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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체코의 원자력발전소 협력에 많은 이웃 나라들도 큰 관심을 보입니다. 이번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한국의 유럽 원전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반 얀차렉 주한국 체코대사(사진)가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 체코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체코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두코바니 원전 수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 또한 신뢰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올 7월 체코가 2036년 가동을 목표로 남부 두코바니에 지을 7, 8번째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내년 초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윤 대통령도 원활한 사업 진행과 양국 간 협력 확대 등을 논의하기 위해 19∼21일 체코를 국빈 방문한다. 한국은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와 지리적, 역사적으로 가까운 프랑스를 물리쳤다. 얀차렉 대사는 “공정한 심사 끝에 한국을 선택했다”며 “한국이 내건 공사 기한 엄수, 적은 예산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과 체코는 방위산업, 고속철, 고속도로,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양자 기술 등에서도 협력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유럽 중앙부에 위치한 체코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기 위해 향후 10년간 고속철 및 고속도로 건설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부문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다니엘 블라슈코베츠 체코 국방차관도 12일 국방부 관계자들과 서울에서 만났다. 양측은 내년 1분기(1∼3월)에 공동위원회 등을 개최해 방산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얀차렉 대사는 “2025년은 양국의 수교 35주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10주년”이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의 한국 방문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어 “현재 주 4회 운항하는 양국 직항편을 주 7회로 증편하는 것 또한 목표”라고 했다. 체코가 유럽의 ‘한류’ 열풍을 한 단계 도약시킬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여건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체코를 방문하고, 현지에서 활동하면 좋겠다”며 “특히 체코 영화산업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기 때문에 한국 영화계가 체코에 더욱 적극적으로 진출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한국과 체코는 원자력 발전소 외에도 고속철, 고속도로,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양자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가 큰 나라입니다.”이반 얀차렉 주한국 체코대사가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체코대사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최근 한국이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이 양국의 협력에 중대한 분기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국은 체코가 2036년 가동을 목표로 남부 두코바니에 지을 7, 8번째 원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7월 선정됐다. 내년 초 최종 계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마무리 짓기 위해 19~21일 체코를 국빈 방문한다. 얀차렉 대사는 “체코 현지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원전 드라이브를 거는 점을 뜻깊게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 또한 신뢰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프랑스의 맞대결이었던 이번 수주전에서 체코는 한국의 손을 들어줬다. 지리적으로, 역사적으로 가까운 프랑스가 유력하다는 일각의 관측을 뒤엎은 결정이었다. 얀차렉 대사는 “정치적 계산을 깔지 않고 공정한 심사 끝에 한국을 선택했다”며 “한국이 내건 공사 기한 엄수와 낮은 예산을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체코는 현재도 원전 6기를 운영해 전력을 공급한다.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행(2022년 기준) 37%에서 2050년 50%로 끌어올리기 위해 추가로 최대 4기를 지을 계획이다. 체코는 유럽의 전통적인 공업 강국이기도 하다. 단어 ‘로봇’도 체코어가 어원이다. 대표 수출품은 자동차, 현미경, 반도체 등이다. 현대자동차(2006년)와 넥센타이어(2014년)도 유럽공장을 체코에 냈다. 얀차렉 대사는 “체코가 한국의 유럽 원전 시장 진출에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기술력을 갖춘 한국과 원전을 지어봤고 유럽 시장 이해도가 높은 체코가 협력한다는 소식에 이웃 국가들이 큰 관심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체코는 유럽의 중앙부에 위치했다. 독일, 폴란드, 슬로바키아, 오스트리아 등 4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체코 정부는 지리적 이점을 살리기 위해 향후 10년간 고속철도과 고속도로 건설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얀차렉 대사는 “한국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는 물론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퀀텀 기술 등 체코의 전략 성장 분야 전반에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양국은 국방 분야에서 협력도 꾀할 계획이다. 12일 다니엘 블라즈코벡 체코 국방부 차관은 서울안보대화를 계기로 방한해 한국 국방부와 만났다. 양측은 내년 1분기(1~3월)에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안보 및 방산 협력 심화를 위한 토대를 닦기로 했다. 토마쉬 포야르 체코 국가안보보좌관(3~6일)과 얀 리파브스키 외교장관(8~10일)에 이어 이달 들어 세 번째 고위급 한국 방문이다. 체코와 한국은 내년에 수교 35주년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10주년을 맞이한다. 페트르 피알라 총리의 한국 방문도 점쳐진다. 두코바니 원전 수주까지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양국 관계에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얀차렉 대사는 이달로 한국 부임 1주년을 맞았다. 김치가 입에 잘 맞고 반려견과 새벽 남산 산책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각계 초대로 한국을 빠르게 알아가고 있다며 한국인들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얀차렉 대사는 “직전에 근무하던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는 체코 식당이 아예 없었지만 서울에는 7곳이나 있다”며 “양국의 끈끈한 교류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의 유럽 대사가 그렇듯 북한 대사를 겸하지만 체코의 북한 대사관 재가동은 아직이다. 얀차렉 대사는 “조만간 재가동되기를 희망한다”며 “체코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국제 무대에서 한국을 지지해 왔고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 목소리 내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주 4회 운항하는 양국 직항편을 주 7회로 증편하는 것 또한 목표다. 한-체코 민간 교류를 활성화에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얀차렉 대사는 체코가 유학이나 워킹홀리데이를 목적으로 살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인근 유럽 국가로 이동이 편리하고, 수도 프라하는 거주자 4명 중 1명이 외국인일 정도로 많아 영어가 잘 통한다고 한다. 