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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 기준안도 마련하지 못한 여야는 7일에도 ‘네 탓’ 공방만 벌였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연동제 등은 현행 권력구조(대통령제도)와 맞지 않아 도저히 합의해 줄 수 없다”며 “야당은 더 이상 자당에 유리한 선거제를 무작정 고집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지역구 숫자가 늘어나는 만큼 비례대표를 줄이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라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협상 무산의 책임을 여당에 떠넘겼다. 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 집착과 기득권 지키기가 선거구 획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유권자의 표가 사라지지 않고 충분하게 반영되는) 비례성 강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새누리당이 빈손으로 와서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의 중재안(균형 의석 제도)조차 걷어찼다”고 지적했다. 여당은 비례대표 감축안을 압박했지만 야당은 비례대표 의석이 주는 만큼 보완책을 세워달라고 맞서는 형국이다.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는 사이에 예비 후보 등록 시작일(15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사전 선거운동에 사실상 아무런 제약이 없는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 획정협상에 급할 게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역과 달리 정치 신인들은 ‘깜깜이 선거’에 직격탄을 맞는다. 정치권이 연말까지 선거구 획정절차를 마무리 하지 못할 경우 246개 선거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 2004년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선거구 공백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올해 12월 31일까지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 경우 15일부터 등록을 시작한 예비후보들은 연말이 지나면서 선거구가 무효화되면서 선거사무소를 폐쇄해야 하고 명함배부, 홍보물발송 등이 금지된다. 후원회도 해산해야 한다. 반면 19대 총선에서 당선된 현역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 및 의결권 등 헌법기관으로서의 권한은 그대로 유지된다.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내년 총선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 기준안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6일 ‘3+3’ 회동을 했지만 협상은 또다시 결렬됐다. 3일 회동에 이어 다시 만났지만 23분 만에 이견만 확인한 것이다. 최대 걸림돌은 새로운 선거 제도의 도입 여부다. 새정치연합은 정당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수(지역+비례)를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당초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 도입을 강력히 주장했지만 현재는 최소한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과반을 보장해주는 균형의석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회동 직후 “새누리당이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협상에 진전이 없는 것은) 여당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 제도들이 도입되면 비례대표 의석 축소 등으로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도나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안한 연동제(균형의석제도)를 현재의 권력구조(대통령제도)가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논의하는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여야는 의원 정수(현 300명)를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현 246석)을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현 54석)을 그만큼 줄이는 방향에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야 지도부는 다시 만날 날짜조차 잡지 못한 채 이날 회동을 마쳤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 시작일(15일) 전까지 획정 기준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아졌다. 연내에 처리되지 못할 경우 예비후보 등록 취소는 물론이고 기존 선거구가 사라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새해 예산안 처리를 끝낸 여야가 3일 선거구 협상에 나섰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나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완성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6일 다시 만나자는 데만 의견을 모았다. 15일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예비후보자들이 등록을 시작하는 날이다. 이날부터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들이 표밭을 본격적으로 다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아 ‘깜깜이 선거’가 불가피하다. 무작정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선거구 획정이 다급해진 이유다. 여야 지도부는 3일 회동에서 지역구 의석(현 246석)을 늘리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현 54석)을 축소하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한다. 지역구 의석을 253석까지 늘린 만큼 비례대표 의석을 7석 줄이는 방법을 논의했지만 의견차만 확인했다. 새누리당은 각 정당의 전국 득표율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정하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자고 한다. 다만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 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구 축소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비례대표 의석을 줄여서라도 지역구 의석을 늘려야 한다는 구상이다.