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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 교가(유치환 작사·윤이상 작곡)아스라이 한겨레가 오천재를 밴 꿈이 세기의 굽잇물에 산맥처럼 부푸놋다배움의 도가니에 불리는 이 슬기야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스스로 기약하여 우리들이 지님이라》1947년 창단한 부산고 야구부가 ‘4전 5기’ 끝에 황금사자기 첫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고는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재개된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선린인터넷고를 12-3으로 꺾고 황금사자기 정상에 올랐다. 이날 승리로 부산고는 57년 전 이 대회 결승에서 당한 패배도 설욕했다. 두 학교는 1966년 제20회 대회 결승에서 맞붙었는데 당시 선린인터넷고가 4-0으로 이겼다. 부산고는 지난해까지 고교야구 4대 메이저대회(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기)에서 13번이나 우승한 야구 명문교다. 하지만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1965, 1966, 1972, 1992년 대회 결승에 올랐지만 모두 패해 준우승만 네 차례 했다. 부산고는 황금사자기 정상까지 밟으면서 그랜드슬램(4대 메이저대회 모두 우승)을 달성했다. 27일 열린 두 학교의 결승전은 1회초 도중 빗줄기가 굵어져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서스펜디드(일시 정지) 경기가 선언됐다. 29일 경기는 선린인터넷고의 1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재개됐다. 후속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1회초를 실점 없이 넘긴 부산고는 1회말 공격부터 7회말까지 매 이닝 득점하며 선린인터넷고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1회말 1사 3루에서 3번 타자 이찬우(3학년)의 2루수 앞 땅볼 때 선제 점수를 뽑은 부산고는 2회 안지원(1학년)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달아났다. 3회에는 양혁준(3학년)과 최민제(1학년)가 잇따라 적시타를 때리며 2점을 추가했다. 부산고는 5-2로 추격당한 5회말 공격에서 상대 수비 실책과 안지원의 2타점 3루타로 4점을 보태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에이스 김태완(3학년)이 채 5회를 버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간 선린인터넷고는 불붙은 부산고 타선을 막지 못했다. 부산고 타자들은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14안타를 합작했다. 안지원이 3안타 3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양혁준, 박재엽(2학년), 박찬엽(2학년)은 멀티 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다. 부산고 마운드에서는 성영탁(3학년)의 호투가 빛났다. 팔꿈치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한 에이스 원상현(3학년) 대신 마운드를 책임진 성영탁은 이날 6이닝 5피안타 3볼넷 3실점(2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날카로운 슬라이더와 커브를 앞세워 삼진을 12개나 잡아냈다. 이번 대회 세 경기에 등판해 3승 무패 평균자책점 1.10을 기록한 성영탁은 우수투수상을 받았다. 이후 김동후(2학년)와 조민우(3학년)가 각각 2이닝, 1이닝을 책임지며 승부를 마무리했다. 부산고 38회 졸업생 장재규 총동창회 부회장(57)은 “황금사자기에서만 우승이 없어 동문들이 늘 아쉬워했는데 오늘 우승했으니 앞으로도 황금사자기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2년 대회 군산상고와의 결승전에서 9회말 4-5로 역전패할 당시 3루수로 뛰었던 부산고 26회 졸업생 김문희 씨(68)는 “50년 넘게 갖고 있던 한(恨)을 후배들이 풀어줘서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했던 선린인터넷고는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열세를 절감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개인상 수상자△최우수선수상: 안지원(부산고)△우수투수상: 성영탁(부산고)△감투상: 김태완(선린인터넷고)△수훈상: 양혁준(부산고)△타격상: 안지원(타율 0.556·부산고)△최다타점상: 안지원(9타점·부산고)△최다안타상: 안지원(10안타·부산고)△최다득점상: 연준원(9득점·부산고)△최다홈런상: 여동건(1개·서울고)△최다도루상: 최재영(6개·선린인터넷고)△감독상: 박계원(부산고)△지도상: 정현철(부산고 부장)△공로상: 김성은(부산고 교장)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롯데와 LG에서 감독을 지낸 양상문 감독(62)은 현재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케이블 스포츠 채널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양 감독은 주중에는 중계를 하고, 주말에는 경기 화성드림파크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도해 왔다.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 야구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는 양 감독은 “여자 선수들을 대상으로 일일 레슨을 갔다가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해 감독까지 맡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28일 필리핀을 9-5로 꺾고 조별리그 2승 1패로 내년 여자야구월드컵 출전권을 따냈다. 부산이 고향인 양 감독은 2019년 프로 감독직을 그만둔 뒤엔 소백산 기슭에 있는 충북 단양군 영춘면에 터를 잡았다. 사찰 구인사와 가까운 곳에 집을 지은 그는 맑은 공기와 좋은 기운을 가득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건강 비결은 가벼운 등산이다. 양 감독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우는데 산책도 시킬 겸 매일 야산을 6km 정도 왕복한다. 지나고 보니 강아지가 나를 운동시키고 있더라. 아내와 함께 다니는 짧은 산행이야말로 내 건강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근력 강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7kg 무게의 아령 두 개가 도구다. 양 감독은 “야구 중계 등으로 출장을 갈 때도 아령 두 개를 꼭 챙긴다. 숙소에서 틈나는 대로 아령을 든다. 아령 두 개만으로도 팔과 어깨, 허벅지, 허리 등 모든 부분의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각종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가 빼놓지 않는 건 골프 연습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연습장을 찾아 샷을 가다듬고, 한 달에 한두 번 지인들과 라운딩을 한다. 양 감독은 야구계에서 알아주는 골프 고수다. 2009년 경기 남양주 해비치CC에서 열린 야구인 골프대회에선 77타를 쳐 메달리스트(핸디캡 적용 전 최소 타수상)를 차지했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2011년 기록한 4언더파 68타다. 양 감독은 선수 시절이던 1980년대 후반에 골프를 처음 배웠다. 기교파 왼손 투수였던 그는 좌우 밸런스에 도움을 얻기 위해 오른손 타석으로 골프를 쳤다. 당시만 해도 90대를 치는 보기플레이어였다. 오히려 야구에서 효과를 봤다. 골프채를 쥐면서 악력이 세졌고 그 덕분에 구속도 빨라졌다. 골프가 만개한 것은 은퇴 후 왼손 타석으로 바꾸면서다. 그때부터 거리도 늘고, 정교함도 더 좋아졌다. 어느덧 60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싱글을 친다. 그는 “예전에 비해 거리가 많이 줄었다”면서도 “(70대 타수를 의미하는) 7자를 그리지 못하면 화가 난다”고 농담을 했다.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그는 ‘하체’를 꼽았다. 양 감독은 “하체가 강해야 안정적인 스윙을 할 수 있다. 샷 연습도 중요하지만 평소 꾸준한 유산소와 근력 운동 등으로 하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가 습관처럼 하는 등산과 아령 운동이 하체의 기본이 되는 건 물론이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한국 여자 야구 대표팀은 요즘 홍콩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아시아야구연맹(BFA) 여자야구 아시안컵에 출전하고 있다. 이 대회에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여자야구월드컵 출전권이 걸려 있는데 세계랭킹 10위인 한국은 일본(1위), 인도네시아(세계랭킹 집계되지 않음), 필리핀(14위) 등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조 2위로 아시안컵 슈퍼라운드에 진출한 뒤 8월 또는 9월에 열릴 야구월드컵 본선 그룹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 여자 야구에는 엘리트 선수를 위한 학교 팀이나 실업팀이 없다. 한국여자야구연맹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표선수 20명을 선발했다. 고교생과 대학생이 많고 학교 선생님과 가정주부 등 동호인 야구를 즐기는 다양한 선수들이 뽑혔다. 하지만 선수단과 달리 코칭스태프의 면면은 화려하다. 프로야구 LG와 롯데 등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양상문 감독(62)이 한국 여자 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다. 투수코치는 LG에서 활약했던 이동현과 KIA의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 정용운이다. 타격 및 수비는 국가대표 2루수 출신 정근우가 지도한다. 배터리 코치는 롯데와 SK 등에서 뛰었던 허일상이다. 양 감독은 “얼마 전 상비군 여자 선수 60여명을 대상으로 레슨을 한 적이 있다. 열정적으로 배우는 그들의 모습에 너무 감동해 감독직에 지원했다”며 “내가 가진 야구의 모든 걸 전해주고 싶었다. 고생하는 선수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라고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2019년 롯데 감독직을 그만둔 뒤 양 감독은 2021년부터 SPOTV 야구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직도 맡았다. 