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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중국 베이징의 서우두 실내경기장 쇼트트랙 훈련장에서 열린 훈련은 의외로 찬바람이 불었다. 전날 최민정(24·성남시청) 등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 은메달을 따냈지만 한국 선수단은 웃음기 하나 없었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마지막 쇼트트랙 금메달 2개가 걸려 있는 남자 5000m 계주와 여자 1500m가 16일 열리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늦게 훈련을 시작한 남자 대표팀은 계주 훈련에 열중했다. 한 선수가 한 바퀴를 돌고 오면 그 다음 선수가 이를 이어받고, 그때마다 빙상장 가운데 선 코치가 타이머를 재가며 기록 단축을 재촉했다. 이어받기 훈련이 끝난 뒤에도 모여 앉아 코치들과 심각한 표정을 나누던 선수단은 훈련장을 떠날 때가 돼서야 미소를 보였다. 남자 계주 멤버인 이준서(22·한국체대)는 15분 정도의 계주 훈련을 마친 뒤 먼저 자리를 떴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아 컨디션 회복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부상이 크지는 않다”고 밝힌 이준서는 “전날 여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는 걸 보면서 울컥했다. 우리도 계주가 남았는데 좋은 결과로 집에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훈련 뒤 황대헌(23·강원도청)과 곽윤기(33·고양시청), 박장혁(24), 김동욱(30·이상 스포츠토토)의 얼굴에선 웃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7일 남자 1000m 준준결선에서 스케이트 날에 손등이 베여 부상을 입었던 박장혁은 “아직 손 실밥을 풀진 않았지만 살이 대부분 다 붙은 상황이라 동료들을 밀어주거나 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다”며 “팀 분위기가 점점 오르고 있다. 그동안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스포츠는 마지막에 이기는 게 진짜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최민정은 남자 대표팀 훈련 시간에 맞춰 홀로 훈련장을 찾았다. 운동복 차림으로 빙상장 주위를 수차례 돌며 체력 훈련을 한 최민정은 이날 열리는 메달 시상식을 약 두 시간 앞두고서야 훈련장을 떠났다. 얼음처럼 차가운 훈련 분위기 속에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선수들의 열정이 숨어 있었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이 3000m 계주 은메달을 따냈다. 한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따낸 전체 5번째 메달이다. 김아랑(27·고양시청),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 서휘민(20·고려대) 순서로 경주에 나선 한국은 13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결선에서 4분3초627로 올림픽 기록(4분3초409)을 새로 쓴 네덜란드에 0.218초 뒤져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 때부터 2006 토리노 대회 때까지 이 종목 4연패를 차지했던 한국은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한 번 더 올림픽 3연패를 노렸지만 시즌 랭킹 1위 네덜란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한편 차민규(29·의정부시청)는 전날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34초39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평창에서도 이 종목 은메달을 차지했던 차민규의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은메달이다.[베이징 겨울올림픽]심석희 빠지고 ‘핵심’ 김지유 부상… 월드컵대회서 모두 최하위 그쳐첫 주자 김아랑 한바퀴만 돌고, 에이스 최민정이 두바퀴 반막판 두바퀴 남기고 2위 올라… 계주 3연패 못이뤘지만 ‘값진 銀’ 13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은 겨울올림픽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94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 토리노 대회까지 4연속, 2014 소치 대회부터 4년 전 평창 대회까지 2연속 금메달을 획득했던 팀이었다. 평창 올림픽 당시 레이스 도중 이유빈(21·연세대)이 넘어졌음에도 최민정(24·성남시청)이 침착하게 따라가 손을 터치한 뒤 경쟁자들을 역전하는 것은 물론 올림픽 신기록까지 다시 쓰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금메달을 합작한 멤버 중 최민정, 김아랑(27·고양시청), 이유빈이 이번 올림픽에도 나서지만 역설적으로 ‘역대 최약체’라는 오명을 썼다. 최민정과 함께 평창 대회 당시 원투펀치로 활약한 심석희가 전력에서 빠졌다. 심석희가 평창 대회 당시 주고받은 문자를 통해 1000m에서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동료들을 비하한 사실 등이 밝혀지며 충격을 줬다. 설상가상 대표 선발전에서 3위를 차지한 김지유(23)가 올림픽을 준비하던 도중 부상으로 낙마해 최민정의 부담을 나눌 ‘투 펀치’가 없었다.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에서 여자 대표팀은 한 번도 3000m 계주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1차 대회에서 3위, 2차 대회에서 2위, 3, 4차 대회에서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특히나 부상을 털고 최민정이 합류했음에도 3, 4차 대회에서 반등은 없었다. 여자 대표팀을 향한 관심사는 올림픽 3연패보다는 내우외환을 겪은 팀의 ‘내부 분위기’였다. 9일 열린 여자 계주 3000m 준결선 2조에 나선 한국은 ‘턱걸이’로 결선에 올랐다.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세 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최민정이 막판 역전극을 펼치지 못했다면 결선 무대에 못 설 뻔했을 정도로 경기력 자체는 좋지 않았다. 준결선 기록(4분5초904)도 결선에 오른 네 팀 중 꼴찌였다. 하지만 최민정의 표현대로 ‘쇼트트랙은 기록보다 상대적 경기’다. 결선에서 첫 주자인 김아랑이 한 바퀴만 돌고 이를 이어받은 최민정이 두 바퀴 반을 달리는 등 에이스를 최대한 활용하는 변칙작전을 구사한 한국은 4위에서 더 높은 자리를 호시탐탐 노렸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3위로 올라선 한국은 최민정이 2바퀴를 남기고 앞 주자를 제친 뒤 이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4분3초627). 월드컵 2∼4차 대회에서 3연속 우승하며 ‘세계 최강’이라는 명성을 이어받은 네덜란드가 4분3초409의 새 올림픽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국(4분3초863)이 동메달을 가져갔다. 한국으로서는 최약체라는 오명 속에 거둘 수 있었던 가장 값진 결과였다. 이틀 전 1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울었던 최민정은 이날 비로소 활짝 웃었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가 올림픽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둬 기세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 후회는 없다. 팀원들을 비롯해 시간을 내서 훈련을 도와준 남자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는 소감을 전했다. 남자 500m 메달 사냥에 나섰던 황대헌(23·한국체대 졸업 예정)은 준결선에서 탈락했다. 준결선 2조 주자로 나선 황대헌은 마지막 코너에서 추월을 시도하던 도중 스티븐 뒤부아(캐나다)와 부딪히며 가장 늦게 결승선을 통과한 뒤 실격 판정을 받았다. 뒤부아는 어드밴스로 결선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참 당황스럽네(很難過的).”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한창이던 13일 오전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으로 중국인 안(安)모 씨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화창이 순간 멈췄다. 안 씨는 6년 전 기자와 베이징에서 함께 공부했던 동문이다. 올림픽 취재로 베이징에 와 오랜만에 안부를 주고받던 중 쇼트트랙 심판 판정 논란 이야기가 나오자 순간 분위기가 묘해졌다. 사실 대화의 첫 주제는 이번 대회의 마스코트인 판다 ‘빙둔둔(氷墩墩)’이었다. 기자가 최근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빙둔둔 굿즈(상품)를 구했다고 하자 안 씨는 이를 부러워하며 사게 된 경로를 물었다. 그는 “중국인 모두가 판다를 좋아한다. 귀엽기도 하고, 우리나라의 국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빙둔둔을 마스코트로 삼은 건 우연이 아니다. 베이징 올림픽조직위원회는 “판다는 중국을 상징하는 동물”이라고 했다. 중국 최대 종합검색사이트인 바이두의 백과사전에 ‘판다’를 검색하면 ‘판다 외교’가 상관 검색어로 뜨고, 여기서 판다는 평화와 우정의 상징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개최국을 대표하며 올림픽 정신인 화합을 강조하기에 판다의 상징성은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기념품 가게에서 빙둔둔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처럼, 대회에서 화합의 모습을 찾기도 쉽지 않았다. 중국은 4일 개막 행사에 한복 차림 여성을 출연시켜 ‘한복 공정’ 논란을 빚었다. 