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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원 앞 버스 정류장에 붙은 ‘문진 확인’ 스티커. 진료 전 발열체크 등을 했다는 표시인데 불편했어도 엉뚱한 곳에 ‘화풀이’할 일은 아니죠. ―서울 성북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브랜드(Brand)는 낙인(烙印) 즉 불도장입니다. 농경 사회의 가장 큰 재산인 가축에 소유주 표시를 하는 것이었죠. 비록 단순한 문양이었지만 큰 가문마다 고유의 브랜드가 있었고 이것이 귀족 가문이나 왕실, 국가의 휘장 등으로 발전합니다.중앙집권 국가에선 왕실이나 황실 외엔 각 가문의 휘장이 없습니다. 지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역모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휘장이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교황이 권위를 부여한 중세 유럽 영주와 자기 지역의 통치권이 있던 일본의 다이묘들에겐 각각의 휘장과 귀족 문양 등이 많았습니다. ▽권력이 분산된 민주주의 사회에선 어느 단체나 자유롭게 자신의 휘장과 브랜드를 쓸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꽃인 상품과 현대사회의 신흥 귀족인 기업도 자기 브랜드를 가집니다. 브랜드는 좋은 느낌을 주려는 기호 이미지입니다. 욕망의 코드가 됩니다.브랜드는 대개 이미지와 로고로 구성되죠. 로고(Logo)는 디자인 처리된 문자입니다. 로고를 이미지로 쓰는 브랜드도 많습니다. 신생 브랜드라면 이름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로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반대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브랜드는 이미지에 집중합니다. 로고는 빼버리고 이미지만 던집니다.단순한 모양으로 시작됐을 브랜드는 귀족이나 왕실 등에 의해 점점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 형태로 발전합니다. 위 영국 국가 휘장처럼. 하지만 현대의 상품 브랜드들은 반대방향으로 가는 듯 합니다. 시장은 복잡해져 가는데, 브랜드들은 점점 단순해지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브랜드가 단순해지니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증명하는 것이죠. 이미지(그림)는 텍스트(문자)보다 강렬합니다. 직관적이니까요. 단순한 기호일수록 종교적인 의미나 주술적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권위를 가진 상징에 복종하고픈 습성도 인간의 원초적 욕망 아닐런지요. 이 바닥에선 단순할수록 권력을 발휘합니다. 한 지역의 농토를 거의 다 독점했던 귀족 가문의 단순한 낙인도 그 지역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했을 것입니다.신생기업들도 시장을 지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면 슬슬 브랜드를 단순화하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는 로고, 즉 문자를 활용한 디자인이네요. 이름을 조금 더 알려야 하나요?브랜드가 ‘찐팬’들에게 숭앙받는 지위에 오르면 디자이너들은 로고를 제외한 채 이미지를 다양하게 응용하는 장난을 치곤합니다. 제가 디자이너라도 재미있을 겉 같아요. 자사 브랜드 이미지인 파타고니아 산맥 라인을 그리즐리 곰과 송어에 응용한 디자인. 찐팬들이 열광할 것이란 자신이 있는 것이겠죠. 이런 이미지를 아예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합니다.“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며 팔짱을 낀 것 같은 브랜드. 극단적인 단순한 이미지로 특별한 기호가 되려는 브랜드의 권력욕이 느껴집니다. 좌우 대칭 건물 정중앙 윗부분에 배치된 하얀 사과. 숭배 받고 싶은 걸까요. 공기처럼 일상을 장악하고 싶나요. 아니면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자 지위를 누리고 싶은 걸까요. 연출된 듯한 이미지이지만, 매장 앞 사람들의 자세와 시선, 행동이 절묘합니다.국가 휘장이 대칭 건물 정중앙 윗부분에 설치돼 있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자동차 창문에 빗방울이 송글송글. 빗방울 속엔 똑같은 모양의 빛망울이 반짝이네요. 자연도 디지털 못지않은 복제능력을 갖췄나 봅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스타벅스 코리아는 2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미드나잇 베르가못 콜드 브루’를 판매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00만 잔 이상 판매된 음료로 화이트 초콜릿과 베르가못 향이 콜드 브루 커피와 어우러진 음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리 전통 문화재인 장승은 북미 원주민들의 토템폴(Totem pole)과 같은 계열로 해석되죠. 원시신앙이나 주술의 상징물로서 마을 어귀에 수호신처럼 세워집니다. 물론 마을을 알려주는 독특한 상징물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몽골리안들의 공통적인 문화라는 설도 있지요. 