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

이설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41

추천

안녕하세요. 이설 기자입니다.

snow@donga.com

취재분야

2026-05-23~2026-06-22
요리/음식22%
문화 일반17%
패션14%
교육14%
경제일반10%
사회일반7%
칼럼7%
인테리어3%
기업3%
뷰티3%
  • ‘스마트네이션’이 국가의 미래… 대학이 끌고 정부가 민다

    ‘향후 싱가포르는 무엇을 발판으로 도약할 것인가.’ ‘아시아의 허브’로 무역·관광·금융을 바탕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룬 싱가포르는 10여 년 전부터 ‘다음 먹거리’를 찾는 데 골몰했다. 정부와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찾아낸 결론은 ‘스마트네이션’.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는 2014년 스마트네이션을 새로운 국가비전으로 선포했다. 스마트네이션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상용화해 인간의 편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총리 산하에 ‘스마트네이션 프로그램 오피스(SNPO)’를 두고 교통 생활 에너지 수도 등 영역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미래를 여는 핵심 키워드인 스마트네이션을 실현하는 데 대학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대학인 난양이공대(NTU)와 싱가포르국립대(NUS)를 탐방했다. 스마트캠퍼스 추진하는 NTU 14일 찾은 싱가포르 서북부의 난양이공대(NTU)에선 운전자가 없는 버스가 캠퍼스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로보틱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주행버스였다. NTU의 스마트기술 실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에어컨 없이 바람의 드나듦을 활용한 크레센트 홀 등 대부분 빌딩은 첨단 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수브라 수레시 NTU 총장은 “국가 시스템을 바꾸기에 앞서 NTU 캠퍼스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다. 스마트네이션을 구현하기 전 스마트캠퍼스를 통해 완성도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의 연구진이 에너지효율, 자율주행, 재생에너지, 로봇 등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SNPO와 함께 스마트네이션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민간 정보통신회사인 싱텔도 NTU 싱가포르국립대(NUS) 등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스마트네이션 테스트베드는 NTU를 비롯해 10여 군데에 이른다. NTU는 친환경 빌딩과 자율주행차 등을 통해 2020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지금보다 35% 감축하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수레시 총장은 “싱가포르는 규모가 작아서 혁신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또 고위 공무원과 교수의 연봉이 높아 뛰어난 인재가 많다”고 했다. 대학, 산업과 국가 혁신의 밑거름 되다 15일 찾아간 NUS 캠퍼스의 스타트업 지원 공간 ‘행어(Hangar·격납고)’. NUS 산하 NUS엔터프라이즈가 운영하는 이곳은 창업 희망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는 창업 지원공간이다. NUS는 행어 외에도 ‘싱가포르 스타트업의 본산’으로도 불리는 ‘Blk71’ 등 두 곳의 스타트업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다. 대학이 창업 지원을 통해 산업과 국가 혁신에 적극 기여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NTU도 스타트업 지원센터 ‘NTU 이노베이션(NTUitive)’를 두고 있다. 창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컨설팅, 사무 공간,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지원한다. 특히 인문대생에게 창업가 마인드를 가르치는 ‘르네상스 엔지니어 프로그램(REP)’은 세계에서 벤치마킹할 정도로 명성이 높다. 공대 내의 ‘이노베이션 개라지’에서는 중장비 기계를 이용해 아이디어를 실제 제품화할 수 있다. ‘하울리오(HAULIO)’의 세바스찬 션 대표는 졸업한 뒤에도 종종 행어를 찾는다. 하울리오는 기업 간 물류시스템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공급하는 스타트업으로 5년 만에 직원이 15명으로 늘었다. 션 대표는 NUS가 운영하는 해외 인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창업가 양성을 위해 2002년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6∼12개월간 미국 유럽 아시아 전역의 스타트업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션 대표는 “인턴을 하면서 문제해결 능력과 창업현장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스마트네이션 실현을 위해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08년 ‘혁신·기업을 위한 국가 기초 사업’ 프로젝트를 통해 벤처 활성화에 나섰다. 릴리 챈 NUS엔터프라이즈 대표는 “싱가포르는 지난 30년간 다국적 기업을 유치해 경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외국 기업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스타트업을 통해 싱가포르 기업을 키우고 다음 세대를 위한 산업군을 형성하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대학과 정부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지원책으로 싱가포르에서는 최근 기업가치 1조 원이 넘는 유니콘 기업도 여럿 탄생했다. 동남아의 우버로 불리는 ‘그랩(Grab)’, 동남아 지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자’, 미국 나스닥에서 8억 달러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는 게임개발업체 ‘시(Sea)’가 대표적이다. 페이잘 압둘 라만 NTU 대외협력수석부장은 “관광 금융 무역에 더해 스타트업도 싱가포르 경제를 견인하는 중요한 축으로 성장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금과 동일한 금액을 정부가 지원하는 매칭펀드 등 정부의 노력과 창업을 독려하는 대학의 움직임이 맞물려 이룬 성과”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라면 하나라도 맛깔스러운 식기에 담아… 2030세대들의 ‘소확행’

    ‘#요리스타그램’에 이어 ‘#그릇스타그램’의 인기가 뜨겁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그릇으로 옮아갔다. 그릇 열풍의 배경엔 자존감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깔려 있다. 혹자는 “라면도 멋진 식기에 담아 정승같이 먹으면 내가 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했다. 정말 그럴까. 설거지와 뒷정리가 귀찮아 신문지 깔고 냄비 통째 밥을 먹기도 하는 기자가 ‘집에서 근사하게 한 끼 먹기’에 도전해 봤다. Step1. 시작은 소박하게 집에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려면? 요리도 요리지만 핵심은 테이블 세팅이다. 숟가락 젓가락 그릇 매트 등 테이블 웨어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식탁의 품격이 좌우된다. 필요한 준비물은 뭔지, 그릇을 사야 하는지, 요리 맛이 떨어져도 상관없는지 등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있는 그릇을 활용하다가 취향과 필요에 따라 그릇을 구매하세요. 그릇 배치, 음식을 담는 방식, 소품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식탁을 만들 수 있거든요.”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한국로얄 코펜하겐’ 관계자는 시작은 소박하게 하라고 권했다. 취향을 따지지 않고 욕심껏 구매한 그릇은 대개 애물단지가 되어 낡아버린다고 했다. 부엌 장을 뒤져 보니 잊고 지낸 그릇이 꽤 많았다. 처음 할 일은 콘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사진과 카페의 플레이팅을 충분히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 보면 취향과 안목이 생기고 모방을 거듭하면 창의력이 샘솟을 거라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릇스타그램을 검색하니 17만8500여 개의 게시물이 떴다. 나무 소반에 흰색 그릇을 옹기종이 얹은 정갈한 밥상, 체리와 무화과로 꾸민 과일 접시, 나무 쟁반에 무심하게 놓인 햄버거…. 하나같이 황홀하되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서울 종로에 있는 공예품 편집매장 ‘코지홈’ 박지나 대표는 “‘홈스토랑(홈+레스토랑)’에 정답은 없다. 자유롭게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치면 된다”고 했다. Step2. ‘흰색’ ‘겹치기’ ‘센터피스’를 기억하라 도전하고픈 밥상이 많았지만 요리 실력, 활용 가능한 그릇, 식탁 분위기를 고려해 한식 밥상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식탁보와 테이블 매트를 새로 사긴 부담스러워 조각보가 깔린 나무식탁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미역국과 생선구이에 어울릴 만한 생활자기풍의 그릇을 집히는 대로 꺼냈다. 콘셉트가 서지 않을 땐 그릇을 펼쳐 놓고 조합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학적인 측면에서 △흰색과 여백이 있는 그릇을 사용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릇을 여러 개 겹쳐 놓으면 식탁의 품격이 올라간다 △모양과 높낮이가 다른 그릇을 섞어서 배치하라 △화병, 양초, 주전자 등 정중앙에 오브제를 놓으면 식탁에 생기가 돈다 △음식은 그릇에 모자란 듯 담아라 △‘혼밥’은 나무 쟁반 또는 나무 소반을 활용하라 등의 팁을 줬다. ‘흰색+나무’ ‘도마+그릇’ ‘밑접시+그릇’ 공식에 맞춰 한식 밥상을 차려냈다. 퇴근길에 주워온 풀을 접시 한 귀퉁이에 얹으니 식탁이 화사해졌다. 아이들 밥상은 기발한 캐릭터 밥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화제인 ‘이니테이블’을 참고해 곰돌이 모양으로 꾸몄다. ‘그릇은 보고, 쥐고, 맛보고, 느끼는 공감각적 사물이다. 그릇이 맛을 좌우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Step3. 후퇴 없는 ‘개미지옥’ 지난해 시작된 그릇시장의 지각 변동은 올해 들어 본격화됐다. ‘주 52시간’ ‘소확행’ ‘가치소비’ 등의 영향으로 20, 30대는 물론이고 남성까지 그릇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국내 도자기 브랜드 ‘이도’의 홍보마케팅실 김민정 주임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그릇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20, 30대 소비자가 늘었다. 최근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의 주 고객도 20, 30대”라고 했다. 구매 방식도 다양해졌다. 과거 그릇은 짝과 열을 맞춘 세트 구매가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개별 구매를 선호한다. 한식과 양식은 물론이고 유럽, 동아시아, 남미 등의 에스닉 푸드까지 집에서 요리하는 트렌드에 맞춰 그릇을 구매한다. 브랜드 층위도 다채로워졌다. 전통 강자로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얄 코펜하겐이 꼽힌다. 243년의 역사, 왕실 브랜드, 순록의 배털로 만든 붓으로 그린 장인들의 수작업 등 다양한 스토리로 마니아층이 두껍다. 에르메스리빙, 빌레로이앤보흐, 웨지우드, 로얄알버트 등 프리미엄 라인과 덴비, 이딸라, 포트메리온 같은 중간 라인 브랜드가 있다. 국내 브랜드인 ‘광주요’와 ‘이도’ 등은 자연주의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코지홈’과 ‘숙희’ ‘챕터원에디트’ 등 편집매장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김성훈도자기’ ‘김석빈도자기’ ‘지승민의 공기’ ‘화소반’ 등 개인 작가의 아틀리에숍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러 감각이 어우러지면 먹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그래서 흔히 ‘홈스토랑’ 세계에 입성한 뒤에는 후퇴가 없다고 한다. ‘생활명품’ 저자 윤광준 씨는 “내용(음식)과 형식(그릇)이 맞아야 뭐든 극대화된다. 글로벌화로 인해 세련된 식탁 감각이 보편화됐고, 앞으론 와인잔을 고르듯 요리별로 그릇을 고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그릇이 맛을 좌우한다?…#우아하게 집밥 먹기 도전

