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가인

구가인 기자

동아일보 편집국

구독 2

추천

안녕하세요. 구가인 기자입니다.

comedy9@donga.com

취재분야

2025-12-23~2026-01-22
미국/북미48%
국제일반17%
국제정치7%
아프리카3%
인사일반3%
중동3%
국제인물3%
국방3%
유럽/EU3%
기타10%
  • 독일 탄광 묘사 사실적… 베트남전 장면은 시기 안 맞아

    영화 ‘국제시장’이 개봉 8일째인 24일 관객 230만 명을 넘어서며 연말 극장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 작품은 1950년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사의 주요 사건을 다룬다. 특히 20대의 덕수(황정민)가 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 광부로 독일로 떠나는 에피소드는 영화의 중요한 축이다. 덕수는 독일에서 파독 간호사 출신인 아내 영자(김윤진)를 만난다. 실제 파독 광부와 간호사 출신 부부인 하대경 한국파독연합회장(73)과 박혜순 한국카운터테너연구소장(64)은 영화에 대해 “비교적 시대적 배경과 당시의 디테일을 잘 살린 영화”라고 평했다.○ 가난한 나라의 젊은이들, 독일은 기회의 땅 극중 덕수와 영자처럼 1960, 70년대엔 많은 20, 30대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독일로 떠났다. 51년 전인 1963년 12월 21일을 시작으로 1977년까지 7936명이 당시 서독에 광부로 파견됐다. 파독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그 규모가 더 컸다. 1966년부터 1977년 사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1만1057명이 독일로 떠났다. 독일행 러시엔 당시 높은 실업난과 외화 부족 사태도 한몫했다. 하 회장은 “1960년대 대졸자 실업률이 30% 가까웠다. 나 역시 대학 졸업 후 해외 취업을 생각하다 광부로 지원했다”면서 “3년 계약직에 초봉이 월 600마르크로, 당시 돈으로 4만∼5만 원 정도였는데, 이는 직장인 월급의 8배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예고를 졸업한 후 스무 살에 간호조무사로 파견된 박 소장은 “독일은 ‘기회의 땅’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해외 출국 규정이 엄격했던 당시 독일에서 돈을 벌어 이후 유학을 계획한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영화에서 1963년 독일로 떠난 덕수는 초기 파견자에 속한다. 그는 쌀가마니 들기 테스트와 면접을 거친다. 그만큼 파독 광부 선발 경쟁은 치열했다. 하 회장은 “‘400명 뽑는데 4만 명이 지원했다’는 기사가 있다. 선발 방식이 여러 번 바뀌었고, 쌀가마니 들기 테스트는 그중 하나였다. 공통 조건은 체중 60kg 이상이었는데 가난했던 시절이라 미달이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리얼리티 잘 살린 광산, 파독 광부-간호사 로맨스 덕수와 친구 달구(오달수)가 일한 독일 광산은 리얼리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극중 함보른 광산은 한국인이 많이 파견돼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12월 격려차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현재 독일에는 과거 모습을 간직한 광산이 남아 있지 않아 제작진은 체코 오스트라바 탄광 박물관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에서 덕수는 광산 사고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것으로 나온다. 하 회장은 “60여 명의 파독 광부가 당시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덕수 부부처럼 실제 독일에서 만나 결혼한 광부와 간호사 커플이 적지 않았다. 영화처럼 친목파티를 여는 등 교류가 활발한 편이었다. 박 소장은 “20, 30대 젊은이들이라 만남이 활발했다. 일부는 달구처럼 독일인과 데이트를 즐겼다”고 했다.○ 영화의 베트남전 장면은 ‘옥에 티’ 반면 부부는 독일 내 한국 간호사의 처우를 지나치게 열악하게 그린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박 소장은 “간호사 업무는 병원에 따라 다양했다. 영화에서 주 업무를 시체 닦는 것으로 묘사한 것은 과장된 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덕수는 독일에서 귀국한 후 여동생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근로자로 전쟁 중인 베트남에 간다. 영화처럼 파독 광부 중엔 베트남전 경험자가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순서상 반대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 회장은 “광부들은 보통 1960년대 베트남전 참전 후 1970년대 초반 독일에 왔다”고 전했다. (실제 영화의 베트남전 장면은 ‘옥에 티’라는 지적이 있다. 덕수는 1974년경 베트남에 가서 당시 해병대로 파병된 가수 남진을 만나지만 사실 남진은 1969년 참전했고, 한국군은 1973년 3월 베트남에서 철수를 완료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애 재우고 테레비]삼시세끼, 뺄셈이 가져다준 즐거움

    한때 예능에서 ‘서바이벌’ ‘생존’이라는 말이 유행했다면 요즘엔 ‘공존’이 트렌드다. TV에선 함께 여행을 떠나고(tvN ‘꽃보다’ 시리즈), 집을 짓고(SBS ‘에코빌리지 즐거운 가’), 같이 산다(SBS ‘룸메이트’). 그리고 최근 성공리에 종영한 tvN ‘삼시세끼’는 함께 밥을 짓는 얘기다. 고백하자면 처음 삼시세끼의 콘셉트를 듣고 이서진이 그랬듯 나 역시 “이 프로는 망했다”고 생각했다. ‘패밀리가 떴다’부터 ‘1박 2일’, 더 넓게는 ‘6시 내 고향’까지 ‘산골에서 밥 먹는’(?) 화면은 지겨울 만큼 보지 않았나. 게다가 고정 출연진은 단둘.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4% 남짓한 시청률로 시작한 이 프로는 올해 케이블 방송 최고기록인 8.9%로 종영했다(닐슨코리아). 다음 달엔 ‘어촌 편’도 나온다. ‘보는 눈 없음’을 반성하며 인터넷TV로 방송을 복기(?)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삼시세끼는 성공한 전작을 벤치마킹하면서도 더하기보단 빼기를 통해 함께하는 즐거움을 살렸다. ▽게임 빠진 ‘1박 2일’ 삼시세끼는 출연진이나 형식면에서 나영석 PD의 전작 KBS ‘1박 2일’을 빼닮았다. 개 ‘상근이’의 역할을 ‘밍키’가 대신하는 것까지 유사하다. 다만 삼시세끼의 미션은 단순하다. 세 끼 밥 짓기. 밥 짓는 과정이 녹록하진 않지만 ‘1박 2일’처럼 밥 한 끼 좀 먹어보겠다고, 따뜻한 잠자리에서 자겠다고 게임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러니까, 밥은 편하게 먹어야 한다. ▽화려함을 뺀 ‘제이미스 키친’ 이서진은 이 프로의 ‘신의 한 수’였다. 이 남자는 끊임없이 투덜거리면서도 은근 요리에 재주가 많다. ‘네이키드 셰프’ ‘제이미스 키친’으로 잘 알려진 제이미 올리버를 비롯해 요리 잘하는 미남은 방송이 사랑하는 출연자다(소매를 걷고 식재료를 섬세하게 조물거리는 손목은 얼마나 섹시한가!). 다만 다수의 미남 요리사가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와 지나치게 번지르르한 모양새의 요리로 보는 사람의 기를 죽였다면, 삼시세끼의 집 밥은 소박하다. 마음을 움직이기엔 만찬보다 소찬이 낫다. ▽생존 위협을 제거한 ‘정글의 법칙’ 나처럼 요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삼시세끼 요리 과정은 SBS ‘정글의 법칙’ 김병만 족장의 수렵·채취만큼이나 신기했다. 염소젖을 짜 리코타 치즈를 만든다거나 맷돌로 원두를 갈아 드립 커피를 마신다니 놀랍지 않나. 산골에서 밥 짓기는 오지에서 살아남기 못지않게 기발하지만 생존을 위협하진 않기에 피로가 덜하다. 일상은 때로 어떤 이벤트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선물하기도 한다. 따뜻한 집 밥이 그러하듯.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스크린 ‘4대 천왕’ 2014년 극장가 강타

