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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이야기부터 해 보자.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 할머니가 잘못 전화를 걸었다. 할머니는 말귀가 어둡다. 대화가 쉽지 않다. 그래도 고객센터의 남자 직원은 친절하다. 할머니가 엉뚱한 얘기를 해도 짜증 한 번 내지 않는다. 말끝마다 ‘고객님’이란 존칭도 꼬박꼬박 붙인다. 코미디보다 더 웃긴 실제 상황이다. “LG유플러스입니다”라는 직원의 말에 할머니는 “LG에 불이 났어요?”라며 동문서답이다. 자신이 걸어놓고 할머니는 “왜 전화했느냐”고 직원에게 묻는다.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여기저기 물어봤다. “나도 저 할머니처럼 늙게 될까 봐 두렵다”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직원의 융통성 없음에 짜증이 났다”고 말하는 이도 의외로 많았다. 그 직원은 아마도 고객 응대 매뉴얼에 맞춰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그러나 말귀가 어두운 할머니에게 “LG유플러스입니다”와 “고객님”을 반복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전화를 잘못 걸었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도록 해 주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할머니도 편해지고, 다른 고객들의 대기 시간도 줄어든다. 물론 이 직원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으리라. 감정노동자의 고충을 따로 말해 뭐하겠는가. 상담원, 판매사원, 창구직원, 승무원이 대표적인 감정노동자다.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고객의 ‘비위’에 맞춰야 한다. 이들에게 감정을 표출하는 건 절대금물. 그러니 참고, 또 참는다. 한바탕 웃음을 안겨준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직원은 어쩌면 행운아다. 시비를 걸자고 달려드는 악질 고객을 만나면 당해낼 수가 없다. 라면 때문에 시달리다 폭행당한 대한항공 여승무원이 그런 사례다. 지난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3개 직업, 56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항공기 승무원이 감정노동을 수행하는 정도가 가장 높았다. 5점 만점에 무려 4.7점. 홍보도우미나 판촉원이 4.6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을 기준으로 전체 고용인구 1600만 명 중 70% 정도인 1200만 명이 서비스산업에서 일한다. 이 가운데 600만 명 이상이 감정노동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디 이들뿐이겠는가. 일반 사무직 직원들도 감정노동을 한다. 그들은 상사라는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고객이다. 본질적으로 모든 직장인은 감정노동에 종사하고 있다. 감정노동은 일반적인 노동과 달리, 오래 하면 우울해질 수도 있다. 자신의 감정을 표출할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남궁기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를 ‘미소 우울증’이라고 진단했다.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란 한 노래의 가사가 적어도 감정노동자에게는 사실인 셈이다. 오히려 더 비뚤어질 수도 있다. 자신의 미소 우울증을 해소하기 위해 희생양을 만드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절대로 고객(상사)에게 항의하지 않는다. 무조건 순종. 그 대신 상사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는 약자인 부하 직원에게 푼다. 부하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이다. 권위를 앞세우기 위해 충동적으로 화를 낸다. 모든 문제가 부하 직원들에게 있는 것처럼 몰아붙인다. 자신은 아무 문제없는데, 부하 직원들이 일을 그르친다고 생각한다. 욕도 많이 한다. 때로는 집에 있는 아내나 자식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아이가 공부를 잘 못하면 그걸 빌미로 아이와 아내를 구박한다. 정말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런 사람들의 대부분이, 정작 자신이 그렇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신과 상담을 받을 리가 없다. 괜히 다른 사람의 우울증만 부추기는 꼴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직장인들이여. 자신을 돌아보시라. 혹시, 희생양을 찾고 계신 건 아닌지….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과학 분야에 문외한인가. 그래도 ‘네이처’라는 국제학술지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사이언스’도 알고 있을 확률이 높다. 2005년 큰 파문을 불렀던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줄기세포 논문이 실렸던 학술지다. 이 두 학술지에 ‘셀’지를 합쳐 3대 과학학술지라 부른다. 과학자들에게는 ‘꿈의 저널’이다. 이 학술지 가운데 한 곳에만 논문을 올려도 학문적 역량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의학자들에게는 이들보다 더 ‘높은 지위’에 있는 학술지가 있다. 바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이다. 3대 학술지에는 기초의·과학 논문이 실리는 반면에 NEJM에는 임상의학 논문이 주로 게재된다. 국제학술지의 권위를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인용지수(IF·Impact Factor)가 있다. 그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다른 곳에 얼마나 인용되고 있는지를 점수화한 것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NEJM의 인용지수는 53.298이다. 네이처(36.280), 셀(32.403), 사이언스(31.201)를 크게 앞질렀다. 이러니 의사들 사이에 “NEJM에 논문이 실리는 건 가문의 영광이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도는 게 이상하지 않다. 2011년 11월 NEJM에 한 편의 논문이 실렸다. 중국 의사 50여 명이 공동으로 작업했다. 연구진은 2009년 이후 중국 6개성(랴오닝 산둥 허난 후베이 장쑤 안후이 성)에서 급성 고열 증세가 있는 환자들을 조사했다. 혈액 샘플을 확보해 정밀조사를 벌였다. 171명의 환자에게서 바이러스 감염 사실을 확인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란 질병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하지만 이 논문은 국제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중국의 풍토병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게다가 야생 곤충이나 동물이 사람에게 질병을 옮기는 것 또한 생소하지 않다. 중세 유럽을 공포로 내몰았던 흑사병은 쥐가 인간에게 옮긴 질병이다. 매년 예방백신을 접종하는 뇌염은 모기가 옮긴다. 올 1월 일본에서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야생 진드기에 감염된 사례가 확인됐다. 한국에서도 5월 들어 SFTS 사망자가 나타났다. 비로소 이 논문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만 50여 편의 후속 논문이 쏟아졌다. 야생 진드기의 일종인 작은소참진드기가 고열을 유발하는 ‘플레보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겨 SFTS가 생긴다는 게 확인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이 진드기가 플레보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기는지, 플레보 바이러스는 왜 그렇게 사람을 공격하는지에 대해서는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질병의 역사가 짧기에 항바이러스제도 당장은 개발이 어렵다. 이런 점 때문에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살인 진드기’란 표현을 써가며 이 공포심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옳지 않다. 모든 야생 진드기가 이 바이러스를 옮기지는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바이러스를 지닌 진드기에게 물려도 모두 병에 걸리지 않는다. 1976년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에서 원인 모를 출혈열이 발생했다. 