    ‘#요리스타그램’에 이어 ‘#그릇스타그램’의 인기가 뜨겁다. 요리에 대한 관심이 그릇으로 옮겨 붙었다. 그릇 열풍의 배경엔 음식 담는 도구 이상의 자존감이 깔려 있다. “라면도 멋진 식기에 담아 정승같이 먹으면 내가 귀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는 말도 있다. 정말 그럴까. 설거지와 뒷정리가 귀찮아 신문지 깔고 냄비 통째 밥을 먹기도 하는 기자가 ‘집에서 근사하게 한 끼 먹기’에 도전해 봤다. Step1. 시작은 소박하게 집에서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려면? 요리도 요리지만 핵심은 테이블 세팅이다. 숟가락 젓가락 그릇 매트 등 테이블 웨어를 어떻게 놓느냐에 따라 식탁의 품격이 좌우된다. 필요한 준비물은 뭔지, 그릇을 사야 하는지, 요리 맛이 떨어져도 상관없는지 등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있는 그릇을 활용하다가 취향과 필요에 따라 그릇을 구매 하세요. 그릇 배치, 음식을 담는 방식, 소품 활용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식탁을 만들 수 있거든요.” 덴마크 도자기 브랜드 ‘한국로얄 코펜하겐’ 관계자는 시작은 소박하게 하라고 권했다. 취향을 따지지 않고 욕심껏 구매한 그릇은 대개 애물단지가 되어 낡아버린다고 했다. 부엌 장을 뒤지보니 있는지도 모르는 그릇이 꽤 많았다. 처음 할 일은 컨셉트를 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네트워크(SNS) 등의 사진과 카페의 플레이팅을 충분히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보면 취향과 안목이 생기고 모방을 거듭하면 창의력이 샘솟을 거라고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그릇스타그램을 검색하니 17만8500여 개의 게시물이 떴다. 나무 소반에 흰색그릇을 옹기종이 얹은 정갈한 밥상, 체리와 무화과로 꾸민 과일 접시, 나무쟁반에 무심하게 놓인 햄버거…. 하나같이 황홀하되 저마다 개성이 뚜렷했다. 서울 종로에 있는 공예품 편집매장 ‘코지홈’ 박지나 대표는 “‘홈스토랑(홈+레스토랑)’에 정답은 없다. 자유롭게 상상력과 독창력을 펼치면 된다”고 했다. Step2. ‘흰색’, ‘겹치기’, ‘센터피스’를 기억하라 도전하고픈 밥상이 많았지만 요리실력, 활용 가능한 그릇, 식탁 분위기를 고려해 한식 밥상에 도전하기로 했다. 우선 식탁보와 테이블 매트를 새로 사긴 부담스러워 조각보가 깔린 나무식탁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미역국과 생선구이에 어울릴 만한 생활자기 풍의 그릇을 집히는 대로 꺼냈다. 컨셉이 서지 않을 땐 그릇을 펼쳐놓고 조합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미학적 측면에서 △흰색과 여백이 있는 그릇을 사용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다 △그릇을 여러 개 겹쳐 놓으면 식탁의 품격이 올라간다 △모양과 높낮이가 다른 그릇을 섞어서 배치하라 △화병, 양초, 주전자 등 정중앙에 오브제를 놓으면 식탁에 생기가 돈다 △음식은 그릇에 모자란 듯 담아라 △‘혼밥’ 은 나무쟁반 또는 나무소반을 활용하라 등의 팁을 줬다. ‘흰색+나무’, ‘도마+그릇’, ‘밑접시+그릇’ 공식에 맞춰 한식 밥상을 차려냈다. 퇴근길에 주워온 풀을 접시 한 귀퉁이에 얹으니 식탁이 화사해졌다. 아이들 밥상은 기발한 캐릭터 밥상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화제인 ‘이니테이블’을 참고해 곰돌이 모양으로 꾸몄다. ‘그릇은 보고 쥐고 맛보고 느끼는 공감각적 사물이다. ’그릇이 맛을 좌우한다‘는 말은 나올만하다. Step3. 후퇴 없는 ‘개미지옥’ 지난해 시작된 그릇시장의 지각변동은 올해 들어 본격화됐다. ’주 52시간‘, ’소확행‘, ’가치소비‘ 등의 영향으로 20대, 30대는 물론 남성까지 그릇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국내 도자기 브랜드 ’이도‘의 홍보마케팅실 김민정 주임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늘고 SNS에서 ’그릇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20대, 30대 소비자가 늘었다. 최근 시작한 온라인 쇼핑몰의 주 고객도 20대, 30대”라고 했다. 구매 방식도 다양해졌다. 과거 그릇은 짝과 열을 맞춘 세트 구매가 일반적이었다. 요즘은 개별구매를 선호한다. 한식과 양식은 물론 유럽, 동아시아, 남미 등의 에스닉 푸드까지 집에서 요리하는 트렌드에 맞춰 그릇을 구매한다. 브랜드 층위도 다채로워졌다. 전통 강자로는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인 로얄코펜하겐이 꼽힌다. 243년의 역사, 왕실 브랜드, 순록의 배털로 만든 붓으로 그린 장인들의 수작업 등의 스토리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에르메스리빙, 빌레로이앤보흐, 웨지우드, 로얄알버트 등 프리미엄 라인과 덴비, 이딸라, 포트메리온 같은 중간 라인 브랜드가 있다. 국내 브랜드인 ’광주요‘와 ’이도‘ 등은 자연주의 바람을 타고 인기를 끌고 있다. ’코지홈‘과 ’숙희‘, ’챕터원에디트‘ 등 편집매장을 찾는 발길도 늘었다. ’김성훈도자기‘, ’김석빈도자기‘, ’지승민의 공기‘, ’화소반‘ 등 개인작가의 아뜰리에 숍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러 감각이 어우러지면 먹는 즐거움은 배가된다. 그래서 흔히 ’홈스토랑‘ 세계에 입성한 뒤에는 후퇴가 없다고 한다. ’생활명품‘ 저자 윤광준 씨는 “내용(음식)과 형식(그릇)이 맞아야 뭐든 극대화된다. 글로벌화로 인해 세련된 식탁 감각이 보편화됐고, 앞으론 와인잔을 고르듯 요리별로 그릇을 고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24
    • 좋아요
    • 코멘트
  • “소방관 등 우리 주변 ‘작은 영웅’ 떠올려 보세요”

    사회 이슈를 공연과 결합한 다큐·갈라콘서트를 선보여온 코리아아르츠그룹이 23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울림Ⅱ’를 선보인다. 한국의 아픈 근현대사를 담은 ‘울림Ⅰ’(2015)에 이어 두 번째다. 하만택 코리아아르츠그룹 대표(48·사진)는 “‘울림Ⅱ’는 소방관 경찰 환경미화원의 이야기로, 평온한 일상은 이들의 헌신 덕분이라는 점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다큐·갈라콘서트는 하 대표가 고안한 장르. 화재진압 영상을 배경으로 공연하거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행위예술을 선보인다. 하 대표는 “감전 사고로 두 팔을 잃은 석창우 화백이 의수로 붓글씨를 쓰는 영상을 준비했다. 안전의 중요성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진흥원과 공동 주최한 이번 공연에는 바리톤 고성현, 소프라노 김영미, 대금연주자 전지현이 출연한다. 4만∼12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우예권 “늘 아이 같은 마음으로 피아노 연주”

    “그 순간 그 연주자가 들려주는 그 곡은 한 번뿐이잖아요. 모든 무대의 무게가 같을 수밖에요.” 대다수 연주자가 ‘다음 공연’을 가장 중요한 무대로 꼽는다. 늘 완벽을 추구한다는 건데, 피아니스트 선우예권(29·사진)의 시선은 오히려 관객을 향해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어쩌면 누군가에겐 단 한 번의 클래식 공연일지 모른다”며 “최고의 기량을 선보이기 위해 공연 전후에는 집에 머물며 에너지를 아낀다”고 했다. 그는 대기만성형 피아니스트로 통한다. 비교적 늦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피아노를 시작해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미국 커티스음악원, 줄리아드음악원, 매니스음대를 거쳤다. 지난해 서른을 앞두고 늦깎이로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황금기를 맞았다. TV 예능프로그램 출연으로 인지도가 더욱 높아졌다. “개인에 대한 관심이 클래식으로 이어져 기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아이 같은 마음으로 연주를 이어가는 일이에요. 좋아하는 곡을 협연자와 같은 감정으로 연주할 때 특히 환희를 느낍니다.” 선우예권은 올 하반기 굵직한 무대를 앞뒀다. 11월 ‘러시아 음악의 차르’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뮌헨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협연한다. 이달 15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의 ‘스타즈 온 스테이지’에서는 ‘절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호흡을 맞춘다. “뮌헨필과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해요. 선 굵고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지는 러시아 레퍼토리를 잘 소화하는 편인데, 게르기예프와 어떤 순간을 경험할지 기대가 큽니다.” 천천히 기량을 다져온 그의 단골 멘트는 “배울 게 많다”. 동료나 후배에게서도 본받을 점을 찾는다. 작은 음악적 배움이 큰 성장을 이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임동혁에게선 뜨거운 열정을,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선 전체를 직조하는 안목을 배우고 싶단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카페-갤러리-공연장이 한자리에… 여기는 ‘문화 리조트’

