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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구금된 동유럽 몬테네그로의 밀로이코 스파이치 총리(37)가 테라폼랩스의 초기 개인 투자자였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가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권 씨와 스파이치 총리의 밀착 관계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것이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초기 투자자는 총 81명이다.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은 이 가운데 16번째로 기재됐다. 지금까지 그는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가 2018년 테라폼랩스에 7만5000달러(약 1억 원)를 투자해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자료에는 해당 회사의 이름은 없었다. 그 대신 그가 개인 자격으로 2018년 4월 17일 75만 개의 루나 코인을 개당 10센트에 구매한 사실이 기재돼 있었다.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약 16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약 한 달 만에 폭락하면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만약 그가 루나 코인 75만 개를 최고가에 팔았다면 이론적으로는 9000만 달러(약 1243억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 비예스티는 총리실에 ‘루나 폭락 직전 총리가 루나 코인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질문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스파이치 총리의 측근인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은 보도 직후 “스파이치 총리 역시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스파이치 총리는 2020년 1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몬테네그로 재무장관을 지내면서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두 사람의 유착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권 씨가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던 시기인 2022년 말 인근 세르비아에서 스파이치 총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 총선 직전에도 권 씨가 스파이치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당시 경쟁자였던 드리탄 아바조비치 당시 총리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가 적발됐으며 줄곧 구금 상태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모두 권 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몬테네그로 법원은 그를 어디로 송환하느냐는 범죄인 인도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밀로비치 법무장관은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보낼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금융범죄 형량이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가 구금된 동유럽 몬테네그로의 밀로코 스파이치 총리(37)가 테라폼랩스의 초기 개인 투자자였다고 현지 일간지 ‘비예스티’가 1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권 씨와 스파이치 총리의 밀착 관계에 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이것이 권 씨의 범죄인 인도 재판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테라폼랩스가 설립된 2018년 4월부터 2021년 여름까지 총 81명의 초기 투자자가 존재했다. 스파이치 총리의 이름은 이 가운데 16번째로 기재됐다. 특히 그가 2018년 4월 17일 개인 자격으로 75만 개의 루나 코인을 개당 10센트에 구매한 사실이 적시됐다.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한때 개당 119달러(약 16만4000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약 한 달 만에 폭락하면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됐다. 만약 그가 루나 코인 75만 개를 최고가에 팔았다면 이론적으로는 9000만 달러(약 1230억 원)의 차익을 챙길 수 있었다는 의미다.비예스티는 총리실에 ‘루나 폭락 직전 총리가 루나 코인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질문했지만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만 스파이치 총리의 측근인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장관은 보도 직후 “스파이치 총리 역시 사기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유착 의혹은 오래 전부터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권 씨가 인터폴 적색 수배를 받던 시기인 2022년 말 인근 세르비아에서 스파이치 총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6월 몬테네그로 총선 직전에도 권 씨가 스파이치 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다는 보도가 현지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권 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적발됐으며 줄곧 구금 상태다. 한국과 미국 사법당국은 모두 권 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그를 어디로 송환하느냐는 범죄인 인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앞서 밀로비치 법무장관은 권 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나라로 보낼지는 오직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씨는 금융범죄 형량이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보건당국이 담배나 술처럼 소셜미디어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 부착을 추진한다. 미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총감(Surgeon General)은 17일 “소셜미디어 화면에 정기적으로 경고문을 띄워 청소년과 부모들이 위험성을 인식하도록 만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무총감까지 나서 ‘소셜미디어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 최근 미국에서 청소년들의 우울감이 높아지며 자살률까지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 보건당국과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이런 실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이미 여러 주(州)에서 관련 법안을 제정하거나 소송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연방정부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빅테크 자정 희망 버려야” 의무총감은 이른바 ‘미국의 주치의’로 불리는 자리다. 미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을 이끌며 대외적으로 공중보건 이슈를 국민에게 알리는 얼굴 같은 역할을 한다. 미국에선 담배나 술에 붙은 위험 안내도 ‘의무총감의 경고’라는 형식을 취한다. 머시 총감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경고문을 부착해야 하는 이유(Why I’m Calling for a Warning Label on Social Media Platforms)’라는 제목의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담배 관련 연구에 따르면 경고문은 (위험) 인식을 높이고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소셜미디어 경고문도 부모와 청소년에게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별도의 NYT 인터뷰에서도 “의회도 소셜미디어 경고문 부착 추진을 긍정적으로 본다”며 “더 이상 빅테크들이 (청소년 건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거란 희망에 기댈 수 없다”고 말했다. 