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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 1997년은 ‘글로벌화’와 관련해 쓰라린 패배를 맛본 시기로 기억된다. 그해 터진 아시아 금융위기로 연말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이른바 IMF 외환위기는 동남아 국가들과는 ‘펀더멘털이 다르다’는 한국의 자부심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하지만 교육계와 대학가에서는 글로벌화와 관련된 중요한 ‘씨앗’이 뿌려진 시기로 1997년이 기억된다. 한국 대학에 처음으로 국제 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 특성화 대학원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바로 국제대학원이다. 당시 ‘세계화’를 주요 국정 어젠다로 내세웠던 김영삼 정부는 국제지역학, 국제관계, 통상, 국제경제 관련 전문 인력을 길러낸다는 취지 아래 9개 대학(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에 국제대학원을 설치했다. 또 2000년까지 약 760억 원 규모의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국제대학원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외국인 학생을 대거 유치해 ‘한국 알리기’와 ‘지한파 만들기’에 나선 건 의미 있는 성과로 꼽힌다. 경제 위기 극복과 성공적인 재도약,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외국인들이 대거 국제대학원을 찾았다. 서울대의 경우 재학생 291명 중 142명(48.8%)이 외국인 학생이고, 출신 국적도 47개나 된다. 개발도상국 출신 중에는 한국의 발전모델에 관심이 많은 엘리트 공무원, 선진국 출신 중에는 한국 사회와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가 주로 진학하는 추세다. 하지만 유엔과 세계은행 같은 주요 국제기구와 유수 글로벌 기업의 본사에 한국의 젊은 인력을 진출시킨다는 설립 당시 목표는 욕심만큼 달성되지 않았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런 분야에 진출한 졸업생 비율이 설립 초기나 지금이나 매우 미미하다는 건 모든 국제대학원의 공통점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한반도 주변국 관련 연구에만 집중해 글로벌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아프리카 중남미 인도 등 ‘이머징 마켓’에 대한 교육·연구 기능이 극도로 부족했다는 것에 대해선 국제대학원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세계적 명문인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발리 나르스 원장은 국제대학원의 핵심 기능으로 다양한 지역연구를 꼽았다. 그는 “한국 국제대학원들이 후발주자지만 이제 중동, 인도,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등 ‘아시아 이머징 국가’에 대한 교육과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며 “이런 시도는 대학을 넘어 사회 전체의 글로벌화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제대학원들 사이에 성년을 맞이한 것을 계기로 공동으로 향후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 국제대학원들이 명칭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신’을 추진한다면 꼭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세형 국제부 기자 turtle@donga.com}

“아직 창업 분야의 마이너리거이지만 미래에는 충분히 메이저리거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5∼8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가전전시회(CES) 2017’에 참가했던 한양대와 서울대 학생 창업자들은 스타트업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게 가장 큰 소득이라고 입을 모았다. 두 대학은 CES 전시관에 부스를 마련해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 학생 창업자들의 제품을 전시했다. 한양대는 2009년 국내 대학 중 최초로 창업 교육을 담당하는 교내 기관인 ‘글로벌기업가센터’를 설립하는 등 창업 교육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CES에 학생 창업자들을 파견하고 있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 창업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CES에 보냈다.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한 창업자들이 스타트업 투자가 활성화된 해외 시장에 곧바로 진출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선 기술로 구글과 화웨이의 주목을 받다 한양대 산업공학과 3학년을 마치고 휴학 중인 김재혁 씨(27)는 증강현실(AR)을 구현하는 안경을 개발했다. 그가 창업한 회사는 ‘레티널’. 3년쯤 전부터 AR 기술에 관심이 많아 꾸준히 제품 개발에 나섰던 김 씨는 이번 CES에서 자랑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의 인터랙션리서치팀에서 세부 업무 협력을 논의해 보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중국 IT 기업 화웨이로부터도 향후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김 씨는 “글로벌 기업의 엔지니어와 시장조사 전문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인 것은 물론 실제 업무 협의 제안까지 받아 정말 기쁘다”라고 했다. 레티널은 아직 프로토타입(시제품) 수준의 제품 개발만 진행한 상태지만 기술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얻었다. 기존 AR 관련 기기들의 시야각은 약 30도 수준에 멈춰 있는데 레티널의 제품은 시야각을 70도까지 넓혔다. 일반 안경과 유사한 크기, 모양, 무게로 설계됐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 씨는 “CES에서 만난 많은 전문가가 현재 유명 기업에서 내놓은 AR 관련 제품보다 기술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일부는 향후 AR 기술 트렌드를 이끌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칭찬도 해 줬다”라며 뿌듯해했다.○ 해외 창업자들을 보며 자극을 받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4학년인 이광호 씨(25)는 투명 발광다이오드(LED) 필름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엑시스라잇’의 공동 창업자다. 투명 LED 필름은 미래에 유리 LED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힌다. 