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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마하사의 간부들은 최근 북한 평양의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자사의 드럼과 색소폰, 키보드 등이 팔리고 있는 사진이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에 공개되자 깜짝 놀랐다. 일본 정부가 2012년 대북 수출을 전면 금지한 뒤 직접 수출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에 금수 물품을 공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A사와도 거래한 적이 없어 어떤 경위로 자사 제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 갔는지 조사하고 있다. NK프로가 17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제품의 북한 수출이 금지된 후 일부 화물선들이 홍콩이나 중국 톈진(天津)을 거쳐 평양과 가까운 남포에 도착했다고 북한 노동당 외화벌이 기구인 39호실의 전 관리는 말했다. 이 관리는 또 홍콩과 톈진에서 컨테이너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화물 세탁’을 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북한이 화물을 취급하는 데 직접 개입하지 않고 중국인 등 대리인을 고용하며, 제3국을 거치는 등 핵과 미사일에 관계된 전략 물자를 들여올 때 쓰는 수법을 사치품 수입에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화물 세탁 과정은 해당 제품을 공급한 회사들도 모르게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A사가 평양에서 운영하는 두 개의 호화 상점 중 한 곳인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고가의 자사 시계가 팔리고 있는 것에 대해 몽블랑의 싱가포르 법인 ‘리치몬트 럭셔리’ 관계자는 “A사와 어떤 거래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 법인 관계자는 NK프로에 보낸 이메일에서 “북한에서는 몽블랑뿐 아니라 어떤 제품도 판매하지 않는다”며 “평양에서 노출된 제품은 ‘회색 시장’을 거쳤거나 모조품일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일본 ‘아메리카야’사의 신발이 팔리고 있는 것은 A사가 수출 전문 자회사인 T사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T사와 거래해 온 회사들 중에는 T사가 A사의 자회사인 것을 몰랐거나 간접적으로 북한과 관계가 있는 것을 알지 못했을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A사가 평양에서 설립해 운영해 온 류경상업은행이 올해 3월 유엔이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대동은행과 거래 관계가 있는 것도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대동은행은 유엔 제재 대상 기관과 거래하고 중국을 통한 무기 거래를 지원해 온 것으로 유엔 전문가 패널이 확인했다. 싱가포르의 한 북한 전문가는 “싱가포르는 중국, 말레이시아와 함께 북한이 금수 품목 등을 들여오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피난처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구자룡 bonhong@donga.com·주성하 기자}
미국에서 14일 하원 본회의를 통과한 ‘2018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에 한해 미국 정부 조달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실상 모든 중국 기업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기업 제재)’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해 큰 파장이 예상된다. 법안 통과 당일 외신들은 “법안에 북한 사이버 공격에 조력하는 중국 통신 기업이 미 국방부와 사업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지만 실제 밝혀진 제재 범위는 특정 기업을 한정하지 않았다. 국방수권법안에 따르면 “국방장관은 국무장관, 재무장관, 그리고 국가정보국장과 협의해 북-중 간 교역에 관해 조사한 뒤 법 시행 180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명시돼 있다. 조사 범위에는 제품뿐 아니라 용역(서비스)까지 북-중 간 모든 교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양국 간 무역에 관해 사실상 전수조사토록 명시한 것이다. 또한 북한의 불법행위를 지원해온 중국 기업을 색출한 뒤 해당 업체가 미국 정부가 발주한 공공사업에 물품 또는 용역을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토록 했다. 해당 중국 기업이 미 국방부가 발주한 사업에 참여했을 경우 그 명단을 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국방장관에게는 해당 중국 기업과 맺은 기존 조달 계약을 해지하거나 향후 국방부가 발주하는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봉쇄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했으며 처리 결과를 상하원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에 통보토록 의무화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해당 법안이 미 정부가 발주하는 전체 공공사업으로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 적용 범위도 ‘북한의 불법 행위를 물질적으로 지원하는 교역에 참가한 모든 중국의 상업기관’으로 규정해 중국의 대북 교역 전면 차단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미국의 국방수권법안은 해당 회계연도에 한해 미국의 안보와 국방 정책, 국방 예산과 지출을 총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싱가포르의 한 무역회사가 북한 노동당의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유엔이 대북 금수조치를 내린 사치품을 북한에서 판매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의 훙샹(鴻祥)그룹이 지난해 북한에 전략 금수 물자를 수출하다가 적발된 것처럼 유엔의 제재를 무력화하는 불법 거래가 드러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의 북한 뉴스 전문 사이트인 ‘NK뉴스’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NK프로’는 17일 보고서에서 싱가포르의 무역업체 A사가 평양 시내 고급 매장에서 서양 고급 브랜드 술과 화장품, 가방 등을 판매해 