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축소에 반발하고 있다.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연대할 가능성이 높은 정의당이 비례대표 축소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외면할 수 없다. 다만 새정치연합은 이병석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제안한 균형의석 제도를 도입하면 비례대표 의석 축소에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고 한다. 균형의석 제도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수의 최소 과반을 보장해주는 방안이다. 새누리당은 야당의 권역별 비례대표제 또는 균형의석 제도 요구에 부정적이다. 이 제도를 받아들일 경우 20대 총선에서 자칫 과반 의석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선거구 협상이 예산안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어렵다는 말이 많다. 선거 룰이 선거 결과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여야 대표는 그 선거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 여권의 한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의원은 “역대 총선 때처럼 선거를 두 달 정도 앞둔 내년 2월 말은 돼야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라고 전망했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지난달 28일 동해에서 실시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현장을 직접 참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일 북한의 SLBM 시험발사는 실패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가정보원은 분석했다. 북한 관영매체는 시험발사 사실과 김정은의 현장 방문 사실도 일절 전하지 않고 있다. 정보 당국은 김정은이 SLBM을 핵개발의 최종 단계로 생각하면서 직접 챙기고 있어 북한이 SLBM 발사를 조만간 다시 시도할 수 있다고 봤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은이 직접 참관했을 확률이 높다”고 보고했다. 그 근거로 지난달 27일 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가 김정은이 강원 원산의 구두공장을 방문한 만큼 다음 날 원산에서 진행된 시험발사를 참관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정은은 5월 SLBM 시험발사 때도 현장을 찾았다. 이 원장은 “5월 사출시험에서 미사일이 수면에서 150m 정도 상승하다 떨어졌고, (정보 당국은) 150m 상승한 궤적을 다 추적할 수 있다”며 “(수면에서) 수십 m 올라온 것도 탄도 추적이 가능한데 이번에는 전혀 파악이 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국정원은 SLBM 탄두를 보호하기 위해 겉에 씌웠던 캡슐의 파편이 발견됐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부인했다. 미사일은 캡슐이 열려 있는 상태에서 발사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캡슐이 아닌 다른 부품의 파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7일까지 강원 원산 앞 동해상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했기 때문에 이 기간 안에 다시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감시와 검열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지도부의 조용원 부부장이 최근 권력 서열에서 급부상했다고 보고했다. 조 부부장은 조직지도부에서 성장한 실무 간부로서 58세 정도로 추정되며 최근 황병서 총정치국장에 이어 두 번째로 김정은을 많이 수행했다고 한다. 정보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대테러와 관련된 내년도 예산을 25억 원가량 증액했다. 국정원의 경우 △홍보비 △신고 장려금 △취약 요소 점검 △상황실 시스템 △교육연수 등에서 20억 원이 늘어났으며 경찰청에서는 대테러 활동 역량 강화 사업에 5억여 원이 증액됐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 씨는 28일 “저는 앞으로 정치를 떠나 아버님의 유지를 받들면서 조용히 살아가고자 한다”고 28일 밝혔다. 현철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아버님을 떠나보내고 그 허탈감과 상실감에 너무 힘들다. 어제(27일) 아버님을 영원히 이 세상에서 이별하고 오늘(28일) 다시 삼우제를 위해 떠나신 아버님을 뵈러 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는 내년 총선에서 PK(부산 경남) 또는 서울 동작지역에서 야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당분간 정치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 다만 한 측근은 “정계를 떠난다는 뜻이 아니며 정치권을 떠나 다른 곳에서도 김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철 씨는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진행된 삼우제를 마친 뒤 “재임 기간에 이뤄 놓은 업적에 대한 올바른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김영삼민주센터’를 통해 최대한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6일 국회 영결식에 참석한 어린이합창단이 외투도 입지 못한 채 추위에 떨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유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결과가 어린 학생들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라는 글을 올렸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여야는 27일 국회 본회의 개최에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차는 여전하다. 특히 시한이 촉박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여부는 불투명하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2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만찬을 함께하며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했다. 