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백승호(22·지로나 FC·사진)가 드디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무대에 데뷔했다. 명문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출신 백승호는 10일 스페인 지로나의 에스타디 몬틸리비 경기장에서 열린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레이) 16강 1차전 홈경기에 선발 출장해 후반 22분 교체될 때까지 67분을 뛰었다. 백승호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중앙과 측면을 넘나들며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정교한 패스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팀은 1-1로 비겼다. 백승호는 한국 선수로는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와 이호진(라싱 산탄데르), 박주영(셀타 비고), 김영규(알메리아), 이강인(발렌시아)에 이어 역대 여섯 번째로 스페인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백승호는 2017년 8월 바르셀로나 유스팀을 떠나 지로나와 계약할 때 ‘2018∼2019시즌부터 1군에 합류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지난해 7월 1군 훈련에 합류하고도 주로 지로나 B팀(페랄라다)에서 뛰었다. 1군 데뷔를 앞뒀던 같은 해 8월 17일 레알 마드리드와 프리메라리가 2라운드 때는 교체 선수 7명에 포함되고도 출격 기회를 얻지 못했다. 백승호는 경기를 마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경기 사진과 함께 “잊을 수 없는 날이다. 공식 경기에 데뷔하게 돼 기쁘다. 계속 겸손하게 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가람 법무법인 린 변호사(35)는 축구선수 출신이다. 초등학교부터 대학 때까지. 하지만 축구만 하지 않았다. 축구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 순간부터 공부를 병행했고 그 결과 지금은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가을이었다. 전국대회를 나갔는데 2패로 예선에서 탈락했다. 우린 힘도 못쓰고 속칭 ‘반코트경기(상대가 강해 하프라인도 제대로 넘지 못하는 경기)’로 졌다. 그 때 알았다. 축구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같은 또래에서 제일 잘 나가도 월드컵에 나갈까 말까인데 과연 이런 실력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들었다.” 김 변호사의 아버지는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창출한 안정환과 박지성을 키운 김희태 FC 의정부 감독 겸 김희태포천축구센터 이사장(66).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즐겼고 초등학교 3학년 말부터 엘리트선수의 길로 접어든 그는 아버지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그럼 축구하면서 공부를 병행해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가라’는 답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당시 서울체고 축구선수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공부를 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님을 롤 모델로 공부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길을 갔다. 당시 축구선수 출신으로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나와 스포츠심리학 박사과정을 다니던 윤영길 현 한국체대 교수님도 롤 모델이었다.” 김 변호사는 아주대와 프로축구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명지대 사령탑을 맡은 아버지를 따라 다니느라 서울 영희초교와 부산 연산초교를 오가며 축구를 했다.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기로 결정한 뒤 처음엔 축구부가 없는 서울 가원중에 진학해 공부에 집중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다시 서울 수서중 창단팀으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합숙소에서 다른 선수들과 함께 생활했지만 훈련 외 시간과 저녁 시간엔 공부를 하러 다녔다.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기가 쉽지는 않았다.“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가원중으로 전학을 갔다. 중학교 3학년이 됐는데도 고등학교팀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수서중은 전패팀으로 성적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가원중으로 다시 옮겨 중동고에 입학해 공부했다.”중동고에 입학해서는 공부에만 매진했다. 공부하면서 서울대 체육교육과 진학에 필요한 실기 시험도 준비할 계획이었다.“중하위권이던 성적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때 중상위권으로 올랐고 1학기 기말고사 때 상위권으로 올랐다. 당시 3학년들이 보는 모의 수학능력평가에 응시해 서울대 체육교육과 커트라인을 넘겼다. 2년 더 공부하면 충분히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 아버지께서 ‘2년 반 동안이라도 서울체고에서 다시 한번 선수생활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게 어떻느냐’고 제안하셨다.”고민이 됐다. 중동고에도 충분히 서울대에 갈 수 있는데 전학가도 될까?“아버지께서 ‘서울체고에는 운동하다 공부로 방향을 튼 선수들을 돕는 선생님을 따로 둘 정도로 선수 출신 학생을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했다. 축구를 하면서 공부하고 싶어 옮겼다. 서울체고 축구선수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선배들도 많았다. 이용수 교수와 강신우 전 SBS 해설위원, 황보관 대한축구협회 전 기술위원장 등…. 그 이후에도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당시 축구, 배드민턴 선수 친구 2명과 함께 공부를 병행했다. 외형상 ‘엘리트선수’로 활약했지만 진학은 공부로 하려는 선수들이었다. 김 변호사와 친구 1명은 서울대에, 다른 친구는 연세대 스포츠계열에 합격했다. 이렇게 축구하며 공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아버지가 있었다. “아버지는 아주대 감독 시절 우승도 많이 시켰다. ‘축구론 최고가 되어야한다’는 철학이 확고했다. 그런데 프로팀 대우 로열즈에 있다 명지대로 옮기면서 철학이 바뀌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인데 명지대 감독으로 가면서 ‘성적은 신경 쓰지 않는 조건’을 달았다고 했다. 그 때 축구선수로 성공하지 못할 것 같다는 제 의견에 기다렸다는 듯 ‘그럼 공부를 병행하라’는 답이 나왔던 것이다.” 김 변호사는 초등학교 때까진 잘 했다. 서울지역 대회에서 3위를 했고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세계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들 말 한마디에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답변은 의외였다. 그것도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데…. “프로시절 성적 스트레스가 많으셨던 것으로 보인다. 명지대에선 축구하다 그만둔 선수들도 있었는데 공부하도록 돕기도 했다. 축구선수가 축구만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아버지의 축구 철학이 바뀔 때 제가 축구선수를 해 공부를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서울대에 가서도 축구와 공부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 공부를 하러 갔는데 서울대에선 18년간 1승이 없었다며 축구에 집중해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1학년 때부터 심리학과 복수전공을 하면서 공부에 매진했다. 복수전공을 한 이유는 체육교육학과에만 있으면 축구부 활동에 매몰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윤영길 교수님처럼 스포츠심리학을 공부해 운동을 하다 그만두는 등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다.”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카투사로 군입대했고 전역을 앞두고 대학원 준비 등 미래를 고민하면서 찾았던 정신과 의사의 조언이 그를 변호사의 길로 이끌었다. “지금 프로축구 강원 FC에서 수비수로 활약하고 있는 오범석이 제 친구인데 제가 미래를 고민하자 선수들 상담해주는 정신과 의사선생님을 찾아가보라고 권유했다. 2시간 상담했더니 ‘상담사는 남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일이다. 누구의 삶에 해답을 내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변호사를 권했다. 제가 생각하는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의 어려움 해결엔 변호사가 제격’이라는 말씀도 하셨다. 그러면서 미국 로스쿨을 권했다. 운동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스포츠가 생활화된 미국에서는 잘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서울대를 졸업한 뒤 미국 로스쿨을 준비했고 2009년 세인트루이스 로스쿨에 합격해 9월 입학했다. 그런데 입학 한 달 만에 돌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가 왔다. 집안 형편도 그리 좋지 않았는데 환율이 두 배로 뛰어 올랐다. 3년 버티기 힘들 것 같았다. 마침 한국에도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그래서 한달 다니고 등록금 반환해 돌아왔다.” 김 변호사는 성균관대 로스쿨에 2011년 입학했다. 미국 로스쿨과 똑같은 시험이었다. 그는 3년을 잘 마친 뒤 변호사가 됐다. “스포츠전문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성균관대 로스쿨을 준비하며 2010년 대한체육회 인턴으로 스포츠 행정도 공부했고 로스쿨에서도 스포츠 및 스포츠와 성격이 비슷한 엔터테인먼트를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그런데 2학년 말 국내 최고 로펌인 김&장에서 인턴할 때 ‘아 잘못 생각했구나’를 느꼈다. 당시 잘 나가는 변호사들께서 제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우쳐줬다. 스포츠전문 변호사라고 해서 스포츠만 공부해서는 안 된다. 의뢰인이 스포츠 관계자일 뿐 법은 ‘스포츠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맞았다. 스포츠법이 따로 없었다. 민법과 형법은 물론 산업법, 지식재산법 다 얽혀 있었다. 그래서 포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변호사가 된 뒤 다양한 경험을 위해 1년에 한번씩 로펌을 옮겨 다녔다. 로펌 별로 전문영역이 있었다. 여러 분야를 경험했다. 무형의 가치인 스포츠를 더 가치 있게 하기 위해 브랜드 전문 로펌에서도 일했다. 4개 로펌을 거친 뒤 처음 시작했던 법무법인 나라 출신들과 김&장 출신 변호사들이 함께 만든 법무법인 린에 둥지를 틀었다. 결국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온 셈이다. 축구선수를 했던 게 법을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됐을까. “승부를 벌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많다. 법에서도 공격 방법, 방어 방법이 있다.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고 상대의 공격에 방어도 해야 한다. 제가 축구를 해 좋은 점은 의뢰인을 한 팀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한 팀이라는 생각을 하면 소송이 이겨야하는 ‘일’이라기보다는 함께 서로 이해하며 ‘공감하는 과정’이 된다. 소송에서 지더라도 한이 남으면 안 돼 해볼 만큼은 해봐야 한다. 축구에서 져도 최선을 다하면 후회를 하지 않듯…. 이렇게 하다보니 의뢰인들이 더 신뢰를 해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기면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쁘다. 축구를 하며 체득한 끈기와 열정도 변호사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을까. “지금은 열심히 일을 배우는 변호사일 뿐이다. 향후 조명 받는 선수들이 아닌 음지에 있는 선수와 학부모, 지도자들에게 힘이 되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 조명 받는 선수 및 지도자는 도와줄 변호사들이 줄 서 있다. 고액 연봉 선수도 있지만 저액 연봉 선수도 있다. 그들도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다. 아직은 컨설팅 정도 하고 있지만 때가 되면 그들을 대변하는 변호사로 활약하고 싶다.” 김 변호사는 운동선수 출신이나 운동선수가 되고 싶은 꿈은 있는데 공부를 해야만 하는 학생들에게 ‘인생학’ 강연도 한다. 운동선수 출신도 충분히 공부해 다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고, 운동선수 꿈을 스포츠분야에서 다른 식으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어릴 때부터 모두가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는 사회를 바란다. “공부하는 학생과 운동하는 선수를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문제가 많다. 초등학교 때 프랑스로 축구 유학을 간 적이 있었다. 에펠탑 아래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고 있었는데 프랑스 아저씨들이 자기도 축구선수 했다며 같이 하자고 했다. 축구선수 출신 같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초등학교 때 축구클럽 활동을 했던 것이다. 그 때 생활체육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다. 그 때부터 어릴 때부터 모두 스포츠를 즐기다 선수로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언제든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는 시스템이 좋은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았다.” 김 변호사는 축구도 계속하고 있다. 대학 시절 서울대 축구부는 물론 경영대 클럽 축구부에서도 활약했다. “복수 전공을 고민할 때 경영학에도 관심이 있어 경영대 축구부에 가입해 활동했다”고. 성균관대 로스쿨 땐 ‘로스쿨축구대회’에서 3연패를 주도했다. “제가 입학할 때까지 우승이 없었고 제가 졸업한 뒤에도 우승이 없다. 로스쿨 3년 동안 매번 우승시켰다”며 활짝 웃었다. 지역 클럽에서도 축구를 했다. 변호사로 바쁘게 사느라 최근 등한시 했지만 올해부터 주말 축구 동호회인 로얄 FC에 나가 공을 찬다. 로얄 FC는 2005년 한국축구의 전설 이회택 김재한 등 노장들을 주축으로 창단된 축구단. 매주말 서울 효창운동장에서 공을 찬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100세 시대 건강법 ‘시즌2’는 학교체육 활성화를 주제로 잡았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습관화해야 평생 운동을 즐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요즘 ‘공부하는 운동선수’를 만들자는 얘기가 많습니다.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운동하지 않는 학생’이 더 많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학생은 운동하고 운동선수도 공부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사실 학생과 운동선수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모두 조화로운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학생일 뿐입니다. 