그는 청년 세대가 양국 관계에 중요한 뼈대가 된다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한국의 젊은 분들을 위해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2005년)’을 이을 새로운 작품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체코 영화 산업에는 훌륭한 인재가 많습니다. 문을 두드려주시면 좋겠습니다.”얀차렉 대사는 “체코인은 유머를 좋아한다”며 풍자 소설 ‘훌륭한 병사 슈베이크’를 추천했다. 기자 출신 작가 야로슬라프 하셰크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경험을 반전(反戰)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엉뚱한 성격의 주인공 슈베이크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겪은 각종 일화가 총 3부작의 소설에 담겼다. 특히 저자의 재치가 돋보이는 삽화 170여 점이 수록돼 재미를 더한다. 출간 이후 54개국에서 번역됐고 독일의 세계적인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작품을 연극으로도 각색했다. 체코 문화부의 번역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는 지난해 출간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은 올해 두 번의 암살 시도를 경험했다. 그는 7월 13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대규모 야외 유세 중 첫 번째 암살 시도를 경험했다. 그리고 64일 뒤인 15일 또한번의 암살 시도를 겪었다. 이번에는 플로라디주 웨스트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골프장에서였다. 트럼프 후보를 겨냥했던 두 번의 암살 시도와 관련된 주요 내용을 문답(Q&A) 형식으로 정리했다. ―두 암살 시도는 어떤 상황에서 발생했나.“첫 번째 암살 시도는 이번 미국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야외 유세 현장이었다. 두 번째 암살 시도는 트럼프 후보가 소유하고 있는 플로리다주의 골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암살 용의자들은 어떤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었나.“첫 번째 암살 시도 용의자인 토마스 매슈 크룩스(21)는 현장에서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에 의해 사살됐다. 반면 두 번째 암살 시도 용의자인 라이언 웨슬리 루스(58)는 총격을 가하기 전 요원들에게 걸렸고, 도주하다 잡혔다. 두 사람 모두 백인 남성이지만, 나이에선 차이가 크다. 크룩스는 20대, 루스는 50대다. 크룩스는 사망했기 때문에 정확한 암살 시도 이유를 알 수 없다. 루스의 경우에는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이유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외신 등을 통해 알려진 것에 따르면 루스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했던 인물이다. 또 트럼프 후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생각에 비판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두 암살 시도 때 사용된 총기는 어떤 것인가.“크룩스가 사용했던 총기는 ‘AR-15’ 계열의 소총이다. 1958년 미국 총기업체 아말라이트가 개발한 소총으로 미 육군에서 오랜 기간 사용했던 M16 소총의 민간용 버전이다. 미국 내 총기 난사 사건에 ‘단골’로 등장한다. 반면 루스가 사용한 총은 ‘AK-47’ 유형이다. 이 총은 1947년 처음 러시아에서 제작됐다. 가격이 저렴하고, 사용이나 관리가 편리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소총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는 물론이고 중동, 동유럽 등에서도 많이 사용됐다. 또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단체에서도 많이 사용했다.”―트럼프 후보는 암살 시도 뒤 어떤 반응을 보였나.“첫 번째 암살 시도 때 트럼프 후보는 총에 귀를 맞았다. 심각하진 않았지만 부상을 입었던 것이다. 당시 그는 넘어졌다 일어서며 ‘싸우자(fight)’를 외쳤다. 트럼프 후보의 이번 대선 캠페인 때 자주 쓰이는 구호 중 하나다. 당시 트럼프 후보의 모습은 공화당 지지자들은 물론이고 미국 국민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줬다. 당시 상황이 야외 유세 현장이었던 만큼 사실상 생중계 되고 있었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두 번째 암살 시도는 첫 번째 암살 시도 때처럼 이른바 ‘극적인 장면’은 없었다. 또 트럼프 후보가 공적인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싸우자’를 외치는 것 같은 극적인 상황은 아니었지만 트럼프 후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건재함을 강조했다.”―이번 사건을 트럼프 후보는 어떻게 바라볼까.“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은 지지층을 결집하는 계기로 최대한 이번 사건을 활용하려 할 것이다. 트럼프 후보는 10일 열린 TV토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사실상 ‘판정패’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최근 지지율 면에서도 특별한 호재가 없었다. 더더욱 이번 사건을 지지층 결집을 위한 모멘텀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고령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강인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계기로도 활용할 것이다.” ―해리스 후보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까.“해리스 후보와 민주당에게 트럼프 후보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는 결코 호재가 아니다. 트럼프 후보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우고, 지지층이 다시 한 번 결집하는 상황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해리스 후보 측 역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또하나의 계기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미국 대선을 50일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이 대선 판세를 출렁이게 할 수 있을까.“최근 특별한 상승 모멘텀이 없던 트럼프 후보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첫 번째 암살 시도 때와 달리 두 번째 암살 시도는 트럼프 후보가 골프를 치던, 즉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던 중에 발생했다. 장소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암살 시도는 야외 유세장, 두 번째 암살 시도는 트럼프 후보가 소유한 골프장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장소와 상황의 차이 때문에 대선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제이비어 브런슨 미 육군 1군단장(중장·사진)을 신임 주한미군사령관(대장) 겸 유엔군사령관으로 지명했다. 11월 5일 미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미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 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상원 인준을 거쳐 취임하면 빈센트 브룩스 전 사령관(2016∼2019년 재임)에 이어 두 번째 흑인 주한미군사령관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브런슨 대장의 승진도 재가했다. 통상 주한미군사령관은 4성 장군이 임명되는데, 이번에는 3성 장군을 승진시켜 4성 장군으로 만든 뒤 임명한 것이다. 2021년 7월부터 재직 중인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통상 3년인 주한미군사령관의 일반적인 임기보다 길게 재직하고 있다. 브런슨 대장의 인준이 이뤄지면 교체 또한 곧바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브런슨 대장은 버지니아주 햄프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보병 장교로 임관했다. 특수작전 부대 등에서 다양한 참모 및 지휘 보직을 역임했으며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에 참전했다. 특히 2017∼2019년에는 이라크와 시리아 일대에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종하는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도 수행했다. 2021년부터 육군 1군단장 겸 워싱턴주 루이스매코드합동기지(JBLM) 사령관을 맡았다. 부친과 부인 또한 모두 군인이다. 부친은 베트남전에서 복무한 앨버트 브런슨 전 예비역 소령, 부인 커스틴은 예비역 대령이다. 