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건

신원건 기자

동아일보 사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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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원건 기자입니다.

laputa@donga.com

취재분야

2026-04-13~202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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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짜와 가짜[고양이 눈썹]

    ▽한 벤처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수 년 동안 연구개발에 매진한 끝에 개발한 제품으로 드디어 쏠쏠한 재미를 보는가 했더니 ‘짝퉁’이 빠르게 유통됐다고 합니다. 임직원들이 모여 비상회의를 하는데 정작 대표는 흐뭇한 표정으로 듣기만 하더니 “짝퉁은 우리 제품이 명품으로 인정받았다는 증거다”라며 박수를 쳤다고 합니다.▽“경고! 가짜 거북선표가 많사오니 속지 마시고 거북선표를 사실 때에는 아래 그림과 같이 거북선 상표 물결 바닥을 사십시오.” 일제 강점기 시절 1931년 신문에 등장한 고무신 광고 문안. 거북선을 상표로 써서 조선인 소비자의 민족주의 감성을 자극하는데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가짜 거북선표가 등장했고, 서울고무공사는 가짜를 조심하라는 광고를 냈습니다. 아마도 이 광고에는 거북선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에도 이미 짝퉁을 활용한 마케팅을 이해하고 있었네요.▽짝퉁은 진품의 가치를 올려줍니다. 그런데 짝퉁들이 연이어 나오다보면 언젠가는 진품보다 뛰어난 짝퉁들이 튀어나옵니다. 복제가 청출어람 혁신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진품들도 끊임없이 업데이트 된 버전 제품들을 내놓는 이유입니다.▽문제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가 워낙 많다보니, 진짜인데도 가짜로 의심하게 하는 상황입니다. 가짜에겐 진짜도 가짜로 만드는 권력이 있습니다.2018년 말 아프리카 가봉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가봉 국민들은 알리 봉고 대통령이 두어 달 가량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자 유고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이미 사망했다는 괴소문도 돌았죠. 정부는 “대통령이 타박상으로 치료 중(사실은 뇌졸중)이지만 건강하다”고 발표했지만 의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죠. 이에 봉고 대통령은 관례대로 2019년 새해 연설을 하는 영상을 공개합니다. 의혹이 사그라지기는커녕 더 심각해졌습니다. 초점이 없는 듯한 오른쪽 눈을 근거로 딥페이크 영상이라는 의심 여론이 커진 것이죠. 비록 실패로 돌아갔지만 며칠 뒤 일부 군대가 쿠테타를 일으킬 정도였습니다. 이들은 비디오가 쿠데타를 하게 된 동기의 일부라고 발표했죠. 각국 영상분석가들이 면밀히 살펴보았지만 조작의 증거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짜였던 것이죠. 가짜뉴스의 후유증도 심각하지만, 진짜를 가짜라고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더 큰 위기를 불러 온 것이죠. 딥페이크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진짜가 가짜일 수 있다는 의심입니다.딥페이크 기술이 발달하는 만큼, 가짜 여부를 판단할 기술도 향상되지만, 의심하고 가짜로 몰아붙이는 데는 딱히 공학적 기술이 필요 없습니다. 가짜라고 우기면 되니까요. 말 몇마디로 진짜마저 가짜로 전락시켜 버리는 것이죠. 의도적으로 진실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진짜의 증거를 내밀면 다시 증거도 가짜라고 우기고…. 진짜임을 증명하기는 어려워도, 가짜라고 우기기는 너무 쉽죠. 아우슈비츠의 가짜 가스구멍, 달 착륙 조작설은 이래서 끊임없이 반복 재생됩니다.저희도 신문을 제작하며 CCTV, 블랙박스 그리고 소셜미디어의 영상을 많이 수집합니다. 인터넷에 기정사실로 돌아다니는 사진이라도 진위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합니다. 저희가 직접 취재하는 일보다 이런 사진들의 사실여부를 확인하는 게 더 고달프기도 합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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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카펫 정원

    ‘어흥!’ 백두산 호랑이와 한반도 지도가 그려졌습니다. 빨강 노랑 꽃양귀비, 보랏빛 라벤더, 푸른색 국화들이 그린 다채로운 무늬. 색색의 실로 짠 푹신한 카펫처럼 보이네요. ―경기 가평 자라섬 정원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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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초원이 아닙니다

