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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라면 으레 교회에서 맞이할 크리스마스. 하지만 시리아 도시 이들립에 사는 기독교도 미셸 부트로스 알지스리 씨(90)의 발길은 인근 기독교 공동묘지로 향했다. 그리고 홀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스정교회 신자인 알지스리 씨는 이 도시에 남은 기독교인 3명 중 한 명이다. 교회가 문을 닫은 도시에서 가족도, 친구도 남지 않은 그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오신 예수의 탄생을 조용히 기린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리아 내전으로 뒤틀린 알지스리 씨의 삶을 조명했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공존하던 땅이 내전으로 억압과 슬픔이 가득한 공간이 됐다. 알지스리 씨가 기억하는 고향 이들립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그리스정교회 신자였던 부모님에게서 태어난 알지스리 씨 역시 자연스레 기독교인으로 성장했다. 도시에는 기독교 공동체도 있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이면 교회 근처 광장에 거대한 트리가 세워져 기독교를 믿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이슬람교도 아이들까지 선물을 받으러 몰려들곤 했다. 기독교인들은 이슬람교도 이웃을 집으로 초대해 크리스마스 만찬을 함께 하기도 했다. 기독교인은 종교적으로 음주가 금지된 이슬람교도에게 몰래 술을 만들어 팔며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다.약 30년간 독재한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과 그를 이어받은 아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를 지배하던 시절 이야기다. 이슬람교의 땅으로만 알려진 시리아에서 이슬람교와 기독교가 함께 살았었다. 하지만 2011년 시작된 내전은 시리아에 사는 기독교인 공동체를 처참히 파괴했다. 이슬람교 색채가 짙은 반군이 이들립을 점령한다는 소문이 돌자 이곳에 살던 1200명에 달하던 이들립 거주 기독교인들은 다른 곳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곧 이어 이들립을 점령한 반군은 기독교 색채를 드러내는 것을 금지했다. 반군은 기독교인들의 집과 운영하던 상점을 차지했다. 내전이 시작되기 전 시리아 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던 시리아 거주 기독교인들은 현재 5% 정도라고 NYT는 전했다. 이들립은 여전히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이라 이 같은 상황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알지스리 씨의 방엔 히터가 있지만 연료가 없어 킬 수 없고, TV가 있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사용할 수 없다. 형제자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동생은 미국에 있다는 것 같지만 소식을 알 길이 없다. 차로 1시간 가량 거리에 조카들이 살지만 반군과 정부군이 대치하고 있는 지역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알지스리 씨는 아예 고향을 떠나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여기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는 모두 형제”라고 NYT에 말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놓고 미국과 러시아 외교장관이 21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회담에서 시작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오늘 이견을 해결하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라며 “(우리의) 제안은 매우 구체적이며 구체적인 답변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중단 등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안전 보장을 요구해왔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서 나토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요구도 미국과 유럽에 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라브로프 장관에게 “지금은 중대한 순간이다. (이견 해결이 어렵다는) 당신의 말이 맞지만, 외교와 대화의 길이 열려 있는지 시험해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우리는 이견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에 앞서 미-러 간 신경전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일 “어떤 러시아 군대라도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이동하면 침공이다. 러시아는 혹독하고 조율된 경제적 대응에 직면해 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군복을 입지 않은 러시아군의 행동, 준(準)군사조직의 술책이 있을 수 있다.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제네바로 이동하기 전 독일 베를린에서 미독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러시아는 전면전 외에 (정부·사회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 사이버전 등이 섞인 하이브리드 공격의 여러 수단을 사용한다”며 “러시아의 모든 (침공) 시나리오를 검토했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EU 차원의 경제·금융 제재를 경고했다. 미국은 이날 러시아 정보기관과 내통해 러시아를 도운 혐의로 우크라이나 현직 국회의원 2명과 전직 관료 2명 등 4명에 대해 첫 제재 조치를 내렸다. 반면 러시아는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2월까지 지중해와 북해, 태평양 등 모든 책임 구역에서 1만여 명의 병력이 참가하는 해상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예멘 시아파 반군이 17일(현지 시간) 수니파 이슬람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드론 공격을 하자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동맹군이 예멘 수도를 보복 공습하면서 중동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아부다비 공습 당시 아부다비 일정 취소로 두바이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UAE에 이어 18일 두 번째 중동 순방지인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도착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 순방 전 예멘 반군과 UAE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수니파 동맹군은 예멘 반군 ‘후티’가 UAE 아부다비 공항 등을 공격한 지 몇 시간 만에 후티 반군의 거점인 수도 사나를 공습했다. 예멘 현지 언론은 동맹군의 공습으로 12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 알에크바리야는 트위터에서 “위협과 군사적 필요성에 대응해 사나에 대한 공습이 시작됐다”고 밝혀 보복성 공격임을 분명히 했다. 사우디 주도 동맹군의 공습은 문 대통령이 리야드에 도착하기 12시간 반여 전에 이뤄졌다. 사우디는 아부다비가 공격받은 날 리야드 인근으로 들어온 예멘 반군의 드론 8대를 격추시키기도 했다. 아부다비 국제공항과 석유시설을 공격해 9명(사망 3명)의 사상자를 낸 예멘 반군은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반군 측은 알자지라에 “UAE에서의 공격은 동맹군에 대한 (사우디와 UAE 등의) 참여를 멈추기 위해 그들에게 교훈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멘 반군이 UAE 영토를 공격해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아부다비 방문을 갑작스레 취소한 문 대통령이 두바이에 머물다 도착한 사우디는 UAE보다 예멘에서 더 가깝고, 후티 반군의 테러 활동도 수차례 벌어졌던 곳이다. 반군의 아부다비 공격용 드론이 출발했던 곳으로 추정되는 예멘 북부 사다하에서 리야드까지는 900km로 아부다비까지의 거리(1360km)보다 가깝다. 외교 소식통은 “사우디에 있는 문 대통령 경호팀이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있다고 한다”며 “모든 행사가 유동적인 상황이라고 들었다”고 했다. 예멘 반군은 13일부터 UAE 본토 공격을 예고해 왔다. 외교부는 그보다 앞선 3일 후티 반군이 UAE 선박을 나포하자 후티 반군을 규탄하는 대변인 성명도 발표했다. 외교가에선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무리하게 UAE 등 중동 순방 일정을 강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테러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면 정부가 무능한 것이고, 알았음에도 순방을 갔다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말 중동 순방으로 얻을 국익이 크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미국을 비롯한 서방 진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 마련을 위한 연쇄 회담이 지난주 성과 없이 끝난 직후 우크라이나 정부 웹사이트에 대한 대규모 해킹 공격이 발생했다. 그 배후로 러시아 정부가 지목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15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우크라이나 외교부 등 7개 정부 부처와 국가응급서비스 웹사이트 등이 해킹돼 몇 시간 동안 마비됐다. 