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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병원이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국회에서 논의 중인 가운데 국회에선 15년 전부터 관련 법안 20건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된 논의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에서 관련 질의가 이뤄진 것도 한 번뿐이었다. 동아일보가 2019년 1월 출생신고가 안 된 채 숨진 지 7년 뒤에야 존재가 알려진 ‘투명인간 하은이’ 사례를 보도하는 등 이슈가 될 때마다 ‘보여주기식 입법 발의’가 이뤄졌지만 국회와 정부가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출생통보제, 관련 질의 단 1명 동아일보는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처음 발의됐던 2008년 이후 15년 동안 의안정보시스템과 국회 회의록을 전수조사했다. 관련 법안은 △18대 국회 1건 △19대 3건 △20대 5건 △21대 11건 등 총 20건이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통보제 관련 논의가 회의록에 남은 건 2016년 4월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일표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언급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홍 의원은 “병원에서 의무적으로 통지하는 안이냐”고 물은 뒤 “기존 법안과 여러 문제가 잘 조율될 필요가 있겠다. 생활 법률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도록 잘 정리될 필요가 있다”는 원론적 발언을 했다. 이날 회의를 끝으로 19대 국회가 임기 만료되며 관련 법안 3건도 자동 폐기됐다. 2021년 1월에도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8세 딸을 살해한 뒤 방치한 사건이 발생하자 국회에선 출생통보제 관련 법안이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11건 중 6건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도 이슈가 될 때마다 2018년, 2019년, 2022년 등 여러 차례 출생통보제 도입 방침을 밝혔지만 세부 논의에 들어가면 소극적 의견을 반복했다. 2020년 국회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잉 규제가 될 수 있고 외국에서 출생한 아동에 대한 입법 공백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보건복지부는 “출생 통보로 인해 출산 사실이 드러나는 걸 꺼리는 여성이 의료기관 외에서 출산하는 경우 산모와 영아의 생명과 건강에 위협이 되는 점이 우려된다”며 “보호출산제 도입 없이 출생통보제 도입만을 규정하는 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회 ‘출생통보제’ 처리 가닥15년 동안 소극적 태도를 보였던 여야는 최근 출생 미신고 영아 살해·유기 사건이 잇달아 드러나자 뒤늦게 출생통보제 도입을 두고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여야는 출생통보제 도입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여야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출생통보제 도입 내용을 담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병원에서 출산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전달하면 심평원에서 이를 지자체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28일 소위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29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30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은 출산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안 된 사건 12건 중 생사 확인이 안 된 4건을 집중 수사 중이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인터넷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신생아를 넘겼다”고 한 경기 화성시 10대 미혼모 사건과 관련해 친모로부터 “아이를 넘겨받은 이들이 강원에 살고 있는데 조만간 인천으로 이사 간 후 출생신고를 하겠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출생신고가 이뤄진 흔적은 못 찾은 상태다. 2019년 경기 수원시에서 출산한 외국인 친모와 영아의 행방도 확인 중이다. 경찰은 영아 예방접종 당시 친모와 함께 있었던 30대 외국인 남성의 신원을 먼저 특정하고 친모와의 관계를 조사 중이다. 또 2015년 경기 안성시에서 태국과 베트남 국적 불법 체류자로부터 태어난 영아 2명의 생사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및 유기해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23)이 범행 당시 피해자를 흉기로 110회 이상 찌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지난 달 26일 범행 당시 피해자를 흉기로 110회 넘게 찌르는 잔혹함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문 감식을 피하기 위해 관련 부위를 훼손하는 등 시신 곳곳을 손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유정은 범행 직전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해 살인을 예고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릴 적부터 부모와 떨어져 할아버지와 지냈는데, 이 과정에서 아버지에게 분노를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정유정의 범행 배경에 대해 “불우한 성장 과정, 가족과의 불화, 대학 진학 및 취업 실패 등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사이코패스적인 성격이 어우러져 범행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바 있다. 정유정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 50분경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미리 준비해 둔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유정과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부산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송영인 형사3부장)은 21일 정유정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및 절도로 구속기소했다.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

A 씨는 2019년 5월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를 가진 후 아이를 가졌다.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듬해 2월 부산 수영구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혼자 남아를 출산했다. 밖에 있던 어머니가 “왜 안 나오냐”고 재촉하자 A 씨는 2층 높이에서 신생아를 밖으로 던졌고, 아이는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 1심 법원은 2020년 8월 영아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25일 동아일보가 최근 5년(2018년 6월∼2023년 6월) 동안 영아살해·살해미수 관련 1심 판결문 2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중 12건(50%)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선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과 함께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 감안” 영아살해·살해미수 판결 24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12건도 처벌 수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형법에 따르면 영아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내려진 건 △징역 2년 이하 8건(66.7%) △징역 3년 3건(25%) △징역 5년 1건(8.3%)이었다. 가장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경우 친모가 시신을 유기한 사실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여성은 2019년 5월 화장실에서 출산한 후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했으며, 시신을 깡통 안에 넣은 채 소각을 시도했다. 재판부는 감형 이유로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20건)는 점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또 “출산 직후 정신적 불안과 충격 등으로 정상적 판단이 어려웠다”(14건), “전과 및 벌금형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12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고려했다”(6건)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 24건 중 미혼 상태에서의 범행은 22건(92%), 기혼 상태는 2건(8%)이었다. 범인은 친모가 22건, 친모와 친부가 함께인 경우가 2건이었다. 범행 장소는 화장실이 대부분이었고, 범행 동기로는 “경제적으로 양육할 형편이 안 됐다”는 경우가 18건(75%)이었다.