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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입시 역사상 처음으로 2023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점수가 고려대, 연세대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수학, 탐구 영역 백분위 평균 기준으로 서울대는 93.9점, 고려대 94.9점, 연세대 94.2점이었다. 서울대에 합격할 만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의약학계열을 선택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17일 종로학원과 함께 2020∼2023학년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정시 합격 점수와 2022∼2023학년도 정시 의약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 합격 점수를 비교했다. 합격 점수는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각 대학이 공시한 정시 최종 등록자 70% 컷을 활용했다. ‘70% 컷’이란 최종 등록자가 총 100명이라고 가정하고 이들의 수능 국어, 수학, 탐구 두 과목 백분위의 평균값을 냈을 때 70등의 점수다. 서울대의 정시 이공계열 합격 점수는 2020학년도 95.0점, 2021학년도 95.1점, 2022학년도 95.0점으로 모두 고려대와 연세대를 앞섰다. 하지만 2023학년도에는 서울대가 두 대학 다음으로 떨어졌다. 2022, 2023학년도 SKY 이공계열의 합격 점수는 전국 의약학계열 합격 점수보다 모두 낮다. 이는 ‘의대 열풍’의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25개 의대와 서울대 이공계열의 합격 점수 격차는 2023학년도에 4.2점으로, 전년(2.9점)보다 벌어졌다. 반면 고려대와 연세대는 격차가 줄었다. 서울대에 지원할 만한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대 간판보다는 의대’를 택하고, 그보다 성적이 낮은 수험생이 서울대 이공계열을 선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대와 연세대 이공계열 학생들은 의대를 진학하기에는 성적이 부족하다고 봐 이탈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합격선의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험생 배치표에서 서울대가 고려대와 연세대 아래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 서울대 중위권 학과 점수가 떨어져도 고려대, 연세대 상위권 학과에 걸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공계 블랙홀’ 의대 열풍으로 인한 서울대의 합격 점수 하락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 중이라 “의대에 갈 절호의 찬스”라며 N수생까지 대거 몰렸기 때문이다.“서울대 이공계보다 지방의대”… 합격생 ‘의-치-한-약-수’로 이탈 서울대 이공계, 고대-연대에 역전당해이과 수험생들 의대 쏠림 현상문이과 통합 수능 이후 더 심해져이공계생도 반수하고 의대 지원 “서울대 이공계열 합격 점수가 연세대, 고려대와 몇 점 차이 날 것 같습니까. 서울대가 더 낮은 학과도 많아요. 서울대 올 애들이 다 의대 가거든요. 예전 같았으면 서울대에 합격하기 어려운 점수의 학생이 서울대에 오고, 조금 더 공부해서 ‘의대 가겠다’고 나가요.” 최근 한 서울대 교수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동아일보와 종로학원이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공시된 입시 결과를 분석했더니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서울대 이공계열 정시 합격 점수(70% 컷·93.9점)가 전년보다 1.1점 떨어져 고려대(94.9점), 연세대(94.2점)보다 낮았다.● ‘서울대보다 의대’ 최상위권 이동서울대 이공계열의 정시 합격 점수는 2020∼2022학년도에 각각 95.0점, 95.1점, 95.0점으로 비슷했다. 정시 제도에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닌데 2023학년도에는 93.9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대 의대는 합격 점수가 99.2점에서 99.4점으로 올랐다. 또 서울대 인문계열은 합격 점수가 95.7점으로 고려대(94.1점), 연세대(91.2점)를 앞섰다. 이는 2022학년도부터 통합형 수능 체제로 바뀌며 점수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과생이 서울대에 가기 위해 인문계열로 교차 지원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이공계열 점수가 떨어진 사이 전국 의약학계열(의대, 치대, 한의대, 약대, 수의대)의 합격 점수는 올랐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의대(25곳) 정시 합격 점수는 97.9점→98.1점, 치대(9곳) 96.8점→97.3점, 한의대(5곳) 96.0점→97.2점, 약대(24곳) 95.5점→96.3점, 수의대(8곳) 95.4점→96.1점으로 높아졌다. 입시업계에서는 ‘의대 광풍’이 불러온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이 서울대 이공계열이 아닌 의약학계열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들이 정시에서 의약학계열만 지원하거나 서울대 이공계열에 지원했어도 의약학계열 합격 뒤 빠져나가면 그보다 점수가 낮은 수험생이 등록해 이공계열 합격 점수가 낮아진다. 고려대, 연세대 이공계열 합격 가능 점수는 대개 의대 합격 안정권이 아니라 소신 지원을 하다 보니 서울대 합격 점수보다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2022학년도부터 도입된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서는 문과생보다 수학을 잘하는 이과생에게 유리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의약학계열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올해 11월 16일 치러지는 2024학년도 수능 지원자 중 졸업생 등의 비율은 35.3%(17만7942명)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이공계열 상당수 ‘의대 지망생’고려대, 연세대도 ‘의대 열풍’을 비켜 갈 수는 없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연고대 이공계열 상당수가 만족을 못 하고 의대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연고대 합격생은 ‘나보다 점수가 높지 않았던 학생이 서울대 이공계열에 갔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공부해서 의대를 가자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2023년 중도 탈락자 규모를 집계했더니 총 2131명으로 최근 5년간 가장 많았다. 이 중 고려대가 897명, 연세대가 822명으로 전체의 80.7%였다. 고려대 관계자는 “한 학기만 다니고 반수를 선택하는 이공계생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SKY 자연계열에서 중도 탈락자 수가 많은 학과는 연세대 공학계열, 고려대 생명공학부, 고려대 생명과학부 순이었다. 과거에는 생명 관련 학과에서 두드러졌다면 이제는 학과를 가리지 않는다는 게 교수들의 의견이다. 서울대 이공계열에 합격하고 의대 입시에 재도전하는 경우도 많다. 2023년 서울대 이공계열에서 중도 탈락자 수가 많은 학과는 생명과학부, 응용생물화학부, 전기·정보공학부 순이다. 응용생물화학부의 경우 재적 학생 52명 중 46%(24명)가 중도 탈락한 것으로 집계됐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상위권 대학의 이공계 학과 2학년인 A 씨는 올해 휴학하고 재수종합학원에 등록했다. 의대에 지원하기 위해서다. 학과 공부가 적성에 맞지만, 그걸로 만족할 수는 없었다. 그는 “같은 학과 선배들을 봐도 취업이 쉽지 않다. 