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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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6-02-24~2026-03-26
종교53%
문학/출판20%
문화 일반17%
음악7%
칼럼3%
  • [책의 향기]살기 위해 낯선 땅으로… 인류는 오래전부터 유목민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관통하는 리오그란데강에는 현재 수중 철조망 설치가 한창이다. 미국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가 불법 월경을 막겠다며 강행하고 나선 것. 철조망 일부 구간에는 면도날 같은 가시가 달려 부상의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경비대원들에게 “불법 이민자를 강물에 다시 밀어 넣거나 이들에게 마실 물을 주지 말라”는 비인간적 명령도 내렸다고 한다. 미 법무부는 “연방정부 승인 없는 장벽 설치는 불법”이라며 텍사스주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애벗 주지사는 “대통령이 국가를 방어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기에 자신이 대신 장벽을 설치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면서 이 사안은 내년 미 대선의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으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막는 사람들. 그리고 인간의 이동을 둘러싼 온갖 사회적 갈등. 영국에서 태어나 인도, 탄자니아, 아프가니스탄, 캄보디아 등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살아온 저자가 이주, 이동, 이민 등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누군가는 왜 떠나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왜 그들을 막으려고 하는지, 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저자는 인류사에서 이주의 역할이 매우 과소평가되고 오해받아 왔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고정된 집 주소와 국적을 갖고, 토지와 집을 소유하는 정주(定住)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긴 인류의 역사를 보면 오히려 그 반대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네안데르탈인의 이동에서부터 아메리카 인디언, 바이킹, 메이플라워호 그리고 멕시코인들의 미국 이주까지 광범위한 인류의 이주 역사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어 풀어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주와 관련해 어떤 특정한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땅에 울타리를 치고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등장했을 때 …(중략)… ‘땅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면 인류가 온갖 범죄와 전쟁, 살인 같은 불행과 참상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집, 국가, 국경을 당연하게 여기는 요즘 시대에 자칫 이를 부정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장 자크 루소의 말까지 인용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인간의 이동, 이주를 피부색과 국가에 따라 차별적으로 대해 왔다는 사실도 지적한다. 하지만 그 진의는 소유권 부정이나 무조건적으로 이주가 당연하다는 게 아니라 이주 문제를 인류의 오랜 역사와 문화 속에서 보길 바라는 데 있다. 국경과 민족국가가 있는 오늘날의 정주주의 세계에 사는 우리는 그 역사를 너무나 자주 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를 인정한다면 이 새로운 렌즈를 통해 이주민 문제에 대한 현대적 논의를 재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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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정전협정 기념이 화합의 밝은 미래 제시할 것”

    프란치스코 교황(사진)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정전협정 기념이 적대 행위 중단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는 물론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화해, 형제애, 항구한 화합의 밝은 미래까지 제시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교황은 27일 서울 중구 서울대교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대독한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교황은 “오늘날 인류 가족, 특히 가장 힘없는 우리 형제자매에게 고통을 주는 수많은 전쟁과 무력 충돌은 공동체들 안과 민족들 사이에서 정의와 우호적인 협력을 수호하고 증진하려면 끊임없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비극적으로 상기시켜준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불교조계종,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원불교, 유교, 천도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등 7대 종교의 지도자들도 이날 “남북 당국은 한반도의 긴장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해 적극 대화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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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라이 라마 “한반도 평화 항구적 해결책 찾아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사진)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항구적인 해결책을 호소했다. 달라이 라마는 700여 개 종교·시민단체로 구성된 ‘정전 70년 한반도 평화행동’에 24일 보낸 메시지에서 “남한과 북한의 새로운 세대들이 평화롭게 사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며 “여기에 세계의 평화와 안정이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무기에 의존하거나 무력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대화와 외교를 통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한반도의 모든 주민이 평화와 번영, 안전을 누릴 수 있도록 현실적이고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조치가 취해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평화는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며 “세계의 비무장화와 모든 핵무기의 완전한 제거를 공언해 온 운동가로서 나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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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시 속세 떠나… 달마야 놀자

    ‘달마야 놀자?’ 왠지 속세와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은 절. 하지만 요즘은 절도 대중과 친숙해지기 위해 각종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전남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는 다음 달 5일 오후 7시 반 경내 특설무대에서 ‘제3회 모기장 영화음악회’를 연다. 어릴 적 한여름 밤 마당에 모기장을 치고 둘러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TV를 보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유정우 클래식 음악평론가가 ‘쇼생크 탈출’에 나오는 ‘편지의 이중창’(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중), ‘킬링필드’의 ‘아무도 잠들지 못한다’(푸치니 ‘투란도트’ 중) 등 영화 속 음악을 영화와 함께 소개한다. 팝페라 그룹 트루바와 피아니스트 안예현,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정, 첼리스트 강기한 트리오의 공연도 펼쳐진다. 신라 자장율사가 645년 창건한 강원 정선 정암사(주지 천웅 스님)는 다음 달 4∼6일 개산문화제를 연다. 개산문화제는 2020년 정암사 수마노탑이 국보로 승격된 것을 기념해 시작됐다. 올해 부처님오신날 서울 광화문광장을 밝힌 봉축등이 수마노탑을 형상화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10월에 열렸지만, 더 많은 대중과 함께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여름휴가 기간과 ‘함백산 야생화 축제’에 맞춰 시기를 앞당겼다. 산상콘서트(함백산 풍류 ‘말과 벗’), 재즈·포크·블루스 뮤지션들의 산사음악회, 창건 1378주년 개산대재 및 현대무용 퍼포먼스가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속에서 황홀한 멋을 보여준다. 경북 의성 고운사(주지 등운 스님)는 30일 ‘천년의 시간 속으로 맨발로 걸어요’를 개최한다. 경내 가꾼 약 2km의 산책길을 맨발로 걷는 것. 가수 박서진, 국악인 남상일, 경북도립국악단, 테너 강병길, 소프라노 박보윤 등이 출연하는 고운음악회도 열린다. 고운사는 신라 시대 최치원이 머물던 절. 절 이름도 그의 호 고운(孤雲)에서 따왔다. 경기 남양주 봉선사(주지 초격 스님)에서는 다음 달 5∼12일 ‘행복바라미 연꽃축제’가 열린다. 전통차 시음과 다례 체험, 연잎 차 만들기 등 체험 행사와 함께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오후 7시 반부터 가수 진해성, 배아현, 걸그룹 베리즈, 찬불가수 송우주의 공연도 볼 수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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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꽃 촬영 40년… 찰나 잡으려는 모든 노력이 수행”

