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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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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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3~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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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평균 56→59세로… 서울 빅3高 출신 42→15%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0년이 지나면서 국내 재계 최고경영진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56.5세에서 59.3세로 2.8세가 오히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기술 발전으로 첨단 경영기법이 쏟아지면서 젊은 피 발탁이 강세를 보였을 거라는 예측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정년 연장에 따른 여파라는 시각도 있지만 학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베테랑을 이용한 안정 경영이 확산된 결과라는 해석에 방점을 둔다.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2008년 초와 올해를 기준으로 비교해 봤다. 조사한 결과 눈길을 끄는 변화가 적잖았다.》최근 10년 사이에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2.8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학계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젊은 피’ 발탁을 통한 공격 경영보다는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을 이용한 안정 경영이 확산된 결과라는 분석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종 규제로 투자 의욕이 떨어진 기업들이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6일 동아일보와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30대 그룹 계열사 중 금융감독원에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기업 대표이사를 대상으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와 올해 초 기준 경력을 비교 조사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금융위기 발생 10년을 맞아 국내 대기업 컨트롤타워가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대상은 2008년 초 206개사 271명(공동 대표 포함), 올해 초 279개사 326명(공동 대표 포함)이다. 최근 10년간 인수합병(M&A)이나 법인 설립 등을 통해 늘어난 계열사를 반영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 않아 인사 적체가 빚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기업에 있어 현상 유지는 죽음을 뜻하는 만큼 부정적인 신호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노련한 CEO 선호 지난해 10월 말 실시된 삼성전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 권오현 부회장과 윤부근, 신종균 사장(당시 직책) 등 60대 대표이사들이 모두 물러나는 대신 김기남, 김현석, 고동진 사장 등 50대가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에서 촉발된 세대교체 파도가 국내 기업들에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CEO스코어가 지난해 말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를 반영해 집계한 30대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통계는 이런 예상과는 달리 대표이사 평균 연령이 높아졌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LG전자는 조성진 부회장(62)을 2015년 말 대표이사로 내정해 현재까지 회사를 이끌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상훈 전 사장(63)을 이사회 의장으로 내정해 젊은 대표이사들과 균형을 맞추도록 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은 경기가 안 좋을수록 충성심이 강한 노련한 경영자를 찾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대외적인 확장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수세적인 경영을 해왔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명문학교 비중은 줄어…‘간판’보다는 ‘실력’ 이번 조사를 통해 대표이사들의 출신학교 지형도가 바뀌었다는 점도 확인됐다. 우선 명문고 비중이 대폭 낮아졌다. 올해 초 기준 경기고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6.3%로 전국 고교 중 대표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초(13.8%)와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경기고와 함께 서울 지역 3대 명문고로 꼽혔던 경복고와 서울고까지 합치면 3개 학교의 대표이사 배출 비중은 이 기간 42.4%에서 15.5%로 크게 줄어들었다. 명문고 비중이 감소한 것은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추진된 고교평준화와 무관하지 않다. 대기업 요직에서 활약하던 비(非)평준화 세대들이 은퇴할 연령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그 대신 평준화된 다양한 학교들이 대표이사를 배출했다. 실제로 대표이사를 1명이라도 배출한 고교가 2008년 초에는 81곳이었지만 올해 초에는 101곳으로 늘어났다. 대학도 비슷한 양상이다. 이 기간 서울대 출신 비중이 34.1%에서 27.3%로 감소했다. 고려대는 15.2%에서 11.5%, 연세대는 12.5%에서 10.2%로 각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이른바 ‘SKY대’ 출신 대표이사 비중이 2008년 초 61.7%에서 올해 초엔 49.2%로 줄었다. 그룹별로 보면 삼성그룹이 같은 기간 53.8%에서 37.5%, 현대차그룹이 45.0%에서 40.9%, LG그룹이 85.7%에서 75.0%로 각각 떨어졌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고교 평준화 세대가 대표이사급으로 성장하면서 과거 명문고 출신 CEO가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다만 명문대 출신이 줄어든 것은 국내 기업의 인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기업의 경영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간판보다는 실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가 정착된 결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영학과 출신 ↓, 이공계 출신 ↑ 대표이사들의 대학 시절 전공은 경영학이 제일 많았다. 올해 초 기준으로 전체 대표이사의 31.7%가 경영학도 출신이다. 대표이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도 서울대 경영학과(전체의 7.1%)였다. 하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그 비중은 확연히 줄었다. 2008년 초 기준 경영학과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44.7%였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 비중도 10.1%나 됐다. 경제학과 출신 대표이사 비중도 같은 기간 17.4%에서 9.3%로 감소했다. 반면 공대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올해 초 기준 39.9%였다. 10년 전(34.8%)과 비교하면 5.1%포인트 높아졌다. 수학과 등 이과 계통 학과까지 합치면 46.4%까지 올라간다. 10년 전 이공계 출신 대표이사 비중은 43.2%였다. 이공계에서는 서울대 화학공학과가 대표이사 배출 1위였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 대표이사 8명을 배출했다. 10년 전(4명)과 비교하면 갑절로 늘었다.송진흡 jinhup@donga.com·이설·이세형 기자}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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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칼 선생님’이 인권교육 알리미 됐네

    “인권 교육은 어릴 때 시작해야 합니다. 그런데 초등학생에게 맞는 교육 모델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죠.” 최근 ‘인권수업’(지식프레임)이란 책을 펴낸 서울 강서구 발산초등학교 교사 이은진 씨(37)는 초보 교사 시절 ‘왕칼(왕카리스마) 선생님’이라 불렸다. 잘못은 엄하게 다스리고 잘하면 칭찬을 아끼지 않아 붙은 별명이었다. 하지만 5년쯤 지나자 상벌에 기초한 이런 통제 방식에 강한 회의가 들었다. 야단을 치는 강도가 갈수록 강해진 데다 아이들도 버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씨는 “처음에 따뜻하고 친절하게 학생들을 대했더니 교실이 엉망이 됐다”며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니 ‘3월에는 웃지 마라’ ‘깐깐하게 굴어라’고 했다. 이후 교실은 조용해졌지만 아이들이 나를 피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교사와 학생의 수평적 관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행동이 아이들의 자기결정권에 상처를 줬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가 학생들의 인권에 눈을 뜨게 된 계기다. 하지만 막상 인권 교육을 하려니 자료가 부족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시민 강좌를 참고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 모델을 만들었다. “왕칼 시절 ‘왜요?’ ‘안 돼요?’는 저희 반 금지어였어요. 학생은 어른(선생님)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작은 일도 함께 풀어가려 합니다. 예컨대 말투가 거친 아이에게는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선생님이 무안해. 표현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라고 동의를 구하는 식이죠. 4학년 사회시간 ‘일하는 사람들’ 단원에서는 ‘노동’(블루칼라)과 ‘근로’(화이트칼라)라는 단어에 담긴 편견을 들여다보는 등 교과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인권을 다룹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교실의 위계질서 안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을 살피는 일이다. 교실에도 힘의 피라미드가 있는데, 그 속에서 존재감이 약한 아이들은 자기결정권을 침해받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하지 마’라고 하면 편하지만 금지는 근본 해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길 바랍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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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고고(孤高)

    고고(孤高) ― 김종길(1926∼2017)북한산이다시 그 높이를 회복하려면다음 겨울까지는 기다려야만 한다.밤사이 눈이 내린,그것도 백운대나 인수봉 같은높은 봉우리만이 옅은 화장을 하듯가볍게 눈을 쓰고깵신록이나 단풍,골짜기를 피어오르는 안개로는,눈이래도 왼 산을 뒤덮는 적설로는 드러나지 않는,심지어는 장밋빛 햇살이 와 닿기만 해도 변질하는,그 고고한 높이를 회복하려면백운대와 인수봉만이 가볍게 눈을 쓰는어느 겨울날 이른 아침까지는기다려야만 한다.12월에는 김종길 시인의 시 ‘성탄제’를 빼놓을 수 없다. 산타 할아버지의 옷보다 더 붉고, 선물보다 더 고마운 아버지의 사랑이 ‘성탄제’에 담겨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김종길의 또 다른 명편 ‘고고’ 역시 겨울의 작품이다. ‘성탄제’가 깊게 뜨거워지는 시라면, 시 ‘고고’는 높게 차가워지는 시다. 사람은 모름지기 뜨겁게 사랑하되 고고하게 높아져야 한다는 뜻인 걸까. 물론 시인은 이런 메시지를 위해 두 편의 겨울 시를 쓴 것이 아니다. 그런데 김종길 시인의 모습을 떠올리면 자꾸만 ‘성탄제’와 ‘고고’가 겹쳐져서 생각된다. 생전의 그는 어린 후학에게도 존대하고 예의를 지키는 분이었다. 원고를 부탁하면 원고지에 직접 글을 적어 우편으로 전하는, 그러면서도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분이셨다. 만날 때마다 ‘저런 분을 어른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이 들곤 했다. 사람의 품위란 무엇일까 생각하며 ‘고고’를 읽는다. 시에는 정좌하고 앉은 북한산이 우뚝하다. 신록과 단풍을 털어내고 원래 모습 그대로 솟은 산이야말로 기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겉치레와 허세가 난무하는 세상에 이렇게 고고한 사람, 즉 어른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그 좋은 본보기였던 시인은 지난봄에 별세하고 없지만, 시가 남아 사람의 고고한 품격을 지지하는 듯하다.나민애 문학평론가}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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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도언의 마음의 지도]마지막 날, 조심해야 할 일