    여느 해처럼 2014년 영화계도 다사다난했다. 김한민 감독의 ‘명량’이 종전 국내 흥행기록을 모조리 갈아 치운 가운데 ‘인터스텔라’까지 천만클럽(관객 1000만 명 넘은 영화) 작품도 4편이나 됐다. ‘비긴 어게인’이 다양성영화 신기록을 세우는 등 작지만 강한 영화의 선전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개봉 편수가 지난해보다 늘었음에도 2010년 이후 4년 만에 외화에 밀려 점유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 7월 개봉한 ‘명량’의 광풍은 거셌다. 일일 관객 100만 시대를 열며 승승장구하더니 1761만 명을 넘겨 2009년 ‘아바타’(1362만 명)를 제치고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사회적으로도 이순신 신드롬을 일으키며 리더십이라는 화두를 던진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명량’에 앞서 ‘변호인’과 ‘겨울왕국’도 올 초 천만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변호인’(1138만 명)은 1월 19일 1000만 명을 넘어섰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변호인’은 정치영화로는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했다. ‘렛잇고’를 히트시킨 ‘겨울왕국’(1030만 명) 역시 애니메이션 최초의 천만클럽 입성이었다. 20일 현재 989만 명을 넘겨 이번 주에 1000만 명이 확실시되는 ‘인터스텔라’까지 올해 천만클럽 영화가 4편인 것도 새로운 기록이다. 8월 개봉한 음악영화 ‘비긴 어게인’은 약 343만 명이 들며 역대 다양성영화 흥행 1위에 올랐다. 종전 기록은 2008년 ‘워낭소리’가 세운 293만 명.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77만 명), 인간과 인공지능컴퓨터의 사랑을 다룬 ‘그녀’(35만 명)도 사랑받았다. 큰 화제를 모은 소규모 국내영화도 눈에 띈다. 4월 개봉한 ‘한공주’는 배우 천우희의 열연이 돋보였던 수작이다. 지난달 27일 개봉해 20일 현재 210만 명을 넘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기세도 엄청나다. 하지만 한국영화 전체로는 흉작에 가깝다. ‘명량’을 제외하면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500만 명을 넘긴 작품이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7만 명)과 ‘수상한 그녀’(866만 명) 2편밖에 없다.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급 흥행작(300만∼500만 명)도 ‘군도: 민란의 시대’ ‘타짜-신의 손’ ‘역린’ ‘신의 한 수’ ‘끝까지 간다’ 5편뿐. 한국영화는 20일 현재 개봉작이 217편으로 지난해(183편)보다 늘었지만 점유율은 지난해 59.7%보다 10%P 이상 떨어진 48.6%에 그쳤다. 세월호의 아픔은 영화계로도 전이됐다. 4월 한 달간 지난해 동월 대비 약 206만 명(1126만→920만 명)이 줄었다. 5월부터 수치상으론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극장가 분위기는 오랫동안 경색됐다. 국내 4대 배급사의 성적은 엇갈렸다. CJ엔터테인먼트는 ‘명량’과 ‘수상한 그녀’가 대박을 친 데다 17일 개봉한 ‘국제시장’까지 20일 현재 110만 명을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해적…’이 히트를 쳤고 ‘역린’ ‘타짜…’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쇼박스는 대작 ‘군도…’가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신의 한 수’와 ‘끝까지 간다’로 체면치레했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신생 배급사로 지난해 ‘7번방의 선물’ ‘숨바꼭질’ ‘감시자들’ ‘신세계’ 등 히트작을 줄줄이 내놓았던 뉴(NEW)는 ‘변호인’이 천만 영화에 올랐지만, 올여름 ‘해무’는 흥행 경쟁에서 밀렸고 이후 눈에 띄는 작품을 내놓지 못했다.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내리막길 여배우의 씁쓸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여배우 마리아(쥘리에트 비노슈)는 세계적인 스타다. 그는 데뷔작인 연극 ‘말로야 스네이크’에서 40세 여자 상사 헬레나를 유혹해 자살로 모는 스무 살 시그리드를 연기해 주목받았다. 20여 년이 지나 마리아는 같은 연극의 리메이크 버전에서 시그리드가 아닌 헬레나 역으로 무대에 오를 것을 제안 받는다. 18일 개봉한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여배우의 내리막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한때 하이틴 스타였던 여배우가 중년이 돼 또 다른 하이틴 스타의 어머니나 시어머니 역으로 나올 때의 심정을 그렸다고 보면 된다. 마리아는 20년간 스스로 시그리드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배우다. 그는 “20년 후 시그리드가 헬레나가 된 이야기를 그리고 싶다”는 연출자의 설득에 못 이겨 출연하기로 하지만 대본연습을 하는 내내 헬레나가 돼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시그리드로 남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헬레나의 역할과 작품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비서(크리스틴 스튜어트)와 사사건건 충돌하고, 새로 시그리드 역을 맡은 할리우드의 신예 조앤(클로이 머레츠)을 질투한다. 흥미로운 건 모호한 경계다. 영화에서 마리아가 비서와 대본 연습을 하는 장면은 마리아와 비서의 실제 관계를 투영한 듯한 인상을 주고, 자유분방한 조앤은 20년 전 마리아를 빼닮았다. 캐스팅도 모호함을 강조하는 데 한몫했다. 영화는 비노슈가 겪은 자전적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허구의 인물인 마리아에 비노슈를 겹쳐 보게 된다. 게다가 비서 역의 스튜어트는 조앤처럼 할리우드의 유명한 스캔들 메이커다. 마리아는 결국 헬레나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영화는 그가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는다. 연극의 막이 오르기 직전 리허설에서 조앤은 헬레나에 대해 “이미 볼 장 다 본 불쌍한 여자”라고 하고, 마리아는 새까맣게 어린 후배의 말을 묵묵히 들을 뿐이다. 스위스 실스마리아를 지나는 구름(Clouds of Sils Maria)을 지역 사람들은 말로야 스네이크라고 부른다. 뱀처럼 늘어진 형태로 실스마리아를 통과한다는 이 구름폭풍은 주로 나쁜 날씨를 예고하지만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씁쓸하나 아름다운 여배우의 내리막길과 닮은 듯하다. 15세 이상.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짜임새있는 신파” “옷 영화인데 옷이…” “김우빈 종합선물세트”