온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탈북한 39호실 관리와 서방의 평양 주재 외교관의 증언, 위성사진 자료 및 공개된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 등을 토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1718호(2006년 첫 핵실험 이후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 금지)에서 금지하는 품목이 싱가포르를 통해 북한에 흘러 들어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북한도 대북 제재로 사치생활을 하지 못한 부유층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개인의 외화를 흡수하기 위해 사치품 판매를 장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CNN 방송도 17일 NK프로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과 싱가포르의 비밀 커넥션을 보도했다. 방송은 “모두가 북한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에 관심을 가질 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러시아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무역 통로도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A사가 평양에서 운영하는 명품 상점은 두 곳이라며 모란봉구역의 ‘북새상점’과 류경호텔 부근의 ‘보통강 류경상점’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외제 명품 가방과 화장품, 보석, 주류 등이 즐비한 여러 장의 상점 내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사진 속 상품들이 금수 품목에 해당되거나 유엔 제재 대상 기관인 39호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질 경우에 A사는 유엔 결의 1718호 위반으로 ‘제2의 훙샹그룹’이 돼 자산동결 및 형사처벌도 받을 수 있다고 유엔 대북 전문가패널의 전 위원인 윌리엄 뉴컴 씨가 말했다. 39호실은 2016년 3월에는 제재 대상 기관으로도 지정됐다. 동시에 유엔 대북 제재 결의 이행에 허점이 크다는 논쟁도 이어질 수 있다. NK프로 취재팀이 가족기업인 A사 대표의 딸로 지목한 B 씨는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A사와 전혀 관련이 없으며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결혼 및 케이터링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뿐”이라고 부인했다.구자룡 bonhong@donga.com·주성하·조은아 기자}

북한 평양에서 근무한 한 서방 국가의 전직 외교관은 모란봉 구역에 있는 ‘북새상점’에 들어간 뒤 입을 다물지 못했다. 최고급 브랜드의 가방과 화장품, 주류 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평양 부유층 시민들이 100달러짜리 지폐 뭉치를 들고 와 척척 꺼내 계산을 하는 모습도 자주 목격했다. 평양에 달러로 수입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또 있지만 이곳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가격이 다른 데보다 두 배 이상 비싸고 달러 위조지폐 감별에 유난히 신경 쓰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그는 부인과 함께 쇼핑하러 갔다가 위조지폐가 자외선 감별기를 통과하지 못해 거부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봤다. NK프로가 17일 폭로한 북한 명품 및 사치품 전문매장 풍경은 ‘여기가 평양이 맞나’ 싶을 정도다. 싱가포르 무역회사인 A사는 평양에서 금수품을 판매하는 두 개의 상점을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중 한 곳인 북새상점의 ‘고급 화장품’이라는 안내판이 붙은 매장에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 코너가 마련돼 있다. 매장 곳곳에는 ‘사진 촬영 금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샤넬 구치 프라다 버버리 몽블랑 등 서방 브랜드와 소니 파나소닉 야마하 세이코 포카 등 일본 브랜드도 있었으며 외제 캔커피도 팔았다. 랑콤 로레알 비달사순 등의 화장품과 평면 TV, 노트북 컴퓨터, 보석류, 카메라 등의 전용 매장도 있었다. 북새상점에는 유럽산 및 일본산 최고급 주류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모두 금수품이다. 지난해 ‘보통강 류경상점’에서 촬영된 사진에는 싱가포르에서 사용되는 ‘세 구멍 콘센트’도 있었다. 북새상점은 큰길에서 벗어난 눈에 덜 띄는 곳에 있다. 또 다른 명품 매장인 보통강 류경상점은 105층 류경호텔 부근에 있으며 평양 시민들에게는 ‘싱가포르 가게’로만 알려져 있다. 두 곳 모두 평양을 관광하는 외국인들이 다니는 동선에서는 빠져 있고 여행 가이드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한 고위 탈북자는 당국이 상류의 핵심 ‘로열 계층’의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 이 같은 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사는 두 상점 외에도 평양의 고려호텔과 양각도호텔의 상점과 바에도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상점 운영 방식이나 이윤 배분 등 해당 회사와 북한의 자세한 거래 관계는 알려지지 않았다.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서 활동했으며 2006년 북한 관영 매체에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 대표는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하기 6개월 전인 2006년 4월 김정일에게 최고의 찬사를 건네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온 물품은 평양 만경대 구역의 보관창고에 있다가 상점으로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사진을 검토한 바에 따르면 이 창고는 2006년경 지어진 후 2009년 규모가 확대됐다. A사 관련 의혹에 대해 싱가포르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CNN에 “우리는 유엔 결의에 따라 2010년 대북 금수 사치품 품목을 대폭 확대했으며 지금도 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나 개인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거부했다.구자룡 bonhong@donga.com·주성하 기자}