    “연꽃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추함을 보이지 않아요. 사진을 찍을 때마다 늘 그 마음을 새기지요.” 40여 년간 초지일관 사진으로 연꽃만을 담아 온 대한불교조계종 동욱 대종사는 19일 경북 칠곡 보덕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부처님의 꽃, 연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우연히 만난 연꽃과의 40년 인연은 곧 수행의 과정이기도 했다”며 “꽃을 찍는 자세가 달라지니 마음도 달라졌다”고 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서는 16일부터 그의 작품 250여 점을 전시한 ‘꽃을 드니 미소 짓네’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연꽃의 마음을 새긴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시든 채 피어 있는 연꽃을 본 적이 없을 거예요. 연꽃은 절대 시들어서 떨어지지 않거든요. 떨어진 뒤에야 시들고 썩지요. 마지막 순간까지 추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다고 할까…. 그래서 군자의 꽃이라고 불리지요. 진흙 속에서 깨끗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것도 그렇고요. 일반인이나 수행자나 살면서 얼마나 유혹이 많습니까. 그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연꽃을 볼 때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연꽃만 찍는 이유가 있습니까. “처음에는 취미로 이것저것 찍었어요. 사찰 소식지를 만들게 됐는데 연꽃 사진을 넣으려고 찾아보니 제대로 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찍으러 다닌 게 시작이었지요. 찍다 보니 이게 수행이 되고, 깨달음이 되더라고요. 전 지금도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필름 카메라를 쓰거든요.” ―사진 찍는 게 수행이 됐다고요?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연속으로 찍을 수가 없어요. 가장 좋은 시간, 장면, 느낌이 오는 딱 그 타이밍을 찾으려면 몇 시간이고 땡볕에 땅에 누워 기다려야 하지요. 연꽃은 한여름에 피고, 또 연못은 습하잖아요. 보통 인내로는 쉽지 않지요. 그렇게 기다리다 셔터를 눌렀는데 기대와 다를 땐 또 얼마나 허탈하겠어요. 그 마음도 다스려야 하고….” ―필름 카메라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저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수행자니까요. 찰나의 순간을 잡으려는 그 모든 노력이 제겐 수행이지요. 자동으로 놓고 찍은 수백 장 중에 고르면 수행도 없고, 배울 것도 없지 않습니까. 저는 트리밍이나 연출도 하지 않아요. 카메라 앵글 안에 생각하는 장면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아래를 향해 찍다가 점점 하늘을 보며 찍게 됐어요.” ―하늘을 보며 찍게 됐다는 게 무슨 말인지요. “처음에는 꽃만 보였어요. 그래서 연꽃을 아래에 놓고 위에서 클로즈업해 찍었지요. 제 마음이 위에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되면서 주변의 다른 연꽃들, 벌레, 잡풀, 그 위의 구름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모든 것과 어우러지는 연꽃을 찍으려면 제가 낮아져야 했지요. 낮아지고 나니 더 많은 것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절로 미소가 지어지더라고요.” 전시는 9월 3일까지 열린다. 무료.칠곡=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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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흥식 추기경 “교황, 오송 참사 희생자 위해 기도”

    “수해로 희생되신 분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유가족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한국의 수해 참사 소식을 들었으며 희생된 이들과 유가족,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은 최근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수해에 대해 22일 이렇게 말했다. 한국을 방문한 유 추기경은 이날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라자로 유흥식(바오로딸)’ 한국어판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각자가 자기 역할을 조금만 더 확실히, 정확하게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같은 희생을 막기 위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사명을 성실히 수행했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유 추기경은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27일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리는 ‘정전 70주년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에서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교황의 메시지를 낭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같은 민족이 70년 동안 갈라져 왕래도 없고, 서로 모르고 지내는 것처럼 큰 고통이 어디 있겠느냐.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이 고통을 끝내주고 싶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교황의 북한 방문 의사가 매우 강하다”며 “교황청 외교관들이 각자 업무를 수행하는 나라에서 북한, 중국 대사 등을 만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의) 가시적인 답변은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의 건강과 관련해 “6월 (탈장) 수술로 9일간 입원했지만 3일째부터는 병원으로 서류를 가져오라고 해 업무를 봤다. 언론에는 교황이 쓰러졌다고 났지만, 교황은 그런 적이 없다. 실제보다 훨씬 더 안 좋게 알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라자로 유흥식’은 유 추기경의 생애와 영성, 교회와 사제직에 대한 비전을 인터뷰 형식으로 담은 책이다. 올해 초 이탈리아에서 출판됐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이 손수 추천서를 쓴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유 추기경은 2021년 한국 가톨릭 사제 중 최초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됐고, 김수환 정진석 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지난해 네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됐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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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식량 앞에 가족도 없어… 남한 사람들과 생각도 달라, 제대로된 북한 알기 꼭 필요”

    “종교를 떠나 북한을 제대로 알리는 교육이 정말 시급합니다.” 25년째 북한 주민 돕기 사역을 해오고 있는 최광 선교사(67·열방빛선교회 대표·사진)는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수십 년간 탈북자들과 함께 생활해 온 자신도 아직 잘 모를 정도로 북한 주민들의 생각이 우리와 차이가 크다는 것. 서울 영등포구 열방빛선교회에서 16일 만난 최 선교사는 “통일은 물론이고 인도적 지원을 위해서도 북한 주민을 제대로 아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교육도 없이 피상적으로만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사역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제가 남들보다 굉장히 늦은 30대 중반에 신학대에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성경을 너무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공부하고 싶어 중국에 갔지요. 거기서 탈북인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때가 북한 고난의 행군(1994∼2000년) 시기였어요. 그 참상을 보며 북한 주민을 돕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당시 100만∼300만 명이 아사했다고 하던데요. “막 돌아가신 할아버지 산소를 3일 동안 지킨 뒤에 탈북한 사람이 있었어요. 유교 정신이 투철한 집안이라 그랬나 싶어서 ‘왜 그랬냐?’고 물으니까 동네 사람들이 시체를 파내서 먹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고 하더군요. 너무 먹을 게 없으니까 그런 일이 빈번하다는 거예요. 선교도 중요하지만 먼저 북한 주민들부터 살려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생필품이나 돈을 보내는데, 이전에는 보내는 돈의 30% 정도였던 수수료가 요즘은 50%까지 올랐어요.” ―북한에도 지하교회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적당한 용어가 없어서 ‘지하교회’라는 말을 쓰는데…. 동굴이나 지하실 같은 데서 은밀하게 모이는 교회를 생각하면 안 돼요. 북한은 너무 감시가 심해서 그런 모임을 갖기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친인척도 믿기 힘드니까…. 북한에 들어간 선교사들도 정말 믿을 만한 사람 한두 명씩 만나 전도하는데, 그마저도 발각돼 잡히니까요.” ―지금 북한에 억류된 우리 선교사들이 꽤 있다고요.“납치돼 수년째 북한에 억류된 분(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이 지금 여럿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서도 탈북자 출신으로 신앙을 가진 뒤 선교를 위해 다시 북한에 들어갔다 잡힌 분이 10여 명이나 돼요. 이 중 6명은 처형된 게 확인됐고요. 억류자 송환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소극적이어서 안타깝습니다.” ―앞서 우리가 북한을 너무 모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자기만 살기도 너무 힘드니까 북한에는 지금 남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 이런 개념들이 거의 없어요. 가족이라는 개념도 상당히 무너진 상태지요. 배급받은 밀가루로 떡을 만들었는데 아내, 자식은 고사하고 자기 어머니도 안 주고 남편이 혼자 다 먹었다며 기막혀 한 탈북자도 있으니까요. 이런 사람 2000만 명이 갑자기 우리와 섞이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북한을 제대로 아는 교육이 꼭 필요한데, 우리는 그게 전혀 없어요. 정말 제대로 된 북한 알기 교육이 필요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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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업은 수단일 뿐” 지구 지키기 위해 돈 번다는 기업

