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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미얀마 군부와 ‘총선 재실시를 통한 사태 수습’을 논의한다고 알려지면서 미얀마 국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태국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24일 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운나 마웅 르윈 외교장관은 방콕을 방문해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 돈 쁘라뭇위나이 태국 외교장관과 회담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부인에도 회담에서 아세안의 참관 아래 미얀마에서 총선을 다시 실시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얀마 국민들은 군부가 내세운 쿠데타 명분이 지난해 11월 ‘부정(不正) 총선거’였고 재선거는 그 명분이 옳다는 뜻으로 비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출신의 한 인사는 23일 “아세안이 군부와 직접 대화해서는 안 되며 (사태 수습을 위한) 대화에는 시위대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 국민들의 의사 표현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수지 고문의 모습을 타투(문신)로 새기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고 24일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수지 고문의 모습은 예전에도 타투로 인기 있는 디자인이었지만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새기는 이가 더욱 늘고 있다는 것이다. 타투는 미얀마의 전통문화다. 군정 당국이 20일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진압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숨진 시위 참가자 야 자 아웅 씨(26)의 사인(死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왜곡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당국은 시신을 넘겨 달라는 유족의 요구를 거부하고 즉시 화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주민 대부분의 인터넷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 북한에서 극소수 지배층은 서방의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등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리코디드 퓨처’의 프리실라 모리우치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최근까지 북한의 인터넷 통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2일(현지 시간)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 군사 엘리트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했고, 인터넷으로 비디오 게임을 했다. 모리우치 연구위원은 “물건이 어떻게 배송되는지는 모르나, 그들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와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인터넷은 폐쇄된 내부 인트라넷인 ‘광명’에 접속해야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극소수 엘리트는 ‘광명’이 아니라 글로벌 인터넷에 제한 없이 직접 접속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게 모리우치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회사가 각각 운영하는 케이블 망 2개를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북한이 어떻게 인터넷을 불량 정권을 위한 도구로 발전시켰나’에서 모리우치 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3년간 북한 지배 엘리트의 인터넷 사용량이 약 30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주민 대부분의 인터넷 접근이 엄격히 제한된 북한에서 극소수 지배층은 서방의 소셜미디어(SNS)를 사용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는 등 인터넷에 자유롭게 접속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리코디드 퓨처’의 프리실라 모리우치 선임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최근까지 북한의 인터넷 통신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22일(현지 시간)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모리우치 연구위원에 따르면 북한의 정치 군사 엘리트들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서방의 소셜미디어를 자주 사용했고, 인터넷으로 비디오 게임을 했다. 영화를 보고 영어와 일본어 사이트에서 뉴스를 읽기도 했다. 모리우치 연구위원은 “물건이 어떻게 배송되는지는 모르나, 그들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아마존에서 쇼핑을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인터넷은 폐쇄된 내부 인트라넷인 ‘광명’에 접속해야만 사용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극소수 엘리트는 ‘광명’이 아니라 글로벌 인터넷에 제한 없이 직접 접속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는 게 모리우치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회사가 각각 운영하는 케이블 망 2개를 사용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 ‘북한이 어떻게 인터넷을 불량 정권을 위한 도구로 발전시켰나’에서 모리우치 연구위원은 2017년 이후 3년간 북한 지배 엘리트의 인터넷 사용량이 약 300%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 최고위 지배층은 인터넷을 단순한 여가 수준을 넘어 ‘일상 업무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7년에는 주말과 평일 저녁 이후 인터넷 사용량이 많았지만 2019년에는 평일 주간 사용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리우치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치료제 기술을 해킹으로 훔치려 했다는 소식에 대해 “거의 예상했던 일”이라고 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1일 쿠데타 발발 후 미얀마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이 팔뚝에 혈액형, 비상연락처 등을 적은 채 거리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생명이 위협당해도 굴하지 않고 군부와 맞서겠다는 미얀마인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팔뚝에 유성펜으로 ‘혈액형 B, 긴급연락처 ○○○-○○○○, 엄마 사랑해’ ‘혈액형 O, 연락처 ○○○’ 등을 적은 미얀마인의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아들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연락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엄마’라는 설명이 달린 사진도 있었다. 호주 뉴스닷컴은 “진압 군경의 총에 맞아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하면서도 시위에 나서는 이들이 유사시 도움을 청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한 미얀마인은 소셜미디어에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쿠데타에 대항하는 우리 국민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썼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군부 독재를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1988년의 ‘8888’ 시위를 직접 겪지 않았던 ‘Z세대’가 이번 시위의 새로운 주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K팝과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밝힌 모 투 씨(20)는 “북한 같은 독재 정권의 특성과 타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23일 유럽연합(EU) 고위대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비무장 시민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2일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군부 인사 2명에 대해 자산 동결 및 입국금지 등을 단행했다. 