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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진영에 갇힌 흑 ●는 의외로 운신의 폭이 넓다. 주변에 약한 돌이 없기 때문에 이 돌 하나만 타개하면 된다. 흑 35로 외부 탈출 길을 열고 37로 안형을 갖추면서 우하 백에 대한 역습도 노린다. 그래서 백도 38, 40으로 두텁게 밀어 대응한다. 공격을 위해 미리 약점을 없애는 행마다. 흑은 41, 43으로 더 확실한 근거를 마련했다. 백이 42 대신 참고 1도 백 1로 근거를 빼앗으며 공격하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흑은 2부터 6까지 슬금슬금 백진을 가르며 나온다. 백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그런데 백 46 때 흑은 손을 빼고 47로 백의 좌하 귀에 침입한다. 우변 흑은 안전하단 뜻일까. 흑의 배짱 전략에 백이 화를 내며 우변 흑을 상대로 맹공을 펼칠 법하건만 그냥 좌하 귀를 받아준다. 좌하 귀는 참고 2도 흑 1로 두면 쉽게 살 수 있다. 흑 5가 기억해둘 만한 수. 하지만 선수를 빼앗기면 남는 장사가 아니다. 선수를 잡은 흑은 우변을 보강할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흑 51로 쳐들어간다. 우변은 어쩌고?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에 대해 흑 21은 당연하고, 백 22가 준비된 수. 엉뚱한 곳에서 백이 무리하게 싸움을 거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흑은 참고 1도 1로 단수 치고 싶지만 10까지 백 모양이 활발하다. 수순 중 흑 7을 생략하고 8의 곳에 두면 백 ‘가’로 끊는 수가 성립한다. 백은 24를 선수하고 26으로 가볍게 둔다. 좌상 귀에서의 접전을 미끼로 우변과 상변이 호응하는 모양을 만들어 낸 것. 이걸 보면 알파고는 시야가 참 넓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실리가 아깝다고 백 26으로 바로 참고 2도 백 1로 두는 것은 흑 2의 역습이 작렬한다. 흑 6까지 백의 모양이 무거워 좋지 않다. 우변과 상변의 백 모양이 좋기 때문에 흑은 29로 당장 쳐들어간다. 백은 30, 32로 잠시 숨을 고른 뒤 백 34로 멀찌감치 공격한다. A가 더 강한 압박이지만 그만큼 위험하다. 백 34는 안전하고 세련된 공격이다. 그렇다면 흑도 세련된 타개를 보여줄 차례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최근 제23회 LG배 통합예선이 끝났다. 16장의 본선 티켓은 중국이 12장, 한국이 4장을 가져갔다. 본선에선 시드를 받은 16명과 예선통과자들이 다음 달 28일 32강 토너먼트 대결을 벌인다. 흑 3처럼 바로 귀를 지키는 수가 알파고제로 대국에서 많이 등장한다. 백 12도 이젠 정형화된 수. 과거 정석처럼 참고 1도 백 1에 두는 것은 알파고는 물론 프로기사의 기보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흑 2∼6이면 흑이 편하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백 12는 흑이 걸칠 여지를 주지 않는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백 14, 16 역시 알파고의 정석. 그냥 참고 2도 백 1로 받으면 흑 2, 4로 두는 것이 탐탁지 않다는 뜻. 백 18 역시 알파고의 수. 매우 이른 시기에 둔 것인데 흑 19와 교환돼 부분적으론 손해라고 할 수 있다. 알파고의 수지만 아직 프로기사들이 따라하기 힘든 수다. 백 20은 축이 유리할 때 둘 수 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알파고는 백을 잡았을 때 승률을 55%로 계산한다. 백이 이미 유리한 상태에서 바둑을 시작하는 것이다. 따라서 흑이 이기려면 5%의 차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 대국은 흑이 반집을 이긴 상황에서 백이 돌을 던졌다. 