여자 야구 대표팀을 맡으면서 양 감독은 주중과 주말이 없는 생활을 해 왔다. 주중에는 2~3회 야구 중계를 하고, 주말에는 경기 화성드림파크에서 열리는 대표팀 훈련을 지휘했다. 말은 대표팀 감독이지만 거의 무보수 봉사나 마찬가지다. 주말 훈련마다 10만 원의 일당이 나오는데 이를 코치들과 함께 나눈다. 사실상 기름값 정도다. 양 감독은 “우리 여자 선수들은 말 그대로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을 한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했다. 부산이 고향인 양 감독은 2019년 롯데 감독직을 그만둔 뒤엔 소위 말하는 ‘낙향’을 했다. 새로 터를 잡은 곳은 소백산 기슭에 있는 충북 단양 소백산 영춘면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그는 젊은 시절부터 구인사를 다녔는데 때마침 이곳 주변에 나온 땅을 구입해 전원주택을 지었다. 그는 맑은 공기와 좋은 기운을 가득 받으며 이곳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양 감독이 말하는 최고의 건강 비법은 등산이다. 등산이라고 하면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집 주변의 야산을 가볍게 오르내리는 것이다. 집에 있을 때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등산을 하는데 이유는 바로 애완견을 운동시키기 위해서라고. 양 감독은 “강아지 운동 삼아 약 6km 정도를 왕복한다. 처음엔 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좀 지나서 생각해보니 강아지가 나를 운동시키는 거더라. 아내, 강아지와 함께 다니는 짧은 산행이야말로 내 건강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하나 그는 근력 강화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집이 산중에 있으니 딱히 피트니스센터 등을 갈 수도 없고 갈 이유도 없다. 7kg 무게의 아령 두 개가 그의 근력을 책임진다. 양 감독은 “야구 중계 등으로 출장을 갈 때도 아령 두 개는 꼭 챙겨서 간다. 숙소에서도 틈나는 대로 아령을 들곤 한다. 아령 두 개만 있으면 팔과 어깨, 허벅지, 허리 등 모든 부분의 근력 운동이 가능하다”고 했다. 각종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그가 빼놓지 않는 건 골프 연습이다. 주 1회는 연습장을 찾아 샷을 가다듬는다. 지인들과는 한 달에 1, 2회 라운딩을 한다. 양 감독은 야구계에서는 알아주는 골프 고수다. 매년 열리는 야구인 골프대회에서 시상식의 단골손님이기도 했다. 2009년 경기 남양주 해비치CC에서 열린 제28회 야구인골프대회에서 양 감독은 77타를 쳐 메달리스트(핸디캡 적용전 최소 타수상)을 차지했다. 생애 베스트 스코어는 2011년 기록한 68타다. 양 감독은 선수 생활을 하던 1980년대 후반에 처음 골프를 시작했다. 기교파 왼손 투수였던 그는 좌우 밸런스에 도움이 될까 싶어 오른손 타석으로 골프를 쳤다. 반대쪽으로 쳐서 그런지 당시만 해도 90대 타수를 기록하는 평범한 골퍼였다. 효과는 오히려 야구에서 나타났다. 골프채를 세게 쥐면서 악력이 세졌고, 그 덕분에 구속도 빨라졌다. 양 감독은 태평양 소속이던 1990년 162와 3분의1이닝을 던지며 11승 9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했다. 무려 6차례나 완투를 했고, 완봉승도 4번이나 거뒀다. 양 감독은 통산 9시즌을 뛰며 63승 79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 3.59의 기록을 남겼다. 골프가 만개한 것은 은퇴 후 왼손 타석으로 바꾸면서다. 그때부터 거리도 늘고, 정교함도 더 좋아졌다. 어느덧 60대로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싱글 플레이어다. 스스로는 “7자를 그리지 못하면 화가 난다”고 농담을 할 정도다. “예전에 비해 거리가 많이 줄었다”는 양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스코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할 수 있는 데까지 내 스코어를 지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고 했다. 골프를 잘 치는 비결에 대해 그는 ‘체력’, 그중에서도 ‘하체’를 꼽았다. 양 감독은 “하체가 강해야 안정적인 스윙을 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의 샷 연습도 중요하지만 평소 꾸준한 유산소와 근력 운동 등으로 하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산고의 화력이냐, 선린인터넷고의 수비냐. 27일 오전 10시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결승은 ‘창’과 ‘방패’의 대결이다. 1947년 창단 후 황금사자기에서 준우승만 4차례 했던 부산고는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첫 우승에 도전한다. 부산고는 물금고와의 1회전(9-2승), 김해고와의 2회전(10-1승)을 모두 콜드게임으로 이겼다. 이후 16강, 8강, 4강에서도 모두 5득점 이상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 5경기 총 득점은 37점이다. 부산고는 테이블 세터인 연준원(3학년)과 안지원(1학년)이 타선을 이끈다. 정교한 방망이와 빠른 발을 가진 연준원은 이번 대회에서 타율 0.444(18타수 8안타), 6타점, 7득점을 기록 중이다. 도루도 5개를 기록했다. 안지원은 1학년인데도 주전 외야수로 출전하며 타율 0.500(14타수 7안타), 6타점을 올리고 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주말리그부터 황금사자기까지 우리 타자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매 경기 낙승을 거두면서 자신감도 가득하다. 좋은 기세를 이어가 꼭 황금사자기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통산 6번째 정상에 도전하는 선린인터넷고는 수비 조직력이 강점이다. 유격수 임재민(3학년)과 2루수 유채운(3학년)이 수비진의 핵심이다. 프로야구 수도권 팀의 한 스카우트는 “부산고 공격을 선린인터넷고의 수비가 어떻게 막아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며 “결승전처럼 큰 경기에서는 실책이 승부를 가르곤 한다. 내야 수비에서는 선린인터넷고의 키스톤 콤비가 훨씬 단단해 보인다”고 했다. 견고한 수비를 자랑하는 두 선수는 공격력도 뛰어나다. 3번 타자 유채운과 4번 타자 임재민은 나란히 타율 0.324에 11타점씩 기록하고 있다. 유채운은 도루 13개, 임재민은 10개를 성공시켰다. 마운드 파워에서는 부산고가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이스 원상현(3학년)이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한 가운데 또 다른 에이스 성영탁(3학년)의 선발 등판이 유력하다. 시속 140km대의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던지는 성영탁은 세광고와의 16강전에서 7과 3분의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이번 대회 2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엽과 김동후 등 뒤를 받치는 2학년 투수들도 든든하다. 선린인터넷고는 김태완(3학년)의 어깨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태완은 팀이 치른 이번 대회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승리투수가 됐다. 주로 구원으로 나서다 23일 서울고와의 경기에는 선발 등판해 6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사흘간 휴식을 취한 김태완이 부산고 타선을 얼마나 잘 막아내느냐에 팀 운명이 달려 있다. 박덕희 선린인터넷고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력 있게 맞서 보겠다”고 말했다. 두 학교는 1966년 제20회 대회 결승에서 맞붙어 선린인터넷고가 4-0으로 이긴 바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프로야구 팀 스카우트들은 신인 선수를 ‘복권’이라고 부른다.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뽑기는 하지만 입단 후 기대만큼의 기량을 보여줄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앞 순위 지명을 받고 데뷔한 많은 신인이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졌다. 입단 후 몇 년이 지나 뒤늦게 만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점에서 10년 만에 재개된 전면 드래프트를 통해 입단한 올해 신인들은 분명히 남다른 세대다. 첫해부터 지명 순위에 걸맞은 성적을 내고 있어서다.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한화 김서현(19)은 1년 선배 문동주(20)와 함께 팀 마운드의 ‘미래이자 현재’로 자리 잡았다. 24일 현재 그는 13경기에 구원 등판해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 중이다. 다이내믹한 투구 폼으로 시속 160km에 가까운 공을 시원시원하게 던진다. 변화구도 예리해 1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삼진을 21개나 잡았다. 23일 KIA전에서는 상대 4번 타자 최형우를 삼구 삼진으로 잡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헛스윙을 유도한 3구째는 체인지업이었는데도 시속 148km나 됐다. 1라운드 2순위로 KIA에 입단한 왼손 투수 윤영철(19)은 데뷔 시즌부터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채우고 있다. 24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6이닝 3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4-2 승리에 기여했다. 1-1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데뷔 후 처음 6이닝을 소화하며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시즌 성적은 7경기 등판에 2승 1패, 평균자책점 3.15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0km에도 못 미치지만 제구력이 뛰어나고 완급 조절을 잘한다. ‘신인답지 않게 여유가 넘친다’는 평가에 대해 윤영철은 “고등학교 때부터 큰 경기 경험이 있어 긴장하기보다 재미있게 던지는 데 익숙하다”고 말했다.