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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11일 지주 설립등기를 완료해 4년여 만에 부활한다. 이로써 5대 금융지주(KB·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지주) 시대가 다시 열린다. 우리금융지주가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면서 금융업계 판도가 다시 어떻게 재편될지 주목된다. 지주사들은 새로 짜인 5대 지주 체제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發 인수시장 ‘빅뱅’ 오나 금융회사들은 우리금융지주 설립을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인수합병(M&A) 시장에 불이 붙을지 주목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4년 전 민영화를 통해 은행 체제로 전환하면서 증권, 보험 등을 매각했다. 이번에 지주가 다시 출범하면 실탄을 갖고 M&A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은행법상 출자가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됐지만 지주로 전환되면서 출자 한도가 130%까지 확대된다.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일단 덩치 큰 매물보다는 중소형 자산운용·부동산신탁·캐피털사(社) 등의 인수에 나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신설 금융사는 회계규정에 따라 설립 후 1년간 자산이 낮게 계산돼 출자 여력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롯데카드나 삼성증권을 사들이기엔 아직 자금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리금융지주가 하이자산운용 등 몸집이 작은 자산운용사를 먼저 인수할 것”이라며 “조만간 인수시장이 뜨거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아픔 딛고 1등 금융그룹에 재도전 우리금융지주가 덩치 불리기를 통해 1등 금융그룹에 다시 도전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우리금융은 2001년 국내 1호 금융지주로 출범했다. 외환위기 이후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되며 1999년 1월 한빛은행으로 새 출발을 했고, 이후 정부는 평화은행과 광주·경남은행, 하나로종금까지 한데 묶어 지주사에 편입시켰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들을 한데 모아 일괄 관리하려는 취지였다. 금융그룹의 진용을 갖춘 우리금융은 이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며 2005년 140조 원이던 은행 자산을 2년 만에 219조 원으로 키워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친 덩치 키우기 경쟁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7년 1조7000억 원에 육박하던 당기순이익은 1년 만에 2340억 원으로 급감했다. 이후 정부는 우리금융지주를 시장에 돌려주고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민영화를 추진했고 2014년 계열사들을 매각한 채 은행 체제로 전환됐다. 과점주주 중심으로 경영되던 우리은행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시 지난해 지주사 설립을 신청했다.○ 5대 금융지주 시대, 자산 경쟁 신호탄 향후 금융업계의 자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은행권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2조 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새로 지휘봉을 잡은 금융권 수장들이 과거처럼 무리한 영업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올해는 대출 규제와 어려워진 기업금융으로 실적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은행들은 단기 경쟁에 매몰되지 말고, 해외에 진출하고 디지털화에 따른 영업방식 변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 실적이 비슷해서 지주사로서의 성패는 증권,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를 얼마나 확충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조은아 achim@donga.com·장윤정 기자}

8일 KB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현장을 취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파업 때문에 얼마나 불편한지를 물어볼 고객 자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8일 하루 동안 10여 개 국민은행 지점에 들렀지만 대부분의 점포에는 고객이 1, 2명 남짓이었고 텅텅 빈 곳도 상당수였다. 조회부터 입출금, 예·적금 가입까지 모든 것을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해결할 수 있는 2019년 금융회사 파업의 현주소였다. 파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노조원들의 주된 불만은 사측의 실적 압박과 성과주의 강요였다. 이날 만난 고객들은 “실적 압박은 모든 직장인의 피할 수 없는 현실 아니냐” “그렇게 압박을 받았다면서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만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왜 하지 못하느냐”고 말했다. 더 나아가 “이참에 차라리 직원 수를 더 줄여 모바일 서비스나 개선하라”는 반응도 나왔다. 고객들의 이런 목소리는 금융업의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점포 없는 인터넷전문은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고 정보기술(IT) 업체의 똑똑한 핀테크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2030세대 가운데는 “은행 지점에 가본 지 1년이 넘었다” “집에서 가까운 은행 지점이 어딘지도 모르겠다”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와중에 핀테크 기업들은 혁신적인 앱 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젠 공인인증서 없이 30초 안에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게 해주고, 흩어져 있는 자산을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여기에 맞춤형 금융상품 추천, 투자, 자산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탑재하면서 사실상 ‘개인금융 비서’ 역할까지 하고 있다. 한 데이터 분석기업이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분석한 결과 2017년 3분기 기준 10, 20대가 가장 즐겨 쓴 금융 앱은 기존 은행들이 내놓은 모바일뱅킹 앱이 아니라 핀테크 업체의 금융서비스인 ‘토스’였다. 국민은행 노조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에 2차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기간도 하루에서 이틀로 늘었고, 월말 결제 수요와 설 연휴를 앞둔 자금 수요가 몰리는 시기라 파급력은 이번보다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만큼 더 많은 고객이 국민은행에서 등을 돌릴 수 있다. 지금 금융업에서는 은행과 비은행, 핀테크가 뒤섞여 ‘금융시장의 룰’ 자체가 뒤바뀌고 은행원의 존재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직급별 호봉상한제를 갖고 싸울 때가 아니다. 은행이 어떻게 하면 이 위기에서 생존할 수 있는지를 놓고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것이다.장윤정 기자·경제부 yunjung@donga.com}

“사실 은행 업무야 ATM(자동입출금기기)을 이용해도 되고 모바일뱅킹을 써도 되는 것 아닙니까.”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은행 신당역점에서 만난 64세 김모 씨. 그는 “노조가 대화로 해결을 안 하고 끝내 파업을 한 것이 괘씸하다”면서도 은행 파업으로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KB국민은행 노사가 막판 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8일 19년 만의 파업이 현실화됐다. 국민은행은 본점 인력을 긴급 투입해 전국 1058개 전 영업점의 문을 열고 411곳의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등 정상 영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ATM과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정상 운영된 까닭에 2000년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당시와 같은 혼란은 없었다. 다만 일부 점포에서는 고객들의 불만도 새어 나왔다. 이날 직원 1만6000여 명 중 5500여 명(노조 측 추산 9500여 명)이 총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국민은행 각 지점의 창구 상당수에는 ‘부재중’ 알림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점 출입문 등에는 ‘총파업이 진행 중이나 저희 지점은 정상적으로 영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은 가운데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지점에서 만난 황순옥 씨(51·여)는 “파업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적금 가입, 환전, 예금 인출 등이 모두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도 점심시간 대기 인원이 대부분 5명을 넘지 않았다. 파업 여파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고객들이 점포를 직접 찾기보다는 모바일뱅킹과 ATM 등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국민은행의 전체 거래에서 온라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86%(거래 건수 기준)다. 송금, 이체 등 간단한 업무는 물론이고 예·적금, 펀드 등 각종 상품 가입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은행이 판매한 전체 개인적금의 59%도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됐다. 파업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탓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파업이 은행원 없이도 은행 업무가 돌아가는 ‘디지털 금융시대’의 현실만 깨닫게 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30대 행원은 “창구 은행원이 없다고 해서 금융생활이 마비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파업이 오히려 은행원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자충수가 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파업 참여 인원이 많은 점포들의 경우 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돼 고객 혼란이 발생했다. 법인통장 개설을 위해 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역점을 방문한 방원대 씨(33)는 단순 입출금 업무만 가능하다는 은행 측의 설명에 분통을 터뜨렸다. 방 씨는 “어제(7일)도 지점을 방문했는데 오늘 서류를 준비해 오면 통장 개설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파업과 관련한 공지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한 편이다. 평균 연봉 9100만 원에 이르는 국민은행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파업 관련 기사에는 “소비자들의 이자로 돈을 벌어놓고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국민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전액 인출하겠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런 반응이 부담스러운 듯 국민은행 노조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파업이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직급별 호봉상한제(페이밴드) 폐지 △임금피크제 진입 시기 연장 등이 핵심 안건이라고 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에 걸친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장윤정 yunjung@donga.com·김재희 기자}