알파고 셀프 대국에서 역전이 가능한 것을 보면 알파고도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흑이 어디서 5%를 따라잡았는지 아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 미세한 차이가 인간의 눈에는 선뜻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알파고의 타개 실력이나 끝내기 정확성으로 볼 때 먼저 실리를 차지하는 쪽이 유리하다는 평가지만 이 바둑은 흑이 세력 작전으로 이겼다. 이 바둑에서 흑이 유리해졌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은 참고도다. 흑 1이 박력 있는 다가섬. 백 2는 이유 있는 반격이다. 흑 17까지 백은 상변과 중앙을 삭감하고 흑은 좌변 백 석 점(2, 8, 10)을 잡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나무랄 데 없는 절충이지만 좌변을 확실히 차지한 흑이 조금이나마 나아 보인다는 평가다. 그렇다면 어디서 백은 방향을 틀었어야 했을까. 그것 역시 너무 많은 변수가 존재해 그저 알 수 없을 뿐이다. 225=222, 248=89, 258=251, 261=250. 261수 끝 흑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젠 정말 끝내기만 남았다. 변화가 일어날 곳이 없기 때문에 끝내기 크기를 비교해 큰 순서대로 먼저 두면 된다. 이 시점에선 프로기사도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면 실수가 없다. 알파고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흑 55는 정수. 참고 1도 흑 1을 선수하고 3으로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백 4, 6을 선수한 뒤 백 10까지 두면 흑이 실전에 비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백 66은 반상 최대의 곳. 10집이 넘는 큰 자리다. 흑 67도 그에 못지않은 곳. 백 68로 붙였을 때 흑 71로 받은 것은 실수. 참고 2도 흑 1, 3의 선수 끝내기를 한 뒤 71의 곳을 뒀어야 한다. 백 74가 역끝내기 3집이 두터운 곳. 백이 끝내기에서 추격하는 양상이다. 흑 77은 역끝내기 2집으로 후수 4집의 가치를 지닌다. 여전히 반집을 다투는 미세한 형세. 알파고의 대국은 항상 반집 승부로 귀결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대국도 261수에서 백이 돌을 던졌는데 계가했다면 흑의 반집승이었다. 이후 수순은 총보.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반집을 다투는 미세한 형국이다. 끝내기 초입 단계지만 아직 정리해야 할 곳이 즐비하다. 인간은 이런 상황이 제일 어렵다. 차이는 미세한데 변수가 많아 한 수를 둘 때마다 계산과 방향 설정을 거듭해야 한다. 이창호 9단이 세계 최고였던 건 이런 끝내기 초입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알파고 역시 이런 상황에서 실수가 없다. 백 24, 26과 흑 27, 29는 맞보기의 곳. 백 32로 연결을 강요하자 흑 33으로 연결 전 이득을 보자고 나섰다. 흑은 공배를 연결하지 않고 35, 37로 흑 한 점을 살리며 효율적으로 응수한다. 백 38로 중앙 삭감에 나설 때 흑 39가 날카로운 반격. 백이 참고 1도처럼 둘 순 없다. 흑 2, 4면 백 대마가 끊기기 때문이다. 흑 43으론 참고 2도 1, 3으로 두는 것이 더 이득처럼 보인다. 하지만 백 10까지 중앙에서 손해를 본다. 실전처럼 두텁게 처리하면서 선수를 잡는 것이 흑으로선 더 낫다. 흑은 49로 중앙을 제압해 얻을 것을 다 얻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은 중앙을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반대로 백은 중앙만 적당히 삭감하면 우세하다. 심리적으론 백이 편하다. 물론 알파고엔 심리라는 게 없지만 말이다. 백 알파고는 흑이 먹으라고 던져준 돌(●)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다. 백 100으로 응급처치만 한 채 104로 상변을 확실히 연결했다. 이래야 나중에 중앙으로 진출할 든든한 배경이 된다. 그렇다면 흑으로선 105로 좌변 돌(●)을 살리는 게 맞다. 