치사율은 무려 88%에 육박했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원인이었다. 이 바이러스의 최초 숙주가 원숭이인지 박쥐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개발과 환경파괴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에이즈 또한 원래는 아프리카 침팬지들이 걸리는 ‘동물의 병’이었고, 조류인플루엔자나 돼지인플루엔자도 사람과는 무관한 질병이었다. 환경파괴와 집단사육이 바이러스의 돌연변이에 일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자는 플레보 바이러스 또한 이런 원리로 인간을 공격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러스를 옮기는 진드기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독성을 증가시킨 인간이 ‘주범’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자연과 공존하려는 인간의 노력만이 해법인데…. 억측일까.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크림 반도 남부에는 유명한 휴양지가 많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4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항구 도시 얄타에는 제정 러시아 황제(차르)가 여름 궁전을 두기도 했다. 겨울 휴가 때 꼭 가보고 싶은 곳이다. 그러나 18, 19세기의 크림 반도는 전쟁터였다. 이곳을 거점 삼아 발칸 반도로 진출하려는 러시아와, 저지하려는 오스만 제국의 전쟁이 자주 터졌다. 1853년 5차 전쟁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팽창을 막으려고 영국과 프랑스가 오스만 제국을 지원해 다국적 전쟁으로 비화했다. 그래서 ‘크림 전쟁’으로 더 많이 불린다. 이 전쟁에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등장한다. 오늘날 간호사들을 ‘백의의 천사’라 한다. 하지만 나이팅게일은 흰색 옷을 입지 않았다. 그가 인류애만을 생각하며 적군, 아군 구분 없이 부상자를 돌본 것도 아니다. 그는 열악한 병원의 인프라부터 구축했다. 약품을 빼돌리는 관료들과 투쟁했다. 보급물자가 엉뚱한 데로 새지 않도록 관리했다. 무너진 병원 규율을 다잡았다. 이런 노력 덕분에 병사들의 사망률은 크게 떨어졌다. 150년도 더 된 역사를 왜 꺼내느냐고? 최근 국내에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들의 갈등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2018년부터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간호 인력을 △간호사 △1급 실무 간호 인력 △2급 실무 간호 인력으로 재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특성화고나 간호 학원을 나오면 2급 실무 간호 인력이 된다. 2년제 전문대를 나오면 1급이 된다. 일정 기간 현장 경험을 쌓으면 시험을 거쳐 2급에서 1급으로, 1급에서 간호사로 ‘승격’할 수 있다. 이 승격 조항이 간호사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누구나 간호사가 될 수 있다면 정식 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항변이 나온다. 심정적으로 공감이 간다. 오죽하면 “간호조무사가 간호사가 될 수 있다면, 우리도 의사가 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하겠는가. 하지만 이 관점에 모두 동의하진 않는다. 조선시대의 고리타분한 신분제도를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오랜 경험을 쌓은 간호조무사가 학문적 토대를 갖춘다면 간호사가 될 기회를 주는 게 옳다는 의견도 많다. 지금은 신분사회가 아니니까! 연간 배출되는 간호조무사는 3만5000여 명. 이 중 3만여 명이 간호학원 출신이다. 학원은 학원 법의 적용을 받는다. 복지부의 영역 밖이다. 복지부는 학원이 제대로 교육하는지 실태 조사도 할 수 없다. 그러니 자격 미달의 간호조무사가 양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게다가 간호사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큰 대학병원이야 그렇지 않지만, 지방의 중소병원이나 개인의원들은 간호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부 의원은 비용을 줄이려고 ‘햇병아리’ 간호조무사만 쓴다. 의료 선진국에서는 환자 간병이 간호 인력의 업무다. 간호사가 충분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 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환자는 15∼20명이다. 미국의 5명, 일본의 7명보다 훨씬 많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하면 간호 인력의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모든 것을 오픈 테이블에 꺼내놓고 난상토론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간호사 승격 시험에 대해서도 기존 간호사들이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간호사들의 자존심도 살리고, 환자들의 안전성도 보장된다. 간호사가 될 때 하는 ‘나이팅게일 선서’에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고, 환자들의 안녕을 위해 헌신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간호사든 간호조무사든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얘기가 아니겠는가. 나이팅게일은 다친 환자의 상처만 보지 않았다. 낙후된 의료현실에 대해 먼저 고민했다. 그게 환자를 위하는 최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한국인에게 “김치가 몸에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거의 대부분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김치의 진가(眞價)를 알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같은 방식으로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키위가 몸에 좋은가”라고 묻는다면 “너무나 뻔한 질문을 왜 하느냐”는 식의 답변이 돌아온다. 실제로 뉴질랜드 사람들은 우리가 김치를 먹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키위를 먹는다. 키위는 비타민C가 풍부하고 노화를 막아주는 비타민E가 풍부하다. 태아의 뇌와 척추 신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엽산도 많아 임신부에게도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키위가 최근에는 새로운 기능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변비 예방과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것.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한국인 사업가 박진석 씨(42)의 사례를 보자. 박 씨는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한 적이 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셔 몸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다. 장의 기능도 크게 떨어져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변비까지 생겼다. 참다 참다 결국 병원에 갔다. 의사의 처방이 이색적이었다. “하루에 3, 4개의 키위를 먹어라”는 것. 미덥지는 않았지만 일단 의사를 믿고 꾸준히 키위를 먹었다. 그러나 변비가 별로 좋아진 것 같지는 않았다. 1주일 후 두 번째 진료를 받았다. 이번에는 약을 주겠지, 생각했지만 의사는 “하루에 6개씩 키위를 먹어라”고 처방했다. 박 씨는 속는 셈 치고 키위 섭취량을 늘렸다. 효과는 그 후 나타났다. 키위 섭취량을 늘린 후 1주일 만에 변비 증상이 사라진 것이다. 박 씨는 “그제야 뉴질랜드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변비 증상이 있으면 모두들 키위를 먹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정말 키위가 그런 효능이 있을까. 