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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청년층은 결혼과 출산을 ‘자기실현’의 한 방식으로 생각한다. 가족을 꾸리는 것이 즐거운 생활과 내적 풍요를 위한 선택이라고 보는 가치관이 생겼다.”모리이즈미 리에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3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한·일·중 인구포럼’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한국, 일본, 중국 학자들이 만나 각국 20, 30대의 결혼 및 출산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일본 정부가 1940년부터 5년마다 실시해 공개하는 출생 동향 기본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2021년 조사에서 아이를 갖는 이유 1위는 “생활이 즐겁고 마음이 풍요로워지기 때문”이었다. 18~54세 미혼자 및 기혼자 중 아이가 있거나 아이를 원한다고 밝힌 응답자 중 68~80%가 이렇게 답했다. “자연스러운 일”(23~33%), “주변에서 원해서”(9~14%) 등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는 “일본은 30년에 걸쳐 ‘맞벌이·맞육아 사회’ 구축을 목표로 정책을 펼쳤다”며 “최근 저출산 대책의 특징은 어린이와 청년층 의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본 또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명으로 저조했다. 모리이즈미 연구원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문화가 확산한 것은 사회적으로는 중요한 진전이지만 가족에 대한 가치가 필요 이상으로 상실될 위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저출생 사회에서 자란 청년층은 주변에서 임신, 출산은 물론 어린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을 볼 기회 또한 적다”며 “가족 형성을 체험하고 가족관 수립을 돕기 위한 교육 정책에도 앞으로 신경을 써야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패널토론 좌장으로 나선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혼과 출산, 가족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국내에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도 급격한 고령화와 지난해 1명대에 진입한 합계출산율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도우 양 중국사회과학원 인구·노동경제연구소장은 “고령 인구가 가파르게 늘어나며 중국은 저출산에 대응하는 동시에 생산성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며 “출산, 육아, 보육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 중 공공형 아이 돌봄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림 서울대 연구정책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현행 정부 대책에 대해 “저출생을 비용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저출산에 대한 청년들의 인식을 피상적이고 관습으로 이해해서는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통념과 달리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비율이 낮다는 점을 예시로 들었다. 센터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미혼자 비율은 2022년 남성 39.8%, 여성 23.5%였지만,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둘다 한 자릿수에 머물렀다. 이어 “청년들은 저출산의 원인을 다각면에서 찾고 있지만 이들의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사회 조사 데이터는 정밀성이 떨어진다”며 “저출산에 대한 청년의 인식을 심층적 들여다보는 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은섭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저출생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청년이 겪는 과도한 경쟁을 줄일 사회 구조 개혁 또한 동반되어야 한다”며 “노동, 교육, 지역사회 복지 수준을 변혁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나의 석방을 위해) 당장 필요한 일을 하라.”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됐으며 지난달 31일 시신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에덴 예루살미(24·여) 씨의 생전 동영상이 2일 하마스에 의해 공개됐다. 촬영 날짜가 불분명한 영상에서 예루살미 씨는 “폭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며 인질 석방에 미온적인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특히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2011년 하마스가 억류했던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 1명을 귀환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풀어줬던 것을 거론하며 “나는 그만한 가치가 없느냐”고 절규했다. 또 부모님과 자매들을 향해 “보고싶고 사랑한다”고 했다.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등을 통해 예루살미 씨를 포함해 지난달 31일 시신으로 발견된 6명 인질의 생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군사 압박을 이어간다면 남아있는 인질 또한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여단은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 대신 인질 구출을 시도하면 인질들은 ‘관’에 담겨 가족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예루살미 씨의 가족들은 “충격적인 심리 테러”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강압에 의해 촬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질 동영상 제작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인질 구출에 소극적인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며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 씨의 장례식에 참석해 “의사결정자들이 인질 귀환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2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 석방에 나만큼 헌신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인질 사망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한 최대 노조 ‘히스타드루트’, 벤구리온 국제공항 직원 등을 두고 “하마스에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그는 대형 스크린을 띄워놓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국경의 요충지 ‘필라델피 회랑’을 가리키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줄곧 “이 회랑에 반드시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하마스는 반대해 휴전 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서방 주요국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귀환을 위해 총분히 노력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영국 또한 서방 최초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수품 금수 조치를 내렸다. 전투기, 헬기, 무인기(드론) 부품 등이 대거 포함됐다. BBC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큰 조치가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독일에서 1945년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뒤 79년 만에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옛 동독 지역인 튀링겐주(州)에서 치러진 주의회 선거에서 나치를 옹호하는 발언 등으로 논란을 일으켜 온 독일대안당(AfD)이 2013년 창당 11년 만에 1위를 차지했다. 2일 튀링겐주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주의회 선거에서 AfD는 32.8%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가 소속된 중도우파 성향 기독교민주연합이 23.6%로 뒤를 이었다. 같은 날 선거를 치른 인근 작센주에서도 기독교민주연합(31.9%)에 이어 AfD가 2위(30.6%)에 올랐다. 반면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라고 불리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 등 집권 연정은 모두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치며 참패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은 튀링겐주에서 6.1%, 작센주에선 7.3% 득표율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자유민주당은 두 곳 모두 득표율 5%를 넘기지 못해 주의회 입성에 실패했으며, 녹색당은 작센주에서만 가까스로 5%를 넘겼다. 숄츠 총리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쓰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극우 AfD가 강세를 보여온 지역에서 치러져 결과가 어느 정도 예견됐다. 하지만 독일 안팎에선 내년 9월 총선을 앞두고 ‘극단주의 열풍’이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AfD 외에도 올 1월 창당한 극좌 정당인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도 11∼15%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이는 숄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에 대한 불만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튀링겐과 작센의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AfD나 BSW를 뽑은 셈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낙후하고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옛 동독 지역이란 점도 연정의 패배 원인으로 꼽힌다. 독일 내에선 BSW를 창당한 사회주의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 대표(55)도 주목받고 있다. 좌파에서도 이단아로 꼽히는 그는 복지국가 실현에 방해가 된다며 불법 이민자 수용에 부정적이며, 독일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도 반대한다. 이 때문에 핵심 정책들이 AfD와 유사하단 평가마저 나온다. 바겐크네히트 대표는 최근 폴리티코 유럽판 인터뷰에서 “나치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소외된 노동계층을 위한 ‘진짜 대안’은 AfD가 아닌 자신”이라고 했다. 한편 대부분의 정당들이 AfD와 주정부를 구성하는 것에 부정적이라 향후 연립정부 구성을 놓고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소시민에게 안정적인 삶을 돌려주겠다.”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대한다.” 1일(현지 시간) 치러진 독일 지방선거에서 ‘극좌’가 약진하는 이례적인 결과가 나왔다. 중심에는 이같은 주장을 펼친 사회주의 정치인 자라 바겐크네히트(55)가 자리하고 있다. 그는 반(反)이민,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등 좌우 진영을 넘나드는 공약을 내 이목을 끌었다. 