머시 총감은 지난해 5월부터 청소년 정신건강에 소셜미디어가 유해하다는 경고를 지속해 왔다. 부모에게 즉각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제한 설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는 “응급상황에는 모든 정보를 기다리지 않고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며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는 응급상황이며, 소셜미디어가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미 보건당국에 따르면 하루에 3시간 이상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불안과 우울증 증상을 겪을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미 청소년들은 지난해 기준 1일 평균 4.8시간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13∼17세 청소년의 45%가 소셜미디어로 인해 자신의 외모를 탐탁지 않게 여기게 됐다는 연구도 있다. 머시 총감은 “경고문 부착에 그칠 게 아니라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학교 졸업 이후로 미루는 등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 알고리즘 끊고 소송전도 확산 최근 미국에선 청소년 정신건강과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팬데믹을 거치며 청소년의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 고교생 10명 중 1명꼴로 자살을 시도했으며, 10∼14세 자살률도 2007년 이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났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주 차원에선 이미 소셜미디어를 상대로 소송을 걸거나 관련 법안을 적극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미 42개 주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청소년 중독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이나 ‘좋아요’ 버튼, 알림, 사진필터 등을 중독을 유도하는 대표적 기능으로 꼽았다. 뉴욕 주의회는 이달 7일 청소년에겐 추천 알고리즘을 아예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으로 뉴욕에선 18세 미만에게 게시물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제공하려면 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온라인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전국 최고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도 5월 알고리즘 금지는 물론이고 미성년자 계정에 대해선 비공개를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소셜미디어 중독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픽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신작 ‘인사이드 아웃 2’가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4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16일까지 사흘간 1억5500만 달러(약 2153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등 북미 이외 지역의 수입까지 더하면 최소 2억9500만 달러(약 410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북미 개봉작 중 최고의 첫 주 흥행 수입이다. 개봉 첫 주 동안 1억 달러 수입을 넘긴 영화는 지난해 7월 개봉한 ‘바비’ 이후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순항하고 있다. 12∼16일 5일간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해 올해 개봉한 외화 중 가장 빨리 200만 명을 달성했다. NYT는 최근 몇 년간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픽사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했다. 픽사 전체로는 2018년작 ‘인크레더블 2’(1억8270만 달러)에 이어 2위의 성적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픽사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신작 ‘인사이드 아웃 2’가 전 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16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4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시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16일까지 사흘간 1억5500만 달러(약 2153억 원)의 티켓 수입을 올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한국 등 북미 이외 지역의 수입까지 더하면 최소 2억9500만달러(약 4100억 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이는 올해 북미에서 개봉한 영화 중 최고의 첫 주 흥행 수입이다. 개봉 첫 주 동안 1억 달러 수입을 넘긴 영화는 지난해 7월 개봉한 ‘바비’ 이후 처음이다. 2015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1’의 개봉 첫 주 성적보다도 좋다. 당시에는 북미에서 9040만 달러의 수입을 거뒀다.NYT는 최근 몇 년간 흥행작을 내지 못했던 픽사가 다시 전투 태세로 돌아와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고 평가했다. 픽사 전체로는 2018년작 ‘인크레더블 2’(1억8270만 달러)에 이어 2위의 성적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에서 작전 중이던 이스라엘 병사 8명이 폭발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올 1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유탄 공격으로 21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고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희생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초동 조사 결과 401기갑여단 산하 전투 공병부대 소속 8명의 병사가 라파 북서쪽 텔술탄에서의 밤샘 작전 후 장갑차에 탑승해 이동하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매설한 폭탄 폭발, 하마스의 폭발물 공격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병사들의 사망에도 “전쟁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하마스 궤멸이라는 기존 목표를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에게 동시에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후폭풍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선제 공격을 단행한 하마스 지도자와 네타냐후 총리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3만7000여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돼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스라엘에 호의적이지 않다. 