엘리트 운동선수를 하고도 그 분야나 다른 분야로 넘어가서 훌륭하게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다만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개인적 의지나 주변 도움에 따른 결과이지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이 만든 결과는 아닙니다. 대한민국 교육은 모순 덩어리입니다. 전 공부하는 학생과 운동선수를 구분하고 싶지 않습니다. 모두가 어렸을 때부터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교육시스템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해 긍정적인 일들도 많았습니다. 10월 학교체육진흥회가 만들어졌고 12월 말 제2차 학교체육진흥 기본 계획도 발표됐습니다. 모두 학교체육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데는 뜻을 같이 하기 때문에 이런 법도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선 교육 현장은 이런 법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속칭 ‘국영수(국어 영어 수학) 교육’에 치중한 수학능력평가에 밀려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학부모들의 극성에 밀려 체육 수업이 등한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 스포츠가 활성화 되면서 운동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아직 운동선수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공부도 안하고’ ‘운동 그만두면 도대체 뭐 하나?’ 운동선수 출신이 사고 치면 ‘그럼 그렇지’ …. 실제로 운동 그만두고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이것은 교육시스템의 문제이지 운동선수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병행하는 시스템 속에서 컸다면 더욱 성공적인 삶을 사는 운동선수들이 많을 것입니다. 운동선수로 활약하고도 건강하고 훌륭하게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 ‘1번 주자’로 소개한 김가람 변호사는 어릴 때부터 축구선수로 활약했습니다. 축구 지도자인 아버지의 도움으로 축구와 공부를 병행할 수 있었고 변호사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학교체육의 현장도 소개할 예정입니다. 서울 동국대부속여고에서 진행한 스포츠클럽 농구부 활동을 통해 꿈을 키워 명문대 체육과학부에 진학한 여학생이 있습니다.그는 “스포츠클럽 활동이 성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아침에 농구를 하고 수업을 들으면 집중이 더 잘 됐다”고 말합니다. 운동선수를 하고도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운동선수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스포츠 및 체육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면서도 성공적인 인생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이끄는 학교를 소개하면서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도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100세 인생(The 100-Year Life)’ 이란 책을 쓴 린타 그래튼(Lynda Gratton)과 앤드루 스콧(Andrew Scott)은 “100세 시대가 되면 현행 대학교육 시스템은 의미가 없다. 10~20년 주기로 재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AI(인공지능)가 발달하는 등 시대가 빠르게 바뀌기 때문에 4년의 대학교육으로 평생을 먹고 사는 ‘60세 인생식 교육 시대’는 끝난다는 분석입니다. 변하는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건강해야 합니다. 운동해야 머리가 좋아진다는 결과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건강하지 못하면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에 뒤떨어질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 건강’ 세 살 때부터 시작하는 사회를 꿈꿉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비만이 건강에 주는 해악은 지대하다. 비만인 사람은 살을 빼야 하고 비만이 아닌 사람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살을 빼야 건강도 유지할 수 있고 스포츠 등 운동도 즐길 수 있다. 비만인 상태에선 몸에 해를 끼쳐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발, 무릎 등 관절에 무리가 가고 인대, 건 등도 파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이론상으로 살을 빼는 방법은 간단하다. 음식을 평소보다 적게 먹거나 평소대로 먹고 운동을 많이 하면 된다. 하루에 필요한 열량보다 적게 먹거나 평소에 활동해 쓰는 에너지량보다 더 쓰면 살은 빠지게 돼 있다. 살을 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세 가지를 살펴보면 식이요법, 운동요법,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병행이다.1) 식이요법다시 얘기하지만 적게 먹으면 빠진다. 하지만 우린 먹지 않으면 삶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음식으로 살을 뺄 수 있을까.무엇을 얼마나 먹을 것인가. 식욕을 조절하긴 아주 힘들다. 평소에 먹던 것보다 줄여 먹는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힘들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로 체계적으로 접근한다면 식이요법으로 체중을 조절할 수 있다. 식이요법은 운동과 더불어 체중조절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적게 먹으면 살은 빠진다.다음은 성인여성의 연령과 체중에 따른 1일 에너지 필요량이다.자신의 연령과 체중에 해당하는 열량을 알아내어 3으로 나눈다. 이 수치가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식품의 열량이다. 예를 들어 20세, 55kg인 여성은 한 끼에 700kcal를 섭취하는 게 적당하다(2100/3=700).그렇다면 음식량과 에너지 필요량을 비교하여 체중을 조절하는 방법은 뭘까. 다음에 소개될 구체적인 방법들은 서울대 전태원 명예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제시한 것들이다. 좀 복잡하지만 살을 빼기 위해선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만일 500g의 지방을 줄이고자 한다면 3500kcal의 열량소모가 필요하다. 반대로 500g의 지방을 늘리고자 한다면 3500kcal의 열량을 섭취하면 된다. 단 의학적으로 1주에 900g이상의 체중을 줄이면 건강에 해를 준다. 1주에 450~500g정도를 줄이는 게 적당하다.예를 들어보자. 하루에 3000kcal을 섭취하는 체중 60kg의 여성을 보자. 한동안 체중의 변화가 없었다면 그녀의 1일 에너지 방출량은 3000kcal정도였을 것이다.일단 산술적으로 볼 때 식이요법으로 그녀의 몸에서 1000kcal의 지방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1일 에너지섭취량을 2000kcal로 감소시켜야 한다. 이때 7일간의 에너지 소비량은 7000kcal가 되며 이는 약 1kg의 체지방을 감소시킨다. 실제로 1주일동안 1kg이상의 체중이 감소되는데 그 이유는 지방보다 1kg당 열량은 적고 물을 더 많이 함유하고 있는 저장 탄수화물이 먼저 대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무게를 1.5kg정도 줄이려면 하루 1833kcal로 감소시킨 열량을 10.5일간 계속 유지해야 한다.2000kcal을 섭취하면서 3000kcal을 방출하면 3.5일마다 약 0.5kg의 지방을 태운다. 이러한 상태를 유지하면 35일 후에는 5kg, 70일 후에는 10kg, 700일 후에는 100kg이 빠지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산술적인 계산일 뿐 이런 식이요법으로 살을 급속하게 빼면 대단히 위험하다. 사실 이렇게 살을 뺄 수도 없다. 식이요법을 통한 과도한 체중감소는 효율이 떨어져 역효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이요법은 과도하게 음식을 줄이는 것 보다 장기적인 목표에 따라 적당한 음식조절로 실시해야 효과가 있다.우리 몸은 내적, 외적 환경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있다. 열량 소모에 변수가 많다는 얘기다. 또 우리는 다양한 환경속에서 지낸다. 사회생활을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그런 다양한 만남속에는 늘 식사나 회식 등이 끼어 있다. 현대인들에게 식이요법만으로 체중감량을 하기엔 장애요소가 많다는 얘기다.그러나 식생활방식의 개선만으로도 체중을 어느 정도 줄일 수는 있다. 식사를 할 때 가능하면 다음과 같은 음식을 먹도록 노력한다. -섬유소가 풍부한 복합당질(채소, 통곡식)을 위주로 식사를 한다. -당분과 지방의 섭취를 줄인다. -소량을 규칙적으로 먹는다. -음식을 천천히 먹는다. -인스턴트 음식과 사탕, 초콜릿, 음료수 등을 피한다. -아침에 일어나 식사 30분 전 공복에 물을 마시고, 식후 2시간 전후에 물을 마신다. -자기 전에 음식물을 먹는 것은 금물이다. -음식에 설탕과 기름을 적게 넣는다. 2) 운동요법어떤 운동을 얼마나 할 것인가? 여기에선 체중별 신체활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을 제시하고자 한다. 자신의 체중에 적합한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종목을 선택하여 운동시간을 계산하는 법을 배워보자.예를 들어 체중 65kg인 사람이 운동으로 5kg을 줄이고자 한다면 1주일에 500g 정도의 감량이 적당함으로 하루에 적어도 71g을 줄여야 한다(500g/7=71). 이런 상태로 10주일을 지속하면 5kg의 체중을 감소시키게 된다. 체중 당 에너지량은 7000kcal/kg이므로 71g의 에너지량은 500kcal정도다. 따라서 이 사람이 배드민턴을 선택했을 때 1일 운동시간은 ‘500kcal=6.3kcal X 운동시간’이라는 식에서 산출된다.결국 이 사람은 하루 약 80분씩 10일간 계속 하면 5kg을 감량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열심히 운동을 하여 열량 소비를 감소시킨 후 평상시 이상으로 식품을 섭취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뿐 아니라 때로는 역효과를 초래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일정하게 음식을 섭취하면서 적당한 운동을 실시할 때 바람직한 체중감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3)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의 병행살을 가장 쉽게 뺄 수 있는 방법은 적게 먹고 많이 쓰면 된다.섭취하는 열량과 소비하는 열량의 균형을 깨뜨려야 살이 빠진다는 관점에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은 대단히 효과적인 방법이다.예를 들어 6개월 동안 체중에 변화 없이 하루 평균 3000kcal을 섭취해온 한 비만인이 있다고 해보자. 체중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것은 음식섭취가 신체의 최저 에너지 요구량뿐만 아니라 매일의 신체활동을 위한 에너지 공급에도 충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기초대사량이 2100kcal였다면 그 이상의 활동에는 나머지 900kcal가 요구됐을 것이다. 만약 이 사람이 10kg의 체중을 줄이고자 한다면 운동과 식이요법을 어떻게 하는 게 효과적일까?전문가들은 1주일에 최고 0.9kg(900g)까지의 체지방 감소가 의학적인 한계이며 1주일에 약 0.5kg(500g)의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따라서 식이요법을 행하는 사람이 10kg의 체중을 줄이기 위해서는 20주가 필요하다. 1주일 당 평균 열량 부족량은 약 3500kcal가 돼야 하며 하루 평균 열량부족은 500kcal(3500/7)가 돼야 한다.식이요법으로 하루 500kcal의 열량 부족을 초래하기 위해 열량섭취를 3000kcal에서 2500kcal로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반 기아상태’가 10kg의 지방 감소 혹은 1주 당 0.5kg의 체중 감소를 위해 5개월 동안 지속돼야 한다. 이럴 경우 제대로 먹지 못하는 그 사람은 아미 반쯤 미칠 것이다.그러나 만일 이 사람이 1주일에 3일씩 700kcal를 소비할 수 있는 30분간의 운동을 한다면 주 당 열량 소비량은 2100kcal로 증가한다. 이 경우 식이요법으로 제한하는 열량은 3500kcal 대신 주당 1400kcal면 된다. 나머지 2100kcal는 매주 운동으로 연소되기 때문이다.이때는 매일 식사 때 평소보다 200kcal만 줄이면 된다. 만일 운동을 이틀 더하면 식사를 줄이지 않고 0.5kg의 체중을 줄일 수 있다.이런 면에서 볼 때 운동은 살을 효과적으로 빼는 데 효과적이다. 운동을 병행하면 식이요법으로 겪어야 하는 심한 공복감과 이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한국수영 사상 처음 금메달을 획득한 ‘마린보이’ 박태환이 젖산을 이용해 지구력을 키울 때 가장 중요했던 포인트가 무산소성 역치다. 이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했다. 젖산이 혈액에 축적되기 시작하는 운동 강도의 수준을 일반적으로 무산소성 역치(Anaerobic Threshold) 또는 젖산 역치(Lactate Threshold)라고 부른다. 무산소성 역치는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의 대부분을 유산소시스템에 의존하다가 운동 강도가 증가하면서 무산소 시스템에 의존하는 비율이 증가하기 시작하는 운동 강도의 수준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마라톤을 할 때 초반에 천천히 달리다 스피드를 올릴 경우 갑자기 힘들어지고 피곤해지는 시점으로 말할 수 있다. 무산소성 역치가 최대산소섭취량 수준에 접근할수록(젖산이 쌓이는 시기가 늦으면 늦을수록. 같은 강도로 운동할 경우에도 산소를 사용해 운동할 수 있는 운동 시간이 길면 길수록) 운동 지속시간이 긴 수영이나 사이클 또는 달리기에서 더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지구성 운동에 유리하다는 얘기다. 만약 30분 동안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최대 운동 강도로 최소 30분간 운동(수영, 사이클링, 달리기 등)을 한다고 해보자. 이런 방법으로 운동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시작할 때 운동 강도가 너무 낮으면 종반에 체력이 남아돌 것이며, 너무 강도 높은 운동으로 시작하면 후반에 힘들어 제대로 운동할 수 없을 것이다. 심박수로 운동 강도를 체크하는 방법이 있다. 30분 운동하는 동안 중간 10분간의 평균 심박수를 측정한다(이것은 심박수가 증가추세에 있는 초반과 힘든 운동으로 인한 후반의 심박수 감소 시간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심박수 측정기를 착용하고 있다면 중간 10분 동안 매분 심박수를 읽어 중간 10분간의 평균 분당 심박수를 산출한다. 맨손으로 심박수를 측정할 경우에는 10초간의 심박수를 측정하여 분당 심박수를 산출하는 방법으로 중간 10분 동안의 평균 분당 심박수를 측정한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중간 10분간의 평균 심박수가 개인의 AT HR(무산소성 역치 심박수)이다. 이 심박수를 유지하면서 운동을 할 때 30분간 최고의 기량을 선보일 수 있다.보통 무산소성 역치 수준은 지구력 훈련을 한 사람과 안 한 사람이 다르다. 지구력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의 AT HR은 최대 심박수의 60~70% 정도이다. 최대 심박수가 180회라면 108~126회 사이가 된다. 지구력 훈련이 잘 된 우수한 선수는 AT HR이 최대 심박수의 90% 수준이다. 