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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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4-11~2026-05-11
종교64%
문학/출판20%
문화 일반13%
인사일반3%
  • 사찰 불화에 숨겨진 항일 ‘태극기 그림’

    괘불탱(掛佛幀·그림으로 그려 걸어 놓은 부처의 모습)에 태극기가 몰래 그려진 까닭은 무엇일까. 대한불교조계종 선원사(전북 남원시)는 사찰 내 명부전에 모셔진 지장시왕도(地藏十王圖)에서 항일운동 시기 사용하던 형태의 태극기 그림이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지장시왕도는 지장보살과 시왕(十王·죽은 자의 죄업을 심판하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그림으로, 태극기는 제6대 왕인 변성대왕의 관모에 그려졌다. 태극기 크기는 가로 8.5cm, 세로 3cm 정도다. 태극의 양은 홍색, 음은 녹색으로 채색됐고, 사방에 건곤감리를 배치했다. 이는 태극기 도안이 정착되기 전 독립운동 시절에 사용되던 태극 문양과 일치한다고 선운사 측은 밝혔다. 제작 시기는 1917년 11월 5∼17일이며, 당대의 학승이자 화엄사 주지였던 진응 스님(1873∼1941)이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진응 스님은 일제강점기 우리 불교를 일본 조동종에 병합시키려는 친일파 승려들의 시도에 맞서 임제종을 설립하고, 조선 불교 수호에 앞장선 인물이다. 조선 후기 변성대왕도는 주로 죄인들이 날카로운 칼 숲에 갇혀 있거나 옥졸이 창으로 죄인을 찌르는 장면 등으로 그려졌는데, 이는 칼이나 몽둥이로 남을 괴롭힌 자가 떨어지는 도산(刀山)지옥 또는 검수(劍樹)지옥을 나타낸다. 태극기 연구 전문가인 송명호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불화에 태극기가 그려진 것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라며 “칼로 대한제국을 망하게 한 일제는 칼로 망해야 한다는 염원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1917년 당시는 일제가 탱화 제작 등 모든 예술 행위를 검열했다”며 “처음부터 태극기를 그린 게 아니라 검열이 끝난 뒤 몰래 그려 넣은 것 같다. 지장시왕도 태극기는 독립을 바라는 불교계의 마음을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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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교문까지 쓴 챗GPT… “아직 목사 설교 수준은 안돼”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고인을 추도하는 기도문 같다.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가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에 놓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가 있었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와 비슷한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다. 또 성경은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에서 차이가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 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답했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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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도문도 AI가?…챗봇이 작성한 기도문은 어떨까

    “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하나씩 죽으며, 그다음에는 심판이 있는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이제 그의 죽음과 심판을 맞이하고 있지만, 우리는 그의 영원한 생명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죽은 자는 더 이상 죽지 않으며, 그 생명은 죽음으로부터 빠져나오지 않느니라’(요한의 서신 11:26)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할 것입니다.” 언뜻 보면 장례식장에서 목사가 망자의 명복을 비는 것처럼 보이는 기도문. 하지만 이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위해 성경을 인용한 기도문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에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이 만들어낸 내용의 일부다. 시, 소설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챗봇이 하나님의 말씀인 설교문까지 만들 수 있을까. 교계 관계자는 “내용의 오류 등을 떠나 기도문의 형식은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며 “목사의 설교 수준은 아니지만, 일반 신도들이 갑자기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참고해서 쓸 정도는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본문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의미를 부여해 마무리 짓는 기도문, 설교의 틀은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용한 성경의 권별 명칭에서는 오류를 보였다. 챗GPT는 인용한 구절을 ‘요한의 서신 11:26’이라고 했지만, 실제 이 내용은 요한복음 11장 26절에 있었다. 또 국내외에 수많은 번역본이 있는 성경의 특성 탓인지 현재 국내 개신교에서 가장 많이 쓰고 있는 개역 개정판과는 번역의 차이도 있었다. 개역 개정판 요한복음 11장 26절은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로 돼 있다.챗GPT에 ‘챗GPT 설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챗봇이) 작성한 설교문이나 기도문은 어떠한 철학적 믿음이나 종교적인 목적을 갖지 못한, 입력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자동 생성된 문장”이라고 밝혔다. 챗GPT는 이어 “이 때문에 나를 사용해 작성된 설교문이 믿음의 근본을 포함하지 않거나 잘못된 믿음을 전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 경고했다.“오늘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강아지를 추억하며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나의 어린 아이들아, 너희는 선을 따라 살아라’라고 하셨습니다. 강아지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사랑과 기쁨을 주었습니다. 그의 사랑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그는 생명의 문이요, 누가 그를 따르면 망함이 없겠고, 생명을 얻으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강아지의 사랑이 끊어지지 않는 새로운 생명에서 계속하여 그를 생각할 것입니다.” 챗 GPT가 작성한 죽은 반려견을 위한 기도문. 교계 관계자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기 때문에 목사가 반려견을 위한 설교를 하는 경우는 없다”라며 “챗GPT가 융통성 있게 자의적으로 만든 것 같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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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범어사 대웅전에 숨어있는 부처님 이야기

    신도든, 아니든 사찰을 방문할 때면 누구나 한 번은 찾는 대웅전(大雄殿).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불국토의 정신과 돌계단 하나마다 담긴 부처님의 마음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근 부산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발간한 ‘불국토를 조각하다, 범어사 대웅전’(사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지만 주의 깊게 보지 않아 잘 모르던 대웅전 구석구석의 이야기를 담았다. 1602년 창건된 범어사 대웅전(보물)은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 중 하나다. 부처님의 머리 위에 있는 지붕(닫집) 아래에 달아맨 용과 봉황, 학, 구름, 주악비천상 등은 상상력을 발휘해 천상의 세계를 표현한 것이다. 대웅전은 이름 그대로 ‘큰 영웅’, 즉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신 전각이다. 범어사 대웅전의 맞배지붕은 마주 보고 있는 보제루보다 소박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위풍당당한데, 이는 화려한 공포(처마 끝의 무게를 받치기 위해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 사면을 가득 채운 내외부 벽화, 기둥과 천장 등이 전각의 존재감을 드러내도록 자리 잡은 지형적 위치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맞배지붕은 지붕 형식 중 가장 간단한 것으로 궁궐에서도 정전 같은 주요 건물에는 팔작지붕을, 부속 건물에는 맞배지붕을 얹는 것이 관례였다. 대웅전의 위상을 고려하면 팔작지붕을 올렸을 만하지만, 여기에도 시대적 상황이 있다. 범어사 대웅전이 창건된 1602년은 임진왜란(1592∼1598년)이 끝난 직후였다. 특히 동래 지역은 피해가 커서 당시 지은 사찰 대부분은 품과 돈이 많이 드는 팔작지붕 대신 맞배지붕을 올렸다고 한다. 이 밖에도 대웅전 수미단과 불전 장엄구를 통해 범어사 대웅전이 예배 대상을 봉안하는 전통성을 강조하면서도, 공양대로서의 시대성을 어떻게 반영해 왔는지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범어사 성보박물관(관장 환응 스님)은 “시민들이 늘 찾던 범어사 대웅전에서 미처 몰랐던 의미를 알게 되면 또 다른 부처님의 세계가 보일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불교문화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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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퍼’ 거리를 세계 최고의 나눔 거리로 만든다면[이진구 기자의 대화]