여권 주변에선 27일에도 한중 FTA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예고된 해외 순방 일정도 취소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다음 달 2일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한중 FTA의 경우 여야는 무역 이익 공유제와 피해 보전 직불제 개선 등 농수산업 피해 보전 대책에 의견이 맞서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협의체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피해 보전 요구 조건을 4개로 줄였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27일 오전까지 협상한 뒤 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야당은 FTA뿐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 등 다른 쟁점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아야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사실상 연계 처리 방침이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27일 본회의는 쟁점 법안과 한중 FTA, 누리과정 예산이 합의됐을 경우에 개의한다”고 말했다. 특히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요구하는 규모의 예산을 중앙정부가 편성해야 한다고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배수진을 치고 여야를 동시에 압박하고 있다. 한중 FTA가 처리되지 않을 경우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박 대통령이 할 말이 없게 된다는 것. 27일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경우 박 대통령은 국회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황형준 기자}
새누리당 소속인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25일 폭력 집회 또는 시위에서 복면 착용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테러 단체들이 불법 시위에 섞여 들어올 수 있다. 복면시위는 못 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복면금지법’에는 폭력 등으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또는 시위의 경우 신원확인을 어렵게 하기 위한 복면 착용을 금지하고 집회·시위에 사용할 목적의 총포, 쇠파이프 등 제조·보관·운반 행위도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부의장은 제안 이유에서 “매년 집회·시위가 불법적이고도 폭력적인 시위 형태로 변질돼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질서를 혼란케 한다”며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도 “시위하고자 하는 목적이나 주장이 정당하다면 얼굴을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복면을 쓰면 익명성으로 인해 과격해질 수 있다. 인터넷이나 금융 및 부동산 등에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처럼 시위에도 실명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즉각 반발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복면금지법은 평화 시위를 보장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집회·시위의 자유를 막아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옴짝달싹 못하게 묶으려는 법”이라며 “과거에 추진하다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못한 법을 재추진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국가정보원은 24일 이슬람국가(IS)를 공개 지지한 국민 10명과 관련해 “IS와 구체적 연계성이 드러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한 IS 찬양이 아니라 ‘시리아에 어떻게 입국하느냐’ ‘IS 대원 접촉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보고했다. 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사진)가 백두산발전소 수로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이달 초 지방 농장으로 추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최룡해가 혁명화 조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청년중시’ 정책과 관련해 김정은과 견해차도 있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또 집권 5년차를 맞는 김정은이 내년에 국면 전환을 위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또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공화국의 영웅’ 칭호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은 황병서와 김양건이 대북방송 확성기 방송 재개를 막은 것을 두고 ‘피도 흘리지 않고 8·25대첩에서 해결했다’고 홍보했다고 한다. 이 밖에 북한은 26개국에 의료인력 1250여 명을 보내 연간 1500만 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012년 대선 전 ‘좌익효수’라는 아이디로 불법 댓글 활동을 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이 지난해가 아닌 최근에야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황형준 기자}
선거구 획정 기준을 논의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23일 두 달 만에 재개됐다. 하지만 문을 열어놓은 것이 그나마 성과였다. 여야 지도부의 선거구 협상 결렬의 책임을 놓고 고질적인 ‘남 탓’ 공방만 벌였다. 지역구 및 비례대표 의석수,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의 현안을 놓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여야의 주장은 기존의 의견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통폐합이 예상되는 농어촌 선거구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줄이고 지역구 의석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거듭 주장한 것이다. 결국 전체회의는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1시간여 만에 산회했다. 또한 당초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가 열리기로 예정됐었지만 소속 여야 의원들은 배석자 없는 간담회 형식의 비공개 회의로 전환했다. 