    더운데 땀 뻘뻘 흘리며 옮겨 다닐 필요 없다. ‘카페+식당+갤러리+공연장+아카데미’가 한군데 있는 복합문화공간에 가면 된다. 이런 곳은 최근 도심에 흥미로운 공간 디자인과 뚜렷한 취향으로 무장하고 도심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동네 문화 리조트’라고 할 수 있는 곳에 한번 들어가면 한나절은 훌쩍 지나간다. # 한남동 ‘사운즈 한남’, 복합문화공간의 끝판왕?“행인들이 지나가다가 ‘스윽’ 들어오도록 설계했습니다.” 건축가의 의도는 잘 맞아떨어진 듯했다. 9일 오전 찾은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의 ‘사운즈 한남 어반 리조트’. 평일 오전임에도 생수통을 든 조깅복 차림의 외국인 여성, 유모차를 끌고 나온 ‘라테파파’, 정장 복장의 여성 등으로 북적댔다. 인스타그램 인증사진 폭발에 ‘힙스터’들이 줄 선다는 ‘뜨는 명소’다웠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가 세운 디자인·컨설팅 회사 ‘JOH’가 올해 4월 선보인 공간이다. 다섯 개의 건물에 JOH가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정성껏 담았다. 건물 1, 2층에 입점한 상점 상당수는 JOH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한식당 ‘일호식’, 레스토랑 ‘세컨드키친’, 카페 ‘콰르텟’, 서점 ‘스틸북스’ 등이다. 가나아트센터의 전시관인 ‘가나아트 한남’, 세계 3대 경매사인 ‘필립스’의 한국사무소, 뷰티 브랜드 ‘이솝’, 안경점 ‘오르오르’, 꽃집 ‘브루니아 플라워’ 등도 있다. 건물 4개 층을 통째로 쓰는 ‘스틸북스’에선 저자나 명사를 초청해 강연도 종종 연다. 앞으로 앞마당 격인 중앙정원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곳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많다. 중앙과 2층에 아담한 정원이 있는 데다 공간이 미로처럼 설계돼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한다. # 회현동 ‘피크닉’, 수준 높은 전시로 감성 충전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에 자리한 ‘피크닉’의 정문은 개방형 주차장이다. 주차장과 커다란 느티나무를 지나 내리막길을 따라가면 주황빛 건물이 나온다. 1970년대 지어진 제약회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하는 방문객 상당수는 회현역 쪽 후문으로 들어온다. 전시기획사 글린트가 운영하는 피크닉의 공간 디자인은 지루하지 않다. 복도, 창문, 텃밭, 테라스, 루프톱, 지하 등이 결합돼 개미굴을 탐험하는 듯한 재미를 준다. 내부는 하얗게 단장하되 촌스러운 1970년대 일부 바닥재는 그대로 살렸다.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엔 전시 공간, 카페 ‘피크닉’, 서래마을에서 옮겨온 레스토랑 ‘제로 콤플렉스’, 디자이너 상품을 판매하는 ‘키오스크×키오스크’가 자리한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작물을 키우는 텃밭과 루프톱 라운지도 있다. 하나로 이어진 기다란 테이블과 샹들리에가 인상적인 카페 피크닉은 오후 6시 이후엔 타파스 바인 ‘바 피크닉’으로 변신한다. 지하부터 루프톱까지 이어지는 전시관에서는 10월 14일까지 ‘류이치 사카모토: Life, Life’가 열린다. 음악가뿐 아니라 사회활동가인 그의 면모를 담은 기획전이다. 맨 위층에는 사카모토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 평창동 ‘수애뇨339’, 문턱 낮은 문화 사랑방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비탈길을 오르다 보면 눈부시게 하얀 건물이 나온다. 평창길 339에 자리한 문화예술공간 ‘수애뇨339’다. 종로에서 출생한 김창환 씨(79)가 가족과 20년 넘게 거주하던 곳이 동네 문화사랑방으로 변했다. 지난해 문을 연 이곳은 각지에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들의 명소가 됐다. 사실상 1층인 지하 1층 카페에 들어섰다. 북한산 자락이 훤히 내다보이는 전경에 한 번, 테이블 개념 없이 하나로 탁 트인 내부 공간에 또 한 번 설렜다. 수애뇨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 등 모두 3개 층으로 이뤄졌다. 지하 1층엔 카페 겸 공연장, 1층엔 전시장, 2층엔 대관 가능한 모임 공간이 자리한다. 이곳의 시그너처 공간은 지하 1층의 ‘푹 꺼진 직사각형’이다. 바닥 면보다 45cm가 낮은 이곳에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린다. 운영은 김 씨의 4남매 중 세 딸이 맡고 있다. 악기를 전공한 첫째 딸과 막내딸이 공연을, 둘째 딸은 미술 전시를 기획한다. 공연은 매월 마지막 주에 열리고, 미술 기획전은 수시로 열린다. 이달에는 피아니스트 김재원이 이끄는 ‘클럽M’이 23일 무대에 선다. 수애뇨의 철학은 ‘문턱이 낮은 문화공간’. 커피와 샌드위치 먹으러 왔다가 격조 있는 예술을 만나는 공간을 꿈꾼다. 스페인어로 ‘꿈, 쉼’을 뜻하는 수애뇨(수에뇨)에서 쉬면서 꿈꾸고, 그러다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게 김 씨 가족의 바람이다. # 한남동 ‘사유’, 가성비 갑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유’는 무엇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1층에서 음료를 주문하면 의상 편집숍인 2층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5개 층은 콘셉트가 모두 다르다. 지하 1층은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하는 팝업스토어 겸 공연 공간, 1층은 클럽 분위기 카페, 2층은 의상 편집숍, 3층은 미디어아트 카페, 4층은 갤러리 카페, 5층은 루프톱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사유는 전시와 공연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8월 12일까지 오키나와 관광청과 손잡고 ‘사유오키나와’를 선보인다. 3층 미디어아트 카페에선 오키나와 수족관 속 물고기 떼가 헤엄치고 있었고, 4층 갤러리 카페엔 관련 이미지가 걸려 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伊지휘자 보에미 “北성악가, 악보 없어 테이프 듣고 곡 외워”

    “어느 날 아주 고급스러운 찻주전자를 선물 받았어요. ‘김정일’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더군요.” 이탈리아 지휘자 마르코 보에미(60·사진)가 호수 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오래전 기억을 꺼냈다. 그는 10년 전쯤 북한 평양에 다섯 번 다녀왔다. 인연은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됐다. 자신을 주로마 북한대사관 직원이라 소개한 상대방은 완벽한 이탈리아어로 “중국 친구로부터 당신을 소개 받았다. 평양에서 마스터클래스를 맡아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평양에서 교류했던 음악인들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 분단 상황이지만 평양과 가까운 서울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그는 8, 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에서 서울콘서트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평양에 갈 때마다 그는 2, 3주씩 머물며 연주자들과 교류했다. 음대생이나 연주자, 평양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췄는데 기대 이상의 실력에 놀랐다고 한다. 특히 한 남성 피아니스트의 재능은 북한에 가둬두기 아까울 정도였단다. 하지만 성악가들은 노래에 감정을 담는 게 부족해 많은 지도를 필요로 했다. “당시 북한 성악가들의 연습 환경은 그리 좋지 않았어요. 악보 하나 없이 녹음테이프에 의지해 곡을 외워 부를 정도였죠. 그 모습이 안쓰러워 한번은 악보를 여러 장 구해다 줬는데, 누군가 ‘김정일 위원장이 악보를 살펴본 뒤 다시 돌려줬다’고 하더군요.” 4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보에미는 26세에 지휘자로 전향했다. 법학 박사학위를 받고 각종 스포츠를 섭렵한 자신을 ‘호기심 천국’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사랑의 묘약’ 첫 번째 공연은 한국인 성악가들과, 두 번째 공연은 이탈리아 성악가들과 무대에 오른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한국선 서울-부산-제주 가면 끝… 日처럼 지역 콘텐츠 늘려야

    지구 전체가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여행으로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달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땐 가까운 곳부터 찾는 경우가 많다.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을 오가는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을 넘는 이유다. 성수기 휴가철을 맞으면 ‘한중일 3국 관광대전’도 더욱 치열해진다.○ “비슷한 비용이면 일본”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지형 씨는 일본 여행만 20여 차례 다녀왔다. 10만 원 전후의 항공권으로 하루 이틀 동안 식도락을 즐기다 온다. 그는 “거리와 비용 면에서 일본은 국내 여행지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20대 중국인 직장인 판포 씨는 틈만 나면 여행정보 사이트 ‘마펑워(馬蜂窩)’에서 후기를 읽는다. 그는 “엔화 약세가 지속된 뒤로는 한국보다 일본을 선호한다. 같은 한자권 국가라 다니기도 훨씬 편하다”고 했다. 일본의 관광 경쟁력의 단면을 보여준다. 일본의 관광산업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지난 한 해 외국인 관광객이 30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엔 400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은 엔화 약세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확대다. 2012년 초 100엔당 1500원 가까이 올랐던 엔화는 현재 1000원 정도다. 환율 요인만으로 50%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LCC 노선 확대로 항공권 가격도 크게 내려 여행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항공권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다. ‘소확행’ ‘나홀로’ 등 여행 트렌드와 일본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의 소도시는 지역축제가 활발하고 노포(老鋪·대를 이어 운영되는 점포)가 많다. 오유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은 지방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옛 정취가 잘 남아 있어 다양한 경험을 추구하는 요즘 여행 트렌드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 관광객 모두 ‘같은 가격이면 일본’이란 생각을 하지만 비교 대상은 다르다. 한국은 국내 여행과 비교하고, 중국은 한국 여행과 비교하는 경향을 띤다. 국내에선 오키나와와 제주, 강원도와 홋카이도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중국의 해외여행을 주도하는 2030세대는 국내보다 한국과 일본 등 근거리 해외를 선호한다. 조홍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한국은 ‘한 번에 모두 둘러볼 수 있는 곳’이란 인상이 강한 반면 일본은 전 국토가 관광지라 중국관광객이 일본을 더 많이 찾을수록 방문지역이 확대되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 한국과 일본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 유커는 2014년 1억 명을 처음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폭풍 성장한 유커는 한국으로 몰려들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방사선 피폭 우려 등이 가시지 않은 일본 대신 가깝고 안전하고 저렴한 한국을 택한 것이다. 유커 증가에 힘입어 한국은 2012년 ‘1000만 관광대국’ 문을 일본보다 먼저 열었다. 당시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은 1114만 명으로 일본의 836만 명을 앞섰다. 하지만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으로 한국 관광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 사이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강력한 관광객 유치 정책 등에 힘입어 관광대국으로 발돋움했다. 5년 새 뒤바뀐 셈이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관광산업은 쉽게 타격받고 회복도 빠르다. 특히 구전효과의 영향이 막강해 위기 상황이 해소되면 금세 수요를 회복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휴가와 방학을 맞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서울시는 민간 메이크업 업체와 협력해 ‘한류 스타 메이크업 클래스’를 월 2회 운영한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소녀시대 메이크업 따라하기’류의 서비스에서 힌트를 얻어 무료로 메이크업 방법을 알려준다. 케이푸드 쿠킹클래스도 인기 있다. ‘CJ더키친’에서 열리는 ‘한류드라마 속 케이푸드 쿠킹클래스’에 참여하면 드라마에 나온 한국 음식 조리법을 영어로 배울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6월 도쿄에서 한국관광페스티벌을 열고 새롭게 뜨는 국내 여행지를 홍보했다. 6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작한 셔틀버스도 있다. 서울과 부산에서 강릉 평창 문경 등을 당일 왕복하며 일본어가 가능한 가이드가 동행한다. 공사 관계자는 “일부 지역에 편중된 관광객을 분산하기 위한 정책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도시와 지방 간 해외여행 격차가 큰 일본의 지방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백제 워킹 페스트’ 사업도 있다. 첫 해외 여행지는 한국으로 떠나자는 뜻으로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한다.○ ‘일본의 2세대 한류 팬을 잡고, 사드 파고를 넘고’ 한한령 ‘펀치’를 맞고 휘청이던 한국 관광산업엔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올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72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늘었다. 케이팝에 빠진 일본의 2세대 한류 팬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18%나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같은 기간 중국 관광객이 3.7%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지난 2년간 얼어붙은 한중 간 관광 교류는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베이징(北京) 등 일부 지역에선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개별 관광객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정부 입장과 달리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한국인 관광객 모객을 위한 마케팅 전쟁도 뜨겁다고 한다. 사드 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주춤하던 한국인 관광객의 중국행도 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등은 물론이고 중서부 내륙까지 방문 지역도 넓어졌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근거리 관광 경쟁력의 핵심은 재방문율이라고 입을 모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은 서울 부산 제주에 집중돼 있다. 강원과 경기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울 부산 제주 등 제한된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간다. 여행 목적과 국가별 관광객 구성의 편중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을 향한 여행 목적은 국적을 불문하고 쇼핑과 식도락에 집중돼 있다. 자연히 2030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찾는다. 관광객 구성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 이번 사드 보복 사태를 맞아 관광산업 전체가 휘청거렸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지역 관광 경쟁력 강화에서 찾는다. 지역 관광 상품을 발굴해 서울과 식도락·쇼핑 일색인 관광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 것은 좋은 예다. 사이타마현의 애니메이션 명소 순례 프로그램과 야마구치현의 코난 미스터리 투어가 대표적이다. 중국인들의 해외여행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인 관광객의 마음을 사려면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00後·2000년대 출생자)’ 등 신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관광 책자보다 관광정보 사이트의 후기에 따라 여정을 짠다. 신세대가 관광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비슷한 비용이면 ○○”…韓中日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는?