역시 최대 심박수가 180회라면 162회의 운동 수준에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마라톤 훈련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에게서 지구력이 차이가 나는 이유다. ‘봉달이’ 이봉주는 한 대회를 준비하며 약 2000km를 달린다. 대회 3개월 전부터 하루 평균 20km 이상, 하루 최대 40km를 달린다. 이렇게 훈련해야 42.195km 풀코스를 지치지 않고(젖산이 쌓이지 않고) 시속 20km로 달릴 수 있다. 이봉주가 2000년 세운 2시간 7분 20초의 한국 최고기록이 이런 훈련 과정을 통해서 나온 것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뒤 대부분의 사람은 앉거나 드러누워서 쉬고 싶어 한다. 이것은 아주 안 좋은 현상이다. 젖산을 제거하거나 중화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젖산을 발생시킨 운동보다 훨씬 가벼운 운동을 계속 하는 것이다. 여러 연구결과에 의하면 최대심박수의 40~60% 수준으로 운동할 때 운동을 하지 않는 완전 휴식보다 혈액 내의 젖산을 더 빨리 제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육상경기에서 중장거리 선수들이 결승선을 통과한 뒤 그대로 트랙에 쓰러지는 선수도 있지만 천천히 달리는 선수들도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운동선수들이 훈련을 한 뒤 꼭 걷거나 조깅을 하는 등 낮은 강도의 정리운동(Cooling Down)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젖산을 빨리 제거해 피로 회복을 빠르게 하기 위한 스포츠 과학적 원리에 따른 것이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11년 전 어머니의 권유로 요가원에 간 게 계기가 돼 ‘요가 전도사’가 됐다. 병원을 다녀도 낫지 않은 어깨 통증이 요가를 통해서 말끔히 사라졌고 그 때부터 매일 요가와 함께 살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고 삶도 달라졌다. 유소정 여행작가협동조합 여행작가(48) 얘기다. “젊었을 때부터 요가를 즐기던 어머니께서 계속 요가를 하라고 권유하셨다. 하지만 ‘알았어요’라고 답만 하고 가지 않았다. 어깨가 아파 정형외과 치료를 받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았다. 의사는 연골에 염증이 있다며 다양한 치료를 해줬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 때 다시 어머니께서 요가를 하라고 했다. 그래서 시작했다.” 사실 요가를 시작하면서도 미덥지는 않았다. ‘어떻게 요가가 어깨 통증을 없앨까’라는 생각을 했다. “한쪽 만 아팠기 때문에 그쪽 어깨만 덜 쓰면 되지 하면서 요가원에 갔다. 그런데 한달 쯤 됐을까. ‘아 참 나 어깨가 아팠었는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 정도로 어느 순간 통증이 사라져 있었다. 참 신기했다. 그 때부터 요가에 매진했다.” 요가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아무리 힘든 육체노동을 해도 요가를 하면 전혀 피곤하지 않다. 2년여 전 친구가 하는 파이 전문점에서 일을 도와준 적이 있었다. 반죽 등 하루 종일 육체노동을 하고 피곤했지만 저녁에 요가원에 가서 한 시간 요가를 했더니 말끔했다. 그런데 친구는 온 몸이 쑤시고 아프다고 했다. ‘요가를 하라’고 권유했는데 그 친구는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않았지만….” 유 작가는 매일 저녁을 요가로 마무리 한다. 한 시간씩 요가원에 가서 요가를 하고 집으로 가야 하루가 끝난다. 저녁에 약속이 있을 경우에만 아침에 요가원을 간다. “요가를 할 때가 나만의 휴식 시간이다.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다. 한 시간 수련을 끝내고 시체처럼 누워 명상하는 사바사나 자세를 할 때 요가 선생님이 이런 말을 했다. ‘하루 동안 나를 위해 산 시간이 없을 것이다. 이 한 시간은 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써라. 즐기면서 몸을 릴렉스하라.’ 너무 좋은 말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온전히 나만을 위한 휴가로 생각하니 더 즐거웠다.” 요가는 참 신비로웠다. 바른 자세로 자주 쓰지 않던 관절과 근육을 늘려주고 힘을 키우는 가운데 몸이 달라졌다. 그래서 제대로 공부했다. “요가를 시작하고 약 4년이 지났을 때 지도자 자격증을 땄다. 누굴 지도하고 싶다기보다는 요가를 제대로 알고 싶었다. 그런데 요가는 배울수록 어려웠다. 하지만 쉽게 건강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면 전혀 어렵지 않다.” 요가의 본고장 인도에서 요가는 수련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다양한 동작과 호흡, 명상을 통해 해탈의 경지까지 가는 게 요가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다양하게 발전했고 최근엔 건강을 위한 요가로 발전했다. 유 작가가 배우는 요가도 ‘테라피 요가’로 치유가 목적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집 앞에 있는 샨티 요가(Shanti Yoga)에서 매일 수련하고 있다. 요가는 깊게 들어가면 어렵지만 쉽게 접근하면 쉽게 할 수 있단다. “사람들은 ‘요가가 운동이 될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요가를 어렵게 생각한다. 몸을 완전히 비트는 동작을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동작은 매일 수련하는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이다. 쉬운 동작부터 하면 요가가 전혀 어렵지 않다. 요즘 많이 하는 스트레칭 체조를 좀 더 세밀하게 호흡하면서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안 되는 자세를 굳이 할 필요는 없단다. 되는 자세를 반복하다보면 안되는 것도 된단다. “무슨 운동이든 힘들면 하기 싫어진다. 요가도 마찬가지다. 쉬운 동작이 많다. 쉬운 동작을 따라 하다보면 몸이 달라지고 그럼 마음도 달라진다.” 요가는 호흡법이 중요하다. “호흡을 깊게 하지 않은 사람은 가슴까지만 한다. 요가는 복식호흡으로 내장 깊숙이까지 숨을 들이 마신다. 그럼 전신에 피가 돌아 혈액순환에도 좋다. 호흡이 안되면 숨이 차 어지럽고 두통이 온다. 호흡을 잘 못하면 근육이 뭉친다. 호흡을 잘 해야 한다.” 요가를 하면서 마음도 다스릴 줄 알게 됐단다. “요가는 시작하기 전에 명상을 먼저 한다. 그리고 수련에 들어가는데 어느 순간 ‘화’라는 게 사라졌다. 마음이 다스려진다고 할까. 명상을 하고 복식 호흡을 하면서 다양한 수련 동작을 하면 내 몸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고 그러다보면 마음도 편안해 진다. 살면서 화낼 일이 없어졌다. 좀 다혈질인 친구에게 요가를 권했는데 어느 날 남편이 ‘당신 화가 많이 줄었네’하더란다. 정신적으로도 수양이 된 것을 느꼈단다. 아이와의 관계도 좋아졌다고 하더라.” 한 때 다이어트 요가도 인기를 끌었다. 유 작가는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요가를 해선 안 된다고 했다. “친구들이 요가를 하면 살이 빠지냐고 물어본다. 그럼 이렇게 얘기한다. ‘살은 빠지지 않지만 몸매는 좋아진다. 보디라인이 좋아지고 근육에 탄력이 생겨 멋진 몸매가 된다’고. 살 빼려고 요가를 하지 말고 건강을 위해서 하라고. 그럼 몸매도 좋아진다고 조언한다.” 요가는 정적인 운동이지만 운동량은 상당하다. 관절을 꺾고 근육을 늘린 상태에서 2분 이상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김수진 샨티 요가 원장(36)은 요가가 체중 감량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는 “치유 요가와 재활 요가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른 몸에 대한 인식이다. 요가 동작은 유연하게 뻗은 신체의 곡선을 보여주는 멋진 동작들이 많다. 하지만 신체적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자칫 신체 손상이 올 수도 있다. 제대로 배워야 하며, 오래 꾸준히 하면 체중감량도 가능하다. 정적이지만 에너지 소비량이 많다”고 말했다. 유 작가도 요가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친구들 보면 엉성한 자세 때문에 요가원에서 웃음을 산다며 집에서 유튜브를 보면서 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아주 잘못된 행태다. 요가의 기본은 바른 자세다. 전문가가 지켜보며 지적해줘야 바른 자세를 할 수 있다. 친구들이 내게 ‘넌 자격증도 땄는데 왜 요가원을 가느냐’고 질문한다. 그런데 나뿐만 아니라 요가를 가르치는 지도자들도 수련할 땐 다른 분들의 지도를 받는다. 바른 자세는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고수의 지도를 계속 받아야 한다.” 요가로 치유도 가능하다고 한다. “요가를 하다보면 싱잉 볼(Singing Bowl)의 소리를 들으면서 사바사나(시체동작)로 명상하는 시간이 있다. 볼(Bowl)의 가장자리를 돌리면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하면 아픈 곳이 느껴지며 치유가 된다. 소리의 파장과 명상에 만들어내는 효과인 것으로 보인다.” 유 작가는 친구들에 비해 아주 건강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낀다. “요즘 친구들 만나면 다들 ‘아이고 무릎이야, 허리야, 어깨야’를 외친다. 하지만 난 전혀 아픈 곳이 없다. 나이 들면 각종 퇴행성 질환이 따라온다. 하지만 요가를 하면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 유 작가는 어머니와 이모를 통해서도 지켜봤고 몸으로 직접 느꼈다. “어머니가 76세, 이모가 85세인데 건강하다. 불균형하거나 구부러진데가 없다. 어머니가 교사를 하셨는데 어머니 친구들 중에는 허리가 굽거나 다리 등이 아파 고생하시는 분이 있는데 어머니는 자세도 바르고 건강하다. 젊었을 때부터 요가를 즐긴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모도 아주 건강하다.” 그가 요가 전도사가 된 배경엔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이모라는 확실한 ‘결과물’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100세 시대라고 한다. 우리 또래의 경우 최소 30년에서 50년은 더 살아야 한다. 그런데 앞으로 우리 몸이 좋아질 일은 없지 않나. 관리를 잘 해서 최대한 오래 동안 건강하게 사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요가를 권한다. 굳이 요가가 아니라도 운동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머니께서 늘 해주던 말씀도 강조 한다. “어머니는 내게 늘 ‘지금은 모른다. 나이 들면 느낀다. 지금 괜찮다고 게을리 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지금 느끼고 있다. 건강하지만 조금 더 일찍 시작했으면 하는 후회도 있다.” 대학에서 해금과 단소를 전공한 유 작가는 회사를 다니다 여행 작가를 하면서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책 표지 모델로도 활약하기도 했다. 이렇게 활기차게 살 수 있는 배경에 요가가 있다. “건강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다양한 일을 하면서 좀더 활기차게 살고 싶어 요가 지도자로 활약은 하지 않지만 향후 어르신들의 건강을 돕는 요가 지도자로 활동하고 싶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돕고 싶다.” 지난해 3월엔 인도로 ‘요가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요가의 진수를 배우기 위해. “인도의 요가 수련원 아쉬람에서 5일 묵었다. 사실 뭔가 특별할 것을 느끼고 싶었다. 인도에선 명상과 수련이 위주였다. 하루 종일 수련만 했다. 하지만 요가의 신성함, 요가를 통해 해탈을 하고자 하는 노력은 느낄 수 있었다.”유 작가는 요가는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요가는 남성들에게도 효과적이라고 알고 있다. 여성들이 많이 하기 때문에 여성만 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요즘 남성들도 많이 온다. 균형이 깨진 몸을 바로 잡고 거북목, 허리 통증 등을 치유하는 남성들이 많다.” 김수진 원장은 “원래 국내에서도 남성 수련자들이 많았다. 요가가 미용과 다이어트 등 여성들의 몸매를 강조하면서 여성들이 많이 하게 됐을 뿐이다. 요가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준다”고 말했다. 유 작가는 강조했다. “요가는 평생을 끝까지 함께 할 친구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 요가를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하면 거창하고 힘들어 지니까 나를 위해 1시간 머리를 비우는 시간으로 생각하면 발걸음이 가벼워 질 것이다. 몸과 마음이 다 건강해 질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하게 되면 요가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말을 냇가로 끌고 가도 물을 먹일 수는 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운동이 아무리 좋아도 본인이 직접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과거 미국 체력스포츠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만약 운동을 알약처럼 포장할 수만 있다면 가장 많이 처방되고 가장 좋은 효과를 거두는 약이 될 것이다”고 밝힐 정도로 운동이 인간에게 다양한 혜택을 가져다주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고 건강 관련 온갖 매체에서도 보도하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이렇게 좋은 운동을 하지 않는 걸까. 결국 심리적인 문제다. 의지의 문제라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느냐 없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운동을 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 ‘살을 빼겠다’ ‘건강을 지키겠다’ ‘멋진 몸매를 만들어 보겠다’ 등등.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도 역시 이유가 있다. ‘운동을 하려고 해도 시간이 없다’ ‘운동하느니 잠이라도 한숨 더 자자’ 등등. 운동을 하는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단 하나다. 의지의 문제다. 운동이 좋다는 것을 알고도 하지 않는 것을 ‘토마토 효과’(Tomato Effect)라고 한다. 토마토 효과란 어떤 요법이 효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외면하는 현상을 말한다. 토마토는 유럽에서 이미 1500년대부터 식품으로 이용됐지만 북미에서는 많이 먹으면 죽는다는 믿음 때문에 1800년대까지 금기 식품이었다. 이처럼 토마토의 뛰어난 영양 가치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이유 없이 외면당한 현상에서 나온 용어다. 운동도 그 효과가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운동실천율이 낮은 것도 토마토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자 여기서 자기신체평가(PSDQ=Physical Self Description Questionnaire)서를 작성해보자. 운동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의 신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느껴 보고 다짐을 하는 시간이다. PSDQ는 ①스포츠를 얼마나 잘하나 ②날씬한 정도(체지방율) ③외모 ④ 건강 ⑤신체활동 ⑥자기존중감 ⑦유연성 ⑧지구력 ⑨근력 ⑩신체전반 등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자신의 신체능력과 신체상태를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질문지다. 말 그대로 신체의 능력과 상태를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어 운동 필요성과 동기유발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으로 통한다. 