건물 유리에 부착해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낼 수 있다. CES에서 엑시스라잇의 제품을 본 전문가들은 탁월한 밝기에 주목했다. 엑시스라잇의 제품은 현재 많이 쓰이는 제품보다 1.5배 정도 더 밝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 역시 아직은 프로토타입 수준의 제품만 개발한 상태다. 유명 기업 제품보다 성능이 우수하다는 반응 속에 자신감이 생겼지만 ‘아직 더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는 자극도 받았다. CES 행사 기간에 만난 해외의 젊은 창업자들의 모습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 씨는 “CES에서 만난 젊은 창업자들은 하나같이 회사와 제품에 대한 비전이 명확했고 미래에 대한 확신도 강했다”라고 전했다. 이 씨는 또 외국의 스타트업 경쟁 문화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온실 안 화초’를 길러 내는 분위기 같다고 했다. 그는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살아남는 제품과 회사를 만들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치열해져야 하고 프로 의식도 강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창업 방향을 읽다 아직 창업하지는 않았지만 CES를 통해 창업 방향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얻은 예비 창업자도 있다. 한양대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박정규 씨(32)는 무인항공기와 공기역학 관련 기술을 활용한 창업을 꿈꾸고 있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기술을 직접 체험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드론 같은 신기술 관련 제품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발전 속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제조 기술에 바탕을 둔 창업도 고려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제조보다는 결국 원천 기술에 바탕을 둔 창업을 해야 한다는 확신이 생겼다”라고 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세계 최상위 슈퍼리치 8명의 총재산이 전 세계 인구 절반(약 36억 명)의 총재산과 같은 규모라고 영국 국제구호단체 ‘옥스팜’이 주장했다. 이 단체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17∼20일)을 계기로 16일 발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재산이 가장 많은 사람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750억 달러·약 88조6000억 원)였다. 이어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 창업자인 아만시오 오르테가(670억 달러) △미국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 워런 버핏(608억 달러) △멕시코 통신업체 ‘텔멕스’ 회장 카를로스 슬림(500억 달러) △미국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저스(452억 달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446억 달러) △오러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436억 달러) △블룸버그통신 창업자 마이클 블룸버그(400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8대 슈퍼리치’의 총재산은 약 4262억 달러(약 502조9160억 원)에 달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는 추세다. 2010년에는 전 세계 하위 50%에 속하는 인구의 재산 총합이 슈퍼리치 388명의 재산 총합과 같았다. 하지만 그 수는 △2011년 177명 △2012년 159명 △2013년 92명 △2014년 80명 △2015년 62명 △2016년 8명으로 매년 큰 폭으로 줄고 있다. 위니 비아니마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극히 소수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부가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불평등은 사람들을 빈곤으로 몰아가고 사회와 민주주의를 훼손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옥스팜은 슈퍼리치들이 조세회피처를 활용해 세금을 피하고 있고,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부를 물려받았거나 축적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슈퍼리치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부 정책을 보장받기 위해 돈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기도 했다. 옥스팜은 또 최상위 부자들의 빠른 재산 증식 속도를 감안할 때 향후 25년 안에 억만장자를 넘어 세계 최초의 ‘조만장자’가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옥스팜은 부유층 대상의 세금 인상과 조세회피 중단, 노동자에 대한 임금 개선 등을 통해 ‘휴먼 이코노미’(인간 중심의 경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의 지원도 휴먼 이코노미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1기 외교안보 라인’이 본격적인 국정 수행을 시작하기도 전에 삐거덕거리고 있다. 일부 강경파 성향 인사는 최근 진행된 미 의회의 인준 청문회 등에서 서로 다른 시각을 드러내고 트럼프가 공약을 통해 강조했던 내용과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이 핵심인 외교안보 정책이 자칫 ‘내부자’들 간 갈등으로 집권 초기부터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책임질 핵심 인사로 꼽히는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가 대(對)러시아 외교를 놓고 큰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플린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주요 협력 대상으로 여긴다. 플린은 국가안보보좌관에 내정된 뒤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대사와 자주 만나며 향후 미-러 관계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미 대선 개입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에도 키슬랴크 대사와 접촉했다. 푸틴 대통령이 보복 조치를 취하지 않은 배경에 플린이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도 많다. 반면 ‘미친개’란 별명이 있을 만큼 야전 사령관 스타일이 강한 매티스는 러시아를 중요한 안보 위협으로 규정지었다. 