    다시 한 해가 끝나갑니다. 새로운 한 해가 곧 시작됩니다. 나이 들수록 시간의 흐름이 더 빨라진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새해 인사를 나눈 지가 어제 같은데 며칠 남지 않은 2017년의 날들이 ‘마지막 잎새’처럼 펄럭입니다. 생각해 보면 ‘한 해’라고 하는 것은 인류가 인위적으로 나눈 시간 단위일 뿐입니다. 한 달, 하루, 한 시간, 일 분, 일 초 모두 같습니다. 동식물의 세계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봅니다. 나누기는 보통 무엇인가를 통제하려고 하는 짓입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기 전에 하는 해체도 나누기입니다. 요리책에 나오는 1, 2, 3, 4 순서도 나누어서 하라는 지침입니다. 시간 단위도 나누기의 산물입니다. 세상을 등질 때까지, 100년을 한 단위로 여기며 산다면 어떨까요? 지루하기도 하겠지만 우선, 개인의 삶에서 100년이라는 시간을 한 뭉치로 다루기는 뇌의 정보 처리 능력으로도 불가능합니다. 둘째, 나누어지지 않은 평생에 주는 학점은 낙제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나쁜 일 51%, 좋은 일 49%인 인생의 분류는 실패작입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을 나누면 달라집니다. 올해는 좋지 않았지만 내년은 잘될 것이라는 희망이 생깁니다. 어제는 힘들었지만 오늘은 잘 살아보겠다고 다짐합니다. 오전은 집중, 오후는 늘어지게 쉬는 융통성도 확보됩니다. 나누기의 지혜는 시간의 무한성을 내 손으로 통제 가능한 유한성으로 바꿉니다. 주중과 주말을, 근무시간과 퇴근 후 시간을 나누어 행복지수를 높입니다. 구분 없이 멋대로 섞인다면 정말 끔찍할 겁니다. 시간 나누기는 상업적으로도 활용됩니다. 연말에 백화점 등이 벌이는 대대적 할인행사는 유한하다는 착각을 소비자들에게 불러일으킵니다. 우리 모두 다 똑같은 행사가 내년에도, 그 뒤에도 계속된다는 명백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2017년 마지막 행사’ 광고는 2018년이 없을 것 같은 환상을 유발합니다. 마음이 급해집니다. 더군다나 사려고 하는 물건이 몇 개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심장이 뛰고 혈압이 올라갑니다. 현장으로 갑니다. 사람이 몰릴수록 사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립니다. 그냥 나오면 인생의 실패자로 전락한 느낌이 듭니다. 할인행사 전 1만 원을 할인 후 5000원으로, 반값 가격표는 시간의 전후를 영리하게 비교해 보여줍니다. 홈쇼핑 방송의 ‘남은 시간’ 자막은 더 극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압박합니다. 연말까지는 꼭 이루겠다는 결심을 많은 사람들이 합니다. 12월 31일이 없다면 우리 인생은 닻 없이 풍랑에 흔들리는 쪽배의 신세가 될 것입니다. 마감일은 마음을 쫓는 사냥개입니다. 새해가 밝은 1월 1일의 역할도 만만하지 않습니다. 작심삼일(作心三日)로 끝난다 해도 첫날 없이는 새로운 출발이 불가능합니다. 새해에는 취직을 하겠다, 돈을 모아서 원하는 것을 사겠다, 낡은 관계는 지우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다,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겠다 등등의 계획 수립은 어려워질 겁니다. 올해 12월 31일과 내년 1월 1일은 단 하루 차이이지만 끝과 시작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느끼는 차이는 엄청납니다. 연말은 뒤돌아보는 시간입니다. 이때 조심해야 합니다. 미처 이루지 못한 일보다는 이미 이룬 일에 집중해서 자존감을 올려야 합니다. 이루지 못한 일은 늘 확대되어 마음을 후벼 팝니다. 연말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하지 않아야 합니다. 비교는 슬픔, 불안, 우울의 씨앗이자 열등감을 찍어내는 공장입니다. 올해가 엉망진창이었어도 완전히 망치지는 않았습니다. 실패의 경험은 오래 간직해야 할 좋은 교과서입니다. 올해 안에 미처 이루지 못한 계획이 있다면 12월 31일 이전에 빨리 내년 365일을 더해 2년짜리 계획으로 변경합시다! 마음이 편해집니다. 단, 새해 할 일은 한 해가 아닌 월별로 나누어, 미루지 말고 단계별로 마치도록 합니다. 연말에 버리고 갈 것은 자신의 삶에 점수를 매기지 못해 안달하는 버릇입니다. 연말연시만이라도 ‘멍 때리며’ 살아봅시다. 출연자들이 순위를 다투며 경쟁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시청을 피하길 권합니다(관계자들의 너그러운 양해를 구합니다). 맥주를 마시고 닭튀김을 먹으면서 넋을 놓고 보아도 상을 타거나 출연료를 받는 사람은 어차피 남이고 내가 아닙니다. 비교만 되고 살만 찝니다. 대리만족? 어렵습니다! 깊이 있게 제작된, 삶의 고뇌를 다룬 다큐멘터리 시청을 추천합니다. 정 힘들면 그저 살아서 숨 쉬고 있음에 감사합시다. 후회와 우울감이 불쑥 올라올 때 복식호흡을 하면 도움이 됩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억울하게 세상을 하직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지금 이 순간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새해 계획 수립에도 너무 애쓰며 매달리지 맙시다. 어차피 구체적인 실행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혼돈스러운 마음을 정리하고 정돈하는 목적이 더 크다고 봅니다. 대강 하도록 합시다. 목록 몇 개만 만들면 ‘시작이 반!’이라는 착각에 빠져 마음이 편해집니다. 종이에 크게 적어 눈앞에 붙여 놓으면 한동안 동기부여도 됩니다. 하루 24시간, 한 달 약 30일, 한 해 365일이라는 시간 단위는 결국 삶의 경험에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우리의 치열한 몸부림입니다. 하나씩 올라가는 계단과 같이 다음 층에서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까 하는 궁금증 겸 두려움, 다시 한 번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해 줍니다. 우리의 삶이 두려움과 희망의 비빔밥이라면 잘 비벼야 맛있습니다. 아니면 한쪽은 고추장이 몰려 너무 맵고, 다른 쪽은 대책 없이 싱거워서 먹기가 거북할 겁니다. 하루 한 장씩 뜯을 수 있는 일력을 좋아합니다. 새해 첫날을 보내고 한 장을 뜯어도 무려 364장이 남습니다. 365일을 한 장에 몰아 한눈에 보이도록 친절하게(?) 찍어 낸 종이를 보면 광속으로 엄습해 오는 공황을 애써 막아야 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전자수첩보다는 종이수첩을 선호합니다.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고 여기저기 쉽게 넘겨 볼 수 있으며 전기 없이도 작동하고, 자손들에게 기록으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혹시 유명해지면 박물관에 보존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정도언 정신분석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 2017-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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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년 마지막 1주일 톡톡]“현정아! 31일 빅벤 아래서 뽀뽀하자”

    《 하루하루가 귀한 연말입니다. 뜻깊게 보내려 해도 후회와 다짐 속에 어영부영 흘려보내기 쉬운 시간이기도 하지요. 이럴 때일수록 계획이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2017년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신가요? 》 새해엔 더 사랑하게 하소서“이 나이가 되고 보니 식솔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그렇게 뿌듯합니다. 올해엔 다 같이 교회에서 연말을 보내고 새해 첫날 해돋이를 보러 가는 게 소원인데 아마 불가능하겠죠? 마음먹기 나름인데 아이들 생각은 저와 다른가 봐요.”―이문수 씨(71·부산 거주) “올해 아빠가 우울증으로 고생하시다가 최근에 발작 증세를 보여 입원까지 하셨어요. 엄마가 일을 하셔서 늘 곁에 계시지 못해 (결혼해 떨어져 사는) 제가 수시로 찾아뵀는데 잘 모시지 못했어요. 모든 일에 트집을 잡아 괴롭히니 저도 한계가 오더라고요. 죄송한 마음을 담아 연말에 가족파티를 열고 손편지를 드릴 계획입니다.”―현모 씨(39·직장인) “12월 30일부터 나흘간 영국 런던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여자친구가 1년 전 유학을 떠났는데 영상통화로는 그리움이 해소되지 않아 비행기 표를 끊어버렸죠. 함께할 시간은 하루 이틀 남짓에 표값은 150만 원이 넘지만 개의치 않아요. 지구 반 바퀴를 날아가 함께 새해를 맞을 생각을 하니 설렙니다.”―하모 씨(33·유통업계 종사) “올해엔 유독 학교 과제, 과외, 다문화가정 자녀들 멘토링 봉사 등으로 바빠 고향에 거의 못 갔어요. 그래서 연말에 부모님과 함께 4박 5일간 대만으로 여행을 다녀오려 합니다. 대만은 모녀끼리 함께한 첫 여행지인 데다 어머니가 특히 좋아하는 나라예요. 10년 만의 가족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뿌듯하네요.”―한송희 씨(23·대학생) “아들 며느리가 두 돌 된 손녀를 저한테 맡기고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파리로 여행을 떠나요. 친구들은 평소에도 맞벌이하는 아이들 대신 육아로 고생하는데 여행 갈 때도 아이를 떠맡기느냐며 눈을 흘기던데 저는 좋아요. 힘들지만 손녀딸 보는 게 놀이이자 휴식이고, 요즘 유일한 기쁨이거든요.”―김란희 씨(60대 주부) 함께 웃으면 복이 와요“명동성당은 매년 그해의 주요 사건에 따라 주제를 바꿔 건물을 장식합니다. 2018년은 주교좌 명동대성당이 봉헌된 지 120년이 되는 해라서 신자의 메시지 120개를 새긴 원형판을 전시할 예정입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뜻에서 304개의 별을 장식했죠. 이런 상징물들이 상처받은 이웃에게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정혜원 씨(51·주교좌 명동대성당 사목협의회 기획홍보봉사 분과장) “구세군은 전국 410여 곳에서 자원봉사자 6만 명이 12월에 집중적으로 모금활동을 합니다. 명동은 최초로 모금을 시작한 장소이고 고액 기부자도 많아 책임감을 갖고 일하죠. 명동의 모금액은 하루 평균 50만∼100만 원 정도입니다. 모금액이 가장 큰 곳은 잠실 롯데월드와 코엑스 쪽이죠.”―변종혁 씨(37·구세군 사관학생) “8년 전부터 남는 시간에 봉사를 다니기 시작했어요. 장애인 분들을 위한 김장, 이발, 병원 환자안내 등을 하는데 봉사활동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주부라서 연말에도 시간이 나는 편이고, 이제 주기적으로 뵙지 않으면 그분들 얼굴이 눈에 밟혀요.”―강모 씨(59·주부) 바쁘지만 이 맛에“연말에는 송년회 등으로 술자리가 많아져 폭행사건이 늘어납니다. 음주운전도 많아지고요. 그래서 지역 순찰근무와 음주운전 측정을 평소보다 강화하죠. 고되지만 ‘경찰관들 덕분에 든든하다’는 인사를 받으면 힘이 납니다. 그 맛에 이 일을 하는 것 같아요.”―한모 씨(27·경찰관) “학생들 방학, 크리스마스, 신정, 설 명절에 맞춰 개봉하는 영화가 많아서 영화사는 연말에 훨씬 바빠요.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을 그냥 보내긴 싫고 잠을 줄여서라도 송년회엔 꼭 참석하려고 해요.”―이모 씨(27·영화사 직원) “이벤트 업체는 연말에 평소보다 예약이 3배까지 많아져요. 저희 가게는 프러포즈 같은 이벤트를 주로 진행하는데 예약이 꽉 찼습니다. 노래 부르기, 맞춤 케이크 선물 등 방식은 제각각인데, 최근에 언어장애가 있는 손님이 한 프러포즈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두 분 다 장애가 있어서 시각적 효과에 최대한 신경을 썼는데, 정성껏 준비한 영상편지를 재생하니 두 분이 눈물을 흘리시더라고요. 그분들 덕분에 뿌듯한 마음으로 연말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이모 씨(34·더 로즈 신도림점 운영)  부대에서 보는 일출은 싫어“TV를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크리스마스와 새해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군 복무 중인데 다들 같은 생각이라 연말 휴가 신청이 밀려 있습니다. 부대에 남아 있으면 새해 첫날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나서 뒷산에 올라가 해뜨는 것도 봐야 하거든요. 피곤한 일이죠. 내려와서 먹는 떡만둣국은 괜찮지만요….”―이민주 씨(23·군인) “올겨울이 끝날 때까지 ‘집순이’ 생활을 해야 할 것 같아요. 한 달 전에 첫아이를 출산했거든요. 조리원 생활을 거쳐 집에 갇힌 지 2주째인데 답답증이 심해서 걱정이에요. 아기가 밤낮 구분 없이 2시간마다 울어대니 시간 감각이 무뎌지네요. 창밖엔 눈이 펑펑 내리고 TV에선 연말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되는데 저만 딴 세상 왕따가 된 기분이에요.”―손지영 씨(34·회사원) “내년 2월에 회계사 시험이 있어서 ‘열공 모드’를 유지해야 합니다. 요즘 오전 8시 반부터 다음 날 오전 1시 반까지 매일 거의 15시간씩 공부하고 있어요. 학원에선 더 배울 게 없을 것 같아서 혼자 공부하는데 외롭고 우울하고 때론 좌절감도 듭니다. 하지만 시험이 코앞이니 바깥 분위기는 모른 척 달려야죠.”―안찬희 씨(25·대학생) 내가 더 소중해 “방학식 다음 날인 12월 30일에 스리랑카로 떠날 계획입니다. 헤르만 헤세가 쓴 ‘인도 여행’이라는 책에 ‘스리랑카는 원시성을 간직한 나라’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그 책을 읽고 여행지를 스리랑카로 정했어요. 여행을 다녀오면 조금은 욕심을 내려놓고 새해를 맞을 수 있겠죠.”―신모 씨(56·중학교 교사) “여든이 넘었어도 평소엔 생각 없이 지내다가 연말이 돼야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게 되네요. 올해엔 벗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시기마다 부침을 겪다 보니 남은 인연이 그리 많지 않네요. 손녀에게 ‘지금 친구를 많이 만들어 둬라. 친구가 자산이다’라고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이형래 씨(83·서울 구로구 거주) “11월에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 연말에 집중적으로 다친 마음을 돌보려 합니다. 한 시기를 지나갈 때는 정리를 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이 생기는데 그러지 못해서 힘들었어요. 혼자 작은 서점 투어를 하면서 불필요한 감정은 싹 털어 버리려고요.”―홍지수 씨(30대 직장인)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청담동 숍에 가서 피부 관리와 머리 손질을 하고 치과에서 미백치료도 받고 싶습니다. 그러고 나서 못 입어본 지 10년 넘은 화려한 원피스 차림으로 바에서 칵테일을 마시며 신년을 맞을 거예요. 아이 셋을 줄줄이 낳으며 10년 넘게 주부로만 생활하니 미친 듯 일하고 놀던 예전의 제가 그립습니다. 두 달 전부터 남편에게 한풀이 한 번만 하게 해달라고 작업 중입니다.”―김유경 씨(39·세 아이의 엄마) “추억이 깃든 여행지에 가서 그곳의 일상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20, 30대 시절 혼자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그중에서 스코틀랜드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유스호스텔에서 만난 다국적 친구들과 ‘디기디비딥’으로 한마음이 됐던 밤과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유령투어’가 특별했죠.”―김모 씨(40·IT업계 종사) 이설 기자 snow@donga.com·조경준 인턴기자 한국외대 경제학과 3학년}