비슷한 전략으로 블루칼라 표심을 흡수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나 프랑스 마린 르펜 전 국민연합 대표를 연상케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바겐크네히트가 올 1월에 창당한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1일 옛 동독 지역 2개 주에서 열린 지방선거에서 11~15%대 득표율을 기록했다. 영국 BBC에 따르면 BSW는 튀링겐과 작센주에서 열린 지방선거 두 곳 모두 3위를 기록하며 캐스팅보터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를 거뒀다. 튀링겐주(州)에서는 이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32.8%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AfD는 같은 날 선거를 치른 인근 작센주에서는 득표율 30.6%로 기독민주당(31.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집권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자유민주당은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다. 바겐크네히트의 BSW에도 크게 밀리는 충격패를 당한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유권자 절반 가까이가 극우 혹은 극좌 정당을 뽑으며 최근 독일에 부는 ‘극단주의 돌풍’이 더욱 거세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겐크네히트는 냉철한 이미지의 ‘투사형’ 전국구 스타 정치인이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으로 구성된 집권 연정을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상을 가르치려고 드는 ‘라이프스타일 좌파’”라고 부르며 날을 세웠다. 특히 2015년 메르켈 행정부의 난민 수용 정책에 반기를 들며 주목받았다. 그는 복지국가를 실현하려면 어느 정도의 사회적 동질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fD에 대해서도 “나치즘에 반대한다”며 공공연하게 반감을 드러냈다. 파죽지세로 성장하던 AfD에 가장 큰 라이벌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크지만 나치를 옹호하지 않는 유권자가 바겐크네히트로 돌아섰다는 해석이다. 그는 최근 폴리티코유럽판 인터뷰에선 “소외된 노동계층을 위한 ‘진짜 대안’은 AfD이 아닌 자신”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일에서 극우에 이어 극좌 정당까지 지지를 얻는 것은 그만큼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경제적으로 낙후해 극우의 텃밭으로 꼽히는 지역에서 열린 선거지만, 내년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민심 풍향계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숄츠 총리는 로이터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에게 쓰라린 결과”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9일 9일간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투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양측의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이 여파로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어려워져 최근 환자가 속출하자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가자 내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잇따른 양측 교전으로 두 곳에서 모두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인근 지하터널에서 수습한 시신 6구가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이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미국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5명 또한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장 및 베에리 키부츠에서 납치된 민간인이다.● 64만 명 접종 위해 ‘일시 휴전’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이 주도하는 이번 소아마비 접종은 10세 이하 어린이 64만 명이 대상이다. 가자에서는 지난달 16일 25년 만에 처음으로 소아마비 확진자가 나오는 등 최근 소아마비 공포가 현실화했다. 유엔 측은 기존에 백신을 맞은 10세 이하 어린이 또한 접종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근 확진자가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 백신 접종자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오염된 물 등을 통해 감염되고 전염성이 강하다. 또 백신 접종 시기를 놓쳐 일단 증상이 발현되면 치료제가 없다. 전쟁 장기화로 보건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위생 상태 또한 악화된 가자지구 내 미접종 아동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을 위한 휴전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측을 강하게 압박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현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때 이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는 미국 내 비(非)백인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 측은 “전면 휴전은 아니다”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총리실은 31일 “백신 투여 가능 구역을 선별하고 접종 관련자의 통행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가자-서안 공격 지속 실제 양측 교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병원 일대를 공격해 최소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또한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이달 1일 5일간 상대적으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약한 서안에도 지상군을 투입해 ‘대테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서안에 대한 최대 규모의 작전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최소 1만1000명이 거주하는 서안 내 제닌 난민촌을 포위한 후 전기와 물 공급을 차단하고 통금령을 내렸다. 제닌은 서안에서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서안에서의 양측 교전으로 최소 2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식료품을 사러 외출했다가 이스라엘군의 저격으로 사살된 83세 노인도 있다. 이스라엘도 군인 1명과 경찰관 3명이 숨졌다. 한편 라파 인근 터널에서 찾은 하마스 납치 인질의 시신 6구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인질 유가족들은 네타냐후 정권이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아 인질이 희생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휴전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으며, 본인 또한 개인 비리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휴전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서안으로 전선을 확대한 것도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 정당과의 연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CNN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구출에 성공한 인질은 8명에 불과하다. 인질 가족들은 풀려나지 못한 인질 97명 중 최소 33명이 숨졌을 것으로 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1일부터 9일까지 9일간 매일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투를 일시 중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양측의 전쟁이 장기화한 가운데 이 여파로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백신 접종이 어려워져 최근 환자가 속출하자 ‘일시 휴전’에 합의했다. 이미 지난달 31일부터 가자 내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다만 이스라엘군은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잇따른 양측 교전으로 두 곳에서 모두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 인근 지하 터널에서 수습한 시신 6구가 전쟁 발발 당일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이었다고 밝혔다. 이 중 한 명은 23세 미국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으로 밝혀졌다. 나머지 5명 또한 가자지구 인근 노바 음악축제장 및 베에리 키부츠에서 납치된 민간인이다.● 64만 명 접종 위해 ‘일시 휴전’AP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이 주도하는 이번 소아마비 접종은 10세 이하 어린이 64만 명이 대상이다. 가자에서는 지난달 16일 25년 만에 처음으로 소아마비 확진자가 나오는 등 최근 소아마비 공포가 현실화했다.유엔 측은 기존에 백신을 맞은 10세 이하 어린이 또한 접종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근 확진자가 변종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이 드러나 백신 접종자라 해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소아마비 바이러스는 오염된 물 등을 통해 감염되고 전염성이 강하다. 또 백신 접종 시기를 놓쳐 일단 증상이 발현되면 치료제가 없다. 전쟁 장기화로 보건 체계가 사실상 붕괴되고 위생 상태 또한 악화된 가자지구 내 미접종 아동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백신 접종을 위한 휴전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이스라엘 측을 강하게 압박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19일 이스라엘 현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을 때 이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반발하는 미국 내 비(非)백인 유권자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다만 네타냐후 총리 측은 “전면 휴전은 아니다”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총리실은 31일 “백신 투여 가능 구역을 선별하고 접종 관련자의 통행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가자-서안 공격 지속실제 양측 교전은 현재진행형이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병원 일대를 공격해 최소 3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또한 이스라엘은 지난달 28일~1일 5일간 상대적으로 반(反)이스라엘 정서가 약한 서안에도 지상군을 투입해 ‘대테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서안에 대한 최대 규모의 작전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달 30일 최소 1만1000명이 거주하는 서안 내 제닌 난민촌을 포위한 후 전기와 물 공급을 차단하고 통금령을 내렸다. 제닌은 서안에서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서안에서의 양측 교전으로 최소 2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숨졌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사망자 중에는 식료품을 사러 외출했다가 이스라엘군의 저격으로 사살된 83세 노인도 있다. 이스라엘도 군인 1명과 경찰관 3명이 숨졌다.