여야 간사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깊은 논의를 위해 정개특위에 소(小)소위를 구성한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심사소위에 새로운 비공식 논의기구인 소위를 다시 구성한다는 것이다. 여야가 사전에 주요 쟁점을 충분히 조율하겠다는 것이다. 설익은 상태에서 얘기를 꺼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서다. 현재 여야는 선거구 법정 처리 시한(13일)과 여야 원내지도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획정 기준 마련 시한(20일)을 모두 넘긴 상태다.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까지 시간적 여유가 없어 소소위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농어촌 지역 여야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지역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역구 14석을 늘려라”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 축소, 의원정수 확대 등을 촉구했다. 하지만 여야 지도부는 서로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고 있다. ‘깜깜이 협상’이 계속되지만 여야가 어떤 형태로든 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역구 의석(현재 246석)을 253석으로 늘리되 비례대표 의석을 7석 줄이는 대신 근소한 표차로 떨어진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석패율 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지역주의를 완화하자는 야당의 명분에도 맞는 데다 여야 지도부도 내심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박근혜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인연은 순탄하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의 평생 정적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악연이 대(代)를 이은 탓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YS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독재자’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종종 “독재자의 딸”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YS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상도동 자택에서 당시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하기로 한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나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칠푼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지사가 “이번에는 토끼(김 지사)가 사자(박 전 위원장)를 잡는 격”이라고 말한 데 대한 답이었다. 앞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YS는 박 대통령이 아닌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YS는 2012년 대선 직전에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총괄선대본부장을 통해 박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 대통령도 당선 직후 YS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8월 YS 자택을 방문한 자리에서 “입원했다고 해서 걱정했다. 오늘 뵈니까 건강해 보인다”고 안부를 물었고 YS는 “많은 산을 넘어야 할 텐데 잘하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나도 이제 여생이 얼마 안 남았는데…. ‘회자정리(會者定離·사람은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진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김종필(JP) 전 국무총리가 22일 김영삼(YS)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3김(金)’ 중 홀로 남게 된 심경을 토로한 것일까. JP는 “저승에 가서 (YS를) 봬야지”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JP는 이날 휠체어를 탄 채 YS의 영전에 국화 한 송이를 바쳤다. JP는 “신념의 지도자로서 다른 사람이 못하는 일을 하신 분”이라며 “더 살아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애석하기 짝이 없다”고 애통해했다. YS를 평생 보좌했던 김기수 비서실장을 찾으며 “긴 세월 일편단심 잘 모셨다”면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JP는 또 “(YS) 말씀 중에 잊히지 않는 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였다”며 “어떤 것도 자신의 신념을 꺾지 못하고, 민주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신념을 말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5·16 이후 YS에게) 한 번 농반진반으로 ‘같이하십시다’ 그러니까 조용히 웃고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며 “(YS가 1979년) 국회에서 제명당할 때 나 혼자만 반대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YS 재임 시절 구속됐던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접 조문하지 않았다. 다만 별도로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은 보도자료를 통해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데 대해 애도를 표한다”며 “기독교 신앙이 깊었던 분이니까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것이라 믿는다. 명복을 빌며 손명순 여사를 비롯한 유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측도 “노 전 대통령께서 애도를 표했다”며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문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23일이나 24일 정도에 조문단을 꾸려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측근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민주화에 큰 족적을 남겼다. 