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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이 정지된 신월성 원자력 1호기의 재가동 시점이 당초 예정인 9월 말보다 적어도 1개월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원자력업계에 따르면 원자력안전기술원은 민간검증업체 새한티이피가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실이 밝혀져 5월 29일 가동이 정지된 신월성 1호기(설비용량 100만 kW)에 대한 검사를 10월 15일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신월성 1호기의 재가동 시점은 10월 말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자 산업통상자원부는 4개월간 검사를 거쳐 9월 말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사 기간에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신월성 1호기의 터빈과 발전기 점검을 비롯한 11가지 기본설비 검사를 하는 한편 지진 자동설비 등도 함께 점검한다. 원자력안전기술원 측은 “신월성 1호기는 검사 이후에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재가동을 승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서류를 위조한 방사능 감지센서도 재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하고 서류 위조 가능성이 있는 다른 부품도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부터 정기검사를 시행해 온 한울 원전 5호기(100만 kW)에 대해 15일 오전 11시를 기준으로 재가동을 승인해 전력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최근 에너지 시장이 대변혁을 겪고 있습니다.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원전 중심의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한 거죠.” 크리스토프 프라이 세계에너지협의회(WEC) 사무총장(44·사진)은 올해 10월 13∼17일 대구에서 열릴 ‘2013 대구 WEC 총회’를 준비하고자 최근 방한해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WEC는 1923년 설립됐으며 국제에너지기구(IEA),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함께 세계 3대 에너지 단체로 꼽힌다. 3년마다 열리는 WEC 총회에는 세계 ‘에너지 거물’들이 대거 참석한다. 격변하는 에너지 패러다임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에너지업계의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이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서 주최하는 포럼)으로 불린다. 프라이 사무총장은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비OECD 회원국으로 원전이 확산되면서 ‘원전 르네상스’라는 단어까지 나올 정도로 원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확산 속도가 느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생산비가 석유의 절반도 안 되는 셰일가스(퇴적암인 셰일 층에 매장된 천연가스)가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기술 개발의 어려움 등으로 여전히 상업화에 애를 먹고 있다”며 “대체에너지가 중요하지만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전의 발전 단가가 비교적 낮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중국과 인도 등 많은 나라가 원전 가동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원전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면 국민적 합의와 투명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원전의 안전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에너지 정책은 국가 정책의 질(質)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요소”라며 “에너지 분야는 많게는 수조 원이 투입되고 발전소 가동 기간이 길게는 100여 년에 이르러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처럼 정권과 독립된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가 단기적인 정책 결정에 개입하기보다는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를 쌓은 뒤 장기적인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 WEC 총회가 아시아에서 열린 것은 1995년 일본 도쿄 총회 이후 처음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과 인도 등의 에너지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국제무대에서 아시아 국가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아시아 국가도 에너지 현안에 주도적으로 의견을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내일의 행동’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2013 대구 WEC 총회’에는 100여 개국의 정부와 기업, 학계, 시민단체 관계자 등 5000여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확정된 연사만 해도 130여 명에 이른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새한티이피가 품질검증 서류를 위조한 부품들이 현재 상업운전 중인 원자력발전소 11기에 쓰인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 부품들이 안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는 이유로 해당 원전들의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았지만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원안위는 14일 “원전부품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품질서류를 추가로 위조했다는 사실을 검찰로부터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위조 사실이 추가로 확인된 부품은 수소제거장치, 협역수위측정기, 방사능감지센서, 케이블어셈블리, 일반 케이블 등 5종류다. 이 중 수소제거장치는 고리 3·4호기와 월성 4호기, 한빛 2·3·6호기, 한울 2·3·4·5·6호기(한울 4·5호기는 정비 중) 등 총 11기에 설치됐다. 이 장치는 지진, 해일 등이 발생했을 때 원전 안에서 폭발을 일으킬 수 있는 수소를 제거하는 장치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치했다. 정부가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면서 정작 부품의 안전성 문제는 간과했다는 뜻이다. 한편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은 이날 제어케이블의 시험 성적서 위조 등 혐의로 새한티이피 대표 오모 씨(50)를 구속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올여름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가운데 자동차 공장의 주차장과 지붕이 대형 태양광발전소로 변신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13일 부산 강서구 신호동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산공장에 사업비 560억 원을 들여 건설한 ‘부산 신호 태양광발전소’의 준공식을 연다고 12일 밝혔다. 이 발전소는 르노삼성차의 완성차 주차장 등 25만 m²와 공장 지붕 5만 m² 등 총 30만 m²에 건설됐다. 동서발전 측은 “이 태양광발전소의 설비용량은 20MW(메가와트)로 기존 시설을 활용한 태양광발전소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이런 방식으로 건설된 태양광발전소로는 독일 헤센 주 뤼셀스하임에 있는 자동차회사 ‘오펠’ 본사의 태양광발전소(13MW)가 세계 최대였다. 