    지난주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의 최일도 목사를 인터뷰했습니다. 35년간 무의탁 어르신 등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료 점심 식사를 제공해온 밥퍼가 1일부터 아침까지 제공하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전기·가스료는 물론이고 물가 급등으로 허리가 휘는 판에 오히려 한 끼에서 두 끼로 배식을 늘린다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최 목사는 “새벽부터 와서 떨며 기다리는 분들이 마음 쓰여서…”라고 했습니다. 밥퍼 점심은 오전 11시부터 제공됩니다. 그런데 아침 6~7시부터 찾아와서 기다리는 분이 많았답니다. 이유는… 방이 더 춥기 때문이었습니다. 노숙자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4~5 시간을 따뜻한 물로만 몸을 녹이며 기다리는 분들이 안타까워 간헐적으로 떡국이나 누룽지 등 간단한 식사를 제공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어차피 하는 것 정식으로 하자’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아침 배식을 시작하게 됐다는 거죠. 이렇게 밥퍼를 찾는 분들은 하루에 약 700~800명에 이릅니다. 이런 밥퍼가 지금 철거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이유에서죠. 밥퍼 건물은 서울시가 지었습니다. 땅도 시유지죠. 밥퍼는 이런 시청과 구청의 도움으로 10년이 넘게 이곳에서 무료 배식 봉사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관할 구청장이 바뀌면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좀 복잡합니다만 간단히 말하면, 관할 구청의 입장은 건축허가를 받지 않은 건물이고, 또 그 안에서 불법 증축이 이뤄졌으니 철거하고 새로 안 지으면 강제 이행금(2억8000여만 원)을 내라는 것입니다. 밥퍼는 답답합니다. 건축·증축 허가를 낼 자격은 건축주(땅 주인 또는 땅 주인의 허락을 받은 사람)에게 있지요. 세입자인 밥퍼는 건축·증축 허가를 낼 자격조차 없는데, 불법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건 사리에 맞지 않아 보입니다. 애초에 땅 주인인 서울시가 건물을 지을 때 건축허가를 받았다면 지금의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시 서울 시장은 지금 오세훈 시장었이지요.하지만 저는 누구 주장이 맞느냐는 걸 따지는 건 이 문제의 본질도 아니고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우리가 이 문제를 어떻게 더 슬기로운 방법으로 푸느냐가 아닐까요.새 구청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인 청량리 일대를 상업지구, 청년문화 공간으로 개발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인근 이문동 삼천리 연탄 공장이나 디젤 정비창 이전을 추진하는 마당에 매일 700~800여명의 노숙자, 무의탁 노인 등이 찾는 밥퍼가 달갑지는 않겠지요. 저는 이 지점에 밥퍼와 구청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밥퍼가 있는 거리를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어 상가나 백화점을 짓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문화적 이익을 창출한다면, 모두가 ‘윈-윈(win -win)’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대상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도록 만드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돈을 들여 홍보를 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망하는 기업이 있을 리 없겠지요.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아, 그거!’하고 떠올리는 이름. 그게 바로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브랜드는 그 자체로 엄청난 가치를 지니지요. 그동안 활용할 생각을 못해서 그렇지 밥퍼는 우리 사회에서 나눔과 봉사, 사랑의 이름으로 이미 각인된 명칭입니다. 이를 활용해 도시 재생 전문가, 예술가, 프로젝트 기획자 등의 도움을 받아 밥퍼 거리를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나눔과 봉사의 거리로 탈바꿈시킨다면, 구청이 원하는 상업·청년문화 지역은 물론이고 시민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도시개발의 모범 사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여름철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리는 야시장에서는 장소마다 수 십 대의 푸드 트럭이 갖가지 음식을 제공합니다. 바퀴 달린 푸드 트럭이 동대문구라고 못 가겠습니까. 공간만 마련해 준다면 얼마든지 찾아오겠지요. 시와 구는 푸드 트럭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푸드 트럭 사장님들은 다 사용하지 못한 재료를 밥퍼에 기부합니다. (밥퍼는 푸드 뱅크로 식자재 기부를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 놀러 와 음식을 사 먹는 것 자체가 기부가 되겠지요. ‘골목식당’처럼 백종원 선생님이 기부를 많이 한 푸드 트럭의 음식을 봐준다면 ‘맛 트럭’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푸드 트럭이 서 있을 수 있는 곳에 밴드라고 못 오겠습니까. 장소만 마련해주면 실력을 뽐내고 싶은 뮤지션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연주한 단체나 개인들에게 참가 자격을 주는 뮤직페스티벌은 어떻습니까. 나눔과 배려를 주제로 한 이벤트도 열 수 있습니다. 고대와 연대는 매년 야구 축구 등 5개 종목의 자웅을 겨루는 고·연전을 엽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이와 함께 헌혈 고·연전도 4주간 열렸더군요. 건전한 대학 헌혈문화를 조성하고, 코로나19로 인한 혈액 수급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두 학교 학생들이 헌혈로 선의의 경쟁을 펼친 행사입니다. 밥퍼 거리에서 전국 각 대학의 헌혈 대항전이 펼쳐진다면 정말 아름다울 것 같습니다.이효리 이상순 커플은 애견 봉사활동을 하다 만났다고 하지요. 놀러 온 김에 잠시라도 밥퍼에서 연인과 함께 봉사활동을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미리 연락을 주고 오면 더 좋지만 언제 가도 밥퍼에는 안내, 배식, 청소, 설거지, 도시락 포장 등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시간도 하고 싶은 만큼만 하면 됩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밥퍼에서는 봉사 활동을 한 분들에게 기념품으로 ‘밥퍼 밴드’를 줍니다. 푸드 트럭이든, 인근 식장이든 밴드를 찬 손님에게 약간의 할인을 해주면 어떨까요. ‘나눔과 사랑’이라는 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은 더 맛있을 테고, 식당은 특별한 인테리어를 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것입니다. 장소가 활성화되면 선한 마음을 가진, 재능 있는 분들도 찾겠지요. 무심코 들어간 식당에서 주문한 참치김밥이 나오기 전에 바흐의 무반주 첼로 조곡을 연주해주는 첼리스트 정명화 선생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무엄한 말입니다만, BTS라도 한 번 놀러 와 준다면 더 없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면 앞서 소개한 것보다 분명 더 좋은 계획과 이벤트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밥퍼 거리’를 유례없는 나눔과 배려, 사랑의 거리로 재창조할 수 있다면, 어려운 그분들에게 하루 두 끼가 아니라 세끼를, 더 나아가 따뜻한 잠자리도 제공할 수 있겠지요. 설사 불법 건축물이라 하더라도 하루 한 끼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을 쫓아내는 것이 준법이고 정의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밀어낸 자리에 설사 미슐랭 식당과 초호화 쇼핑몰이 들어선다 해도, 손님들이 정말 맛있게 먹고 놀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마음이 너무 불편하니까요.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고, 그것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우리가 하기 나름 아닐까요.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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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첩보물의 거장 르 카레의 유작

    일찌감치 물려받은 유산 덕분에 편안한 삶을 살던 젊은 부자 줄리언 론즐리. 그가 더 단조로운 생활을 위해 황량한 영국 북해 해변 마을에 연 작은 서점. 손님 하나 없던 서점에 어느 날 찾아온 노신사 에드워드 에이번. 서점 지하의 빈 공간을 ‘문학 공화국’으로 만들어보자는 노신사의 기묘한 제안…. 이 책은 ‘007’ 시리즈의 이언 플레밍과 쌍벽을 이루는 첩보 소설의 제왕 존 르 카레(본명 데이비드 존 무어 콘월·1931∼2020)가 마지막으로 쓴, 생전에 발표되지 않은 유작 소설이다. 그는 실제로 영국 비밀정보국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며 작품을 썼는데, 3번째 작품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가 히트하자 사표를 내고 작가로 전업했다. 본명 대신 필명을 사용한 이유도 첫 소설을 쓸 당시 신분이 정보요원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비밀정보국 출신의 첩보 소설가라는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르 카레와 플레밍의 작품은 서로 대척점에 서 있을 정도로 느낌이 다르다. 007 시리즈가 술과 여자, 도박을 좋아한 이언 플레밍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면, 르 카레의 스파이 소설들은 대부분 사실적이고 회색적이다. 또 007 시리즈가 영국식 ‘국뽕’과 선명한 선악을 담았다면, 르 카레의 작품들은 선악의 구별이 모호하다. 대부분의 주인공은 남다른 충성심으로 무장한 채 조국과 조직을 위해 싸우지만, 그 과정에서 도덕과 정의에서 멀어져 가는 자신을 보게 되고 동시에 그렇게 자신이 지켜낸 조국의 어두운 이면에 절망한다. 신간에서도 영국이 취한 외교적 자세와 세계 곳곳에서 자행된 비윤리적 행동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목소리가 곳곳에 담겨 있다. 실제 그의 삶도 그가 쓴 소설과 다르지 않다. 그는 2019년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책 ‘에이전트 러너’에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추진한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했고, 급기야 사망 직전 영국 국적을 버리고 아일랜드 국적을 취득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실체는 모두 스파이다. 냉전 직후 벌어진 정치적 사건들을 시점과 배경을 바꿔 21세기 영국으로 가져온 뒤 스파이 조직이 가진 정치적 양면성을 입혀 사건을 풀어간다. 그 안에 정파적 이해로 점철되고, 반드시 품어야 할 사람들에게조차 등을 돌리는, 종종 인간의 존엄성도 외면하는 첩보의 실체를 담았다. 소설에서 그려진 영국 스파이들은 조국이 어떤 의미인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임무가 과연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묻는다. 유작 원고를 정리해 신간을 출간한 아들 닉 콘월은 이와 관련해 “내가 보기에 아버지도 그 얘기를 큰 소리로 외치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가 20세기 중반 갈 곳 없는 떠돌이였을 때 집을 마련해준 기관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이미 4분의 3 정도가 완성된 상태였음에도 작가가 생전에 이 소설을 출판하지 않은 것은 이런 고민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거장이 남긴 작별 인사고, 자신의 전직(스파이)에 대한 러브스토리라는 해석은 타당해 보인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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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90년대 선교사, 한복 입고 회갑연 열며 조선에 적응

    일제강점기 선교사와 스님, 사찰 등의 모습과 생활상이 담긴 사진첩이 잇달아 출간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이 지난달 발간한 ‘100년 전 선교사의 서울살이’는 미국 프린스턴 신학교에 소장된 ‘마펫 한국 컬렉션’ 4000여 점 중 160여 점을 추렸다. 마펫 한국 컬렉션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선교 활동을 편 사무엘 A 마펫 선교사와 그의 가족, 동료 선교사들이 수집한 자료다. 마펫 한국 컬렉션은 교회사 연구자들에 의해 일부 소개된 것은 있지만, 1890년대 서울 풍경과 선교사의 생활상이 다양하게 담겨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서울 생활’편에서는 선교사들이 낯선 타지에서 30∼40년을 살며 어떻게 적응했는지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선교사들은 한국 문화에 스며들기 위해 60세 생일 파티를 한국식 회갑연으로 열어 모두 한복을 입고 참석하기도 했다. 1911년 조선총독부가 105명의 독립운동가를 체포한 ‘105인 사건’ 공판 사진 등 한국 근대사에서 의미 있는 사진도 담았다. 최근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출간한 ‘사진으로 읽은 근현대 한국불교’에서는 19세기 말 사찰 모습과 함께 왜색 불교를 청산하고 진정한 수행 공간과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찾아가는 불교계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금강산 신계사, 지금과는 달리 서울 홍제천변 자갈밭에 맞닿아 있는 옥천암 마애보살좌상(서울 서대문구 홍지문길)도 담았다. 신계사는 6·25전쟁 때 대웅보전 앞 3층 석탑만 남기고 전소됐으나, 2000년 6·15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 공동으로 복원을 추진해 2004년 14개 전각이 복원됐다. 1950년대 불교 정화 운동을 통해 오늘날 한국불교의 토대를 일군 큰스님들을 비롯해 수계(受戒) 직후의 스님들, 안거와 용맹정진을 마친 스님들의 단체 사진에서 훗날 한국 불교계를 이끈 큰스님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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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 사찰 소장 불교 문화재 200점 한자리에