미국은 앞서 11일에도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 수뇌부 10명을 제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수용소에 구금돼 있던 미얀마 난민 1086명을 23일 본국으로 추방했다. 인권단체의 비판과 법원의 송환 보류 명령을 무시하고 미얀마 군부의 송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1일 쿠데타 발발 후 미얀마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시민이 팔뚝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 등을 적은 채 거리로 나서 주목받고 있다.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생명의 위기에 처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군부와 맞서겠다는 미얀마인의 굳은 의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2일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에는 팔뚝에 유성 펜으로 ‘혈액형 B, 긴급연락처 ○○○-○○○○, 엄마 사랑해’ ‘혈액형 O, 연락처 ○○○○’ 등을 적은 미얀마인의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아들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연락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엄마’라는 설명이 달린 사진도 있었다. 호주 뉴스닷컴은 “진압군경의 총에 맞아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우려하면서도 시위에 나서는 이들이 유사시 도움을 청하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알리고자 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한 미얀마인은 소셜미디어에 관련 사진을 공유하며 “쿠데타에 대항하는 우리 국민들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썼다.반정부 시위가 미얀마의 해묵은 종교 및 종족 갈등마저 누그러뜨리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는 불교도 버마족은 무슬림인 로힝야족은 물론 카렌, 라카인, 몽족 등 소수민족을 줄곧 탄압해왔다. 하지만 22일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일부 무슬림들이 버마족이 대부분인 시위대에게 얼음이 든 오렌지 주스와 식사를 나눠주는 모습이 목격됐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군부독재를 규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던 1988년의 ‘8888’ 시위를 직접 겪지 않았던 ‘Z세대’가 이번 시위의 새로운 주축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신을 K팝과 방탄소년단의 팬이라고 밝힌 모에 투 씨(20)는 “북한 같은 독재 정권의 특성과 타도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22일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군부 인사 2명에 대해 자산 동결 및 입국 금지 등을 단행했다. 미국은 앞서 11일에도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군 수뇌부 10명을 제재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반체제적 노래를 부른 스페인 카탈루냐 출신 래퍼 파블로 하셀(33)이 16일 테러 미화와 왕실 모독 혐의로 수감됐다. 이후 21일까지 스페인 곳곳에서 표현의 자유와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카탈루냐뉴스 등에 따르면 하셀은 16일 도피 중이던 북부 레리다에서 전격 체포됐다. 그는 보안법 위반 혐의로 2018년 징역 2년형을 선고받은 후 9개월로 감형받았지만 그간 체포되지 않았다. 하셀은 노래 가사와 트윗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고속철 사업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지난해 왕실과 연을 끊고 해외로 떠난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83)을 ‘마피아 두목’ ‘도둑’이라고 비판했다. 전 국왕의 아들인 펠리페 6세 현 국왕(53)은 ‘폭군’으로 칭했다. 스페인은 2015년 무장단체 옹호를 막는다는 이유로 종교 및 왕실 비판을 금지하는 보안법을 제정했다. 줄곧 논란이 됐던 이 법으로 하셀 외에도 2018, 2019년에만 약 70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유명한 카탈루냐 분리 독립주의자인 하셀의 체포가 스페인의 고질적인 지역 갈등과 정치 혼란을 격화시킬 조짐도 보인다. 하셀의 석방을 규탄하는 시위 또한 카탈루냐 최대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시위대는 강제 해산에 나선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상점들을 약탈하고 차량에 불을 질렀다. 유명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 등 예술계 주요 인사 역시 하셀 석방 및 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중도 좌파 사회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 내에서도 이번 사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극좌 정당 포데모스 등은 보안법의 완전 폐지를 주장한다. 사회당은 보안법은 그대로 두되 징역형을 배제하는 수준으로 형벌 수위를 낮추자고 맞서고 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금까지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아요.” 20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진압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테 나잉 윈 씨(36) 아내 티다르 닌 씨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목수인 윈 씨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야다나르본 부두에서 군경이 쏜 총탄에 흉부를 맞아 병원 이송 중 사망했다. 닌 씨는 로이터통신에 “그들(군경)이 남편의 시신을 시체 안치소로 가져가 버렸다”고 말했다. 20일과 21일 수도 네피도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등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와 함께 19일 숨진 먀 트웨 트웨 킨 씨(20)를 기리는 추모 행사가 열린 가운데, 군경의 무차별 발포에 따른 희생도 잇따르고 있다. 20일 만달레이 시위에서는 윈 씨 외에 시위대를 돕던 10대 소년 한 명도 군경의 총탄에 머리를 맞아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고 현지 응급의료팀과 매체가 전했다. 양곤에서도 20일 민간 자경단원 1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져 쿠데타 반대 시위 국면에서 군경의 총격에 사망한 민간인은 적어도 4명에 이른다. 민간 자경단원은 통행금지 시간 이후 배회하는 밴 차량을 잡고 그 이유를 묻다가 차량 안에 있던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에 따르면 20일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해 노동자들이 파업 중인 만달레이의 조선소에 무장 군인과 경찰이 트럭 20대에 나눠 타고 들이닥쳤다. 일부 시위대가 새총으로 맞섰고 군경은 실탄과 고무탄을 무차별 사격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군 저격수들이 배치됐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올라왔다. 진압부대가 2017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 청소’를 자행한 부대라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매체 ‘프런티어 미얀마’는 2017년 로힝야족 거주지인 인딘 마을 학살에 투입됐던 33경보병사단이 만달레이 경찰의 진압을 지원했다고 21일 전했다. 만달레이에서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1일 이후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폭력 진압이 적어도 7차례 진행됐으며, 임신부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현지 매체 이와라디가 보도했다. 