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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쫓아올까 봐 저도 모르게 자꾸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자주 다니던 골목이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요.”27일 낮 12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골목. 관악구에 거주하는 김민영(37) 씨는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숨진 남성(22)을 추모하기 위해 골목을 찾았다고 했다. 피의자 조선(33·구속)은 21일 오후 이 골목 일대 약 140m를 오가며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김 씨에 따르면 이 골목은 평소 식당이 많고 직장인과 대학생 등으로 평일 낮에도 붐비던 곳이었다. 하지만 조선의 범행 후 ‘신림역에서 사람을 해치겠다’는 살인예고까지 이어지면서 지금은 골목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한 시간 동안 지나간 시민은 20여 명 남짓이었는데 그나마 절반은 추모 공간을 방문하러 잠시 들른 이들이었다.● 상인들 “무서워 문 잠그고 장사” 인근 상인들은 “누군가 흉기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범행 장소에서 60m 거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이윤옥 씨는 “사건 다음 날(22일)에도 싸움이 벌어져 온 거리가 공포에 질렸다”며 “흉기 난동 이후 혼자 있는 게 무서워 손님에게 물건을 건넬 수 있는 창구만 남기고 문을 잠갔다”고 했다. 손님 발길도 뚝 끊겼다고 했다. 추모 공간 인근 식당 2곳에는 점심시간임에도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20, 30개 테이블이 모두 텅 빈 상태였다. 식당 종업원 김정옥 씨(63)는 “흉기난동 사건 직후 손님이 70% 이상 줄었는데 신림역에서 추가 범행을 예고하는 글까지 올라오면서 지금은 손님 발길이 사실상 끊긴 상황”이라고 했다. 전날 밤 기자와 만난 가라오케 주점 주인 윤모 씨(66)는 “평일 저녁 최소한 방 5, 6개에는 손님이 들어찼는데 지금은 한 명도 없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고살인 글까지 올라오니 정말 죽을 맛이다. 글을 올린 사람들을 찾아 엄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행인들의 인적이 끊긴 거리에는 최근 일대 순찰을 강화한 경찰들이 10분에 한 번씩 오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여성 노린 범행예고에 주민 불안 호소 흉기난동에서 남성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이 현재까지 4건 올라와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중 범행 사흘 후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던 20대 남성은 27일 오후 구속됐다. 범행 예고글이 이어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신림역 인근에 사는 한 직장인(27·여)는 “호신술을 배웠고 호신용품을 살까도 고민했지만 이번 흉기난동 사건을 보니 대비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예 이사를 생각하는 중”이라고 했다. 조선의 묻지 마 범죄에 희생된 남성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인근에 사는 대학생 이모 씨(23)는 “대낮에 길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흠칫 놀라곤 한다”며 “호신용품 구입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경찰 “범행 전 ‘홍콩 묻지 마 살인’ 검색” 2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선은 올 1월부터 최근까지 포털사이트에 ‘홍콩 묻지 마 살인’, ‘정신병원’ 등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달 정신질환을 앓던 30대 남성이 홍콩의 쇼핑몰에서 20대 여성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사건을 찾아본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은 포털사이트에서 ‘정신병원 강제입원’, ‘정신병원 탈출’, ‘정신병원 입원비용’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검색 기록과 범행의 관련성을 조사 중이다. 또 조선을 살인 및 살인미수,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28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에게 중상을 입힌 조선(33)의 신상정보가 26일 공개됐다. 21일 범행 직후 검거된 지 닷새 만이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오후 피의자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열고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조선의 이름과 나이, 사진을 공개했다. 신상공개위는 비공개 회의를 마친 뒤 “범죄의 중대성과 잔인성이 인정되고 유사 범행에 대한 예방 효과 등 공공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며 신상 공개 이유를 밝혔다. 이날 신상공개위는 조선의 주민등록증 사진과 함께 범행 당일인 21일 인천의 자택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오는 장면이 촬영된 폐쇄회로(CC)TV 화면 캡처 사진도 공개했다. 과거 신상 공개 사진을 두고 “촬영 시점이 많이 지나 지금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 사진을 추가로 공개한 것이다. 현행법상 당사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공개용 사진(머그샷)을 촬영할 수 없다. 조선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전날 거부했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이날 오전 10시 50분경부터 오후 2시 반경까지 받았다. 검사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경찰은 전날 조사에서 “오래전부터 살인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또 조선은 “우울증이 있다”고도 주장했지만, 경찰은 조선이 최근 10년간 정신질환 관련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편 유사한 범행을 저지르겠다는 예고글이 연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전날(25일) 오후 10시경 “신림역 일대에서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인하겠다”는 글을 올린 작성자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벌어진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2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 예고 살인’ 글을 올린 남성 A 씨를 협박 혐의로 이날 오전 1시 44분경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전날(24일)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흉기를 결제한 내역을 올리며 “26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으로 수사망을 좁혀 오자 A 씨가 자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경찰은 A 씨가 범행을 실행하려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흉기 난동 사건 직후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 흉기 난동 