그는 12일 열린 청문회에서 “러시아는 미국의 경쟁자이고, 양국 간에 협력 가능한 영역은 줄고 대립하는 영역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매티스는 지난해 타결된 이란 핵 합의와 관련해선 “미국도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밝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트럼프와 다른 입장을 보였다. 민간 기업에서만 근무한 경력으로 논란이 됐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지지하는 등 트럼프의 핵심 공약과 반대되는 시각을 지니고 있어 향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일각에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동시에 큰 문제없이 활동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트럼프도 최근 “(외교안보 라인 인사들이) 내 의견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밝히길 바라고 그들은 아주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트럼프는) 복제 인간(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1기 행정부 인사들의 성향은 과거 정부의 인사들보다 훨씬 강경하고 조정 능력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또 공직 경험이 없고, 즉흥적인 성격의 트럼프가 이들을 원만하게 조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토머스 맥라티는 “(트럼프의 외교안보 라인에서 나타나는 시각차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이런 건 정말 처음 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해상 기반 고성능 X밴드 레이더(SB-X·사진)’를 한반도 인근 해역에 배치했다고 12일 CNN이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준비가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 뒤 나온 미국의 첫 번째 대응 조치다. SB-X는 미국 하와이를 모항으로 사용하는 대규모 해상 레이더 기지로 종종 ‘바다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불린다. 축구장만 한 갑판 위에 대형 레이더돔이 달려 있고 탐지거리는 2000km 이상이다. 약 2000km 떨어진 지역의 공중에 떠 있는 야구공 크기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미사일의 고도, 크기, 속도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실제 도발을 위해 발사한 것인지, 단순한 시험용인지도 구별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SB-X를 통해 미사일 성능이나 기술과 관련된 핵심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미국은 북한 미사일이 실제 위협을 가하지 않는 한 인위적으로 격추시키진 않을 계획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법무장관에 내정된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주 연방 상원의원(71)이 10일 열린 미 연방 상원 법사위의 인준 청문회(11일까지 진행)에서 트럼프의 테러 방지 관련 공약을 반대하거나 부인하며 몸을 낮췄다. 뉴욕타임스와 CNN에 따르면 세션스는 우선 이슬람국가(IS) 조직원 등 테러 용의자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워터보딩(waterboarding·물고문의 일종)을 실시하고 무슬림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션스는 “미 의회는 워터보딩과 모든 다른 종류의 고문을 절대적으로 부적절하고 불법적인 행위로 규정해 놓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무슬림 입국 금지 조치는 테러 위협 의심 인물 등에 대해 매우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션스는 “무슬림을 미국에 입국 금지시켜야 하는 종교집단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국에는 훌륭한 무슬림이 많고 그들은 정말 많은 헌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도 (무슬림 입국 금지가) 테러를 일으킨 적이 있는 일부 국가에서 오는 개인(테러 위협 가능성이 있는)에게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내세웠던 강경한 테러 방지 조치를 찬성했던 세션스가 돌연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청문회 통과를 위한 ‘전술적 후퇴’라는 평가가 많다. 세션스는 오래전부터 인종차별주의자란 비난을 받아왔다. 미 최대 흑인인권단체인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를 반국가·공산주의 단체라고 표현했고,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KKK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었다. 1986년 미 연방지방법원 판사로 지명됐을 땐 인종차별 논란으로 낙마했다. 세션스는 청문회 도중에도 “KKK와 그들의 주장 및 증오 이데올로기를 혐오하고, 과거의 (나에 대한) 인종차별 주장은 거짓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흑인 청소년을 살해한 KKK 조직원을 기소한 사실도 홍보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e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 가능성도 사실상 부인했다. 세션스는 “미국에서는 정치적 논쟁이 사법적 논쟁으로 변질된 적이 없고, 이런 모습(정치 보복을 하지 않는)이 나라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한국 정부가 수립되던 해인 1948년 건국했고 경제·안보 여건이 유사한 이스라엘이 잇따른 국가 최고지도자의 부정부패에서도 한국과 닮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 모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을 이뤘지만 최고지도자들의 도덕성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10일 CNN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근 20년간 총리를 지낸 인사 4명 중 3명이 뇌물수수, 사기, 배임 같은 부정부패 혐의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았고, 일부는 유죄 판결을 받아 복역 중이다. 