    지구 전체가 폭염으로 들끓고 있다. 여행으로 뜨거워진 몸과 마음을 달래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마음이 동해 갑자기 떠나고 싶을 땐 가까운 곳부터 찾게 되는 법.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 3국을 오가는 관광객이 연간 1500만 명이 넘는 이유다. 휴가철을 맞아 후끈 달아오른 ‘한중일 3국 관광대전’을 들여다봤다.● “비슷한 비용이면 일본” 사례 1.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지형 씨는 일본 여행만 20여 차례 다녀온 일본여행 마니아다. 10만 원 전후의 항공권을 이용해 하루 이틀간 식도락을 즐기곤 한다. 그는 “거리와 비용 면에서 일본은 국내 여행지처럼 느껴진다. 출국 수속이 다소 오래 걸리는 점을 제외하곤 국내 여행보다 멀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했다. 사례 2. 해외여행을 즐기는 20대 중국인 직장인 판포 씨는 틈만 나면 여행정보사이트 ‘마펑워’에 들어가 여행후기를 읽는다. 한국도 여러 차례 다녀왔으나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진 뒤로는 일본을 선호한다. 그는 “한국이 더 가깝지만 비용이 비슷하면 일본을 선호한다. 같은 한자권 국가라 다니기에도 훨씬 편하다”고 했다. 현 시점에서 ‘관광 우등국’은 단연 일본이다. 일본의 관광산업 성장세는 눈부시다 못해 무서울 정도다. 지난해 연 방문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엔 4000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일본이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인은 엔화 약세와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확대가 꼽힌다. 2012년 초 100엔당 1500원 가까이 올랐던 엔화는 현재 1000원 정도다. 환율 요인만으로 50% 가격이 하락한 셈이다. LCC 노선 확대로 항공권 가격도 크게 내려 여행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인 항공권 가격 부담이 크게 줄었다. 한국과 중국 관광객이 ‘같은 가격이면 일본’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비교 대상은 약간 다르다. 한국은 국내 여행과 비교하고, 중국은 한국 여행과 비교하는 경향을 띤다고 한다. 오유라 한국관광문화연구원 연구원은 “오키나와와 제주, 강원도와 홋카이도를 놓고 고민하는 국내 여행객이 많아졌다”고 했다. 반면 조홍준 한국관광공사 중국팀장은 “중국의 2030세대들은 국내보다 해외여행을 선호하는데 한국과 일본 두 곳을 놓고 비교한다”며 “한국은 한 번 다녀오면 또 갈 곳이 있나라는 인상이 강한 반면 일본은 전 국토가 관광지라 재방문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의 소도시는 지역축제가 활발하고 노포가 많아 고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골목길 탐방으로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 한국과 일본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 중국은 2014년 해외로 가는 관광객이 1억 명을 처음 돌파한 뒤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해외 각국의 유커 유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한국과 일본은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다. ’1000만 관광대국‘ 문은 2012년 한국이 먼저 열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 해외 관광객을 적극 끌어들인 결과다. 유커 수요에 힘입어 2012년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이 1114만 명으로 일본의 836만 명을 앞섰다. 김현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은 회복세가 상대적으로 빨랐고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 등 악재가 잇따랐다. 해외여행에 눈뜬 중국인들이 가깝고 안전한 한국에 몰려 일본보다 먼저 외국인 관광객 1000만 명 고지에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됐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강력한 관광객 유치 정책이 흐름을 뒤바꿨다.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고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한국이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단체관광이 금지된 반사이익까지 겹쳐 유커의 일본 관광은 날개를 달았다. ● ’일본의 2세대 한류 팬을 잡고, 사드 파고를 넘고‘ 한한령(限韓令·중국 내 한류 제한령) ’펀치‘를 맞고 휘청이던 한국 관광산업엔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올 상반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72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가 늘었다. 케이팝에 빠진 일본의 2세대 한류 팬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18%나 늘어난 것이 주요인이다. 같은 기간 중국인 관광객이 3.7%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2030세대‘ 여성이 대부분인 한국 방문 일본 관광객들은 ’소녀시대 메이크업 따라하기‘, ’케이팝 명곡 녹음하기‘ 등 고가의 체험 프로그램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는 후문이다. 이상우 관광공사 일본팀 차장은 “일본은 밖으로 나가는 관광 인원이 줄어들어 20대는 정부가 해외여행을 독려할 정도다. 한국으로 오는 관광객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개별 관광객이 늘고 베이징(北京) 등 한국행 단체관광을 허용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사드 갈등의 여진이 가시지 않았지만 해빙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김현주 연구위원은 “관광산업은 쉽게 타격받고 회복도 빠르다. 특히 구전 효과가 막강해 위기 상황이 해소되면 금세 수요를 회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사드 한한령 등으로 인한 감정의 앙금이 있어도 양국의 노력에 따라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드 보복에 대한 맞대응으로 주춤하던 한국인 관광객의 중국 방문도 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上海)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등은 물론 중서부 내륙까지 가는 관광객도 늘고 있다. ● 다시 오고 싶은 한국 만들려면 “근거리 관광 경쟁력의 핵심은 재방문율입니다. 재방문을 유도하려면 다양한 관광 상품 개발이 절실합니다.” 관광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강조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은 서울 부산 제주에 집중돼 있다. 강원과 경기를 찾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서울 부산 제주 등 제한된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간다. 일본과 중국 관광객 사이에선 “한국은 한 번 가면 충분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행 목적과 국가별 관광객 구성의 편중도 해결해야 한다. 한국을 향한 여행 목적은 국적 불문하고 쇼핑과 식도락에 집중돼 있다. 자연히 2030여성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찾는다. 관광객 구성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 이번 사드 보복 사태를 맞아 관광산업 전체가 휘청거렸다. 전문가들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지역 강화에서 찾는다. 지역 관광 상품을 발굴해 서울과 식도락·쇼핑 일색인 관광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오래전부터 지역 콘텐츠를 활용한 관광 상품을 개발한 것은 좋은 예다. 사이타마현의 애니메이션 명소 순례 프로그램과 야마구치현의 코난미스터리 투어가 대표적이다. 이상우 차장은 “특색 있는 지역 스토리 발굴을 독려해 일본 관광객을 한국으로 유인하기 위한 ’코리아 퍼스트‘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해외여행 비율이 낮은 중국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광객의 마음을 사려면 ’주링허우‘(90後·1990년대 출생자), ’링링허우‘(00後·2000년대 출생자) 등 신세대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누구보다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은 관광 책자보다 관광정보 사이트의 후기에 따라 여정을 짠다. 신세대가 관광에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8-03
    • 좋아요
    • 코멘트
  •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꿈꾸던 악단의 악장, 출근 전부터 공연 준비”