피의자 조모 씨(33)를 ‘조선제일검’이라고 부르거나 “여성이나 노약자가 아닌 남성에게만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을 강조한 글이 올라 오면서 젠더 갈등이 불거진 것과 A 씨의 글이 관련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다른 누리꾼도 전날 오후 “나도 수요일(26일)에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 경찰은 “조 씨를 미화하는 행위는 2차 가해에 해당하며 엄중하게 처벌할 계획”이란 입장이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 예고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조 씨가 범행 전날인 20일 오후 5시경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할머니 집에 보관돼 있던 컴퓨터를 망치로 부순 사실 등을 근거로 조 씨가 계획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씨는 “살인 방법 등을 미리 알아본 사실이 발각될까 봐 두려워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벌어진 ‘묻지 마 흉기 난동’ 사건 이후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25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과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 예고 살인’ 글을 올린 남성 A 씨를 협박 혐의로 이날 오전 1시 44분경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전날(24일) 오후 인터넷 커뮤니티에 흉기를 결제한 내역을 올리며 “26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이 인터넷주소(IP주소) 추적으로 수사망을 좁혀 오자 A 씨가 자수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경찰은 A 씨가 범행을 실행하려 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흉기 난동 사건 직후 일부 여성 커뮤니티에 흉기 난동 피의자 조모 씨(33)를 ‘조선제일검’이라고 부르거나 “여성이나 노약자가 아닌 남성에게만 흉기를 휘둘렀다”는 점을 강조한 글이 올라 오면서 젠더 갈등이 불거진 것과 A 씨의 글이 관련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다른 누리꾼도 전날(24일) 오후 “나도 수요일(26일)에 신림역에 가서 여성을 해치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삭제하기도 했다.경찰은 “조 씨를 미화하는 행위는 2차 가해에 해당하며 엄정하게 처벌할 계획”이란 입장이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 예고에 대해서도 강경하게 대응할 방침이다.한편 경찰은 조 씨가 범행 전날인 20일 오후 5시경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고, 할머니 집에 보관돼 있던 컴퓨터를 망치로 부순 사실을 파악하고 계획 범죄인지 확인하고 있다. 조 씨는 “살인 방법 등을 미리 알아본 사실이 발각될까봐 두려워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조 씨는 이날 받기로 했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도 거부했다. 경찰에 따르면 검사 직전 “심정이 담긴 자술서를 쓸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자술서를 작성했지만 제출하지 않았고, “오늘은 감정이 복잡하다”며 검사를 거부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20대 남성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조모 씨(33)가 범행 당일 흉기를 마트에서 훔친 후 10여 분 만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조 씨가 20대 시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폭행해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조 씨는 범행 당일인 21일 낮 12시경 인천 서구에 있는 자택에서 1시간가량 택시를 타고 서울 금천구에 있는 할머니 집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후 1시 57분경 인근 마트에 들어가 흉기 2개를 훔친 뒤 택시를 타고 범행 장소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 씨는 이후 지하철 신림역 4번 출구 인근에서 택시에서 내릴 때 택시 요금을 안 냈고 흉기 1개를 두고 내렸다. 이어 2시 7분경부터 범행을 시작했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로부터 ‘왜그렇게 사느냐’는 질책을 듣고 화가 나 범행을 저지른 측면도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마트에서 범행 도구를 훔친 점으로 미뤄 계획범죄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과 3범이며 법원 소년부로 14차례 송치된 전력이 있는 조 씨는 10여 년 전에도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점에서 다른 손님을 소주병으로 폭행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0년 8월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노진영 판사는 같은 해 1월 조 씨가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술집에 들어온 다른 손님과 말다툼 끝에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리쳐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조 씨는 피해자에게 “말 ××× 없게 하네”라며 소주병으로 뇌진탕 부상을 입혔다. 싸움을 말리던 주점 종업원에게도 깨진 소주병을 휘둘러 상처를 입혔다. 당시 조 씨와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또 서울경찰청은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씨에 대한 피의자신상공개심의위원회(신상공개위)를 26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한편 경찰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에서 급격하게 확산된 조 씨의 범행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를 “유족과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보고 엄벌하기로 했다. 또 조 씨의 범행과 검거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의 최초 유포자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이별하셨어요? 저희 ‘연애 작전단’이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해드립니다.”여성 A씨는 전 남자친구와 재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이른바 ‘연애 컨설팅 업체’의 홈페이지를 발견해 이 같은 문구를 봤다. A씨는 곧 업체에 수백만 원을 내고 계약서까지 썼다. 업체 측은 전 남자친구를 몰래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고, 운명적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듯한 ‘작전’을 제안했다. 이 업체는 2010년 20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다. A씨는 영화의 한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하려 한 것이다.이 업체의 40대 영업실장은 20대 남성 직원 2명에게 3, 4월 업체 소유 차량으로 A씨의 전 남자친구 차량을 미행하라고 주문했다. 행동조는 전 남자친구 회사 앞은 물론 서울 동대문구의 자택까지 몰래 따라간 뒤 지하주차장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리며 동선을 파악했다.