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우투좌타 외야수 김민석(19)은 요즘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사직 아이돌’로 불리는 그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롯데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5월 들어 유니폼이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면서 그는 단숨에 팀 내 유니폼 판매량 1위 선수가 됐다. 4월을 타율 0.196으로 마친 그는 5월 들어 15경기에서 타율 0.304를 기록했다. 18일 한화전에선 프로 첫 홈런도 날렸다. 24일 현재 성적은 34경기 출전에 타율 0.250(112타수 28안타), 1홈런, 13타점, 6도루다. 김민석은 “시즌 100안타를 치는 게 목표”라고 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6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AL)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61년 만에 갈아치운 에런 저지(31·뉴욕 양키스)가 올해도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24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볼티모어와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안방경기에서는 9회말 동점 홈런으로 팀 승리에 주춧돌을 놨다.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저지는 4-5로 뒤진 9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볼티모어 마무리 투수 펠릭스 바우티스타의 가운데로 몰린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양키스는 연장 10회말 1사 1, 3루에서 앤서니 볼프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6-5로 승리했다. 엉덩이 부상 등으로 4월까지 6홈런에 그쳤던 저지는 5월 들어 8개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시즌 14홈런으로 아돌리스 가르시아(텍사스)와 함께 AL 홈런 1위로 올라섰다. 저지는 가르시아보다 12경기 적게 출전하고도 홈런 수가 같을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저지의 방망이가 살아나면서 양키스도 본격적인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5연승과 함께 최근 15경기에서 12승을 거둔 양키스는 30승 20패로 AL 동부지구 2위 볼티모어를 2경기 차로 추격했다. 지구 선두 탬파베이와는 5경기 차다.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33)은 이날 5이닝 6피안타 5실점의 부진을 보이고도 패전을 면했다. 전날까지 통산 1998탈삼진을 기록 중이던 그는 이날 삼진 2개를 잡아내며 2000탈삼진 고지에도 올라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부산고가 황금사자기 4강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부산고는 24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8강에서 배재고를 7-1로 물리쳤다. 16강까지 3경기를 치르는 동안 팀 도루가 2개뿐이었던 부산고는 이날 도루 8개를 성공시키면서 배재고 배터리를 흔들었다. 박계원 부산고 감독은 “배재고 투수들이 견제 시도 후 흔들리는 모습이 보여 도루를 적극적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부산고는 이날 승리로 장원준(38·두산)이 팀 에이스였던 2003년 이후 20년 만에 황금사자기 준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1947년 창단한 부산고는 황금사자기와 함께 4대 메이저 대회로 꼽히는 대통령배(6회), 봉황기(4회), 청룡기(3회)에서 모두 우승 경험이 있지만 황금사자기에서는 준우승만 4번 차지했다. 이 학교 33회 졸업생인 김성은 부산고 교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황금사자기 우승이 숙원”이라고 말하곤 한다. 부산고가 올해 대회에서 우승하면 ‘지역 라이벌’ 경남고보다 먼저 고교야구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경남고는 황금사자기 7회(최다 2위) 우승을 포함해 4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총 18번 올랐지만 대통령배 우승이 아직 없다. 지난해 황금사자기 우승팀인 경남고는 올해 대회 1회전에서 충암고에 패해 탈락했다. 이날 부산고에서는 2번 타자로 나선 1학년 안지원이 4타수 3안타 3타점 1도루를 기록하며 팀 공격 선봉에 섰다. 안지원은 “야구를 시작한 이후로 전국대회 정상에 올라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나도 우승이 처음이고, 팀도 황금사자기 우승이 처음이라 더욱 의미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중 3학년이던 지난해까지는 투수로도 재능을 뽐냈던 안지원은 “올해는 타자로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내년에는 투수로 황금사자기 결승전 승리 투수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부산고가 25일 열리는 준결승전에서 승리하면 진갑용(49·KIA 코치), 손민한(48·부경고 코치), 주형광(47·양정초 감독) 등이 활약했던 1992년 이후 31년 만에 황금사자기 결승에 오르게 된다. 부산고는 2003년 준결승 때는 북일고에 6-7로 패해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부산고의 올해 준결승 상대는 강릉고다. 2021년 황금사자기 챔피언인 강릉고는 이어 열린 경기에서 성남고를 10-3(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쳤다. 강릉고는 1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 밀어내기 볼넷 2개로 2점을 뽑은 데 이어 8번 타자 박채운이 싹쓸이 2루타를 치면서 초반부터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국가대항전을 제외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는 대부분 4라운드로 치러진다. 단 하나의 예외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다. LPGA투어 유일의 매치플레이인 이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닷새 동안 7경기를 치러야 한다. 기술뿐 아니라 강인한 정신력, 지치지 않는 체력이 관건이다. 1986년생으로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 중 나이가 제일 많은 지은희(37·사진)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2020년 ISPS 한다 빅오픈 정상을 차지한 박희영(당시 32세 8개월 17일)을 넘어 LPGA투어 한국 선수 최고령 우승자(36세 16일)로 이름을 올렸다. 지은희는 25일부터 닷새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리크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리는 ‘뱅크 오브 호프 매치플레이’에서 대회 2연패에 도전한다. LPGA투어 통산 6승의 지은희는 올 시즌 좀처럼 상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시즌 최고 성적은 3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11위다. 지난주 코그니전트 파운더스컵에서는 컷 탈락했다. 총상금 150만 달러(약 19억7000만 원), 우승 상금 22만5000달러(약 3억 원)가 걸린 이번 대회에는 한국 선수 8명을 포함해 모두 64명이 출전한다. 4명씩 16개 조로 나뉜 조별리그에서 각자 세 경기를 치르고 각 조 1위가 16강에 오른다. 16강부터 결승까지는 일대일 승부로 승자를 가린다. 지은희는 린 그란트(스웨덴), 마틸다 카스트렌(핀란드), 매디 셰리크(캐나다)와 같은 조에 속했다. 김세영, 김아림, 신지은, 안나린, 유해란, 이정은, 홍혜은도 출전한다. 올해 LPGA투어 우승자 중에는 2승을 거둔 릴리아 부(미국)와 브룩 헨더슨(캐나다), 셀린 부티에(프랑스) 등이 나선다. 23일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7개월 만에 1위에 복귀한 고진영은 불참한다. 2위 넬리 코르다(미국), 3위 리디아 고(뉴질랜드)도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지난주까지 세계랭킹 2위였던 고진영은 랭킹 포인트 8.26점을 기록해 8.25점의 코르다를 0.01점 차로 제쳤다. 고진영은 이번 시즌 HSBC 월드챔피언십과 파운더스컵 등 두 차례 우승했다. 2019년 4월 처음 세계 1위가 된 고진영은 이번 주까지 총 153주간 1위 자리에 있어 158주의 로레나 오초아(은퇴·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 세계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이틀 연속 2만2900명의 만원 관중이 들어찬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유통 대전’은 SSG의 승리로 끝났다. SSG는 2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유통 라이벌’ 롯데와의 경기에서 최정(사진)의 솔로 홈런과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3타점 활약 속에 6-3으로 승리했다. 3연전 첫날인 19일 5-7로 패했던 SSG는 20일 5-0 완승에 이어 21일 경기까지 이기며 위닝시리즈를 만들었다. 26승 1무 24패가 된 SSG는 같은 날 한화에 4-1로 승리한 LG와 함께 공동 선두를 유지했다. 19일 경기 후 단독 선두였던 롯데는 22승 14패로 SSG-LG에 2경기 차 뒤진 3위가 됐다. 최근 홈런포에 가속이 붙은 최정은 이날도 1회부터 롯데 선발 찰리 반즈를 상대로 선제 홈런을 때려내 기선을 제압했다. 최정은 17일 NC전 2홈런을 시작으로 최근 4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최정은 또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16일 NC전 이후 5경기 연속 멀티 안타(한 경기 2안타 이상) 행진도 이어갔다. 4번 타자 에레디아도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SSG 선발 투수 커크 맥카티는 5와 3분의 2이닝 5피안타 3사사구 3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4승(2패)째를 따냈다. 6-2로 앞선 9회말 마운드에 오른 SSG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3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1실점만 하며 경기를 끝냈다.