만달레이는 미얀마 마지막 왕조의 수도였던 곳으로 역사와 전통이 뿌리 깊은 도시다. 킨 씨의 장례식이 열린 21일에도 쿠데타 반대 시위가 미얀마 전역에서 벌어졌다. 킨 씨는 9일 시위 진압 경찰의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다가 19일 숨졌다. 킨 씨의 시신이 안치된 네피도의 병원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1000여 명이 이날 아침부터 차량과 자전거를 탄 채 모여들었다. 양곤에서도 이날 수천 명의 시위대가 한 고가도로 아래에 모여 “학살을 중지하라, 사람 죽이는 무기 사용을 중지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만달레이에서도 수만 명이 집결해 시위를 이어갔다. 정당과 사회 각 분야 25개 단체가 구성한 총파업위원회는 22일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가 발발한 1일부터 20일까지 56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미얀마 정부와 휴전협정을 체결했던 미얀마 내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21일 쿠데타에 반대하며 군정 타도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이날 군부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평화적인 시위대를 위협,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군경의 발포, 구금, 공격 보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제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미얀마의 군과 모든 보안병력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의 외교부도 비판 메시지를 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지금까지는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나는 이제 두렵지 않아요.” 20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가 진압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남편 텟 나잉 윈 씨(36) 아내 티다르 흐닌 씨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목수인 윈 씨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의 야다나르본 조선소에서 군경이 쏜 총탄에 흉부를 맞아 사망했다. 흐닌 씨는 로이터통신에 “그들(군경)이 남편의 시신을 가져가 버려서 남편을 집으로 데려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일 만달레이 시위에서 윈 씨 외에 10대 소년 한 명도 군경의 총탄에 머리를 맞아 현장에서 숨을 거뒀다고 현지 응급의료팀과 매체가 전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사망한 민간인은 19일 숨진 마 먀 트웨 트웨 킨 씨(20)를 포함해 최소 3명으로 늘었다. 외신에 따르면 20일 군부의 쿠데타에 반대해 노동자들이 파업 중인 조선소에 트럭 20대에 나눠 탄 무장 군인과 경찰이 들이닥쳤다. 일부 시위대가 새총으로 맞섰고 군경은 실탄과 고무탄을 무차별 발포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군 저격수들이 배치됐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올라왔다. 시위대 20여 명이 군경의 총격 등에 부상했다. 진압부대가 2017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인종 청소’를 자행한 부대라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매체 프런티어 미얀먀는 2017년 로힝야족 거주지인 인딘 마을 학살에 투입됐던 33 경보병 사단이 만달레이 경찰의 진압을 지원했다고 21일 전했다. 20일 네피도와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등 곳곳에서는 대규모 시위와 함께 19일 숨진 킨 씨를 기리는 추모행사가 벌어졌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가 발발한 1일부터 20일까지 56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2015년 이후 미얀마 정부와 휴전 협정을 체결했던 미얀마 내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21일 쿠데타에 반대하며 군정 타도를 위한 노력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는 전체 인구의 40%가 130여 개 소수민족이며 소수민족 자치를 요구하는 무장 반군이 존재한다. 국제 사회도 이날 군부의 유혈 진압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트위터에서 “평화적인 시위대를 위협,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군경의 발포, 구금, 공격 보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미얀마의 군과 모든 보안 병력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영국 등의 외무부도 비판 메시지를 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의 창업자가 속속 최고경영자(CEO)와 회장 자리를 내놓고 있다. 이달 2일 세계 최고 부호인 미국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겸 CEO(57)가 “올해 3분기(7∼9월) 중 CEO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재일교포 3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64) 역시 “2021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 1일 회장에서 물러난다”고 공개했다. 앞서 2019년 구글의 동갑내기 창업자 래리 페이지(48)와 세르게이 브린(48) 역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45세인 2000년 CEO에서 사임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2014년 이사회 의장직마저 내놓고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자선재단 일에 바쁘다. IT 거물 창업자들이 한창 나이에 스스로 왕좌에서 내려오는 이유는 뭘까. 한 사람이 감당하기에 기술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른 요즘, 창업자는 중장기적 혁신 과제에 집중하고 기존 사업 관리는 신임 CEO에게 맡기는 일종의 ‘역할 분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는 말이 있듯 공격적 성장을 추구하는 창업자는 수성을 위해 안정적 관리에 뛰어난 사람을 CEO로 임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조스 “우주사업 주력”…머스크와 경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최근 수년간 CEO의 일상 업무에 그다지 관여하지 않고 특정 제품의 개발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2014년 아마존이 출시한 스마트폰 ‘파이어폰’에 깊게 관여했다. 시장에 안착한 인공지능(AI) 스피커 ‘에코’(알렉사) 역시 베이조스의 착상에서 비롯됐다. 반면 세세한 회사 일은 알지 못하는 모습을 종종 보였다. 지난해 7월 그가 IT 공룡의 시장 독점 문제로 하원에 출석했을 때 답변 모습을 보고 “아마존의 주요 서비스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모르는 듯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베이조스는 직원에게 보낸 사퇴의 변에서 2000년 설립한 우주개발기업 블루오리진, 2013년 인수한 워싱턴포스트(WP), 지난해 설립한 환경보호기금 ‘베이조스 지구기금’ 등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블루오리진이 향후 그의 주력 업무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베이조스는 자신이 보유한 아마존 주식 일부를 매각해 연간 예산이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에 이르는 블루오리진의 운영 자금을 댔다. 매주 수요일 열리는 블루오리진 업무 회의에도 참석했다. 그는 2018년 “인류 문명을 역동적으로 만들 블루오리진이 아마존보다 나에게 더 중요할 것”이라며 애착을 보였다. 