세 자녀가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최근 국내외에서 휴전 압박에 직면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살해된 민간인 인질 6명의 시신이 발견된 가자지구 지하터널 영상을 공개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남은 인질을 석방하면 야흐야 신와르 하마스 정치국 최고지도자(사진)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협상 제안도 내놓았다. 하지만 같은 날 자신들이 지정했던 안전구역을 공습해 민간인 등 최소 19명을 숨지게 만들어 국제사회의 시선은 갈수록 차가워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0일 소셜미디어 X에 다니엘 하가리 군 대변인이 터널에 들어간 3분 16초 분량의 영상을 올렸다. 하가리 대변인은 “인질들이 해당 터널에 억류되어 있었다”며 “바닥에 피가 보인다. 여기서 인질이 잔혹하게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바닥에는 하마스 소유로 추정되는 AK-47 소총 탄창과 인질이 사용한 듯한 머리빗과 옷 등 생활용품 등이 널려 있었다. 하가리 대변인은 “공기가 부족해 숨 쉬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11개월 동안 살았던 인질들을 하마스가 죽였다”며 “우리는 인질을 데려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부가 해당 영상을 공개한 건 지난달 31일 인질들의 시신이 발견된 뒤 전국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리는 등 국내외 정세가 심각하게 나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인질실종자가족포럼은 해당 영상 공개 뒤 “인질들의 목숨이 얇은 실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내각의 침묵과 무대책은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휴전 협상에 나선 이스라엘 측은 인질 석방의 대가로 하마스 ‘1인자’인 신와르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보장하겠단 제안도 제시했다. 이날 갈 히르슈 이스라엘 인질특사는 블룸버그에 “신와르와 그의 가족 및 측근에게 안전한 통로를 제공하겠다”며 “하마스 측에 이틀 전 운을 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마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협상에서 다소 유화적인 태도를 내비친 모습과 달리, 이스라엘은 민간인 피해가 불가피한 가자지구 공습을 지속하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날 남부 칸유니스 알마와시 난민촌에 미사일이 떨어져 최소 19명이 숨지고 60여 명이 다쳤다. 뉴욕타임스(NYT)는 “폭격으로 생긴 지름 15m짜리 구덩이 2곳에 피란민들이 빨려 들어갔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조직원 3명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이라고 해명했으나,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이 직접 지정했던 안전구역을 공격했다며 비난하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럽의 경쟁력 쇠락을 막으려면 초대형 부양책이 꼭 필요하다.” ‘슈퍼 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사진)가 9일 유럽연합(EU)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실존적 위험’에 처했다며 연간 8000억 유로(약 1200조 원)의 투자 등 부양책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발전 속도가 미국, 중국 등에 모두 밀리는 데다 EU 전반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등도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영영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9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가 제시한 8000억 유로는 EU 국내총생산(GDP)의 약 4.7%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미국이 유럽에 제안한 부흥계획 ‘마셜 플랜’ 규모가 당시 EU GDP의 1∼2%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연임에 성공했으며 11월부터 5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 드라기 전 총재는 최근 50년간 1000억 유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럽 기업이 등장한 적이 없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 중 30%가 유럽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혁신 기업의 수, 주요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자본시장 규모 등이 이미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렸는데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을 속속 도입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범유럽 반도체 전략’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개별 회원국 차원이 아닌 EU 전체가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고 미국 등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는 힘을 합쳐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탈(脫)탄소 등 현재 유럽의 친(親)환경 정책이 에너지 기술력을 저하시켰다며 당장은 ‘성장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한 것과 무관치 않다. 현재 유럽의 산업용 전기값은 미국보다 약 1.6배 높다. 드라기 전 총재 또한 유럽의 최대 위기로 ‘값비싼 에너지 가격’을 꼽으며 구리, 리튬 등 주요 산업 광물의 확보 방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드라기 전 총재는 1990년대 모국 이탈리아의 재무장관으로 일할 때 정부 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여 ‘슈퍼 마리오’로 불렸다. ECB 총재에 취임한 후 남유럽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진화했다는 평도 얻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럽의 경쟁력 쇠락을 막으려면 초대형 부양책이 꼭 필요하다.”‘슈퍼 마리오’ 마리오 드라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9일 유럽연합(EU)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실존적 위험’에 처했다며 연간 8000억 유로(약 1200조 원)의 투자 등의 부양책을 제안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발전 속도가 미국, 중국 등에 모두 밀리는 데다 EU 전반의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등도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영영 뒤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드라기 전 총재는 9일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EU 경쟁력의 미래’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가 제시한 8000억 달러는 EU 국내총생산(GDP)의 약 4.7%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8년 미국이 유럽에 제안한 부흥계획 ‘마셜 플랜’ 규모가 당시 EU GDP의 1∼2% 수준이었음을 고려할 때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이번 보고서는 최근 연임에 성공했으며 11월부터 5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요청으로 만들어졌다.드라기 전 총재는 최근 50년 간 1000억 유로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럽 기업이 등장한 적이 없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 중 30%가 유럽을 떠났다고 지적했다. 혁신 기업의 수, 주요 상장기업의 시가총액, 자본시장 규모 등이 이미 미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렸는데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을 속속 도입해 외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는 것이다.