중앙집권 체제였던 조선 시대에는 마을 고유의 토템보다는 전국적으로 비슷비슷한 모양새의 표지들이 세워졌습니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으로 통일된 것이죠. 장승을 못 세울 경우 솟대가 입구 표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솟대도 전국적으로 비슷한 모양입니다.지중해 문화권에는 원기둥과 오벨리스크가 있습니다. 토템과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의미가 다릅니다. 이집트 오벨리스크는 태양신을 상징한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권력자의 권력 크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이정표 역할도 없습니다. 기념비지요.중세 이후 서구에선 이런 기념비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영웅이나 성인을 기리는 동상·석상이 이를 대신했습니다. 종교적 기호는 십자가만 남았습니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의 영향이겠죠. 그래도 뭔가를 세우고 표시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요? 현대에도 대체된 형태의 토템들이 많이 보입니다.대형 건물은 하루에도 수천~수만 명이 들락날락하는 공간, 즉 작은 도시 같은 곳이잖아요. 큰 빌딩 앞엔 ‘현대의 토템’이 있습니다. 건축법상 의무인 조형물들이 그렇습니다. 미술품을 설치해 도시미관에 기여하라는 공익 개념이죠. 이것도 왠지 토템폴의 고유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건물의 알림 표지인 셈이니까요. 21세기에도 토템폴은 꾸준히 설치됩니다. 지방자치 단체들도 토템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해석한 조형물들을 특정 장소에 배치해 표지 역할을 맡깁니다.‘토템 본능’을 가장 잘 이용하는 건 역시 사업가들 같습니다. 기호를 사랑하는 습성을 마케팅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죠. 현대의 주술 기호는 브랜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이 최고의 질서가 된 현대사회에 권위적인 물성을 가진 상품이야 말로 숭앙의 대상이죠. 교회처럼 생긴 건물 한 가운데 베어 먹은 사과를 보시죠. 종교이자 주술 기호 같지 않나요? 이런 상점 안에 들어가게 되면 왠지 창조주, 아니 창업자의 ‘은혜’에 감사하며 세상을 뒤바꾼 피조물들을 감탄하고 찬양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고층 건물은 현대사회가 탄생시킨 토템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토템의 초대형화 버전이죠. 우뚝 솟은 직선 모양새하며, 멀리서도 잘 보여 방향과 위치를 안내해주는 지표 역할도 해주니까요. 이미 자본주의 사회의 주술이 돼버린 배금주의(拜金主義·Mammonism)의 대표 기호로서 이 슈퍼 토템들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산수유나무가 새로 노란 꽃을 피우면서도 빨간 열매를 달고 있네요. 지난 가을 추억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걸까요.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려대의료원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단이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에서 출국 전 발대식을 열었다. 지원단장인 조원민 고려대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와 김영훈 의무부총장(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등 의료 전문인력 14명은 19일 폴란드로 출발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약 2주간 머물며 난민 진료 활동을 벌인다. 의사 출신인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왼쪽에서 다섯 번째)도 참여해 진료와 취재를 병행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편의점에 설치된 사탕 매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리송한 문구. 아하! W자 방향으로 읽으니 뜻이 통하네요. ―서울 강동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사진 구도를 잡는 패턴 중엔 ‘대칭(Symmetry)’ 기법이 있습니다. 화면 구성의 형식이지요. 입문자용 ‘사진 잘 찍는 법’ 같은 책에도 꼭 나오는 기법입니다. ‘비교(Comparison)’ 기법이라고도 합니다.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나 상하를 반으로 나누는 패턴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대칭 기법을 조금 더 확장해 응용하면 더 다양한 사진이 나옵니다. 상반되는 색깔을 배치할 수도 있고, 대조되는 소재(피사체)를 한 앵글에 넣는 방법이 대표적이죠. 대칭 구조는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가 생깁니다.뉴스나 광고 사진도 비교나 대립(Conflict) 기법을 좋아합니다. 