질문수가 많아 컴퓨터를 통해 분석해야 하지만 여기서는 간단하게 자신의 신체 상태를 체크해보자.▶ 위 문항을 참고해서 점수를 부여한다. (R)이란 표시는 점수를 거꾸로 매기면 된다. 만약 전혀 그렇지 않을 경우 매우 그렇다로 표시하면 된다. 그리고 다음 표에 비슷한 항목을 참고해 체크를 해보자. 자신의 그래프가 클수록 좋다. 또 울퉁불퉁하기 보다는 고른 모양일수록 좋다. 낮은 요인은 중점적으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9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참가 신청자가 사흘 만에 1만 명을 넘었다. 서울국제마라톤사무국은 20일 “17일부터 참가 신청을 받았는데 첫날 7200여 명이 신청했고 19일 1만 명을 넘었다. 20일 현재 1만1000여 명이다”라고 밝혔다. 접수 사흘 만에 1만 명을 넘긴 것은 마라톤 붐이 한창이던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002년에는 1만2000명 모집이 37시간 만에 끝나기도 했지만 최근 10여 년간의 첫날 접수자 평균의 2배를 웃돈 것이다. 사무국은 풀코스, 4인 및 2인 릴레이, 그리고 최근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10km 등 출전 종목이 다양한 점과 2019년부터 동아마라톤을 후원하는 뉴발란스의 다양한 마케팅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발란스가 내년 출시하는 러닝화 신상품(소비자가격 14만9000원→7만 원)에 참가비 5만 원을 합쳐 만든 12만 원 스페셜 패키지(4000명 한정)도 마스터스 마라토너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국제마라톤 홈페이지에는 스페셜 패키지와 릴레이에 대한 문의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뉴발란스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 9월 공주백제마라톤, 10월 경주국제마라톤을 ‘2019 런 저니(Run Journey)’로 명명하고 지속적인 마케팅을 할 예정이다. 대회 참가 신청은 홈페이지를 통해 하면 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무산소운동의 파생물 젖산(Lactic Acid)은 무엇일까. 400m를 전력질주 해본 경험이 있는가. 초반에 아주 빠르게 달리면 마지막 150m나 100m를 남기고 근육에 힘이 빠지고 통증이 오는 것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힘을 써야 하는데 남은 힘은 없고, 스피드는 급격히 떨어진다. 다리는 무겁고 결승선을 통과했을 때는 근육이 탈진되고 메스껍고 현기증도 느꼈을 것이다. 바로 젖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이 순간의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더니 젖산의 농도가 아주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운동 강도가 높다면 무산소시스템이 주로 사용돼 근육속에 젖산이 축적된다. 전산이 축적되면 근육의 활동능력이 감소된다. 젖산은 산성 물질이다. 젖산이 축적되면 체액에 산도가 증가하고 산도가 증가하면 에너지 생산과 관련된 근육의 화학반응을 방해한다. 결국 근육이 힘을 발휘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것은 근육세포가 젖산이 위험한 수준까지 증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자기 보호 작용이다. 산도가 높아지면 근육이 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젖산은 스포츠과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주 유익한 물질이다. 젖산의 농도는 우리가 운동할 때 어떤 에너지시스템을 쓰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에너지시스템은 운동 강도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젖산의 농도는 운동 강도를 어떻게 조절하고 있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제공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훈련 중에 젖산 농도를 체크해 훈련의 강도를 조절하는 과학적 방법이 쓰이고 있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수영 스타 박태환도 이런 스포츠과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체육과학연구원(현 스포츠정책개발원)의 도움을 받아 수영장 레인을 돌며 수시로 혈액을 체크, 젖산 농도로 몸 컨디션을 조절하며 훈련의 효율성을 최대화시켜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남자 400m에서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의 주 종목은 자유형 1500m. 그런데 1500m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선 스피드와 지구력을 동시에 향상시켜야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 1500m를 100m 달리듯 완주하면 가장 좋지만 생리학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1500m를 가능한 한 빠르게 가도록 신체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박태환은 단거리와 장거리를 혼용하며 스피드와 지구력을 키우는 훈련을 했다. 그 과정에서 젖산의 농도를 체크하며 더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박태환 금메달 획득 관련해 ‘무산소성 역치’도 있다. 다음에 설명한다.> 예를 들어 젖산이 많이 쌓이는 시점이 언제인지를 체크해 훈련의 강도를 약하게 했다 강하게 했다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는 것이다. 이는 스포츠과학적인 방법으로 젖산시스템과 유산소시스템의 가동 능력을 훈련으로 동시에 증대시킨 것이다. 훈련을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젖산이 많이 쌓인다는 것은 몸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땐 훈련 강도를 낮추거나 휴식을 취해 컨디션을 좋게 할 수 있다. 젖산이 컨디션 체크의 척도가 되는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운동선수들이 휴가를 보낸 뒤 돌아올 때 젖산 테스트를 하는데 젖산 수치가 높으면 휴식이나 적당한 훈련을 한 게 아니라 ‘딴 짓’(?)하며 밤새도록 놀았다는 증거로 본다. 이렇게 젖산은 선수들이 엉뚱한 짓을 못하도록 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다. 다만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게 체력과 기술, 전술 능력이라기보다는 자신감인데 그 자신감을 일깨워준 측면에서는 서로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박항서 베트남축구대표팀 감독(59)과 거스 히딩크 전 한국축구대표팀 감독(72)에 대한 이용수 세종대 교수(59)의 평가다. 이 교수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4강 신화’의 주춧돌을 놓았다. 이 교수는 당시 히딩크 감독을 영입하며 박 감독을 수석코치로 앉혔다. 두 감독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셈이다. 이 교수는 두 사람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자신감 이식’을 꼽았다. 그는 “히딩크 감독이 월드컵 본선에서 단 1승도 하지 못하고 있던 한국 축구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듯 박 감독도 베트남 축구의 잠재력을 일깨워줬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이 가장 먼저 한 게 이방인으로서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고 세계 축구의 흐름을 합리적으로 접목시키는 것이었다. 박 감독이 매 경기 시작 전 라커룸에서 한 명 한 명 껴안고 머리를 쓰다듬고 이름을 부르며 ‘넌 할 수 있어’라고 속삭여 주는 일종의 의식을 시작한 배경이다. “선수들을 인정하고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선수들 일거수일투족도 그의 손안에 있다. 아버지 같은 ‘파파’ 리더십의 탄생 배경이다. 이는 ‘피플 매니저’로 불릴 만큼 선수들의 심리에 능통했던 히딩크 감독과 닮은 점이다. 히딩크는 선수들에 대한 치밀한 관찰로 선수 개개인의 기술적인 장단점뿐만 아니라 성향이 감성적인지 차분한지 등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었고 경기 흐름에 맞춰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은 때로 자신의 지도를 따르지 않는 선수를 과감히 엔트리에서 배제하는 등 강력하고도 냉정한 리더십을 함께 구사했다. 전술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냄새가 난다. 베트남은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 조직력을 강화해 상대를 압박하며 전광석화 같은 역습으로 골 기회를 노린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의 한국도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수비 후 역습을 노렸다. 베트남처럼 한국도 당시 스리백을 주요 전술로 구사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이영진 수석코치와 배명호 피지컬 코치 등 경험 많은 코칭스태프를 활용해 선수단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점도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서로 처한 상황은 확연히 다르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오기 전 이미 1988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을 이끌고 유럽피언컵(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세계적 명장이었다. 첨단 스포츠과학에 정통했던 그는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 축구에 파워프로그램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을 접목한 훈련방식으로 세계 축구의 눈을 뜨게 했다. 히딩크 감독은 자신에 대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하고 핵심을 찌르는 말로 여론전에도 능했다.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등 숱한 명언도 남겼다. 때로는 과감하게 여론에 맞서기도 했다. 반면 박 감독은 베트남에 부임하기 전까지는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달랐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로 도약하기 위해 연령별 유망주를 해외에 보내는 등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베트남 축구에 잘 맞았다. 숱한 경험을 바탕으로 적절한 처방을 내려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박 감독은 한없이 겸손하고 권위도 내려놓고 있다. 여론을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진정성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편이다. 히딩크는 한국 부임 초기에는 ‘오대영’으로 불릴 만큼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박 감독은 부임 초기부터 성적을 올리기 시작해 1년 가까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국 남녀 마라톤 유망주 14명이 2018 동아마라톤 꿈나무 장학금을 받았다. 김건오(울산고) 등 남자 6명과 최수인(김천한일여고) 등 여자 8명은 17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8 동아마라톤 꿈나무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금을 받았다.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은 매년 육상 장거리에서 뛰어난 성적을 낸 남녀 고교 선수 10명씩을 선정해 이 상을 수여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의 뒤를 이을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해 2002년 만들었다. 김건오와 신용민 전재원(이상 배문고) 박종학(경기체고) 등 남자 4명과 최수인과 박서연(오류고) 등 여자 2명은 상·하반기 연속 장학생으로 뽑혀 400만 원(반기당 200만 원)을 받았다. 김건오는 6월 열린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5000m에서 15분10초23을 기록해 상반기 랭킹 3위로 장학생에 선발됐고 7월 열린 디스턴스챌린지 1차 대회 5000m에서 14분32초15를 기록해 하반기 랭킹 1위로 다시 장학생이 됐다. 김건오의 14분32초15는 역대 고교 5000m 랭킹 11위에 해당한다. 역대 1위는 2006년 전은회(당시 배문고)가 기록한 13분56초59다. 최수인은 6월 KBS배 육상대회 5000m에서 17분38초69, 10월 전국체전 5000m에서 17분19초38을 기록해 상·하반기 장학생이 됐다. 이연택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 이사장은 “황영조 이후 한국 마라톤이 침체 일로에 있다. 이제 다시 한국 마라톤이 두각을 나타내야 할 때다. 여러분이 한국 마라톤을 빛낼 미래이자 희망이다.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가지고 한국 마라톤을 위해 달려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2018년 동아마라톤 꿈나무 장학생 ▽남자=김건오(울산고) 신용민 전재원(이상 배문고) 박종학(경기체고) 김종윤(충북체고) 이준수(단양고) ▽여자=최수인(김천한일여고) 김도희 최민정(이상 서울체고) 이유정(대전체고) 박서연(오류고) 김진주 권다혜(이상 경북체고) 김화영(양구여고)}