박사를 할 것도 아니고 창업은 맨땅에 헤딩”이라며 “지금 좀 힘들어도 의대에 가면 미래가 보장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대 열풍이 장기화되면 국내 이공계 인재 양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게 전문가들의 경고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공계열 학생에게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지 못해 학생이 중도 이탈하면서 뛰어난 인재를 키울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자신의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졸업 후 잘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공계가 졸업 후 성공한 케이스가 많으면 좋은데 그게 아닌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 인재를 양성하겠다’며 첨단학과 정원을 크게 늘렸지만 이들 학과도 1, 2년 뒤를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이 의대에 가겠다고 대거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중도 탈락자 규모를 보면 정부가 아무리 첨단학과 정원을 확대해 봐야 의대 열풍 때문에 아무 소용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내에서는 아직 문제 인식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학생들이 1학년 중간에 빠져나가는 게 눈에 보여 속이 상하지만 다른 학생들이 또 와서 채운다”며 “(의대 열풍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메이저 대학은 이공계열 인력 공급 체계가 무너질 수준이라는 고민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7주 연속 진행됐던 대규모 교사 집회가 지난주를 건너뛰고 2주 만인 16일 재개됐다. 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이날 오후 2∼4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의사당대로 4개 차로에 모여 교권 보호 입법을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2만여 명이 모여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줬다. 전국 60여 개 지역에서 전세버스 91대로 모인 교사들은 전날(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교권 회복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2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을 1호로 처리해 달라는 취지였다. 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와이낫’ 닉네임을 쓰는 집회 총괄자 A 씨는 “오랜 시간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단 하루도 편히 지내지 못했지만 교육부도, 교육청도 책임져 주지 않았다”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참가자들은 이전 집회와 다르게 국회를 등지고 있다가 입법 촉구 구호를 외칠 때만 국회를 향해 돌아섰다. 아동학대법상 ‘정서 학대의 주체’에서 교사를 제외시켜 달라는 의미를 담아 ‘정서학대 교사배제’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대열 뒤로 이동시키면서 파도타기를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 방침을 법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공포해 교육 활동을 방해한 학생을 교실 안팎으로 분리할 수 있게 규정하면서 분리 장소와 시간은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공간과 해당 학생을 별도로 지원할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과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9월 중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교육 관련 단체들은 그 책임을 묻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7주 연속 진행됐던 대규모 교사 집회가 지난주를 건너뛰고 2주 만인 16일 재개됐다.검은 옷을 입고 모인 교사들은 이날 오후 2시~4시경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의사당대로 4개 차로에 모여 교권 보호 입법을 요구했다. 주최 측 추산 3만여 명, 경찰 추산 2만 여 명이 모여 식지 않은 열기를 보여줬다. 전국 60여개 지역에서 전세버스 91대가 동원돼 모인 교사들은 전날(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교권회복 4법(초중등교육법·유아교육법·교원지위법·교육기본법)’의 조속한 본회의 통과를 촉구했다. 2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교권 보호 관련 법안을 1호로 처리해달라는 것이 취지였다.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에서 ‘와이낫’ 닉네임을 쓰는 집회 총괄자 A 씨는 “오랜시간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단 하루도 편히 지내지 못했지만 교육부도, 교육청도 책임져주지 않았다”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참가자들은 이전 집회와 다르게 국회를 등지고 있다가 입법 촉구 구호를 외칠 때만 국회를 향해 돌아섰다. 아동학대법상 ‘정서 학대의 주체’에서 교사를 제외시켜달라는 의미를 담은 ‘정서학대 교사배제’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대열 뒤로 이동시키면서 파도타기를 하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강원도 원주에서 이날 집회에 참여한 교사 이모 씨(38)는 “아동학대법 개정이 시급해 보여 벌써 네 번째 집회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아동학대 신고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교사들은 수업 방해 학생의 분리 방침을 법제화해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1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통해 교육 활동을 방해한 학생을 교실 안팎으로 분리할 수 있게 규정하면서 분리 장소와 시간은 학칙으로 정하게 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공간과 해당 학생을 별도 지원할 인력 등이 부족하다며 구체적인 지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용서 교사노조 위원장과 정성국 한국교총 회장은 “국회와 정부가 9월 중에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교육 관련 단체들은 그 책임을 묻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부모가 타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교권 침해’라는 판단을 처음 내렸다. 학부모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 씨가 전북의 한 초등학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판결에 따르면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였던 B 씨는 A 씨의 자녀가 수업 중 생수병으로 장난을 치자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 카드’ 부분에 붙이고 방과 후 14분 동안 청소를 하게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교감을 찾아가 항의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남편과 교실로 찾아가 B 씨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민원이 반복되자 B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A 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며 담임 교체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총 8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한 A 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했지만 A 씨는 이에 반발해 취소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A 씨의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학생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 침해를 넘어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학부모가 타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담임교사 교체를 요구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교권 침해’라는 판단을 처음 내렸다. 학부모가 의견을 제시할 때는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다.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4일 학부모 A 씨가 전북의 한 초등학교장을 상대로 낸 교권보호위원회 조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판결에 따르면 2021년 4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교사였던 B 씨는 A 씨의 자녀가 수업 중 생수병으로 장난을 치자 이름표를 칠판의 ‘레드 카드’ 부분에 붙이고 방과 후 14분 동안 청소를 하게 했다.