    순천, 영암 등 전남 지역 사찰이 소장한 불교 문화재 2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순천대(총장 고영진) 박물관은 ‘불교 문화재 순천 나들이’전을 28일까지 개최한다. 전시품 가운데는 순천 금룡사가 소장한 보물 ‘대불정수능엄경(大佛頂首楞嚴經·사진)’이 눈에 띈다. 훈민정음 창제 후 한글로 번역된 최초의 불경 언해서로 대승불교의 핵심 경전이다. 1461년(세조 7년) 조선시대 활자를 주조하는 관청인 교서관에서 금속활자를 사용해 찍어냈다. 한자 원문과 언해문으로 이뤄졌으며 10권으로 구성됐다. 한글 창제 무렵의 국어 특징을 연구하는 데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순천 선암사의 ‘목조 인왕상’과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는 ‘금동은입사향로’, 선암사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선암사 중창건도기’, 금룡사의 ‘묘법연화경’, 영암 천황사의 목탑을 장식했던 불꽃무늬 장식품과 연화문 수막새도 볼 수 있다. 선각국사 도선이 35년간 머문 광양 옥룡사의 중국제 해무리굽 청자와 연화문 막새류도 전시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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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종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 9일 출발

    조계종 상월결사 인도 순례단이 한국·인도 수교 50주년을 맞아 한국불교 중흥과 세계 평화를 기원하며 9일부터 43일간 총 1167km의 인도 도보순례에 나선다. 순례단은 스님과 신도 100여 명으로 이뤄졌으며 부처님이 성도 후 처음 설법한 사르나트(녹야원)에서 입재식을 가진 후, 부처님 성도지인 보드가야, 최초의 결집 장소인 칠엽굴과 영축산이 있는 라즈기리, 라즈기리의 나란다 대학, 부처님 열반지인 쿠시나가라, 탄생지인 룸비니 등 불교 성지를 방문한다. 또 녹야원, 마하보디대탑, 죽림정사, 쿠시나가르 등에서는 대규모 법회도 열 예정이다. 조계종은 순례에 맞춰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현지를 찾고, 연등회 전시를 비롯해 템플스테이 홍보, 사찰음식 시연·만찬 등 다양한 교류 행사도 갖는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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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기후위기’로 주식-집값 출렁… 지속가능한 전략은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 두 책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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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에 해수면 상승…오션뷰 아파트의 미래는?

    엉뚱한 이야기 하나. 2005년 7월 서울시 한강공원사업소는 생태계 교란종인 붉은귀거북(일명 청거북)을 잡아 오는 시민에게 마리당 5000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이 행사는 ‘붉은귀거북의 씨가 말랐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효과가 좋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시민들이 너무 많이 잡아 오는 바람에 예산이 금방 동났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자 한강에는 다시 붉은귀거북이 출몰했다. 환경 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모두가 관심을 갖고 노력하면 극복하지 못할 리가 없다. 관건은 기후 위기를 어떻게 우리 모두의 관심사로 만들 수 있느냐다. 석유시추선 앞에서 시위하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북극곰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후 위기가 당장 집값과 일자리, 주식, 교육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안다면 관심은 배가될 것이다.신간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다산북스)과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퍼블리온)의 저자들은 기후 문제가 거대 담론이 아닌 경제, 일자리 등 우리 실생활에 이미 깊숙이 작용하고 있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대표적인 예가 기업이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공급받도록 한다는 ‘RE(Renewable Electricity)100’ 선언이다. 기업이 2030년 6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하지 못하면 이 선언에 가입한 세계적 기업에는 납품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 부의 대전환’에 따르면 2021년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5%에 불과한 실정이다. 재생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면 해외 기업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고, 해외 기업에 납품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은 주가가 하락할 것이며, 결국 산업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기후 위기는 부동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기후 피해 세대를 넘어 기후 기회 세대로’에 따르면 2020년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한반도의 2030년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발표에서 해수면 상승과 태풍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줄 경우 한반도의 5%가 물에 잠기고 332만 명이 침수 피해를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해양환경공단이 제공하는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터’도 2050년이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0.34~0.4m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주목받는 오션뷰 아파트가 나중에는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기후위기…’에 따르면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내 주택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전반적으로 많이 상승했는데, 그중에서도 해변보다 고지대 집값의 상승 폭이 훨씬 컸다고 한다. 해수면 상승에 따른 침수 우려 때문이다. 북극곰이나 석유시추선 이야기보다는 훨씬 더 정신이 번쩍 드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비관할 필요는 없다. 저자들은 한목소리로 미래를 살리는 길이 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기후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구조를 만들며,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기후 위기는 분명 심각하지만 읽고 나서 걱정이나 공포보다 ‘아직은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이 드는 건 그런 까닭일 것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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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태종 무원 스님 “명락사에 다문화센터 건립”

    대한불교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사진)은 3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다문화가정, 탈북이주민, 이주노동자 등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 건립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무원 스님은 “올해 천태종의 종무 기조는 ‘자성(自性·본디부터 갖추고 있는 불성)을 밝혀 만인과 소통하고, 공생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라는 것”이라며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는 천태국제다문화종합센터를 통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센터는 다문화 사찰로 운영돼온 서울 관악구 명락사 내에 건립될 계획이다. 천태종은 이 밖에 올해 주요 사업으로 2대 종정을 지낸 남대충 대종사 탄신 100주년(2026년) 준비위원회도 발족할 예정이다. 무원 스님은 “불교는 복을 기원하기보다 복을 짓는 작복(作福)의 종교”라며 “새해에는 모두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작복하는 삶을 살기를 기원한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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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다 살아난 ‘K칩스법’… 정쟁으로 표류시키면 그게 바로 매국”[이진구 기자의 對話]

    《최근 정부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3일 국회를 통과한 세액공제율이 너무 낮아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깎아먹는다는 지적이 빗발쳤기 때문. 다행히 법 통과 일주일여 만에 윤석열 대통령이 수정 지시를 내리기는 했지만, 법 개정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양향자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장(무소속)은 “땅에 묻힐 뻔했던 국가 미래가 되살아났다”며 “만약 여야의 정쟁으로 법 통과가 지연된다면 그게 바로 매국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8월 반도체 산업 지원 특별법으로 불리는 ‘K칩스법’을 대표 발의했다.》 ―지난해 12월 23일 법 통과 때 차라리 부결시켜 달라고 했던데…. “특위에서 만든 안은 대기업은 6%→20%, 중견기업은 8%→25%, 중소기업은 16%→30%의 세액공제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4개월여 동안 아무 말이 없다가 그날 갑자기 여야가 대기업만 8%로 2%포인트 더 올려주고, 나머지는 전과 똑같은 기획재정부 안으로 합의해 통과시켜 버렸다. 남들보다 더 지원해주고 뛰게 해도 모자랄 판에….” ―실망이 컸나. “사실상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에 사망선고를 내린 것과 다름이 없으니까. 특위 안을 만들면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과 숱한 논의 끝에 8%로는 도저히 경쟁국들과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입안 과정에서 관련 부처 장관 릴레이 미팅과 8개 부처 장차관 당정협의회 등을 통해 숱하게 세액공제율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세수 부족을 이유로, 그것도 본회의 당일 기습 상정을 하다니…. 솔직히 그때는 이 사람들이 말로만 반도체 산업이 중요하다고 하지 사실은 아닌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지.” ―법 통과 당일까지 전혀 몰랐단 말인가. “그날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 경제포럼에 참석하느라 호찌민에 있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기조연설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빗발치더라. 지인들과 기자들 전화였는데, 오늘 본회의에 기재부 안이 올라가는데 알고 있었냐는 거다. 내가 되레 되물었다. 논의도 안 했는데 그럴 리가 있냐고. 너무 놀라서 그 뒤 일정을 다 취소하고 부랴부랴 당일 급히 귀국했다. 그리고 본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통과시킬 바엔 차라리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 그런데 투표가 끝나고 적반하장 같은 일이 벌어졌다.” ―적반하장이라니? “특위 위원 중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는 조명희 의원이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는데 그날 밤 전화가 왔다. 자기가 국민의힘에서 죄인 됐다고….” (죄인이라니?) “자기가 마치 반도체 산업 지원을 반대하는 사람처럼 몰렸다고….” (당신처럼 그 정도 지원으로는 안 된다는 뜻에서 반대한 것 아니었나?) “내 말이…. 그때 베트남에 조 의원도 함께 갔다가 같이 귀국했다. 오는 길에 내가 법이 이렇게 통과돼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도 설명을 해서 당당하게 반대표를 던진 건데….” ―그런데 특위 위원장에게 사전에 얘기도 안 해줬다는 게 이해가 잘 안 간다. “법안을 제출한 뒤에 넉 달 동안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다렸다. 소위원회가 구성돼 논의가 시작되면 가서 설명도 하고 설득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언제 논의가 시작되는지 이제나 저제나 기획재정위원회 국민의힘 간사만 보고 있었는데, 몇 달 동안 아무 이야기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에게 물어볼 수도 있지 않나.) “그분은 내가 민주당에 있을 적에도 계속 왜 그렇게 친기업적인 이야기만 하냐고 나를 엄청 비판하던 분이라 묻기가 어려워서…. 그래서 12월이 됐을 때는 ‘올해 안에 통과되기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기습적으로 할 줄이야.” ―윤 대통령이 일주일여 만에 수정 지시를 했는데, 왜 생각이 바뀌었을까. 혹시 강하게 항의를 했나.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생각이 바뀐 게 아니라 못 챙겼던 게 아닌가 싶다. 그때 대통령실이 너무 바쁜 데다 예산안, 법인세 문제 등에 초점이 가 있었으니까. 그래도 빨리 수정 지시를 내린 건 정말 잘한 거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대통령이 바로잡아서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을 15%(대·중견기업)로 인상하는 안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으니까. 특위 안(20%, 25%)에 비하면 아쉽기는 하지만 이제 시작이니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힘에서는 별 말이 없나.) “지난달 28일인가?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는데 주호영 원내대표가 앞에 있었다. 그래서 얼른 다가가 ‘주 대표님!’ 하고 불렀더니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시더라고.” ―일각에서는 세액공제율 확대가 대기업에만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도 한다. “대기업에 잘해주면 반대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본다는 프레임을 너무 심하게 가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부자 감세’라며 대기업을 어떻게든 악마로 만들어내려고 애쓰는데… 내 눈에는 참 처량해 보이더라. 저런 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할까 싶기도 하고. 반도체는 생산량이 많으면 고정비가 하락하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다. 그래서 반도체 산업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가능한 대기업이 대표선수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걸 대기업에 특혜 주는 것으로 보니 안타깝지. 대기업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법 통과를 가장 바라는 사람들이 중견·중소기업 대표들이다. 그들은 대기업의 투자 증가가 반도체 생태계를 활성화시켜 2, 3차 협력사인 자신들을 동반 성장시킨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관련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고 하던데…. “반도체 분야의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된 게 이미 20년이 넘었다. 그래서 특위에서 수도권 대학은 정원 규제와 무관하게 관련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게 하자는 안을 냈다. 그런데 이게 논의 과정에서 수도권 집중, 수도권 특혜 등의 벽에 부닥쳐 대학이 자체 정원 내에서 조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내 분란만 일 것 같은데….) “반도체 관련 정원을 늘리고 싶으면 다른 과 정원을 줄이라는 건데 해당 학과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가만히 있을까? 이건 책임을 대학에 미루는 것이다.” ―당신은 광주(서을) 지역구 의원이지 않나. “지방 의원이 왜 수도권에 혜택을 줘야 한다고 하냐고? 나는 수도권 규제가 오히려 국가 전체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재가 부족한데 수도권에 혜택을 주지 않으면, 인재와 기업은 지방 대신 해외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50여 명인데 미국 스탠퍼드대는 700명이 넘는다. 반도체 산업은 지역대항전이 아니라 국가대항전이다. 지금 상태로는 인재 확보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기 때문에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을 풀자고 한거다. 그걸 수도권 집중, 지역 소외 문제로만 보니….” ―작년 6월 여당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수락할 때 국회 차원의 상설 특위 설치를 약속받았다고 했다. “그게 첫 번째 조건이었다. 작년 11월에 (여야가) 국회 안에 첨단산업특위를 설치하기로 의결했고, 안도 나와 있는데 국정조사니, 예산안 통과니 해서 정쟁에 빠지는 바람에 아직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한쪽에서 높은 분이 내가 (위원장) 하면 안 만든다고 했다고 하더라.” (무슨 문제가 있나.) “내가 그쪽에 약간 미운털이 박혀 있으니까…. 반도체고 뭐고 내가 하는 건 다 싫어하는 그런 감정이 있어서….” ―다시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야당이 쉽게 합의해 줄까. “정국 상황을 보면 쉽지 않을 것 같기는 하다.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을 대통령 말 한마디에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고 벼를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여야 어느 쪽이든 반도체 산업 지원법을 정쟁의 도구로 쓰는 세력은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이 가만두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당신은 그런 사람들을 신매국노라고 불렀던데…. “세계 각국이 반도체 패권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안에 이상한 프레임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첨단 산업 정책을 정략적 거래로 이용하는 자, 대기업 특혜라며 갈라치기 하는 자, 지역 소외 정책이라며 국토균형발전론을 오남용하는 자 등이다. 마음 같아서는 진짜 ‘매국노(賣國奴)’라고 하고 싶었다. 그런데 표현이 너무 센 것 같기도 하고, 또 이 사람들이 진짜 나라를 팔아먹은 건 아니라서 ‘나라의 미래를 땅에 묻는 것’이란 의미로 ‘묻을 매(埋)’를 썼다. 나라의 미래를 놓고 흥정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게 언론과 국민 모두 잘 감시해야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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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석 “지금 시급한 건… 마스크 해제 아닌 개량백신 접종률 올리는 것”[이진구 기자의 對話]