북한은 세계적인 물류와 해운의 중심지 싱가포르에 오래전부터 큰 공을 들여 끈끈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런 이유로 A사 외에도 여러 싱가포르 회사가 대북 제재를 우회하는 창구로 활용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 사례는 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자원과 자금을 북한에 보낸 혐의로 2015년 싱가포르 법원에서 18만 싱가포르달러(약 1억48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친포 시핑(Chinpo Shipping)’이다. 2013년 북한 선박 ‘청천강호’가 쿠바에서 미그-21 전투기 2대와 관련 부품, 미사일 레이더시스템 2개 등을 싣고 가다 파나마 운하에서 적발돼 억류된 사건 당시에도 친포 시핑이 환적 등의 편의를 봐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싱가포르 기업 ‘팬시스템스’의 평양지사 간판을 활용해 말레이시아에 ‘글로콤’이란 회사를 세운 뒤 군사용 통신장비 등을 외국에 수출해 오던 사실도 최근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을 통해 적발됐다. 또 싱가포르는 오래전부터 북한 통치자금의 경유지이자 돈세탁 경로로 의심받아 왔다. 3년 전 탈북한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간부 이정호 씨는 지난달 미국에서 “북한이 1990년대부터 ‘싱가포르 라인’을 운용했고 지금도 활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특히 이 씨는 북한이 휘발유 등 민수용 연료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들여오는데, 수입물량은 매년 20만∼30만 t이며 이때 신용도가 높은 싱가포르 회사를 중개자로 내세운다고 증언했다. 북한이 싱가포르 회사와 계약을 하면 이 회사가 다시 러시아 석유회사들과 재계약을 한다는 것. 이 경우 러시아는 아시아 석유 거래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연료를 수출하는 것으로 되기 때문에 북한이 러시아에서 연료를 들여온다는 사실을 숨길 수 있다. 이 씨는 자신이 직접 유조선 3척을 일본에서 사와 1997년부터 2005년까지 싱가포르의 중개로 확보한 러시아 연료를 북한으로 운송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싱가포르는 북한 로열패밀리와 고위 간부들의 각종 편의를 돌봐주는 동남아 허브로도 활용돼 왔다. 과거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이 싱가포르에서 지병을 치료했다. 김정은의 형 김정철은 2011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 팝가수 에릭 클랩턴의 공연에 20여 명의 일행을 거느리고 나타나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극도로 억눌려 있는 곳이다. 그런 땅에서 ‘세계 미술사의 새로운 장르’를 발견했다는 화가가 나타났다. 미국 조지타운대 문범강 교수(사진)가 주인공이다. 한국 대표적 여류화가 고(故) 천경자 화백의 둘째 사위이기도 하다. 천 화백의 사위가 북한 미술에 관심을 가진 이유가 궁금해 방한한 그를 12일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만났다. 그는 1980년 미국으로 건너가 미술 공부를 시작한 뒤 8년 만에 대학 정교수가 됐다. 문 교수는 북한 미술을 ‘세계 미술계의 갈라파고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동양화의 패권은 북한에 있다”고까지 했다. 현대미술과 동떨어져 70년 넘게 한 우물만 판 결과, 종이와 먹을 사용하는 동양화 영역에서 ‘조선화’라는 독특한 장르가 생겨났다는 주장이다. “서방에선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이 1930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0년까지 존재한 미술장르라고 가르치지만, 북한의 존재로 미술사를 새로 써야 합니다.” 그는 젊은 김일성을 묘사한 그림을 우연히 보고 화법에 놀랐다고 했다. 그렇게 북한 미술이 궁금해져 2011년 평양행 비행기를 탔고 지금까지 9차례나 방북해 최고 작가들과 교류했다. 북한 화가들의 기량은 동양화 분야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북한의 몰골 기법은 깊이 있고 대담한 표현법, 과감한 붓질, 세밀한 표현에서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호랑이 눈동자 하나 그리는 데만 7시간 꼬박 작업하더군요.” 문 교수는 북한의 미술작품이 최근 중국에서 가치를 인정받으며 수십만 달러씩에 거래되고 있고, 북한의 영향을 받은 새 미술 사조가 중국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꼽은 최고의 북한 작품은 1980년에 일제 제철소 노동자들을 그린 ‘지난날의 용해공들’이다. 그림을 그린 김성민(67)은 현재 만수대창작사 부사장 겸 조선미술가동맹 중앙위원장이다. 그는 또 1973년 창작된 ‘강선의 저녁노을’도 강렬한 붉은 색채로 동양화의 새로운 경지를 쌓은 작품으로 선정했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술작품은 남쪽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문 교수는 “한국에 유통된 북한 작품은 실제로 질이 높지 못한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평양에서 본 또 하나의 놀라움은 최고지도자 찬양 일색인 북한에서도 최근 화가들 사이에 새로운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눈 위에 두 발로 서 있는 빨간 호랑이를 그리는가 하면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산수화도 있습니다. 체제 비판만 하지 않으면 그냥 동료들 사이에서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작가 정도로만 취급될 뿐 배척되진 않더군요.” 최근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에 파견되는 화가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외국에 작품을 팔아 돈을 벌려는 북한 화가들의 욕구도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과 국제사회 사이의 신용이 걸림돌이다. 문 교수는 “지난해 미국에서 북한 미술전을 열었는데, 북한에서 그림만 보내주고 돈을 받지 못하는 이른바 ‘먹튀’를 당할까 봐 비싼 미술작품은 보내주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미술에 대한 북한 주민의 관심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운봉 이재현이라는 유명한 미술사 학자가 중풍으로 쓰러졌는데, 사망했다고 소문나는 바람에 이웃들이 그림 한 점이라도 차지하겠다고 몰려온 일도 있다고 한다. 문 교수는 ‘평양, 동시대 미술을 통해 그녀를 보다’란 제목으로 방북 경험을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조윤경 기자}