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교감을 찾아가 항의하고 담임 교체를 요구했다. 남편과 교실로 찾아가 B 씨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했다. 민원이 반복되자 B 씨는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증세로 병원에 입원했고, 우울증을 이유로 병가를 냈다. 그러나 이후에도 A 씨는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B 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며 담임 교체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학교는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총 8차례 담임 교체를 요구한 A 씨의 행위를 ‘교권 침해’로 판단했지만 A 씨는 이에 반발해 취소소송을 냈다.대법원은 A 씨의 행동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인 ‘반복적이고 부당한 간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적법한 자격을 갖춘 교사가 학생 교육 과정에서 한 판단과 교육활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존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날 판결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는 교권 침해를 넘어 많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며 환영했다.장은지 기자 jej@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3일 마감된 서울대의 2024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경쟁률이 8.84 대 1로 지난해(6.86 대 1)보다 높아졌다. 서울대 수시 경쟁률은 2022학년도(6.25 대 1)부터 3년 연속 올랐다. 이날 종로학원에 따르면 서울대 수시는 2181명 모집에 1만9279명이 지원했다. 특히 의대 경쟁률도 12.30 대 1로 지난해(10.49 대 1)보다 올랐다. 최상위권 수험생들의 ‘의대 쏠림’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2024학년도에 신설되는 첨단학과는 10.00 대 1이었다. 경영(특별전형 제외) 평균 경쟁률은 5.34 대 1로 지난해(4.81 대 1)보다 올랐다. 상위권 대학에 다니다가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N수생도 서울대에 많이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전체 수능 지원자 중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졸업생 등’ 비율은 35.3%로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출제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 N수생이 ‘수능 고득점’을 자신하며 대입 재도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또 수시에서 떨어져도 이후 수능을 통해 정시로 서울대 합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상위권 재학생, N수생들이 많이 원서를 낸 것으로 분석된다. 고3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지역균형전형 경쟁률도 많이 올랐다. 이는 2024학년도부터 서울대가 과학탐구Ⅱ 선택과목 필수 지정을 폐지한 영향이 크다. 어려운 Ⅱ 과목을 보지 않아도 되고 수능서도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수능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재학생들이 서울대에 많이 지원한 것으로 해석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20년 한국의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1만2225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만8105달러)보다 5880달러나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보다 지출액이 8%(938달러) 늘어난 것임에도 OECD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12일 발표한 ‘OECD 교육지표 2023’에 따르면 2020년에도 한국의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 간 재정 불균형 문제는 여전했다. 공교육비는 학부모가 사교육에 쓴 비용을 제외하고 정부나 민간이 교육에 사용한 전체 비용이다. 초등학생과 중고교생의 경우 2020년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이 1만3278달러, 1만7038달러로 OECD 평균(각각 1만658달러, 1만1942달러)보다 높았다. 지출액이 2019년 대비 각각 0.5%, 0.2% 감소했음에도 동일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방과후학습 등이 취소돼 지출액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학은 “대학생들이 초중고교생보다 못한 환경에서 공부한다”고 호소해 왔다. 2020년 초중등교육 공교육비에 대한 대한 정부 지출 비중은 94.7%지만, 고등교육은 43.3%에 불과했다. 고등교육에 대한 OECD 평균 정부 지출 비중은 67.1%였다. 2022년 한국의 국공립 초중고교 초임 교사의 법정급여는 각각 3만3615달러, 3만3675달러, 고등학교 3만3675달러로 OECD 평균(초교 3만6367달러, 중학교 3만7628달러, 고교 3만9274달러)보다 낮았다. OECD가 사용한 환율은 각국의 물가를 환율에 반영한 구매력 평가(PPP) 환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OECD는 교사 대부분이 석·박사 학위 소지자라 한국과 초임 연봉 차이가 있다”고 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11월 16일 시행되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지원자 중 N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을 합친 ‘졸업생 등’ 비율이 35.3%로 집계됐다.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세 번째로 높다. 윤석열 대통령 지시로 올해 수능에서 킬러(초고난도) 문항이 없을 것으로 기대한 N수생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11일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응시원서 접수 결과’ 자료에 따르면 졸업생 등 지원자는 17만7942명으로 전체 지원자(50만4588명) 중 35.3%다. 졸업생 등 지원자는 ‘졸업생’(15만9742명)과 ‘검정고시’(1만8200명)로 나뉘는데, 검정고시 출신 지원자 비율이 3.6%로 수능 역사상 두 번째로 높다. 대학입시를 효율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학교 자퇴 뒤 학원에서 수능 공부에 올인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 과학탐구 지원자 비율은 49.8%로, 사회탐구와 과학탐구가 분리된 2005학년도 이래 최대다. 수학영역에서 ‘미적분’과 ‘기하’를 택한 지원자 비율은 53.3%로 통합형 수능이 시작된 2022학년도 이래 최대다. 의대나 공대 등 이공계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N수생 등도 이과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9월 수능 모의평가에서 수학 영역이 쉽게 출제돼 올해 이과 상위권은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고려대가 6년 연속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23학년도 로스쿨 입시 현황자료’에 따르면 전국 25개 로스쿨 입학생의 출신 대학은 고려대(19.9%)가 42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대(18.5%·399명), 연세대(15.2%·328명) 등의 순서였다.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출신 입학생은 총 1155명으로 전체 입학생의 과반(53.6%)을 차지했다. 고려대는 2018년부터 6년 연속 로스쿨 진학자를 최다 배출했다. 2018년 364명, 2019년 382명, 2020년 372명, 2021년 424명, 2022년 431명이었다. 로스쿨 진학자가 많은 배경으로 고려대는 학부 시절부터 양질의 법학 교육을 접한 학생이 많다는 점을 꼽았다. 예를 들어 고려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이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맞춰 전공을 설계할 수 있는데, 필수적으로 법률적 기초지식을 쌓도록 독려한다. 