이에 14일 전체 124개 ICC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93개국이 “ICC를 향한 ‘외압’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ICC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의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이 조사에 각종 압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의 행보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성명은 벨기에, 칠레, 요르단, 세네갈, 슬로베니아 등이 주도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15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일대에서 작전중이던 이스라엘 병사 8명이 폭발로 사망했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발발 후 올 1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유탄 공격으로 21명의 이스라엘군이 숨졌고 이후 두 번째로 많은 인원이 희생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초동 조사 결과 401기갑여단 산하 전투 공병부대 소속 8명의 병사가 라파 북서쪽 텔술탄에서의 밤샘 작전 후 장갑차에 탑승해 이동하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마스가 매설한 폭탄 폭발, 하마스의 폭발물 공격 등 여러 가능성을 두고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병사들의 사망에도 “전쟁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 비판에도 개의치 않고 하마스 궤멸이라는 기존 목표를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에게 동시에 체포 영장을 발부한 것에 대한 후폭풍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 측은 “선제 공격을 단행한 하마스 지도자와 네타냐후 총리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쟁 발발 후 3만7000만 여 명의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희생되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이스라엘에 호의적이지 않다.이에 14일 전체 124개 ICC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한 93개국이 “ICC를 향한 ‘외압’에 반대한다”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현재 ICC는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의 전쟁 범죄를 조사하고 있다. 최근 이 조사에 각종 압력을 행사하는 이스라엘의 행보를 반대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성명은 벨기에, 칠레, 요르단, 세네갈, 슬로베니아 등이 주도했다.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있는 미국은 동참하지 않았다.최근 영국 가디언은 요시 코헨 전 모사드 국장이 이스라엘군이 자행한 전쟁범죄 의혹을 조사하던 ICC 간부를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올 3월 ICC 또한 “우리의 활동을 방해하고 부적절한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형태의 위협’이 이뤄지고 있다”고 이스라엘을 비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전 세계 곳곳에서 대선과 총선이 치러지는 ‘2024 슈퍼선거의 해’의 최대 행사인 11월 5일(현지 시간) 미국 대선이 약 넉 달 반 앞으로 다가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의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지지율만 봐서는 3억3000만 명의 미국인이 왜 고령, 사법 리스크 등에 동시에 직면한 두 사람을 지지하는지, 왜 지지하지 않는지 등을 명확히 이해하기가 어렵다.이에 동아일보는 지지 정당, 성별, 나이, 인종, 직업, 거주지역이 다양한 미 일반 유권자 9명을 최근 약 한 달 간에 걸쳐 심층 인터뷰했다. 지면의 한계로 다 싣지 못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지 후보별로 3회에 걸쳐 온라인 기사로 상세하게 전달한다. 유권자별 ①~⑧ 공통질문 가운데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은 제외했다. 첫 번째 순서로는 인도계 사업가 수닐 메타(65·남), 한국 태생의 입양인 크리스 워디카(38·남), 유대인 단체에서 활동 중인 대학원생 아비브 코하브(23·남) 등 민주당 지지자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리즈 안내〉美 유권자를 만나다 <1> 바이든 지지자 3인美 유권자를 만나다 <2> 트럼프 지지자 3인美 유권자를 만나다 <3> 바이든-트럼프 거부하는 3인바이든 지지자들은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로 낙태와 기후변화 대응 등 진보적인 의제에 우선순위를 뒀다.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선 고물가로 인한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코로나 팬데믹을 고려한다면 4년 전과 현재의 경제를 직접 비교하긴 어렵다”라고 평가했다. 이들이 바이든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다양했지만, ‘트럼프의 극단주의’에 대한 우려는 공통적이었다. 다만 현재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렸다. 수닐 메타(65·남)인도 봄베이 태생으로 1980년에 미국으로 유학왔다. 인텔에서 첫 일자리를 얻은 뒤 38년 이상 반도체 분야에서 일했다. 진보성향의 남아시아계 미국인 정치단체 ‘데이 씨 블루(THEY SEE BLUE)’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①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 = “바이든의 정책은 불평등 완화에 초점을 맞추기에 모두에게 혜택을 준다. 반면 공화당의 정책은 추종자들에게만 이익이 된다. 인성 측면에서도 한 사람은 인간 쓰레기(human garbage), 다른 한 명은 성실한 사람이다. 고민할 여지가 없다.”② 트럼프에 대한 평가 = “트럼프는 백악관에 있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인물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화당은 트럼프를 위한 컬트 집단이다. 세계 질서가 아닌 국내 표심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기업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가격을 올려 큰 수익을 올렸다. 기업의 탐욕 때문에 생긴 이런 문제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표심을 고려하면 어렵겠지만…”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4년 전보다 일자리도 늘었고 증시도 호황이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팬데믹에서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결과다. 바이든에게 책임을 묻는 건 넌센스다.”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이 지점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조금도 동의할 수 없다. 아무리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먼저 공격했어도, 이스라엘의 무차별 대량학살은 정당화될 수 없다. 여기에 돈과 무기도 지원한다는 것도 잘못됐다. 바이든은 최근에야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민주당에 큰 위협요인이 될 것이다.”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좀 더 빨리 지원했더라면 좋았겠지만, 공화당의 방해로 느려졌다.”⑦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남아시아계 유권자들은 다수가 민주당의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 다만 실제로는 많은 이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정보를 접하면서 인종차별을 하고 이민자를 배척하는 공화당의 수사에 익숙해지고 있다. 국경강화법이 지키는 것은 백인 남성뿐일 텐데도 이들의 수사에 넘어가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투표 행태(트럼프 선택)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크리스 워디카(38·남)한국 태생으로 미국 백인가정에 입양됐다. 대표적 경합주인 필라델피아에 살고 있다. 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청소년기까진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2005년 미 남동부를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정부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며 민주당 지지로 돌아섰다. ①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 = “지난 대선 때 코로나19와 관련된 공중보건 공약에서 트럼프 행정부보다 바이든 캠프가 더 마음에 들었다. 