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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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beco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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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읍 이삿짐센터 살인범 11년만에 공개수배

    11년 전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 40대 희귀병 보유자의 얼굴과 신원을 경찰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청은 2009년 전북 정읍시에서 벌어진 이른바 ‘이삿짐센터 살인사건’의 피의자 성치영 씨(48·사진)를 올해 상반기 중요지명피의자 공개수배 명단에 포함시킨다고 5일 밝혔다. 성 씨는 그해 4월 20일 자신이 일하던 한 이삿짐센터 사무실에서 업주의 동생 A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성 씨가 사건 전날 돈을 빌려 도박으로 탕진한 뒤 A 씨의 독촉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성 씨는 사건 발생 5일 뒤 사라졌다. 피의자의 잠적이 이렇게 길어진 건 다소 의외였다. 성 씨는 당시 희귀질환인 ‘베체트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체트병은 전신 피부는 물론 눈에까지 염증이 생길 수 있는 만성질환. 국내에선 20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병으로 추정된다. 병원 처방을 받은 의약품을 꾸준히 투약하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실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까지 베체트병 치료제를 처방받은 건강보험 환자 명단을 모두 조사했지만, 결국 성 씨를 찾지 못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받아 수사망을 피했을 수 있다. 비급여 처방 내용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는 의료기관이 꼭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전북지방경찰청은 “피의자 검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를 바란다”고 말했다.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됐기 때문에 이 사건은 시효 만료가 적용되지 않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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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직업은 안물안궁… “취미만 공유합니다”

    “나이와 직업은 ‘안물안궁(안 물어보고 안 궁금하다)’이에요.” 살짝 ‘띵’했다. 이렇게 어색할 수가. 1일 오후 7시 반 서울 강남구에 있는 화사한 북카페 ‘아그레 라운지’가 갑자기 휑한 사막처럼 느껴졌다. 모두 7명이 둘러앉는 테이블. 첫마디가 이름만 말하고 신상은 밝히지 말라니. 누군가를 만날 땐 기계적으로 읊던 “35세, 2011년 입사, 기혼…”이 입가에 머물다 마른 침만 삼켰다. 이날 아그레 라운지에서 열린 자리는 흔하디흔한 독서클럽. 그런데 테이블 리더를 맡은 김유리 씨는 “서로 신상을 밝히지 않는 게 첫 번째 규칙”이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단 듯한 눈빛. 바로 요즘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는 ‘블라인드 모임’이다. 사람들은 가벼운 인사 뒤 곧장 책에 대한 대화로 들어갔다.○ “친구와 나누지 못하는 대화도 자유롭게 나눠” 최근 이렇게 딱히 인간관계에 치중하지 않고 취향만을 공유하는 데 초점을 맞춘 블라인드 모임이 2040세대에게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남들은 가족 친구와 시간을 보낼 새해 1월 1일부터 열린 ‘아그레아블 북클럽’도 전형적인 블라인드 모임. 2013년 처음 모였던 카페 이름을 따서 만들어진 이 모임은 나이 학력 등 어떤 자격조건도 따지지 않고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참가자는 모임 때마다 약간의 비용만 지불하면 된다. 아그레아블은 프랑스어로 ‘유쾌한’ ‘기분 좋은’이란 뜻. 이름처럼 만남도 산뜻하다. 회원들은 스마트폰으로 일정을 확인하고 참석해 각자 읽은 책에 대한 의견만을 나눈다. 대부분 서로 초면인지라 대화 주제가 신변잡기로 흐르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취미를 통한 인맥 형성’이란 기존 동호회 방식은 여기선 금기시한다. 한 참가자는 “3년 넘게 알고 지낸 회원이 있지만 나이조차도 서로 모른다”고 말했다. 이러한 블라인드 모임은 요즘 세대가 어떤 식의 만남을 추구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리서치업체 마크로밀 엠브레인이 지난해 3월 전국 성인 1000명을 설문한 결과 “학연과 지연보다 취향과 관심사에 의한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응답이 61.1%나 됐다. ‘관심사에 따라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30대(62%)와 20대(58.8%), 40대(48.8%), 50대(45.6%) 순으로 긍정적으로 답했다. 당연히 이런 모임은 주제에 제한이 없다. 요리와 화장법, 요가, 수제맥주 만들기 등 다양한 성격의 모임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스마트폰 앱이나 홈페이지의 형태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명 모임’이라고 검색만 해봐도, 수백 개의 익명 대화방이 곧장 뜬다. 이미 젊은 세대에겐 자생적인 블라인드 모임 자체가 자연스러운 문화란 방증이다. 모임도 사람 관계인데 너무 삭막한 건 아닐까. 하지만 블라인드 모임의 진정한 가치는 논쟁적 주제를 다룰 때 확실하게 드러났다. 이날 아그레아블 북클럽도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였지만, 최근 ‘힙’한 화두인 페미니즘을 다룬 책이 등장하며 후끈 달아올랐다. 한 여성 참가자는 “회사 동료나 친구와는 차마 못 하는 이야기”라며 “솔직히 페미니즘 콘텐츠에 쏟아지는 과도한 비난이나 찬사가 모두 불편하다”고 털어놓았다. 한 남성도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보는 사람마다 감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요즘 호불호만 밝혀도 ‘네 편 내 편’으로 갈려 지인과는 오히려 이런 화제를 피한다”며 공감했다. 김유리 씨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더 과감하게 속내를 펼칠 수 있는 게 바로 ‘블라인드 모임’의 최대 장점”이라고 귀띔했다.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뒤탈’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시간도 예정됐던 대로 3시간 만에 깔끔하게 끝났다. 날이 날인 만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란 인사는 잊지 않았지만, 흔한 뒤풀이도 없이 뿔뿔이 흩어졌다.○ “인맥 관리보단 깔끔한 자기계발” 이런 블라인드 모임은 취미활동 성격의 만남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그저 익명 대화방에서 ‘번개’로 약속을 정해서 영화나 공연, 전시회를 함께 관람하기도 한다. 2일 한 모바일메신저에는 ‘서울시내 전시회 미술관 공연 정보 공유해요’라는 제목의 오픈 채팅방이 떴다. 이름도 밝히지 않고 닉네임으로만 모인 이용자 380여 명이 다양한 전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각자 원하는 모임을 추천하면 운영자인 이 모씨는 그저 ‘후보’를 선정해 투표에 부칠 뿐이다. 보통 4명 이상이 참석 의사를 밝히면 번개는 즉석에서 이뤄진다. 이런 모임은 꼭 ‘동행 관람’을 원칙으로 하지도 않는다. 가끔은 모임 당일에 인파 속에서 닉네임으로 서로의 ‘존재’만 확인한 뒤 곧장 제 갈 길을 간다. “각자의 리듬에 맞게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다가 도슨트(전문적인 작품 안내인) 설명만 함께 듣거나 관람을 마친 뒤 찻집 등에서 만나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역시 개인적인 얘기는 삼가고, 연락처도 서로 묻지 않는다. 이 씨는 “개인 신상을 모르는 채 대화를 나눠 보면, 서로의 감상을 더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고 말했다. 요즘은 ‘덕질(마니아 활동)’도 익명을 선호하는 팬들이 적지 않다. 한 아이돌그룹 멤버의 팬인 대학생 서지은 씨(24·여)는 지난해 SNS에서 만난 팬들과 8차례나 블라인드 모임을 가졌다. 공연을 본 다음, 심지어 통성명도 생략한 채 그룹 멤버들에 대한 얘기만 실컷 나누는 뒤풀이였다. 서 씨는 “대학 친구들은 내 취향을 이해하지 못해 기분 상할 일이 종종 생기곤 했다.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팬들끼리는 그럴 일이 없어서 편하다”고 전했다. 블라인드 모임은 ‘현실 도피용’으로도 꽤나 잘나간다. 특히 고단한 삶에 치인 ‘취준생(취업준비생)’들이 무척 좋아한다고. 취준생들은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아무래도 취업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마련. 이런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워지고자 블라인드 모임을 찾는다. 오랫동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이던 J 씨(28·여)는 “최근 기업에 입사하며 이런 부담에서 벗어났지만, 백수생활이 길어졌을 땐 친한 친구도 멀리했다”며 “생면부지인 사람들과 ‘맛집 탐방’ 같은 모임을 갖는 게 훨씬 좋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이런 블라인드 모임은 요즘 2040세대의 성향에 딱 들어맞는 네트워크”라고 입을 모았다. 이전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 자유주의 성향이 강하면서도 ‘인정 욕구’는 큰 특징을 잘 반영하기 때문이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은 신상을 공개하는 순간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데, 이런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최대한의 만족을 누리려는 게 블라인드 모임”이라고 말했다. 집단주의를 구심력으로 삼는 모임은 아무래도 참가자의 사생활을 스스럼없이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피하면서도 ‘내 사회성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입증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진 결과가 블라인드 모임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인맥보단 본인에게 치중하는 트렌드도 한몫했다. 자신의 역량을 넓히는 일에 집중하며 더 큰 가치를 찾는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의 최지혜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현 2040세대는 취업과 이직 경쟁이 극심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짧은 여가시간을 가벼운 놀음으로 헛되이 보내기보단, 개인적 ‘업그레이드’에 쓰고 싶은 바람이 크다”고 진단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윤다빈 기자}