세르히 데메듀크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사무차장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벨라루스 정보국과 연결된 해커 집단 ‘UNC1151’이 이번 해킹 사건에 연루됐다”며 “해킹에 사용된 악성 소프트웨어는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의 해커 집단 ‘ATP-29’가 사용한 것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남쪽으로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1999년 국가통합(Union State)을 이루는 등 대표적인 친(親)러시아 국가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다면 개전 초기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사이버 공격과 정보전을 벌인 뒤 포병과 다연발미사일, 공군 폭격 등 압도적 전력(戰力)으로 신속하게 항복을 받아내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은 1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을 쌓기 위해 자국 군대를 스스로 공격하는 일종의 ‘자작극(false-flag operation)’을 준비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날조하는 방안을 공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 동쪽에 주둔한 러시아 군대를 스스로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위장 작전 수행을 위해 요원을 미리 배치했다는 정보가 있다”며 “이달 중순에서 다음 달 중순 사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WP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종단하는 드네프르강을 기준으로 러시아에 가까운 동쪽 지역만 장악하는 시나리오를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한편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부 차관은 이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로부터 (러시아의) 안전보장 제안에 대한 문서로 된 답을 기다리고 있다”며 “모든 사태 전개에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 소련 소속이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전 방위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련과 제정 러시아에 대한 국민 향수를 자극해 장기 집권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소련의 부활’ 꿈꾸는 푸틴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군사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10일 미국과 러시아의 양자 회담,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의 회담에 이어 13일 미국 러시아 등 57개국이 참여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에서도 서방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마이클 카펜터 OSCE 주재 미국대사는 “전쟁의 북소리가 크게 들린다”며 긴장 고조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실제 군사 충돌로 번질지는 이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선택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1991년 12월 26일 세계 최초의 공산주의 국가였던 소비에트 연방이 무너진 직후 소련의 주축인 러시아는 한때 극심한 사회 혼란과 경제난을 겪었다. 몰도바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조지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나머지 14개국은 독립을 이뤘다. 역설적이게도 소련 붕괴 30년이 흐른 지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련 소속이었던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각국에서 전방위적으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그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조지아 내 미승인 독립국 남오세티야, 몰도바 내 미승인 독립국 트란스니스트리아 등에 군사 및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 지역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에는 치안 안정을 명목으로 러시아군을 파견했다.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정정 불안이 옛 소련의 재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나토가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 같은 수사(修辭)에만 매달리지 말고 러시아의 확장을 제어해야 한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다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습 등으로 러시아 견제에 다소 소홀해진 틈을 타 ‘강한 러시아’를 주창해온 푸틴의 꿈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집권 내내 옛 소련 국가에 개입한 푸틴푸틴 대통령은 2005년 국회 연설에서 “소련 붕괴가 20세기의 최대 지정학적 재앙”이라고 했다. 그는 2000년 집권 이후 줄곧 옛 소련 붕괴에 대한 아쉬움, 주변국과의 연대를 강조해왔다. 러시아는 2002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과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를 창설했다. 6개국 내 군사 위협, 비상사태, 국제 테러 등에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속 대응군을 만든 것이다. 이달 2일부터 시작된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에도 CSTO군이 파견됐다. 이번에 파견된 2500명의 대부분은 러시아군으로 추정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CSTO군의 임무가 시위 진압 외에도 러시아가 운영하는 카자흐스탄 내 바이코누르 우주기지를 보호할 목적도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조지아 정부에 맞서 분리주의 운동을 벌이던 남오세티야의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며 조지아도 침략했다. 전쟁 개시 불과 5일 만에 일방적 승리를 거뒀지만 미국이 군사 개입을 선언하자 철군했다. 아직까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이 전쟁으로 남오세티야는 독립을 선언했다. 이후 심심찮게 남오세티야에서는 러시아와의 합병 논의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또 2015년 카자흐스탄,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과 유럽연합(EU) 같은 단일 시장을 만들겠다며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도 출범시켰다. 푸틴은 2020년 8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6연임 부정선거 논란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자 공수부대가 포함된 군대를 투입해 루카셴코를 도왔다. 한 달 후 기독교 국가 아르메니아와 이슬람 국가 아제르바이잔이 전쟁을 벌이자 양측의 영유권 분쟁지 나고르노카라바흐에 또 군대를 보냈다.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폴란드가 중동 난민의 월경 문제로 갈등을 빚자 지난해 11월 벨라루스에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전략 폭격기를 보내고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같은 달에는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투입해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푸틴은 지난해 12월 “소련의 붕괴는 비극이었다”며 한때 정보기관 KGB 요원이었던 자신 또한 경제난에 택시를 몰아야 했다고 했다. 또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우리는 스스로를 12개로 나눴다”고도 주장했다. 옛 소련 15개국 중 반러 성향이 짙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3개국을 의도적으로 뺀 것이다. 그는 옛 소련 소속국 중 2004년 나토에 가장 먼저 가입해 확고하게 서방의 편에 선 3개국을 눈엣가시로 여겨 왔다. 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와 군사 및 경제 통합을 가속화해 옛 소련, 나아가 제정 러시아 시절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드러낸 셈이다. 그는 이달 10일 카자흐스탄에 CSTO군을 파견한 것을 두고 “외부세력과 테러범으로부터 카자흐스탄을 보호했다”고 자찬했다. 특히 주변국의 ‘색깔 혁명(color revolution)’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색깔혁명은 조지아(장미혁명·2003년), 우크라이나(오렌지혁명·2004년), 키르기스스탄(튤립혁명·2005년), 아르메니아(벨벳혁명·2018년) 등 옛 소련 국가에서 반정부 시위로 친러 정권이 붕괴된 사건이다. 러시아는 줄곧 서방이 배후에서 색깔혁명을 주도했다고 주장해 왔다. 앞으로도 인접국의 반정부 시위에 적극 개입해 러시아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반러 정권이 들어설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푸틴은 러시아가 다른 나라의 존경을 받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초강대국으로 남기를 원한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은 “그는 러시아의 영향권에 대해 18, 19세기 지도자처럼 사고한다”고 평했다. 우준모 선문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역시 “러시아는 예전부터 옛 소련 국가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그 공동체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것을 열망해 왔다”며 카자흐스탄 반정부 시위 개입,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등도 이런 큰 흐름에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광폭 행보의 자금줄은 천연가스옛 소련의 영광을 꿈꾸는 푸틴 대통령의 광폭 행보를 가능케 하는 원천은 바로 천연가스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 2019년 러시아 정부 자료에 따르면 천연가스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의 가치가 844억 달러(약 101조2800억 원)에 달했다. 