    2011년 11월 미국의 친환경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뉴욕타임스에 황당한 광고를 내보냈다. 광고 카피는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사지 말라고 한 옷은 자사 인기 제품인 R2 재킷이었다. 파타고니아가 이런 광고를 내보낸 것은 환경에 대한 회사의 철학을 역설적으로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터전인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는 기업 철학을 가진 파타고니아는 이미 재활용 원단, 염색하지 않은 캐시미어, 중고 옷 구매를 장려하고 망가진 옷을 수선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나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생각하고 적게 소비하자는 취지로 이 같은 광고까지 한 것. 이런 철학에 사람들은 열광했고, 파타고니아는 미국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올라섰다. 파타고니아의 지속가능경영 담당 부사장으로 있으면서 이 광고를 기획했던 릭 리지웨이가 회사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 노스페이스 창업자인 더그 톰킨스 등과 함께 30여 년 동안 전 세계 오지를 다니며 보고 겪은 일을 담았다. 칠레 마젤란 피오르, 남극, 보르네오섬 횡단에서 에베레스트와 K2봉에 이르는 발길을 보면 ‘이런 곳을 어떻게 갔을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그렇다고 단순한 오지 기행문으로 생각하면 오산. 탐험 중 만난 치루(티베트 영양), 벨루가고래 등 멸종위기 생명에 대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왜 저자가 수십 년간 환경운동에 천착하고,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는 광고까지 기획했는지 이해가 간다. 오지 기행문, 환경운동 지침서를 넘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지침이 될 만하다. “(톰킨스의 아내로 파타고니아 최고경영자를 지낸) 크리스와 더그는 더 야심찬 계획을 이루기 위한 일을 하고 있었다. (칠레) 파타고니아 중심에 국경을 품은 공원, 옐로스톤 국립공원보다 규모가 큰 공원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 그들은 이 미래의 프로젝트를 ‘미래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이라고 불렀다.”(23장 ‘세계 최고의 국립공원을 꿈꾸다’에서) 이들은 남아메리카 최남단 파타고니아에서 매입한 어마어마한 면적의 땅을 칠레와 아르헨티나 정부에 기부해 국립공원으로 만들게 했다. 파타고니아 창립자 이본 쉬나드는 지난해 자신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 지분을 환경보호운동 단체에 넘겼다. 읽다 보면 일과 직업을 숭고한 가치를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긴다. ‘인생을 원하는 삶으로 꽉꽉 채우고 싶은 모든 분에게…’라는 한비야(국제구호전문가·오지여행가)의 추천이 마음에 와 닿는 것도 그런 까닭인 듯싶다. 여담이지만 지금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는 인기 코스인 쉬나드 A, B루트는 이본 쉬나드가 주한 미군으로 근무하던 1963∼1965년 개척했다고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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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소녀 합창단, 폭격 속 연습… 참상 알리려 초청”

    음악으로 세계에 평화와 화합,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2023 강릉세계합창대회가 13일 막을 내린다. 34개국 320여 개 팀, 8000여 명이 참가해 음악으로 국가, 인종, 성별을 뛰어넘어 하나 되는 장을 펼친 이 대회는 ‘합창 올림픽’으로 불린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이들은 전쟁 중인데도 참가한 우크라이나의 보흐니크 소녀합창단. 이 합창단 단원 40명을 초청하는 데 산파 역할을 한 김태양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원회 사무총장(남양주참빛교회 목사·사진)은 10일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의 참상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초청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지원공동대책위(위원장 이양구 전 주우크라이나 대사)는 전쟁이 발발한 직후인 지난해 3월 발족했으며 국내외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각종 생필품 지원 및 전후 재건 준비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크라이나 합창단은 어떻게 초청하게 된 건가. “처음에는 국내에 있는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우크라이나를 돕는 한국 및 일본 사람들로 연합 합창단을 만들려고 했다.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한 우크라이나 공동체에 있는 니콜라이라는 친구가 키이우에 좋은 합창단이 있는데 그들을 초청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했다. 바로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이었다. 1970년대에 창단돼 전 세계,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다.” ―초청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마침 강릉세계합창대회 조직위원회에서도 우크라이나 합창단을 초청하고 싶어 했는데, 전쟁 중이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조직위 승낙을 받고 1월부터 접촉했는데 4월까지는 결정해야 참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초청장과 항공권 발송, 경비 입금 등 우리 쪽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지만, 전쟁 중이라 합창단원들이 가족의 허락을 받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버스로 16시간을 이동해 이달 1일 한국에 왔는데, 폴란드에 입국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까지 혹시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마음을 졸였다.” ―단원들이 폭격 속에서도 연습했다고 들었다. “연습 중에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건물 지하 대피소로 피했다가 해제되면 다시 모이기를 반복했다고 하더라. 폭격을 피해 3시간 넘게 대피소에 숨어 있던 적도 있고. 러시아군의 폭격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있어 시도때도 없이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리는 데다 가족이 참전 중인 단원들은 가족 걱정으로 대부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했다. 일부 단원은 대회 개막식 폭죽 소리에 폭격을 떠올릴 만큼 일상이 무너진 상태다.” ―보흐니크 소녀합창단은 3일 올해 4월 발생한 강릉 산불 피해 지역에서 이재민들을 위한 공연도 열었다. “대형 산불로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주저앉은 건물과 잔해 앞에서 노래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합창단이 대회를 위해 준비한 60여 곡의 주제가 모두 ‘평화와 희망’이다. 힘들어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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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꽃 카페서 차 마시고 국보도 감상… ‘저 절로’ 템플스테이 어때요

