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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학 휴게실에서 만난 젊은 작가의 그림. 녹차밭 머리와 단청 날개라니, 상상력이 놀랍습니다. ― 충남 아산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까치가 지나가기라도 한 걸까요? 돌 벤치에 새겨 넣은 무늬가 기발합니다.―서울 강동구 상일동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봄을 맞아 시작된 가로수 가지치기. 여기저기 가지가 잘려 나갔지만 까치 둥지는 온전해서 다행입니다.―서울 성동구 용답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디지털 vs 아날로그. 대칭적으로 생각한다면 두 단어는 반대말입니다. 그런데 아니지요.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파생시킨 개념입니다. 디지털 이전엔 모든 것이 아날로그였으니까요. 선배 아날로그가 후배 디지털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라, 후배 디지털 덕분에 선배가 ‘아날로그’란 이름을 얻은 셈이죠.레트로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움이 없었다면 옛것을 찾는 일도 없었겠죠. 다만 옛것이라고 모두 레트로·빈티지로 인정받는 것은 아닙니다. 세월을 넘어서는 보존 가치가 있어야 평가를 받겠지요. 신기술 시대에 왜 레트로가 관심을 받을까요? 추억 감성도 있지만 레트로 열풍 이면엔 디지털 포비아가 있습니다.▽인류는 생산성을 향상시키며 역사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경제력이 정체되면 역사도 멈췄습니다. 인류의 발전은 생산력이 뒤받쳐줘 가능했죠. 그리고 늘 새로운 기술이 있었습니다. 즉 발전의 원동력은 신기술이라고 연결됩니다. 문제는 신기술이 거꾸로 퇴행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세계 역사는, 중세를 끝내고 근대를 연 신기술로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인쇄술 혁명(1440년)을 꼽습니다. 대량 복제술로 성경을 대중화해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뒷받침하고 지식의 독점을 깨 중세의 몽매함으로부터 인류를 해방시켰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역사가 잘 알려주지 않는 뒷면도 있습니다. 1487년 라틴어로 ‘Malleus maleficarum(마녀 철퇴)’라는 책이 슈트라스부르크에서 처음 출간됩니다. 마녀의 행동을 기술했는데 말하자면 ‘마녀 감별법’ 책입니다. 200여 년 간 29판을 거듭한 엄청난 스테디셀러였습니다. 한 때 성경보다 더 많이 팔렸는데, 결과적으로 이 책은 대량 학살을 부릅니다. 신기술 때문에 마녀사냥이 유행해 애먼 사람들이 숱하게 죽은 것이지요.20세기 초반부터는 한반도 땅에도 전깃불이 퍼졌습니다. 주경야독이 가능해지자 서당이 많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과거제도도 없어졌는데 신문물 교육 대신 도로 서당 공부가 유행했다니 역설적입니다.21세기엔 IT 디지털 미디어가 폭증했습니다. 인류의 소통 문화는 향상됐을까요. 소통량이 늘고 누구에게나 발행권이 주어지며 개인 미디어 시장이 커졌습니다. 그와 더불어 가짜뉴스와 혐오콘텐츠, 책임지지 않는 주장과 발언이 쏟아집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게임 미디어에 중독 돼 일상을 누리지 못합니다.▽신기술 포비아(phobia)는 단순하게 새로운 기기에 적응 못 하는 불안감이 아닙니다. 미래세계에 대한 거부감, 막연한 반감 정서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부작용을 일으키니까요. 아직은 통제를 완전히 할 수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덜 된 ‘불편한 현실’입니다.▽레트로는 ‘현실’이 아니죠. 현실만 일단 벗어나면 모든 것이 낭만적입니다. 중장년층에겐 추억을, 젊은이들에겐 신기한 호기심을 줍니다. 모두에게 판타지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자신이 소유한 물성의 가치를 꾸준하게 뽐냅니다. 이미 검증이 충분히 된 매력이죠. 불안한 미래가 아니라 이미 통제됐던, 현재도 통제 가능한 ‘두렵지 않은’ 물성입니다.세월이 지나면 지금 제품들이 레트로가 되고 빈티지가 되겠지요. 레트로는 현역 시절 당시에도 매우 유용하고 인기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당시에 유용한 물건들이 모두 레트로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에도 쓸모를 통제 받지 못 한 제품은 훗날 레트로가 될 수 없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못 쓰게 된 스키와 스노보드가 의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앉아 보니 편안하면서도 스키장에 온 듯한 기분이 나네요.