“테러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영국 맨체스터에서 자선공연을 펼친 미국 팝가수 아리아나 그란데(24·사진)가 맨체스터의 첫 명예시민이 됐다. 5월 22일 그란데의 맨체스터 공연장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해 22명이 숨지고 59명이 부상했다. 큰 충격을 받은 그란데는 6월 5일 맨체스터를 다시 찾아가 다른 팝스타들과 함께 ‘원 러브 맨체스터’라는 이름의 자선공연을 열었다. 자신의 공연장에서 다친 어린이들을 문병하고,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을 위해 세워진 자선 단체의 첫 후원자가 됐다. 이에 감동한 맨체스터 시의회는 12일(현지 시간) 그란데를 명예시민으로 선정해달라는 리처드 리스 시의회 의장의 제안을 표결에 부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리스 의장은 “그란데가 맨체스터에 다시는 오지 않겠다고 해도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그녀는 이곳에 다시 와서 수만 명을 환호하게 하고 수백만 달러를 모금하게 했다”며 “맨체스터의 첫 명예시민이 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미국에서 가정용 인공지능(AI) 비서가 주인을 폭행하는 남성을 긴급신고시스템 911에 연락해 경찰이 체포하는 일이 벌어졌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2일(현지 시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 인근 마을에서 에두아르도 바로스 씨가 여자친구와 그의 딸을 권총으로 때리고 쏠 것처럼 위협하다 체포됐다. 경찰 특수기동대(SWAT)가 출동하도록 911 가정폭력센터에 문자를 발송한 것은 가정용 AI 도우미였다. 경찰은 당초 “‘아마존 에코’(사진)에 탑재된 AI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Alexa)’가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에코는 가정용 음성인식 도우미 장치로 2014년 11월 출시된 이래 1000만 대 이상 팔린 히트 상품이다. 가격은 180달러(약 20만7000원). 하지만 아마존 측이 “알렉사에는 911에 직접 연락하는 기능이 없다”고 설명하자, 경찰은 “알렉사인지 확정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 비서가 연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발표 내용을 정정했다. 전문가들은 에코가 애플의 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 또는 구글의 모바일 메신저인 ‘그룹미(GroupME)’ 등에 연동돼 있을 경우 911에 연락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피해자가 방에 설치된 에코를 향해 “알렉사, 911에 신고해”라고 외치자 경찰 신고 기능이 없는 알렉사는 다시 시리에게 연락해 신고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시리에는 범죄 신고 기능이 있다. 미국에서 AI의 활용도는 매년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는 지난달부터 ‘공정한’ AI 면접관을 도입했다. AI는 수십만 건의 입사 지원서를 검토해 후보자를 추려내고 면접 때엔 지원자가 대답하는 모습을 관찰해 적합한 사원을 뽑아낸다. 하지만 AI가 인사까지 좌우하면 머지않아 사원들의 실적을 면밀히 분석해 자동으로 해고 통보를 날리는 ‘냉혹한’ AI도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우려를 감안한 듯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인간 친화적인 AI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10일 밝혔다. 그동안 AI 개발이 기술적 진보에 치중됐지만 앞으론 사람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는 의미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오던 러시아의 유명 블로거 안톤 노시크(사진)가 9일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이 10일 보도했다. 향년 51세. 노시크는 뉴스루와 렌타루, 가제타루 등 러시아의 유명 인터넷 매체에서 편집인으로 활동하는 등 러시아 인터넷의 대부로 꼽혀왔다. 특히 2012년 공연 중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투옥된 록 그룹 ‘푸시 라이엇’을 옹호하는 글을 줄기차게 게재해 왔다. 정부가 모든 언론매체를 장악한 러시아에서 인터넷 블로그는 푸틴 정부를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표현의 자유’ 성역이었다. 이 때문에 푸틴 대통령은 2014년 ‘블로그 내 실명공개 및 정보 정확성 입증, 연령 제한’ 등 각종 항목을 만들고 이를 어기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블로그법’을 제정해 블로거들의 입을 막으려 시도했다. 당시에도 노시크는 “블로그법은 빅브러더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와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그는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을 환영하며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국가를 파괴하는 과정에서 초래되는 민간인 희생은 치러야 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외국 정상들과 나란히 앉았다가 비난에 휩싸였다. 논란은 8일 양자 회담 일정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트럼프 대통령의 자리에 이방카가 앉아있는 사진을 러시아 정부 관계자가 찍어 트위터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방카 양옆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앉았고, 같은 테이블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앉아 있었다. 