그런데 실장과 직원 2명은 “어떤 차량이 자꾸 내 차 뒤를 쫓아온다”는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한 서울 동대문경찰서 경찰들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24일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업계 넘버 원’을 내세우며 연애 컨설팅, 재회 작전 등의 업무를 해 왔다고 한다.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의뢰인 50여 명의 계약서도 발견됐다. 실제로 이 업체의 홈페이지엔 “덕분에 재회, 만남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한 달에 10개 안팎으로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의뢰인은 20~40대로 거주 지역은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경찰 조사에서 직원들은 “이 일이 불법인 줄 알았지만 실장이 ‘문제없다’고 해 1년간 월 150만 원가량 받고 아르바이트해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장은 “피해자가 큰 충격을 받을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의뢰인 A씨는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면했다.경찰 관계자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된 스토킹범죄처벌법이 개정 시행돼 11일부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 혐의로 처벌받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

“헤어진 옛 연인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게 해주세요. 운명인 것처럼요!” 여성 A씨는 이른바 ‘연애 컨설팅 업체’로 불리는 곳에 전 남자친구와 재회할 방법을 의뢰했다. 2010년 20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던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한 장면을 현실에서 재현하려 한 것이다. A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다 전문 업체 홈페이지를 찾아낸 후 수백만 원을 내고 계약서까지 썼다. 업체 측은 전 남자친구를 몰래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고, 운명적 상황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듯한 ‘작전’을 제안했다. 이어 이 업체의 40대 영업실장은 20대 남성 직원 2명에게 3, 4월 업체 소유 차량으로 A씨의 전 남자친구 차량을 미행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실장과 직원 2명은 “누가 자꾸 쫓아온다”는 피해자 신고를 접수한 서울 동대문경찰서에 붙잡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공동주거침입 등의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24일 송치했다. 해당 업체는 ‘업계 넘버 원’을 내세우며 연애 컨설팅, 재회 작전 등의 업무를 해 왔다.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의뢰인 50여 명의 계약서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스토킹범죄처벌법이 개정 시행돼 11일부터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르면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스토킹 혐의로 처벌받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뢰인 A씨는 11일 이전 일어난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면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묻지 마 흉기 난동’으로 행인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중상을 입힌 조모 씨(33)가 23일 구속됐다. 조 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를 묻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이날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조 씨는 체포 후 경찰 조사에서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분노에 가득 차 범행한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범행 장소로 일부러 사람이 많은 서울 시내 번화가를 골랐다고도 했다. 조 씨는 “친구들과 술 마시러 (신림동에) 몇 번 방문한 적 있어 사람이 많은 장소란 사실을 알고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또 조 씨는 당초 “범행 당시 (마약류인) 펜타닐을 복용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간이시약 검사에서 마약 음성이 나오자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감식을 의뢰한 상태다.조 씨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관악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과 만나 “너무 힘들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반성하고 있나’ ‘유족에게 할 말은 없나’ 등의 질문엔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서는 ‘어떤 점이 불행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내 모든 게, 예전부터 너무 안 좋은 상황이 있었다”며 “나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했다.사건이 벌어진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인근 상가 골목에는 21일 숨진 20대 남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주말인 23일 오후 거센 빗방울이 쏟아지는 날씨에도 시민들은 사건 발생 장소 인근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국화꽃을 헌화하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등의 추모 메시지를 쓴 포스트잇 수백 장을 붙였다.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예고 없이 전날(22일) 오후 현장을 찾았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피해자 가족분들에게 유감을 표하기 위해 방문했다”며 “사이코패스 등에 대한 관리 감독 방안을 조금 더 고민해 보겠다”고 밝혔다.한편 조 씨에게 살해당한 20대 피해자 남성의 사촌형인 김모 씨(30)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은 조 씨 같은 범죄자가 감형을 받고 다시 사회로 나올까 두려워하고 있다”며 “엄정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김 씨에 따르면 숨진 피해자는 사건 당일 방값이 싼 원룸을 알아보기 위해 신림동을 찾았다고 한다. 김 씨는 “본래 살던 곳보다 집값이 저렴한 곳으로 이사하기 위해 최근 혼자 부동산을 전전했다”며 “처음 들른 부동산에서 나와 다른 부동산에 전화하던 중 우연히 조 씨와 마주쳐 이런 잔인한 범행의 대상이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피해자에 대해 “어려운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던 생활력 강한 동생”이라고 떠올렸다. 피해자가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일 때 어머니가 혈액암 말기 진단을 받자 수능을 불과 몇 개월 앞두고도 방과 후 매일 병원에 들러 간병에 힘썼다고 한다.