이 발전소의 최대 주주는 KB자산운용(지분 50%)이며 동서발전과 환경설비업체인 KC코트렐도 각각 25%를 투자했다. 발전공기업과 자동차회사, 자산운용사 등이 뭉쳐 새로운 ‘에너지 협업 모델’을 만든 셈이다. 이 발전소의 연간 발전량은 2만5000MWh로 일반 가정 8300여 채에 전력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동서발전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기존 시설을 활용해 발전소를 지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를 생산해 올여름 전력난 극복에 보탬이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전력당국이 올해 7, 8월 중 최근 3년간 같은 기간에 쓴 것보다 30% 이상 전기를 절약하는 가정에 전기료를 10% 깎아주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일반 가정이 올해 7, 8월에 2010∼2012년 3년간 같은 기간에 쓴 평균치보다 전력을 30% 이상 절약하면 전기료의 10%에 해당하는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한시적 절전 인센티브제’를 실시한다고 11일 밝혔다. 적립된 포인트는 올해 말까지 전기요금을 내는 데 쓸 수 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전력 사용량을 20% 이상∼30% 미만 줄이는 가정에도 5%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한편 정부는 에너지 사용제한 조치를 이달 중순으로 앞당겨 공고하기로 하고 7, 8월 모든 공공기관의 전력사용량을 작년 동월 대비 20%까지 감축하기로 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7월부터 이란에 대한 수출길이 더욱 좁아진다. 미국이 이란의 핵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과의 무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미국은 다음 달 1일부터 ‘2013 국방수권법’을 시행해 △이란의 에너지, 조선, 해운, 항만 분야의 거래 △에너지, 조선, 해운, 항만 분야와 관련해 현금화 할 수 있는 금속 거래 △자동차 생산, 조립과 관련된 거래를 제재하기로 했다.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국방수권법은 이전까지 금융 및 에너지 분야에 집중했던 제재를 조선과 자동차 부품 등으로 확대했다. 또 지금까지는 품목별 ‘수출제한 금액’을 정해 그 범위 안에서 교역을 허용했지만 앞으로는 금액에 관계없이 관련 품목을 제재하기로 했다. 이란에 대한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한국의 대(對)이란 수출은 지난해 62억6000만 달러(약 7조 원)였다. 품목별로는 철강(14억6000만 달러)이 가장 많았고 석유화학(8억7000만 달러), 가정용 전자제품(7억7000만 달러)이 뒤를 이었다. 이번 제재 강화로 철강 등 대상 품목은 물론이고 품목에 포함되지 않은 제품의 수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해운사들이 잇달아 이란행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면서 수출길이 막히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적해운사인 중국원양운수공사(COSCO)를 비롯해 세계 20대 해운선사들은 최근 이란으로의 운항을 중단했다. 한국의 한진해운 현대상선도 각각 이달 8일과 14일에 이란으로의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국내 업체의 피해는 철강,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 수출하는 국내 중소기업은 2300여 곳이며 수출액 중 대(對)이란 수출의 비중이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도 530여 곳이나 된다. 다만 대기업들은 이란 수출물량을 줄였기 때문에 피해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2011년 시작된 미국의 이란 제재 움직임을 반영해 이란 수출물량을 줄여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1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관계부처 차관급 정부 합동 대책반’을 꾸려 수출 중소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남기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란으로의 수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하거나 무역보험료를 깎아주는 등의 지원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유영·김창덕 기자 abc@donga.com}

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태로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가운데 원전 비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원전 감독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땜질식 처방을 반복하기보다 원전 사업자와 감독기구 간 유착 고리부터 끊어 ‘원전 마피아’의 패거리 문화를 깨뜨리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9일 원전 부품업체인 KJF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을 대기업인 두산중공업을 통해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호기에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 사업자에게 예산 받는 감시기관 원전의 감시 감독을 맡고 있는 기구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이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예산의 절반 이상을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아 쓴다. 원전이 안전하게 운영되도록 감시해야 할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예산 때문에 한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올해 기술원의 예산 중 한수원이 지급하는 ‘원자력안전규제사업비’와 ‘원자력연구개발사업비’는 642억6400만 원으로 전체 예산(1012억900만 원)의 63.5%나 된다. 지난해 53.2%였던 원자력안전기술원 예산의 한수원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원자력 규제 기관이 원전 사업자로부터 재정적으로 독립된 미국이나 프랑스와 크게 다른 점이다. 원전 사업체 출신들이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요직을 맡고 있는 점도 문제다. 원자력안전기술원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 422명 가운데 16%인 68명이 원전 관련 업체 출신들이며 주로 전문위원, 본부장 등 간부급 직책을 맡고 있다. 이와 별도로 SK건설, 한진중공업, 현대건설 등 원전 건설과 관련된 기업 출신들도 29명에 이른다. 한국원자력학회의 한 교수는 “원전 건설에 필요한 지식, 경험은 감시 감독에 필요한 것과 다르다”면서 “원전 감시에 ‘까막눈’인 이들이 많다 보니 업체와 유착 우려는 높아지고 전문성은 낮아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원전 감시 감독 인력 부족도 원전 사고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 3월 기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직원은 총 503명. 국내에서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은 모두 28기로 원전 1기당 17.9명이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셈이다. 