뉴질랜드의 키위 생산업체인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이 영양학자와 과학자들이 최근 10년간 연속적으로 진행한 키위 연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기자가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본사가 있는 뉴질랜드 타우랑가를 최근 방문했다. 첫 연구는 뉴질랜드에서 실시됐다. 60세 이상 남녀 38명에게 4주간 몸무게 30kg당 1개의 키위를 매일 먹도록 했다. 체중이 60kg이라면 매일 2개의 키위를 섭취한 것. 4주 후 38명 모두의 장 기능이 개선됐다. 홍콩에서는 변비 환자 33명과 건강한 사람 20명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를 진행했다. 처음 2주 동안에는 평소 식습관을 따르도록 했다. 그 후 4주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키위 1개씩을 먹도록 했다. 대만에서도 76명을 상대로 같은 방식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홍콩과 대만 모두 변비 환자들의 대부분이 쾌변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변의 모양과 점도도 건강한 사람의 것과 비슷해졌다. 가장 최근의 연구는 벨기에에서 진행됐다. 습관성 변비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3주간 매일 3개씩 키위를 먹도록 했다. 연구팀은 △변을 보는 횟수 △쾌변 여부 △복부 팽만감 정도 △장의 편안함 여부를 측정했다. 그 결과 성별, 나이, 비만 정도와 상관없이 키위를 먹기 시작한 2주 후부터 증상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레인 제이거 제스프리 인터내셔널 대표는 “키위의 영양 성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알려져 있는 것이 적은 편이다. 장 기능 개선을 포함해 앞으로 연구에 더 많이 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키위의 어떤 성분이 장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무엇보다 키위에 풍부한 식이섬유 때문이다. 식이섬유는 소장에서는 영양소가 천천히 흡수되도록 돕는다. 또한 대장에서는 수분을 흡수해 팽창함으로써 변을 보는 것을 쉽게 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식품공학연구소 회원으로,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의 영양 연구를 전담하는 린리 드러먼드 씨는 “키위에는 2∼3%의 식이섬유가 함유돼 있다. 100g인 키위 1개를 먹으면 식이섬유의 하루 권장량(25g)의 10%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키위에 특히 많이 들어있는 단백질 분해효소 ‘액티니딘’도 변비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액티니딘은 위에서 육류, 유제품, 콩의 분해를 돕는다. 위장에서 소화가 촉진됨으로써 대장의 활동도 원활해져 변비를 막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기를 재울 때 키위를 함께 넣으면 고기가 더 부드러워지는 걸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타우랑가(뉴질랜드)=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얼마 전 간암에 걸린 친한 고향 후배가 응급실에 왔다. 필자가 간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후배는 평소 술자리가 많은 영업직에 종사한다. 지방간에 B형간염 보균자였다. 몸 관리를 잘하라고 자주 주의를 줬지만 업무 때문인지 소홀했던 것 같다. 결국 B형 간염, 간경화, 간암에 이르는 소위 ‘간암 엘리트 코스’를 거치며 이식 수술에까지 이르게 됐다. ‘침묵의 장기’로 알려진 간은 병에 걸려도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 검사를 통해 확인하지 않는다면 간 조직이 변해 굳어지는 간경화가 돼도 모른다. 야속하게도 합병증이 발생해야 진단하게 된다. 간경화 환자의 20∼40%가 간암으로 진행된다. 간경화 환자가 갑자기 체중이 감소하거나 간 부위의 통증이 심하고, 딱딱한 덩어리가 만져지면 간암으로 생각할 수 있다. 흔히 간이식 수술은 스토리가 풍부한 ‘한 편의 드라마’라고 말한다. 훈훈한 미담이 많다. 군 복무 중인 아들이 부모님에게 간을 기증하거나 이웃사촌끼리 서로 간을 제공해 수술을 받기도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간이식은 고난도인 데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술 전후 관리까지 어려워 성공률이 높지 않았다. 이런 인식이 아직까지 환자에게 남아있다. 분명 이식이 필요한 환자인데 수술 후 합병증으로 인해 오히려 더 고통스럽게 죽는 건 아닌지, 혼자 앓으면 그만인데 돈만 쓰고 가족들 고생만 시키는 건 아닌지, 기증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고민하는 걸 자주 본다. 지금도 간이식 수술은 난도가 높은 수술로 손꼽힌다. 하지만 시간은 많이 단축됐다. 환자의 상태가 양호하면 생체간이식수술의 경우에도 대부분 6, 7시간 이내로 끝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족간 혈액형이 맞지 않는 경우엔 이식할 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뇌사자 간이식 수혜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이식받지 못하는 절망적인 상황에 빠졌다. 최근엔 새로운 면역억제제 사용법과 혈장교환술 같은 시술을 통해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도 거뜬하게 간이식을 해낸다. 국내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90%에 육박한다. 미국처럼 간이식을 선도한 나라의 성공률(85%)보다도 높다. 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니 해외에서도 환자가 많이 찾아온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제 죽겠구나”라며 삶을 체념했다던 후배는 수술 후 일터로 복귀했다. 지금은 사회생활을 잘한다. 자신이 수술 받았던 날을 제2의 생일로 삼았다. 그는 “간이식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까?”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아직까지도 간이식을 두려워하는 환자에게 말하고 싶다. 간이식은 절대 두려운 수술이 아니라고.유영경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국민연금공단의 한 지사. 막무가내의 사내가 뭔가 항의 중이다. 과장된 미소의 여직원. “국민연금은 은퇴자의 노후생활을 도와주는 선진 시스템인 거 아시죠?” 사내는 콧방귀를 뀐다. “그건 개인이 알아서 할 일이고. 왜 국가가 관여해?” 다시 여직원의 과장된 멘트. “노인이 돼서 비참하게 죽고 싶은 건 아니시죠?” 사내가 보험료 고지서를 집어던진다. “협박하는 거야? 제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 좋아. 나, 오늘부로 국민 안 해!” 얼마 전 개봉했던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한 장면이다. 영화만 보면, 국민연금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직도 많은 듯하다. 사실 국민연금만큼 출범(1988년)할 때부터 폐지 논란에 휩싸인 제도는 흔치 않다. 보험료를 내는 시점과 연금을 받는 시점 사이에 20∼40년의 격차가 생기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2060년 기금이 고갈된다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 ‘보험료만 내고 연금은 못 받는 것 아냐?’ 이런 걱정은 충분히 ‘인간적’이다. 2004년에도 그랬다. 인터넷을 통해 ‘국민연금 8대 비밀’이 확산됐다. 이 제도가 얼마나 허술하고 주먹구구식이며 오류가 많은지를 조목조목 따지는 괴담이었다. 시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급기야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거부 운동이 시작됐다. 8대 비밀이 완전 낭설은 아니었다. ‘소득이 한 푼이라도 있으면 국민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당시만 해도 보험료를 모두 냈어도 소득이 있거나 사업자등록을 하면 연금을 받지 못했다. ‘남편이 사망하면 아내가 유족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항목도 일정 부분 맞는 얘기였다. 아내와 남편이 각각 국민연금을 받았다 치자. 그러다 남편이 사망했다. 아내는 이미 연금을 받고 있기에 남편의 연금을 받을 수 없다. 