한편 라파 인근 터널에서 찾은 하마스 납치 인질의 시신 6구를 둘러싼 이스라엘 내부 갈등도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인질 유가족들은 네타냐후 정권이 구조에 적극적이지 않아 인질이 희생됐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휴전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과 연정을 구성하고 있으며, 본인 또한 개인 비리로 현직 총리 최초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휴전에 소극적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서안으로 전선을 확대한 것도 네타냐후 정권이 극우 정당과의 연정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CNN에 따르면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구출에 성공한 인질은 8명에 불과하다. 인질 가족들은 풀려나지 못한 인질 97명 중 최소 33명이 숨졌을 것으로 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앤젤리나 졸리(49·사진)가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 같다.” 29일(현지 시간) ‘제8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열린 신작 ‘마리아’의 상영회.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영화가 끝나자 관객이 모두 일어나 8분간 힘찬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행사장에 있던 이 영화의 주연 졸리는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졸리가 ‘마리아’로 내년 초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졸리의 내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외신들은 ‘마리아’에서 졸리의 연기가 수준 높았다고 평가했다. 상영회 직후 열린 졸리의 기자회견에서도 첫 질문은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는가”였다. 졸리는 “오직 오페라 팬과 마리아 칼라스의 가족들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마리아’가 그리스계 미국인 오페라 가수 칼라스(1923∼1977년)의 말년을 그린 전기영화고, 자신이 이 영화에 몰두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 이 영화는 ‘재키’(2016년), ‘스펜서’(2021년)를 만든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여성 서사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 졸리는 1999년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09년 ‘체인질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한편 졸리의 전남편 브래드 피트(61)도 이번 베니스 영화제를 찾기로 했다. 다만 영화제 측이 일정을 조율해 둘이 마주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집권하면 내각에 공화당 출신 인사를 기용하겠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CNN 녹화 인터뷰에서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공화당 출신을 포함한 통합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 등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와 중도층 유권자를 결집하는 데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중도 보수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통합 내각 구상을 밝힌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인터뷰를 두고 “새로운 유권자를 끌어들이지는 못했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다른 견해 중시”… 중도층 공략 해리스 후보는 경합주인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데이나 배시 CNN 앵커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견해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논의 장소에 앉히는 게 중요하다”며 통합 내각 구상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후보직을 이어받은 그가 사전 원고 없이 진행한 첫 언론 인터뷰다. 그는 입각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 인사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애덤 킨징어 전 공화당 하원의원, 제프 덩컨 전 조지아주 부지사, 스테퍼니 그리셤 전 백악관 대변인 등을 거론한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 해리스 후보는 또 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현안인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는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 “왜 입장을 바꿨나”란 질문에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내 가치관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또 취임 첫날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자녀 세액공제 확대, 저가주택 공급 등을 거론했다. “이런 정책을 부통령으로 재임한 지난 3년 반 동안 왜 하지 않았느냐”란 질문에는 “트럼프 후보가 코로나19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나빠진 경제를 먼저 회복해야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어린 조카와 팬케이크 및 베이컨을 굽던 중 사퇴 전화를 받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직은 ‘명예’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지도자 같지 않아” 비판 트럼프 후보는 CNN의 해리스 후보 인터뷰가 편향적이었으며, 자신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데 해리스 후보 측은 녹화였다는 점을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가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해리스 동지(Comrade)는 일관성 없는 답변으로 횡설수설했다. 미국은 마르크스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가 혼자 인터뷰를 하지 않고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부통령 후보를 대동한 점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핵무기”라며 똑똑한 대통령이 없으면 핵무기를 가진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조차 혼자 하지 않는 해리스 후보가 핵무기 보유국 지도자를 상대하기 버겁다는 주장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는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후보(41%)를 앞섰다. 같은 날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에게 각각 5%포인트, 1%포인트 앞섰다. 경합주에서도 우위다. 이날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7개 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6개 주에서 트럼프 후보를 눌렀다. 애리조나주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이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美대선 판세 흔드는 ‘할리우드 스타들’미국 대선에선 ‘할리우드 스타들’의 움직임도 주목받는다. 유명 연예인들이 대선 후보와 정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문화가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미 대선의 ‘스타 선거운동’과 관련된 역사, 배경, 효과를 짚어봤다.》프랭크 시나트라, 주디 갈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시고니 위버,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드니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앤 해서웨이, 벤 애플렉, 스칼릿 조핸슨, 비욘세와 제이Z 부부, 카녜이 웨스트, 존 보이트, 키드 록, 오프라 윈프리…. 그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특정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거나, 전당대회에까지 참석한 쟁쟁한 스타들의 면면이다. 할리우드를 고스란히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선 때마다 유권자 역시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톱스타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에 관심을 가진다. 미국에서 유명 연예인이 직업 정치인 못지않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문화가 생긴 건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반공운동 ‘매카시즘’에 대한 반발 성격이 크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조지프 매카시 공화당 상원의원은 “문화계의 공산주의자를 색출하겠다”며 진보 성향의 배우, 감독, 작가들을 대거 퇴출시키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에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서로를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며 내부 고발에 앞장서는 ‘마녀사냥’이 횡행하기도 했다. 이 매카시즘 광풍이 끝난 1960년대부터는 오히려 그 반발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 대신 특정인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는 것도 일종의 금기로 정착됐다. 스타들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정계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정치인과 정당을 공개 지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이유로 꼽힌다. 이제 미 대선과 ‘스타’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역대 대선에서 어떤 스타가 어떤 후보를 지지했고, 스타의 지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본다.● 시나트라, 민주-공화 후보 모두 지지 역사 전문 방송 히스토리채널에 따르면 미 연예인 중 처음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사람은 1920년 대선 당시 배우 겸 가수 앨 존슨이다. 1927년 개봉한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 싱어’의 주인공인 그는 공화당 소속의 워런 하딩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당시 그는 동료 배우를 모아 직접 작곡한 노래 ‘하딩, 당신은 우리를 위한 사람(Harding, You’re the Man for Us)’이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부르며 하딩 전 대통령의 고향인 오하이오주를 누볐다. 역시 배우 겸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는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으로 모두 활동하며 양당의 주요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한 특이한 경력을 보유했다. 이탈리아계로 젊은 시절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전무후무한 4선에 도전하던 1944년 대선 당시 수차례 지지 연설을 했다. 또한 그는 1960년 대선 때 역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도했다. 그는 케네디 전 대통령과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그러나 시나트라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공화당 지지자로 변신했다. 1972년 공화당원이 됐고, 같은 해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 유세에 참여했다. 