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장윤정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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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너머의 사람 이야기를 전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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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07~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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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24장 찍으면 끝… 사진 앱 ‘구닥’ 모르면 구닥다리

    필름카메라 시절처럼 24장을 찍고 나면 한 시간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24장을 다 찍고 나서도 꼬박 72시간을 기다려야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1.09달러(1200원)를 내야 내려받을 수 있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그런데 이 불편하고 구닥다리 같은 카메라 앱이 화제다. 140만여 명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앱을 내려받았고, 국내를 넘어 해외 10여 개국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단순히 다운로드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10, 20대 사이에서 트렌디함을 가르는 대명사가 됐다. 이 앱을 알면 ‘요새 사람’, 모르면 ‘옛날 사람’이란다. 바로 ‘구닥카메라’(구닥) 얘기다. 도대체 이 앱이 스노우와 카카오톡 치즈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이 개발한 앱들이 즐비한 카메라 앱 시장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 구닥의 차별화 전략을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집중 분석했다. ○ 사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 구닥을 세상에 내놓은 건 강상훈 대표가 주축이 된 모임 ‘스크루바’다. 강 대표는 강남에서 유학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짬짬이 전시회를 여는 작가이자, 구닥을 개발해낸 대표로 1인 3역을 하고 있다. 사실 구닥 제작에 동참한 나머지 3명의 멤버도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직장인들. 만날 시간은 주말뿐이었다. 매주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식사를 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죽자 살자 해도 성공이 힘든 판에 본업이 따로 있었다니 의아하지만 강 대표는 이 때문에 구닥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나, 시간에 쫓겨서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이윤 창출 가능성 같은 건 제쳐두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던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진 찍는 게 너무 쉬워졌어. 그냥 찍었다가 지우면 되니 ‘한 장 한 장’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 구닥은 멤버들끼리 카페에서 이런 내용으로 수다를 떨다가 탄생했다. 소중한 사람과 찍은 사진들이 메신저 채팅 방 너머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걸까. 스크루바 멤버들은 너무 쉬워진 게 문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과거의 일회용 카메라를 앱으로 구현해, 불편하지만 새로운 사진 찍기를 경험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24장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수에 제한을 두고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72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 대신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앱에 채워 넣었다.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를 오마주(hommage)해 소비자들이 앱을 처음 마주하는 화면부터 일회용 카메라와 유사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구닥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필름카메라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도록 했다. 셔터를 누를 때의 ‘찰칵’ 소리뿐만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 특유의 필름 감기는 소리까지 재현했다. ○ 1020세대가 놀이처럼 ‘구닥’ 즐기며 입소문 내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화려한 필터를 자랑하는 카메라 앱이 수두룩했다. 그들과 경쟁해서 사용자를 확보하기에는 기술력도, 특별한 매력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강상훈 대표는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다른 카메라 앱들처럼 뛰어난 필터, 우월한 보정기능은 없었지만 구닥이 선보이는 낯설고 새로운 사진 찍기의 경험이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구닥은 지난해 7월 등장하자마자 선풍적인 반응을 모았고 현재까지도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월 1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구닥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물은 16만7000여 건에 이른다. 특히 과거 일회용 카메라를 즐겨 썼던 40대가 아니라 1020세대가 구닥에 더 열광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름카메라는 새로운 트렌드인 동시에 경험해보지 못한 콘텐츠다. 그래서 오히려 필름카메라에 향수를 가진 세대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구닥 사진을 공유하고, 그 사진으로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요소가 풍성하다는 점도 구닥을 더 재밌는 놀잇감으로 만들어줬다. 부업 삼아 만든 앱이라는 창업 스토리부터 손톱만 한 뷰파인더, 종잡을 수 없는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구닥에는 신기하고 이상한 얘깃거리가 가득했다.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이렇게 신기한 앱이 있는데 써봤어?”라며 대화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소재였던 셈이다.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구닥을 자기표현의 도구로도 애용하고 있다. 구닥 특유의 빛바랜, 날짜 박힌 예스러운 사진이 ‘아날로그 감성’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도 사용자들이 구닥에 애착을 느끼는 데 한몫했다. 구닥에 정서적 애착을 가진 사용자들은 마치 마케터처럼 스스로 입소문을 냈고 구닥을 모방한 앱이 등장했을 때 적극적으로 비판을 가하는 등 구닥 지키기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 실체가 없는 스마트폰 앱이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닥은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많은 앱 개발자와 기업들에 시사점을 준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닥은 뷰파인더, 필름 감기는 소리 등을 통해 일회용 카메라를 감각적으로 실체화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형의 앱인 구닥을 마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처럼 느끼며,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으로도 여긴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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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확실성 시대, 혁신성장 구체적 해법 제시

    다음 달 5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에서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피터 카펠리 미국 와튼스쿨 교수 등 경영 구루들이 대거 강연자로 나선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파괴적 혁신 시대의 애자일 전략(Agile Strategy in the Era of Disruptive Innovation)’. 행사에 참석하는 경영 석학들은 기존 성공 방식이 통하지 않는 극도의 불확실성 시대에 혁신을 통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연사들은 특히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전환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와 이들이 활용한 방법론을 집중 소개한다. ‘부품 사회’의 저자이자 인적자원(HR) 분야의 대가인 카펠리 교수와 애자일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부문 총괄대표는 민첩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동태적 역량’이라는 개념으로 학계를 뒤흔든 데이비드 티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전략적 패러독스’라는 개념으로 경영계에 반향을 일으킨 마이클 레이너 딜로이트컨설팅 이노베이션센터 리더도 민첩한 전략 수립 및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조인트 세션으로 열리는 ‘동아 럭셔리 포럼’에서는 ‘럭셔리 4.0시대, 빅데이터와 뉴 컨슈머’를 주제로 기술 혁신의 시대를 맞아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혁신하고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활동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제5회 CSV포터상’ 시상식을 개최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8-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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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식점-카톡 드나들며 1020 탐구… SKT, 지친 청춘 다독이다

    1999년 광고 속 신비로운 빨간 머리 소녀와 암호 같은 브랜드명 ‘TTL’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Time to love(사랑할 시간)’와 같이 TTL의 뜻을 추리하는 열성 팬들이 쏟아졌다. TTL 덕분에 SK텔레콤은 당시 1020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TTL세대가 어느덧 30, 40대로 성장하면서 SK텔레콤도 점차 젊은층과 멀어졌다. ‘통화 품질은 좋지만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생겨나면서 SK텔레콤의 고민도 깊어졌다. 향후 소비를 주도할 미래 고객들과 심리적인 거리를 좁혀야만 했다. 올 8월 SK텔레콤은 TTL을 출시한 지 약 20년 만에 브랜드 ‘0(영·Young)’을 들고 다시 1020세대를 겨냥하고 나섰다.○ 젊은 사원들이 주축 돼 1020세대 관찰 1020세대와의 진정한 공감을 위해 SK텔레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존 틀을 깼다. 경험이 많은 10년 차 이상 고참 매니저들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겨 왔던 전통에서 벗어나 신입사원과 2, 3년 차 새내기 직원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SK텔레콤 박상욱 매니저는 “인력 구성도 새로웠지만 그보다 더 파격적이었던 것은 매출이나 가입자 수와 같은 정량적인 목표가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수와 같은 목표 대신 이들에게 주어진 특명은 ‘1020세대의 니즈를 제대로 읽어, 그들의 공감을 살 브랜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입자 수를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목표였다. 10대를 모아놓고 인터뷰를 해봤지만 묻는 질문에만 겨우 단답형으로 답하는 그들의 진짜 속내를 알기란 어려웠다. 이들은 전략을 바꿨다.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 대신 그들이 속내를 털어놓는 곳을 뒤져가며 6개월 이상 천천히 그들을 관찰했다. 고등학교 앞 분식집을 헤매는 것은 기본이요, 지인들을 총동원해 초대한 10대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 룸에서 6개월 이상 대화를 나눴다. 1020세대 유튜버들의 일상이 담긴 ‘브이로그’, 280만여 명의 대학생이 수업일정 관리, 생활정보 공유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숲’ 등 각종 커뮤니티도 그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수백 시간의 카톡 대화와 손품, 발품을 판 끝에 서서히 1020세대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문자와 전화보다 데이터 소비량이 높은 ‘모바일 네이티브’라는 소비자적 특성은 그들의 일부일 뿐이었다. 학업에 치이고, 대학생이 된 뒤에도 또다시 취업 준비를 위해 스펙 쌓기 경쟁을 벌이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쉼 없이 달리는 그들의 맨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물량 공세 대신 진정성 있는 소통 SK텔레콤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할인 공세를 하기보다는 ‘0’을 통해 지친 1020세대에게 진정성 있는 응원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0’은 102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요금제 ‘0플랜’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스테이션 0’은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1020세대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음원을 선보이는 문화 프로젝트. 가수 태연과 멜로망스가 협업한 ‘Page 0’을 시작으로, EXO의 멤버 찬열, 세훈의 ‘위 영(We Young)’ 등 발표되는 음원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가 하면 ‘0순위 여행’은 스펙 쌓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쁜 20대를 응원하기 위한 여행 지원 프로젝트다. 이용 중인 통신사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끔 문턱도 낮췄다. 1020세대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응원을 건네려 한 취지가 통한 것인지 반응은 뜨겁다. ‘스테이션 0’을 통해 선보인 음원들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무려 3850만 건을 돌파했고, 0브랜드의 ‘영한동 홈페이지’ 방문자는 한 달 만에 160만 명을 넘어섰다. ‘0순위 여행’에는 100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1만여 명이 지원해 경쟁률 100 대 1을 기록했다. 사실 매출만 생각하면 음원을 출시하고, 타사 이용자에게도 여행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언뜻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라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고객을 확보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에 1020세대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타깃”이라며 “1020세대가 ‘궁금해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모든 기업들의 목표”라고 전했다. SK텔레콤 역시 ‘0’을 발판 삼아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꿔 나간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0’ 브랜드 론칭 전에 조사한 ‘SK텔레콤 하면 떠오르는 상위 5개 이미지’는 △품질이 좋은 △생활에 도움이 되고 편리한 △믿음이 가는 △앞서가는 △고객을 배려하는 등이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0브랜드는 △젊은 △유쾌하고 즐거운 △독특하고 새로운 △기발한 △지금까지와 다른 등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0’ 브랜드는 당장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함이 아닌, 1020세대에게 긍정적인 호감을 얻기 위한 시도”라며 “기존 통신 서비스의 틀을 벗어나 1020세대와 소통하고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하나의 문화적 브랜드로 ‘0’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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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V 포터상]인천공항공사, ‘1등 공항’ 넘어 ‘1등 CSV 기업’ 노린다