    • 2020-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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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한덕, 김태호… “그들이 꿈꾸던 세상, 남겨진 이들이 만들어야죠”

    《2019년이 저물고 있다. 올 한 해 가슴에 새겨진 안타까운 이별이 적지 않았다. 설 연휴에도 병원을 지키다가 과로사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사진)과 축구클럽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김태호 군, ‘안인득 방화·살인사건’ 희생자들…. 그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이로 인해 드러난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다. ‘누가 죽어야 바뀌는 사회’라는 씁쓸한 자조는, 뒤집으면 ‘누군가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는 의지’란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올해 별이 된 사람들과 이들이 남긴 숙제를 돌아봤다.상실은 때론 절망을 남긴다. 하지만 누군가는 희망을 싹 틔우기도 한다. 올 한 해는 유독 안타깝게 하늘의 별이 된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한 해가 저무는 이때, 동아일보는 그들이 떠난 뒤 ‘남겨진 사람들’을 만나봤다. 남은 이들은 하나같이 슬픈 다짐을 드러냈다. 여전히 고통과 싸우면서도 무릎 꿇지 않겠다는…. 고인이 꿈꾸던 세상, 혹은 그들이 겪은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겠다는 언약이다. 영원히 기억돼야 할 별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윤선배 헌신 배울것”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늘어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올해 2월 4일 설 연휴 첫날은 국민에게 커다란 마음의 상처로 남았다. 응급의료 공백을 막으려 퇴근도 미루고 일했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51·사진)이 과로로 목숨을 잃은 날이기 때문이다. 비보였지만 사회 각계에선 ‘우리 생명이 누군가의 헌신 덕에 보호받는다는 걸 일깨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고인은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 사건 희생자 이후 민간인으로선 처음 국가유공자로 지정됐다. 윤 센터장의 부인 민영주 씨(51)는 “남편이 하려던 일들은 남은 사람들이 이룰 거라 믿게 됐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희생은 의료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낳았다. 고인이 의학도 시절을 보낸 전남대병원이 이달 중순 전공의를 모집했는데, 응급의학과가 신설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정원(4명)보다 많은 지원자(6명)가 몰렸다. 지원자들은 “윤 선배처럼 응급의료 현장을 지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전국 수련병원의 응급의학과 전공의 평균 지원율도 101.8%로 집계됐다. 응급의학과에 초과 지원율이 나온 건 3년 만이다. 보건복지부는 윤 센터장의 숙원인 응급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민관 합동 응급의료 개선 협의체’를 구성한 상태다. 윤 센터장의 25년 지기인 허탁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56)는 내년 1월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에 취임해 이 대책을 추진할 책임을 맡는다. 윤 센터장이 뿌린 씨앗이 모두 싹을 틔운 건 아니다. 고인이 생전에 꼬집었던, 병원 내 응급구조사가 환자의 심전도조차 재지 못하는 불합리한 법령은 아직도 개선되지 않았다. ▼ “여덟살 태호 흔적 아직 생생… 法 통과는 우리의 몫” ▼통학차량 사고로 숨진 김태호군“5월 16일은 제게 세상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비행이었어요.” 항공사 승무원인 이소현 씨(36·여)는 ‘그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전날 귀국 비행을 준비하던 도중 다급하게 걸려온 남편 김장회 씨(36)의 전화 한 통과 함께 이 씨의 삶은 뒤바뀌었다. 남편은 외아들 태호 군(8·사진)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했다. 태호는 15일 인천에서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던 축구클럽 통학차량에 타고 있다가 동갑내기 정유찬 군과 함께 짧은 생을 마감했다. 24일 찾아간 김 씨 부부의 인천 연수구 자택엔 태호가 쓰던 장난감과 책상 등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맞벌이였던 김 씨 부부는 사고 뒤 국회와 거리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스포츠클럽 통학차량은 겉만 노란색으로 칠했을 뿐, 성인 보호자의 동승 의무나 관할 경찰서 등록 등 안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를 고칠 법안이 이른바 ‘태호유찬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다. 하지만 태호유찬법은 이달 10일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도 외면당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통학차량 범위를 정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통과시키지 않았다. 한 의원은 “어린이가 학원 가려고 타면, 시내버스도 다 보호자를 태워야 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단다. 이 씨는 “태호가 이 세상에서 숨 쉬다 간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부모로서 남은 할 일들을 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이 씨의 배 속에는 내년 봄 출산 예정인 태호의 동생이 자라고 있다. ▼ “우린 여전히 전쟁중” 제2 안인득 국가가 막아야 ▼안인득 사건 피해자들금모 씨(40·여)는 4월 17일 안인득(42)이 휘두른 흉기에 어머니 김모 씨(65)와 조카 금모 양(12)을 잃었다. 지난달 안인득이 사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참아 왔던 스트레스가 휘몰아쳤다. 밥 한 숟갈 넘기지 못하고 잠이 들지도 못해 결국 2주 동안 병원 신세를 졌다. 금 씨는 “그가 벌받는다고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는 여전히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눈물을 감췄다. 금 씨에 따르면 안인득 손에 중상을 입은 주민들은 지금도 수술과 재활을 반복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들도 여전히 정신건강의학과에 다니며 그날의 기억과 싸우고 있다. 중증 조현병을 앓던 안인득은 경남 진주시 가좌동의 한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의 목숨을 빼앗고 2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안인득 사건은 정부의 부실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살인 사건 전에도 아파트에 벌레를 뿌리는 등 난동을 피웠다. 주민들이 경찰에 일곱 차례나 신고했다. 형도 안인득을 입원시키려 했지만, 현행법상 강제 입원을 요청할 수 있는 ‘보호 의무자’가 아니어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현재 국회엔 환자 본인이나 보호자 동의 없이도 가정법원이나 준사법기관이 중증 정신질환자를 강제 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는 ‘사법입원’ 도입 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아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환자 가족에게 전가했던 치료의 책임을 이제는 국가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도해상-다뉴브강-잠원동… 마를 새 없던 눈물 ▼안타까운 사고 희생자들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선 철거 작업을 하던 5층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에 깔린 이모 씨(29·여)가 숨졌다. 이 씨는 예비남편인 황모 씨(31)와 예물인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 씨의 사망은 인재(人災)였다. 철거업체는 공사에 잭서포트(지지대)를 60개 세우겠다고 관할 구청에 계획서를 제출해 놓았지만, 실제로는 27개만 설치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철거 현장 조사에 나서고 안전 기준을 강화했다. 하지만 철거업체가 공사 기한 단축에 열을 올리는 관행을 없애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란 지적이 나온다. 이 씨의 아버지는 “국가는 (내 딸을) 잊으면 끝이겠지만, 나는 평생 이 일을 놓지 못한다”고 말했다. 10월 31일엔 응급환자를 태운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호’ 헬기가 독도 인근 바다에 추락해 환자와 동료 선원, 소방대원 등 7명이 세상을 떠났다. 헬기엔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의 구조 현장에도 급파됐던 배혁 구조대원(31)이 타고 있었다. 그는 사고 두 달 전 결혼했다. 동료인 이영민 소방장(37)은 “혁이는 다들 기피하는 헬기 업무에 적극 지원했고, 환자를 구하는 일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회상했다. 당국은 지금도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야간에 경북 울릉도·독도에서 응급환자가 생기면 보낼 수 있는 헬기가 영남1호를 포함해 단 2대뿐이란 사실이 알려지며 항공구조대의 열악한 현실이 재조명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인천=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박상준 speakup@donga.com / 대구=명민준 기자}

    • 2019-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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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앙경찰학교 2994명 졸업 “판소리하듯… 시민들과 호흡하는 경찰될 것”