    《관심을 모았던 실내 마스크 해제 시기는 결국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아직은 해제 시점을 밝힐 여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 대신 방역당국은 해제가 가능한 전제 조건을 발표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 겸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60세 이상 고령층 등 고위험군의 면역력이 아직 많이 낮은 상태”라며 “전력을 다해 고위험군의 동절기 추가 접종률을 높여야 할 때에 섣부르게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을 촉발시켜 불필요한 행정력만 낭비시켰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이 오히려 방역에 지장을 줬다고…. “지금 상황이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은 동절기 추가 접종(개량 백신)을 안 해도 된다. 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층과 요양병원 같은 감염취약시설에 계신 분 등 고위험군은 여전히 사망자 수 등에서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고위험군의 개량 백신 접종률을 올려야 할 시기인데, 그 인력과 시간이 실내 마스크 해제 논란에 대응하느라 낭비됐다. 더군다나 국민에게 이제 곧 벗게 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는 바람에 경각심을 낮춰 버린 면도 있다.” ―국민적 관심이 크긴 했다. “물론 마스크 피로도가 분명히 있고,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벗고 싶은 게 당연하다. 하지만 60세 이하만 해제할 수도 없지 않나. 마스크를 벗으면 확진자는 반드시 는다. 고위험군의 치명률이 아직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른 실내 마스크 해제로 고령층 등의 사망자가 늘면 어떻게 하나. 그래서 개량 백신 접종률을 더 올린 후에 풀자는 거다. 그런데, 갑자기 대전시가 이달 초 중앙정부가 먼저 풀지 않으면 이달 15일부터 먼저 벗겠다고 시점까지 밝히는 바람에 사회적 이슈가 됐다. 개량 백신 접종과 치료제 처방률 제고, 취약 시설 관리 등에 더 신경을 써서 고위험군 사망자를 한 명이라도 더 낮춰야 할 시기에 국무총리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각 지자체 관련 공무원들이 모두 마스크 해제 논란에 대응하느라 난리가 난 거다. 23일 실내 마스크 해제 로드맵 발표도 등 떠밀려 한 면이 있다.” ―원래 예정된 계획이 아니었나. “실내 마스크 해제 여부는 방역의 우선순위에서는 훨씬 밀리는 사안이다. 내가 알기로는 12월 초까지 올해 안에 해제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는 계획은 없었다. 모든 방역 정책이 지금까지 자문위 자문을 거쳤는데 그런 자문이 들어온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지자체가 먼저 풀겠다고 나서기 시작하니까 사태를 진정시키고 제어하기 위해 발표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거다. 여건이 안 된 상태에서 해제 시점을 밝힌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게 정치 방역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 해제의 전제 조건만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거고. 안 그래도 지난 정부 때 정치방역 논란이 많았는데 이제는 지자체까지 그러니….” ―대전은 방역을 잘해서 그런 건가. “이달 초 먼저 해제하겠다고 논란을 일으켰을 때 대전의 감염 취약시설 개량 백신 접종률은 30% 초반대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았다. 지금(20일 기준)도 41.8%로 전국 평균 46.4%보다 낮다.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함께 실내 마스크 해제를 요구했던 충남은 중환자실 점유율이 굉장히 높다. 실내 마스크 해제로 위중증 환자가 늘면 다른 지자체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다. 왜 다른 지역에 피해를 주나. 논란을 일으킬 시간이 있으면 개량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지.” ―추워지면서 확진자가 늘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논문이 하나 있는데, 코의 온도를 낮췄더니 면역력이 확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간단히 말해 추워지면 왜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이 많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내가 호흡기 질환 분야만 40년 경력이다. 겨울철에는 무조건 바쁘다. 지금 아이들 독감 환자도 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미 폭증했어야 했는데 그렇게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마스크 때문인가.) “그렇다. 코로나도 마찬가지다. 마스크를 벗으면 반드시 더 는다. 그리고 지금 걸려도 검사나 치료를 안 받는 숨은 확진자가 굉장히 많다. 검사도 이제는 대부분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아닌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 항원검사를 받는다. 드러난 통계 수치만 봐서는 안 된다.” ―내년 설 연휴 전에는 해제가 어렵나. “지금(20일 기준) 동절기 추가 접종률이 60세 이상은 27.8%, 감염취약시설은 46.4% 정도다. 이게 60세 이상은 50%, 감염 취약시설도 60%를 넘기면 대체로 고위험군(1450만 명)의 75% 정도가 면역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그게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느냐의 마지막 기준이 될 거다. 해제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면 개량 백신 접종률을 높이면 된다. 만약 그게 안 되면… 그때 가서도 풀 수는 없다. 그랬더니 얼마 전에 경기도 의사회에서 날 징계하겠다며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더라.” ―실내 마스크를 풀 때가 아니라고 했다고 징계한다고? 더군다나 당신은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인데…. “이유를 물어보니까, 첫째는 지금 실내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 충분한 근거가 없는데 내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이 되면서 계속 써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이게 더 기가 막힌데… 내가 경기 안양에 있는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지 않나. 회원이 왜 경기도 의사회 성명에 반하는 입장을 계속 얘기하냐는 거다. 정치판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인지. 얼마 전부터는 병원에서 진료도 못하고 있다.” ※경기도 의사회는 9월 실내 마스크 즉각 해제,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2급에서 인플루엔자 수준인 4급 감염병으로 전환하라는 성명을 냈다. ―나랏일 하느라 휴직한 건가. “그게 아니고… 내가 아이들 실내 마스크를 강제하는 아동학대범이라며 경기도 의사회에 제소한 시민단체가 있는데, 한 달째 우리 병원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사람들이 마스크도 안 쓴 채 진료실까지 쳐들어오고, 그로 인해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다 보니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당분간 나오지 말라고 했다.” ―마스크 의무화는 지난 정부 때 결정됐고, 당신은 관여도 안 했는데 왜? “나도 모르겠다. 내 입장은 전문가로서, 그리고 학자적 양심으로, 코로나 때문에 한 사람이라도 더 사망하지 않도록 마스크를 최대한 조심스럽게 벗자는 것이다. 지금도 주요한 변이 바이러스가 4개나 돌고 있다.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닌데 정부가 먼저 ‘국민들이 알아서 잘 쓰겠지’라고 생각하고 당장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면 부주의한 사람들은 더 부주의하게 될 거다. 그로 인해 죽는 사람이 생기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나. 지금도 매일 코로나로 40∼60명이 죽는다. 지구상에 매일 이만큼이 죽는 병이 없다. 지금 질병청 안에 결핵정책과와 에이즈관리과가 있다. 코로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망자가 적은데도 전담과를 두고 관리한다. 하물며 매일 수십 명이 죽는 코로나를…. 정부에 조언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앞장서서 당장 실내 마스크를 풀자는 말을 할 수는 없다.” ―치료제 처방률은 왜 높지 않은 건가. “지금은 좀 올라가고 있는데, 그동안 지자체 방역당국이나 의사들이 라게브리오나 팍스로비드 같은 치료제를 처방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면이 있었다.” (약이 있는데 적극적으로 처방하지 않았다고?) “초기에 팍스로비드가 라게브리오보다 효과가 좋은 걸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가 팍스로비드는 함께 먹으면 안 되는 금기약이 23가지나 된다. 23가지 중 하나라도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할 수 없는 거다. 전국에 원스톱 진료기관이 1만 곳 정도 되다 보니 내과 의사보다 다른 과 의사가 더 많을 수밖에 없는데, 그들 중에는 이 23개 약을 안 써 본 사람이 꽤 된다. 또 자신이 복용 중인 약을 말해 주지 않는 환자도 있다 보니 의사로서는 책임질 일이 생기지 않게 처방에 소극적이 됐던 거다. 이후에 라게브리오의 성적이 굉장히 올라갔는데, 라게브리오는 금기약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치료제 처방률이 30%대로 꽤 올라갔고, 더 오르고 있다.” ―강조하는 개량 백신은 1∼4차 백신과 많이 다른가. “지금 접종하는 개량 백신은 4차까지의 백신과는 완전히 다르다. 4차까지의 백신에는 지금 유행하는 BA.5는 물론이고 오미크론도 없었다. 개량 백신은 이런 걸 모두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고, 그래서 이름도 특별히 ‘개량’이라고 붙인 거다. 확실히 효과가 다르다. 60세 이하의 건강한 사람들은 안 맞아도 되지만, 60세 이상이라면 자기 방어를 위해서 꼭 맞아야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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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축구가 韓보다 세다는 걸 우리만 인정하지 않고 있다니…[이진구 기자의 對話]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 전이 끝난 직후 허정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감독을 인터뷰했습니다. 아쉽게 8강 진출은 못 했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하려면 무엇이 더 필요한지 듣기 위해서였죠. 아시다시피 그는 12년 전 첫 방문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허 감독은 유망주 발굴 시스템, 축구 인프라 구축 등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그런데 그중 제가 가장 들으며 놀란 것은, 정말 자존심 상하고 언급하기도 싫지만, 이제는 일본 축구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축구 관계자들이나 축구에 관심이 많은 분은 이미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일반인들은 모르는 분이 더 많을 것 같습니다. 한일전에서 패한 적은 있지만, 대체로 전술 부재, 선수들 부상 등 그날의 경기력 부재를 이유로 들었지, 축구 수준을 지적한 경우는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요. 우리 정서상 패인을 한국과 일본의 수준차로 말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어느 감독과 선수들이 “일본과의 수준 차이를 절감한 경기였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그런데 현실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합니다. 허 감독은 일본은 고등학교 팀만 수천 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니 지난해 전 일본 고등축구연맹에 등록된 팀이 3962개더군요.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는 190팀이었습니다. 일본은 고교 축구팀이 의무라서 그렇게 많은 걸까요?우리가 한일전 승패에만 집중할 때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낮은 부분을 끌어올려 왔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수층도 두껍고, 대표팀 성적도 굉장히 안정돼있어 큰 기복이 없다는군요. 전 국가대표 이영표는 한 방송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보다 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일본이 더 강하다는 걸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가 2013년입니다. 저는 일본 축구를 배우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 일본 축구가 따로 있겠습니까. 세계 축구를 배우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성장한 결과겠죠. 단지 일본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세계 축구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우리는 너무 단기적인 한·일전 승패에만 매몰돼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정한 승리는 높아진 축구 수준의 결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볼은 둥글기 때문에, 하다 보면 어쩌다 우리도 브라질을 이길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런 단발성 승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터뷰를 준비하다가 남아공 월드컵을 앞둔 허 감독에게 월드컵에 출전했던 역대 감독들이 조언 한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사령탑이었던 차범근 감독은 이런 말을 했더군요. “월드컵을 석 달 남겨두고 네덜란드 현장 전력 분석보다 한·일전 승리에 더 신경을 썼다”라고요. 이번에 대표팀의 빌드업 축구도 마찬가지입니다만 감독이 생각하는 축구를 그라운드에서 구현하기까지는 많은 훈련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약체 팀에게 패하는 일도 생길 수 있겠지요. 그런데 당장 눈앞의 한·일전에 질까 봐 과거에 익숙하던 방식으로 시합을 치르게 하면 감독이 구현하려는 선진 축구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겠습니까. 작년 3월 벤투 감독의 대표팀이 평가전을 겸한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0대 3으로 진 뒤 여론의 비난이 워낙 거세지자 급기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히딩크 감독도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체코와의 평가전에서 0대 5로 지자 ‘오대영’이란 조롱을 받았습니다. 저는 축구에 문외한입니다만, 역설적으로 저 점수 차이가 보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벤투나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준비고 뭐고 간에 승패에 집착했다면 지더라도 저런 큰 점수 차이가 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월드컵이지 그 과정에 벌어지는 평가전이 아니니까요. 앞서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거의 다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우리는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한·일전에서 늘 지는 모습만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깨닫지 못하거나, 아니면 인정하지 않을 뿐 이미 그러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도 한국인인지라 굳이 일본이 우리보다 잘한다는 걸 입 밖에 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늘 지는 한·일전을 보고 싶지 않다면, 또 언젠가 일본이 월드컵 8강, 4강에 진출하는 걸 부러워하면서 구경하고 싶지 않다면 일본이 지금처럼 나아지게 된 과정은 반드시 배워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의 실력을 인정해야 하고 또 긴 호흡을 가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대한축구협회는 과연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습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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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여겨볼 日 축구 발전… 세계 축구 흐름 따라가며 장기계획 세워야”[이진구 기자의 對話]