● “보호출산제 도입하고 처벌 강화해야”최근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두 아이를 살해한 후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후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지방자치단체 등에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된다면 막다른 상황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숨지게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미혼모들이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아이를 키워도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이란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아살해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당장 먹고살 게 없어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던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영아살해죄를 더 무겁게 처벌해 생명 경시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A 씨는 2019년 5월 클럽에서 만난 남성과 관계를 가진 후 아이를 가졌다. 주변에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채 이듬해 2월 부산 수영구의 한 교회 화장실에서 혼자 남아를 출산했다. 밖에 있던 어머니가 “왜 안 나오냐”고 재촉하자 A 씨는 2층 높이에서 신생아를 밖으로 던졌고, 아이는 두개골 골절로 숨졌다. 1심 법원은 2020년 8월 영아살해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어린 나이에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점,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감안했다”고 밝혔다.25일 동아일보가 최근 5년(2018~2023년) 동안 영아살해·살해미수 관련 1심 판결문 24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이 중 12건(50%)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선 산모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도입 등의 제도적 개선과 함께 처벌 강화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 감안”영아살해·살해미수 판결 24건 중 실형을 선고받은 12건도 처벌 수위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형법에 따르면 영아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이 가능하지만 실제로 내려진 건 △징역 2년 이하 8건(66.7%) △징역 3년 3건(25%) △징역 5년 1건(8.3%)이었다.가장 무거운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의 경우 친모가 시신을 유기한 사실이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여성은 2019년 5월 화장실에서 출산한 후 신생아를 방치해 숨지게 했으며, 시신을 깡통 안에 넣은 채 소각을 시도했다.재판부는 감형 이유로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다”(20건)는 점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또 “출산 직후 정신적 불안과 충격 등으로 정상적 판단이 어려웠다”(14건), “전과 및 벌금형 외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12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여건과 불우한 가정환경을 고려했다”(6건)는 표현도 자주 등장했다.24건 중 미혼 상태에서의 범행은 22건(92%), 기혼 상태는 2건(8%)이었다. 범인은 친모가 22건, 친모와 친부가 함께인 경우가 2건이었다. 범행 장소는 화장실이 많았고, 범행 동기로는 “경제적으로 양육할 형편이 안 됐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보호출산제 도입하고 처벌 강화해야”최근 수원에 거주하는 30대 여성이 출생신고 하지 않은 두 아이를 살해한 후 냉장고에 유기한 사건이 드러난 후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하고 아이를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된다면 막다른 상황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숨지게 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영아살해죄 형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영아살해죄는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당장 먹고 살 게 없어 아이를 키우기 어려웠던 당시와 상황이 많이 달라진 만큼 영아살해죄를 더 무겁게 처벌해 생명 경시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인 장윤미 변호사는 “미혼모들이 혼자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며 “혼자 아이를 키워도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해 줄 것이란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주현우기자 woojoo@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최미송기자 cms@donga.com}

“여자친구와 자주 가던 룸카페 출입문이 모두 투명창으로 바뀌었더라고요. 밀폐된 공간을 찾아 만화카페로 왔어요.” 19일 서울 강남구의 한 만화카페에서 만난 신모 군(17)은 “룸카페와 만화카페는 사실 구조나 시설이 비슷한 것 같은데 룸카페에만 규제가 적용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밀폐된 공간이 있는 룸카페가 청소년들의 일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규제를 만들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룸카페와 비슷한 형태로 영업하지만 상대적으로 단속이 소홀한 만화카페나 보드게임카페 등으로 청소년들이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만화·보드게임카페 20곳 중 13곳 규정 위반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를 개정해 룸카페 등에 대한 단속 기준을 마련했다. 청소년 출입 가능 업소인 경우 밀폐된 공간에 잠금장치를 설치할 수 없게 했고 출입문과 벽면 등을 일정 부분 이상 개방하거나 투명하게 만들도록 했다. 또 커튼으로 출입구 등을 가리는 것과 침대·침구 설치 등을 금지했다. 해당 규정을 어긴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적발 시 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룸카페뿐 아니라 만화카페, 보드게임카페 등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현장에선 룸카페 위주로 단속이 이뤄지다 보니 다른 업종 가게들은 바뀐 규정을 반영하지 않은 채 영업을 강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동아일보가 19일 강남·송파·강동구의 만화카페와 보드게임카페 20곳을 둘러본 결과 13곳(65%)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대부분은 밀실이나 칸막이 등으로 밀폐된 공간에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출입구를 커튼으로 가리는 등 사실상 룸카페와 같은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13곳 모두 이불, 담요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한 만화카페에선 남녀 청소년이 밀폐된 공간에서 쿠션을 베고 담요를 덮은 채 잠들어 있었다. 다른 만화카페에선 교복을 입은 남녀 2명이 손을 잡고 밀폐된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목격됐다.● 업주들 “단속할 거면 다 똑같이 하라” 불만 최근 집중 단속의 대상이 된 룸카페 업주들은 ‘단속의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성북구의 한 룸카페 주인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 단속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단속을 할 거면 룸카페만 집중 단속하지 말고 만화카페도 동일한 기준으로 단속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강남구의 한 보드게임카페 주인은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와 룸카페 집중 단속이 맞물리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청소년 손님이 30%가량 늘었다”며 “보드게임카페도 규제 대상인 줄 몰랐는데 규제를 하더라도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룸카페를 집중 단속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청소년들이 많이 찾는 만화·보드게임카페는 단속이 미비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유사한 업종에 대해선 같은 잣대로 단속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자체에 안내하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중국에서 강제송환된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총책이 보이스피싱 범죄 역사상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선고 받았다.1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김병철)는 보이스피싱 범죄조직 총책 A 씨에 대해 징역 20년과 추징금 5억7500여만 원을 선고했다. 나머지 공범 11명에게는 징역 1~15년형이 선고됐다. 20일 대검찰청과 경찰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호삼)에 따르면 A 씨는 중국과 필리핀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으로 활동하며 피해자 435명으로부터 총 26억 원을 가로챘다. 