    “베토벤,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다가올 공연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얼른 출근하고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사진)은 이직을 앞두고 있다. 7년간 일한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에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합격 통보를 받은 건 올 4월, 첫 출근일은 다음 달 24일이다. 그는 “11월 예정 공연까지 공부하고 있다”며 “‘끼인 시간’은 조금 이상하다. 빨리 단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변화를 앞두고 그는 긴장보다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처음부터 여유로웠던 건 아니다. 그가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에 선발된 2011년. 지역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누군가 ‘꼭 동양인 여성을 악장 자리에 앉혀야 하느냐’며 항의한 사실이 지역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첫 직장이라 모든 게 낯설었고 은근한 텃세도 겪었다. 이제는 유럽 어딜 가나 한국인 단원과 악장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기쁘다”고 했다. 모처럼 맞은 자유시간이지만 휴식은 없다. 밤낮으로 공연 곡의 총보를 끼고 현악기 활을 올릴지 내릴지 고민한다. 곡 해석이 막히면 여러 버전의 연주를 반복해 듣는다. 그래도 아리송하면 둘도 없는 음악적 동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이자 최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선발된 남편 쥘리앵 슐만(33)이다. “사내 커플이라 집에선 음악 이야기를 일부러 안 해요. 하지만 현대음악 초연 곡처럼 답이 없을 땐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죠.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 순간 실타래가 ‘탁’ 풀리거든요.” 그가 꼽은 악장의 장점은 연주자의 다양한 맛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당분간 악장 역할에 충실하면서 ‘트리오제이드’와 솔리스트 활동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박지윤과 슐만은 다음 달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더 클래식: 바흐’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피아니스트 원재연도 함께하며,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1만∼3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저 푸른 초원위 서늘한 바람, 숨만 쉬어도 절로 ‘힐링’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를 날려 버릴 독특한 휴가지를 찾고 있다면 ‘목장’은 어떨까. 탁 트인 초원, 서늘한 바람, 순연한 표정의 동물들과 함께라면 숨만 쉬어도 힐링이 될 것 같다. ‘목장 휴가’를 찾는 휴가객들에게 ‘대관령 하늘목장’, ‘상하농원’, ‘남해 상상 양떼목장 편백숲’을 소개한다. ○ 대관령 하늘목장 하늘은 새파랗고 사방은 온통 초록이다. ‘도레미송’을 배경으로 하이디처럼 차려입고 춤을 춰야만 할 것 같다. 해발 1000m 고원에 자리 잡은 1000만 m² 넓이의 강원 평창군 ‘대관령 하늘목장’은 한국의 알프스라 불린다. 1970년대 정부 주도로 만든 낙농업의 본산으로 2014년 일반에 개방됐다. 손때 타지 않은 드넓은 목초지는 자연에 대한 경외감마저 들게 한다. 이곳에는 다채로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취향에 따라 산책로를 골라 걸어보자. 탁 트인 풍경을 선사하는 ‘너른 풍경길’, 숲 터널을 이룬 ‘숲속 여울길’, 자연 그대로의 ‘가장자리숲길’, 목장을 가로지르던 지름길인 ‘종종걸음길’이 조성돼 있다. 길을 걷지 않고 바로 하늘마루 전망대에 오를 수도 있다. ‘트랙터 마차’를 타고 곧장 전망대에 오르면 말문이 막힐 정도로 광활한 경관이 펼쳐진다. 백두대간 선자령 바로 아래에 위치한 이곳에선 백두대간 산줄기와 올망졸망한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운이 좋으면 발아래 깔리는 운무도 만날 수 있다. 선자령에 오르면 늠름하게 솟은 흰색 풍차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이곳 풍차는 사계절 내내 부는 대관령의 강한 바람을 청정에너지로 바꾼다. 초원과 하늘과 풍차를 골고루 카메라에 담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대관령 전체 풍력발전기 49대 가운데 29개가 하늘목장에 있다. 체험거리도 풍부하다. 트랙터와 마차를 결합한 트랙터 마차는 목장의 명물. 대기 시간이 30분∼1시간 정도로 길지만 마차 안에 옹기종기 앉아 목장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5km 길이 목장 산책로를 둘러보는데 30분 정도 걸린다. 목장 울타리 안에서 양몰이를 하는 ‘양떼 체험’, 양 망아지 송아지에게 먹이를 주는 ‘동물 먹이주기 체험’도 인기다. 비슷비슷한 구조의 도시 놀이터와 달리 비뚤배뚤하게 지은 ‘내맘대로 놀이터’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대관령 하늘목장은 이달부터 서울랜드와 통합 경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서울랜드 홍보팀 관계자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지닌 대관령 하늘목장을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도록 발전시킬 것”이라며 “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제품의 판매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늘목장의 입장료는 대인 6000원, 소인 5000원.○ 고창 상하농원 전북 고창군의 ‘상하농원’은 건강한 재료로 직접 먹거리를 만들고 맛보는 공간이다. 매일유업이 2016년 ‘짓다, 놀다, 먹다’를 주제로 고창군과 함께 370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10만 m² 규모에 각종 체험시설과 목장, 식재료 마켓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그림 같은 목초지 사이에는 각종 공방이 있다. 햄공방, 빵공방, 과일공방, 발효공방에서는 고창 지역에서 얻은 재료로 먹거리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식품의 생산 과정을 볼 수 있어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있다. 텃밭에서 마늘, 고구마, 토마토 등 농작물을 직접 재배하다 보면 체력과 지력이 동시에 쑥쑥 자란다. 농부체험을 한 뒤에는 재배한 농작물과 고기, 햄, 유제품으로 구성된 식사도 제공한다. 체험프로그램은 성수기엔 예약이 꽉 찰 정도로 인기다. 1시간 동안 치즈, 머핀, 소시지, 아이스크림, 동물쿠키 등을 선택해 만드는 수업도 늘 꽉 찬다. 동물목장, 양떼목장, 유기농목장을 방문하면 젖소 돼지 산양 등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건초 먹이 주기, 송아지 우유 주기 등의 체험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농장에 붙어있는 치즈 등 유제품을 만드는 상하공장도 견학할 수 있는데 40명씩 1일 4회 운영된다. 입장료 대인 8000원, 소인 5000원. ○ 남해 상상 양떼목장 편백숲 ‘한국의 몰디브’라 불리는 경남 남해에도 목장이 적지 않다. 이 중 설천면 양모리학교에서 편백나무숲을 따라 3분 정도 오르면 ‘상상 양떼목장 편백숲’이 나온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드넓은 고원 초목지에 올라서면 파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뒤편으론 편백나무숲이 있어 바다 초원 숲 양떼를 한번에 만난다. 2017년 5월 문을 연 이곳에는 20만 m²(약 6만 평) 규모의 편백나무 군락이 있다. 70여 년 전 조성된 편백나무 숲길을 걸으며 크게 심호흡하면 심신이 맑아진다. 입장료만 내면 양몰이, 동물 먹이주기 등은 무료로 체험 가능하다. 다른 목장과 달리 건초를 추가하는 비용도 무료다. 양, 젖소, 산양뿐 아니라 미니 돼지와 토끼, 알파카 등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 성인 5000원, 소인 3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캠퍼스 안에 기업 400개… 산학협력 통해 4차산업 허브 급성장

    “세계에서 가장 큰 중성자 연구시설을 짓고 있습니다. 52개국에서 모인 연구원 등 인재들이 세계 각국의 기업과 대학이 의뢰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입니다.” 올 5월 찾은 스웨덴 최남단 도시 룬드의 ‘파쇄중성자원(ESS·The European Spallation Source)’ 신축 공사장. 임시 사무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흙바람 사이로 크레인 10여 대가 고개를 주억이며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규모가 너무 커서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는 무엇을 짓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ESS는 2032년까지 단계별로 완공될 예정이다. 500여 명의 인력이 세계 각지의 기업과 대학이 연구개발을 의뢰한 프로젝트를 한 해 3000여 건 수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규모는 4조 원가량. ESS가 완공되면 인구 2만여 명이 룬드에 유입돼 도시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맨 린드루스 씨는 “유럽 각국에서 참여한 여러 도시와의 경쟁 끝에 ESS 유치에 성공해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과 가깝고 4차 산업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룬드에 ESS를 조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 ‘외레순 벨트’로 성장 동력 찾은 교육 도시 룬드는 20여 년 전만 해도 조용한 교육도시였다. 1666년 설립된 명문 룬드대를 제외하곤 지역 산업도 없었다. 하지만 이곳은 이제 미래형 도시로 탈바꿈했다. ESS와 가속기 ‘맥스IV’ 등 핵심 과학 연구시설과 4차 산업을 이끄는 기업 및 연구 인력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룬드의 혁신 비결 중 하나는 ‘동반 성장’이었다. 이웃 도시인 말뫼는 물론 인접국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과도 경쟁하기보다 함께 성장을 도모했다. 기차로 코펜하겐에서 말뫼까지 1시간, 말뫼에서 룬드까지는 20분이다. 말뫼와 룬드는 지리적으론 가까웠지만 성격은 크게 달랐다. 말뫼는 조선의 도시로 번창했던 반면 룬드는 한적한 교육 도시였다. 두 도시는 2000년 외레순 해협을 가로지르는 외레순 대교 개통을 계기로 운명공동체가 됐다. 말뫼는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과의 조선업 경쟁에서 밀려 쇠락하기 시작했다. 2002년엔 골리앗 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돈 1달러에 매각되며 ‘말뫼의 눈물’을 흘렸다. 기반산업이 무너지자 사람도 기업도 도시를 떠났다. 실업률은 20% 가까이 치솟았다. 말뫼 사람들은 1986년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은 끝에 외레순 대교를 놓기로 했다. 이를 통해 ‘코펜하겐-말뫼-룬드’를 이어 생명공학·의학·제약 등 4차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어서 집세가 저렴한 말뫼에는 코펜하겐 시민들도 늘어났다. 룬드는 룬드대를 활용해 말뫼의 지식허브 역할을 하며 성장했다. 스테판 뮐러 말뫼 명예총영사는 “말뫼와 룬드는 북쪽에 멀리 떨어져 있는 수도 스톡홀름보다는 지리적 심리적으로 코펜하겐과 더 가깝다. 세 도시를 잇는 ‘외레순 벨트’는 국경을 초월해 북유럽을 대표하는 4차 산업 전초기지로 성장했다”고 했다. ○ 혁신의 비결은 ‘구성원 간 합의’ 룬드가 말뫼, 코펜하겐과 함께 동반 성장한 데는 룬드대의 역할이 핵심적이었지만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말뫼의 지역 발전 전략에 따라 룬드대는 순수 학문 연구에 치중한 상아탑에서 벗어나 기업과 긴밀히 협력해야 하는 새로운 역할이 필요했다. 하지만 구성원의 반발도 없지 않았다. 맷 배너 룬드대 과학정책과 교수는 “대학이 도시 발전 과정에서 제 역할을 하려면 기업의 지식센터 기능을 보강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성원 간에 새로운 공감대를 형성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룬드와 룬드대의 혁신 비결로 ‘구성원 간 합의’를 꼽은 이유다. 배너 교수는 “정부는 교수 연봉의 50%를 프로젝트 실적과 연동해 지급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교수들에게 기업가적 자질을 중시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룬드대가 체질을 개선하는 데는 20여 년에 걸친 시행착오가 필요했던 셈이다. ○ 대학-기업 손잡고 가는 ‘이데온 사이언스 파크’ 룬드대와 외레순 벨트 지역 기업들 간 협력에는 ‘이데온 사이언스 파크’(이하 파크)도 큰 역할을 했다. 파크는 1986년 중앙과 시 정부, 룬드대, 기업이 대학에서 이뤄진 연구 성과를 산업화하기 위해 만든 과학 클러스터다. 대학 캠퍼스 안에 세워진 파크는 약 12만 m² 규모로 4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5월 방문한 파크 건물 외벽에는 기업 간판이 가득했다. 대학과 기업이 한자리에서 성장을 위해 손잡고 나가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파크 내부에는 마이크와 단상만이 있는 툭 트인 공간이 인상적이었다. 미아 롤프 파크 최고경영자(CEO)는 “매일 아침 누구나 이 단상에 올라 연구 내용을 발표하고 아이디어를 교류한다. 투자자의 눈에 띄면 곧장 투자 상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파크는 대학과 기업의 인적·물적 교류도 적극 지원한다. 이곳을 통해 룬드대 학생은 원하는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기업들은 인턴 제도를 통해 우수한 직원을 미리 확보해 서로 윈-윈이다. 파크는 스타트업(초기 벤처 기업)에 투자자를 소개하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도 돕는다. 롤프 씨는 “매년 20개가량의 스타트업을 키워내고 있다”며 “룬드시가 기업 유치로 2022년 북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지역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룬드시는 대학과 기업 간 네트워킹을 위해 2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 ‘인터내셔널 시티즌 허브’도 개최하고 있다. 누구나 단상에서 짧은 연설을 하고 명함을 주고받으며 교류하는 자리다. 페르 페르손 룬드시 혁신과 비즈니스 홍보 담당자는 “룬드는 달이라는 뜻으로 우주산업을 이끄는 ‘문 빌리지 프로젝트’도 추진해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래형 도시로 키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룬드=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또 하나의 ‘클래식 한류’… 세계 무대 흔드는 2030 작곡가들