―서울 성동구 새활용플라자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맑고 화창한 봄 날씨를 보인 4월의 첫날!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14도까지 올라갔습니다.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윤중로에 살구꽃이 흐드러지게 속살을 드러냈습니다.주말을 앞두고 점심시간을 이용해 오가는 직장인들의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 보입니다.기상청은 주말에도 온종일 맑은 날씨가 이어지고, 남부 지방과 동해안은 약간의 비가 산발적으로 내린다고 예보했습니다.다만 아침 최저 3~4도, 낮 최고기온 13~15도로 일교차가 심하므로 건강에 더 유의해야 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 병원 앞 버스 정류장에 붙은 ‘문진 확인’ 스티커. 진료 전 발열체크 등을 했다는 표시인데 불편했어도 엉뚱한 곳에 ‘화풀이’할 일은 아니죠. ―서울 성북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브랜드(Brand)는 낙인(烙印) 즉 불도장입니다. 농경 사회의 가장 큰 재산인 가축에 소유주 표시를 하는 것이었죠. 비록 단순한 문양이었지만 큰 가문마다 고유의 브랜드가 있었고 이것이 귀족 가문이나 왕실, 국가의 휘장 등으로 발전합니다.중앙집권 국가에선 왕실이나 황실 외엔 각 가문의 휘장이 없습니다. 지존의 권위에 도전하는 역모로 보일 수 있으니까요.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휘장이 많지 않은 이유입니다. 교황이 권위를 부여한 중세 유럽 영주와 자기 지역의 통치권이 있던 일본의 다이묘들에겐 각각의 휘장과 귀족 문양 등이 많았습니다. ▽권력이 분산된 민주주의 사회에선 어느 단체나 자유롭게 자신의 휘장과 브랜드를 쓸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꽃인 상품과 현대사회의 신흥 귀족인 기업도 자기 브랜드를 가집니다. 브랜드는 좋은 느낌을 주려는 기호 이미지입니다. 욕망의 코드가 됩니다.브랜드는 대개 이미지와 로고로 구성되죠. 로고(Logo)는 디자인 처리된 문자입니다. 로고를 이미지로 쓰는 브랜드도 많습니다. 신생 브랜드라면 이름을 알려야 하기 때문에 로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합니다. 반대로 시장지배력이 강한 브랜드는 이미지에 집중합니다. 로고는 빼버리고 이미지만 던집니다.단순한 모양으로 시작됐을 브랜드는 귀족이나 왕실 등에 의해 점점 화려하고 복잡한 문양 형태로 발전합니다. 위 영국 국가 휘장처럼. 하지만 현대의 상품 브랜드들은 반대방향으로 가는 듯 합니다. 시장은 복잡해져 가는데, 브랜드들은 점점 단순해지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브랜드가 단순해지니 퇴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증명하는 것이죠. 이미지(그림)는 텍스트(문자)보다 강렬합니다. 직관적이니까요. 단순한 기호일수록 종교적인 의미나 주술적 상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권위를 가진 상징에 복종하고픈 습성도 인간의 원초적 욕망 아닐런지요. 이 바닥에선 단순할수록 권력을 발휘합니다. 한 지역의 농토를 거의 다 독점했던 귀족 가문의 단순한 낙인도 그 지역에서만큼은 절대적인 힘을 상징했을 것입니다.신생기업들도 시장을 지배하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면 슬슬 브랜드를 단순화하기 시작합니다. 아직까지는 로고, 즉 문자를 활용한 디자인이네요. 이름을 조금 더 알려야 하나요?브랜드가 ‘찐팬’들에게 숭앙받는 지위에 오르면 디자이너들은 로고를 제외한 채 이미지를 다양하게 응용하는 장난을 치곤합니다. 제가 디자이너라도 재미있을 겉 같아요. 자사 브랜드 이미지인 파타고니아 산맥 라인을 그리즐리 곰과 송어에 응용한 디자인. 찐팬들이 열광할 것이란 자신이 있는 것이겠죠. 이런 이미지를 아예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합니다.“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며 팔짱을 낀 것 같은 브랜드. 극단적인 단순한 이미지로 특별한 기호가 되려는 브랜드의 권력욕이 느껴집니다. 좌우 대칭 건물 정중앙 윗부분에 배치된 하얀 사과. 숭배 받고 싶은 걸까요. 공기처럼 일상을 장악하고 싶나요. 아니면 시장을 지배하는 절대자 지위를 누리고 싶은 걸까요. 연출된 듯한 이미지이지만, 매장 앞 사람들의 자세와 시선, 행동이 절묘합니다.국가 휘장이 대칭 건물 정중앙 윗부분에 설치돼 있습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자동차 창문에 빗방울이 송글송글. 빗방울 속엔 똑같은 모양의 빛망울이 반짝이네요. 