소수자 권리와 낙태권, 기후변화 등의 의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을 지지한다. 여기에서 더 진전을 이루려면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간의 입법적 조치가 대부분 철회될 것이다.”② 트럼프에 대한 평가 = “공화당의 낙태권 폐지나 이민 정책, 기업에 대한 감세, 학교 민영화 정책에 반대한다.”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많은 이들에게 타격을 준 식량, 에너지, 주거 비용 상승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다만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대책은 사람마다 생각이 갈릴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대기업에 책임을 지울 가능성이 높다.”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현재는 물가가 정점에선 내려왔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보다 높다. 사람들은 생존의 필수요소인 음식과 주거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마 적잖은 사람들은 트럼프 임기 초 경제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바이든이 더 대비되는 것 같다.”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은 가자전쟁 휴전을 위해 더 많은 행동을 해야한다. 현재는 민간인 피해에 대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동시에 이스라엘에 대규모 군사지원을 하며 모순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⑦ 트럼프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트럼프의 유죄 평결은 올바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시한 근거는 탄탄했지만 트럼프 변호인단은 횡설수설했다.”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나는 한국계이지만 백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인종에 대한 독특한 시각을 갖게 됐다. 미국에서 인종은 복지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을 가르는 쐐기이기도 하다.”아비브 코하브(23·남)한국계 아버지와 유대인 어머니를 두고 있다. 심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내 유대인 커뮤니티 ‘힐렐’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대교를 상징하는 ‘다윗의 별’ 모양 목걸이와 키파(모자)를 늘 착용한다. 트렌스젠더 남성이자 동성애자다. ①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 = “2020년 대선땐 자유당 후보에 투표했고, 지금도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내 표를 사표(死票)로 만들고 싶지 않다. 내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이스라엘과 ‘개인의 자유’를 더 효과적으로 지원할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이 뒤집어진 뒤로 현재는 바이든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② 트럼프에 대한 평가 = “적지 않은 유대인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이었다면 아예 하마스를 직접 공격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그의 당선을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트럼프는 너무 예측 불가능하고 비호감도가 큰 인물이다. 트럼프가 이스라엘을 지지할수록 이스라엘에 대한 사람들의 여론이 오히려 나빠질까봐 걱정된다.”③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 = “일반적이고 비정치적인 의제 중에선 물가 통제가 최우선 과제다. 개인적으로는 성소수자 권리, 총기 소지 권리 등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④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 = “4년간 국가채무와 물가상승률이 모두 치솟았다. 다만 국가채무는 별로 와닿지 않는 반면, 인플레이션은 가시적인 문제다. 높은 금리 때문에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⑤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이 가자전쟁과 관련해 비교적 중간지점을 찾으려는 행보를 전반적으로는 지지한다. 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의 민간인들이 희생되는 현실을 인정한다. 최근 대학 내 반전 시위에 바이든이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해한다. 만일 강하게 한쪽 편을 들었다면 오히려 갈등이 커졌을 것이다. 나도 혐오 발언과 위협을 수없이 들어 무척 힘들었지만, 표현의 자유 또한 중요하다.”⑥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평가 =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의 원조를 패키지로 엮은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는 대부분 지지하지만, 이스라엘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바이든은 두 지원책을 합침으로써 이스라엘도 우크라이나처럼 부당한 공격을 받았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⑦ 트럼프 유죄 평결에 대한 평가 = “배심원단이 트럼프의 34개의 혐의 모두에 유죄라고 평결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트럼프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진 않는다.”⑧ 자신의 인종이 지지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 “모든 유대인의 의견이 같진 않다. 유대인 성소수자 그룹에서는 3분의 1 정도는 오히려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을 더 지지한다. 다만 이건 대학 사회의 압박감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어느 편인지 드러내라고 압박하고, 우리를 받아들일지 증오할지 결정했다. 그것 때문에 많은 친구를 잃었다.”홍정수 기자 hong@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남성 우월주의 ‘마초 사회’로 유명한 멕시코에서 2일 치러진 대선 결과 1824년 연방정부 헌법 제정 200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엘우니베르살 등 현지 매체는 국경을 맞댄 초강대국 미국보다 멕시코가 먼저 헌정 사상 첫 여성 최고 권력자를 배출했다며 “역사적 선거”라고 자찬했다. 멕시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무작위 표본을 통한 신속 집계 결과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당 ‘모레나(MORENA·국가재생운동)’ 소속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62)가 58.3∼60.7%를 득표하며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우파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61)는 26.6∼28.6%를 얻는 데 그쳤다. 최종 득표율은 8일 공개된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승리 연설에서 “나는 멕시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될 것”이라며 “이는 혼자서 해낸 게 아니다.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과 어머니들, 딸들, 손녀들과 함께 해냈다”고 말했다. 또한 “폭력으로 얼룩진 멕시코의 평화 건설에 힘쓰고 다양하고 민주적인 멕시코를 건설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며 낙태 합법화, 성소수자 권리 증진을 지지한다. 지지자들도 연간 1000건 넘게 일어나는 페미사이드(여성 살해) 문제를 그가 해결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1962년 수도 멕시코시티의 유대계 과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엘리트 정치인’이다. 