사흘 뒤 열린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선두로 레이스를 마친 한국과 헝가리 선수들에게 실격을 주며 자국 선수들을 우승시켜 빈축을 샀다. 9일 황대헌(23·강원도청)이 1500m 금메달을 거머쥔 뒤에는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중국 누리꾼이 쫓아와 악플을 달기도 했다. 다음 달 4일엔 베이징 겨울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개막한다. 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쉐룽룽(雪容融)’은 눈의 깨끗함을 의미하는 ‘쉐(雪)’, 포용과 융합을 의미하는 한자어 ‘룽룽(容融)’을 활용했다. 빙둔둔처럼 쉐룽룽 굿즈가 모두 품귀 현상을 보이더라도 그 의미까지 ‘품귀’가 되진 않아야 한다. 안 씨가 어색함을 깨고 기자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건넸다. “이제는 그만 싸우고 우리 사이의 벽을 허물 수 있길 바라(希望打破隔閡).”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5’에 오른 차준환(21·고려대)이 최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불거진 도핑 사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차준환은 12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포츠는 깨끗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자 선수들도 4회전 점프를 성공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많았는데 이런 도핑 문제가 발생한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차준환이 언급한 ‘도핑 문제’는 이번 올림픽에서 논란이 된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발리예바는 7일 피겨 단체전에서 ROC를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이튿날 금지약물 양성 반응이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를 철회했고, 국제검사기구(ITA)는 이 징계 철회가 부당하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차준환의 입에서 열 차례 넘게 ‘깨끗함’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유다. 그는 “도핑 문제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스포츠에서든 선수가 깨끗하고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 쏟아부은 노력이 반영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앞으로) 좀 더 깨끗한 스포츠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차준환이 도핑 문제를 놓고 이러한 입장을 보인 건 그가 그만큼 자신이 흘린 땀에 자부심이 있어서다. 그는 ‘훈련하기 힘든 날에는 기분 전환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4회전 점프가 잘 안되면 3회전 점프를 하는 식으로 훈련한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오히려 훈련에 더 집중해서 될 때까지 해야지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최근 화제가 된 차준환의 독특한 식단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매일 아침 과일 혹은 우유와 시리얼을 먹고, 점심과 저녁은 소량의 밥과 소고기, 채소를 먹는다고 밝혔다. 보다 가벼운 몸을 유지해 점프를 잘하기 위해서다. 그는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다음 달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에 생긴 자신감으로 더 잘 준비해서 올림픽보다 더 좋은 마지막을 장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뒤 ‘피겨 여왕’ 김연아(32)에게 격려 메시지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못 받았다”고 답한 뒤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그 대신 그는 “더 많은 4회전 점프로 더 난도 높은 프로그램 구성에 도전하겠다”며 “4년 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5’에 오른 차준환(21·고려대)이 최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불거진 도핑 사태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차준환은 12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많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스포츠는 깨끗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최근 여자 선수들도 4회전 점프를 성공하는 등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선수가 많았는데 이런 도핑 문제가 발생한 게 안타깝다”고 밝혔다. 차준환이 언급한 ‘도핑 문제’는 이번 올림픽에서 논란이 된 ‘피겨 외계인’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사례를 지적한 것이다. 발리예바는 7일 피겨 단체전에서 ROC를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이튿날 도핑 위반 결과가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를 철회했고, 국제검사기구(ITA)는 이 징계 철회가 부당하다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태다. 이날 기자회견을 가진 차준환의 입에서는 열 차례 넘게 ‘깨끗함’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유다. 그는 “도핑 문제는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스포츠에서든 선수가 깨끗하고 순수하게 최선을 다해 쏟아부은 노력이 반영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앞으로) 좀 더 깨끗한 스포츠 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발리예바는 11일에도 공식 훈련에 참가하는 등 17일 열리는 여자 개인에 출전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차준환이 도핑 문제를 놓고 이러한 입장을 보인 건 그가 그만큼 자신이 흘린 땀에 자부심이 있어서다. 그는 “훈련하기 힘든 날에는 기분 전환을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4회전 점프가 잘 안되면 3회전 점프를 하는 식으로 훈련한다.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오히려 훈련에 더 집중해서 될 때까지 해야지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최근 화제가 된 차준환의 독특한 식단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매일 아침 과일 혹은 우유와 시리얼을 먹고, 점심은 소량의 밥과 소고기, 채소를 먹는다고 밝혔다. 저녁도 점심과 비슷하게 먹는다. 가벼운 점프를 위해서다. 이제 막 올림픽 무대를 마친 차준환은 “한국에 돌아가면 다시 바로 세계선수권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에 생긴 자신감으로 더 잘 준비해서 올림픽보다 더 좋은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13일 한국에 돌아가 다음달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최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흔들린 무게 중심을 찾았다.’ 12일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하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의 간판 차민규(29·의정부시청·사진)가 2018 평창 대회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다. 이미 후배 김민석(23·성남시청)이 1500m에서 2연속 동메달을 따내 대표팀 분위기는 한껏 고무돼 있다. 베이징으로 향하기 전 컨디션을 80∼90%로 끌어올린 차민규는 평창 때 보여준 폭발력을 되새기고 있다. 차민규는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에서 11위에 머물러 있지만 올림픽에 맞춰 몸을 만든 만큼 메달권 진입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4차례 8번 레이스)에서 드러난 남자 500m의 구도는 상향 평준화된 ‘춘추전국시대’다. 캐나다의 로랑 뒤브레유가 포인트 420점을 받아 랭킹 1위다. 일본 선수들의 강세도 두드러진다. 모리시게 와타루를 필두로 신하마 다쓰야, 무라카미 유마가 랭킹 2∼4위를 점했다. 월드컵 2차 대회까지는 신하마가 강세를 보였지만 3차 대회부터 모리시게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모리시게는 3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4초09(2위)로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뒤 2차 레이스에서 33초99로 기록을 갈아 치우며 1위에 올랐다. 무라카미도 4차 대회 1차 레이스에서 33초대(33초89)에 진입했다. 중국의 자존심 가오팅위도 이번 시즌 3차례나 33초대 기록을 냈다. 올림픽 직전 월드컵 4차 대회에서는 33초87로 뒤브레유에 불과 0.09초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이번 올림픽 500m에 출전하는 선수들 중 이번 시즌 33초대 기록은 5명이 갖고 있다. 차민규의 기록은 34초33. 