이때 참고 1도 백 1로 끊으면 좌변 백 돌을 좌상과 연결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 입은 손해가 만만찮게 크다. 흑은 107로 좌변을 확실히 잡았다. 여기서 참고 2도 흑 1처럼 한 줄 더 욕심을 내는 것은 백 6까지 흑이 겁나는 진행이다. 백이 살면 바로 흑은 돌을 거둬야 하기 때문이다. 백 108부터는 흑백이 큰 곳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 그사이 백은 중앙 흑세를 지웠고, 흑은 좌변에 두툼한 집을 만들어 실리의 균형을 맞췄다. 이렇게 평온이 찾아오자 어느덧 끝내기 국면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0은 흑의 입장에선 아픈 수. 이 수로 상변 흑진이 많이 훼손됐다. 흑으로선 중앙에 길게 늘어선 흑 세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그러나 시급한 작업은 좌하 모양부터 정리하는 것. 흑 81 이하는 흔히 쓰는 정석이다. 다만 여기서도 후수를 잡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비극. 백 88을 당하자 하변 흑진 역시 그 위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흑의 처지에선 이제 편하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흑 91이 강력한 대시. 좌상 백의 약점을 이용해 중앙으로의 진출로를 봉쇄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참고 1도 백 1로 뛴다면 흑 2, 4의 묘수를 당한다. 참고 2도 백 1로 붙이면 어떨까. 이때도 흑 2가 쉽게 찾아내기 힘든 급소. 흑 6까지 백을 차단한다. 백 92의 역 협공이 침착한 대응. 흑 93도 중앙을 틀어막는 좋은 감각이다. 흑 91 한 점은 여차하면 버리겠다는 뜻이다. 즉 실전처럼 백 98로 고개를 내밀 때 흑은 중앙에서 틀어막겠다는 것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전보 마지막 수인 백(○)을 보자마자 의문이 들었다. 흑이 만약 참고 1도 1로 강력하게 끊으면 백이 곤란하지 않을까. 백 2로 잇는 것이 최선처럼 보이는데, 흑 5까지 백 대마의 운신이 편하지 않다. 흑 ‘가’로 끊는 노림도 남는다. 왜 흑 알파고 제로는 참고 1도를 택하지 않았을까. 뭔가 백에게 다른 방책이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변화해도 최소한 실전보단 강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알파고의 의중은 알 수 없으나 실전 흑 61처럼 완만하게 공격해도 우세하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흑은 백 70까지 죽죽 밀어붙였다. 백도 하변 흑진 속으로 들어가는 양상이기 때문에 전혀 불만이 없다. 흑 71은 A의 급소 치중을 노리는 행마. 백 76 때 조심해야 한다. 웬 떡이냐 하고 참고 2도 흑 1로 잡으면 백 4로 진출해 상변 흑 진까지 깨며 살아간다. 백 78로 돌아와 백은 어느 정도 수습된 형태. 흑이 별로 얻은 게 없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41은 선수를 잡기 위해 쓰는 수. 흑은 좌하에서 손을 빼고 45로 우상 백을 공격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참고 1도 흑 1, 3처럼 중앙을 키우는 것은 어떨까. 백은 4, 6으로 하변 침투에 나선다. 흑은 이 공격에 실패하면 곧바로 집 부족에 빠지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특히 알파고는 타개의 달인 아닌가. 따라서 우상 백을 공격하며 자연스럽게 하변 세력을 확장하자는 게 흑의 생각이다. 흑은 49의 단단한 한 칸 행마로 ‘공격 앞으로’를 외친다. 그러자 백도 50으로 버티며 ‘잡을 테면 잡아 봐’라고 배짱 좋게 나온다. 흑 53은 급소. ‘붙이면 젖혀라’는 격언처럼 참고 2도 백 1로 받으면 흑 2에 백의 행마가 아주 곤란해진다. 백 3으로 호구해도 흑 4로 ‘가’의 끼움을 노리는 게 백으로선 신경 쓰이는 수. 백 54는 하고 싶지 않은 교환이지만 백 56을 두기 위해 불가피하다. 흑은 이번 공세에서 뚜렷한 대가를 얻어 내야 한다. 