    ‘절’로 가면, ‘저절로’ 즐거워∼.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막상 정하려고 하면 걸리는 것이 많다. 비용, 안전, 교통, 주변 볼거리에 아이들 안전과 교육적 효과까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정작 가장 중요한 ‘휴식’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없다. 이럴 땐 템플스테이가 어떨까. 문화유적 탐방은 물론이고 마치 외국 휴양지 카페에 온 듯한 분위기를 지닌 절들도 많아지고 있다.● 지리산이 품은 작은 정원 수선사경남 산청 수선사는 여행 마니아 사이에서는 연꽃 카페와 아름다운 정원, 연못으로 유명한 곳. 절은 30여 년 돼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절도 관광지로 보는 요즘 트렌드에 어느 정도 맞춰야 한다는 주지 스님의 생각 때문에 한 폭의 정갈한 정원으로 태어났다. 유명한 연꽃 연못은 공사를 위해 땅을 팠더니 돌이 많이 나왔고, 그 돌을 빼냈더니 물이 고여 저절로 연못이 됐다고 한다. 개화 시기인 7∼8월, 수면 가득 핀 연꽃을 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다. 대웅전 앞 잔디밭은 캠핑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수려한 경관에 끌려 데이트를 하거나 차 한잔하러 오는 관광객이 더 많다. ● 국보와 함께하는 시간 전남 순천 송광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모셔진 불보사찰(佛寶寺刹) 통도사(경남 양산), 부처님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법보사찰(法寶寺刹) 해인사(경남 합천)와 함께 한국 불교의 승맥(僧脈)을 잇는 승보사찰(僧寶寺刹)이다. 대찰답게 경내에 박물관이 있어 목조삼존불감, 혜심고신제서, 국사전, 금강반야경소개현초 등 국보, 보물들이 즐비해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는 1박 2일간 저녁 및 새벽 예불, 스님과의 차담 등을 경험하는 체험형과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휴식형이 있다. 7월 말∼8월 말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여름수련법회(2박 3일)도 열린다.● 세계문화유산 음미 다성(茶聖) 초의선사(1786∼1866)로 유명한 전남 해남 대흥사는 여름 가족 특별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대흥사는 서산대사(1520∼1604)의 금란가사와 발우 등이 봉안된 곳으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까지 이르는 약 4km의 숲길은 말 그대로 장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쭉 뻗은 나무들과 계곡 물소리가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추사 김정희가 쓴 무량수각 현판, 원교 이광사의 대웅보전 현판, 정조대왕의 표충사 현판을 자녀들과 감상한다면 살아있는 교육이 따로 없다. 이 밖에 인천 강화 전등사는 사회 초년생을 위해 사회생활 잘하는 법, 나와 맞는 사람 만나는 법을 알려주는 ‘어른 수업’ 특별 템플스테이를 진행한다. 경북 경주 골굴사는 초등학생, 중학생을 대상으로 선무도 수련, 승마, 국궁을 가르치는 여름 캠프를 운영한다. 대부분의 템플스테이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운영하는 템플스테이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단, 산청 수선사 같은 일부 사찰은 직접 사찰에 신청해야 한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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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붓다의 딸들,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어야”

    지난달 23∼2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제18차 샤카디타 세계대회가 열렸다. 샤카디타는 ‘붓다의 딸들’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이 행사는 불교 내 성평등 실현과 함께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다. 19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인도, 베트남, 미국 등 31개국에서 3000여 명의 비구니와 불교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조은수 샤카디타 코리아 공동대표(서울대 철학과 교수·사진)를 3일 전화 인터뷰했다. ―이번 대회 주제가 ‘위기의 세상 속에 깨어 있기’였다. “우리는 늘 생각하며 살지만 대부분 과거에 대한 기억 또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지, 지금 내 마음과 내 주변에 대해서는 신경을 잘 안 쓴다. 출근할 때, 도착해서 할 일은 생각해도 가는 길의 풍경은 주의깊게 보지 않는 것과 비슷하다. 쉽게 말해 지금 나에게, 우리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늘 자각하자는 것이다.” ―대회는 어떻게 진행됐나. “20여 편의 논문 발표 및 50여 개 주제의 워크숍, 문화 공연, 법문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열렸다. 마지막으로 지구 환경을 지키는 일에 모두가 힘을 다하자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폐막 후에는 백담사, 월정사, 낙산사 등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했다.” ―비구니의 위상이 낮은 나라가 많다. “불교 국가인 부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비구니 구족계 수계가 이뤄진 게 작년이었다. 20년 전만 해도 비구니가 없는데, 비구니 5명 이상이 있어야 비구니 수계를 줄 수 있다는 규정이 있던 나라도 있었다. 우리 안에도 여성을 폄하하는 관행이 여전히 반성과 비판 없이 반복되고 있다. 불교계와 학계에서 여성의 기여와 역할이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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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섬김의 리더십 ‘울지마 톤즈’ 사회 지도자들 좀 보고 배웠으면…”