이들은 금융기관을 사칭해 저금리 대출을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의 한 피해자는 2억8000만 원이 넘는 피해를 입고 충격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앞서 A 씨는 단순 사기죄로 송치됐다. 하지만 합수단은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던 관련 범죄를 병합해 상습사기 혐의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A 씨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A 씨의 보이스피싱 조직으로 인한 피해가 매우 심각해 재판부에 적극적으로 중형을 선고해달라는 의견을 냈다”며 “앞으로도 보이스피싱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다섯 달 앞둔 시점에서 교육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공교육 교과 과정 밖의 초고난도 킬러 문항을 출제하지 않으면서도, 공정성과 분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 문제를 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킬러 문제의 존재 이유가 ‘변별력 극대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의 지시가 수능에 제대로 구현될지 확신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19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당정협의회에서 “교과 내용에서만 출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수능 출제 기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사실상 변별력이 낮아지기 마련인데, 이를 수능 출제 기법의 개선으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입시 현장에서는 질문의 유형을 변형하는 방식으로 정답률 20∼30% 수준의 ‘준(準)킬러 문항’이 다수 출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어 영역의 경우 교과 과정에서 다뤘던 지문이 나오는 대신 지문 길이가 길어지거나 문제당 지문 개수를 늘려 적정 난도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학생들이 지문을 이해했는지 다양한 맥락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출제될 것”이라며 “예를 들어 환경 관련 지문이 나오면 단순히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의 차원뿐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할 때 문제를 풀 수 있게 복합적으로 질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쉬운 수능’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수능 난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퍼지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이 국어 영역의 비문학 지문, 과목 융합형 문제 등을 배제한다고 한 만큼 이 영역은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작년까지는 학생들이 공부를 잘 안 해본 내용이 수능에 나왔지만 올 수능은 다뤄 본 내용이 나올 확률이 크다”고 내다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보통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고 점수가 수시, 정시 중 어디에 더 유리한지 판단하고 입시 전략을 짜는데, 올해는 9월 모의평가를 치르기 전까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킬러 문항을 줄이면서 변별력은 기르겠다니… 구체적이지도 않은 수능 출제 방향을 6월 모의평가도 이미 치른 뒤인 지금 시점에서 발표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서울 강남에 사는 고3 학부모 이모 씨(52)는 19일 대치동에서 기자와 만나 “내신 점수를 따기 어려운 지역의 학생들은 보통 정시를 많이 노린다. 여태 수능 기조에 맞춰 준비했더니 갑자기 방향을 바꾼다고 하니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요 며칠 벌어진 일을 학교에 상담해 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며 “이럴수록 우리는 더욱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당정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을 발표하자 고3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수능이 불과 5개월 남은 시점에 수능 기조가 대폭 달라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고3 수험생인 박모 양(18)은 “국어 영역이 약해 특히 신경써서 공부해 왔는데 갑자기 출제경향이 바뀐다고 하니까 너무 막막하고 힘든 상황”이라며 “6월 모평 끝나고 대통령 한마디에 수능 기조가 바뀌는 게 공정한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학부모 박모 씨(55)는 “공부 열심히 했던 아이들은 실수를 하나만 해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를 절대 못 가게 될 것”이라며 “EBS 변형 문제를 잘 내는 학원 수강이나 과외라도 시켜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야당도 맹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아마추어적이고 비상식적 지시”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수능 5개월을 앞둔 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주말인 17일 저녁 서울 여의도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방탄소년단(BTS) 10주년 페스타(FESTA) 불꽃놀이 행사 등에 최대 75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돼 정부가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6일 서울경찰청은 10주년 페스타 안전 관리를 위해 인력 2000여 명과 교통경찰 630명을 행사 주변 일대에 배치한다고 밝혔다. 행사장 내에는 안전펜스를 설치하고 구급차 비상 통행로를 확보했다. 행사 당일인 17일 오후 2∼10시에는 마포대교 남단∼63빌딩 앞 여의동로 1.5km 구간이 전면 통제된다. 인파 및 교통 상황에 따라 여의상류 나들목과 여의나루로, 국제금융로 등도 탄력적으로 통제할 예정이다. 혼잡도에 따라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은 무정차 통과하거나 출입구가 임시로 폐쇄될 수 있다. 서울시는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인근 도로변과 강변북로, 한강다리 등에 불법 주정차하는 차량을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페스타를 주최하는 빅히트뮤직과 하이브는 현장의 인파 밀집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주요 장소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이동통신 3사는 주변 이동 기지국 및 임시 시설을 설치하는 등 용량을 증설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소정 기자 sojee@donga.com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더 나은 처우를 찾아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로 ‘취업 이민’ 가는 사례가 최근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선진국의 간호사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인데, 안 그래도 부족한 국내 간호 인력이 대거 유출되면서 환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3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미국간호사국가시험원(NCSBN)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간호사 면허시험인 ‘엔클렉스(NCLEX)’에 응시한 한국인 수는 1816명에 달했다. 2018년 783명이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올 1∼3월 응시자 수만 1758명에 달해 연간 최대치 경신이 확실시된다. 이 통계는 처음 응시한 이들을 기준으로 집계돼 2차례 이상 시험을 본 이들까지 포함할 경우 응시자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간호사들이 미국 등 해외로 취업을 나서는 것은 국내의 경우 보수 대비 처우가 열악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취업에 성공한 A 씨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가량인데 연봉은 4배나 된다”고 했다. 또 간호사 집단 내 괴롭힘 문화인 이른바 ‘태움’ 때문에 못 견디고 해외로 나가는 경우도 있다. 의료 현장에선 “간호사 구인난이 응급의료 공백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의 한 중소병원은 2년 전 간호사 인력난으로 중환자실을 폐쇄했다. 병원 관계자는 “추가 간호사 채용이 어려워 여전히 중환자실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간호사들 “美업무량 韓의 절반, 연봉은 4배”… 이탈 늘어 의료공백 뉴욕 병원에 취업한 한국 간호사…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 없어”주60시간 넘는 근무에 처우는 열악간호인력 유출로 중소병원들 타격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하기도“한국에서 일할 때는 앉아서 점심을 먹은 날이 손으로 꼽을 정도였어요.” 