원전 1기당 47.2명이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캐나다는 물론이고 프랑스(37.8명), 미국(37.7명)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허술한 한국 원전의 건설 및 관리 시스템에 대한 해외의 우려 섞인 시각도 커지고 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한국에 원전을 발주한 아랍에미리트(UAE) 당국이 최근 원전 공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 컨소시엄에 원전 건설 공정 매뉴얼을 정확히 지켜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 원전부품 성적서 위조 추가 적발 현재 건설 중인 신한울 1호기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이 납품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원전 부품업체인 KJF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열교환기 튜브시트’를 신한울 1호기를 시공하는 두산중공업에 납품한 사실을 발견해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이 부품은 액체류를 순환시키는 열교환기와 수십 개의 파이프를 연결해 고정하는 부품이다. 한수원은 5월 7일 두산중공업에서 이 부품을 납품받아 검사하는 과정에서 서류가 위조된 사실을 밝혀내 이달 3일 두산중공업에 부품을 다시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KJF가 제출한 시험성적서는 원본과 화학 성분의 함유량 표기가 달랐고 부품 원료를 공급한 업체의 직인도 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열교환기 튜브시트는 최근 문제가 크게 불거진 제어케이블에 비해 원자로 안전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非)안전 계통의 부품이지만 당장 새 부품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원전비리 수사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8월 10일까지 2개월간 원전 비리를 제보하거나 자수한 사람은 잘못이 있더라도 입건·기소하지 않거나 불구속 기소하는 등 처벌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문병기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weappon@donga.com}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기검사를 받느라 지난해 10월부터 가동을 중단했던 한빛(영광) 3호기의 재가동을 9일 승인했다. 이에 따라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전력수급에 다소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한빛 3호기의 조기 가동을 원하는 정부의 뜻에 따라 원안위가 이 원전에 쓰인 부품들의 시험성적서 조작 여부를 졸속으로 조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안위는 8일 ‘시험성적서에 대한 위조 여부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빛 원전 3호기 재가동을 불허했다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이에 대해 원안위 측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직원들을 대거 동원해 이 원전에 쓰인 4개 품목, 10개 부품의 시험성적서 조사를 빨리 마칠 수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자력업계 일각에서는 시험성적서들을 완전히 검토하기엔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지나치게 서둘러 조사를 마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빛 3호기가 10일 재가동되면 전국 원전 23기 중 가동 중단 원전의 수는 10기에서 9기로 줄어든다. 한빛 3호기는 서서히 출력을 높여 13일경 최고 출력에 도달한다. 전력거래소는 “10일에는 중부지방 낮 기온이 32도까지 오르고 한빛 3호기가 최대 출력을 내지 못해 전력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관측되지만, 11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려 기온이 떨어지고 한빛 3호기 출력도 어느 정도 상승해 수급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유영 기자·당진=이기진 기자 abc@donga.com}

정부가 원자력발전업계 비리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원전에 사용된 부품의 시험성적서를 전부 조사해 점검하는 한편 원전 관련 공기업 퇴직자가 유관 업체에 취업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를 확대할 계획이다. 검찰은 민간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의 부품 시험성적서 검수 책임이 있는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전현직 직원들이 새한티이피 주식의 10% 정도를 보유한 사실을 밝혀 내고 이번 비리와의 관련성 유무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7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원전 비리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정 총리는 “원전 비리와의 전쟁이라는 강력한 의지로 원전 산업의 구조적 비리를 혁파하겠다”면서 “고의적인 범죄가 아니더라도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사람에 대해서는 징계를 포함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최근 문제가 불거진 신고리, 신월성 원전을 포함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와 건설 중인 원전 5기 등 총 28기의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12만5000여 건을 향후 2, 3개월 안에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조사에서 시험성적서 위조 등 추가적인 문제가 생기면 해당 원전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원전 마피아’의 구조적 유착 관계를 근절하기 위해 한국수력원자력 간부들에게 적용돼 온 협력사 재취업 제한 조치를 모든 원전 공기업 간부들에게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한수원 본사의 1급 이상 간부 중 외부 인사 비중을 현재의 10%대에서 2017년 50%로 늘리고 국책시험기관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 민간 검증기관의 시험 결과를 다시 검증해 시험성적서 위조를 막기로 했다. 한편 김균섭 사장이 6일 면직된 한수원은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한편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진다는 뜻에서 1급 이상 간부 169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향후 열리는 인사위원회에서 사표가 선별 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이날 “원전 산업계에 오랫동안 누적된 폐쇄적 운영 구조와 뿌리 깊은 순혈주의, 견제와 균형이 없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확실히 바로잡아 가겠다”라며 ‘원전 마피아’ 근절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말 한빛(옛 영광) 5, 6호기의 원전부품 비리 사건 직후 등 여러 차례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는데도 같은 일이 반복돼 온 만큼 더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명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원전부품 납기일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이권이 개입해 구조적으로 비리가 생길 여지가 있다”며 “‘빨리빨리’ 문화보다 안전성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정착시켜 이권 개입 여지를 봉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 비리 수사단은 신고리 1, 2호기 등에 납품한 JS전선 제어케이블의 성능 검증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특가법상의 사기 등)로 JS전선의 엄모 고문(52)과 성적서를 검수하는 기관인 한전기술의 이모 부장(57)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위조된 성적서 승인 및 불량 부품 납품 과정에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 부장은 1999년 새한티이피 설립 초반에 회사 상장을 염두에 두고 이 회사 주식 3000여 주를 부인 명의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부장이 위조 시험성적서 승인과 관련해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을 가능성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 부장을 비롯해 한전기술 전현 임직원 7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새한티이피 주식 1∼2%씩 총 10%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14분을 기해 전력수급경보 첫 번째 단계인 ‘준비’(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를 발령했다. 