사진이 공개되자 백악관 선임고문에 불과한 이방카가 ‘대통령의 딸’이란 이유로 정상 외교 무대에 나서는 건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백악관 공보국장과 선임고문을 지냈던 댄 파이퍼 CNN 정치평론가는 “미국은 정부의 권위가 혈통이 아니라 국민에 의해 부여된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확산되자 백악관은 “다른 나라 정상들도 자리를 비웠을 때 다른 누군가가 잠시 대신 앉아 있었다”고 해명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정상은 자리를 비울 때 대리 출석할 사람을 결정할 수 있으니 미국 대표단 소속이자 백악관 고문인 이방카는 문제가 없다”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해 6일 “북한은 매우, 매우 위험한 태도(very, very dangerous manner)를 보이고 있으며, 이런 행동엔 반드시 결과가 뒤따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폴란드를 방문해 “우리는 꽤 엄중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수주, 수개월 동안 벌어지는 일을 지켜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그는 ‘엄중한 조치’와 관련해 “우리가 꼭 그런 조치를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단행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나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북한에 대해 ‘레드라인’을 긋지는 않았다”면서 “하지만 북한이 이처럼 위험하게 행동하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며 뭔가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모든 국가가 북한의 이러한 위협에 강력하게 맞설 것을 촉구한다. 북한에 그들의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과가 있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의 ICBM 발사 문제를 논의했다. 런민왕(人民網) 등 중국 언론들은 “양국 지도자가 베를린에서 만나 시리아와 한반도를 포함한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한 견해도 교환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이 나눈 한반도 관련 대화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 주석이 중국의 북핵 해법인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과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제안에 대한 독일의 지지를 요청했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 후 기자들에게 “이번 회담은 매우 생산적이었으며 정치적 신뢰와 상호 협력, 국제 문제의 연대를 강화하는 데 많은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의 대북 정책으론 북한의 핵미사일 보유를 막을 수 없다. 북한의 의도는 명백하다. 핵미사일로 미국과 협상해 정권의 장기적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즉, 올해 33세인 김정은이 늙어 죽을 때까지 북한을 통치하는 걸 보장받겠다는 의미이다. 북한 모든 정책의 시작과 끝은 김정은의 생존이며, 핵미사일은 김정은이 가진 최후의 카드다. 그러니 끝까지 부둥켜안을 수밖에 없다. 김정은만 살 수 있다면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 것쯤은 감수할 수 있는 북한이니 제재와 압박이 잘 먹혀들 리도 만무하다. 김정은은 “이거 받고 나 살려줄 거냐”며 미국을 향해 핵미사일 카드를 내밀었다. “핵문제는 미국과 풀 문제이니 남조선은 끼어들지 말라”는 말은 김정은의 본심이다. 그의 눈에 한국은 주제 파악 못하고 끼어드는 성가신 불청객이다. “제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괴뢰들이 그 무슨 ‘군사적 대응’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은 가소롭기 그지없다”고 한 4일자 노동신문 기사가 곧 김정은의 의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영토에 포탄이 쏟아져도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원점 폭격도 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비장하게 쏟아내도 “가소롭다”는 반응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지금 김정은은 미국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늙고 병든 김정일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흥정하는 척하며 시간이나 끌자”는 생각이 강했다면, 살날이 긴 김정은은 “시간 끌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젊을 때 큰 도박 한 번으로 평생 편히 살겠다는 속셈이다. 상대가 승부사 기질이 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협상이 통하겠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정작 트럼프는 북한의 첫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에 “한국과 일본이 이것을 더 견뎌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중국이 북한을 더 압박해 이 난센스 같은 상황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남의 일인 듯 한가하게 딴청이다. 북한은 이런 미국에 눈 한번 떼지 않고 “나 좀 봐줘”라며 계속 어필하고, 한국은 그 북한에 매달려 “제발 나랑 말 좀 해줘”라고 구애하고…. 이 우스꽝스러운 관계를 끝장내는 길은 “이거 받고 나 살려줘” 하는 김정은에게 “너 죽을 거냐, 저거 버릴 거냐”라고 역으로 제안하는 길뿐이다. 사실 김정은 제거는 어렵지도 않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결심만 하면 언제든 가능하다. 진짜 문제는 그 뒤에 벌어질 일이다. 김정은이 제거된 북한에서 펼쳐질 혼란은 주변 국가들엔 대재앙이다. 이 대재앙을 막거나 수습하는 데 드는 대가야말로 김정은이 들고 있는 비싼 생명보험이라 할 수 있다. 이 보험금을 지불할 의지가 없다면 우리는 김정은에게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핵 실전 배치가 끝나면 김정은이 할 짓이 뻔하지 않은가. 한국을 향해 걸핏하면 “핵 한 방 맞아볼래”라고 으름장을 놓을 게 분명하다. 우리는 협박을 받아들이며 살지, 아니면 이 관계를 끝낼지를 선택해야 한다. 자존심 있는 국가라면, 분노를 느끼는 인간이라면 협박을 참고 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너무 비싸 엄두도 내지 않았던 보험금 계산을 시작할 때가 온 듯하다. 이 계산이야말로 우리가 주체가 돼야 한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생명보험금은 한국과 중국이 대부분을 부담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직함이 잔뜩 붙은 나이 많은 명사들을 모아 위원회나 구성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미래를 읽고, 냉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젊은 인재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지다. 