    “소리꾼은 판소리 무대에서 온갖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해요. 이런 경험과 소질을 살려 현장 대응에 능한 경찰관이 되겠습니다.” 27일 오전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고 새내기 경찰이 된 국악인 출신 장승욱 순경(31)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장 순경은 중앙대 국악학과를 졸업했으며 부산국악대전에서 은상을 받은 실력파 소리꾼이다. 그는 관객과 호흡하며 무대를 만드는 판소리처럼 피해자와 공감하면서도 임기응변을 발휘해야 하는 치안 업무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경찰의 길에 도전했다고 했다. 이날 장 순경과 함께 정식 경찰관이 된 중앙경찰학교 298기 졸업생 2994명 중에는 스포츠 선수 출신이 유독 많았다. 청소년 축구 국가대표 출신 정승수 순경(26)은 “실습 때 경찰복을 입고 거리에 나가 시민을 만나면 그라운드에 섰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며 “선수 시절 단련한 체력을 십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사격 월드컵 국가대표 출신인 김은혜 순경(33·여)과 프로야구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선수 출신 허승혁 순경(29), 19세 이하 럭비 국가대표 출신 문수 순경(33)도 경찰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박성민 순경(29)은 아버지와 할아버지에 이어 3대 경찰관의 계보를 잇게 됐다. 박 순경은 아버지가 범인을 제압하다가 코뼈가 부러지는 걸 보고도 무섭기보단 멋지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박 순경은 “나도 몸을 던져 시민 안전을 지키고, 거기서 오는 뿌듯함을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주 순경(26)의 아버지는 현직 경찰관인 김동일 경감이고, 경찰이었던 외삼촌 장동오 씨는 탈옥범 신창원의 수배 업무 중에 순직했다. 한국정책방송원(KTV) 국민방송과 불교방송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김민선 순경(33·여)은 “항상 사건이 벌어지고서야 소식을 알리는 것에 아쉬움을 느껴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었다”고 했다. 박성호(28) 이소진(27·여) 전다윤 순경(26·여)은 종합성적 최우수자로 경찰청장상을 받았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치사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우리 경찰은 형사소송법 제정 66년 만에 경찰이 수사의 온전한 주체로 거듭나는 역사적 순간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고귀한 경찰정신을 이어받아 활약해 달라”고 당부했다. 중앙경찰학교는 1987년 개교해 올해로 32주년을 맞았다. 경찰 인력의 95% 이상이 이곳을 거쳤다. 9급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충북 충주시 중앙경찰학교에서 수사법률, 현장대응 등 34주간 교육을 받은 뒤 순경으로 임용된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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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권역외상센터 전문의-병상 없어 재이송, 중증환자 올들어 250명… 해마다 증가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할 ‘최종 의료기관’인 권역외상센터들이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낸 일이 최근 3년간 700차례 가까이 발생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지방의 A병원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오토바이 사고로 두 다리를 크게 다친 B 씨(46)가 수술을 받지 못한 채 다른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졌다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B 씨는 A병원 외상센터로 이송됐을 당시 출혈이 심했지만 심박과 호흡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외상센터 의료진은 합병증을 막기 위해 B 씨의 다리를 절단하는 수술을 준비했다. 하지만 B 씨는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던 중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호흡이 멈췄다. 당시 이 병원에서 수술 필요성을 판단할 정형외과 전문의들은 모두 외부 지역으로 출장을 가 있었고, 외상센터는 정형외과 전공의(레지던트) 2명이 지키고 있었다. 출장 중이던 정형외과 전문의는 전화로 환자의 상태를 듣고 “수술을 해도 살아나긴 어렵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런 설명을 들은 B 씨의 가족은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130km 떨어진 다른 권역외상센터로 옮겨졌지만 심폐소생술 도중 숨졌다. A병원은 이 사건 이후 정형외과 전문의가 1명 이상 상시 대기하도록 내부 규정을 바꾼 상태다. A병원 관계자는 “B 씨는 처음 이송됐을 때부터 피를 2L 이상 흘려 살아나기 어려운 상태였다”며 “정형외과 전문의가 있었어도 B 씨는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수술을 받았어도 안타깝게도 결과는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은 B 씨의 수술 필요성을 판단할 정형외과 전문의가 당시 외상센터에 없었던 점, CT 검사 직후 B 씨의 호흡이 멈춘 점 등을 감안해 A병원이 필요한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진상 파악에 착수했다.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권역외상센터 14곳으로 환자가 이송됐다가 다른 의료기관으로 재이송된 사례는 2017년 202건에서 지난해 228건, 올해(1∼11월) 250건 등으로 늘어났다. 3년간 총 680건으로 사흘에 두 차례꼴이다. 재이송 사유별로는 ‘전문의 부재’가 51건으로 가장 많았고 ‘병상 부족’이 31건이었다. 외상센터가 소방 당국에 “병상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환자 수용 불가(바이패스)’를 통보하는 일이 잦은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외상센터가 환자를 진료하지 못한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2017년 기준 19.9%인 ‘예방 가능 사망률’(외상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살 수 있었을 사망자의 비율)을 선진국 수준(10%)으로 낮추려면 병원 내에서 전문의와 병상을 유동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9-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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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두번째 치안정감

    정부가 경찰청 차장에 장하연 광주지방경찰청장(53·경찰대 5기)을 승진 내정하고 치안정감 6명 중 2명을 교체하는 승진·전보 인사를 23일 발표했다. 경찰대학장에는 이은정 중앙경찰학교장(54·경사 특채)이 승진 내정돼 이금형 전 부산지방경찰청장에 이어 사상 두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 된다. 이준섭 경찰대학장(57·간부후보생 36기)은 인천지방경찰청장으로 수평 이동한다. 치안정감은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으로, 이들 중에서 차기 경찰청장이 나온다. 전남 목포 출신인 장 신임 경찰청 차장은 전남 문태고와 경찰대를 나왔다. 경찰청 정보4과장과 정보국장 등을 거친 정보통이다. 2011년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에 몸담기도 했다. 현 정부 초기엔 청와대 국정상황실에 파견돼 1년여간 근무했다. 서울 출신인 이 학장은 1988년 경사로 특채돼 치안정감 6명 중 유일한 비간부 출신이다. 검정고시를 거쳐 동국대를 졸업했고 서울지방경찰청 생활안전부장과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 등을 지냈다. 임호선 경찰청 차장과 이상로 인천지방경찰청장 등 치안정감 2명은 옷을 벗는다. 임 차장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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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화성 8차사건 진범 밝힐 체모 2점, 국가기록원에 보관”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 여덟 번째 사건 때 이른바 ‘진범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당시 수사 검사와 형사를 입건했다. 공소시효가 모두 지나 처벌보다는 진상 규명에 초점을 둔 입건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사건 특별수사본부는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박모 양(당시 13세) 살인사건 이후 윤모 씨(52)를 범인으로 몰아 불법 체포한 혐의 등으로 당시 화성경찰서 형사계장 A 씨 등 퇴직 경찰관 7명과 수사 지휘 검사 B 씨(현재 변호사)를 입건했다고 17일 밝혔다. 윤 씨는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하다가 2009년 가석방됐고, 최근 재심을 청구했다. 수사본부가 화성 연쇄살인 8번째 사건의 ‘진범 조작’ 의혹을 밝히기 위해 수사 대상에 올린 관계자는 모두 52명이다. 경찰은 이 중 이미 숨진 11명과 소재를 알 수 없는 3명을 뺀 38명을 조사해 입건할 피의자를 추린 것이다. 이들에게는 직권남용과 불법 체포 및 감금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B 씨는 경찰이 범인이라며 검거한 윤 씨를 구속영장 등 법적 근거나 절차 없이 75시간 동안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를 포함해 입건된 경찰관 대부분에겐 불법 체포와 감금 외에 독직폭행, 가혹행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 혐의도 적용됐다. 허위 자백을 받아내기 위해 윤 씨를 폭행하고 잠을 재우지 않은 혐의다. 8차 사건 수사기록에 포함된 목격자 진술조서 중 일부는 목격자를 부르지도 않은 채 작성된 사실도 확인했다. 수사본부는 8차 사건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체모 2점에 대한 감정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8차 사건을 포함한 총 10건의 화성 사건과 4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한 이춘재(56)가 해당 체모의 주인으로 밝혀지면 이춘재를 진범으로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8차 사건 현장에선 10점의 체모가 수거됐다. 이 중 6점은 혈액형 분석에, 2점은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에 각각 쓰인 뒤 2점이 남아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체모를 사건 기록 첨부물에 테이프로 붙인 채 보관하다가 2017, 2018년경 국가기록원에 이관했다. 수사본부는 이 체모를 확보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한 상태다. 당초 검찰이 “조작됐다”고 밝힌 국과수의 8번째 사건 체모 감정 결과에 대해 경찰은 “조작이 아닌 ‘중대한 오류’”라며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국과수에서 감정을 맡은 C 씨는 범행 현장에서 수거된 체모와 윤 씨의 체모를 비교할 때만 다른 용의자와 다른 방법을 썼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국과수에 보낸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최종 결과 값을 배제하고 윤 씨를 범인으로 지목하기에 더 유리한 기존 수치만 감정에 활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수사본부는 모두 10건의 화성 사건 외에도 이춘재가 자기 소행이라고 자백한 1989년 7월 초등학생 김모 양(당시 9세) 살인사건 때 A 씨가 김 양의 유골 일부를 은닉한 것으로 보고 사체은닉 혐의도 적용했다. 김 양 사체 은닉 혐의로 다른 퇴직 경찰관 D 씨도 함께 입건됐다. A 씨와 D 씨는 김 양이 실종되고 5개월 뒤 김 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줄넘기에 결박된 양손 뼈를 발견하고도 이를 감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춘재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김 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해 유기했다”고 자백하며 “김 양의 양손을 줄넘기로 묶었다”고 했다. 검찰 내에선 경찰이 전직 검사 B 씨를 입건한 것을 두고 “경찰이나 국가기관이 제출한 증거가 조작됐는지를 엄밀히 살피라고 존재하는 게 검사 아니냐”며 “실체를 명백하게 밝히는 게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만 한 검찰 관계자는 “폭행 등 가혹행위에 직접 가담한 정황이 있는 경찰관과 이를 찾아내지 못한 검사의 과오를 동일선상에 두고 비교하는 건 경찰의 ‘물타기’”라고 말했다. 경찰은 16일 신상공개위원회를 열고 이춘재의 신상(이름과 나이)을 공개하기로 했다. 수감 중인 이춘재의 얼굴 공개는 본인이 동의해야 가능하다.수원=이경진 lkj@donga.com / 조건희·장관석 기자}