아버지 어머니께서 만 62세에 세상을 등진 사실에 자극을 받아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년. 그는 환갑을 훌쩍 넘은 나이에 마스터스마라토너들의 꿈인 풀코스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을 달성할 정도로 활기찬 삶을 살고 있다. 2018년 동아마라톤올해의선수상 시상식(12월 5일)에서 최우수선수상을 받은 안덕상 씨(63) 얘기다. 그는 70세까지 서브스리 기록을 유지하는 게 최대 목표다. “아버지 어머니께서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사셨는데 비교적 단명했다. 유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등산 등 운동을 했지만 뭔지 부족한 것 같았다. 그 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달렸다. 5km, 10km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거리를 늘렸고 2005년 10월 국제평화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처음엔 관절에 통증이 왔다. 내 체중이 77.8kg으로 과체중이었다. 하지만 계속 달리니 괜찮아졌다. 전문가들이 마라톤 초기엔 안 쓰던 근육을 쓰다보니 통증이 올 수 있는데 달리면 주위 근육이 발달해 안 아프다고 했다. 진짜 그랬다.” 안 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았다. 혈액 검사 80여 가지를 했는데 질병과 관련된 어떤 증상도 없었다고 한다. 체중도 63.4kg으로 14kg 넘게 빠졌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고 한다. “하루에 10km 이상 달린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성경을 보고 기도한 뒤 6시나 6시30분부터 달린다. 그리고 저녁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력을 보강한다.” 레그 프레스(Leg Press)와 레그 익스텐션(Leg Extension), 레그 컬(Leg Curl), 스쿼트(Squat), 칼프 레이스(Calf Raise), 복근운동. 이 6가지는 꼭 빼놓지 않고 하는 보강운동이다. 다리 근육 및 무릎 주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다. 무릎 주변 근육이 튼튼해야 달려도 무릎에 이상이 없다. “처음 달린 땐 팔이 아파 수건을 목에 매고 팔을 걸고 달린 적도 있었다. 팔 치기를 잘 하려면 팔도 힘이 필요하다. 팔 주변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있다.” 안 씨는 지금까지 풀코스 75회를 완주했다. 2012년까지 연 1,2회를 풀코스를 달리거나 2년에 한 번 완주했다. 2013년부터 연 10회 이상 달렸다. 2007년부터는 국내 최고 권위의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에 계속 출전하고 있다. “2013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처음 서브스리를 기록했다. 그동안 혼자 하다 2012년 중순 러닝아카데미에 가입해 열심히 훈련했다. 그해 10월 3시간1분51초를 기록했다. 겨울에 남산에서 열심히 달려 이듬해 3월 꿈에 그리던 서브스리를 달성했다.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2시간59분09초. 욕심은 욕심을 낳는다. 2013년부터 풀코스 완주 횟수를 늘리고 2015년 풀코스 15회를 달리다 병이 났다. 관리를 잘 못한 탓이다. “솔직히 마스터스마라톤을 지도하는 사람들 중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잘 달린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데….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 2015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4분55초를 기록했다. 그런데 속칭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은 뒤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9분대를 기록했다. 오히려 뒤 처진 것이다.” 200m, 400m 인터벌트레이닝에 이어 1km 인터벌트레이닝, 3km 인터벌트레이닝까지 시켰다. 1km 7~8개, 3km 5개. “나중에 엘리트선수 지도자에게 물어보니 ‘선수들도 그렇게 안 시킨다’고 했다. 따라하다 보니 기록이 단축돼 계속 했는데 결국 병이 났다.” 60세를 넘겨서도 잘 따라해 대견하다고 했는데 결국 무리를 한 것이다. 2016년엔 완전히 망쳤다. “어설픈 감독이 사람 잡는다고 했다. 2016년 초반 몸이 좋았다. 그런데 서울국제마라톤 3주를 남겨두고 3km 인터벌트레이닝 5세트를 하다 햄스트링 올라와 6개월 치료를 받았다. 이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2017년엔 다른 일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고 8월엔 발가락이 골절돼 핀까지 박았다.” 안 씨는 2017년 10월 발가락에서 핀을 뽑은 뒤 2018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올인’했다. ‘재기를 하느냐 마라톤을 그만 두느냐’에 갈림길이었다고 했다. “발가락에 통증이 와 달릴 수가 없어 스쿼트 등 근육운동을 많이 했다. 6가지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했다. 봄이 올 때쯤부터 몸이 좋아졌다.” 안 씨는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4분 35초를 기록하며 전체 153위에 올랐다. 2시간 54분 35초는 개인 최고기록이기도 하다. 당시 60세를 넘긴 참가자 중 서브스리는 안 씨가 유일했다. 그는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 57분 39초로 31위를 했다. 2018동아마라톤올해의선수상에서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이유다. 2007년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동아마라톤올해의선수상 수상자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고, 10월 동아일보 주최 대회(공주, 경주국제)에도 참가한 마스터스참가자들 중에서 선발한다. 대회 기록과 마라톤을 위해 노력한 점, 자원봉사와 기부 등 사회 활동도 주요 평가 요소다. 최우수선수상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남녀 연령별 우수선수상 수상자 중에서 뽑는다. 안 씨는 장애인 직업교육과 생활지원, 육상 꿈나무 발굴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그는 ‘시행착오’를 통해 마라톤을 배웠다고 했다. “알았으면 다칠 정도로 무리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다쳐 인터벌트레이닝을 하지 않고 근육 운동을 많이 한 게 도움이 됐다. 심한 인터벌트레이닝은 부상으로 이어졌다. 하체 근육을 잘 키우고 적절하게 달리는 나만의 훈련법을 터득했다. 제대로 달리려면 제대로 된 전문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는 잘못된 마라톤문화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전국에 마라톤사관학교가 여러 개 있다. 잘 가르치는 곳도 있지만 엉터리인 곳도 있다. 특히 기록이 안 되는 사람들 서브스리 기록을 만들기 위해 속칭 ‘밀어주기’까지 한다. 밀어주기는 3시간 언저리 기록을 가진 사람을 결승선을 앞두고 뒤에서 잘 달리는 사람이 밀어주는 행위다. 이렇게 기록을 만들면 무슨 의미가 있나? 마라톤은 조력행위가 있으면 실격이다. 각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이런 편법을 쓰는 사람들을 가려서 징계해야 이런 잘못된 문화가 없어질 것이다.” 안 씨는 축구를 하다 오른쪽 인대를 다쳐 양쪽 발길이가 다른 가운데서도 서브스리를 하고 있다. “오른쪽 다리가 항상 벌어진 채 달린다. 힘이 들면 더 벌어진다. 남들이 볼 땐 이상하다고 한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서브스리를 기록했다. 마라톤은 힘든 고비를 참고 넘겨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하면 절대 서브스리 못한다. 힘들다고 중간에 훈련에 빠지면 절대 안 된다. 서브스리를 하기 위해선 삶 자체가 달리기에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는 달리기를 혼자 즐기기에 최고의 스포츠라고 했다. “골프와 등산, 테니스, 축구…. 여러 스포츠를 다 해봤는데 혼자 즐기기엔 달리기가 최고다. 비나 눈이 와도 밤이나 낮이나 언제든 할 수 있다. 바로 문 밖을 나가면 시작되고 아니면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면 되니 시간도 절약 된다. 몸과 마음을 순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가 달리기다.” 장교로 군입대한 그는 군공무원으로 최근 은퇴했다. 군 생활을 하며 목사 안수를 받아 목회 활동도 하고 있다. “동아마라톤 등 메이저대회 참가 때를 제외하고는 토요일이나 공휴일 대회에 주로 참가한다. 아침에 예배 못하면 저녁에 하면 되는데 가급적 일요일엔 목회활동을 하려고 노력한다.” 안 씨는 기독교 목사들에게 ‘마라톤대회’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교회의 영향력을 감안해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대회를 만들어 달라는 호소다. “목사, 전도사는 물론 교인들도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도 건강해지나. 그런 의미에서 교회에서 마라톤대회를 만들기를 바랐다.” 대전 새로남교회가 매년 ‘대전새로남 행복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성공적이다. 안 씨는 “오정호 목사가 주관해 잘 하고 있다. 토요일 젊은 청년들을 포함해 다양한 계층이 참가해 건강과 우호를 다진다. 다른 목사님들도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 씨는 2016년 보스턴마라톤과 북경마라톤을 완주했고 2017년엔 일본 이부스키마라톤, 올 1월 중국 하문마라톤 등 해외마라톤에도 출전하고 있다. 다른 나라 마라톤 문화를 느끼고 싶어서다. 2020년엔 시카고마라톤에 출전한다. 이번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2008년 내가 잠시 보살핀 고아 아이가 시카고에 살고 있다. 당시 한 사회복지 단체의 위탁을 받아 생후 1개월 된 아이를 11개월까지 돌봐줬다. 돌이 되기 전에 해외입양을 해야 해 약 10개월 키웠는데 그 입양 부모와 인연을 맺게 됐다. 시카고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는 부부였다. 그 부부는 우리나라에서 5명을 입양했다. 내가 보낸 아이가 두 번째였다. 지난해 11월 다섯 번째 아이를 데리러 왔을 때 만났는데 시카고에 방문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간다고 했다.” 왜 내년이 아니고 2020년일까? “아이들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서브스리를 기록하고 싶어서다. 2016년 보스턴에선 3시간19분대를 기록했다. 보스턴 때는 60대 이상 연령대로 참가했다. 시카고에서는 65세 이상 연령대에서 좋은 랭킹에 오르고 싶다. 내가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여야 그 아이들도 좋아할 것 같다. 나도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을 그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 70세에도 서브스리 가능할까? “전 세계적으로 70세에 서브스리를 기록한 사람이 딱 2명 있다. 사실 쉽지 않다. 못할 확률이 70~80%, 아니 그 이상일 수 있다. 다만 목표가 있어야 달리는 것도 즐겁다. 내가 좀 무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내가 설정한 목표를 위해 달릴 때, 그때가 가장 행복하다. 현재 서브스리를 하고 있는데 만족한다. 현재로선 이 컨디션을 가급적 오래 유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100세 시대 건강법 연재 초창기에 ‘중형차’로 살려면 웨이트트레이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근육에 파워가 넘치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웨이트트레이닝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웨이트트레이닝의 원칙을 알아본다. 첫째 최대 반복횟수가 있다. 최대 반복횟수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사용하는 중량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의 기준이 된다. 중량을 이용해서 운동을 할 때 정해진 중량으로 일정 횟수만큼 운동을 한 뒤 힘에 부쳐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횟수를 최대 반복횟수라고 한다. 보통 한 무게를 가지고 12~15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횟수를 하는 게 쉽다면 중량을 늘리고, 어렵다면 중량을 낮춰야 한다. 필자의 경우 최근 벤치프레스(Bench Press)를 65kg으로 12회 씩 3세트를 하고 있다. 12회 이상 하면 3세트를 소화할 수 없다. 현재 필자에게 65kg이 최대반복 횟수 중량인 셈이다. 정확한 최대 반복횟수를 알기 위해선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시간을 두고 여러 번의 시험을 해봐야 한다. 그와 함께 언제나 근육이 힘에 부쳐 더 이상 운동할 수 없는 상태가 되도록 운동하면서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꼭 알아둬야 할 점은 운동과정에서 최대 반복횟수에 대해 자신이 느끼는 효과가 결코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근력이 증가함에 따라 중량을 늘려야 같은 최대 반복횟수로 근육 강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가 65kg으로 15회 이상 3세트를 소화할 수 있다면 중량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과부하의 원리. 과부하는 말 그대로 부하를 과하게 주는 것이다. 부하는 앞에서 설명한 스트레스로 이해하면 된다. 운동하기 편한 상태를 넘어서 근육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단련시킨다는 기술적 용어다. 근육에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주게 되면 그것을 감당하기 위해 근육은 강해진다. 따라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할 때 항상 근육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까지 운동하는 게 효과적이다. 필자는 한달 전만해도 벤치 프레스를 55kg으로 했다. 15회 씩 3회를 해도 거뜬했다. 그래서 근육의 힘을 더 키우기 위해 10kg을 올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과부하의 원리다. 과부하는 무게, 운동 종목수, 반복횟수, 트레이닝 빈도, 세트수, 세트 사이 휴식기간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무게를 올려 근육에 자극을 줄 수도 있고 똑같은 무게로 반복횟수를 증가시켜 할 수도 있다. 이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서 하는 게 안전하다. 필자의 경우 컨디션이 좋지 않을 경우 벤치 프레스 무게를 50kg으로 낮춰 반복 횟수를 15~20회로 늘려서 한다. 무게를 줄인 대신 반복횟수를 늘린 것이다. 스쿼트(Squat)와 레그 프레스(Leg Press) 등 다른 종목도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최대 근력을 키우기 위해선 결국 부하(무게)를 더 올려 운동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점증부하의 원리. 앞의 얘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체는 반복운동을 하면 자극에 대한 적응력이 생긴다는 것을 설명하는 원칙이다. 따라서 이전에 받은 이상의 자극을 근육에 줘야 지속적인 근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트레이닝 기간이 증가되면 이에 따라 주어지는 자극도 체계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운동 시작 3개월이 넘었는데 똑같은 무게로 운동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운동을 시작해 지속한다면 그 기간에 맞게 무게도 차근차근 올려야 한다는 뜻이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우리 신체 내에는 유산소(Aerobic) 및 무산소(Anaerobic) 운동에 필요한 화학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장 3개가 있다. 먼저 무산소 에너지 생산과정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산소가 필요 없는 에너지 공장’으로 설명한다. 100m달리기나 역기들기 같은 격렬한 운동을 단시간 내에 해야 할 경우에 필요한 에너지는 무산소공장을 통해 공급된다. 무산소공장엔 ‘ATP-PC시스템’과 ‘젖산시스템’ 두 가지가 있다. ATP-PC시스템(즉석 에너지)은 가장 간단한 체내 에너지 생산공장으로 에너지가 필요할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단거리 달리기나 역기를 들 때는 들이 마신 산소를 태워 쓸 수 있는 시간이 없다. 산소는 호흡한 뒤 약 50초 정도가 지나야 근육속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소 없이 체내에 있는 ‘즉석 에너지’를 태워 쓰게 된다. 체내 골격근과 심장근, 뇌 등에는 비교적 많은 양의 고 에너지 물질인 인산크레아틴(Phosphocreatine·PC)이 저장돼 있다. 무산소 에너지 공급능력은 저장된 ATP(Adenosine Triphosphate·삼인산아데노신·근수축 에너지원)의 양과 PC의 양에 달려 있다. 100m달리기를 한다고 가정해보다. 출발신호와 함께 최대의 힘을 발휘하여 달려야 한다. 이때 출발과 가속에 필요한 에너지를 즉각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근육속에 저장된 ATP가 바로 분해 된다. ATP가 감소하면 근육속에 저장된 PC가 분해 되면서 ATP를 빠르게 다시 만들어 운동을 지속할 수 있게 해준다. 이 과정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산소시스템으로 불린다. 