지난해 말 미국 뉴욕의 한 병원에 취업한 이모 씨(29)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씨는 국내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3년간 간호사로 일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꿨던 간호사가 됐지만 과중한 업무와 선배 간호사들의 폭언 등으로 미국 이민을 결심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 강도는 절반에 불과한데 연봉은 4배 가까이 높다”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열악한 처우’에 해외로 떠나는 간호사들 국내 간호사들이 해외 취업을 택하는 것은 국내 병원에서 수행하는 업무가 과중한 반면 처우는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2년간 신경외과 병동 간호사를 하다 지난해부터 호주 멜버른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이모 씨(33)는 “한국 병동에선 간호사 한 명당 한 번에 환자를 20명씩 담당할 때도 있었는데 호주에선 4명만 돌본다”며 “그만큼 환자 한 명에게 더 집중할 수 있고 업무 피로감도 적다”고 말했다. 올해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직 간호사의 42.5%가 주 52시간 근무를 초과하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는 주 60시간 근무를 넘기는 것도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최근 3개월간 이직을 고려한 간호사 비율이 74.1%나 됐다. 반면 업무량 대비 보상은 적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한국 간호사 평균 연봉은 4675만 원으로 연봉이 9000만∼1억 원 안팎인 미국의 절반 남짓이다. 또 한국에선 3교대 근무가 대부분인 반면 미국 간호사들은 주 3일을 2교대로 일하고, 4일은 휴식하는 방식이 보통이다. 또 미국의 경우 정년이 따로 없고 ‘전담 간호사 제도’가 정착돼 업무 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적인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등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이 넓어졌다. 올 3월 미국 간호사 시험에 합격해 이민을 준비 중인 오모 씨(26)는 “한국에선 3교대인데도 연장근로가 당연하게 여겨져 하루 12시간씩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진료 차트로 머리 맞는 일 비일비재” 병원 내 엄격한 조직 문화도 간호사들이 국내 병원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 간호사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2년 차 간호사 신모 씨(27)는 “실수를 하면 선배들에게 진료 차트로 머리나 등짝을 맞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중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30.1%나 됐다. 괴롭힘의 유형은 폭언(77.8%)이 제일 많았고, 업무 몰아주기(36%), 따돌림(34.5%) 순이었다. 간호 인력의 사직과 해외 유출이 이어지면서 중소 병원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형 병원이 퇴사자 대체를 위해 신규 간호사를 대거 채용하다 보니 중소 병원에서 간호 인력 구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강동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 박모 씨(57)는 “젊은 간호사가 자꾸 빠져나가 정년퇴직한 60대 간호사를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남은 간호사들의 업무량이 늘면서 연차를 하루도 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간호사 부족으로 응급구조사 등이 간호사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간호사 유출을 막으려면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대 교수는 “처우 개선을 위해선 간호사 한 명당 환자 수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라며 “의료법에 관련 규제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다 보니 유명무실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금선 고려대 간호학과 교수는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들은 최저임금도 못 받으며 일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처우를 개선해야 인력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14일 박항서 전 베트남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초청 간담회를 개최한다. 박 전 감독은 이날 간담회에서 베트남 남자 축구 국가대표 감독 시절 베트남어 통역과 관련된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하고, 한·베트남어 통번역학과에 재학 중인 베트남 유학생들을 만나 소통할 예정이다. 간담회는 14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강당에서 진행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도 생중계된다.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는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 창업주 윤균 회장이 2002년 설립한 영어교육 전문 대학원이다. 올해 9월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로 교명을 바꿀 예정이다. 이재희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총장은 “이번 간담회가 학생들에게 뜻깊은 시간이 되길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높이 555m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허가 없이 맨손으로 오르던 영국인 남성이 4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12일 오전 서울 송파경찰서는 오전 9시 3분경 무단으로 외벽을 오르던 영국인 조지 킹톰프슨 씨(24)를 건조물 침입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킹톰프슨 씨는 이날 오전 5시경부터 등에 낙하산 장비를 멘 채 맨손으로 외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를 발견한 건물 관리소 측은 오전 7시 50분경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소방 당국은 차량 11대 등을 동원해 오전 9시경 롯데월드타워 72층과 73층 사이 약 300m 높이에서 킹톰프슨 씨를 건물 외벽에 부착된 곤돌라에 태워 건물 내부로 들어오게 했다. 롯데월드타워는 지하 6층, 지상 123층 건물이다. 경찰 조사에서 킹톰프슨 씨는 “롯데월드타워에 올라 비행하는 것이 오랜 꿈으로 6개월 전부터 계획했다”며 “사흘 전 입국해 하루는 모텔에 투숙했고, 이틀은 노숙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는 높은 건물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는 스포츠인 ‘베이스 점핑’을 하기 위해 입국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19년 영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지상 72층, 높이 310m ‘더 샤드’를 무단 등반하다 붙잡혀 3개월 동안 복역했다. 2018년에도 프랑스 암벽 등반가 알랭 로베르 씨(61)가 롯데월드타워 외벽을 무단으로 75층까지 오르다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바 있다. 하지만 롯데 측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 처벌이 이뤄지진 않았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지난해 8월 폭우로 서울 관악구 동작구 일대 반지하 주민 4명이 숨진 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제로 반지하 집을 탈출한 주민은 극히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여름 기록적 고온과 홍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반지하 주민들의 피해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월세 지원 및 공공임대주택 이주 등 지난해 폭우 이후 발표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주거 상향’ 정책을 통해 반지하를 벗어난 주민은 최대 23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 전체 반지하 주택(약 21만 가구)의 1.1%에 불과한 수치다. 서울시가 폭우 직후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밝히며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아직 대다수 반지하 주민이 지난해와 비슷한 환경에 거주하는 것이다. 먼저 국토부와 서울시의 ‘공공·민간임대주택 이주 우선권 부여 및 보증금 무이자 대출’ 정책의 지원을 받아 반지하에서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주민은 올 5월 말까지 1300가구에 그쳤다. 서울시의 ‘지상층 이주 시 월세 20만 원 지원’은 올 5월 말까지 970건 집행됐다. 지난해 8월 폭우 피해가 컸던 동작구는 312건, 관악구는 129건 지원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혜자가 매달 월세를 지원받을 때마다 1건으로 집계되는 만큼 실제로 지원을 받은 가구는 970가구에 못 미칠 것”이라며 “장마철을 앞두고 홍보 우편물 발송 등을 통해 제도를 더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이 다세대주택을 매입해 창고 등으로 전환하며 반지하 주택을 줄이는 정책도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지난해부터 올 5월 말까지 SH공사가 매입한 반지하 주택은 98채로 지난해(1000채)와 올해(3450채) 목표를 합친 것의 2% 남짓에 불과하다. LH는 지난해 폭우 이후부터 지난달 말까지 1건도 매입하지 못했다. 