    • 2017-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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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정준호,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대사 위촉

    영화배우 정준호 씨(사진)가 불교계 장기기증 운동단체인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스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생명나눔실천본부는 20일 서울 종로구 본부에서 위촉식을 열고 “장기기증의 활성화와 생명 나눔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적극 나서달라”며 정 씨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정 씨는 장기기증 서약서에 서명하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일에 동참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94년 설립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보건복지부 지정 장기기증 희망등록 전문 홍보·교육 기관으로, 장기기증 희망등록, 자살예방센터 운영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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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2000권과 사귈 혼자의서재로 초대”

    “‘혼자’와 ‘시간’은 저의 오랜 화두예요. 누구나 혼자만의 충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최인아책방’의 최인아 대표(56)가 1일 새로운 책 공간을 선보인다. 금액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마음껏 책을 골라볼 수 있는 일명 ‘혼자의서재’다. 책방 한 층 아래에 위치한 ‘혼자의서재’에 들어서자 유럽의 여느 집 거실 같은 공간이 펼쳐졌다. 벽난로와 붙박이 서재로 꾸민 거실을 지나니 장서 2000여 권이 꽂힌 서가가 나왔다. 미로처럼 뻗은 좁다란 길 끝마다 웅크리고 있기 딱 좋을 공간이 숨어 있었다. “모처럼 시간이 났는데 집에 있긴 따분하고 카페는 시끄럽고. 책을 읽다가 쉬다가 명상을 하는 등 편안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마침 SK D&D의 지원으로 오랜 구상을 현실화 할 수 있었죠.” 이용료는 2시간에 3만 원, 4시간에 4만5000원, 1일 6만5000원. 다소 비싸지만 대부분 신간으로 구성된 ‘책방마님’의 추천 책 이용권과 커피 1잔, 약간의 베이커리가 포함된 가격이다. 크고 작은 도서관과 서점, 북카페가 넘쳐나는 요즘 이곳만의 장점은 뭘까. “서가의 큐레이션과 옆 사람과의 간격, 의자 종류까지 세심하게 고려했어요. 잠시라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분들이 오실 것 같아 ‘최인아책방’에 비해 문학 비중은 늘리고 경제·경영 서적은 줄였죠. 의자는 편안함을 고려해 암체어, 소파베드, 리클라이너로 구성했습니다.”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등의 명카피로 잘 알려진 최 대표는 2012년 제일기획 부사장직에서 물러나 지난해 8월 책방으로 제2인생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1년 4개월이 마치 10년 같다”며 “힘들지만 ‘쓰임’이 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손님들이 ‘강남에 책방을 열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넬 때 더없이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면서 다른 이에게 도ㅇ움이 된다는 점이 이 일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참, 카피라이터로 활동할 때와 달리 내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웃음)” 그는 “전문가 추천 코너를 마련하고 매달 자신이 추천한 책을 배달하는 ‘북클럽’ 서비스도 계획 중”이라며 “책과 함께 비우고 채우고 사유하는 충만한 ‘혼자의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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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동준비 톡톡]“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드려야죠”