“사실 은행 업무야 ATM(자동입출금기기)을 이용해도 되고 모바일 뱅킹을 써도 되는 것 아닙니까.” 8일 오전 서울 중구 국민은행 신당역점에서 만난 64세 김모 씨. 그는 “노조가 대화로 해결을 안 하고 끝내 파업을 한 것이 괘씸하다”면서도 은행 파업으로 그리 큰 불편을 느끼지는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KB국민은행 노사가 막판 협상에도 불구하고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8일 19년만의 파업이 현실화됐다. 국민은행은 본점 인력을 긴급 투입해 전국 1058개 전 영업점의 문을 열고 411곳의 거점점포를 운영하는 등 정상영업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ATM과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정상 운영된 까닭에 2000년 주택·국민은행 합병 반대 파업 당시와 같은 혼란은 없었다. 다만 일부 점포에서는 고객들의 불만도 새어나왔다. 이날 직원 1만6000여 명 중 5500여명(노조 측 추산 9500여 명)이 총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국민은행 각 지점의 창구 상당수에는 ‘부재 중’ 알림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지점 출입문 등에는 ‘총파업이 진행 중이나 저희 지점은 정상적으로 영업 중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은 가운데 고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 송파구 아시아선수촌지점에서 만난 황순옥 씨(51)는 “파업이라고 해서 걱정했는데 적금 가입, 환전, 예금 환급 등이 모두 차질 없이 이뤄졌다”고 했다. 서울 여의도, 광화문 등 사무실 밀집지역에서도 점심시간 대기인원이 대부분 5명을 넘지 않았다. 파업 여파가 제한적이었던 것은 고객들이 점포를 직접 찾기보다는 모바일뱅킹·ATM을 이용해 은행 업무를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상반기(1~6월) 기준 국민은행의 전체 거래에서 온라인뱅킹 등 비대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86%(거래 건수 기준)다. 송금·이체 등 간단한 업무는 물론이고 예·적금, 펀드 등 각종 상품 가입도 온라인으로 가능하다. 지난해 상반기 국민은행이 판매한 전체 개인예금의 59%도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비대면 채널을 통해 판매됐다. 파업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은 탓에 금융권에서는 이번 파업이 은행원 없이도 은행업무가 돌아가는 ‘디지털 금융시대’의 현실만 깨닫게 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시중은행 지점에서 근무하는 30대 행원은 “창구 은행원이 없다고 해서 금융생활이 마비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며 “파업이 오히려 은행원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자충수가 된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파업 참여인원이 많은 점포들의 경우 대출 등 일부 업무가 제한돼 고객 혼란이 발생했다. 법인통장 개설을 위해 8일 오전 서울 중랑구 상봉역점을 방문한 방원대 씨(33)는 단순 입출금 업무만 가능하다는 은행 측의 설명에 분통을 터트렸다. 방 씨는 “어제(7일)도 지점을 방문했는데 오늘 서류를 준비해 오면 통장개설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파업과 관련한 공지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업을 바라보는 여론의 시선은 싸늘한 편이다. 평균 연봉 9100만 원인 노조의 집단행동이 시민들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파업 관련 기사에는 “소비자들의 이자로 돈을 벌어놓고 자기들 밥그릇 챙기기에만 여념이 없다” “국민은행에 넣어둔 예금을 전액 인출하겠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이런 반응이 부담스러운 듯 국민은행 노조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파업이 ‘돈 문제’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직급별 호봉상한제(페이밴드) 폐지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 연장 등이 핵심 안건이라고 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1일과 다음달 1일 이틀에 걸친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KB국민은행 노조가 8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파업을 하면 국민·주택은행 합병 이후 19년 만이다. 계좌 이체나 공과금 납입 등은 온라인뱅킹, 자동입출금기기(ATM)를 이용하면 되지만 대출이나 예·적금 가입 등 지점 방문이 필요한 거래는 불편이 예상된다. 7일 국민은행 노사 양측은 임금 및 단체협약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간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00%를 요구해 온 노조의 뜻을 수용해 허인 행장이 시간외수당을 합쳐 성과급 300%를 지급하겠다고 밝히는 등 일부 진전을 거뒀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이슈 등에서 여전히 평행선을 달렸다. 이에 따라 노조는 7일 오후 9시부터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야제를 열고 파업을 선언했다. 이날 밤늦게까지 전국 각지에서 출발한 버스가 속속 도착하며 약 5000명의 조합원이 집결했다. 파업이 현실화되면서 고객 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영업 비중이 86%에 달한다고 해도 고령자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지점 방문을 선호하고 있다. 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등도 정해진 날에 영업점에서 처리해야 한다. 국민은행은 8일 비조합원 등을 활용해 일단 전 영업점을 열겠다는 계획이다. 한 지점 정원이 10명이라도 최소 3명 이상 근무가 가능하면 점포를 열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측은 “처리가 어려운 복잡한 업무의 경우 고객을 400여 개의 인근 거점 점포로 안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거점 점포 위치는 8일 오전부터 은행 홈페이지와 앱, 콜센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파업 당일 모든 고객의 송금·이체 수수료를 면제하고 대출을 상환하지 못하더라도 연체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노조는 8일 파업에도 요구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설 연휴를 앞둔 이달 31일과 다음 달 1일 이틀간 2차 파업을 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임직원 평균 연봉은 9100만 원이다. 비록 희박하지만 노사는 밤샘 협상을 통한 협상 타결 가능성을 열어뒀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KB국민은행 노조가 8일 19년 만의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국민은행 임원들이 4일 허인 국민은행장에게 일괄 사직서를 제출했다. 노조 총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영업에 차질이 발생하면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날 사직서를 제출한 임원들은 부행장 등 18명, 본부장 11명, 지역영업그룹대표 25명 등 총 54명이다. 경영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조가 파업의 명분이 될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상식과 원칙을 훼손해 가면서까지 노조의 반복적인 관행과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이날 경영진 사의 표명을 두고 “이는 파업에 대해 경영진은 책임을 지는데 직원과 노조는 무책임하게 강행한다는 인식을 심는 책임 전가 행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은행 노사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게 된 핵심 원인은 성과급이다. 국민은행 노조는 사측에 성과급 300%와 유니폼 폐지에 따른 피복비 연간 100만 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은행 측은 과도한 요구라며 성과급 지급의 기준을 자기자본이익률(ROE) 10%로 삼자고 주장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해외여행을 떠나며 급히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던 직장인 김모 씨(35). 보장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다가 이 보험에 포함된 국내치료보장 특약이 자신이 이미 가입한 실손보험과 겹친다는 걸 알고 뒤늦게 후회했다. 보험료를 이중으로 부담한 셈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3일 이처럼 실손보험 가입자가 불필요하게 해외여행보험의 ‘국내치료보장’ 특약에 가입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내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보험사들은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에게 “실손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경우 국내치료보장 중복 가입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안내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해외여행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의 대부분인 95.7%는 국내치료보장 특약을 선택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는 실손보험이 있어 굳이 특약이 필요 없는데도 가입해 보험료를 이중으로 납부하고 있다. 금감원은 또 “장기체류자의 경우 이중으로 낸 실손보험료를 나중에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가입자가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채 3개월 이상 해외에 체류하면 귀국 후 해당 기간에 냈던 국내 실손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지만 홍보 부족으로 실제로 이를 환급받는 경우는 적었다. 