여전히 반지하에서 못 벗어난 주민이 대다수여서 지난해와 같은 폭우가 내릴 경우 침수 피해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여름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의 고온 현상인 엘니뇨가 발생하며 기록적 고온과 홍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7월 강수량이 평년(245.9∼308.2mm)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80%에 달했다. 8월에도 평년(225.3∼346.7mm)과 비슷하거나 많을 확률이 80%에 이른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일부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수천만 원에 이르는 지상층 임차 보증금과 매달 수십만 원씩 더 내야 하는 월세는 반지하 주민에게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남아있는 반지하 주민을 위한 물막이판(차수판) 설치, 신속 대피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작년 침수지역 반지하 45곳중 39곳 주민 거주… “지원 턱없이 부족” 공공임대-보증금 대출 등 혜택 적어지원 받아도 반지하 탈출 어려워“10개월 지났지만 아직 물비린내… 하수도 정비-차수판 현실적 지원을” “지상층으로 올라갈 돈이 충분하지 않네요. 여름이 무섭지만 반지하에 남을 수밖에 없죠.” 지난해 8월 폭우 당시 침수 피해를 당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민 이모 씨(25)는 9일 만난 동아일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당시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오르자 몸만 빠져나왔다. 가재도구 등이 모두 침수돼 10개월이 지난 지금도 집에선 물비린내가 난다. 이후 몇 번이나 인근 지상층 원룸으로 이사를 생각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반지하 집 전세 계약도 연장했다. 이 씨는 “정부 지원을 받아도 반지하를 탈출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당시 5분만 늦었어도 못 빠져나올 뻔했는데 올해는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관악·동작 반지하 여전히 대부분 거주 9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지난해 폭우 피해가 컸던 서울 관악·동작구 일대 반지하 가구 45채를 조사한 결과 39채(87%)에 여전히 주민들이 거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반지하를 없애겠다”고 밝히며 각종 대책을 내놨지만 주민 대부분은 반지하를 탈출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8월 폭우 당시 일가족 사망 사고가 발생한 관악구 반지하 주택 바로 옆 빌라 2곳에도 아직 사람이 살고 있었다. 이 중 1곳은 빗물을 막아주는 물막이판(차수판)도 설치되지 않은 채였다. 반지하 주택을 떠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이주 우선권을 주며 보증금 대출을 지원하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물량이 많지 않다 보니 크게 도움이 안 되는 실정이다. 또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보증금 대출이자, 월세 등의 비용 부담이 여전하다 보니 지상층 이사를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관악구 반지하 주민 김모 씨(35)는 “지금 사는 반지하 집은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인데, 인근 지상층은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80만 원 수준”이라며 “서울시의 20만 원 월세 지원을 받아도 매달 25만 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작구 반지하 주민 박모 씨(49)도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지원 해준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직장 및 아이들 초등학교와 거리가 너무 멀어 포기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침수 피해가 잦은 지역의 반지하 주민부터 선제적으로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보증금을 직접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자도생 나선 반지하 주민들 고물가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저렴한 반지하 주택을 찾는 수요는 줄지 않고 있다. 동작구의 한 부동산에서 만난 김모 씨(32)는 “지난해 침수됐던 지역이라 꺼려졌지만 비용을 고려하니 이 지역 반지하 집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관악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시생이나 외국인 근로자 등 신림동 반지하를 찾는 수요는 여전하다”고 설명했다. 반지하를 못 벗어난 주민들은 장마철을 앞두고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침수를 경험한 동작구 주민 최모 씨(49)는 반지하에 사는 동네 어르신 집을 돌며 무거운 짐들을 바닥으로 내려주고 있다. 최 씨는 “집이 물에 잠기는 과정에서 대피하다 무거운 짐이 떨어져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올해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구 반지하 주민 김모 씨(33)는 “올해 다시 침수되면 어차피 다 버릴 것 같아서 냉장고 같은 필수품을 제외하곤 가전제품과 가구를 최소화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남아 있는 반지하 주민들을 위한 대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폭우 때 물이 차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하수도 정비와 물막이판 설치 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폭우를 대비해 임시 거처를 미리 마련하고 주민들이 신속하게 해당 공간으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최미송 기자 cms@donga.com}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대에 다니는 김모 씨(25·여)는 2일 스마트폰에서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수감 중·사진)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을 알고 나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앱을 통하면 과외 구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몇 개월 전에 가입했는데 정유정이 내 정보를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정유정은 2일 검찰 송치를 위해 부산 동래경찰서를 나서면서 기자들과 만나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유족에게 죄송하다”며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과외 중개 앱 탈퇴 움직임 확산 정유정의 엽기적인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대학가에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과외 중개 앱을 탈퇴하는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정유정이 사용한 과외 중개 앱에는 과외교사가 약 45만 명, 학생 및 학부모 회원이 약 120만 명 가입돼 있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 씨(21·여)는 “알고 보니 저는 물론 친구 대부분이 정유정이 사용했던 과외 중개 앱에 가입돼 있더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수가 중개 앱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과외 중개 앱 대부분은 과외교사로 등록할 때 얼굴 사진과 학교, 거주지역 등을 등록하게 한다. 정유정이 사용한 중개 앱의 경우 학생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올리라고 한다. 학생 또는 학부모 회원으로 등록하면 이들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화번호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과외 중개 앱 및 사이트 10곳을 확인한 결과 4곳은 학생이나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하면 클릭 몇 번으로 5, 10분 내에 과외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곳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과외교사에게 연결됐다. 나머지 5곳은 과외 신청을 하거나 채팅 상담 요청을 하면 과외교사가 메시지나 전화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이 중 한 서비스에 동아일보 기자가 정유정이 했던 것처럼 ‘중학생 3학년 여학생 영어 과외를 원하는 학부모’로 가입하자 1분도 안 돼 “상담해 드릴 수 있다. 전화상담 지금 가능하시냐”는 과외교사의 메시지가 왔다.● 중년 남성으로부터 ‘만나자’ 연락도 과외 중개 앱이 성범죄 등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경기 성남에서 중개 앱으로 과외를 여러 번 구했다는 박모 씨(27·여)는 “취업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을 올렸는데, 받은 연락 10개 중 1, 2개는 과외와 상관없이 중년 남성이 ‘만나자’고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과외는 관심 없고 대화만 하면 된다.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했다. 