나란히 앉아있으나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 반대방향을 바라보는 정치인, 탁자를 사이에 두고 협상중인 노사. 버거킹에 와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맥도널드 직원. 사진의 역동성은 이런 갈등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스포츠 사진은 격렬한 몸싸움이 많습니다.대칭 기법이 사진의 흔한 앵글이 된 것은 우리가 대칭적인 사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떠올리면 항상 그 상반되는 것을 동시에 떠올릴 때가 많죠.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기도 하고요. ‘탕수육’ 하면 자동으로 ‘부먹:찍먹’이 떠오르듯이. 마땅한 대칭 소재가 안 떠오르면 연관된 소재를 찾기도 합니다. ‘떡볶이’ 하면 순대를 함께 연상하는 것처럼.대칭은 서사에도 흔히 이용되는 기법이죠. 스토리 구조의 기본입니다. 히어로와 빌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등으로 갈등 구조를 만들죠. 뉴스사진을 생산하는 사진기자들도 자주 써먹는 기법입니다. 긴장감은 역동성과 재미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가끔은 “혹시 사진으로 애먼 싸움을 붙이는 것 아닌가?” 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저도 비교하는 앵글로 사진을 찍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아날로그의 상징인 나무문과 금속 문고리 옆에 버젓이 디지털 도어 록이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날로그 세계 안의 디지털 기기가 대립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본 것이죠. 대칭의 소재가 어색하게 공존하는 상황은 사진의 재미를 더 해줍니다. 대칭이되 대립은 아니죠. 그렇다면, 대립의 반대는 뭘까요. 통합? 통일? 저는 조화(調和·Harmony)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소재나 색깔로 맞춰 나열하는 사진은 재미없겠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듯 한 앵글에 존재하면서도 소재끼리 새로운 관계와 질서를 맺게 만드는 사진. 여러 소재가 어울려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표현하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습니다. 한옥문의 도어 록 사진을 그렇게 바라보고 싶고요.대칭은 재미있지만 또 다른 문제도 던져줍니다. 대칭의 세계관에 시야와 사고를 가둬버리는 문제죠. 대칭 프레임에 갇혀 더 큰 세계를 못 보게 되는 것이죠. A 라는 소재와, 그에 대칭되는 B 소재를 양분해 놓고 그 안에서만 생각을 하는….IT 투자 붐이 불던 2000년 대 초반, 워렌 버핏은 엉뚱한 회사를 하나 인수합니다. 카펫 회사를요. 이어 인테리어 페인트 업체 주식도 대량 매집합니다. ‘투자의 현인’이 왜 장래성이 큰 디지털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전형적인 아날로그 산업 주식을 산 것일까요. 모두가 기술이냐 플랫폼이냐, 즉 IT 범주 안에서 대칭되는 2가지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버핏은 엉뚱하게 제3의 길, 아니 IT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를 택한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IT붐이 많은 창업을 일으키면 숱한 사무실이 생긴다고 예측한 것이죠. 인테리어 수요가 폭증한다고 본 것입니다. 결과는? IT 버블이 꺼지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많았습니다만 버핏은 짭짤한 수익을 건졌습니다. IT에 투자하는 대신 버블의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죠. 마치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당시 금광에 도전한 사람들보다 마차 제작자가 돈을 더 많이 번 것처럼. 대칭적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안전한 투자 방식을 버핏은 갖고 있었습니다. 대칭 세계에서 나와야만 볼 수 있는 시각이겠지요.세상엔 대칭 프레임을 넘어선 제3의 해법을 직관적으로 찾아내는 천재가 참 많습니다.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은 이 단순한 그릇으로 해결됐습니다. 각각의 취향을 서로 존중하면서도 모두가 좋아할 방법으로요.천재들은 제3의 해법을 다른 분야에도 금방 응용합니다. 대칭 세계에 갇힌 논쟁은 서구에서도 피할 수 없나 봅니다. 미국 판 부먹-찍먹이 있는데요. 화장지 방향 논쟁입니다. 화장지를 벽쪽으로 늘어놓느냐 반대 방향으로 늘어놓느냐로 답없는 논쟁을 벌인다는군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호텔 프런트에서 로봇이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척척 답해줄 것도 같습니다. 물론 코로나 감염 걱정도 없겠지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바이크족들이 자주 가는 한 카페 출입문. 바이크 관련 브랜드 스티커를 잔뜩 붙여 뒀네요. 공간이 남았던 걸까요. 우유와 커피 브랜드 스티커도 눈에 띄네요.