    《12년 만에 월드컵 방문 16강 진출을 이뤄낸 카타르 월드컵. 비록 8강 진출은 못 했지만 한국 축구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무대이기도 하다. 12년 전 첫 방문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던 허정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대표팀 감독(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은 “이번 월드컵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 중 하나가 일본 축구의 발전상”이라며 “우리도 일본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유망주를 발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16강이 쉽지 않다는 전망도 많았는데, 당신은 오히려 좋은 기회라고 했더라.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이 강팀이다 보니 인색한 평가가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찬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손흥민 황희찬 김민재 등 선수 구성이 역대 월드컵 중 가장 좋았다. 더군다나 다른 때와 달리 11월에 열리다 보니 유럽에서 뛰는 다른 나라 선수들은 시즌 중에 참가해 팀 훈련을 충분하게 하지 못했다. 우루과이가 강팀이라지만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와 붙었을 때보다 전력이 훨씬 약해졌다. 그때 뛴 수아레스가 이번에도 뛰지 않았나. 세대교체가 안 된 거지. 포르투갈은 2002년에 우리가 이겨도 봤고, 또 마지막 경기라 워낙 변수가 많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우리가 독일을 이긴 것도 마지막 경기였다. 그래서 나는 16강이 아니라 오히려 8강을 노려야 한다고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빌드업 축구가 인상적이었는데, 그동안은 왜 못 했던 건가. “단순히 볼을 돌리면서 전진하는 게 빌드업이 아니다. 목적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볼을 돌리는 과정이라면 빌드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 상대의 뒤쪽 공간이나 급소를 노리기 위한 과정이어야 하는데, 이게 쉽게 쌓아지는 능력이 아니다. 또 상대가 우리 빌드업을 깨려고 전방 압박을 할 때 그걸 다시 깨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사실 빌드업 축구는 꽤 오래된 세계 축구의 흐름인데, 아쉽게도 우리가 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좀 약했다. 꼭 한발 늦게 따라가고…. 그러다 보니 한때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까지 들었다.” ―우리가 1986년부터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10회 연속 진출했는데 개구리라니…. “내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은 선수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에는 트레이너와 코치로 참가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 축구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나 정보가 거의 없었다. 늘 아시아권에서만 뛰었으니까.” (그 뒤라도 도입하면 되는 것 아닌가. 당신은 네덜란드에서 뛰다 왔는데.) “그런 축구가 누구 하나가 말 한 번 한다고 바로 되는 게 아니다. 오랜 기간 훈련하고, 극한 상황을 이겨내면서 조금씩 쌓이는 거다. 축구는 말이 아니라 발로 하는 것이니까.”※김정남 멕시코 월드컵 대표팀 감독은 당시 인터뷰에서 “참고할 만한 게 없어 막막하고 두려웠다. 마라도나 한 명만 알고 아르헨티나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의 이회택 감독은 “일주일이면 시차 적응이 다 끝날 줄 알았다. 잔디 등 그라운드 컨디션은 신경도 못 썼다”고 말했다. ―브라질전은 좀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이강인이 몸이 참 좋은 상태였는데 왜 처음부터 기용하지 않았는지 궁금하긴 하더라. 그리고 물론 감독이 제일 잘 알 테고, 또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게 다르긴 하겠지만, 지더라도 과연 그렇게 무기력하게 질 수밖에 없었는지 하는 생각은 들었다. 대비를 제대로 못 한 건 아닌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물론 브라질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세계 최고의 강팀이다. 그런데 6월에 우리가 브라질과 평가전을 하지 않았나.” ―당시 1-5로 졌는데….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평가전 때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비해, 질 때 지더라도 악착같이 상대를 힘들게 만들었어야 했다. 상대의 기술이 워낙 좋기 때문에 밀착 방어와 함께 옆에서 도와주고 막아주는 협력 수비도 치열하게 했어야 했는데, 수비에서 그런 면이 잘 안 보였다. 6월 평가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정말 제대로 보완했는지…. 이런 부분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브라질이 전반에만 4골을 넣으니까 후반전에는 다음 경기 대비하느라 살살 하지 않았나. 제대로 뛰었다면….” ―우리가 모르는 사정이 있었을까. “물론 그런 게 있을 수 있다. 멕시코 월드컵 때 조병득 골키퍼가 감기 걸리는 바람에 오영교 선수가 나갔다. 경기에 지니까 속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왜 조병득을 쓰지 않았냐며 엄청나게 비난하더라.” (아팠다고 하면 되지 않나.) “그걸 어떻게 다 일일이 말하겠나. 기자회견을 열어 아파서 못 나갔다고 할 수도 없고, 지고 난 뒤라 구차하기도 하고….” ―조별 예선에서 독일, 스페인을 침몰시킨 일본 실력이 대단하던데…. “정확한 숫자는 모르겠지만 일본은 고등학교 팀만 수천 개다. 우리와 비교가 안 된다. 그리고 일반 국민이 잘 모르는 게 있는데… 성인 대표팀은 그럭저럭 버티지만 중고등학교 한일전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거의 다 지고 있다. 일본은 굉장히 오래전부터 축구 발전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하고 있다. 유망주 육성은 물론이고, 이제는 유럽에 상설 캠프장까지 만든다고 한다. 전지훈련은 물론이고 유럽에서 뛰는 자국 선수들도 이용하고, 또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도 활용할 계획이라는 거다.” (우리는?) “없지….” ※지난해 전일본고등축구연맹에 등록된 고교 팀은 3962개다. 대한축구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 고등부(U18) 등록 팀은 190개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대표팀의 성적 부침이 적다고 하던데, 그런 까닭인가. “앞서 말했지만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부족한 면을 채우고, 낮은 부분을 끌어올리다 보니 우수한 선수가 끊임없이 배출돼 전력이 굉장히 안정돼 있다. 기본기나 기술은 지금 일본이 우리보다 앞선다. 근성도 많이 올라갔는데, 이번 월드컵 독일, 스페인전에서 후반에 뒤집기 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몸싸움 때 전혀 물러서지 않더라.” ―일본 축구가 한국보다 앞서는 걸 인정하지 않는 건 우리뿐이라던데 맞나. “그런 면이 있다. 내키지는 않지만 일본이 잘한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감정적으로만 대할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도 일본에 지는 건 싫다. 하지만 계속 지고 싶지 않다면, 인정할 건 인정하고 이기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노력해야 한다.” ※전 축구 국가대표 이영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 축구가 일본보다 강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나라들은 일본이 더 강하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이 말을 한 때가 이미 2013년이다. ―우리가 평가전이나 친선경기조차 너무 예민하다 보니 긴 호흡으로 준비하는 게 힘들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게 참 어려운 게… 물론 평가전이 새로운 전술을 시험하고 이런저런 선수도 기용해 보는, 감독의 구상을 적용해 보는 자리인 건 맞다. 그렇긴 한데 팬들은 워낙 기대가 크다 보니 또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승패도 중요한 거지. 더군다나 한일전이면 더…. 그러니 감독 입장에서는 평가전이지만 승패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에도 일부 그런 게 있었지만 과도한 악플은 이제는 좀 없어졌으면 좋겠다. 내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하도 충격을 받아 지금까지도 댓글을 못 보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유럽 전지훈련을 다녀온 뒤 공항에서 선수들을 다 풀어줬다. 대표팀이 대부분 대학 선수들이었는데, 바로 대학선수권대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회가 끝나고 평가전을 위해 소집했는데 다들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한여름에 4차례 경기가 포함된 전지훈련을 다녀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바로 대회를 뛰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평가전을 하는데 20분 정도 지나니까 녹초가 돼 뛰지 못하고 걸었다. 결국 1-4로 박살났다.” ―경기란 게 질 때도 있지 않나. 상대가? “일본…. 누리꾼들이 댓글로 융단폭격을 하는데, 그중 하나가 심장을 후벼 팠다.” (뭐라고 썼기에.) “그때 부친이 유럽 전지훈련 중에 돌아가셔서 급히 귀국해 장례를 치렀는데, 그 돌아가신 아버지를 걸고넘어졌다. 그 글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이후로는 지금까지 인터넷 댓글을 안 본다. 안 그래도 감독과 선수들은 지역 예선부터 본선까지 엄청난 심적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격려해 주면 좋을 텐데 꼭 그렇게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아야 하는지. 그런 모습은 이제 좀 없어졌으면 한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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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사회서 한국은 인권 중시국으로 신뢰 못 받는 게 사실"[이진구 기자의 對話]