일본어 과외를 해줄 수 있다고 올린 정모 씨(24·여)는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30대 초반 남성을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일본어 얘기는 안 하고 ‘사진이랑 실물이 똑같다’는 식의 말만 해 도망쳤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과외 등을 중개하는 앱의 경우 신상정보 노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일부 앱에서 필수사항으로 돼 있는 전화번호 등 중요 정보는 선택사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상대 이용자에게 신상정보를 그대로 제공하지 않고 앱 업체 선에서 과외교사를 인증해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내가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부산대에 다니는 김모 씨(25·여)는 2일 스마트폰에서 과외 중개 애플리케이션(앱)을 삭제했다. 또래 20대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이 과외 중개 앱을 통해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을 알고나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 씨는 “앱을 통하면 과외 구하기 쉽다는 말을 듣고 몇 개월 전에 가입했는데 정유정이 내 정보를 봤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고 했다.● 과외 중개 앱 탈퇴 움직임 확산정유정의 엽기적인 범행 수법이 드러나면서 대학가에 여대생들을 중심으로 과외 중개 앱을 탈퇴하는 ‘엑소더스(대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정유정이 사용한 과외 중개 앱에는 과외교사가 약 45만 명, 학생 및 학부모 회원이 약 120만 명 가입돼 있다. 한국외대 재학생 박모 씨(21·여)는 “알고 보니 저는 물론 친구 대부분이 정유정이 사용했던 과외 중개 앱에 가입돼 있더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상당수가 중개 앱 이용을 중단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과외 중개 앱 대부분은 과외교사로 등록할 때 얼굴 사진과 학교, 거주지역 등을 등록하게 한다. 정유정이 사용한 중개 앱의 경우 학생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도 올리라고 한다. 학생 또는 학부모 회원으로 등록하면 이들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전화번호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동아일보가 과외 중개 앱 및 사이트 10곳을 확인한 결과 4곳은 학생이나 학부모 회원으로 가입하면 클릭 몇 번으로 5, 10분 내에 과외교사의 개인 연락처를 확인할 수 있었다. 1곳은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지 않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과외교사에게 연결됐다.나머지 5곳은 과외 신청을 하거나 채팅 상담 요청을 하면 과외교사가 메시지나 전화로 답하는 방식이었다. 이 중 한 서비스에 동아일보 기자가 정유정이 했던 것처럼 ‘중학생 3학년 여학생 영어과외를 원하는 학부모’로 가입하자1분도 안 돼 “상담드릴 수 있다. 전화상담 지금 가능하시냐”는 과외교사의 메시지가 왔다.● 중년 남성으로부터 ‘만나자’ 연락도 과외 중개 앱이 성범죄 등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경기 성남에서 중개 앱으로 과외를 여러 번 구했다는 박모 씨(27·여)는 “취업을 위해 찍은 프로필 사진을 올렸는데 온 연락 10개 중 1, 2개는 과외와 상관없이 중년 남성이 ‘만나자’고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 번은 ‘과외는 관심 없고 대화만 하면 된다. 원하는 금액을 주겠다’는 메시지도 받았다”고 했다. 일본어 과외를 해줄 수 있다고 올린 정모 씨(24·여)는 “일본어 자격증을 따고 싶다는 30대 초반 남성을 만났는데 첫 만남에서 일본어 얘기는 안 하고 ‘사진이랑 실물이 똑같다’는 식의 말만 해 도망쳤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과외 등을 중개하는 앱의 경우 신상 정보 노출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일부 앱에서 필수사항으로 돼 있는 전화번호 등 중요 정보는 선택사항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앱 업체가 과외교사를 인증해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방식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송유근기자 big@donga.com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최원영기자 o0@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두 번 감염됐을 때 모두 여기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선별검사소가 없어진다니 시원섭섭한 기분이네요.” 1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만난 박모 씨(38)는 “의료진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굿바이 코로나’도 없었을 거다.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그의 눈앞에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던 임시선별검사소가 운영을 마치고 해체되고 있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후 시행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 일부 감염 취약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아졌기 때문인데, 시민들은 곳곳에서 일상 회복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 전국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중단이날 서울역 앞에선 시민 10여 명이 발걸음을 멈춘 채 선별검사소 해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박스를 나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곳은 2020년 12월 14일 설치된 전국 첫 임시선별검사소다. 서울역 인근 주민 변모 씨(58)는 “답답했던 코로나19와 이젠 정말 작별할 시간”이라며 웃은 뒤 철거된 자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전국의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은 1일 부로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전부터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았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임시선별검사소를 매주 2, 3건씩 철거하며 엔데믹(풍토병화)을 실감했다”고 했다. 출퇴근길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 3월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조심스러워하던 이들이 조금씩 ‘마스크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도 마스크 없이 수업을 듣는 일이 보편화됐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학교와 학원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수업을 듣는 게 어느새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확진자도 마스크 없이 다닐 텐데” 불안도이날부터 동네 의원와 약국 등에선 의료진과 약사, 환자 모두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졌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용산·마포·중구 일대 병원과 약국 등 총 17곳을 돌아본 결과 의료진과 약사들은 여전히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였다. 중구 신당동의 한 이비인후과 간호사 김모 씨(48)는 “오늘 온 환자 10명 중 9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마스크가 답답해 보이는 어르신 환자에게 ‘벗어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걱정된다며 안 벗으시더라”고 전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박수진 씨(27)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감기 기운이 있기도 하고 혹시 코로나19에 확진됐을까봐 마스크를 쓰고 왔다”고 했다. 약국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중구의 한 약국 약사 박모 씨는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판을 오늘 떼어 버렸는데 손님 80% 이상이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오더라”고 했다. 용산구 청파동의 한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이 약국 약사는 “독감 환자가 많아 아직 마스크를 벗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마포구 망원동의 한 약국에서 나오던 박모 씨(79)는 “4년 전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다. 확진자 격리 의무가 사라져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 거라고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두 번 감염됐을 때 모두 여기서 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어요. 선별검사소가 없어진다니 시원섭섭한 기분이네요.” 1일 낮 12시 40분경 서울 중구 서울역 앞에서 만난 박모 씨(38)는 “의료진들이 없었다면 오늘 같은 ‘굿바이 코로나’도 없었을 거다.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했다. 