-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태양 아래 새 것은 없나니” / 전도서 1장 9절“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없다, 모두 무언가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No one is original, everyone is derivative)” / 재즈뮤지션 소니 롤린스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원작(原作·originality) 문제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거리입니다. ▶원작과 관련된 ‘고양이눈썹’ 포스팅 참고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110/111170439/1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처럼 완벽한 고유 창작물은 없지요. 선조들과 선배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참고하거나 윤색하기도 하고, 패러디·오마쥬 등 아예 원작들을 변용해 창작하기도 합니다. 지식재산권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창작 문화가 죽을 수 있으니, 현대 선진국에선 작가 사후 70년 정도로 저작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산업 특허권도 10년~20년지나면 소멸되는 것도 많습니다.만약 저작권에 느슨한 맛이 없다면, 세종대왕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란 우스개도 있습니다. 전 국민이 한글을 쓸 때마다 한 글자 한 글자 계산해 저작료를 내야 하니까요.사진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앵글과 시각으로 촬영을 합니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 해도, 카메라 앞 상황을 사진가의 해석으로 기록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미 해석이 한 차례 끝난 상태의 피사체, 즉 타인의 창작물을 촬영할 때입니다. 사진은 분명 사진가가 찍지만 사진 속 콘텐츠의 원작자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이를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해석이나 창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 저작권법에는 아래처럼 규정돼 있죠.저작권법 제5조(2차적저작물)①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하 “2차적저작물”이라 한다)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② 2차적 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영화나 노래, 시 등에 대한 패러디·오마쥬도 2차적 저작물이지만 변용을 한 사례죠. 사진가들도 유명한 고전급 사진을 비슷하게 찍습니다. 물론 이것도 저작권법 제5조의 보호를 받겠죠.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찍을 때도 촬영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사진가의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문제는 2차원 평면 미술품을 ‘복사’하듯 촬영할 때입니다. 물론 완벽한 평면 예술품은 없습니다. 그림의 경우 붓터치, 물감의 질감 등을 특별히 잘 표현해 촬영하는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복사기 역할, 즉 원초적인 복제를 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원저작자의 의도를 잘 해석하고 저작자가 누구인지,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충분히 밝히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동영상 화면을 촬영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출처를 충분히 밝혀도 ‘무단 복제’를 하는 듯한 기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사진가들의 깊은 고민거리입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3.1절을 이틀 앞둔 27일 북한산 안전봉사단 단원들이 서울 은평구 북한산 족두리봉 바위에서 3.1절 103주년을 기념하고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누군가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가능한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치적 올바름의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예의와 배려의 문제에 더 가깝다. 한 사람으로서, 상처받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고 헤아리려는 가장 기본적인 배려의 마음 말이다”- 한승혜(작가), ‘다정한 무관심: 함께 살기 위한 개인주의 연습’(2021년)에서#1책 제목에서부터 작가분이 개인주의에 대한 깊은 관심과 통찰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책 서문에서부터 개인주의 얘기를 하시네요.