그분의 업적은 역사에 길이 기억될 것”이라며 “깊이 애도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23일 오전에 빈소를 직접 찾아 조문할 예정이다.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지냈지만 YS와 갈등을 빚었다. 1997년 대선 후보가 된 뒤 YS의 탈당을 요구했고 YS는 탈당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이 23일(현지 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국장(國葬)에 우리 정부 조문 사절로 참석한다고 외교부가 20일 밝혔다. 방문 기간은 22~24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11일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에게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에 지명된 뒤 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했던 김 최고위원은 비박(박근혜)계로 분류됐지만 지난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심판’ 발언이 나온 직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했었다. 김 최고위원은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다. 10일 서거한 슈미트 전 총리는 1974¤1982년 서독 총리 재임 실정 독일 통일의 초석을 마련하고 유럽 통합에 기여한 영향력 있는 서유럽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즉시 가동해 2015년 11월 20일(금)까지 선거구 획정안 관련 지침을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전달한다.’ 불과 사흘 전인 17일 여야 원내지도부 6명은 이 같은 내용의 ‘합의사항’ 문서에 직접 서명했다. 지난주 당 대표들까지 나서서 나흘간에 걸쳐 마라톤 회동을 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자 스스로 획정 기준을 제시하는 날짜까지 못 박은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였고 국민과의 약속은 또다시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내년 4월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의 법정 처리 시한(11월 13일)도 어긴 정치권이니 양당 간 합의 정도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휴지 조각으로 만든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여야는 합의 시한을 지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한 번이라도 열어 협상하는 시늉이라도 보여 줬어야 했는데 이날까지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결국 여야 합의는 “선거 룰도 못 정하느냐”는 국민의 비판을 잠시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쇼’였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10월 상황도 비슷했다. 지난달 5일 여야 원내지도부는 ‘농어촌 지역 의석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정개특위가 조속한 시일 내에 강구하도록 한다’고 친필 서명을 넣어 가며 합의문까지 작성했지만 정개특위는 가동되지 않았다. 두 달 전, 그러니까 9월 23일 회의 이후 현재까지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여론의 뭇매를 의식한 듯 여야는 이날 “23일 정개특위 전체회의를 연다”고 급하게 합의했다. 선거구 획정을 위한 논의를 다음 주 재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기본적으로 여당은 ‘지역구 의석 증가-비례대표 의석 감소’를, 야당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의견을 고수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번 선거구 획정 합의는 처음부터 정개특위 차원에서 이뤄지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여야 대표 등 지도부가 다시 담판에 나서지 않으면 꼬여 있는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무급인 정개특위에서 논의하며 허송세월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불과 20여 일 뒤인 12월 15일은 총선 출마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날이다.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2010년 이후 국제테러조직에 연계됐거나 테러를 저지를 위험이 있는 인물로 지목돼 추방된 외국인이 48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입국이 금지된 국제테러분자는 1만738명이고 우리 국민 중에서도 10명이 인터넷을 통해 과격 이슬람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를 공개 지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관련 법령 미비로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한다. 한국도 테러 ‘청정지대’가 아닌 셈이다. 국가정보원은 1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테러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통해 IS의 주요 근거지인 시리아 난민 200명이 올해 1∼9월 항공편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고 밝혔다. 200명 가운데 135명은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준(準)난민’ 지위로 거주지 신고를 마친 뒤 국내에 체류 중이며, 나머지 65명은 공항 내 외국인보호소 및 난민지원센터 등에 분산 수용됐다. 법무부는 1994년 1월∼2015년 9월 난민 지위를 신청한 시리아인은 848명이며 △난민 인정 3명 △인도적 체류 허가 631명 등 718명에 대한 심사가 끝났다고 밝혔다. 130명은 심사 중이다. 북한과 IS의 연계 가능성에 대해 국정원은 “북한과 IS의 연계 가능성은 상존하나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고 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국내에서도 ‘외로운 늑대’ 형태로 테러 인프라가 구축될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IS가 신규대원 모집을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어 “IS는 유럽 출신의 컴퓨터 전문가와 디자이너를 활용해 SNS 계정 3억 개 정도를 돌리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하루 평균 20만 개의 추종 글이 올라온다”며 “각국에서 하루 평균 2000개 정도 계정을 폐쇄하지만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당정협의를 열어 재외동포가 국내에 90일 이상 머무를 경우 지문정보 제공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테러방지 종합대책’도 마련했다. 