    《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들고 손발이 곱습니다. 온통 잿빛 차림의 거리 풍경에 마음까지 칙칙해지는 듯합니다. 하지만 추위에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추위를 모르는 사람처럼 당당히 겨울을 맞기 위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월! 동! 준! 비!“열대지방 동물인 코끼리는 날씨가 추워지면 눈물이 많이 맺혀서 거품이 일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 타고난 조건과 다른 환경에 사느라 고생하는구나 싶어 안쓰럽죠. 사자나 원숭이 우리에는 열선바위(따뜻한 바위)와 열등이 있습니다.”―고슬기 씨(31·서울대공원 사육사) “남극은 여름철에도 기온이 보통 영하 15도, 흐리면 영하 30도까지 떨어져요. 현장에 나가면 보통 1주일 정도 머무는데, 모든 종류의 식음료가 다 얼어버려요. 코가 얼면 콧물이 나오는 줄도 몰라서 얼굴이 참혹해지죠. 물이 부족해 며칠 동안 씻지 못하고 침낭에 들어가면 몸냄새가 훅 올라오는 것도 고역입니다.”―허순도 씨(52·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 극지고환경연구부 부장) “올해엔 분홍, 초록 등 강렬한 색깔의 털이 장식됐거나, 무채색이 아닌 튀는 색상의 패딩이 인기죠. 부츠는 양말처럼 신는 양말부츠가 세계적인 ‘핫템’으로 떠올랐어요. 부츠가 발목을 두툼하게 감싸면 종아리가 굵어 보이는데, 양말 부츠를 신으면 발목라인을 살릴 수 있습니다.”―정혜미 씨(33·롯데백화점 홍보팀 과장) “자동차 월동 준비는 냉각수 부동액 관리가 가장 중요한데요. 실외 주차장의 경우 최저기온을 파악한 뒤 정비소에서 그보다 5도 더 낮게 부동액 비중을 낮추는 게 좋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온도에 대응하려 하면 부동액의 점성이 높아지면서 차가 고장 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임기상 씨(59·자동차10년타기운동본부 대표) “저는 추위를 즐기는 편이에요. 웅크리고 벌벌 떨기보다는 가슴을 펴고 맞서면 추위가 좀 가시더라고요. 그래서 겨울 액티비티 스포츠를 즐깁니다. 부모님과 태백산 등성이를 따라 겨울 등산도 가고 일본에 스노보드도 타러 가죠. 새벽 겨울산에 오르면 칼로 베이는 듯 볼이 따가운데, 그 느낌도 은근 중독성이 있더군요. 하하.”―임성빈 씨(33·유통업계 종사) ‘깔깔이’를 아시나요?“저희 가족의 겨울 실내복은 일명 ‘깔깔이’입니다. 어른은 물론 두 살, 여섯 살 딸도 아래위로 깔깔이 패션을 하고 있어요. 어느 날 인터넷에서 유아용 깔깔이를 보고 너무 귀여워서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가볍고 따뜻하고 활동하기도 편하더군요. 잘 때는 난방텐트를 쳐서 난방비를 절약합니다.”―서은미 씨(37·서울 마포구) “족열기와 다리 마사지기, 발열 신발깔창 없이는 겨울을 날 수 없어요. 20년 전 군대에 다녀온 뒤 몸이 곯았는지 겨울만 되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거든요. 일할 때는 발열깔창을 깔고, 집에 가서는 바로 족탕을 한 뒤 다리 마사지를 해요. 올해인 신발 바닥에 열선을 깐 발열신발을 구매할 예정입니다.”―박모 씨(40대 중반·자영업) “USB메모리를 이용한 각종 발열용품들이 올해에 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발열 방석, 마우스패드, 접이식 등받이 히터, 신발, 귀마개, 담요, 책상보, 손난로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제품이 발열 기능을 갖췄죠. 특히 보조배터리 겸 손난로로 쓸 수 있는 발열 손난로가 아이디어 상품 중에선 돋보입니다. 중소기업의 1만∼6만 원대 제품들이 주를 이룹니다.”―황훈 씨(38·쿠팡 홍보팀 차장)  먹는 것이 제일 중요“평소 소화가 잘 안 되고 체하는 경우가 많거나 손발이 차면 추위를 잘 타죠. 이런 분들은 걷기 등 운동을 꼭 해야 합니다. 신체 부위 중 허벅지가 끌어올리는 체온이 전체 몸 중 40% 가까이 차지하거든요. 음식 중에는 양파 마늘 인삼 생강 대추 계피 등이 체온을 높이는 데 좋습니다.”―이상곤 씨(52·갑산한의원 원장) “저는 생강 마니아예요. 홍삼은 비싸서 못 먹고 몸속까지 후끈하게 해주는 음식은 생강이 제일이거든요. 생강차는 물론 생강 절편, 생강 과자, 생강 절임 등을 입에 달고 살죠. 그중 특히 좋아하는 건 생강 절편인데, 집에서 만들어 먹어요. 생강 껍질을 일일이 벗긴 뒤 꿀과 설탕을 버무려야 해서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 않지만 쓴맛과 단맛의 조화는 그 어떤 간식도 못 따라갈 걸요?”“―손은정 씨(39·서울 성동구 거주) “겨울에는 특히 단백질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체온이 1도 떨어지면 면역력은 반으로 떨어지는데 단백질이 면역에 좋거든요. 두부탕, 두부콩전, 꼬막·홍합·피조개를 넣은 조개전 등을 별미로 추천합니다.”―임경숙 씨(59·수원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추위가 두려운 사람들“한파가 다가오면 공무원들이 침낭, 깔개, 패딩 등을 주지만 영하의 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에요. 밤을 보낼 수 있는 실내 시설이 많지 않아 서울역이나 유리문이 갖춰진 종로 지하철 역사에서 박스집을 만들죠. 일단 잠들면 괜찮은데, 잠들기까지가 고역이에요. 등에서 한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거든요.”―김모 씨(노숙인) “반지하 단칸방에서 두 아이와 함께 지내요. 건물이 오래되고 허술해서 겨울엔 칼바람이 그대로 들어와요. 외풍 때문에 밥 먹거나 공부할 때도 아이들은 이불 뒤집어쓰고 생활해요. 화장실이 제일 문제예요. 바깥 화장실과 다름없는 공기의 화장실에서 두 살 된 딸을 씻기면 피부가 빨갛게 터요. 로션을 사 바를 형편도 안 되고….”―이모 씨(경기 부천시 거주) “혹한기 훈련은 생각만 해도 머리털이 비쭉 솟아요. 손끝, 발끝, 귀끝이 얼어붙는 감각이 되살아나거든요. 군에서 귀마개, 목도리, 안면마스크, 장갑 등을 주는데 올겨울에는 비니가 추가됐어요. 지급차에서 밍크내복, 양말 등을 살 수 있지만 민간 쇼핑몰을 더 자주 이용합니다. 왠지 더 ‘간지’나는 것 같거든요.”―이상일 씨(21·군인) 럭셔리 월동?!“2, 3년 전부터 캐나다 북부 옐로나이프와 아이슬란드 등의 오로라 관련 상품이 인기입니다. 항공편이 적다 보니 300만∼500만 원대로 비싼 편인데도 특별한 경험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은 백두산 온천을 많이 찾고, 신혼부부는 따뜻한 남반구의 호주 여행을 선호합니다.”―류민우 씨(30·하나투어 홍보팀) “중학교 2학년인 큰딸이 얼마 전 방탄소년단이 광고하는 퓨마 롱패딩을 사달라고 하더군요. 그건 20만 원대 후반이라 비싸서 대신 10만 원대 초반의 다른 브랜드 제품을 사줬어요. 앞으로 3년간 패딩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요. 덩달아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도 패딩 타령을 하는데, 브랜드에 눈뜨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 같아요.”―신지원 씨(47·중학생 자녀 학부모) “저는 모피를 좋아해요. 패밀리세일이나 시장을 이용하면 가격도 많이 다운돼서 살 만하고(그래도 최소 100만 원은 훌쩍 넘지만), 모피 하나만 걸쳐도 스타일이 살거든요. 최근 밍크나 여우를 산 채로 잡는 영상이 퍼지면서 모피 반대 운동이 열을 띠고 있는데, 모피를 입는다고 무작정 타인을 비난하는 분위기는 불편해요. 가치관과 취향이 다른 거잖아요.”―신모 씨(40·직장인) “요즘 20만∼30만 원짜리 롱패딩이 ‘신등골브레이커’라며 일부 학교에서 금지령을 내렸다는데, 그건 ‘오버’ 같아요. 몇 년 전 노스페이스는 70만∼80만 원대라 등골브레이커라 할 만했지만 롱패딩은 따뜻한 데다 교복보다 저렴하잖아요. 그게 싫으면 교실을 따뜻하게 해주든지요.”―이모 양(17·고등학생) “저희 때는 교복 재킷에 목폴라, 귀마개, 장갑, 모자 이런 것들로 버텼고 일부만 떡볶이 코트로 멋을 냈죠. 요즘엔 가을에는 브랜드 조끼에, 겨울에는 패딩에 난리더군요. 사실 5만 원대 이월상품도 쓸 만한데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내세워서 학생들을 유혹하는 기업들이 문제라고 봐요.”―박수진 씨(25·학원강사)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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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미정 대표 “짠테크? 욜로? 밸런스 소비가 최고죠”

    “‘짠테크’족도 ‘욜로’족도 비난의 대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 나름의 욕망이 있을 테니까요. 다만 돈에 상처받는 소비는 ‘나쁜 소비’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미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짠테크’와 현재를 즐기자는 ‘욜로’의 기 싸움이 팽팽하다. 지난달 24일 만난 경제생활교육계 대모인 박미정 푸른살림 대표(44·사진)는 “독하게 아끼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저축할 이유를 찾지 못해 가진 돈을 탕진하는 이들도 있다”며 “그 나름대로 까닭이 있기에 무조건 비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다만 “돈을 쓰거나 못 쓰는 데서 상처를 받는다면 소비 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읽지도 않는 책을 잔뜩 사 모으는 탓에 월세를 내지 못하는 A 씨, 알고 지내는 모두에게 밥을 사느라 원할 때 여행을 가지 못하는 B 씨 모두 나쁜 소비의 사례예요. 돈을 쓰고 나서 후회하고 정작 필요한 건 하지 못해 슬퍼하죠. 내가 내 돈을 쓰고도 스트레스를 받는 건데 ‘밸런스 소비’로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절약과 자기만족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 원하는 건 누리고 후회할 소비는 줄이자는 밸런스 소비는 짠테크와 욜로의 중간 개념. △지출 내용을 쓴 뒤 식비 문화생활비 품위유지비 등으로 분류 △욕망의 우선순위에 따른 소비를 하고 있는지 확인 △욕망을 억누르지 않는 방향으로 소비 방향을 조정하는 순서를 따른다. 박 대표는 금융계에 종사하다가 개인 파산까지 한 경험을 토대로 생활경제교육 강사 생활을 시작했다. 저서 ‘적정소비생활’로 이름을 알린 뒤 최근 대형 포털에서 오디오 방송을 시작해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지름신’과 ‘탕진잼’ 같은 유행어는 모두 소비에 대한 죄의식을 담고 있죠. 하지만 욕망은 인정받고 이해받아야 해요. 소비를 하기 전에 필요 순위를 따지는 습관을 들이면 어느덧 밸런스 소비가 몸에 밸 겁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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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악 전도사 남궁연씨 “국악에도 멋진 히트곡 나와야죠”

    “소리든 춤이든 몸을 따라가는 장단은 전 세계에 국악이 유일합니다. 조선시대 세종 이후 궁중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악보 없이 구전으로만 수세기 이상 이어 왔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최근 만난 ‘국악 전도사’ 남궁연 씨(50·사진)는 이렇게 말하며 열정과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노트북을 펼쳤다. 노트북에서 보여준 동영상에는 여인의 노랫가락에 맞춰 한복 차림의 무용수가 유연한 연기를 펼치고 있었다. “민요 배따라기를 버클리 출신 음악감독(김진수 민경훈)이 편곡·연주한 곡인데 한국 무용 춤사위와 절묘하게 어우러지죠?”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한 여성이 오묘한 음악에 맞춰 ‘각기춤’과 발레를 섞은 듯한 춤을 췄다. “아쟁, 거문고, 장구로 즉흥 연주한 곡에 강효형이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리허설 장면이에요. 국악처럼은 들리지 않죠?” 드러머, 라디오 DJ, 강사, 연출가, 크리에이터 등 수많은 직함을 가진 남궁 씨는 요즘 국악에 ‘다걸기(올인)’ 중이다. 지난 1년간 ‘2017 대한민국 무형문화재대전’에 올릴 공연을 준비해 왔기 때문. 26∼29일 전북 전주시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리는 이번 무형문화재대전에서 그는 무형문화재 이수자들이 중심이 된 ‘이수자 합동공연: 시간의 단면’을 기획·감독했다. “지난해 국악방송 DJ를 하면서 매주 한 명씩 명인들을 만났어요. 클래식으로 치면 지휘자 카라얀급의 대가들과 1년간 만난 것이죠. 그분들의 공통된 바람 중 하나가 성공한 예술인이라는 결과보다 과정의 고통을 봐 달라는 거예요. 그런 바람과 젊은 국악인이 대를 잇는 과정을 잊지 말자는 취지에서 공연 제목을 ‘시간의 단면’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는 클래식처럼 국악이 널리 향유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정책 차원에서 이뤄지던 국악과 다른 예술 분야의 협업이 조금씩 자발적인 차원으로 넓어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발레리나 김주원 씨는 스페인 국립무용단 수석 김세연 씨와 함께 소리꾼 이나래의 ‘닻’이란 곡에 안무를 입혀 무대에 올린다. 남궁 씨는 “다른 예술 분야의 유명인들이 국악을 활용해 많은 작품을 만드는 것을 돕고 싶다”며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 국악에서도 멋진 히트곡이 나오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궁 씨에게 이번 공연은 더욱 각별하다. 그간 국악 공연을 많이 연출했지만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준비한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 “정신 차리고 만든 첫 공연이니 ‘감탄’을 넘어 ‘감동’을 줄 거라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공연뿐 아니라 한지공예, 매듭 팔찌, 강강술래 등도 체험할 수 있으니 많이 와서 우리 문화를 즐겼으면 합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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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펫팸족 1000만 시대 톡톡]사랑스러운 반려견, 때론 조심 또 조심해야