리투아니아계 유대인인 부친은 화학기술자, 불가리아계 유대인인 모친은 생물학자다. 셰인바움 당선인도 명문 멕시코국립자치대(UNAM)에서 에너지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여성 최초’ 기록도 갖고 있다. UNAM에서 에너지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여성도, 2018년 멕시코시티 시장에 당선된 여성도 그가 처음이다. 그를 정계로 이끈 인물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이다. 2000년 당시 멕시코시티 시장이던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를 시 환경장관으로 발탁했다. 이후 2011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모레나 창당을 도왔다. 이번 압도적 승리가 ‘정치적 후견자’ 오브라도르 대통령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임기 말인데도 지지율이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워낙 크다 보니 전 정권과의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셰인바움 당선인이 여성 과학자 출신으로 16년간 집권하며 독일 최장수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한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가 될 수도,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셰인바움 당선인은 10월 1일부터 6년 단임 임기를 시작한다. 가장 큰 당면 과제로는 치안 안정이 꼽힌다. 대선과 함께 총선,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번 선거 기간 동안에도 고질적인 갱단 폭력 사건이 빗발쳤다. 이로 인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마약 카르텔을 사수하려는 각 지역의 갱단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후보 및 선거 관계자들을 잇달아 공격한 탓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독일이 자국산 무기를 활용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을 일부 허용한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일명 ‘샹그릴라 대화’)를 깜짝 찾았다. 이달 중순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국제사회의 참여를 촉구해 러시아에 압박을 가하고 우크라이나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취지다.젤렌스키 대통령은 2일 오전 연설에서 “평화 정상회담 형태의 외교가 우크라이나에서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잔혹한 전쟁’을 끝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15, 16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열리는 평화회의는 세계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초청해 우크라이나 종전 문제를 협의하는 자리다.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사실상 중국을 겨냥해 “일부 세계 지도자들이 참석을 확정하지 않은 것에 실망했다”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의 참석을 촉구했다. 그는 같은 날 오후 기자회견에선 “러시아는 (아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과 외교관까지 동원해 평화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푸틴 손아귀에 있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러시아군은 1일 자포리자, 도네츠크 등 우크라이나 5개 주(州)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방위산업단지에서 운영하는 에너지 시설과 서방 무기가 보관된 창고에 보복 공격을 가한 것”이라고 밝혔다.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지난달 31일 “서방의 러시아 본토 공격 허용은 대(對)러시아 전쟁에 참여하는 것”이라면서 “그러한 행동은 ‘카수스 벨리(casus belli)’가 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라틴어 ‘카수스 벨리’는 ‘개전 이유’란 뜻으로, 전쟁을 정당화할 때 쓰는 표현이다. 또 “우리의 전술핵무기 사용은 협박도 허풍도 아니다”라고 위협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앨젤레스 인근 10차선 도로에 야생동물이 지나다닐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 횡단 통로가 생긴다.2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01번 고속도로에 진행되고 있는 ‘윌리스 아넨버그 야생동물 횡단 통로’ 프로젝트를 조명했다. 이 횡단 통로는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6년 초 개장될 예정이다. ‘미국 최악의 출퇴근길’로 악명 높은 101번 고속도로는 매일 약 30만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길이다. 캘리포니아주의 산타모니카 산맥과 또다른 산맥인 시미 힐스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어, 많은 야생동물이 길을 건너다 로드킬을 당해 문제가 됐다. 이번 생태통로 착공의 계기가 된 것 역시 산타 모니카 산맥에서 101번 도로를 건너 LA 도심 공원에 정착한 ‘P-22’라는 이름의 퓨마였다. 미국 국립 공원 관리청이 22번째로 추적 연구한 퓨마인 P-22는 2012년 헐리우드 인근 그리피스 공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P-22는 ‘할리우드 캣’, ‘셀럽의 땅의 셀럽’ 등의 별명으로 불리며 LA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시에 고속도로로 인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을 못하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사연에도 관심이 모였다. 수컷 퓨마는 평균 240㎢ 영역에서 생활하지만 P-22는 10분의 1에도 못미치는 23㎢ 면적의 공원에서 짝없이 홀로 살아야 했다. 서식지로 다시 돌아가려면 101번 도로를 다시 건너야 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교통부는 2022년부터 폭 50미터, 길이 64미터의 대형 건널목 건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헐리우드 스타 등 약 5000명의 후원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몰려들었다. 퓨마 등 야생동물들이 해당 통로가 인공물이라는 것을 인지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경 건축가들이 투입돼, 인근 토양에서 각종 씨앗과 곰팡이 등을 수집했다. 야생 동물이 자동차 소음에 놀라지 않도록 식물 방음벽도 함께 시공된다. 이 통로를 위한 건설 비용만 1억 달러(약 1352억)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의 주요 기금 모금자이자 대변인인 베스 프랫은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희망적인 건설 현장”이라며 “전 세계 동물들이 서식지 손실로 위협을 받고 있다면 이를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최근 성명을 통해 “미래 세대가 캘리포니아의 비교할 수 없는 자연의 아름 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를 연결하고 복원하고 있다”고 밝혔다.P-22는 2022년 12월 교통사고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어 안락사에 처해졌는데, 당시 사진작가 스티브 윈터는 WP에 “P-22는 일종의 기적”이라며 “P-22는 LA사람들이 도시의 야생동물을 대하는 방식을 바꿨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워런 버핏(사진)이 이끄는 미국의 투자기업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비밀리에 사들인 주식은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상장 손해보험사 ‘처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15일(현지 시간) 미 CNBC 등에 따르면 버크셔는 올 3월 말 기준 처브 주식 약 26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환산하면 약 67억 달러(약 9조850억 원) 수준이다. 