중국은 누가 강요해도 북한 붕괴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대안 리더십이 부재한 북한에서 김정은이 제거되면 혼란은 필연적이며, 이어 쏟아지는 난민은 중국 동북지역의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중국은 수천 년 역사에서 동북이 혼란스러웠을 때 늘 중원이 무너졌다. 가뜩이나 약화되는 공산당의 일당독재 체제가 동북 혼란이란 충격을 감당할 수 있을까. 중국에 북한은 터지면 내게 파편이 쏟아지는 폭탄과 같은 존재다. 이런 중국을 내 편으로 만들려면 파편을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자면 그게 가능한지, 비용은 얼마나 들지 계산부터 해야 한다. 물론 우리 역시 북한 붕괴를 감당할 수 있을지 냉정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김정은은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이 북한의 붕괴를 감수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는 한 끝까지 막 나갈 것이다. 그 계산이 맞을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답이 나올 때까지 계산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정은의 핵도박은 “북한 붕괴를 감당할 수 있다”는 계산서를 보여줄 때에만 끝낼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것은 북한 핵과 미사일을 폐기하기 위해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기로 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하루 전(3일) 나온 “지금은 북한이 대화의 문으로 나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을 북한이 면전에서 차버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아껴뒀던 ICBM 발사 카드를 가장 극적인 날짜를 선택해 꺼내 드는 것으로 미국과 한국의 대북정책에 상관없이 ‘마이웨이’를 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천명했다. ○ 4일 발사에 숨은 의도는 북한은 ICBM을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추어 4일 발사했다. 시차를 감안할 때 4일 아침 명절 분위기에서 잠을 깬 미국 시민들은 북한이 미국 타격이 가능한 ICBM 개발에 성공했음을 발표했다는 뉴스부터 접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ICBM 발사는 6차 핵실험과 더불어 미국이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레드라인으로 간주돼 왔다.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을 택해 도발함으로써 미국인의 공포감을 자극했다. 이번 ICBM 발사의 가장 큰 목적이 미국을 겨냥한 협박카드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4일은 역사적인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5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북한은 이날에 맞춰 ICBM을 쏘아 올림으로써 “평화를 원한다면 전격적인 남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도 보냈다고 볼 수 있다. 나아가 한미 정상회담(6월 30일) 사흘 지난 시점에 ICBM을 발사함으로써 핵과 미사일 문제에서 끌려다니지 않고 자기들이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의도 역시 분명히 했다. 아울러 4일은 북한 주민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리고 내부를 결속하는 데에도 유리한 날짜다. 북한이 지난해 새로 제정한 ‘전략군(미사일부대)절’ 다음 날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략군절을 계기로 ICBM 발사에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김정은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의도에 대해 “다목적으로 미국의 독립기념일이기도 하고,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은 어찌됐든 본인들이 가져 왔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6년 ‘벼랑 끝 전술’과 판박이 북한의 최근 상황과 김정은의 행보가 2006년 3월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북-미 관계가 크게 경색됐던 때와 판박이인 점도 눈길을 끈다. 당시에도 북한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 5일(미국 시간 4일)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어 10월 9일 처음으로 핵무기 실험을 단행해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북한은 대포동 2호 발사와 핵실험이라는 벼랑 끝 전술의 대가로 이듬해 1월 독일 베를린에서 북-미 회담을 갖는 데 성공했다. 이어 2월 13일 중유 100만 t을 받는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폐쇄 및 향후 핵 불능화에 합의한 ‘2·13 합의’를 도출해 정세를 극적으로 반전시켰다. 11년이 지난 현재의 북한 상황도 2006년과 유사하다. 북한을 옥죄는 사상 최대의 유엔 제재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없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북-미 양자협상을 촉구하지만 미국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북한은 과거에 재미를 본 벼랑 끝 전술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궁지에 몰릴수록 더 강경한 태도로 맞받아쳐 양보를 받아내는 것은 북한의 전형적인 ‘벼랑 끝 전술’”이라며 “이번 미사일 발사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ICBM 발사가 미국을 움직이기에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면 북한은 조만간 6차 핵실험으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 핵실험은 북한 정권 창립일인 9월 9일이나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계기로 ICBM과 결합한 전략무기화를 과시하는 성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도발을 통해 북한은 김정은의 막가파식 행보를 더 이상 봐줄 수 없다는 세계적 여론을 만든 뒤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극적인 상황의 반전을 이루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평화협정을 맺어 체제 안정을 보장받는 것이 북한의 종국적인 