두 개의 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 남편의 연금을 받으려면 아내는 자신이 받던 연금을 포기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선택하란 얘기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불합리한 제도는 상당히 개선됐다. 8대 비밀 파문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봐야 할까. 요즘엔 부부가 모두 국민연금을 받다가 한 명이 사망해도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다만 20% 정도만 준다. 비율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지만 개선된 것만큼은 분명하다. 소득이 있으면 연금을 못 받던 불합리한 제도도 고쳐 월 소득이 189만 원 미만이면 국민연금을 전액 지급한다. 189만 원을 넘을 경우에도 소득 수준에 따라 연금액을 할인해 지급한다. 그래도 국민연금 불만 세력은 여전히 많다. 최근 한국납세자연맹이 국민연금 폐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新) 8대 비밀’이 다시 등장했다. 연맹은 “국민연금이 폐지되지 않으면 국가 부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나중에 연금을 받더라도 대폭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기금이 고갈돼도 정부가 연금을 지급한다’는 약속도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보건복지부나 국민연금공단은 이 주장이 터무니없다며 별 대응을 하지 않는 분위기다. 만일 정부가 연맹의 주장을 받아들여 국민연금을 폐지한다 치자. 그때의 쇼크는 상상하기조차 두렵다. 당장 연금으로 생활해야 할 노인은 어쩔 것이며 이미 납입된 보험료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주요 사회안전망이 사라졌으니 무엇으로 그것을 대체할 것인가. 다시 영화로 돌아가자. 막무가내의 사내는 “한국에 산다고 해서 한국 국민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에 관해서라면 이 말은 틀렸다. 직장이 있거나 자영업을 하는 한국 국민이라면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기금 고갈 시점까지는 아직도 47년이나 남았다. 부족한 점은 채우고, 엉성한 점은 메우며, 불합리한 점은 개선하면 된다. 그게 순리다. 몇 번을 생각해 봐도 폐지 운동은 적절하지 않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서울 천호동에 사는 양모 씨(70·여)는 어느 날 갑자기 누웠다 일어날 때 허리와 등이 끊어질 것처럼 심한 통증을 느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움직일 수 있었으나 2, 3일 지나니 통증은 더 심해졌다. 누웠을 때는 아무 이상이 없는데 몸을 돌리거나 누웠다 일어날 때 몸이 주저앉는 것처럼 통증이 나타났다. 통증은 앞가슴과 엉덩이로도 번졌다.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니 가슴 부위의 척추 뼈가 주저앉아 있었다. 전형적인 골다공증(뼈엉성증)성 척추압박골절이었다. 양 씨는 골 시멘트를 주입해 굳히는 간단한 척추성형술을 받고 나서야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골다공증이 진행된 노년층의 뼈 조직은 약하다. 낙상뿐만 아니라 재채기나 기침과 같은 작은 충격에도 척추압박골절이 생길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골다공증으로 골 밀도가 낮아지면서 푸석푸석해진 척추 뼈가 기침이나 재채기 같은 가벼운 충격에도 쉽게 주저앉고 깡통처럼 찌그러지는 질환이다. 정상 척추 뼈와 비교해 볼 때, 앞쪽으로 납작하게 찌그러진 형태가 되기 때문에 압박골절이라 부른다. 서 있을 때 가장 힘을 많이 받는 부위인 중간 흉추 또는 흉추와 요추의 접합 부위에서 흔히 발생한다. 이렇게 골절이 된 부위를 빨리 회복시켜 주지 않으면, 주저앉은 부위에서 미세 골절이 계속 일어나고, 그 안으로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이 자라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게 된다. 척추압박골절을 오래 방치하면 척추전만증이나 척추측만증이 생길 수 있다. 또 주위의 척추 뼈도 함께 약해져 연쇄적으로 골절이 일어날 확률도 커진다. 구부러진 척추 뼈는 가슴과 배를 압박해 심장, 폐 기능을 떨어뜨리고, 소화 기능을 약화시킨다. 거동이 불편해 누워 있게 되면 심부정맥 혈전증이나 폐렴, 욕창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척추압박골절이 생기면 과거에는 환자들이 6∼8주간 누워 안정을 취하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최근에는 척추성형술(골 시멘트 보강술)을 많이 쓴다. 주사기와 비슷한 특수 장비로 골절 부위에 골 시멘트를 주입해 굳히는 방법. 간단한 국소마취로 15∼20분 만에 시술이 가능하다. 입원 기간도 길어야 1, 2일 정도로 일상생활 복귀도 빠르다. 골 시멘트는 주입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뼈처럼 굳어 골절 부위를 고정시킨다. 환자들은 구부러진 허리를 펴고 당당히 걸을 수 있다. 그러나 치료가 많이 늦어져서 허리 근육에 변성이 온 경우에는 통증을 완화시키는 효과만 있다. 가급적 2차 변화가 오기 전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시술과정에서 골 시멘트가 뼈 밖으로 새어 나올 경우 신경 손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시술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에게 시술을 받아야 한다.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원장}

동아일보 교육복지부 이샘물 기자(사진)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서울시병원회 정기총회에서 제3회 언론인상을 받았다. 올바른 건강정보를 보도해 보건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다.}

못생긴 인디언 소녀가 있었다. 모두 흉물스럽다며 피했다. 성장하면서 고와지려나. 이런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더 지독하게 소외됐다. 소녀는 풋풋한 사랑을 끝내 경험하지 못했다.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그녀가 남긴 유언. “다음에 태어나면 이 세상의 모든 남자와 입맞춤을 하고 싶어요.” 소녀가 묻힌 자리에서 풀이 돋아났다. 바로 담배. 남자 흡연자가 여자보다 많으니 소녀는 소원을 이룬 것일까. 이 전설에서 알 수 있듯이 담배 원산지는 아메리카다.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에 전파됐다. 절절한 안타까움이 녹아있는 소녀 이야기도 그때 퍼지지 않았을까 싶다. 한반도에 담배가 전래된 시기는 17세기 이후로 보인다. 의약품이 부족하던 시절, 담배는 특효약으로 여겨졌다. 복통이나 치통, 고름 치료에 썼다. 1614년 발간된 국내 최초의 백과사전인 ‘지봉유설’에서 이수광은 “담배가 담(痰)을 제거하고 술을 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흡연은 큰 흉이 되지 않았다.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승객도 볼 수 있었다. 공공장소에 꽁초가 나뒹구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었다. 이제는 ‘호랑이 담배 피우는 시절’의 이야기다. 백해무익하고 암을 유발하는 주범일 뿐. 담배도 감정이 있다면 심한 격세지감을 느낄 것 같다. 이제 담뱃값 인상을 놓고 시끄러운 2013년을 이야기해보자. 2500원짜리를 4500원으로 올리자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이 법안이 시행된다면 하루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의 경우 지출이 월 7만5000원에서 13만5000원으로 늘어난다.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안 피우면 되지, 뭘 그리 걱정하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다. 이쯤에서 흡연자들의 반박도 들어보자. “흡연자 쌈짓돈을 털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막으려 한다.” 무슨 뜻일까. 현재 담배판매 수입 중 일부를 국민건강증진부담금으로 적립한다. 담배 한 갑당 354원. 이렇게 해서 2011년 모인 부담금은 1조6355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65%인 1조631억 원이 건강보험 혜택을 늘리는 데 사용됐다. 문제는 흡연자로부터 거둔 돈인데 정작 흡연자의 건강 증진에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11년의 경우 부담금의 1.5%(246억 원)만이 금연사업에 쓰였다. “정부가 중증질환 건강보험 혜택 강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재정을 확보하려고 담뱃값을 무리하게 인상하는 것이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부담금은 한 갑당 1146원으로 크게 오른다. 