자연도 디지털 못지않은 복제능력을 갖췄나 봅니다.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스타벅스 코리아는 2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미드나잇 베르가못 콜드 브루’를 판매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00만 잔 이상 판매된 음료로 화이트 초콜릿과 베르가못 향이 콜드 브루 커피와 어우러진 음료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우리 전통 문화재인 장승은 북미 원주민들의 토템폴(Totem pole)과 같은 계열로 해석되죠. 원시신앙이나 주술의 상징물로서 마을 어귀에 수호신처럼 세워집니다. 물론 마을을 알려주는 독특한 상징물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몽골리안들의 공통적인 문화라는 설도 있지요. 중앙집권 체제였던 조선 시대에는 마을 고유의 토템보다는 전국적으로 비슷비슷한 모양새의 표지들이 세워졌습니다.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 장승으로 통일된 것이죠. 장승을 못 세울 경우 솟대가 입구 표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솟대도 전국적으로 비슷한 모양입니다.지중해 문화권에는 원기둥과 오벨리스크가 있습니다. 토템과 비슷해 보이긴 하는데 의미가 다릅니다. 이집트 오벨리스크는 태양신을 상징한다고는 하나 실제로는 권력자의 권력 크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건축물입니다. 이정표 역할도 없습니다. 기념비지요.중세 이후 서구에선 이런 기념비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영웅이나 성인을 기리는 동상·석상이 이를 대신했습니다. 종교적 기호는 십자가만 남았습니다.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십계명의 영향이겠죠. 그래도 뭔가를 세우고 표시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요? 현대에도 대체된 형태의 토템들이 많이 보입니다.대형 건물은 하루에도 수천~수만 명이 들락날락하는 공간, 즉 작은 도시 같은 곳이잖아요. 큰 빌딩 앞엔 ‘현대의 토템’이 있습니다. 건축법상 의무인 조형물들이 그렇습니다. 미술품을 설치해 도시미관에 기여하라는 공익 개념이죠. 이것도 왠지 토템폴의 고유한 역할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건물의 알림 표지인 셈이니까요. 21세기에도 토템폴은 꾸준히 설치됩니다. 지방자치 단체들도 토템을 현대적 디자인으로 해석한 조형물들을 특정 장소에 배치해 표지 역할을 맡깁니다.‘토템 본능’을 가장 잘 이용하는 건 역시 사업가들 같습니다. 기호를 사랑하는 습성을 마케팅으로 잘 활용하는 것이죠. 현대의 주술 기호는 브랜드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이 최고의 질서가 된 현대사회에 권위적인 물성을 가진 상품이야 말로 숭앙의 대상이죠. 교회처럼 생긴 건물 한 가운데 베어 먹은 사과를 보시죠. 종교이자 주술 기호 같지 않나요? 이런 상점 안에 들어가게 되면 왠지 창조주, 아니 창업자의 ‘은혜’에 감사하며 세상을 뒤바꾼 피조물들을 감탄하고 찬양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고층 건물은 현대사회가 탄생시킨 토템이라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토템의 초대형화 버전이죠. 우뚝 솟은 직선 모양새하며, 멀리서도 잘 보여 방향과 위치를 안내해주는 지표 역할도 해주니까요. 이미 자본주의 사회의 주술이 돼버린 배금주의(拜金主義·Mammonism)의 대표 기호로서 이 슈퍼 토템들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궁금합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산수유나무가 새로 노란 꽃을 피우면서도 빨간 열매를 달고 있네요. 지난 가을 추억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걸까요.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려대의료원 우크라이나 난민 의료지원단이 16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메디사이언스파크에서 출국 전 발대식을 열었다. 지원단장인 조원민 고려대안산병원 흉부외과 교수(오른쪽에서 다섯 번째)와 김영훈 의무부총장(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등 의료 전문인력 14명은 19일 폴란드로 출발해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약 2주간 머물며 난민 진료 활동을 벌인다. 