그는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였다. 시나트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1980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참석했다. 그는 당시 “오랜 친구인 레이건의 열혈 팬이었다”며 “더 이상 민주당의 각종 자유주의적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 1939년 작 ‘오즈의 마법사’의 주연을 맡아 ‘무지개 넘어(Over the Rainbow)’란 명곡을 부른 주디 갈런드 역시 1960년 대선 때 케네디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당시 그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등장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무지개 넘어’를 불러줄 만큼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였다. ● 이스트우드는 ‘빈 의자’로 오바마 비판 2000년대 들어 톱스타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들이 전당대회에 대거 등장하면서 전당대회가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8년 대선 때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 제니퍼 애니스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스칼릿 조핸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같은 해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벤 애플렉, 앤 해서웨이 등이 등장했다. 또 가수 스티비 원더가 축하공연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하던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조핸슨, 에바 롱고리아 등이 연설했다. ‘황야의 무법자’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민주당 지지 인사가 대부분인 할리우드에서 드물게 공화당을 지지해 온 인사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밋 롬니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그는 연단 위에 ‘빈 의자’를 가져다 놓는 퍼포먼스로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연설을 통해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성과가 ‘빈 의자’처럼 아무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에도 “나는 이스트우드의 광팬”이라고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 스트립-위버 “힐러리” vs 보이트-키드 록은 “트럼프” 2016년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는 메릴 스트립, 시고니 위버 등 유명 여배우들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총출동했다. 가수 케이티 페리와 레니 크래비츠, 농구 선수 카림 압둘자바 등도 대회장에 나타났다. 당시 비욘세-제이Z 부부는 대선 사흘 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겟 아웃 더 보트(Get out the vote)’ 투표 독려 공연 무대에 클린턴 후보와 같이 등장했다. 반면 최근 내한한 흑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대부분의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후보는 승리 직후 웨스트를 자신의 뉴욕 사저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2018년에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로도 초청했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셋째 날인 21일 연사로 등장했던 ‘토크쇼 여제’ 오프라 윈프리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롱고리아는 22일 연사로 나섰고 위버 등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후보와 과거부터 친분이 많은 가수 키드 록과 린 그린우드,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을 전당대회장에 등장시켰다. 특히 키드 록은 당시 공연을 하며 “싸우자(fight)”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 ‘싸우자’는 전당대회 직전 유세 현장에서 피격을 당했던 트럼프 후보가 다시 일어서며 외쳤던 말로 공화당원들 사이에선 이번 대선의 주요 구호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할리우드의 원로 배우이며 앤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존 보이트도 공화당 지지자로 유명하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후보를 적극 지지해 왔다. 2016년과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영상 연설로 트럼프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올 4월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를 바로 세우고 우리 나라를 망치는 짐승들을 제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 지지, 모금-청년층 유권자에게 효과 이 같은 스타의 지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애슐리 스필레인 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미 공영 NPR방송에 “대중은 늘 유명인과 동화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유명인의 지지 선언은 일반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주목도와 투표 참여도를 높인다”고 했다. 특히 후원금 모금에서 스타들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윈프리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2007년 9월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자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다. 당시 300만 달러(약 40억 원)가 모였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을 이기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연예인의 지지 선언은 청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미 선거 당국에 따르면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권자 등록을 촉구한 지 1주일 만에 18∼24세 유권자 19만 명 이상이 등록했다. 2016년 대선 때 18∼24세 유권자가 8만8000명 등록한 것의 2배 이상이다. 2019년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투어장에 설치된 유권자 등록 부스를 통해 등록한 사람 수는 3만3000명이 넘는다. 미국은 50개 주마다 각각 정한 마감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해야 선거 당일 투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유권자 등록 기간을 놓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우선 유권자 등록부터 하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정치 양극화로 최근 지지 표명 ‘신중’ 다만 최근 미 정치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스타의 특정 후보 공개 지지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일랜드계와 흑인 혼혈로 중동과 무관한 팝스타 머라이어 케리는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에 응했다가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은 케리에게도 “집단학살 동조자”라는 비난 댓글을 퍼부었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올해 대선에서는 아직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비판적인 젊은 팬들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선 후보 측도 조심스럽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6년 대선 당시 유명인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대선에서 패했다. 일각에선 중산층 또는 서민 유권자에겐 할리우드 스타와 대통령 부인 출신인 클린턴 전 장관 모두 ‘너무 먼 당신’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백인 노동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또한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보다 조심스럽게 ‘스타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 대신 ‘SNS 인플루언서’ 선호 이에 따라 최근 미 정계에서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대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 때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200여 명을 초대해 촬영을 적극 지원했다. 전용 공간을 마련해줬고 모든 행사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허용했다.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이용해 영화제에서나 볼 법한 ‘파란 카펫’을 깔았고 요트 파티도 열어줬다. AFP통신은 민주당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틱톡 영상 속 전당대회는 ‘정당 행사’가 아닌 ‘축제’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우루과이계 시사 틱토커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에스피나, 낙태권 활동가 데자 폭스 등 크리에이터 5명은 해리스 후보의 지지 연설자로도 나섰다. 민주당 또한 “연설자 5명의 소셜미디어 합계 추종자 수만 2400만 명이 넘는다”고 이들을 대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해리스 후보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엘라(25)가 22일 의붓어머니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할 때 입은 드레스도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였다. 드레스는 연한 하늘색 새틴과 흰색 시폰 원단을 사용해 옷만 보면 디즈니 동화 속 공주와 비슷했다. 하지만 엘라는 평소처럼 안경을 썼고 문신도 고스란히 노출해 Z세대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드레스는 인스타그램 및 틱톡 추종자 수가 약 600만 명인 일본계 미국인 디자이너 조 안도히르시가 만들었다. 엘라와 안도히르시는 드레스 제작 과정이 담긴 쇼츠 영상 또한 여러 개 올려 젊은층의 호응을 얻었다. 패션지 인스타일은 가장 인기 있는 Z세대 디자이너와 손잡은 엘라의 선택이 젊은 유권자에게 좋은 평가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치권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특정 인플루언서의 제안과 조언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20일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8∼29세 유권자의 48%가 “정치 의제를 따라잡기 위해 틱톡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50세 이상 유권자에서는 이 비율이 20%대 초반에 그쳤다. 또 18∼29세의 45%가 “틱톡이 민주주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역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높았다. 