같은 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60%와 맞먹는다. 또 현재 유럽에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약 35%가 러시아산이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에서는 이 비율이 40%로 올라간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장은 “러시아는 소위 ‘에너지 이중가격제’를 통해 친러 국가에 시장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에너지를 제공하고 있다. 벨라루스 같은 수혜국 역시 이를 시장에 다시 팔아 수입을 얻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방식의 경제 원조에 군사 지원까지 더해져 옛 소련 국가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위기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러시아산 가스는 크게 세 경로를 통해 서유럽으로 향한다. 우크라이나를 지나는 ‘노르트스트림1’, 폴란드를 통과하는 ‘야말·유럽 가스관’, 지난해 말 완공됐지만 미-러 갈등 등으로 정식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노르트스트림2’다. 노르트스트림2는 러시아 서부 나르바부터 발트해를 거쳐 독일 북부 그라이프스발트를 잇는 1230km의 해저 가스관이다. 다른 2개 가스관과 달리 육로를 전혀 통하지 않는다. 개통되면 연간 유럽 전체 천연가스 수요의 약 4분의 1인 550억 m³의 러시아산 가스가 독일로 공급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푸틴 정권의 인권 탄압,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 등을 이유로 노르트스트림 관련 기업을 제재하고 독일에도 가스관을 잠그라고 압박해왔다. 우크라이나 또한 노르트스트림2가 개통되면 유럽의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자신의 지위가 사라질 것을 두려워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등의 비상사태 때 서방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면 전 유럽을 상대로 가스 패권을 확대하려는 러시아는 수송로의 다변화가 절실하다. 러시아가 서방의 반발을 알면서도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 대군을 배치한 것은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노르트스트림2를 방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푸틴 대통령은 걸핏하면 가스관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그는 갑자기 EU에 더 많은 가스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로 인해 당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틀 새 약 25% 급락했다. 노르트스트림2 정식 개통에 대한 독일의 승인을 압박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21일 러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야말·유럽 가스관’ 수송물량 경매에 불참해 가스 공급이 중단되자 천연가스 가격은 하루 만에 23% 치솟아 역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이달 5일에도 미-러 갈등 등으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일 것이란 우려에 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30% 이상 올랐다. ○ 장기집권·경제난에 대한 반발 무마 용도 푸틴의 행보가 그의 장기 집권과 경제난에 대한 내부 반발을 무마하려는 용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2020년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이 84세가 되는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쳤다. 그때까지 집권하면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31년)을 뛰어넘어 제정 러시아 이후 가장 오랜 시간 러시아를 통치한 인물이 된다. 이로 인한 국민 피로감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따르면 2017년 ‘러시아에서 가장 신뢰하는 정치인’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푸틴을 꼽았지만 2021년 2월 같은 조사에선 이 수치가 32%로 떨어졌다. 경제도 예전 같지 않다. 중국 경제의 급성장으로 세계 원자재 가격이 치솟던 2000년대 한때 러시아 경제는 연 8%의 고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한 후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자 2013∼2019년 실질 가계 소득이 매년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엔 아예 성장률이 ―3.0%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옛 소련과 제정 러시아의 부활이라는 민족주의 감성 자극, 서방이라는 ‘외부의 적’ 등을 이용해 돌파하려 한다는 의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푸틴이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 자신의 인기가 얼마나 올랐는지를 잘 기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그의 개입주의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평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우리에겐 물가상승률을 제대로 측정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터키 수도 이스탄불의 한 식료품점 주인 셀라메트 씨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 감자 양파 같은 품목은 50% 이상 올랐다”며 7일 알자지라 등 외신에 불만을 쏟아냈다. 터키의 공식 통계기관인 터크스탯은 지난해 12월 터키의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36.08%에 달해 19년 만에 최대치라고 발표했지만 이마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것.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위협으로 성장률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터키 정부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하면서 유독 폭등한 물가에 직면했다. 물가 폭등으로 터키 통화인 리라화 가치가 폭락해 지난해 9월 이후 달러화 대비 40% 떨어졌다. 리라화 가치 급락에 따라 터키 국민들 사이에서 가상화폐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 시간) 전했다. 그럼에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물가상승률이) 현실에 맞지 않는 부당한 숫자”라고 주장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들이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책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 금리 인상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는 것과 정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 36% 물가 폭등 발표에 “더 높을 것” 연일 물가가 폭등하는 터키에서는 “19년 만의 최대 물가 상승”이라는 정부 기관 조사 결과마저 불신하는 분위기마저 팽배해 있다. 알자지라는 “새해 첫 주 터키에서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서 물가상승률이 50%를 넘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90%에 달했고, 물가가 두 배 이상 올랐다는 응답도 60%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올해 터키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40%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터키인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물건 가격의 변화를 사진으로 찍어 ‘인증샷’을 공유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거벗은 채 “인플레이션”이라고 외치는 남성을 촬영한 영상이 지난해 12월 급속도로 퍼지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포퓰리스트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온갖 악의 부모이며,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논리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포퓰리즘적 인식이 터키의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에르도안의 변칙적(unorthodox) 경제 정책이 극도의 통화 위기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 포퓰리즘에 흔들리는 터키 경제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하 요구에 따르지 않는 중앙은행 총재를 여러 차례 경질하는 등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19%이던 기준금리는 넉 달 만인 올해 1월 14%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리라화가 급격히 하락하자 터키인들이 가상화폐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바이낸스 등 가상화폐 거래소 3곳을 기준으로 리라화를 