이에 그는 ‘범유럽 반도체 전략’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개별 회원국 차원이 아닌 EU전체가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고 미국 등의 반도체 수출 규제에는 힘을 합쳐 방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탈(脫)탄소 등 현재 유럽의 친(親)환경 정책이 에너지 기술력을 저하시켰다며 당장은 ‘성장이 우선’임을 강조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유럽의 산업용 전기값은 미국보다 약 1.6배 높다. 드라기 전 총재 또한 유럽의 최대 위기로 ‘값비싼 에너지 가격’을 꼽으며 구리, 리튬 등 주요 산업 광물의 확보 방안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드라기 총재는 1990년대 모국 이탈리아의 재무장관으로 일할 때 정부지출 삭감, 공기업 민영화 등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만성적인 재정적자를 줄여 ‘슈퍼 마리오’로 불렸다. ECB 총재에 취임한 후 남유럽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진화했다는 평도 얻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대조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카멀라 해리스 대선 후보 겸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는 분위기가 뚜렷하지만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거나 부정적인 의견을 표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기류가 초박빙인 이번 선거 판세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후보와 대결했던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 대사는 8일 CBS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선 캠프로부터 대선 유세 동행, 각종 자문, 재집권 시 보직 관련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후보 본인과 대화를 나눈 것도 올 6월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후보는 내가 ‘스탠바이(standby·대기)’ 상태인 것을 안다. 무엇이든 기꺼이 돕겠다”며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트럼프 측에 대한 섭섭함을 내비쳤다. 인도계 여성인 헤일리 전 대사는 트럼프 후보에 대해 거부감이 강한 여성, 비(非)백인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올 3월 대선 경선에서 하차했고 두 달 후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헤일리에게 어떤 역할이든 맡겨 우리 팀에 있게 할 것”이라고 화답했지만 이 말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해리스 후보 지지”를 선언한 리즈 체니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같은 날 A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후보에 대한 추가 비판에 나섰다. 그는 ‘보수 거두’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레이건이 (살아 있었다면) 트럼프를 지지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날을 세웠다. 하루 전 그의 부친 딕 체니 전 부통령 또한 해리스 지지 의사를 밝혔다. 역시 트럼프 후보와 불편한 관계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또한 “이번 대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계획이 없다”고 공개했다. 반면 민주당은 계파를 불문하고 해리스 후보 두둔에 나섰다.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강경 좌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셰일가스 수압파쇄법 ‘프래킹(fracking)’을 둘러싼 해리스 후보의 말 바꾸기 논란을 옹호했다. 샌더스 의원은 NBC방송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진보적인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프래킹 관련 말 바꾸기 또한 “해리스가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감쌌다. 해리스 후보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환경 오염 등을 이유로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CNN 인터뷰에서 “프래킹을 허용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번 대선의 최대 경합주로 화석 에너지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들이 주로 프래킹을 선호한다는 점을 의식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후보는 이런 해리스 후보를 두고 “걸핏하면 말을 바꾼다”고 비판하고 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맞붙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에게 11월 대선을 앞두고 어떠한 역할도 맡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대북 강경파인 헤일리 전 대사가 입각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헤일리 전 대사는 8일(현지 시간) 미 CBS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캠프로부터 유세나 자문, 보직 관련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며 “트럼프와는 6월에 대화를 나눴기 때문에 그는 내가 ‘스탠바이(standby·대기)’ 상태인 것을 안다. 무엇이든 기꺼이 돕겠다”고 말했다. 헤일리 전 대사가 직접 나서 트럼프 후보에게 지원 의사를 타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캠프 측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헤일리 전 대사는 공화당 경선에서 마지막까지 트럼프 후보에 맞붙은 인물이다. 16곳에서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 직후인 올 3월 중도 하차했다. 그는 경선에서 “트럼프는 김정은과 러브레터를 주고받았다. 독재자들과 친구가 돼선 안 된다”며 트럼프 후보를 정면 비판하며 날을 세웠다. 공화당의 전통적 가치를 대변한 젊은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통해 중도 보수층의 지지를 얻었지만 끝내 지지율 격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하차 후 헤일리 전 대사는 잠행을 이어가다 5월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당시 트럼프 후보는 “어떤 역할이든 맡겨 우리 팀에 있게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현지에서도 트럼프 후보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헤일리 전 대사를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우세했지만 끝내 손잡지 않은 것이다. 결국 4일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달부터 헤일리 전 대사가 글로벌 컨설팅 회사 ‘에델만 글로벌 자문’에서 부회장직을 맡아 근무를 시작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헤일리 전 대사는 “바이든과 트럼프보다 내가 나은 후보라고 생각해서 경선에 도전했다”며 “트럼프의 스타일과 접근법, 소통 방식이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공화당원으로서 정책 측면에서는 상당 부분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말 바꾸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민주당은 계파를 불문하고 후보 감싸기에 나섰다. 미국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강경 좌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미 NBC 방송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진보적인 인물”이라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실용적인 선택을 내린 것”이라고 옹호했다. 샌더스 의원은 해리스 후보와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경쟁자로 만났고, 바이든 대통령 등 민주당 주류가 우파적이라고 비판을 가했던 인물이다. 해리스 후보의 셰일가스 추출법 ‘프래킹’에 대한 입장 변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다. 조기 하차했던 2020년 경선 당시에는 환경 오염을 이유로 금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최근에는 프래킹을 허용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대선 승자를 가를 경합주로 꼽히는 펜실베니아주 민심을 고려한 ‘우클릭’으로 분석된다. 