보험사들은 장기 체류자들에게 이 제도를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할 예정이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새해 벽두부터 국내 증시가 글로벌 리스크에 흔들렸다. 올해 첫 개장일인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2% 떨어진 2,010.00에 거래를 마치며 2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가 악화됐다는 소식에 중국, 홍콩 증시가 하락하자 국내 증시도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올해도 세계 도처에 잠재된 변수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금융회사와 외신들도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세계 경제의 5대 리스크’를 꼽아봤다.○ 미국의 ‘트럼프 리스크’ 커지나 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측 불가 리더십’은 올해에도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연일 몰아세우며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해 1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뉴욕의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자기 입맛에 맞는 새 의장으로 교체하면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② ‘미중 무역분쟁’도 관건이다. 양국이 7일부터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시작하지만 아직 분쟁이 종료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양국 갈등은 장기 경제 냉전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로 떨어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 ③ ‘주요국의 통화 정책’도 변수다. 미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당초 3회에서 2회로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이 통화 정책 방향을 이미 시장에 예고한 만큼 불확실성은 줄었다. 하지만 막상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급히 올리면 투자자들이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 유럽에서도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돼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흐름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를 지난해 12월 말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ECB는 지금까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3년 넘게 2조6000억 유로(약 3300조 원)의 돈을 풀었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올해는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높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2019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자본 유출 우려가 큰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국지적인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며 “외환 보유액이 적은 터키, 파키스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고위험국으로 분류된다”고 분석했다. ④ ‘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도 큰 변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과 지방부채 급증 등으로 내우외환을 맞고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진행 양상’도 여전한 위험 요인이다. 브렉시트는 3월 29일 실행될 예정이지만 영국과 EU는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영국이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GDP가 2030년까지 7%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장윤정 기자}

새해 벽두부터 국내 증시가 글로벌 리스크에 흔들렸다. 올해 첫 개장일인 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2% 떨어진 2,010.00에 거래를 마치며 2개월 여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이날 발표된 중국 제조업 지표가 악화됐다는 소식에 중국, 홍콩 증시가 하락하자 국내 증시도 영향을 고스란히 받았다. 올해도 세계 도처에 잠재된 변수가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월가의 금융회사와 외신들도 이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세계 경제의 5대 리스크’를 꼽아봤다.● 미국의 ‘트럼프 리스크’ 커지나 도널드 트럼프 ①‘미국 대통령의 예측불가 리더십’은 올해에도 금융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이유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를 연일 몰아세우며 불안감을 키웠다. 지난해 12월 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뉴욕의 3대 지수가 모두 2% 넘게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자기 입맛에 맞는 새 의장으로 교체하면 시장 불안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②‘미·중 무역분쟁’도 관건이다. 양국이 7일부터 무역분쟁 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시작하지만 아직 분쟁이 종료됐다고 보기엔 이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양국 갈등은 장기 경제 냉전의 서막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의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로 떨어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 ③‘주요국의 통화 정책’도 변수다. 미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 횟수를 당초 3회에서 2회로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이미 시장에 예고한 만큼 불확실성은 줄었다. 하지만 막상 연준이 금리를 예상보다 급히 올리면 투자자들이 안전한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국내에서 자금을 뺄 수 있다. 유럽에서도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돼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흐름은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를 지난해 12월 말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ECB는 지금까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3년 넘게 2조6000억 유로(약 3300조 원)의 돈을 풀었다. 주요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따라 올해는 신흥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어느 때보다 높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2019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인상으로 자본유출 우려가 큰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국지적인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며 “외환 보유액이 적은 터키, 파키스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고위험국으로 분류된다”고 분석했다. ④‘중국의 성장 둔화 가능성’도 큰 변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분쟁과 지방부채 급증 등으로 내우외환을 맞고 있다”며 “중국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떨어지면 한국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⑤‘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의 진행 양상’도 여전한 위험 요인이다. 브렉시트는 3월 29일 실행될 예정이지만 영국과 EU는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영국이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면 영국 GDP는 2030년까지 7%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가계들의 ‘빚테크’ 고민도 커졌다.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당장 은행 대출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자들은 올 한 해 주요국의 정책금리와 시장금리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고정형 금리보다 높은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향후 경기 전망이 좋지 않아 금융시장의 장기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출 갈아타기에 대한 관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변동형에서 고정형 대출로 갈아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많은 전문가들은 신규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이 낫다고 권한다. 무엇보다도 금리 상승에 따른 불확실성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임영실 KEB하나은행 평창동 골드클럽 PB팀장은 “경기 둔화로 인해 금리 인상이 가파르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정금리 대출의 경우 5년간은 금리 상승 위험을 피하고, 안정적인 이자를 내기 때문에 대출받는 입장에서는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조한조 NH농협은행 펀드마케팅팀 차장도 “단기 대출자의 경우에는 고정금리 대출이 여러모로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존 대출자들에게도 지금은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탈 기회다. 김미선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장은 “변동금리 대출을 사용하고 있다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효해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만큼 본인에게 맞는 대출 시기 및 기간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 김진영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대출 시기에 따라 고정금리형보다 변동금리형 대출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는 만큼 꼼꼼한 비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도상환 수수료도 잘 고려해야 한다. 