이 시스템은 10~15초 사이에 폭발적으로 힘을 쓸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두 번째 무산소 공장은 젖산시스템이다. 짧은 단거리를 온힘을 다해 달리다보면 체내에 저장된 ATP와 PC를 다 쓰게 된다. 이때부터 달리기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다른 에너지 공급 체계가 필요한데 그게 젖산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효소라는 특수 물질을 이용해 혈액이나 근육속에 저장돼 있는 탄수화물 연료를 분해 시켜 ATP를 만든다. 포도당이라는 탄수화물은 여러 단계를 거쳐 분해 되는데 각 단계마다 특수한 효소가 작용한다. 이 과정에서 피로 유발물질인 ‘젖산’(Lactic Acid)이 파생된다. 그래서 젖산시스템으로 불린다. 이 시스템은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에너지를 비교적 빠르게 생산한다는 측면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을 부산물로 생산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많은 ATP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과거 오래달리기를 할 때 몇 백m 달리고 나면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현상을 경험했을 것이다. 체내에 젖산이 쌓이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젖산시스템은 젖산이 쌓이고 ATP 생산 속도가 점점 느려져 결국에는 ATP 생산이 안 된다. 이 시스템은 강도 높은 운동을 할 때 약 2분까지만 작동할 수 있다. 달리기로 치면 약 800m를 달릴 때(엘리트 선수의 경우)까지 사용된다. 이제 산소가 필요한 에너지 공장을 소개한다. 이 시스템은 말 그대로 산소를 사용해 에너지를 만들기 때문에 ‘O₂시스템’으로도 불린다. 우리는 젖산시스템으로 ATP를 더 이상 만들어내지 못해도 달릴 수는 있다. 다만 속도가 떨어진다.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시점에 유산소시스템이 가동된다. 유산소시스템은 ATP-PC시스템이나 젖산시스템에 비해 에너지 생산 속도가 느리다. 이 시스템으론 단거리 달리기를 할 때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한다. 육상에서 100m, 200m, 400m, 800m, 1500m 등으로 거리가 높아질 때마다 속도가 느려지는 이유다. APT-PC시스템이나 젖산시스템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오랫동안 만들어 낼 수 있다면 800m나 1500m도 마치 100m를 달리듯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설명했던 젖산시스템이 2분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1500m를 100m 달리듯 달리기는 불가능하다. 일부 엘리트 선수들의 경우 훈련으로 신체 능력을 키워 800m 이상의 장거리를 100m 달리듯 달리지만 생리적인 한계는 분명 있다. 훈련량으로 그 한계를 조금씩 뛰어 넘을 뿐이다. 유산소시스템은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등을 복잡한 화학적 과정을 통해 완전히 분해 시켜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도 효소라는 특수물질이 각 단계에 작용한다. 이 시스템은 젖산시스템과는 달리 젖산을 만드는 단계에서 멈추지 않고 연료를 완전히 분해하며 그 과정에서 산소를 이용한다. 마지막 분해단계에서 산소를 이용해 ATP를 만들기 때문에 유산소시스템으로 불린다. 유산소 시스템은 탄수화물은 물론 지방과 단백질도 에너지로 변화시킨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왜 유산소운동을 하면 다이어트에 좋은지’를 알게 된다. 유산소시스템은 탄수화물도 태우지만 체내에 저장된 탄수화물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일정 정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유산소운동이 다이어트에는 그만인 것이다. 이 시스템은 젖산과 같은 피로물질을 생성하지 않아 ATP를 거의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다. 한마디로 마라톤 할 때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에너지 시스템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현대 무용수인 부부는 18년째 매년 듀엣으로 정기공연을 하고 있다. 매일 춤을 추는 그들에겐 젊음과 건강이 늘 자리하고 있었다. 류석훈 댄스컴퍼니 더바디 대표(48)와 이윤경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54)는 11일 오후 7시에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안무페스티벌(SCF)에서 함께 무대에 선다. “춤에 대한 열정이 식으면 우리의 존재는 무의미해진다. 우리는 함께 춤을 추며 존재함을 느낀다. 춤을 추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고 편안하다. 우리 부부는 춤에 대한 열정은 물론 춤을 통해 추구하는 방향이 같다.” 부창부수(夫唱婦隨)가 따로 없다. 무용을 포함해 각종 예술, 스포츠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 중에서 50세 넘어서까지 활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부부가 함께 무대에 서는 사례는 국내에서는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류 대표와 이 교수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이 교수는 5살 때 한국무용을 시작으로 평생 춤을 추며 이 분야에서 인정받는 무용수였고 류 대표는 군대를 다녀온 20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춤을 춘 ‘늦깎이 무용수’였다. 류 대표와 이 교수는 서로를 ‘선생’으로 불렀다. “류 선생을 1994년 처음 봤다. 류 선생이 당시 ADF(미국댄스페스티벌)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외국 유명 안무가들이 미국에서 6주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류 선생이 돌아온 뒤 현대무용의 대가 육완순 선생님이 내게 소개시켜줬다. 육 선생님이 준비한 슈퍼스타 지저스크라이스트 공연에 류 선생을 출연시킨 게 계기였다.”(이 교수) 이 교수는 류 대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솔직히 ADF 측에서 왜 류 선생을 선택했는지 의아했었다. 하지만 그를 선택한 외국 안무가들의 눈은 정확했다. 당시 남자 무용수들은 힘차고 거칠게 춤을 췄다. 그런데 류 선생은 여자보다 더 부드러운 동작으로 춤을 췄다. 움직임이 너무 아름다웠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던 류 대표는 충북 청주에서 무용학원을 하던 누나의 권유로 무용을 시작했다. “솔직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고 있을 때였다. 누나 일 도와준다고 학원에 갔는데 ‘무용을 해보는 게 어때’라고 했다. 그래서 무용학과에 진학했다. 무용을 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에 준비가 덜 됐다. 군대를 마치고 돌아와서야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류 대표) 이 교수는 류 대표가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선명하게 춤을 췄다’고 했다. “무용을 늦게 시작해 몸에 밴 게 없었던 것이 오히려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어렸을 때부터 했다면 그동안 해왔던 루틴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춤을 췄을 텐데 류 선생은 언제나 기본을 중시했다. 외국 안무가들은 그 점에서 가능성을 높이 봤던 것 같다.” 기본과 원칙, 전통을 중시하던 이 교수의 춤과 일맥상통했다. 류 대표는 노력파였다. 늦게 시작한 만큼 더 땀을 흘려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25세에 본격적으로 춤을 췄으니 많이 늦었다. 몸이 빨리 굳었다. 수도 없이 몸을 풀고 몸을 움직여야 했다. 기본을 열심히 하다보니 춤이 보였다. 원초적인 움직임을 시작으로 춤을 만들어갔다. 하루 12시간 씩 춤을 췄다. 지방에서 서울로 오면서 춤을 춰야해 힘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다보니 주위에서 공연 무대에도 자주 올려줬다.” 류 대표는 무용을 본격적으로 배울 때 첫 단추를 잘 꿴 게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초창기 이대 동문 무용단인 컨템퍼러리와 탐에서 춤을 많이 췄는데 항상 기본기를 강조했다. 기본을 하고 작품에 들어가는 습관을 그 때부터 잘 들였다. 지금까지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류 대표와 이 교수가 중년을 넘긴 나이에도 왕성하게 춤을 출 수 있는 배경에 이런 기본이 있었다. “우리는 본격적으로 춤을 추기까지 2시간 정도 몸을 푼다. 근육 마사지와 스트레칭을 하고 바와 플로어까지 하고 작품 연습에 들어가거나 공연을 한다. 내가 50년 가까이, 류 선생이 25년 매일 춤을 추고도 아직 큰 부상 없이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는 이유다. 요즘 아이들은 빨리 결과를 내고 싶어 대충하고 작품 연습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다 큰 부상을 입는다.”(이 교수) 워밍업을 등한시하는 게 최근 어린 무용수 중에서 몸이 틀어지거나 무릎 발목의 인대를 다쳐 꿈을 접는 경우가 많아지는 이유란다.1990년대 활동 당시 현대무용 공연에서 듀엣을 도맡아 하던 이 교수는 1995년 컨템퍼러리 20주년 작품을 할 때 류 대표와 함께 했다. 그 때부터 계속 함께 작업을 했다. 둘은 2001년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첫해부터 부부 공연도 시작했다. 우리 둘은 춤에 대한 열정이 강했고 잘 맞았다. 무용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 졸업생 등을 가르치다보니 무용단을 만들고 싶었다. 처음에 우리 성을 따 ‘이류 무용단’으로 시작했다. 2001년 ‘변신’이라는 군무를 공연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계속 공연하다 2004년 제대로 무용단을 만들면서 더바디(The Body)로 바꿨다. 일류도 아니고 이류는 이상해 바꾼 것이다.”(류 대표) 더바디는 부부의 철학을 담은 것이다. “우린 춤을 출 때 몸 움직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가장 원초적인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고. 그래서 ‘몸’이라는 더바디로 명명했다. 우리 공연은 특별한 세트가 없다. 몸으로 시작해 몸으로 끝난다.”(류 대표) “우리가 추구하는 최종점은 같다. 몸이다. 가는 방식은 약간 다르지만…. 요즘 무용계에서도 시대 흐름에 따라 융복합이 유행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분별한 융복합을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 우리는 순수하게 몸으로 현대무용을 하고 싶다. 융복합을 시도하다 보면 본질이 없어지고 엉뚱한 게 주가 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우리는 그런 현상을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그래서 우리 작품은 좀 클래식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교수) 그렇다고 시대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무용에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융복합은 배제하지만 몸 움직임의 변화는 시대 흐름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과거와 현재, 움직임을 보는 시각이 다르다.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게 다르다. 그런 면에선 시대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그래도 융복합의 주는 몸이어야 한다.”(류 대표) “한국무용을 시작해 발레, 현대무용가지 무용은 다 해봤다. 결국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몸의 전통성이다. 외국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동작을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전통을 추구한다. 순박한 우리 조상들의 움직임을 현대무용화 하는 게 우리의 목표다.”(이 교수) 부부는 한국적인 움직임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적인 움직임은 ‘정중동(靜中動)’이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는다고 정이 아니고 많이 움직인다고 동이 아니다. 정과 동을 몸으로 느끼고 고민을 하면서 춤을 춰야 한다. 외국에 가서 공연하면 한국적 요소가 있으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고 질문을 한다. 결국 전통적인 요소가 춤에 반영돼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다.”(이 교수) “한국적 요소에 서양적인 모던함이 섞여 나올 때 해외 관계자들이 신기하게 바라본다.”(류 대표) 류 대표는 한국전통무용의 대표주자 국수호 선생(70)으로부터 전통무용을 배우고 있다. “한국무용의 호흡을 배우고 있다. 현대무용수들이 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찾고 있다. 승무의 장삼을 입고 춤을 추며 전통적인 움직임을 현대화 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류 대표는 안무를 맡고 이 교수는 연출을 한다. “류 선생은 몸 움직임에 대한 생각이 많다. 창의적이라고 할까. 작품을 할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류 선생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 나는 그 작품을 조각 다듬듯 다듬는 역할을 한다. 류 선생이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하면 나는 핵심만 뽑아내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이 대표) “이 선생은 잘라내는 역할을 잘한다. 잘 다듬는다고 해야 할까. 솔직히 작품을 만들 때 의견충돌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작품의 완성도가 더 높아졌다.”(류 대표) 부부는 18년 함께 하며 매년 1개의 군무 신작과 듀엣 작품을 여러 개 합작했다. 매년 부부 정기공연 1회를 한다. 초청 무대까지 감안하면 연 2~4회 정도 함께 무대에 선다. 류 대표는 크고 작은 무대에 15회에서 20회 선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이 교수는 연 5회 정도 무대에 선다. 두 부부는 평생 함께 춤을 추는 게 인생 최대의 목표다. “어렸을 때부터 춤 외에는 생각해본 게 없다. 따른 쪽으로 시각을 돌릴 수 없었다. 춤을 안 추면 화가 난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안 하는 느낌이랄까. 아직도 몸 관리하면서 계속 춤을 추는 이유다. 70세까지 지금처럼 무대를 1시간 정도 누빌 수 있는 움직임과 에너지를 지키고 싶다. 그 이후엔 깊이와 내공 있는 춤을 추고 싶다.”(이 교수). “좀 늦게 시작했으니 이 선생보다 더 오래 춰야할 것 같다. 나로선 늦게 시작한 게 춤추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남자 무용수의 경우 일찍 시작해서 군대 마치고 경제적인 곳에 눈을 돌리다보면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난 늦게 시작해 계속 배우겠다는 자세로 무용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류 대표) 현대무용계에서 류 대표는 ‘레전드’로 불린다. 늦게 시작해 최고가 됐고 많은 나이에도 아직 열정적으로 춤을 추기 때문이다. 