    • 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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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국과수 증거조작 알고도 미공개” “조사뒤 사과성명 계획… 검찰이 새치기”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을 윤모 씨(52)로 지목했던 경찰관들이 “1989년 당시 윤 씨에게 자백을 받을 때 가혹행위를 했다”고 자백함에 따라 이미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20년을 복역한 윤 씨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수사 기관의 권위주의적 분위기가 잔존하던 시대상과 어떻게든 범인을 찾아내라는 사회적 압박 속에 형사 사법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된 사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 범인 조작 의혹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전준철)는 1989년 수사를 맡았던 경찰관들로부터 “고문 사실을 인정한다. 숨진 경찰관 A 씨가 고문을 주도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진위를 조사하고 있다. 일부 경찰은 “윤 씨를 구타하거나 쪼그려 뛰기를 시키는 등 다른 가혹행위를 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경찰이 숨진 동료 A 씨에게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검찰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이춘재(56)로 지목하고 본격적인 재수사에 나선 경찰의 대응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1989년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음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실제와 다르게 조작됐다는 사실을 경찰은 올 8월 국과수로부터 전달받고도 현재까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국과수도 지난달 28일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요구에 불응하다가 이달 9일에야 자료를 제출했다. 이날 검찰에 출석한 국과수 직원은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한 검사 B 씨(현 변호사)를 곧 조사할 방침이다. B 씨가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알고도 사건을 그대로 기소했는지를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씨에 대한 재심 청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의견서를 통해 “B 씨는 1989년 8월 10일 검찰 송치 후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는 윤 씨의 모습을 일일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경찰 조사 내용과 전혀 다른 윤 씨를 눈으로 확인하고도 어떤 이의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본보는 B 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 목적으로 수사에 뛰어들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8차 사건 담당 형사들의 가혹행위와 국과수의 방사성 동위원소 분석 결과 조작 의혹에 대해 이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화성 사건 특별수사본부가 조사를 진행해왔고, 결과 발표에 맞춰 민갑룡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 성명을 발표하는 계획이 있었는데 검찰이 ‘새치기’를 했다는 시각이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8차 사건을 지휘했던 검사 B 씨를 형사 입건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본부는 17일 이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상준 speakup@donga.com·장관석·조건희 기자}

    •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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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콧수염-뿔테안경으로 가려도… 1초만에 “얼굴 일치도 78%”