하지만 상위 랭커 대부분이 최고의 빙질로 기록이 잘 나오는 캐나다 캘거리와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오벌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12일 당일에는 34초 언저리에서 초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차민규는 베이징으로 오기 직전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창 때처럼 ‘차민규’답게 탈 수 있겠다는 느낌이 온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차민규는 이번 시즌 발목을 잡았던 스케이트 날 세팅도 올림픽 직전 완벽하게 보정해 불안감을 지웠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의정부시청 빙상팀 감독)은 “민규가 스케이트 날에 상당히 예민했는데 해결이 잘됐다. 스케이트 로그(날을 둥글게 깎는 것), 벤딩(날을 휘는 것) 세팅 고민 등 악재가 사라졌기 때문에 자신감 있는 레이스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시즌 도중 찾아온 골반 통증도 재활과 코어 훈련으로 확실하게 잡아 100m 진입 후 코너 구간 킥 보강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다. 9초 5, 6대에 100m 진입만 된다면 코너링과 중·후반부의 강점을 살려 평창 때 세운 34초42를 넘어 자신의 최고 기록 34초03에도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김형호 코치는 11일 “골반은 이제 아무 문제가 없다. 100% 컨디션으로 봐도 된다”며 선전을 기대했다. 큰 경기에 강하다고 해서 ‘멘털 갑’으로 불리는 차민규는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이날 40분간의 적응 훈련에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다른 선수들의 스케이팅을 지켜보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그러고는 스타트 점검으로 훈련을 마무리했다. 랭킹 8위로 시즌 최고기록이 34초18인 김준호(27·강원도청)도 다크호스로 차민규와 함께 메달에 도전한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 세 번째 메달을 안겼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보다 0.052초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한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앞선 혼성 계주 2000m와 여자 500m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최민정은 이번 은메달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4년 전 평창에서 1500m와 3000m 여자 계주 2관왕을 차지했던 최민정은 이로써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최민정은 여자 3000m 계주(13일)와 주 종목인 1500m(16일)에서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최민정, 쇼트트랙 1000m 은메달평창때 심석희와 충돌로 고배 종목… 고의충돌 의혹-비하 발언에 충격작년 10월엔 부상까지 당하며 고난, 막판 폭풍 스퍼트… 간발의 차 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 이 종목 세계 최강으로 평가받는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과 결승선을 앞두고 한 치 앞도 모르는 승부를 펼친 최민정(24·성남시청)은 아쉽게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은메달을 확정한 그는 한국 코치들이 있는 곳으로 가 고개를 떨구고 펑펑 울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였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에이스’로 각광받았지만 올림픽 이후 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1000m에서 심석희(25)와 부딪혀 넘어지며 고배를 마셨는데, 지난해 심석희와 코치가 당시 주고받았던 문자를 통해 고의 충돌 의혹이 불거지며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던 그는 생각지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자신을 비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심석희는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그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심신을 추슬러 출격한 10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당했다. 1차 대회 도중 귀국해 치료를 받았고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부상도, 동료의 비방도 그를 막지는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는 남은 월드컵 2개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대표팀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개인훈련을 하는 악바리다. 이날 결선까지 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준결선 2조에서 아리아나 폰타나(32·이탈리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선은 2개 조 2위 이내 선수(총 4명) 외에 3위 선수 중 기록이 좋은 선수 1명이 오른다. 1조 3위였던 이유빈(21·연세대·1분28초170)보다 기록(1분26초850)이 앞서 가까스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레이스 초반 네 번째 주자로 기회를 노리던 최민정은 레이스 후반 아웃코스로 한 바퀴 가까이 돌며 2위로 올라선 뒤 스휠팅(1분28초391)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0.052초 차’ 간발의 2위(1분28초443)였다. 동메달은 벨기에의 하너 데스멋(26)에게 돌아갔다. 이날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최민정은 올림픽에서 세 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1개)을 목에 걸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다시 눈물을 쏟은 그는 “힘들게 지냈는데 메달을 따서 좋았다. 힘들게 준비하는 동안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나도 왜 눈물이 많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3000m 계주와 1500m가 남은 그는 “오늘 결과는 오늘까지만 즐기고 내일부터 다시 남은 경기를 대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남자 500m 예선에서는 황대헌(23·강원도청)이 준준결선에 올랐다. 이준서(22·스포츠토토)는 실격 판정을 받았다. 곽윤기(33·고양시청), 김동욱(30·스포츠토토), 이준서, 황대헌으로 나선 대표팀은 남자 5000m계주 준결선 2조에서 1위로 결선에 올랐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최민정(24·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여자 1000m 은메달을 따내며 이번 대회 한국 대표팀에 세 번째 메달을 안겼다. 최민정은 1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선에서 1분28초443을 기록하며 2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보다 0.052초로 앞서며 결승선을 통과한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은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 앞선 혼성 계주 2000m와 여자 500m에서 아쉽게 메달을 놓쳤던 최민정은 이번 은메달로 마음고생을 털어냈다. 4년 전 평창에서 1500m와 3000m 여자 계주 2관왕을 차지했던 최민정은 이로써 2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최민정은 여자 3000m 계주(13일)와 주 종목인 1500m(16일)에서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날 스휠팅과 결승선을 앞두고 한치 앞도 모르는 승부를 펼친 최민정은 한국 코치들이 있는 곳으로 가 고개를 떨구고 펑펑 울었다. 한번 터진 울음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그였다. 4년 전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한국 쇼트트랙을 이끌 ‘에이스’로 각광받았지만 올림픽 이후 그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평창 올림픽 당시 여자 1000m에서 심석희(25)와 부딪혀 넘어지며 고배를 마셨는데, 지난해 심석희와 코치가 당시 주고받았던 문자를 통해 고의충돌 의혹이 불거지며 마음고생도 해야 했다. 그는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차지하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본격적으로 올림픽 시즌을 준비하던 그는 생가하지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표팀 동료 심석희가 최민정을 비하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심석희는 대표팀에서 제외됐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그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심신을 추슬러 출격한 10월 중국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에서 무릎과 발목 부상을 당했다. 1차 대회 도중 귀국해 치료를 받았고 월드컵 2차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하지만 부상도, 동료의 비방도 그를 막지는 못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그는 남은 월드컵 2개 대회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따며 완벽하게 부활했다. 