수능을 사흘 앞두고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오히려 중학생이던 동생을 밤새 위로했고 뜬 눈으로 밤을 새고 치른 수능이었지만 자신이 원하던 서울 소재 대학에 합격했다고 한다. 김 씨는 “동생은 대학교 학과 학생회장까지 맡던 모범생이었다”며 “대학 입학 후 단 한 순간도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상황이 더 어려워지자 음식점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혼자서 묵묵히 벌어왔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피해자가 어머니를 떠나보낸 뒤 본인도 2019년경 크게 병치레하고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어머니도 암으로 떠났는데 본인마저 아프면 동생 혼자 남는다는 생각에 살기 위해 운동을 악착같이 했던 것 같다”며 “몸이 나아진 뒤 보디 프로필을 사진을 찍고 자신의 이런 모습을 어머니에게 보여주려 최근 빈소에 다녀온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동생이 최근 들렀던 어머니 빈소에는 피해자의 보디 프로필 사진이 놓여있었다고 한다. 김 씨에 따르면 평소 우애가 깊고 서로를 끔찍이 아꼈던 피해자의 동생은 현재 형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은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날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조 씨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요청하는 청원글을 올렸다. 김 씨가 올린 청원글은 하루 만에 100명이 찬성해 청원요건에 맞는지 검토 중이다. 김 씨는 “이미 다수의 범죄 전력이 있는 피의자가 갱생을 가장해 징역형만 살고 사회로 돌아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며 긍정적으로 살아온 동생의 죽음이 묻히지 않도록 가장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게 해달라”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제 휴대전화 연락처에 저장돼 있던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 ‘해킹당했다’고 알렸어요. 보안이 뛰어나다고 하더니 이런 일이 생길 줄 몰랐네요.” 40대 직장인 A 씨는 19일 출근길에 지인들로부터 동시에 “혹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느냐”는 연락을 받았다. 황급히 텔레그램을 열어보니 자신이 보낸 적 없는 메시지가 지인 1000여 명에게 발송돼 있었다. 그는 텔레그램 본사에 e메일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고, 이틀 동안 일일이 “계정이 해킹당했다”는 연락을 돌리느라 진땀을 뺐다. A 씨는 “휴대전화 앱에 로그인을 해야 계정 삭제나 탈퇴가 가능한데 해킹으로 로그인 자체가 안 돼 대응을 못 하고 있다. 휴대전화 번호를 바꿔야 하는지 고민 중”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보안 업데이트 공지 눌렀다 해킹”최근 텔레그램 해킹 피해를 겪은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보안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를 탈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고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주소 링크를 클릭해선 안 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해커들은 보안 업데이트 공지를 사칭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후 메시지에 삽입한 링크를 클릭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썼다. 클릭하면 텔레그램 공식 홈페이지와 유사하게 디자인된 별도의 웹사이트에서 문자메시지 인증을 받게 했다. 이 과정에서 인증 코드를 탈취해 다른 기기에서 피해자 아이디로 로그인한 후 다시 피해자의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피해자들이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는 ‘시스템 감지 결과 불법 사용이 발견됐으니, 계정의 일부 기능이 제한되지 않도록 24시간 이내 공식 웹사이트에 로그인하라’는 문구와 인터넷 링크가 포함돼 있었다. 이 밖에 텔레그램 보안 관련 공지, 청첩장, 택배 배송 안내, 식당 및 숙박 예약 안내를 사칭한 메시지도 해킹에 활용됐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지인이 보낸 메시지라 별 의심 없이 링크를 눌렀고, 통상적인 텔레그램 보안 인증 절차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텔레그램이 다른 메신저보다 보안 측면에서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던 점도 이용자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했다.● 전직 장관과 헌법재판관도 해킹 피해특히 보안 때문에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던 정치인과 고위 공무원들의 피해가 컸다. 서울시에서 근무하는 30대 공무원 B 씨도 “18일 텔레그램 공식 계정으로 보이는 메시지에 따라 휴대전화번호 등을 입력했더니 금세 해킹이 됐다”며 “아직 계정 탈퇴를 하지 못해 피해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도 최근 텔레그램 해킹 피해를 당했다. 박 의원 외에 전 헌법재판관 A 씨와 중앙부처 차관급을 지낸 B 씨도 해킹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전문가들은 “한 사람이 해킹을 당하면 지인에게 피싱 메시지가 자동으로 전달되면서 좀비에게 물리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불확실한 링크는 클릭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해킹 피해를 당하면 국번 없이 118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KISA 측은 “텔레그램 사용자에게 피싱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여 계정과 인증코드 등을 탈취하는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출처 불분명 사이트 접속은 자제하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태환 안랩 사이버시큐리티센터(ACSC)대응팀 팀장은 “번거로워도 비밀번호를 계정별로 다르게 쓰고 3개월에 한 번씩은 바꿔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과거 50년, 100년 빈도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만든 기존 매뉴얼로는 앞으로 오송 지하차도 참사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없습니다.”