    세계에 이름을 알린 국내 연주자는 적지 않지만 작곡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정상급 교향악단의 무대에 작품을 올린 작곡가는 진은숙(57) 정도가 유일하다. 이런 한국 작곡계에 최근 청신호가 켜졌다.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젊은 작곡가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약하고 있다. 선두 주자로는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한 신동훈(35)이 꼽힌다. 2010년 제1회 국제작곡콩쿠르에서 공동 우승한 뒤 2016년 영국 로열필소사이어티가 뽑은 올해의 작곡가에 선정되며 ‘제2의 진은숙’으로 주목받고 있다. 명문 악단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와 협연하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2014∼2016년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상주작곡가로 활동한 김택수(38)와 프랑스 명문 악단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최근 작품을 초연한 정진욱(25)도 주목받는 유망주다. 지난해 나란히 제71회 제네바 국제 콩쿠르 작곡부문 1위와 제1회 바젤 작곡 콩쿠르 3위에 오른 최재혁(24)과 최한별(37), 2015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문 작곡 2등에 오른 이성현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우정 서울대 작곡과 교수는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20, 30대 작곡가만 10여 명에 이른다”며 “외적지표를 근거로 볼 때 2030 작곡가들의 약진은 분명히 눈에 띈다”고 했다. 이들의 선전 요인은 10여 년 전 도입된 작곡가 지원 제도가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서울시향이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를 도입한 뒤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한국창작음악제’, 코리안심포니와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상주작곡가 제도 등이 생겨났다.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 출신인 신동훈은 “마스터클래스는 작곡가가 자신이 쓴 곡의 소리조차 들어보기 힘든 현실에서 무척 소중한 기회였다. 유럽에서 곡을 위촉받으며 활동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유학 뒤 학계에 자리 잡은 40, 50대 작곡가들이 후배들의 성장을 이끈 측면도 크다. 이들은 해외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으로 ‘팀프앙상블’ ‘소리앙상블’ 등을 만들어 현대음악의 저변을 넓혔다. 2000년대 중반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자리를 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되면서 작곡계의 전반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견도 있다. 최한별은 “2000년대 중반부터 학생들도 해외 콩쿠르에 도전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유튜브나 SNS로 다양한 현대 곡을 접하게 된 것도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구릿빛 피부 욕심내다… 피부에 화상 입고 휴가 망쳐요

    남태평양의 관광지 괌으로 휴가를 다녀온 직장인 최주혁 씨(42)는 그림 같은 바다를 앞에 두고 누워만 있다 와야 했다. 잘못된 선탠 지식이 화근이었다. 한 번 바르면 3시간가량 효과가 있는 선크림처럼 선탠오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해 오일을 바르고 3시간가량 피부를 태웠다. 밀가루처럼 흰 피부를 구릿빛으로 바꾸고 싶어서였다. 밤에 피부가 벌겋게 달아오르고 속이 메슥거렸다. 다음 날엔 오한 구토와 함께 피부에 물집까지 생겼다. 자외선이 피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킨 일광 화상(햇빛 화상)을 입은 것이다. 천상의 휴가지라도 아프면 소용이 없다. 여행지에서 건강을 챙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피부 “1시간 이상 선탠은 금물” 선크림을 바르는 등 보호 조치 없이 햇볕이 내리쬐는 해수욕장에서 1∼2시간 있으면 1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 먼저 피부가 붉어지면 찬물 샤워와 얼음찜질로 열기를 빼 진정시켜야 한다. 물집이 잡히거나 살갗이 검은색 또는 하얀색으로 보이면 2도 화상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 가까운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 화상을 막으려면 햇빛을 잘 가려 과도하게 자외선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자외선이 가장 강한 오전 10시∼오후 2시에는 실외활동을 억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임이석 피부과 전문의는 “피부 물집이 터졌다가 생긴 각질은 벗겨내지 말고 보습제를 발라줘 자연스럽게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각질이 벗겨지면 2차 감염이나 피부가 검게 변하는 색소 침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눈 “수영 후 식염수로 눈 씻어야” 휴가지에서 감염으로 눈병을 앓으면 불편한 것은 물론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것도 큰 제약을 받는다. 전염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떤 눈병은 한 번 걸리면 3∼4주 이상 지속된다. 아이들은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후 유치원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물놀이 시설을 이용하기 때문에 눈병 감염 우려가 높다. 가장 흔한 질병이 전염성 강한 유행성 각결막염이다. 아데노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고 눈곱이 끼면서 눈이 벌겋게 충혈된다. 좀 더 심각한 것은 ‘아폴로 눈병’이라 부르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으로 통증과 열을 동반한다. 엔테로바이러스 제70형이나 콕사키바이러스 A24형에 감염되면 나타난다. 눈병 전염을 막기 위해 가족 간에 각자 개인 수건을 사용하고 수영 후 식염수로 눈을 씻어내야 한다. 피부뿐 아니라 눈도 자외선에 민감하다. 에어컨과 선풍기 바람도 직접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 모발 “축축한 채로 에어컨 안 좋아” 여름 휴가철 바닷가로 나가면 선크림을 챙겨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으나 모발 보호에는 신경을 덜 쓴다. 하지만 모발도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색깔이 변하고 두피의 모낭 손상으로 탈모가 진행될 수도 있다. 피부암을 유발할 수도 있는 ‘자외선 B’는 머리카락에 너무 많이 쐬면 주요 성분인 단백질을 파괴한다. ‘자외선 A’는 두피 속으로 침투해 모근을 약하게 만든다. 자외선이 강할 때는 모자나 양산만으로는 모발을 완전히 보호할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물놀이 뒤에는 모발과 두피를 완전히 말리는 것이 좋다. 젖은 머리카락은 건조한 머리카락보다 자외선이 쉽게 투과된다. 축축한 채로 에어컨 바람을 쐬면 비듬도 쉽게 생긴다. ○ 위장 “상온에 오래 둔 물과 음료 버려야” 물갈이로 인한 배앓이와 함께 식중독, 장염 등도 가장 흔한 여름철 휴가지 복병이다. 고온 다습한 환경에선 식중독균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상한 음식물로 인한 살모넬라 비브리오 등 세균에 의한 식중독이 90%에 이른다. 설사 고열 복통을 일으키는 식중독 예방을 위해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상한 음식과 물이다. 원장원 경희대 의과대 가정의학교실 교수는 “상온에 반나절 이상 보관한 물, 뚜껑을 딴 지 오래된 음료 등은 가급적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상온에 노출된 음료에는 침이 묻어 있어 살모넬라균과 녹농균이 번식해 감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 여행 전 예방접종은 기본 해외여행 전에는 지역별로 예방접종을 해야 하는 곳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인도 동남아 지역도 콜레라, 이질, A형 간염 접종이 필요할 때가 있고, 아프리카는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이 필요한 곳도 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과 중남미 지역은 황열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일본에 가기 전 일본뇌염 접종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오한진 을지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본뇌염 접종을 안이하게 여기는 경우가 많은데 뇌척수염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이라고 강조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루마 “단순해서 친근한 선율, 훨씬 더 힘겹게 작곡”

    “선율이 단순하다고 더 쉽게 써지는 건 아니에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41)는 커다란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그의 음악은 ‘국민 배경음악’ 같다. 열차 도착을 알리거나 의료기기가 작동을 마무리할 때도 그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나치게 익숙한 탓일까. 국내외에서 독보적 세미클래식 음악가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쉬운 음악을 한다는 선입견이 따라다닌다.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기 어려운 것처럼 단순한 곡을 만드는 게 더 힘들다”며 “수백 년 뒤엔 이루마의 음악이 어떤 평가를 받을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다섯 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이루마는 음악이 흐르는 가정에서 자랐다. 부모님, 누나 둘과 모였다 하면 건반을 두드리며 노래를 불렀고 손님이 오면 ‘피아노 명곡 500선’을 쳤다. 11세에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대 킹스칼리지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2001년 ‘러브 신’으로 데뷔했다. ‘키스 더 레인’ ‘리버 플로스 인 유’ 등 히트곡이 셀 수 없이 많다. “작곡이 안 풀릴 땐 손가락이 이끄는 대로 피아노 연주를 해요. 그래도 제자리걸음이면 프랑스 영화를 보거나 시를 읽죠. 미지의 이야기에 마음이 이끌리는 편인데, 특히 스타워즈는 저의 보물 같은 콘텐츠죠.” 저작권 문제로 2010년 소속사를 옮긴 뒤에는 해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강렬한 공연을 선호하는 분위기 탓에 머뭇했지만 해외 반응은 뜨거웠다. 2016년 미국 카네기홀과 오페라하우스 공연이 매진된 뒤로 자신감이 붙었다. “벨기에 여행 중 성당을 지나가는데 종탑에서 ‘리버 플로스 인 유’가 흘러나왔어요. 호텔 로비에서 누군가가 제 곡을 연주하기에 ‘내 곡이야’ 하면서 직접 피아노를 친 적도 있죠. 의외의 장소에서 제 곡이 들려오면 행복하면서도 이게 내 곡인가 싶은 기분에 휩싸입니다.” 데뷔 18년 차, 마흔한 살. 그는 음악인들과 연대하는 꿈을 꾼다. 후배들을 위한 기획사나 음악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움텄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눈여겨보던 음악인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 만나기도 했다. 그는 “클래식 아니면 실용음악으로 나뉘는 음악계 풍토가 아쉽다. 동료들과 음악학교를 만들어 경계 없는 음악을 논하고 싶다”고 했다. 다음 달 1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그는 ‘시티 썸머 페스티벌―낭만식당’의 마스터 셰프로 나선다. 기존 히트곡과 피아노 트리오 공연을 선사한다. “어머니가 해주시던 기름 토스트를 딸에게 가끔 해줘요. 요리법은 단순하지만 사랑 온기와 추억을 간직한 간식이죠. 요리 실력은 ‘꽝’이지만 ‘음악 마스터 셰프’로서 기름 토스트와 같은 음악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오후 5시. 3만3000∼9만9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식재료 반입부터 기내 탑재까지, 숨 가쁜 배식 작전