김진영 전문위원은 “금리 인상기에는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형 대출로 갈아타는 전략이 일반적”이라면서도 “기존 대출 해지 시 부과되는 중도상환 수수료 및 대출 규제로 인한 한도 변화 등을 사전에 체크해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 줄이기’라고 강조했다. 여유 자금이 생기면 대출부터 줄여서 이자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정필 신한은행 신한PWM도곡센터 PB팀장은 “지금은 부채 총량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고 부득이 대출을 활용한다면 상환 기간을 넉넉하게 잡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출출하긴 한데 왠지 모르게 밥은 당기지 않을 때 우리의 가장 친근하고 익숙한 대안은 ‘라면’이었다. 하지만 굳건하던 라면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편의점에만 가도 도시락부터 즉석 국, 찌개까지 각종 가정간편식(HMR) 제품이 수두룩하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라면시장 규모는 2조97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9% 쪼그라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폭발적으로 팔려나가며 2년 새(2015년 대비 2017년) 매출을 58%나 늘어나게 한 라면이 있다. 바로 2012년 시장에 공식적으로 선을 보인 불닭볶음면이 그 주인공. “너무 매워서 도저히 사람이 먹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단종의 위기를 겪기도 했던 불닭볶음면은 꾸준히 마니아를 늘리더니 이제는 ‘한국 매운맛(K-Hot)’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삼양은 불닭볶음면 덕분에 지난해 ‘1억 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데 이어 올 12월 7일 ‘2억 불 수출의 탑’까지 수상했다. 별다른 광고 없이도 대세 라면이 된 불닭볶음면의 성공요인을 경영매거진 DBR이 집중 분석했다.○ 강렬한 매운맛으로 중독성 어필 불닭볶음면의 아이디어는 삼양식품가의 며느리이자 최고경영자(CEO)인 김정수 사장으로부터 나왔다. 2011년 명동의 매운 찜닭집에서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게 찜닭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라면에도 이 강렬한 매운맛을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무려 2t의 소스와 1200마리의 닭을 투입해 개발했지만 불닭볶음면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2011년 파일럿 제품으로 시장에 첫선을 보였는데 판매 성적이 극히 부진했다. 국물라면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볶음면을 생소하게 느꼈고 무엇보다 ‘너무 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패를 인정하고 단종을 결정하려는 순간, 특이한 현상이 감지됐다. 시장에서 찾기 힘든 이 제품이 중고나라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귀하게 거래되는 것이었다. 대중은 외면했지만 ‘딱 내 취향’이라며 이 라면을 찾아 헤매는 마니아층이 생겨난 것. 고민 끝에 삼양은 꾸준히 시장을 키워보자며 2012년 불닭볶음면을 출시했다.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는 특유의 중독성을 가진 불닭볶음면은 이후 심심치 않게 방송에 노출되며 서서히 인기를 키워나갔다. 인기에 불을 댕긴 것은 바로 유튜브다. 2014년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시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이 전환점이 됐다. 처음에는 자신만만하게 불닭볶음면에 도전했다가 매운맛의 공격에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고 사람들은 이 영상에 열광했다. 그의 도전을 본 또 다른 유튜버가 도전에 나서고, 또 도전에 나서면서 불닭볶음면은 한국 문화를 좀 안다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야 하는 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실제로 11월 30일 기준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파이어 누들 챌린지(Fire noodle challenge)’라는 제목 및 내용으로 검색되는 영상은 20만여 건에 이른다. ○ 까르보, 짜장, 커리 등 라인업 확대 치즈불닭볶음면, 불닭볶음탕면, 커리불닭볶음면, 핵불닭볶음면, 쿨불닭비빔면…. 끊임없이 확대되는 다양한 불닭볶음면 라인업도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팬을 늘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예컨대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에 익숙해진 사람에게는 더 매운맛이, 불닭볶음면의 매운맛이 살짝 지겹게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짜장 맛이 섞인 불닭볶음면이 제공되는 식이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인터넷에서 공유되던 레시피가 실제로 등장하는 식의 제품 출시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는 직접 제품 기획에 참여한 것 같은 뿌듯함과 재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삼양에서는 계속해서 소비자들이 어떤 레시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고 있는지 모니터링하며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이민호 면스낵마케팅팀장은 “여러 가지 식재료를 섞어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어내는 소비자들을 위해 꾸준히 라인업을 확대해 만족도와 재미를 제공하려 한다”고 말했다. 불닭 브랜드의 인기는 해외에서도 뜨거워 2017년 한국 라면 수출액 4000억여 원 가운데 무려 1750억 원이 불닭 브랜드 수출액이었다. 유튜브를 통한 입소문도 한몫했지만 일찌감치 해외시장 확장을 목표로 할랄 인증을 받은 것도 불닭볶음면의 수출에 날개를 달아줬다. 삼양식품은 1년여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할랄 인증기관인 ‘무이’로부터 인증을 받음으로써 세계 2위 라면 소비국인 인도네시아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 채널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올리는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존재하는 시대”라며 “불닭은 재밌는 콘텐츠에 목마른 크리에이터들이 주목할 만한 소재였고 그로써 엄청난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팬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다양한 레시피를 시도하게끔 장려했다는 점도 성공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SNS를 검색해보면 자기만의 방식으로 더 맵게, 덜 맵게, 다양한 방식으로 불닭볶음면을 즐기는 수많은 소비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의 취향에 맞게 스스로 제품을 ‘변주하며’ 소비자들은 자연스레 불닭볶음면의 팬으로 거듭나고 있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과거 한국은 굉장한 혁신을 이뤄내 왔지만 지금 한국의 대기업들을 보라. 너무 많은 규칙이 존재하며 너무 느리다. 형식적인 절차를 제거하더라도 그 근저에 있는 문화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이 ‘애자일(Agile)’이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의 강연자 중 한 명인 피터 카펠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인적자원(HR) 분야의 석학이다. 베스트셀러 ‘부품사회’의 저자로 더 유명하다. 그는 “요리를 잘하는 요리사는 레시피를 따라가기보다는 끊임없이 맛을 보며 재료를 추가하곤 한다. 이것이 바로 애자일”이라고 정의했다. 애자일이 향후 경영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는 게 강연의 핵심이었다. 대부분의 조직은 지금도 세세한 연 단위 경영계획을 세우고 조직 내부의 승인 절차를 거쳐 사업을 진행한다. 반면 소프트웨어(SW) 개발 방식에서 출발한 애자일은 정해진 계획이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구성원들이 소통을 통해 그때그때 민첩하게 지속적으로 전략을 수정하며 더 빠르고, 혁신적인 결과물을 추구한다. 시장 환경 변화에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애자일은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며 경영학계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카펠리 교수는 소비자 피드백을 끊임없이 받으면서 테스트를 거듭해 스테인리스 표면에 손자국이 잘 묻지 않는 냉장고를 제작한 제너럴일렉트릭(GE)을 애자일 열풍의 사례로 들었다. 오랫동안 축적돼 온 조직 문화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카펠리 교수는 “통제력과 권한을 가지고 지시에 익숙해 있던 이들은 애자일로의 전환 과정에서 권력을 잃게 돼 거부감을 가지게 된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진통을 수습하고 조직원들을 애자일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HR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튼스쿨 인적자원센터장이기도 한 카펠리 교수는 “애자일 문화를 확산하려면 채용, 성과 평가, 보상, 역량 계발 등 HR의 전 영역에서 변화가 필요하다. 연례 인사평가 대신에 프로젝트별로 수시로 피드백과 보상을 제공하는 등 애자일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혁신 방안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했다. 실제 메이시스 백화점 등 많은 기업이 연례 보너스 대신 성과가 발생할 때마다 보너스를 지급하고, 개인이 아닌 팀 단위의 평가를 중시하는 조직이 출현하고 있다. 애자일 전략과 방법론의 대가인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부문 총괄대표는 “전통 방식의 팀에 비해 애자일 팀의 성공 확률이 4배가량 높고 복잡한 프로젝트일수록 성공 확률이 6배까지 높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애자일 팀에서 성공을 경험한 사람들은 대부분 ‘예전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다. 애자일 방식으로 일한다면 계속 함께하겠다는 비율이 97%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애자일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라며 무조건적인 전환은 경계했다. 릭비 대표는 “애자일을 한꺼번에 ‘빅뱅’하듯이 실천하려고 하지 말고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동태적 역량’ 개념의 창시자이자 경영전략의 세계적 석학인 데이비드 티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하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날 오후 세션의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티스 교수는 기업의 다양한 사례는 물론이고 오래전의 전쟁사에서 동태적 역량과 민첩성이 성공과 승리를 만들어 낸 경우를 소개했다. 그는 “민첩성과 동태적 역량은 국가 간의 전쟁은 물론이고 기업 간의 경쟁에서도 승패를 갈랐다”며 “1970년대 혼다와 야마하의 ‘모터사이클 전쟁’에서도 혼다는 113개의 새로운 모델을 끝없이 대체 생산하며 소비자의 니즈를 맞춰간 반면에 야마하는 이를 성공하지 못해 결국 패배했다”며 빠른 결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티스 교수는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의 경쟁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경영계의 예측과 달리 삼성은 ‘수직적 통합’을 통해 동태적 역량을 확보해 성공했던 기업”이라며 “이처럼 동태적 역량은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윤정 yunjung@donga.com·고승연 기자}