(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극한호우’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이상기후에 맞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매뉴얼을 만들고 재난안전대책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의 경우 ‘100년 빈도 강수량’(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100년에 한 번 내리는 수준의 강수량)을 기준으로 쌓은 임시 제방이 붕괴되면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매뉴얼 전면적으로 바꿔야” 19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에 따르면 미호강의 미호천교 부분 임시 제방 높이는 29.74m였다. 2014년 착공 당시 감안했던 100년 빈도 홍수위 28.78m보다 높았지만 기록적 호우로 제방이 무너졌다. 2020년 섬진강댐 역시 100년 빈도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됐지만 당시엔 500년에 한 번 오는 물 폭탄이 쏟아지는 바람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매뉴얼을 전면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침수위험도 평가 기준을 최근 이상기후에 맞춰야 하고, 인근 하천 인접 여부 등도 고려하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의 도로관리사업소 매뉴얼에 ‘지하차도 중앙이 50cm 이상 잠기면 도로를 통제한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미호강 옆에 있어 순식간에 물이 들어찰 수 있는 지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수 위험 시설물의 관리·대응 책임을 장마철 등 특정 기간만이라도 효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참사가 발생한 오송 지하차도의 도로 관리 책임은 충북도, 미호강 관리는 청주시, 미호천교 임시 제방 공사 감독 권한은 행복청에 있다 보니 급박한 상황에서 통합 관리가 안 됐고 사고 후 기관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것이다.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적어도 재난이 임박한 상황에선 방재 전문가를 임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 임명해 지휘체계를 효율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4, 15일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에 400mm에 이르는 기록적 폭우가 쏟아졌지만 관할 시장으로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 인명 피해를 최소화했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민간 공조도 검토할 필요” 현재 정부 중심의 재난 대응체계에 민간을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대원 LIG시스템 재난안전연구소장은 “이제 재난 발생 시 일괄적으로 전달하는 경보는 효과가 떨어진다. 민간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 위치에 맞는 경보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위치 정보를 다루는 정보기술(IT) 기업 등에 실시간 경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차량 운전자들이 다른 길로 우회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지하차도를 최근 이상기후를 감안해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일정 길이 혹은 깊이 이상의 지하차도에 비상 차로를 지정해 어떤 상황에서도 지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배수펌프에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반은 지상 1.5m 높이에 설치해 침수 때도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지하차도의 경우 배전반이 지하에 있어 물에 잠기면 작동하지 않았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수도권 일대에서 약 353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공인중개사가 공범으로 가담했던 기존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공인중개사가 총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153가구의 전세보증금 약 353억 원을 빼돌린 일당 9명을 범죄단체조직죄와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총책 공인중개사 A 씨(38)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중개보조원 약 20명도 입건해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주택 전셋값을 부풀려 매매값과 비슷하게 만든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2021년 경기 부천시와 서울 구로구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리고 분양대행업자와 중개보조원 등을 모아 범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해 7월부터 ‘바지 집주인’ 2명을 정상적인 임대사업자나 투자자로 속여 기존 건축주와 세입자들 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 그 후 전세계약 기간 중 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고 해당 주택을 바지 명의자 소유로 변경했다. A 씨 측은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 2명에게 계약 건당 50만∼1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후 일당은 임대 계약이 만료되기 전 바지 집주인들을 파산시키기로 했다. 서로 “빌라왕을 시켜주겠다”, “어차피 파산할 것”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올려받았고, HUG에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넘기기도 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누구나 그 상황에선 그랬을 겁니다. 저만 너무 주목받는 것 같아 희생자분들께 죄송하네요.”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시민 3명을 구한 ‘화물차 의인’ 유병조 씨(44·사진)는 19일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화물연합회)로부터 감사장과 지원금을 받은 뒤 이런 소감을 밝혔다. 유 씨는 참사 당시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자 화물차 창문을 깨고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갔다. 또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버티던 20대 여성을 차량 지붕으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45)를 포함해 남성 2명을 더 난간으로 끌어올렸다. 이날 화물연합회 측은 새 화물차 구입을 돕기 위해 유 씨에게 지원금 2500만 원을 지급했다. 유 씨와 운송위탁 계약을 맺고 있는 물류기업 LX판토스도 지원금 5000만 원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수도권 일대에서 약 353억 원 규모의 전세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공인중개사가 공범으로 가담했던 기존 사건과 달리 이번에는 공인중개사가 총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서울 경기 인천 등에서 153세대의 전세보증금 약 353억 원을 빼돌린 일당 9명을 범죄단체조직죄와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하고 총책 공인중개사 A 씨(38) 등 3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이들과 함께 범행을 저지른 중개보조원 약 20명도 입건해 공인중개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이들은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주택 전셋값을 부풀려 매매값과 비슷하게 만든 뒤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주택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 수법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A 씨는 2021년 경기 부천시와 서울 구로구에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리고 분양대행업자와 중개보조원 등을 모아 범행을 준비했다. 