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대 시스템 탈피하자’…체육계 개혁 위한 특별 세미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8일 15시 04분


코멘트
‘군사정권 시대의 엘리트스포츠 시스템을 벗어나 스포츠선진국으로….’

8일 서울 연세대 스포츠과학관에서 열린 ‘체육계 개혁을 위한 스포츠와 미디어의 재검토’ 특별 세미나.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와 한국체육기자연맹, 한국여성체육학회, 한국여성스포츠회, 한국체육정책학회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다양한 목소리를 냈지만 결론은 구시대적 스포츠 패러다임을 벗어나자는 얘기로 모아졌다.

유상건 상명대 교수(스포츠정보통신기술 융합학과)는 ‘한국 스포츠 저널리즘의 재구성’에 대한 발제에서 스포츠저널리즘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했다.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인 유 교수는 “스포츠가 재미와 흥미를 전해주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스포츠 보도에 있어 다소 선정적인 보도가 이어진 측면이 없지 않다. 저널리즘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모습인 감시와 탐사보도, 그리고 의견제시 등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폭로한 성폭력 사건 등 스포츠계 (성)폭력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가지고 심층 취재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권종오 SBS 스포츠부 기자는 ‘한국 스포츠, 인권의 사각지대인가’에서 (성)폭력의 구조적인 원인을 분석했다. 그는 ‘성적지상주의’, ‘상하관계를 넘어 주종(主從) 관계인 선수와 지도자 관계’,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경기단체’, ‘그릇된 온정주의’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권 부장은 특히 “지도자의 95% 이상이 성폭력을 행사하고도 아무런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 가해자가 거의 처벌이 안 되는 체육행정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각 경기 단체의 상급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시 기능도 전무하다.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부족하고 ‘복지부동’ ‘보신주의’ 등으로 체육단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재용 KBS 취재부장은 ‘스포츠개혁은 근본적인 대책이 존재하는가?’에서 “체육계 모든 문제는 결국 정부가 학교체육을 왜곡되게 운영하면서 파생한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모두가 즐겨야할 스포츠를 엘리트선수 위주로 끌고 가다보니 금메달의 가치가 인권보다 더 인정받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운동기계’ ‘공부기계’를 없애고 모두가 즐기는 스포츠로 가기 위해선 학교체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학교체육의 키워드는 스포츠클럽과 리그다. 학교체육의 모든 문제점인 대학입시를 바꾸고 그에 따라 초중고도 모든 학생이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영신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체육계 개혁을 위한 입법 제안 및 여성 체육의 확장’에서 “허울뿐인 정책이 더 이상 반복 되서는 안 된다. 20여 년 전부터 거론되던 스포츠기본법을 당장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기본법은 국민이 유아 청소년기부터 노년기를 거쳐 죽을 때까지 스포츠를 통해 건강하게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 스포츠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스포츠는 단순하게 체육, 스포츠가 아니라 모든 국민이 향유해야 될 기본적인 내용 그리고 스포츠복지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효율적으로 스포츠 복지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원 교수는 “최근 불거진 성폭력과 관련해서는 미성년자 성폭행은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살인행위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보상하는 법적 장치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스포츠 단체 임원과 지도자의 여성 비율도 높여야 한다. 대한체육회가 여성임원 비율 30%를 의무화한다고 하지 않고 권장이라고 하고 있는 이유가 뭐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이용식 한국체육학회 부회장(가톨릭 관동대 교수)은 “1970년대 군사정권 때 만든 스포츠시스템이 아직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당시 국가를 위해 선수를 희생하는 동구권 스포츠 시스템을 들여왔는데 이젠 바꿔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엘리트스포츠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 일본도 엘리트 시스템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공부하고 운동하면서도 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신자 한국여성스포츠학회 회장(경희대 교수)은 스포츠 현장에서 성폭력이 일어나는 수치를 구체적으로 들며 “체육지도자에 여성 할당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공간 제약 없이 계속 성폭력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선 여성 지도자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미혜 한국여성체육학회 회장(인하대 교수)은 “이번만큼은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2차 피해와 보복을 염려해 두려움으로 침묵하는 또 다른 피해자를 전수 조사해 범죄자를 색출해 퇴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젠 스포츠 강국은 버려야 한다. 인권 친화적인 패러다임의 선진국형 스포츠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구 한국체육정책학회 회장(삼육대 교수)은 “사실 2012년 발표된 학교체육진흥법은 누더기 법안이다. 스포츠기본법으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체육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지금 2조 원이 안 되는데 5조 원은 돼야 제대로 된 체육정책을 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