    쌩한 바람에 머리털도 얼 지경이지만 스크린은 다시 달궈지고 있다.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등 한국 영화 대작 4편이 맞붙었던 여름마냥, 열흘 남짓 남은 올해 또 다른 기대작들이 몰려온다. 17일 먼저 개봉한 ‘국제시장’(CJ엔터테인먼트), 24일 선보이는 ‘상의원’(쇼박스)과 ‘기술자들’(롯데엔터테인먼트)이 주인공. 외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와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만만찮은 가운데 국내 극영화 3편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까. ▽정양환=일단 ‘국제시장’은 개봉 첫날 20만 명을 넘으며 산뜻하게 출발했네. 때깔이 좋았어. 기자 시사에서도 많이들 울더라. ▽구가인=140억 원(순제작비) 어디 썼나 했더니 돈 바른 티가 잔뜩. 윤제균 감독 작품 가운데 가장 몰입도가 높았다는. 벌써부터 천만이 거론되는 정도이니. ▽정=명량처럼 군더더기가 없어 좋아. 덕수(황정민) 이야기에 집중해 깔끔했어. 신파이긴 해도 짜임새가 좋아 통한다고 봐. ▽구=19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크게 4개 에피소드가 등장해. 흥남 철수와 파독 광부, 베트남전쟁, 이산가족찾기. 흐름이 매끄러웠어. 다만 감독은 일부러 정치는 뺐다는데, 그것도 일종의 정치적 선택 아닌가. ▽정=맞는 말인데, 감독의 자유지 뭐. 그걸 “영리하다”고 하건 “여우같다”로 보건 그것 역시 관객의 몫이고. 부산 출신인 내가 보기엔 제목과 달리 저잣거리의 애환이 별로 다뤄지지 않아 아쉬웠어. ▽구=황정민 노인 분장도 걸려. 70대가 아니라 80, 90대로 보였어. 요즘 어르신들 얼마나 피부가 좋은데.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한 20대가 차라리 나았어. ▽정=조연들의 연기는 플러스 점수. 라미란 김슬기는 정말 맛깔스럽더라. 진짜 든든한 고모랑 철딱서니 없는 동생 같더군. ▽구=입양 여동생(초이 스텔라 김)도 빼면 섭섭하지. 리얼리티 짱. 이래도 안 울래 싶더라니까. ▽정=‘상의원’은 다소 산만했어. 돌석(한석규)과 공진(고수)을 비롯해 여러 명이 이리저리 얽혀 집중력을 흩뜨렸어. ▽구=그래도 이야기 자체는 매력적이야. 조선 왕실의 의복과 재물을 담당하는 상의원(尙衣院)이란 배경도 신선했고. 근데 기대가 컸던 탓일까. 왠지…. ▽정=처음 20분은 몰입하면서 봤어. 이원석 감독의 전작 ‘남자사용설명서’ 같은 재기발랄함도 엿보이고. 근데 갈수록 우왕좌왕하는 기분이었어. ▽구=결정적으로 한복이 별로. 천재 디자이너 공진이 만든 옷의 매력이 당최 뭔지 모르겠어. 몇몇 한복은 어디서 그냥 대여한 느낌? 보는 내내 돌석의 연기가 안타깝더라는. 너무 좋은데 극이랑 잘 안 붙어. ▽정=한석규는 이젠 사극 장인이시니. ▽구=한복보다는 음악이 와 닿더라. ‘광해, 왕이 된 남자’ ‘도가니’로 유명한 영화음악감독 모그의 진가가 발휘됐어. ▽정=상의원에서 한석규가 중심을 잡아줬다면, ‘기술자들’은 조사장(김영철)이 딱 버텨주더구먼. 자꾸만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영화 ‘달콤한 인생’ 대사)가 떠오르긴 했어도. ▽구=그냥 이 영화는 ‘김우빈 종합선물세트’였어. 손발이 오그라들거나 식상한 장면인데도 그가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돼. 딴 사람이면 욕했을 거야. ▽정=차진 윤기가 돌긴 하더라. 특히 맨발에 로퍼를 신은 장면은 여러 번 보여주던데. ‘발목 남신’ 탄생이여. ▽구=‘도둑들’ ‘범죄의 재구성’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어. ▽정=거기에 비하면, 그냥 단출하지만 정갈한 소반이지. 하지만 간접광고는 좀 지적해야겠어. 마트 커피숍에 캔커피 소주까지…. 다 배급사의 계열회사 상품인 건 거슬려. ▽구=정리해봅시다. 여름과 비슷한 판도가 되지 않을까. 국제시장 보고 뜨겁게 울고, 페이스메이커 기술자들로 열기 식히는 흐름이 될 것 같아. ▽정=거의 동의. ‘원 톱’일지 ‘쌍끌이’일지가 관건일 듯. 정양환 ray@donga.com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터스텔라’ 주말 천만클럽 예약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이르면 이번 주말 ‘천만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개봉한 인터스텔라는 17일 기준으로 누적 관객 수 980만 명을 기록했다. 인터스텔라가 1000만 기록을 세울 경우 외화로는 ‘아바타’(2009년)와 ‘겨울왕국’에 이어 세 번째, 국내 영화까지 합치면 13번째 1000만 영화가 된다. ‘변호인’ ‘겨울왕국’ ‘명량’에 이어 ‘인터스텔라’까지 한 해에 1000만 영화가 네 편이나 나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2012년엔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 2편이 1000만 명을 돌파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내 눈엔 이게 보인다]성서의 현대적 해석보다 구약 원본에 대체로 충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했다. 400년간 이집트에서 노예로 핍박받던 히브리인(이스라엘 유대민족) 40만 명이 약속의 땅 가나안(현 팔레스타인)에 가기 위해 모세(크리스천 베일)를 따라 홍해를 건넜다는 내용은 1923년과 1956년에 제작된 영화 ‘십계’에서도 다뤄졌다. 성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논란거리가 되기 쉽다. 올 3월 개봉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노아’도 성서 왜곡 논란을 겪었다. 엑소더스는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에일리언’(1979년) ‘블레이드 러너’(1982년) ‘글래디에이터’(2000년) ‘프로메테우스’(2012년)를 연출한 그는 무신론자다. 그러나 개봉한 엑소더스에 대한 기독교 신자들의 반응은 지지에 가깝다. tvN 종교 토크쇼 ‘오 마이 갓’ 고정출연자이자 영화광인 홍창진 광명성당 신부(54)는 “성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보단 원본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세와 이집트의 왕 람세스(조엘 에저턴)를 포함해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상당 부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냈다. 성서에는 모세와 람세스의 성격이나 둘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없다. 히브리 민족을 해방시키는 혁명가인 모세는 성서에서 지팡이를 들었는데 영화에서는 칼을 든 장군으로 나온다. 그는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이나 신의 존재에 대해 듣고 처음에는 의심하고 괴로워한다. 스스로 신이라고 믿는 람세스 캐릭터도 복합적이다. 절대 권력자이면서 모세에 대한 애증을 보이는 약한 인간이다. 홍 신부는 “영화는 모세가 전지전능한 신 앞에 인간이 무력한 존재란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려 성서의 근간을 흔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콧 감독은 엑소더스에서 특유의 막강한 스케일을 뽐낸다. 피로 물든 나일 강, 메뚜기 떼와 파리 떼의 출현 등 신이 내린 10가지 재앙과 홍해의 기적은 컴퓨터그래픽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진다. 홍 신부는 “기존 영화는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을 바다를 가르는 식으로만 표현했지만 엑소더스는 모세가 썰물을 이용해 홍해를 건너고 뒤쫓던 이집트 병사들은 쓰나미급 밀물에 수몰되는 것으로 그린다. 좀 더 현대인의 시각에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서에서 푸른 불꽃으로 표현되는 신은 영화에선 작은 아이의 모습으로 나온다. 홍 신부는 “신이 보이거나 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성서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영화는 아이로 표현했다. 친절한 설명을 위해 도입한 설정이겠지만 성서의 핵심적 설정을 어긴 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임에도 배우들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 신부는 “성서를 인상적인 영상으로 보여줘 기독교인의 지지를, 모세를 비롯해 히브리인을 부각해 유대인의 지지를 받을 만하지만, 다른 종교와 다른 민족의 반응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구약 출애굽기 영화 ‘엑소더스’ 기독교 신자들의 반응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구약성서 출애굽기를 바탕으로 했다. 400년간 이집트에서 노예로 핍박받던 히브리인(이스라엘 유대 민족) 40만 명이 약속의 땅 가나안(현 팔레스타인)에 가기 위해 모세(크리스찬 베일)를 따라 홍해를 건넜다는 내용은 1923년과 1956년에 제작된 영화 ‘십계’에서도 다뤄졌다. 성서를 소재로 한 영화는 논란거리가 되기 쉽다. 올 3월 개봉한 대런 애러노프스키 감독의 ‘노아’도 성서 왜곡 논란을 겪었다. 엑소더스는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에일리언’(1979년) ‘블레이드 러너(1982년)’ ‘글래디에이터(2000년)’ ‘프로메테우스’(2012년)를 연출한 그는 무신론자다. 그러나 개봉한 엑소더스에 대한 기독교 신자들의 반응은 지지에 가깝다. tvN 종교 토크쇼 ‘오 마이 갓’ 고정출연자이자 영화광인 홍창진 광명성당 신부(54)는 “성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기보단 원본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세와 이집트의 왕 람세스(조엘 에저튼)를 포함해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상당부분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냈다. 성서에는 모세와 람세스의 성격이나 둘의 관계에 대한 묘사가 없다. 히브리 민족을 해방시키는 혁명가인 모세는 성서에서 지팡이를 들었는데 영화에서는 칼을 든 장군으로 나온다. 그는 자신이 히브리인이라는 사실이나 신의 존재에 대해 듣고 처음에는 의심하고 괴로워한다. 스스로 신이라고 믿는 람세스 캐릭터도 복합적이다. 절대 권력자이면서 모세에 대한 애증을 보이는 약한 인간이다. 홍 신부는 “영화는 모세가 전지전능한 신 앞에 인간이 무력한 존재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그려 성서의 근간을 흔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스콧 감독은 엑소더스에서 특유의 막강한 스케일을 뽐낸다. 피로 물든 나일강, 메뚜기 떼와 파리 떼의 출현 등 신이 내린 10가지 재앙과 홍해의 기적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실감나게 그려진다. 홍 신부는 “기존 영화는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을 바다를 가르는 식으로만 표현했지만, 엑소더스는 모세가 썰물을 이용해 홍해를 건너고 뒤쫓던 이집트 병사들은 쓰나미급 밀물에 수몰되는 것으로 그린다. 좀 더 현대인의 시각에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서에서 푸른 불꽃으로 표현되는 신은 영화에선 작은 아이의 모습으로 나온다. 홍 신부는 “신이 보이거나 만질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은 성서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영화는 아이로 표현했다. 친절한 설명을 위해 도입한 설정이겠지만 성서의 핵심적 설정을 어긴 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임에도 배우들은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홍 신부는 “성서를 인상적인 영상으로 보여줘 기독교인의 지지를, 모세를 비롯해 히브리인을 부각해 유대인의 지지를 받을 만하지만, 다른 종교와 다른 민족의 반응은 고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7
    • 좋아요
    • 코멘트
  • 끝내주는 한마디 “음파~하면 살고, 파음~하면 죽는다” ‘해적’ 유해진