목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쿠바 수도 아바나 시가 시간제 국영 ‘러브모텔’ 복원 프로젝트에 착수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사회주의 국가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아바나 시가 정부 예산을 끌어와 국영 러브모텔을 복원하려는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아바나 시내 광장이나 유명한 말레콘 해변에 가보면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커플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관광객들의 눈에는 이런 풍경이 쿠바의 열정과 자유분방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을 알고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쿠바는 이혼율이 60∼70%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성인이 평생 세 번 정도 이혼한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개방된 쿠바지만 러브모텔은 전혀 없다. 과거엔 많았지만 1990년대 심각한 경제난을 겪은 이후 모두 없어졌다. 일부는 허리케인 대피소로 이용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인 주택이 러브모텔을 대신했다. 이들은 에어컨과 냉장고, 침대가 갖춰져 있는 방을 3시간 정도 빌려주고 5달러를 받았다. 하지만 1인당 월평균 수입이 30달러도 채 되지 않는 형편에서 이는 매우 비싼 가격이다. 결국 커플들이 갈 곳은 광장과 해변밖에 없는 셈이다. 아바나 시는 이런 실정을 감안해 예산을 투입해 과거의 러브모텔들을 복원하기로 했다. 시 당국은 우선 모텔 5개를 복구해 개인들보다 싸게 빌려줄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이 현재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낮은 쿠바의 출산율을 회복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쿠바의 여성 1인당 출산율은 1.6명이다. 현 추세가 이어지면 쿠바는 2050년경 세계 9위의 고령화 국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2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동안 북한에 유화적인 정권이 들어섰을 때는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야 평가를 내놨지만 이번엔 문 대통령 귀국 전에 비난의 포문을 연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친미사대 구태에 빠지고 대미굴종의 사슬에 얽매여 있는 저들(남한)의 가련한 몰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집권자(문 대통령)의 미국행각을 수행하는 자들은 저마다 미국에 잘 보이고 백악관 주인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으려고 아첨경쟁이라도 하듯 동맹 강화 타령을 낯 뜨겁게 외워대며 역겹게 놀아댔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지금처럼 미국에 아부하며 동족을 적대시하다가는 북남관계 개선은 고사하고 집권 전 기간 변변한 대화 한번 못해보고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박근혜 정부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최근 북한 군인과 주민들의 탈북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한 주민 5명이 1일 동해에서 소형 어선을 타고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혔다. 해경은 “1일 오후 6시 30분경 북한 주민 5명이 탄 소형 어선을 발견했으며 이들은 모두 귀순 의사를 표명했다”고 이날 밝혔다. 해경은 “발견 당시 선박이 기관 고장이나 기상 악화 등으로 인해 표류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귀순한 북한 주민들은 남성 4명과 여성 1명으로 정부 합동신문에서 탈북 동기를 조사받을 예정이다. 북한에선 소형 어선에 여성이 탈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이들은 일가족이고, 귀순을 치밀하게 준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의도적으로 귀순한 것은 지난달 3일 동해를 통해 50대와 20대 부자(父子)가 귀순한 데 이어 두 번째이다. 당시 이들은 5월 말쯤 함경남도 신포에서 목선을 타고 출항했다. 지난달에는 북한 병사 2명도 탈북해 귀순했다. 올해 배를 이용한 해상 탈북이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동해에서는 출항해서 NLL을 넘기까지 거리가 멀어서 서해를 통한 귀순보다 힘들다. 최근 한 달 사이에 동해에서 귀순이 2차례나 발생하면서 앞으로 추가 해상 탈북이 더 발생할지도 관심사다. 북한은 7월부터 10월 사이가 본격적인 오징어잡이 철이어서 동해에 있는 모든 어선이 출항한다. 한편 당국은 이번 귀순을 제외하고 올해 6차례에 걸쳐 북한 주민 23명이 탄 선박을 구조했다. 귀순을 희망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선원 21명은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북한으로 돌려보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학술대회에선 한반도 최대 이슈인 북핵 문제 해법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북한의 레짐 체인지(체제 교체)를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데탕트(긴장 완화)로 나아가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근무했던 수 미 테리 전 컬럼비아대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강력한 경제 봉쇄정책과 인권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며 “압박은 북한 엘리트의 불만을 낳게 하고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도 오찬 연설을 통해 “북한이 1월부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마쳤지만 아직 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압박이 가져온 효과”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가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대북 인권 압박을 본격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미국 정부가 최근 대북 제재에 