    물에 떠 있어야 할 낚싯배와 방갈로 좌대 등이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 있습니다. 가뭄이 빨리 해결되길 바랍니다. ―충북 충주호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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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단적 뇌’…지식의 교류와 축적 [고양이 눈썹]

    “아무리 천재라 해도 한 사람의 뇌로 이런 과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수로 구성된 무리도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생각해낼 수는 없다. 대륙, 기후대, 지역을 막론하고 모든 조난자의 사정이 그렇다. 헨릭의 ‘백인 탐험가의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난파자들 중 원주민들과 연결되어 그들에게서 생존법을 배웠던 사람들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저 목숨만 부지하는 데도 문화에 축적된 아이디어와 지식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인류학자 헨릭은 인간은 ‘집단적 뇌’ 덕분에 생존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학 작가 슈테판 클라인의 책 ‘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2021년)(‘복제(copy), 창작의 시작’ 편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지난 회 참조 )▽복제는 문명의 시작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복제는 표절이 아니냐는 의심이죠. 물론 둘은 아슬아슬한 관계입니다. 베껴놓고 창작이라 우기면 표절이죠. 아시다시피 표절은 도둑질이고 범죄행위입니다. 하지만 모든 복제를 표절이라고 하면 문명은 탄생하지 못했겠죠. 따라하지 못하면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는 애초부터 탄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새로운 자동차를 만드는데 바퀴 4개와 스티어링 휠 등을 쓰지 말고 완벽한 새로운 버전으로 설계해야 한다면 애를 먹겠죠. 분야에 따라 저작권을 느슨하게 정해두는 이유입니다. 대신 타인의 고유한 지적재산을 빌려 쓸 경우 출처를 명확히 밝히거나 로열티 등 값을 치러야 합니다.▽‘집단적 뇌’는 배움과 복제, 표절과 공유 등이 얽히고 섞여 운영되는 체계입니다. 슈테판 클라인은 인간만의 ‘창조적 사고’의 원천은 단순히 ‘커다란 뇌’가 아니라 소통과 교류를 통한 창조성의 축적이 선순환을 일으켜서라고 봅니다. “문화 속에 녹아든 타인의 경험을 알고 그 토대 위에서 생각하는 사람만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가지며 “집단적 뇌에 축적된 지식은 아이디어를 빚는 재료”라는 것입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 “어디를 가나 고수는 꼭 있다”는 경구는 이러한 인류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겠죠.학교나 직장에서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상승작용을 일으킵니다. 혼자만의 아이디어로는 부족합니다. 타인과 상호 교류하며 공유해야 아이디어는 창의력으로 폭발합니다.소수 권력자가 독점하던 ‘지식’이 구텐베르크 인쇄술 발명 후 대중화된 이후 지식의 상징, 즉 책이 모인 도서관은 아날로그 시절을 풍미하던 ‘집단적 뇌’였죠. 지금은 아시다시피 전세계인의 두뇌가 랜선 디지털로 연결됐습니다. 인공지능도 가세합니다.▽하지만 과연 디지털 시대의 집단적 뇌는 ‘집단지성’으로 이어질까요? ‘집단적 뇌’인 디지털 세계에서 왜 여전히 혐오, 차별, 광기, 가짜뉴스, 욕설과 비하, 비아냥이 횡행하는 것일까요. 단순한 부작용이면 다행일텐데, 과연 인류가 진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과연 이러한 것들도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일까요. 신원건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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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세상이 궁금해”

    벤치 아래 숨어 있던 코스모스가 세상이 궁금했나 봅니다. 틈새로 고개를 내밀고 한참을 웃자랐네요.―전남 담양군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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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작은 숲속 벼룩시장

    코로나로 중단됐던 동네 벼룩시장이 다시 열렸습니다. 장난감, 옷, 책 등이 예쁜 돗자리 위에 놓였네요. 누군가 장난스럽게 외치는 “골라 골라”란 말이 새삼 반갑습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강동벼룩시장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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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기와로 그린 바다