공적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법에 대해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로스쿨 소속 교원이 직접 학부 수업을 강의해 법학 교육의 질도 높다. 고려대는 2023년 신규 임용 검사로 16명을 배출해 사립대 중 최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상위권 대학 1학년 A 씨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원서 접수 마지막 날인 8일 수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대 혹은 보다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있었지만, 1학기에는 수능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6일 치러진 수능 9월 모의평가 이후 원서 접수를 결정한 것. A 씨는 “(수능이) 69일밖에 안 남았지만,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며 “지금부터 준비하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2024학년도 수능 원서 접수가 8일 마무리된 가운데 A 씨처럼 막바지에 지원한 N수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입시업계에서는 정부가 9월 모의평가를 통해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을 것’이라는 확실한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9월 모의평가 이후 학원에는 “지금이라도 들어갈 수 있느냐”는 N수생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학원들은 다음 주부터 ‘파이널 수능 완성반’을 개강한다. 학원 관계자 B 씨는 “수능이 2개월 정도밖에 안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의대에 도전하겠다’는 반수생들도 (학원에) 등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시업계는 올해 수능에서 N수생 지원자 비율이 34.1%까지 올라 1996학년도 이후 최고 수준일 것으로 예측한다. 종로학원은 올해 수능 지원자가 49만1737명이고, 이 중 N수생 비율이 34.1%(16만7527명)일 것으로 추산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재학생 지원자 수는 1994학년도 수능 도입 이래 최저 수준, N수생 비율은 1996학년도(37.3%) 이래 최고치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1996학년도는 1997학년도 수능 체제 변화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N수를 하려던 수험생이 많았던 해다.올 수능 ‘쉬운 수학’ 전망… 추석 특강은 국어-탐구 영역에 집중 입시학원 줄선 대학생들 “9월 모의평가(6일)에서는 지방 국립대 의대에 합격할 정도의 성적이 나왔어요. 킬러 문항이 없다 보니…11월 수능에서는 더 잘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서울 상위권 대학 공대생 C 씨의 말이다. 그는 혼자 수능 준비를 하다가 최근 학원에 등록했다. 독학으로 반수를 준비하던 수험생까지 9월 모의평가 이후 “바짝 더 공부하면 승산이 있겠다”며 학원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꼭 의대가 아니어도 대학 수준을 더 높이려고 반수에 도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 학원 관계자는 “서울 상위권 대학 합격생은 한두 문제 차이로 대학이 갈린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킬러 문항이 없다니 자신 있어 한다”고 전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수험생 대다수는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기존에는 “수학을 잘해야 유리하다”며 끝까지 수학 영역에 공들이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영역이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가들은 질문과 선택지가 까다로워진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에 올 수능의 변별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주요 학원들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 특강을 다수 준비했다. 학원들이 모집 중인 추석 특강에는 ‘선택지의 모든 것’ ‘하루에 완성하는 EBS 연계 교재 몰아보기’ 등이 있다. 학원 광고에서 ‘킬러 문항 대비’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는 반면 ‘중상 난도 집중 대비’ 등은 자주 보인다. 한 유명 학원 관계자는 “수학 영역에서 만점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위권에게는 국어 영역과 탐구 영역의 마지막 정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킬러 문항이 사라지고 선택지가 어려워지고 EBS 체감 연계율이 높아진 9월 모의평가의 특성을 반영한 특강이 많다”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권회복 4법’의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의결이 또다시 불발됐다. 여야는 이날 교사의 정당한 지도가 아동학대로 치부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교권회복 4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일부 쟁점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 법안소위에서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학생의 교권 침해 활동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이 담긴 교원지위법 개정안 일부 조항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컸다.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광주에서 학생이 선생님을 기절할 때까지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며 “그런 사실 자체를 생활기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아이들한테 어떤 가르침을 줄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은 “친구 폭행 건 때문에 징계를 받은 일이 생활기록부에 기재되면 학부모는 엄청나게 소송을 벌인다”며 “국회에서 선의로 법을 만들어도 현장에선 많은 형태로 왜곡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교권회복 4법이 처리되려면 다음 주 전체회의를 거쳐 16일까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법사위에서 본회의 상정 전까지 5일간의 숙려 기간이 필요하다. 여야는 21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14일까지 교육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열 계획이다.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교과 과정 밖의 킬러 문항을 배제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가 확실히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모의평가 난이도 논란으로 윤 대통령이 지시를 내린 지 84일 만이다. 킬러 문항이 없으면 ‘물수능(쉬운 수능)’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날 교사들과 사교육 업체들은 “변별력도 있게 출제돼 까다로웠다”고 평가했다. 이번 모의평가는 윤 대통령 지시 이후 첫 한국교육과정평가원(수능출제기관) 주관 시험이라 관심이 컸다. 윤 대통령이 ‘지나치게 어렵다’고 지적했던 국어 영역 독서 과목의 경우 배경지식이 필요하거나 과도한 개념이 많이 들어간 지문이 이번 9월 모의평가에는 없었다. 출제 경향을 분석한 김성길 인천 영흥고 교사는 수험생이 어렵게 느끼는 과학·기술 지문에 대해 “EBS 교재에서 다룬 ‘압전 효과와 초정밀 저울’에 관한 내용이었고, 배경지식이 없어도 지문에 충분히 정보가 제공돼 킬러 문항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수학 영역은 EBS 모의고사 교재에서 숫자만 바뀐 문항이 나오는 등 다소 쉬웠던 것으로 평가됐다. 수열을 다룬 12번 문항은 EBS 모의고사와 숫자만 달랐다. 종로학원은 “수학에서 EBS 문제가 똑같이 나온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육부가 6월에 킬러 문항 예시로 제시했던 ‘세 가지 이상의 수학 개념이 결합’하거나 ‘대학 수준 개념’을 알아야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도 없었다. 