이날 결선까지 가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준결선에서는 2조에서 아리아나 폰타나(32·이탈리아)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다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선은 2개 조 2위 이내 선수(총 4명) 외에 3위 선수 중 기록이 좋은 선수 1명이 오른다. 1조 3위였던 이유빈(21·연세대·1분28초170)보다 기록(1분26초850)이 앞서 가까스로 결선에 진출했다. 결선에서 레이스 초반 네 번째 주자로 기회를 노리던 최민정은 레이스 후반 아웃코스로 한바퀴 가까이 돌며 2위로 올라선 뒤 스휠팅(1분28초391)과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0.052초 차’ 간발의 2위(1분28초443)였다. 동메달은 벨기에의 히너 데스머트(26)에게 돌아갔다. 이날 은메달을 추가하면서 최민정은 올림픽에서 세 개의 메달(금메달 2개, 은메달 1개)을 목에 걸었다. 간이 시상식에서 그는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잠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는 “힘들게 지냈는데 메달을 따서 좋았다. 힘들게 준비하는 동안 조금 아쉬운 부분 있었지만 그런 부분이 더 성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며 “나도 왜 눈물이 많이 나는지 잘 모르겠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날 치러진 남자 500m 예선에서는 황대헌(23·강원도청)이 6조 2위로 준준결선에 올랐다. 이준서(22·스포츠토토)는 실격판정을 받았다. 곽윤기(33·고양시청), 김동욱(30·스포츠토토), 이준서, 황대헌으로 구성된 나선 남자 계주(5000m)는 준결선 2조에서 1위로 결선에 올랐다. 결선은 16일 열린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차준환(21·고려대)은 오늘도 자랐다. 아역 모델로 활동했던 차준환은 빙판 위를 가를 때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아 8세 때 피겨를 시작했다. 한 번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그는 피겨에만 매진했다. 1년 1년이 달랐다. 10세 때 이미 트리플(3회전) 점프를 시도했다. 한 뼘 한 뼘 커가는 자신의 모습에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 ‘최초’의 기록 쓰며 매일 자라는 차준환어느새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서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두 차례 우승했다. 2015년에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해 성공했다. 2015년부터는 ‘피겨 여왕’ 김연아(32)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의 지도를 받았다.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82.34점으로 한국 남자 선수 처음으로 국제대회 80점대를 돌파했다. 성인 무대에서도 차준환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첫 올림픽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총점 248.59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남겼다. 또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열린 ISU 4대륙선수권에서는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올림픽 톱5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차준환은 다시 자랐다. 그는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182.87점을 기록했다. 8일 열린 쇼트프로그램 점수 99.51점을 더한 총점 282.38점으로 최종 5위를 차지했다. 종전 자신의 올림픽 최고기록을 뛰어넘은 동시에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5’ 진입에도 성공했다. 그는 “톱10에 드는 것이 이번 올림픽 목표였는데, 이를 넘어 톱5 진입에 성공해 만족스러운 대회”라며 “올림픽이란 큰 무대를 또 경험해 긴장감과 부담감을 어떻게 관리할지 많이 배워 앞으로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날 4년 전 평창에서 실패했던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완벽하게 뛰며 수행점수 3.19점을 챙겼다. 첫 번째 과제였던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실패한 직후여서 더욱 돋보였다. 그는 “점프 실수를 빨리 잊고 다음 요소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첫 점프 실패를 제외하면 그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안소영 ISU 심판은 “첫 점프를 실패한 뒤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간 대처능력과 집중력에 큰 칭찬을 하고 싶다”며 “특히 차준환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오늘 돋보였던 것은 요소와 요소를 이어주는 연결동작이 매우 매끄러워서 요소들이 각각 나눠진 게 아니라 하나의 구성단위로 보인 점”이라고 말했다.○ 4년 뒤를 기약하며 “더 성장하고 싶다”목표 이상을 이룬 그의 시선은 벌써 4년 뒤를 향해 있다. 그는 경기 뒤 “오늘 경기는 나한테 좀 더 희망적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런 경기였다”고 말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는 현재 2장을 확보한 남자 피겨 올림픽 티켓을 3장으로 늘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평창 대회 때부터 느꼈지만 이번에 베이징에 오면서 좀 더 많은 한국 선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음 올림픽까지 열심히 잘해 더 많은 티켓을 만들어내자는 목표를 선수단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성장을 다짐했다. 그는 “4년 뒤는 아직 먼 미래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강한 선수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 계속 더 싸우고 발전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네이선 첸(23)은 프리스케이팅에서 218.63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113.97점을 합쳐 총점 332.6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4년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졌다.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간판 네이선 첸(23·미국)과 일본의 ‘얼음 왕자’ 하뉴 유즈루(28)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에서 맞붙었다. 당시 기대주였던 첸은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2014 소치 올림픽 남자 피겨 금메달리스트인 하뉴는 완숙한 연기력과 점프로 2연패를 노리고 있었다. 결과는 ‘실수’에서 갈렸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1위)과 프리스케이팅(2위) 모두 실수 없이 마친 반면에 첸은 쇼트프로그램에서 3개의 점프를 실패해 1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하나의 점프를 제외하고 모두 성공하며 1위에 올랐지만 총점에서는 5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하뉴의 차지였다. 첸은 “생각한 대로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며 첫 올림픽에 대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4년 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두 선수의 상황은 반대가 됐다. 첸은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218.63점을 받아 8일 열린 쇼트프로그램 113.97점을 합쳐 총점 332.60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첸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어떤 부담감이나 중압감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살면서 가장 힘든 순간으로 2018년 쇼트프로그램에서 17위를 받아 든 순간을 꼽은 첸은 평창 올림픽 뒤 미국 명문 예일대에 진학했다.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3세 때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줄곧 피겨에만 집중했던 그는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를 하면서 피겨를 하지 않고도 다양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법을 배웠다”며 피겨에 대한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첸은 이날 흥겨운 엘턴 존의 ‘로켓맨’ 음악에 맞춰 한결 가벼운 표정으로 모든 연기를 완벽하게 수행하며 로켓처럼 날아올랐다. 모든 연기를 마친 뒤 금메달을 확신하는 듯 환한 표정을 지었다. 