    하루평균 16만 명이 찾는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ASQ)’ 12년 연속 1위에 빛나는 인천공항공사.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로 불리는 외교적 악재 속에서도 13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나가며 지난해에도 매출액 2조1860억 원, 순이익 9650억 원이라는 경영 성적표를 달성하는 등 ‘1등 공항’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제4회 CSV 포터상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이제 그저 ‘1등 공항’을 넘어, ‘1등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기업’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발굴하는 ‘서비스 업 스타트업(Service Up Start Up)’ 프로젝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선 CSV 개념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CSV 활동을 고도화하기 위해 전사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개별 CSV 활동을 벌이는 데 그치지 않고 CSV 사업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큰 그림’을 그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경제적 가치도 함께 창출해내는 CSV 활동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에 인천공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밝힐 정도로 CSV 관련 활동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영혁신본부 산하에 CSV 전담부서를 지정한 데 이어 전사 워크숍을 통해 CSV 목표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올해도 1월 워크숍을 통해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12개의 대표 CSV 사업을 선정했다. 이렇게 진행 중인 인천공항공사의 CSV 사업 가운데 대표적 사례는 단연 ‘공항의 문화 거리화’ 사업이다. 과거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정기공연 등 연간 3000회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공연의 참여 주체는 다소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화예술인들이 공항에서 그들의 공연이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기회를 넓혀주면 문화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고 공항 서비스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해 문호를 개방했다. 이로써 한글 헤나 타투, 샌드아트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올 8월에는 ‘인천공항 국제아카펠라 컴피티션’도 개최됐다. 이에 따라 공항 이용객들은 치열한 예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한 세계 각국의 정상급 아카펠라 팀들이 뽐내는 화음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장기 과제로 친환경 항공기 지상전원공급 장치(AC-GPS)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C-GPS는 항공기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압과 주파수를 미세 변환하는 핵심 운영장비이지만 해외 제조사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AC-GPS를 개발하고 수출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한편, 탄소감축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꾀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항 내 ‘실버카페’도 곧 첫선을 보인다. 숙련된 노인 바리스타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공항 이용객들에게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해 공항 만족도도 높일 예정이다. 더 나아가 인천공항공사는 지속가능한 CSV 활동을 위해 CSV 평가 프로세스도 구축하기로 했다. 한 해 동안 시행된 CSV 사업 전체에 성적을 매겨, 앞으로의 CSV 활동목표 및 사업을 선정하는 데 참고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처럼 전사적인 CSV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초일류 공항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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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V 포터상]서초구, 장애인 바리스타 카페 운영… 올해 베트남 농장 방문연수

    서울 서초구는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늘봄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가 서초구청, 반포도서관, 양재종합사회복지관 등 공공시설 내 유휴공간을 제공하면 기업이 매장 설비 및 인테리어 공사비를 지원해 카페를 설치하고 이후 운영은 비영리법인이 맡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서초구에 총 11곳의 늘봄카페가 문을 열어, 51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향긋한 커피를 대접하고 있다. 서초구는 단순히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장기적 직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올봄 베트남 방문연수도 실시했다. 베트남의 커피 농장을 방문해 수확부터 로스팅 과정을 체험하고 현지의 유명카페를 둘러보게 한 것이다. 커피 원두의 재배 현장을 살펴본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사기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서초구는 이 같은 ‘늘봄카페’ 프로젝트의 효과를 인정받아 ‘제4회 CSV 포터상’ 프로젝트 부문 전파성 분야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한편 경찰대는 올해 2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경찰이 주도한 최초의 국제연합체인 ‘아시아 경찰교육기관 연합(APTA)’을 창설했다. 경찰교육생 시절부터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각 나라 경찰교육 기관 간 공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해외에 체류하는 우리나라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뿐 아니라 아시아 경찰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경찰 협력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대는 프로젝트 부문 창조혁신성 분야에서 CSV 포터상을 수상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CSV 포터상 프로세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입영훈련 일과표를 과감히 바꿔 후보생들의 훈련 집중도를 개선하고 생활용수 중점사용 시간대를 분산시킴으로써 상수도 운영의 효율성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는 에너지 접근성 및 형평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로세스 부문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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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위트룸 침대’ 입소문 시몬스… 국내 특급호텔 70%가 선택

    글로벌 호텔 브랜드 힐튼은 올 7월 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에 ‘힐튼 부산’을 오픈하며 각별한 공을 들였다. 바다에 접해 있으면서도 도심과 가까워 대표적인 ‘도심형 휴식처’로 꾸미겠다는 계획 아래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발코니를 넣었다. 또 객실 면적도 일반 호텔의 1.5배 크기인 60m²로 늘려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도록 했고, 국내 호텔 사상 최대 규모의 오션 인피니티 풀(수영장과 바다가 경계선 없이 이어진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 수영장)을 넣었다. 이 호텔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건 침대. 전 세계 힐튼 체인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힐튼 부산’은 도심형 휴식을 강조한 만큼 가장 편안한 침대를 찾아 나섰다. 고심 끝에 선택한 파트너는 시몬스였다. 310개의 전 객실에 한국 시몬스가 제작한 침대를 배치했다. 특급호텔의 경쟁력을 꼽을라치면 세련된 인테리어의 객실, 품격 있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호텔업계 전문가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수면의 품질’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포시즌호텔 그룹의 창업자인 이저도어 샤프 회장이 가장 중요한 호텔 서비스로 꼽는 것도 침대다. ‘헤븐리 베드’를 탄생시킨 스타우드캐피털그룹의 창업자인 베리 스턴릭트 회장 역시 “고객은 호텔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 중 75%를 침대에서 보낸다”며 침대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힐튼 부산만 아니다. 국내 특급호텔의 약 70%가 객실에 한국 시몬스의 침대를 넣고 있다. 호텔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대중 침대시장에서 시몬스 브랜드의 인지도가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게 한국 시몬스 측의 분석이다.○ 특급호텔 줄줄이 시몬스 선택 한국 시몬스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선보인 5성급 이상 특급호텔 6곳 중 5곳을 선점했다. 힐튼 부산만 아니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76∼101층에 들어선 호텔 ‘시그니엘 서울’, W호텔을 전면 리뉴얼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 부산의 랜드마크 호텔로 이번에 리뉴얼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파라다이스 시티’가 모두 시몬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사실 몇 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한국 시몬스는 2001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를 시작으로 꾸준히 호텔 침대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포시즌스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신라호텔 등 서울 시내 내로라하는 특급호텔 객실에는 모두 시몬스 침대가 놓여 있다. 천상에서 자는 듯한 편안한 수면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로 ‘헤븐리 베드’라는 독특한 침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웨스틴호텔은 각국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 침대 브랜드를 파트너로 선택한다. 한국의 웨스틴조선호텔이 선택한 파트너도 한국 시몬스다. 한국 시몬스가 이토록 많은 특급호텔의 파트너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는 특급호텔의 엄격한 기준과 요청에 따라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침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몬스는 독자적인 공장과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까다로운 품질기준으로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다. 품질 관련 검사항목만 1936가지에 이르며 포스코가 공급하는 최고급 스프링 경강선만을 사용해 탄력을 극대화했다. 제대로 된 침대를 만들어 최상의 수면을 제공한다는 기본에 충실하니 자연스럽게 특급호텔들과 오랜 신뢰관계가 구축됐다. 한국 시몬스호텔 특판팀을 총괄하는 김병환 부장은 “호텔들이 대부분 10년 주기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데 시몬스 제품을 썼던 특급호텔들이 긴 사용 기간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며 “이같이 뛰어난 제품력 덕분에 한 번 시몬스를 선택한 호텔들과는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시몬스와 롯데호텔은 2013년부터 ‘해온(he:on)’이라는 브랜드를 공동 개발해 객실에 비치하는 등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인 L7 역시 해온을 사용 중이며, 시그니엘 서울도 하루 숙박료가 2000만 원에 달하는 로열 스위트룸에 ‘뷰티레스트 블랙’을 배치하는 등 전 객실에 한국 시몬스의 매트리스를 들였다. 신라호텔은 2013년 서울 신라호텔의 객실을 리뉴얼하면서 오랜 파트너였던 한국 시몬스를 다시 선택했고, 실용성을 내세우며 2013년 론칭한 서브브랜드 신라스테이에도 시몬스의 ‘뷰티레스트’를 기반으로 맞춤 제작한 ‘뷰티레스트 프리미엄’을 도입했다.○ “내 집도 호텔처럼” 일반 소비자들 관심도 커져 호텔 시장의 명성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 시몬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김 부장은 “요즘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욕구가 커져서 그런지 호텔에서 묵은 고객 중 호텔로 전화를 걸어와 ‘침대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문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며 “외국인 고객이 한국 여행 당시 한국 시몬스 제품을 경험한 뒤 호텔을 통해 구매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몬스의 최상위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호텔 스위트룸 침대’라는 별칭을 얻으며 혼수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행이 대중화됨에 따라 호텔의 편안한 잠자리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침대를 바꿀 때,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을 때 호텔의 침대를 찾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ials) 세대의 소비성향도 이런 경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과 다른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비싼 청소기, 비싼 의자, 특별한 침대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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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V 포터상]무료 진료-급식 등 빈곤 노인가구 돌보는 ‘사랑다함 프로젝트’