    “고 이태석 신부(1962∼2010)가 이런 말씀을 남겼어요. ‘예수님이라면 이곳(남수단)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는 거룩한 학교’라고요. 그 뜻을 이어 가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010년)로 널리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잇기 위한 학교인 ‘이태석 리더십 학교’(1기·8주 과정)가 지난달 10일 출범했다. 이날 첫 수업 강사는 스웨덴 5선 국회의원인 올레 토렐. 서울 영등포구 이태석재단에서 지난달 27일 만난 구수환 이태석재단 이사장(사진)은 “이 신부의 리더십은 섬김과 봉사”라며 “진심으로 사람과 사회를 섬기는 리더를 키우고 싶어 토렐 의원을 첫 강사로 초빙했다”고 말했다. KBS PD를 지낸 구 이사장은 영화 ‘울지마 톤즈’의 감독이다. ―첫 강사로 스웨덴 국회의원을 초빙했다. “이태석 리더십 학교라고 하니까 종교 관련 강의 위주일 것 같지만 이 신부처럼 사회에 봉사하는 참된 리더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가 잘 개선되지 않는 건 법과 제도 탓이라기보다는 그걸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토렐 의원에게 스웨덴 민주주의와 리더의 역할에 대해 말해 달라고 했다.” ―스웨덴 국회의원은 한국 국회의원과 비교해 어떤 점이 다른가. “스웨덴은 국민이 국회의원들의 나랏돈 사용 내역을 요청하면 그 즉시,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복사도 해준다. 검증 차원에서 토렐 의원의 비용 사용 내역을 받았는데, 마이너스(―)로 표기된 부분이 있었다. 받아간 돈이 남아 반납했다는 의미다. 토렐 의원에게 물어보니 해당 항목은 식대로, 상대방이 계산을 해서 돈이 남았기 때문에 반납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게 국민과 사회를 진심으로 섬기는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학생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주고 싶었다.” ―참가자가 중고등학생들이다. “당초 정원이 20명이었는데 40명으로 늘렸다. 자기소개서 및 이 신부와 관련된 에세이를 보고 뽑았는데, 내용을 보니 도저히 떨어트릴 수가 없었다. 또 강의가 주말마다 있는데, 학교와 학원 갈 시간에 여기 올 정도로 진심인 아이들을 떨어트리면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강의가 끝난 뒤 남수단도 방문한다. “스웨덴, 덴마크에서는 국회를 견학하고 청년 정치인들을 만난다. 남수단 톤즈 마을에서는 이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울지마 톤즈’는 단순히 오지에서 선행을 한 신부의 모습을 그린 게 아니다.” ―선행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뜻인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섬김과 봉사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사회 지도자들이 좀 보고 배우라고…. 올가을 2기 학교 때 아르메니아 출신 미국인인 아르멘 멜리키안 씨를 강사로 초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크라이나 여성과 노약자 수십 명을 수도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800km에 가까운 거리를 목숨을 걸고 직접 차를 운전해 탈출을 도운 인물이다.” ―이 신부 같은 리더를 키우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남수단 수도 주마에서 의대에 다니는 이 신부 제자가 70여 명이나 된다. 톤즈는 찢어지게 가난한 동네라 수도로 유학을 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아이들이 친인척들을 찾아다니며 ‘꼭 쫄리(이 신부의 별명으로, 세례명 요한의 영어식 표현 ‘존’과 이 씨를 합친 것) 신부님처럼 의사가 돼서 돌아와 봉사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신부가 뿌린 씨앗이 그렇게 퍼지고 커진 것이다. 남수단에서도 되는데 우리가 안 될 이유가 있을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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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석 신부처럼 참된 리더 키워내고 싶어 학교 만들었죠”

    “고 이태석 신부님이 이런 말씀을 남겼어요. ‘예수님이라면 이곳(남수단)에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까, 성당을 먼저 지으셨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학교를 먼저 지으셨을 것 같다. 사랑을 가르치는 거룩한 학교’라고요.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시작했습니다.”지난달 10일 ‘울지마 톤즈’로 널리 알려진 고 이태석 신부의 정신을 잇기 위한 학교(이태석 리더십 학교 1기·8주 과정)가 출범했다. 이날 첫 수업 강사는 뜻밖에도 스웨덴 5선 국회의원인 올레 토럴.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이태석재단에서 만난 구수환 이태석재단 이사장은 “이 신부의 리더십은 섬김과 봉사”라며 “진심으로 사람과 사회를 섬기는 리더를 키우고 싶어 올레 토럴 의원을 첫 강사로 초빙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0년 개봉한 ‘울지마 톤즈’를 감독했다.―첫 강사로 스웨덴 국회의원을 초빙했다.“이태석 리더십 학교라고 하니까 종교 관련 강의가 주 일 것 같지만 사실은 이 신부처럼 우리 사회에 봉사하는 참된 리더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들이 개선이 안 되고 계속 반복되는 것이 법과 제도 탓이라기보다는 그걸 운영하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레 의원에게도 스웨덴 민주주의와 리더의 역할에 대해 말해달라고 했다. 국회의원이 어떻게 국민을 섬기는지에 대해.”―스웨덴 국회의원은 어떤 점이 다른가.“스웨덴 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스웨덴 국회의원들의 나라 돈 사용 내역을 요청하면 그 즉시, 그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복사도 해준다. 검증 차원에서 올레 의원의 사용 내역을 받았는데, 내역 중에 마이너스(-)로 표기된 부분이 있었다. 받아간 돈이 남아 반납했다는 표시다. 올레 의원에게 물어보니 식대였는데, 상대방이 대신 내서 남았기 때문에 반납했다고 했다. 이런 게 국민과 사회를 진심으로 섬기는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학생들에게 이런 걸 가르쳐주고 싶었다.”―참가자들이 중·고등학생들이던데.“원래 20명 정원이었는데 40명으로 늘렸다. 자기소개서와 이태석 신부와 관련된 에세이로 뽑았는데, 내용을 보니 도저히 떨어트릴 수가 없었다. 또 강의가 매주 주말에 있는데, 학교, 학원 갈 시간에 여기 올 정도로 진심인 아이들을 떨어트리면 큰 상처를 받을 것도 같고…. 올레 의원이 ‘아이들이 질문 준비를 워낙 많이 해서 대충 대답할 수가 없었다’라고 하더라. 그 정도로 열의가 뜨겁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남수단도 방문한다고.“스웨덴, 덴마크에서는 국회 견학과 청년정치인들을 만나고, 남수단 톤즈 마을에서는 이 신부의 섬김과 봉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경험을 한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울지마 톤즈’는 단순히 오지에서 선행을 펼치는 한 신부의 모습을 그린 게 아니다.”―뭘 말하고 싶었던 건가.“우리 사회에 필요한 진정한 섬김과 봉사의 리더십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싶었다. 사회 지도자들이 좀 보고 배우라고…. 올 가을 2기 학교 때 아르메니아 출신 미국인인 아르멘 멜리키안 씨를 강사로 초빙한 것도 같은 이유다. 우크라이나 여성과 노약자 수십 명을 수도 키이우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800km에 가까운 거리를 목숨을 걸고 직접 차를 운전해 탈출을 도운 인물이다.” ―이 신부 같은 리더를 만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남수단 수도 주마에서 의대에 다니는 이 신부 제자가 70여명이나 된다. 톤즈는 찢어지게 가난한 동네라 수도로 유학 간다는 건 상상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아이들이 친인척들을 찾아다니며 ‘꼭 쫄리(이 신부의 현지 별칭) 신부님처럼 의사가 돼서 돌아와 봉사하겠다’며 도와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 신부가 뿌린 씨앗이 그렇게 퍼지고 커진 것이다. 남수단에서도 되는데 우리가 안 될 이유가 있을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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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박스 찾은 엄마들, 아기 버린게 아닙니다”