    올해 스크린은 뜨거웠다. 연초 ‘변호인’과 ‘겨울왕국’이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여름엔 ‘명량’이 1700만 이상을 동원해 세월호 사고 이후 이어진 극장가 침체를 깨고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약 220편의 한국영화가 개봉했으며, 총 1000편 이상의 영화가 관객을 만났다. 지난해보다 한국영화는 40편 가까이, 전체적으로는 100∼200편 많은 수치다. 본보 영화담당 기자 둘이 ‘우리끼리 어워드’를 통해 뜨거웠던 올 한 해 영화계를 정리했다. 여느 시상식처럼 작품성이나 연기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한다고 주장)하는 대신 가장 주관적인 잣대로 깨알같이 빛났던 캐릭터와 심쿵(심장이 쿵) 장면을 선정했다. △오 마이 캡틴 상=좋은 리더를 갈구하는 한 해였다. ‘명량’의 충무공(최민식)이 주목받은 이유다. 그러나 장군의 소통 기술이 21세기 조직에도 맞을까.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의 캡틴(크리스 에번스), ‘퓨리’의 워대디(브래드 피트) 등 여러 할리우드 리더가 후보에 올랐지만 단연 돋보인 건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의 시저였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 “인간의 땅은 거기, 유인원의 땅은 여기” 대사만 봐도 올해의 대장은 시저다. △등 근육 상=액션이건 에로건 남자 배우의 노출이 빛났다. 식스팩에서 등 근육 경쟁으로 옮겨간 게 특징. ‘신의 한 수’와 ‘마담 뺑덕’에서 몸을 던진 정우성, ‘인간중독’의 송승헌, 24일 개봉하는 ‘상의원’의 유연석도 훌륭했지만 가장 화제를 모은 등 근육은 ‘역린’의 정조(현빈)였다(곤룡포가 시스루였다면 관객이 늘었을지도). 허나 수상자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알란 할배(로베르트 구스타프손)다. 낑낑대며 요양원을 탈출하는 어르신의 굽은 등을 어찌 모른 척할 수 있나. △천상 서울사람 상=사투리와 외국어가 스크린에서도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지만, 어설픈 발음으로 ‘서울사람’ 정체성을 강조하는 배우도 있다. ‘타짜-신의 손’ 최승현(탑)은 시골 청년보단 유학 다녀온 서울사람 같았다. 반대로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나오는 ‘우는 남자’ 장동건은 자꾸 영어 욕을 해대도 숨길 수 없는 서울사람이었다. 그래도 수상자는 ‘군도: 민란의 시대’의 강동원이다. 전라도 양반임에도 ‘포준어(?) 따라하는 경상도 입양아’로 헷갈리게 할 만큼 ‘서울 사랑’이 컸다. △백팔가면 상=유해진, 오달수 등 1세대 신스틸러(주연 못지않게 주목받은 조연)들이 대작 한두 편에 출연하는 반면 라미란, 배성우, 김원해 등은 서너 달이 멀다 하고 스크린에 얼굴을 내밀며 차세대 신스틸러로서 입지를 다졌다. 그러나 이들도 이경영을 따라잡진 못했다. 이경영은 ‘무명인’ ‘백프로’ ‘관능의 법칙’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 신의 한 수’ ‘제보자’ ‘패션왕’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이 정도면 ‘올해의 이경영 상’을 따로 둬도 되지 않을까. △베스트 과외수업=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부러워하는 한국인의 교육열은 영화 흥행의 변수다. 사극 ‘명량’ ‘역린’은 한국사 학습용, ‘겨울왕국’은 영어 교재로 활용됐다. 이 중 베스트는 ‘인터스텔라’. 세계적인 물리학자 킵 손이 자문에 응한 영화는 영미권에선 흥행이 저조했지만 국내에서는 재관람 열풍이 불며 1000만 고지를 앞두고 있다. △‘민증 까봐’ 상=세월에 도전하는 배우가 많았다. ‘두근두근 내 인생’ 송혜교야 여고생이라 해도 그러려니. ‘수상한 그녀’ 심은경은 그 안에 나문희 있다고 치자. ‘나의 독재자’ 설경구와 ‘국제시장’ 오달수의 20대 ‘회춘’은 좀 그랬다. 그러나 정말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할 대상은 ‘군도’ 돌무치(하정우). 36세의 몸으로 ‘뻔뻔스레’ 열여덟 청소년 행세를 해 가산점을 받았다. △베스트 드레서=영화가 패션을 주목했다. 성적보다 ‘간지’가 중요한 10대 이야기 ‘패션왕’이나 조선시대 디자이너를 그린 ‘상의원’도 있다. ‘아트버스터’ 별칭을 얻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엘사 드레스를 유행시킨 ‘겨울왕국’도 주인공 의상이 화제가 됐다. 그러나 수상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조병만, 강계열 노부부다. 눈싸움 할 때도 커플룩(그것도 한복)을 고수하는 이들은 진정한 패셔니스타! △맛있는 ‘병맛’ 상=‘병맛’(B급 취향)은 이제 비주류가 아니다.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처럼 할리우드도 병맛을 좋아한다. 단연 빛났던 병맛은 ‘족구왕’이다. 웃음뿐 아니라 울림도 있다. “남들이 싫어한다고 좋아하는 걸 숨기고 사는 것도 바보 같다고 생각해.” 다 족구하자. △끝내주는 한마디=영화는 말을 남긴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나이다”(‘명량’) “국가란 국민입니다”(‘변호인’) “렛잇고∼”(‘겨울왕국’)처럼 국민 유행어도 있지만 “저는 잘못한 게 없는데요”(‘한공주’) “생활비 벌러 나와요. 반찬값 아니고”(‘카트’)처럼 가슴을 먹먹하게 한 대사도 있었다. 하지만 수상의 영예는 ‘해적’ 속 유해진의 애드리브에 돌아갔다. “음파∼ 음파∼!” 기억하자, “음파음파 하면 살고 파음파음 하면 죽는다.”구가인 comedy9@donga.com정양환 기자 ray@donga.com}

    • 2014-12-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개봉 18일만에 관객 100만명 넘긴 독립다큐 ‘님아…’ 진모영 감독