    지역사회의 빈곤 노인들을 위해 지원활동을 펼쳐온 상조회사 ‘The-K예다함상조(이하 예다함)’가 제4회 ‘CSV 포터상’ 시상식 프로세스 분야 민간부문에서 처음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한다는 ‘예우’와 정성을 다한다는 의미의 ‘다함’의 뜻을 더한 예다함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자본금 500억 원을 전액 출자해 설립한 상조회사다. 예다함은 장례서비스를 제공하고 ‘웰 다잉(Well-Dying)’ 문화를 선도해 나가기에 앞서 우리 주변의 빈곤 노인들의 삶부터 어루만져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노인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 비해 각 개인의 노후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노인 빈곤층 급증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로 2017년 4월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3.8%에 이른 가운데, 지난해 노인 빈곤율은 4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명예스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2%)의 4배 수준에 달하는 수치다. 노인 빈곤율은 은퇴 노인가구 중에서 중위소득(우리나라 총 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정가운데)의 50%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가구 비율을 말한다. ‘웰 다잉’은커녕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도 버거운 노인들이 적지 않은 형편이라는 얘기다. 이에 예다함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차상위 계층 및 빈곤 노인가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겠다는 목표로, CSV 프로젝트인 ‘사랑(愛)다함’ 사업을 기획했다. 2016년 4월 기부 적립현황 및 공시를 위한 웹 페이지를 제작하고, 2016년 5월부터 고객의 납입금 및 임직원들의 모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홈페이지 상담, 전자청약(다이렉트 상품)을 통해 가입한 고객의 최초 월 납입금 10%와 전(全) 임직원 급여의 1000원 미만 끝전을 모아 기부금으로 전달하는 구조다. 2016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수도권의 65세 이상 노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와 급식을 지원하기 시작한 가운데 올 1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나눔의 공간, 요셉의원에 1000여만 원의 기부금을 지원했다. 요셉의원은 ‘영등포 슈바이처’로 불린 고 선우경식 원장이 노인, 노숙인, 외국인 근로자 등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환자들을 위해 세운 무료 병원이다. 1987년 당시 달동네 중 하나로 꼽히던 관악구 신림1동에 개원했으나, 1997년 영등포구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진료를 이어오고 있다. 예다함이 지원한 기부금은 치과진료를 위한 보형물과 방사선 필름 구매 등 진료 및 무료 급식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요셉의원 지원금을 포함해 ‘사랑(愛)다함’ 프로젝트를 통한 기부액은 2016년 7월∼2017년 6월 총 2475만 원에 이른다. 2016년 하반기(7∼12월) 대비 2017년 상반기(1∼6월) 기부액이 30% 이상 증가하며 지원 활동에 탄력을 받고 있다. 예다함의 CSV 활동은 투명성 측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예다함 홈페이지에서는 누적 기부 건수와 기부 금액울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상세 기부명세도 공개돼 있다. 예다함이 이렇듯 활발히 CSV 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데는 탄탄한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상조업계 회계감사 보고서를 바탕으로 상위 15개사에 대한 4대 재무건전지표(△지급여력비율 110% 이상 △부채비율 100% 이하 △영업현금흐름 250억 원 이상 △자본금 100억 원 이상) 현황을 발표했는데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회사는 예다함뿐이었다. CSV 프로젝트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됨에 따라 올 상반기에도 지난해 하반기 대비 상품 가입 건수가 30% 이상 증가하는 등 매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예다함은 ‘사랑(愛)다함’ 프로젝트 외에 조손(祖孫)가정 장례지원 활동도 벌이고 있다. 전국 초등학교, 중고교 학교장의 추천을 받은 저소득층 조손 가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며, 모기업인 한국교직원공제회와 함께 조부모 사망 시 장례 비용을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장례비용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장례절차를 잘 모르는 어린 학생들에게 관련 정보 및 상담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상조산업의 미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장례 관련 학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 지원활동도 벌이고 있다. 관련 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우수학생들은 예다함 정규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한편 현충원 묘역 정화 활동, 겨울철 사랑의 연탄나눔 활동 등 봉사활동도 매년 꾸준히 실시하고 있다. 김형진 예다함 대표이사는 “사회의 일원인 기업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소통과 나눔을 실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착한 기업’의 소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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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Case Study]앱 업데이트 99번… 소비자 요구 철저히 반영

    “비싼 브랜드니까 뭔가 다르지 않겠어?” 막상 뚜껑을 열고 내용물을 보면 다 비슷해 보이는 화장품인데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왜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나는지 소비자들은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물론 정부가 2008년도부터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화장품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토록 하는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를 시행하고는 있었다. 하지만 ‘페녹시에탄올, 클로페네신’과 같은 화학 성분이 도대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소비자가 ‘해석’하기란 불가능했다. 한마디로 정보 불균형 상태에 빠져 있던 화장품 시장을 바꿔 보겠다고 나선 이가 바로 버드뷰의 이웅 대표와 2명의 고교 동창이었다. 3명의 창업자가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화장품을 해석하다(이하 화해)’는 피부과 교수, 화장품연구소 대표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들이 이름만 들어서는 절대 알 수 없는 화장품 성분의 특징과 영향을 자세히 소개했다. 어디에서도 보기 힘들었던 값진 정보를 제공하자 소비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반향이 일었다. 2013년 7월 출시 이후 앱 스토어 화장품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해온 화해는 올해 들어 누적 다운로드 500만 건을 돌파했다. 화장품 구입 전후 화해를 사용하는 사람은 월 기준 110만 명에 이른다. 어느덧 화장품 시장에서 작지만 무시 못 할 존재로 성장한 화해의 성장 스토리를 DBR가 분석했다. ○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화해’ 사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화장품 성분 분석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시도는 여행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이었다. 여행자들에게 같은 도시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들을 연결시켜 주는 앱으로, 이름도 ‘트렌즈(travel+friends)’라고 지었다.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라고 자부했지만 다운로드는 700건을 겨우 넘겼을 뿐이다. 그 다음엔 단백질 자판기 사업에 도전했다. 한창 단백질 보충제 열풍이 불 때라 성공을 자신했건만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한 발짝 떨어져 두 번의 실패를 냉정히 복기해 보았더니 비로소 과오가 눈에 들어왔다. 소비자에 대해서도, 시장에 대해서도 이해가 부족했다. 여행지에서 친구를 연결시켜 주려면 엄청나게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야 했는데, 이에 대한 대안 없이 도전한 게 실책이었다. 단백질 보충제의 경우 주 사용자층은 이미 자세한 조사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보충제를 신중하게 선택한 후 책상 서랍에 보관해 놓고 복용하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사먹는 소비자는 거의 없었다. 이번엔 신중해야만 했다. 수개월간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막으로 승부수를 던진 곳은 화장품 시장이었다. 당초 구상한 비즈니스 모델은 ‘스펙 비교’를 즐기는 남성들을 위한 화장품 큐레이션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노트북 중앙처리장치(CPU), 자동차 엔진처럼 화장품의 스펙을 비교해 주려다 보니 성분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왔다. 도대체 화장품에 어떤 성분이 들어있는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는 많았지만, 그걸 제대로 해결해 주는 곳은 없었다. “만약 성분만 제대로 정리해 줄 수 있다면 ‘A화장품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전혀 없는데, 10mL당 가격이 제일 저렴. 가성비 갑(甲)’ 이런 식의 자세한 분석이 가능해질 텐데….” 다행히 정부가 시행 중인 전 성분 표시제 덕분에 성분을 알 통로가 없진 않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미국 비영리 환경단체들이 공개해 놓은 데이터도 수두룩했다. 꼭 풀고 싶은 ‘과제’를 발견하자 속도가 붙었다. 성분을 제대로 분석하고, 쉽게 풀어준다면 소비자들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줄 수 있을 것이란 자신이 생긴 이 대표와 창업 멤버들은 거침없이 유사 서비스는 없는지, 서비스가 가능한지 시뮬레이션을 해본 뒤 바로 앱 출시를 위해 화장품 성분 정보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사실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최고의 기술이 아니다. 성공의 핵심은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다. 500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화해’를 내려받은 것은 화해의 앱이 사용성이 뛰어나거나 화려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화장품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알고 싶다’는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줬기 때문이다. ○ 소비자들의 ‘니즈’ 따라 업그레이드 철저히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플랫폼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시킨 것도 화해의 성공요인이다. 2013년 앱을 출시한 뒤 2014년 5월 리뷰 서비스를, 2015년 12월 화장품 랭킹 서비스를, 2017년 6월 화장품 구매 서비스를 추가했다. 서비스를 확대하되 창업 당시에 설정했던 ‘화장품 시장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해서 소비자 중심적인 시장을 만들자’는 큰 과제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 예컨대 화해의 리뷰는 여타 화장품 리뷰와는 다르다. 사실 블로그 등 리뷰를 볼 수 있는 공간은 많았지만 상업적인 리뷰, 불순한 의도를 가진 리뷰를 제대로 구분해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신뢰성이 작은 리뷰를 반드시 걸러내야만 리뷰 플랫폼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본 화해는 그래서 몇 가지 ‘허들’을 만들었다. 일단 리뷰 작성자들에게 무조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모두 기록하도록 했다. 두 번째 허들로 내가 리뷰를 작성해야만 다른 사람의 리뷰도 확인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화해를 찾는 소비자 대다수가 리뷰를 작성하다 보니 행여나 일부 광고성 글이나 상업적인 글이 올라오더라도 충분히 희석될 수 있었다. 화해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는 리뷰 플랫폼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다. 화해의 리뷰가 달랐듯이 올해 시작한 화장품 구매 서비스도 다르게 구성했다. 화해는 잘 팔릴 만한 제품 대신 화해 리뷰에서 좋은 평가를 얻은 상품을, 현란한 광고 문구 대신 소비자들이 그 제품을 선택한 이유를 보여주면서 상거래 플랫폼을 구성했다. 성공의 달콤한 열매를 즐길 법도 하지만 화해는 성분 분석 정보를 제공해 얻은 인기와 인지도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였다. 지금까지 앱을 출시한 후 업데이트만 99번을 진행했다. 지금도 화해는 매일같이 들어오는 소비자들의 요청과 문의를 통계로 정리해, 매달 “화해 유저들이 어떤 요구를 했는가”를 전사적으로 공유한다. 물론 화해도 적잖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일단 영향력을 쌓을 수 있을 만큼 쌓았으니,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을 확보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다행히 광고 사업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016년 광고를 시작해 이 해에 30개사의 광고주를 유치했는데 2017년 상반기에는 200곳으로 늘어났다. 내년에는 오프라인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목표다. 이 대표의 최종적인 목표는 화장품 시장의 구매 패턴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이 대표는 “브랜드 때문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성분을 제대로 알고, 리뷰를 확인하고, 똑똑하게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 중심의 시장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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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이 벽에 부딪힐 때… ‘생각의 달인’ 공자처럼 해보세요