“낭만버스를 예약하시려고요?” 22일 오전 9시 반 전남 여수공항.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고 여수를 찾은 관광객들이 하나둘 공항 청사로 들어섰다. 그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여수공항 관광안내소의 신은경 관광안내사도 덩달아 분주했다. “여수의 핵심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여수 밤바다’예요. 음식과 다양한 즐길 거리에 낭만적인 야경까지 더해져 젊은층이 많이 찾아오죠.” 여수의 진면모는 실제 어둠이 깔리고 불빛이 밤바다를 수놓기 시작한 때부터 드러났다. 돌산대교, 소호동동 다리, 해양공원 밤빛누리 등에 조명이 켜지자 아름다운 야경이 밤바다 위로 떠올랐다. 돌산공원 ‘놀아 정류장’에는 해상 케이블카를 타려는 이들의 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종화동 종포해양공원의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낭만포차 거리에는 해물삼합과 ‘여수 밤바다 한정판 잎새주’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26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전국 159개 시군(특별시와 광역시 구 제외) 대상 지역경쟁력지수 평가에 따르면 여수처럼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가파른 순위 상승을 이뤄냈다. 충북 청주시가 유사한 사례다. 경기 화성시가 직전 평가였던 2016년에 이어 1위를 지킨 가운데 경기 성남시와 경북 구미시가 2, 3위로 뒤를 이었다. ▼ 콘텐츠가 경쟁력… ‘낭만포차’ 여수-‘담배창고 공연’ 청주 약진 ▼○ ‘밤바다’ 콘텐츠가 여수 전체를 살렸다 여수는 ‘한 번쯤 찾고 싶은 낭만적인 밤바다’의 도시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오동도, 돌산공원, 해상케이블카 등 해양관광 자원에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란 노래가 입혀지면서 20, 30대를 감성적으로 자극한 덕분이다. 여수의 오랜 관광지 오동도에서마저 중장년 단체 관광객 사이사이로 셀카봉을 든 20대 청춘 남녀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갑자기 ‘여수 밤바다 보러 갈까’라고 의기투합해 2시간만 자고 출발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2016년 5월 낭만포차 거리를 조성했고, 2017년부터는 2층 버스를 타고 버스킹을 즐기며 관광지를 둘러보는 ‘낭만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관광객들이 두 번, 세 번 재방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채훈 여수시 관광과 관광진흥팀장은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듣고 찾아온 2030세대들에게 그들이 기대하는 감성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려 했다. 그래야 한 번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구 28만 명의 중소도시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2014년 988만 명에서 2017년 1508만 명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여수 전체 경제도 활력이 돌고 있다. 택시운전사 이모 씨(53)는 “6, 7층짜리 대형 펜션이 지금도 곳곳에 지어지고 있지만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넘쳐 숙박업소가 모자란다”며 “여수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들뜬 목소리로 자랑했다. 여수 내 관광시설, 숙박업, 외식업 등 관광연관 산업체는 2015년 9월 6662곳에서 2018년 6월 7130곳으로 7.0% 늘었다. 관련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1만3346명에서 1만6619명으로 24.5%나 증가했다. 콘텐츠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2009년과 비교해 보니 전남 약진 두드러져, 순위 상승 가장 큰 곳은 제주시 사람들의 뇌리에 ‘특별함’으로 각인되지 못했던 청주도 최근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옛 담배공장과 창고 건물을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부터다. 1946년 문을 연 청주 옛 연초제조창은 한때 직원 2000여 명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했던 곳이다. 하지만 2004년 공장이 폐쇄된 후 삭막한 모습으로 방치됐다. 한때 아파트 개발이 검토됐지만 청주시는 “보존 가치가 있다”는 지역 예술인들의 건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후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연초제조창 일대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거점이 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물론 외부인 발길까지 모으고 있다. 2016년 조사에서 20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던 청주는 올해 11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올해 지역경쟁력지수 17위에 오른 울주군도 매년 9월 신불산에서 세계산악영화제와 산상음악축제인 ‘오디세이’를 개최하고 있다. ‘영남 알프스’라는 아는 사람만 알던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한 이벤트들이다. 심재헌 농경연 연구위원은 “작은 탄광마을이었던 독일 동부의 자이펜이라는 도시는 목공예 산업을 특화시켜 지금은 연간 1400억 원 규모의 목공예품을 생산하고 있다. 50만 명의 관광객 유치는 덤으로 따라왔다”고 했다. 그 도시만의 특별한 콘셉트와 스토리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동아일보와 농경연의 지역경쟁력지수 평가는 2009년 시작돼 2010년부터는 2년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첫 조사와 비교해 올해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한 시군은 총 56개로 집계됐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전남(11개), 전북(9개), 충남(7개), 경북(7개) 등의 순이었다. 제주시의 경우 2009년과 비교해 무려 92위나 순위를 끌어올려 ‘글로벌 관광지’로 업그레이드된 제주의 변화상을 실감하게 했다. 지역경쟁력지수는 각 지역이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지수다. 농경연이 자체 개발한 지역발전지표를 기초로 하면서 △생활 서비스 △주민 활력 △지역 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등 4개 부문 총 20개 세부 지표로 구성돼 있다. 여수=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지역경쟁력 평가 연구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송미령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성주인 삶의질 정책연구센터장, 심재헌 연구위원, 민경찬 연구원, 이정해 연구원, 서형주 연구원, 정유리 연구원}

“낭만버스를 예약하시려고요?” 22일 오전 9시 반 전남 여수공항. 늦가을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새벽 비행기를 타고 여수를 찾은 관광객들이 하나 둘 공항 청사로 들어섰다. 그들을 제일 먼저 맞이하는 여수공항 관광안내소의 신은경 관광안내사도 덩달아 분주했다. “여수의 핵심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여수 밤바다’예요. 음식과 다양한 즐길 거리에 낭만적인 야경까지 더해져 젊은 층이 많이 찾아오죠.” 여수의 진면모는 실제 어둠이 깔리고 불빛이 밤바다를 수놓기 시작한 때부터 드러났다. 돌산대교, 소호동동 다리, 해양공원 밤빛누리 등에 조명이 켜지자 아름다운 야경이 밤바다 위로 떠올랐다. 돌산공원 ‘놀아 정류장’에는 해상 케이블카를 타려는 이들의 행렬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종화동 종포해양공원의 바닷가를 따라 조성된 낭만포차 거리에는 해물삼합과 ‘여수 밤바다 한정판 잎새주’를 맛보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26일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전국 159개시군(특별시와 광역시 구 제외) 대상 지역경쟁력지수 평가에 따르면 여수처럼 차별화된 콘텐츠를 가진 지방자치단체들이 가파른 순위상승을 이뤄냈다. 충북 청주시와 경북 울주군이 유사한 사례다. 경기 화성시가 직전 평가였던 2016년에 이어 1위를 지킨 가운데 경기 성남시와 경북 구미가 2, 3위로 뒤를 이었다. ● ‘밤바다’ 콘텐츠가 여수 전체를 살렸다 여수는 ‘한번 쯤 찾고 싶은 낭만적인 밤바다’의 도시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오동도, 돌산공원, 해상케이블카 등 해양 관광 자원에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란 노래가 입혀지면서 20, 30대를 감성적으로 자극한 덕분이다. 여수의 오랜 관광지 오동도에서마저 중장년 단체 관광객 사이사이로 셀카봉을 든 20대 청춘남녀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대학생 김모 씨(20)는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다 갑자기 ‘여수 밤바다 보러 갈까’라고 의기투합해 2시간만 자고 출발했다”고 말했다. 여수시는 2016년 5월 낭만포차 거리를 조성했고, 2017년부터는 2층 버스를 타고 버스킹을 즐기며 관광지를 둘러보는 ‘낭만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를 끊임없이 개발해야 관광객들이 두 번, 세 번 재방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채훈 여수시 관광과 관광진흥팀장은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를 듣고 찾아온 2030 세대들에게 그들이 기대하는 감성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려 했다. 그래야 한번 스쳐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인구 28만 명의 중소도시 여수를 찾은 관광객은 2014년 988만 명에서 2017년 1508만 명으로 50% 이상 늘어났다. 여수 전체 경제도 활력이 돌고 있다. 택시기사 이모 씨(53)는 “6~7층짜리 대형 펜션이 지금도 곳곳에 지어지고 있지만 주말이면 관광객들이 넘쳐 숙박업소가 모자란다”며 “여수 경기가 전반적으로 좋아졌다”고 들뜬 목소리로 자랑했다. 여수 내 관광시설, 숙박업, 외식업 등 관광연관 산업체는 2015년 9월 6662개소에서 2018년 6월 7130개소로 7.0% 늘었다. 관련 종사자수는 같은 기간 1만3346명에서 1만6619명으로 24.5%나 증가했다. 콘텐츠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이것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2009년과 비교해보니 전남 약진 두드러져, 순위 상승 가장 큰 곳은 제주시 사람들의 뇌리에 ‘특별함’으로 각인되지 못했던 청주도 최근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옛 담배공장과 창고 건물을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면서부터다. 