사용한 가상화폐 거래액이 최근 일평균 18억 달러(약 2조1465억 원)로 증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 집권하면서 측근들이 ‘예스맨’들로만 채워져 이런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전문가들은 술탄(이슬람 국가에서 군주를 가리키는 용어)에게 (입을) 옷이 없다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미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해법을 놓고 벌인 담판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지 하루 만인 11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탱크를 동원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과 두 번의 회담을 남겨 두고 러시아가 미국 등 서방 세계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미 국무부는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중지하거나 아니면 훈련 목적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며 훈련에 반발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국경에서 수십 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보로네시, 벨고로드, 브랸스크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였다. 병력 3000명과 T-72B3 전차, BMP-2 보병전투차, 일반화기 등 군사장비 300여 대가 투입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약 12만 병력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행동이 공수표로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남은 협상의 지렛대로 삼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 (회담 결과를) 낙관할 만한 이유는 없다. 12일 나토, 13일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와의 회담이 다 끝난 후 이번 주말까지 진전 상황을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0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차관과 회담을 마친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교차관이 “서로 논의한 부분이 많고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향후 회담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의 다음 행보는 푸틴 대통령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며 “러시아 지도자의 의도를 둘러싼 수수께끼는 다시 안개처럼 짙어졌다”고 보도했다. 크렘린궁이 전략적으로 회담 실무진과 엇갈리는 의견을 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이면서도 해법 마련 단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우크라이나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수도 키예프를 방문한 독일 및 프랑스 특사에게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선하는 러시아와의 회담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정치권을 중심으로 러시아를 믿을 수 없다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옥사나 시로이드 전 우크라이나 의회 부의장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그건 ‘정말로 침공하고 싶다’는 뜻이다”라고 꼬집었다. 훈련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은 반발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회담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긴장 완화를 위한다면 러시아는 군사훈련을 중지하거나 아니면 훈련 목적을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지난해 6월 높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없애며 ‘백신 모범국’으로 꼽히던 이스라엘에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인구의 40%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정부는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낮은 치명률과 경제에 미칠 여파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9일(현지 시간) 트위터를 통해 “각료회의 자료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기간 누적 확진자가 200만~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구 약 930만 명 가운데 최대 43%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까지 이스라엘 코로나19 확진자는 약 155만 명이다. 이스라엘에서는 7일 이후 하루 확진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9일 확진자는 3만970명이나 됐다. 지난해 12월 중순만 해도 하루 확진자는 몇백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있다. 9일부터 백신을 접종했거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한 외국인에게 입국을 허용했다. 외국인 입국 금지 조치 이후 43일 만이다. 감염자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완화 조치의 배경으로는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의 치명률이 낮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는 10일 2만 명을 넘었지만 사망자는 2명이었다. 지난해 10월 26일 사망자 10명이 발생한 이후 하루 사망자는 내내 한 자릿수였다. 봉쇄(lockdown) 조치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중요한 요인이다. 베네트 총리는 지난해 여름 4차 대유행 당시 국내 봉쇄 조치를 거부하며 “이전 봉쇄로 총 640억 달러(약 76조6700억 원)의 경제 손실을 봤다. 이를 반복할 순 없다”고 밝혔다. 봉쇄 조치를 하지 않은 지난해 1월 이후 이스라엘 경제는 크게 성장했다. 이스라엘은행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6.5% 증가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반면 3차례 봉쇄 조치를 내린 2020년 성장률은 ―2.4%였다. 코로나19 집단면역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 최근 나흐만 애시 이스라엘 최고보건고문은 “많은 사람이 백신을 접종한 결과 집단면역이 발생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60세 이상에게 4차 접종을 실시하기로 한 상태다. 9일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이스라엘 부스터샷(3차) 접종률은 47.0%로 주요국 상위권이다. 영국 52.8%, 독일 42.7%, 미국 22.8% 등이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에 나선 정부군의 유혈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한 카자흐스탄 사태가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 군사안보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파병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공수부대 파견 결정에 대해 “최근 카자흐스탄 사태는 훈련되고 조직화된 무장단체를 이용해 국가의 안보와 통합성을 무력으로 훼손하려는 외부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정부군에 “경고 없이 (시위대를) 사살하라”며 초강경 진압 지시를 내렸다. 이에 대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파병 군인들의) 인권 침해 여부를 주시하겠다”면서 “헌법기관 장악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미국 러시아 양측과 각각 긴밀히 교류해 왔다. 러시아는 옛 소련에 속했던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카자흐스탄 내 석유 관련 시설에도 대거 투자했다. 미국 역시 카자흐스탄이 1991년 독립했을 당시 가장 먼저 독립국가로 인정했으며 이후 석유 및 석탄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해 왔다. CSTO는 6일 토카예프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따라 공수부대 1진 2500명을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투입했다. 부대원들은 이날 저녁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CSTO 측은 “파견 기간은 수일∼수주가 될 수 있다. (평화유지군이 공격받으면)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CSTO 파병으로 카자흐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7일(현지 시간) 토카예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시위대 사살 명령과 함께 “범죄자, 살인자와는 협상이 필요 없다”고 말했다. 또 “헌법 질서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회복됐다”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표 도시인 알마티의 공화국 광장 등에선 거센 시위가 이어지며 총격전도 벌어졌다. 현지에선 ‘막후 실세’인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해외로 도주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1년 집권해 2019년 물러났지만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위대의 분노를 사고 있다.