    “뭐 좋은 생각 없어?”라고 질문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또 “생각 좀 합시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린다. 이제 더 이상 생각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상황이 아니다. 생각하지 않으면 지금의 지위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바야흐로 생각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은 바뀌어가는 현상들 중에서 어떤 일관된 흐름을 포착해 그것을 언어로 개념화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정신적인 활동을 가리킨다. 이렇다 보니 사람들은 생각이라고 하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어려워한다. 금방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다양한 요소를 비교하며, 장단점을 나눠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 고전은 생각의 보고 밥을 지으려면 쌀이 필요하듯 생각에도 ‘재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멀리 여행을 가려면 적금을 부어 여유자금을 준비하듯 생각도 잘하려면 사전에 생각을 풀어나갈 자료를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우리는 고전의 가치를 다시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는 시대가 달라졌는데 고전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고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지금도 유효한 의미와 메시지를 던져준다. 예컨대 다윈은 ‘종의 기원’에서 종래의 창조설을 대신해 진화론을 주장했다. 지금도 진화론은 생명의 탄생과 발전을 설명하는 유력하고 타당한 학술로 권위를 잃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생명 현상을 설명하고자 할 때 ‘종의 기원’은 19세기 중엽과 영국이라는 시공간을 초월해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결국 고전은 후대 사람들이 생각을 진행시켜나가는 데 많은 자료를 제공하는 ‘사상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고전을 읽어서 소화한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주제가 나에게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고전에서 캐낸 사상 자원을 바탕으로 생각을 요령 있게 전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 생각의 형성 단계 생각이 아이디어 단계에 이르러 살이 붙고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기되는 과정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장자는 ‘지락(至樂)’에서 생명의 창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최초의 단계를 살펴보면 본래 생명이 없었다. 생명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형체도 없었다. 형체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도 없었다. 황홀한 가운데 섞여서 변하여 기가 되고 기가 변하여 형체를 갖추게 되고 형이 변하여 생명을 갖추게 된다.” 장자의 말에 따르면 생각도 처음부터 구체화돼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 저렇게 하면 어떨까’라는 식으로 여러 가지 생각의 자료가 마구 뒤엉켜 있다. 이 상태에서 한 갈래를 잡고 늘어지면 “이게 좋지 않을까”라는 느낌이 온다. 그것이 바로 기(氣)의 차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구체적 생각을 더하다 보면 형상화와 개념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형(形)의 차원이다. 마지막으로 생각을 더 보태는 가운데 “꼭 이것이어야 한다”는 믿음이 들면 생(生)의 차원이 나타난다. 비로소 생각이 제 색깔의 옷을 입고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수많은 시간을 잡아먹으며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때 안 된다고 포기해선 안 된다. 생전에 ‘상갓집의 개’라는 말을 듣기도 했던 공자의 특성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은 ‘지기불가이위(知其不可而爲·안 되는 줄 알면서도 뭐라도 하려고 한다)’라 할 수 있다. 그는 오뚝이처럼 번번이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 자신을 단련했다. 그 과정을 거쳐 공자는 사회현상을 겉으로만 보고 넘어가지 않고, 깊이 들여다보는 ‘시대의 기획자’가 될 수 있었다. 생각이 모습을 드러내기까지는 종종 답답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어 갑갑하기 그지없는 침묵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때 공자처럼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주위의 격려와 위로도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수만 갈래의 생각 소(素·물건의 시초나 바탕) 중 일부분이 현실 세계에서 제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 교수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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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디자인-트래블-뮤직 이어 쿠킹 라이브러리… 현대카드의 ‘문화 경영’

    서울 종로구 북촌로 한옥마을 사이에 자리 잡은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계절별, 시간대별로 창가 블라인드의 세팅이 매뉴얼에 따라 미묘하게 바뀐다. 자연광에 취약한 디자인 서적들의 변색을 막으면서도, 이용자들이 ‘빛의 공간’에서 영감을 받을 수 있게끔 한 현대카드의 섬세한 배려다. 매일매일 일광량을 측정하고 햇빛의 각도를 계산해 적절한 블라인드 세팅을 찾아낸 것이다. 현대카드는 햇빛의 양과 각도까지 계산할 만큼 ‘공력’을 쏟아가며 2013년 2월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시작으로 2014년 5월 트래블 라이브러리, 2015년 5월 뮤직 라이브러리, 올 4월 쿠킹 라이브러리 등 4개의 도서관을 차례로 개장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라이브러리 하나의 구상에 통상 3년 정도 걸리고 전 세계 100개 이상의 장소에서 자료를 모은다”고 밝혔을 만큼 이들 라이브러리는 디테일도 디테일이지만 전문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첫 주자인 디자인 라이브러리는 1만5000권이 넘는 디자인 전문서적을 보유했으며, 전체 장서의 70%를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희귀 서적으로 구성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에서도 여행과 관련된 세계적인 간행물을 만나볼 수 있다. ‘지구의 일기장’이라 불리는 126년 전통의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권과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여행지리 잡지 ‘이마고 문디(Imago Mundi)’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라이브러리다. 용산구 이태원 거리의 뮤직 라이브러리에는 1만여 장에 달하는 전 세계 희귀 LP판이 빼곡히 자리해 있다. 그런가 하면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도산공원 인근의 쿠킹 라이브러리는 철저히 방문객의 ‘오감(五感)’을 만족시키기 위한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와 요리를 즐기고(1층), 서가의 책을 통해 요리를 학습한 뒤(2∼3층), 직접 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3∼4층) 설계됐다. 방문자들은 라이브러리 내 서적에 나와 있는 레시피대로 자기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으며, 쿠킹 클래스에도 참여할 수 있다. 금융회사인 현대카드가 이토록 라이브러리에 매달린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카드 측은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들이 실제로 ‘경험’하게 만들려는 시도였다고 설명한다. 현대카드 류수진 브랜드2실장은 “‘슈퍼 콘서트’ 등으로 현대카드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많이 알려졌지만 일회성 행사라는 한계가 있었다”며 “현대카드의 브랜드를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사용자들이 이를 체험할 지속가능한 브랜딩 공간이 필요해 ‘라이브러리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카드를 발급하고 결제를 유도하기보다는 이용자들에게 현대카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가득 담은 라이브러리를 개방해 지적인 휴식을 제공했을 때, 고객들이 더 만족감을 느끼고 현대카드에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될 것이라 본 셈이다. 실제로 현대카드의 실험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이미 도심 속 지적 휴식공간이자 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2016년 디자인·트래블·뮤직 라이브러리 방문객 수는 연간 15만 명에 이르렀고 올해는 쿠킹 라이브러리가 더해져 방문객이 2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한 번 찾으면 다시 찾게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방문 비율도 높은 편이다.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재방문 비율은 30%, 트래블과 뮤직 라이브러리는 각각 15%로 집계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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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 시대’… 기업들 청춘 품다