    “2007년 봄, 새벽에 한 남자로부터 아기를 교회 문 앞에 두고 가니 잘 보살펴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놀라서 대문을 박차고 나가 보니 굴비 상자에 아기(온유)가 담겨 있더군요.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았어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2009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69)가 말했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영아 유기. 관계 기관은 출생신고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고, 지난달 국회에서는 의료기관에 출산 통보를 의무화하는 ‘출산통보제’가 통과됐다. 서울 관악구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베이비박스)에서 3일 만난 이 목사는 “왜 출생신고를 안 하는지 깊은 고민 없이 법으로 강제하다 보니 자꾸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로 지킨 생명이 2090여 명이나 된다고요. “온유를 돌보기 시작한 뒤에 소문이 났는지 아기를 놓고 가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어요. 근데 언제 어떻게 놓고 가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기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베이비박스였죠. 온유도 굴비 상자 안에 있다 보니 길고양이가 먹을 것인 줄 알고 상자를 온통 긁고 있었거든요. 마침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착안해 철공소를 하는 친구와 직접 만들었지요. 아, 그리고 제일 먼저 이 말을 하고 싶은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간 엄마들을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로 매도하면 안 돼요.” ―아기를 버린 게 아니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요. “도저히 아기를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아기를 살릴 방법을 찾고 찾아서 온 엄마들이에요. 진짜 비정하다면 길이나 산에 버렸겠지요. 왜 여기까지 찾아오겠습니까. 그걸 증명하는 게, 작년에 아기 106명이 들어왔는데 이 중 30%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갔어요. 상담과 설득을 통해 마음을 돌린 거죠. 그래서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고 지켜진 아이들입니다.” ―고민 없이 만든 법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출생신고를 하면 부모의 신원이 드러납니다. 10대 청소년, 성폭력과 외도로 인한 출산, 근친상간, 불법체류자 등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지요. 신고를 꺼리는 원인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병원에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병원은 신원 확인이 돼야만 받아줍니다. 그러니 이제는 집이나 숙박시설에서 직접 낳는 병원 밖 출산이 늘겠지요. 이들을 도와주는 의료 시설이 있을 리 없으니 아기뿐만 아니라 산모도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고, 이미 늦은 상태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그래서 임산부의 신원 노출 없이 출산이 가능한 ‘보호출산제’가 함께 통과됐어야 했는데….” ―보호출산제는 왜 통과가 안 된 건가요. “출생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건데…. 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살아야 알 권리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유기돼서 죽은 뒤에 알 권리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나라도 선(先)지원, 후(後)행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기가 아파서 죽을 상태인데 주민등록번호를 받기 전에는 병원에도 못 가요. 지원도 안 되고요. 주민등록번호를 받으려면 몇 달이 걸리는데…. 일단 생명부터 살리고 행정은 다음에 해도 되지 않습니까? 행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자치단체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들에게 ‘베이비박스를 찾아가라’라고 안내를 해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들을 돌봐주는 곳은 베이비박스가 유일하니까요. 낳은 아기도 못 돌보면서 저출산 걱정을 왜 하는 겁니까?”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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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초 ‘베이비박스’ 만든 이종락 목사 “저출산? 영아 유기부터 해결해야”

    “2007년 봄, 새벽에 한 남자로부터 아기를 교회 문 앞에 두고 가니 잘 보살펴 달라는 전화가 왔어요. 놀라서 대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굴비 상자에 아기(온유)가 담겨 있더군요.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았지요. 그게 시작이었습니다.”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영아 유기. 관계 기관은 출생 신고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고, 국회에서는 의료기관에 출산 통보를 의무화하는 ‘출산통보제’가 통과됐다. 2009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만든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담임목사(69)는 3일 서울 관악구 위기영아긴급보호센터(베이비박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왜 출생신고를 안 하는지 깊은 고민 없이 법으로 강제하다 보니 자꾸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금까지 베이비박스로 지킨 생명이 2090여명이나 된다고요.“온유를 돌보기 시작한 뒤에 소문이 났는지 아기를 놓고 가는 경우가 늘기 시작했어요. 제일 급했던 게 언제 어떻게 놓고 가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기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었죠. 온유도 굴비 상자 안에 있다 보니 길고양이가 먹을 것인 줄 알고 상자를 온통 긁고 있었거든요. 마침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이라는 기사를 보고 착안해 철공소를 하는 친구와 직접 만들었지요. 아, 그리고 제일 먼저 이 말을 하고 싶은데…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놓고 간 엄마들을 자식을 버린 비정한 엄마로 매도하면 안 돼요.”―버린 게 아니라는 게….“도저히 키울 형편이 안 되는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아기를 살릴 방법을 찾고 찾아서 온 엄마들이에요. 진짜 비정하다면 길이나 산에 버렸겠지요. 왜 여기까지 찾아오겠습니까. 그걸 증명하는 게, 작년에 106명이 들어왔는데 이 중 30%가 다시 엄마 품으로 돌아갔어요. 상담과 설득을 통해 마음을 돌린 거죠. 그래서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고 지켜진 아이들입니다.” ―앞서 고민 없는 법 때문에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됐다고 했습니다만.“출생 신고를 하면 부모의 신원이 드러납니다. 10대 청소년, 성폭력과 외도로 인한 출산, 근친상간, 불법체류자 등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지요. 신고를 꺼리는 원인이 여전히 존재하는데 병원에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병원은 신원 확인이 돼야만 받아줍니다. 그러니 이제는 집이나 숙박시설에서 직접 낳는 병원 밖 출산이 늘겠지요. 의료 시설이 있을 리 없으니 아기뿐만 아니라 산모도 위험한 상황이나 이미 늦은 상태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높아질 겁니다. 그래서 임산부의 신원 노출 없이 출산이 가능한 ‘보호출산제’가 함께 통과됐어야 했는데….” ―왜 통과가 안 된 것인지요.“출생에 대한 아동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건데…. 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살아야 알 권리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유기돼서 죽은 뒤에 알권리가 무슨 필요가 있습니까. 그리고 우리나라도 선(先)지원, 후(後)행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아기가 아파서 죽을 상태인데 주민등록번호를 받기 전에는 병원에도 못 가요. 지원도 안 되고요. 주민등록번호를 받으려면 몇 달이 걸리는데…. 일단 생명부터 살리고 행정은 다음에 해도 되지 않습니까? 정말 아이러니한 게, 행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들에게 ‘베이비박스를 찾아가라’라고 안내를 해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출생신고가 안 된 아기들을 돌봐주는 곳이 베이비박스가 유일하니까요. 낳은 아기도 못 돌보면서 저출산 걱정을 왜 하는 겁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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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류 번영을 위한 기술 진보? 설계자는 따로 있다”