1946년 문을 연 청주 옛 연초제조창은 한 때 직원 2000여명이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했던 곳이다. 하지만 2004년 공장이 폐쇄된 후 삭막한 모습으로 방치됐다. 당초 이곳에 아파트를 지으려던 청주시는 “보존가치가 있다”는 지역 예술인들의 건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후 본격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연초제조창 일대는 문화예술인들의 활동거점이 되면서 지역주민들은 물론 외부인 발길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 지역경쟁력 지수 28위에 오른 울주군도 매년 9월 신불산에서 세계산악영화제와 산상음악축제인 ‘오디세이’를 개최하고 있다. ‘영남 알프스’라는 아는 사람만 알던 브랜드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한 이벤트들이다. 심재헌 농경연 연구위원은 “작은 탄광마을이었던 독일 동부의 자이펜이라는 도시는 목공예 산업을 특화시켜 지금은 연간 1400억 원 규모의 목공예품을 생산하고 있다. 50만 명의 관광객 유치는 덤으로 따라왔다”고 했다. 그 도시만의 특별한 콘셉트와 스토리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동아일보와 농경연의 지역경쟁력지수 평가는 2009년 시작돼, 2010년부터는 2년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첫 조사와 비교해 올해 10계단 이상 순위가 상승한 시·군은 총 56개로 집계됐다. 광역자치단체별로는 전남(11개), 전북(9개), 충남(7개), 경북(7개) 등의 순이었다. 제주시의 경우 2009년과 비교해 무려 92위나 순위를 끌어올려 ‘글로벌 관광지’로 업그레이드된 제주의 변화상을 실감하게 했다. 지역경쟁력지수는 각 지역이 차별화된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된 지수다. 농경연이 자체 개발한 지역발전지표를 기초로 하면서 △생활 서비스 △주민 활력 △지역 경제력 △삶의 여유 공간 등 4개 부문 총 20개 세부 지표로 구성돼 있다. ▼ 작지만 강한 지자체 ▼ 동아일보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년마다 평가하는 지역경쟁력지수(RDI)에서 꾸준히 50위권 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작지만 강한 군(郡)’들이 있다. 부산 기장군, 대구 달성군, 울산 울주군, 충북 진천군과 음성군, 전남 화순군, 경북 칠곡군 등이다. 이들 7개 지역은 인구 수 15만 명 미만이지만 수년째 지역경쟁력지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기장군과 달성군, 울주군은 ‘톱20’에 이름을 올리며 인구가 훨씬 많은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들의 약진은 이른바 ‘도시 연담화(連擔化)’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도시 연담화는 대도시가 주변으로 팽창하면서 주변 중소도시와 달라붙어 거대도시가 형성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따라 과거 경남 기장군과 울주군, 경북 달성군이 각각 대도시에 편입돼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대구 달성군으로 바뀌었다. 대도시의 도심이 커지면서 이들 주변 군과의 거리도 좁혀졌고, 자연스럽게 도시민들의 베드타운(Bed town)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인구, 특히 생산가능인구가 빠르게 늘어나 지역발전지수가 크게 오른 케이스다. 진천군과 음성군은 충북 지역에서도 경기에 가장 인접한 지역이다. 때문에 산업입지 인구 유입 등의 수혜를 받고 있다. 또 진천군과 음성군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공공기관 11곳이 이전했다. 인구 유입에 따른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를 누리게 됐다는 얘기다. 이들 지자체는 공공기관들과 연계한 정보기술(IT), 바이오기술(BT), 태양광 등 신산업 부문의 기업을 적극 유치하면서 혁신도시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향후 발전 가능성도 높게 평가되는 이유다. 칠곡군과 화순군은 ‘인문학’과 ‘교육’이라는 키워드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칠곡군은 지역 곳곳에 인문학 마을을 조성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화순군은 ‘명품화순교육 실현 5개년 계획’을 통해 공교육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성주인 농경연 연구위원은 “상위권에 포함된 작은 군들은 지방 광역자치단체 인근이거나 혁신도시로 지정된 경우다. 하지만 그런 입지 조건들을 기반으로 얼마나 특색 있는 콘텐츠를 개발했냐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수=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필름카메라 시절처럼 24장을 찍고 나면 한 시간 동안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다. 24장을 다 찍고 나서도 꼬박 72시간을 기다려야만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1.09달러(1200원)를 내야 내려받을 수 있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그런데 이 불편하고 구닥다리 같은 카메라 앱이 화제다. 140만여 명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 앱을 내려받았고, 국내를 넘어 해외 10여 개국에서도 불티나게 팔렸다. 단순히 다운로드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10, 20대 사이에서 트렌디함을 가르는 대명사가 됐다. 이 앱을 알면 ‘요새 사람’, 모르면 ‘옛날 사람’이란다. 바로 ‘구닥카메라’(구닥) 얘기다. 도대체 이 앱이 스노우와 카카오톡 치즈 등 정보기술(IT) 대기업이 개발한 앱들이 즐비한 카메라 앱 시장에서 뜨거운 바람을 일으킨 비결은 무엇일까. 구닥의 차별화 전략을 경영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집중 분석했다. ○ 사진 그 자체에 집중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 구닥을 세상에 내놓은 건 강상훈 대표가 주축이 된 모임 ‘스크루바’다. 강 대표는 강남에서 유학 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짬짬이 전시회를 여는 작가이자, 구닥을 개발해낸 대표로 1인 3역을 하고 있다. 사실 구닥 제작에 동참한 나머지 3명의 멤버도 모두 본업이 따로 있는 직장인들. 만날 시간은 주말뿐이었다. 매주 모여 커피를 마시면서, 식사를 하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죽자 살자 해도 성공이 힘든 판에 본업이 따로 있었다니 의아하지만 강 대표는 이 때문에 구닥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나, 시간에 쫓겨서 하는 프로젝트가 아니었기에 이윤 창출 가능성 같은 건 제쳐두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던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사진 찍는 게 너무 쉬워졌어. 그냥 찍었다가 지우면 되니 ‘한 장 한 장’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아.” 구닥은 멤버들끼리 카페에서 이런 내용으로 수다를 떨다가 탄생했다. 소중한 사람과 찍은 사진들이 메신저 채팅 방 너머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왜 사람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사진을 찍고 그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걸까. 스크루바 멤버들은 너무 쉬워진 게 문제라고 봤다. 이에 따라 과거의 일회용 카메라를 앱으로 구현해, 불편하지만 새로운 사진 찍기를 경험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24장으로 찍을 수 있는 사진 수에 제한을 두고 결과물을 확인하기까지 72시간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그 대신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앱에 채워 넣었다. 코닥의 일회용 카메라를 오마주(hommage)해 소비자들이 앱을 처음 마주하는 화면부터 일회용 카메라와 유사한 이미지로 만들었다. 구닥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 필름카메라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도록 했다. 셔터를 누를 때의 ‘찰칵’ 소리뿐만 아니라 일회용 카메라 특유의 필름 감기는 소리까지 재현했다. ○ 1020세대가 놀이처럼 ‘구닥’ 즐기며 입소문 내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미 화려한 필터를 자랑하는 카메라 앱이 수두룩했다. 그들과 경쟁해서 사용자를 확보하기에는 기술력도, 특별한 매력도 없어 보였다. 하지만 강상훈 대표는 왠지 자신감이 있었다. 다른 카메라 앱들처럼 뛰어난 필터, 우월한 보정기능은 없었지만 구닥이 선보이는 낯설고 새로운 사진 찍기의 경험이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구닥은 지난해 7월 등장하자마자 선풍적인 반응을 모았고 현재까지도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10월 18일 기준 인스타그램에 구닥 해시태그가 걸린 게시물은 16만7000여 건에 이른다. 특히 과거 일회용 카메라를 즐겨 썼던 40대가 아니라 1020세대가 구닥에 더 열광하고 있다. 이들에게 필름카메라는 새로운 트렌드인 동시에 경험해보지 못한 콘텐츠다. 그래서 오히려 필름카메라에 향수를 가진 세대보다 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구닥 사진을 공유하고, 그 사진으로 일기를 작성하고 있다. 스토리텔링 요소가 풍성하다는 점도 구닥을 더 재밌는 놀잇감으로 만들어줬다. 부업 삼아 만든 앱이라는 창업 스토리부터 손톱만 한 뷰파인더, 종잡을 수 없는 결과물에 이르기까지 구닥에는 신기하고 이상한 얘깃거리가 가득했다. 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이렇게 신기한 앱이 있는데 써봤어?”라며 대화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소재였던 셈이다. 자신의 일상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구닥을 자기표현의 도구로도 애용하고 있다. 구닥 특유의 빛바랜, 날짜 박힌 예스러운 사진이 ‘아날로그 감성’을 보여주기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여기에 오감을 자극하는 디자인도 사용자들이 구닥에 애착을 느끼는 데 한몫했다. 구닥에 정서적 애착을 가진 사용자들은 마치 마케터처럼 스스로 입소문을 냈고 구닥을 모방한 앱이 등장했을 때 적극적으로 비판을 가하는 등 구닥 지키기에 나서기도 했다. 사실 실체가 없는 스마트폰 앱이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구닥은 브랜드 전략을 고민하는 많은 앱 개발자와 기업들에 시사점을 준다. 김병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구닥은 뷰파인더, 필름 감기는 소리 등을 통해 일회용 카메라를 감각적으로 실체화했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무형의 앱인 구닥을 마치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대상처럼 느끼며,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으로도 여긴다”고 강조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다음 달 5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8’에서는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피터 카펠리 미국 와튼스쿨 교수 등 경영 구루들이 대거 강연자로 나선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파괴적 혁신 시대의 애자일 전략(Agile Strategy in the Era of Disruptive Innovation)’. 