이 외에도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 주요 이슈에서 기존 주장을 엎거나 수정하는 갈지자 행보를 보이자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TV토론이 10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막판 토론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두 후보 간의 TV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 토론의 성패는 대선 결과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의 6월 TV토론 참패 뒤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고, 구원 등판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최근 다소 주춤한 것으로 관측되며 TV토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48%로 해리스 후보(47%)를 오차범위(±2.8%) 내에서 앞섰다. NYT는 “해리스 등판 뒤 ‘대세론’이 뜨거웠지만 트럼프 지지층은 놀랍도록 견고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응답자 28%는 해리스 후보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해리스 ‘싸움닭 전략’ vs 트럼프 ‘냉정 유지 관건’ 5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찾은 해리스 후보는 백악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6일째 토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가 이미 6차례 대선 TV토론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리스 후보를 ‘언더도그(underdog·약자)’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 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자신을 능력 없는 급진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트럼프 후보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 토론 초반부터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여 토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 때도 당시 선두주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몰아붙이는 ‘싸움닭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해리스 후보는 현재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세 차례 토론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토론 준비를 이끌었던 캐런 던 변호사와 당시 트럼프 후보 역할을 맡았던 필리프 라이너스 전 대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도 토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축출에 앞장섰던 공화당의 대표적인 싸움닭 정치인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해리스 저격수 역할을 했던 털시 개버드 전 의원 등과 함께 토론을 준비 중이다. 트럼프 후보는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느냐를 이번 토론의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참패시킨 TV토론 때처럼 흥분을 가라앉힌 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는 것. 공화당 전략가인 라이언 윌리엄스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번 토론이 대선 결과를 바꿀 마지막 변곡점인 만큼, 고삐가 풀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괴상한 트럼프” vs “거짓말쟁이 해리스” NYT는 7일 “해리스 후보가 어떤 이미지로 정의되느냐가 이번 토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와 달리 아직 상당수 유권자에게 대통령 후보로서의 경험과 역량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과거’로 규정하고, 자신을 새로운 미래의 주자로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트럼프 후보를 과거에 집착하는 ‘괴상한’ 정치인이자 이기적인 백만장자로 규정해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후보를 바이든 행정부 실패의 공동 책임자로 지목하는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정치컨설턴트인 브렛 도스터는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해리스의 이전 발언과 현재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임 총리로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 전 외교장관(73)을 지명한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7일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수도 파리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프랑스 내무부 추산 11만 명(시위 주최 측 추산 3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올 7월 조기 총선에서 하원 전체 577석 가운데 193석을 얻으며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내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 60일 만인 5일 새로운 총리로 정통 우파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전 장관을 지명한 것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또 마크롱 대통령이 “민의를 배반했다”며 항의했다. 프랑스는 특별한 절차 없이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다수당에서 총리가 나오는 것이 관례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범여권 앙상블이 2위(166석)에 그치자,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연합 대신 4위를 차지한 공화당(47석)에서 총리를 선택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총리 지명에 대해 프랑스 민심도 비판적이다. 바르니에 신임 총리가 임명된 다음 날인 6일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74%가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무시했다”고 답했다. 또 55%는 “선거 결과를 도둑맞았다”고도 반응했다. 바르니에 총리는 7일 파리 한 병원을 방문하며 첫 외부 일정을 소화했지만, 하원의 과반이 찬성하면 내각 불신임을 받을 수도 있어 계속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에서 3위(142석)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국민연합도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국민연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국민연합의 민주적 감시하에 있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민으로서 정당보다 나라를 앞에 두겠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며 부통령으로 활동했고, 미국 정계에서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으로 꼽히는 딕 체니 전 부통령(2001∼2009년 재임·사진)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6일 밝혔다. 체니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체니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는 권력을 쥐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는 248년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거짓말과 폭력을 동원했다”며 “국가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을 뽑겠다”고 했다. 앞서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도 4일 “헌법을 믿고 아끼는 보수주의자로서 트럼프가 초래할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니 부녀는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다. 두 사람은 2020년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을 계기로 그와 결별했다. 