    올 10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물품보관함 인근. 폐쇄회로(CC)TV에 한 외국인 남성의 얼굴이 잡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죄로 챙긴 돈을 옮기는 전달책이었다. 한 달 사이에만 이 조직에 10명의 한국인이 속아 넘어가 2억 원을 뺏겼다. 경찰은 자금 흐름을 쫓던 중 이 남성이 촬영된 CCTV 화면을 확보했지만 30대로 추정된다는 것 말고는 다른 단서가 없었다. 끝내 잡지 못한 외국인 범죄자 중 한 명으로 남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다음부터 첩보영화 ‘미션 임파서블’에서 자주 봤던 모습이 펼쳐졌다. 경찰은 CCTV에서 오려낸 흐릿한 얼굴 사진을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감식과로 보냈다. 이를 전문 분석관이 ‘바이오 정보 분석 시스템’에 입력했다. 그 순간 모니터 오른쪽에는 말레이시아 출신 T 씨(31)의 사진이 나타났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국내 체류 외국인들의 입국심사 당시 사진 1억5000만 장을 검색해 그중 보이스피싱 조직 전달책과 생김새가 가장 닮은 사람을 보여준 것이다. 이 작업엔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정보를 넘겨받은 경찰은 T 씨를 추적했다. 경찰의 추적이 턱밑까지 온 것을 몰랐던 T 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말레이시아로 돌아가려고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났다. 그때 잠복해 있던 서울 수서경찰서 형사들이 T 씨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 콧수염 붙인 기자, 알고리즘이 알아볼까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감식과가 경찰 등 수사기관이 보낸 얼굴 사진을 토대로 외국인 범죄자의 신원을 특정한 사례는 2015년부터 올 6월까지 총 2089건이다. 같은 기간 법무부에 의뢰된 전체 분석 대상이 8435건이었다. 단순히 비율로만 따지면 성공률이 24.8%인 셈이다. 다만 분석 대상 중엔 화질이 나빠 사람 얼굴인지 알아보기도 어려운 CCTV 화면이 상당수 섞여 있고, 외국인이 아닌 경우도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그렇다면 법무부 얼굴 인식 알고리즘의 한계는 어디일까. 기자는 12일 오전 10시 인천국제공항 제2합동청사 3층에 있는 감식과를 찾아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자가 준비한 무기는 전날 서울 종로구 창신동 완구시장에서 구입한 분장 소품이었다. ‘뽀로로’가 낄 법한 두꺼운 뿔테 안경과 가짜 콧수염 등, 착용한 채 거리를 활보하면 걱정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만한 것들이었다. 우선 34세 남성 기자가 표정 없이 정면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를 시험 삼아 대한민국 견본 여권에 실린 여성 모델의 사진과 대조했다. 일치도가 0%로 나타났다. 눈 2개, 코 1개, 입 1개인 건 똑같은데 일치도가 0%라니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감식과에서 근무하는 40대 남성 직원을 급히 카메라 앞에 앉혔다. 기자와 해당 직원의 생김새 일치도는 1%로 나타났다. 구성림 감식과 총괄팀장은 “얼굴 생김새의 미세한 차이를 분석하기 때문에 아무리 인종과 국적, 성별이 같아도 일치도는 낮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테스트의 첫 소품은 턱 아래까지 양 갈래로 뻗은 콧수염이었다. 왁스를 발라 양옆으로 올리면 ‘슈퍼마리오’처럼 보일 모양새였다. 콧수염을 붙이니 입 모양이 완전히 가려졌다. 그런데도 콧수염을 붙인 얼굴과 맨 얼굴의 일치도는 78%로 나타났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통상 일치도가 50%만 넘어도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78%라면 동일인이나 다름없다는 뜻이라는 게 분석관의 설명이었다. 이보다 숱이 적은 콧수염을 턱수염과 함께 붙였을 땐 일치도가 무려 91%로 계산됐다. 입 모양이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은 도수가 높고 테가 굵은 뽀로로 안경이었다. 착용한 채 사진을 찍으니 눈동자가 평소보다 훨씬 작아보였고 눈썹은 거의 전부 가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일치도가 77%라고 평가했다. 검은 선글라스를 꼈을 땐 일치도가 이보다 높은 88%로 계산됐다. 육안으로는 검은 렌즈 뒤에 있는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알고리즘은 이를 잡아낸 것이다. 고개를 45도 정도로 돌린 옆얼굴도 일치도가 77%로 높게 나왔다. 이는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정면에서 촬영한 얼굴을 3차원(3D)으로 입체화한 뒤 양옆이나 위아래 등 다른 각도에서 찍은 얼굴까지 스스로 유추하기 때문이다.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감시 카메라로 비스듬하게 찍은 사진도 정면 사진과 대조할 수 있는 이유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기자의 얼굴을 알아맞히지 못한 경우는 얼굴 대부분을 가리거나 고개를 90도로 돌렸을 때뿐이었다. ○ ‘탈레반도 마구 출입국’ 논란에 2011년 도입 국내에서 얼굴 인식 기술을 외국인 범죄자 검거에 활용한 건 2011년 7월부터다. 그 전에도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지문과 얼굴 사진을 보관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은 있었지만 인권 침해 논란 탓에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서울 개최를 앞두고 같은 해 2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 소속인 파키스탄 남성이 17차례나 남의 여권으로 한국을 드나든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같은 해 5월 외국인의 얼굴 사진 등을 수집해 여권 도용 방지나 범죄자 검거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출입국관리법이 개정됐다. 얼굴 인식의 정확한 작동 원리는 비밀이다. 원리를 알면 그에 대응한 변장술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눈 사이의 거리와 눈꺼풀의 두께, 코의 생김새, 미간이나 입술의 길이, 귀의 음영, 목주름의 개수 등을 토대로 동일인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에 얼굴 인식 알고리즘인 ‘네오페이스’를 공급하는 생체인증 업체 한국NEC 측은 “분석 대상자가 나이가 들어 주름이 늘거나 조명의 위치가 달라 얼굴에 그림자가 져도 이를 자동으로 보정해 동일인임을 밝혀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대상이 되는 사진의 출처는 다양하다. 올 7월 부산과 경기 안산시 등에서 신종 마약을 팔아온 외국인 일당 3명은 스스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둔 사진에 꼬리가 밟혔다. 같은 달 한국인들로부터 7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기고 잠적한 사기 사건의 용의자는 위조 여권 속 사진으로 추적해냈다. 피해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해 가짜 미국 여권을 들고 다닌 이 외국인은 실은 라이베리아인이었다. 수사기관이 이 여권 사진을 확보하면서 해당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 범죄를 저질러 이미 추방된 외국인이 신분을 세탁한 뒤 또다시 입국을 시도하면 이를 아예 공항 입국심사 단계에서 걸러낼 수 있다. 입국심사 땐 국가 정상 등 귀빈이나 응급 환자를 제외하곤 누구나 얼굴 사진을 찍고 손가락 지문을 입력해야 하는데, 이를 추방 범죄자의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실시간으로 대조하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이 같은 방식으로 입국을 막는 외국인은 매년 1000명이 넘는다. 얼굴 인식 알고리즘과 전문 분석관은 서로의 빈틈을 채워준다. 올 10월 한 외국인이 캐나다 여권을 들고 입국심사대에 섰을 때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이 외국인이 여권 주인과 동일인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분석관은 이 결과를 받아들고도 강제추방을 한참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생김새가 너무나 똑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외국인의 여권은 남의 것으로 최종 판정됐다. 반면 얼굴 인식 알고리즘이 생김새 일치도가 50% 이상인 외국인을 찾지 못할 땐 전문 분석관이 나서야 한다. 수사기관이 유추한 범죄자의 나이나 국적, 입국 시기 등 다른 정보를 종합해 가장 유사한 사람을 찾아내는 게 분석관의 몫이다. 매일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다가 백내장이 발병했다는 분석관도 있다.○ 일본은 응급환자 신원 확인에도 활용 중국은 얼굴 인식 기법을 가장 폭넓고 강력하게 시행하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달 1일 휴대전화에 가입할 때 실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가입자의 얼굴 사진을 촬영해 등록하도록 하는 새 규정을 시행했다. 아르헨티나도 일부 지역에서 철도역이나 항만 여객 터미널에 설치한 감시 카메라로 행인의 얼굴을 찍어 이를 범죄자나 실종자와 대조한다. 이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얼굴 인식 기술엔 ‘빅브러더(거대 감시자)’ 논란이 뒤따른다. 정부가 국민의 생체 정보를 틀어쥐고 감시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법무부의 얼굴 인식 알고리즘은 외국인 범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인이 해외로 나갔다 귀국할 때도 자동출입국심사대에서 얼굴 사진을 촬영하고 지문을 찍긴 하지만 법무부는 이 정보를 여권 정보와 대조하는 데에만 쓸 뿐 따로 보관하지는 않는다. 경찰청도 마찬가지다.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을 만들 때 촬영한 사진은 범죄자 검거를 위한 얼굴 인식 기술에 활용할 수 없다. 그 대신 경찰청은 2016년부터 강도나 강간, 방화 등 범죄를 저질러 구속된 피의자의 얼굴을 3D 사진으로 촬영한 뒤 DB로 만들어 추후 범죄 현장에서 수집되는 사진과 대조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가 범행 현장에서 찍힌 용의자의 사진을 경찰청에 보내면 DB에 등록된 기존 범죄자와 동일인인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다만 DB 등록 대상 범죄자가 제한적이라서 실제 검거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매우 적다. 얼굴 인식 기술은 이미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휴대전화 잠금 장치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아이폰X부터 3D 스캔을 이용한 얼굴 인식 시스템 ‘페이스ID’를 제품에 탑재했다. 사용자 얼굴에 적외선을 쏘아 3만 개의 점을 표시한 뒤 인공지능(AI) 칩을 거쳐 사람마다 각기 다른 얼굴 구조를 인식해내는 시스템이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결제 및 송금 서비스인 ‘라인페이’에 이어 카카오톡의 ‘카카오페이’에도 얼굴인식 기술이 쓰인다. 인도 뉴델리시의 델리에어로시티 호텔은 프런트데스크에 설치된 카메라로 투숙객의 얼굴을 찍어 블랙리스트와 대조한다. 일본도 얼굴 인식 기술 활용에 적극적이다. 내년 도쿄 올림픽에서는 관중이 경기장에 입장할 때 ID 카드 대신 얼굴 ID를 활용할 예정이다. 기존에 등록한 얼굴과 입장 관중의 얼굴을 대조하는 방식이다. 일본 하치오지시 기타하라 병원에선 의식을 잃은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얼굴 인식 기술로 신원을 밝혀 과거 병력 등을 확인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상달 법무부 이민정보과장은 “위조 여권 사용자나 외국인 범죄자를 더 정확히 판별해내기 위해 얼굴 인식 알고리즘을 매년 업그레이드하고 전문 분석관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과 협의해 범죄자가 악용할 가능성이 있는 세부적인 내용은 기사에 담지 않았습니다.한성희 chef@donga.com / 인천=조건희 기자}

    • 2019-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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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윤총경 부실수사” 국회에 의견서… 경찰 반박자료 내며 신경전

    “(경찰은) 수수한 금품이 처벌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에서 보강 수사를 통해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수수한 사실 등을 밝혀 구속.” 대검찰청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에서 이른바 ‘버닝썬 사건’을 언급했다.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된 검경 수사권 개정안대로 사법경찰관에게 ‘사건 종결권’을 부여하면 검찰의 보강 수사가 불가능해 사건의 실체가 묻힐 수 있다는 것이다. 올 6월 경찰은 ‘경찰총장’으로 불리며 경찰의 수사를 무마시킨 의혹을 받은 윤규근 총경(49·수감 중)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강 수사를 통해 윤 총경이 큐브바이오 주식 1만 주를 받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에선 “경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고 부실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검찰 수사 단계에서 결론이 바뀌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사법경찰관의 송치 의견과 검사의 처분이 달랐던 경우는 3만5164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윤 총경 사례처럼 검사가 사법경찰관이 누락한 범인 및 범죄를 적발한 경우는 7248명에 이른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4월 회사 자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43억 원을 빼돌린 A 씨를 경찰이 각하 의견으로 송치하자 보강 수사 끝에 A 씨를 구속했다. 2017년 3월 광주지검은 의약품 납품업체 수사 후 ‘뇌물수수 혐의 없음’ 의견으로 경찰이 송치한 B 총경을 구속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같이 검찰이 경찰 수사를 보완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자체 종결한 후 기록을 보낸 뒤 검사는 60일 동안만 검토할 수 있고 경찰에 기록을 반환해야 한다. 또 검사가 직접 보강 수사를 할 수 없고, 사법경찰관에 재수사 요청만 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권한이 배제된 채 기록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는 수사 오류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찰청은 ‘수사권 조정 관련 검찰 제시 의견서 검토’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보강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는 전체 송치 사건의 0.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결론을 뒤집어 기소했다가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 등을 보면 오히려 검사의 기소 권한을 통제할 장치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개정안이 선거 사건에 대해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게 한 점도 논란이다.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은 선거 사건에서 경찰이 시효가 임박해 사건을 넘기면 검찰이 추가로 수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과 관련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비슷한 사건들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선거 범죄의 공소시효와 검찰의 보완 수사 시간을 고려해 사건을 송치하고 있다”며 “이후에도 의도적으로 공소시효가 임박해 사건을 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이호재 hoho@donga.com·조건희 기자}