현 총리인 베냐민 네타냐후는 사업가들에게서 고급 양복과 가족 해외여행 비용 등을 받은 혐의로 최근 관저에서 이스라엘 경찰 반(反)부패수사팀의 조사를 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고가 선물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은 사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선물로 판단하고 계속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네타냐후 직전 총리를 지낸 에후드 올메르트(2006년 4월∼2009년 3월 재임)는 총리가 되기 전 저지른 비리로 현재 교도소에 있다. 올메르트 전 총리는 예루살렘 시장(1993∼2003년) 시절 주택 개발업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대법원에서 징역 19개월을 선고받았다. 고(故) 아리엘 샤론 전 총리(2001년 3월∼2006년 4월 재임)는 외교장관(1998년 10월∼1999년 6월) 시절 그리스 섬 휴양지 개발사업을 벌이던 부동산업자 다비드 아펠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2004년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샤론 전 총리는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지율은 추락했고, 2006년 1월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CNN은 총리 외에도 국회의원, 시장, 장관급 공무원 등 이스라엘 고위 공직자들의 부정부패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고, 경찰 내 반부패수사팀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 등 고위 공직자들의 잦은 부정부패가 이스라엘 사회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중동학)는 “이스라엘은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를 계기로 다른 지역 유대인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전통적 장점으로 꼽혀온 사회 공동체 의식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며 “전·현직 총리들의 부정부패 연루는 지도층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키우고, 결속력을 더욱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북극 지역의 소용돌이 기류인 '폴라 보텍스'와 동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 저하 현상인 '라니냐'가 연초부터 지구촌을 괴롭히고 있다. 북극 온난화로 불안정해진 폴라 보텍스가 남하하면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사상 최악의 한파를, 라니냐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홍수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9일 B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민은 120년 만에 가장 추운 크리스마스 연휴를 보냈다. 러시아정교회의 크리스마스인 7일 수도 모스크바 기온이 영하 32도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8일에도 모스크바는 영하 27도를 기록했고, 모스크바 동북 지역에 있는 코스트로마는 영하 41도까지 떨어졌다. 독일과 스위스도 살인적인 추위로 고통받고 있다. 독일 동북부 지역인 작센 주의 날씨가 영하 31.4도까지 떨어졌고, 스위스 라브레방 지역은 영하 29.9도를 기록해 1987년 1월 이후 가장 추운 날씨를 보였다. 20년 만의 최악의 한파를 맞이한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까지 '한파와의 싸움'에 나섰다. 로마의 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지면서 노숙자들이 큰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교황은 6일 노숙자들에게 침낭을 나눠 주고, 이들이 실내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평소 눈을 거의 못 보는 바리, 시칠리아 등에서도 눈이 오고 공항이 폐쇄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유럽에서는 이상 한파가 지속될 경우 '추운 날씨'에 익숙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의식주를 제공받지 못하는 중동 난민들의 피해가 커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그리스 등에서 일부 중동 난민이 사망했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도 동북부 메인 주부터 동남부 미시시피 주까지 폭설과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45㎝나 내렸고, 뉴욕 JFK공항과 뉴저지 주 뉴어크공항은 겨울 폭풍으로 50여 개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한파에 시달리는 유럽과 달리 태국에서는 홍수가 문제다. 절기상 건기인 남부 지역에 1주간 라니냐로 인한 폭우가 쏟아지면서 18명이 사망했다. 나콘시탐마랏 시에서는 동물원이 물에 잠기면서 악어 10여 마리가 탈출해 주민들이 '악어의 공격'을 우려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당분간 폭우가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주민 피해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세형기자 turtle@donga.com}

‘테리사 메이는 제2의 마거릿 대처가 아니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직후 영국 총리에 취임해 혼란스러운 상황을 안정시킬 리더십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테리사 메이(61·사진)가 위기에 빠졌다. 이달 13일 취임 6개월을 맞이하지만 브렉시트 협상과 관련된 명확한 로드맵을 내놓지 못했고 국내 주요 정책에서도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다. 8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신호에 따르면 최근 영국 안팎에서는 메이의 국정 운영을 두고 우유부단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또 영국이 큰 변화를 겪고 있지만 총리로서 명확한 비전과 방향을 보여주지 못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코노미스트는 메이의 이런 문제점을 ‘테리사 메이비(maybe·애매모호하다는 의미)’로 표현하며, 총리가 국정 운영 방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협상은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이지만 메이는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반대했거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는 ‘EU 잔류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국민 절반 정도가 여전히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고, 