영어 영역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거나 한국어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지문이 배제됐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선택지가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졌는데 함정으로 기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험은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하면 국어, 영어는 다소 어렵고 수학은 다소 쉬웠다. 6월에 수학이 최근 8년 사이 가장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평가원이 이번에 난이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수능과 비교하면 국어, 영어는 다소 어렵고 수학은 유사했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는 변별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체적으로 질문과 선택지가 까다로워졌다. 하지만 킬러 문항이 확실히 배제됐기에 수능 때 N수생은 더욱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원서 접수가 이달 8일까지인데 이날 모의평가 뒤 “나도 도전해보겠다”는 대학생이 많았다. N수생은 재학생보다 수능에 유리하므로, 올해 대입에서는 최상위권의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모의평가 성적은 다음 달 5일 통지된다.“대학수준 지문 사라진 9월모평, 질문 까다로워 변별력은 확보” [9월 수능 모의평가]“국어, 정답률 60%미만 문항6월모평 5개서 12개로 늘어”영어 1등급 비율 낮아질 듯6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9월 모의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킬러 문항’을 배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교육부가 올해 수능부터 도입하기로 한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를 이번 모의평가 출제 단계에서 시범 운영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장 교사들로 구성된 점검위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은 킬러 문항이 있는지만 체크해 핀셋처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오승걸 평가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문제지 인쇄 전에 점검위가 킬러 문항이 있는지를 검토해 의견을 줬고 출제진이 이를 반영해 수정했다”고 말했다.● 선택지 까다로워 체감 난도 높아 이번 모의평가는 EBS 체감 연계율이 크게 높아진 게 특징이다. EBS 연계율은 50%로 지난해 수능 및 올해 6월 모의평가와 같다. 하지만 예전에는 EBS 교재에서 다룬 지문, 문제, 개념을 변형해 출제됐다면 이번에는 유사도를 높였다. ‘킬러 문항을 준킬러 문항이 대체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질문과 선택지가 어려워졌을 뿐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없었다고 입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어 영역은 특히 수험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독서 영역의 모든 지문이 EBS 수능 특강 및 교재와 연계됐다. 8∼11번 ‘압전효과’ 관련 문제는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과학·기술 지문이지만 EBS 수능특강 과학기술 부문에서 주요 개념이 다 나왔다. 문학 영역은 “제시문 길이가 이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 수험생의 부담감이 줄었을 것”(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반면 선택지는 까다로웠다. 최서희 서울 중동고 교사는 선택지에서 정답과 오답을 판단하기 위해 확인해야 할 요소가 많아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수험생의 체감 난도는 높았다. 종로학원은 국어 영역의 표본조사 결과 정답률 60% 미만인 문항이 6월 모의평가 때는 5개였지만 이번에는 12개로 늘었다고 밝혔다.● 수학은 최상위권 변별력 낮아질 듯 수학은 6월 모의평가에 비해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확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6월 모의평가에서 수학은 국어와 만점 격차가 15점까지 벌어질 정도로 ‘불수학’이었다.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선택과목 ‘미분과 적분’은 6월 모의평가 대비 원점수 평균이 4.4점, ‘기하’ 5.2점, ‘확률과 통계’ 3.0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지금까지는 교과 몇 단원의 전체 그림을 알고 있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면 이번에는 한 단원 개념만 알아도 풀 수 있는 문제가 나왔다”고 말했다. 종로학원 표본조사에서는 정답률 60% 미만 문항 수가 6월 모의평가와 동일하게 10개로 나왔다. 중상위권의 변별력은 확보됐지만 수학 영역 만점자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 영어, 등급 하락 수험생 많을 듯 영어 영역은 EBS에서 봤던 지문이나 소재인데도 수험생들이 6월 모의평가보다 어렵게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보라 서울 삼각산고 교사는 “지문을 끝까지 읽어야 풀 수 있는 문제, 선택지들의 오답 매력도가 높은 문제가 출제됐다”며 “전문 지식이 없으면 해석해도 이해가 안 되는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쉽게 출제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종로학원은 표본조사에서 영어 영역 원점수 평균이 6월 모의평가보다 2.2점 하락했다고 밝혔다. 절대평가인 영어 영역은 6월 모의평가에서 1등급 비율이 7.6%로 2023학년도 수능(7.8%) 때와 유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1등급 비율이 이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세종=박성민 기자 min@donga.com}

‘공통과목, 일반선택과목 성적 전혀 보지 않고 진로선택과목 성적만 반영.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없음.’ 최근 입시전문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가천대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지역균형전형(학생부교과전형) 선발 방법이다. 진로선택과목은 등급(1∼9등급)을 산출하지 않고 A∼C로 성취평가를 하기 때문이다. 100점짜리 시험을 3단계로 평가하는 만큼 A를 받는 학생이 더 많을 수 있다. 진로선택과목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흥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 듣는 것으로 지원자의 적성을 파악할 수 있지만, 필수인 공통과목 점수를 전혀 반영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입시업계는 놀란다.● 진로선택과목만으로 학생 선발가천대가 공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에 따르면 가천대는 374명을 선발하는 지역균형전형 1단계로 학생부 교과 100%를 반영해 7배수를 뽑는다. 이는 2024학년도에도 동일하지만, 2025학년도에는 반영교과(국어, 수학, 영어, 사회·과학)별 진로선택과목만 반영한다는 게 큰 차이다. 2024학년도에는 공통과목, 일반선택과목, 진로선택과목을 모두 반영한다. 2단계에서 ‘면접 50%+1단계 성적 50%’를 보고,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없는 것은 동일하다. 대부분의 고등학생은 2, 3학년에 진로선택과목을 듣는다. 즉, 가천대는 지원자의 1학년 공통과목 성적이 어떻든지 상관없이 A∼C로 평가되는 진로선택과목만으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뜻이다. 