    아시아나항공이 ‘비행기 여행의 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기내식을 싣지 못하고 운항하는 ‘노 밀(No Meal)’ 대란을 초래했다. 이는 기내식 공급의 막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배식 전쟁’의 의미를 경영층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내식은 가격 전쟁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승객 유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비슷한 가격이면 기내식 때문에 국적기를 선택하는 이들이 적잖다. 세계 각국 주요 항공사도 기내식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최첨단 과학까지 동원하고 있다. ○ 승객 앞에 오기 전 기내식에 담긴 ‘속도전과 과학’ 공항에 여객기가 도착한 뒤 승객이 내리면 곧바로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또 다른 항공사 직원들이 들어간다. 청소를 마치면 바로 다음 행선지에 맞춰 필요한 기물 탑재가 시작되는데 가장 꼼꼼하게 다루는 ‘특급 기물’이 기내식이다. 대한항공에 기내식을 싣는 업체인 한국공항에서 일했던 홍모 씨(34)는 “늦어도 1시간 안에 일반, 영유아, 채식, 코셔(유대교 율법에 따른 음식), 할랄(이슬람 율법에 따른 음식) 등 필요한 기내식을 실어야 한다”며 “첫 고객 탑승 전까지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외국 항공사의 경우 깐깐한 승무원을 만나면 1시간을 넘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내식은 식재료 반입, 조리, 디시 업(담기), 플레이팅(식판 음식 배열), 탑재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며 과정마다 일반 음식점 요리와는 다른 요구 조건이 많다. 먼저 조리 과정은 과학에 가깝다. 무게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 햄 한 쪽도 똑같은 모양으로 잘라야 한다. 조리는 식사가 이뤄지는 기내 환경에 맞춰서 이뤄져야 한다. 기압이 낮은 상공에서는 맛에 둔감해져 소금과 설탕을 30% 정도 더 넣거나 낮은 기압으로 샴페인 기포가 너무 많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보관 온도를 낮춰야 한다. 영유아, 코셔, 할랄, 베지테리언, 건강식 등 승객의 요구를 탑승 전에 미리 받아 맞춰 제공하기도 한다. 대한항공이 준비하는 기내식 종류만 120여 가지에 이른다. 보관도 까다롭다. 기내식은 조리 후 2∼12시간 뒤 승객에게 전달된다. 조리 후 하루가 지난 기내식은 폐기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리 후 맛을 유지하고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섭씨 5도 이하로 식힌 뒤 기내 주방인 갤리에 보관했다가 이륙 후 오븐에 데워 서비스한다”고 말했다. 기내식은 출발지에서 조리하거나 재료를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국 사정에 따라 버터나 과일 종류가 달라질 수 있지만 플레이팅, 무게 등은 같아야 한다. 아시아나 기내식 포장업체로 사장 윤모 씨가 제때 공급 업무를 마치지 못한 압박감에 목숨을 끊은 협력업체 화인CS의 한 직원은 “기내식은 후식이나 작은 버터 하나만 빠져도 안 되는데 어느 것 하나 제 시간에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은 식판 위에 올라오는 기내식을 모두 갖춰 포장해 여객기에 탑재하기 전까지 긴박한 준비 과정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기내식 수량은 탑승객 수보다 약간 더 준비하며 쇠고기 수요가 많아 쇠고기와 닭고기 비중은 8 대 4 정도”라고 말했다. 남은 음식은 폐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복지시설에 기부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내식을 유료로 제공하는 저비용항공사(LCC)는 대부분 미리 주문받은 기내식만 비행기에 싣는다. 그 대신 라면, 샌드위치, 컵밥 등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전 세계 기내식 시장은 지난해 기준 17조5000억 원 규모다. 마진이 10∼20%로 급유나 정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코노미석 기내식은 안정화된 반면 비즈니스석과 1등석 승객용 기내식 메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화재와 안일한 대처가 초래한 기내식 대란 국내 기내식 시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계약을 맺은 업체(6월 말까지는 LSG스카이셰프, 7월 이후 게이트고메코리아·GGK)가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한국에 취항하는 외국 항공사의 기내식도 대부분 이들 회사가 공급한다. 대한항공은 30여 개, LSG는 15개 외국 항공사의 기내식을 조달하고 나머지 외국 항공사나 LCC는 자체적으로 중소 기내식 업체들과 계약을 맺어 공급받는다. 기내식은 재고를 쌓아둘 수 없어 공급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서 긴급히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른 기내식 업체에 주문을 한다고 해도 기존 거래처에 보내야 할 물량 때문에 추가 생산이 여의치 않다. 대한항공이 올해 3월 GGK 공장 화재로 기내식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린 아시아나항공의 협조 요청에 난색을 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GGK 공장 화재 이후 LSG에 다시 주문을 했으면 ‘기내식 대란’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LSG 직원 900명 가운데 750명이 GGK로 이직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LSG가 아시아나항공 물량을 공급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설 snow@donga.com·송진흡 기자}

    • 2018-07-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 “2년 만에 한국팬과 만날 생각하니 벌써 설레”

    “제겐 고향 공연장까지 찾아와 주는 한국 팬들이 있죠. 선희, 보미, 올리비아, 빛나, 정말 고마워!” 월드스타지만 한국에서 유독 큰 사랑을 받았다. 건반 위를 질주하는 연주로 ‘신이 내린 손가락’이라 불리는 크로아티아 피아니스트 막심 므라비차(43). 2004년 처음 한국을 찾은 이후 2016년까지 모든 국내 공연이 매진됐다. 그가 10월 6일 부산KBS홀, 10월 7일 서울 올림픽경기장 올림픽홀에서 ‘2018 막심 위드 히즈 밴드 인 코리아’ 콘서트를 연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최근 발매한 9집 앨범 ‘뉴 실크로드’ 수록곡과 ‘왕벌의 비행’ 등 기존 히트곡도 무대에 올린다”고 말했다. “실크로드 이야기에 감명받아 9집 앨범엔 동양적 느낌을 담았어요. 중국 전통악기와 협연하는 등 동서양 선율의 조화에 중점을 뒀죠. 수록곡 ‘뉴 실크로드’는 뮤지컬 메들리처럼 재미있고 ‘올 오브 미’는 대중음악이지만 쇼팽의 녹턴처럼 투명하게 편곡했어요.” 지붕 위로 포탄이 오가던 1990년대 크로아티아. 아홉 살 소년 막심은 피아노를 친구 삼아 두려움을 떨쳤다. 타고난 재능으로 3년 뒤 자그레브 국제음악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03년 거물 작곡가와 매니저에게 발탁돼 ‘더 피아노 플레이어’로 데뷔한 뒤 스타로 떠올랐다. 15년간 꽃길만 걸어온 비결로 그는 음악을 팬들에게 선물하려는 마음과 탐구정신을 꼽았다. 막심은 “음악의 방향성을 고민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즐긴다. 그 결과 클래식, 영화음악, 드라마 주제곡, 팝송, 제3세계 전통음악을 넘나드는 레퍼토리를 빚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막심은 크로스오버 장르를 내세운 최초의 스타 피아니스트다. 음악계에서 정통성을 들어 비판할 때면 그는 “팝과 록도 색다른 매력이 있다”고 응수했다. 이런 자신감은 다수의 콩쿠르에서 우승한 실력과 클래식에 대한 애정에서 나온다. “평소 듣는 음악의 70∼80%는 클래식이에요. 피아노 협주곡, 첼로 연주곡 등을 즐겨 듣죠. 집에서 종종 클래식을 연주하고 공연에서 베토벤과 쇼팽을 연주할 때도 있어요. 저는 클래식 음악을 떠난 적이 없습니다.” 반항기 충만한 20대 피아니스트는 40대 ‘딸바보’ 아빠가 됐다. 여전히 친구들과 어울려 트레킹을 하고 클럽을 찾지만 세월이 안긴 변화도 적잖다. 예전보다 원숙해졌고 세상을 편하게 보는 지혜가 생겼다. 그는 “체력적으로는 에너지가 넘친다. 가족 친구들과 야외활동을 즐기며 최선을 다해 인생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크로스오버 뮤직을 탐구하면서 가보지 못한 지역에서 공연을 이어갈 거예요. 새로운 장소는 제게 큰 영감을 주거든요. 분명한 건 저의 뿌리는 클래식이란 겁니다. 피아노는 처음 마주한 순간 제 자신이 됐거든요. 10년 후쯤에는 클래식 피아니스트로 활동할지도 모릅니다.” 7만7000∼12만1000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박상민 “첼리스트 12명의 교향곡, 기가 막힙니다”

    ‘연주하고 싶은데 악보가 없네….’ 첼리스트 박상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 교수(50)는 멋진 교향곡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웠다. 여러 대의 첼로를 동시에 연주하면 기가 막힌데 적당한 연주곡이 없었다. 그러던 중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첼로 주자 12명으로 구성된 ‘베를린필 12첼리스트’를 접하고는 ‘이거다!’ 싶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2일 만난 그는 “2013년 음악계 동료 및 제자 11명과 ‘첼리스타 첼로 앙상블’을 만들었다”며 “매년 1, 2회씩 교향곡, 팝송, 오페라 아리아 등 레퍼토리를 확장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고 했다. 클래식 애호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6세에 처음 첼로를 잡은 그는 10세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교사인 아버지는 두 아들의 음악 교육을 위해 고민 없이 미국행을 택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솔리스트로 성장하길 바랐지만 그는 오케스트라를 택했다. 줄리아드음악원 2학년이던 18세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PO)에 최연소로 입단했다. “독주보다 서로의 음을 맞춰가는 실내악과 오케스트라에 마음이 이끌렸어요. 또 부모님과 인연이 있던 정경화 선생님을 보면서 ‘저 생활을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죠. 비행기 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연습만 하셨거든요.” 단원들의 평균 나이는 45세, 동양인은 통틀어 3명이었다. 하지만 매일이 환희의 연속이었다. 지휘계 거장 리카르도 무티, 쟁쟁한 단원들과 교류하며 음악적 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8년쯤 지나 오케스트라를 그만두고 귀국해 강사 생활을 하다가 뉴욕 매네스음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어린 나이에 단원 생활을 시작해 반복되는 일상이 힘들게 느껴졌다. 멋진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때는 그 시절이 생각난다. 그래서 지난해 서울시향 객원수석으로 잠시 무대에 섰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8일 오후 2시 열리는 ‘첼리스타 첼로 앙상블 여름음악회’에서는 ‘윌리엄 텔 서곡’과 ‘라 트라비아타’ 등 오페라 아리아와 비탈리 ‘샤콘’,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 등을 연주한다. 김민지 서울대 교수, 김소연 한양대 겸임교수, 첼리스트 심준호 등이 함께한다. 2만∼3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7-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26년전 대학-기업-市 ‘3각 협력’… 덴마크 ‘로봇 창업’ 메카로