이번 주 들어 휴일인 6일을 제외하고 네 번째로 준비 경보가 발령됐다.김유영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abc@donga.com}
정부 출연 연구소와 대기업이 2010년부터 요르단에 건설하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의 기기 검증에 최근 불량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을 일으킨 새한티이피가 참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될 원자력발전소의 부품 검증에도 참여했다. 이에 따라 최근의 원전비리 사태가 한국 원전의 해외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민주당 우윤근 의원실에 따르면 새한티이피는 포스코 계열사인 포뉴텍이 건설하는 요르단 시험용 원자로의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 검증을 맡고 있다. 새한티이피는 이 시스템의 내진, 내환경, 전자파 시험 등을 담당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2015년까지 5MW급 연구용 원자로와 원자로 건물,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시설, 행정동 등을 요르단과학기술대 캠퍼스 안에 건설하는 사업. 규모는 작지만 ‘한국 최초의 원자력시스템 일괄 수출’이라는 상징성이 크다. 포뉴텍은 “이번 사건이 터진 후 새한티이피에 검증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지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다른 검증업체를 섭외할 계획이다. 새한티이피는 현재 건설 중인 UAE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에 쓰일 안전등급 충전기, 인버터, 전압조정용 변압기 등도 지난해 검증했다. 이 부품들은 아직 UAE 원전에 설치되지 않았지만 비리업체가 사업에 연루했다는 게 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새한티이피가 검증한 모든 부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 만큼 올해 안에 치러질 핀란드 원전 입찰 등 향후 원전입찰에 한국을 배제하려는 해외의 움직임은 아직 없다”면서도 “국제 원전 입찰시장에서 한국이 그간 쌓아온 신뢰도가 이번 사태로 하락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불량 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새한티이피가 최근 10여 년간 220여 건의 원전 기기와 부품을 검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불량 케이블을 공급한 JS전선이 현재 가동되고 있는 한울(울진) 5, 6호기에도 케이블을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품들에서 추가로 성적서 위조 등의 문제가 드러날 경우 원전이 추가로 정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여름철 전력난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대한전기협회에 따르면 새한티이피는 2000년 1월부터 2012년 7월까지 원전 부품 100여 종과 원전 기기 120여 개의 성능 검증을 수행했다. 여기에는 고리 1·2호기, 한빛(영광) 1·2·5·6호기, 신고리 3·4호기, 신울진 1·2호기, 아랍에미리트(UAE)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 등에 대한 용역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검찰은 새한티이피가 10여 년 동안 수행한 원전 기기와 부품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전면 조사하기로 했다. 또 한국수력원자력은 신고리 원전 3, 4호기에 사용된 케이블 중 새한티이피가 검증한 JS전선 외에 우진, 두산중공업이 공급한 제품에 대해 필수 검사인 방사선 실험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우진에서 케이블을 공급받아 납품했다. 새한티이피는 해당 케이블 제품을 국책연구원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의뢰해 방사선 실험에 합격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했다. 우진 측은 “최근 사건이 발생한 후 원자력연구원에 문의한 결과 우리 회사 제품의 실험 의뢰를 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새한티이피를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말했다. 또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에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은 한울 5, 6호기 등에도 케이블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이 케이블은 JS전선이 새한티이피를 통하지 않고 해외 검증기관에서 직접 검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울 5, 6호기 외에 어느 원전에 JS전선 제품이 공급됐는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업체별로 정확한 납품 및 시험서 위조 여부를 7월까지 조사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원전 관리의 책임을 맡은 한수원이 지난해 11월 영광 5, 6호기 부품 품질검증서 위조사건 직후 이번에 드러난 시험성적서 위조를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허술한 관리로 그냥 넘어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은 “한수원이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부품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 11월 벌이면서 JS전선과 새한티이피에 해당 케이블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서면 문의하고 ‘문제없다’는 답만 듣고 넘어가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이날 경기 용인시 기흥구와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국전력기술(한전기술)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JS전선이 신고리 1, 2호기 등에 납품한 제어케이블의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한전기술이 승인한 과정과 관련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조 시험성적서가 한전기술의 검수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검은 거래’가 있었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부품 서류 위조 등이 추가로 드러나 원전 1, 2기라도 더 정지한다면 올여름 전력 비상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형 원전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여야 의원들은 “비리로 얼룩진 한수원과 한전기술을 해체하라”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원전 비리와 관련된 자들을 패가망신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원전 마피아와 결탁하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하겠다”고 답했다. 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의원들의 질타에 김균섭 한수원 사장은 “지난주에 이미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유영 기자·부산=조용휘 기자 abc@donga.com}