입국하는 항공기 탑승자를 대상으로 법무부가 먼저 인적사항을 조회한 뒤 항공사가 탑승권을 발권하는 ‘탑승자 정보 사전확인제도’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내년 예산에 대테러 예산을 1000억 원 정도 증액하기로 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국제테러단체 ‘알누스라 전선’을 추종한 혐의로 국내에서 불법 체류 중인 인도네시아인 A 씨(32)를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했다. 그는 2007년 위조여권으로 입국해 충남 아산 등지에서 공장 근로자로 일했다. 알누스라 전선은 6월 시리아 드루즈 지역 주민 20명을 살해하는 등 잔인한 테러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고성호 sungho@donga.com·박훈상 기자}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은 17일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국내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임 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간담회에 출석해 “(IS가 적으로 간주하는 십자군 동맹) 총 62개국 중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는 것을 9월에 확인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IS 활동과 관련해선 경찰 및 유관 당국과 유기적 정보교환을 하면서 회의도 열고 있다고 보고했다. 임 차관은 “프랑스 테러 이후 20개 안팎의 (재외) 공관에 테러 위험 가능성 관련 지시를 내렸다”며 “필요한 장비와 예산 지원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프랑스에 장기 체류 중인 교민은 약 1만4000명이며 피해 상황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초 IS에 가담해 훈련 중인 것으로 파악된 김모 군의 생사 여부에 대해선 “완전히 확인되진 않았지만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외통위는 이른 시일 안에 테러규탄 결의안을 작성해 채택할 예정이다. 국회 정보위원회도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파리 연쇄 테러와 관련해 긴급 현안보고를 받는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했다. 특히 해킹 등 사이버 해킹 사태를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했다. ‘정보보호 강화’ ‘무선도청 보안장비 구축’ 사업 등 국회사무처의 보안강화 예산을 지난해보다 11억5000만 원 늘어난 17억6200만 원으로 책정했다. 최근 북한이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PC를 해킹한 것을 염두에 둔 조치다. 한편 ‘눈먼 돈’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국회의 특수활동비 5억4000만 원과 대통령비서실의 특수활동비 1억 원은 지출명세를 증빙해야 하는 특수업무경비와 관서업무비로 각각 전환해 투명성을 높였다.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역시 예상은 벗어나지 않았다. 14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한복판인 광화문 일대에선 난데없는 쇠파이프와 횃불이 등장했고, 경찰은 물대포로 맞섰다. 21세기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 ‘대화와 절제’가 실종됐고 ‘폭력’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서울시청 및 광화문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이 꼭 찾는 단골 명소다. 더욱이 이날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첫 수시 논술고사가 치러졌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한 장면이었다. 시위대가 내건 명분은 ‘노동개악 중단’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 중단’ 등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추진 과제를 반대하기 위한 자리로 ‘아수라장’이 예고된 셈이다. 하지만 ‘갈등 조정자’는 없었다. 여야는 사실상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했다. 내년 총선 선거구 획정 협상 불발의 책임론을 두고 ‘네 탓 공방’에 바빴을 뿐이다. 노동개혁은 정치권이 풀어야 할 숙제지만 연일 목청만 높일 뿐 협상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국민 손으로 뽑은 국회가 사회통합 기능을 상실하다 보니 사회적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혼란을 가져오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집회 전날 담화문을 통해 불법행위 엄정 대응 방침 등을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밀린 숙제를 하는 분위기를 지울 수 없다. 사전 물밑 접촉을 통해 불법 폭력 시위를 막으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 주무 장관들이 당당히 설득하고 호소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고 뒤에서 엄포만 놓는 듯하다. 사회 원로들의 역할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불법과 폭력은 안 된다”며 건전한 상식에 호소하는 사회 각계의 목소리는 기대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보장해야 하는 헌법적 가치다. 하지만 법치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불법 폭력 집회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갈등 중재에 나서야 할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여야를 떠나 할 말은 하되 지켜야 할 선은 지켜야 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국회의 대국민 신뢰지수는 갈수록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야당 대표가 정치 경험이 없어서 협상하기 어렵다. 초선이 야당 대표라서….”(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여당 대표가 협상 주체로 나섰는데도 권한과 재량이 없고 제동을 당하는 것 같았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여야는 13일 전날 선거구 획정 협상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만 떠넘겼다. 