그리고 그해 7월부터 ‘바지 집주인’ 2명을 정상적인 임대사업자나 투자자로 속여 기존 건축주와 세입자들 간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도록 유도했다. 그 후 전세계약 기간 중 보증금으로 매매대금을 치르고 해당 주택을 바지 명의자 소유로 변경했다. A 씨 측은 명의를 빌려준 ‘바지 집주인’ 2명에게 계약 건당 50만~100만 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이후 일당은 임대 계약이 만료되기 전 바지 집주인들을 파산시키는 방안을 계획했다. 서로 “빌라왕을 시켜주겠다”, “어차피 파산할 것” 등의 메시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에 가입한다는 조건으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올려받았고, HUG에 보증금 반환 의무를 떠넘기기까지 했다. 경찰은 A 씨 일당이 고의로 파산하기 전 ‘바지 집주인’ 명의의 부동산을 전수조사해 피해 세입자들을 찾아내는 한편 세입자 보호를 위해 153세대에 대해 몰수보전을 신청할 예정이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누구나 그 상황에선 그랬을 겁니다. 저만 너무 주목받는 것 같아 희생자 분들께 죄송하네요.”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당시 시민 3명을 구한 ‘화물차 의인’ 유병조 씨(44)는 이날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화물연합회)로부터 감사장과 지원금을 받은 뒤 이런 소감을 밝혔다.유 씨는 참사 당시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자 화물차 창문을 깨고 차량 지붕 위에 올라갔다. 또 화물차 사이드미러를 붙잡고 버티던 20대 여성을 차량 지붕으로 끌어올렸다. 여성과 함께 지하차도 난간으로 건너온 순간 옆에서 “도와달라”는 목소리가 들렸다.다시 구조에 나선 유 씨는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45)를 포함해 남성 2명을 더 난간으로 끌어올렸다. 체구가 크지 않은 유 씨는 “당시 초인적 힘이 나왔던 것 같다. 생각할 겨를 없이 일단 몸이 움직였다”고 돌이켰다.유 씨는 눈 앞에서 747번 버스가 흙탕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던 장면이 계속 잊히지 않아 사고 후부터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는 “운송 업무차 하루에도 몇 번씩 오가던 차도에서 일어난 사고라 충격이 크다”며 “행사 후 충북 청주시로 돌아가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이날 화물연합회 측은 새 화물차 구입을 돕기 위해 유 씨에게 지원금 2500만 원을 지급했다. 유 씨가 소속된 수원화물 관계자는 “평소에도 워낙 성실한 분”이라며 “주저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구했다는 말을 듣고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최광식 화물연합회장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타인을 구하는 모습이 업계와 국민에게 울림을 줬다"며 "존경과 감사를 전한다”고 말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겁니다.” 15일 오전 충북 증평군 공무원 정영석 씨(45·사진)는 세종시 자택에서 증평군청에 출근하기 위해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있었다. 거센 비를 볼 때만 해도 불안했는데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날 때 갑자기 흙탕물이 밀려들며 물살에 휩쓸렸다. 차에서 빠져나온 정 씨는 물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차량 지붕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후 “살려 달라”는 비명 소리를 듣고 떠내려가던 중년 여성을 잡아 끌어올렸다. 물이 더 차오르자 정 씨와 중년 여성은 헤엄쳐 대피를 시도했다. 힘이 다해 가라앉을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44)가 정 씨를 난간 쪽으로 끌어올렸다. 난간을 끌어안고 버티던 정 씨는 다른 여성 2명이 떠내려가는 걸 보고 난간 쪽으로 잡아 올렸다. 불과 3, 4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난간을 잡고 버티다가 구조될 수 있었다.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정 씨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모두가 서로 토닥이며 챙겨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더 많이 살아 나왔어야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참사 희생자 8명의 발인이 엄수됐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박모 씨(76)의 발인을 30분 앞두고 장례식장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자녀는 “엄마가 가는 거 못 보겠다”며 주저앉았다. 운구차에 박 씨의 관이 실리자 박 씨의 남편은 붉어진 눈시울로 하염없이 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봤다. 서원구의 다른 장례식장에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전남 여수로 여행을 가려다가 참변을 당한 안모 씨(24)와, 가족들과 생일 모임을 앞두고 있던 조모 씨(32)의 영결식도 열렸다.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을 상대로 원인 규명 요청 등 합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장소와 일정은 모든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뒤 유족과 협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18일 오전 충북 청주시 서원구의 한 장례식장에선 취업 후 친구들과 함께 졸업 여행을 가려다 숨진 안모 씨(24)의 발인이 진행됐다. 안 씨는 친구와 함께 여수 여행을 하기 위해 오송역으로 가던 중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가 침수되면서 참변을 당했다.안 씨는 마지막 순간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버스 안까지 물이 들어찬 사진을 보내며 ‘살려줘 제발’이란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유가족들의 슬픔을 더했다. 안 씨의 외삼촌은 “취업 기념으로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는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며 애통해했다.이날 서원구의 다른 장례식장에선 희생자 박모 씨(76)의 발인을 30분 앞두고 장례식장이 유족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찼다. 한 자녀는 “엄마가 가는 걸 못 보겠다”며 주저앉았다.운구가 시작되자 유족과 지인 20여 명은 고개를 숙인 채 영정사진을 따라갔다. 운구차에 박 씨의 관이 실리자 박 씨의 남편은 붉어진 눈시울로 부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바라봤다.이날 참사 희생자 14명 중 8명의 발인이 진행됐다. 유족들은 장례 절차가 마무리된 후 충북도와 청주시 등을 상대로 원인 규명 요청 등 합동 대응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충북도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청주=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어디선가 들려온 ‘살려달라’는 외침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몸이 움직였어요. 제가 아닌 누구라도 그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손을 내밀었을 겁니다.”