    황토벽 캔버스에 기와를 물감 삼아 바다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살랑살랑 파도에 갈매기, 해님은 수평선 위에 훤하게 떴네요. ―전주 한옥마을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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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제(Copy), 창작의 시작[고양이 눈썹]

    ▽“Copy that(카피댓).”군인들이 주인공인 헐리우드 영화에서 자주 들리는 대사입니다. 무전 용어인데요, 알아들었다는 뜻입니다.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 등을 똑같이 이해했다는 것입니다.‘Copy’는 우리말로 하면 ‘베끼다’ 또는 ‘따라하다’입니다. ‘Copycat’은 ‘따라쟁이’ ‘흉내쟁이’로 번역되죠. 약간 비하하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카피’야말로 인류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동물도 흉내를 낼 줄 압니다. 어미의 행동을 따라하며 사냥을 배우고 먹이를 찾습니다. 인간은 단순하게 따라할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냅니다. 모방을 ‘창조의 어머니’라고 봅니다. ‘카피’는 학습의 기본이니까요.▽하늘 아래 새 것이 없듯 완벽한 창작품은 없습니다. 모방·복제를 기초로 새로운 원본을 창출하는 힘.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2007)는 이에 ‘시뮬라르크(Simulacre)’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학문은 원본을 찾는 노력입니다. 사회와 우주가 작동하는 원리를 알아내려는 욕구죠. 사건의 이유, 그 사건을 일으킨 이전 사건, 또 그 이전 사건의 원인이 된 이전 사건…. 그런데 거꾸로 보면 현재의 사건은 이전 역사를 알 수 없다 해도 이미 실제로 존재합니다. 원본을 굳이 몰라도 현재를 인식하는 것에는 딱히 문제가 없죠. 보드리야르는 그래서 원본과 복사본(simulation)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결국 복제물들이 점차 원본을 대체하게 되는 세상이 현대 사회라고 규정합니다. 보드리야르는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시뮬라르크 개념을 얘기했습니다. 대량 복제를 양산하는 시대에는 물품 뿐 아니라 정치 문화 분야에서까지 원본이 아닌 ‘허상’을 소비한다고 비판한 것이죠. ▽하지만 복제하는 능력이 인류의 큰 자산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선대의 두뇌를 후대가 ‘Copy’할 뿐 아니라 대량으로 널리 퍼뜨리는 능력. 아날로그 시대엔 완벽한 복제가 없었지만 디지털은 100% 복제됩니다. 심지어 무제한입니다. 텍스트도, 이미지도 파일처리만 되면 무한 복제되는 시대입니다.▽베끼는 능력은 문명을 일으켰습니다. 이전 것들을 다양하게 변주하면서요. 문화 콘텐츠의 경우, 앞선 작품들을 베낌과 동시에 비판하며 넘어섰고 패러디나 오마주로 변용하며 영역을 넓힙니다. 복제에 기반을 두고 청출어람으로 발전하려면 가급적 원본(Originality)을 알아야 합니다. 물론 원본의 원본, 즉 역사를 몰라도 먹고 사는 데는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모르면 실수를 되풀이 합니다. ‘역사는 처음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반복된다’는 말은 역사를 학습하지 않았기에 생긴 말인 듯 합니다. 원본을 모르면 겉모습만 어설프게 따라하게 될 가능성이 커지니까요. 원인과 취지까지 이해하며 따라하다보면 임계점(Critical point)을 지나 새로운 영역을 여는 또 다른 원형(原形)을 창출할 수 있겠죠.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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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전화기 로봇’

    미래에서 온 로봇이 유물로 위장 중인 걸까요. 111년 전에 만들어진 전화기에서 로봇의 얼굴을 봅니다. ―전남 목포근대역사관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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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뭘 잘못했니?