이로써 처브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9번째로 큰 종목이 됐다. 버크셔는 2개 분기 넘도록 처브 주식 매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버크셔는 별도 자료에서 ‘은행, 보험 및 금융’ 부문의 주식 보유가 작년 하반기에 35억9000만 달러, 올해 1분기(1∼3월)에 14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버크셔가 은행주를 대거 매입했을 것으로 추측해 왔다. 버핏 회장은 2021년 보험을 철도·애플·에너지 유틸리티 사업과 함께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 될 것이라며 ‘4대 거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버크셔는 1분기에 애플 주식 약 1억1500만 주를 매각해 주식 포트폴리오 중 애플의 비중을 종전 50%에서 40% 수준으로 낮췄다. 현재 보유한 애플 주식은 1354억 달러가량이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남태평양 프랑스령인 누벨칼레도니(영어명 뉴칼레도니아)에서 13일부터 4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다치는 대규모 폭력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3일부터 현지에선 상점 약탈, 학교 등 공공건물 방화 등이 잇따랐으며 치안을 담당하는 프랑스 경찰 및 헌병과 주민들의 총격도 벌어졌다. 프랑스 당국은 “폭력 사태로 프랑스 헌병 1명과 카나크족 원주민 3명이 사망했다”며 “경찰과 헌병대 100명을 포함해 수백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최근 프랑스 의회가 누벨칼레도니에 10년 이상 거주한 프랑스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는 방안을 추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에 대해 카나크족이 “프랑스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라며 반발하면서 폭력 사태로 번졌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프랑스 내각은 15일 누벨칼레도니에 최소 12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 집회 및 이동을 제한하고, 가택 연금과 수색 권한을 강화하는 조치다. 누벨칼레도니에서 비상사태가 선포된 건 1985년 이후 처음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노르망디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해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누벨칼레도니는 전기차 생산에 필수적인 니켈의 세계 3위 생산국이지만, 1853년 프랑스가 점령한 뒤로 원주민들은 높은 실업률과 빈곤에 시달려 왔다. 이에 카나크족은 1980년대부터 줄곧 독립을 요구해 왔다. 프랑스는 1998년 누메아 협정을 통해 자치권의 상당 부분을 이양했으나, 여전히 원주민 무장단체 등은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2018년부터 2022년까지 3차례 실시된 독립 찬반 투표에선 모두 부결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누벨칼레도니는 프랑스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근거지”라며 “광대한 영해와 니켈이 풍부한 누벨칼레도니가 독립할 경우 중국의 영향권 아래로 들어갈 것을 우려해 왔다”고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워런 버핏이 이끄는 미국의 투자기업 버크셔해서웨이가 지난해 3분기(7~9월)부터 비밀리에 사들인 주식은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손해보험사 ‘처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15일(현지 시간) 미 CNBC등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3월 말 기준 처브 주식 약 2600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시가로 환산하면 약 67억 달러(약 9조850억 원)수준이다. 이로써 처브는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가운데 9번째로 큰 종목이 됐다. 세계 최대 상장 손해보험사로 알려진 처브는 2016년 보험사 에이스 리미티드에 295억 달러에 인수됐다. 미국의 대형보험사 AIG의 전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모리스 그린버그의 아들인 에반 그린버그가 CEO로 있다. 버크셔는 2개 분기 넘도록 처브 주식 매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버크셔는 별도 자료에서 ‘은행, 보험 및 금융’ 부문의 주식 보유가 작년 하반기에 35억 9000만 달러, 올해 1분기에 14억 달러 증가했다고 밝혀 시장에서는 버크셔가 은행주를 대거 매입했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버핏 회장은 2021년 보험을 철도·애플·에너지 유틸리티 사업과 함께 버크셔 투자 포트폴리오의 한 축이 될 것이라며 ‘4대 거인’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버크셔는 1분기에 애플 주식 약 1억1500만 주를 매각해 주식 포트폴리오 중 애플의 비중을 종전 50%에서 40% 수준으로 낮췄다. 현재 보유한 애플 주식은 약 1354억 달러 가량이다.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16, 17일 양일간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상포럼 참석 후 7개월 만에 중국을 다시 찾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이 7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한 점도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 주도의 서방 제재가 장기화하자 중국과 밀착하는 ‘반미 연대’를 통해 이를 돌파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 또한 지난해 3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첫 방문국으로 러시아를 택해 푸틴 대통령의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실)은 14일 “푸틴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하얼빈 등 2개 도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과 양국 수교 75주년 및 문화의 해 개막 만찬에 참석한다”면서 두 정상이 포괄적 동반자관계와 전략적 협력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푸틴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공식화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모두 장기집권에 따른 국내외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맞서겠다는 의사도 확고하다. 이러한 공통점 속에 두 정상은 2022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일 당일 정상회담을 하고 ‘무제한 협력’을 천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서방 제재에 직면한 푸틴 대통령에게는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특히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논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리창(李强) 중국 총리와도 만나 무역·경제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하얼빈에서 열리는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이달 초 유럽 3개국을 순방한 시 주석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7월 열리는 파리 올림픽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을 제안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 주석이 국제사회 리더로서의 면모를 내세우기 위해 러시아의 경제 협력 강화 요청을 받아주는 대신 푸틴 대통령에게 “올림픽 기간만이라도 우크라이나 공격을 자제하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머스크가 각국 우파 지도자와 밀착해 이익을 얻고 있다.” 