부부에게 나이차가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춤을 춰 젊어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부는 “함께 춤을 추며 백년해로 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큰 아들이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있어 우연한 기회에 류석훈 댄스컴퍼니 더바디 대표(48)와 이윤경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교수(54)의 공연을 보게 됐다. 멋있었다. 부부가 함께 이렇게 오래 춤을 추고 있는 모습 그 자체가 아름다웠다. dongA.com에 100세 시대 건강법을 연재하면서 혼자 즐기는 사람보다 부부가 함께 즐기는 모습이 더 아름다워 보였다. 국내의 산 1만6000 봉우리를 오른 예비역 육군 중령 심룡보 씨(80)는 “요즘 아내와 함께 다지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6년 전까지 아내와 함께 산을 다닐 때 더 즐거웠다는 얘기다. 아내가 건강상 함께 할 수 없어 친구들과 산행을 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허전하다고 했다. 움직이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까지 완주한 이영미 작가(51)는 “남편이 왜 마라톤과 사이클에 빠져 사는지 몰랐는데 내가 직접해보니 알겠더라. 요즘 사이클을 함께 타고 배드민턴도 치는데 부부 관계가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스포츠에 빠진 경험을 ‘마녀체력(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이란 책으로 엮은 이 작가는 매주 토요일 친구 부부들과 배드민턴을 치며 삶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 스포츠심리학에 사회적지지(Social Support)라는 게 있다. 특정인이 어떤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요인으로 정서적, 정보적, 물질적, 동반자 지지(지원) 등이 있는데 이중 동반자 지지가 가장 강력하다고 한다. 스포츠심리학 박사 김병준 인하대 교수는 “스포츠심리학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운동이나 스포츠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게 하는 것이다. 스포츠를 즐길 때 함께 해주는 동반자가 중요한데 그 동반자가 남편이나 아내면 더 오래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부부가 한 종목을 함께 즐기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부부가 함께 즐길 때 운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건강증진은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생긴다. 아직 연구 논문을 보지는 못했지만 부부가 함께 스포츠를 즐기면 건강이 따라오니 건강수명도 늘어날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라톤 풀코스 5회 완주한 필자는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마라톤마니아들을 많이 지켜봤다. 다들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데 대부분 남녀 모두 ‘나홀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에 동호회에 나가서 회원들과 즐기는 것이다. 함께 달리고 나면 회식을 하고 회식을 하다보면 술을 마시고 저녁 늦게 들어간다. 회식 하는 순간부터 대부분 중년 남자들은 ‘왜 빨리 안 들어오냐’는 부인들의 전화와 전쟁을 벌인다. 함께 하면 최소한 이런 일은 없지 않을까. 보통 남편들은 아내와 스포츠를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로 ‘수준 차’를 든다. 하지만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는 많다. 최근 부부 스포츠로 뜨고 있는 게 배드민턴과 테니스, 탁구다. 어느 정도 함께 치다보면 남녀의 수준 차이가 거의 없이 즐겁게 칠 수 있다. 사이클과 스포츠댄스, 요가 등도 부부가 함께 하기 좋다. 수준 차가 많이 날 수 있는 마라톤의 경우도 함께 즐길 수 있다. 남편은 풀코스, 아내는 10km나 하프코스를 달리면 된다. 풀코스를 달려도 남편이 먼저 들어가 1,2시간만 아내를 기다려주면 함께 대회 출전할 수 있다. 100세 시대, 혼자보다는 함께 할 때 더 오래 즐길 수 있다. 그 함께 하는 파트너가 평생 동반자인 남편과 아내면 더 즐겁지 않을까.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한국 마라톤 발전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5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열린 포카리스웨트와 함께하는 ‘2018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 남자부 60대부 우수선수로 최우수선수상까지 받은 안덕상 씨(63)는 “국내에서 마라톤 붐이 식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시 마라톤이 인기를 끌 수 있도록 마스터스마라톤 활성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2007년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는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 참가하고, 10월 동아일보 주최 대회(공주, 경주국제)에도 참가한 선수 중에서 선발한다. 대회 기록과 마라톤을 위해 노력한 점, 자원봉사와 기부 등 사회 활동도 주요 평가 요소다. 최우수선수상은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남녀 우수선수상 수상자 중에서 뽑는다. 안 씨는 2004년 비교적 늦은 나이인 49세에 건강을 위해 마라톤에 입문했다. “부모님 모두가 62세에 세상을 뜨셨다. 혹 유전적인 요인이 있나 싶어 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10km 달리기부터 시작해 풀코스까지 완주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환갑을 넘긴 안 씨는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4분35초를 기록하며 전체 153위에 올랐고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7분39초로 31위를 했다. 풀코스를 총 75회 완주했고 올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기록이 개인 최고기록이다. 안 씨는 2007년부터 매년 동아마라톤에 출전하고 있다. 2013년 대회에서 처음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했고 2015년 대회에선 2시간54분55초로 60대부 최고기록을 세웠다. 70세에도 서브스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예비역 장교인 그는 군복무 시절 목사 안수를 받아 목회활동을 하고 있으며 장애인 직업교육과 생활지원, 육상 꿈나무의 발굴·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편 연령대별 우수선수상은 남자부에서 송재영(29) 남평수(39) 송영준(41) 김형락(55) 씨, 여자부에서 이지윤(34) 김영민(44) 윤순남 씨(52)가 받았다. 2019 도쿄마라톤 출전권이 주어지는 포카리스웨트 영러너어워즈에선 김은섭 씨(26)와 손나래 씨(34)가 수상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근 우리 사회에는 참살이 열풍을 타고 에어로빅 운동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살을 빼게 해주고 치매를 없애 주는 등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건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에어로빅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에어로빅(Aerobic), 유산소 운동과 언에어로빅(Anaerobic), 무산소 운동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이 개념은 운동(스트레스)의 강도 차이에서 나온 것이다. 운동 강도가 어느 정도냐에 따라 우리 신체 내에선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100m와 1000m를 달려본 사람은 다 느꼈을 것이다. 100m는 온힘을 다해 뛸 수 있지만 1000m는 천천히 달려야만 완주할 수 있다. 1000m를 온힘을 다해 달리면 일반인은 100m, 200m, 선수들의 경우는 300, 400m이후 급격히 스피드가 떨어져 천천히 걷듯이 달린다. 사실 처음부터 빨리 달리면 오버페이스가 돼 제대로 완주조차 못한다. 우리 몸은 100m를 달릴 때와 1000m를 달릴 때 생체적으로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한다. 100m는 너무 순식간에 뛰기 때문에 채 산소를 공급하지 못한 상태에서 체내 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런데 이렇게 해서 쓸 수 있는 에너지는 기껏해야 1분 정도. 그 이후엔 산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어야만 달릴 수 있다. 여기서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운동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우리는 움직일 때 산소가 필요할 때가 있고 필요하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가 몸을 움직일 때 신체 안에서 만들어지는 에너지의 생성과정에 산소의 유무가 관련되기 때문이다. 운동의 강도(온힘으로 달리느냐, 천천히 달리느냐)와 운동의 지속시간에 따라 신체 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다르다. 우리 몸은 그냥 움직여지는 게 아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이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움직이는 기름이나 배터리와 같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특히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괘종시계의 태엽을 감아주면 태엽이 다 풀어질 때까지 시계가 가고, 떨어지는 물은 수레바퀴를 돌려서 물레방아를 찧게 한다. 그러나 다 풀린 태엽이나 수평면에 있는 물은 시계를 가게 하거나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 감아준 태엽, 높은 곳에 있는 물은 정지하고 있는 다른 물체를 움직이게 하고 위치를 바꾸거나 속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을 바로 에너지라고 한다. 에너지를 간단히 표현한다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몸이 힘을 내기 위해서는 대기 중에 있는 가스를 이용해 몸속에 있는 에너지를 전환시킴으로써 가능하다. 이를 화학에너지(Chemical Energy)라고 한다. 간단하게 우리가 먹은 밥을 화학에너지로 바꿔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생리적인 과정을 통해 이러한 화학에너지가 유용하게 사용되려면 화학에너지는 기계에너지, 전기에너지 혹은 열에너지로 전환돼야 한다. 인체의 대사 작용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세포 내에 있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안에서 이루어지는 산화(Oxidation)라고 하는 화학적인 작용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의 산화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에너지 생성이다. 이렇게 생성된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신경자극의 전기에너지가 나타날 수 있고 근육이 수축할 수 있는 기계에너지가 생기며,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열에너지가 발생한다. 근육이 수축할 때 필요한 에너지원은 삼인산아데노신으로 불리는 ATP(Adenosine Triphosphate)다. 이게 체내에서 분해 돼 근육을 움직인다. ATP는 음식물의 산화과정을 통해 생기는 에너지다. ATP는 골격근, 심장근 등에 대량으로 저장돼 있다. 근 수축에 필요한 에너지는 ATP의 분해로 가능하며 ATP의 생성은 산소를 쓸 수 있는 양에 따른다. 산소가 없는 경우에도 ATP의 재합성은 가능하다. 하지만 산소 없이 1분 이상은 불가능하다. ATP를 만드는 과정이 무산소와 유산소로 나뉘는 이유다. 100m를 달릴 때와 1000m를 달릴 때 다른 시스템이 작용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전은 다음 기회에 소개한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대한민국 울트라마라톤 ‘1세대’ 이윤희 파워스포츠과학연구소 대표(60)는 고등학교 때부터 제대로 먹고 운동하는 법에 관심이 많았다. 한 스포츠 잡지에서 보디빌더 출신 영화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미국) 같이 멋진 몸을 만들려면 단백질을 잘 먹어야 한다는 기사를 본 뒤 웨이트트레이닝과 단백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은 ‘달리는 영양 및 건강 전도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당시 아놀드에 매료돼 있었는데 서울 태릉선수촌의 체력강화 위원이 근육을 키우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단백질을 잘 섭취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과연 먹어서 아놀드처럼 될까’ 궁금했다. 동국대 식품가공학과에 입학했다.” 중학교 때 소년체전에 나가려고 태권도를 잠시 한 게 운동의 전부. 그는 대학을 다니며 체육과 수업을 많이 들었다. 운동과 영양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웨이트트레이닝 등 운동도 병행했다. 이 대표는 대학을 다니며 좋은 단백질을 만들어 운동하는 사람들에게 공급하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키웠다. “1984년 빙그레에 입사했다. 식품을 연구 개발하는 것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연구 개발 시스템을 배운 뒤 생산부로 가서 직접 생산도 했다. 1991년엔 무역회사로 옮겼다. 무역 자유화가 아닐 때 특정 원료가 어떻게 오가는지를 배웠다.” 1993년 단백질 식품 보조제를 만드는 (주)파시코를 창립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엔 단백질이란 개념조차도 없었을 때였다. 국내에 합법적인 단백질 식품 보조제 생산 규정이 없었다. 국립보건원까지 찾아가서 없던 단백질 원료 수입 규정을 만들어 1996년 9월 1일부터 정식으로 국내산 단백질 보조제를 만들 수 있었다. “당시까지 만해도 수입산 당백질을 알음알음으로 먹던 때였다. 운동생리학 박사는 물론 영양학을 공부한 박사들도 단백질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없을 때였다.” 이 대표는 1996년 창립한 한국운동영양학회에 가입해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다. 그 때부터 5대 영양소에 대한 개념이 체계적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던 이 대표는 1986년 서울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열린 잠실종합운동장 개장 기념 10km 마라톤대회에 참석하면서 마라톤에도 빠져 들기 시작했다. “당시 건강을 위해 조깅을 즐기고 있었는데 에어로빅 체조가 국내에 소개되는 등 유산소 운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었다. 또 심장혈관계의 상관관계 논문이 해외에서 많이 나왔다. 하지만 국내에는 돌연사에 대한 연구도 별로 없을 때였다. 그래서 달리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맨땅에 헤딩하듯 배웠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본 뒤 풀코스에 관심을 가졌다. “황영조가 일본의 모리시타 고이치를 제치고 몬주익 언덕을 넘어 우승하는 장면에 감격했다. 나도 풀코스를 달릴 수 있을까? 