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포함시킨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라고 했고,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서 한미는 물론 전 세계가 목소리를 합칠 때 북한도 변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마상윤 외교부 정책기획관은 “옛 소련의 붕괴는 서방 문화가 유입돼 민주주의에 대한 주민들의 열망이 커진 것이 결정적”이라며 “압박과 함께 관여 정책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국은 압박과 협상을 잘 활용해 대북 정책의 시너지를 만들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서로 역할을 조율해 주연이 되기도, 조연이 되기도 해야 하며, 비용도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이 28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을 자신들의 최고 수뇌부를 해칠 흉계를 추진한 특대형 국가테러 범죄자로 지목하며 “극형에 처하겠다”고 협박했다. 북한은 이날 국가보위성, 인민보안성, 중앙검찰소 연합성명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박근혜와 리병호 일당은 물론 괴뢰 국정원 놈들도 지금 이 시각부터 누구에 의해 어느 때, 어느 곳에서 어떤 방법으로 처참한 개죽음을 당하여도 항소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또 “남조선당국은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노린 특대형 국가테러범죄 행위를 감행한 박근혜 역도와 전 괴뢰 국정원 원장 리병호 일당을 국제협약에 따라 지체 없이 우리 공화국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은 이날 성명에서 박근혜 정부가 북한의 정권교체를 도모했고, 김정은 암살도 검토했다는 일본 아사히신문의 최근 보도 내용을 언급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박근혜 정부가 2015년 말 이후 김정은 위원장을 지도자의 지위에서 끌어내리려는 공작을 행했으며, 구체적으로 남북 당국자 간 회담이 결렬된 뒤 박 전 대통령이 북한 지도자 교체를 목표로 한 정책 서류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날 성명도 해당 보도에 반발하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의 협박 성명은 상징적인 차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박 전 대통령과 이병호 전 국정원장의 신병에 접근할 방법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북한 보위성 등 공안기관이 이런 성명을 공동으로 발표한 것은 김정은 암살 시도 보도에 대해 침묵을 지킬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 보위성은 최근 김원홍 보위상이 해임되고 부상 여러 명이 처형당하는 등 궁지에 몰려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국내외에 2만여 명의 자문위원이 소속돼 있는 대통령 직속 헌법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1980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2개월간 업무 공백 상태에 놓이게 된다. 조기 대선 이후 자문위원 임명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민주평통은 26일 18기 자문위원의 임기가 9월 1일부터 시작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7기 자문위원들의 임기는 6월 30일로 종료돼 두 달 동안 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됐다. 민주평통은 매년 상반기 자문위원 선정 작업을 마쳤지만 올해는 대선이 5월에 치러졌고 대북정책의 성향이 전혀 다른 정부가 들어서면서 자문위원 발표에 제동이 걸렸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얼마 전 청와대에서 ‘18기 자문위원단 발표를 9월 1일로 미뤄 달라’는 요청을 최종적으로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새로 위촉되는 18기 자문위원의 임기는 2019년 8월 31일까지가 된다.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사태가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의 임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민주평통은 국내는 물론 해외 117개국에 정부가 임명하는 자문위원을 두고 있다. 차관급인 민주평통 사무처장엔 노무현 정부 시절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황인성 한신대 교수가 임명됐다. 장관급인 수석부의장에는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이사장을 비롯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인 상도동계 인사들 상당수가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 하지만 자문위원 선정이 9월 1일로 연기되면서 수석부의장도 9월이 돼야 임명될 수 있게 된 것이 수석부의장 인선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 6조 3항에 따르면 의장인 대통령이 부의장 중 한 명을 수석부의장에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자문단이 구성되지 않으면 부의장을 선출할 수 없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25전쟁 67주년을 맞아 낸 사설에서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은 결코 그 어떤 협상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25일 1면에 게재한 ‘미제의 북침 핵전쟁 도발책동을 단호히 짓부숴버리자’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한국 정부를 압박해 유리한 정세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선전공세인 셈이다. 사설은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를 바란다면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을 걸고들 것이 아니라 미국의 북침 핵 선제공격 음모에 반기를 들고 쌍방 사이에 첨예한 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은 또 6면에도 ‘북남관계 개선을 가로막는 반공화국 핵소동’이라는 또 다른 제목의 논설을 게재해 “남조선 당국이 북핵 포기를 운운하며 그것을 북남관계 개선의 전제조건으로 내들수록 스스로 제 손발을 묶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