집단안보조약기구(CSTO)러시아가 2002년 결성한 군사·안보 협력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권 6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견제하는 게 결성 이유 중 하나다. 이번 카자흐스탄 파병은 CSTO 병력이 실제 투입된 첫 사례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대와 진압에 나선 정부군의 유혈 충돌로 수십 명이 사망한 카자흐스탄 사태가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 6개국 군사안보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가 공수부대원 2500명을 평화유지군 자격으로 카자흐스탄에 파병하자 미국은 “인권 침해 여부를 주시하겠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6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번 공수부대 파견 결정에 대해 “최근 카자흐스탄 사태는 훈련되고 조직화된 무장단체를 이용해 국가의 안보와 통합성을 무력으로 훼손하려는 외부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기관 장악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어떠한 행동도 지켜볼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카자흐스탄 정부 측에 평화적 해결과 언론의 자유 존중을 촉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CSTO는 6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따라 공수부대 1진 2500명을 투입했다. 부대원들은 이날 저녁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다. CSTO 측은 “파견 기간은 수일~수주가 될 수 있다. (평화유지군이 공격 받으면) 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카자흐스탄은 미국과 러시아 양측과 각각 긴밀히 교류해왔다. 러시아는 옛 소련에 속했던 카자흐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카자흐스탄 내 석유 관련 시설에도 대거 투자했다. 미국 역시 카자흐스탄이 1991년 독립했을 당시 가장 먼저 독립국가로 인정했으며 이후 석유 및 석탄 기업들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이번 CSTO 파병으로 카자흐스탄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러시아 관영 RT방송 편집장이 카자흐스탄 정부가 러시아 문자인 키릴 문자를 사용해야 하고, 러시아어를 제 2외국어로 지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했다”고 전했다. 현재 카자흐스탄에선 정부군과 시위대가 일전일퇴를 거듭하고 있다. 대표 도시인 알마티에서 거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공화국광장이 6일(현지 시간) 저녁 정부군에 점령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곧 총격전이 재개됐다는 보도가 뒤따랐다. 현지에선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시위대를 피해 도주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은 1991년 집권해 2019년 스스로 물러났지만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시위대의 분노를 사고 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차량용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인상에 대한 항의가 수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로 격화한 카자흐스탄에서 시위 참가자 수십 명이 진압 과정에서 숨지고 1000여 명이 다치는 유혈극이 빚어졌다. 대규모 시위로 알마티시의 대통령 관저와 시청까지 습격받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내각은 총사퇴했다. 외국인 입국도 금지했다. 러시아가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6일 공수부대를 파견하면서 카자흐스탄 사태가 국제 문제로 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진압 과정서 시위대 수십 명 사망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알마티 공화국광장에 사흘째 모여 있던 시위대가 관공서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이 차량 50여 대로 포위해 진압하면서 양측이 충돌했다. 곳곳에서 총성이 들렸다. 진압봉으로 시위대를 무차별 폭행하는 군경, 경찰 방패와 진압봉을 빼앗은 시위대 등이 목격됐다. 경찰은 “극단주의 세력이 행정부 건물과 알마티 경찰서를 습격하려고 했다. 공격자 수십 명이 제거됐다(eliminated)”고 발표했다. 카자흐스탄 보건당국은 약 1000명이 다쳤고 400명 가까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 중 62명은 위중하다고 밝혔다. 시위대 약 2000명이 구금됐다. 경찰은 이날 “대테러 작전 중”이라며 알마티 시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날 카빈 소총과 수류탄 등으로 무장한 일부 시위대는 알마티의 대통령 관저와 시청사에 불을 질렀고, 집권당 당사와 국영 방송국에도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는 ‘노인은 떠나라’라는 뜻인 ‘샬, 켓(Shal, Ket)’을 외쳤다고 한다. 약 30년간 집권하다 2019년 스스로 물러난 뒤에도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82)을 겨냥한 것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경찰차 33대를 포함해 차량 120여 대를 불태우고 상점 400여 곳을 훼손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관영 채널 카바르24는 경찰 12명이 숨지고 353명이 다쳤다고 경찰 발표를 인용해 보도했다. 시신 3구는 목이 잘린 채로 발견됐다고 한다. 6일 카자흐스탄 국영은행은 국내 모든 금융 거래를 중단했다. 인터넷도 대부분 끊긴 상태다. 정부는 시위를 보도한 카자흐스탄 기자 8명도 체포했다. ○ 카자흐스탄 정부, 러시아에 도움 요청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이날 시위대를 ‘국제 테러리스트 집단’이라고 비난하며 러시아 주도 옛 소련 6개국 군사안보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에 평화유지군 파병을 요청했다. 러시아는 평화유지군 일원으로 공수부대를 파견했다. 러시아 일각에서 시위에 대해 “미국이 선동한 것”이라는 배후설이 나오자 미 백악관은 5일 “완벽한 거짓이다. 러시아가 수년 전부터 해온 가짜 정보 플레이의 일환”이라고 발끈했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카자흐스탄이 내부 문제를 금방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른 국가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카자흐스탄 사태가 미-러 갈등의 새로운 요인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1일 보조금으로 지탱하던 LPG 가격 상한제를 없애면서 비롯됐다. 지난해 1L에 평균 50텡게(약 138원)였던 LPG 가격은 120텡게(약 331원)로 2.4배로 치솟았다. 대부분 LPG 차량을 타는 카자흐스탄 시민들은 격분했고 이튿날 서부 도시 자나오젠에서 첫 항의 시위가 벌어진 뒤 1997년까지 수도이자 카자흐스탄을 상징하는 남동부 알마티, 수도 누르술탄까지 시위가 번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카자흐스탄 정부는 6일 LPG 가격 상한제를 향후 6개월 동안 원상 복귀한다고 발표했다. 근본 원인은 장기 독재와 경제 사정 악화로 인한 양극화 심화, 심각한 인플레이션, 극심한 부정부패 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할 때부터 집권한 나자르바예프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스스로 물러나고 토카예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며 정치 노선을 승계했다. 하지만 중앙아시아 최대 산유국임에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13년 1만3890달러에서 2020년 9055달러로 65.1% 수준까지 급감하는 등 경제난이 지속돼 왔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암살한 범죄행위로 공정한 법정에서 재판을 받지 않는다면 무슬림들은 순교자의 복수를 할 것이다.” 초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3일 TV 연설에서 이렇게 주장하며 군사 도발을 위협했다. 2020년 1월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솔레이마니의 2주기를 맞은 이날 이란과 직접적으로 연계됐거나 최소한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군사 행동이 중동 곳곳에서 이어지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방국가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8차 협상을 재개한 이란이 도발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왔다. 중동지역의 긴장이 높아지면서 솔레이마니 1주기 다음 날인 지난해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한국케미호’가 나포되는 사건을 겪은 한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우리 선박들에 “평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는 경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선박이 나포됐던 호르무즈해협은 국내 원유 수입 물량의 70%가 거치는 곳이다. ○ 이란 지원 후티 반군, UAE 선박 나포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은 이날 0시 무렵 예멘 서부 도시인 호데이다의 해안에서 아랍에미리트(UAE) 국적의 ‘라와비호’를 나포했다. 해당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과 후티 반군이 오랜 시간 공방을 벌여온 곳이다. 선박이 나포된 UAE도 연합군에 참가하고 있다. 이란과 후티 반군은 시아파, 연합군은 수니파로, 2015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현재 시아파와 수니파의 대립 전쟁으로 비화된 상태다. 