    집의 유선 전화기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기능은 왜 필요한 거지? 누가 쓰는 거지?’ 녹음 데이터 엑셀리포트 기능, 소프트웨어 SKIN 보기, 컴퓨터 연결 녹음, 통화 분류별 관리…. ‘온 훅(on hook)’ 버튼이 뭔가 싶어 설명서를 보니 ‘수화기를 들지 않고 온 훅 버튼을 누른 후 원하는 전화번호를 입력한 뒤 수화기를 들고 통화할 수 있는 편리한 기능입니다’라고 한다. 별로 편리한 것도 없는데, 값은 ‘오직 전화만 걸 수 있는 것’에 비해 3배 이상 비싸다. 그리고 ‘오직 전화만 걸 수 있는 전화기’는 어느덧 시장에서 찾기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기술 진보로 인한 풍요가 공동체보다 소수의 엘리트와 권력자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주머니를 불렸다는 걸 손꼽히는 경제학자들이 지적한 책이다. 엘리트들은 국가와 사회에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이 공동체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대의를 내세웠지만, 그 비전은 늘 자신들이 더 큰 이득을 보는 방향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나중에 그 비전이 엄청나게 잘못된 것으로 판명돼도 대부분은 책임지지 않았고, 오히려 또 다른 이득을 얻었다고 지적한다. “파생상품이라고 알려진 복잡한 금융 기법도 은행 업계에 막대한 수익의 원천이 되었다. … 거대 은행들은 감옥에 넣기에만 너무 큰 것이 아니라 ‘망하게 두기에도 너무 큰’ 상태가 되어 있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자신들에게 좋은 것이 경제에도 좋은 것이라고 정책결정자들을 성공적으로 설득함으로써 후한 구제 금융을 받아냈다. 2008년 9월에 리먼브러더스가 도산한 뒤, 주요 금융기관 중 도산하는 곳이 하나라도 더 생기면 시스템 차원의 문제가 되어 경제 전체가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이 사회의 지배적인 견해로 굳어졌다.”(3장 ‘설득 권력’에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들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 위기 등을 극복하기 위해 전기차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일론 머스크 같은 거대 자동차 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그렇게 강조하며 사활을 건다. 그리 머지않은 시기에 전기차만 남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데 전기료는? 시민은 전기료 폭탄을 맞을까 봐 에어컨도 제대로 못 켜는 게 현실인데…. 환경 보호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 분명 필요하지만, 그 속에 ‘더 큰 자신들의 이득’이 없다면 과연 머스크가 나섰을까? 책에는 비판적인 내용이 많지만 그렇다고 저자들이 기술 진보를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단지 ‘테크노-낙관주의’에 빠져 지구온난화는 물론이고 빈곤까지도 기술의 진보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의견이다. 그리고 “기술 진보로 환경오염, 불평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는 더 나은 세상을 낳기 위한 산통”이라는 ‘테크노-낙관주의자’들의 주장에 속아서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민주주의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극찬했다지만, 사실 읽고 나면 좀 허망한 면이 있다. 지적과 분석은 날카롭지만, 결론은 샌델처럼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내가 뭘 해야 할지’는 숙제로 내준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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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참전용사 17년째 초청… 교회가 역사의식 심어줘야”

    “한 흑인 노인이 총상을 보여주며 ‘내가 참전했던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못 간다’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울컥해서 ‘제가 모든 걸 다 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그게 벌써 16년 전이네요.”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13일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61)는 2007년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을 처음 한국에 초청했을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17년째 이어진 초청 행사는 올해(17∼22일 방한)까지만 국내에서 진행된다. 고령인 용사들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현지 방문으로 바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17년째 초청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2007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서 킹 국제평화상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다. 리딕 너새니얼 제임스라는 한 흑인 노인이 ‘한국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옷을 들어 올려 왼쪽 허리 총상을 보여주며, ‘6·25전쟁 때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 싸우다 다쳤다. 한국이 그렇게 변했다는데 형편이 안 돼 못 가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리랑을 부르더라. 그때 뭔가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한 게 치밀어 올라 ‘내가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지금까지 8개국 6000여 명의 참전용사와 가족, 유가족들을 초청했다. “제임스에게 혼자 오면 적적하니 참전용사 친구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대여섯 명 정도 오겠거니 생각했는데, 50여 명이 온다고 연락했다. 그때 ‘아, 이걸 단순한 일회성 초청 정도가 아니라 행사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에는 미 한국전쟁참전용사회 등 참전국 관련 단체를 통해 용사들을 찾아 초청했다.” ―초청 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을 초청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웨버 대령은 강원 원주 전투에서 오른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 주치의가 건강상 장거리 비행은 안 된다고 해 끝내 못 모셨다. ‘왼손 경례’로 유명한 분이다. 지난해 4월 97세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대한민국이 발전해줘 정말 고맙다. 우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줬다.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팔과 다리를 잃은 건 최고의 영예’라고 했다.” ―현재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방한 중이다. “폴 헨리 커닝햄 전 미국 한국전참전용사회 회장,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 10여 명의 생명을 구한 발도메로 로페즈 미 해병대 중위 유가족 등 참전용사 6명과 가족, 유가족 등 40여 명이 방한했다. 국립현충원, 경기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천안함, 미8군 사령부와 도라산전망대 등을 방문한다.” ―민간이, 그것도 교회가 나서서 행사를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교회, 특히 대형 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전후 세대에게 애국심과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은 대형 교회의 사명이다. 참전용사 초청 행사가 우리 사회에 역사의식을 조금이라도 심어주는 파수꾼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올해가 마지막 국내 초청이다. “참전용사들이 90세가 넘어 워낙 고령이라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 내년부터는 현지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6·25전쟁 때 그분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도움을 받았으면 기억하고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비록 내년부터는 해외에서 열리지만,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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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년째 이어온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기억하고 보답할 것”