최근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주요국 극우 지도자와 가까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행보를 두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내린 논평이다. NYT에 따르면 머스크는 진보 성향이 강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당시에는 극우 성향을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다 시리아 난민의 유럽 유입,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집권 등으로 각국에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와 극우 민족주의가 확산되자 우파 지도자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10월 약 1억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인수한 후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밀레이 대통령이 집권하자 X에 “아르헨티나의 번영이 펼쳐질 것”이라는 노골적인 찬양글을 게시했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달 미 텍사스주 테슬라 공장도 방문했다. 아르헨티나는 호주, 칠레 등과 마찬가지로 전기차의 필수 소재인 리튬의 주요 생산국이다. X는 지난해 1월 모디 총리가 구자라트 주지사 시절 무슬림 탄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각한 영국 BBC의 다큐멘터리 관련 게시물을 차단했다. 지난달 15일 모디 정권은 테슬라 같은 해외 전기차 기업이 인도에 공장을 설립하면 전기차에 대한 수입 관세를 기존 70∼100%에서 15% 안팎으로 대폭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그간 “수입 관세를 인하해야 인도에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주장했는데 받아들여진 셈이다. NYT는 2022년 10월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한 직후 X에서 브라질 대선 관련 게시물이 사라진 것에도 머스크가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집권 당시 브라질 시장에 발을 들였다. 머스크는 지난해 11월 이스라엘을 찾아 네타냐후 총리와도 만났다. 같은 달 멜로니 총리를 만났고, 그 두 달 전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도 회동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2018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짐 어코스타 CNN 기자의 기자회견 설전은 두고두고 회자됐다. 당시 어코스타 기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편한 기색을 역력하게 내비친 이민자 이슈를 끈질지게 질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만하면 됐다(That’s enough)” “앉으라”는 말을 수차례 반복하며 다른 언론에 질문을 넘기려고 해도 개의치 않고 질문을 던졌다. 한 백악관 인턴은 마이크를 뺏으려고 시도했지만 그는 이를 저지하고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9일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선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의 명품 디올백 수수 논란 등에 대한 질문이 각각 단 한 번씩만 나왔다.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였지만 추가 질문 기회도 없었다. 최근 불거진 ‘비선 논란’ 등은 아예 회견에서 언급도 안 됐다. 그 대신 4개의 카테고리(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안에서 질문들이 순서대로 백화점식으로 이어졌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계기로 또다시 ‘맥 빠진’ 기자회견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대통령 기자회견은 연례행사나 이벤트처럼 간헐적으로 열리는 만큼, 국민적 관심도와 무관하게 다양한 주제가 망라된다. 기자회견의 구조 자체가 대통령과 기자 간 설전(舌戰)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는 것. 그렇다 보니 매우 민감한 현안이라도 치열한 ‘티키타카’(말을 주고받기) 대신 대통령이 적당히 겉만 훑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이런 기자회견 관행은 사실 쭉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라도 형식에 얽매이는 회견이 아닌, 국민을 대신한 기자들과 쌍방향 소통 기회가 보장되는 회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日, 예산 회견때 비자금 질문 세례… 佛선 국내외 이슈 난상토론 韓 대통령 회견 문제점대통령 동문서답에 추가 질문 못해 金여사-채 상병 궁금증 못풀어美선 핵심사안 끈질기게 문답연례 이벤트성 회견도 소통 한계9일 윤석열 대통령은 72분 동안 기자회견을 이어갔고, 총 20개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여당의 총선 참패 후 최근 가장 관심이 쏠린 정치 현안 관련 질문은 8개에 불과했다. 대통령실이 질문 분야를 정치, 외교안보, 경제, 사회 등 4가지 카테고리로 기계적으로 나눈 뒤 시간에 제한을 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핵심 이슈였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과 관련해선 직접적인 질문이 1개에 그쳤다. 그마저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실 외압 의혹과 대통령님께서 국방부 수사 결과에 대해서 질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 입장을 부탁드리겠다”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당시 채 일병 순직 사고 소식을 듣고 저도 국방장관에게 질책을 했다”고만 했다. 이렇게 동문서답으로 들릴 법한 답변을 했지만 이를 물고 들어갈 질문 기회는 다시 없었다. 기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집요하게 질문을 이어가야 하지만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중간에 흐름을 끊었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 여사 의혹 등에 궁금증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거의 지금 30분째 다 됐다”며 “외교안보 질문을 받도록 하겠다”고 한 것. 이어 외신기자들로부터만 외교안보 관련 질문을 받았고, 결국 채 상병 의혹 등에 대해 윤 대통령의 시원한 답변을 들을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미일정상회담 기자회견서 ‘총기 규제’ 질문 쏟아져 이런 우리 기자회견 문화와 가장 대조적인 곳이 미국이다. 2022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경우 2시간가량 진행됐지만 질문은 당시 가장 큰 관심사인 고물가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 앞서 “치솟는 물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연방준비제도가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모두 발언까지 했지만 현장에선 “물가상승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등 질문이 잇따랐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위협이 나옴에도 아직 냉전이라 생각하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배제할 생각이냐” 등 전쟁 관련 질문을 번갈아가며 이어갔다. 2021년 4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가 대(對)중국 전략과 관련한 양국 합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첫 질문자로 선정된 AP통신 기자는 당시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던 ‘총기 규제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산케이신문에 이어 세 번째 질의에 나선 로이터통신 역시 “이란과의 회담 추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했다. 일각에선 타국 정상을 옆에 세워 둔 채 미국 내정 관련 질문만 쏟아낸 것이 예의가 아니란 지적도 있었지만 오히려 국민을 대신해 기자들이 관심사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대다수였다.