개인주의(individualism)는 개인의 존재와 가치가 국가·사회 등 집단보다 우선이라 여기는 생각입니다.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죠.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자율·독립성을 중시합니다. 서양의 근대 이후 조금씩 번지고 뿌리내린 가치관이죠. 현대 민주주의와 같이 성장했습니다.개인주의는 ‘내가 소중하듯 타인도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인정합니다. 타인의 욕구와 권리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기주의와 달리 공동체와 협동과 연대에 익숙합니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연결해 공동체를 구성해야 비로소 합리적인 집단이 형성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즉 사회를 개인과 개인의 암묵적 계약체로 보는 것이죠.‘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죠. 개인이 각자의 권리와 사생활을 존중받으면서 뭉칠 땐 뭉친다는 뜻일 것입니다. 각자 독립된 개체와 인격을 갖고, 타인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공동체 이익을 위해서는 협동합니다.#2개인과 개인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윤활유는 뭘까요. 바로 예절과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예절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훈련만 잘 하면 몸에 쉽게 뱁니다. 눈치만 있어도 학습하기 쉽죠. 강아지들도 젖떼기 전까지 어미 곁에서 키우는 것은 사회화 과정을 위해서입니다. 다른 형제자매들과 놀면서 강아지들끼리의 예의를 배우는 것이죠. 물기 놀이를 해도 살살 물어라, 젖 먹을 때 다른 형제 자매들을 너무 밀쳐내지 마라 등등….반면 배려는 까다롭습니다. 제 주변에도 참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려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해 주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해주면 안 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티 안 나게 묻지 않고 알아서 말이죠. 배려를 한답시고 돕는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자칫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아니, 상처에 생채기를 더 내기도 합니다. 도움을 제공하는 분들도 상대방이 오히려 역정을 내는 바람에 마음을 다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알죠?최고의 배려는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돕는 것입니다. 배려의 공식은 눈치+예의+선의+거리두기+섬김입니다. “내가 널 위해 이런 걸 했어”라고 밝히는 건 배려가 아니라 생색입니다. 상대방이 바람 불 듯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일이 잘 풀리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돕는 사람은 투명인간이 돼야 합니다. 돕는 이의 존재감이 뿜어져 나온다면 배려가 아닙니다. 거리를 두고, 도움의 손길이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합니다. 다정한 무관심. 요즘 많이 쓰는 ‘츤데레’가 언뜻 이와 비슷한 말 같습니다. 배려는 개인주의 문화의 완성본, 끝판 왕이라고 생각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오래된 상가 골목. 어둑한 초저녁에 따스한 빛이 흘러나오는 무인갤러리. 사람 만나기 어려운 시기, 그림과 만나면 어떨까요. ―서울 세운상가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사진기자협회가 23일 ‘제229회 이달의 보도사진상’ 수상작을 발표했습니다. 이 상은 협회원인 사진기자들이 매월 직전 달에 보도를 목적으로 취재된 사진들 가운데 선정합니다. 협회원들이 직접 심사합니다.◇최우수상▲ 뉴스 부문 1월 6일 경기 평택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송탄소방서 소속 한 소방관이 들것에 실려 나오자, 2층에서 수색을 하던 한 소방관이 이를 지켜보며 고개를 떨구고 있다. / 국민일보 최현규기자▲ 피처-네이처 부문인천 송도국제도시 하늘에 드론을 띄운 뒤 기표 모양의 빛의 궤적을 노출해 대선을 앞둔 유권자의 선택을 사진으로 표현한 작품. / 경인일보 조재현기자▲ 스토리 부문“어유 저걸 어떻게 드셨데? 고생 많으십니다.” 지난달 21일 강원도 설악산 흔들바위로 향하는 등산로에서 임기종(66)씨를 본 등산객이 눈이 휘둥그레져 말했다. 160㎝가 되지 않는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그의 등에는 키만큼 높은 채소와 과일 상자가 탑처럼 쌓여있었다. 임씨는 설악산에 남은 마지막 지게꾼이다. 막노동을 하면서 한 달에 4~5번 60㎏이 넘는 짐들을 흔들바위 옆으로 옮긴다. 일을 시작할 때는 60여명의 동료들이 함께했다. 하지만 휴게소나 산장들이 없어지고, 일감도 줄면서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겨졌다. 6남매 중 셋째인 임씨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16세 때부터 지게를 졌다. 