    《 동물과 가족처럼 지내는 ‘펫팸족’ 1000만 시대. 나만 바라보고 늘 웃어주는 반려동물은 때론 사람보다 더 큰 위안을 줍니다. 하지만 ‘반려’라는 말이 무색하게 버려지는 동물도 적지 않은데요. 진정한 반려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  본인에겐 가족, 남에겐 공포“얼마 전 대형 쇼핑몰에 갔다가 집채만 한 개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사람 허리까지 오는 개였는데 주인이 개에게 끌려다니더군요. 구경하려던 매장 앞에 그 개가 계속 서 있는 바람에 무서워서 매장은 들어가지도 못했죠.”―이현주 씨(64·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을 하고 있는데 작고 흰 강아지가 갑자기 제게 뛰어들었어요. 어둑한 저녁인 데다 개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화들짝 놀라서 발로 차며 저리 가라고 외쳤죠. 한데 주인이 오더니 왜 그러냐며 삿대질하면서 욕설을 하더군요.”―손지향 씨(37·서울 마포구) “집 근처 공원에 거의 매일 나가는데 새벽이든 저녁이든 대형견이 정말 많아졌어요. 하도 개가 많아 저는 경찰에 위협을 느낀다며 몰래 신고해요. 저는 정말로 두렵고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습니다. 동물권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우선시하자는 겁니다.”―최모 씨(34·자영업) “로트바일러를 키운 적이 있는데 흥분해서 난동을 부리면 성인 남성도 제어하기 힘들어요. 제 키가 178cm에 몸무게가 80kg인데도 힘이 부치거든요. 한데 체구가 작은 여성이 헐겁게 목줄 하고 두세 마리씩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자주 봐요.”―목성훈 씨(30·부산 거주) “수년 전부터 아기와 반려견이 같이 잠을 자고 뒹굴며 장난치고 목욕하는 영상이 널리 퍼졌잖아요. 이런 영상이 반려동물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진돗개에 특히 관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박미라 씨(37·교사) “파충류나 양서류도 감정 표현을 하고 동물과 교감을 할 수 있습니다. 징그럽다는 분들이 많은데 파충류나 양서류는 병도 잘 안 걸리고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 동물이 많아 우리나 실내에서 가둬 놓고 기르기 좋습니다.”―최진원 씨(33·파충류 사육사·희귀동물 분양전문점 ‘비비펫’ 운영)  사람 무는 개, why?“대형견들의 사냥 본능을 다스리려면 어릴 때부터 다양한 소리, 장소, 사람에게 노출을 시켜야 해요. 그래야 사회성을 키울 수 있거든요. 그렇지 않으면 낯선 환경에서 반사적으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공격을 하게 됩니다.”―이웅종 씨(47·연암대 동물보호계열학과 교수) “얼마 전 이촌한강공원에서 목줄을 하지 않은 골든레트리버 2마리가 동시에 제 반려견을 물어뜯어 피투성이가 된 채 숨을 거뒀습니다. 해당 견주 이야기를 건너 들었는데, 개들을 목줄로 학대한다고 하더라고요. 주인이 반려견을 학대하고, 그 반려견이 제 반려견을 학대하고….”―박현선 씨(39·몰티즈 주인) “저희 개가 애견카페에 갔다가 대형견에게 얼굴을 물려 구멍이 났어요. 대형견과 소형견 공간이 분리돼 있지 않아 돌아갈까 하다가 들어갔는데 결국 사달이 났죠. 상대 개가 관절염 약물을 복용 중인 골든레트리버였는데, 치료 중인 개는 예민해져서 애견카페에 오면 안 되거든요. 애견 카페는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대형견 소형견 분리 등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문혜영 씨(37·영어학원장) 펫티켓 장착합시다“영국은 공공장소에서 모든 개가 견주의 신상정보가 적힌 목줄을 착용해야 합니다. 주인이 개를 통제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면 50∼1000파운드의 벌금을 내야 하죠. 미국은 1000달러의 벌금이나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고요.”―박모 씨(공무원) “개 키우는 것도 등록제로 하고 세금을 납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휴가철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1만5000건이라니, 너무하지 않나요? 외국에서 생활할 때 보니 아파트에선 동물 종류와 무게 등에 제한을 두거나 맹견은 등록비를 늘리는 등 제도가 다양하던데 우리나라는 여러모로 과도기인 것 같아요.”―김진명 씨(29·닥스훈트 주인) “하도 호텔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가서 결제방식을 선불제로 바꾸고 신분증 주소까지 철저히 확인하고 있습니다. 선불이니 처음엔 일주일 정도 계약했다가 차츰 기간을 연장하는데 이제는 그 속이 빤히 보이죠. 더 악질은 동물을 맡긴 뒤 보상을 노리고 피부병이 생겼다, 상처가 생겼다며 시비를 거는 경우예요. 수의사 뺨치는 지식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사기꾼들에게 당하기 쉽습니다.”―김모 씨(40대·애견호텔 운영)  펫팸족도 할 말 있다“명절에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반려동물 이야기가 나왔어요. 키우던 시추를 얼마 전 떠나보낸 상태였는데 이모 한 분이 동물 가둬놓고 키우는 건 이기적이다, 동물에게 쏟을 정성을 차라리 고아들에게 쏟아라 등 악담을 퍼부으셨어요. 잠깐 키웠다 해도 내 자식이라서 아픈 건데 쉽게 얘기하면 마음이 무너져요.”―박지현 씨(27·시추 주인) “아파트 뒤에 공터가 있는데 오후 10시만 되면 견주들이 강아지 풀어놓고 노는 곳이 있어요. 한데 요즘 사건이 많이 터진 이후 그곳에서 견주와 행인이 싸우는 상황이 잦아졌어요. 흡연구역처럼 강아지프리존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배자운 씨(23·유기견 입양) “1년 만에 키우던 강아지를 분양숍에 되돌려준 적이 있어요. 처음엔 집안의 귀염둥이였는데 저는 재수하게 되고 동생은 고 3에 아빠는 한창 바쁘셨어요. 강아지와 가장 긴 시간을 보내는 엄마도 아프셨고요. 또 훈육이 제대로 안 되니 온 가족을 물고 힘들게 해서 고민하다가 그렇게 결정한 거죠.”―김누리 씨(25·대학생·푸들 주인) 갈 길 먼 ‘펫팸 사회’“현행법상 반려동물 사체는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동물 장묘시설에서 처리해야 합니다. 전국에 화장시설이 25곳 정도 있는데 숫자가 턱없이 부족해도 님비현상 때문에 시설 건립 계획이 꺾이는 경우가 많죠. 비용은 보통 무게 5kg에 20만 원 정도로, 개 고양이뿐 아니라 햄스터 등 작은 동물도 화장할 수 있습니다.”―구화철 씨(59·반려동물업계 관계자) “지난해에만 승객 2만5000명이 반려동물을 데리고 저희 비행기를 탔어요. 동물 여행이 늘면서 저희 항공사에서는 동물에게도 마일리지를 주는 ‘스카이페츠(Sky Pets)’ 서비스를 5월부터 시작했습니다. 다만 여행할 수 있는 동물은 개, 고양이, 새로 제한됩니다.”―박은혜 씨(대한항공 국내홍보1팀 과장) “반려동물을 키우다 보면 시끄럽게 짖고, 털 날리고, 이웃들과 갈등도 생기죠. 그러면 슬그머니 버릴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로선 등록제를 손보자는 의견도 있고 우수한 보호센터에 지원을 확대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견주들 자격을 제한하자는 의견은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어 현재로선 계획이 없습니다.”―이승환 씨(38·농림축산식품부 축산환경복지과 사무관) “동생이 분양받은 고양이를 제가 키우고 있는데 강아지보다는 돈이 덜 드는 편이에요. 그래도 이런저런 검사까지 하다 보면 20만 원 이상 드는 것 같아요. 미용비는 무마취는 대략 10만 원, 마취는 15만 원 정도입니다. 그래도 강아지보다 배변도 잘 가리고 외로움도 덜 타니 1인 가구나 맞벌이 가정에서 고양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이효리 씨(25·헤어디자이너·페르시안 친칠라 고양이 주인) “요즘 사회적으로 대인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잖아요. 반려동물은 대가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감정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찾는 것 같아요.”―정지은 씨(36·문화평론가) 이설 기자 snow@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 2017-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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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축구 톡톡]“축구 선수인지 연예인인지…”