그런데 백 60은 위험한 행마 아닐까.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좌하 귀 흑 화점에 백이 삼삼 침입을 할지 궁금했는데 백 22로 바로 보여준다. 이젠 화점=삼삼침입이 동의어나 마찬가지처럼 느껴질 정도다. 흑 23은 알파고가 좋아하는 정석 중의 하나이다. 대사(大斜)정석이라 불리는데 백이 30의 곳에 먼저 붙이면 매우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백 24, 26이 가장 간명한 정석 중 하나. 백 30은 노골적인 실리작전. 참고 1도 백 1, 3으로 두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정석이다. 하지만 우상 귀에 흑 21이 삐죽 나와 있어 참고 2도 백 3의 가치가 그리 크지 않다. 백 30을 두지 않고 참고 2도 백 1처럼 좌하 귀 큰 곳을 차지하면 어떨까. 그럼 흑 2로 막는 수가 강력하다. 실전처럼 백 3으로 끼워 잇는다면 흑 8로 버티는 수가 가능하다. 따라서 백은 3 대신 ‘가’로 귀를 지켜야 하는데 흑 2와 백 ‘가’의 교환은 백이 당한 꼴이다. 백은 38까지 실리를 확보하긴 했는데 흑 39로 막아 하변에 엄청난 먹구름이 생겼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흑 3으로 바로 삼삼에 침입하는 것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최근 프로기사의 대국에서도 흔히 나온다. 알파고가 만든 유행이다. 백 6으로 한 번만 젖히고 백 8로 우상귀를 차지하자 흑은 다시 삼삼에 들어간다. 그렇다면 화점에 대해 걸치지 않고 삼삼에 들어가는 것이 최선이란 뜻이다. 여기서 프로기사들의 감각이라면 참고 1도 백 1로 막는 것이 맞다. 상변은 좌상귀가 아직 결정되지 않아 가치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백은 선수를 잡고 7로 우하귀를 차지할 수 있는데 흑은 아마 8로 또 삼삼에 침입할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 제로는 좌상귀 정석을 마무리한다. 백 16까지는 일사천리의 진행. 이 편이 참고 1도보다 낫다는 뜻일까. 이건 인간의 능력으론 확인 불가능하다. 흑 17로 참고 2도 흑 1처럼 우하 귀를 차지하면 백은 12까지 좌상귀와 똑같은 정석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건 흑이 상변에 편중된 모습이어서 내키지 않는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이 바둑을 둔 알파고 제로20은 인간의 기보를 학습하지 않았다. 바둑 규칙만 안 뒤 스스로 학습을 통해 사흘 만에 이 바둑을 둘 때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참고도(실전 87∼97)다. 하변에서 패가 나 백돌의 생사가 걸린 상황. 흑 1의 팻감은 악수지만 지금은 하변이 더 급하다. 백 4, 6이 지략을 다한 수. 멀리 좌상 쪽의 축머리와 연관돼 있다. 하지만 이때 흑이 7, 9로 좌상을 취한 것이 냉정한 판단. 비록 하변에서 백에게 빵따냄을 주었지만 흑 11까지 실리에서 한껏 앞설 수 있었다. 이후 흑은 좌하 돌을 잘 수습하며 1집 반의 우세를 지켜냈다. 73·205=61, 75·81·89·185·191·206=67, 78·84·182·188·194=58, 190=91, 196=70, 199·207·212=71, 204·210=146, 235·291=173, 254=172, 258=203, 264=186, 266=247, 277=192, 284=111, 310=261, 314=183, 320·326·332·338=56, 323·329·335·340=317, 325=208, 336=80, 337=88, 354=331. 355수 끝 흑 불계승.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더 이상 사고 날 곳이 없다. 이젠 잔잔한 마무리만 남았다. 흑 57로 받은 것은 정수. 참고 1도 흑 1로 두어 욕심을 내면 백 2, 4로 둔다. 백 8부터 흑 17까지 흑은 백돌을 다 놓고 따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이러면 역전이다. 백 58은 6집짜리로 현재 가장 큰 곳이다. 