하루 한 갑을 피우는 흡연자가 내는 부담금은 연간 13만 원에서, 29만 원이 오른 42만 원이 된다. 개정안에 금연사업 비율을 10%로 늘린다는 단서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도 “부담금이 늘어나면 저소득층의 금연사업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가격을 인상하면 흡연율이 떨어지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 또 미국과 유럽보다 담뱃값이 훨씬 낮은 것도 사실. 그래도 일방통행식 가격 인상은 옳지 않다. 게다가 저소득층일수록 흡연자가 더 많은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그들이 거의 두 배나 오른 담뱃값을 감당할 수 있을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담배가 그토록 해롭다면 국민건강 증진을 외치는 정부가 왜 마약류로 지정해 유통을 막지 않을까. 만병의 가장 큰 원인이 스트레스라는데, 담배와 이것 중에 어느 게 더 나쁜 것일까. 일방통행식 정책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면 흡연자의 책임일까, 정부의 책임일까. 해답은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sanhkim@donga.com}

식품 분야 전문가로 업무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농식품부에 식품산업 분야가 통합된 2008년 식품산업본부장을 맡아 식품산업 진흥책 밑그림을 그렸다. 현재 말산업중앙회장을 맡고 있다. △전남 완도(55) △광주 동신고, 전남대 경제학과 △행정고시 23회 △농림부 기획예산담당관 △공보관 △농촌정책국장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농식품부 제2차관}

올해 국내에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올 수 있는 외국인 노동자는 6만2000명이 한도다. 이 제도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최장 4년 10개월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와 협약을 맺은 15개 국가에만 해당한다. 노동자 ‘쿼터’는 매년 정한다. 이 쿼터의 일부를 결혼이민자의 모국 가족에게 우선 할당하는 방안이 시행되기도 전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방안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10대 다문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실 주최로 이 공약을 논의하는 첫 간담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의 과장급 실무 담당자도 참석했다. 당초 이 방안은 결혼이민자들이 모국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을 호소해 만들어졌다. 결혼이민자의 모국 가족을 한국에서 일하게 할 경우 다문화가정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 방안이 타당한지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고준기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 원장은 “현재 결혼이민자 대부분이 친정으로 돈을 송금하는데, 이 때문에 부부 불화가 생기기도 한다. 이 방안이 도입되면 모국 가족이 한국에서 돈을 벌게 되므로 결혼생활이 좀 더 안정될 것”이라며 찬성했다. 그러나 정기선 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은 “이 방안이 시행된다고 해서 다문화가정이 안정될지 의문이다. 오히려 위장 결혼, 신분 세탁과 같은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이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모국 가족이 국내에서 일하면 결혼이민자들은 한국인 남편과 소통을 덜 하게 될 수도 있다. 결혼이민자들이 한국인과 잘 지내도록 배려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형평성 논란이 일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규용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특정 외국인에게 우선권을 주면 다른 외국인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그보다는 다른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간의 왕래를 활성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거쳐야 할 법적 절차도 남아 있다. 우선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이보다 조금 ‘등급’을 낮춰 한국인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를 검색해 열람하는 시스템에서 결혼이민자의 모국 가족을 먼저 노출시킬 수는 있다. 이 경우 정부 방침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이자스민 의원은 “사회적인 합의가 우선 돼야 하는 만큼 공약을 어떻게 추진할지는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대학생 이모 씨(21)는 2년 전부터 허리통증이 있었다. 하지만 생활에 큰 불편이 없고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를 받으면 통증이 사라져 병원을 찾지 않았다. 최근 통증도 심해지고 다리까지 저려와 학교생활도 힘들어졌다. 결국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았다. 허리 디스크라는 진단이 나왔다. 젊은 나이에 허리 수술을 받아야 하나 하는 걱정 때문에 걱정이 컸다. 하지만 신경성형술과 고주파 열 치료술로 치료가 끝났다. 진료실에서 만난 허리디스크 환자들의 공통적인 질문은 ‘수술 없이 고칠 수 없을까요’이다. 허리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술 없이 허리디스크를 치료할 방법은 많다.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디스크 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10% 정도다. 대부분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상태가 크게 좋아진다. 최근 비수술 치료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 신경성형술과 고주파 열 치료술이다 요통이 주 증상인 경우라면 고주파를 이용한 디스크 내 열 치료술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주삿바늘 모양의 전극을 디스크에 삽입해 고주파 열을 가한다. 그러면 망가진 디스크가 수축된다.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만 선택적으로 골라 차단한다. 부분 마취 후 얇은 열선을 삽입하므로 주삿바늘 정도의 상처만 남는다. 열선의 온도가 65∼90도로 낮아 주변 조직이 다치지 않는다. 신경이 압박되어 방사통이 심한 경우 신경성형술로 치료할 수 있다. 꼬리뼈를 통해 가느다란 관을 주입하여 튀어나온 디스크와 신경 사이의 유착을 풀어주고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추간판 탈출증뿐만 아니라 척추관 협착증, 척추 수술 후 재발한 경우에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두 방법 모두 시술 후 통증도 거의 없으며 입원 없이 당일 치료가 가능하다. 부분마취를 통해 시술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령 환자나 전신질환 때문에 전신마취에 어려움이 따르는 환자도 부담 없이 시술할 수 있다. 최근에는 척추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으로 줄기세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의 치료법과는 달리 손상된 디스크를 건강하게 재생할 수 있어 근본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라 할 수 있다. 김재훈 제일정형외과병원 전문의}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85·사진)이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최 이사장은 25일 부산일보를 통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언론인 여러분’이란 제목으로 각 언론사에 보낸 팩스 전송문에서 “정수장학회 이사장으로서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오늘 자로 그동안 봉직해왔던 재단법인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 이사장은 이 글에서 “그동안 이사장직을 지키고 있던 것은 저의 행보가 정치권에 말려들어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수장학회는 두 차례에 걸친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밝혀졌듯 한 치의 과오도 없이 투명하고 모범적으로 운영돼 왔다”고도 했다. 