공무원들도 다수는 ‘브렉시트 결정이 실수였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브렉시트 업무를 담당하는 핵심 고위 관계자 중 하나였던 아이번 로저스 EU본부 주재 영국대사는 3일 사임하면서 “영국 정부는 명확한 브렉시트 계획이 없다”며 메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영국 국내 문제에서도 메이는 존재감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메이는 취임 초 사회 계층 간 이동을 원활하게 만들고, 만연한 불평등을 바로잡겠다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6개월간 메이는 ‘개혁 드라이브’는커녕 논란이 일고 있는 정책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수도 런던의 국제공항인 히스로 공항의 활주로 신설과 영국 남서부 힝클리포인트 지역의 원자력발전소 건설같이 찬반 논쟁이 있는 정책사업의 처음 결정을 번복하는 과정에서 혼선과 갈등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복지 고비용 저효율의 ‘영국병’을 치유한 대처 전 총리도 취임 초에는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좋은 점수를 못 받았다며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메이가 긍정적인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며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불법 이민 등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멕시코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친트럼프’ 인사를 외교장관에 기용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은 클라우디아 루이스 마시에우 외교장관 후임으로 루이스 비데가라이 전 재무장관(49·사진)을 임명했다. 비데가라이의 외교장관 기용은 트럼프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불법 이민 방지용 국경 장벽 설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조정 또는 폐기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미국 내 멕시코인들의 인권 보호 같은 주요 외교 쟁점들을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고 현지 언론들이 평가했다. 비데가라이는 트럼프의 사위이며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재러드 쿠슈너와 가까운 사이로 재무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지난해 8월 트럼프의 멕시코 방문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당시 트럼프는 니에토 대통령과 면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불법 이민과 마약 밀매 등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설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국민들 사이에선 자국 이민자를 범죄자로 표현한 트럼프를 초청한 것부터 잘못됐다는 비판이 일었고, 니에토 대통령은 비데가라이를 재무장관에서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해 비데가라이를 다시 기용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인도 대법원이 종교와 카스트 제도를 내세우며 선거 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자신이 믿는 종교와 소속된 카스트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하는 '인도식 선거운동'을 진행하는 정치인은 후보자 자격을 잃게 된다.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이 종교와 카스트를 바탕으로 후보자를 결정하는 '인도식 공천 문화' 역시 사라지거나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3일 알자지라에 따르면 인도 대법원은 "선거 같은 세속적인 활동에 종교는 개입할 수 없고, 국가와 종교 활동을 구별하지 않는 건 헌법에 위반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동안 인도는 선거 때마다 전체 국민의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표를 얻기 위해 힌두교를 믿는 정치인 중 많은 수가 '소고기'(힌두교에서는 소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먹는 게 금지)와 '바브리 사원'(힌두교도들이 파괴한 이슬람 사원)을 선전물로 이용했다. 이런 선거 운동은 무슬림과 시크교도 같은 비(非) 힌두교도 유권자들을 자극해 유혈 충돌이 자주 발생했다. 또 카스트와 종교를 기반으로 한 정치활동이 부정부패 양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인도 대법원이 종교와 카스트를 정치 활동에서 분리시키는 결정을 내린 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조치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비 힌두교도이거나 낮은 카스트 계급에 속하는 소수계층 유권자들 사이에선 대법원의 결정이 또다른 불평등과 억압을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소수계층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종교와 카스트를 앞세워 주요 선거에서 후보자를 내세우고, 선거운동을 펼치는 것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하층 카스트인 달리트에 속하지만 작가와 정치학자로 유명한 칸차 일라이아는 "대법원의 결정은 낮은 카스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해방을 위해 정치적으로 단합하고, 목소리를 내세우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싸울 수 있는 도구가 없어진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한편 인도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향후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디 총리의 소속 당이며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는 힌두 민족주의를 당 이념으로 삼고 있다. BJP는 주요 선거 때마다 지나치게 종교 색깔을 드러낸다는 비난을 받아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국 상하이(上海)에 사는 우둥메이 씨는 요즘 사립중학교의 ‘해외 진학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을 준비 중인 중3 아들 문제로 고민이 많다. 