흑 59로 끊은 것은 백 진에서 수를 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백이 가일수를 하게 만들어 이득을 보려는 뜻이다. 백 76까지 결국 흑은 원하는 것을 얻었다. 흑을 둘러싼 백이 완생한 형태가 아니어서 나중에 일일이 놓고 따내야 했다. 수순 중 백 74로 참고 2도 백 1, 3에 두면 흑 4로 끊겨 백이 바로 돌을 거둬야 한다. 흑 77까지 진행했을 즈음 이미 승부는 결정됐다. 바둑은 355수까지 이어졌는데 공배만 남은 상태에서 백이 돌을 던졌다. 계가를 했다면 반면 9집으로 덤 7집 반을 빼면 흑 1집 반 승이 된다. 미세한 차이지만 알파고끼리는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차이다. 64=○.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20, 22는 수를 내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인공지능(AI)의 특징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백 26은 선수. 만약 여기서 흑이 손을 빼면 참고 1도 백 1∼5를 선수하고 7로 젖힌다. 백 11까지 ‘한 수 늘어진 패’가 난다. 백 28 때 흑이 덜컥 백 한 점을 따내면 큰 사고가 난다. 흑 29, 33이 침착한 응수. 백 34에는 참고 2도 흑 1로 받으면 그만이다. 백 2에는 흑 3으로 물러서 흑 두 점을 줘버린다. 백이 두 점 잡으면 흑이 선수를 잡아 오히려 남는 장사다. 백 36에도 흑은 잇지 않고 37을 선수하고 39로 백 한 점을 잡은 것은 이 편이 더 깔끔하다고 본 결과. 흑 43까지 흑백 중앙 집이 서로 없어져 둘 다 불만 없는 진행으로 보인다. 백 46 역시 끝내기의 맥. 하지만 흑 53으로 우변을 완전히 집으로 만들어서 미세하지만 흑의 우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 집 반 정도의 차이지만 알파고 수준에서 역전은 힘들다. 35=●.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82로 패가 시작됐지만 하변 흑은 양패로 살아 있다. 다만 백은 흑이 99 자리의 패, 즉 공배를 이어 살아가라는 뜻에서 패가 시작한 것이다. 흑이 살아가는 동안 하변에서 이득을 보겠다는 게 백의 속셈이다. 그런데 흑백 모두 마치 단패가 난 것처럼 치열하게 패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보유한 팻감을 대부분 소비하며 상대방에게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백 92의 팻감에 흑은 참고도 흑 1로 패를 해소해도 중앙 흑은 잡히지 않는다. 흑 11까지 간단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 14로 두는 것이 선수다. 흑으로선 패를 이긴 이득보다 손해가 더 크다. 그래서 패와 관계없이 흑 93으로 최선의 응수를 한 것. 백 96은 이해가 가지 않는 수. 흑 ○의 곳에 이은 뒤 99 자리의 패를 해야 팻감 면에서 이득이다. 백 100은 팻감이라기보다는 반상 최대의 곳. 하변 패는 서로 굳이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흑은 111로 하변 흑을 순순히 포기하는 대신 115로 백 한 점을 잡으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흑이 약간 우세한 가운데 끝내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85·91·106=○, 105=○, 88·94=82, 104·110=○, 107=99, 112=99.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60은 우변 흑 집을 삭감하면서 A로 흑 ● 두 점을 끊는 수를 노리고 있다. 그런데 흑 61은 너무 한가한 수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들겠지만 흑 61은 일석삼조의 수다. 좌변의 찜찜한 뒷맛을 없애면서 A로 끊기는 약점을 방비하며 중앙 백세를 지울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백은 우선 62를 선수하면서 하변 흑을 패로 잡는 수단을 남겨뒀다. 자, 그럼 백 66 대신 참고 1도 백 1로 붙여 끊으면 어떻게 될까. 