    •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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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울산경찰청, 송병기 가명으로 조사뒤 경찰청엔 “첩보 제보자 특정못해” 보고

    울산지방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첩보를 청와대에 제공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을 가명으로 조사해놓고 경찰청에는 “해당 첩보의 제보자를 특정하지 못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울산경찰청은 이후에도 8차례의 추가 보고를 했는데 송 부시장 이름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경찰청 수사팀이 경찰청의 공식 보고라인을 건너뛰고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청와대에 직보(直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가 확보한 지난해 2월 8일 울산경찰청의 첩보 관련 경찰청 보고 내용엔 “(첩보의) 제보자와 수사 협조자가 특정되지 않아 계속해서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해 2월 8일) 청와대의 문의에 따라 울산경찰청으로부터 첩보 관련 진행 상황을 보고받은 뒤 같은 날 이를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에 공유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송 부시장의 제보에서 비롯된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경찰청에 하달한 건 2017년 11월이었다. 경찰청은 이를 같은 해 12월 28일 울산경찰청에 내려보냈다. 이 때문에 하명 수사 의혹이 불거진 초기에만 해도 경찰 내부에선 “정말 청와대 하명 수사였다면 울산경찰청이 첩보를 받은 지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제보자도 특정하지 못했을 리 있느냐”는 시각이 있었다. 하지만 이달 4일 청와대 발표를 계기로 해당 첩보의 제보자가 송 부시장으로 드러나자 ‘울산경찰청 수사팀이 경찰청에 거짓 보고를 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울산경찰청은 첩보 관련 진행 상황을 공식 보고하기 전인 2017년 12월과 지난해 1월에 한 차례씩 송 부시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기 때문이다. 울산경찰청이 송 부시장의 참고인 진술조서에 실명이 아니라 ‘퇴직공직자 김모 씨’라는 가명을 기재한 게 적법했는지도 논란이다. 현행 범죄신고자법엔 조서를 가명으로 작성할 수 있는 신고 대상 범죄가 테러단체 구성을 포함한 몇 가지로 제한돼 있는데 김 전 시장 주변 비리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당시 울산경찰청장으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경찰청장은 “수사팀이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은 직접 보지 않아 모른다”고 말했다. 황 청장은 9일 대전 중구 대전시민대학에서 자신의 저서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 출간 기념 북 콘서트를 열고 “작금의 검찰 수사는 ‘적반하장’이다”라고 주장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 대전=구특교 기자}

    •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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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뚫어라” “막아라”… 디지털포렌식의 실마리는 ‘사람의 빈틈’[인사이드&인사이트]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55·수감 중)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은 지난달 19일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그의 자택과 집무실, 관사를 찾았다. 이날 검찰 수사관들은 압수수색 장소를 7시간 동안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유 전 부시장이 청와대 감찰을 받을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는 찾지 못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유 전 부시장이 당시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천경득 대통령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46) 등과 함께 금융위원회 고위직 인선에 관해 논의한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 어찌된 노릇일까. 비밀은 두 단계에 걸친 ‘디지털포렌식’이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2017년 10월 당시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이던 유 전 부시장을 감찰하면서 그의 휴대전화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해 천 행정관과의 대화 내용 등을 엑셀 파일로 정리해뒀다. 검찰이 올 9, 10월 해당 특감반원들의 PC와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 엑셀 파일을 확보한 것이다. 감춰질 뻔한 인사 개입 의혹의 단서가 디지털포렌식으로 드러난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이목이 집중된 사건을 해결하는 데 디지털포렌식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학 입시 등에 활용된 표창장과 인턴활동 증명서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입증하는 데에도 디지털포렌식이 동원됐다. 국정농단 사건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에선 최순실 씨의 동선과 상당히 일치하는 위치 정보가 복원됐다. 디지털포렌식과 이를 따돌리려는 ‘안티 디지털포렌식’의 각축장을 전문가들과 함께 들여다봤다.○ ‘CNN 해킹 피해’ 이후 전담 부서 창설 우리나라 검경의 디지털포렌식 역사는 미국에서 벌어진 사이버 테러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0년 2월 미국의 CNN과 아마존, 야후 등 유명 웹사이트가 잇따라 해킹을 당하자 ‘우리 정부는 어떤 대책이 있느냐’는 불안감이 치솟았고, 경찰청은 그해 7월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만들며 산하에 ‘기법개발팀’을 신설했다. 수사기관 최초의 디지털 분석 전담 부서였다. 이 팀이 2010년 디지털포렌식팀, 2014년 디지털포렌식센터로 격상되며 지금의 모습이 됐다. 대검찰청은 2004년 12월 디지털 증거 수집과 분석을 전담하는 ‘과학수사 제2담당관실’을 신설한 뒤 2007년 디지털수사담당관실로 이름을 바꿨고 2008년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열었다. 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북관 ‘디지털 증거 분석실’. 이곳에선 디지털포렌식센터 소속 분석관들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모두 5개의 보안문을 통과해야 하는 이곳엔 경찰청장도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경찰청 훈령에 따라 자격을 갖춘 분석관들만 들어갈 수 있는 제한구역이다. 디지털포렌식 과정에서 증거가 조작될 수 있다는 의심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분석관들이 보관된 증거를 가지러 갈 때도 4대의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24시간 감시하는 공간을 통과해야 한다. 경찰이 분석한 디지털 증거물은 2014년 1만4899건에서 지난해 4만5103건으로 급증했다. 4년 만에 3배로 증가한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는 같은 기간 1만656건에서 3만6986건으로 3.5배로 늘었다. 이는 ‘휴대전화에는 인생이 통째로 남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행적이 담기고, 그에 따라 증거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편에게 졸피뎀(수면제)을 먹여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유정(36·수감 중)도 범행을 부인했지만 사건 발생 전 인터넷에서 ‘뼈의 무게’ 등을 검색한 사실이 PC 분석 과정에서 드러났다.○ 첨단 보안기술도 사람의 빈틈 못 채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나 강요처럼 사건 관계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복원해야 입증할 수 있는 범죄의 증거로는 카카오톡 등 휴대전화 메신저만한 게 없다. 문제는 대화 내용이 지워졌을 때다. 통상적으로 디지털포렌식은 지워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남아 있는 데이터의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메신저 대화방을 없애도 그 방의 대화내용은 휴대전화 메모리 어딘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워진 데이터가 어디에 흩어져 있는지는 각각의 앱 고유의 ‘주소 체계’에 따라 달라진다. 그 주소를 자동으로 찾아내 데이터를 살려내는 게 자동복원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해내지 못하면 사람이 이를 일일이 찾아야 한다. 텔레그램으로 대표되는 보안 메신저는 이 지점에서 강력한 은닉의 도구가 된다. 텔레그램은 삭제 데이터를 흩뿌리는 주소를 자주 바꾼다. 게다가 비밀대화방에서 대화를 나눈 뒤 대화방을 없애 버리면 대화 내용의 상당 부분을 다른 데이터로 덮어 쓰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최규종 한국포렌식법률연구소 대표는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데이터가 있는 곳을 애써 찾아내도 거기엔 이미 대화 내용이 아닌 무의미한 데이터의 부스러기만 남아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지지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리는 게 일반적인 삭제 방식이라면 찢기 전에 검은 잉크로 덧칠까지 하는 게 보안 메신저의 방식인 셈이다. 청와대 특감반원들은 업무에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도 같은 원리로 앱을 여러 차례 지웠다 깔거나 휴대전화 자체를 초기화하면 대화 내용을 복원하기 어렵다. 가수 정준영 씨(30·수감 중)가 2016년 8월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당했을 때 검찰은 정 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디지털포렌식 작업을 했지만 휴대전화가 초기화된 상태라서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 했다. 하지만 정 씨는 휴대전화를 초기화하기 전 증거를 감추기 위해 이를 사설 디지털포렌식 업체에 맡겼고, 이 과정에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유출되면서 덜미가 잡혔다. 안티 디지털포렌식 기술도 사람의 빈틈까지 메우진 못하는 셈이다. ○ 앞서가는 안티 디지털포렌식 기술 디지털포렌식과 안티 디지털포렌식의 경쟁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휴대전화 제조사나 앱 개발사가 강력한 ‘방패’를 개발하면 수사기관은 이를 뚫기 위해 더 예리한 ‘창’을 준비하는 방식으로 경쟁한다. 휴대전화를 불에 태우거나 물에 빠뜨리는 건 원시적인 안티 디지털포렌식 수법에 해당한다. 최근엔 ‘휴대전화를 효과적으로 망가뜨리는 방법’이 팁처럼 돌지만 메모리만 멀쩡하면 데이터를 복원할 수 있다. 실제로 경찰청 디지털 증거 분석실 앞엔 반으로 쪼개지거나 새까맣게 그을린 휴대전화가 여러 대 전시돼 있다. 전부 디지털포렌식을 완료한 ‘성공작’들이다. 휴대전화 잠금 비밀번호는 간단해 보이지만 강력한 보안 기술이다. 삼성의 경우 갤럭시7 이후 기종 이후부터 휴대전화에 저장되는 모든 정보를 암호화하는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가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눈으로 읽는 정보는 이미 한번 암호화한 것을 풀어낸 것이다. 휴대전화 화면을 끄면 그 안의 데이터는 다시 암호화된 상태로 감춰진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지 못했다면 데이터를 추출해도 내용을 보기 어렵다. 새로 등장한 안티 디지털포렌식 기법은 클라우드 서비스다. 데이터를 휴대전화 메모리에 남기지 않고 서버에서만 관리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단말기를 확보해도 내용을 복원하기 어렵다. 예컨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앱인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은 개발사의 서버에서 작동되는 것을 휴대전화로 보여주기만 할 뿐이다. 해당 앱으로 조회한 글과 사진 데이터가 휴대전화에 남지 않는다. 다만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내장된 메신저 대화 내용은 휴대전화에 남는다고 한다. ○ ‘포렌식 전쟁’은 속도전 검찰이 이른바 ‘백원우팀’ 검찰수사관 A 씨(48·사망)의 휴대전화 잠금을 푸는 과정은 디지털포렌식과 안티 디지털포렌식의 싸움을 그대로 보여준다. A 씨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1일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아이폰X 기종인 그의 휴대전화에 청와대 직원들과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 등이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스라엘 정보보안 업체 ‘셀레브라이트’의 장비를 동원해 디지털포렌식을 시도하고 있다. 아이폰은 ‘백도어’(뒷문)라 불리는 보안 취약점을 단단히 걸어 잠가 비밀번호를 모르면 디지털포렌식이 어려운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15년 12월 캘리포니아 주 샌버너디노에서 발생한 무슬림 부부의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해 테러범의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제조사 애플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당시 테러범 아이폰의 잠금을 해제한 게 셀레브라이트의 장비였다. 이후로 애플은 취약점을 보완하고 셀레브라이트는 이를 뚫으려는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안티포렌식과의 싸움은 쫓고 쫓기는 속도전이다. 휴대전화 제조사가 패치를 통해 암호화 수준을 강화하면 수사기관은 이를 따라잡을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자본과 인력은 수사기관이 열세다. 경찰의 경우 지난해 전국 105명의 분석관이 4만5103건의 디지털 증거를 분석했다. 1명당 429.6건꼴이다. 정경모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 분석관은 “증거 분석에 정신없이 매달리다가도 ‘iOS(아이폰의 운영체계)가 업데이트되면 이를 뚫을 방법에 몰두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동혁 기자}