연합군은 “후티 반군이 즉시 배를 풀어주지 않으면 연합군은 필요할 경우 무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조치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후티 반군은 라와비호가 의료 장비를 운반하던 것이 아니라 군사 용도였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스라엘의 대표 언론으로 꼽히는 예루살렘포스트의 홈페이지도 해킹됐다. AP통신은 “이번 해킹은 지난해 12월 이스라엘 전 정보기관 관계자가 솔레이마니의 사망에 이스라엘이 연루됐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뒤 이뤄졌다”고 전했다. 같은 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공항에선 이란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습용 드론 2대가 나타나 미군 주둔 공군기지를 공격했다. 드론에는 ‘솔레이마니의 복수’라고 아랍어로 적혀 있었다. 이라크 군은 이 드론들을 격추했다. 솔레이마니는 미군의 바그다드 공항 공습으로 사망했다. ○ 한국, 이란 인근 해역 선박에 안전 경보한국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해 11월경부터 이란 인근 해역 선박에 안전 경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JCPOA 협상이 재개되면서 이란이 한국이 동결하고 있는 자국의 원유 대금 문제를 해결하라고 다시 압박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재외 공관, 해수부 등을 통해 호르무즈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선박들에 평소보다 주의가 필요하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은 지난해 선박 나포 뒤 원유 대금 70억 달러(약 7조5600억 원)를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은 2018년 미국의 JCPOA 탈퇴로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재개된 뒤 제재에 동참해 원유 대금을 동결해 왔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유럽연합(EU)이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 등에 대한 투자를 환경과 기후에 친화적인 ‘녹색 투자’로 분류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일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에너지를 포함하는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만 일부 포함하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EU 집행위원회가 지난해 12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회원국에 보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 초안에서 원자력발전의 경우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과 자금, 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면 관련 투자를 녹색분류체계로 분류하기로 했다. 새 원전은 2045년 전에 건축 허가를 받아야 녹색으로 분류된다. EU는 청정에너지로 전환되는 과도기에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위해선 원자력발전 등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원회는 성명에서 “과학적인 조언과 현재의 기술적 수준, 그리고 회원국 간의 다양한 과제들을 고려해 볼 때 재생 가능한 미래를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원자력발전의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달 말 초안에 대한 회원국들의 의견을 모아 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 EU는 자금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이 분류체계를 적용할 예정이어서 초안대로 확정될 경우 원자력발전 관련 산업이 공공 재정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원전 비중이 높은 프랑스와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탈원전 기조를 보여 온 독일, 오스트리아, 덴마크 등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EU가 원전을 녹색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면 국내 관련 논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은 제외하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생산과 관련 기반시설 구축 등 69개 경제활동을 포함시켰다. 환경부는 EU 등의 동향을 참조해 원전의 녹색분류체계 포함 여부를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은 자체 개발해 오던 고속원자로 ‘몬주’를 기술적 문제로 폐로하기로 했지만 미국과 손잡고 원전 개발을 지속하기로 했다. 고속원자로는 고속의 중성자 성질을 이용해 통상적인 원자력 발전소보다 플루토늄 등 원료를 효율적으로 연소시킬 수 있는 미래형 원자로다. 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르면 이달 중 차세대 고속원자로 개발에 관한 협력 합의서를 미국 측과 교환할 예정이다. 미국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2028년 운전 시작을 목표로 차세대 고속원자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경제 제재를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 경우 미-러 관계가 완전한 단절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발하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이어지는 스위스 제네바 개최 미-러 고위급 회담(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러시아 간 회담(12일) 등 연쇄 협상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군사 충돌로 이어질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의 대화 이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면서도 “러시아가 추가로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약 10만 명 규모 러시아 병력의 철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할 경우 경제 제재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주둔 중인 나토군 배치 조정과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고 미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AP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두 강대국이 외교나 제재라는 ‘두 가지 길’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며 미-러 양국 관계의 단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다만 미-러 양국이 모두 외교적 해법 모색을 전제로 선제조건을 내건 만큼 이번 담판이 이달 열리는 우크라이나 관련 연쇄 회담에 긍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러 정상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미국에 대항한 중-러 간 전략적 밀착을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 협력을 강화하면 패권주의가 승리할 수 없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대항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중국에 극한의 압박을 가해도 중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이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현지 시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50분간 전화로 담판을 벌였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경제 제재를 포함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했고 푸틴 대통령은 이 경우 미-러 관계가 완전한 파열에 이를 수 있다고 반발하며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이어지는 스위스 제네바 개최 미-러 고위급 회담(10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러시아 간 회담(12일) 등 연쇄 협상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으로 이어질지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두 정상 대화 이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적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면서도 “러시아가 추가로 우크라이나를 침범하면 미국과 동맹국들이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국경에 배치한 약 10만 명 규모 러시아 병력의 철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침공한 경우 경제 제재뿐 아니라 동맹국에 주둔 중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 배치 조정과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한 추가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 고위 당국자는 AP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두 강대국이 외교나 제재라는 ‘두 가지 길’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러시아를 겨냥한 제재는 엄청난 실수가 될 것이며 미-러 양국 관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다만 미-러 양국이 모두 외교적 해법 모색을 전제로 선제조건을 내건 만큼 이번 담판이 이달 열리는 우크라이나 관련 연쇄 회담에 긍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러 정상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며 미국에 대항한 중-러 간 전략적 밀착을 더욱 강조하고 나섰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관영 신화통신 등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러시아 두 강대국이 협력을 강화하면 패권주의가 승리할 수 없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왕 부장은 “미국이 중국의 대항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중국에 극한의 압박을 가해도 중국이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는 것을 미국이 인식했다”고 주장했다.