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은 아니어서 세이브를 추가하진 못했다. 서진용은 전날까지 2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 행진을 이어갔으나 이날 시즌 첫 자책점을 기록해 평균자책점 0.42가 됐다. 공동 선두 SSG와 LG는 23일부터 인천에서 선두 자리를 두고 3연전을 치른다. 키움은 선발 최원태의 6이닝 무실점 호투 속에 KIA를 1-0으로 꺾었다. KIA 선발 양현종은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 투수가 됐다. 양현종은 개인 통산 2205와 3분의 2이닝 투구로 이강철 KT 감독(2204와 3분의 2이닝)을 넘어 통산 최다 이닝 투구 3위에 올랐다. KT는 두산을 7-3으로 꺾었고, 삼성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NC에 2-1로 승리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광주일고와 충암고의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6강 경기가 열린 21일 서울 목동야구장. 조윤채 광주일고 감독이 0-1로 뒤진 5회초 수비 1사 2루 상황에 2학년 선발투수 김태현을 내리고 1학년 투수 김성준을 구원 등판시켰다.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2, 3학년 투수가 더 있었지만 조 감독은 ‘위기에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는 (김)성준이’라고 생각했다. 해당 이닝을 실점 없이 막은 김성준은 이날 4와 3분의 2이닝 동안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김성준은 상대 타자 19명을 상대하는 동안 안타 4개만 내줬다. 3-1로 앞선 9회초 한 점을 허용했지만 추가 실점 없이 승리투수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투수와 야수를 병행해 왔던 김성준은 투수보다는 유격수 출전이 더 잦았던 선수다. 프로야구 LG에서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조 감독은 “성준이는 투수로 보면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데, 야수로 보면 30년에 한 번 볼 수 있을 만큼 재능이 더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광주일고 3학년 투수 4명 중 2명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김성준의 투수 등판이 불가피해졌다. 18일 서울동산고와의 32강전에서 9-8로 앞선 8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13-8 승리에 힘을 보탰던 김성준은 이날 16강전에서는 역전승의 발판을 놓는 주인공이 됐다. 이날 경기 후 김성준은 “오늘 속구 최고 시속이 143km가 나왔는데 나는 아직 1학년이니까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최고 시속 160km를 던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팀 한 스카우트는 “시속 140km 초중반대 공을 던지면서 제구도 잘하는 1학년 선수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김성준을 칭찬했다. 광주일고는 0-1로 뒤진 6회말 1사 1, 2루에서 6번 타자 박헌이 중견수 앞 1타점 적시타를 날려 1-1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1사 만루 기회에서는 8번 타자 이주현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 타점을 뽑았다. 황금사자기에서 광주일고와 충암고가 만난 건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광주일고는 충암고에 1-6으로 패해 우승을 놓쳤다. 이날 3타수 2안타 1볼넷 2득점으로 활약한 광주일고 3번 타자 송진형은 “12년 전 선배들의 패배를 오늘 우리가 복수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상원고는 대구고를 3-1로, 배재고는 비봉고를 11-9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전날 서울고는 공주고를 6-4로, 선린인터넷고는 인천고를 8-4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율곡고야구단은 설악고에 12-3,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두고 가장 마지막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율곡고야구단은 22일 강릉고와 8강행을 다툰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자오즈민 씨(60)는 세계 최강 중국에서도 최고의 탁구 선수였다. 1986년 아시아경기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1988년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창 전성기에 그는 선수로서의 성공보다 사랑을 택했다. 1989년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58)과 결혼하며 탁구채를 놓게 된 것. 목표로 삼았던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한 채 은퇴한 그는 “아쉬움이 남아서인지 몇 년간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주니어 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으나 출산과 함께 탁구와의 인연도 멀어지게 됐다. 이후 그는 잠시 탤런트 생활을 했다. 1996년 2월부터 약 6개월간 KBS에서 방영된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집온 며느리 역할을 맡았다. 자오 씨는 “한국말을 썩 잘하지 못할 때인데 대사가 너무 많고 어려웠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대사 자체를 통으로 외웠다. 다시 하라면 절대 못 할 것”이라고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 그는 중국에서 사업가로 변신해 크게 성공했다.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던 안 위원장이 골프를 하는 아들 안병훈(32)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미국, 유럽 등을 다니는 동안 자오 씨는 중국에서 휴대전화 연결음과 음악, 게임 등을 서비스하는 사업을 했다. 중국에서 유명인인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많아졌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웃었다. 약 20년간 떨어져 살던 자오즈민-안재형 부부는 최근 집을 다시 합쳤다. 중국 사업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자오 씨는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있으니 막 결혼했을 때의 기분이 든다”고 했다. 탁구로 맺어진 인연이지만 부부는 성향이 다른 편이다. 안 위원장이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면 자오 씨는 집에 있는 걸 선호한다. 안 위원장이 집에서 가까운 서울 서대문구 안산 봉수대를 맨발로 오르내리는 동안 자오 씨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한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은 안 위원장이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에 만든 ‘아이핑퐁 탁구클럽(I Ping Pong)’에는 함께 간다. 자오 씨는 “탁구공이 빠르게 오가는 걸 너무 오랜만에 보니 처음엔 좀 어지러웠다”며 “오랜만에 탁구를 즐기며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떨어져 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 지낸다. 대화는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서 한다. 가끔 말이 통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자오 씨는 “연애 시절에도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됐다. 말이 아닌 느낌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 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안 위원장의 건강이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안 위원장은 자오 씨의 성화에 조만간 종합 건강검진을 받기로 했다. 자오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편이 없으면 절대 못 산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해야 한다. 온 가족의 건강 말고는 바라는 게 없다”고 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안재형과 자오즈민(焦志敏)이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12월) 22일 정오 서울올림픽공원 수변무대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에 신랑 안재형은 조랑말을 타고 입장했으며 뒤따라 자오즈민이 가마를 타고 들어갔다. 이날 자오즈민이 탄 가마는 1백50여년 전 사용된 것으로 전주에서 구해온 것. 축의금은 신랑 측에서만 받았으며 김집 체육부 장관 박철언 정무장관 이해성 한양대 총장 홍재형 관세청장 등 5백여 하객이 이들의 결혼을 축하했다.”1989년 12월 22일 자 동아일보에서는 한-중 ‘핑퐁 커플’ 안재형(58)과 자오즈민(60)의 결혼식을 위와 같이 전하고 있다.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탁구 스타였던 두 사람의 결혼 스토리는 전 국민적인 화제였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할 때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때문에 두 사람은 갖은 고비와 어려움을 넘어서야 결혼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1989년 10월 제3국인 스웨덴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한 뒤 그해 12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는 한국과 중국 양국 모두에서 큰 관심을 모았고, 결혼식을 전후해 둘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루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두 사람에게 직접 결혼선물을 보냈을 정도로 국제적인 관심사이기도 했다.