베이조스가 자신을 세계 최대 부호로 만들어준 물류사업 대신 우주사업에 인생 2막을 걸기로 한 것은 자신에 이은 세계 2위 부호이자 미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50)와의 경쟁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회사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보다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도 베이조스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유인(有人)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블루오리진도 올해 4월 유인 로켓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두 회사는 화성 탐사 등을 두고도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손정의 “AI와 비전펀드에 집중” 손정의 회장 역시 현재 주력 사업인 통신업 대신 AI에 치중하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다. 손 회장이 2004년 인수해 과거 일본텔레콤에서 사명을 바꾼 소프트뱅크는 현재 NTT도코모, KDDI와 함께 일본 3대 통신사로 군림하고 있다. 1981년 손 회장이 창업한 소프트뱅크그룹의 핵심 회사이기도 하다. 그는 2006년 영국 이동통신업체 보다폰저팬을 2조 엔에 인수하고, 2012년 미국 3위 통신기업 스프린트를 20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세계 각국의 통신업체를 사들이는 데 주력했다. 그가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직은 유지하면서 소프트뱅크 회장 자리를 내놓은 것은 AI 및 비전펀드 사업에 주력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손 회장은 2019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AI 시대의 도래는 피할 수 없다. ‘늑대의 야성’을 지니고 AI 시대를 준비하는 사람만이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AI 시대의 가장 빛나는 기술과 기업을 모아놓은 것이 자신의 비전펀드라며 “300년을 이어갈 기업을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손 회장이 2016년 AI, 로봇 등에 필수불가결한 반도체를 생산하는 영국 반도체업체 ARM을 인수한 것도 AI 사업에 대한 그의 열의를 보여준다는 관측이 나온다. 해외 유명 IT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해온 비전펀드의 투자처 선정이 손 회장의 직관에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는 점도 ‘소프트뱅크 실무’라는 짐을 내려놓으려는 결정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큰 IT 사업의 특성상 비전펀드의 실적이 소프트뱅크그룹 전체의 실적을 좌지우지할 때가 많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분기(1∼3월) 비전펀드는 무려 1조1159억 엔의 손실을 냈다. 핵심 투자처였던 미 사무실 공유 기업 위워크, 미 차량 공유 업체 우버 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탄탄한 내수 시장을 보유한 소프트뱅크 업무는 후순위로 두고 비전펀드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후임자는 관리형 거물 창업자의 후임자로 선정된 인물이 관리형, 실무형 인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 연예인 못지않은 인지도를 보유한 창업자와 달리 업계 밖에서는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각자의 분야에서는 전문성과 능력을 한껏 인정받고 있는 인물이란 뜻이다.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의 차기 CEO로 발탁한 인물은 통신기술 전문가 미야카와 준이치(宮川潤一·56) 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다. 미야카와는 하나조노대를 졸업하고 IT 업계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소프트뱅크 자회사의 이사로 뽑혀 손 회장과 연을 맺었다. 꼼꼼한 일처리로 손 회장의 신임을 얻어 승승장구한 그는 소프트뱅크가 보다폰저팬과 스프린트를 인수할 때 실무를 담당했고 회사의 5세대(5G) 네트워크 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소프트뱅크가 도요타자동차와 공동 출자한 모네테크놀로지 사장도 겸해 왔다. 즉, 통신 전문성만 보면 창업자 손 회장보다 몇 수 위라는 평가다. 2019년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CEO에 오른 인도계 순다르 피차이(49) 역시 대표적 실무형 인재로 꼽힌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을 졸업했고 2004년 구글에 입사해 크롬 웹브라우저 개발을 주도했다. 페이지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조직 관리, 인사 등을 피차이에게 맡겼다. CEO가 된 후 피차이는 불필요한 투자를 줄이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했다. 그는 지난해 5월 알파벳 자회사 ‘사이드워크랩스’가 캐나다에서 추진하던 스마트시티 사업을 접었다. 3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던 통화 및 문자메시지 앱 개발 부문도 하나로 통합했다. 아마존의 후임 CEO로 지명된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53)는 실무와 혁신 능력을 겸비한 인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시는 하버드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7년 아마존에 입사했다. 2002년부터 1년 반 동안 베이조스를 밀착 수행했고 현재 아마존의 캐시카우로 꼽히는 AWS 사업을 주도해 능력을 인정받았다. AWS는 컴퓨팅,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등 아마존의 기술 인프라를 다른 회사 등에 임대하는 서비스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재시는 2003년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의 원인을 파악하라는 베이조스의 지시를 받고 조사를 벌이다가 AWS 사업에 착안했다. 지난해 기준 AWS 부문의 매출은 453억 달러, 영업이익은 135억 달러에 달한다. 매출은 아마존 전체의 12%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의 60%를 담당하는 알짜 사업부서다. ‘존재 자체가 애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의 사망 후 애플 또한 더 큰 성장을 이뤄냈다. 애플은 지난해 8월 미 기업 최초, 세계 전체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정유사 아람코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 2조 달러(약 2200조 원) 고지를 돌파했다. 매킨토시컴퓨터, 아이팟, 아이폰 등 제품의 혁신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것을 즐겼던 ‘천재 창업자’ 잡스와 달리 ‘관리의 화신’ 팀 쿡 CEO(61)는 휴대전화를 둘러싼 거대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앱스토어’로 대표되는 서비스 산업은 현재 아이폰 못지않은 애플의 핵심 수익원이다. 2007년부터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애플의 안살림을 맡았으며 잡스 사후 CEO가 된 쿡이 이룬 독자적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쿡은 애플에 합류한 지 7개월 만에 30일 치에 달했던 재고를 6일 치로 줄이며 관리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 CEO 사퇴 트렌드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유명 창업자의 CEO 사퇴 현상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회계, 조직 관리, 인사, 성장전략 수립, 각종 대외 활동까지 담당해야 하는 CEO 직책의 특성이 혁신과 도전 성향이 강한 창업자와 잘 맞지 않으며 제2의 도약을 위해서는 이들이 일상 업무에서 벗어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람의 인생에도 주기가 있듯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며 “초기에는 성장동력을 공급해 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기업을 잘 관리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인물의 순환 구조가 정착돼야 신사업이 가능해지고 기업 또한 윤택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나이를 떠나 특정 지위와 영역에 오래 머물러 있다 보면 혁신 동력과 민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조금만 뒤처져도 도태되는 세상에서 혁신을 계속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창업자의 추가 도전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창업 마인드가 강한 오너 경영자 입장에서는 기존 주력 사업을 챙기는 일에 큰 의미를 못 느낄 수 있다. 