초창기에는 어깨에 피멍도 들고 다리 근육이 뭉쳐 며칠 앓기도 했다. 말 그대로 고난의 연속이었다. 잠시 짐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던 임씨는 “내가 벌지 않으면 가족이 다 굶어 죽을 상황이었다”며 “당시엔 배를 타거나 짐을 지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오로지 이 일 아니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3~4년 버텼더니 산악이 내 체질에 맞더라”고 말했다. 40㎏ 짐 기준으로 3만원을 받고 있다는 임씨는 빠듯한 생활에도 선행을 이어와 2012년에는 국민추천포상 대상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20년 넘게 보호시설에 있는 지적장애 1급 아들에게 음식을 가져다주다가 주변 사람들이 함께 먹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기부 활동을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전까지는 ‘다사랑나눔봉사회’를 운영하며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효도 관광도 진행했다. 강인했던 임씨도 지게꾼 일이 점점 힘에 부치고 있다. 임씨는 “50대 때만 해도 120㎏ 냉장고가 거뜬했는데 이제는 숨이 차고 힘들어 죽겠더라”며 “지금은 이 정도(약 60㎏)의 짐이 적당하다. 70살까지는 힘 닿는데 까지 해볼 생각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젊은 시절에는 가족을 위해, 장년에는 이웃을 위해 산에 오르는 ‘설악산 작은 거인’은 오늘도 사랑을 나른다. / 국민일보 이한결기자▲ 포트레이트 부문한국기계연구원 최영 그린동력연구실장이 자신이 개발한 드론용 5kw급 소형 수소엔진을 살피고 있다. 차세대 수소 모빌리티를 이끌어갈 수소엔진 기술은 시중의 20~30㎏급 드론을 띄울 수 있으며, 기존 배터리와 가솔린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은 액체수소를 활용해 비행시간 증가, 탄소 배출 없는 친환경 기술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최실장은 “탄소중립 사회에 대응할 기술을 먼저 확보했다”며 “수소 엔진 기술이 적용될 분야를 넓혀 수소 사회를 좀 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 전자신문 이동근기자▲ 스포츠 부문1월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SK 나이츠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의 경기. 한국가스공사 니콜슨이 수비를 뚫고 슛을 시도하던 중 파울을 당하고 있다. / 뉴시스 추상철기자◇우수상▲ 뉴스 부문1월 11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 201동 39층 타설 작업 중 23~38층 바닥 슬래브와 구조물 등이 무너져 내려 하청 노동자 1명이 다치고 6명이 실종됐다. 소방당국이 20여 일간 구조 작업을 했지만 실종자 모두 시신으로 수습됐다. / 남도일보 임문철기자▲ 뉴스 부문1월 3일 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이 헤드랜턴의 빛 한 줄기에 의지한 채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 남도일보 임문철기자▲ 뉴스 부문1월 11일 오후 경기 화성 정남면의 한 야산에 추락한 공군 10전투비행단 소속 F-5E 전투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전투기는 민가에서 약 100m쯤 떨어진 야산에 추락, 조종사가 끝내 탈출하지 못하고 순직했다. / 경인일보 임열수기자▲ 피처-네이처 부문광주 극락강변에 찾아든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가족이 마치 새해 인사라도 하듯 ‘2022’ 숫자를 만든 모습을 카메라로 포착했다. 큰고니는 수생식물의 줄기와 뿌리를 즐겨 먹으며 헤엄 칠 때 목을 굽히는 흑고니와 달리 목을 곱게 세우고 헤엄친다. / 무등일보 오세옥기자▲ 포트레이트 부문경북 상주 함창읍의 한 명주 길쌈 농가에서 명주 장인 허호(63)씨가 새하얀 명주 원단을 햇볕에 말리고 있다. 허씨는 40여 년 동안 누에고치실로 전통 명주 옷감을 생산하며 전통 명주길쌈을 계승해 지난해 대통령 표창인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실로 만드는 명주는 고급 비단으로, 한복 등을 만드는 데 쓴다. ‘함창 명주’는 실에 물을 먹여 짜는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내구성이 좋고 질감이 부드럽다. / 조선영상비전 김동환기자▲ 스포츠 부문1월 1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KBO 사무국 산하 심판위원회에 속한 1·2군 심판들이 올해부터 바뀐 스트라이크 존(S존) 적응을 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정지택 KBO 총재는 2022년 신년사에서 “이번 시즌부터 타자 키에 맞춰 선수 개인별 스트라이크 존을 철저하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 연합뉴스 김인철기자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나무 하나에 새집이 여섯 채. 