의사 출신인 본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왼쪽에서 다섯 번째)도 참여해 진료와 취재를 병행한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편의점에 설치된 사탕 매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아리송한 문구. 아하! W자 방향으로 읽으니 뜻이 통하네요. ―서울 강동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사진 구도를 잡는 패턴 중엔 ‘대칭(Symmetry)’ 기법이 있습니다. 화면 구성의 형식이지요. 입문자용 ‘사진 잘 찍는 법’ 같은 책에도 꼭 나오는 기법입니다. ‘비교(Comparison)’ 기법이라고도 합니다. 데칼코마니처럼 좌우나 상하를 반으로 나누는 패턴이 이것입니다. 그런데 대칭 기법을 조금 더 확장해 응용하면 더 다양한 사진이 나옵니다. 상반되는 색깔을 배치할 수도 있고, 대조되는 소재(피사체)를 한 앵글에 넣는 방법이 대표적이죠. 대칭 구조는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가 생깁니다.뉴스나 광고 사진도 비교나 대립(Conflict) 기법을 좋아합니다. 나란히 앉아있으나 고개를 양쪽으로 돌려 반대방향을 바라보는 정치인, 탁자를 사이에 두고 협상중인 노사. 버거킹에 와서 햄버거를 주문하는 맥도널드 직원. 사진의 역동성은 이런 갈등구조에서 나오기 때문이죠. 스포츠 사진은 격렬한 몸싸움이 많습니다.대칭 기법이 사진의 흔한 앵글이 된 것은 우리가 대칭적인 사고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떠올리면 항상 그 상반되는 것을 동시에 떠올릴 때가 많죠. 비교해서 설명하면 이해가 빠르기도 하고요. ‘탕수육’ 하면 자동으로 ‘부먹:찍먹’이 떠오르듯이. 마땅한 대칭 소재가 안 떠오르면 연관된 소재를 찾기도 합니다. ‘떡볶이’ 하면 순대를 함께 연상하는 것처럼.대칭은 서사에도 흔히 이용되는 기법이죠. 스토리 구조의 기본입니다. 히어로와 빌런.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등으로 갈등 구조를 만들죠. 뉴스사진을 생산하는 사진기자들도 자주 써먹는 기법입니다. 긴장감은 역동성과 재미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가끔은 “혹시 사진으로 애먼 싸움을 붙이는 것 아닌가?” 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합니다.저도 비교하는 앵글로 사진을 찍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아날로그의 상징인 나무문과 금속 문고리 옆에 버젓이 디지털 도어 록이 붙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날로그 세계 안의 디지털 기기가 대립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본 것이죠. 대칭의 소재가 어색하게 공존하는 상황은 사진의 재미를 더 해줍니다. 대칭이되 대립은 아니죠. 그렇다면, 대립의 반대는 뭘까요. 통합? 통일? 저는 조화(調和·Harmony)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소재나 색깔로 맞춰 나열하는 사진은 재미없겠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듯 한 앵글에 존재하면서도 소재끼리 새로운 관계와 질서를 맺게 만드는 사진. 여러 소재가 어울려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공존과 상생을 표현하는 사진을 많이 찍고 싶습니다. 한옥문의 도어 록 사진을 그렇게 바라보고 싶고요.대칭은 재미있지만 또 다른 문제도 던져줍니다. 대칭의 세계관에 시야와 사고를 가둬버리는 문제죠. 대칭 프레임에 갇혀 더 큰 세계를 못 보게 되는 것이죠. A 라는 소재와, 그에 대칭되는 B 소재를 양분해 놓고 그 안에서만 생각을 하는….IT 투자 붐이 불던 2000년 대 초반, 워렌 버핏은 엉뚱한 회사를 하나 인수합니다. 카펫 회사를요. 이어 인테리어 페인트 업체 주식도 대량 매집합니다. ‘투자의 현인’이 왜 장래성이 큰 디지털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전형적인 아날로그 산업 주식을 산 것일까요. 모두가 기술이냐 플랫폼이냐, 즉 IT 범주 안에서 대칭되는 2가지 프레임에 갇혀 있을 때 버핏은 엉뚱하게 제3의 길, 아니 IT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를 택한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IT붐이 많은 창업을 일으키면 숱한 사무실이 생긴다고 예측한 것이죠. 인테리어 수요가 폭증한다고 본 것입니다. 결과는? IT 버블이 꺼지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가 많았습니다만 버핏은 짭짤한 수익을 건졌습니다. IT에 투자하는 대신 버블의 파급효과를 노린 것이죠. 마치 미국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당시 금광에 도전한 사람들보다 마차 제작자가 돈을 더 많이 번 것처럼. 대칭적 사고로는 상상할 수 없는 안전한 투자 방식을 버핏은 갖고 있었습니다. 대칭 세계에서 나와야만 볼 수 있는 시각이겠지요.