이날은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이었지만 서로 남 탓만 하는 공방을 벌인 것이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교과서 국정화를 통해 비노(비노무현)계 탈당을 막은 친노(친노무현) 세력이 선거구 획정을 무산시키면서 또다시 비노계의 정치 행동을 제약하려 한다”며 “야당이 친노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선거구 문제는 하루 만에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회 정치개혁특위 새정치연합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야당에 대한 졸렬한 이간질이자 기본적인 정치 도의를 망각한 거짓 선동”이라고 맞받았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협상 결렬은 청와대라는 보이지 않는 손이 양당 대표 협상에 또다시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협상이 벽에 부닥치면서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다음 달 15일까지도 선거구 협상 타결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정치 신인들은 국회가 선거구 획정안 처리 기일을 지키지 못하고 직무유기를 했다며 16일 국회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내기로 했다. 이날 농어촌 지역구 의원들은 선거구 획정 협상을 무산시킨 여야를 싸잡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강원 홍천-횡성)은 “소, 돼지, 닭의 똥이라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의원은 여야 의원 26명으로 구성된 ‘농어촌 지방 주권 지키기 의원 모임’의 새누리당 간사다. 그는 “농어촌 의석이 미끼상품화되면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끼워 파는 행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성명서에서 농어촌 지방 특별선거구 도입을 요구했다.고성호 sungho@donga.com·한상준 기자}

“처음부터 야당이 선거구 획정 협상에 진지하게 임했는지 의심스럽다.”(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백기를 든 수준까지 양보했는데 여당은 거의 칼을 꽂는 수준까지 나갔다.”(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 12일 사흘 연속 열린 여야 지도부의 선거구 협상은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 여야가 원색적인 말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탓하는 사이에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13일) 내 처리는 사실상 불발됐다. 여야는 예비후보 등록일인 다음 달 15일까지 다시 치열한 수 싸움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 여 “지역구 246석 현행대로” vs 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여야는 이날 낮 12시 1차 회동에 이어 오후 5시 30분 2차 회동을 했다. 그동안 ‘비례대표 축소 불가’를 주장해온 새정치연합은 1차 회동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다면 비례대표 축소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이병석 위원장(새누리당)이 제안한 중재안을 받아들일 것을 여당에 요구했다. 이 위원장은 9일 지역구 의석(현행 246석)을 260석으로 늘리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부분 적용하는 안을 냈다. 새누리당은 “그렇다면 국회 선진화법 개정까지 논의해 보자”고 나섰다. 하지만 2차 회동의 결과는 ‘파국’이었다. 회동은 10분 만에 끝났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여당이) 모든 안을 거부하고 현행 의석수(지역구 246석, 비례대표 54석)로 가든지, 비례대표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라고 요구해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여당 간사인 이학재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는 말은 좋지만 우리 정치 현실에서는 과반 의석을 깨는 제도”라며 “(야당이) 그것을 당장 받으라고 (요구) 하는 것은 받을 수 없는 제안을 한 셈”이라고 했다. ‘이병석 안’에 대해서도 “여당이 낸 안도 아니고, 충분히 논의된 안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한편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합의 결렬 뒤 “지금까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 경우에는 청와대발(發) 아이디어가 많았던 것 같다”며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 ‘비례대표 제도’가 최대 쟁점 여야가 충돌한 핵심은 ‘비례대표 제도’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원정수(현 300석) 유지, 농어촌 지역구 축소 최소화, 비례대표 의석 축소 등의 막판 협상 원칙을 세웠다. 또 이날 오후 2차 회동을 앞두고 재차 최고위를 열어 야당의 ‘이병석 안’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했다. 어떤 형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20대는 물론이고 21대 총선에서도 도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막판 협상 카드로 ‘현행 의석 유지’를 꺼내 들었다.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야당 농어촌 의원들의 반발이 커지고, 내부 갈등도 유도할 수 있는 전략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비례대표 의석 유지를 포기하면서까지 비례대표 제도 개편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구도 타파’라는 명분과 ‘영남 의석 확보’를 이룰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태년 의원은 “비례대표 의석 7석을 줄이는 것을 받는 대신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수용하겠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야권연대의 한 축이 될 수 있는 정의당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사흘에 걸쳐 여야 대표까지 직접 나서 진행한 협상이 결렬되면서 선거구 획정 논의는 다시 정개특위로 넘어가게 됐다. 이날 여야는 본회의에서 정개특위 활동 기간을 다음 달 15일까지 연장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고성호·차길호 기자}