인근 강물이 지하차도 안으로 순식간에 범람해 15명이 숨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에서 다른 이들을 구한 정영석 씨(45)는 18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담담하게 말했다. 정 씨는 “모든 일이 단 3, 4분 사이에 일어나 지금도 실감이 안 난다”며 입을 뗐다. 거센 비를 볼 때만 해도 불안했는데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를 지날 때 갑자기 흙탕물이 밀려들며 물살에 휩쓸렸다.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자 정 씨는 차량 창문 밖으로 탈출했다고 한다. 차에서 빠져나온 정 씨는 물이 턱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차량 지붕으로 기어 올라갔다. 이후 “살려 달라”는 비명소리를 듣고 떠내려가던 중년 여성을 잡아 끌어올렸다. 물이 더 차오르자 정 씨와 중년 여성은 헤엄쳐 대피를 시도했다.힘이 다해 가라앉을 뻔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화물차 기사 유병조 씨(44)가 정 씨를 난간 쪽으로 끌어 올렸다. 난간을 끌어안고 버티던 정 씨는 다른 여성 2명이 떠내려가는 걸 보고 난간 쪽으로 잡아 올렸다. 불과 3, 4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후 난간을 잡고 버티다 구조될 수 있었다.정 씨는 “나보다 현장에서 더 고생 하신 분들이 많다”며 “나도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모두가 서로 토닥이며 챙겨줘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곳곳에 물집이 터지고 찢어진 정 씨의 양손은 그날 현장의 긴박함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정 씨의 휴대전화가 흙탕물에 빠져 아내에게 연락할 길이 없자 당시 난간에 함께 매달려 버티고 있던 시민이 그에게 휴대전화를 잠시 빌려줬다고 한다. 정 씨의 아내는 18일 갑상선암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정 씨는 터널 안에서 물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장면이 계속 떠오르는 등 사고 이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한다. 그는 “비슷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며 “다들 더 많이 살아 나왔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최원영기자 o0@donga.com}

“엄마 얼굴이라도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요. 하루만 더 기다려 주세요.” 경북 예천군 산사태로 아내를 잃은 신모 씨(70)는 미국에 거주하는 큰아들의 말을 전화기로 듣고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큰아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직전 입관을 미뤄 달라고 부탁한 것. 신 씨는 17일로 예정됐던 입관식을 아들의 바람대로 하루 늦췄다. 신 씨는 빈소가 차려진 예천군 권병원 장례식장에서 “아들도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는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예천군 상리면 백석리에 사는 신 씨 부부는 동네에서 금실 좋은 부부로 유명했다. 신 씨가 지방공무원으로 일하다 10년 전 퇴직해 귀촌했는데, 농사일은 신 씨가 도맡아 하며 아내를 아꼈다고 한다. 하지만 기록적 폭우로 15일 새벽 산사태가 일어나며 아내가 토사에 매몰됐다. 얼마 안 돼 구급대원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신 씨는 토사에 휩쓸려 집 밖으로 튕겨 나가며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신 씨는 “아내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병원에 도착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곧바로 고개를 젓더라”라며 “내가 가고 아내가 살았어야 하는데 원통하고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고 했다. 집중호우로 경북에서만 이날까지 19명이 숨지고 8명이 실종된 가운데,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전해지고 있다. 15일 오전 예천군 은풍면 은산리에선 70대 노부부가 차를 몰고 가다 내성천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실종된 A 씨(70)와 남편 B 씨(73)는 마을 근처에 사는 여동생 집을 찾았다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당시 폭우가 심해 여동생이 운전을 만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산리 경로당에서 만난 이웃 주민 한천리 씨(85)는 “밤에 운전하지 말고 마을 안쪽 길로 걸어왔어야 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실종된 70대 노부부의 휴대전화만 발견돼 자녀들이 눈물짓는 일도 생겼다. 15일 새벽 예천군 감천면 진평리에선 집중호우로 쏟아진 흙더미에 C 씨(74)와 부인 D 씨(78)가 매몰됐다. C 씨는 16일 오전 7시경 자택 인근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집 안에 머물렀던 것으로 추정되는 D 씨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소방 당국은 집 주변 흙더미에서 부부의 휴대전화를 찾아 가족에게 전달했다. 자녀들은 “어머니 시신은 못 찾았는데 휴대전화만 돌아왔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선 20대 딸과 그를 구하려던 60대 아버지가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15일 산사태로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아버지 김모 씨(67)와 첫째 딸(25)이 숨지고 어머니 정모 씨(58)는 구조된 것. 남편과 큰딸을 잃은 정 씨는 17일 오전 발인식을 마치고 “남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딸을 구하러 갔는데 황망하게 세상을 떠났다”며 안타까워했다.예천=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우리 마을은 예전부터 ‘산태골’이라고 불렀다.” 17일 오전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의 한 주민은 예로부터 골짜기가 깊고 가팔라 산사태 우려가 큰 동네여서 ‘산태골’로 불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백석리에선 15일 일어난 산사태로 4명이 숨졌고, 사흘째인 이날까지 실종자 1명의 흔적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백석리는 정부의 산사태 취약지구로 지정되지 않은 상태라 제대로 점검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사태 발생 마을 10곳 중 1곳만 취약지역 지정 경북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번 집중호우로 예천·봉화군과 영주·문경시 등의 10개 마을에서 산사태로 인한 사망·실종 사고가 발생했다. 하지만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돼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아온 곳은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 단 1곳뿐이었다. 백석리 주민 A 씨는 “정부 지정이라도 받았으면 최소한의 관리라도 됐을 텐데, 사실상 방치되다가 이번 재난이 일어난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북 산간 지역은 경사가 가파르고 모래 성분이 많은 마사토가 많아 폭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로 이어지기 쉽다. 