올림픽 3연패와 남자 피겨 선수 최초로 공식 경기에서 쿼드러플 악셀(4회전 반) 점프 성공을 노렸던 하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88.06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점수(95.15점)를 합쳐 283.21점으로 4위를 기록했다. 4년 전 하지 않았던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쿼드러플 악셀 점프 실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쿼드러플 악셀과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실수를 저질렀던 점이 뼈아팠다. 쿼드러플 악셀 점프 성공에 승부수를 걸었던 하뉴는 연기를 마친 뒤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아무도 뛰지 않았던 쿼드러플 악셀 점프를 시도했다는 도전정신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했다. 하뉴는 경기 뒤 “전부 쏟아냈다.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 또한 내 모습”이라며 “보상 받지 못한 노력이 됐지만 더 이상 열심히 할 수 없을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은메달과 동메달은 일본의 가기야마 유마(18·310.05점)와 우노 쇼마(27·293점)가 차지했다.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중국이 이번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반칙에 가까운 거친 플레이로 밀어붙인 건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현재까지 4개 종목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중국 남녀 쇼트트랙은 대체로 초반에 선두 자리를 확보하고 노골적인 터치와 몸싸움을 불사한 견제로 상대 추월을 막는 전략을 펼쳤다.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 덕을 봤지만 나름의 성과(?)는 있었다. 중국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기존 대표팀 선수 선발 규정을 완전히 바꿨다. 선제적으로 선두에 잘 나서고 인-아웃코스, 후방 견제에 능한 선수들이 유리한 점수를 받도록 했다. 중국이 지난해 12월 30일 공지한 쇼트트랙 대표 선수 선발 방식에 따르면 1∼3차 선발전(1월 10∼15일)에서 500m, 1000m, 1500m 종목마다 몇 개의 구간을 정해 놓고 구간별로 가장 먼저 들어오는 선수에게 승점을 부여했다. 보통 상식적인 선발 규정은 마지막 결승선 1위 통과자가 포인트를 독식하는 구조다. 그러나 바뀐 규정에서는 모든 구간에서 치열하게 리드를 잡아야 점수를 많이 받도록 했다. 500m는 4개 구간을 두고 구간별 1위에게 900점(총 3600점)씩 배정했다. 1000m도 9개 구간을 나눠 구간별 1위는 400점을 받고, 1500m 역시 12개 구간에서 1위가 300점씩 받도록 했다. 이 조건으로 남녀 5명씩을 선발했다. 남자에서는 이번 시즌 월드컵 2차 대회 1000m 1위, 3·4차 대회 1500m 1위를 한 런쯔웨이와 월드컵 4차 대회 500m 1위를 한 우다징이 자동 선발됐다. 나머지 3명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올림픽에 나왔다. 18세의 장톈이가 1차 선발전을 뚫었고, 황대헌을 집중 견제했던 리원룽이 2차 선발전, 쑨룽이 3차 선발전에서 국가대표가 됐다.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중국 대표팀의 1500m와 5000m 계주 핵심 멤버로 테크닉이 좋은 안카이는 1∼3차 선발전 9개 종목 중 6개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구간별 승점을 많이 쌓지 못해 탈락했다. 한국 쇼트트랙 레전드로 꼽히는 A 씨는 “중국이 한국 선수들의 기술적인 추월에 대응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맞춤 대표를 뽑은 것 같다. 남자 1000m에서도 런쯔웨이가 초반 선두로 나가고 바로 뒤에 리원룽을 붙여 황대헌의 추월을 강하게 막는 전략으로 나왔다”고 분석했다. 황대헌이 인코스 추월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있을 경우 충분히 판정에서 안방 이득을 본다는 계산까지 감안했을 것이라는 게 A 씨의 분석이다. 하지만 9일 남자 1500m에서는 런쯔웨이가 결선 진출에 실패하고 쑨룽, 장톈이가 준준결선에서 탈락하면서 이런 계획이 무산됐다. 황대헌과 우리 선수들은 긴 아웃코스로 돌아 몸도 안 부딪히고 수월하게 추월을 했다. 11일 재개되는 쇼트트랙에서 중국의 이런 전략이 다시 통할지 관심거리다.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오페라 ‘투란도트’ 음악이 끝나자 옅은 미소를 보이며 주먹으로 자신의 이마를 살짝 쳤다. 첫 수행과제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최고기록을 뛰어넘는 점수가 나오자 차준환(21·고려대)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한국 남자 피겨의 희망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182.87점을 받았다. 8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받은 99.51점을 더해 총점 282.38점으로 5위에 자리했다. 차준환은 자신의 올림픽 최고기록(2018 평창 올림픽 15위)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한국 남자 피겨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5’ 진입에 성공했다. 차준환은 “오늘 실수가 있었지만 잘 마무리하려고 노력했고, 나름의 만족을 하려고 한다”며 “올림픽인만큼 경기하는 순간순간 기억에 남기려는 목표를 세웠는데 그 목표를 이뤘고, 오늘 부족했던 점은 앞으로 더 보완해 성장해서 단단하고 강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차준환은 놀라운 위기 대처능력과 집중력을 보여주며 한국 남자 피겨 역사에 새 획을 그었다.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얼굴로 연기를 시작한 차준환은 첫 수행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불안한 착지로 빙판에 넘어졌다. 공중에서 회전축이 무너진 탓에 착지가 제대로 안됐다. 파워가 강하고 스피드가 빨랐다면 회전축이 무너져도 착지에서 버틸 힘이 생기지만, 차준환의 첫 점프는 파워와 스피드 역시 이를 상쇄시키기엔 부족했다. 하지만 차준환은 자신의 회심의 점프가 실패해 다소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집중력을 되찾고 연기를 이어나갔다. 특히 넘어진 직후 바로 이어진 두 번째 수행과제인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수행점수 3.19점을 챙겼고,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에서도 1.77점의 수행점수를 더했다. 예술점수에서도 모두 8점 후반대, 9점 초반대를 받으며 자신의 실수를 연기 전체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피겨에서 연기를 하던 중 넘어지면 심판들이 예술점수에서 줄 수 있는 상한점수가 정해져 고득점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안소영 국제빙상연맹(ISU) 심판은 “첫 점프를 실패한 뒤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간 대처능력과 집중력에 큰 칭찬을 하고 싶다”며 “특히 차준환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오늘 돋보였던 것은 요소와 요소를 이어주는 연결동작이 매우 매끄러워서 요소들이 각각 나눠진 게 아니라 하나의 구성단위로 보인 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은 차준환에게 두 번째 올림픽이다. 차준환은 “이번 올림픽이 나에겐 더 큰 경험이 될 것 같아 앞으로의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년 뒤 올림픽에 대해 차준환은 “4년 후는 아직 먼 미래지만 앞으로도 계속 강한 선수로 성장해나가고 싶다. 더 싸우고 발전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김정훈 기자 hun@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정말 혐오스럽네!(眞惡心!)”9일 중국 베이징의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메인미디어센터(MMC) 내 기념품 가게 앞에서 이런 불만이 터져 나왔다. 대회 마스코트 ‘빙둔둔(冰墩墩)’ 굿즈(상품)를 사려고 새벽부터 줄을 선 중국인들이 기다리다 지쳐 꺼낸 말이다. 중국에서는 지금 ‘빙둔둔 앓이’에 빠진 중국인이 중국인을 흉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욕을 먹은 중국인들은 이날 오전 6시부터 가게 앞에 줄을 서 오전 10시 개장 시간까지 약 4시간을 기다린 이들이었다. 이들은 저마다 손에 신문지를 들고 와 바닥에 깔고 앉은 채 졸거나 휴대전화를 쳐다 보면서 지루함을 달랬다. 자기 뒤에 선 사람에게 자리를 맡아 달라 부탁하고 화장실에서 급한 용무를 보고 오는 이도 있었다.빙둔둔은 중국의 판다를 모티프로 만들었다. 개회 이틀 전인 2일까지만 해도 베이징 ‘폐쇄 루프(閉還)’ 내 기념품 가게에서 인형, 열쇠고리, 배지, 가방 등 다양한 굿즈를 흔히 찾아볼 수 있었다.하지만 3일 갑자기 빙둔둔 굿즈가 품귀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18 평창 올림픽 당시 어사화 수호랑이 인기를 끌며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던 것과 비슷한 사례다. 사재기 현상에 품목별로 ‘1인당 1개’ 구매 개수 제한까지 생겨났다.매장 개장 30분 전인 오전 9시 반, 가로 세로 넓이 1.5m 가량의 정육면체 상자 두 개가 등장하고 그 안에서 빙둔둔 인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빙둔둔이다!(冰墩墩來了!)”라며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약 50개만 입고된 이 인형은 매장을 열자마자 20분도 안돼 다시 품절되는 운명을 맞았다. 다른 빙둔둔 굿즈도 가게 문을 열자 마자 매장 최대 수용 인원인 10명의 잽싼 손놀림에 순식간에 사라졌다.최고 인기 상품인 빙둔둔 인형을 손에 넣은 행운의 중국 고객 가운데는 과욕을 부리는 이도 있었다. 30분 넘게 물건을 고르는 척 매장에 머물면서 다음 상품 입고를 기다린 것. 