결혼 후 약 10년간 함께 생활하던 두 사람은 이후 약 20년간 떨어져 살았다. 안재형 한국프로탁구리그 위원장은 은퇴 후 실업팀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고, 이후 아들 안병훈(31)이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나자 함께 미국으로 가 뒷바라지를 했다. 안병훈이 유러피언투어(현 DP월드투어) 2부 투어를 뛸 때는 3년간 직접 캐디백을 메기도 했다. 자오즈민 씨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사업가로 변신해 중국에서 통신 관련 사업을 했다. 중국에서 유명한 탁구 선수였던 그는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큰 성공을 거뒀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 이후 자오즈민 씨는 중국에서의 사업을 정리한 뒤 다시 한국으로 왔다. 서로 바쁘게 약 20년을 보낸 두 사람은 약 2년 전부터 다시 집을 합친 뒤 제2의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지도자 생활을 할 때 아내가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너무 많았다. 이후 나는 병훈이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 유럽 등을 다녔다. 그동안 아내는 중국에서 사업을 했다. 이제 서로 할 만큼 다 했으니 같이 지내자고 해서 함께 지내고 있다”고 했다. 자오즈민 씨도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서 남편과 함께 있으니 1989년 막 결혼했을 때의 기분이다. 매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 함께 맛있는 것 먹고 다니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안 위원장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탁구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복식 동메달리스트다. 자오즈민 씨 역시 1986년 아시안게임 여자 단식에서 금메달을 땄고, 1988년 올림픽에서는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전히 절정의 기량을 갖고 있었지만 그는 1989년 결혼과 함께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됐다.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더 이상 중국 국적을 가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혼 뒤 잠시 한국 주니어 대표팀 코치를 맡아 지도자 생활을 했으나 아들이 태어나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자오즈민 씨는 “결혼이 아니었다면 선수 생활을 좀 더 오래 했을 것 같다. 서울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세계 최강이라는 중국에서 날 이기는 선수가 거의 없었다. 너무 아쉬운 은퇴여서 그런지 탁구채를 놓고 나서 몇 년간은 잠을 자다가 대표팀에서 훈련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시 탤런트 생활을 한 적도 있다. KBS에서 1996년 2월부터 약 6개월간 방영한 일일드라마 ‘며느리 삼국지’에서 중국 베이징에서 시집온 며느리 역할을 맡았다. 맏며느리로는 임예진 씨가 출연했고, 일본 도쿄에서 온 며느리로는 고 이지은 씨가 나왔다. 자오즈민 씨는 “지금 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할 것 같다. 아직 한국말이 그리 늘지 않았을 때인데 대사량이 너무 많고 어려웠다”며 “당시에는 그게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대사 자체를 통으로 외웠다. 선배 배우들이 내 대사를 보고는 작가에게 ‘우리가 하기에도 어렵다. 좀 쉽게 바꿔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생 좋아하는 탁구를 했고, 탤런트 생활도 해 봤다. 그렇다면 다른 일도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그게 바로 사업이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중국의 인터넷과 통신 분야는 한국보다 많이 뒤처져 있었다. 자오즈민 씨는 한국에서 유행하던 휴대전화 연결음, 일명 컬러링 사업을 중국에 도입했고, 이 사업이 대박이 났다. 이후에는 온라인 음악, 게임 등을 중국 통신사들을 통해 서비스했다. 요즘에 비해 중국 근로자들의 임금도 한국에 비해 크게 낮을 때였다. 중국에서는 그가 얼굴만 봐도 알만한 유명 인사였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자오즈민 씨는 “세월이 지날수록 같은 서비스를 하는 회사들이 많아졌는데 우리 회사를 선택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며 웃었다.자오즈민 씨는 사업을 할 때는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살이 찔 틈이 없었다고 했다. 선수 시절부터 소식을 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데다가 워낙 넓은 중국을 이곳저곳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자오즈민 씨는 “원래부터 살찌는 음식을 잘 먹지 않는다. 다만 맛있는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 양의 70% 정도만 먹으려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여전히 선수 시절과 비슷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자오즈민 씨는 “사실 집 밖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 운동은 홈 트레이닝 위주로 한다. 요가 등 몸의 유연성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주고 한다”고 했다. 반면 안 위원장은 밖으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안 위원장은 “지금 사는 곳은 서울 서대문구 안산 인근에 단독주택이다. 집에서 안산 둘레길이 가깝다. 흙길을 따라 맨발로 안산 봉수대를 다녀오곤 한다. 빠르게 걸으면 45분 안팎, 천천히 걸어도 1시간이면 왕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예전 뉴질랜드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나는 밖으로 돌아다니며 구경을 하고, 아내는 호텔방에서 그냥 쉬었던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런 두 사람이 요즘 함께 가는 곳이 있다. 안 위원장이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 5층에 만든 ‘아이핑퐁 탁구클럽(I Ping Pong)’이다. 자오즈민 씨는 “너무 오랜만에 탁구대 앞에 서서 탁구공이 빠르게 오가는 걸 보니 좀 어지러웠다”고 웃으며 “집에서 가까워 자주 들른다. 남편이 ‘탁구 놀이터’로 만든 이곳은 돈을 벌기 위한 곳이 아니라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들러 탁구 얘기도 하고, 탁구도 치는 곳이다. 나도 이곳에서 재미있게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두 사람은 여전히 알콩달콩 생활하고 있다. 대화는 주로 한국어로 한다. 다시 한국어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오즈민 씨는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중국어를 쓴다. 결혼 당시 학원을 다니며 중국어를 배웠던 안 위원장은 쉽게 이를 알아듣는다. 자오즈민 씨는 “연애 시절에도 서로 말이 안 통했지만 서로 사랑하게 됐다. 지금도 말이 아닌 느낌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오즈민 씨의 걱정은 자나 깨나 안 위원장의 건강이다. 그동안 건강 검진을 제대로 받지 않았던 안 위원장도 아내의 성화에 결국 위내시경과 대장 내시경이 포함된 종합 건강 검진을 예약했다. 자오즈민 씨는 “남편과 함께 지내는 것 자체가 행복이다. 남편이 없으면 절대 못 산다. 온 가족이 건강하고 무사히 지내는 것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

서울고가 시속 150km대 빠른 공을 던지는 3학년 ‘원투 펀치’ 이찬솔과 전준표의 호투로 황금사자기 16강에 올랐다. 서울고는 17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2회전에서 두 명의 ‘파이어볼러’를 앞세워 부천고에 10-1,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선발 등판한 이찬솔이 3과 3분의 2이닝 1피안타 2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구원 등판한 전준표가 3과 3분의 1이닝 1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올해 연습경기에서 최고 시속 154km의 강속구를 던졌던 이찬솔은 들쭉날쭉한 제구력이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올해 전반기 주말리그 4경기에서 8이닝을 던지는 동안 6실점(5자책)하며 평균자책점이 5.63이나 됐다. 앞서 열린 신세계 이마트배 대회에서도 한 경기 2와 3분의 1이닝 동안 3실점했다. 하지만 제구가 잡힌 이찬솔은 언터처블이었다. 이날 이찬솔은 최고 시속 150km의 빠른 공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부천고 타선을 압도했다. 최고 시속 138km가 찍힌 슬라이더도 일품이었다. 이찬솔은 내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지명이 유력하다. 수도권의 한 구단 스카우트는 “올해 고교 3학년 중에는 시속 150km대를 던지는 투수가 여럿 된다. 이찬솔 역시 좋은 체격에 힘 있는 공을 던져 잠재력이 크다. 1라운드 지명 후보”라고 평가했다. 이찬솔은 경기 후 “주말리그 때는 타자와 어렵게 승부하는 바람에 볼넷이 많았다”며 “오늘은 내 공을 믿고 빠르게 승부했던 게 효과를 본 것 같다. 패스트볼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73개의 공을 던진 이찬솔은 투구 수 조절을 위해 마운드를 일찍 내려갔다. 고교 야구에서는 한 경기 61∼75개 투구 시 이틀을 쉬어야 다음 경기에 나설 수 있다. 4회 2사 1루에서 이찬솔을 구원 등판한 전준표도 안정감 있게 공을 던졌다. 작년까지 시속 140km대 중반 공을 던졌던 전준표는 최근 들어 구속이 150km에 이를 만큼 빨라졌다. 이날도 최고 시속 149km의 공을 던졌다. 