중국 정부가 유명 사립 초중학교들이 운영 중인 해외 진학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규제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상하이 교육당국은 사립 초중교 해외 진학 프로그램 규제 방안을 일부 공개하며 이 학교들이 마르크스주의와 애국주의를 강조하는 ‘정치사상’ 관련 필수 과목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공립학교에 비해 자유롭던 사립 초중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우 씨처럼 자녀를 해외 고교와 대학에 보내려는 중국 학부모들은 △영어 수업 △자유로운 토론 △다양한 과목 같은 사립 초중교 해외 진학 프로그램의 장점이 사라질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우 씨는 “중국의 교육 시스템은 공장의 조립라인처럼 획일적으로 운영된다”며 “해외 진학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로 교육과정에 변화가 생기면 자녀를 곧바로 유학 보내려는 학부모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립 초중교를 겨냥한 중국 당국의 ‘규제 장벽’은 눈에 띄게 높아지고 있다. 해외 진학 프로그램에 대한 규제 외에 여러 규제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설립 허가 신청을 낸 사립학교 중 해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판단되면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또한 사립학교들이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금지하기로 했다.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수준도 높이고, 특히 국가사상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철저하게 감시할 방침이다. 이런 사립학교 규제 정책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강조해 온 ‘교육 주권’과 관련이 있다. 시 주석 취임 이후 중국은 마르크스주의 교육 강화와 서구사상 관련 교육 축소 기조를 보여 왔다. 초중고교 교육보다 자율성이 보장되는 대학에서도 마르크스주의 관련 과목을 늘리고 필수 과목으로 지정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교육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 정부의 사립학교 규제와 국가사상 교육 강조가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버드대 글로벌교육혁신계획 연구팀에서 활동하는 장쉐친 연구원은 “중국은 교육을 통해 국민들을 철저히 통제하고, 엘리트들이 서구화되는 것을 막으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산층 이상 국민들은 자녀들이 서구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기를 원하고 정부의 과도한 교육 개입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신년 연휴를 즐기기 위해 관광지로 가는 승객들을 태운 여객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선장이 가장 먼저 탈출한 ‘인도네시아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다. 2일 AP통신과 CNN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경 승객 260여 명을 태우고 수도 자카르타 무아라앙케 항을 떠나 약 50km 떨어진 티둥 섬으로 향하던 ‘자로 익스프레스’ 여객선에 출발 15분 만에 불이 나 최소 23명이 숨지고 17명이 실종됐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선장과 선원 3명을 사고 직후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한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생존자들은 선장과 선원들이 불이 난 뒤 대피 안내 방송도 하지 않은 채 바다로 뛰어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승객들이 더 큰 혼란을 겪었고, 피해도 커졌다는 것이다. 안토니우스 부디오노 인도네시아 교통부 해양교통국장은 “선장이 가장 먼저 배를 버렸다면 선장 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강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여객선은 기본적인 안전 규칙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정원이 100명인데도 2배가 넘는 인원을 태웠다. 이번 사고 전에도 해당 배는 정원을 훨씬 넘는 승객을 태웠고, 구명조끼도 부족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 당국은 엔진에서 처음 연기와 불이 난 뒤 연료통으로 옮겨 붙었다는 목격자들의 진술을 감안할 때 엔진 내부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어 여객선 등 해양교통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부실한 안전관리, 과적, 장비 노후화 등으로 사고가 잦고 인명 피해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덴마크 경찰에 체포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2일(현지시각)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있게 해주면 언제든지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정 씨는 이날 덴마크 북부 노르윌란주의 주도인 올보르시 법원에서 진행된 예비 심문을 받던 중 휴식시간에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정 씨는 또 "구금을 풀어주면 사흘 내 현지 생활을 정리하고 자진 귀국하겠다"고도 했다. 정 씨는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대부분 부인했다. 특히 삼성의 특혜 지원에 대해서 정 씨는 "(나는) 삼성이 지원하는 6명의 승마 선수 중 1명을 뿐이다"고 말했다. 또 "삼성이 스폰서를 해서 말을 탔고 엄마가 사인을 요구해 몇몇 서류에 사인했을 뿐 정말 아는 게 없다"며 "돈이 얼마나 왔고,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는 사람은 캄플라데(승마 코치)와 엄마 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나는 지난해 8월 독일로 온 뒤 '말도 그만 타겠다'고 엄마에게 말했고, 엄마랑 재산포기 각서까지 썼다"며 최 씨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과 학점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2015년에 F를 받았고, 이듬해에도 F학점을 받았다. 그래서 제적이 되는 상태였다. 그때 처음으로 최경희 전 총장과 류철균 교수를 만났다"고 밝혔다. 