“비리가 터질 때마다 ‘이제는 끝이겠지’ 했어요. 신고리 1, 2호기까지 불량부품을 썼다니 원전 전체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당장 고리 1호기를 폐쇄해주세요.” 4일 오후 1시. 부산 기장군의 장안읍사무소 소회의실. 원자력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은철 위원장이 고리 1호기 주변의 주민들과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 박갑용 원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고리 1호기는 1978년에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후 원전. 이 위원장은 “죄송하기 짝이 없고 낯을 들 수가 없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불량부품이 쓰인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원전이 있거나, 들어설 예정인 전국 각지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원빈국인 한국으로서는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지만 이번 사태로 원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는 2007년에 설계 수명(30년)이 끝났지만 2017년까지 가동을 연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성을 정밀 진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비리의 온상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벌써부터 가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설계수명이 끝나 계속 운전 여부를 심사 중인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주시민들은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신규 원전이 들어설 강원 삼척의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도 “주민들은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와 한수원을 믿을 수 없다”며 “원전 예정구역 고시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삼척은 올해 1월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고시됐다. 전력당국인 산업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원자력은 국내 전력 공급량의 29.8%(2012년 기준)를 차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제성이 높은 원전의 비중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며 “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기 1kWh(킬로와트시)를 만드는 비용은 석탄이 53원, 액화천연가스(LNG)는 155원, 석유는 250원인 데 비해 원자력은 27원으로 가장 싸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4일 전력수급경보 첫 단계인 ‘준비’가 이틀 연속으로 발령됐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데다 불량부품을 사용했던 원자력 발전소들이 정지한 탓이다. 이날 민간 발전기업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등 비상조치를 실시했는데도 예비전력이 400만 kW를 밑돌아 전력당국은 바짝 긴장했다.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전 10시 22분에 전력수급 경보인 ‘준비’(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를 발령했다. 예비전력이 순간적으로 450만 kW 미만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오후 1시 39분에는 순간 예비전력이 362만 kW로 뚝 떨어져 예비율이 5.67%로 곤두박질쳤다. 전력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전력 300만 kW 이상 400만 kW 미만)에 해당하는 상황이지만 경보 기준인 ’20분간 지속‘ 요건이 되기 전 수요가 떨어져 1단계인 준비에 머물렀다. 전력 당국은 민간 발전기를 운영하는 13개사에서 전력을 69만 kW 끌어오고, 미리 약정한 산업체에서 120만 kW의 전력을 절감하는 등 287만 kW를 추가 확보해 위기를 피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추가공급 전력량이 전날인 3일(98만 kW)의 세 배에 이르렀는데도 예비전력이 400만 kW를 밑돌아 긴장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5일에는 낮 최고 기온이 30도(서울)에 이를 것으로 기상청이 예보해 전력 수급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전력거래소는 전망했다. 한편 이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초대 ‘원자력안전 옴부즈맨’으로 법무법인 로고스의 김광암 변호사(52)를 임명했다. 원자력안전 옴부즈맨 제도는 원전 불량부품 사용 적발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원자력안전신문고’ 제도를 확대해 발전시킨 것이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3일 오후 예비전력이 전력공급 능력의 6.25%로 뚝 떨어지면서 전력수급경보 첫 번째 단계인 ‘준비’가 발령됐다. 이른 무더위로 전력 사용량이 급증한 데다 불량부품을 사용했던 원자력발전소가 여럿 정지한 탓이다. 이날은 민간 발전 기업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비상 조치로 정전 사태 위기는 넘겼지만 다음 주에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 예고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원전 비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 등을 촉구하고 나서면서 원전 및 전력거래소는 이날 오후 1시 31분에 전력경보 ‘준비’(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를 발령했다. 전력거래소가 올해 하절기 들어 ‘준비’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두 번째다. ‘준비’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 등 총 5개 경보 단계 중 가장 낮은 수위. 오후 2시 45분에는 전력수요가 5901만 kW까지 뛰어오르며 전력공급 능력인 6295만 kW에 근접했다. 순간 예비전력은 394만 kW(예비율 6.25%)로 곤두박질쳤다. 전력경보 2단계인 ‘관심’(예비전력 300만 kW 이상 400만 kW 미만)에 해당하는 상황이지만 경보 기준인 ‘20분간 지속’ 요건이 되기 전에 수요가 떨어져 1단계에 머물렀다. 이날 전력 당국은 예비전력이 급감하자 민간 발전기를 운영하는 10개 기업에서 공급전력 45만 kW를 끌어오고, 전압 조정을 통해 53만 kW를 비축했다. 원전 1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총 98만 kW를 추가 공급해 위기를 모면한 것. 전력경보는 발령된 지 4시간 19분 만인 오후 5시 50분 해제됐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불량부품 교체와 계획정비 등의 이유로 전국 23기의 원전 중 10기가 가동을 중단한 데다 화력발전소 등의 발전기 고장이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전력거래소가 내놓은 ‘2012년도 전력설비 정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기 고장건수는 196건으로 전년보다 67.5%나 증가했다. 