    “한 흑인 노인이 총상을 보여주며 ‘내가 참전했던 한국이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 가보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못 간다’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울컥해서 ‘제가 모든 걸 다 대겠습니다’라고 했지요. 그게 벌써 17년 전이네요.” 13일 만난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에덴교회 소강석 담임목사(61)는 2007년 처음으로 6·25전쟁 해외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을 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17년째 이어진 초청 행사는 올해(17~22일 방한)까지만 국내에서 진행된다. 고령인 용사들의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현지 방문으로 바꿔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17년째 초청행사를 이어오고 있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2007년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마틴 루터킹 국제평화상 전야제에 참석했을 때였다. 한 흑인 노인(리딕 나다니엘 제임스·Riddick Nathaniel James)이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다. 그리고 옷을 들어 올려 왼쪽 허리 총상을 보여주며, ‘6·25전쟁 때 의정부, 동두천 등에서 싸우다 다쳤다. 한국이 그렇게 변했다는데 형편이 안 돼 못 가봤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리랑을 부르더라. 그때 뭔가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한 게 치밀어 오르기에 ‘내가 초청하겠다’고 했다. 그게 시작이었다.”―지금까지 8개국 6000여명의 참전용사와 가족, 유가족들을 초청했던데.“그때는 제임스에게 혼자 오면 적적하니 참전용사 친구들과 함께 오라고 했다. 대여섯 명 정도 오겠거니 했는데, 50여명이 온다고 연락이 오더라. 그때 ‘아, 이걸 단순한 일회성 초청 정도가 아니라 행사로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후에는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등 참전국 관련 단체를 통해 용사들을 찾아 초청했다.”―초청행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고 윌리엄 웨버(William E. Weber) 대령을 초청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 웨버 대령은 강원도 원주 전투에서 한쪽 팔과 한쪽 다리를 잃었는데, 주치의가 건강상 장거리 비행은 안 된다고 해 끝내 못 모셨다. 작년 4월에 97세로 돌아가셨는데, 생전에 ‘대한민국이 발전해줘 정말 고맙다. 우리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해줬다.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우다 팔과 다리를 잃은 건 최고의 영예’라고 했다.”―현재 참전용사들과 가족들이 방한 중이다.“폴 헨리 커닝햄(Paul Henry Cunningham) 미 한국전참전용사회 전 회장,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부하 10여명의 생명을 구한 발도메르 로페즈(Baldomero Lopez) 미 해병대 중위 유가족 등 참전용사 6명과 가족, 유가족 등 40여명이 방한했다. 국립현충원, 평택 해군 2함대 사령부, 천안함 견학, 미8군 사령부와 도라전망대 등을 방문한다.”―민간이, 그것도 교회가 나서서 하는 이유가 있나.“교회, 특히 대형교회에는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회적 역할과 시대적 사명이 있다고 믿는다.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전후세대에 애국심과 안보 의식, 확고한 국가관을 확립시키는 것이야말로 대형교회가 짊어져야 할 사명이다. 보훈병원 참전용사 위문, 교회 초등학생들의 ‘6·25전쟁 참전용사에게 감사 편지 쓰기’ 등을 함께 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올해가 마지막 국내 초청이라고 하던데.“용사들이 90세가 넘는 등 워낙 고령이라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현지를 방문해 감사 인사를 드릴 계획이다. 6·25전쟁 때 그분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더욱이 올해는 6·25전쟁 제73주년이자 한미동맹 70주년인 뜻 깊은 해다. 도움을 받았으면 기억하고 보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비록 내년부터는 해외에서 열리지만,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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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페라 임형주, 몽골 중등학교 명예교장 위촉

    팝페라테너 임형주가 살레시오수녀회가 건립을 추진 중인 몽골 노밍요스 중등학교 명예 교장으로 위촉됐다고 소속사인 디지엔콤이 19일 밝혔다. 살레시오수녀회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외곽인 게르촌 지역에 유치원(2013년)과 초등학교(2014년)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중등 과정을 위한 학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임형주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살레시오수녀회 에서 열린 위촉식에서 관구장 김은경 수녀로부터 위촉패를 받았다. 가톨릭 신자인 임형주는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학교 건립 후원 자선음악회를 여는 등 여러 방면에서 이 학교 건립을 돕고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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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목숨 걸고 나치에 저항… 역사는 왜 그녀들을 잊었을까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암살’(2015년)의 주인공 안옥윤(전지현)의 실제 모델은 여성 독립운동가인 남자현(1872∼1933)이다. 만주에서 독립운동을 한 남자현은 1926년 사이토 마코토 조선 총독을 암살하기 위해 경성에 잠입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1933년 주만주국 일본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암살하는 거사를 하기 직전 체포돼 옥중에서 단식 투쟁을 벌이다 순국했다. 폴란드 유대인 홀로코스트 생존자 후손인 저자가 제2차 세계대전 때 활동한 폴란드판 ‘남자현’들의 이야기를 썼다. 유대인 여성사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2007년 영국 국립도서관에서 우연히 1946년 출간된 ‘게토의 여자들’이란 책을 발견한다. 그 안에는 그동안 전혀 듣지 못했던 폴란드 유대인 여성 레지스탕스들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할머니가 홀로코스트 생존자이고, 오랫동안 유대인 학교에 다녔음에도 왜 이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는지 충격을 받은 저자는 이후 10여 년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나치에 저항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추적해나갔다. “대부분의 연락책은 여성이었다. 유대인 여성들은 할례를 받은 유대인 남성의 신체적 표식이 없었기에 ‘바지 내리기 테스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중략) 나치 문화는 전형적으로 성차별적이었기 때문에 여성이 불법 공작원이 된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저자는 여성 레지스탕스들이 불굴의 정신력으로 끈질기게 투쟁을 이어 나갔다고 말한다. 가족과 친구, 남편과 애인을 잃은 고통, 폭행과 강간의 두려움도 그들을 막지 못했고, 죽어가는 순간까지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쯤 되면 우리도 저자가 처음 가졌던 의문에 빠진다. 왜 이런 사실들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까. 나치의 만행을 만천하에 공개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폴란드 내 유대인들에게조차. 저자가 전하는 ‘그 이유’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존한 여성 레지스탕스들은 종전 후 외부 세계가 여성 투사들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것은 고사하고, 침묵하거나 심지어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맞게 이용하는 데 좌절했다고 한다. 유대인을 도운 폴란드인도 많았지만, 전쟁을 이용해 유대인을 밀고하고 이용한 폴란드인이 더 많았고, 이런 분위기가 종전 후에도 이어진 탓에 폴란드 내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드러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또 이스라엘의 유대인들도 나라를 세운 자신들과 구분 짓기 위해 유럽 유대인들의 투사 활동을 애써 지우려 한 것도 이유라고 한다. 여기에 더러 다루더라도 ‘아름답고 젊은 여성’을 부각하는 데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항일 독립운동가에 대한 평가를 분단 이후의 이념 잣대로 구분하고, 여성 독립운동가는 남성들의 뒷바라지를 한 것 정도로 여겼던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거리를 던진다. 영화 ‘암살’이 나오기 전에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알았던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가짜가 포함되면 안 되겠지만, ‘구체적인 독립운동 활동 증명’이 있어야 서훈을 받을 수 있으니 항일운동도 틈틈이 기록하며 하라는 걸까. 폴란드 유대인 이야기지만, 우리의 자화상이기도 한 책이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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