이에 따라 정수장학회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어느 정도 잦아들지 주목된다. 최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MBC 관계자들과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설을 논의한 것과 관련해 전국언론노조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하지만 검찰에서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이 대화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최모 기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불구속 기소됐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누군가에게는 아주 좋았던 시절. 그러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악몽. 7, 8년 전쯤으로 기억한다. 하와이에서 한 국제의학회가 열렸다. 다국적 제약사의 초청을 받은 국내 의사만 어림잡아 20명 정도. 그들의 항공비와 참가비는 제약사가 부담했다. 컨벤션센터는 그야말로 인산인해.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새로운 의학기술에 대한 목마름. 한국 의사들도 ‘신지식’을 얻기 위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있었다. 여기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 신약을 출시한 제약사가 약을 알리기 위해 의사를 초청하는 게 이상할 리 없다. 문제는, 의사들이 학회장만 떠나면 ‘상전’으로 돌변하는 데 있었다. 물론 허드렛일을 하는 ‘머슴’이 있다. 바로 제약사 직원들. 그들은 하루 종일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녔다. 하와이의 낭만을 즐기는 건 그들에게 사치였다. 식당을 알아보고, 관광지를 물색하고, 술 마신 다음 날의 해장을 위해 컵라면을 준비하고, 그래도 혹시 불편한 게 없으신지 물어보고…. ‘갑’과 ‘을’의 냉혹한 현실. 씁쓸했다. 의사만 접대하면 그나마 다행. 몇몇 의사가 대동한 부인들은 자신을 의사라 착각하는 듯했다. 이 집 음식은 맛이 없다, 저번에 간 학회가 정말 좋았다…. 그러니 양산을 쓰고 한껏 멋을 낸 부인들도 상전. 심지어 어린 자식들을 데려와 하와이 해변에서 노는 의사들도 있었다. 물론 모든 의사가 그런 건 아니었다. 꼼꼼히 연구 발표를 챙기고, 저녁에도 리뷰를 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그런 의사에게 물었다.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학회에 참가한 건지, 여행을 온 건지 구분이 안 되네요.” 그의 해명. “부인과 자식 항공비는 본인이 댑니다. 도덕성을 지적한다면 할 말 없지만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평범한 한국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독자들에게 묻고 싶었다. 기사로 쓰자! 본격적인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가 끝나갈 무렵 제약사 직원들이 찾아왔다. “이 기사가 나가면 저희 목이 달아납니다. 의사들 심기를 건드리면 결과는 뻔하죠. 제발 살려주세요.” 그들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국제의학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풍경이라고 했다. 의사가 부인과 함께 오면 “좋은 추억 만드시라”며 샴페인 바구니를 호텔 방에 넣어주기도 한다 했다. 상전처럼 행세하는 의사들이 고깝지만 제약사가 을인데 어쩔 수 있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다시 애원하듯 말했다. “기사를 쓰시면 안 됩니다. 의사와 제약사가 얼마나 피해를 입겠어요? 우리가 최대 피해자가 됩니다.” 필자는 결국 그 기사를 쓰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다. 의약품 리베이트가 이슈로 떠올랐다. 준 쪽과 받은 쪽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도 시행됐다. 4000여 명의 의사가 적발됐다. 어쩌면 그들은 ‘아주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할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 대한의사협회가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처방과 관련된 리베이트를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더불어 자체 윤리 규정을 만들어 내부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한국제약협회도 ‘뒷돈’ 근절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불법과 합법의 기준을 정부가 세워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사에 대한 강연료·자문료 지급, 연구비 지원, 학술·교육 지원만큼은 허용해달라는 단서를 달았다. 이 대목에서 드는 의문. 의사뿐만 아니라 제약사들까지 의사들의 학술·교육 지원을 허용해달라고 하고 있다. 지원 범위는 미정. 어쩌면 갑과 을의 악순환은 영영 끊지 못할 수도 있다. 그 경우 7, 8년 전 그 제약사 직원들도 다시 ‘기억하기 싫은 악몽’으로 끌려들어간다. ‘하와이의 씁쓸한 추억’은 진행형이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1347년 크림 공화국의 한 도시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정복하려는 몽골 킵차크 부대와 정복당하지 않으려는 도시민의 사투. 몽골 부대가 ‘비밀병기’를 꺼냈다. 흑사병으로 죽은 병사의 시신이었다. 병기를 투석기에 올린 뒤 성 안으로 날렸다. 흑사병이 도시 전체를 휩쓸었다. 작전 성공. 현대식으로 해석하자면 ‘생화학전’인 셈이다. 이 도시에는 이탈리아 교역소가 있었다. 그곳에 있던 상인들이 얼마 후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구에 도착했다. 그들은 이미 흑사병 환자. 곧 주변 사람들에게 병을 전염시켰다. 유럽 인구의 30% 이상을 죽인 ‘대(大)흑사병’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대유행병(Pandemic)의 원인을 둘러싼 가설이 많다. 가장 유력한 것이 ‘실크로드 전파설’. 실크로드를 지배한 몽골의 군대와 상인이 이 길을 통해 서방세계로 진출하면서 병까지 퍼뜨렸다는 설명이다. 1330년대 초반 중국 일부 지역에서 흑사병이 돌았다는 점이 가설을 뒷받침한다. 허베이 일대에서는 주민의 90% 가까이가 사망했을 정도. 흑사병의 첫 발생지는 몽골이 지배하던 중국이었던 것이다. 이후 간간이 중국에서도 흑사병이 돌았지만 유럽만큼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 비밀은 ‘면역력’에 있었다. 일찍 병을 겪으면서 면역력도 일찍 얻었다는 분석이다. 서인도 제도의 작은 나라 아이티. 국민의 대다수는 흑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흑인 국가는 아니었다. 아이티가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콜럼버스의 1차 항해 때인 1492년. 콜럼버스는 이곳을 인도로 생각하고 원주민을 ‘인디언’이라 불렀다. 이 원주민은 16세기 초반에 전멸했다. 스페인 군대의 학살 때문만은 아니다. 여기에도 면역의 문제가 발생했다. 스페인 병사들은 독감, 홍역, 천연두 같은 ‘유럽의 질병’을 왕창 전파했다. 면역력이 없는 원주민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었다.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정복자들은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를 공수했다. 그 노예들이 1791년 봉기해 최초로 흑인 공화국을 만들었다. 아이티 공화국의 탄생 역사다. 이처럼 전염병은 면역력 문제로 귀결된다. 면역력이 없을 때 치명적인 대유행병으로 번지는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전 세계가 면역 문제에 잘 대처하고 있다. 원인 모를 전염병이 발생하면 관련 정보를 각국 정부가 신속하게 공유한다. 최근 미국에서 유행한 ‘살인 독감’이 H3N2 유형이고, 국내 독감은 H1N1 유형이라는 점까지 낱낱이 공개된다. 