    •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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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기현 수사’ 경찰 10여명 전원 檢출석 요구 불응

    청와대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下命) 수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10여 명이 전원 검찰의 참고인 신분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있는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최근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 10여 명으로부터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통보받았다. 일부 경찰은 검찰에 직접 출석하는 대신 서면 조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울산지방경찰청이 2017∼2018년 당시 울산경찰청 소속으로 하명 의혹 수사를 직접 하거나 보고라인에 있었던 경찰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취하고 있는 사실도 파악됐다. 울산경찰청 청문감사관실에서 해당 경찰들에게 “검찰의 출석 요구를 받았느냐” “출석할 것이냐”고 물으면서 사실상 불출석을 압박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에 참여한 경찰에 대한 강제수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울산경찰청은 경찰 직원이 타 기관에 출석할 땐 소속 관서의 청문감사관실에 보고하도록 한 내부 지침에 따라 출석 여부를 취합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울산경찰청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먼저 연락한 적이 없다. 타 기관에 참고인으로 출석할지는 당사자 본인의 자유의사에 전적으로 따른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검찰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검찰이 듣고 싶은 말만 들을 수 있다’며 역으로 서면 조사를 요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호재 hoho@donga.com·조건희 기자}

    •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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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국종 외상센터’의 닫힌 문[현장에서/조건희]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당직실의 전화벨이 5분이 멀다 하고 울렸다. 수화기를 집어든 전담 전문의가 수차례 했던 답변을 되풀이했다. “죄송한데 지금 빈 베드(병상)가 없어서 환자를 더 못 받아요.” 아닌 게 아니라 중증외상 환자 치료를 위한 병상 100개에 환자가 모두 찬 채 빈자리가 나지 않아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바이패스’(환자 수용 불가)를 통보한 상태였다. 국내 최대 규모와 인력을 갖춘 외상센터의 지난달 27일 오후 3시경 모습이다. 이국종 외상외과 교수가 이끄는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경기 과천시와 성남시 등 21개 시군을 아우르는 경기 남부 권역의 중증외상 환자를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의료기관이다. 인근의 모든 응급실이 일손이나 장비가 없다며 환자를 돌려보낼 때 외상센터가 ‘골든아워’를 지킬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이 외상센터는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총 57차례나 바이패스를 걸어야 했다. 바이패스를 걸어 환자를 받지 못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34일 2시간 57분이다. 경기 남부 권역의 인구 970만 명을 책임지는 외상센터가 한 달 넘게 문을 걸어 잠가야 했다는 뜻이다. 2017년 11차례였던 바이패스 통보 횟수가 지난해 53차례로 늘자 센터 내에선 “외상센터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다. 환자를 실은 119구급차가 외상센터에 빈자리가 날 때까지 문 앞에서 기다리는 일도 있다. 이는 ‘병상 돌려쓰기’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기존엔 권역외상센터 병상이 부족하면 다른 진료과목의 병상을 빌리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다른 진료과목에서도 병상 부족을 호소하며 병원 측이 이를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국종 교수는 “병원 측이 2013년 권역외상센터를 유치하겠다며 보건복지부에 사업계획서를 낼 땐 ‘시설과 인력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서약서까지 썼는데…”라며 한탄했다. 외상센터의 병상 부족은 악순환을 낳고 있다. 급한 대로 다른 중소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던 환자는 수십 시간이 지나 외상센터에 빈자리가 생겨야 뒤늦게 중증외상 전문 치료를 받게 된다. 이런 환자는 때를 놓친 탓에 더 오랜 기간 외상센터에 입원해야 한다.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보다 병상 수가 적은 나머지 13곳의 외상센터 실태는 복지부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이 없지는 않다. 중소병원 응급실을 전문화해 환자를 분산시키고 외상센터의 규모를 지금보다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냄비 근성’을 버려야 한다. 올 2월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과로사로 응급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을 때만 해도 정부와 국회는 각종 협의체를 만들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고작 10개월 만에 응급의료 현장은 다시 무관심 속으로 돌아갔다. 조건희 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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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이스라엘 장비 동원해 숨진 수사관 휴대전화 포렌식