또 경사지에 논밭을 개간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나무가 없어 흙의 응집력이 떨어진다. 산사태가 일어나기 쉬운 세 가지 요건을 다 갖췄음에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것을 두고 산림청은 인력 부족 등의 현실적 문제를 거론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전국 산림 100만여 곳 중 매년 약 1만8000곳에 대해 산림 기초조사를 하고 있다. 약 55년이 걸려야 전국 산림을 모두 조사할 수 있는 것. 기초조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기초자치단체, 국유림관리소 등을 통해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산사태 위험지역 조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산사태 취약지역 실효성 높여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되면 현행법에 따라 연 2회씩 점검이 진행된다. 하지만 주민들이 지정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북 산사태 마을 중 유일하게 취약지역으로 지정됐던 풍기읍 삼가리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취약지역 지정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한 삼가리 주민은 “외지 사람들이 오면 주민들이 대번에 아는데 정부에서 점검했다는 말을 못 들어봤다”며 “마을 뒷산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들어봐야 제대로 된 점검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곳 중에 인위적 개발로 지형이 급변해 산사태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에게 관련 교육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북의 사고 지역 마을 대부분이 대피방송과 안내문자를 접했지만 실제 산사태가 일어날 것을 예측해 대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엽 대구대 산림자원과 교수는 “취약지역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주민들에게 홍보하고 위험 신호가 갔을 때 대피할 수 있는 대피시설 경로 등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의식은 단기간에 높아질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등이 홍보와 계도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대피 훈련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로 집중호우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의 한 공무원은 “예측 불가능한 기상 이변이 많아지면서 산사태 취약지역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지금보다 훨씬 세밀한 지정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예천=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작은 손길이라도 모으면 이재민들 보금자리가 빨리 복구되지 않겠습니까.” 17일 오후 2시경 충남 공주시 옥룡동의 한 주택가. 박형진 특수임무유공자회 공주시지회장은 재해를 입은 집에서 살림살이를 옮기며 이렇게 말했다. 이 지역은 13일부터 500mm가 넘는 기록적 폭우가 내려 주택 침수 등으로 이재민 235명이 발생했다. 박 지회장은 “이재민들은 어디부터 어떻게 복구해야 할지 엄두를 못 내더라”며 “더 많은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했다.● “함께 살고 있단 생각에 마음 따뜻해져”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1만765명의 이재민이 발생해 여전히 4348명이 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지내고 있다. 지자체 등의 노력 외에도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면서 복구 작업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 그나마 희망적인 대목이다. 이날 옥룡동 일대에선 특수임무유공자회와 의용소방대 등 노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300여 명이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봉사자들은 침수 주택을 방문해 흙탕물에 오염된 세탁기 등을 밖으로 꺼냈고, 폐기할 물건들은 트럭에 실으며 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주민 이의자 씨(80)는 “어제부터 자원봉사자들이 가재도구를 정리해 주면서 조금씩 일상이 돌아오고 있다”며 “봉사자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게 없어 미안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지역 어린이들이 다니는 공주몬테소리어린이집의 경우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적극 복구에 참여했다. 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재원 목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자원봉사자들이 천사처럼 나타나 내부를 말끔히 치워줬다”며 “지금도 돕고 싶다는 연락이 계속 온다. 함께 살고 있단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말했다.● 윗마을 위해 매끼 식사 차리는 아랫마을 수해를 간발의 차로 피한 이웃들이 이재민들을 돕고 나선 지역도 있다. 산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에선 피해가 덜했던 산 아래쪽 주민들이 이재민 15명을 위해 매 끼니를 차리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이재민들이 모여 있는 백석경로당에선 점심 준비가 한창이었다. 마을 전체에 단수 조치가 내려진 데다 음식도 부족한 상황이지만 아랫마을 주민들은 모아 뒀던 식재료를 십시일반 모으고 소방용수까지 아껴 밥을 짓고 있었다. 배추전과 부추전 등이 담긴 밥상이 차려지자 곳곳에서 “아이고, 고맙구려” 등의 인사가 오갔다. 이재민들을 위해 기른 배추를 가져온 이경조 씨(61)는 “몸만 빠져나와 상황이 어려운 이웃들 마음에 위로가 되고 싶다”고 했고, 감자와 부추 요리를 하던 주민 이은희 씨(61)도 “이럴 때 돕고 사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예천읍에서 매일 왕복 1시간을 들여 오가며 식사 준비를 돕는 권재연 씨(59)는 “저 역시 사과 농사가 망해 큰일이지만 이재민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앞이 캄캄할 이들을 조금이나마 돕고 싶다”고 했다. 그릇에 담아둔 틀니마저 물살에 떠내려간 이재민 성귀숙 씨(79)는 이웃 도움을 받아 식사를 마쳤다. 이재민 심옥선 씨(82)는 “이웃이 여럿 세상을 떠나 식욕이 없었는데 매일 차려주는 정성이 고마워 잘 먹고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들도 정성을 보태는 모습이다. 전북 익산시 동산동의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 김시정 씨(47)는 금강 산북천 제방 붕괴 위험으로 대피 중인 용안면 이재민들에게 빵 3000개(450만 원 상당)를 17일 전달했다. 김 씨는 “더 많이 나누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수해 복구를 위한 온라인 기부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기부 플랫폼 카카오같이가치가 16일 연 긴급모금 페이지엔 17일 오후까지 2억 원 넘는 성금이 모였고, 네이버 해피빈의 전국재해구호협회 모금함에도 1억1000만 원 넘는 성금이 모였다.공주=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예천=최원영 기자 o0@donga.com익산=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