일부 입시업계에서는 지원자를 어떻게 변별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가천대는 평가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만큼 대학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 대학도 평가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천대 입학처 관계자는 “2014년부터 고등학교에 성취평가제가 도입됐는데 대학 입시는 여전히 상대평가를 활용한다”며 “각 고등학교에서 설정한 성취 기준을 달성했다면 역량을 갖춘 학생으로 보고 해당 평가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가천대 합격자들의 성적을 분석해봐도 평가에 자신 있다는 입장이다. 2018∼2023학년도 가천대에 학생부 교과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 가운데 진로선택과목을 모두 A 받은 학생의 평균 교과 등급은 3.26이다. 또 같은 기간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입학해 가천대에서 2학기 이상 재학한 학생 가운데 고교 내신 4등급 이하인 학생의 평균 평점은 3.56이다. 이 점수는 가천대에 수능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높다. 이에 대해 가천대 관계자는 “진로선택과목만으로 평가해도 가천대에서 공부하는 데 필요한 소양을 갖춘 학생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며 “특히 진로선택과목을 열심히 들은 학생은 자신이 흥미 있는 공부에 의지가 있다는 뜻인데 대학 공부는 성적보다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최초 클라우드 전문가 양성2025학년도 지역균형전형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천대는 면접 기간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올해의 경우 10월 7∼9일로 3일간 치를 예정이지만, 내년에는 1주일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수능 전에 면접을 보는 것은 똑같이 할 방침이다. 지원자를 배려하는 가천대의 입시 정책은 2024학년도에도 있다. 가천대는 2024학년도 지역균형전형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을 반영할 때 지원자가 성적이 안 좋은 학기 1개를 버릴 수 있게 했다. 3학년 1학기까지 총 5개 중 우수한 4개 학기 순서대로 40%, 30%, 20%, 10%를 반영한다. 가천대는 이처럼 우수한 학기를 평가에 많이 반영하는 방식을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도입했다. 가천대 관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는 누구나 방황하고 실수할 수 있는데 그때의 성적을 과감하게 반영하지 않거나 조금만 반영하고 잘한 것을 집중 평가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지역균형전형에서 2단계 면접을 볼 때는 지원자의 교과성적 정보가 면접위원들에게 제공되지 않는다. 이는 2024학년도와 2025학년도 모두 동일한 방침이다. 면접위원이 지원자의 교과성적을 보고 선입견이나 편향을 갖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인성 40%, 계열(전공)적합성 40%, 의사소통역량 20%로 평가하는 것 역시 올해와 내년에 동일하다. 한편 가천대는 2024학년도에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전문가를 양성하는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함께 신설한다. 가천대와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2024학년도에 IT융합대학에 클라우드공학과를 신설하고 신입생 30명을 선발한다. 학생들은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고, 졸업 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 우선 채용된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2024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11∼15일 진행된다. 수시 원서접수 전 마지막으로 체크할 사항을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과 알아본다. 우선 전형별 지원 자격을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학생부교과전형은 고등학교 졸업 연도에 따라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둔 대학이 있다. 예를 들어 경희대와 고려대는 올해 고3만 지원할 수 있고, 서울시립대와 이화여대는 재수생까지 지원 가능하다. 건국대와 동국대는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다. 출신 고등학교 유형에 따라 지원 자격에 제한이 생기기도 한다. 보통 서울 지역 대학은 일반 학생부교과전형에 특성화고 학생의 지원을 제한한다. 지난해까지 특성화고 학생이 지원했던 서울시립대 지역균형선발전형도 올해부터는 지원이 제한된다. 단, 경희대 지역균형전형은 특성화고 학생도 원서를 낼 수 있다. 대학별 원서접수 마감 시간도 꼭 확인해야 한다. 대다수 대학이 15일에 원서접수를 마감한다. 하지만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는 13일, 건국대 서울시립대 성신여대 연세대 이화여대는 14일에 마감한다. 같은 날짜여도 마감 시간이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15일 마감 대학 중 한국체육대는 오후 4시, 가톨릭대 광운대 동국대는 오후 5시다. 모든 대학이 오후 6시에 마감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원서접수를 놓치면 안 된다. 학교장추천전형에 지원한 학생은 반드시 학교로부터 추천을 받아 원서접수 사이트에 등록해야 한다. 고교당 추천 인원 제한이 없는 대학에 지원한 경우 고등학교에서 추천자 입력을 했는지 확인에 소홀했다가 지원이 무효되는 경우가 있다. 추천자 입력은 18∼22일 각 고등학교가 원서접수 사이트에 하면 된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교육부가 ‘공교육 멈춤의 날’(4일) 집단 연가나 병가를 낸 교사를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5일 공식 철회했다. “집단행동은 법령 위반”이라며 집회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결근한 교사는 징계하겠다던 입장을 바꾼 것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기라”고 지시한 영향이다. 이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노동조합연맹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선생님들이) 연가, 병가를 사용하신 상황은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 없는 절박한 마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추모에 참여한 선생님들을 교육 당국이 징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열과 갈등보다는 선생님들의 상처와 상실감을 치유하고 우리 교육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온 힘을 쏟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에 내렸던 연가, 병가 사용 교사 현황 집계 지시도 중단했다. 당초 교육부는 교사들의 복무를 점검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교육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목표가 같음에도 방법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서로를 부정하는 일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겠다는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처음부터 “하루만 마음을 다잡고 회복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교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가 멈추면 학생의 학습권과 맞벌이 부모의 아이돌봄 문제 등이 생겨서 원칙적으로 학교를 지켜 달라고 호소한 것이었다. 덕분에 집회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반으로 늦춰졌다”고 말했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으로 교권 침해 이슈가 커지며 교육부는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만들어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을 법으로 보장했다. 하지만 교원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에서 면책해 주는 법 개정 등은 여야가 여전히 논의 중이다. 