백신만 접종하면 독감의 경우 쉽게 예방이 가능하다. 인공적으로 면역력을 키울 수도 있는 것. 손을 잘 씻고 햇볕을 충분히 쬐며 신선한 과일을 먹으면 면역력이 증강된다는 점은 이미 상식이 됐다. 이러니 독감쯤은 크게 걱정할 질병도 아니다. 유독 면역이 정말로 어려운 영역이 있다. 어제의 아픔을, 오늘도 겪는다. 어쩌면 내일도 반복될 것이다.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서 생기는 스트레스. 이 영역에서는 항체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중견 기업에 다니는 한 후배와의 술자리에서도 ‘인간관계의 면역’이 주제가 됐다. 그 후배는 푸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정말 우리 부장님은 이해가 안 가. 도무지 적응이 안 돼. 적응이….” 후배에 따르면 그 상사는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란다. 그 때문에 매번 자신이 상처를 입는다고 했다. 후배의 말이 사실인지는 그 상사를 보지 못했으니 알 수 없다. 다만 이 땅의 직장인 대부분이 이런 ‘면역 결핍’으로 괴로워한다는 점은 알 수 있다. 주사 한 방으로 인간관계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백신이 있으면 좋으련만. 없으니 해법은 소통밖에 없다. 먼저 다가서는 사람이 ‘항체’가 되리니.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추울 땐 든든히 먹으라는 말이 있다.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따뜻한 음식은 몸 안에 들어가면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몸속의 장기들은 음식을 소화시키면서 열을 발생시킨다. 다른 계절에는 이 열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영하의 날씨가 되면 비로소 이 열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한다. 바로 이때 추위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원리가 올겨울엔 별로 통하지 않는 듯하다. 뜨끈뜨끈한 국물을 양껏 마셔도 여전히 추우니 말이다. 마음까지 꽁꽁 얼리는 강추위다. 유럽 국가들이 앞다퉈 신대륙으로 향하던 16세기 후반이었다. 당시 최고의 강대국은 스페인. 일찌감치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무적함대를 앞세워 아메리카 대륙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그런 스페인이 아주 못마땅했다. 제국으로 성장하려면 식민지 확보가 그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 그러니 아메리카 대륙의 주인 행세를 하는 스페인이 싫을 수밖에. 여왕의 의중을 간파한 이가 있었다. 월터 롤리 경이었다. 그는 탐사대를 조직해 아메리카로 보냈다. 탐사대는 1584년 미국 땅에 도착했다. 메이플라워호가 미국에 도착하기 36년 전, 처음으로 영국인이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 탐사대가 도착한 곳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동부에 있는 ‘로어노크’란 섬이었다. 척박한 자연. 그래도 117명이 남아 최초의 식민지를 건설하기로 했다. 처음엔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다. 3년 뒤 아기까지 태어났다. 롤리 경은 필요한 물자를 공수하며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던 중 영국과 스페인의 전쟁이 터졌다. 물자 보급선은 3년간 로어노크 섬에 가지 못했다. 보급선이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선원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정착촌의 잔해도 찾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오늘날까지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 미국인들은 이곳을 ‘잃어버린 식민지(Lost Colony)’라고 부른다. 2년 전 9월 우연히 그곳을 찾을 기회가 있었다. 아직 한기가 느껴지는 계절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잡초만 무성한 ‘유적지’에는 스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당시 정착민들의 환영이 보이는 듯했다. 어쩌면 그 스산함의 정체는 상실감이었으리라. 혹시 지금 느끼는 ‘마음의 추위’가 이 상실감과 비슷한 감정이 아닐까. 마음이 추우니 세상이 춥고, 마음이 시리니 세상이 시려 보이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살이가 팍팍해 보이는 것도 내 마음 씀씀이가 미련해 그런 건 아닐까. 매년 이맘때면 송년회가 넘쳐난다. 매일 보는 동료들과, 또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회포를 푸는 연례행사로 변질된 송년회. 그 자리에서 스스로를 진지하게 돌아본 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내 마음에 달린 자물쇠를 열어 안을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올 한 해 수고했다고 칭찬의 한마디를 건네야겠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라는 격려도 해 줘야겠다. 혹시 여러분도 추우신지. 든든히 배를 채워도 한기가 사라지지 않는지. 그렇다면 마음부터 추스르시길. 5일만 지나면 2012년이 저문다. 올 한 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우리 자신에게 훈장을 주자. ‘잃어버린 식민지’로 방치해두지 말자. 때로 ‘자기애(自己愛)’처럼 좋은 난로는 없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어느 병원, 어느 의사가 허리 수술을 잘해?” 보건 분야에서 오래 취재해 왔기 때문일까. 평소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묻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난감해진다. 모든 의사의 실력이 똑같진 않겠지만, ‘완벽한’ 의사를 족집게처럼 뽑아내는 건 쉽지 않다. 제아무리 실력이 좋은 의사도 찰나의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요즘 의료기술 많이 좋아졌어요. 그러니 어느 의사가 좋은가를 따지기보다는 병원의 시스템을 먼저 확인하세요.” 척추수술을 고민하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통계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수술 건수는 20만7384건이다. 2007년엔 14만49건. 5년 새 45%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이미 11만1985건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23만 건을 넘을 확률이 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술을 많이 하는 병은 치질과 같은 항문질환이다. 2011년 항문질환 수술 건수는 25만4785건. 2007년의 24만5832건과 큰 차이가 없다. 유독 척추수술의 증가폭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일 수도 있겠다. 척추 전문병원의 환자 대기실에 가 보면 노인들이 정말, 의외로 많다. 지긋지긋한 허리통증을 잡고 싶다는 절박감이 표정에서 느껴진다. 평균수명보다 건강수명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물론 젊은 환자도 많아졌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니 뼈가 성할 리가 없다. 그러나 과연 이 고령화와 ‘유해환경’이 척추질환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일까. 수술부터 권유하는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허리 수술을 꼭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의료계의 오랜 논란거리다. 척추 분야의 명의(名醫)로 꼽히는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수술불가론’의 대표주자다. 이 교수는 평소 “허리 디스크 환자의 80%는 수술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허리 디스크도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통증이 심하면 약물이나 물리 치료를 받는 게 좋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허리 디스크 수술보다 주사 요법이 더 효과가 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굳이 튀어나온 허리디스크를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 10명 가운데 7, 8명이 주사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졌다고 한다. 