특히 체니 전 의원은 2021년 의회 난입 직후 민주당이 발의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해 친(親)트럼프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또 이듬해 중간선거 당시 지역구인 와이오밍주의 경선에서 패했다. 해리스 후보는 7일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체니 부녀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체니 부녀의 지지는) 분열에 지친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용감한 행동이다”라고 했다. 한편 미국 기업인 88명도 이날 해리스 캠프에 비공개 지지 서한을 보냈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언론재벌 머독 가문의 후계자인 제임스 머독 전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CEO)와 시가총액 7위 암호화폐 발행사 리플의 크리스 라슨 공동 창업자가 처음으로 해리스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신임 총리로 공화당 소속 미셸 바르니에 전 외교장관(73)을 지명한 것에 반대하는 시위가 7일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졌다.BBC 등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수도 파리를 포함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프랑스 내무부 추산 11만 명(시위 주최 측 추산 30만 명) 이상이 참가했다. 올 7월 조기 총선에서 하원 전체 577석 가운데 193석을 얻으며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내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이번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총선 60일 만인 5일 새로운 총리로 정통 우파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전 장관을 지명한 것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또 마크롱 대통령이 “민의를 배반했다”며 항의했다.프랑스는 특별한 절차 없이 대통령이 총리를 지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다수당에서 총리가 나오는 것이 관례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이 속한 범여권 앙상블이 2위(166석)에 그치자, 정권에 비판적인 좌파 연합 대신 4위를 차지한 공화당(47석)에서 총리를 선택한 것이다.마크롱 대통령의 총리 지명에 대해 프랑스 민심도 비판적이다. 바르니에 신임 총리가 임명된 다음 날인 6일 여론조사기관 엘라베가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 74%가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무시했다”고 답했다. 또 55%는 “선거 결과를 도둑맞았다”고도 반응했다.바르니에 총리는 7일 파리 한 병원을 방문하며 첫 외부 일정을 소화했지만, 하원의 과반이 찬성하면 내각 불신임을 받을 수도 있어 계속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총선에서 3위(142석)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극우 국민연합도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는 “국민연합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바르니에 총리는 국민연합의 민주적 감시하에 있다”고 강조했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최대 분수령이 될 TV토론이 10일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이 막판 토론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두 후보 간의 TV토론은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 토론의 성패는 대선 결과에 결정적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의 6월 TV토론 참패 뒤 후보에서 자진 사퇴했고, 구원 등판한 해리스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최근 다소 주춤한 것으로 관측되며 TV토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8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전국 지지율은 48%로 해리스 후보(47%)를 오차범위(±2.8%) 내에서 앞섰다. NYT는 “해리스 등판 뒤 ‘대세론’이 뜨거웠지만 트럼프 지지층은 놀랍도록 견고하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전했다. 특히 응답자 28%는 해리스 후보를 “잘 알지 못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해리스 ‘싸움닭 전략’ vs 트럼프 ‘냉정 유지가 관건’5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를 찾은 해리스 후보는 백악관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6일째 토론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가 이미 6차례 대선 TV토론을 치른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해리스 후보를 ‘언더도그(underdog·약자)’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캠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리스 후보는 자신을 능력 없는 급진주의자로 낙인찍으려는 트럼프 후보에게 말려들지 않기 위해 토론 초반부터 트럼프 후보를 몰아붙여 토론을 주도해야 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토론 때도 당시 선두주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을 적극 몰아붙이는 ‘싸움닭 전략’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해리스 후보는 현재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와 세 차례 토론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토론 준비를 이끌었던 캐런 던 변호사와 당시 트럼프 후보 역할을 맡았던 필리프 라이너스 전 대변인의 도움을 받고 있다.트럼프 후보도 토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 축출에 앞장섰던 공화당의 대표적인 싸움닭 정치인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해리스 저격수 역할을 했던 털시 개버드 의원 등과 함께 토론을 준비 중이다.트럼프 후보는 얼마나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느냐를 이번 토론의 관건으로 여기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을 참패시킨 TV토론 때처럼 흥분을 가라앉힌 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을 핵심 변수로 보고 있는 것. 공화당 전략가인 라이언 윌리엄스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이번 토론이 대선 결과를 바꿀 마지막 변곡점인 만큼, 고삐가 풀린 것처럼 보이지 않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리스 “괴상한 트럼프” vs 트럼프 “거짓말쟁이 해리스”뉴욕타임스(NYT)는 7일 “해리스 후보가 어떤 이미지로 정의되느냐가 이번 토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라고 내다봤다. 해리스 후보가 트럼프 후보와 달리 아직 상당수 유권자에게 대통령 후보로서의 경험과 역량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현재 해리스 후보는 트럼프 후보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을 ‘과거’로 규정하고, 자신을 새로운 미래의 주자로 부각시키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이를 위해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 후보를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규정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 대신 트럼프 후보를 과거에 집착하는 ‘괴상한’ 정치인이자 이기적인 백만장자로 규정해 부동층 유권자의 표심을 겨냥한다는 전략이다.반면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 후보를 바이든 행정부 실패의 공동 책임자로 지목하는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정치컨설턴트인 브렛 도스터는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해리스의 이전 발언과 현재 입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해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국민으로서 정당보다 나라를 앞에 두겠다.”