행사에 참석하는 경영 석학들은 기존 성공 방식이 통하지 않는 극도의 불확실성 시대에 혁신을 통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연사들은 특히 유연하고 민첩한 조직으로 전환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와 이들이 활용한 방법론을 집중 소개한다. ‘부품 사회’의 저자이자 인적자원(HR) 분야의 대가인 카펠리 교수와 애자일 분야의 최고 전문가인 대럴 릭비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이노베이션 부문 총괄대표는 민첩한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동태적 역량’이라는 개념으로 학계를 뒤흔든 데이비드 티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와 ‘전략적 패러독스’라는 개념으로 경영계에 반향을 일으킨 마이클 레이너 딜로이트컨설팅 이노베이션센터 리더도 민첩한 전략 수립 및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동아비즈니스포럼의 조인트 세션으로 열리는 ‘동아 럭셔리 포럼’에서는 ‘럭셔리 4.0시대, 빅데이터와 뉴 컨슈머’를 주제로 기술 혁신의 시대를 맞아 명품 브랜드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혁신하고 고객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공유가치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활동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제5회 CSV포터상’ 시상식을 개최한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1999년 광고 속 신비로운 빨간 머리 소녀와 암호 같은 브랜드명 ‘TTL’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Time to love(사랑할 시간)’와 같이 TTL의 뜻을 추리하는 열성 팬들이 쏟아졌다. TTL 덕분에 SK텔레콤은 당시 1020세대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TTL세대가 어느덧 30, 40대로 성장하면서 SK텔레콤도 점차 젊은층과 멀어졌다. ‘통화 품질은 좋지만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한다’는 이미지가 생겨나면서 SK텔레콤의 고민도 깊어졌다. 향후 소비를 주도할 미래 고객들과 심리적인 거리를 좁혀야만 했다. 올 8월 SK텔레콤은 TTL을 출시한 지 약 20년 만에 브랜드 ‘0(영·Young)’을 들고 다시 1020세대를 겨냥하고 나섰다.○ 젊은 사원들이 주축 돼 1020세대 관찰 1020세대와의 진정한 공감을 위해 SK텔레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기존 틀을 깼다. 경험이 많은 10년 차 이상 고참 매니저들에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겨 왔던 전통에서 벗어나 신입사원과 2, 3년 차 새내기 직원을 주축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SK텔레콤 박상욱 매니저는 “인력 구성도 새로웠지만 그보다 더 파격적이었던 것은 매출이나 가입자 수와 같은 정량적인 목표가 핵심성과지표(KPI·Key Performance Indicator)로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가입자 수와 같은 목표 대신 이들에게 주어진 특명은 ‘1020세대의 니즈를 제대로 읽어, 그들의 공감을 살 브랜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입자 수를 채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목표였다. 10대를 모아놓고 인터뷰를 해봤지만 묻는 질문에만 겨우 단답형으로 답하는 그들의 진짜 속내를 알기란 어려웠다. 이들은 전략을 바꿨다. 설문조사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 대신 그들이 속내를 털어놓는 곳을 뒤져가며 6개월 이상 천천히 그들을 관찰했다. 고등학교 앞 분식집을 헤매는 것은 기본이요, 지인들을 총동원해 초대한 10대들과 카카오톡 단체 채팅 룸에서 6개월 이상 대화를 나눴다. 1020세대 유튜버들의 일상이 담긴 ‘브이로그’, 280만여 명의 대학생이 수업일정 관리, 생활정보 공유를 위해 활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에브리타임’, 익명 커뮤니티인 ‘대나무숲’ 등 각종 커뮤니티도 그들의 탐구 대상이었다. 수백 시간의 카톡 대화와 손품, 발품을 판 끝에 서서히 1020세대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었다. 문자와 전화보다 데이터 소비량이 높은 ‘모바일 네이티브’라는 소비자적 특성은 그들의 일부일 뿐이었다. 학업에 치이고, 대학생이 된 뒤에도 또다시 취업 준비를 위해 스펙 쌓기 경쟁을 벌이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쉼 없이 달리는 그들의 맨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물량 공세 대신 진정성 있는 소통 SK텔레콤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할인 공세를 하기보다는 ‘0’을 통해 지친 1020세대에게 진정성 있는 응원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서일까. ‘0’은 1020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요금제 ‘0플랜’뿐만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되어 있다. ‘스테이션 0’은 SK텔레콤이 SM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1020세대들의 미래를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긴 음원을 선보이는 문화 프로젝트. 가수 태연과 멜로망스가 협업한 ‘Page 0’을 시작으로, EXO의 멤버 찬열, 세훈의 ‘위 영(We Young)’ 등 발표되는 음원마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런가 하면 ‘0순위 여행’은 스펙 쌓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바쁜 20대를 응원하기 위한 여행 지원 프로젝트다. 이용 중인 통신사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끔 문턱도 낮췄다. 1020세대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응원을 건네려 한 취지가 통한 것인지 반응은 뜨겁다. ‘스테이션 0’을 통해 선보인 음원들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무려 3850만 건을 돌파했고, 0브랜드의 ‘영한동 홈페이지’ 방문자는 한 달 만에 160만 명을 넘어섰다. ‘0순위 여행’에는 100명을 모집하는 데 무려 1만여 명이 지원해 경쟁률 100 대 1을 기록했다. 사실 매출만 생각하면 음원을 출시하고, 타사 이용자에게도 여행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것이 언뜻 납득이 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라고 생각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고객을 확보하고, 차세대 먹거리를 준비해야 하는 기업들에 1020세대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타깃”이라며 “1020세대가 ‘궁금해하는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모든 기업들의 목표”라고 전했다. SK텔레콤 역시 ‘0’을 발판 삼아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꿔 나간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0’ 브랜드 론칭 전에 조사한 ‘SK텔레콤 하면 떠오르는 상위 5개 이미지’는 △품질이 좋은 △생활에 도움이 되고 편리한 △믿음이 가는 △앞서가는 △고객을 배려하는 등이었다. 하지만 조사에 따르면 0브랜드는 △젊은 △유쾌하고 즐거운 △독특하고 새로운 △기발한 △지금까지와 다른 등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었다. 서성원 SK텔레콤 MNO사업부장은 “‘0’ 브랜드는 당장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함이 아닌, 1020세대에게 긍정적인 호감을 얻기 위한 시도”라며 “기존 통신 서비스의 틀을 벗어나 1020세대와 소통하고 이들의 미래를 응원하며 하나의 문화적 브랜드로 ‘0’이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하루평균 16만 명이 찾는 대한민국의 관문이자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 공항 서비스평가(ASQ)’ 12년 연속 1위에 빛나는 인천공항공사. ‘중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태’로 불리는 외교적 악재 속에서도 13년 연속 흑자경영을 이어나가며 지난해에도 매출액 2조1860억 원, 순이익 9650억 원이라는 경영 성적표를 달성하는 등 ‘1등 공항’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해에 이어 제4회 CSV 포터상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이제 그저 ‘1등 공항’을 넘어, ‘1등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창출) 기업’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지난해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새로운 사업과 일자리를 발굴하는 ‘서비스 업 스타트업(Service Up Start Up)’ 프로젝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선 CSV 개념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면 올해 들어서는 CSV 활동을 고도화하기 위해 전사적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개별 CSV 활동을 벌이는 데 그치지 않고 CSV 사업을 위한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큰 그림’을 그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경제적 가치도 함께 창출해내는 CSV 활동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는지에 인천공항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밝힐 정도로 CSV 관련 활동에 의욕을 보이고 있는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의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경영혁신본부 산하에 CSV 전담부서를 지정한 데 이어 전사 워크숍을 통해 CSV 목표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올해도 1월 워크숍을 통해 향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12개의 대표 CSV 사업을 선정했다. 이렇게 진행 중인 인천공항공사의 CSV 사업 가운데 대표적 사례는 단연 ‘공항의 문화 거리화’ 사업이다. 과거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정기공연 등 연간 3000회 이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하지만 공연의 참여 주체는 다소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 인천공항공사는 문화예술인들이 공항에서 그들의 공연이나 작품을 선보일 수 있게 기회를 넓혀주면 문화산업에도 기여할 수 있고 공항 서비스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해 문호를 개방했다. 