    1000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인터스텔라’의 발목을 잡은 복병은 시골 노부부였다.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사랑과 사별을 그린 독립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14일 관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개봉 18일 만으로 독립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워낭소리’(293만 명)보다도 19일이나 빠르다. 영화계에서는 조만간 ‘워낭소리’를 넘어설 걸로 보고 있다. 지난달 27일 186개 상영관에서 개봉한 ‘님아…’는 13일 현재 700개 스크린 이상 늘어났다. 누적 매출액도 14일까지 80억 원 가까이 돼 제작비(1억2000만원)의 60배를 훌쩍 넘겼다. ‘님아…’는 18년간 독립PD로 활동해 온 진모영 감독(44·사진)의 첫 영화 데뷔작이다. 진 감독을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독립영화 100만 관객은 상업영화 1000만 관객보다 어렵다던데…. “독립 다큐를 만드는 이들에겐 100만은 정말 엄청난 의미다. 보통 1만∼2만 명이 들어도 성공이니까. 독립영화의 대중성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주인공 조병만 할아버지 첫 기일 즈음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그날 외손자 분이 그 얘길 하더라. 평소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하늘의 별을 따주겠다’고 농담했는데, 그 별이 뭔지 알겠다고. 할아버지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노인이 등장하는 다큐는 흥행 공식과 거리가 멀지 않나. “흥행의 이유는 잘 모르겠다. 다만 많은 관객이 영화 속 노부부의 사랑을 순수하고 완벽한 사랑의 모델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각박한 세상에서 이들의 진실한 사랑에 자신의 바람을 투영하는 것 같다.” ―주인공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2011년 TV에서 화제가 됐다. 촬영 계기가 궁금하다. “KBS TV ‘인간극장’에 나온 걸 보고 제작에 쫓기는 TV 다큐로 끝내 버리기엔 아까웠다. 사랑을 지속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답을 찾고 싶었고 1년 정도 촬영하면 큰 흐름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1년 3개월간 틈틈이 찾아가 400시간 정도 촬영했다. 자주 찾아뵈니 나를 막내아들처럼 생각하셨다.” ―커플 한복 입는 것을 비롯해 부부 금실이 너무 좋다 보니 연출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두 분은 강원 횡성 지역 신문에서 장날마다 커플 한복을 입고 손잡고 다니는 부부로 소개된 적 있다. 가난했던 시절엔 그런 차림을 못했다가 형편이 좋아진 70대 이후 한복을 입으셨다고 한다. 두 분이 평소에도 유머가 넘치고, 사랑을 습관처럼 나눴다. 촬영 초반엔 검증 차원에서 카메라 없이 방문하거나 불쑥 찾아가곤 했는데 늘 일관됐다.” ―할머니는 어떻게 지내시나. “횡성을 떠나 서울 자녀 집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영화가 잘된다는 얘길 듣고 많이 기뻐하셨다. 영화를 여러 번 보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보려고 자꾸 극장에 가시는 것 같다.” ―76년간 해로한 노부부에게 느낀 사랑은 무엇인가. “사랑을 유지하는 것은 장미 1000송이를 주고받는 이벤트가 아닌 작은 습관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삐친 머리를 빗겨주거나 외출 시 신발을 돌려 놔주는 것 같은 사소한 일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아 관객 환호 가득 베이비버스터

    애니메이션 ‘뽀로로 눈요정 마을 대모험’(뽀로로2)이 11일 개봉했다. 지난해 1월 개봉한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뽀로로1)에 이은 두 번째 극장판. 제작비로 80억 원을 들인 뽀로로1은 유아용임에도 93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제작비 규모나 동원 관객 수가 ‘베이비버스터’(유아용 블록버스터)급이다. 뽀로로2는 2011년부터 올 9월까지 에버랜드 뽀로로 전용극장에서 상영한 영상의 확장판. 뽀로로와 친구들이 용암괴물의 습격을 받은 눈요정 마을을 구한다는 얘기다. 2년 만에 개봉하는 뽀로로 시리즈의 시사회를 위해 8일 저녁 서울 동대문구 왕십리CGV를 찾았다. 시사회장은 아이들이 먹고 마시는 과자와 음료 냄새로 진동했다. 육아 전문 블로거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추첨으로 표를 얻은 엄마들을 따라온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키가 1m 미만으로 미취학 아동이 대부분이었다. 기자는 송예준 군(2)과 류다경(5) 지유 자매(3) 사이에 앉았다. 송 군은 뽀로로 캐릭터는 좋아하지만 애니를 거의 접하지 않은 초보 관객, 류 자매는 “평소 다양한 애니를 즐겨보고 ‘겨울왕국’을 극장에서 두 번 관람한” 영화 마니아다. 가장 높은 집중도를 보인 이는 3세 지유 양이었다. 엄마 무릎에 앉아 상영시간 내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스크린에 집중했다. 뽀로로의 활약에 박수를 치고 발도 굴렀다. 반면 언니인 다경 양은 여러 번 자세를 바꾸며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엄마는 “요즘 피아노 학원을 다니느라 피곤해서”라고 했는데 동생만큼의 열광은 느껴지지 않았다. 송 군은 낯선 분위기에 긴장한 듯했으나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영화 초반엔 두유를 빠느라 집중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등장인물의 이름을 따라 부르며 몰입했다. 상영 후 “재밌었느냐”는 질문에 셋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던 장면을 묻자 5세 다경 양은 “눈을 만드는 요정 마을이 예쁘고 요정들의 마법이 신기했다”며 문장으로 답했고, 지유 양은 “뽀로로와 크롱(뽀로로 친구 공룡)”, 송 군은 “뽀로로”라고 답했다. 뽀로로1과 2의 가장 큰 차이는 상영시간이다. 전편이 77분, 2편은 35분이다. 전편에 비해 등장인물이 많고 배경화면은 단순해졌다. 그러나 생활 속 에피소드 중심인 TV 애니와 비교하면 어드벤처물의 성격이 강하다. 뽀로로와 친구들은 눈썰매를 타고 질주하고, 눈을 싫어하는 용암괴물은 불을 뿜는다. 이 장면에서 일부 유아 관객은 흥분해 소리를 지르거나 “무섭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뽀로로2의 티켓 가격은 2D가 5000원, 4D는 8000원으로 장편 애니에 비해 싸다. 다만 혼자 앉으면 가벼워서 의자가 돌아갈 위험이 있는 48개월 이하는 부모가 안고 봐야 하기 때문에 무료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代를 함께 눈물짓게 하는 이 영화…

    《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열풍이 거세다. 98세 할아버지와 89세 할머니의 사랑과 이별을 담은 이 영화는 지난달 27일 개봉해 13일 만인 9일 30만 관객을 넘어섰다. 2009년 한국 독립영화 최고 기록(293만 명)을 세운 다큐 ‘워낭소리’보다도 12일 빠른 기록이다. ‘님아…’의 흥행 배경에는 안정적인 배급과 입소문이 있다. 극장체인 CGV의 독립·예술영화 브랜드아트하우스가 배급에 참여해 186개 스크린에서 시작했다. 독립 다큐 영화들은 대개 10개 남짓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2011년 KBS ‘인간극장-백발의 연인’편에 방영돼 화제를 모은 주인공의 뒷이야기라는 점도 입소문이 퍼져 뒷심을 발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님아…’는 현재 개봉 초보다 120개 가까이 많은 3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상영 중이다. 지난 주말부터는 상업영화 ‘빅매치’를 누르고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실버영화지만 가족과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아 전 세대에게 호소력이 있는 대중성을 갖췄고, 초반에 배급이 잘 이뤄지면서 입소문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분석했다. CGV 회원을 기준으로 20대 관람객 비중은 51.7%나 된다. 노부부의 사랑이 어떻게 전 세대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관객들에게 ‘마음을 움직인 영화 속 장면’을 물었다. ▽20대(최모 씨·25·콜센터 직원)=어릴 때 죽은 자식을 생각하며 아동용 내복을 사는 할머니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아이들 내복 한번 못 입혔다며 세상을 먼저 뜬 사람이 (저세상에서) 자식에게 내복을 전해주자고 할 때 많이 울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세 살, 여섯 살에 죽은 자식은 부모 마음에 한이 되는구나 싶었다. 알콩달콩 사랑을 나누는 재미있는 노부부 얘길 기대했는데 보고 나서는 주로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30대(이모 씨·31·회사원)=연로한 부모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며 서로 다투는 자식들의 모습을 꼽고 싶다. 아름다운 장면도 좋았지만 이 다큐에서 리얼리티가 가장 잘 살아 있는 장면 같다. 원래 영화 보면서 우는 타입은 아닌데, 영화를 보는 내내 얼마 전 외할아버지가 먼저 떠나시고 혼자 남으신 외할머니가 떠올라 울컥울컥했다. ▽40대(한모 씨·47·자영업)=노부부의 식사 장면이 좋았다. 찬이 조촐한데도 할아버지가 맛있게 식사를 들고,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평생 반찬 투정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밥이 맛있어서라기보다는 그만큼 아끼니까 그랬을 거다. 보통 노인 영화를 볼 땐 부모님을 떠올렸는데 이번엔 아내를 생각했다. 결혼한 지 15년쯤 되니까 생활에 치여 무덤덤해졌는데, 마음만은 풍족하게 해줬어야 하는데 싶었다. 영화 속 부부가 가진 게 많아서 행복했던 게 아니지 않나. 영화를 보며 옆에서 펑펑 우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아줬다. 이런 소리 멋쩍지만 ‘이 손 절대 놓지 말아야지’ 뭐 그런 생각을 했다. ▽50대(이모 씨·54·주부)=노부부가 개울가에서 서로에게 물장난 치는 장면이 참 예뻤다. 영화를 보며 눈물, 콧물 많이 쏟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엔 참 따뜻했다. 부부가 오랫동안 행복하게 사랑을 나눈다는 게 무척 힘들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영화 속 노부부처럼 더 재미있고 알차게 인생을 즐기면서 살아야겠다 싶다. ▽60대(조모 씨·69·주부)=할아버지 무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의 모습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머지않아 내 얘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인지 너무 쓸쓸했다. 부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부터 헤어지는 장면까지 줄곧 눈물을 흘린 것 같다. 더 아끼고 살면서 인생의 좋은 마무리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구가인 기자의 애 재우고 테레비]‘四人四色’ 직장 사수 대처법