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하며 부통령으로 활동했고, 미국 정계에서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로 꼽히는 딕 체니 전 부통령(2001~2009년 재임)이 11월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고 6일 밝혔다. 체니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체니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는 권력을 쥐어서는 안 된다”며 “트럼프는 248년 미국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가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거짓말과 폭력을 동원했다”며 “국가와 헌법을 지키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을 뽑겠다”고 했다. 앞서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도 4일 “헌법을 믿고 아끼는 보수주의자로서 트럼프가 초래할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해리스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체니 부녀는 공화당 내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다. 두 사람은 2020년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을 계기로 그와 결별했다. 특히 체니 전 의원은 2021년 의회 난입 직후 민주당이 발의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해 친(親)트럼프 진영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또 이듬해 중간선거 당시 지역구인 와이오밍주의 경선에서 패했다.해리스 후보는 7일 주요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찾아 체니 부녀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체니 부녀의 지지는) 분열에 지친 국민들에게 힘을 주는 용감한 행동이다”라고 했다.한편 미국 기업인 88명도 이날 해리스 캠프에 비공개 지지 서한을 보냈다.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입수한 서한에 따르면 언론재벌 머독 가문의 후계자인 제임스 머독 전 21세기폭스 최고경영자(CEO)와 시가총액 7위 암호화폐 발행사 리플의 크리스 라센 공동 창업자가 처음으로 해리스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부인이자 에머슨 컬렉티브 수장인 로렌 파월 잡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토니 제임스 전 회장 등도 동참했다. 이들은 “해리스 후보가 법치와 안정, 견실한 사업환경을 지원하는 공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사이에 있는 길이 14km, 너비 100m의 좁은 완충지대 ‘필라델피 회랑’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로 부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최근 연거푸 “회랑 내에 반드시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마스 측은 “휴전을 원치 않는 네타냐후가 의미 없는 군 주둔을 고집한다”고 맞선다. 이 회랑은 가자지구의 남부 국경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직접 맞닿지 않은 지역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필라델피’라는 이름을 붙였으나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1967년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스라엘은 이 회랑에 군대를 주둔시켰다.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이스라엘군은 중무기를 철수시키고 제한된 병력만을 남겨 뒀다. 2005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통치권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넘기면서 이 회랑에서 완전 철수했다. 2007년 하마스가 PA를 몰아내고 가자 통치권을 장악하면서 이후 하마스가 관리해 왔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이스라엘군은 올 5월 이곳을 장악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이 회랑 아래에 지하 터널을 뚫어 각종 무기와 밀수품을 밀반입하고 있다며 “휴전 협상과 무관하게 이곳에는 계속 군을 주둔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4일 기자회견에서도 하마스가 이곳을 통해 다시 무기를 들여와 재무장에 나선다면 “가자에는 미래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휴전을 원치 않는 네타냐후 총리가 고의적으로 이 사안을 중요 의제로 만들었으며, 철군에 관해서도 몇번씩 말을 바꿨다며 “철군 약속이 없으면 휴전에 합의하지 않겠다”고 맞선다. 양측의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미국과 이집트 또한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하마스는 2일부터 4일까지 3일 연속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6명 중 일부의 생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4일에는 알렉산데르 로바노브(32), 카르멜 가트(40·여)의 영상이 공개됐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와 협력을 통해 백신 수출과 연구개발(R&D) 기회를 얻었다.”5일 서울 중구에서 오픈필란트로피재단, 빌&멀린다게이츠재단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창업 후 숱하게 겪은 위기를 극복한 배경으로 민간 국제보건기구 GAVI와의 협력을 꼽았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창업 13년 만에 세계 유일 콜레라 백신 생산 기업으로 올라섰다. 전 세계에 공급되는 콜레라 백신은 전부 유바이오로직스가 생산한다. 이날 참석자들은 한국 기업이 세계 최대 백신 구매기구인 GAVI와 손잡고 동반성장을 이룩했다고 입을 모았다. 행사는 전 세계 어린이 백신의 절반가량을 조달하는 GAVI의 사니아 니시타르 최고경영자(CEO) 방한에 맞춰 열렸다. 글로벌 저개발 국가 백신 지원 사업은 GAVI가 주축이 되어 이뤄진다. GAVI는 대규모 입찰을 진행해 개별 기업으로부터 낮은 가격에 백신을 구입한 후 저개발 국가에 배포한다. 비용은 선진국 등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00년 설립 당시 40%대였던 세계 어린이의 필수 백신 접종률을 80%대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일찍이 백신 분야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중요성을 알아봤다. 2010년 아시아 최초로 GAVI 공여국이 됐다. 니시타르 CEO는 “한국은 글로벌 백신 공급 분야에서 ‘영웅’이자 GAVI의 핵심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올 1월 취임 후 첫 아시아 출장에서 한국을 첫 번째 방문지로 선택했다. GAVI는 한국산 백신을 많이 사가고 있다. GAVI가 유바이오로직스, LG화학, SK바이오사이언스 등 한국 기업 3곳으로부터 구매하는 백신은 연간 1억 달러(약 1330억 원) 수준이다. 한국은 GAVI의 4위 조달국으로 지난해 GAVI가 구매한 백신의 11%(약 8800만 도스)가 한국산이었다.창업 초기부터 GAVI와 긴밀하게 협력한 유바이오로직스는 한국과 GAVI의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다. 유바이오로직스는 2010년 국제백신연구소(IVI)로부터 콜레라 백신 기술 이전을 받았다. 이후 자금난에 시달렸지만 2013년 GAVI와 협력하는 게이츠재단의 지지에 힘입어 첫 투자를 유치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2017년에는 기존 제품보다 무게를 90%, 부피를 30% 줄인 개량 콜레라 백신을 내놓으며 경쟁자들을 제쳤다. GAVI는 한국 기업과 협력 분야도 확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로 유명한 SD바이오센서는 저개발 국가에서 수요가 높은 말라리아, 결핵,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등에 대한 진단 기술 개발에 나섰다. 이효근 SD바이오센서 대표이사는 “GAVI의 파트너인 세계보건기구(WHO), 게이츠재단 등과 협력을 통해 미래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응할 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GAVI는 2026년~2030년 6차 5개년 프로그램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번 목표는 5년간 어린이 5억 명에게 예방 접종을 지원해 800만 명 이상을 예방 가능한 사망으로부터 지키는 것이다.