집 갖고 다툴 일 없네요. 그런데 새가 보이질 않으니 빈집일까요, 멀리 마실 나간 걸까요. ―강원 평창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초의 계단은 신전 제단으로 오르는 길이었을 것입니다. 하늘을 향해 걸어 오르는, 올려다봐야 하는 높은 길. 계단의 끝 제단에서는 왕이나 제사장이 대중들을 내려다 봤을 것이고요.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서 동물을 죽여 피를 흘리고 태워 제사를 지냈겠지요. 계단은 처음부터 권력이 새겨진 시설물이었습니다. 좌우대칭이 완벽한 직선형태라면 더 권위적으로 보입니다. 다리는 수평으로 단절돼 있는 지점을 잇습니다. 계단은 위 아래로 떨어진 관계를 연결합니다. 청운교 백운교는 계단인데도 이름은 ‘다리(橋)’입니다. 수직적 의미보다 수평적 의미가 강한 것입니다. 계단을 올라야 대웅전으로 갈 수 있으니 불국정토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데도 이를 위아래로 나누는 권위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평 이동의 개념입니다. 게다가 두 ‘다리’는 대칭도 아닙니다. 비정형이죠. 권위가 목적이 아닙니다. 우리 조상들은 계단에서 그다지 권위를 찾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길고 권위적인 돌계단이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 이후입니다. 당시 일본이 조선신사를 지을 때 생긴 것이죠. 신사는 높은 지형에 계단을 놓아 만듭니다. 신전이나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인 셈입니다. 권위적인 시설물이죠. 신사가 철거된 지금, 한국인들은 이곳을 권위는커녕 이색적인 낭만의 공간으로 인식합니다. 엄숙함을 느끼는 사람은 없습니다. 연인들이 가위바위보를 하며 오르고 드라마 촬영지로 인기죠. 촬영지가 경북 포항 구룡포인데요, 남녀 주인공들이 자주 만나는 이 계단도 직선입니다. 생김새와 위치로 보아 일제 강점기 때 신사가 있었던 곳입니다.계단이 곡선이라면 더 낭만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나 봅니다. 둥글고 구부러진 계단은 안식의 장소로 인식됩니다. 서구권도 그런 것 같은데요,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던 스페인 광장 계단은 직선형태인데도 폭이 넓어 ‘광장(Piazza)’으로 불리는데다 아래에서 보면 윗부분이 두 갈래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에 곡선처럼 느껴집니다.우리나라에서 계단은 6.25 이후 많이 생겼습니다. 주로 달동네에서요.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도시로 몰려든 피난민과 이주민들이 시내 주변 언덕과 산에 자리를 잡으며 계단이 생활 속에 많이 생겼지요. 당연히 계획적인 직선보다는 구불구불한 모양이 많았습니다. 미성숙한 젊은이의 고루한 생활 공간인 동시에 친구와의 추억이 서린 장소로 소환되죠. 골목 짜투리 계단이 친구와의 아지트로 변주됩니다. 공공장소인데도요.커피를 다 마시고 계단을 내려는데 맞은 편 벽면에 어려운 4자 성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참동안 읽으려 애썼습니다. 논어나 맹자 등 고전에 있는 경구 같은데… 아, 경구는 경구네요. ‘계단조심’. 우리가 누굽니까. 해학과 낭만의 민족 아닙니까. 가장 권위적이라는 법원의 계단마저 드라마에선 변호사 주인공이 멋짐을 뿜어내는 배경일 뿐입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1979년 고 박정희 대통령 장례행렬을 바라보는 인파를 찍었을 때 권력무상을 실감했습니다. 이때부터 40년간 카메라에 담은 대통령이 모두 열 분이 됐네요.” 서울 종로구 류가헌 갤러리에서 사진전 ‘대통령이 된 사람들’을 열고 있는 김녕만 사진가(73)가 말했다. 동아일보 사진기자를 지낸 그는 1994년부터 청와대를 출입하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을 담았다. 2001년 동아일보에서 퇴직한 뒤에도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운동 현장을 촬영했다. 전시는 60점의 사진으로 구성됐다. 커다란 집무실에 홀로 앉아 있는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염색을 하지 않아 검은 머리가 흰머리로 변해가는 김영삼 대통령의 모습은 절대 권력자의 고독과 함께 그들 역시 시간을 비껴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해학의 시각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유세 중 허리를 굽혀 연단 아래 지지자들과 악수할 때 그의 허리를 꼭 붙잡은 경호원, 김영삼 대통령의 옷소매를 마구 잡아끄는 ‘겁 없는’ 어린이들은 웃음을 자아낸다. 가장 눈에 띄는 사진은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초대한 백악관 만찬장에서 백 씨의 바지가 갑자기 흘러내려 하반신을 그대로 노출한 장면을 김 씨만 포착했다. 성 스캔들로 곤란을 겪던 클린턴 대통령 앞에서 벌인 깜짝 퍼포먼스가 분명하다는 것이 김 씨의 해석이다. 