    tvN ‘미생’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눈에 들어오는 인물은 대리들이다. 김동식 대리(김대명)를 비롯해 안영이네 자원2팀 하 대리(전석호), 장백기네 철강팀 강 대리(오민석), 한석율네 섬유1팀 성 대리(태인호) 말이다. 대리 4인방은 회사 내에서 발생하는 ‘시집살이’를 리얼하게 보여주는 ‘시어머니’다. 꼭 신입사원이 아니라도 미생 속 대리 같은 상사를 우리는 더러 만난다. 기업 교육 전문가 이민영 씨에게 유형별 대처법을 물었다. ①김 대리=넷 중 하나를 택한다면 당연히 김 대리다. 잘못을 질책할 때조차 “나도 이러고 싶지 않은데 장그래에게 자꾸 화가 나는데 어쩌지”라며 인간적이다. 특출 나진 않아도 후배를 끌어주는 선배다. 더없이 이상적이나 그만큼 드물다는 게 문제. ②강 대리=강 대리에 대한 호불호는 갈린다.(여성들의 호응이 좋은 데는 배우의 외모도 한몫했다.) 업무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장점, 찍히면 무섭다는 건 단점이다. 장백기와 관계가 풀린 듯하지만 속으론 이미 내쳤을 가능성이 높다. 강 대리는 팩트를 중시한다. 질문하더라도 준비된 상태에서 묻자. 친해지려고 괜히 사생활 파고드는 것은 금물이다. ③하 대리=반말은 기본, 욕도 즐기는 마초다. 여성 콤플렉스를 가진 이런 타입 은근히 많다. 다만 성과를 좇는 사람이기 때문에 일을 잘하고 견디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 그는 존경받길 원한다. 여기서 존경이란 업계 용어론 ‘아부’다. “부장님이 회식에서 대리님 칭찬을 하시는데 저까지 으쓱했어요” 하는 거 말이다. ④성 대리=“친형처럼 생각하라”면서 후배 공을 날름 가로챈다. 가장 욕을 많이 먹는 타입이자 가장 흔한 유형. “하 대리가 피멍이라면 성 대리는 암 덩어리”라는 말이 돈다. 더럽고 치사하지만 친해지는 게 회사 생활 편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이런 말을 마구 던져보자. 세상에는 네 가지 유형만 있는 건 아니다. 김 대리도 가끔 성 대리가 되고, 하 대리와 성 대리를 결합한 ‘복합 진상’도 존재한다. 게다가 안영이, 장백기, 한석율이라고 생각하며 이 글을 읽은 당신 역시나 누군가에겐 강 대리, 하 대리일지 모른다. 혹시 스스로 김 대리라고 착각하는 성 대리는 아닌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때 대세 ‘아빠! 어디가?’ 제치고 뜬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육아 예능인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와 MBC ‘일밤-아빠! 어디가?’. 일요일 오후 5시에 나란히 방송되며 엎치락뒤치락 시청률 경쟁을 하던 두 프로그램이 올 하반기부터는 ‘슈퍼맨’의 우위로 굳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최고 시청률 20%를 찍으며 ‘일밤’ 살리기의 일등공신이었던 ‘아빠 어디가’는 시즌2에 접어든 올해부터 시청률이 떨어져 폐지설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아빠 어디가의 짝퉁이라는 비난 속에 시작했던 후발 주자 슈퍼맨은 원조의 세 배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동시간대 1위 자리를 굳혔다(닐슨코리아 자료 기준). 이유가 뭘까. 두 프로 모두 남자 연예인과 그 자녀가 출연하지만 아이의 연령대에서 차이가 난다. 아빠 어디가에는 가수 윤민수의 아들인 여덟 살 윤후부터 방송인 김성주의 아들인 다섯 살 민율이까지 만 5세∼초등학교 저학년생이 나온다. 이에 비해 슈퍼맨의 아이들은 훨씬 어리다. 타블로의 딸 하루가 네 살로 ‘최고령’이고, 나머지는 생후 20∼40개월이다. 우리 나이로 ‘미운 세 살’, 서양의 ‘테리블 투’(끔찍한 두 살)들이다. 슈퍼맨의 역전에는 이들의 힘이 있었다. 배우 송일국의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는 2012년 3월생으로 생후 33개월, 추성훈의 딸 사랑이는 2011년 10월생으로 38개월이다. 백일 때부터 파일럿에 출연했던 방송인 이휘재의 쌍둥이 아들 서언, 서준은 2013년 3월생으로 생후 21개월이 됐다. 슈퍼맨의 관계자는 “특정 나이 대 출연자를 의도적으로 섭외한 건 아니지만 세 살 즈음 아이들이 시청률 상승의 전환점을 만든 건 사실이다. 방송 초반 두 돌을 넘긴 추사랑이 초석을 다졌고, 송일국의 삼둥이가 30개월 즈음 합류하며 시청률이 급속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 사이 이휘재의 쌍둥이가 걸음마를 떼면서 프로에 탄력이 붙었다”고 전했다. 내년부터는 타블로와 하루 부녀가 빠지고 배우 엄태웅과 딸 지온이 합류한다. 2013년 6월생인 엄태웅의 딸도 내년이면 우리 나이로 세 살이 된다. ‘미운 세 살’은 왜 예능의 ‘예쁜 세 살’이 된 걸까. 이즈음 아이들의 변화무쌍함은 지루해질 수 있는 관찰예능에 재미를 더한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원장은 “만 1∼3세엔 정신적으로 극적인 성장이 이뤄진다. 자아가 생기고 걷기 시작하면서 탐색을 활발히 하며 말을 막 배우는 때라 가장 귀여우면서도 부모의 손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아직 어려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슈퍼맨을 연출하는 강봉규 PD는 “관찰예능의 핵심은 자연스러움인데 아이들도 나이가 들면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을 의식한다. 세 살 전후의 어린 아이들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부모와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나이라는 점도 시청자가 ‘유사 육아’를 경험하기 좋은 조건이다. 캠핑이 주가 되는 아빠 어디가에 비해 숟가락질, 목욕, 예방접종, 공원 나들이 등 모든 일상이 소재가 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후발 주자인 슈퍼맨은 아빠 어디가가 가진 포맷의 약점을 잘 파악했다. 출연자 연령을 낮추고 또래 집단 대신 개별 가족 얘기를 다룸으로써 다채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절망서 우뚝 선 천재 과학자, 그 삶을 바꾼 위대한 사랑

