고 싶다”고 트위터에 밝히기도 했다. 또 “시리아에 있는 서양인과 기독교인을 무딘 칼로 참수하고 싶다”고 선동하는 글을 트위터에 여럿 올렸다. 한편 29일 예멘 임시 수도 아덴의 정부군 훈련소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60명 이상이 사망했다. IS는 선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오전 이라크 시아파 성지인 카르발라 인근 지역인 아인 알타므르 결혼식장에서도 IS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15명이 숨졌다.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이세형 기자}

    • 201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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