    “과거 우리 사회는 1등만을 원했지만 이젠 달라졌어요. 1등이 아니라 나만의 ‘캐릭터’가 있으면 되죠. 나는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처럼 1등이 될 수 없어요. 하지만 되지 않아도 좋아요. 여러분도 틀을 깨버렸으면 좋겠어요.” ‘말 많고 안 웃기는 개그맨’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없으면 안 되는 캐릭터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개그맨 김영철의 진솔한 이야기에 20대 청중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박수를 보냈다. 김영철은 ‘스물네 살에 무엇을 해야 후회가 적을까’라는 고민을 던진 청중에게 즉석에서 강상중 교수의 저서 ‘고민하는 힘’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경기 용인시 경희대 국제캠퍼스에서 열린 KT ‘청춘기(氣)업 토크콘서트 #청춘해’(이하 청춘해)에 참석한 수백 명의 청춘은 무더위와 기습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뜨지 않고 연사로 참여한 개그맨 김영철, 가수 홍진영과 뜨거운 ‘공감(共感)’의 시간을 즐겼다. 연세대 경영학과 김모 씨(23)는 “아는 사람이 좋다고 해서 와봤는데 우리 눈높이에 맞춘 내용이라 공감이 갔고 즐길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N포 세대’, ‘청년실신(청년실업+신용불량)’, ‘흙수저’ 등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상징하는 신조어가 쏟아지는 시대에 청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소통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 세대에 친근한 기업이미지를 조성하는 한편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고객 및 ‘팬’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조언이나 가르침보다는 인정과 따뜻한 격려에 목말랐던 청춘들의 호응도 뜨거워 지난해 3월 시작된 KT의 ‘청춘해’는 이미 대학가에서 입소문을 타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입소문 타기 시작한 KT의 ‘청춘氣업 토크 콘서트’ 공연과 인생 상담이 버무려진 KT ‘청춘해’의 특징은 뭐니 뭐니 해도 쌍방향 소통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2030 청춘들과 출연진이 페이스북 대화 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며, 무대를 함께 꾸며 나간다. 2030 청춘들이 응모한 사연 가운데 토크쇼 아이템을 직접 채택하는 것. 실제로 ‘청춘해’에는 우리 시대 청춘들의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하는 학자금, 취업, 학업에 대한 고민부터 뒤처질까, 낙오될까 싶은 두려움까지 온갖 걱정거리가 쏟아져 나온다. 이런 고민에는 진심 어린 위로와 공감이 오간다. 지난해 5월 26일 광주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행사에선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직원이 마이크를 들고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겨우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도 했는데, 월급은 대부분 학자금 갚는 데 들어간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다. 행사 진행자 중 한 명이었던 가수 ‘샘 김’은 곧장 무대 아래로 내려가 그 직원을 따뜻이 안아줬다. 청춘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프로그램을 계속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특징이다. 공연과 강연을 동시에 진행하지만 당초 공연 비중이 더 높았던 행사는 올해 들어 강연 비중이 높아졌다. 지난해 행사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약 70%의 관객들이 “강연 비중을 높여 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KT는 3월부터 전문 강사를 섭외하기 시작했고 강연시간도 지난해의 배로 늘렸다.○ 앞다퉈 청춘을 만나러 가는 기업들 사실 청춘들과의 스킨십에 나선 기업은 KT만이 아니다. 삼성은 2016년 5월부터 일곱 차례에 걸쳐 ‘청춘문(問)답’ 행사를 진행했다. 2011년부터 4년간 ‘열정락(樂)서’, 2015년 ‘플레이 더 챌린지’ 등 토크 콘서트를 운영해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퀴즈와 토크 콘서트를 결합한 ‘청춘問답’을 선보인 것이다. 청춘問답의 주요 연사로는 외부 명사들은 물론이고 삼성 임원들도 참석해 수십 년간 경영현장에서 얻은 통찰을 전달했다. 또 삼성은 청춘세대와 공감하는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해 2013년부터 20대가 즐기는 웹 드라마를 매년 한 편씩 만들어 오고 있다. 국민카드는 ‘청춘대로 프리마켓’ 행사를 개최해 젊은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에뛰드하우스의 ‘메이크업 유어드림’도 강연을 통해 청춘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청춘을 품어야 미래가 있다 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아직은 주류가 아닌 청춘들에게 앞다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단순히 미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유스(youth) 마케팅’ 차원일까.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마케팅연구소장)는 “청년실업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소통에 나서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시대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몇 년간 청년실업이 최대 난제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청년의 아픔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의 까다로운 소비 취향도 기업들을 움직인 배경이다. 이 교수는 “현 2030세대는 기존의 오프라인 문법이 잘 통하지 않는 세대”라며 “젊은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디지털 데이터를 모으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문화행사를 통해 기업의 ‘지지자(advocate)’를 확보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정성만 통하면 톡톡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사실 KT의 경우 공기업 이미지, 보수적 기업 이미지가 강해서 젊은층의 호감을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지만 KT를 두고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기 힘들었던 것. 고민 끝에 나온 ‘청춘해’ 콘서트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단기에 큰 성과를 얻고 있다는 게 KT의 자체 평가다. 관중 수가 초기 수백 명에서 최근 수천 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수도권 위주로 이뤄지던 타사 청춘 콘서트와 달리 전국을 돌면서 행사가 진행돼 ‘지지자’들이 전국구라는 특징도 생겼다. 이미지 제고는 상품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청년특화 상품인 ‘Y24 요금제’(만 24세까지 가입 가능, 매일 3시간 데이터 무제한, 이용요금은 2만∼5만 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 가입자 수가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KT는 ‘청춘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업 내부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KT인들을 대상으로 한 세대공감 토크콘서트 ‘케미’가 열렸다. 2030세대와 4050세대가 얼굴을 맞댄 행사에서는 젊고 창의적인 KT를 만들기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졌다. ‘청춘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KT홍보실 류준형 상무는 “KT는 진심으로 청년세대를 응원하며 이를 ‘청춘해’ 콘서트로 녹여내고 있다”며 “앞으로 행사 규모와 채널을 확대해 더 많은 청춘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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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코스트 다운 밸류 업]요양병원 2곳 식단 통일해 공동구매… 식자재비 35% 아껴

    전국에 요양병원들이 넘쳐나고 있다. 2002년 말 50여 개에 불과하던 전국의 요양병원 수가 매년 몇백 개씩 증가하더니 2017년에는 1400개를 넘어섰다. 당분간 요양병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생존경쟁 역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요양병원은 일반병원과 달리 행위별수가제(진료할 때마다 따로 가격을 매기는 제도)가 아니라 포괄수가제(진료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진료비만을 부담하는 제도)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지급되는 환자당 수가가 정해져 있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요양병원은 환자에 대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환자당 지출 비용을 줄일 수 있을까만 고민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지방의 중소도시 두 곳에서 각각 300병상, 250병상 규모의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A의료재단도 비용 때문에 어려움에 처했다. 거동이 불편한 입원 환자들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하며 의료서비스를 개선해 ‘존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지만 비용 상승 압박에 직면했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 간병을 하자니 간호 인력 증가에 따른 인건비 상승 폭이 컸다. 더 깨끗한 병실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환자복, 침대시트 등을 자주 갈다 보니 의료 소모품 구입비나 세탁비도 증가했다. A의료재단은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016년 말 비용혁신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정했다. 조직 구성원들은 보통 나에게 주어졌던 혜택이 줄어들지는 않을까 싶어 비용절감 운동을 반기지 않는다. A의료재단은 이러한 직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비용혁신 운동 추진 전에 다음과 같이 3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의료서비스의 질 하락이 아닌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비용을 낮춘다. 둘째, 직원들의 노력을 통해 절감되는 금액은 모두 환자 서비스의 질 향상과 직원 복지를 위해 사용한다. 셋째, 인력을 줄이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방식의 비용 절감은 추진하지 않는다. 최고경영진은 이 같은 원칙들을 전체 직원이 모인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알리고 지속적으로 직원들에게 전파했다. 하지만 워낙 인건비 비중이 크다 보니 인건비를 건드리지 않고 비용 혁신을 진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A재단은 그동안 따로 관리되던 두 병원의 구매 및 사용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했다. 의약품, 의료소모품, 일반소모품 및 식자재 등 주요 구매 항목뿐만 아니라 전기료, 세탁비, 청소비 등 기타비용 항목을 망라해 병원별로 구매업체별 품목, 단가, 구매량, 구매조건 등을 파악했다. 또 병동별, 진료과목별, 간병사별 환자당 구매비 및 사용량을 계산한 후에 이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구매비용이나 사용량의 절감 가능성 및 절감 규모를 추산했다. 그 후 A의료재단은 가장 먼저 두 병원 간 식단을 통일했다. 이로써 두 병원의 구매 식자재가 같아졌고, 구매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할인을 요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 또 수년간 하나의 업체만을 통해 납품받던 것을 복수의 업체로부터 견적을 받게 되면서 구매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A의료재단은 연간 10억 원의 식자재 구입비 가운데 무려 3억5000만 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재단의 사례는 비용이란 단순히 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재단은 두 병원의 구매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매 역량도 키웠다.이상화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 sangwha@handong.edu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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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중소기획사 아이돌 약점, 힙합-SNS로 뚫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의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2014년 첫 단독 콘서트를 열고 1위 후보에 오르기도 했지만 대세 아이돌이라기보다는 ‘기대주’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천천히 내공을 쌓으며 팬덤을 키우더니 결국 날아올랐다. 올해 발표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유 네버 워크 얼론(You never walk alone)’은 전 세계 대중음악의 흐름을 보여주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6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거뒀다. 이번 빌보드 200 차트 진입으로 방탄소년단은 2015년 12월 ‘화양연화 pt.2’, 2016년 ‘화양연화 영포에버’, ‘윙스’에 이어 4연속 빌보드 200 차트 진입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 힙합음악으로 한국·해외 동시 공략 방탄소년단은 SM, YG, JYP 등 소위 국내 엔터테인먼트 ‘빅3’가 아닌 중소 기획사(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이다. 소속사의 든든한 후광 없이도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초기부터 한국과 해외를 동시에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그해 12월 곧바로 일본에서 첫 번째 쇼 케이스를 열며 해외 시장에 얼굴을 알렸다. 이후 2년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미국, 호주, 멕시코, 칠레 등 북미, 유럽, 남미 국가들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다. 특히 독일, 스웨덴, 브라질에선 2014년부터 팬 미팅을 개최했을 정도로 현지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해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일기 시작하자 국내 팬덤도 자연스레 확산됐다. “방탄소년단이 도대체 누구인데 이렇게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것이냐”는 호기심에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접하게 된 이들이 새롭게 팬으로 유입됐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프로모션도 벌이지 않은 방탄소년단이 이처럼 해외 팬들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힙합’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대중음악평론가이자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는 “딱 들으면 K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여타 아이돌 음악과 방탄소년단의 음악은 달랐다”며 “K팝이라는 제한된 장르의 색채를 걷어내고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맞는 음악을 구현해낸 덕택에 해외 팬들도 거부감 없이 쉽게 수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10, 20대 청춘들의 고민 노래 방탄소년단의 성공을 논하는 데 있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도 빼놓을 수 없다. 수많은 히트 곡을 양산한 그가 직접 트레이닝한 방탄소년단의 연습생 생활은 다른 아이돌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통상 국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은 온종일 ‘칼 군무’에 목숨을 걸며 ‘주어진’ 곡을 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하지만 방 대표가 방탄소년단에 내린 주문은 “너희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였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일상생활에서 소재를 찾아 노래로 만드는 과제를 해결하며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그 결과 멤버 전원이 작곡 및 작사가 가능한 그룹이 됐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래 줄곧 앨범 창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직접 풀어내고 있다. 예컨대 ‘노 모어 드림(No more dream)’에서는 ‘네 꿈은 뭐니’, ‘삶의 주어가 되어 봐’ 같은 가사로 10대들에게 있어 ‘꿈의 의미’에 대한 그들만의 생각을 담아냈다. 10, 20대로서의 고민과 혼란스러운 청춘을 대변하는 듯한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가사는 자연스레 팬들로부터 공감과 동질감을 자아냈다.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 타령’이 아니라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한 청춘들의 고민과 꿈을 진솔하게 풀어놓은 덕택이다. ○ SNS로 팬들과 실시간 소통 방탄소년단은 또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해 꾸준히 팬들과 소통하며 이들이 즐길 만한 놀 거리와 볼거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열성 팬들은 자신들의 ‘입덕’(‘덕후’가 된다는 뜻) 계기로 멤버들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떡밥’을 꼽는다. 즉, 낚시꾼이 물고기를 유혹하는 미끼를 던지듯 팬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하며 팬을 유인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을 통해 해외 활동 중이거나 활동을 쉴 때도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했다. 부지런한 스타 덕분에 방탄소년단 팬들은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이들은 영상을 복습하고, 또 재가공해 2차 편집영상을 생산하며 ‘덕후질’을 이어나갔다. 이 과정에서 팬덤의 결속력은 더 강해져갔다. 과거의 아이돌은 신비로운 우상이었다. 하지만 2017년의 아이돌은 우상이라기보다는 언제든 만나러 갈 수 있는, 나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네주는 친구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친근한 모습이 얼마나 자주 노출되는지가 그들의 팬덤 규모를 좌우한다. 방탄소년단은 이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아이돌이었다. 한국 아이돌 시장에서 빅3 체제는 좀처럼 깨지질 않고 있다. 메이저 기획사에서 육성한 아이돌의 경우 데뷔 전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방송 출연 기회도 쉽게 잡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그런 혜택은 누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대신 그들은 노력해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왔다. 수많은 아이돌이 데뷔해 반짝 인기를 얻고 사라지는 가운데 꾸준히 성장해 온 방탄소년단. 팬들은 이들의 ‘성장 스토리’에 감동과 흐뭇함을 표시하고 있으며, 이 성장 스토리의 매력은 새로운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23호에 게재돼 있습니다.}