이로써 한글 헤나 타투, 샌드아트 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올 8월에는 ‘인천공항 국제아카펠라 컴피티션’도 개최됐다. 이에 따라 공항 이용객들은 치열한 예선을 통해 본선에 진출한 세계 각국의 정상급 아카펠라 팀들이 뽐내는 화음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장기 과제로 친환경 항공기 지상전원공급 장치(AC-GPS)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AC-GPS는 항공기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전압과 주파수를 미세 변환하는 핵심 운영장비이지만 해외 제조사들이 선점하고 있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중소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친환경 AC-GPS를 개발하고 수출함으로써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한편, 탄소감축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꾀하고 있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항 내 ‘실버카페’도 곧 첫선을 보인다. 숙련된 노인 바리스타를 고용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공항 이용객들에게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해 공항 만족도도 높일 예정이다. 더 나아가 인천공항공사는 지속가능한 CSV 활동을 위해 CSV 평가 프로세스도 구축하기로 했다. 한 해 동안 시행된 CSV 사업 전체에 성적을 매겨, 앞으로의 CSV 활동목표 및 사업을 선정하는 데 참고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이처럼 전사적인 CSV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초일류 공항기업으로서의 비전을 이뤄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서울 서초구는 장애인들에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자립을 돕기 위해 지난해부터 장애인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늘봄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가 서초구청, 반포도서관, 양재종합사회복지관 등 공공시설 내 유휴공간을 제공하면 기업이 매장 설비 및 인테리어 공사비를 지원해 카페를 설치하고 이후 운영은 비영리법인이 맡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이렇게 서초구에 총 11곳의 늘봄카페가 문을 열어, 51명의 장애인 바리스타들이 향긋한 커피를 대접하고 있다. 서초구는 단순히 장애인 바리스타를 고용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장기적 직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 올봄 베트남 방문연수도 실시했다. 베트남의 커피 농장을 방문해 수확부터 로스팅 과정을 체험하고 현지의 유명카페를 둘러보게 한 것이다. 커피 원두의 재배 현장을 살펴본 장애인 바리스타들의 사기는 당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서초구는 이 같은 ‘늘봄카페’ 프로젝트의 효과를 인정받아 ‘제4회 CSV 포터상’ 프로젝트 부문 전파성 분야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한편 경찰대는 올해 2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경찰이 주도한 최초의 국제연합체인 ‘아시아 경찰교육기관 연합(APTA)’을 창설했다. 경찰교육생 시절부터 긴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각 나라 경찰교육 기관 간 공고한 협력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해외에 체류하는 우리나라 국민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는 데 이바지하겠다는 취지다. 그뿐 아니라 아시아 경찰의 동반 성장을 추구한다는 목표다. 이처럼 경찰 협력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 공로를 인정받아 경찰대는 프로젝트 부문 창조혁신성 분야에서 CSV 포터상을 수상했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CSV 포터상 프로세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육군학생군사학교는 입영훈련 일과표를 과감히 바꿔 후보생들의 훈련 집중도를 개선하고 생활용수 중점사용 시간대를 분산시킴으로써 상수도 운영의 효율성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편 슈나이더 일렉트릭 코리아는 에너지 접근성 및 형평성 향상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프로세스 부문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글로벌 호텔 브랜드 힐튼은 올 7월 부산 기장군 동부산 관광단지에 ‘힐튼 부산’을 오픈하며 각별한 공을 들였다. 바다에 접해 있으면서도 도심과 가까워 대표적인 ‘도심형 휴식처’로 꾸미겠다는 계획 아래 모든 객실에 프라이빗 발코니를 넣었다. 또 객실 면적도 일반 호텔의 1.5배 크기인 60m²로 늘려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도록 했고, 국내 호텔 사상 최대 규모의 오션 인피니티 풀(수영장과 바다가 경계선 없이 이어진 것처럼 느껴지도록 설계된 수영장)을 넣었다. 이 호텔이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인 건 침대. 전 세계 힐튼 체인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힐튼 부산’은 도심형 휴식을 강조한 만큼 가장 편안한 침대를 찾아 나섰다. 고심 끝에 선택한 파트너는 시몬스였다. 310개의 전 객실에 한국 시몬스가 제작한 침대를 배치했다. 특급호텔의 경쟁력을 꼽을라치면 세련된 인테리어의 객실, 품격 있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지만 호텔업계 전문가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수면의 품질’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포시즌호텔 그룹의 창업자인 이저도어 샤프 회장이 가장 중요한 호텔 서비스로 꼽는 것도 침대다. ‘헤븐리 베드’를 탄생시킨 스타우드캐피털그룹의 창업자인 베리 스턴릭트 회장 역시 “고객은 호텔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 중 75%를 침대에서 보낸다”며 침대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힐튼 부산만 아니다. 국내 특급호텔의 약 70%가 객실에 한국 시몬스의 침대를 넣고 있다. 호텔시장에서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대중 침대시장에서 시몬스 브랜드의 인지도가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게 한국 시몬스 측의 분석이다.○ 특급호텔 줄줄이 시몬스 선택 한국 시몬스는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전국에 선보인 5성급 이상 특급호텔 6곳 중 5곳을 선점했다. 힐튼 부산만 아니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76∼101층에 들어선 호텔 ‘시그니엘 서울’, W호텔을 전면 리뉴얼한 ‘비스타 워커힐 서울’, 부산의 랜드마크 호텔로 이번에 리뉴얼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인천 영종도에 개장한 ‘파라다이스 시티’가 모두 시몬스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사실 몇 년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안정호 대표가 이끄는 한국 시몬스는 2001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를 시작으로 꾸준히 호텔 침대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해왔다. 포시즌스호텔, 반얀트리 클럽앤스파, 신라호텔 등 서울 시내 내로라하는 특급호텔 객실에는 모두 시몬스 침대가 놓여 있다. 천상에서 자는 듯한 편안한 수면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로 ‘헤븐리 베드’라는 독특한 침대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웨스틴호텔은 각국에서 품질이 가장 우수한 침대 브랜드를 파트너로 선택한다. 한국의 웨스틴조선호텔이 선택한 파트너도 한국 시몬스다. 한국 시몬스가 이토록 많은 특급호텔의 파트너로 선정될 수 있었던 데는 특급호텔의 엄격한 기준과 요청에 따라 ‘맞춤 제작’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침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몬스는 독자적인 공장과 생산시스템을 갖추고 까다로운 품질기준으로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다. 품질 관련 검사항목만 1936가지에 이르며 포스코가 공급하는 최고급 스프링 경강선만을 사용해 탄력을 극대화했다. 제대로 된 침대를 만들어 최상의 수면을 제공한다는 기본에 충실하니 자연스럽게 특급호텔들과 오랜 신뢰관계가 구축됐다. 한국 시몬스호텔 특판팀을 총괄하는 김병환 부장은 “호텔들이 대부분 10년 주기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하는데 시몬스 제품을 썼던 특급호텔들이 긴 사용 기간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에 놀라곤 한다”며 “이같이 뛰어난 제품력 덕분에 한 번 시몬스를 선택한 호텔들과는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 시몬스와 롯데호텔은 2013년부터 ‘해온(he:on)’이라는 브랜드를 공동 개발해 객실에 비치하는 등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호텔의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인 L7 역시 해온을 사용 중이며, 시그니엘 서울도 하루 숙박료가 2000만 원에 달하는 로열 스위트룸에 ‘뷰티레스트 블랙’을 배치하는 등 전 객실에 한국 시몬스의 매트리스를 들였다. 신라호텔은 2013년 서울 신라호텔의 객실을 리뉴얼하면서 오랜 파트너였던 한국 시몬스를 다시 선택했고, 실용성을 내세우며 2013년 론칭한 서브브랜드 신라스테이에도 시몬스의 ‘뷰티레스트’를 기반으로 맞춤 제작한 ‘뷰티레스트 프리미엄’을 도입했다.○ “내 집도 호텔처럼” 일반 소비자들 관심도 커져 호텔 시장의 명성은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 한국 시몬스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김 부장은 “요즘 편안한 잠자리에 대한 욕구가 커져서 그런지 호텔에서 묵은 고객 중 호텔로 전화를 걸어와 ‘침대 브랜드가 무엇이냐’고 문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며 “외국인 고객이 한국 여행 당시 한국 시몬스 제품을 경험한 뒤 호텔을 통해 구매하고 싶다며 연락을 해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몬스의 최상위 매트리스 컬렉션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호텔 스위트룸 침대’라는 별칭을 얻으며 혼수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행이 대중화됨에 따라 호텔의 편안한 잠자리를 기억했다가 나중에 침대를 바꿀 때, 자신의 삶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을 때 호텔의 침대를 찾는 경향이 생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millenials) 세대의 소비성향도 이런 경향성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과 다른 취향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 비싼 청소기, 비싼 의자, 특별한 침대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