그 때부터 조깅 거리를 늘렸다.” 1994년부터 마스터스에게 참가 기회를 준 동아마라톤 1996년 대회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했고 1998년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달렸다. 2016년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 200회 완주를 기록했고 올 11월 초 열린 jtbc 마라톤에서 풀코스 231회를 완주했다. 최고기록은 3시간30분. 2000년부턴 울트라마라톤도 병행했다. 한계에 따른 몸의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서다. “2000년 한국울트라마라톤연맹(KUMF)을 만들어 2004년 법인화 했다. 초창기 국내에는 울트라마라톤 대회가 없어 일본 것을 모방할 수밖에 없었다. 캠코더와 사진기 들고 가서 대회를 어떻게 개최하는 지 찍어 와서 그대로 따라했다.” 그해 63km 울트라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42.195km 풀코스에 하프코스를 더한 거리였다. “회원 모두 5시간30분에서 6시간에 완주했다. 인터넷으로는 울트라마라톤을 배웠지만 개념도 없었고 트레이닝방법론도 몰랐던 시절이었다. 아 되는구나. 더 열심히 달렸다.” 이 대표는 그 무렵부터 운동과 영양, 건강의 상관관계에 관심을 가졌다. 또 수명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건강 수명을 어떻게 늘릴까. 2000년 초중반 미국에서 그런 논문이 많이 나왔다. 한국체육과학연구원(현 한국스포츠정책개발원)을 찾아 공부했고 결국 한국체대에서 운동생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스웨덴에서 근육 생리학을 공부한 김창근 교수님을 만난 게 내겐 행운이었다. 그분과 함께 달리면서 많은 연구를 했다.” 2003년 한국체대 석사과정에 들어간 이 대표는 이듬해 김창근 교수를 마라톤에 입문시켰다. 김 교수는 5km, 10km, 하프코스, 풀코스에 이어 100km 울트라마라톤까지 완주했다. 이 대표는 2009년 운동생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김 교수님은 훈련하고 마라톤을 완주하고 회복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우리가 봤던 논문이 달리는 것에 다 들어있다’고 했다. 그 때부터 우린 달리며 토론했고 다양한 논문을 쓸 수 있었다.” 다양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의미 있는 논문을 쓰기도 했다. “강화도에서 강릉까지 달리는 한반도 횡단을 하면서 150km와 200km에서 포기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포기하면서 배운 게 더 많았다. 몸이 더 이상 진행 못하는 경험, 그 생리현상을 분석하고 싶었고 결국 찾았다. 200km 이상을 달릴 때 나타나는 현상인데 근육 경련이 전신에서 동시에 일어나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휴식을 취하고 영양을 보충해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몸에 에너지는 있는데 움직일 수 없는 상황. 그런데 한번은 1시간 정도 쉬니 몸이 정상으로 돌아와 다시 달려 완주한 경험도 있었다. 과연 왜 그럴까?” 세계 운동생화학학회에서 만난 벨기에 교수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함께 분석해보자고 했다. “주변에 울트라마라톤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시작할 때, 그리고 매 50km 마다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300km까지. 그리고 완주한 뒤 휴식을 취할 때도 혈액을 채취해 분석했다. 국내에선 분석이 불가능해 벨기에로 샘플을 보내서 분석했다. 그랬더니 달린 지 24시간 무렵, 거리로는 120km에서 160km 지점에서 전신경련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게 다 똑같았다. 4년 정도 똑같은 실험을 했다. 그래서 우리 몸이 극한으로 망가질 때 몸속에서 복구 단백질이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발견했다. 우리 몸이 망가지는 것을 막으려는 몸속 기전이었다. 그렇다보니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 우린 그것을 ‘골든 크로스(Golden Cross)’로 명명하고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는 지를 연구하기도 했다. 결국 훈련을 잘하고 잘 쉬고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이런 발견 내용을 2011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해 큰 반향을 이끌어 냈다. 이후 이 대표는 마라톤과 심장혈관의 상관관계 등 운동에 따른 생리현상을 삼성병원과 상계백병원 의사들과 계속 분석하고 있다. “달리기가 심장에 좋은 영향을 주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경우도 많다. 현장에서 달리다기 심장 이상을 일으키는 등 좋지 않은 현상도 나타난다. 그 기전을 찾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운동할 때 혈압은 올라가다 어느 순간에 멈춰서 지속해야 하는데 계속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200여 명을 무작위로 찾아보니 부정맥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서브스리(3시간 이내 기록)를 기록한 사람들에게서 많이 나타났다. 그래서 3시간30분, 4시간, 4시간30분 기록대를 가진 사람들을 다시 분석했더니 4시간 이후 기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부정맥이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무리한 훈련이 심장 이상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서브스리를 달성하기 위해선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 몸은 버티지 못하는데 그것을 넘어서려고 하다보니 부정맥으로 나타난 것이다. 심장내과 전문의와 함께 연구해 해외 저널에 발표했다.” 이 때부터 이 대표는 서브스리 주자들에게 즐기면서 천천히 달리라고 권유하고 있다. “치료해서 정상으로 갔던 사람도 다시 강하게 훈련하면 다시 부정맥이 나타났다. 그럼 무리하게 서브스리를 위해 달리지 말라고 한다. 잘못하면 돌연사 한다. 과거 서브스리 페이스메이커 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요즘은 안한다. 마라톤 선수 등 선천적으로 타고난 서브스리 주자는 해도 되는데 후천적인 서브스리 주자는 안하는 게 좋다. 가장 위험한 사람들이 3시간 언저리 기록을 가진 사람들이다. 조그만 더 하면 될 것 같아 엄청 훈련을 많이 하는데 어느 순간 가슴이 덜컥거린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 CT도 찍어 봤다. “한반도 종주 620km를 마친 사람들 심장을 CT로 찍어 봤다. 심장이 20~30%는 볼륨이 커져 있었다. 한마디로 무리해서 부은 것이다. 회복 속도를 봤더니 대부분 1주일에서 10일 정도면 원위치로 돌아갔다. 풀코스와 100km, 200km, 300km를 완주한 뒤 회복기간을 비교 했더니 긴 거리에서 부은 강도가 더 높았을 뿐 회복기간은 비슷했다. 다만 이 기간보다 더 걸리는 사람들은 긴 거리를 달리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아냈다.” 이 대표는 운동 후 빠른 회복과 오래 운동을 즐기기 위해서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의 하루 필요량은 일반인의 경우 1g/체중 1kg 정도다. 체중이 60kg이면 60g을 먹으면 된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1.5~2g/체중 1kg을 섭취하면 충분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파열 된다. 심하게 운동하고 나면 근육이 아픈 이유다. 단백질을 섭취해야 빨리 복구된다. 일반 내분비 대사에도 단백질이 필요하다. 단백질이 부족하면 회복 기간이 길어진다. 새 근육이냐 헌 근육이냐의 차이다. 단백질은 혈액의 성분이기도 하다. 죽은 세포를 없애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피곤하다. 염증 반응도 많이 나타난다. 우리 몸 세포 변화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려야 피곤하지 않고 건강하다. 그러려면 잘 먹어야 한다.” 영어의 단백질인 Protein은 그리스어로 ‘아주 중요한(Very Important)’이란 뜻이라고 한다. “단백질은 영양소중 가장 중요하다. 부족하면 머리가 푸석하고 손발이 튼다. 또 외부 충격을 흡수하는 호르몬이 활성화가 안돼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영양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아야 한다.” 그럼 단백질은 어떻게 먹는 게 좋을까. “가장 좋은 섭취 방법은 자연식품을 먹는 것이다. 육류와 어류, 식물성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어떤 단백질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양학적으로 매끼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을 하면서 단백질을 매번 먹기 쉽지 않다. 그 때 보충제를 먹으면 된다. 몸속에 아미노산 풀(Pool)을 일정정도 올려놓는 게 피로회복과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이 대표는 아침에 달리고 저녁에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하지만 피곤하면 쉰다. “무슨 운동이든 억지로 하면 좋지 않다. 난 주 3, 4일 운동한다. 달리기는 10km에서 13km 정도만 달린다. 그리고 한달에 한 번 풀코스를 달린다. 울트라마라톤은 몸 컨디션이 좋으면 하고 아니면 안한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들에게 조언을 했다. “즐겨야 오래 달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쟁을 좋아한다. 빠른 사람을 존중하고 따라 하려고 한다. 성취적인 면에서는 좋을지 모르지만 그런 사람들 대부분 건강이 좋지 않다. 그런 분들이 대부분 휴식이 부족하다. 또 체중에 대한 부담으로 잘 안 먹는다. 그럼 몸이 망가진다.” 이 대표는 재밌는 실험도 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면 최소 1주일은 푹 쉬어야 회복이 빠르다. 마라톤을 완주한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하는 달리기를 ‘회복주’라고 한다. 과연 회복주가 도움이 되는 지를 실험했다. 그런데 피로물질이 내려가다 회복주를 하면 더 올라갔다. 결국 회복하는데 더 오래 걸렸다. 푹 쉬는 게 좋다. 잘 먹고 일찍 자는 게 최고다.” 이 대표는 연구와 회사 운영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한국체대와 삼육대 등에서 후학들도 지도한다. 스포츠 단체 관계자들과 지도자들에게도 강의한다. “실제 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을 전달한다. 현장에서 바로 써 먹을 수 있어야 실질적인 지식이다. 잘 먹고 잘 쉬며 운동해야 경기력이 좋다. 그리고 즐겁게 오래 살 수 있다. 이게 핵심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워크 브레이크까지 마스터했다면 이젠 마라톤에 도전할 수 있다. 물론 5km, 10km 등 단축마라톤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 7530+에서 7330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단축마라톤부터 시작하자. 5km를 완주하기 위해선 최소 33분에서 38분간 계속 뛰어야 한다. 초보자의 경우 시속 8~9km로 달린다면 5km를 완주하는데 33분에서 38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시속 10km로 달리면 30분이면 되는데 초보자가 시속 10km로 달리기는 무리다. 시속 8km도 힘들다면 시속 7km로 달리면 되는데 시속 7km는 조금 빨리 걷는 속도와 같다. 따라서 시속 8km가 초보자에겐 적당한 속도다. 시속 8km면 1km를 7분 5초 페이스로 달리는 것이다. 보통 걷는 것 보다 약간 빠르게 달리면 시속 8km는 된다. 10km는 1시간 이상을 뛰어야 하는 초보자에게는 다소 힘든 거리다. 10km를 시속 8km 페이스로 달린다면 1시간 10분이 좀 넘게 거리고, 시속 9km 페이스로 달린다면 1시간 6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5km든 10km든 뛰다가 힘들면 워크브레이크(Walk Break)를 하면 된다. 마라톤은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는 순간 즐거워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라톤하면 ‘완주’를 얘기하고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완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유명마라톤에 출전하는 마스터스 마라토너 고수들도 힘들 경우 중간에 쉬었다 간다. 다리에 경련(쥐)이 나면 스트레칭으로 풀어주고 마사지를 받고 달리는 경우도 있다. 마라톤에 입문하는 초보자는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라톤은 절대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달릴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을. 이는 5km와 10km 같은 단축마라톤에도 적용된다. 우리 능력에 맞게 달리면 된다. 달리다 힘들면 걸어라. 이런 점에서 초보자들에게 워크브레이크는 아주 유용한 마라톤 완주주법이다. 달리다 힘들면 걸으면 된다. 달리기 입문과정에서 달리다 힘들면 걸었듯이 마라톤을 하는 중에도 힘들면 일정시간을 걷고 다시 달리면 된다. 하지만 2분 이상 걷는 것은 삼가야 한다. 1분에서 2분 정도 잠시 걷고 다시 달려라. 하나 더. 달릴 때 옆으로 멋진 아가씨나 아주머니가 더 빨리 달린다고 절대 동요해서는 안 된다. ‘섹시 스타’ 이효리가 달리는 것을 보고 한 남자가 따라 뛰다가 지쳐 포기하는 우유 광고를 기억할 것이다. 마라톤은 훈련이 안 된 상태에선 절대 빨리 뛸 수 없다. 멋진 아가씨, 아주머니 따라 뛰다 1,2km도 못 달리고 포기할 것이다. 훈련을 잘 한 뒤 따라 뛰어라. 마라톤은 훈련이 뒷받침 돼야 된다. 욕심만으론 절대 안 된다. 마라톤하기 전 잊지 말아야할 일이 있다. 마라톤은 우리 몸에 주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그래서 아주 힘들다. 풀코스뿐만 아니라 5km와 10km 단축마라톤도 초보자에겐 엄청난 스트레스라는 것을 잊지 말라. 60~80kg의 몸무게를 계속해서 옮긴다는 게 얼마나 힘들겠는가. 따라서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전제 조건이 있다. 꼭 뛰기 전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 수준은 우리 몸에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까지는 필요 없다. 하지만 마라톤을 시작하려면 앞서 설명한 ‘운동부하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겉으로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심혈관까지 건강하다고 보장하지는 못한다. 또 개인적인 질병을 안고 있을 수 있다. 각종 마라톤대회에서 건강한 사람들이 5km나 10km를 달리다 쓰러져 심할 경우 사망에까지 이르는 이유는 자신의 몸 상태를 모르고 과신해서다. 평생 운동과 담 쌓고 지낸 사람이라면 특히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요즘은 건강검진이 일반화돼 있다. 큰 병을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운동부하검사’도 운동을 하기 위한 건강검진으로 생각하면 된다. 물론 건강검진과 같이 운동부하검사에서도 대부분의 사람은 운동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나타나니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라’고 했다. 꼭 마라톤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는 운동을 하기 전에는 꼭 ‘운동부하검사’를 하는 것을 잊지 말자. 특히 중년 이후 마라톤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운동부하검사’는 필수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