    “화학비료 대신 벌레를 뿌려 천적을 퇴치하는 드론, 사람 대신 일하는 고성능 농기계, 마비된 팔 근육을 되살려주는 운동 로봇…. 이곳은 무인항공시스템과 로봇 천국입니다.” 지난달 15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시에서 기차로 1시간 반을 달리자 오덴세시를 알리는 간판이 나왔다. 창밖으로 형광빛을 품은 황금 논밭이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로봇도시’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풍경에 어리둥절할 때쯤 네모반듯한 흰색 건물이 보였다. 오덴세 지역 대학인 덴마크남부대(SDU) 무인항공시스템(UAS)센터 건물이다. UAS센터는 무인항공·로봇 관련 기업, 대학, 스타트업, 관련 종사자가 함께하는 일종의 클러스터다. 한창 공사 중인 이곳은 완공 후 7300m²(약 2200평) 터에 각종 실험 시설과 중장비가 들어서게 된다. 브래드 비치 UAS 센터장은 “대학 안에 있던 UAS센터 건물을 확장해 시설을 새로 짓고 있다”며 “기업인, 학생, 연구진이 어울리며 열정과 영감을 돋울 수 있도록 개방형으로 건물을 설계했다”고 했다. UAS센터는 오덴세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1970∼80년대 이 도시는 조선업으로 호황을 이뤘다. 세계 1위 선박기업인 묄러-머스크 그룹이 지역 경제를 이끌었다. 지역주민 대부분 이 회사에서 일했고 오덴세조선소를 중심으로 돈과 활기가 돌았다. 허나 1980년대 중반 시련이 닥쳤다. 저임금을 앞세운 신흥 선박 강국에 밀려 조선업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것. 1990년대 이후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고 도시는 생기를 잃었다. ○ ‘로봇도시’ 25년 ‘어떻게 하면 시가 활기를 되찾을까.’ 시정부, 기업, 대학은 머리를 싸맸다. 격론 끝에 덴마크는 조선술이 발달해 로봇산업에 도전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얻었다. 고임금으로 인한 제조업 침체를 로봇개발로 타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26년 전 머스크는 로봇을 다음 먹거리로 정했고 정부, 시정부와 합자해 SDU에 12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투자했다. ‘대학-기업-시정부’의 트라이앵글 협력이 시작됐다. 투자를 받은 SDU는 로봇분야 선도대학이 되기 위해 박차를 가했다. 관련 학과를 신설하고 전 세계에서 연구진과 교수진을 스카우트했다. 그 결과 SDU는 오덴세의 거의 모든 로봇기업의 지식센터로 기능하게 됐다. 헨리크 빈드슬레프 SDU 공대 학장은 “기업과 일하면 연구비가 생기고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 학교 재정도 자연히 안정된다”며 “산학협력은 기업과 대학 모두에 이익”이라고 했다. 또 “대학이 발 빠르게 최신 연구동향을 따라잡지 않으면 기업의 지식센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대학 투자→대학 성장→연구결과 기업에 기여’의 선순환 모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지나친 산학협력 드라이브에 교수진의 반발은 없었을까. 덴마크 대학은 논문실적뿐 아니라 연구·특허·투자유치 모두 평가 대상이다. 자연히 기업과의 협력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엄격한 교수 임용 체계는 산학협력의 또 다른 동력. 코펜하겐시의 코펜하겐공대(DTU) 박사후연구원 배한솔 씨는 “한국은 교수 30명 중 20명이 정년을 보장받지만 덴마크는 많아야 5명 정도 정교수에 임용된다. 이런 시스템은 교수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고 귀띔했다. 현재 오덴세는 세계적인 로봇도시로 꼽힌다. 2016년 로봇 밀집도(Robot Density) 기준으로 덴마크는 전 세계 6위. 자동차 제조국을 빼면 덴마크가 1, 2위쯤 되는 셈이다. 세계적인 로봇회사인 유로로봇 등 로봇 관련 기업 150여 곳이 오덴세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병원, 철도, 학교, 아파트…. 오덴세 곳곳은 공사판이었다. 지역 기업·대학에서 일할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도시 기반시설을 닦는 것이다. 빈드슬레프 학장은 “2001년 첫 스핀아웃 기업을 배출한 뒤 15년간 로봇 관련 기업 150여 곳이 이곳에서 탄생했다”며 “시가 성장하면서 이곳에 정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시 도시가 활력을 되찾았다”고 했다. ○ “교수님은 CEO” “사고로 팔을 쓰지 못하던 환자가 이 로봇으로 6개월간 훈련한 뒤 팔을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SDU 연구장인 앤더슨 쇠렌슨 씨가 이렇게 말하며 자신이 만든 재활훈련 로봇을 시연했다. 2012년 오덴세조선소가 문을 닫은 뒤에는 로봇 관련 스타트업 육성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SDU 곳곳에서 스타트업 직원들이 머리를 맞댄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교수, 석·박사 과정 학생, 학부생 등은 아이디어를 상용화해 창업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클러스터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구멍이 뚫린 외부 디자인이 인상적인 코어텍스파크는 각종 중장비 기기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 비즈니스컨설팅센터, 협업 공간 등이 들어서 있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첫 개발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시제품을 만들고 자금을 확보하고 유통망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 공간과 컨설팅 인력이 상주하는 코어텍스파크를 통하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학부 2학년 예스퍼 씨는 “상주 전문가의 도움으로 3개월 만에 학생들을 위한 전자기기 키트를 만들었다”며 “곧 인터넷에서 판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어텍스파크를 만든 뒤 창업 관련 실적이 급증했다. 2년 전 16개에 불과하던 스타트업이 현재 150여 개에 이른다. 빈드슬레프 학장은 “벤처컵 대회를 했는데 5개 중 3개 분야에서 SDU가 우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덴세 지역에 기반을 둔 대부분 로봇회사가 SDU와 연구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SDU 연구진이나 교수가 만든 자회사도 적잖다. UAS센터도 오덴세에 활력을 가져온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오덴세공항, 오덴세시, SDU의 합작품인 UAS센터는 3자가 ‘윈윈’하는 시스템이다. 대학은 최고의 연구 시설을, 시는 회사 유치를, 공항은 터 활용이라는 이익을 얻게 된다. 덴마크 정부 펀드가 공항 터를 사들인 뒤 로봇 관련 연구·교육·산업을 위한 공간을 만들었다. 지방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 협조한다. 최근 오덴세시는 오덴세 상공 800km²를 드론 우선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곳에서는 어떤 비행물체보다 드론이 우선해서 비행할 수 있다. SDU 측의 건의를 오덴세시가 검토한 뒤 정부에 전달해 해당 규정을 바꾼 것. 등록 드론과 비등록 드론을 구분하는 규제를 도입하는 등 필요한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거미줄 시스템과 수평적 문화 덴마크는 1990년대 이후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인구 고령화로 노동생산성은 하락하고 복지지출로 재정이 고갈됐다. 정부, 민간기업, 연구기관은 국가 발전전략을 새로 짰다. 그 결과 생명공학·로봇·의료·제약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대학은 정부 전략산업에 집중해 지역 성장을 이끌고, 시는 이들의 요구를 수용해 연구개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든다. 덴마크의 산학연 시스템은 물샐틈없이 촘촘하다. 자금, 인력, 아이디어를 묶어주고 실행하는 다양한 기관들이 덴마크 경제를 이끈다. 기업·연구기관·대학의 연구과제와 인력을 통합관리하고 협력하는 ‘메이드(MADE)’, 덴마크 대학·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이노베이션센터’, 해외의 기술과 자본을 덴마크에 도입하는 비영리 독립기구 ‘코펜하겐코페서티’, 생명공학 클러스터인 ‘바이오피플’ 등 각 분야 클러스터 등이 대표적이다. 덴마크 특유의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문화도 빠른 국가 체질개선을 도왔다. 바이오피플의 페르 스핀들러 이사는 “덴마크에선 학생과 교수가 거리낌 없이 토론하고 교류한다. 이는 창업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오덴세=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6-3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거장 지휘자 아바도를 지휘하는 사나이

    지난달 27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KBS교향악단이 텅 빈 객석과 마주한 채 말러의 ‘교향곡 제9번’을 연주했다. 연주가 끝나자 상임 지휘자인 요엘 레비(68) 앞에 놓인 스피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이올린이 충분히 레가토(음과 음 사이를 끊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연주하는 것)로 연주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에 레비가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영국 출신의 유명 음반 프로듀서인 크리스토퍼 올더(65)였다. 그와 e메일로 만났다. 올더는 “음반은 오롯이 연주자의 것”이라며 “프로듀서는 녹음에 방해되는 요소를 제거할 뿐 해석에 과도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작업에 참여한 KBS교향악단의 제728회 정기연주회 음반은 도이체그라모폰(DG) 레이블로 올해 말 발매될 예정이다. 음반 프로듀서는 ‘지휘자의 지휘자’로 불린다. 지휘자, 연주자와 소통하며 음반에 알맞은 소리를 이끌어내고 불필요한 소리는 걷어낸다. 올더는 1980년대부터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 등과 작업한 명프로듀서. 2008년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평양 공연 음반도 그의 작품이다. 영국 런던의 길드홀 음악학교를 나와 독일 함부르크 국립음대에 다니던 그는 1980년 우연한 기회에 DG에서 테이프 에디터 보조 업무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처럼 시작한 일은 아바도의 눈에 띄면서 평생 직업이 됐다.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을 담당하던 프로듀서가 사망하자 아바도가 보조로 일하던 그를 후임으로 지목한 것. “DG 측은 어리고 경험이 적은 나를 못미더워했지만 아바도가 고집을 꺾지 않았어요. 음반 녹음 작업에 대한 질문에 제 나름대로 대답을 했는데 아바도가 이를 좋게 본 것 같습니다. 그 덕분에 뜻밖의 좋은 기회를 얻게 됐죠.” 1986년 리코딩 엔지니어, 1989년 책임 프로듀서를 지냈다. 그는 현재 DG에서 독립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30여 년간 그래미상만 열 번 수상했다. 특히 말러에 조예가 깊어 아바도의 모든 말러 음반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빈필하모닉은 묵직하고 다채롭게, 베를린필하모닉은 우아하고 유려하게 말러를 빚어내죠. KBS교향악단은 말러에 어울리는 따듯한 음색을 지녔어요. 특히 마지막 악장에서 보여준 감정의 깊이에 감동받았습니다.” 프로듀서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연주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테이크(연속으로 녹음된 하나의 단위)를 반복한다. 거의 모든 클래식 연주곡의 총보를 숙지해야 하며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적잖다. 완벽한 음반을 위해서는 ‘좋은 공연장, 준비된 오케스트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모두를 갖춘 환경은 드물다. “음반 녹음은 실제 공연과 달리 반복 연주로 흠결을 줄일 수 있죠. 누군가에게 만족스러운 청각 경험을 선물하는 이 일을 사랑합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2018-06-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