교권 추락과 공교육 불신이 오래된 탓에 현장에서는 “바뀌려면 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5일 교원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이번 추모에 참가한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신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의 사망으로 촉발된 ‘공교육 멈춤의 날’(4일) 집단행동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려던 방침을 백지화한 것이다. 그동안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 대응하겠다”던 교육부는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마자 “오늘은 징계 언급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5일 기존 입장을 공식 철회했다. 당초 교육부는 4일에 학교가 임시휴업 하는 건 위법하다고 봤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에 따르면 임시휴업은 원칙적으로 매 학년도가 시작되기 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 재해와 같은 그밖의 급박한 사정이 발생했을 때에만 학기 중에 정할 수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교사가 사망한 서이초를 제외한 다른 학교는 임시휴업을 할 급박한 사정이 없다”고 봤다. 교사가 내는 연가, 병가는 일반 회사원과 다르게 조건이 엄격하다. 연가는 직계가족 등의 경조사 등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수업일을 피해 사용해야 한다. 병가는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특정 목적(집회 등)을 가진 교사들의 연가, 병가는 우회 파업이고 국가공무원의 집단행위 금지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조퇴 투쟁을 하거나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에듀파인 회계시스템 도입을 반대하며 집단으로 개원 연기를 시도했을 때도 교육부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은 과거 사례와 달리 특정 집단의 이익과 관련이 없다는 점에서 ‘원칙과 별개로 융통성을 발휘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교육부 내부에서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에 참여한 교사 규모가 매우 컸다는 점도 교육부가 징계를 철회한 배경으로 꼽힌다. 전국에서 최대 10만∼12만 명(주최 측 추산)의 교사가 참여하면서 ‘이들을 다 징계했다가는 갈등이 커지고 공교육 정상화는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의 이번 집단행동은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거나 정부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추모를 하기 위해서였다”며 “징계에 에너지를 쏟고 갈등을 촉발하기보다는 교권 회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49재인 4일 전국의 교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단행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일부 교원단체가 주도했던 것을 제외하고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연가나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은 것은 공교육 역사상 처음이다. 국회 앞에 모인 교사들은 “다시는 어떤 교사도 홀로 죽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서이초 추모 공간을 찾은 한 초교 교사는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날(3일)까지만 해도 병가-연가 투쟁에 참여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겠다던 교육부는 교사들의 분노에 ‘징계’ 언급을 삼가며 물러섰다. 일선 학교 현장은 출근하지 않은 교사들로 인해 수업 공백이 생겼다. ‘공교육 멈춤의 날’로 불린 4일 오전부터 서이초 추모 공간에는 검은 옷을 입은 교사, 추모객들이 전국에서 모여들어 길게 줄 섰다. 헌화를 위해 1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손에는 하얀 국화, 카네이션이 들려 있었다. 한 초교 교사는 “월급을 올려달라고 연가, 병가를 낸 것이 아니다. 학생과 학부모가 난동을 피워도 교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이제 이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도로에서 여의도공원까지는 검은 옷차림의 교사, 시민들의 검은 물결이 뒤덮었다. 이들은 “우리가 바꿀 것이다”, “우리 교육은 9월 4일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서울 4만 명(주최 측 추산) 등 전국에서 최대 10만 명이 집회에 참석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학교 차원의 임시휴업을 한 곳은 38곳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연가, 병가를 냈고 교장이나 교감이 수업을 대신했다. 서울은 전체 초등 교사 약 2만7000명 중 절반 이상이 연가, 병가를 낸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부는 전날까지 “집단 연가나 병가는 ‘사실상 파업’으로 징계 대상”이라고 했다. 하지만 4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 교권 확립과 교육 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자 기류가 변했다. 이날 오후에 교육부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병가, 연가 낸 교사를 다 징계한다는 건 아니다. 현황을 파악해 보고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거리 나선 교사 등 10만명 “우리가 바꿀것”… 교육부, 징계 말 아껴 [공교육 멈춤의 날]국회앞 4만여명 모여 ‘검은옷 물결’… 극단선택 진상규명-교권회복 외쳐“징계 운운 교육부 사과하라” 성토교육부 "징계, 오늘은 언급 않겠다" “더 이상 교사를 죽이지 말라! 억울한 죽음들의 진상을 하루빨리 규명하라!”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49일째를 맞은 4일 전국 교사들이 ‘공교육 멈춤의 날’을 선언하고 추모 집회에 나섰다. 이날 오후 4시 반경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모인 약 4만 명(주최 측 추산)의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 등 교권보호 입법을 요구하며 1시간 반 동안 집회를 진행했다. 이날 전국에 모인 교사 등은 최대 10만 명에 달했다. 시민과 교대생, 교사 가족 등이 일부 포함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국 교원(50만 명) 10명 중 1, 2명가량이 동참한 것이다.● 연가·병가 내고 거리 나선 교사들 이날 국회의사당 앞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추모 집회가 열렸다. 경남도교육청 앞에서 4500명,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5·18민주광장 앞에서 3500명 등 전국에서 최대 6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당초 국회 앞에 1만 명, 전국적으로 2만∼3만 명이 집회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교사 3명이 잇달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규모가 크게 늘었다. 주최 측은 카네이션 1000송이를 무대 위에 헌화하며 추모 집회를 시작했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온 심양선 씨(41)는 “아내도 중학교 교사인데 공교육 붕괴가 걱정돼 나왔다”며 “같이 온 초등학교 3학년 딸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해서 함께 헌화했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엔 숨진 서이초 교사 A 씨를 지도했다는 교대 교수도 나왔다. 그는 “A 씨를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겠다”며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모든 도전과 싸우겠다. 제자들을 꼭 지키겠다”고 외쳤다. 집회 참석 교사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힌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참석자들은 “징계를 운운하며 권한을 남용한 이 장관은 사과하라”고 외쳤다. 교사들은 대부분 병가나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석했다. 