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보지 않지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유권자를 공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소셜미디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프랭크 시나트라, 주디 갈런드, 클린트 이스트우드, 메릴 스트립, 시고니 위버, 스티븐 스필버그, 로버트 드니로,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앤 해서웨이, 벤 애플렉, 스칼릿 조핸슨, 비욘세와 제이Z 부부, 카녜이 웨스트, 존 보이트, 키드 록, 오프라 윈프리…. 그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특정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했거나, 전당대회에까지 참석한 쟁쟁한 스타들의 면면이다. 할리우드를 고스란히 옮겨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대선 때마다 유권자 역시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톱스타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에 관심을 가진다.미국에서 유명 연예인이 직업 정치인 못지않게 자신의 정치 성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문화가 생긴 건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휩쓴 반공운동 ‘매카시즘’에 대한 반발 성격이 크다. 냉전이 한창이던 당시 조지프 매카시 공화당 상원의원은 “문화계의 공산주의자를 색출하겠다”며 진보 성향의 배우, 감독, 작가들을 대거 퇴출시키는 작업을 주도했다. 이에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이 서로를 공산주의자라고 매도하며 내부 고발에 앞장서는 ‘마녀사냥’이 횡행하기도 했다.이 매카시즘 광풍이 끝난 1960년대부터는 오히려 그 반발로 특정 정당과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 대신 특정인의 정치 성향을 문제 삼는 것도 일종의 금기로 정착됐다. 스타들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정계에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정치인과 정당을 공개 지지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이유로 꼽힌다.이제 미 대선과 ‘스타’는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역대 대선에서 어떤 스타가 어떤 후보를 지지했고, 스타의 지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살펴본다.● 시나트라, 민주-공화 후보 모두 지지역사 전문 방송 히스토리채널에 따르면 미 연예인 중 처음 대선 후보를 공개 지지한 사람은 1920년 대선 당시 배우 겸 가수 앨 존슨이다. 1927년 개봉한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 싱어’의 주인공인 그는 공화당 소속의 워런 하딩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당시 그는 동료 배우를 모아 직접 작곡한 노래 ‘하딩, 당신은 우리를 위한 사람(Harding, You‘re the Man for Us)’이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이 노래를 부르며 하딩 전 대통령의 고향인 오하이오주를 누볐다.역시 배우 겸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는 민주당원과 공화당원으로 모두 활동하며 양당의 주요 대선 후보를 적극 지지한 특이한 경력을 보유했다. 이탈리아계로 젊은 시절 민주당원이었던 그는 민주당 소속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전무후무한 4선에 도전하던 1944년 대선 당시 수 차례 지지 연설을 했다. 또한 그는 1960년 대선 때 역시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위한 모금 행사를 주도했다. 그는 케네디 전 대통령과 사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그러나 시나트라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암살당한 뒤 공화당 지지자로 변신했다. 1972년 공화당원이 됐고, 같은 해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재선 유세에 참여했다. 그는 배우 출신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열성적 지지자였다.시나트라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가 된 1980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공화당 전당대회 때도 참석했다. 그는 당시 “오랜 친구인 레이건의 열혈 팬이었다”며 “더 이상 민주당의 각종 자유주의적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그해 대선에서 승리했다.1939년작 ‘오즈의 마법사’의 주연을 맡아 ‘무지개 넘어(Over the Rainbow)’란 명곡을 부른 주디 갈런드 역시 1960년 대선 때 케네디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당시 그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등장했다.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 전화로 ‘무지개 넘어’를 불러줄 만큼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사이였다. ● 이스트우드는 ‘빈 의자’로 오바마 비판2000년대 들어 톱스타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들이 전당대회에 대거 등장하면서 전당대회가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변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08년 대선 때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 제니퍼 애니스턴,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스칼릿 조핸슨,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이해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배우 벤 애플렉, 앤 해서웨이 등이 등장했다. 또 가수 스티비 원더가 축하무대를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재선을 준비하던 2012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조핸슨, 에바 롱고리아 등이 연설했다.‘황야의 무법자’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민주당 지지 인사가 대부분인 할리우드에서 드물게 공화당을 지지해 온 인사다. 그는 2012년 대선 때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밋 롬니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그는 연단 위에 ‘빈 의자’를 가져다 놓는 퍼포먼스로 큰 주목을 받았다. 또 연설을 통해 오바마 1기 행정부의 성과가 ‘빈 의자’처럼 아무것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퍼포먼스에도 “나는 이스트우드의 광팬”이라고 여유롭게 받아넘겼다. ● 스트립-위버 “힐러리” vs 보이트와 키드 록은 “트럼프”2016년 민주당 소속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는 메릴 스트립, 시고니 위버 등 유명 여배우들이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총출동했다. 가수 케이티 페리와 레니 크래비츠, 농구 선수 카림 압둘자바 등도 대회장에 나타났다. 당시 비욘세-제이Z 부부는 대선 사흘 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겟 아웃 더 보트(Get out the vote)’ 투표 독려 공연 무대에 클린턴 후보와 같이 등장했다.반면 최근 내한한 흑인 래퍼 카녜이 웨스트는 2016년 대선 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 당시 대부분의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그해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후보는 승리 직후 웨스트를 자신의 뉴욕 사저 트럼프타워에서 만났다. 2018년에는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로도 초청했다. 올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전당대회의 셋째 날인 21일 연사로 등장했던 ‘토크쇼 여제’ 오프라 윈프리가 많은 관심을 모았다. 롱고리아는 22일 연사로 나섰고 위버 등도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트럼프 후보와 과거부터 친분이 많은 가수 키드 록과 린 그린우드, 프로레슬러 헐크 호건 등을 전당대회장에 등장시켰다. 특히 키드록은 당시 공연을 하며 “싸우자(fight)”고 외쳐 큰 호응을 얻었다. ‘싸우자’는 전당대회 직전 유세 현장에서 피격을 당했던 트럼프 후보가 다시 일어서며 외쳤던 말로 공화당원들 사이에선 이번 대선의 주요 구호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할리우드의 원로 배우이며 안젤리나 졸리의 아버지로도 잘 알려진 존 보이트도 공화당 지지자로 유명하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 후보를 적극 지지해 왔다. 2016년과 2020년 공화당 전당대회 때는 영상 연설로 트럼프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올 4월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의를 바로 세우고 우리 나라를 망치는 짐승들을 제압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 지지, 모금-청년층 유권자에게 효과이 같은 스타의 지지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애슐리 스필레인 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연구원은 미 공영 NPR방송에 “대중은 늘 유명인과 동화되려는 욕구를 갖고 있다. 유명인의 지지 선언은 일반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주목도와 투표 참여도를 높인다”고 했다.특히 후원금 모금에서 스타들은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윈프리는 2008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2007년 9월 캘리포니아주 샌타바버라 자택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을 위한 모금 행사를 열었다. 당시 300만 달러(약 40억 원)가 모였고 오바마 전 대통령이 클린턴 전 장관을 이기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유명 연예인의 지지 선언은 청년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미 선거 당국에 따르면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권자 등록을 촉구한 지 1주일 만에 18~24세 유권자 19만 명 이상이 등록했다. 2016년 대선 때 18~24세 유권자가 8만8000명 등록한 것의 2배 이상이다. 2019년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투어장에 설치된 유권자 등록 부스를 통해 등록한 사람 수는 3만3000명이 넘는다.미국은 50개 주마다 각각 정한 마감일까지 유권자 등록을 해야 선거 당일 투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선거 때마다 유권자 등록 기간을 놓쳐 투표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수백만 명에 이른다. 정치 활동에 참여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우선 유권자 등록부터 하라”고 호소하는 이유다.● 정치 양극화로 최근 지지 표명 ‘신중’다만 최근 미 정치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면서 스타의 특정 후보 공개 지지 움직임도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일랜드계와 흑인 혼혈로 중동과 무관한 팝스타 머라이어 캐리는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에 응했다가 반(反)이스라엘 세력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은 캐리에게도 “집단학살 동조자”라는 비난 댓글을 퍼부었다.2020년 대선 당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테일러 스위프트 역시 올해 대선에서는 아직 해리스 후보를 공개 지지하지 않고 있다. 