그의 눈 앞에선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진행했던 임시선별검사소가 운영을 마치고 해체되고 있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후 시행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등 일부 감염 취약시설을 제외하고 모두 해제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심각’에서 ‘경계’ 단계로 낮아졌기 때문인데, 시민들은 곳곳에서 일상 회복을 실감하는 모습이었다. ● 전국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중단 이날 서울역 앞에선 시민 10여 명이 발걸음을 멈춘 채 선별검사소 해체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박스를 나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곳은 2020년 12월 14일 설치된 전국 첫 임시선별검사소다. 서울역 인근 주민 변모 씨(58)는 “답답했던 코로나19와 이젠 정말 작별할 시간”이라며 웃으며 철거된 자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전국의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은 1일부로 모두 중단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전부터 문을 닫는 곳이 적지 않았다. 철거업체 관계자는 “그 동안 임시선별검사소를 매주 2, 3건씩 철거하며 엔데믹(풍토병화)을 실감했다”고 했다. 출퇴근길 지하철과 시내버스 등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들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올 3월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에도 조심스러워하던 이들이 조금씩 ‘마스크 없는 생활’에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도 마스크 없이 수업을 듣는 일이 보편화됐다.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한 학부모는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학교와 학원에서 마스크를 안 쓴 채 수업을 듣는 게 어느새 자연스러운 분위기가 됐다”고 전했다.● “확진자도 마스크 없이 다닐텐데” 불안도 이날부터 동네 의원와 약국 등에선 의료진과 약사, 환자 모두 마스크 착용의무가 사라졌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날 용산·마포·중구 일대 병원과 약국 등 총 17곳을 돌아본 결과 의료진과 약사들은 여전히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환자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였다. 중구 신당동의 한 이비인후과 간호사 김모 씨(48)는 “오늘 온 환자 10명 중 9명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며 “마스크가 답답해 보이는 어르신 환자에게 ‘벗어도 된다’고 말씀드렸지만 아직은 걱정된다며 안 벗으시더라”고 전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박수진 씨(27)는 “오늘부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기사를 보긴 했지만 감기 기운이 있기도 하고 혹시 코로나19에 확진됐을까봐 마스크를 쓰고 왔다”고 했다. 약국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중구의 한 약국 약사 박모 씨는 “출입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안내판을 오늘 떼 버렸는데 손님 80% 이상이 마스크를 쓴 채 들어오더라”고 했다. 용산구 청파동 한 약국에는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이 약국 약사는 “독감 환자가 많아 아직 마스크를 벗기에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도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마포구 망원동 한 약국에서 나오던 박모 씨(79)는 “4년 전부터 고혈압과 고지혈증 등을 앓고 있는데 확진자 격리 의무도 사라져 코로나19에 감염된 이들이 마스크 없이 돌아다닐거라고 생각하면 불안하다”고 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0여 년 전 손자를 교통사고로 먼저 보냈어요. 그런데 본인도 이렇게 허망하게 갈 줄 정말 몰랐네요.”30일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 뒤 수술 가능한 병원을 찾다 2시간여 만에 숨진 구모 씨(74)의 지인 김모 씨(63)는 경기 용인시에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울먹이며 말했다. 옆에 있던 마을 이장 최 씨도 “5년 전 형수님과 사별하고 홀로 지내다 3년 전 풍이 와서 거동이 불편해도 저녁 산책만은 거르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다.용인에서 심야에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다니다 고속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구급대는 138분 동안 병원 12곳에 수술을 요청했지만 그 중 1곳에서 응급처치만 해줬을 뿐 나머지는 모두 병원 문턱을 넘지도 못했다. 응급의료 시스템 미비로 ‘표류’하다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이 수도권에서 다시 한 번 발생한 것이다.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30일 오전 0시 28분경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좌항리의 왕복 2차로 도로에서 구 씨가 후진하던 그랜저 차량에 깔렸다. 구 씨는 신고 접수 후 10분 만에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까지만 해도 의식이 있었다. 구급대는 복강 내 출혈이 의심됐지만 응급수술이 이뤄지면 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경기소방재난본부 구급대는 오전 0시 50분경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인 아주대병원과 접촉했지만 ‘환자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근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시 20분경 용인시 기흥구의 강남병원에 도착했지만 구급차에서 내리지 않은 채 산소공급 등 응급처치만 받았다. 구급대 관계자는 “병원 측에서 병상이 없고 교통 사고 외상 후 상태가 위중해 큰 병원에 갈 것을 권했다”고 말했다. 이후 접촉한 8개 병원도 여러 이유를 들며 “받아주기 어렵다”고 했다.그러다 오전 1시 43분경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오전 1시 46분경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구급차는 원주보다 의정부가 낫다는 판단에 사고 현장에서 약 100km 떨어진 의정부성모병원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 씨는 오전 2시 30분경 이송 중 구급차 내에서 심정지가 발생했고, 오전 2시 46분 병원에 도착해 사망 판정을 받았다.권역외상센터는 “병상 없다”… 대형병원도 “외과전문의 없다” 거절“서울시내 병원은 항상 중환자실이 만석이라 진작에 연락을 포기했다. 경기도 인근 12개 병원을 수소문 했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사고 현장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간신히 수술해주겠다는 병원을 찾았다. 지금대로라면 계속 응급환자들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30일 새벽 138분 동안 거리를 달리다 결국 사망한 구 씨의 죽음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교통사고가 접수된 이날 오전 0시 28분부터 구급대의 연락을 받은 12곳의 병원이 ‘병실이 없다’, ‘전문의가 없다’, ‘상급병원으로 가라’ 등의 이유를 들며 수술을 거절한 것으로 나타났다.사고 목격자 신모 씨(39)는 “사고 당시 반팔 반바지 입고 계셨는데 그냥 다리가 땅에 쓸린 정도라고 생각했다. 겉모습을 봤을 때 당연히 병원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병실 없다”고 해 응급처치만 하고 이동교통사고 현장에 출동한 경기소방재난본부는 먼저 인근 대형 대학병원과 접촉을 시도했다. 도착 10여분 후 사고현장에서 30km가량 떨어진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에 연락했는데 오전 0시 50분 경 “병실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구급대는 이후 오전 1시 6분까지 용인세브란스병원과 분당서울대병원에 접촉했지만 역시 받아주지 않았다. 구급대원이 전화를 돌리는 사이 구 씨의 수축기 혈압이 70 밑으로 떨어지며 저혈압 증세를 보이는 등 눈에 보이게 악화됐다.이에 구급대는 오전 1시 20분경 역시 ‘병실이 없다’는 용인시 기흥구의 강남병원에 도착해 “다른 병원을 섭외 중이니 응급처치만 해달라”고 요청했다. 구 씨는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간단한 치료를 받았다. 권승훈 강남병원 총무팀장은 “산소포화도가 많이 떨어져 산소 공급과 추가 수액을 놓기 위한 혈관 확보 등을 처치했다”며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한 문제도 있었지만 환자 상태가 상급종합병원 같은 큰 병원으로 가야할 만큼 위중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00km 달려 의정부 병원 가던 중 사망경기소방재난본부 상황실과 구급대는 응급처치를 받는 중 구 씨를 받아줄 병원을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단국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분당차병원, 고대안산병원,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한림대성심병원, 분당재생병원,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등 8개 병원에서 구 씨를 수술해주기 어렵다고 했다. 분당재생병원 관계자는 “당직 외과 전문의는 있었는데 외상외과 전문의가 아니어서 못 받았다. 외상 수술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 측은 “환자 상태를 들어보니 위중해보여서 더 큰 병원으로 알아보길 권유했다”고 했다.사고 후 75분과 78분이 지난 후에야 각각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의정부성모병원에서 구 씨를 받아줄 수 있다고 했다. 