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역시 이런 자유로운 질문들을 제지하지도 회피하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 대통령도 설화(舌禍)의 위험까지 감수하며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에 나서고, 질문 형식·분야도 최대한 국민적 관심사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야 ‘맹탕’ 기자회견을 피할 수 있다는 것.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즉답 없이 회피하거나 초점이 다른 답변을 했다는 건 문제”라며 “미국 대통령 기자회견처럼 기자들이 추가 후속 질문을 할 기회가 한국 기자회견엔 없다는 점은 반드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연례행사처럼 이벤트성 기자회견… 소통 어려워 우리 대통령 기자회견이 언제 또 열릴지 모르는 이벤트처럼 되면서 쌓인 현안에 비해 한정된 시간 등으로 충분한 소통 자체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기자회견이 연례행사처럼 열리면서 대통령의 메시지는 참모를 통해 대부분 간접적으로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기자회견이 열리면 형식에 크게 얽매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한국보다 더 경직된 취재 문화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 총리 기자회견에선 국민적 관심사를 자유롭게 질문한다. 앞서 3월 28일 열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의 신년 예산안 기자회견도 마찬가지였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기자회견의 주제에 맞춰 “30년 만에 디플레이션을 벗어날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맞았다”며 장밋빛 경제 전망을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언론이 던진 질문 가운데 경제 관련은 3개밖에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논란이 됐던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질문 우선권을 가진 간사단도 두 번째 질문부터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참패가 예상된다”며 “자민당 내에서도 선거에서 지면 총리가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우 올 1월 언론인 약 400명을 엘리제궁으로 초대해 2시간 19분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엘리제궁은 기자회견에 앞서 국내 이슈와 정치 관련 이슈, 국제 이슈 등 3개 분야로 질문해 주길 권장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은 이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방식으로 ‘난상 토론’ 하듯 질문과 답이 오갔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암표상이 테일러 스위프트(35)의 공연 표를 3만5000달러(약 4800만 원)에 팔지 못하도록 하겠다.” 미국 북부 미네소타주가 7일(현지 시간) 팝스타 스위프트의 공연을 포함한 인기 공연의 표를 독식한 후 이를 천문학적으로 부풀려 재판매하는 행위를 내년 1월 1일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공연 표 재판매 규제 법안인 ‘하우스 파일 1989’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네소타주에서 열리는 모든 공연에 대해 티켓 판매자는 정가에 얼마의 수수료를 붙이는지를 반드시 공개해야 하고, 재판매자는 단 1장만 팔 수 있다. 법 이름은 스위프트의 출생 연도 겸 그의 앨범 제목인 ‘1989’에서 땄다. 월즈 주지사는 “사기 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암표상의 표 사재기도 방지하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해당 법을 대표 발의한 미 민주당 켈리 몰러 주 하원의원은 암표상의 난립으로 2022년 티켓 구매 사이트 ‘티켓마스터’ 서버가 다운돼 스위프트의 공연 표를 사지 못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다. 당시 암표상들이 표를 사재기하기 위해 판매 사이트에 동시 접속하면서 사이트가 수시로 다운됐다. 또 49∼499달러였던 표값이 최고 3만5000달러까지 치솟아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애플이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실행할 수 있게 하는 반도체를 자체 개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테크들이 AI 칩 개발에 직접 뛰어들면서 이 분야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엔비디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애플은 수년 전부터 데이터센터용 AI 칩을 개발하기 위해 코드명 ‘프로젝트 ACDC(Apple Chip for Data Center)’를 진행하고 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개발하는 칩은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애플이 이 AI 칩을 공개할지와 공개한다면 시점이 언제일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조만간 AI 관련 주요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다음 달 애플의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관련 발표가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2010년부터 아이폰, 맥 등의 기기에 자체 프로세스 칩을 넣는 등 반도체 개발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는 이미 자체 칩으로 실행되는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브라질 남부에서 역대 최악의 홍수로 최소 78명이 숨지고 105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로이터통신은 5일 “남부 히우그란지두술주(州)에서 지난달 19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주 497개 도시 중 300곳 이상이 피해를 입고 약 12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브라질 역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1941년 대홍수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주를 관통하는 구아이바강 수위가 5일 오전 8시 기준 5.33m에 이르러 1941년 당시 4.76m를 훌쩍 넘어섰다.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 산사태 등이 발생해 수많은 도로와 교량이 파괴됐으며 여러 도시가 물에 잠겨 수천 명이 고립됐다. 수력발전소 댐이 붕괴돼 많은 이들이 정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주 민방위국은 “100만 명 이상이 식수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카누나 보트를 타고 도심을 빠져나오거나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현장에 투입된 군인은 물론 시민까지 나서 환자 이송 등을 돕고 있다. 주도 포르투알레그리의 한 주민은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거리에서는 온통 ‘도와주세요’란 말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비상사태를 선포한 에두아르두 레이치 히우그란지두술 주지사는 5일 “도시들이 전쟁의 한 장면처럼 무너졌다”며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이 유럽을 지원한 ‘마셜 플랜’ 같은 대규모 복구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해당 지역은 콩과 쌀, 밀 등을 생산하는 주요 농업지역이라 세계 곡물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글로벌 기상학자들은 이번 홍수를 기후변화로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엘리뇨’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에도 세 차례나 대형 홍수가 발생했다. 브라질 환경시민단체연합의 수엘리 아라우주 공공정책조정관은 “이런 비극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악화될 것”이라며 “보다 본질적인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