역시 바이든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비판적인 젊은 팬들을 의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대선 후보 측도 조심스럽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16년 대선 당시 유명인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지만 대선에서 패했다. 일각에선 중산층 또는 서민 유권자에겐 할리우드 스타와 대통령 부인 출신인 클린턴 전 장관 모두 ‘너무 먼 당신’이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백인 노동계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 또한 이번 대선에서는 과거보다 조심스럽게 ‘스타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 대신 ‘SNS 인플루언서’ 선호이에 따라 최근 미 정계에서는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대선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 때 틱톡,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200여 명을 초대해 촬영을 적극 지원했다. 전용 공간을 마련해줬고 모든 행사에 대한 무제한 접근을 허용했다.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이용해 영화제에서나 볼 법한 ‘파란 카펫’을 깔았고 요트 파티도 열어줬다. AFP통신은 민주당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은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틱톡 영상 속 전당대회는 ‘정당 행사’가 아닌 ‘축제’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우루과이계 시사 틱토커 카를로스 에두아르도 에스피나, 낙태권 활동가 데자 폭스 등 크리에이터 5명은 해리스 후보의 지지 연설자로도 나섰다. 민주당 또한 “연설자 5명의 소셜미디어 합계 추종자 수만 2400만 명이 넘는다”고 이들을 대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해리스 후보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가 첫 번째 결혼에서 얻은 딸 엘라(25)가 22일 의붓어머니 해리스 후보를 지지하는 연설을 할 때 입은 드레스도 소셜미디어에서 큰 화제였다. 드레스는 연한 하늘색 새틴과 흰색 시폰 원단을 사용해 옷만 보면 디즈니 동화 속 공주와 비슷했다. 하지만 엘라는 평소처럼 안경을 썼고 문신도 고스란히 노출해 Z세대의 면모를 과시했다.이 드레스는 인스타그램 및 틱톡 추종자 수가 약 600만 명인 일본계 미국인 디자이너 조 안도히르시가 만들었다. 엘라와 안도히르시는 드레스 제작 과정이 담긴 쇼츠 영상 또한 여러 개 올려 젊은층의 호응을 얻었다. 패션지 인스타일은 가장 인기 있는 Z세대 디자이너와 손잡은 엘라의 선택이 젊은 유권자에게 좋은 평가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정치권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의 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젊은 유권자들이 특정 인플루언서의 제안과 조언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20일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18~29세 유권자의 48%가 “정치 의제를 따라잡기 위해 틱톡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50세 이상 유권자에서는 이 비율이 20%대 초반에 그쳤다. 또 18~29세의 45%가 “틱톡이 민주주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역시 다른 연령대에 비해 크게 높았다. 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를 보지 않지만 정치에 관심이 많은 젊은 유권자를 공략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소셜미디어라는 분석이 나온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집권하면 내각에 공화당 출신 인사를 기용하겠다.”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이 29일(현지 시간) 공개된 CNN 녹화 인터뷰에서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하면 공화당 출신을 포함한 통합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 등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인사와 중도층 유권자를 결집하는 데 아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노린 행보로 풀이된다. 중도 보수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통합 내각 구상을 밝혔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인터뷰를 두고 “새로운 유권자를 끌어들이지는 못했더라도 피해를 입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다른 견해 중시”…중도층 공략해리스 후보는 경합주인 조지아주 서배너에서 데이나 배시 CNN앵커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다른 견해와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논의 장소에 앉히는 게 중요하다”며 통합 내각 구상을 밝혔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후보직을 이어받은 그가 사전 원고 없이 진행한 첫 언론 인터뷰다. 그는 입각 가능성이 있는 공화당 인사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리스 후보를 지지한 애덤 킨징어 전 공화당 하원의원, 제프 던컨 전 조지아주 부지사, 스테파니 그리샴 전 백악관 대변인 등을 거론한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해리스 후보는 또다른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현안인 셰일가스 추출을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을 때는 환경오염이 우려된다며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입장을 바꾼 것. “왜 입장을 바꿨냐”는 질문에 “프래킹을 금지하지 않고도 청정에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 (환경을 중시하는) 내 가치관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그는 또 취임 첫날 중산층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겠다며 자녀 세액공제 확대, 저가주택 공급 등을 거론했다. “이런 정책을 부통령으로 재임한 지난 3년 반 동안 왜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트럼프 후보가 코로나19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나빠진 경제를 먼저 회복해야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어린 조카와 팬케이크 및 베이컨을 굽던 중 사퇴 전화를 받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부통령직은 ‘명예’였다고 밝혔다.● 트럼프 “지도자 같지 않아” 비판트럼프 후보는 CNN의 해리스 후보 인터뷰가 편향적이었으며, 자신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데 해리스 후보 측은 녹화였다는 점을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가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해리스 동지(Comrade)는 일관성 없는 답변으로 횡설수설했다. 미국은 마르크스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가 혼자 인터뷰를 하지 않고 러닝메이트인 팀 월즈 부통령 후보를 대동한 점도 문제 삼았다. 트럼프 후보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핵무기”라며 똑똑한 대통령이 없으면 핵무기를 가진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조차 혼자 하지 않는 해리스 후보가 핵무기 보유국 지도자를 상대하기 버겁다는 주장이다.최근 여론조사에선 해리스 후보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29일 로이터통신이 공개한 조사에서 해리스 후보는 45%의 지지율로 트럼프 후보(41%)를 앞섰다. 그는 같은 날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개한 조사에서도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에 각각 5%포인트, 1%포인트씩 앞섰다.경합주에서도 우위다. 이날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7개 경합주 중 펜실베이니아,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위스콘신, 네바다주 등 6개주에서 트럼프 후보를 눌렀다. 애리조나주에서는 두 후보가 동률이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앤젤리나 졸리가 첫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을 것 같다.”29일(현지 시간) ‘제81회 베니스 영화제’에서 열린 신작 ‘마리아’의 첫 상영회.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이 모두 일어나 8분간 힘찬 박수와 한호를 보냈다. 행사장에 있던 이 영화의 주연 졸리(49·사진)는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영화매체 버라이어티는 졸리가 ‘마리아’로 내년 초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졸리의 내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 지명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외신들은 ‘마리아’에서 졸리의 연기가 수준 높았다고 평가했다.상영회 직후 열린 졸리의 기자회견에서도 첫 질문은 “아카데미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는가”였다. 졸리는 “오직 오페라 팬과 마리아 칼라스의 가족들만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마리아’가 그리스계 미국인 오페라 가수 칼라스(1923~1977년)의 말년을 그린 전기영화고, 자신이 이 영화에 몰두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 이 영화는 ‘재키’(2016년), ‘스펜서’(2021년)를 만든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여성 서사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이다. 영화는 넷플릭스를 통해 연내 공개될 예정이다.졸리는 1999년 ‘처음 만나는 자유’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2009년 ‘체인질링’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한편 졸리의 전남편 브래드 피트(61)도 이번 베니스 영화제를 찾기로 했다. 다만 영화제 측이 일정을 조율해 둘이 마주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최고경영자(CEO)가 24일(현지 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된 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친분을 언급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파장이 일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그가 체포되기 전까지는 프랑스 입국 사실을 몰랐고 만날 계획도 없었다”고 반박에 나섰다. 한편 두로프는 보석금 500만 유로(약 74억 원)를 내고 29일 석방됐다. 프랑스를 벗어나지 않고 경찰 조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AP통신에 따르면 세르비아를 방문 중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두로프의 프랑스 시민권 획득과 체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두로프가 2021년 프랑스 국적을 얻은 것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에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유명 스포츠 스타, 연예인, 경제인 등과 마찬가지로 그가 프랑스에 기여한 바가 크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두로프는 특별절차를 통해 시민권을 얻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로프의 체포 전에는 그가 프랑스에 온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향후 그를 만날 계획 또한 없다고 밝혔다. 