    •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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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R 경영의 지혜]투자유치 설명회땐 유능함보다 신뢰성을 보여줘라

    사업계획서를 살펴보고 흥미와 기대감을 나타내던 투자자들이 정작 창업자와의 ‘피치 미팅’(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짧은 사업설명 미팅) 이후 관심을 거두는 일이 적지 않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호는 피치 미팅에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을 분석, 정량화한 락슈미 발라찬드라 미국 뱁슨대 조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발라찬드라 교수의 첫 번째 결론은 열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발라찬드라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창업경진대회에서 녹화된 1분 피치 동영상 185개를 입수해 연구진들로 하여금 소리를 끄고 오직 영상만으로 발표자들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보이는지 평가하도록 했다. 창업자들의 활력 넘치고 결의에 찬 모습이 평가위원에게도 어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평가 결과는 달랐다. 벤처투자사(VC)로 구성된 평가위원들은 침착한 언행의 발표자를 선호했다. 열정을 적당히 절제하며 냉철한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피치에서는 더 중요했던 것이다. 유능함보다는 신뢰가 중요하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에인절투자자들이 특정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창업자의 유능함보다는 인성과 신뢰도가 더 크게 작용했다. 사실 재무나 기술 분야에서 역량이 부족하다면 최고경영자(CEO)가 교육을 받거나 인재를 고용해 보완할 수 있지만, 인성 문제는 좀처럼 극복하기 힘들다는 이유였다. 신뢰도를 강조한 창업자가 투자 유치에 성공할 확률은 그렇지 않은 창업자에 비해 무려 10%나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에인절투자자들은 피드백을 잘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창업자를 원했다. 질문에 대해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미소를 짓는 행위는 ‘열린 사고의 소유자’처럼 비쳐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여전했다. 연구진은 MIT 창업경진대회 영상에서 나타난 발표자들의 행동을 남성적 성향(박력, 지배성향, 공격성, 단호함 등)과 여성적 성향(따뜻함, 감수성, 표현력, 감성 등)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여성적 성향의 행동을 많이 취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투자 유치 성공 확률이 낮았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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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Case Study]“유아교육 앱 대박… 한국의 디즈니 될것”

    “아빠상어 뚜루루뚜루, 엄마상어 뚜루루뚜루, 아기상어 뚜루루뚜루.”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중독성 강한 동요 ‘핑크퐁 상어가족’으로 이름을 알린 스타트업 스마트스터디. 모바일에 특화된 유아교육 콘텐츠를 선보이며 모바일 교육시장을 개척한 스마트스터디는 설립 6년 만인 지난해 매출 175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폰을 무대로 ‘핑크퐁 자장가’ ‘핑크퐁 ABC파닉스’ ‘핑크퐁 스티커 색칠놀이’ 등 다양한 유아전용 앱이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유튜브에서 무려 200만 명 이상(5개 채널 총합)의 채널 구독자를 모집하며 자연스레 해외에 이름을 알리더니 올해 1월 기준 112개국 앱스토어에서 교육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DBR 222호(2017년 4월 1일자)에 실린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와의 인터뷰를 요약해 소개한다. ―처음부터 유아를 겨냥한 콘텐츠를 기획한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조금 더 높은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준비하다가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아는데…. “우리 사명 자체가 ‘스마트스터디’이지 않은가. 사실 처음에는 진지하게 교육에 방점을 찍고 ‘모바일 학원’을 만들어보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치원 기관교재와 영어 교육열을 고려해 영어 동화책을 앱으로 내놓았다. 동요 앱은 그와 더불어 가볍게 출시해봤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영어 동화책이 아니라 신나는 동요 앱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가장 좋았다. 그래서 바로 동요와 같은 유아 콘텐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만약 우리가 스무 살, 스물다섯 살에 창업을 했다면 성과를 어떻게 측정하는지, 무엇이 성공이고 실패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또한 사업 전환을 이렇게 빨리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 우물만 파다 죽든지 대박이 나든지 아마 둘 중 하나였을 것이다. 하지만 창립 멤버 대부분이 10년 이상 회사생활을 했고, 특히 게임업종에서 시장 반응 측정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었다. 시장 반응을 보고 거기에 맞춰 기존 계획을 수정해 제2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건 우리에겐 너무나 ‘본능적인’ 일이었다.” ―단순히 훌륭한 콘텐츠라고 해서 모바일에서도 매력적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바일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많은 출판사가 기존 콘텐츠를 모바일상에 그대로 옮겨놓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큰 착각이다. 애초에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다큐멘터리상의 북극곰이 거대한 설원을 기어가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TV로 보면 기가 막히게 감동스럽다. 심지어 북극곰이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걸 모바일로 보면 북극곰이 너무 작아서 제대로 된 감흥을 느낄 수 없다. 모바일은 화면이 작기 때문에 좀 더 역동적이고 과장돼야 재미를 준다. 우리는 처음부터 모바일 콘텐츠를 새로 설계하고 제공했기 때문에 모바일에 특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용도 많이 투자했다. 보통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은 ‘1분짜리 동영상을 30만 원에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으면 어떻게든 ‘더 싸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경쟁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편에 500만 원 정도로 다른 업체들보다 비용을 10배 정도 더 들여 콘텐츠를 만들었다. 당연히 품질은 월등히 올라갔고, 소비자들로부터 ‘이 정도면 충분히 돈을 지불해도 좋겠다’는 인식을 끌어낼 수 있었다.” ―사실 히트 앱, 히트 동영상을 내도 ‘돈’을 못 버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 현재 수익구조는 어떠한가. “현재 앱에서 35%, 게임에서 30%, 유튜브에서 15%, 오프라인 상품 등 기타 분야에서 나머지 20%의 수익을 내고 있다. 지금은 콘텐츠만 매력적이면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시대다. 하지만 온라인, 모바일 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려고 하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모수의 이용자 집단이 있어야 한다. 창업 전 게임업계에서 경험한 바에 따르면 무료 이용자 대비 유료 이용자의 비율이 약 3%에 불과하다. 100명을 무료로 보게 해야 겨우 3명 정도가 돈을 낸다는 뜻이다. 내수 시장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1년에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신생아가 40만 명이다. 이들 모두가 매년 1만 원짜리 앱을 구매하는 꿈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연 매출은 고작 40억 원이다. 대한민국은 너무 작은 시장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도 준비하고, 다양한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해보는 것이다. ―앱스토어 등 해외시장에서도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사실 당초 영어 버전도 한국의 영어 교육열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팔 수 있을 것 같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어로만 만들면 한국에서밖에 못 팔지만 영어 버전은 전 세계에서 팔 수 있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런 국가들에서 먼저 반응이 오고 캐나다와 호주 정도가 뒤따라왔다. 이를 경험하고 나서 글로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국가’가 아니라 ‘언어’의 개념으로 세계를 바라보게 됐다. 지금은 중남미를 겨냥해 스페인어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 ―연중 무제한 휴가에 출퇴근 시간도 자유로운 조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우리가 이런 자유로운 인사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자유로운 시스템에 어울리는 사람들을, 자유 속에서 오히려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사람들을 뽑았기 때문이다. 다른 조직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다. 아무 조직에나 자유가 적합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스마트스터디를 통해 어떤 비전을 이루고 싶은가.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에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회사가 되면 좋겠다. 가령 초등학교 1학년용으로 동물에 대한 책을 시리즈로 만든다고 치자. 우리나라 출판사들은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코끼리 사진을 5000원 정도 주고 사거나 일러스트로 그려 책을 만든다. 코끼리를 직접 사진으로 촬영하는 건 엄두도 못 낸다. 그렇게 공을 들여도 책이 안 팔리고, 설령 팔려도 시장이 너무 작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출판사들은 코끼리를 직접 촬영해 고급스러운 책을 만든다. 애초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비즈니스로 보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어 독보적 성과를 낸다. 아이들 것이라고, 안 팔린다고 적당히 만들어서 팔고 끝내면 발전이 없다. 더 공들여, 더 비싸게 만들어, 더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 우리나라에도 디즈니나 픽사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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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R 경영의 지혜]“검색광고, 지역업체에 효과적… 대기업엔 무의미”