    《 한국 축구 팬들이 뿔났습니다. 최근 국가대표팀의 부진과 비매너에 위태롭던 팬심마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국내 스포츠 종목 가운데 가장 큰 사랑과 지원을 받고도 정신 못 차리는 한국 축구는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요. 팬들이 ‘사랑의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  졸전의 연속“이란-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월드컵 예선 2연전은 최악이었습니다. 선수들 간 호흡이 엉망인데도 감독은 어떠한 전술 변화도 주지 않은 채 넋 놓고 있었죠. 추석 황금연휴 때 러시아와 친선경기를 한다는데 볼지 말지 고민이에요. 경기를 보다가 화가 치밀어 친척들이랑 싸울까 봐요.”―김지용 씨(45·개인사업) “대표팀 훈련 기간이 짧다지만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예요.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 국가대표팀도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이 모여 짧은 기간 발을 맞추고 출전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전술 이해도가 높고 개인기가 좋아 수준 높은 경기를 할 수 있는 거죠. 한국 대표팀은 실력도 들쭉날쭉하고 정신력도 낮아 이도저도 아닌 겁니다.”―정모 씨(32·조기축구회 회장) “예선전을 통해 한국 축구가 뒷걸음질 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2년 9개월간 대표팀을 맡으면서 한국 축구 특유의 ‘투지, 속공, 빠른 역습, 압박’ 등 특징마저 사라진 모습이었습니다. 본선 진출은 그간 쌓아온 저력 때문에 운 좋게 성공했지만요.”―김대길 씨(KBSN 축구 해설위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전을 관람했어요. 6만 관중이 2시간 동안 목이 터져라 응원했죠. 그런데 김영권 선수가 ‘홈 관중의 함성 때문에 소통이 어려웠다’라고 말하다니 이게 선수가 할 얘기인가요? 팬들이 열 받는 부분은 선수들의 태도예요. 이제 대표팀 경기는 안 볼 겁니다.”―이모 씨(40·회계사) “흔히들 ‘공이 와야 뛴다’며 선수들의 불성실성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선수로서 그런 시각은 반대합니다. 선수들이 90분 경기에 평균 9∼11km를 뛰는데 메시는 6km를 뛰어요. 쉼 없이 뛰는 체력을 강조할 게 아니라 창의력과 기술 등 실력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손오영 씨(25·독일 ‘본SC’ 4부 리그 선수)  흔들리는 팬심 “요즘엔 대표팀 경기는 월드컵 본선 정도만 챙겨봐요. 그 대신 해외 리그 경기를 즐겨보죠. 박진감 넘치고 시간대(오후 10시 이후)도 맥주 한잔 마시며 즐기기 좋죠. 국가대표팀은 해외파, K리거 등이 섞여 있어 실력 차도 크고 손발이 안 맞아 경기가 밋밋하고 재미가 없어요.”―김정후 씨(27·PD 지망생) “어린 선수일수록 경기를 무슨 연예인이 콘테스트에 참가한 것처럼 자신을 드러내는 데만 관심을 쏟는 것 같아요. 슛을 쐈다가 실패하면 죄인이 되어 버릴까 봐 주어진 기회까지 피하는 모습도 자주 보이고요. 계산 없이 경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아쉽습니다.”―오모 씨(25·대학생)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부러진 채 타이거마스크를 쓰고 뛰던 김태영 선수, 2006년 독일 월드컵 스위스전에서 피를 흘리면서 경기장을 누비던 최진철 선수 등을 볼 때 정말 축구가 매력 있는 경기라는 걸 느꼈죠. 부상도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하는 모습이랄까…. 요즘은 돈벌이에만 급급한 것인지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모습이 아쉽습니다.”―김모 씨(26·학생) 정신 좀 차려야“유럽의 3대 리그와 비교해 K리그는 플레잉타임(볼이 굴러다니는 시간)이 3, 4분 정도 짧습니다. 볼 터치 횟수는 프리미어리그는 550∼600개, 한국 팀은 350∼400개 정도죠. 그래서 우리 축구가 긴박감이 떨어지는 겁니다.”―신문선 씨(59·명지대 스포츠기록분석학과 교수)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선수와 팬들 모두 한국 축구를 과대포장하기 시작했어요. 2005년 박지성과 이영표 등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선수들 사이에선 원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덩달아 팬들도 눈이 높아졌죠.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리그에서 뛰는 해외파가 많아진 건 큰 의미가 없어요.”―양모 씨(40대·축구 관계자) “의리 중심의 선수 선발 방식은 대표팀을 망치는 길입니다. 예전에 모 감독이 학교 후배들 경기 실적 채워주려고 실력 안 되는 선수들 뛰게 해서 비난을 받았잖아요?”―정민배 씨(40대·자영업자) “축구협회 등 행정가들이 돌려 막기 식으로 직책을 맡고 있어요. 협회가 뽑은 감독이 사임한 뒤 또 협회 직원으로 들어가고…. 제자리걸음인 셈이죠. 고인 물이 썩어간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주형서 씨(29·회사원, 조기축구회 회장)  툭하면 ‘외국인 감독’?“상당수 국가대표팀 선수가 해외파인데 해외 명장 정도 돼야 이들을 통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감독에 대한 불신으로 기강이 엉망이라는 의혹이 있으니까요. 거스 히딩크 감독처럼 기 싸움도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심판에게 대차게 영어로 항의하는 감독과 함께해야 해외 무대에서 자신감 있게 뛸 것 같습니다.”―김한솔 씨(39·직장인) “우리 축구 역사가 길지 않은데, 자국 감독이 팀을 이끌어야 한국다운 국가대표팀이 꾸려질 거라고 봐요. 독일은 요아힘 뢰프 감독이 10년 이상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데 사명감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거든요. 축구협회도 신태용 감독 선임에 대해 책임감 있는 입장을 보여줬어야 했어요. 늑장 대응이 히딩크 감독의 재기용설을 부채질한 셈입니다.”―김윤기 씨(26·백제예술대 2학년) “한국은 감독에게 너무 인색해요. 히딩크 감독도 처음엔 ‘오대영’(5 대 0)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잖아요. 슈틸리케 감독은 ‘갓틸리케’라며 치켜세우더니 나중엔 ‘나갈리케’라고 하고…. 신태용 감독이 쓰러져가는 초가집을 겨우 일으켰는데 지금 감독을 바꾸는 건 말이 안 되죠. 숟가락 얹겠다는 건데….”―김창균 씨(23· 축구 블로그 운영자)  묻지마식 잔소리 이제 그만“일부 축구팬은 히딩크를 대표팀 사령탑으로 모셔 달라며 청와대 청원에까지 올렸더군요. 일부 청원 글은 ‘베스트 청원’에까지 올랐고요. 좀 지나친 것 아닌가요? 예전에는 축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열심히 활동했는데 이젠 접었어요. 깡패 커뮤니티라 불릴 정도로 욕 일색이라 거북한 곳이 많아요.”―김진환 씨(30·서울 중랑구) “축구는 좋아하는 팀과 선수 편을 들며 싸우는 것도 재미예요. 그러니 팬들의 간섭을 마냥 비판할 순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선수 선발 방식을 두고 억측을 하는 등의 관심은 자제해야겠죠. 선수들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날의 컨디션과 기분까지 파악하는 건 감독이니까요.”―이후민 씨(32·직장인) “프로팀 선수로 활동할 때 ‘○○야, 공 ○○한테 패스해’, ‘빨리 주라니까 왜 못 해’라는 야유가 가장 얄미웠어요. 누군 패스하기 싫어서 안 하나요? 높은 관중석에서는 선수 움직임이 한눈에 보이니 다들 ‘입으로 국가대표’지만 실제로는 쉽지 않아요.”―유창균 씨(26·전 울산현대FC 선수) “편파 판정이나 잘못된 전술 등에 대한 비판은 팬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겠죠. 하지만 ‘묻지 마 식 꼰대 지적’은 지양해야 한다고 봅니다. 예컨대 ‘잔디 탓’을 하는 손흥민 선수에게 ‘그 옛날 황선홍 선수는 물에 잠긴 공을 발리슛으로 띄워 골을 넣었는데, 너는 웬 잔디 탓이냐’라는 반응 같은 것들요.”―정모 씨(32·조기축구회 회장)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거나 거칠게 응원하는 팬들의 관람을 막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어요. 최근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나치 제스처를 취한 외국인 팬들에게 경기장 출입을 영구적으로 금지한 것처럼요. 더 강력한 처벌책을 마련해 폭력적인 응원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김민율 씨(20대·회사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손유경 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4학년}

    • 2017-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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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은 무지개 그리는 아이들… 가슴 먹먹”

    “난민촌 아이들은 일곱 빛깔 무지개 위를 검은색으로 박박 다시 칠했어요. 전쟁과 폐허, 난민촌의 어려움 등이 어린 마음을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지요. 그런 마음을 담아 만들었습니다.” 시리아·파키스탄·이라크 난민들이 수용된 그리스의 레스보스섬 난민촌에서 약 한 달간 봉사활동을 한 청년들이 난민촌 어린이들의 아픔을 담은 동화책을 펴낸다. 책 제목은 ‘9월 2일’(가제). 2015년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알란 쿠르디가 해안에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된 날이다. 저자는 한국외국어대 아랍어통번역과 김준형(27) 김유한 씨(24)와 같은 대학 철학과에 재학 중인 주기환 씨(26). 이들은 올 1학기 ‘이슬람 사상의 이해’라는 수업을 듣던 중 서로 ‘난민’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 봉사활동을 해보기로 계획했다. 비용은 일단 한국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제6기 세계를 향한 꿈도전단’에 선발된 것으로 해결할 수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난민촌에서의 봉사활동을 허가받는 것. 일단 목적지는 난민들이 서유럽으로 가는 관문인 그리스로 정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국내에는 도움을 줄 만한 구호단체도 없는 상황. 통상은 우리나라 국방부와 그리스 정부의 허가를 거쳐 가야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점 때문에 이들은 현지에서 해법을 찾기로 결심했다.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외국 구호단체의 초청을 받으면 국가의 허가 없이도 출입이 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국 전까지 그리스의 구호단체들과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현지에서 부딪혀 보자며 무작정 오른 비행기. 행운은 그리스 현지에서 찾아왔다. “아테네에서 무작정 구호단체, 문화단체를 찾아 명함을 돌리고 도움을 요청했어요. 그러다 만난 한 60대 여성이 고민해 보겠다더군요. 두 번째 만남에서 그를 통해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을 소개받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됐죠.” 이들은 6월 27일∼7월 20일 그리스 레스보스섬의 모리아 난민촌과 카라테페 난민촌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들은 특히 무너진 아이들의 일상이 가장 마음 아팠다고 했다. “아이들이 산을 그렸길래 자세히 보니 산이 아니라 무덤촌이더라고요. 돈을 가장 많이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보여주며 구걸을 하고 있었습니다. 먼 미래에 대한 꿈은 고사하고 다음 끼니만 하염없이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죠.”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들은 어떻게 하면 난민촌 아이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 동화책을 만들기로 했다. 자신의 생일조차 잘 모르는 난민촌 아이들과 한국 아이들의 생일을 비교하는 내용이다. 이번에 함께 가려고 했으나 못 간 친구 김민찬 씨(27)가 삽화를 맡았다. 김준형 씨는 “책 수익금은 난민 아이들을 위해 쓸 계획”이라며 “모두 장래의 꿈은 다르지만 앞으로 난민 관련 협동조합을 설립해 해외 난민들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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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언맨 의상, 개인이 ‘팹랩’서 뚝딱”