병가를 냈다는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권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 어느 학생을 맡느냐에 따라 교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상황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 한발 물러선 교육부 “징계 말 아낄 것” 이날 임시 휴업을 결정한 서이초에는 오전부터 추모를 위한 시민과 교사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공식 추모제가 열린 서이초에는 이 장관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여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소중한 선생님들이 홀로 어려움과 마주하지 않도록 함께할 것을 약속드린다”며 유화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장관을 포함해 그동안 집회 참석 교사 등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던 교육부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 교권 확립과 교육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한 후 다소 태도가 달라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징계에 대한 언급은 오늘은 말을 아끼겠다”며 “파업에 나선 교사를 무조건 엄정하게 다 징계하겠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서이초를 제외하고 임시 휴업한 나머지 학교에 대해선 여전히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징계 수위는 다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학교에 병가를 내고 자녀 둘을 추모제에 데려온 한 교사는 “교육부가 징계하겠다고 하는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심정”이라고 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교육부는 교사들에 대한 징계 방침을 철회해달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김태영 기자 liv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신뢰받는 교실은 아이들의 꿈을 키웁니다. 존중받는 선생님은 아이들을 웃게 합니다. 교직원 보호를 위해 통화 내용이 녹음될 수 있습니다.” 5일부터 전국 초중고교와 유치원에 전화를 거는 학부모들은 이러한 통화연결음을 들을 수 있게 된다. 2학기에 학부모들은 교사 개인 휴대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할 수 없기 때문에 이 통화연결음을 더욱 자주 들을 수 있다. 교육부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의 후속 조치로 개발한 통화연결음을 5일 전국 학교 및 유치원에 배포한다고 4일 밝혔다. 교육부는 7월에 ‘교육활동 보호 통화연결음 공모전’을 열고, 6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공모전에는 총 899편이 접수됐다. 교육부는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2편을 어린이, 청소년, 성인 남녀 등 6개 음성으로 만들어 학교와 유치원에 안내하기로 했다. 각 학교와 유치원에서는 구성원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자율적으로 통화연결음을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최우수상 수상자는 강원 함백고에서 근무하는 정인화 교사다. 정 교사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마음 놓고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학교는 우리 모두의 소중한 미래입니다”라는 내용으로 통화연결음을 만들었다. 우수작 중에는 “폭언이나 욕설은 삼가 주시고, 따뜻한 배려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하는 내용도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학부모 등이 학교에 전화를 거는 단계에서부터 교권 보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일깨우겠다”고 설명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 A 씨는 1일 수업 중에 ‘몰폰’(몰래 휴대전화 하기)하는 학생을 보고도 모른 척했다. 이날부터 시행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초중고교에서 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없다. 교사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압수’(분리 보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A 씨는 “학생이나 학부모는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할 수 없고 압수할 수 없다는 학생인권조례만 알지 고시는 잘 모른다”며 “괜히 학생이 대드는 걸 듣느니 그냥 수업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교권 보호를 위한 고시가 시행된 첫날, 학교 현장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대다수 교사는 “교권이 땅에 떨어진 지 오래인데 고시가 만들어졌다고 하루아침에 학생을 적극 지도할 수 없고 그럴 동력도 잃었다”고 말했다.● 교사들 “고시가 지켜줄 거란 믿음 없어” 특히 ‘휴대전화 압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교사가 많았다. 서울 B고 교사는 “지금도 등교 후 휴대전화를 걷는데 공기계(통신사에서 개통하지 않은 단말기)를 내는 학생이 많다. 압수한다고 다르겠느냐”고 말했다. 경기 C중 교사는 “학생이 쉬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돌려 달라고 하면 안 주기 어렵다”고 했다. 교권 침해 학생을 ‘분리’할 수 있다는 조항도 효과가 없을 거라는 의견이 나왔다. 충남 D고 교사는 “고등학생은 교사가 지적해도 웃고 넘어가려 한다”며 “문제행동을 못 본 척하는 데 익숙해져 ‘분리’하는 교사가 많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시에 따르면 학생이 분리를 거부하거나 1일 2회 이상 분리했는데도 교육활동을 방해하면 교사가 보호자에게 인계를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E초 교사는 “맞벌이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가라고 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1일부터 교사는 사전에 목적, 일시, 방법 등이 협의되지 않은 상담은 거부할 수 있다. 학부모가 교사 개인의 휴대전화나 카카오톡 등으로 민원을 제기할 때도 응대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교사 휴대전화 번호가 공개된 경우가 많고, 아무 때나 연락하는 게 관행으로 자리 잡아 교사가 갑자기 정색하며 상담을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원단체 “법 개정을”… 국회 일정 돌연 연기 교원단체들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에서 면책시키는 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법 개정안에 대해 이날 오전 여당, 야당, 교육부, 시도교육감으로 구성된 4자 협의체는 “4일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가 오후에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고 밝혔다. 김철민 국회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합의 법안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하기 위해 잠정 연기됐다”고 했다. 황수진 교사노동조합연맹 부대변인은 “관련법이 교육위를 통과한다고 해도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까지 남아 있어 교사들은 아직 보호장치가 없다고 느낀다”고 강조했다. 고시나 법과 별개로 학생, 교사, 학부모가 서로 불신하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숨진 교사의 49재 추모일인 9월 4일에 재량휴업을 하기로 한 학교가 전국에서 30곳으로 집계됐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서울이 9곳, 세종 8곳, 광주·충남 각 5곳 등이다. 모두 초등학교다. 일부 학교에서는 당일에 갑자기 연가나 병가를 내는 교사들이 많을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교외 체험학습을 신청하라”고 우회적으로 말하거나 단축 수업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