사실 기자도 척추 환자다. 확진을 받은 게 6년 전이다. 디스크가 튀어나왔고, 협착증도 진행된 상태다. 허리 근육을 강화하려는 운동은 번거롭고 귀찮다. 그때마다 이를 악문다. 통증이 심할 때가 더러 있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가쁜 숨을 내쉴 때도 많았다. 그러나 고백건대, 단 한 번도 수술을 검토하지 않았다. 어떤 의사는 “왜 미련하게 고통을 참느냐”며 수술을 권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끝까지 버텨보려고요”라며 웃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수술로 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때로 병은 평생 골치만 썩이는 친구일 수도 있다.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해 40분마다 울리도록 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 허리 스트레칭을 한단다. 참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 이 방법을 수술 잘하는 의사가 누군지 묻는 사람에게 소개할 참이다. 수술 권하는 사회가 나는 싫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공짜 좋아하면 머리가 벗어진다는 말이 있다. 탈모 환자라면 펄쩍 뛸 노릇이다. 머리 빠지는 것만 해도 속이 타는데, 공짜 좋아한다는 누명까지 썼으니 안 그렇겠는가. 공짜를 얻으려고 머리를 굴리다 보니 탈모가 된다며 억지로 ‘의학적’ 해석을 붙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사람은 모두 탈모 환자가 돼야 할 듯하다. 공짜 싫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가 대한민국만큼 어려운 나라도 없잖은가. 실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말이 진실에 더 가깝지만 공짜의 유혹을 외면하기는 어렵다. 대가 없이 혜택을 준다는 ‘무상(無償)’이란 단어가 달콤한 이유다. 무상의료 또한 마찬가지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시민단체들은 건강보험료를 1인당 월 1만1000원만 더 내자고 주장한다. 그렇게 하면 연간 14조1000억 원이 더 걷히고, 건강보험 보장성(혜택)은 90% 수준까지 올라가며 환자가 실제 부담할 진료비는 연간 100만 원 이내가 된단다. 이 계산대로라면 사실상 무상의료가 실현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9, 2010년 건강보험 보장성을 비교한 결과 64.0%에서 62.7%로 떨어졌다. 보험료를 올리고 국가재정을 쏟아 부었지만 보장성은 후퇴했다. 정부의 80% 공약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이니 무상의료 방안은 끌림을 넘어 매력에 가깝다. 다만 진정 무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보험료를 지금보다 30% 더 걷는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더 좋은 서비스를 위해 돈을 더 내야 한다는 원리다. 유상(有償)이다.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를 더 걷어야 한다는 기존 주장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기업에 추가로 4조4000억 원을 더 내도록 하는 조건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험료의 절반을 회사 측이 부담한다. 대기업이야 가능하다 쳐도 영세한 중소기업이 이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정부 지원금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도 보장성이 90%까지 오른다니,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재정을 확보한다 치자. 그러나 90%라는 이 수치가 보장될까. 의료소비 증가율은 아주 가파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들은 외래 진료비의 30%, 입원 진료비의 20%만 부담한다.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이면 1500원만 낸다. 찜질방 비용보다 물리치료실이 더 싸다. 그러니 병원으로 몰린다. 의료쇼핑이란 단어가 그냥 생긴 게 아니다. 지난해 감기 환자에게만 건보재정에서 2조8504억 원이 지출됐다. 암 환자 94만4414명에게 지급된 돈은 3조6496억 원이다. 2008년 기준으로 1인당 13회 진료를 받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6.9회)보다 2배 정도 많다. 감기만 걸려도 일단 병원부터 가고, 약부터 챙겨먹는 의료소비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14조 원이 아니라 20조 원을 확보해도 건보재정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념 공세가 아니다. 필자 또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중산층과 마찬가지로 무상의료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러나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과연 소득에 따라 합당한 보험료를 내고 있는지, 의사와 약부터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 필요한 것은 의료소비 행태를 바로잡는 ‘책임의료’다.김상훈 교육복지부 차장 corekim@donga.com}

《 동아일보는 ‘달라도 다함께’ 다문화 캠페인을 2009년부터 연중기획으로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성공적으로 정착하려고 애쓰는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를, 하반기에는 해외 선진국의 정책을 짚었다. 올해 기획을 마감하면서 우리가 꿈꾸는 다문화 한국의 모습을 그려 봤다. 한국사회와 한국인에 대한 조언을 함께 담았다. 사회통합 정책에 대한 학술토론회도 소개하면서 다문화 정책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한다. 》 ‘한국의 다문화 사회통합 정책’을 주제로 한 학술토론회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참석자들은 한국에서 요즘 자주 사용하는 다문화의 개념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다문화 하면 많은 한국인이 결혼이민여성이나 외국인 가정을 떠올린다. 외국에서는 소수자, 다양성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데 한국에서는 온정을 베풀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및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반감이 여기에서부터 생기므로 정책 방향을 정하고 국민에게 설명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다문화와 이민정책의 방향을 명확히 정해야 한다. 세계적 추세를 감안해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상호 존중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이민여성과 이들의 자녀에게 치중된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김혜순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민자의 성별 및 결혼 과정에 따라 원하는 바가 다르다. 그런데도 여성가족부의 결혼이민자 지원 정책은 성별 차이를 감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부처와 민간단체가 결혼이민자와 그 가족을 경쟁적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일반 국민이 상대적인 박탈감과 역차별을 느끼는 점도 문제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경제성장이 지체되는 가운데 이런 식의 정책을 계속하면 자연스러운 통합보다는 사회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경고다. 이혜경 배재대 미디어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다문화 정책 대상을 다른 이주민에까지 확대하고 이민·사회통합 정책의 방향과 관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이민관련 법령을 정비하고 이민사회통합청(가칭)을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