세상엔 대칭 프레임을 넘어선 제3의 해법을 직관적으로 찾아내는 천재가 참 많습니다. 탕수육 ‘부먹-찍먹’ 논쟁은 이 단순한 그릇으로 해결됐습니다. 각각의 취향을 서로 존중하면서도 모두가 좋아할 방법으로요.천재들은 제3의 해법을 다른 분야에도 금방 응용합니다. 대칭 세계에 갇힌 논쟁은 서구에서도 피할 수 없나 봅니다. 미국 판 부먹-찍먹이 있는데요. 화장지 방향 논쟁입니다. 화장지를 벽쪽으로 늘어놓느냐 반대 방향으로 늘어놓느냐로 답없는 논쟁을 벌인다는군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호텔 프런트에서 로봇이 손님을 맞고 있습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척척 답해줄 것도 같습니다. 물론 코로나 감염 걱정도 없겠지요. ―서울 중구 명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바이크족들이 자주 가는 한 카페 출입문. 바이크 관련 브랜드 스티커를 잔뜩 붙여 뒀네요. 공간이 남았던 걸까요. 우유와 커피 브랜드 스티커도 눈에 띄네요.-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태양 아래 새 것은 없나니” / 전도서 1장 9절“완전히 독창적인 것은 없다, 모두 무언가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No one is original, everyone is derivative)” / 재즈뮤지션 소니 롤린스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원작(原作·originality) 문제는 모든 창작자들의 고민거리입니다. ▶원작과 관련된 ‘고양이눈썹’ 포스팅 참고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220110/111170439/1 )“하늘 아래 새 것은 없다”는 말처럼 완벽한 고유 창작물은 없지요. 선조들과 선배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참고하거나 윤색하기도 하고, 패러디·오마쥬 등 아예 원작들을 변용해 창작하기도 합니다. 지식재산권을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면 창작 문화가 죽을 수 있으니, 현대 선진국에선 작가 사후 70년 정도로 저작권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산업 특허권도 10년~20년지나면 소멸되는 것도 많습니다.만약 저작권에 느슨한 맛이 없다면, 세종대왕이 엄청난 부자가 됐을 것이란 우스개도 있습니다. 전 국민이 한글을 쓸 때마다 한 글자 한 글자 계산해 저작료를 내야 하니까요.사진가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앵글과 시각으로 촬영을 합니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 해도, 카메라 앞 상황을 사진가의 해석으로 기록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미 해석이 한 차례 끝난 상태의 피사체, 즉 타인의 창작물을 촬영할 때입니다. 사진은 분명 사진가가 찍지만 사진 속 콘텐츠의 원작자가 따로 있는 것입니다. 이를 ‘2차적 저작물’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해석이나 창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국내 저작권법에는 아래처럼 규정돼 있죠.저작권법 제5조(2차적저작물)①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이하 “2차적저작물”이라 한다)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된다.② 2차적 저작물의 보호는 그 원저작물의 저작자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영화나 노래, 시 등에 대한 패러디·오마쥬도 2차적 저작물이지만 변용을 한 사례죠. 사진가들도 유명한 고전급 사진을 비슷하게 찍습니다. 물론 이것도 저작권법 제5조의 보호를 받겠죠. 조형물이나 건축물을 찍을 때도 촬영 각도와 빛의 방향에 따라 사진가의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문제는 2차원 평면 미술품을 ‘복사’하듯 촬영할 때입니다. 물론 완벽한 평면 예술품은 없습니다. 그림의 경우 붓터치, 물감의 질감 등을 특별히 잘 표현해 촬영하는 사진작가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복사기 역할, 즉 원초적인 복제를 하는 상황도 분명히 있습니다. 