    “팹랩(Fab-Lab·제작실험실)은 ‘지산지소(地産地消·현지생산 현지소비)’와 ‘자산자소(自産自消·스스로 생산 스스로 소비)’가 실현되는 공간입니다.” 생경한 공간에서 낯선 단어들이 쏟아졌다. 최근 찾은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5층의 ‘팹랩서울’. 용도를 짐작하기 힘든 크고 작은 기계들과 벽면을 가득 메운 공구들 사이로 남녀노소 20여 명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무선 스피커가 필요한데 아무리 뒤져도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어요. 이때 까다로운 소비자라면 직접 만들고 싶겠죠. ‘재료는 어디서 사고 가공은 어떻게 하나….’ 팹랩은 이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주는 공간입니다.” 김윤호 서울과학기술대 강사(53)가 설명을 덧붙였다. 김 강사는 자타 공인 재야 팹랩 전도사다. 경영정보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3년 전부터 팹랩에 꽂혀 관련 논문과 저서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달 ‘팹랩과 팹시티’를 펴낸 뒤 ‘서울 팹랩 가이드’(가제)를 집필 중이다. 2000년 미국 보스턴에서 탄생한 팹랩은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등 각종 디지털 기계를 갖춘 디지털 공방이다. 2013년 국내에 도입된 뒤 서울에만 20여 곳이 문을 열었다. 약간의 사용료만 내면 누구나 방문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 팹랩이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인 올해 초 4차 산업혁명 행보와 연결해 팹랩서울 사무실을 방문하면서부터. 팹랩이 제조 스타트업의 요람이 될 거라 기대한 것이다. 실제 오트웍스, 올리브유니언 등 적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팹랩에서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김 강사는 “팹랩 정신의 핵심은 내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쓰는 풀뿌리 제작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누구나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쓴다는 점에서 팹랩은 ‘개인 존중’이 실현되는 공간이에요. 좋아하는 아이언맨 의상도, 엄마의 발걸음 소리를 미리 알려주는 알람도 만들 수 있죠. 개인 제작이 활발해지면 산업은 자연히 뒤따라올 거예요.” 팹랩은 환경 측면에서도 고무적이다. 김 강사는 “팹랩은 고쳐 쓰기와 지산지소, 자산자소를 독려한다”며 “버려진 플라스틱과 현지 생산 섬유를 결합해 새로운 직물을 개발한 필리핀 보홀섬 팹랩이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학자로서 적지 않은 나이지만 그는 타고난 호기심 탓에 현장을 떠나지 못한다. “팹랩을 알리기 위해 무작정 사람을 찾아갈 일이 늘었는데, 그때마다 꼭 제가 쓴 책과 논문을 들고 갑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인 줄 알거든요.(웃음)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가 주인인 팹랩을 만드는 게 꿈입니다. 팹랩 하나하나가 모여 팹랩 마을이, 팹랩 마을이 모여 팹랩 사회가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그럼 살 만할 거예요.”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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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양냉면 톡톡]‘미식가 관문’ vs ‘미식가 코스프레’

    《 올여름 냉면 전쟁이 뜨겁습니다. “평양냉면 맛을 모르면 ‘초딩’ 입맛”이라는 평양냉면파의 자신감에 비(非)평양냉면파들은 “입맛에는 귀천이 없다”고 맞섭니다. 평양냉면은 고기 육수에 메밀면을 말아 먹는 물냉면을, 함흥냉면은 고구마 전분으로 만든 면에 매운 양념장을 얹은 비빔냉면을 뜻합니다. 냉면계의 독보적 1인자인 평양냉면을 둘러싼 미식 설전(舌戰)을 취재했습니다. 》  망향음식→미식관문→SNS스타 올해는 특히 유별났다. ‘평뽕’(평양냉면의 중독성을 빗댄 표현) ‘평부심’(평양냉면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 등 각종 신조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도배한 ‘완냉샷’에 ‘굿즈’(goods·관련 상품)까지. 평양냉면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인스타그램에 수시로 냉면 사진을 올리는 연예인 ‘평양냉면러’를 따라 입문한 뒤 ‘도장깨기’(냉면가게를 차례로 모두 방문)를 다니고 있어요. 면의 메밀 비율과 육수 내용물을 논하다 보면 입맛이 한 차원 높아진 듯 뿌듯합니다.”―박재인 씨(35·디자이너) “평양냉면을 먹기 전후 그릇 사진을 비교한 완냉샷(냉면을 다 먹었다는 의미)을 SNS에 자주 올리는데, 이걸 따라하는 팬이 많아요. 살고 있는 부산에는 마땅한 평양냉면 가게가 없어 서울로 이사 가야 하나 싶습니다.”―조아련 씨(25·한화 이글스 치어리더) “SNS에 떠도는 사진은 하나같이 간결한 디자인의 놋그릇에 둥그렇게 말린 면발, 흰색과 녹색 고명이 어우러져 아름답죠. 그런 이미지와 슴슴한 맛이 더해져 ‘유행을 선도하려면 이 정도는 즐겨야 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김현정 씨(31·회사원) “1세대 실향민들에게 평양냉면은 ‘망향(望鄕)의 음식’이었고, 1980년대엔 성공한 실향민 2세들을 통해 ‘평양냉면=미식의 관문’이라는 인식이 퍼졌죠. 최근엔 음식 예능 프로그램이 평양냉면을 자주 다루면서 마니아가 많아졌습니다.”―박찬일 씨(52·요리연구가) “계보를 알아가는 재미도 큽니다. 서울 중구 을지면옥과 필동면옥은 부모가 운영하는 의정부 평양면옥의 두 자매가 독립한 가게인데, 이들 ‘의정부계열’은 밍밍한 육수 위에 고춧가루를 친 냉면을 선보여요. ‘우래옥계열’은 진한 육수가 특징이고 ‘장충동계열’은 의정부와 우래옥의 중간 맛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이용재 씨(42·음식평론가) ‘평부심’ 절대 사절 일부 마니아의 지나친 평부심과 ‘면스플레인’(면+explain·평양냉면을 가르치려 드는 것)에 불쾌해하는 사람도 많다. “평양냉면 가게에 데려간 직장 상사들이 가위로 면을 자르면 메밀의 기가 빠져나간다는 둥 일장 연설을 하더라고요. 학원에서 배운 것처럼 평부심 레퍼토리가 똑같았죠.”―강아름 씨(35·직장인) “평양냉면의 첫인상은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는 맛’이었어요. 한마디로 맛이 없었죠. 가게 사장님은 적어도 다섯 번은 먹어야 맛을 알 수 있다는데, 왜 다섯 번이나 맛없게 먹어야 하나요?”―조아원 씨(21·학생) “40년 단골 가게에서 최근 젊은 사람들이 메밀향 어쩌고 하는 광경을 종종 봐요. 하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묵은 메밀을 쓰기 때문에 향이 나지 않아요. 또 쇠젓가락이나 가위를 쓰면 안 된다고 하던데, 면 압출기 자체가 금속이거든요.”―김모 씨(60대 후반·전직 군인) “평양냉면러들을 보면 아는 척 현대미술론을 펼치는 이들의 모습이 겹쳐요. 알쏭달쏭한 대상을 굳이 해석하려 드는 거죠. 그런 억지스러움이 우습게 느껴집니다.”―이호정 씨(33·회사원)  어려운 음식 이런 지나친 평부심 논쟁에 대해 대를 이어 평양냉면을 해온 주인들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평양냉면에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사골이 아닌 살코기를 오랜 시간 우려낸 우리 육수는 최고예요. 한 번 맛보면 발길을 끊지 못하죠. 한때 2000그릇 이상 팔린 이유가 있습니다. 정통 평양식으로 동치미 국물을 쓰다가 동치미가 너무 금방 상해서 고기 육수를 쓰기 시작했어요.”―김모 씨(70대·우래옥 관계자) “육수의 수십 가지 재료를 계절별로 파악해야 하고 메밀면도 그날그날 습도에 따라 반죽을 달리해야 하고 좋은 소를 구하러 전국을 돌아다니고…. 평양냉면은 단순하지만 수십 년 공부해도 어려운 음식이에요. 집에서는 잘 해먹기 힘든 음식인데 자부심을 가질 만하죠.”―김영길 씨(55·마포 을밀대 사장) “차갑게 식힌 진한 고기 육수는 감칠맛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언제고 먹을 수 있는 배달음식이 아니라 중독성이 폭발하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설레는 기분으로 30분 넘게 줄 서 기다리는 음식이 냉면 말고 또 있을까요?”-임만출 씨(43·‘평가옥’ 광화문점 지배인) 나도 있다, 함흥냉면 평양냉면의 라이벌은 함흥냉면이다. “평양냉면은 조미료를 넣지 않은 ‘웰빙’ 음식이라고 알려졌지만 대다수 가게가 조금씩 쓰고 있어요. 둘 다 조미료가 들어갔다면 매콤달콤 맛있는 음식을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김정현 씨(51·포목점 운영) “양념을 육수에 풀어 먹기 때문에 함흥냉면도 그리 자극적이지 않아요. 유행은 돌고 도는 건데, 언젠가 함흥냉면 시대가 올 거예요. 특히 매운맛은 실패가 없거든요.”―김태경 씨(52·식육(食肉)마케터) 각각 함흥냉면과 평양냉면의 원조로 꼽히는 서울 중구 ‘오장동 흥남집’과 ‘우래옥’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평양냉면은 그냥 시원한 맛이죠. 땀 뻘뻘 흘리고 난 뒤 얼음물 마시듯 후루룩 하면 땀이 쏙 들어가는 맛! 함흥냉면이야말로 중독성이 강해요. 한 번 드셔 보면 알싸한 양념장과 회의 쫀쫀한 식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 겁니다.”―권이학 씨(59·오장동 흥남집 이사) “옛날엔 가게에 와서 ‘냉면 달라’고 하면 그건 곧 ‘평양냉면’을 뜻했어요. 냉면은 자고로 면인데, 씹히지 않는 질긴 면이 뭐가 맛있나요?(웃음)”―김지억 씨(84·우래옥 전무)  냉면의 진화는 무죄 냉면은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오랜 세월 한반도에서 사랑받아 왔다. 9세기 중엽의 ‘동국세시기’는 ‘싱거운 무김칫국에 국수를 말아 먹는다’고 했고, 19세기 말 ‘시의전서’에는 ‘나박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말아 먹는다’란 내용이 나온다. 구한 말 고종과 순종, 백범 김구 등이 냉면광(狂)이었다. 진주의 진주냉면, 부산의 밀면 등도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조선시대 한량들이 권번에서 술을 마신 뒤 입가심하던 음식이 진주냉면으로 발전했습니다. 냉면집이 몰려 있던 진주시장에 불이 난 뒤로 정통 가게의 맥이 거의 끊겼습니다.”―예종석 씨(64·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음식 칼럼니스트) “증조할머니께서 고향인 함경도 흥남에서 ‘동춘면옥’을 운영하셨는데 부산에 피란을 내려오셨어요. 메밀 대신 배급받은 밀가루로 냉면을 만들어 파신 게 밀면으로 발전했습니다. 남쪽 사람들은 면이 부드러워졌다며 반응이 좋았다고 해요.”―유재우 씨(41·부산 내호냉면 사장) 대중화 바람을 타고 최근 신흥 평양냉면 가게가 여럿 등장했다. 2세대 아우들은 1세대 형님들과 다른 당돌한 매력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의정부계열이나 장충동계열 가게들이 전부였는데 최근 냉면 가게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습니다. 저변이 넓어지는 건 좋은데 어설픈 시도로 전통 있는 가게의 명예까지 먹칠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임모 씨(48·요식업계 종사자) “냉면 가게가 많아지더니 올해 손님이 확 줄었어요. 간혹 단골손님들이 냉면 맛이 변했다고 하시는데 조리법대로 만들거든요. 세월이 흐르면서 미각이 바뀐 탓 아닐까요?(웃음).”―윤민정 씨(51·을밀대 마포본점 지배인) “정통 냉면 명가에서 일하던 분들이 독립해서 가게를 차려도 절대 기존 냉면 맛이 안 나요. 재료 구매처와 반죽 등이 미세한 차이를 낳는 거겠죠.”―장수경 씨(68·전 금융인)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7-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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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인 팔걸이된 흑인소녀… 환자같은 모델… 논란부른 패션광고