    라디오, TV,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기술 덕분에 기업들이 홍보를 할 수 있는 여러 통로가 생겼다. 하지만 해묵은 과제는 아직 그대로다. ‘돈을 들여 광고를 한다고 매출이 올라가는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이런 의문은 기업들로 하여금 광고비 지출을 디지털 미디어로 옮기게 만들고 있다. 광고주들은 사람들의 온라인 습관을 추적하는 페이스북과 구글 같은 기업들이 구매 가능성이 큰 사람들 앞에 적절한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액센추어에 따르면 디지털 미디어가 대기업들의 광고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1%에 달하며 2018년에는 50%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2015년 이뤄진 한 연구에 따르면 이베이가 대규모 검색엔진에 광고를 시작했다가 게재를 중단해도 방문자 트래픽에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과연 ‘검색 광고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3월호 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마이클 루카 교수는 대표적 온라인 지역 정보 서비스인 ‘옐프(Yelp)’를 두고 연구를 수행했다. 그는 지역 업체가 옐프의 유료 광고 상품을 구입하면 옐프는 검색 결과 화면에 이들 업체의 광고를 더 좋은 위치에 올려주는데, 과연 이것이 실제로 더 많은 고객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의심을 품었다. 루카 교수는 동료 연구진과 무작위로 미국 내 1만8295개 식당을 표본 집단으로 추출하고 옐프 광고를 이용한 적이 없는 7210곳을 선정해 각 업소에 맞게 무료 광고 패키지를 설계했다. 연구진은 3개월에 걸쳐 식당의 사용자 현황을 자세하게 추적한 다음 광고를 내리고 변화를 관찰했다. 광고가 올라간 동안 광고 속 식당들은 다른 곳들보다 더 많은 페이지 조회수를 기록했다.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 22%, 모바일 기기에서 30%, 전체 조회수가 각각 25% 상승했다. 손님들이 식당 위치를 묻는 빈도가 18% 늘었고 문의 전화는 13% 늘었으며, 웹사이트로의 클릭률도 9% 증가했다. 광고를 내렸더니 이런 차이는 바로 사라졌다. 이 같은 결과는 종전 이베이에 대한 연구 결과와 대조되는데, 루카 교수는 중요한 시사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베이와 같이 소비자가 이미 자주 검색하는 브랜드를 광고에 올리면 효과가 미미하지만 옐프 광고주와 같이 사람들이 거의 들어보지 못한 지역 업체들의 경우 노출 빈도를 올리는 광고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루카 교수는 검색 광고는 소비자들이 아직 모르는 무언가를 알려줄 때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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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Special Report]10년뒤 한국사회, ‘명량’이냐 ‘곡성’이냐

    우리의 미래는 ‘유동적이고(volatile) 불확실하며(uncertain) 복잡하고(complex) 모호한(ambiguous)’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일각에서는 ‘거대한 초복잡성’ 앞에 우리가 놓여 있다고 진단한다. 이처럼 극심한 변화가 예상될 때에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해 미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바람직하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하나의 미래를 예측하던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 동인을 파악해서 다양한 미래상을 그려 보는 경영 방법론이다. 따라서 예측 실패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시나리오 플래닝은 미래 위협 요소를 조기에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경영 현장에서 자주 활용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218호(2월 1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미래 한국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과 외교적 딜레마, 경제성장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10년 후 한국의 미래를 조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어떤 현상의 이면에 자리 잡은 동인을 제대로 파악하면 다양한 미래상을 점쳐 볼 수 있고 시나리오별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다. DBR에 실린 미래 한국 시나리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양대 축 10년 후 한국 시나리오를 결정할 양대 축은 무엇일까.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부분은 단연 경제성장이다.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크게 내수 시장 활성화와 수출 경쟁력 확보다. 미국 내수 시장은 실리콘밸리에서 지금도 쏟아지고 있는 스타트업과 그들을 지원하는 투자 생태계 덕분에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자영업 또는 1인 사업장 중심으로 내수 시장이 구성되어 있으며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내수 시장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내수 시장의 양적·질적 개선 기회가 아직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출 경쟁력 역시 경제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동인이다. 과거 한국은 적당한 품질에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공략했지만 지금의 경영 환경에서 이런 전략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다행히 스마트폰, 자동차, 화장품 등에서 선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등장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철강, 화학, 건설, 소비재 등 타 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스타플레이어를 추가로 발굴하느냐가 향후 수출 경쟁력과 경제적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여기에 한 가지 변수를 추가하자면 ‘4차 산업혁명’을 꼽을 수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에 의한 기술 융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제조업의 혁신은 고용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어 내수 성장에는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유통에서의 혁신, 즉 ‘리테일 4.0’이나 콘텐츠 산업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내수 시장 활성화, 수출 경쟁력 확보와 4차 산업혁명 주도 여부 등에 따라 10년 후 한국 경제는 ‘성장 재점화’와 ‘성장 절벽’ 두 가지 시나리오로 나뉠 것이다.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또 다른 축은 사회적 통합 여부다. 심화되고 있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갈등,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간의 신뢰 및 협력에 대한 의구심, 진보와 보수의 충돌, 부유층과 중산층 이하의 계층 갈등이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가 미래의 모습을 결정할 중요한 요인이다. 사회의 주도권이 누구에게로 넘어갈 것인가도 관건이다. 다양한 집단과 계층의 목소리가 균형 있게 채택될 것인가, 아니면 기득권 세력의 주도권이 유지되고 이로 인한 갈등이 지속될 것인가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10년 뒤 한국은 사회적 통합, 아니면 분열이라는 양 극단의 방향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 위대한 전쟁이냐 곡성으로 가득 차느냐 경제적 성과와 사회적 통합 여부를 두 축으로 해 한국의 미래 시나리오를 4가지로 작성해 볼 수 있다(이해를 돕기 위해 각 시나리오를 한국 영화 대표 흥행작과 연결시켰다). 일단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4% 이상의 경제성장과 사회 통합을 동시에 일군 일명 ‘명량’ 시나리오다.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물리쳤던 것처럼 해당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 중 일부 영역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며 화려하게 비상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요 국가로 국제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도 할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경제적 성과는 높지 않으나 사회적 통합에 기반을 둬 안정적 사회로 진입하는 미래상을 가정해 볼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가난하고 힘들었지만 똘똘 뭉쳤던 영화 ‘국제시장’ 속 가족들의 이미지와 유사하다. 경제성장률은 2%대에 머물겠지만 젊은 세대와 중산층 이하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반영되고 경제 정의 및 복지가 중시될 것이다. 단, 현재 경쟁력이 있는 전자나 자동차 산업 등에서의 혁신은 지속될 수 있지만 타 산업의 경쟁력은 답보 상태에 머무를 확률이 높다. 세 번째는 성장 재점화에는 성공하나 사회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이른바 ‘내부자들’ 시나리오다. 경제성장률이 3%대를 유지하며 미국, 중국의 성장률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다. 다만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이 이어질 것이며 제조업의 기술 혁신으로 국내 고용은 더 위축될 수 있다. 사회적 불균형이 확대되고 양극화 현상도 심화된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기 침체와 사회적 충돌이 맞물리는 일명 ‘곡성’ 시나리오다. 세대 간, 계층 간 ‘한쪽이 이득이면, 한쪽이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것이다. 또 정책적 오류가 정치적 무관심을 야기할 수 있다. 국민의 생계형 부채가 증가하고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은 어떠한 기술적 차별성도 갖지 못할 것이다. 외교적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목적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점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동인 중에는 통제가 불가능한 요인도 있지만 준비를 통해 일부 통제할 수 있는 요인도 존재한다. 사회적 통합 여부는 통제하기 어렵지만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는 한국의 경제 주체들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과 대비가 절실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각국은 이제 다시 비슷한 출발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또 내수 시장 활성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10년 후 한국의 모습을 결정하기 위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심태호 AT커니 한국사무소 파트너 Taeho.Sim@atkearney.com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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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公기관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피드백 정보 만들어야”