처음 일곱 타자를 연속 범타 처리한 전준표는 7회 들어 안타와 볼넷,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내줬지만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전준표도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상위권 지명이 유력하다. 서울고 타선에서는 3번 타자 여동건이 3타수 2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1번 타자 이준서(2안타), 2번 강민호(3안타), 4번 소한빈(2안타)까지 상위 타순 4명이 모두 멀티 히트를 기록했다. 이어진 경기에서는 선린인터넷고가 신일고를 15-8, 7회 콜드게임으로 꺾고 16강에 진출했다. 공주고는 4-9로 뒤진 7회말 대거 12득점하며 경주고에 16-9,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1회전 경기가 열린 신월야구장에서는 율곡고야구단이 우승 후보 1순위 장충고를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율곡고야구단은 2-2로 맞선 8회초 2사 1루에서 3번 타자 정형진이 좌중간 결승타를 치며 3-2로 승리했다. 장충고는 이번 대회 전 우승 후보 조사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스카우트 중 7명의 표를 받았으나 1회전에서 탈락했다. 강릉고는 도개고를 4-2로 꺾었고 안산공고는 신흥고에 9-0,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아이언맨’ 임성재(25)는 8일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 공동 8위를 한 뒤 곧바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사흘 뒤 시작되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서였다. 시차 적응도 못 한 채 나선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임성재는 우승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 다섯 타나 뒤졌으나 14일 최종 라운드에서 이를 뒤집으며 3년 7개월 만에 참가한 국내 대회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임성재는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번엔 18일부터 나흘간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의 오크힐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리는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 참가를 위해서다. 임성재는 “시차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빨리 극복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임성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으로 이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PGA투어 통산 2승을 기록 중인 임성재는 이번 시즌 우승이 없다. 하지만 최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3개 대회 연속으로 톱10에 들었다. PGA투어는 16일 PGA챔피언십 우승 후보를 예측하는 파워랭킹을 발표하면서 임성재를 17위에 올려놨다. PGA투어는 “한국에 다녀온 임성재가 자신감을 갖고 이번 대회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15일 끝난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준우승한 김시우(28)도 메이저대회 첫 우승에 도전한다. PGA투어 4승의 김시우는 “메이저대회를 앞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 좋은 기분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선수로는 김주형(21)과 이경훈(32), 베테랑 양용은(51)도 출전한다. 양용은은 2009년 이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꺾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양용은은 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권을 얻었다. 세계 랭킹 1위 욘 람(스페인), 2위 스코티 셰플러(미국), 3위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톱 랭커들이 대거 출사표를 냈다. ‘디펜딩 챔피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조던 스피스(미국)가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우즈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않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서울과 부산을 대표하는 강호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충암고-경남고 경기는 충암고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충암고는 15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에서 지난해 우승팀 경남고에 8-0, 7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황금사자기에서 ‘디펜딩 챔피언’이 1회전 콜드패를 당한 건 1998년 신일고 이후 25년 만이다. 이날 충암고 타자들은 출루만 하면 쉴 새 없이 ‘뛰는 야구’를 했다. 5명의 타자가 무려 11차례 도루를 시도해 한 번의 실패도 없이 11번 모두 성공했다. 2번 타자 허윤이 4도루, 4번 타자 박채울이 3도루를 기록했다. 또 이신혁이 2개, 이선우와 이충헌은 각 1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경남고는 고교 최고 포수 김범석이 버티는 팀이었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던 김범석은 황금사자기 활약 등을 발판 삼아 지난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때 LG로부터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이날 경남고는 이희성과 천지홍이 번갈아 마스크를 썼지만 충암고 타자들의 빠른 발을 당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충암고 마운드에서는 2학년 오른손 투수 박건우의 호투가 빛났다. 3-0으로 앞선 2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서 선발 투수 박찬호를 구원 등판한 박건우는 최지훈-최태원-박현서 등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3회말 다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박건우는 4회에는 최지훈-최태원-박현서 등 세 타자를 공 3개로 처리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세 명 모두 초구를 공략해 내야 땅볼로 아웃됐다. 이영복 충암고 감독은 “1학년 때부터 잘 던졌던 박건우가 우리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구위에 힘이 있고 제구가 뛰어나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구단 스카우트 역시 “제구로 따지면 고교 투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좋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건우는 이날 시속 140km대 중반의 힘 있는 패스트볼과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다. 4와 3분의 2이닝 4피안타 2볼넷 3탈삼진 무실점 투구로 승리 투수가 된 박건우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마음먹은 대로 던질 수 있다. 현재 체인지업과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 등 새 구종을 익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린 경기에서는 전주고가 4-4 동점이던 9회초에 터진 이지원의 2타점 2루타로 천안CS에 6-4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주고가 황금사자기에서 승리를 기록한 건 1985년 우승 이후 38년 만이다. 부산공고는 야로고BC를 14-10으로 꺾고 2회전에 진출했다.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첫 경기에서는 대구상원고가 나주광남고에 11-1, 6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대구고는 3학년 리드오프 진현제의 5타수 3안타 2타점 활약 등에 힘입어 창원공고야구단을 9-1로 꺾었고, 광주동성고는 청원고에 5-2로 역전승했다.이헌재기자 u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14일 서울 양천구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휘문고와 덕수고의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1회전은 ‘미리 보는 결승전’으로 불렸다. 전날까지 덕수고는 올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주최한 공식 경기에서 12전 전승을 기록 중이었다. 그런 덕수고에 일격을 가한 팀이 휘문고다. 휘문고는 비공식 경기로 치러진 2023 선수촌병원장기 결승에서 덕수고에 5-4로 역전승했다. 올해 황금사자기 대회를 앞두고 프로야구 10개 팀 스카우트들은 두 학교의 경기를 대회 최고 빅매치로 꼽았다. 우승 후보끼리 1회전부터 만났기 때문이다. 이날 두 팀의 경기는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명승부로 펼쳐졌다. 역전에 재역전, 재재역전의 혈투 끝에 마지막에 웃은 팀은 덕수고였다. 덕수고를 살려낸 선수는 우투좌타 내야수인 2학년 우정안이었다. 덕수고는 이날 우정안의 3타수 2안타 4타점 활약을 앞세워 휘문고를 8-6으로 꺾고 2회전에 올랐다. 덕수고는 7회까지 5-3으로 앞서며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8회초 3점을 내주며 5-6 역전을 허용했다. 잘 던지던 왼손 투수 정현우가 휘문고 1번 타자 염승원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했고, 바뀐 투수 김태형의 폭투로 한 점을 더 내줬다. 선수촌병원장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덕수고에는 ‘약속의 8회말’이 기다리고 있었다. 5-6으로 뒤진 8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우정안은 휘문고 에이스 김휘건의 2구째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역전 2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덕수고는 계속된 2사 2루 기회에서 정민서의 1루수 앞 내야안타 때 주자 배승수가 빠르게 스타트를 끊은 뒤 홈까지 쇄도해 점수를 추가했다. 