거물 사업가가 한정된 시간을 일상 업무 대신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쓰는 것이 사회 전체로도 나쁠 게 없다”고 진단했다. 창업자가 특정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해도 해당 기업에 미치는 이들의 영향력과 존재감은 대체 불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베이조스가 CEO 사퇴 후 자신의 이사회 의장 직함을 통상적 영문 호칭, 즉 ‘Chairman of Board’ 대신 ‘Executive Chairman’(경영자 회장)으로 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경영’이라는 단어를 강조해 앞으로도 회사 업무에 깊숙하게 개입할 뜻을 밝힌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송재용 교수는 “일상 업무를 미주알고주알 챙기지는 않더라도 경영 성과가 나빠지면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오너로서 개입하겠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조종엽 jjj@donga.com·신아형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이례적 겨울 폭풍으로 인한 한파와 눈이 지난주부터 미국 전역을 덮친 가운데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겹친 ‘사막의 땅’ 남부 텍사스 주민이 추위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17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텍사스 등 8개 주에서 현재까지 최소 31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경제적 피해가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주내 주요 도시인 댈러스의 16일 기온은 1930년 이후 가장 추운 영하 18.8도였다. 같은 날 인근 오클라호마주 주도(州都) 오클라호마시티의 기온 역시 1899년 이후 122년 만에 가장 추운 영하 24도를 기록했다. 둘 다 평소에는 눈 구경을 하기 힘든 지역이라 갑작스러운 한파 피해가 더 컸다. 텍사스 내 일부 발전시설까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한때 430만 가구가 정전됐다. 미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미국 남부에 눈이 내리고 매서운 찬 공기가 유입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번 주 중남부 평균 기온 역시 평년보다 13.9∼22.2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스틴에 사는 조지 헨드릭스 씨(65)는 “이틀 동안 전기가 끊겨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낸다”고 토로했다. 태런트 카운티의 티머시 윌시 씨 부부와 7세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겨 냉방에서 촛불로 간신히 손을 녹이고 있다고 밝혔다. 조리도 할 수 없어 일가족은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주내 소도시 킬린의 한 가정은 전력이 끊기고 땔감으로 쓸 나무까지 부족해지자 세 살배기 딸아이의 장난감 나무 블록까지 태웠다. 엄마 에인절 가르시아 씨는 CNN에 “너무 추워서 딸의 장난감을 태우기 시작했다. 이웃들도 집 울타리를 뜯어내 태우고 있다”며 추위와의 전쟁을 호소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17일 3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전기를 쓰지 못했다.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곳곳에 문을 열었던 긴급난방센터마저 전력이 끊기며 기능을 잃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구급차들이 폭증하는 출동 요청을 감당하지 못했다. 여러 도시에서는 수도 역시 끊겼다.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고 주 전역에서 수도관이 동파하자 주 정부는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등의 주민에게 물을 끓여 마시라고 고지했다. 요양원과 대학교 건물에서는 눈을 녹여 화장실 용변기에 쓸 물을 마련했다. 주민들이 호텔로 몰리면서 호텔 숙박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댈러스 지역 호텔 예약 가격이 1박에 900달러(약 100만 원),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는 999달러(약 110만 원)까지 올랐다. 주내 또 다른 소도시인 콜로라도시티의 팀 보이드 시장은 ‘막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공분을 샀다. 그는 16일 페이스북에 “시와 전력 공급자들은 여러분(주민)에게 빚진 게 하나도 없다. 망할 지원금만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난다”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조종엽 jjj@donga.com·김예윤 기자}

겨울폭풍으로 인한 한파와 눈이 지난주부터 미국 전역을 덮친 가운데 대규모 정전 사태까지 겹친 남부 텍사스주에서 주민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와중에 텍사스주 서부의 한 작은 도시 시장은 16일 ‘강한 자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막말’을 소셜미디어에 올려 분노를 샀다. 텍사스주 서부 콜로라도시티의 팀 보이드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 카운티, 전력 공급자들은 여러분(주민)에게 빚진 게 하나도 없다. 망할 지원금만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난다”며 “오직 강한 자만이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할 것”이라고 적었다. 텍사스주는 최근 30여 년 만에 기온이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지는 한파가 닥친 데다 일부 발전 시설까지 가동이 중단돼 한때 430만 가구가 정전됐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자 보이드 시장은 ‘표현이 적절하지 않았다’면서도 자신은 16일부로 사임했다고 밝혀 공분을 일으켰다. 한파 속에서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NBC방송에 따르면 17일 텍사스 주민 300만 명 이상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했다. 오스틴에 사는 조지 헨드릭스 씨(65)는 “이틀 동안 전기가 끊겨 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낸다”며 “현실이 ‘나쁜 영화’ 같다”고 했다. 텍사스 타런트 카운티의 티머시 윌시 부부와 7세 아들은 사흘 동안 전기가 끊겨 냉방에서 촛불로 간신히 손을 녹이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조리도 할 수 없어 일가족은 육포와 과자, 물로 허기를 달랬다. 텍사스주 어빙에 거주하는 킴벌리 햄프턴 씨는 “아이들은 옷을 세 벌 껴입었고 가족이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동사(凍死)를 막기 위해 곳곳에 문을 열었던 긴급 난방 센터마저 전력이 끊기며 기능을 잃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구급차들이 폭증하는 출동 요청을 감당하지 못했다. 해안가에서는 추위에 약한 바다거북 수천 마리가 한파에 기절한 채 발견돼 시민들이 구조하기도 했다. 여러 도시에서는 수도마저 끊겼다. 정전으로 정수장 가동이 중단되고 주 전역에서 수도관이 동파하자 주 정부는 샌안토니오와 휴스턴 등의 주민에게 물을 구해 끓여 마시라고 고지했다. 요양원과 대학교 건물에서는 눈을 녹여 화장실 용변기에 물을 댔다. 주민들이 호텔로 몰리면서 호텔 숙박비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한 호텔 예약 사이트에는 댈러스 지역 호텔 예약 가격이 1박에 900달러(약 100만 원), 사우스오스틴 지역에서는 999달러(약 110만 원)까지 올랐다. NYT는 이번 한파로 인한 사망자가 텍사스 등 8개 주에서 최소 31명에 이른다고 17일 전했다. 미국 국립 기상청은 이번 주에도 미국 남부에 눈이 내리고 매서운 찬 공기가 유입될 것이라고 예보했다.조종엽기자 jjj@donga.com}