    《지난달 중순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다. 2006년 초대 이사국에 선출된 이래 단 한 번도 없었던 일. 4자리를 놓고 6개국이 출전한 선거에서 우리는 5위에 그쳤다. 서창록 전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회 위원(현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은 “근본적으로 역대 정부들이 인권외교를 소홀히 한 결과가 쌓인 탓”이라고 말했다. 2014∼2020년 두 차례 유엔 인권이사회 자문위원을 역임한 그는 현재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당신에게는 더 충격이었을 것 같은데.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진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2006년 인권이사회 출범 때부터 지금까지 3연임 금지 규정으로 2012년, 2019년 두 번 쉬었을 때 빼고는 모두 당선됐다. 더군다나 방글라데시 몰디브 키르기스스탄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과의 경쟁이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금 탈레반이 여성들 학교도 못 가게 하는 나라다. 다 지고 그런 나라 하나 이겼으니….” ―왜 떨어졌다고 생각하나. “물론 원인은 복합적이다. 북한 인권문제에 소홀했던 전임 정부 탓이라는 의견도 있고, 현 정부의 인권외교 부재를 꼽는 사람도 있다. 외교부 말대로 너무 많은 국제기구 선거에 뛰어들다 보니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인권에 대한 역대 정부들의 관심 부족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인권외교 기반을 충분히 다지지 못해 나타난 결과다.” (우리는 유엔 사무총장까지 배출한 나라다.) “스위스 제네바는 유엔인권이사회뿐만 아니라 수십 개의 분야별 국제기구와 수백 개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이 있는, 매년 3000여 회의 국제회의가 열리는 다자외교의 중심지다. 그래서 170여 개국이 상주 대표부를 두고 있다.” ―갑자기 제네바 이야기는 왜 꺼낸 건가. 우리도 주제네바 대표부가 있지 않나. “있는데… 인권 담당자는 달랑 세 명이다. 내가 인권이사회 자문위원 할 때 보니, 우리 외교관들은 위원회에서 중요한 협의를 하는데도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가 뭔가.) “인원은 적은데 업무가 너무 많은 탓도 있고, 한국에서 높은 분들이 오면 의전에 투입되느라 못 오기도 했다. 또 서기관들은 대부분 2년도 채 안 있고 떠난다. 초기에는 인권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부족해 좌충우돌하며 배우는데, 그나마 조금 익숙해질 때면 가는 거다. 외교부 본부에도 인권 담당 사무관은 4명뿐이다.” ―현안 따라가기도 힘들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관련해 벌어지는 많은 사안을 다 파악하기가 어렵다. 외교부는 전략 실패라고 하는데… 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큰 그림을 못 보는데 무슨 전략을 짜겠나. 그런 상황에서 마침 후보국들도 만만해 보이니 ‘설마…’ 하다가 떨어진 거지.” ―당신 같은 전문가들이 도와줄 수도 있지 않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회를 통해 정기적으로 자문은 한다. 하지만 긴박한 결정을 할 때는 외부 전문가 의견을 듣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번 인권이사회 이사국 선거도 마찬가지였던 걸로 안다.” (외교부는 올해 4대 중점 선거 중 하나라고 했는데 전 자문위원에게 자문도 안 구했다는 건가.) “중요한 이슈들이 매일같이 있다 보니 직원들이 특정 사안을 고민하고 공부할 겨를이 없다. 누군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사안별로) 외부 전문가 집단도 만들고 자문도 구할 텐데 그런 시스템이 없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2015년에 만났던 오스트리아 인권 담당은 아직도 있더라. 그러니 아는 것은 물론이고, 인적 네트워크도 얼마나 넓겠나. 선진국은 협상도 선거운동도 그런 사람들이 한다. 내가 2020년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 위원 선거에서 당선됐는데, 일본 위원에게 물어보니 선거 3년 전에 외무성에서 의사 타진을 해왔다고 했다. 그리고 3년 동안 당선되는 데 필요한 훈련과 지원을 해줬다는 거다. 외국에서 관련 공부도 시켜주고, 제네바에서 활동하게도 해 주고….” (당신은?) “나 혼자 개인 플레이로 뛰었다.” ―우리 인권 외교가 오락가락이라는데, 현실을 고려하다 보니 그런 건가. “노(NO), 원칙과 실력이 없어서다.” (원칙과 실력?) “인권은 그 무엇보다도 상위에 있는 가치지만, 그렇다고 현실을 무시한 채 존재할 수도 없다. 인권 유린을 당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도우려면 탈레반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지 않나. 그래서 중요한 것이… 그 나라가 가진, 인권에 대한 일관된 원칙이다. 그 원칙 아래서 인권 외교를 추진해야 실력도 생기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게 된다. 국제적 신뢰가 있으면 개별 사안에서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인다고 앞뒤가 다른 나라라고 하지는 않는다. 힘이 모든 것인 국제사회에서 인권을 수호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원칙이 없다. 그러니 실력을 쌓을 수도 없다.” ―인권에 대한 원칙 부재가 실력 부재로 이어진다는 게 무슨 말인가. “지난달 초 유엔 인권이사회가 중국의 신장위구르족과 소수 민족에 대한 반인도적 범죄 혐의와 관련한 토론 개최 여부를 묻는 투표를 했다. 우리는 찬성표를 던졌는데, 이후 같은 사안에 대한 유엔 총회(제3위원회)의 규탄 성명에는 동참하지 않았다.” (바뀐 이유가 있나.) “앞뒤가 안 맞을 때마다 쓰는 말이 있지 않나. ‘여러 가지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외교부도 궁색한 거지.” ―제반 상황이 뭔지는 말 안 하던데. “한 사회가 가진 인권에 대한 신념은 오랜 시간 공들인 고민과 노력의 산물이다. 개별 사안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는 것은 그 흔들리지 않는, 확립된 가치관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것을 그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는 없지만 기준이 있으니 입장을 달리해도 많이 벗어나지 않고, 그러다 보니 변명도 어느 정도는 남들이 보기에 이해가 가게 만든다. 그게 실력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신념은 없고, 위정자에 따라 입장이 완전히 바뀌니 준비를 할 수가 없다. 외교부는 자타가 공인하는 수재들의 집단이지만, 앞뒤가 완전히 다른데 무슨 재주로 논리를 만들겠나. 사실 외교부도 불쌍하다.”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 “하든 말든 일관돼야지, 했다가 안 했다가 하면 어떻게 하나. 더군다나 우리 문제인데. 얼마 전 있었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인권 침해 규탄 결의안에 불참한 것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나는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인권의 뜻이 뭔지 궁금하다. 그냥 정치적 수사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창피한 말이지만, 우리 생각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인권을 중시하는 나라라는 신뢰를 못 받고 있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 같은 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위다.” ―문재인 정부는 도저히 받을 수 없는 흉악범들이라 추방했다고 했다. “설사 흉악범일지라도 돌려보냈을 때 박해받을 게 분명하면 안 보내는 게 국제인권법상 기본 원칙이다. 백번 양보해 흉악범이라 돌려보낸다고 해도, 정말 흉악범인지 절차를 거쳐 면밀하게 조사했어야 했다. 그런데 며칠 만에 보냈다.” ※2019년 11월 2일 탈북 어민 2명이 해군에 나포됐다. 이들은 귀순 의사를 밝혔으나 정부는 같은 달 5일 북측에 추방 통보를 한 뒤 7일 인계했다. 이들은 고문 끝에 참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자칭 진보라는 정부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박근혜 정부 시절 내가 주로 진보 진영에서 인권 운동하는 사람들을 모아서 ‘북한 인권 평화 모임’이란 걸 만들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잘못했던 것도 반성하고, 제대로 된 북한 인권 운동을 하자는 취지였다.” (‘제대로 된’이라니?) “앞서도 말했지만 인권 정책은 원칙을 확립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졌다. 보수도 진보도 북한 인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 이런 생각에 공감하고 그렇게 돼야 한다고 했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에 많이 참여했다.” (결과를 보면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데….) “물어봤더니… 북한 인권 문제는 건드리지 말라는 분위기라 할 수 없다고 하더라.”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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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창작자) 씨가 마르면 어부(OTT)는 살 수 있을까[이진구 기자의 對話]