전력거래소는 “건설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발전소가 전체의 3분의 1이나 돼 고장이 늘고 있다”며 “전력 사용량이 많은 여름에 고장 가능성이 높아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원전 비리와 관련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조사와 수사를 통해 원전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면서 “국회 차원의 진상 조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윤상직 장관이 전력 다소비 기업 20곳의 임원들을 만나 절전을 요청하는 등 정부는 전력소비 줄이기 총력전에 돌입했다. 윤 장관은 “산업계에 절전 협조를 요청해 송구하다”며 “8월에 전력의무 감축 비율(업체별로 전년 동월 대비 3∼15%)을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나 하나쯤이야 묻어가도 문제없잖아.” 업무를 하다 보면 이런 생각을 하는 구성원을 종종 보게 된다. 야채 행상에서 시작해 고급 과일과 채소를 판매하는 농산물 유통벤처기업으로 성장한 ‘총각네 야채가게(이하 총각네)’는 이런 생각을 부정한다. 총각네는 구성원들 모두가 대표라는 주인정신을 지니고 꿈과 열정, 도전을 추구하는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매출 590억 원(2011년 기준)을 일궜다. 총각네의 성장 비결을 담은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실천에 강한 사람이 돼라. 이솝우화인 ‘뷰리단의 당나귀’에는 허기진 당나귀가 등장한다. 이 당나귀는 동시에 2개의 건초 더미를 보고 헷갈리기 시작했다. 우측 건초를 먹으려고 가까이 가면 좌측 건초가 더 맛있어 보였다. 좌측으로 가면 우측이 더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당나귀는 우왕좌왕하다가 건초 더미 중간에서 굶어 죽고 말았다. 이 책은 천 가지 생각(千思)이 한 번의 행동(一行)보다 못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늘도 많은 직원들이 사업검토 보고서를 작성하지만, 이 중 태반은 실행의 문턱에도 가보지 못하고 사장된다. ‘한번 해 보기나 했어?’라는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처럼 망설이지 말고 일단 시도라도 해 보자. 둘째, 주인정신을 가져라. 총각네 직원들은 ‘예, 제가 여기 대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자세로 일한다. 직원 중 1%만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어도 그 회사는 존속할 수 있으며 10%가 되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내 회사이고 나의 일’이라는 주인정신을 지니고 회사에 꼭 필요한 존재가 돼 보자. 셋째, 최고가 되는 습관을 가져라. 총각네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고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최고가 되기 위한 다양한 습관을 직원들에게 길러줬다. 예컨대 아름다운 언어 습관, 협력을 이끌어내는 태도 습관, 끊임없이 배우려는 습관,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창조 습관, 고객을 감동시키는 영업 습관 등이다. 최고가 되려는 습관으로 이미 만들어진 길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 보자. 모두가 힘들고 어려운 요즘 남들과 똑같이 생활해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아니라고 하지 말고, 안 된다고 하지 말고, 긍정적인 생각으로 내가 먼저 한다”는 ‘총각정신’을 불태우며 전력을 다해 일해 보자.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성공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박종철 한화투자증권 전략영업본부 부본부장·국제변호사}

경제분야 전문가들은 ‘박근혜노믹스 100일’에 대해 대체로 ‘유보적’ 평가를 내놨다. 평균 3.2점(5점 만점)으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3.3점)보다 다소 낮은 수준. 경기 회복과 경제민주화 실현, 복지공약 실천 등 다양한 국정과제를 위해 상당히 많은 일을 속도감 있게 진행했지만 그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설전 같은 갈등과 혼선이 표출되고 정책들 사이의 상충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향후 경제상황에 대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대외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낮아지는 잠재성장률을 극복할 만한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이런 점 때문에 임기 5년 동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 과제에 대한 답변도 ‘성장잠재력 제고’ ‘일자리 창출’에 집중됐다.○ 최대 실책은 ‘창조경제 혼선’ 박근혜노믹스에 대한 전반적 평가를 묻는 질문에 20명의 전문가 중 8명은 4점(잘하는 편이다), 7명은 3점(보통이다), 5명은 2점(못하는 편이다)을 줬다. 지금까지 추진한 정책성과가 가시화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점에서 신중한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으로 경제팀이 취임 이후 상당히 많은 과제를 추진했지만 다양한 정책목표가 혼재돼 있어 기업 등 경제주체들에 엇갈린 신호를 주고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성장과 복지, 경제민주화, 창조경제 등 목표가 어지럽게 제시돼 도대체 무슨 정책을 펴겠다는 것인지 분명한 메시지가 없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가장 잘한 경제정책(중복응답)에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부동산 정상화 대책(9명), 중소·벤처기업 활성화 대책(8명)의 순이었다. 반면 ‘고용률·중산층 70%’ 목표설정(3명), 공정거래위원회 및 국세청의 조사(각 2명)를 잘된 정책으로 꼽은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취임하자마자 신속하게 경기부양책을 편 것은 높이 평가하지만 국세청 공정위 등 사정기관들의 고강도 압박은 자칫 기업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잘못한 경제정책으로는 ‘창조경제의 개념을 둘러싼 혼선’을 꼽은 전문가가 8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제부처들 사이에서도 ‘창조경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고 혼란이 빚어져 취임 초기 경제정책 전반의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어 ‘경제부처 간 갈등’(6명), 공정위 및 국세청의 조사(각 6명), 엔화 약세에 대한 소극적 대응(5명)도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기재부와 한은의 갈등은 5년 만에 부활한 경제부총리의 리더십에 상처를 줘 다른 정책의 추진력까지 약화시켰다는 평가가 많았다. ‘증세 없이 모든 복지공약을 실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20명 중 11명은 ‘증세 없이 재정적자가 나지 않을 정도까지만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답변했고 7명은 ‘증세를 통해 복지공약을 지키고 재정적자를 막아야 한다’고 봤다. 정부의 주장대로 ‘증세 없이 복지공약, 재정건전성을 모두 지킬 수 있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1명뿐이었다. ○ “경제민주화보다 성장과 일자리 중요” 향후 경제 여건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이 많았다. 내년 한국경제의 4% 성장 가능성에 대해 60%인 12명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고, 5명만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 저성장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미흡하고 내년에는 엔화 약세의 부정적 효과가 집중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내년에는 유럽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일본 회복세도 전망된다”며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내놨다. 