    검찰이 이른바 ‘백원우팀’ 수사관 A 씨(48)의 휴대전화 잠금을 풀기 위해 고가의 이스라엘산 장비를 동원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전날 서울 서초경찰서로부터 압수한 A 씨의 휴대전화를 대검찰청 포렌식센터에 맡겨 이틀째 잠금 해제를 시도했다. A 씨는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울산에 내려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1일 유서와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에 청와대 직원들과의 ‘텔레그램’(보안 메신저) 대화 내용 등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경찰도 포렌식 작업을 처음부터 참관하고 있다. A 씨의 휴대전화는 2년 전 구입한 ‘아이폰X’ 기종으로, 지문이나 얼굴 인식이 아닌 6자리 숫자 비밀번호로 잠금을 풀게 돼 있었다. 경우의 수에 따라 최대 100만 가지 비밀번호를 입력해봐야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폰은 비밀번호를 수차례 잘못 입력하면 다시 입력할 때까지 수십 분을 기다려야 하거나 데이터 자체가 초기화된다. 국내 기술론 이를 풀기 어렵다. 대검은 A 씨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기 위해 이스라엘 정보보안 업체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이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해도 ‘데이터 초기화’ 코드가 작동하지 않도록 하거나 재입력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장비 구입과 유지엔 수천만∼수억 원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현재까진 셀레브라이트의 장비 말고는 아이폰 잠금을 풀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A 씨의 아이폰은 운영체제 iOS가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돼 보안이 강화된 상태로 알려졌다. 조건희 becom@donga.com·구특교 기자}

    • 20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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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사망현장 유류품 이례적 압수수색… 휴대전화에 담긴 핵심증거 확보 나서

    검찰이 이른바 ‘백원우팀’ 수사관 A 씨(48)가 최근까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2일 경찰로부터 압수했다. A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이 A 씨의 사망 현장에서 확보한 유류품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가져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2일 오후 3시 20분경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 보관돼 있던 A 씨의 휴대전화와 유서, 지갑 등을 압수했다. A 씨는 지난해 초 당시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과 관련한 경찰 수사 상황을 직접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가 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유서와 함께 시신으로 발견됐다. A 씨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경찰은 오피스텔에서 수거한 휴대전화와 유서를 보관하고 있었다. 검찰이 A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이 경찰에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의 피의자·죄명란엔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A 씨의 휴대전화를 청와대 특감반의 석연치 않은 활동 내용을 규명할 핵심 증거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해당 휴대전화 단말기를 최근까지 교체하지 않고 오랜 기간 사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휴대전화에는 그가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청와대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이나 음성 녹음 등이 그대로 남아있거나 이를 삭제했더라도 복원할 수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감반원을 포함한 민정수석실 관계자들은 내밀한 통화를 할 땐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에서 비밀대화방을 연 뒤 ‘전화 걸기’ 기능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복원하면 일반 통신기록 조회로는 확인하지 못하는 통화 기록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검찰이 A 씨가 숨진 지 하루 만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것도 휴대전화가 증거로서의 가치가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통상 변사자의 경우 타살 혐의점이 없으면 유류품은 시신과 함께 유가족에게 인도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A 씨에게는 특이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검찰은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및 분석)할 예정이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휴대전화 기종은 비교적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이다. 아이폰 최신 기종의 잠금을 풀려면 특수한 포렌식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선 검찰의 압수수색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찰도 A 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유가족에게 돌려주기 전 포렌식할 계획이었는데, 검찰이 사전 협의도 없이 이를 압수한 데엔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실상 ‘증거 강탈’과 다름없다”며 “검찰이 A 씨의 휴대전화에 ‘경찰이 봐서는 안 될’ 강압 수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을까봐 부랴부랴 가져간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선거를 앞둔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된 사안인 만큼 주요 증거물인 고인의 휴대전화 등을 신속하게 보전하여 사건의 진상을 한 점 의문 없이 규명하기 위해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구특교·김정훈 기자}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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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김기현 수사상황, 靑서 먼저 문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청와대의 문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경찰이 2일 밝혔다. 경찰은 청와대가 수사 상황을 물은 지 한 달여 만에 김 전 시장 주변을 압수수색했다. 2일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8일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와 관련해 청와대에 처음 보고할 당시 청와대 측으로부터 먼저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보고 경위와 관련해 “그쪽(청와대)에서 궁금해서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2017년 10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보고서를 전달한 뒤 수사 진행 상황까지 직접 챙겼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청와대의 요청이 있은 당일 김 전 시장 수사를 맡은 울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내사를 통해 (해당 첩보에 대해) 확인할 부분이 있으니 계속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했다. 당시 보고 내용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첩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탐문 관련 상황 등이었고, 압수수색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청와대가 첩보를 보낸 지 몇 달 후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건 통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후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와 관련해 청와대에 8차례 더 보고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에 따라 관심이 모아지면 청와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건 관례적인 의사소통 절차”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초까지만 해도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은 언론에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울산경찰청 수사팀은 청와대 첫 보고로부터 한 달여 만인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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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서초경찰서 압수수색…‘백원우팀 수사관’ 휴대전화 확보

    검찰이 이른바 ‘백원우팀’ 수사관 A 씨(48)의 휴대전화를 2일 경찰로부터 압수했다. A 씨가 숨진 채로 발견된 지 하루 만이다. 경찰이 현장에서 확보한 변사자의 유류품을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통해 가져가는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주변을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2일 오후 4시경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A 씨는 지난해 초 당시 백원우 대통령민정비서관실 소속으로 울산에 내려가 김 전 시장 주변에 대한 경찰 수사 상황을 점검했다는 의혹을 받다 1일 유서와 함께 발견됐다. 검찰은 2일 서초경찰서가 보관하고 있던 A 씨의 휴대전화와 유서 등을 가져갔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A 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간 것은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와 관련한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변사자의 경우 타살 혐의점이 없으면 유류품은 시신과 함께 유가족에게 인도되는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결과 A 씨에게는 특이 외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다. 검찰은 A 씨가 보안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청와대 관계자와 나눈 대화 등을 파악하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를 포렌식(디지털 저장매체 복원 및 분석)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 씨의 휴대전화 기종은 아이폰으로, 잠금을 풀거나 삭제한 대화 내용을 복원하려면 포렌식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A 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유가족에게 돌려주기 전 포렌식하려던 경찰은 검찰의 포렌식 과정 참여하게 해줄 것을 요청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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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 “김기현 수사 상황 청와대서 먼저 문의”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진행상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은 청와대의 문의에 따른 것이었다고 경찰이 2일 밝혔다. 경찰은 청와대가 수사 상황을 물은 지 한 달여 만에 김 전 시장 주변을 압수수색했다. 2일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2월 8일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와 관련해 청와대에 처음 보고할 당시 청와대 측으로부터 먼저 문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보고 경위와 관련해 “그쪽(청와대)에서 궁금해서 진행이 어떻게 되는지 물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2017년 10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보고서를 전달한 뒤 수사 진행 상황까지 직접 챙겼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청와대 요청이 있은 당일 김 전 시장 수사를 맡은 울산지방경찰청으로부터 ‘내사를 통해 (해당 첩보에 대해) 확인할 부분이 있으니 계속 진행하겠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전했다. 당시 보고 내용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첩보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탐문 관련 상황 등이었고, 압수수색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 측은 청와대가 첩보를 보낸 지 몇 달 후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건 통상적인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후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첩보와 관련해 청와대에 8차례 더 보고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언론 보도 등에 따라 관심이 모아지면 청와대와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건 관례적인 의사소통 절차”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초까지만 해도 김 전 시장 측근 비리 의혹은 언론에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울산경찰청 수사팀은 청와대 첫 보고로부터 한 달여 만인 지난해 3월 16일 울산시청 등을 압수수색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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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운하 “檢, 1년반 묵혀두다 수사… 기준 뭐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를 무리하게 지휘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명예퇴직 신청이 반려됐다. 황 청장은 1일 오전 페이스북에 “경찰청으로부터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았다. 사유는 검찰이 ‘수사 중’임을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달 18일 명예퇴직원을 제출하면서 내년 총선 출마를 사실상 예고했던 황 청장의 출마가 불투명해졌다. 황 청장은 명예퇴직 신청이 반려된 것과 관련해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받았다. 헌법소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형사소송법상 검사가 고발에 의해 수사할 때는 고발을 수리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검찰은 고발장 접수 후 지금까지 1년 6개월이 넘도록 나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라며 “(검찰은) 어떤 사건은 군사 작전하듯 신속하게 진행하고 어떤 사건은 오랜 기간 묵혀 두다가 적당한 때가 되면 끄집어내는지 그 기준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황 청장은 자신이 울산경찰청장으로 근무할 당시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 수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에 대해 “지난해 7월 송인택 울산지검장 부임 이후 노골적인 수사 방해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다”며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건지, 검찰이 불순한 의도로 불기소 결정을 한 건지 따져봐야 한다”며 특검을 제안했다. 자신이 지난해 1월 울산의 한 장어집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선거 후보였던 송철호 울산시장을 만났다는 지난달 30일 한 언론 보도에 대해 황 청장은 “명백한 허위 보도”라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19-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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