캐나다가 주도하고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57개 나라가 동참해 정치적 목적으로 외국인을 인질로 잡는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선언을 15일 내놨다. 중국과 북한, 이란, 러시아 등의 외국인 구금 행태를 겨냥한 이번 선언에 한국은 불참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외국인을 임의로 구금해 협상카드로 악용하는 행태는 국외를 여행하거나 머무르는 모든 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인권과 법치주의,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가혹한 구금, 영사 접견 거부, 고문 등을 종식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은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 않았지만 캐나다 당국자들은 이번 행동이 중국과 이란, 러시아, 북한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특히 중국에 자국인 2명이 억류된 캐나다가 선언을 주도해 중국을 직접 겨눴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12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가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직후 중국은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1명과 사업가 1명을 억류하고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붙잡힌 캐나다인들은 고문 시설로 옮겨져 장시간 신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국 관계는 무역 분쟁이 벌어지는 등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달에도 공방을 주고받았다. 9일에는 캐나다 정보당국이 중국의 기밀 절도 행위가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선 1일에는 중국 주재 캐나다대사관이 ‘우한 박쥐’ 티셔츠를 주문하자 중국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부각한다며 외교 경로로 항의한 바 있다. 이번 선언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15일 “캐나다의 멍 부회장 체포야말로 정치적 구금”이라며 “이번 선언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헷갈리게 하려는 속셈”이라고 밝혔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을 도발하는 공격적이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선언에는 EU 각 나라와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서방 국가 외에도 우크라이나와 파나마, 코스타리카, 가나, 통가 등 총 58개국이 참여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대거 참여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캐나다 주도의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향후 국제사회의 논의 동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외교부는 추후에도 선언 동참 의사를 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조종엽 jjj@donga.com·최지선 기자}

캐나다가 주도하고 미국과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57개 나라가 동참해 정치적 목적으로 외국인을 인질로 잡는 행위를 규탄하는 공동 선언을 15일 내놨다. 중국과 북한, 이란 러시아 등의 외국인 구금 행태를 겨냥한 이번 선언에 한국은 불참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외국인을 임의로 구금해 협상카드로 악용하는 행태는 국외를 여행하거나 머무르는 모든 이를 위협할 뿐 아니라 인권과 법치주의,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가혹한 구금, 영사 접견 거부, 고문 등을 종식하기 위해 모든 나라가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성명은 특정 국가를 거명하지 않았지만 캐나다 당국자들은 이번 행동이 중국과 이란, 러시아, 북한 등을 겨냥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특히 중국에 자국인 2명이 억류된 캐나다가 선언을 주도해 중국을 직접 겨눴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12월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화웨이 부회장인 멍완저우(孟晩舟)가 대(對)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다. 직후 중국은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1명과 사업가 1명을 억류하고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 붙잡힌 캐나다인들은 고문 시설로 옮겨져 장시간 심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양국 관계는 무역 분쟁이 벌어지는 등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달에도 공방을 주고 받았다. 9일에는 캐나다 정보당국이 중국의 기밀 절도 행위가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선 1일에는 중국 주재 캐나다 대사관이 ‘우한 박쥐’ 티셔츠를 주문하자 중국 외교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부각한다며 외교 경로로 항의한 바 있다. 이번 선언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캐나다 주재 중국대사관은 15일 “캐나다의 멍 부회장 체포야말로 정치적 구금”이라며 “이번 선언은 이 같은 사실관계를 헷갈리게 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을 도발하는 공격적이고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이번 선언에는 EU 각 나라와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서방국가 외에도 인도와 우크라이나, 파나마, 코스타리카, 가나 등 세계 모든 대륙에서 58개국이 참여했다.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가 대거 참여했지만 한국은 불참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캐나다 주도의 ‘자의적 구금 반대 공동선언’ 관련 사안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 향후 국제사회의 논의 동향을 주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외교부는 추후에도 선언 동참의사를 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장려하고 있는 빌 게이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딸 제니퍼(25)가 12일 백신 접종 후 아버지를 둘러싼 일각의 음모론을 재치 있게 반박해 화제다. 그는 게이츠 창업자의 1남 2녀 중 장녀로 뉴욕의 한 의대에 재학 중이다. 제니퍼는 이날 접종 후 인스타그램에 “안타깝게도 내 천재 아버지의 뇌는 이식이 안 된다. (백신 속) mRNA(메신저 리보핵산)가 그런 힘을 갖고 있었다면…!”이란 글을 남겼다. 일각에서 ‘게이츠가 코로나19 사태를 악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통제하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이 들어간 백신을 퍼뜨리려 한다’ ‘게이츠와 거대 제약사가 결탁해 큰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백신 접종을 장려한다’는 등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하자 이를 희화화하며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백신이 그 정도로 어마어마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한때 세계 최고 부호였던 아버지의 천재적 능력을 자신부터 먼저 이식받았을 것이란 의미다. 제니퍼는 “백신이 보호와 안전을 주는 데 감사한다. 더 많은 사람이 면역을 갖게 되면 우리 공동체가 더 안전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외교안보와 무역, 인권 문제 등 다방면에서 빚어지고 있는 미중 갈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에 관한 조사 결과로까지 옮아붙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중국 우한 기원설’의 증거는 찾지 못했다”는 결과를 내놓자 미국은 중국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측의 홍보전 승리”라며 조사 결과를 깎아내렸다. 