    산책로를 알리는 바닥 표지판. 아들의 손을 잡아끄는 엄마의 얼굴이 왠지 화가 나 있을 것 같습니다. ―경기 광주시 팔당물안개공원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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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림픽 때 걸린 ‘범 내려온다’… 응원문구로 쓰면 안되는 이유[고양이 눈썹]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몸은 얼숭덜숭, 꼬리는 잔뜩 한 발이 넘고,누에머리 흔들며, 전동 같은 앞다리, 동아 같은 뒷발로양 귀 찌어지고,쇠낫 같은 발톱으로 잔디뿌리 왕모래를 촤르르르르 흩치며,주홍 입 쩍 벌리고 ‘워리렁’ 허는 소리하늘이 무너지고땅이 툭 꺼지난 듯, 자라 정신없이 목을 움추리고 가만이 엎졌것다”판소리 ‘수궁가’에서 호랑이가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산 속 동물들이 자기 나이를 떠벌이며 서열을 정하느라 다투는 사이, 별주부가 토끼를 ‘토생원’이라고 부르려다 실수로 ‘호생원’이라 말하자 ‘생원’소리를 처음 들은 범이 반색하며 내려오는 장면이죠.수궁가와 별주부전을 모르는 한국인은 없지만, 세세한 에피소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2020년 크로스오버 밴드 ‘이날치’가 이 대목을 한국관광공사의 뮤직비디오로 알리며 유명해졌죠. 이 영상이 대박이 난 뒤 새로 뭔가 등장하면 ‘범 내려온다’는 말이 자주 쓰이고 있습니다. ‘게임 체인저’를 기대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래 문단을 보신다면 이 비유는 선뜻 쓰기가 어려워 질 것입니다.▽별주부가 한 꾀를 얼른내고 목을 길게 빼어 호랭이 앞으로 바짝바짝 달려들며 “자! 목 나가오 목 나가!” “호랭이 깜짝 놀라 ”그만 나오시오 그만 나와! 이렇듯 나오다가는 하루 일천오백발도 더 나오겠소. 어찌 그리 조그마한 분이 목이 들랑달랑 뒤움치기를 잘 하시오“…(중략)…”호랑이 쓸개가 좋다 허기로 도량귀신 잡어타고 호랑이 사냥을 나왔으니 네가 일찍 호랑이냐 쓸개 한 봉 못 주겠나 도량귀신 게 있느냐 비수 검드는 칼로 이 호랑이 배 갈라라!“호랭이 다리(주요부위)를 꽉 물고 뺑뺑 돌아노니 어찌 호랭이가 아팠던지 거기서 의주 압록강까지를 도망을 했겄다. 거기서 저 혼자 장담하는 말이 ”아따! 그놈 참 용맹 무서운 놈이로다. 나나 된 게 여기까지 살아왔지 다른 놈 같으면 영락없이 죽었을 것이다.“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호랑이는 납작 엎드린 자라를 보고 잡아먹으려고 합니다. 자라는 용기를 내 버티고, 꾀를 내 허풍을 떤 뒤 호랑이의 그 곳을 꽉 물자 호랑이가 비명을 지르며 줄행랑을 친 것입니다. 수궁가에서 ‘범’은 허우대만 좋고 실속은 없는 캐릭터입니다. ‘범 내려온다’는 명예로운 비유가 아니라 치욕스런 표현에 더 가깝습니다.▽‘1만 시간의 법칙’도 내용의 절반만 인용되는 용어입니다.저널리스트 말콤 글래드웰의 책 ‘아웃라이어(Outliers)’에 등장해 유명해진 개념지요. 책의 초·중반부 핵심 내용입니다. 자기계발서나 방송 교양 프로그램, 언론 칼럼에도 숱하게 인용되는 용어입니다.그런데 글래드웰이 하고 싶어 하는 주제는 책 후반부에 있습니다. 열심히 사는 일반인들도 이미 자기 분야에서 1만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인데, 누구는 아웃라이어가 되고 누구는 왜 평범하는 사는가….글래드웰은 그 이유를 ‘운’과 ‘환경’으로 꼽습니다. 개인이 처한 상황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1950년대에 태어난 아프리카 아이는 전자제품은 구경도 못 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나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빌 게이츠는 10대에 당대의 슈퍼컴퓨터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개인 능력과 노력 이외에도 가정 환경(부모), 사회 배경(국가), 지적 자원, 문화 자본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글래드웰은 정부나 사회, 국제단체 등이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며 책을 맺습니다. 글래드웰은 이 얘기를 하려고 1만 시간 법칙을 인용한 것이죠. 누구나 자기의 꿈을 위해 1만 시간을 훈련할 기회를 달라는 것입니다. 자기계발서로 시작해 사회복지학으로 끝나는 책입니다. 국내에서 인용되는 1만 시간 법칙은 의미가 반쪽만 전달된 사례입니다.▽오독(誤讀·misreading)은 텍스트의 의미를 잘 못 이해하거나 해석하는 것을 뜻하는데요, 시나 소설 등 문학작품에 대해 창작자-독자, 창작자-비평가, 독자-비평가들의 생각 차이를 말합니다. 문해력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인지, 의도나 감정 차이로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데 현대 철학자들은 오히려 이 오독을 즐기라고 권유합니다. 그래야 저마다의 상상력에 의해 새로운 문학작품이 끝없이 창조된다는 것이죠. 좋은 영화일수록 해석이 분분하다는 것과 비슷합니다.하지만 이것은 예술작품 얘기고요, 정보의 전달이 중요한 실용서 등에서 오독이 있어서는 안 되겠죠. 비문학작품을 쉬운 문장으로 쓰는 이유입니다. 오독을 막는 방법은 뭘까요. 책이라면 일단 끝까지 읽고, 수궁가도 끝까지 들어야겠네요. ”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는 속담이 와 닿습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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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포물에 머리 감아요”