어떤 이들은 바깥에 줄지어선 사람들은 아랑곳 않은 채 고향에 있는 가족 또는 친지에게 영상 통화를 걸어 추가로 사고 싶은 상품을 논의하기도 했다. 가게 바깥 유리창으로 이 모습을 보며 기다리는 손님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창 밖에서 3시간 동안 기다린 기자도 난리통 속에 빙둔둔 굿즈 3개를 구했다. 그 중 하나는 오전 7시부터 함께 기다린 베이징이공대 3학년 바이원숴(22·白聞碩)의 부탁으로 산 빙둔둔 열쇠고리였다.그는 “친구가 이걸 꼭 갖고 싶다고 했는데 덕분에 내 것과 친구 것 모두 살 수 있었다. 당신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열쇠고리 가격은 68위안(약 1만2800원)이었지만 기자는 70위안(약 1만3200원)과 500ml 콜라 한 병을 수고비(?)로 받았다.바이원숴는 곧장 인근의 우체국으로 가 다시 줄을 섰다. 폐쇄루프 밖 친구에게 힘들게 구한 굿즈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이미 우체국 앞도 중국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빙둔둔 관련 굿즈는 온라인에서 정가 4배 이상으로 거래될 만큼 인기다. 아직 굿즈를 사지도 못해 가게 앞에 줄을 선 중국인들은 우체국 앞에 늘어선 중국인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탄식을 내뱉을 뿐이었다.“정말 너무하네!(太過分了!)”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석연찮은 판정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남자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9초219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스티븐 뒤부아(25·캐나다)를 0.035초 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8년 평창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황대헌은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이날 금메달 획득으로 7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편파 판정으로 탈락한 아픔을 씻어냈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판정 논란을 의식한 듯 황대헌이 금메달을 확정하자 다른 나라 선수들도 모두 황대헌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역사상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결선에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들어 있지 않은 것도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줬다.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에서 팔로 상대 선수를 미는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대표 효자 종목 지위를 더욱 굳히게 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 6개 가운데 4개를 차지했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따낸 25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황대헌과 함께 이날 결선에 오른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 박장혁(24·스포츠토토)은 7위를 했다. 3000m 계주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대표팀도 준결선 2조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13일 금메달에 도전한다.“장애물 만나도 이겨낸다”던 황대헌, 강철 멘털로 텃세 뚫었다쇼트트랙 남자 1500m ‘깔끔한 金’… 1000m 석연찮은 실격 의식한듯준준결선부터 ‘열중쉬어’ 자세 유지… 9바퀴 남기고 1위 ‘클린 질주’결승선 통과한 뒤 두 주먹 불끈… 中 1000m 金 런쯔웨이 실격 판정韓선수단 IOC 항의 영향 미친듯… 여자 3000m 계주 결선행 실수, 석연찮은 판정. 이번 대회에서만 두 번 울었다. 하지만 세 번 실패는 없었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 황대헌(23·강원도청)이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2분9초219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이번 대회 첫 출전 종목인 혼성계주(5일)에서 예선 탈락, 남자 1000m(7일) 준결선에서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1등으로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실격당한 그는 세 번째 도전 만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자신의 첫 올림픽 금메달이다. 이틀 전 추월 과정에서 뒤늦게 레인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실격을 당한 황대헌은 이를 의식한 듯 준준결선부터 손동작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직선코스에서 다른 선수들과 불가피한 신체 접촉이 생길 때도 소위 ‘열중쉬어’ 자세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미국프로농구(NBA)의 마이클 조던의 명언인 ‘장애물을 마주했다고 반드시 멈춰서야 하는 건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고 돌아서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을 오를지 뚫고 나갈지 또는 돌아갈지 생각하라’는 글을 올리며 투지를 불태운 그는 빙판을 휘저었다. 황대헌의 레이스는 마치 ‘물 위에 떠있는 오리’ 같았다. 코너링 동작 때를 제외하고 손동작이 전반적으로 크지 않았다. 하지만 하체의 사용은 터보 같았다. 준결선에서는 레이스 중반 아웃코스로 한꺼번에 4명을 제치며 1위로 올라섰다. 한번 1위에 올라선 뒤 계속 뒷심을 내며 경쟁자들과의 격차를 벌렸다. 결승선 부근에서 생길지 모를 불미스러운 일까지 차단하겠다는 포석이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에도 손동작을 자제해온 황대헌은 ‘결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한 뒤에야 두 주먹을 불끈 쥔 뒤 박수를 탁탁 치며 팔을 마음껏 휘둘렀다.○ IOC 등에 강력 항의한 것도 영향 끼쳐 초등학교 1학년이던 2006년부터 황대헌의 꿈은 ‘숏(쇼트)트랙 국가대표’였다. 다섯 살 때 처음 빙상장에 놀러 간 뒤 스케이트에 푹 빠진 그는 3년 뒤 자신의 진로를 못 박았다. 국가대표의 꿈은 10년 만에 이뤄졌다. 주니어 무대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그는 2016∼2017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를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차 월드컵 대회 1000m 준준결선에서 세계기록을 세웠고, 6차 월드컵 대회에서 성인 국제무대 첫 금메달을 획득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당시 많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은메달 1개(남자 500m)에 그쳤지만 결국 4년 뒤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1000m 판정 논란 이후 대한체육회 차원에서 ISU,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강력하게 항의한 것도 이날 경기에 영향을 미친 듯했다. 이날 중국 선수 3명이 1500m에 나섰지만 준준결선을 통과한 선수는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뿐이었다. 준결선에서 런쯔웨이도 손을 썼다는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한국 쇼트트랙은 남자 1500m 종목 최강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이후 6번 치러진 1500m에서 한국은 4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00m에서 황대헌과 함께 편파 판정의 고배를 마신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2분9초63)에 올랐다. 같은 날 준준결선에서 중국 선수의 스케이트 날에 왼손을 크게 베이는 부상을 당했던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부상 투혼을 발휘하며 결선까지 올라 7위(2분10초19)를 기록했다. 두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황대헌을 안아주며 축하해줬다. 은메달은 캐나다의 스티븐 뒤부아(25), 동메달은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세묜 옐리스트라토프(32)에게 돌아갔다.○ 여자 3000m 계주 결선행 올림픽 3연패 도전여자 3000m 계주 팀은 올림픽 3연패를 위한 기분 좋은 첫걸음을 뗐다. 한국은 여자 3000m 계주 준결선 2조에서 2위로 통과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3000m 계주 결선은 13일 열린다. 앞서 열린 여자 1000m에서는 최민정(24·성남시청), 이유빈(21·연세대)이 예선을 통과해 준준결선에 진출했다.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김)민석이가 좋은 흐름을 잘 잡아준 것 같아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29·강원도청)은 9일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오전 훈련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전날 김민석(23·성남시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한국 대표팀에 첫 메달(남자 1500m 동메달)을 안겨준 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단 분위기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날 김보름, 이승훈(34·IHQ) 등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5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스케이팅 훈련을 진행했다. 