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서 우뚝 선 천재 과학자, 그 삶을 바꾼 위대한 사랑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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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첫 부인 책 원작으로 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스티븐 호킹 박사(에디 레드메인)와 그의 첫 부인 제인 호킹(펠리시티 존스)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 호킹 박사는 개봉 전 영국 런던 워킹타이틀 사무실에서 영화를 보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제임스 마시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 자신을 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UPI 코리아 제공
스티븐 호킹 박사(에디 레드메인)와 그의 첫 부인 제인 호킹(펠리시티 존스)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사랑에 대한 모든 것’. 호킹 박사는 개봉 전 영국 런던 워킹타이틀 사무실에서 영화를 보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리고 제임스 마시 감독에게 이메일을 보내 “나 자신을 보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UPI 코리아 제공
천재 물리학도 남자(에디 레드메인)와 문학을 전공하는 여자(펠리시티 존스)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남자는 루게릭 병에 걸리고 살날이 2년 남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둘은 주변의 만류에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다. 남자는 세상을 뒤흔들 학설을 내놓으며 승승장구하지만 세 아이의 부모가 된 이들에게 결혼 생활은 버겁다.

10일 개봉하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레미제라블’(2012년) ‘어바웃 타임’(2013년)을 만든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이 내놓은 사랑 영화다. 줄거리만 봐선 시한부 사랑의 변주로 신선한 맛은 없다. 다만 유명인의 실화라는 점에선 여타의 러브스토리와 선을 긋는다. 영화는 세계적인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첫 부인 제인 호킹의 책(Traveling to Infinity: My Life with Stephen)을 원작으로 삼았다.

호킹 박사는 제인과의 결혼 생활 25년 동안 학자로서 최전성기를 보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블랙홀에 대한 혁명적 이론을 내놓았으며 9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를 집필했다. 영화는 이런 업적보다는 다른 배경과 성격을 가진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그 사랑이 어떻게 인생을 바꿨는지에 집중한다. 그러나 이들도 1990년 이혼해 각자 다른 배우자를 찾는다. 영화를 보면 사랑과 결혼이 우주와 시간의 근원만큼이나 어려운 주제이지 싶다.

사실 호킹 박사는 더이상 현대 물리학계에서 주목받는 학자는 아니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는 “1970, 80년대 블랙홀 이론을 통해 우주물리학계에 큰 성과를 낸 학자는 맞지만 ‘아인슈타인에 버금간다’는 식의 평가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1세기 생존 과학자 중 그만큼 대중적인 관심을 받는 인물도 드물다. 이번 영화에 앞서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BBC 드라마 ‘호킹’(2004년)이 있었고,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도 호킹 박사가 등장한다. 또 공상과학(SF) 드라마 ‘스타트렉’과 시트콤 ‘빅뱅이론’에서는 ‘스티븐 호킹’ 역을 맡아 깜짝 출연했다.

호킹 박사도 언론의 관심을 즐기는 편이다. 72세인 그는 2년 전 인터뷰에서 최근 관심사에 대해 “여자는 완벽한 미스터리”라고 답하거나, 올해 월드컵 경기의 스코어를 예측해 화제를 모았다. 최근에는 “영화 007 시리즈의 악역을 맡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미국 영화잡지 버라이어티의 김네모 특파원은 “영미권 대중매체에서 그는 수십 년간 현대 과학자를 상징하는 인물로 다양하게 활용됐다. 불굴의 장애인으로 부각되기보단 휠체어에 앉아 우주를 이야기하는 천재라거나 영국인이지만 음성보조도구로 미국식 억양을 쓰는 특이한 상황이 자주 패러디된다”고 전했다.

로맨스의 명가 워킹타이틀은 이번 영화에서 호킹 박사에게 ‘괴짜 로맨티시스트’라는 새로운 캐릭터를 선물했다. 영화에는 다양한 과학 이론이 데이트 소재로 나온다. 둘은 무도회에서 춤추는 대신 별의 탄생과 죽음을 얘기하고 “블랙홀 폭발로 우주가 생긴 시점까지 시간을 돌리자”며 손을 맞잡고 빙빙 돌기도 한다. 이만하면 물리학자와의 사랑도 꽤 낭만적이지 싶다. 12세 이상.
▼ 싱크로율은 레드메인, 섹시함은 컴버배치 ▼

영화 속 호킹 vs 드라마 속 호킹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을 열연한 에디 레드메인(왼쪽)과 드라마 ‘호킹’의 베네딕트 컴버 배치. UPI코리아 제공·BBC 드라마 화면 캡처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스티븐 호킹을 열연한 에디 레드메인(왼쪽)과 드라마 ‘호킹’의 베네딕트 컴버 배치. UPI코리아 제공·BBC 드라마 화면 캡처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2004년에 나온 BBC 드라마 ‘호킹’과 비교된다. 영화가 스티븐 호킹 박사의 사랑을 다뤘다면 드라마는 그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20대에 집중했다. 호킹 박사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에디 레드메인의 다른 연기 스타일도 눈에 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연기력은 막상막하지만 섹시함은 드라마의 컴버배치, 싱크로율은 영화의 레드메인이 앞선다.

영드 ‘셜록’으로 유명한 컴버배치는 ‘호킹’ 때부터 ‘천재’ 캐릭터 연기에서 재능을 보였다. 그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학문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는 남자 역할을 절제력 있게 그린다. 컴버배치는 이 연기로 2005년 영국아카데미상(BAFTA) TV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컴버배치가 호킹의 걷고 말할 수 있는 시절을 연기하며 특유의 지적인 섹시함을 뽐냈다면 레드메인은 20대부터 40대까지의 실존 인물과 닮아 보이는 데 주력했다. 촬영 6개월 전부터 루게릭 병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어느 장면에서 어떤 동작을 할지 연구했다. 특수 분장으로 잘생긴 외모도 가렸다. 호킹의 눈썹 움직임과 손톱을 기르는 버릇까지 따라 했다는 레드메인은 현재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스티븐 호킹#사랑의 모든 것#레드메인#컴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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