경기 전망을 불투명하게 보는 만큼 현 정부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경제과제(복수응답 포함)는 ‘성장잠재력 제고’(14명)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8명)로 모아졌다. 반면 ‘경제민주화 추진’ ‘물가의 안정적 관리’를 뽑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 한편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과제로는 ‘시간제 일자리 개발 등 노동공급 다변화’(10명) ‘고용창출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5명) 등 최근 정부의 정책방향에 동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이 밖에도 경제 전문가들은 취임 100일을 맞는 박 대통령에게 다양한 조언을 내놨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모든 정책에 창조 아니면 행복을 붙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해 성과를 내야 한다”면서 “증세 없이는 복지확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이 용인할 수 있는 증세 수준을 정하고 이에 맞춰 복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져오는 경제적 파장에 대해 무감각한 것 같다”며 “경제민주화 이슈에 끌려 다니지 말고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을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고 제언했다.세종=유재동·김유영·문병기 기자 jarrett@donga.com}
불량 부품이 사용된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으로 야기된 전력 부족의 첫 번째 고비는 6월 둘째 주(10∼16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전력수급계획 전반과 관련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2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평균 예비전력이 6월 첫째 주(3∼9일)에는 300만∼350만 kW, 둘째 주에는 250만 k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6월 첫째 주에 전력수급경보 ‘관심’이, 둘째 주에 ‘주의’가 각각 발령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력거래소는 예비전력이 300만 kW 이상∼400만 kW 미만일 때 ‘관심’을, 200만 kW 이상∼300만 kW 미만이면 ‘주의’를 발령한다. 이번 전망에는 계획예방정비 중인 울진 5호기가 이달 7일 발전을 재개할 예정이라는 점이 반영돼 있다. 하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승인이 늦어지면 전력거래소의 전망보다 원전 1기분(약 100만 kW)의 전력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또 원전이 재가동돼도 최대출력에 이르는 데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3일간 전력 공급이 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기상청의 날씨예보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중부지방의 낮 최고기온이 29∼30도로 오르고, 둘째 주에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은 날이 많을 것으로 보여 전력 소비가 예상보다 급증할 수도 있다. 김유영·장원재 기자 abc@donga.com}
청와대와 정부는 원전에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일부 원전 가동을 중단한 사건과 관련해 민관 합동조사반을 꾸려 원전 비리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기로 했다. 원전 안전관리와 평가시스템, 감독관리체계 등 원전 안전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점검할 계획이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31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원전의 안전과 직결된 주요 부품의 시험성적을 위조해 납품한 것은 천인공노할 중대한 범죄”라며 “부정과 비리에 관련된 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중 처벌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정 총리의 대국민 절전 담화문 발표도 무기한 연기했다. 납품 비리 사태에 대한 진상부터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소재를 가린 뒤에 국민을 상대로 절전을 호소하는 게 맞는 순서라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도 이날 오전 홍보회의에서 “은폐 의혹이 나오지 않게 청와대와 정부가 선제적으로 관련 사안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기조를 정했다. 지난해 감사원이 국내 납품업체(2곳)가 87건의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138개 품목, 966개 부품)한 사실을 적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청와대의 상황인식이 더욱 엄중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정도로 원전부품 비리가 만연해 있다면 추가 비리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원전의 안전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도 재수사를 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원전 부품 계약은 마피아처럼 극소수의 관련자들끼리 진행되기 때문에 얼마나 부품 위조가 만연했는지 짐작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외국기관을 불러 조사도 했지만 이번 사건처럼 시험성적서 자체를 위조하면 제보 없이는 문제를 찾아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안전과 관련한 모든 부품에 대해 외국기관이 평가한 시험성적표 원본서류와 일일이 대조하는 심층 조사를 할 계획이다. 청와대의 또 다른 고민은 올여름 전력 수급 문제를 막기 위해 국민에게 절전 호소를 하기가 난감해졌다는 데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동안 여름, 겨울마다 에너지 절약을 당부해 국민들의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그동안 ‘올해부터는 나아질 거다’라고 홍보해왔는데 원전이 중단된 상황에서 절전 없이는 대란이 우려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사안이 장기화될 경우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질 뿐만 아니라 사용후 핵연료 처리 문제, 밀양 송전탑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원전 수출 문제 등 원전과 관련해 줄줄이 엮여 있는 현안들이 더 풀리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원전 부품 비리와 감독 소홀의 책임이 현 정부가 아닌 전임 정부에 있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진상 규명에 더욱 의지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시험성적서 위조 케이블을 납품한 JS전선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에도 입찰했다가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JS전선은 2011년 진행된 UAE 원전사업 케이블 부문 입찰에 참여해 5개 업체와 경쟁했으나 최종 가격입찰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1차 심사에서 탈락했다. 한전 관계자는 “JS전선은 국내 원전에 납품한 경험만 있는 데다 UAE 현지의 환경에 비춰 제반조건이 맞지 않아 경쟁에서 배제했다”고 말했다. JS전선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결과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난 제어케이블을 신고리 1, 2,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에 납품했으며 신한울(옛 신울진) 1, 2호기 원전용 케이블도 납품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JS전선은 LS전선이 지분 69.92%를 보유한 대주주로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아들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동정민·김유영 기자 ditto@donga.com}