두로프가 프랑스에 입국한 경위를 두고 각종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현지 매체는 “마크롱 대통령이 두로프를 초대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은 파리 검찰청 관계자를 인용해 “두로프가 수배 사실을 모르고 입국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두로프가 체포 후 프랑스 당국에 마크롱 대통령과 친분을 언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통신은 두로프가 24일 체포 직후 프랑스 통신사 ‘프리’를 소유한 억만장자 자비에 니엘 일리아드 회장에게 자신의 구금 사실을 알려달라고 당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마크롱 대통령과 친분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명을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두로프가 2021년 시민권 획득을 앞두고 마크롱 대통령과 여러 차례 만났다고 보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로프가 2018년 마크롱 대통령과 점심 식사 도중 텔레그램의 본사를 프랑스 파리에 둘 것을 권유받았으나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두로프는 29일 오후에 보석금 500만 유로를 내고 석방됐다. 프랑스 출국이 금지됐고 일주일에 두 번 경찰서에 출두하는 조건 또한 걸려있다. 두로프는 미성년자 성착취, 마약 밀매 등 12개 혐의에 대해 예비 기소됐다. 예비 기소란 범죄 혐의가 의심되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할 때 내려지는 준(準)기소 조치다. 피의자의 혐의를 특정하기 위한 추가 조사 뒤 정식 기소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중국 지국장 자리가 공석이 됐다. 현 데이비드 레니 지국장은 고별 칼럼에서 중국 정부가 차기 지국장에 대한 비자 발급을 지연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평소 분량의 2배에 달하는 칼럼에서 그는 2018년부터 6년간 중국 현지에서 취재하며 경험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체제의 억압성과 폐쇄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28일(현지 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국장 칼럼을 기존 연재일보다 하루 빨리 공개했다. 레니 지국장은 임기 종료를 알리며 “차기 지국장이 특파원 비자를 발급받으면 지국장 칼럼 연재가 재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차기 지국장에게 비자를 좀처럼 내주지 않아 자리를 비워두는 이례적인 선택을 했다는 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국 현지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언론사는 이코노미스트뿐만이 아니다. 레니 지국장은 자신이 주재한 6년 사이 중국 주재 뉴욕타임스(NYT) 특파원이 10명에서 2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명에서 3명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미중 패권 경쟁 때문에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인데도 중국 파견 기자가 급감한 것이다. 레니 지국장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시 주석을 지목했다. 그는 “시진핑의 중국은 외국의 건설적인 비판마저 중국을 끌어내리기 위한 책략으로 몰아간다”며 “많은 특파원이 추방되거나 괴롭힘 끝에 밀려났고, 큰 탈 없이 임기를 종료했더라도 차기 특파원 비자 발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작심 비판했다.그가 부임한 기간은 시 주석이 종신 집권의 기틀을 닦은 시기와 겹친다. 시 주석은 2018년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앴다. 2022년 처음으로 3연임에 성공한 국가주석이 됐다.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에 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니 지국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 정부가 자신을 소환했다고도 공개했다. 고위 당국자가 그를 청사가 아닌 정부 소유 숙소(게스트하우스)로 불러 일 대 일 면담을 가졌다. 중국 당국자는 “서방식 보편가치에 대한 강조는 제국주의 선교사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레니 지국장은 칼럼에서 “중국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좋게 말해봤자 다수의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 정도”라며 “중국식 권위주의는 임의로 ‘소수’와 ‘다수’의 기준을 설정하고, 소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그 어떤 보호막도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통치한다”고 비판했다. 예시로 2020년 우한 봉쇄, 2022년 상하이 봉쇄, 2017년 위구르족 여성 강제 불임 정책,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등 그가 취재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의 현대화는 분명히 자랑할 가치를 지녔다”며 중국인의 생활 수준이 나아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중국 경제가 둔화하자 체제의 억압성이 맨얼굴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통치 정당성을 지키기 위해 ‘경제의 기적’뿐 아니라 ‘안정성의 기적’ 또한 일궜다는 논리를 주창하기 시작했다”며 “이제 중국에서는 부정에 항거하거나 다양성을 지향하면 사회적 안정에 도전하고 당의 통치 모델에 의문을 제기한 반역자가 된다”고 적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를 결합한 시진핑 주석의 최근 기조가 우려스럽다”며 “국가 통합과 통일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한족 문화를 강요하고 대만 합병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적었다. 그는 “시진핑 체제가 그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직 칭송만을 원한다”며 “시진핑은 자칭 ‘5000년 중국 문명의 계승자’지만 시진핑만큼 다양성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중국 지도자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레니 지국장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특파원(1998~2002년)으로 처음 중국에 주재했다. 1992년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텔레그래프 시드니(1998년), 베이징, 워싱턴(2002~2005년), 브뤼셀(2005~2007년) 특파원을 지낸 뒤 2007년 이코노미스트로 직장을 옮겼다. 이코노미스트에서는 브뤼셀 특파원(2007~2010년), 워싱턴 지국장(2012~2018년), 베이징 지국장(2018~2024년)을 지냈고 조만간 런던 본사로 복귀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생후 11개월 된 막내가 갑자기 기어다니지 않았습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아부 알 제디안 씨와 부인 네비네 씨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벌어지자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의 집을 떠났다. 대피소를 전전하며 어렵게 여덟 자녀를 키웠다. 부부는 아이들을 통해 피란 생활의 고단함을 잠시 잊었다. 특히 전쟁 발발 직전인 같은 해 9월 태어난 막내 압델라흐만은 부부의 보물이었다. 잘 웃고 형과 누나들보다 발육이 빨라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지난달 소아마비에 걸린 압델라흐만은 이제 영영 왼쪽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됐다. 전쟁통에 태어나 소아마비를 포함한 각종 예방 접종을 전혀 받지 못한 탓이다. 소아마비는 일단 증상이 발현되면 치료제가 없다. 현재 압델라흐만은 온종일 바구니 모양의 신생아 카시트에 누워서 지낸다. 신생아용이라 곧 돌을 맞는 그에게 비좁다. 전쟁 여파로 아들에게 예방 접종을 못 하고, 제대로 된 육아용품을 구하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만 타들어 간다. 네비네 씨는 27일 AP통신에 “현재 가자지구에서는 어떤 치료도, 재활도 받을 수 없다”며 망연자실했다. 전쟁이 발발하지 않고, 백신을 맞았다면 압델라흐만 또한 곧 또래 아기들처럼 아장아장 걸었을 텐데 영영 그런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쟁 발발 전만 해도 가자지구에서는 소아마비 예방 접종이 큰 차질 없이 이뤄졌다. 보건 전문가들은 전쟁 장기화로 가자지구의 의료 체계가 사실상 붕괴해 소아마비 등 예방 가능한 질환의 발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압델라흐만의 발병으로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WHO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하수 등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진다. 전염성 또한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아직 증상이 없지만 소아마비에 감염된 아이가 수백 명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미 최소 2명의 아기가 소아마비 증상을 보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31일부터 가자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다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휴전 협상이 요원한 터라 이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생후 11개월 된 막내가 갑자기 더 이상 기어 다니지 않았습니다.”아부 알제디안 가족은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터지자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라히야에 있는 집을 떠나 대피소를 전전했다. 비록 텐트지만 마침내 정주할 장소를 구했다는 안도감도 잠시, 막내 아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 활발하게 잘 웃고 일곱 명의 형, 누나들보다 발육이 빨랐던 아기 압델라흐만의 왼쪽 다리가 얼어붙었다. 원인은 소아마비였다. 27일(현지 시간) AP통신은 가자에 25년 만에 나타난 소아마비 확진자 압델라흐만의 이야기를 전했다. 압델라흐만은 예방접종을 하나도 받지 못한 11개월 아기다. 태어난 직후 전쟁이 시작되면서 신생아 접종이 중단됐다. 병원들마저 공습 피해를 입어 알제디안 가족이 머무는 중부 가자에는 알아끄사 순교자 병원 한 곳만이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가자 의료시스템 붕괴가 소아마비 등 예방 가능한 질환의 발병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 해왔다. 압델라흐만이 확진 판정을 받으며 우려가 현실이 됐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2주는 어머니 네빈에게 가혹한 시간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이의 대변 샘플을 요르단으로 보냈고, 이달 16일 돌아온 결과는 확진이었다. 네빈은 “압델라흐만의 첫 걸음마를 영영 볼 수 없게 됐다”며 “현재 가자에서는 치료도, 재활도 받을 수 없다”고 망연자실했다. 압델라흐만은 온 종일 바구니 모양의 신생아 카시트에 누워서 지낸다. 빠르게 자라 이제는 카시트가 작아 보인다. WHO에 따르면 전쟁 전에는 가자에서 소아마비 예방접종이 큰 차질 없이 이뤄졌다. 압델라흐만 또한 전쟁이 아니었다면 소아마비에 걸리지 않고 건강히 자랐을 가능성이 크다. 압델라흐만은 영구 장애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 소아마비는 증상이 발현되면 치료제가 없다. 