    얼마 전 영화 ‘담보’ ‘하모니’를 만든 강대규 감독을 만났습니다. 그는 ‘해운대’ 조감독, ‘히말라야’ ‘공조’ 각색 등을 맡았던 충무로의 차세대 유망주지요. 강 감독을 만난 이유는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 문제에 대해 듣기 위해서였습니다.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저작권료)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합니다. 8월 말 ‘천만 감독’ 등 국내 영화감독 200여명이 국회에 모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그런데 관련 법 개정이 가시화되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 등 콘텐츠를 송출하는 최종 플랫폼 산업계의 반대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법으로 저작권료를 보장하면 △사적 계약의 자유가 침해되고 △저작물 권리자와 이용자 간 균형 발전이 저해되며 △복잡한 권리 제도로 인해 오히려 영상 콘텐츠 유통도 위축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감독·작가에게만 저작권료를 챙겨준다면 영화에 참여한 다른 직군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얼핏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대부분의 감독이 작품 계약 시 완전 ‘을’ 입장이라는 걸 생각하면 ‘사적 계약의 자유’와 ‘균형 발전’ 운운은 ‘갑’의 입장을 대변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대부분의 감독이 평생 만드는 상업영화가 5편 미만이라는 게 그 반증이지요. 평생 기회가 5번도 채 안 오는 감독들이 조건을 따져가며 계약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계약의 자유라니요. 이런저런 이유를 말하지만 결국 최종 플랫폼 산업계가 법 개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법이 개정되면 콘텐츠의 복제·배포·방송·전송 등의 행위로 발생한 수익 중 일부를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하니까요. 예를 들어 넷플릭스 같은 OTT 사업자는 저작권을 가진 제작사나 투자사에서 영상 콘텐츠를 사와 방송합니다. 방송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은 OTT 몫이었죠.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 사 오는 비용과 별개로 이후에 방송·배포 등으로 발생한 수익 중에서 일부를 창작자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OTT 입장에서는 손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요.그런데 저는 오히려 법이 개정돼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이 지급되는 게 길게 보면 OTT 등 최종 플랫폼 산업계가 더 많은 돈을 버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입니다만, 넷플릭스나 디즈니+, 티빙 등 국내외 OTT에 볼 게 없으면 장사가 되겠습니까? 볼거리를 만드는 원천은 감독·작가 등 창작자들이죠. 국내 영화감독들의 연 평균 소득이 2000만원이 안 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창작자들이 모두 고흐나 밀레도 아닌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어떻게 좋은 작품을 만들겠습니까. 전에도 언급했지만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은 첫 번째 상업 영화가 무산된 후 두 번째를 찍는 데 17년이 걸렸습니다. 그 작품이 ‘범죄도시’죠. 그 기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강 감독은 지금도 영화를 지망하는 청년들에게 “꿈에 목숨까지 걸지는 않았으면 한다”라고 조언한다더군요. 당장은 안 주던 돈을 줘야 하니 OTT들로서는 수익이 준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부들도 아직 어리거나 산란기 물고기는 바다에 놔 줍니다. 물고기가 없으면 어부들도 살 수 없으니까요. 저는 정당한 보상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면 OTT 사업자들은 당연히 돈을 많이 법니다. 그렇다면 OTT 사업자들이 창작자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것은 손실이 아니라 자기 밭에 씨를 뿌리는, 투자가 아니겠습니까. 그로 인해 1000억원 시장을 10조원 시장으로 만든다면, 오늘 지출한 적은 돈과는 비교할 수 없을 큰 이득이 생길 것입니다. 그게 더 나은 선택이 아닐는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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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구 기자의 對話]“젊음 바쳐 나라 지켰다는 걸 내 나라에서 인정받고 싶을 뿐”