백남준과 전시회를 함께 열 정도로 가까웠던 김원 건축가는 이번 전시회를 찾아 “백남준 선생이 생전에 ‘멜빵을 풀고 클린턴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직접 말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 요즘, 역대 대통령들을 가까이에서 바라본 김 씨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거리다. “대통령이 된 뒤 국민과 가까이 있는 사진, 그 자리에서 내려온 후에는 봉사현장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런 모습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대통령도 진정한 시대의 아이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20일까지.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곡면은 나를 안아주는 느낌을 주는데, 건축 공간 중에서는 돔 아래에서 느낄 수 있다. 우리가 유럽의 성당 돔 아래에서 느끼는 온화한 심리적 안정감은 오목하게 둥그런 천장이 나를 안아주듯 감싸기 때문이다.” - 유현준(건축가)의 책 ‘공간의 미래’(2021)에서 발췌#1돔(Dome)은 기둥을 최소로 쓰면서 천장을 높고 넓게 만들기 위한 건축기법이었습니다. 신전이나 교회처럼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공간에 맞았죠. 그런데 그 둥근 천장 아래 있으면 ‘신이 나를 돌봐준다’는 엄숙하지만 포근한 느낌을 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는 것이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해석입니다. 마치 누군가가 안아 주 듯이요.#2우리가 머무는 대부분의 공간은 직선과 평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사무실 식당 학교와 아파트는 물론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도 그렇습니다. 일상의 공간은 거의 네모 평면으로 구성된 3차원입니다. 직선과 평면으로 주거 공간이 만들어지는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겠죠. 최소 건축비로 가장 넓은 면적을 뽑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일상을 탈출하고자 할 때 곡선을 찾게 됩니다. 산길도 산책로도 구불구불하죠. 덜 지루하고 편안합니다. 곡선은 휴식의 느낌을 주니까요. 즉 둥근 공간은 안식과 연결됩니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까요.요즘 승용차는 실내 공간(cabin)이 둥글둥글합니다.각진 차량이 많았던 SUV도 둥근 형태가 대세입니다. 좌석을 붙여 누우면 돔이나 동굴 기분이 납니다. 차박이 그래서 인기인가 봅니다. 제 지인은 근무 중 쉬고 싶을 때 회사 지하주차장에 세워둔 출퇴근 승용차로 갑니다. 잠시 머물다 보면 기운이 재충전된다고 하시네요. 이런 분들을 코쿤(Cocoon·누에고치)족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고치도 둥글지요.#3우리나라에도 전통 돔이 있습니다. 바로 정자입니다. 산책 중 정자를 만나면 ‘문명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아 안도하게 됩니다. 원형에 가까운 8각에 벽면은 없고 둥근 기둥뿐이라 안에서 밖을 바라보기 쉬운 구조입니다. 평화롭죠. 천장을 올려다보면 비록 오목하지만 가운데가 봉긋 솟아 있어 돔과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조상들은 직선의 누각(樓閣)으로 관아나 서원 등 유교적인 공간을 표현했고, 둥근 정자(亭子)는 도가적인 무위자연이나 유유자적인 장소로 여겼던 것 같습니다. 즉 쉼의 공간입니다. 캠퍼들에겐 몇 년 전부터 돔형 텐트가 대세입니다. 삼각 텐트나 사다리꼴 텐트는 요즘 캠핑장에서 보기 힘듭니다. 캠핑 사이트들이 4각이니 바닥은 네모라고 해도 천장은 둥근 모양이 많습니다. 둥근 천장이 제작하기 쉽다는 업체의 이익과 천고가 높아져 편리한 이용자들의 욕구가 맞닿아 인기를 끄는 것 같습니다. 휴대용 돔도 있습니다. 우산입니다. 쓰고 있으면 무언가로부터 보호를 받는 기분이 듭니다. 저도 어렸을 때 우산 3개를 바닥에 놓고 그 안에 숨어있던 기억이 있습니다. 경호원들은 우산을 ‘방패’로 활용하기도 하죠.우산보다 더 편리하고 작은 초미니 돔도 있죠. 바로 후드티입니다. 겨울철 후드코트나 후드점퍼는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얇은 후드티는 여름에도 좋습니다. 우산처럼 비오는 날에만 쓸 필요도 없습니다. 언제든 숨을 수 있는 나만의 작은 공간이 생깁니다. 머리는 물론 얼굴의 옆면까지 가려주니까요.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엔 마스크에 후드까지 뒤집어쓰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해방됩니다. 선글라스까지 있으면 금상첨화.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습니다.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익명성인데요, 이 익명성을 완전히 보장 받는 자유를 누리며 도시의 거리를 활보할 수 있습니다. 감시와 간섭을 받지 않을 권리를 완전히 만끽하는 것입니다. 나를 숨긴 상태에서 다른 보행자는 관찰할 수 있으니 우월적인 지위에 있다는 정신승리도 누릴 수 있습니다. 휴대용 은신처이자 망루인 셈이죠. 모든 돔이 평안과 안식, 은신처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 건축물은 권위를 뽐내기 위해 돔을 설계했다고 합니다. 저 아래 돔엔 아무리 있어도 절대로 편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