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해 각국의 보건 시스템 강화 또한 중점 지원할 예정이다. 니시타르 CEO는 “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성장한 모범 사례”라며 “특정 국가와 일대일 원조가 아닌 국제기구를 통한 다자간 원조는 생소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에 보다 큰 규모의 기회를 가져다준다는 이점이 있다. 한국 ODA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보인다”며 민간과 범정부 차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현재 한국은 GAVI의 14위 공여국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필라델피 회랑을 확보해야 전쟁 목표를 달성한다.”2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이스라엘군의 필라델피 회랑 주둔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날 이스라엘 전역에서 시위대 70만 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 석방과 휴전 협상을 요구했지만 굽히지 않았다. 4일에는 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재무장을 막기 위해 필라델피 회랑을 붙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사이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이 휴전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필라델피 회랑에서의 철군을 약속하지 않으면 인질 석방 협상에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필라델피 회랑은 가자지구 국경 중 유일하게 이스라엘과 맞닿지 않은 구역이다. 이집트와 가자지구의 경계에 설치된 길이 14km, 너비 100m의 좁은 완충지대다. 과거엔 이스라엘군이 주둔했다. 1979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평화협정에 따라 중무기를 제외한 채 제한된 병력을 뒀다. 그러나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며 필라델피 회랑에서도 떠났고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거쳐 2007년부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관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필라델피 회랑 아래에 지하 터널을 뚫어 무기를 밀반입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필라델피 회랑 통제권 회복은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숙원이기도 하다. 결국 이스라엘은 올 5월 필라델피 회랑을 손에 넣었다. 지난달 29일에는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이곳에 병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찬성 8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만 “인질 송환에 방해가 된다”며 반대했다. 협상을 중재하는 미국과 이집트 또한 이스라엘의 완전 철군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다만 3일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스라엘이 동의한 6주짜리 휴전 1단계 중재안에는 필라델피 회랑 내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군하는 내용이 담겨있다”며 단계적 철군을 시사했다. 한편 하마스는 사흘 연속 지난달 31일 숨진 채 발견된 인질의 생전 영상을 공개했다. 4일 공개한 영상에서는 알렉산더 로바노프(32)가 “하마스는 나를 살리기 위해 10번을 이동시켰다”며 “이스라엘인은 나의 석방을 위한 휴전 촉구 시위를 벌여달라”고 말했다. 인질 카멜 가트(40·여)의 영상도 공개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반군 보코하람이 일반 마을 등에서 테러를 일으켜 민간인 등 최소 81명이 목숨을 잃었다. AFP통신은 2일(현지 시간) “보코하람이 나이지리아 북동부 요베주(州) 마파 마을을 공격해 최소 81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보코하람 조직원 약 150명이 오토바이 50여 대를 타고 마파 마을을 습격해 민가와 상점 등에 소총과 로켓포를 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은 “최근 마을 자경단이 보코하람 조직원 2명을 사살한 것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책은 죄악이다’는 뜻을 가진 보코하람은 서구식 교육의 철폐 등을 주장하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이다. 이들은 현 나이지리아 정부를 전복한 뒤 이슬람 국가를 건설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2009년경부터 나이지리아 북쪽 지역의 학교나 교회, 정부 건물 등을 지속적으로 공격해 왔으며, 15년 간 보코하람에 의해 4만 명 이상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나의 석방을 위해) 당장 필요한 일을 하라.”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납치됐으며 지난달 31일 시신으로 발견된 이스라엘 인질 에덴 예루살미 씨(24·여)의 생전 동영상이 2일 하마스에 의해 공개됐다. 촬영 날짜가 불분명한 영상에서 예루살미 씨는 “폭격이 멈추지 않고 있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며 인질 석방에 미온적인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했다. 특히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2011년 하마스가 억류했던 이스라엘 군인 길라드 샬리트 1명을 귀환시키기 위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027명을 풀어줬던 것을 거론하며 “나는 그만한 가치가 없느냐”고 절규했다. 또 부모님과 자매들을 향해 “보고 싶고 사랑한다”고 했다. 하마스는 이날 텔레그램 등을 통해 예루살미 씨를 포함해 지난달 31일 시신으로 발견된 6명 인질의 생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이 군사 압박을 이어간다면 남아 있는 인질 또한 살해하겠다고 위협했다. 하마스의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은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 대신 인질 구출을 시도하면 인질들은 ‘관’에 담겨 가족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예루살미 씨의 가족들은 “충격적인 심리 테러”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강압에 의해 촬영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인질 동영상 제작이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인질 구출에 소극적인 네타냐후 정권을 비판하며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 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 씨(23)의 장례식에 참석해 “의사결정자들이 인질 귀환을 위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를 압박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요지부동이다. 그는 2일 수도 예루살렘에서 생방송 기자회견을 열고 “인질 석방에 나만큼 헌신하는 사람은 없다”고 주장했다. 인질 사망에 반발해 총파업에 돌입한 최대 노조 ‘히스타드루트’, 벤구리온 국제공항 직원 등을 두고 “하마스에만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특히 그는 대형 스크린을 띄워놓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와 이집트 국경의 요충지 ‘필라델피 회랑’을 가리키며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고 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줄곧 “이 회랑에 반드시 이스라엘군을 주둔시키겠다”고 주장해 왔다. 하마스는 반대해 휴전 협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전쟁 발발 후 줄곧 이스라엘을 지원했던 서방 주요국은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일 ‘네타냐후 총리가 인질 귀환을 위해 총분히 노력했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영국 또한 서방 최초로 이스라엘에 대한 군수품 금수 조치를 내렸다. 전투기, 헬기, 무인기(드론) 부품 등이 대거 포함됐다. BBC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서방의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정치적 상징성이 매우 큰 조치가 나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