    천재 물리학도 남자(에디 레드메인)와 문학을 전공하는 여자(펠리시티 존스)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남자는 루게릭 병에 걸리고 살날이 2년 남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둘은 주변의 만류에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남자는 세상을 뒤흔들 학설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세 아이의 부모가 된 이들에게 결혼 생활은 버겁다. 10일 개봉하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레미제라블’(2012년) ‘어바웃 타임’(2013년)을 만든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내놓은 사랑 영화다. 줄거리만 봐선 시한부 사랑의 변주로 신선한 맛은 없다. 다만 유명인의 실화라는 점에선 여타의 러브스토리와 선을 긋는다. 영화는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첫 부인 제인 호킹의 책(Traveling to Infinity: My Life with Stephen)을 원작으로 삼았다. 호킹 박사는 제인과의 결혼 생활 25년 동안 학자로서 최전성기를 보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블랙홀에 대한 혁명적 이론을 내놓았으며 9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집필했다. 영화는 이런 업적보다는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이 어떻게 인생을 바꿨는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들도 1990년 이혼해 각자 다른 배우자를 찾는다. 영화를 보면 사랑과 결혼이 우주와 시간의 근원만큼이나 어려운 주제이지 싶다. 사실 호킹 박사는 더이상 현대 물리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는 아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1970, 80년대 블랙홀 이론을 통해 우주물리학계에 큰 성과를 낸 학자는 맞지만 ‘아인슈타인에 버금간다’는 식의 평가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1세기 생존 과학자 중 그만큼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인물도 드물다. 이번 영화에 앞서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BBC 드라마 ‘호킹’(2004년)이 있었고,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도 호킹 박사가 등장한다. 또 공상과학(SF) 드라마 ‘스타트렉’과 시트콤 ‘빅뱅이론’에서는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아 깜짝 출연했다. 호킹 박사도 언론의 관심을 즐기는 편이다. 72세인 그는 2년 전 인터뷰에서 최근 관심사에 대해 “여자는 완벽한 미스터리”라고 답하거나, 올해 월드컵 경기의 스코어를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영화 007 시리즈의 악역을 맡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의 김네모 특파원은 “영미권 대중매체에서 그는 수십 년간 현대 과학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불굴의 장애인으로 부각되기보단 휠체어에 앉아 우주를 이야기하는 천재라거나 영국인이지만 음성보조도구로 미국식 억양을 쓰는 특이한 상황이 자주 패러디된다”고 전했다. 로맨스의 명가 워킹타이틀은 이번 영화에서 호킹 박사에게 ‘괴짜 로맨티시스트’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물했다. 영화에는 다양한 과학 이론이 데이트 소재로 나온다. 둘은 무도회에서 춤추는 대신 별의 탄생과 죽음을 얘기하고 “블랙홀 폭발로 우주가 생긴 시점까지 시간을 돌리자”며 손을 맞잡고 빙빙 돌기도 한다. 이만하면 물리학자와의 사랑도 꽤 낭만적이지 싶다. 12세 이상. ▼ 싱크로율은 레드메인, 섹시함은 컴버배치 ▼영화 속 호킹 vs 드라마 속 호킹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2004년에 나온 BBC 드라마 ‘호킹’과 비교된다. 영화가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랑을 다뤘다면 드라마는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20대에 집중했다. 호킹 박사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에디 레드메인의 다른 연기 스타일도 눈에 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력은 막상막하지만 섹시함은 드라마의 컴버배치, 싱크로율은 영화의 레드메인이 앞선다. 영드 ‘셜록’으로 유명한 컴버배치는 ‘호킹’ 때부터 ‘천재’ 캐릭터 연기에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남자 역할을 절제력 있게 그린다. 컴버배치는 이 연기로 2005년 영국아카데미상(BAFTA) TV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컴버배치가 호킹의 걷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을 연기하며 특유의 지적인 섹시함을 뽐냈다면 레드메인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실존 인물과 닮아 보이는 데 주력했다. 촬영 6개월 전부터 루게릭 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느 장면에서 어떤 동작을 할지 연구했다. 특수 분장으로 잘생긴 외모도 가렸다. 호킹의 눈썹 움직임과 손톱을 기르는 버릇까지 따라 했다는 레드메인은 현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교도소 콩밥-동짓날 팥죽… 유래 아시나요

    ‘콩밥 먹는다’는 말은 교도소에 수감됐다는 말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실제 교도소 식단에는 1986년 이래로 콩밥이 사라졌고, 쌀과 보리를 섞은 밥이 제공된다. 음식문화평론가인 저자는 콩밥이 교도소를 상징하게 된 유래를 찾고자 재소자에게 쌀 10%, 콩 40%, 좁쌀 50%로 지은 밥이 제공됐던 1936년 형무소의 식단표를 제시한다. 저자는 그보다 앞서 1921년, 1928년 신문에도 교도소 콩밥에 대한 기사가 있다며 오래전부터 감옥에서 콩밥이 제공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유방과 다투던 항우가 부하들이 콩밥만으로 연명한다는 보고를 듣고 철군을 결정했다는 중국 ‘한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하며 콩밥이 기원전부터 얼마나 형편없는 식사를 의미했는지를 설명한다. 지금은 ‘국민고기’의 반열에 오른 삼겹살의 역사도 재밌다.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삼겹살이라는 말 자체가 쓰이지 않았다. 삼겹살이라는 말은 1980년대에 널리 퍼져 1994년에야 국어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저자는 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보급으로 인한 조리법 변화가 음식문화를 바꿨고 특히 외환위기 이후 수요가 늘며 삼겹살이 ‘한국 경제를 대변하는 고기’가 됐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동짓날 팥죽을 먹는 이유, 국수가 잔치 음식이 된 까닭, 파김치라는 말의 유래 등 100가지 음식과 관련된 문화, 역사 속 이야기를 풀어냈다. 흥미로운 이야기에 문장도 정갈해 술술 읽힌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내 눈엔 이게 보인다]탱크 고증은 완벽, 전투 묘사는 과장

    지난달 20일 개봉한 ‘퓨리’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전차부대를 소재로 한 영화다. 제작비(6800만 달러·약 753억 원)의 상당 부분을 전투 장면 재현에 쏟았다. 국내에서도 꾸준히 관객이 들어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 영화의 주인공은 콜리어 하사(브래드 피트)와 신병 노먼(로건 러먼)이지만 ‘퓨리(fury)’라 불리는 탱크의 비중도 작지 않다. 제작진은 2차 대전에 실제로 사용됐던 탱크를 박물관에서 공수해 촬영했다. 전쟁 영화를 빠짐없이 챙겨 보는 전쟁사 전문가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44)는 “탱크와 무기의 고증은 꽤 신경 썼다. 하지만 전투 묘사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했다.○ 왜 2차 대전 막바지, 전차부대가 주인공일까 영화의 배경은 1945년 4월 독일. 독일군이 연합군에 항복(1945년 5월 7일)하기 직전이다. 미군이 주인공인 2차 대전 영화 중 진주만 공습이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전쟁 막바지 독일을 배경으로 한 작품은 흔치 않다. 나 교수는 “적국 내에서의 전쟁은 항복 직전이 가장 극렬하다. 승기는 연합군이 쥐고 있었지만 독일군은 절박하게 싸웠을 것”이라면서 “연합군 역시 당시 소련군이 동쪽에서 유럽을 점령해 오던 상황이라 빨리 독일의 항복을 받고 스탈린의 팽창을 저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백미는 M4 셔먼과 티거 탱크의 대결 주인공이 전차부대 소속인 점도 눈에 띈다. 당시 티거 탱크로 대표되는 독일군의 전차는 숫자가 많지는 않았으나 성능은 세계 최강이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20여 년간 항공기와 전차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반면 미군의 주력 전차였던 M4 셔먼 탱크는 대량 생산은 했지만 티거 탱크에 비해 성능은 떨어졌다. 티거 탱크가 50t 이상의 중전차인 반면 6·25전쟁에서도 사용된 M4 셔먼 탱크는 30t 정도로 가벼운 전차에 속한다. 나 교수는 퓨리를 비롯한 M4 셔먼 탱크와 티거 탱크가 4 대 1로 격돌하는 장면을 영화의 백미로 꼽았다. 그는 “티거 탱크의 사거리는 1km 정도다. 이런 경우 미군은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 상대적으로 장갑이 얇은 후위나 측면을 공격해야 하는데 영화에서 퓨리가 티거를 상대로 펼친 전술이 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두 탱크가 굉장히 근접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전투는 “불가능해 보이는 전쟁” 퓨리 안에서 대원 5명이 독일군 300명을 상대로 싸우는 마지막 전투 장면은 제작진이 가장 힘 준 대목이다. 탱크가 고장 난 상황에서 독일군을 피해 몸을 숨기자는 부하들에게 콜리어 하사는 “남아서 싸우겠다”고 한다. 나 교수는 “영화에선 영웅화했지만 실제 전투였다면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면서 “인접 부대의 피해를 막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길 확률이 희박한 싸움에 참가해 숙련된 탱크 전투 인력을 잃어버리는 건 효율성이 떨어지는 결정”이라고 했다. 이어 벌어진 독일군과의 전투 역시 현실감이 처진다. 나 교수는 “독일군이 판처파우스트라는 휴대용 대전차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영화처럼 탱크 주변에 다가갈 게 아니라 원거리에서 대전차포 공격만 계속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와!글]‘슈퍼맨’ 새 식구 지온이 얼굴속에 고모 엄정화가