우정안은 1-3으로 뒤진 4회말 2사 1, 2루에서도 좌익수 키를 넘기는 동점 2타점 2루타를 때렸다. 경기 후 우정안은 “8회초에 역전을 허용했지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내게 찬스가 걸리기를 계속 기다렸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과감하게 플레이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황금사자기 통산 7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덕수고는 18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인천고와 2회전을 치른다. 인천고에는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김택연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정윤진 덕수고 감독은 “우승을 위해선 반드시 인천고를 넘어야 한다. 쓸 수 있는 모든 투수들을 투입해 꼭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선린인터넷고는 순천효천고BC를 10-3으로, 서울동산고는 장안고를 5-0으로 꺾고 각각 2회전에 진출했다. 공주고는 덕적고에 13-5, 7회 콜드게임 승을 거뒀다. 서울고는 제주고를 상대로 1회에만 8점을 뽑으며 11-1(6회 콜드게임)로 승리했다. 부천고는 예일메디텍고를 6-3으로 눌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안재형 전 한국 탁구 대표팀 감독(58)은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낸 ‘탁구 레전드’다. 2년 뒤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유남규와 함께 짝을 이뤄 남자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난해 출범한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위원장을 맡고 있다. KTTL은 14일 열린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을 끝으로 두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안 위원장은 “프로탁구는 ‘맨땅에 헤딩’ 하듯이 출범했지만 시즌을 치르고 보니 많은 분들이 잘했다고 얘기해 주신다. 첫 시즌에 비해 두 번째 시즌엔 관중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다음 시즌에는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관중이 찾아오게 하려 한다. 좀 더 팬 친화적인 리그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중국 탁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자오즈민(60)과 결혼해 큰 화제를 모았다. 둘의 아들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안병훈(32)이다. 자오즈민 역시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과 단식 동메달을 딴 메달리스트다. 안병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골프에 출전했으니 가족 모두가 올림피언이다. 현장을 떠나 행정가로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 위원장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 탁구대 6∼7개가 들어가는 조그만 탁구장을 열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탁구 놀이터’다. 안 위원장은 “신촌은 젊은이들의 거리다. 젊은 친구들도 와서 운동할 수 있고, 동호인들도 와서 탁구를 칠 수 있다. 무엇보다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름은 ‘아이핑퐁 탁구클럽’으로 정했다. ‘아이(愛)’는 중국어로 사랑이라는 뜻이고, 핑퐁은 영어로 탁구를 의미한다. 그는 “내가 워낙 탁구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지었다”면서 “아이(I)를 영어로 쓰면 ‘내가 곧 탁구’라는 뜻이 된다. 그런 의미도 담고 있다”며 웃었다. 탁구는 하기 쉬운 듯하면서도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안 위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여유를 갖고 천천히 탁구에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안 위원장은 “탁구는 공이 작고 가벼워서 초보자들에게 어려울 수 있다. 처음에는 공만 줍다가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3∼6개월을 꾸준히 치다 보면 탁구공의 속도감을 알게 된다. 그걸 알고 치면 랠리가 된다. 일단 공이 오고 가기 시작하면 탁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승부에 집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동호인 탁구라고 해도 남을 이기려 하면 몸을 혹사해야 하고, 그러면 몸이 괴로워진다. 하지만 탁구 자체를 즐기려고 하면 정말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내 스포츠인 데다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탁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안 위원장은 “탁구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게도 적합한 운동이다. 부상 위험이 적고 체력 단련에도 좋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면 즐겁게 더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스포츠전문기자 uni@donga.com}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남자 탁구 단체전 결승에서 한국팀은 대표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우승 주역은 9전 5선승제에서 1, 5, 9경기를 모두 승리한 안재형 전 한국 대표팀 감독(58)이었다. 안 감독은 2년 뒤 열린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유남규와 함께 짝을 이뤄 남자 복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 감독은 요즘 작년 1월 출범한 한국프로탁구리그 초대 위원장을 맡고 있다. 아직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프로탁구는 전용 경기장인 스튜디오 T(경기대 수원캠퍼스 내)를 갖고 있고, 전 경기가 케이블TV와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되는 엄연한 프로리그다. 한국프로탁구리그는 14일 열린 내셔널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으로 두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부 리그 격인 코리아리그에는 남자 8개팀, 여자 5개 팀이 참가했다. 2부 리그인 내셔널리그에는 남자 7개팀, 여자 8개 팀이 출전했다. 안 감독은 “‘맨땅에 헤딩’ 하듯이 출범했지만 막상 시즌을 치르고 보니 많은 분들이 잘했다고 얘기해 주신다. 두 번째 시즌은 관중들에게 더 재밌게 다가가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 첫 시즌에 비해 두 번째 시즌엔 관중도 두 배 가까이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3번째 시즌에는 어떻게 해서든 더 많은 관중분들이 찾아오시게 하려 한다. 현재는 한 곳에서만 대회를 열지만 여러 도시에서 장소를 옮겨가며 경기를 할 수도 있다. 좀 더 팬 친화적인 리그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감독은 국가대표 탁구 선수, 국가대표 지도자를 거쳐 프로리그 위원장까지 맡은 ‘탁구 레전드’다. 그는 국가대표 선수 시절 중국 탁구 국가대표 선수였던 자오즈민(60)과의 국제결혼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말도 잘 통하지 않던 두 사람은 5년간의 연애 끝에 1989년 결혼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과 중국은 수교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라 갖은 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1989년 10월 제3국인 스웨덴에서 먼저 혼인신고를 했고, 그해 12월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안 감독은 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안병훈(32)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자오즈민은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 복식 은메달과 여자 단식 동메달을 땄다. 안병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골프에 출전했으니 가족 모두가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올림픽 가족’이기도 하다. 안 감독은 안병훈을 골프 선수로 키우기 위해 잠시 ‘골프 대디’로 외도를 했다. 어린 시절 탁구보다 골프에 두각을 나타냈던 안병훈은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로 골프 유학을 떠났고, 안 감독은 2007년 대한항공 감독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2009년 US아마추어골프챔피언십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한 안병훈은 대학 재학 중이던 2011년 프로로 전향해 유러피안투어(현 DP월드투어) 2부 투어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안병훈인 2부 투어에서 뛰던 3년간 안 감독이 직접 아들의 캐디백을 맸다. 안 감독은 “전문 캐디를 고용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내가 직접 백을 맸다. 캐디만 한 게 아니라 숙소 예약, 운전 등도 하며 유럽 전역을 다 돌아다녔다. 고생스럽다기 보다는 재미있었던 추억”이라고 말했다. 