여야 지도부는 11일 내년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협상을 이틀째 벌였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다. 양측 모두 법정시한 준수를 외치면서도 각자의 주장만 고집하는 ‘동상이몽’인 셈이다. 그 핵심에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논란이 있다.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눠 인구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與, ‘권역별 비례대표는 반(半)역적’ 새누리당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는 금기어라고 한다. 권역별 비례대표를 도입하면 내년 4월 총선 이후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탓이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 당시 전체 300석 중 152석을 얻으며 과반수를 확보했다. 정당 지지를 가늠할 수 있는 비례대표 득표율(42.8%)보다 풍성한 성과를 거둔 것. 선거구에서 1명만 당선되는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에 더해 정당 지지에 따른 비례대표 몫을 동시에 챙겨서다. 그런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19대 총선 기준으로 42.8%에 해당하는 의석을 얻게 돼 과반 의석이 무너지게 된다. 제3정당이 7%의 지지(득표율)만 받아도 원내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넘기게 돼 새누리당은 여야 협상에서 또 다른 걸림돌을 맞을 수 있다. 여당 내부에서는 유권자 지지 성향을 ‘여권 45%, 야권 55%’의 구도로 본다.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야권에 유리한 의석 분포가 형성되며, 이는 곧 집권 4년차 박근혜 정부의 급속한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다. 선거구 획정 협상 참석자인 한 의원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는 도저히 받을 수 없다”며 “물꼬를 터주는 순간 여권에서는 반(半)역적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野, ‘안 되면 21대 총선에서라도 꼭’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절실한 정치개혁 과제라고 말해왔다. 호남에서는 새정치연합 후보가, 영남에서는 새누리당 후보가 ‘싹쓸이’하는 지역주의 해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오픈프라이머리보다 100배 정도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표가 권역별 비례대표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지역구 의석을 소폭 늘리기로 여야 지도부가 합의했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만 줄어든 채 선거구 획정 협상을 마무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지역주의 타파에서 더 나아가 다당제를 위해서라도 권역별 비례대표가 필수라는 이종걸 원내대표의 강한 신념도 문 대표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문 대표는 권역별 비례대표가 안 된다면 석패율제 도입도 괜찮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석패율제는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 등록해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것. 영남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의 당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문 대표가 바라는 ‘동진(東進)’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난관은 지역구가 축소될 호남 농어촌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다. 호남지역의 반(反)문재인 정서가 확산 일로인 상황에서 진퇴양난인 셈이다.고성호 sungho@donga.com·민동용 기자}
12월 31일까지 선거구 획정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2004년 예비후보자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선거구 공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10월 공직선거법에 명시된 ‘국회의원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올해 12월 31일까지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결정했다. 이 때문에 그때까지 선거구 조정이 된 표가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현행 246개 선거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된다. 2004년 17대 총선 당시에도 선거구가 공백인 상태가 있었다. 선거구 획정 시한이었던 2003년 12월 31일을 맞추지 못했고 이듬해 3월 12일에야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탓에 2개월이 넘도록 선거구가 증발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 1995년 12월에도 인구편차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1996년 2월 관련 법 개정 때까지 선거구 공백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3월 12일 예비후보자 제도가 처음 도입된 이후 선거구 공백 상황이 발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선거구를 관할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자 등록신청을 해야 하지만 다음 달 31일이 지나면 선거구가 사라지기 때문에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게다가 다음 달 15일부터 31일까지 예비후보자로 등록을 했더라도 선거구가 사라질 경우 등록 무효가 돼 예비후보 자격이 자동 상실된다. 2012년 19대 총선 당시 2011년 12월 13일부터 31일까지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1054명이었다. 정치 신인들은 일부 허용되는 선거운동도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경우 △선거사무소 설치 △명함 배부 및 홍보물 발송 △문자메시지 및 전자우편 전송 등이 가능했지만 다음 달 31일까지 선거구 획정 절차가 끝나지 않을 경우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는 셈이다. 아울러 예비후보자 신분 상실에 따라 후원회도 해산된다.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