정부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비롯한 전력 다소비 업체에 대해 8월에 하루 4시간 강제 절전 규제를 시행한다. 또 백화점 등 냉방온도 규제 대상 건물 수를 지난해의 143배로 늘리고 공공기관의 전력 사용량을 15%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불량 부품을 사용한 원전들의 가동 중단으로 사상 초유의 전력난이 예고된 데 따른 대응조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31일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에 따르면 전력 다소비 업체 2836곳은 8월 5∼30일 중 오전 10∼11시와 오후 2∼5시 등 하루 4시간 동안의 소비전력을 작년 같은 기간, 같은 시간대에 비해 3∼15% 감축해야 한다. 계약전력(전력 사용기기의 총소비전력)이 5000kW 이상인 기업이 대상이다. 또 계약전력이 100kW 이상인 건물 6만8000곳은 7, 8월 두 달간 전력 소비가 가장 많은 오후 2∼5시 피크시간대에 실내온도를 26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난해 여름엔 같은 규제를 받은 건물이 477곳에 불과했다. 공공기관들은 7, 8월 피크시간대에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전력경보 주의·경계단계(예비력 100만∼300만 kW)에서는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모든 공공기관은 월간 전력사용량을 작년 동월 대비 15% 이상 감축하고 피크시간대에는 20% 이상 줄여야 한다. 같은 기간 오후 피크시간대에는 수도권 지하철 13개 노선의 운행 간격도 1∼3분 연장해 전력 사용을 줄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기 사용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의 전기요금을 3배로 내는 대신 전기 사용이 적은 시간대의 전기료를 깎아 주는 ‘선택형 피크요금제’ 가입 자격 기준도 ‘계약전력 3000kW 미만의 기업’에서 ‘5000kW 미만 기업’으로 확대된다. 여름철 절전 규제를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부는 전력 수요 관리보다는 강제 규제를 대폭 늘렸다.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전력수급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냉방 수요로 예비전력이 ―198만 kW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던 8월 둘째 주에도 최소 400만 kW의 예비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에 가동 중인 발전소의 3분의 1이 20년 이상 가동된 ‘노후 발전소’여서 갑작스러운 고장이 발생할 수 있고, 예상보다 여름철 기온이 더 올라갈 경우 전력 소비가 급증해 ‘전력 대란’이 발생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예상하지 못한 발전기 중지·고장 등이 발생하면 ‘블랙아웃(대정전)’을 100% 배제할 수 없다”며 국민과 기업의 적극적인 절전 참여를 당부했다.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시험평가서가 위조된 불량 부품이 가동 중이거나 건설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 6곳에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원전 안전관리 체계의 부실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원전 부품의 검증과 납품체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30일 오후에 전력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력 가뭄’이 현실화되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현재 국내 원전에 납품되는 부품의 성능을 검증하는 ‘기기 검증기관’은 이번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S사를 비롯해 7곳. 이 검증기관들은 대한전기협회로부터 전력산업기술기준(KEPIC) 인증을 받아야 한다. 전기협회가 KEPIC 인증을 하기 위해 소요하는 심사 기간은 고작 3일이다. KEPIC의 인증 유효 기간은 3년으로 이 기간에 검증기관은 5쪽 분량의 중간 점검표만 제출하면 인증이 유지된다. 유효기간에 검증기관의 활동을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없는 셈이다. 검증 결과를 감리할 한국전력기술과 원전 운영·관리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 모두 검증기관의 감시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한전기술 측은 “원전 부품이 설계기준에 적합한지는 주로 서류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면서 “검증기관이 작정하고 서류를 위조하면 막을 길이 없다”고 말했다. 또 한수원은 “한전기술 측 감리 결과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원전 제어케이블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S사가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원전의 내진(耐震) 검증도 맡았던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한전기술 측은 “위조 사건을 계기로 내진 검증서도 다시 살펴봤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지만 원전을 둘러싼 국민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교수(원자핵공학)는 “부품이 제 기능을 하는지 여러 단계에 걸쳐 직접 시험해보는 등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전력거래소는 30일 오후 2∼5시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해 최대 전력이 6300만 kW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력예보를 내놨다. 이 시간대의 예비전력은 300만 kW대 중반으로 전력수급경보 ‘관심’이 발령될 것으로 예상됐다. 산업부는 또 전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1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선택적 피크요금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택적 피크요금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 전기료를 많이 부과하는 대신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전기료를 낮추는 제도다. 한편 불량 부품 사용으로 가동을 중단한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100만 kW급 원전 설비 3기가 11월 말까지 정지할 경우 한전은 전력 구입비로 2조7억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하며 한수원은 매출액이 449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날 한수원은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부품 시험기관인 S사 대표와 케이블 제조사인 J사 대표 등 3명을 검찰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