이후 "자신은 면담 자리를 나왔고 이후에 자신도 모르게 학점이 나왔다"며 특혜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또 "자퇴를 해달라고 엄마에게 계속 말했다"며 "애를 키우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는 변호사는 어떻게 쓰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독일에서는 변호사를 선임했지만, 덴마크에서는 국선 변호사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덴마크 생활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9월28일 덴마크에 왔고, 2주 전쯤 독일 비자를 받으러 (독일로) 하루 다녀왔다"며 "여기서 쇼핑을 하러 다니고 하지는 않다"고 소개했다. 그는 평소 박근혜 대통령을 '이모'로 불렀다고 알려진 것과 관련해 "박 대통령을 만난 것은 아버지가 (박 대통령 비서실장격으로) 일할 때였다"면서 "오래 전 초등학교 때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덴마크 법원은 정 씨에 대해 이달 30일 오전 9시까지 구금하기로 결정했다. 정 씨 측은 이에 반발해 항소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덴마크 경찰은 1일 국내 취재진의 신고로 올보르시 외곽의 한 주택에 은신해 있던 정씨 등 5명을 불법체류 혐의로 검거했다. 한국 경찰청은 2일 정씨에 대한 법무부의 긴급인도구속 청구서를 덴마크 인터폴에 전달한 상태다.올보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의 제재조치 발표에 대해 러시아가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영미식 국제학교 ‘모스크바 앵글로-아메리칸 스쿨’에 폐교 명령을 내렸다고 CNN 등 미국 언론들이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미-러의 갈등에 한국 학생 120명을 포함한 1250명의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러시아 측이 이를 부인하면서 ‘진실게임’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가 폐쇄 방침을 밝혔다고 CNN과 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이 보도한 문제의 학교는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대표적인 국제학교로 미국, 영국, 캐나다가 중심이 돼 운영하고 있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캠퍼스가 있고,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이 학교는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고, 교사와 학교 시설의 수준이 높아 영미권 국가를 포함해 전 세계 60개국 1250여 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한국 학생도 외교관과 기업체 주재원 자녀들을 중심으로 약 120명이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언론 보도대로 이 학교가 폐교된다면 미-러 싸움에 한국 학생들도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로 인한 논란이 확대되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미국 공직자가 익명으로 밝힌 이야기지만 이는 거짓이다”라며 “백악관이 완전히 판단력을 잃고 자신들의 자녀들에 대한 제재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재 겨울방학 중인 학교 측도 “아직 러시아 정부에서 공식 통보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혔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DHS)는 28일(현지 시간) 발표한 러시아의 미 대선 해킹 관련 분석 보고서에서 러시아 해킹단체 2곳을 지목했다. 미국의 주요 정부기관이 과학적 분석을 통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혐의 증거를 상세하게 밝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 등에 따르면 FBI와 DHS의 분석 보고서에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미 정부 관계자 등 1000여 명의 인사에게 악성코드가 심어져 있는 e메일을 보내 사이버 공격을 진행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는 또 올해 초 발생한 미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e메일 해킹도 FSB와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GRU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선대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의 e메일에 접근한 해킹그룹 ‘APT28’을 지휘했는데 기밀 노출이 주 임무였다. FSB는 또 다른 해킹그룹인 ‘APT29’를 지휘하며 DNC 시스템에 접근하는 게 목표였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스위스의 화려한 금 제련 기술 뒤에는 피 묻은 금이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스위스 금 제련 산업이 자금 세탁과 전범 지원, 인권 유린 같은 심각한 국제범죄에 연루돼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 10대 금 제련 기업 중 스위스 국적인 아르고르헤라우스, 발캄비, 팜프, 메탈로르테크놀로지스 4개사는 최근 수년 사이 각종 범죄에 연루된 혐의로 고발당한 경험이 있다. 아르고르헤라우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의 무장 세력이 자금 확보를 위해 약탈한 금을 구입한 혐의로 지난해 스위스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회사 측은 무장단체를 지원할 의도가 없었고, 거래 과정에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선진국의 유명 기업이 전범 집단의 장물을 취득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스위스 시민단체인 퍼블릭아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발캄비는 아프리카 소국 부르키나파소의 금광에서 어린이들이 채굴한 금을 수입해 아동 인권 유린을 방조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발캄비는 사실이 아니라며 강도 높은 자체 조사를 벌였다. 스위스 금 제련 기업들의 국제 범죄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스위스 정부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은 규제와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의회는 자국 금 제련 기업들에 금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인권 기록을 공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FATF도 스위스 금 제련 기업들이 ‘위험한 거래 활동’을 개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위스 금 제련 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이들은 스위스계 은행 못지않은 ‘비밀 경영’을 해 왔다. 