중국 측은 “이제 WHO의 조사는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날을 세웠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조사 결과와 결과의 근거가 된 데이터를 미국 정부가 독립적으로 검토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WHO 조사팀이 발표한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보다 몇 시간 앞서 WHO 조사팀은 “우한이 코로나19의 발원지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들은 지난달 29일부터 우한에서 그동안 코로나19 최초 발생지로 의심받아온 수산시장 등을 조사해왔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팬데믹(대유행) 초기 상황과 관련이 있는 중국과 WHO의 모든 정보에 투명하고 완전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도 9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분명히 중국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투명성을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런 팬데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정보의)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WHO가 내놓은 결과와는 별개로 미국이 수집된 정보와 데이터들을 넘겨받아 자체적으로 분석한 뒤 결과가 나올 때까지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도 거들었다. NYT는 “조사팀은 과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도 중국 측 주장의 중요한 대목을 그대로 승인했다”면서 “초기 바이러스 창궐을 숨기려 했다는 비판을 받아 온 중국에 ‘PR(홍보)’의 승리를 안겨줬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조사팀이 이해당사자(중국)가 제공한 정보만 검토했다면 상식적으로도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조사팀이 공정한 조사와는 거리가 멀게 중국 정부로부터 관용 차량 등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전했다. 중국 매체들은 WHO 조사 결과를 근거로 미국을 정조준했다. 특히 미국 메릴랜드주에 있는 미 육군 포트디트릭 생물실험실을 콕 찍어 이곳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텅쉰왕은 10일 “WHO 발표를 지켜본 세계 대다수 국가들은 중국이 아닌 미국을 의심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제 코로나19 기원에 관한 모든 화살이 포트디트릭 생물실험실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측은 그동안 생물무기 연구소인 포트디트릭에 2019년 6월 연구 중단 명령이 내려졌고, 폐쇄 직전 인근 요양원에서 호흡기 질환이 유행했다며 코로나19의 기원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지난해 3월부터 주장해왔다. 텅쉰왕은 또 “지난해 1월 코로나19가 우한에서 확산했을 초기에 미국과 호주 등이 호들갑을 떨며 모든 것을 중국에 뒤집어씌우려 했다”면서 “당시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며 모욕을 줬던 모든 사람들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중국이 WHO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일부 미국 언론의 주장은 허황된 망상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WHO의 조사는 미국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워싱턴=이정은 /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독일과 스웨덴, 폴란드가 러시아의 외교관 추방에 맞서 8일 자국 내 러시아 외교관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렸다. 러시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석방 촉구 시위에 이 세 나라 외교관이 1명씩 참여했다고 주장하며 사흘 전 이들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린 것에 보복한 것이다. 독일 외교부가 8일 주베를린 러시아대사관 소속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가 전했다. ‘페르소나 논 그라타’ 지정 통보를 받으면 파견국은 해당 외교관을 자국으로 불러들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통보국은 국제 관습법에 따라 외교관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독일 외교부는 “러시아가 (5일) 주모스크바 독일대사관 직원을 포함한 유럽연합(EU) 국가 외교관을 추방한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스웨덴 외교장관도 자국 외교관을 러시아가 추방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러시아대사관 소속 직원 1명에게 스웨덴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이를 러시아대사에게 통보했다”고 트위터를 통해 이날 밝혔다. 폴란드 외교부 역시 같은 이유로 서부 도시 포즈난의 러시아영사관 직원 1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했다. 러시아는 즉각 반발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8일 국영TV에 출연해 “독일과 폴란드, 스웨덴의 이번 결정은 근거가 없고 비우호적인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내정간섭의 연장”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3국 외교관들이 지난달 23일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나발니 석방 촉구 불법 시위에 참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독일 등은 외교관들이 ‘관찰자’로서 현장에서 정보를 수집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나발니 투옥과 관련해 EU가 러시아를 제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22일 열리는 EU 27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DW는 전했다. 앞서 러시아는 보렐 대표가 4∼6일 러시아를 방문해 상호 관계 개선과 협력을 논의하고 있던 중에 독일 등 세 나라 외교관에게 전격 추방을 명령했다. 보렐 대표는 당시 블로그를 통해 “러시아가 스스로를 유럽으로부터 단절시키고 민주적 가치를 실존적 위협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외교관 추방 사건으로 독일 등 3국이 보조를 맞춘 것으로 보이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러시아와 독일 간 최대 경제 현안 중 하나인 ‘노드 스트림-2’ 가스관 사업 관련 입장 차이 때문이다. 노드 스트림-2는 러시아 북부에서 발트해를 거쳐 독일로 직접 연결되는 기존 ‘노드 스트림’ 가스관의 수송 용량을 2배로 늘리는 사업으로 건설이 막바지 단계에 와 있다. 미국과 여러 유럽 국가는 이 가스관이 개통되면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높아져 러시아 입김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나발니 투옥과 노드 스트림-2 가스관 연결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7일 인도 북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빙하가 강에 떨어져 생긴 급류가 마을 등을 휩쓸어 170여 명이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종자는 거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인도 우타라칸드주의 난다데비산(해발 7817m)에서 빙하가 강 계곡에 떨어지면서 지진해일(쓰나미)과 같은 급류가 발생해 다울리강과 리시강을 휩쓸었다. 급류는 계곡을 따라 강 하류로 내려가면서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두 곳과 마을, 도로, 다리 등을 쓸어버렸다. 목격자들은 “굉음과 동시에 빙하가 섞인 눈사태가 일어났고, 순식간에 급류가 발생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고, 급류가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는 시신 14구가 수습됐다. 인도 재난당국은 “수력발전소 건설 인력과 마을 주민 등 최소 170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며 “물살이 워낙 세 실종자는 대부분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당국은 구조 인력을 급파해 발전시설 인근 터널에 고립된 노동자 12명을 구조하고 또 다른 터널에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노동자 30명을 구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하류 댐 두 곳의 물을 비우고 하류 마을 주민도 대피시켰다. 