    《최근 6·25전쟁 때 세운 무공으로 프랑스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슈발리에’까지 받은 노병들의 국립현충원 안장이 거부됐다. 현행 국립묘지법이 국내 무공훈장을 받은 사람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자 국가보훈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6월 프랑스 정부로부터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박동하 옹(94·예비역 하사)은 “60여 년 동안 국방부, 육군본부 등에 전쟁 때 세운 무공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민원 접수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왜 인정할 수 없다는 겁니까. “우리 육군에 기록이 없다는 거지요. 제가 1951년 경기 양평 ‘지평리 전투’, 강원 양구 ‘단장의 능선 전투’ 등에서 잘 싸웠다고 전쟁 중에 프랑스로부터 동성십자훈장 두 개를 받았어요. 그걸 인정받고 싶어서 전역하고 1960년대부터 국방부, 육군본부 등에 민원을 넣었지요. 그런데, 대부분 접수도 제대로 안 해줬어요. 어쩌다 받아줘도 우리 측 기록이 없어 인정해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당연하지요. 전 프랑스 대대에 배속돼서 싸웠으니까 전투 기록은 프랑스에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프랑스 기록을 제출하면 될 텐데요. “왜 안 했겠어요. 그런데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사실증명까지 보냈는데도 인정해주지 않더라고요. 제가 프랑스군에 배속돼 싸웠을 뿐이지, 프랑스를 위해 싸운 게 아니잖아요. 외국군에 소속돼 치른 전투는 조국을 위해 싸운 게 아닌가요? 어떻게 보면 프랑스가 대신 기록하고 훈장을 준 것뿐인데…. 프랑스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주는데 정작 내 나라는 60년 동안이나 모른 척했으니….”※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1∼5등급까지 있고, 슈발리에는 5등급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조앤 롤링, 삼총사의 알렉상드르 뒤마, 드레퓌스 사건의 알프레드 드레퓌스, 지휘자 정명훈 등이 슈발리에를 받았다. ―지평리 전투가 6·25전쟁 10대 전투 중 하나일 정도로 중요한 전투였더군요. “당시 중공군 개입으로 서울을 다시 잃었어요. 중공군은 5만 명 정도였는데 우리는 국군, 미군, 프랑스군 다 합쳐 5000여 명에 불과했지요. 사흘간 밤이 되면 중공군이 꽹과리와 나팔을 불며 쳐들어오는데, 마치 시커멓고 커다란 파도가 끝없이 몰아닥치는 것 같았어요. 살아남은 게 기적이었죠. 그저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밖에는 안 들더라고요. 정신없이 총을 쏘고 백병전을 벌였는데… 지평리 전투는 패전을 거듭하던 유엔군이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물리친 최초의 전투였어요. 이 승리로 서울을 재탈환할 수 있었고요.” ―프랑스 부대에는 어떻게 배속된 겁니까. “제 고향이 평안남도 순천인데 전쟁 터지고 공산당을 피해 서울로 내려왔어요. 집안이 소지주 정도 됐는데, 계속 남아 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리고 1950년 12월 국군에 입대했고, 두 달 정도 지난 후 미 2사단 23연대 프랑스 대대에 배속됐지요. 프랑스군으로만 대대 병력을 모두 채울 수 없었기 때문에 나머지는 한국군을 차출했다고 해요. 한국군은 140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영어 소통이 가능해서 뽑혔다고 하던데요.) “그 정도는 아니고, 중졸 이상 중에 ‘예스’ ‘노’ 정도만 할 줄 알면 뽑았어요. 부대 안에서는 손짓, 발짓으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생활하는 데 큰 지장은 없었어요. 프랑스군이 대단했던 게 미군 연대장이나 사단장도 프랑스 대대장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어요. 맥아더 장군과도 맞짱을 뜨시던 분이니까요.” ―맥아더 장군은 유엔군 사령관인데 대대장이 어떻게…. “우리 대대장이 6·25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중장에서 중령으로 자진 강등한 랄프 몽클라르 장군이었거든요.” (자진 강등요?) “우리 국민 중에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가 꼭 이야기하고 싶어요. 유엔군 파병이 결정됐지만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잖아요. 프랑스도 병력을 보낼 여력이 없었대요. 그래서 프랑스 정부가 시찰단만 보내려고 했는데 ‘몽’ 장군이 그러면 안 된다고 하고, 몸소 전국을 돌며 모병해 참전했어요.” ―프랑스군은 전부 자원병이었습니까. “네, 모두 자원 입대자들이었어요. 그런데 편제상 대대는 중령이 지휘하기 때문에 중장이 맡는 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몽’ 장군이 ‘계급은 중요하지 않다’며 중령으로 자진 강등해 한국에 왔지요. 곧 태어날 자식에게 자유와 평화라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참전했다는 긍지를 물려주고 싶다며…. 그때 그분이 58세였어요. 아내는 만삭이었고요. 1, 2차 세계대전을 다 겪은 분이에요. 전쟁이라면 지긋지긋했겠지요. 더군다나 어린 아들과 만삭의 아내를 두고….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는 그런 분들의 희생으로 지켜졌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랄프 몽클라르(1892∼1964). 본명은 라울 샤를 마그랭베르느레. 몽클라르는 2차대전 때 나치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용한 가명이다. ―종전 후에도 프랑스와 계속 교류를 가졌더군요. “그 사람들이 참 대단한 게, 외국인이지만 프랑스 부대에서 함께 싸웠기 때문에 저희들을 프랑스 군인과 똑같이 대해줬어요. 1960년대 중반쯤인 것 같은데… 주한 프랑스대사관 무관이 저를 수소문해서 연락을 해 오더라고요.” (대사관 무관이 왜….) “보니까 전쟁 때 함께 싸운 소대장이었어요. 참전했던 장교들이 종종 무관으로 오더라고요. 올 때마다 연락을 하고,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6·25전쟁 참전 관련 행사를 하면 늘 불러줬지요. 프랑스에서 높은 분들이 올 때도 꼭 초청해주고요. 전쟁에서 보여준 제 무공 때문에 프랑스군 위상이 높아져 감사하다면서요.” (실례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2018년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 왔을 때 판문점에 동행한 것도 그런 차원입니까.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이었는데, 이번에 함께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박문준 씨와 함께 갔지요. 2019년 방데…뭐라는 전함(프랑스 태평양함대 소속 방데미에르 전함)이 인천항에 왔을 때도 초청받아 갔고요. 한국과 프랑스 간에 군사적인 행사가 있으면 꼭 부르더라고요. 전에는 제가 버스 타고 갔는데, 지금은 거동이 불편하다 보니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차를 보내줘요.” ―작년 5월 프랑스 국방부가 파리에서 6·25전쟁 참전 대대 전사자 명비 제막식을 가졌는데 한국군 24명도 포함됐더군요. “전쟁 때도 느꼈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가 한국군이라고 차별하지 않고, 똑같은 전우로 대해줬어요. 그리고 정말 대단한 게, 지금까지 70여 년 동안 기록을 보존하고 있으니까 가능한 일이잖아요. 자기 나라 군인도 아니고, 차출된 남의 나라 졸병 명단까지 70년을 보존한다는 게 어떤 국가의 철학, 정신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육해군 3421명을 파견한 프랑스는 전사자 262명, 부상자 1008명, 실종자 7명이 희생됐다. ―선생님처럼 유엔 참전국에 배속된 한국군이 2만 명이라는데, 우리는 정확한 명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만. “제가 작년에 프랑스 최고 무공훈장인 ‘군사훈장’, 올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는데, 없던 무공을 갑자기 세워서 받은 게 아니잖아요. 전쟁 때 프랑스 대대에서 무공훈장 받은 기록이 남아 있어서 세월이 지나 받게 된 거죠. 이번에 제 문제로 논란이 되니까 국가보훈처가 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유엔 참전국 훈장을 받은 사람들의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겠다고 했는데, 다행이기는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은 거죠.” (혹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이 부상도 좀 있습니까? 최고 훈장인데.) “하하하, 별거 없더라고요. 우리 돈으로 월 6000∼7000원 정도 나오는데,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게 관행이라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돈이 아니라 명예지요.” ―실례지만, 왜 그토록 무공훈장을 인정받고 싶었던 겁니까. “제 나이 아흔넷인데 뭘 더 바라겠어요. 단지 목숨을 걸고,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켰다는 걸 내 나라에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뿐이죠. 현충원 안장 요청도 그런 차원이고요. 훈장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프랑스 대대에서 함께 싸웠던 140여 명의 한국군 전우들은 이제 거의 다 죽었어요. 훈장을 받은 저도 인정을 못 받는데, 그들은 누가 기억을 해주나요.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는 기억을 해주는데, 정작 조국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면… 우리는 누굴 위해 싸운 건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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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땀이 아닌 피로 만든 작품이 과연 좋은 작품일까요 [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과 저작권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인터뷰가 나간 뒤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감독들이 제작사와 계약을 잘 맺으면 된다는 것이죠. 정말로 영화를 잘 만들 자신이 있다면, 계약금도 충분히 받고, 다음에 발생할 흥행도 고려해 계약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정당한 보상’ 요구도 애초에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제작사에 안 넘겼다면 벌어지지 않을 문제라는 것이죠. 물론 그렇습니다. 스스로 계약을 불리하게 해놓고, 나중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좀 이상해 보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해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오징어게임처럼 초대박 작품을 만든 감독이 아닌 한 제작사와 대등한 계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한국영화감독조합에 따르면 국내 영화감독들이 평생 제작사와 제대로 계약을 맺고 찍는 상업영화가 평균 5편이 안 된다고 합니다. 30, 40대 감독들은 3편이 안 되고요. 평균 수치니, 유명감독이 아닌 경우에는 이보다 훨씬 적겠지요. 작품 수가 이렇게 적은 것은 결국 제작사, 투자사를 잡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작품을 만들 기회가 적은 감독들에게 애초부터 당신이 계약을 잘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말입니다. 누군들 그렇게 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취업이 절실한 청년들에게 회사 재무 상태, 복지, 임금, 근무 환경 등을 다 따져보고 마음에 안 차면 가지 말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지요.대부분의 감독이 추후 발생하는 수익은 고사하고, 계약금도 많이 요구하지 못하는 데는 이런 현실도 있다고 합니다. 한정된 제작비에서 감독 계약금을 올려줄 경우 다른 부문, 예를 들어 컴퓨터 그래픽이나 음악 같은 곳에 쓸 돈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영화를 찍을 기회도 적은 감독들이, 간신히 찍게 된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면서까지 자기 계약금을 올려 받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지난번 기사에서 저는 창작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생존권’ 또는 ‘최저생계비’라고 했습니다. 어느 산업이든 발전하려면 인프라가 튼튼해야 합니다. 창작자들이 영화 분야의 인프라인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데 작품 활동은 물론이고, 생계조차 불투명하다면 누가 영화 산업에 뛰어들겠습니까. 강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국회에서 저작권법이 개정돼 외국에서 저작권료를 받게 되면 저작권 관리 단체가 그중 일부를 적립해 창작자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고요. 세계의 저작권 관리단체들은 저작권료 수입액의 일정 비율을 창작자들을 위한 생활 및 의료 지원금, 복지 등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나 비슷하겠지만 창작 활동은 직업 안정성이 굉장히 떨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일한다는 게 쉽지 않지요. 마음이 불안한데 어떻게 좋은 작품이 나오겠습니까. 적더라도 자기 작품으로 인해 꾸준히 수입이 생기거나, 혹은 저작권료 수입을 통한 기금으로 작품 활동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K 콘텐츠가 양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비교가 적당한지 모르겠습니다만, 과거 한국 축구가 월드컵이나 올림픽에서 대패하고 나면 유소년 축구부터 육성해야 한다, 잔디 구장이 필요하다,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인프라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다른 분야도 비슷합니다. 그런데 유독 영화 분야는 우리 작품이 아카데미상, 에미상을 탈 때마다 K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얘기하면서도 그 뒤에 가려진 잘못된 현실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적은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은 땀으로 만들어야지, 피로 만들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이진구기자 sys1201@donga.com}

    • 2022-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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