세계 10대 금 제련 기업에 속하는 4곳 모두 매출과 영업이익 등 기본적인 경영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다. 크리스토프 와일드 아르고르헤라우스 대표는 WSJ 인터뷰에서 “관련 기업들이 불투명성 때문에 나쁜 집단으로 인식된 은행들과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며 “(투명성을 강화해) 금 제련 기업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크림 반도가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자.” 1970년대 미중 수교를 이끌며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꼽히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93·사진)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 최근 이렇게 조언했다고 28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독일 일간 빌트를 인용해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 반도를 2014년 3월 강제 병합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은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키신저는 크림 반도가 러시아 영토라는 것을 인정하는 대신에 동부 우크라이나 지역의 ‘친(親)러 반군’에 대한 러시아의 지원을 중단시키는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런 제안을 했다. 러시아는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기 위해 친러 반군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해 왔고 주변국들은 러시아의 이런 움직임을 불안해하고 있다. 키신저의 제안은 2014년 크림 반도 사태 이후 정치적 현실주의와 지정학을 강조하는 일부 전략가가 주장해 온 것이다.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 견제와 국제사회 제재 동참을 위해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키신저의 제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아 보인다. 트럼프는 올해 5월 미 공화당 경선이 한창일 때부터 키신저를 외교 분야 ‘과외교사’로 여겼고 대통령 당선 뒤에도 수차례 만났을 만큼 신뢰한다. 키신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기적으로 만나며 가까운 관계를 맺어 왔다. 이처럼 트럼프와 푸틴과 동시에 가깝고 두 사람의 중재자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키신저의 발언을 스쳐 듣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트럼프도 푸틴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크림 반도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올 7월에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크림 반도 거주자들이 우크라이나보다는 러시아 국민이길 바란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친러 성향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을 견제한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중국이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을 중심으로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 서태평양 일대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국도 11번째 항모를 내년에 실전 배치하기로 했다. 28일 더내셔널인터레스트(TNI)와 IHS제인스디펜스위클리(JDW) 등에 따르면 미 해군은 포드급 차세대 핵 추진 ‘슈퍼 항모’인 제럴드포드함을 내년에 취역시키기로 했다. 또 스텔스 전투기 F-35를 탑재할 수 있는 차세대 대형 강습상륙함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미 해군은 당초 제럴드포드함을 올해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주(主)터빈 발전기 작동 문제로 시기를 내년으로 늦췄다. 길이 337m, 너비 76m, 높이 30m로 미 해군 역사상 가장 큰 함정으로 전투기 40대를 포함해 총 78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다. 최고 음속의 7배 속도로 발사할 수 있는 ‘전기포’가 처음으로 탑재되며 이중대역 레이더와 레이저포 같은 첨단 무기도 갖춘다. 미국이 건조 중인 차세대 대형 강습상륙함도 해병대원 수송과 지원은 물론이고 F-35와 수직이착륙기인 AV-8B 해리어를 탑재기로 운용할 수 있어 ‘준항모’ 역할을 할 수 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가짜 뉴스’를 실제 상황으로 착각한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경고 메시지를 발표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2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카와자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67)은 ‘AWD뉴스’라는 가짜 뉴스 사이트에서 “파키스탄이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면 이스라엘은 파키스탄을 핵 공격으로 파괴하겠다고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말했다”는 기사를 봤다. 아시프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주제넘게 파키스탄의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퇴치 역할에 대해 언급하고 핵 보복을 하겠다고 협박한다”며 “이스라엘은 파키스탄도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나 곧바로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기사가 가짜 뉴스이고, 야알론 장관은 올해 5월에 이미 물러났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스라엘 국방부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야알론 전 장관은 파키스탄 국방장관이 언급한 내용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아시프 장관이 인용한 기사 내용은 모두 거짓이다”라고 반박했다.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경솔하게 처신한 아시프 장관은 국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아시프 장관은 올 9월에도 인도를 상대로 전술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