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급속한 확산으로 미국에서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을 돌파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3개국에서만 일일 신규 확진자가 5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유럽에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0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일주일 평균 하루 확진자 수는 29일 기준 30만1472명으로 집계됐다. 전날에는 26만7305명으로 올 1월 11일의 기존 최고 기록(25만1232명)을 넘어섰는데 하루 만에 3만여 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최근 2주 사이 미국의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2.5배 이상 급증했다. 워싱턴과 뉴욕, 뉴저지 등 동부지역 대도시들이 확산세를 주도하고 있다. 유럽 역시 신규 확진자 수가 나날이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9일 영국 정부는 18만3037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날 확진된 12만9471명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전날 역시 역대 최고치였다. 같은 날 프랑스 정부가 발표한 신규 확진자 수는 20만8099명으로 17만9807명이었던 전날 사상 최다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이탈리아도 9만80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사상 최고치였던 전날 확진자 수(7만8313명)를 웃돌았다.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전염력이 매우 높은 오미크론 변이와 델타 변이가 한꺼번에 확산되면서 확진자 수가 ‘쓰나미’처럼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급증하는 확진자 규모에 비하면 입원 환자나 사망자는 비교적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입원 환자 수는 29일 현재 약 7만5000명으로 2주 전에 비해 11% 증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8월부터 아프가니스탄을 다시 통치하고 있는 수니파 무장단체 탈레반이 여성이 장거리를 이동할 때는 반드시 남성 친척을 동행하도록 하는 여성 억압적인 정책을 발표했다고 26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 권선징악부 대변인은 이날 “72km 이상의 거리를 여행하려는 여성이 가까운 남성 가족과 동행하지 않으면 차에 태워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게는 교통수단을 제공할 수 없으며 TV에 등장하는 여성 기자들 또한 반드시 히잡을 착용하라고 지시했다. AFP통신은 탈레반이 이날 언급한 히잡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복식을 말하는지 불분명하다며 통상적인 히잡이 아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일반적인 히잡은 얼굴을 내놓은 채로 머리와 목만 가리는 스카프를 뜻하나 눈을 제외한 전신을 가리는 니캅, 눈까지 가리는 부르카 등 여성의 신체를 더 많이 가리는 복식이 존재한다. 1996∼2001년 탈레반의 첫 집권 당시 아프간 여성은 반드시 부르카를 써야 했다. 탈레반은 재집권 직후 이슬람 율법 샤리아에 따라 여성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첫 집권 때처럼 여성 교육이나 취업을 금지해 국제사회의 지탄을 받았던 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이 출연한 TV 드라마의 방영을 중단하는 등 여전히 억압적인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아프간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청소년의 교육이 실시되지 않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또한 이번 히잡 의무화가 여성들을 사실상 죄수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14일(현지 시간) 이집트 수도 카이로 인근의 신도시 ‘셰이크자이드시티’를 찾았다. 도시 입구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UAE 초대 대통령 겸 전 아부다비 군주 셰이크 자이드(1918∼2004)의 동상이 있었다. 이 도시가 UAE 자본으로 만들어졌기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보유한 UAE는 2020년 국제통화기금(IMF)이 구매력평가지수(PPP)로 측정한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7위인 7만441달러(약 8453만 원)에 달하는 부국이다. 1995년 UAE의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펀드는 이 신도시 건설에 7억3500만 디르함(약 2386억 원)을 투자했다. 이집트 정부 또한 답례의 표시로 셰이크 자이드의 이름을 붙였다.》 이집트 사람들은 나일강이 인류 문명의 발상지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러나 이달 2일로 건국 50년을 맞은 신생 국가 UAE의 돈으로 신도시를 지을 만큼 두 나라의 경제 격차가 상당하다. 특히 UAE는 보수적이고 변화에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이슬람권에서 보기 드문 개혁개방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최초로 주 4.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히 이슬람력의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을 쉬지 않고 공공분야에서는 서구처럼 토요일과 일요일을 휴일로 삼겠다고 밝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해적 소굴’서 ‘사막의 기적’으로 UAE는 1971년 12월 2일 영국에서 독립한 아라비아반도 동부의 토후국들이 연합해서 만들었다. 대통령직은 7개 토후국 중 가장 힘이 강한 아부다비의 나하얀 가문이, 부통령 겸 총리는 두바이의 막툼 가문이 각각 세습한다. 아지만, 푸자이라, 샤르자, 라스 알카이마, 움알쿠와인 등 나머지 5개 토후국의 군주 역시 각료직을 나눠 가지며 세습한다. 20세기 초반만 해도 전 국토의 97%가 사막이고 한여름 최고기온이 50도에 이르는 이곳을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업, 목축업, 진주 캐기 등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삶도 척박했다. 인근 해안에는 해적이 들끓어 ‘해적 소굴’이라는 악명까지 있었다. 1958년 아부다비에서 ‘검은 황금’ 원유가 발견되면서 나라의 운명이 바뀌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기준 세계 7위 산유국인 UAE는 풍부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UAE를 넘어 중동 전체의 물류 및 금융 허브 역할을 하며 ‘사막의 기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1985년 중동 최초의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 세계 각국 기업과 인재를 유치한 결과다. 이웃 중동 국가와는 달리 UAE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현지인 동업자가 없어도 100% 현지 기업을 소유할 수 있다.건국 50주년 맞아 사회 개혁도 UAE의 개혁개방 정도는 다른 무슬림 국가와 큰 차이를 보이는 여성 정책에서도 알 수 있다. UAE는 2019년부터 국회 격인 40석의 연방평의회 의석 절반을 여성에게 의무적으로 배당하고 있다. 지난해 7월 UAE 최초의 화성 탐사선 발사 사업을 주도한 사람 역시 사라 알 아미리 첨단과학기술부 장관(34)이었다. 석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보기술(IT) 강국으로 거듭나겠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30대 여성을 책임자로 기용한 것이다. 보수적인 사회 관습을 바꾸는 데도 열심이다. 지난해 술 소비 규제를 완화해 내국인도 자격증 없이 술을 살 수 있게 했다. 미혼 부부의 동거를 처벌하지 않고, 마약 사범에 대한 엄격한 형벌도 완화했다. 이 같은 변화의 정점이 근무제 변화다. UAE가 주 4일도, 5일도 아닌 4.5일을 택한 것은 금요일 오전에 모스크에서 기도를 드리는 이슬람 신자를 위해서다. UAE는 4.5일 근무제를 발표하며 국내 모든 모스크의 금요일 예배 시간을 오전에서 오후 1시 15분 시작으로 바꿨다. 국민들이 금요일 오전에는 일을 하고, 오후엔 모스크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다. 이런 대대적인 개혁은 UAE 내부는 물론이고 중동 전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지역센터장은 “최근 적지 않은 아랍 젊은이들이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UAE를 ‘가장 살고 싶은 나라’로 꼽는다”고 전했다.사우디 견제에 담긴 UAE 야심 외교 정책에서도 이웃 나라보다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AE는 지난해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행정부의 중재하에 걸프만 이슬람 왕정국 중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평화협정을 맺었다. 