빙하가 추락한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삼림 벌채가 사고를 촉발했을 것이라며 하천 개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타라칸드주에서는 2013년 6월에도 폭우로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해 60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참극이 벌어졌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극복해 전무후무한 4선 대통령에 오른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882∼1945)의 벤치마킹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루스벨트가 즐겨 사용한 ‘노변담화(爐邊談話·Fireside chats)’ 형식과 비슷한 실직자와의 통화를 공개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및 경제난으로 고통 받는 미국인을 위로했다. 백악관은 6일 소셜미디어로 지난해 7월부터 실직 중인 캘리포니아주 로즈빌 거주 백인 여성 미셸 뵐커트 씨(47)와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소개했다. 2분 28초의 통화에서 뵐커트 씨가 “일자리를 얻는 것이 정말 힘들다”고 호소하자 대통령은 “우리 아버지도 늘 ‘일자리는 단순히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존엄에 관한 문제’라고 하셨다. (당신처럼) 간절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긴급 구호를 제공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며 1조9000억 달러의 코로나19 부양안을 언급했다. 뵐커트 씨는 통화 전 대통령에게 자신의 어려운 상황에 관한 편지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을 두고도 대화를 나눴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공황으로 금융시장이 붕괴 위기에 직면하자 라디오를 통해 주요 정책을 홍보하고 국민을 위로했다. 이 모습이 벽난로 앞에서 가족과 담소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노변담화란 이름이 붙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6월까지 최소 271만3800도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국내에 공급된다. 약 135만 명분이다. 정부가 코백스로부터 공급받기로 한 1000만 명분 중 약 7분의 1이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유효성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4일 예정됐던 국내 2차 전문가 검증 결과 발표도 5일로 미뤄졌다. 6월 말까지 약 1030만 명을 접종하겠다는 정부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상반기 백신 수급, 이상 없나 코백스는 3일(현지 시간) 화상 언론 브리핑을 통해 백신 잠정 배분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을 포함해 145개국이 대상이다. 코백스가 직접 공급 계획을 밝힌 건 처음이다. 코백스에 따르면 한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9만6800도스, 화이자 백신 11만7000도스를 우선 공급받는다. 추가 확보 규모에 따라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 북한도 코백스로부터 약 200만 도스(100만 명분)를 제공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발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8일 상반기 중 1030만 명(고령층 약 850만 명 포함)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코백스가 밝힌 물량을 제외하면 약 900만 명분의 백신이 더 필요하다. 현재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물량이 확정된 건 정부가 개별적으로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 명분 중 75만 명분(1분기) 정도다. 2분기(4∼6월) 중 얼마나 추가로 공급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역시 2분기부터 공급될 예정인 모더나와 얀센 백신도 정확히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등은 여전히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예정 시기는 있지만 직전까지는 이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모더나, 얀센 백신도 언제 얼마나 들어올지 2분기에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물량 부족에 대비하고 있다. 양동교 중앙방역대책본부 예방접종대응단장은 4일 브리핑에서 “코백스의 상반기 공급량이 이번에 통보한 분량으로 완전히 끝났다고 보지 않는다”며 “코백스 측이 개별 제약사와 추가 계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 고령층 제한 여부가 관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고령층 유효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스위스는 3일(현지 시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사용 승인을 아예 보류했다. 독일과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등 다른 유럽 국가가 고령층 접종을 제한한 것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스위스 의약품 당국인 ‘스위스메딕’은 “최종 판단을 위해 현재 진행 중인 임상 3상 추가 자료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국내 사용승인에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4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했다. 세 차례에 걸친 전문가 검증 중 2번째 단계다. 하지만 이날 오후 예정된 결과 발표를 5일로 연기했다. 고령층 접종 여부를 두고 참석자 간 이견이 지속돼 결과 발표가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열린 1차 전문가 회의 격인 ‘안전성·유효성 자문회의’에서는 다수가 “고령층 접종을 배제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영국 옥스퍼드대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아스트라제네카의 메네 팡갈로스 연구 담당 부사장은 3일(현지 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르면 올해 가을까지 변이 바이러스 백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제약사 모더나 역시 기존 자사 백신을 업그레이드해 변이 바이러스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유근형 noel@donga.com·김소민·조종엽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1차 접종자라 해도 이후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백신 미접종자보다 오히려 코로나19 감염률이 두 배 높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현지 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연구진은 이스라엘의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접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접종 뒤 일정 기간 오히려 코로나19 발병률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놀랍게도 8일까지 발병률이 대략 2배까지 급상승하다가 이후 감소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백신을 접종받은 사람들이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습관을 잘 유지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백신 접종 뒤 ‘이제는 괜찮겠지’ 하는 생각에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다가 감염자와 접촉하면서 코로나19에 걸리는 이들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 14일까지는 백신의 효과가 거의 ‘0’에 가까웠다고 분석했다. 화이자 백신의 효과는 접종 14일 뒤부터 점차 증가했으며, 21일째에 약 90%의 예방률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분석했다. 이 연구는 영국 정부의 자금으로 수행됐으며, 아직 학자들의 동료 평가를 받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