스케이팅 후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는 선수들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그들 가운데 김민석은 없었지만 전날 그가 남긴 메달의 기운이 훈련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쇼트트랙에서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들었지만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정신력에 큰 영향은 없었다. 김보름은 “숙소에서 경기를 시청했는데 모두들 분노했다. 그래서 민석이가 어제 ‘분노의 질주’를 하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괜찮다. 입국 후 컨디션도 좋아지고 있고 생각한 대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표팀 분위기를 책임지는 ‘맏형’ 이승훈의 역할도 크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겨울스포츠 선수 최다(6개) 올림픽 메달 획득 기록에 도전하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올림픽은 ‘내가 어떻게 해야지’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누군가 못했으니 내가 해내야 한다’고 부담을 갖는 순간 리스크가 생긴다”고 말했다. 전날 김민석이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못 딴 게)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물론 큰 경기를 앞두고 아무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김보름은 “19일 출전하는 매스스타트 종목은 쇼트트랙 규정을 적용받고 다른 선수들과 부딪힐 일도 많다”며 “매스스타트에서 쇼트트랙처럼 실격을 많이 받는 경우는 못봤지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최대한 몸싸움은 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다음 주자는 12일 남자 500m의 차민규(29·의정부시청)와 김준호(27·강원도청)다. 이승훈은 팀 추월(15일)과 매스스타트(19일) 두 종목에, 김보름은 매스스타트 한 종목에 출전한다.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한국 쇼트트랙의 간판 황대헌(23·강원도청)이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에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황대헌은 9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선에서 2분 9초 219로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뒤부아 스티븐(25·캐나다)을 0.035초차로 제치고 극적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2018년 평창 대회 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황대헌은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황대헌은 이날 금메달 획득으로 7일 남자 1000m 준결선에서 편파 판정으로 탈락한 아픔을 씻어냈다. 이번대회 쇼트트랙 판정 논란을 의식한 듯 황대헌이 금메달을 확정하자 다른 나라 선수들도 모두 황대헌을 찾아 축하 인사를 건넸다.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역사상 가장 많은 10명이 이날 결선에 올랐지만 중국 선수는 한 명도 들어있지 않은 것도 황대헌이 금메달을 따는 데 도움을 줬다. 1000m 금메달리스트 런쯔웨이(25)는 준결선 3조에서 팔로 상대 선수를 미는 반칙을 저질러 실격됐다. 황대헌의 금메달로 쇼트트랙 남자 1500m는 대표 효자 종목 지위를 더욱 굳히게 됐다. 한국은 지금까지 이 종목 올림픽 금메달 6개 가운데 4개를 차지했다. 황대헌의 금메달은 한국이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따낸 25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황대헌과 함께 이날 결선에 오른 이준서(22·한국체대)는 5위, 박장혁(23·스포츠토토)은 7위를 했다. 3000m 계주 3연패를 노리는 한국 여자대표팀도 준결선 2조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13일 금메달에 도전한다. 베이징=김배중 기자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메달로 모두를 기분 좋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8일 중국 장자커우 윈딩 스노파크 P&X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 8강전 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그는 준준결승에서 만난 빅토르 우아일트(36·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게 단 0.01초를 뒤지며 5위를 기록했다. 4년 전 평창 올림픽 은메달에 이은 그의 2연속 메달 도전이 무산됐다. 1, 2차 예선 종합 성적은 좋았다. 이상호는 전체 32명 중 1위(1분20초54)의 기록으로 본선에 올랐다. 특히 1차 예선에서는 39초96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이날 예선을 치른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30초대를 기록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한 중국 해설위원은 이상호의 주행 컨디션을 보며 “더할 나위 없이 최고로 좋아 보인다(极好)”고 극찬했다. 라이벌 슈테판 바우마이스터(29·독일)도 예선 18위(1분22초64)로 조기 탈락하는 등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예선과 본선의 접근 전략이 달라지면서 성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선 때는 설질이 좋아 과감한 주행을 택했지만, 본선부터는 많은 선수들이 슬로프를 내려온 뒤라 기문 근처에 구멍이 나는 등 설질이 좋지 않아 안전하게 타기로 했던 것이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상대의 노련함도 영향을 미쳤다. 이상호의 8강전 상대 우아일트는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종합 20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8년 전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등 금메달 2개를 휩쓸었다 이상호는 전날 쇼트트랙 결과를 본 뒤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나도 쇼트트랙 팬의 한 명으로서 메달을 기대하고 응원했는데 불미스러운 판정이 나와 아쉬웠다”며 “예선 뒤에 메달을 따서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이상호는 올림픽 메달 대신 월드컵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림픽 직전 열린 이번 시즌 일곱 차례의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을 획득하며 종합 1위에 올라 있다. 이상호는 “올림픽 뒤 남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시즌 우승’이란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올림픽 금메달은 오스트리아의 베냐민 카를(37)에게 돌아갔다. 슬로베니아의 팀 마스트나크(31)보다 0.82초 먼저 들어오며 우승을 차지한 카를은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6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남자부 김상겸은 24위, 여자부 정해림은 18위로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장자커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메달로 모두를 기분좋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8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 P&X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 8강전 뒤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번 대회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던 그는 준준결승에서 만난 빅토르 와일드(36·러시아)에 단 0.01초를 뒤지며 5위를 기록했다. 4년 전 평창 올림픽 은메달에 이은 그의 2연속 메달 도전이 무산됐다. 1, 2차 예선 종합 성적은 좋았다. 이상호는 전체 32명 중 1위(1분20초54)의 기록으로 본선에 올랐다. 특히 1차 예선에서는 39초96으로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이날 예선을 치른 전체 선수 중 유일하게 30초대를 기록했다. 경기를 중계하던 한 중국 해설위원은 이상호의 주행 컨디션을 보며 “더할 나위 없이 최고로 좋아보인다(极好)”고 극찬했다. 라이벌 슈테판 바우마이스터(29·독일)도 예선 18위(1분22초64)로 조기 탈락하는 등 행운이 따르기도 했다. 예선과 본선의 접근 전략이 달라지면서 성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예선 때는 설질이 좋아 과감한 주행을 택했지만, 본선부터는 많은 선수들이 슬로프를 내려온 뒤라 기문 근처에 구멍이 나는 등 설질이 좋지 않아 안전하게 타기로 했던 것이다.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상대의 노련함도 영향을 미쳤다. 