    타블로-하루 부녀 떠나고, 엄태웅-지온 부녀가 온다.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주요 멤버가 바뀐다. 제작진은 2일 “타블로와 딸 하루가 이달 28일 방송분을 끝으로 하차한다. 새해부터는 엄태웅과 딸이 새 가족으로 합류한다”고 밝혔다. 올해 10월 에픽하이의 새 앨범을 발표한 타블로는 음반 활동으로 바빠 이 프로에서 빠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엄태웅은 지난해 11월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하차한 후 1년 만에 ‘슈퍼맨…’을 통해 다시 ‘해피선데이’에 돌아오게 됐다. 누리꾼들은 “하루가 빠지는 건 아쉽지만 아이가 자랄수록 방송으로 인한 상처가 큰 만큼 잘한 결정 같다” “지온이 사진을 보면 고모(엄정화) 얼굴이 보인다”는 글을 올리며 멤버 교체에 관심을 보였다. 엄태웅은 지난해 원로배우 윤일봉의 딸인 발레리나 윤혜진 씨와 결혼해 지온을 낳았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014년 광고퀸은 ‘별그대’의 전지현

    ‘대한민국 CF 퀸, 김연아 지고 전지현이 돌아왔다.’ 올 한 해 소비자가 꼽은 최고의 광고모델은 배우 전지현(사진)인 것으로 조사됐다. 1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발표한 ‘2014년 소비자 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응답자 5000명(만 13세 이상 64세 이하 남녀) 중 15.9%가 전지현을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모델’로 뽑았다. 전지현은 코바코의 광고모델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한 번도 3위 안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 14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인 SBS ‘별에서 온 그대’가 히트한 이후 1년 동안 가전, 소셜커머스, 식품, 음료, 의류, 주류, 통신사, 화장품 등 무려 10여 개 브랜드의 광고에 출연하며 ‘CF 퀸’으로 등극했다. 이번 조사에서 전지현은 남성들로부터 18%, 여성들로부터 14%의 지지를 받아 선호도 1위 모델에 올랐다. 2, 3위에는 걸그룹 ‘미스에이’의 수지(6.8%)와 전지현과 함께 ‘별그대’에 출연했던 배우 김수현(6.7%)이 올랐다. 수지는 특히 남성들로부터 높은 지지(남성 응답자 10%)를, 김수현은 여성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여성 응답자 10%)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2009년과 2010년, 2013년 조사에서 1위에 올랐고 5년 연속 3위 안에 들었던 김연아는 올해 조사에서는 6.3%의 지지를 받아 4위에 머물렀다. 2011년 1위를 비롯해 지난 4년간 3위권 안에 들었던 이승기 역시 올해에는 지지율 3.3%로 6위를 기록했다. 한편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로는 전지현, 이정재 등이 출연했던 SK텔레콤의 광고(지지율 15.5%)가 꼽혔다. 2위는 ‘올레 KT’ 광고(7%)였으며, 수지가 출연한 ‘비타500’ 광고가 3위에 올랐다. 코바코 관계자는 “전지현과 이정재의 ‘잘생겼다’ 광고 카피 및 CM송이 화제를 모으며 SK텔레콤 광고를 지난해 10위에서 1위로 끌어올렸다”면서 “이는 카피와 CM송이 소비자 인식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2-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미드 장르적 요소 도입, 중국형 한류스타 투입해 활로 모색

    위기는 변화를 부른다. 지상파 드라마는 불황 타개책을 모색 중이다. 최근 방송되거나 방송을 앞둔 드라마에선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된다. 미국 드라마(미드)를 따라하고, 일본에서 먹히는 배우 대신 중국의 한류 스타를 기용하며, 웹드라마를 선보이고 있다. ▽미드 따라하기=내년 1월 방영되는 KBS ‘스파이’는 여러모로 미드를 닮았다. 오후 10시 대 미니시리즈지만 금요일에 방송한다. 시추에이션 형식에 회당 러닝타임이 50분이다. KBS 관계자는 “주1회 방영하되 50분짜리 두 편을 연속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70분짜리를 이틀에 걸쳐 방영하는 기존 미니시리즈에 비하면 방영 시간이 줄어 제작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회 에피소드가 완결되는 구성이나 의학드라마, 수사물 같은 장르물이 유행하는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한국 드라마의 주류인 멜로가 사라진 자리는 검사(MBC ‘오만과 편견’), 방송사 기자(SBS ‘피노키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직업드라마가 채우고 있다. 장르적 특성을 강화했지만 연애 이야기도 포기하지는 못해 어정쩡한 상태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젊은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장르적 특성을 강화했지만 중장년층 시청자가 낯설어 할 부분이 많다 보니 기존 지상파 드라마의 관습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형 대신 중국형 스타=장나라와 이종석은 요즘 지상파 드라마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다. 장나라는 9월 종영한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이후 2개월 만에 같은 방송사의 ‘미스터 백’으로, 이종석은 7월 종영한 SBS ‘닥터 이방인’ 이후 4개월 만에 ‘피노키오’로 복귀했다. 6개월이 채 안돼 한 배우가 두 개의 미니시리즈에 연달아 출연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두 사람처럼 중국인에게 친숙한 배우가 출연하는 드라마는 중국 선판매에 유리하다. 제작비 부족에 허덕이는 방송사와 제작사가 이들을 선호하는 이유다. 장나라가 출연한 ‘운명처럼…’은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 회당 20만 달러(약 2억200만 원)에 팔렸다. 이종석이 주연을 맡은 ‘피노키오’는 28만 달러(약 3억 원)에 팔리며 최고 수출가를 기록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일본 한류가 정점을 찍을 때 배용준 장근석이 나오는 드라마가 많았던 것처럼 최근에는 중국에서 인지도가 높은 배우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웹드라마 진출 러시=PC나 스마트폰 방영을 목적으로 한 웹드라마 제작도 요즘 방송계의 관심사다. KBS는 최근 단막극 ‘간서치열전’을 웹드라마로 재편집해 내놨다. 박진석 KBS PD는 “원소스 멀티유스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면서 향후 웹드라마 제작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분짜리 웹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10회 기준 2억∼3억 원 정도. 지상파 드라마 한 회 분량으로 작품 전체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연예기획사들도 웹드라마 제작에 뛰어든다. 김우빈 김유정 등이 출연한 15부작 웹드라마 ‘연애세포’를 만든 IHQ의 김선화 홍보팀장은 “해외 판권 판매, 캐릭터 상품 연계, 서비스 유료화 등으로 향후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의론도 있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웹드라마는 플랫폼과 나누는 광고수입을 제외하곤 수익모델이 없다. TV 드라마의 불황을 타개할 대안이라고 하기엔 무리”라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 2014-11-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