    글로벌 패션 회사인 구치와 갭이 부적절한 광고 논란에 휘말렸다. 미국의 중저가 브랜드인 갭은 최근 방송인 엘런 디제너러스와 협업해 만든 어린이 의류 광고가 “인종차별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문제의 광고에는 백인 소녀 3명과 흑인 소녀 1명이 등장한다. 양 끝에 선 백인 소녀 2명은 자유로운 동작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중간에 선 키 작은 흑인 소녀는 키 큰 백인 소녀에게 머리가 눌린 채 다소 어두운 표정이다. 영국 BBC는 “흑인 머리가 백인 팔걸이냐”며 이 광고를 비난하는 소셜미디어의 글들을 소개한 뒤 “의도적인 인종차별이 아니라도 이 광고에서 모욕감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다. 갭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고 보도했다. 흑인 문화잡지 루트는 “문제의 광고는 흑인이 백인보다 신체적으로 열등하고 백인을 위해 존재한다는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흑인 영화감독인 매슈 체리는 갭의 과거 광고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과민 반응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광고 사진에는 반대로 키 큰 흑인 소녀가 키 작은 백인 소녀의 머리 위에 팔을 얹고 있다. 하지만 백인 소녀의 표정과 자세는 아주 당당하게 연출돼 있다. 갭은 성명을 내고 “갭은 46년 동안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해 왔다. 이번 광고로 상처 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며 “광고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브랜드 구치는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썼다는 이유로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다. 6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광고심의기구인 광고표준위원회(ASA)는 지난해 말 영국 더타임스에 실린 동영상과 사진 광고 속 모델이 아파 보일 만큼 말랐다는 이유로 광고를 내리라고 결정했다. 문제가 된 광고에서 모델은 기하학 무늬의 긴 드레스를 입고 화장기 없는 모습으로 벽면에 기대 서 있다. ASA는 “상체를 살짝 숙인 자세 때문에 모델의 허리가 지나치게 가늘어 보인다. 또 어두침침한 눈 화장으로 마치 아픈 것처럼 침울하고 수척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구치는 “이 광고는 성인을 대상으로 했으며, 건강하지 않아 보일 정도로 말랐다는 기준은 주관적이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ASA는 “불균형한 신체를 무책임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이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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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외 탈세 부추기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스템 재점검해야”

    전 세계 엘리트들의 세금회피 자료 1150만 건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로 역외탈세를 부추기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은 4일 “상위 1% 부자만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세계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가 세계화의 ‘구멍’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무역과 금융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를 악용해 부자들이 손쉽게 탈세를 저지르는 동안 나머지 99%의 서민이 조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타임은 “역외탈세, 노동력 과잉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 세계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역외탈세로 세계 경제가 더 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최근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FI)에 따르면 2004∼2013년 개발도상국에서 역외탈세로 유출된 자금은 7조8000억 달러(약 9021조 원)에 이른다. 역외탈세 규모는 연평균 6.5%씩 늘었다. 타임은 “각국이 모여 반(反)역외탈세 운동을 포함해 어느 선까지 자유무역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 경선주자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미 행동경제학자 피터 앳워터는 “유권자들은 엘리트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스템에 점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와 샌더스는 이런 시대정신을 잘 포착해 선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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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타임 “역외 탈세 부추기는 글로벌 자본주의…세계경제 더 침체”

    전 세계 엘리트들의 세금회피 자료 1150만 건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로 역외 탈세를 부추기는 현 자본주의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시사 잡지 타임은 4일 “상위 1% 부자만 사람 상품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세계화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이로 인해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세계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타임은 이번 파나마 페이퍼스 사태가 세계화의 ‘구멍’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자유로운 무역과 금융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를 악용해 부자들이 손쉽게 탈세를 저지르는 동안 나머지 99% 서민이 조세 부담을 떠안게 됐다는 것이다. 타임은 “역외탈세, 노동력 과잉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 등 세계화의 폐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고 꼬집었다. 역외탈세로 세계경제가 더 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최근 국제금융청렴조사위원회(GFI)에 따르면 2004~2013년 개발도상국에서 역외탈세로 유출된 자금은 7조8000억 달러(약 9021조 원)에 달한다. 역외탈세 규모는 연평균 6.5%씩 늘었다. 타임은 “각국이 모여 반(反)역외탈세 운동을 포함해 어느 선까지 자유무역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 경선주자인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가 아웃사이더로서 돌풍을 일으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미 행동경제학자 피터 에트와터는 “유권자들은 엘리트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시스템에 점점 큰 분노를 느끼고 있다”며 “트럼프와 샌더스는 이런 시대정신을 잘 포착해 선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6-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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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정부 게릴라’ 꿈꾸는 쿠르드족 청소년들

    터키에서 정부군과 쿠르드족 반군 간 유혈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에 대한 쿠르드족 청소년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일 “정부군의 집중 포격을 받은 쿠르드족 밀집 지역 청소년들이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에 빠졌다”며 “이들이 향후 거대한 반(反)정부 세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말 쿠르드족이 모여 사는 남동부 디야르바크르, 수루츠, 누사이빈, 시르나크 등에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고 공습했다.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지난해 6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뒤 보수세력 결집을 위해 벌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작전의 일환이었다. 국제분쟁 연구기구인 국제위기그룹(ICG)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민간인 250여 명이 숨지고 3만5000여 명이 다쳤다. 정부군은 지난달 10일 작전 종료를 선언했지만 폐허로 변한 이곳의 청소년 상당수는 게릴라 전사를 롤 모델로 여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곳에 사는 아흐메트 씨(21)는 “아이들은 정부가 자신들을 테러범으로 여긴다고 생각한다. 죽어가는 지인들을 보며 느낀 이들의 공포가 성장 과정에서 분노로 바뀔지 모른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아누르 씨는 “아이들은 이제 의사나 엔지니어 대신 게릴라 전사를 꿈꾼다”며 “이곳이 급진주의 세력의 소굴로 전락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부모들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인 사키네 씨(35)는 “지난해 말 이후 청소년 수백 명이 PKK에 합류했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아이들이 폭력의 길로 빠질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공습 기간에 등교하는 학생 수가 3분의 2로 줄었다”며 “교육의 불평등으로 가뜩이나 높은 이 지역의 실업률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보도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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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마오쩌둥 = 시쩌둥?…문혁 50주년 앞두고 ‘제2 마오쩌둥’ 논란

    5월 16일 중국 현대사의 정치적 격변기인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년) 발발 50주년을 앞두고 최근 시진핑(習近平) 정부의 사상 통제를 당시와 비교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불평등이 만연하지 않았던 당시가 지금보다 나았다는 향수마저 퍼지면서 중국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 “그동안 문혁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진 적이 없다”며 “최근 언론 통제 강화 등 시 주석의 행보가 문혁 때와 비슷하다는 여론이 커지면서 당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시 주석의 지나친 언론 옥죄기는 문혁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시 주석은 “언론매체는 반드시 당을 따라야 한다”며 당을 비판하는 지식인을 잇달아 구금했다. 지난달 29일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웹사이트에 시 주석의 사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이 올라오는 등 반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문혁으로 100만 명 이상이 비정상적인 죽음을 맞았고 400만 명 이상이 감옥에 갔다”며 “최근 과도한 통제와 검열이 문혁 시대 홍위병 활동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 부동산 블로거인 런즈창(任志强)을 집단 공격한 좌파 누리꾼도 홍위병과 비교된다. 런즈창은 2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영 언론의 충성 맹세를 비판했다가 계정이 폐쇄 당했다. 시 주석의 개인 우상화와 1인 지배 체제도 마오쩌둥(毛澤東)과 닮은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시 주석의 배지가 등장하고 건물 철거에 저항해 시 주석의 얼굴 사진으로 건물 외벽을 도배한 사건을 두고 외신들은 ‘마오쩌둥이 되살아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이념적 순수성과 경제적 평등, 지도부의 높은 도덕성을 따져보면 지금보다 오히려 문혁기가 나았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런민(人民)대 장훙량(張洪量) 교수는 “문혁 시대의 혼란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당시는 부패 관리가 거의 없었던 반면 지금은 중국의 부패 관리가 전 세계의 부패 관리 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다”고 꼬집었다. 문혁 시기에 대한 향수가 진하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말이다. FT는 “일부 시민은 오늘날 반(反)부패 캠페인을 당시 자본가 축출 운동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한다”고 전했다. 관영 언론은 논란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느라 부심하다. 환추(環球)시보는 지난달 30일 사설에서 “일방적인 찬양론자와 비판론자 모두 문혁기를 완전히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며 “문혁에 대한 평가는 당의 공식 결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많은 이들이 문혁에 대해 토론하기 시작하면 정계와 학계에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은 1981년 6월 제11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문혁을 “건국 이래 국가를 좌절과 손실로 몰아넣은 비극이며 혁명이나 사회적 진보가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재미 역사학자이자 문혁 전문가인 쑹융이(宋永毅) 작가는 SCMP에서 “‘1981년 결의’는 정치적 고려에 의한 타협의 산물”이라며 “당시 공산당은 경제개발에 집중하느라 진지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왕멍(王蒙) 전 문화부 부장도 3월 초 출간한 책에서 “과거 10년의 혼란에 대한 회고가 필요하다”면서 “당과 지식인들은 그 사태(문혁)에 대해 더 설명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며 불을 지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201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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