현재 가자에서 소아마비 증세를 보이는 어린이는 2명 더 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나 WHO는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하수와 오염된 물을 통해 퍼지며 전염성이 매우 높다”며 “아직 증상은 없지만 소아마비에 감염된 아이가 수백 명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아동구호기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31일부터 가자 어린이에게 소아마비 백신 접종을 재개한다. 유엔은 당초 안전한 백신 접종을 위한 일주일 휴전을 촉구했지만 소아마비 확산이 현실화하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군은 25일 백신을 실은 유엔 구호 트럭의 반입을 허용했다. 유엔은 물약처럼 입을 통해 투약하는 경구용 백신을 사용해 접종 대상자 약 64만 명 중 95% 이상에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캐나다가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해선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26일(현지 시간)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최근 주도한 대(對)중국 관세 부과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경쟁을 벌여 우리 핵심 산업에 위협을 가했다”며 “중국의 의도적인 과잉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 등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될 전기차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캐나다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계 업체는 아직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2% 하락했다. 트뤼도 총리는 “다른 국가들과 조율해 보폭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이나 EU와 공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AP통신은 전날 트뤼도 총리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해 내놓은 조치라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EU는 지난달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캐나다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과 반대의 뜻을 표한다”며 “양국 간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27∼29일 중국을 방문하는 설리번 보좌관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차 등 관세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이 다음 달 이행을 앞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도발적이고 돈 낭비”라고 말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사진)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7년 2월∼2018년 4월 재임)이 밝혔다. 27일 출간된 맥매스터의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 따르면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후보는 시 주석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중국의 비핵화 구상인)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권유하는 시 주석에게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뒤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그해 8월 훈련이 취소됐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2017년 7월 미중 정상회담 땐 시 주석이 대북제재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될 것 같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 후보가 취임 초 ‘한국’이란 단어만 들어도 화를 냈다고 전했다. 트럼프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에 25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제공한 ‘공포쇼’”라고 했다. 그해 11월 한국 방문 땐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한국이 방위비를 왜 100% 부담하지 않느냐”며 “미국이 비용은 물론 이익까지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이기면 방위비 분담금을 100% 이상 한국이 부담하도록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핵무기 보유국 독재자들과 비교했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에 대한 의견 차가 한미 간 긴장과 불일치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 “한미 연합 군사훈련은 도발적이고 돈 낭비”라고 말했다고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7년 2월∼2018년 4월)이 밝혔다. 27일 출간된 맥매스터의 회고록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나의 임무 수행’에 따르면 취임 첫해인 2017년 11월 중국을 방문한 트럼프 후보는 시 주석과 가진 양자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가 (중국의 비핵화 구상인) 쌍중단(雙中斷·북한 도발과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권유하는 시 주석에게 동의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맥매스터는 동석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시진핑이 우리를 이겼다. 트럼프가 함정에 빠졌다”고 적은 쪽지를 건넸다.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뒤 연합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그해 8월 훈련이 취소됐다. 다만 트럼프 후보는 2017년 7월 미중 정상회담 땐 시 주석이 대북제재 강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한국과 일본이 핵무기가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면 어떻게 될 것 같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그해 3월에는 맥매스터가 고안한 ‘최대 압박’ 전략에 대해 보고를 받고는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고 시진핑이 김정은을 돕는다면 대가를 치르게 하라”고 지시했다.맥매스터는 트럼프 후보가 취임 초 ‘한국’이란 단어만 들어도 화를 냈다고 전했다. 2017년 4월 자신과 대화하다 한국 이야기가 나오자 “아주 부자인 나라가 안보는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고, 한미 FTA는 역대 최악의 무역 협정”이라고 했다. 그해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첫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후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한국에 25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제공한 ‘호러쇼(horror show·공포쇼)’”라고 했다. 2017년 11월 한국 방문 땐 헬리콥터를 타고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청와대로 이동하던 중 빈센트 브룩스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한국이 방위비를 왜 100% 부담하지 않느냐”며 “미국이 비용은 물론 이익까지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후보가 11월 대선에서 이기면 방위비 분담금을 100% 이상 한국이 부담하도록 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트럼프 후보는 이어 삼성 반도체 공장을 가리키며 “왜 미국에는 이런 것이 없냐”고 화를 냈다. 맥매스터는 “그날 거리 80km 비행을 하며 한미 동맹이 일방적이고 한국의 경제적 성공이 미국을 위협한다는 트럼프의 믿음이 부활했다”고 회고했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어를 위해 핵이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회고록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등 핵무기 보유국 독재자들과 비교했다. 맥매스터는 “김정은에 대한 의견 차가 한미 간 긴장과 불일치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에 대해 맥매스터는 “푸틴은 트럼프를 꽉 쥐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맥매스터는 “트럼프는 자신이 푸틴과 개인적 관계를 형성한 ‘협상 전문가’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정보기관 KGB 출신인 냉혹한 푸틴이 트럼프의 에고(ego)와 취약성을 파고들어 아부하는 척 연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가 임기 초반부터 러시아와 푸틴에 대한 모든 것을 2016년 러시아의 선거 개입 문제와 연관 짓는 탓에 제대로 논의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며 “일단 반대하고 보는 성격상 대러시아 강경론을 주장하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제언 또한 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맥매스터는 회고록 발간을 앞두고 CBS 방송 인터뷰에서 “푸틴이 어떻게 트럼프를 조종하려 들었는지 알리려고 고심했다”며 “트럼프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전술에 덜 취약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캐나다가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100% 관세를,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해선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캐나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최근 주도한 대(對)중국 관세 부과 움직임에 동참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 지급 등) 불공정 경쟁을 벌여 우리 핵심 산업에 위협을 가했다”며 “중국의 의도적인 과잉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 등에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게 될 전기차 업체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캐나다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야디(BYD) 등 중국계 업체는 아직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2% 하락했다. 트뤼도 총리는 “다른 국가들과 조율해 보폭을 맞추고 있다”며 미국이나 EU와의 공조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AP통신은 전날 트뤼도 총리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협의해 내놓은 조치라고 전했다. 미국은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행 25%에서 100%로 인상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5일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7.6%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캐나다의 조치에 대해 강한 불만과 반대의 뜻을 표한다”며 “양국간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27∼29일 중국을 방문하는 설리반 보좌관이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과 만난 자리에서 전기차 등 관세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미국이 다음달 이행을 앞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