이상호의 8강전 상대 빅토르 와일드는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종합 20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8년 전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평행대회전과 평행회전 금메달 2개를 휩쓸었다 이상호는 전날 쇼트트랙 결과를 본 뒤라 아쉬움이 더 컸다. 그는 “나도 쇼트트랙 팬의 한 명으로서 메달을 기대하고 응원했는데 불미스런 판정이 나와 아쉬웠다”며 “예선 뒤에 메달을 따서 국민들에게 힘을 주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밝혔다. 이상호는 올림픽 메달 대신 월드컵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올림픽 직전 열린 이번 시즌 일곱 차례의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을 획득하며 종합 1위에 올라 있다. 이상호는 “올림픽 뒤 남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서 ‘시즌 우승’이란 선물로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올림픽 금메달은 오스트리아의 칼 벤자민(37)에게 돌아갔다. 슬로베니아의 마스트나크 팀(31)보다 0.82초 먼저 들어오며 우승을 차지한 벤자민은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6위에 올라 있는 선수다. 같은 종목에 출전한 남자부 김상겸은 24위, 여자부 정해림은 18위로 예선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장자커우=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하얀 설상으로 무거운 스노보드가 지나가고 남는 건 ‘성적’뿐이다. 언덕 위로 인공 눈이 흩날리면 선수가 새겨놓은 길은 금세 사라진다. 3일 중국에 입국한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사진)도 같은 생각을 한 듯하다.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예상 성적을 묻자 그는 “그동안 성적으로 증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상호가 8일 중국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 P&X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32명의 출전 선수와 예선 경쟁을 펼친 뒤 8강부터 토너먼트 형식으로 결선 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이상호는 이번 올림픽 이 종목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개막 전 AP통신은 한국 선수단을 소개하며 쇼트트랙 외에 금메달이 유력한 유일한 선수로 이상호를 꼽았다. 그는 올림픽 직전까지 열린 이번 시즌 일곱 차례의 월드컵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포함해 종합 1위(434점)를 기록했을 정도로 기량이 절정이다. 이번 시즌 시작 전만 해도 이상호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확신을 갖지 못했다. 2018 평창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19∼2020시즌 어깨 부상을 당했다. 수술 뒤 출전한 지난 시즌에서도 종합 랭킹 27위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스위스에서 한 달간 고된 전지훈련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자신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는 없었다.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이상호가 처음 희망을 엿본 건 지난해 12월 러시아 반노예에서 열린 시즌 첫 월드컵이었다. 당시 그는 한국인 최초로 스노보드 월드컵 금메달(1분12초82)을 손에 쥐었다. 이상호는 “그동안 성적이 좋지 않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시즌 시작하자마자 우승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노력하며 지나온 길이 틀리지 않았다’는 게 증명됐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라이벌 슈테판 바우마이스터(29·독일)는 이상호가 9위에 그쳤던 올림픽 직전 마지막(7차)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물오른 기량을 뽐냈다. 이상호는 “바우마이스터는 대회마다 가장 많이 의식하게 되는 선수”라면서도 “지금 몸 상태나 장비 등 모든 준비가 잘돼 있다. 내 경기에 집중하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원 정선군 사북 출신인 이상호는 초등학교 때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썰매장에서 스노보드를 타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시즌 ‘월드컵 우승’을 일군 이상호는 장자커우 설상에 ‘올림픽 금메달’을 새길 자신감이 있다. 그가 지나온 길이 한국 설상 종목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중국 선수와 바람만 스쳐도 실격”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된 경주였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 황대헌(23·강원도청)과 이준서(22·스포츠토토)가 남자 1000m 준결선을 각각 1, 2위로 통과하고도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황대헌-이준서, 중국 텃세에 울다황대헌은 7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선 1조 경주에서 3위를 달리다 네 바퀴를 남겨 놓고 단번에 중국의 런쯔웨이(25)와 리원룽(21)을 제치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황대헌은 이후 선두로 경주를 마쳤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레인 변경이 늦어 신체 접촉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격 처분을 받고 말았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이정수 KBS 해설위원은 “황대헌이 세계적으로 박수갈채를 받을 만한 플레이를 선보였는데 판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2014 소치 대회 여자 1000m 금메달리스트 박승희 SBS 해설위원 역시 “황대헌은 추월 과정에서 어떤 신체 접촉도 없었다. 오히려 황대헌의 왼쪽 무릎을 손으로 친 리원룽에게 실격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준서도 역시 레인 변경 반칙을 이유로 실격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금메달 4개를 딴 전이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레인 변경 반칙 판정이 쇼트트랙의 묘미를 정말 떨어뜨렸다. 올림픽의 수준을 떨어뜨린 정도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심판 판정은 중국 팬들마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자국 선수들이 다음 무대로 진출할 때마다 박수를 치던 이들은 비디오 판독 결과가 계속 중국 선수에게 연이어 유리하게 나오자 오히려 환호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관중의 환호보다 다른 나라 선수들의 야유 소리가 더 높았다. 경주를 마친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황대헌은 ‘심판 판정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음에 하겠다”는 한마디만 남겼다. 박장혁(24·스포츠토토)도 준결선에 진출했지만 준준결선에서 피에트로 시겔(23·이탈리아)과 충돌해 넘어진 뒤 우다징(28·중국)의 스케이트날에 왼손을 다치면서 준결선 경주를 포기했다. 결국 중국 선수 세 명이 총 5명이 출전하는 결선에 올랐다. 결선에서도 류 사오린 샨도르(27·헝가리)가 1분26초74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쳐 옐로카드를 받으면서 런쯔웨이가 금메달, 리원룽이 은메달을 차지했다. 박승희 위원은 결선 비디오 판독 결과가 나온 뒤 “이미 예정됐던 결과인가요?”라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최민정(24·성남시청)은 여자 500m 준준결선을 4위(1분04초939)로 마무리하면서 준결선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이 종목 금메달을 딴 아리안나 폰타나(32·이탈리아)에 이어 2위로 달리고 있던 최민정은 두 바퀴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다른 선수와 충돌 없이 넘어졌다. ○ 9일 열리는 남자 1500m 금 기대중국이 ‘역대급’ 텃세를 부리고 있다고 한국 대표팀이 벌써 포기하기는 이르다. 쇼트트랙에 아직 금메달 6개가 남아 있다. 특히 9일 열리는 남자 1500m는 한국 선수단의 대표적인 ‘금밭’이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1500m 종목이 추가된 이후 한국은 이 종목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다. 이번 대회 남자 1500m에는 황대헌, 이준서는 물론 박장혁도 출전할 계획이다. 박장혁은 이번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3, 4차 월드컵에서 연달아 이 종목 동메달을 따내며 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AP통신은 대회 개막에 앞서 박장혁이 이 종목 은메달을 딸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 한국에 올림픽 금메달을 6개 안긴 여자 3000m 계주도 기대를 모은다. 여자 계주 결선은 13일 열린다. 베이징=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