     산업 기반을 조성하고 다양한 사회 인프라를 관리하는 공기업·준정부기관 등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준정부기관 116곳이 매년 경영성과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로 많은 공공기관이 매년 조금씩 바뀌는 평가 기준에 맞추기 위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을 투자한다.  지난해 9월부터 약 두 달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동국대 공공기관경영평가연구원이 공동으로 ‘공공기관 전략적 성과 관리’과정을 만들어 운영한 것도 이러한 공공기관의 고민을 덜어 주기 위해서였다. 당시 교수진으로 참여했던 4명의 전현직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원 등 최고 전문가들이 올해 3월부터 시작되는 ‘공공기관 전략적 리더십 및 CFO과정’ 출범을 앞두고 한자리에 모여 공기업 경쟁력 강화 및 평가 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곽채기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홍길표 백석대 경상학부 교수,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박개성 엘리오앤컴퍼니 대표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 6층에서 2017년 공공기관경영평가의 변화, 현 평가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진행했다. 고승연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공공기관 전략적 성과관리 과정 주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서 제기된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공공기관 경영 평가 제도는 긍정적인 효과도 많지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곽채기 원장=지금의 평가 제도는 점수를 내서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고, 기관장의 해임을 건의하거나 경고하는 것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경영 평가 제도의 진정한 가치는 경영 진단 후 피드백 정보를 생성해서 기관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데 있다. 제도도 그런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홍길표 교수=‘1983년 체제 극복’이 필요하다. 현 공공기관 경영 평가 체제의 기원은 1983년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에 있다. 현존하는 공공기관 평가의 많은 관리 요소들이 이때 생겨났다. 1980년대는 민간 기업보다 정부의 능력이 더 좋았던 때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통제하고 평가하고 이끌어 나가는 게 당연했다. 그런데 이제 60조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공기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정부 관료들이 계속 ‘통제’를 중심으로 사고하는 건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1, 2년 안에 있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거에 잘 통했던 관행의 연장선상에서 미래 계획을 짜는 방식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27일 공공기관 평가를 총괄하고 기획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2017년 공공기관 경영 평가 편람을 확정했다. 내용을 보니 공공성 지표를 강화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는데…. 곽=바뀐 편람을 보고 공공기관들이 올해 평가를 준비해야 하는데 일단 공공성 지표가 대폭 강화됐다. 그동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성과’와 ‘효율성’만을 강조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이런 지적을 수용한 셈이다. 다만 일부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준정부기관과 공기업은 사실 그 존재 자체가 공공성을 담보로 한다. 기관의 본질적인 미션과는 관계없는 ‘사회적 책임 경영’을 지나치게 요구하면 공공기관이 지향해야 할 본질적인 목적이 뒷전으로 밀릴 위험이 있다. 또 공기업의 경우 여전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는데 여기에 ‘공공성’ 잣대를 일괄적으로 들이대면 공기업이 지향해야 할 성과 목표를 등한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홍=‘공공성이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다시 해 봤다. 민간 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경제적 목표와 충돌할 수 있다. 반면 공공기관은 본원적 목표가 공적인 사명을 달성하는 것이다. 자기 목표를 잘 달성하는 것 자체가 공공성이자 사회적 책임이다. 안전이나 환경 문제를 잘 관리하는지 평가하겠다고 하는데, 취지는 아주 좋지만 등급을 나눠 평가해야 할 부분이 아니라 ‘법을 잘 지켰는지’를 위주로 판단해 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신완선 교수=다른 분들의 의견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을 더 확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 한국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기부 활동으로만 좁혀서 생각한다. 기업 활동 전반의 신뢰를 구축하는 모든 활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본다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부족하다. 국가가 장려할 수 있는 방식으로, 즉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움직여서 선도하게 만드는 건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박개성 대표=좀 더 큰 ‘방향성’ 측면에서 쓴소리를 하고 싶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대한 정부의 관리 철학 등을 다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공기업은 수준이 대단히 높아졌다. 내부적인 역량과 시스템, 직원 수준이 계속 높아지는데 외부적인 통제 강도 역시 높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이번에 정부에서 평가하겠다고 강조한 내용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하는 것 등이 있는데 이건 각 기관이나 조직의 특성에 따라 자율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이지 획일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준정부기관과 공기업 등에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곽=공공기관의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 공공기관은 그 기관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계속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영을 해 왔다. 하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이제 수요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혁신하거나 바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기관도 많아질 것이다. 과거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 기관들의 생존을 담보했지만 이제는 기관들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게 재무관리다. 재무적으로 생존 기반을 확보해 전략적 투자를 하지 않으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도 문을 닫을 수 있다. 개별 공공기관이 재무 역량과 재무관리 역량을 확충하는 게 급선무다.  박=리더십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현재 사람을 고용하고 평가하는 게 시스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장들이 큰 과업을 완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방식이나 전반적인 기업문화처럼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들을 바꿔 갈 필요가 있다. 리더십이라고 해서 엄청난 걸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아내 실행할 필요가 있다. 정리=장윤정 yunjung@donga.com·고승연 기자}

    • 201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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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BR 경영의 지혜]고객의 칭찬을 들으면 기업 매출도 춤춘다

     대부분의 조직은 고객 설문조사를 통해 개선할 부분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문제’에 역점을 둬 고객들에게 ‘잘못된 것을 찾아 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고객에게 무엇이 잘못됐는지가 아니라 좋았던 점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면 어떨까.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최신호(2017년 1·2월호)에 관련 연구가 소개됐다. 미국 유타주립대 헌츠먼경영대학원 부교수인 스털링 본과 연구팀은 설문조사라는 의견 수렴 과정을 통해 고객 인식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실험에 나섰다. 실제로 연구진이 “우리 회사를 방문했을 때 잘된 점이 무엇이었나요?”와 같이 칭찬을 요청하기 시작하자 고객만족도가 올라가고, 재구매 가능성과 소비금액은 물론이고 고객 충성도도 상승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한 소매 브랜드에서 실시한 연구에서도 ‘칭찬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고객들은 이런 요청 없이 설문조사에 응한 고객에 비해 9%가량 더 많이 거래를 하고, 8%가량 더 많은 소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기업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좋아하는 기능에 관해 질문을 받은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은, 그 같은 질문을 받지 않은 사용자에 비해 이듬해 이 회사 제품을 이용하는 시간이 32%나 더 길었다. 연구진은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얘기하도록 하면 이 경험에 대한 기억이 또렷해지고 결과적으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인식까지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미 칭찬의 효과를 활용하는 기업들도 있다. 샌드위치 전문점인 서브웨이는 계산대 옆에 ‘샌드위치 어때요? 딱 좋아! 완벽해! 훌륭해! 말해주세요. 알고 싶어요!’라고 쓰인 표지판을 게시한다. 미국 국내선 항공사인 제트블루의 연락처 페이지는 고객이 기업에 칭찬을 건넬 수 있는 ‘칭찬을 나누세요’ 링크로 연결된다.  하지만 칭찬을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의료 과실처럼 아주 나쁜 경험, 또는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한 고객에게 칭찬을 요구하면 고객이 격분하지 않을지 알아봐야 한다”고 경고한다. 또 일부 관리자들이 이를 활용해 고객만족도 점수를 부풀릴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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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BR/화중유훈]생각을 멈추고 감정을 하늘에 맡기면 들리는 것이 있다

     소나무 아래 홀로 앉은 인물의 꼿꼿한 모습을 보면 보는 이도 흠칫 등을 곧추세우고 마음마저 경건하게 다스리게 된다. 이러한 감상이 유익했던 것일까. 소나무 아래 한 인물이 의연하게 앉아 있는 그림은 중국의 송나라부터 조선시대 말기까지 꾸준히 제작됐다. 이러한 그림은 ‘청송(聽訟·소나무 소리를 듣다)’, 혹은 ‘청천(聽泉·물소리를 듣다)’으로 부르거나 ‘송하인물도(松下人物圖·소나무 아래의 인물)’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허련(許鍊·1808∼1893)이 그린 송하인물도는 널리 알려진 그림은 아니지만 한 번쯤 감상해볼 만한 작품이다. 추가 김정희의 제자인 허련은 스승인 김정희와는 달리 그 당시 문사들이 요구하던 다양한 장르의 그림을 그렸다. 특히 상단에 적혀 있는 글은 ‘송하인물도’를 통해 그 시절 학자들이 느끼고자 했던 주제를 보여준다.  맑은 물 굽이진데, 푸른 소나무 그늘. 한 사람은 땔나무 지고, 한 사람은 금(琴) 을 듣는다. 감정과 본성이 가는 곳은 오묘하여 찾을  수 없으리니. 하늘에 맡겨두면 만나는 것이 맑은 희음 (希音)이라. 희음이란 무엇인가. 희음이란 ‘드문 소리’다. 쉽게 들을 수 없는 소리다. 홀로 앉으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은 요동치기 마련이다. 그러나 호흡을 고르고 그 생각을 멈추고 그 감정을 하늘에 맡기면 희미하게 울리고 들리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희음’이다.   ‘큰 소리는 소리가 드물고, 큰 형상은 형체가 없다(大音希聲, 大象無形).’ 아주 큰 대상은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형상을 알 수 없고, 같은 방식으로 아주 큰 소리의 파장을 우리는 듣지 못한다. 쉽게 보고 듣는 것은 대개 누구나 보고 듣는 사소한 것들이다. 노자(老子)는 위 구절을 통해 우리의 좁아지는 시야에 주의를 요한다. 작은 것에 매달려 흔들리지 말고 묵직하고 도도하게 흘러가는 큰 흐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희음을 어떻게 감지하나. 이 그림 속 선비처럼 소나무 아래 홀로 앉는 것일까. 그것이 정답일 리는 없다. 소나무 아래 홀로 앉은 이 선비의 그림은 성찰하고 통찰하는 안목을 넓게 키우고자 하는 노력을 표현한 상상이다. 이 그림은 바쁜 일상 속에 조급해진 마음을 잠시 멈추고 복잡한 감정을 하늘에 내려놓는 순간을 요구하는 성찰의 시간, 즉 성찰의 표상이다.  조선시대 학자들에게 크게 인기를 누렸던 ‘시품(詩品)’은 우리 예술과 시문이 추구할 수 있는 24가지의 멋진 격조를 보여준다. 실제 저자는 수수께끼지만 시의 품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시품’의 18번째 품격 ‘실경(實境)’에도 노자의 희음이 등장한다. 시품이 바라보는 희음은 진실이다. 소나무 아래 정좌를 하고 우리를 지켜보는 저 학자는 우리에게 소나무 아래로 올 것을 요청하지 않는다. 그림 속 학자는 그저 잠시 생각을 멈추라고 가르친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계획과 계산들을 내려놓으면 들리고 보이는 것이 있다고 말이다. 고연희 서울대 연구교수 lotus126@daum.net정리=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 2017-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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