심각해 보이는 상황이지만 흑 6부터 10까지 사전공작을 하고 18까지 두면 중앙 흑은 자체에서 살아버린다. 흑 61의 진가를 엿볼 수 있다. 흑 69의 과감한 진격이 가능한 것도 바로 흑 61 덕분이다. 만약 백 70으로 역시 참고2도 백 1에 둬 차단한다 해도 흑은 20까지 백진 속에서 안방 살림을 한다. 흑은 백 70이 놓이자 비로소 만족한 듯 흑 71로 연결한다. 백은 72로 붙여 상변에 큰 집을 만들었지만 흑은 79까지 약간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충분하다는 계산이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38은 선수를 뽑기 위한 맥점. 흑이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면 백 4로 둬 중앙 집을 최대한 키우겠다는 심산이다. 물론 흑은 이렇게 둘 수 없다. 흑 39로 웅크린 것이 가장 강력한 반격. 지금은 소소한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선수를 잡아야 한다. 백 40 역시 최강의 응수. 그렇다면 흑 41부터 좌하에서 험악한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백 42부터 흑 43까진 살얼음판을 걷는 진행인데 부분적 수읽기에서 알파고는 실수가 없다. 다만 백 46으로 따낼 필요는 없었다. 그냥 48로 잡는 것이 정수. 팻감 하나를 손해 본 셈인데 알파고는 장래를 대비해 팻감을 아끼는 것에 인간만큼 예민하진 않다. 백 52로는 참고 2도 백 1에 두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흑 2∼10을 선수하고 흑 12로 끊어 패를 걸어간다. 이 패는 백이 이기기 어렵기 때문에 13으로 양보할 수밖에 없고, 흑 14로 상변을 잡으면 흑이 얻는 게 더 많다. 결국 천하 명당인 53의 곳은 흑 차지가 됐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실리가 크게 부족한 백의 희망은 좌하 흑을 공격하면서 중앙 방면에 큰 집 모양을 만드는 것이다. 백 18이 흑의 완생을 막는 수. 그러나 흑은 여차하면 패를 하는 최후의 저항 수단을 갖고 있다. 흑 19는 만약 패를 져 좌하 흑이 잡히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뜻이다. 백도 좌하 공격을 잠시 멈추고 백 20, 22로 둔다. 이곳을 두지 않으면 중앙이나 상변에 큰 집이 나기 어렵다. 흑 23은 참고 1도 흑 1, 3으로 두는 것도 간명했다. 흑 7까지 대마 수습이 거의 완료된 모습이다. 흑은 좌변 흑 한 점이 다치는 것이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백 26, 28로 나와 끊는 수가 힘차다. 이후 백 32가 놓이자 중앙에 제법 큰 집 모양이 생겼다. 이때 등장한 흑 33이 날카로운 반격. 백 36으로 참고 2도 백 1로 두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흑 2로 붙이면 백 두 점을 살리기 어렵다. 만약 살리면 흑 4로 백이 크게 잡힌다. 흑 37로 뛰어 흑은 수습 완료. 좌하 흑은 양패로 살아있다.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백 ○가 폭파범이라면 흑 99는 그 폭파범을 잡겠다는 형사다. 전보에서 보듯 밑에서 받으면 오히려 더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위로 젖혀 공세를 취하는 것이 강수. 백 100은 모양상 이렇게 둬야 한다. 참고 1도 백 1로 늘고 3으로 젖혀 안에서 살려고 하는 것은 여의치 않다. 백 9까지 수습은 가능하지만 바깥 흑이 두터워 백이 성공했다고 할 수 없다. 하변에 빵따냄한 모양도 빛이 바랜다. 흑 105까지는 백돌을 반드시 잡겠다는 자세. 백 108이 미묘한 응수타진이다. 그냥 이으면 109의 곳에 밀리는 것이 기분 나쁘다. 그래서 흑 109로 먼저 반발한 것. 백 114까지 교환해 놓고 115로 이었다. 수순 도중 백 112 대신 참고 2도 백 1로 끊으면 어떻게 될까. 흑 10까지 외길 수순인데 백이 몽땅 잡혀 버린다. 흑 117까지 백을 잡았다. 흑은 좌상 귀와 우변에 두툼한 실리를 가진 반면 백은 좌하 귀 말고는 딱히 집이 없다. 백은 중앙의 두터움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