    전통 명절인 단오(음력 5월 5일)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직원들의 도움으로 ‘창포물에 머리 감기’를 시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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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 3년 만에 개막 [청계천 옆 사진관]

    국내 최대 책 축제 서울국제도서전이 1일 개막했습니다. 28회째이며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립니다. 코로나19로 축소된 뒤 3년 만에 정상 개최네요. 개막 첫날인 1일엔 주최측의 예상 관람객 3만 명을 훌쩍 넘는 인파가 몰려 성시를 이뤘습니다. 독서인구가 줄어 출판시장이 어렵다는 말이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인 이 전시회의 올해 주제는 ‘반걸음’. 세상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는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 있게 나아가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네요. 국내외 195개 출판사와 저자·강연자 214명이 참여하고 강연·대담이 306회 진행됩니다. 10개 브랜드와 600권 분량의 북 큐레이션도 만날 수 있고, 최근 3년간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도서 30종을 선보이는 전시도 함께 마련됐습니다.개막 첫날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올해 주빈국은 수교 60주년을 맞은 콜롬비아. 주빈국관에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주요 작품인 ‘백 년의 고독’과 ‘콜레라 시대의 사랑’ 등이 전시됐습니다.김영하 작가의 ‘책은 건축물이다’ 강연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습니다.프랑스 부스독일 부스‘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된 도서 30종을 전시한 코너입니다.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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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임대 문의

    숲세권 테라스 원룸 임대합니다. 아기 새 육아에 좋은 환경입니다. 뱀과 족제비가 못 알아채도록 담쟁이덩굴로 도배도 해뒀습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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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생명의 수초섬