원저작자의 의도를 잘 해석하고 저작자가 누구인지, 촬영장소가 어디인지 충분히 밝히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동영상 화면을 촬영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출처를 충분히 밝혀도 ‘무단 복제’를 하는 듯한 기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사진가들의 깊은 고민거리입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3.1절을 이틀 앞둔 27일 북한산 안전봉사단 단원들이 서울 은평구 북한산 족두리봉 바위에서 3.1절 103주년을 기념하고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선거 투표를 독려하는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누군가가 불쾌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가능한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치적 올바름의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예의와 배려의 문제에 더 가깝다. 한 사람으로서, 상처받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보듬고 헤아리려는 가장 기본적인 배려의 마음 말이다”- 한승혜(작가), ‘다정한 무관심: 함께 살기 위한 개인주의 연습’(2021년)에서#1책 제목에서부터 작가분이 개인주의에 대한 깊은 관심과 통찰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책 서문에서부터 개인주의 얘기를 하시네요.개인주의(individualism)는 개인의 존재와 가치가 국가·사회 등 집단보다 우선이라 여기는 생각입니다. 전체주의나 집단주의와 대립되는 개념이죠.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자율·독립성을 중시합니다. 서양의 근대 이후 조금씩 번지고 뿌리내린 가치관이죠. 현대 민주주의와 같이 성장했습니다.개인주의는 ‘내가 소중하듯 타인도 나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인정합니다. 타인의 욕구와 권리도 소중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기주의와 달리 공동체와 협동과 연대에 익숙합니다. 개인과 개인이 서로 연결해 공동체를 구성해야 비로소 합리적인 집단이 형성됨을 알기 때문입니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즉 사회를 개인과 개인의 암묵적 계약체로 보는 것이죠.‘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있죠. 개인이 각자의 권리와 사생활을 존중받으면서 뭉칠 땐 뭉친다는 뜻일 것입니다. 각자 독립된 개체와 인격을 갖고, 타인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공동체 이익을 위해서는 협동합니다.#2개인과 개인을 부드럽게 연결하는 윤활유는 뭘까요. 바로 예절과 배려가 아닐까 합니다. 예절은 겉으로 드러나는,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훈련만 잘 하면 몸에 쉽게 뱁니다. 눈치만 있어도 학습하기 쉽죠. 강아지들도 젖떼기 전까지 어미 곁에서 키우는 것은 사회화 과정을 위해서입니다. 다른 형제자매들과 놀면서 강아지들끼리의 예의를 배우는 것이죠. 물기 놀이를 해도 살살 물어라, 젖 먹을 때 다른 형제 자매들을 너무 밀쳐내지 마라 등등….반면 배려는 까다롭습니다. 제 주변에도 참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배려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해 주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해주면 안 되고,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티 안 나게 묻지 않고 알아서 말이죠. 배려를 한답시고 돕는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을 불쾌하게 하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자칫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아니, 상처에 생채기를 더 내기도 합니다. 도움을 제공하는 분들도 상대방이 오히려 역정을 내는 바람에 마음을 다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어떻게 알죠?최고의 배려는 상대방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돕는 것입니다. 배려의 공식은 눈치+예의+선의+거리두기+섬김입니다. “내가 널 위해 이런 걸 했어”라고 밝히는 건 배려가 아니라 생색입니다. 상대방이 바람 불 듯 물 흐르듯 자연스레 일이 잘 풀리고 그저 ‘운이 좋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죠. 돕는 사람은 투명인간이 돼야 합니다. 돕는 이의 존재감이 뿜어져 나온다면 배려가 아닙니다. 거리를 두고, 도움의 손길이 있는 듯 없는 듯해야 합니다. 다정한 무관심. 요즘 많이 쓰는 ‘츤데레’가 언뜻 이와 비슷한 말 같습니다. 배려는 개인주의 문화의 완성본, 끝판 왕이라고 생각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