이후 두 나라는 대사관을 개설하고 경제 협력을 강화하며 빠르게 밀착하고 있다. 10월 이스라엘, UAE, 바레인, 미국 등 4개국 해군이 홍해에서 첫 연합훈련을 5일간 벌이기도 했다. 13일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 또한 1948년 건국 후 현직 총리 최초로 UAE 땅을 밟았다. 그는 UAE 실권자이자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한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제(60)와 회담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이 같은 행보가 수니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를 넘어 중동의 새로운 맹주가 되려는 UAE의 야심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고 있다. UAE와 사우디는 석유의존형 경제구조, 인권탄압 논란 등 비슷한 난제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극단적 이슬람 원리주의 ‘와하비즘’을 추종하는 세력이 많아 서구식 개혁에 대한 사회 전반의 거부감이 큰 사우디와 달리 UAE는 국민들이 개혁개방의 과실을 이미 맛본 만큼 좀 더 유리한 입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왕정에 대한 젊은층의 불만을 해소하는 것 또한 난제로 꼽힌다. UAE는 인구 993만 명의 58%가 35세 미만인 젊은 나라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서구 문화에 익숙해진 이들의 개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끊임없는 사회 개혁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간 풍부한 원유로 얻은 돈을 국민에게 보조금 형식으로 직접 지급하며 불만을 무마해 왔지만 저유가 등으로 이것이 한계에 부딪힐 것이란 지적이 상당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UAE의 개혁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습 왕정 등 정치 체제의 낙후성은 여전하다며 “UAE가 사회적으로 더 자유로워졌지만 이곳에서 정부에 대한 반대 의견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성호 카이로 특파원 hsh0330@donga.com}

터키 리라화 가치가 연일 사상최저치를 경신하며 금융위기 우려가 높아지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사진)이 “리라 예금을 보호할 새로운 금융 수단을 마련하겠다”며 통화가치 방어에 나섰다. 그는 줄곧 고금리가 경제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중앙은행에 금리인하를 압박했고, 그의 이런 태도가 리라 하락을 가속화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에르도안의 태도 변화에 리라 가치 또한 급반등했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 TV 연설에서 “리라화 투자 수익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외화를 사들이던 국민들의 우려를 덜어줄 새로운 금융수단을 제공하겠다. 앞으로 국민들이 리라화 예금을 외화로 바꿀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 수단이 어떤 방식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터키 중앙은행은 9월부터 이달까지 넉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낮췄다. 낮은 금리가 수출과 고용에 유리하다고 믿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장을 계속 경질하며 거듭 금리인하를 압박한 탓이다. 이후 미국 달러화 대비 리라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국민들 또한 자산 보호를 위해 리라 예금을 잇달아 외화로 바꿨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낮은 리라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자 에르도안 정권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예금보호 조치 발표 전 리라 가치는 17일 1달러에 18리라를 웃돌았으나 20일에는 장중 12.28리라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같은 통화가치 상승이 리라 가치를 집계한 1983년 이후 38년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반등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예금자 보호와 관계없이 저금리 정책은 고수할 뜻을 밝힌 데다 고물가, 심각한 빈부격차, 낙후된 경제구조 등 통화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인 또한 해소되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 연설에서 “금리를 낮추면 몇 달 안에 물가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저금리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현대 경제학계의 정설과 다른 주장을 편 셈이다. 그가 연이은 통화가치 하락 속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이유로 수출 극대화를 통해 지지율을 높여 사실상 종신집권에 나서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003년 총리로 집권한 그는 법을 바꿔 대통령에 올랐고 반대파를 대대적으로 탄압하며 유례없는 장기집권을 이어오고 있다. 에르도안 정권은 11월 소비자물가가 21.3%를 기록하며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내년부터 월 최저임금을 지금보다 50% 높은 4250리라(약 33만 원)로 올린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라화 하락이 일명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산 초콜릿잼 ‘누텔라’의 공급난 또한 야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누텔라는 주로 터키산 헤이즐넛으로 만들어진다. 세계 헤이즐넛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터키 농가는 최근 3배 이상 치솟은 수입 비료 가격 등을 감당하지 못해 헤이즐넛 생산을 대폭 줄이고 있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폭락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리라화 예금을 보호할 새로운 금융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리라-달러 환율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우는 상황(리라화 가치 하락)에서 나온 이번 발언으로 리라화 가치는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 후 진행된 TV 연설에서 “시민들은 리라를 외화로 바꾸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예금보호 수단을 언급하지 않은 채로 이처럼 밝혔다. 다만 그는 저금리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며 “금리를 낮춰 인플레이션이 몇 개월 안에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이달 중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으로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내년도 월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높은4250리라(약 32만9000원)로 올린 것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50년 동안 가장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이라면서 “이번 인상은 노동자들이 물가 상승에 짓눌리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리라화 가치의 폭락은 터키 중앙은행의 지속적인 기준금리 인하에서 비롯됐다. 터키중앙은행은 올 9월(19%)부터 이달(14%)까지 넉 달 연속 기준금리를 낮췄다. 이에 따라 올 초 1달러에 약 7리라였던 리라화의 가치는 이번 예금보호 조치 발표 직전엔 1달러에 18리라를 웃돌기도 했다. 다만 발표 이후 1달러에 12.28리라까지 리라-달러 환율이 급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리라화 가치의 상승이 리라화 가치의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로 터키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초 터키의 공식 통계 조사기관인 투르크스탯은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1.31%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때문에 견과류인 헤이즐넛의 가격이 당분간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헤이즐넛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터키 농가들이 3배 수준으로 치솟은 수입 비료 가격 등을 감당하지 못해 생산을 줄이고 있다. 터키 정부가 단행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헤이즐넛이 주된 원료로 이른바 ‘악마의 잼’으로 불리는 누텔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덩달아 제기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처럼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낮추는 것은 수출 극대화를 통해 지지율 상승을 노려 장기집권을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 현지 재무 분석가인 무스타파 무라트 쿠빌라이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행보가 “내년 1분기(1~3월) 생산과 수출을 강화해 선거에 앞서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총리 시절까지 포함하면 2003년부터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현재 임기는 2024년까지다.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