구급대는 사고현장에서 100km 가량 떨어진 곳으로 가기에는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해 소방재난본부 상황실을 통해 헬기를 요청했지만 “기상 상황이 좋지 않고 가시거리가 짧아 헬기이송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결국 사고 후 1시간 반이 넘게 지난 오전 2시1분경에야 구급차 이송을 시작했다.그 동안 구 씨의 상태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됐다. 결국 오전 2시 반경 구급차 안에서 구 씨는 심정지 상태가 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에 오전 2시 46분경 병원에 도착했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구 씨의 빈소는 경기 용인시 용인시민장례문화원에 차려졌다. 구 씨를 돌보던 요양보호사 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3년 전부터 구 씨를 돌봤는데 최근 건강이 좋아져서 칭찬을 많이 해 드렸다. 집에서 상추를 키우면 주변에 나눠주고 저한테도 일 끝나면 항상 밥 먹고 가라던 분이셨는데 사고 소식을 듣고 비통한 심정”이라고 했다.용인=이경진 기자 lkj@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우리 애가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어요. 오죽했으면 흥신소에 학교폭력 증거 수집을 의뢰했겠어요.”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 A 씨는 2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올 3월 흥신소에 자녀의 학폭 피해 관련 증거 수집을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A 씨의 자녀를 폭행하고 언어폭력을 가해 4호 처분(사회봉사)을 받은 가해자 측에서 난데없이 “우리 애도 A 씨 자녀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가해자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학교에 보건실 자료를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개인자료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흥신소에 학폭 증거 수집을 의뢰했는데, 흥신소 측은 3일 동안 증거 수집을 하는 비용으로 100만 원을 청구했다.● 흥신소 직원 “돈 내면 가해자 위협도 가능”학교 측이 학폭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흥신소나 탐정업체 등의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중학생 학부모 B 씨는 지난해 11월 심부름센터를 통해 2주간 자녀의 등하굣길에 경호원을 붙였다. B 씨의 자녀를 괴롭혀 4호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이 “특목고를 가야 하는데 너 때문에 망했다.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했기 때문이다. B 씨는 “처음에는 2주 동안 휴가를 내고 직접 자녀를 따라다녔는데 이후엔 경호원을 붙였다”며 “아이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인터넷 사이트에 ‘학폭 흥신소’를 검색하자 ‘100% 비밀 보장’ ‘후불제’ ‘상위 1% 흥신소’ 등의 문구를 내건 업체들이 나왔다. 직접 10여 곳에 문의하자 학폭 증거 수집뿐 아니라 등하교 서비스와 가해 학생 정보 수집 등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 업체는 “비용만 넉넉히 주면 가해 학생에게 위협도 가해줄 수 있다”고 했다. 비용은 한 주에 250만∼5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학폭 관련 문의가 40%가량 늘었다”고 했다.● “위법한 증거 수집 무용지물”이처럼 학폭 피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사설업체를 이용하는 건 학교와 경찰 등을 통해서는 학폭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는 약 5만4000명으로 2년 전 약 2만7000명에 비해 2배로 늘었다. 특히 언어폭력, 금품 갈취, 성폭력 등을 당했다고 밝힌 학폭 피해자 3명 중 1명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녀가 학폭 피해를 당해 학폭심의위원회가 진행 중이라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선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학폭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며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사설업체에 부탁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학폭 해결을 위해 사설업체를 이용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 심창보 서울남부교육지원청 변호사는 “학폭 가해자라고 해도 해당 학생을 미행하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며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더라도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위법 행위로 수집했다고 판단하면 증거로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건의 이지헌 변호사는 “사설업체 직원이 가해 학생을 찾아가 ‘친하게 지내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협박죄나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오히려 사설업체를 통해 해결하려다 피해 학생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우리 애가 잠도 못 자고, 밥도 잘 못 먹어요. 오죽했으면 흥신소에 학교폭력 증거 수집을 의뢰했겠어요.”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한 초등학교 고학년 학부모 A 씨는 28일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A 씨는 올 3월 흥신소에 자녀의 학폭 피해 관련 증거 수집을 의뢰했다. 지난해 12월 A 씨의 자녀를 폭행하고 언어폭력을 가해 4호 처분(사회봉사)을 받은 가해자 측에서 난데없이 “우리 애도 A 씨 자녀에게 폭행을 당했다”며 맞폭을 제기했기 때문이다.A 씨는 가해자 측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학교에 보건실 자료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개인자료라 보여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A 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게 된 흥신소에 학폭 증거 수집을 의뢰했는데, 흥신소 측은 3일 동안 증거 수집을 하는 비용으로 100만 원을 청구했다.● 흥신소 직원 “돈내면 가해자 위협도 가능”학교 측이 학폭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며 흥신소나 탐정업체 등의 문을 두드리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중학생 학부모 B 씨는 지난해 11월 심부름센터를 통해 2주간 자녀의 등하굣길에 경호원을 붙였다. B 씨의 자녀를 괴롭혀 4호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이 “특목고를 가야하는데 너 때문에 망했다. 죽여버리겠다”며 협박했기 때문이다. B 씨는 “처음에는 2주 동안 휴가를 내고 직접 자녀를 따라다녔는데 이후엔 경호원을 붙였다”며 “아이의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실제로 인터넷 사이트에 ‘학폭 흥신소’를 검색하자 ‘100% 비밀보장’ ‘후불제’ ‘상위 1% 흥신소’ 등의 문구를 내건 업체들이 나왔다. 직접 10여 곳에 문의하자 학폭 증거 수집뿐 아니라 등하교 서비스와 가해 학생 정보 수집 등도 가능하다고 했다. 한 업체는 “비용만 넉넉히 주면 가해학생에게 위협도 가해줄 수 있다”고 했다. 비용은 한 주에 250만~500만 원으로 천차만별이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대면수업이 재개되면서 학폭 관련 문의가 40% 가량 늘었다”고 했다.● “위법한 증거수집 무용지물”이처럼 학폭 피해학생과 학부모들이 사설업체를 이용하는 건 학교와 경찰 등을 통해서는 학폭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이다.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학폭을 당한 적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는 약 5만4000명으로 2년 전 약 2만7000명에 비해 2배 가까이로 늘었다. 특히 언어폭력, 금품갈취, 성폭력 등을 당했다고 밝힌 학폭 피해자 3명 중 1명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녀가 학폭 피해를 당해 학폭심의위원회가 진행 중이라는 한 학부모는 “학교에선 ‘한쪽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학폭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라며 “오죽하면 학부모들이 사설업체에게 부탁하겠느냐”고 말했다.하지만 학폭 해결을 위해 사설업체를 이용하는 건 위법의 소지가 있다. 심창보 서울남부교육지원청 변호사는 “학폭 가해자라고 해도 해당 학생을 미행하거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다”며 “명확한 증거를 확보했더라도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위법 행위로 수집했다고 판단하면 증거 자체로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법무법인 대건의 이지헌 변호사는 “사설업체 직원이 가해 학생을 찾아가 ‘친하게 지내라’, ‘괴롭히지 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협박죄나 강요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오히려 사설업체를 통해 해결하려다 피해 학생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소설희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