    연잎과 소금쟁이가 떠 있습니다. 녹조가 심해지자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다년생 수생식물을 심은 인공 수초섬이죠. 10년 가까이 물속에 뿌리를 내린 풀들이 올해도 푸릇하게 잘 자랐네요. 물고기들이 산란처로도 애용한다니 생명도 잘 품고 있는 듯합니다. ―충북 청주시 대청호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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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처와 기억의 왜곡[고양이 눈썹]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2016)’는 상처와 기억에 대한 영화입니다. 강렬한 은유의 이미지로 상처와 기억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영화에서 설정된 가해자는 수전(에이미 애덤스)이고 피해자는 옛 연인 에드(제이크 질렌할)입니다. 정확히는, 에드가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기는 설정입니다. 실제로 수전은 옛날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죠.수전이 누워서 에드의 습작 소설을 읽던 빨간 소파는 영화 속 영화에서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의 배경으로 변용됩니다. 수전이 습작을 읽은 뒤 빨간 소파에서 앉아 “첫 페이지부터 읽어야 할지 갈등이 생긴다”며 냉정하게 평가했거든요. 작가가 꿈인 에드의 마음엔 연인의 비난이 거대한 트라우마 불도장으로 찍힙니다. 시신이 등장한 미장센은, 언어폭력이 인격살인이라는 상징입니다. 피와 상처를 상징하듯 빨간색으로.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피해자는 상처 받던 상황 하나하나를 초단위로 깨알같이 기억합니다. ▽말로 상처받은 피해자는 트라우마가 뼈에 사무치는데 정작 가해자는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곤 합니다. 심지어 상처 받은 건 오히려 자신이었다고 여기기도 합니다.가해자는 왜 기억하지 못할까요. 비수가 된 말들이 사실은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이었기 때문 아닐까요. 오히려 도와주려는 선의였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직언, 쓴소리를 해줬다고 뿌듯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추궁하면 “장난이었다, 친해지려 그랬다”라고 변명합니다. 진심일 수도 있습니다. 정말 장난이었을 수도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건 미처 생각 못 했을 수도 있습니다.▽미술관장인 수전은 회사 복도에 걸린 작품 ‘Revenge(복수)’를 보면서도 자신의 결정으로 구입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합니다. 복수가 전개된다는 것과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전제를 은유의 방법으로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지요. 또 복수는 피해자를 가해자로 변신시키는 것이니까요. 가해와 피해는 언제라도 역전될 수 있다는 암시이기도 합니다.학교폭력과 가정폭력이 대물림되듯, 가해도 복제됩니다. 피해자도 권력이 생기면 언제든지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당한만큼 가해자에게 되갚아 줄 수도 있고, 엉뚱한 약자에게 분풀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가해와 피해가 엉키고 섞입니다. ▽“…아파트의 8층에는 다섯 명의 대학생이 함께 살고 있다. 나는 가끔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들과 마주치는데, 그들이 각각 혼자 있을 때 이렇게 물어보았다. ”화장실 쓰레기를 얼마나 자주 내다 버립니까?“ 그러면 ”두 번에 한 번씩“이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세 번에 한 번씩“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또 한 학생은 터진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가다가 화를 내며 말했다. ”굳이 말하자면 언제나 저에요. 90%요.“ 그들의 대답을 모두 합치면 100%가 되어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모두 합쳐 무려 320%에 이른다! 그런 식으로 공동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시스템적으로 자신들의 역할을 과대평가한다. 결혼에 있어서도 그와 똑같은 메터니즘이 작용한다. 학문적으로 증명된 바에 의하면, 남자나 여자나 모두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데 각자 자신들의 기여도가 50%를 넘는다고 평가한다…” / 심리학자 롤프 도벨리의 책 ‘스마트한 생각들’에서상처는 기억과 맞닿아 있지만, 기억은 언제든지 편의적으로 왜곡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중심적으로 기억하니까요. 여기에 자기 연민까지 더해지면 늘 자신이 피해자라고 생각하게 되죠. 결국 가해자는 아무도 없고 모두가 피해자인 상황만이 연출됩니다. 타인이 ‘피해자 코스프레’라고 비난해도 정작 본인은 ‘내가 진짜 피해자’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해는 반복되고 상처 복제되고 기억은 왜곡되기 일쑤입니다. 결국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일은 더 커집니다.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한발 떨어져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상황을 돌아보는 냉정한 시각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아울러 오늘도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도 경계해야 하고요. 영화에서 에드의 복수는 이뤄졌을까요? 스포일러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성공합니다. 매우 소심한 방법으로요.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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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슬그머니

    잣방울을 따고 싶은 걸까요? 다람쥐 한 마리가 줄을 타고 슬금슬금 내려옵니다. 미안하지만 LED 전구랍니다. ―서울 구로구에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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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나무 둥지 엄마’

    아기 새가 떠난 빈 나무 둥지에 날아든 씨앗이 싹을 틔웠네요. 쉴 새 없이 생명을 키워내는 ‘둥지 엄마’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경기 구리시 동구릉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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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에세이]쌍둥이 미로 정원

    왼쪽은 미완성, 오른쪽은 측백나무 미로 정원. 데칼코마니처럼 비슷하게 보이면서도 다르네요. 공사가 끝나면 어느 쪽이 더 붐빌까요?―경기 광주시 팔당물안개공원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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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양이 눈]마법의 바퀴

    어릴 적 처음 봤을 때는 신비의 계단이었습니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줄 알았죠. 하지만 자동차와 똑같이 바퀴로 움직이는 운송 수단이네요. ―서울 구로구에서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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