안병훈은 2015년 유러피안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6타차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골퍼로 떠올랐고, 이후 PGA투어를 주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안 감독은 이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국가대표 감독을 역임하며 다시 ‘탁구인’으로 복귀했다. 현장을 떠나 프로리그 위원장을 맡고 있는 안 감독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건물 5층에 탁구대 6~7개가 들어가는 조그만 탁구장을 열었다. 안 감독의 표현대로 하면 탁구인들을 위한 ‘놀이터’다. 안 감독은 “예전부터 탁구는 엘리트는 물론 생활 체육으로도 인기가 많았다. 생활 체육 에너지를 흡수해야 엘리트 탁구도 발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 왔다. 엘리트 선수든 동호인이든 내가 만든 놀이터에 와서 같이 놀고 즐기면 얼마나 좋겠다”고 말했다. 굳이 신촌에 자리 잡은 것은 접근성 때문이다. 도심에서 벗어나면 좀 더 넓은 탁구장을 열 수 있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탁구장을 열기로 했다는 것이다. 안 감독은 “신촌은 젊은이들의 거리다. 젊은 친구들도 와서 운동할 수 있고, 동호인들도 와서 운동할 수 있다. 엘리트 선수들도 언제든 와서 원 포인트 레슨도 해 줄 수 있다. 무엇보다 탁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름은 ‘아이핑퐁 탁구클럽’으로 정했다. 아이는 중국어로 사랑이라는 뜻이고, 핑퐁은 영어로 탁구를 의미한다. “중국 출신 아내 때문에 중국어를 쓴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전혀 그런 건 아니다. 어감 때문에 쓴 것뿐이다. 내가 워낙 탁구를 사랑하니까 그렇게 지었다”며 웃었다. 그는 또 “아이핑퐁에서 아이를 영어로 쓰면 ‘내가 곧 탁구’라는 뜻이 된다. 그런 의미도 꼭 담고 싶었다”고 했다. 탁구는 일견 쉬워 보이지만 막상 하려고 하면 쉽지 않은 종목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안 감독은 여유를 갖고 천천히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안 감독은 “탁구는 공이 작고 가벼워서 처음이 어렵다. 처음에는 공만 줍다가 끝날 수도 있다. 그 어려움을 알고 편하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3~6개월을 꾸준히 다니면 탁구공이 오고 가는 속도감을 알게 된다. 그걸 알고 치면 랠리가 된다. 일단 공이 오고 가기 시작하면 진정한 탁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탁구를 너무 경쟁적으로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안 감독은 “탁구를 치는 목적이 중요하다. 남을 이기려고 하면 몸을 혹사해야 하고, 그러면 몸이 괴로워진다. 하지만 탁구 자체를 즐기려고 하면 정말 오랫동안 재미있게 할 수 있다. 때로는 목표를 낮게 잡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실내 운동인데다 크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는 탁구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기도 하다. 안 감독은 “탁구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에게도 적합한 운동이다. 부상 위험이 적고 체력 단련에도 좋다.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면 더 즐겁게 오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P.S) 안 감독은 선수 시절 말년이던 1990년대 후반 골프를 시작했다. 어린 안병훈을 골프 연습장으로 데려간 게 안병훈이 PGA투어에서 뛰는 시작이 됐다. PGA투어를 아들로 둔 안 감독의 골프 실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한동안 안 감독은 자신의 골프스코어를 85타 전후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는 70대 타수를 여러 차례 기록 중이다. 안 감독은 “한창 캐디백을 메고 다니고 국가대표 감독을 할 때는 골프를 치긴 해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편한 마음으로 쳐서 그런지 스코어가 잘 나온다”고 했다. 정작 아들과 함께 라운딩을 한 것은 2~3번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정신 차리고 똑바로 하자는 마음으로 잘랐다.” 프로야구 NC-KT 경기가 열린 10일 수원 KT위즈파크. 경기 전 양 팀 선수들은 삭발을 한 채 나타난 NC 투수 이용찬(34)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이용찬은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투수다. ‘빠른 89년생’으로 김광현(SSG), 양현종(KIA·이상 35) 등과 동기다. 이들은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한국 대표로 함께 출전했다. 마무리 투수 이용찬의 삭발에는 ‘절치부심’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번 시즌 개막 후 7경기 연속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1승 3세이브를 따낸 이용찬은 4월 21일 롯데전부터 갑자기 흔들렸다. 이 경기를 포함해 4경기 연속 실점을 했고 세이브 기회를 두 차례 날렸다. 지난달 23일 롯데전에서는 1이닝 5피안타 3볼넷 5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강인권 NC 감독은 몸과 마음을 추스르라며 이용찬을 2군으로 보냈다. 그곳에서 그는 머리를 짧게 밀었다. 열흘 만에 돌아온 이용찬은 10일 KT전에서 8-7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삼자범퇴로 막고 시즌 6번째 세이브를 따냈다. 이용찬은 “후배들이 다들 ‘왜 그러시냐’며 놀라더라. 삭발을 한다고 심리적으로 도움이 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뭐라도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가짐을 새로 다지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장충고 에이스로 활약했던 2006년 이용찬은 제60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수투수로 선정되며 팀 창단 43년 만의 황금사자기 대회 첫 우승에 기여했다. 당시 장충고 사령탑이던 유영준 웅지세무대 감독(전 NC 단장)은 “용찬이는 학생 때부터 승부욕이 유독 강했다. 야구가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이것저것 해보며 극복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학생 때 스포츠머리를 했던 이용찬은 프로에 온 뒤 두산 시절에도 가끔 삭발한 머리로 운동장에 나타나곤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지만 그의 승부욕만큼은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포수에게 홈런을 맞지 말라”는 야구 격언이 있다. 홈런을 쳐 기분이 좋아진 상대편 포수가 투수 리드까지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8번 타자에게 안타를 맞지 말라”는 말도 있다. 타격이 가장 약한 선수가 주로 기용되는 8번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면 야수까지 힘이 빠지기 일쑤여서다. 그런데 요즘 LG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는 최근 들어 8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포수 박동원(33)이다. 9일까지 치른 최근 3경기에서 4개의 홈런을 몰아친 박동원은 8홈런으로 이날 기준 홈런 선두다. 산술적으로는 38홈런이 가능하다. 키움 시절이던 2021년 기록한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22개)을 여유 있게 넘어설 기세다. 방망이를 있는 힘껏 돌리기로 유명한 박동원은 KIA에서 뛰던 작년까지 ‘공갈포’ 이미지가 강했다. 맞으면 큰 타구가 되지만 상대적으로 정확성이 떨어졌기 때문. 스윙 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헬멧이 벗겨지는 모습이 자주 나왔고, 헛돈 방망이가 상대 포수의 몸을 때린 적도 있다. 하지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총액 65억 원에 LG로 이적한 올해는 많은 게 달라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예전엔 (스윙의 축이 되는) 왼쪽 벽이 빨리 열리면서 타격 자세가 쉽게 무너지곤 했다. 지금도 가끔 그런 모습이 나오지만 예전보다는 훨씬 폼이 안정됐다”고 설명했다.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는 주변의 평가에도 박동원은 “LG 타선에서 내가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객관적인 입장으로 보면 우리 타선은 상대 배터리(투수+포수)가 상대하기 정말 힘든 타선”이라며 “나를 빼곤 쉬운 상대가 없다. 테이블 세터 홍창기, 문성주를 시작으로 9번 타자 박해민까지 콘택트가 좋은 타자가 정말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팀 타율 0.296으로 2위 KT(0.266)보다 3푼이나 높은 선두다. 팀 안타(303개)와 타점(162점), 득점(170점), 볼넷(149개) 등 주요 타격 부문에서도 전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반면 팀 홈런(17개)은 공동 5위다. 박동원 혼자 팀 홈런의 절반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박동원은 LG 입단 이전에도 잠실에서 강한 면모를 자랑했다. 2020∼2022년 3년 동안 잠실에서 40경기를 치르며 남긴 안타 30개 가운데 홈런이 8개, 2루타가 7개였다. 안타 절반이 장타였던 것이다. 이 3년 동안 잠실에서 기록한 OPS(출루율+장타율)도 0.928로 이 기간 전체 성적(0.780)보다 좋았다. 잠실은 홈 플레이트에서 외야 담장까지 거리(좌우 100m, 중앙 125m)가 멀기 때문에 타자에게 불리한 구장으로 통한다. 이번 시즌에도 홈런 8개 중 5개를 잠실에서 친 박동원은 “구장 크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게 장타를 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팬들로부터 ‘괜히 데려왔다’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4년 계약이 끝날 때까지 ‘진짜 잘 데려왔다’는 말을 계속 듣고 싶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