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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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유럽/EU44%
칼럼30%
국제경제7%
러시아7%
인사일반3%
국제인물3%
국제일반3%
경제일반3%
  • 러, 우크라 점령지 주민에 자국 여권 발급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여권을 나눠주고, 러시아 시민권을 발급받을 수 있는 신청 절차도 간소화하기 시작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남동부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분단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마리우폴 인근 헤르손, 자포리자 주민들이 러시아 시민권을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돈바스, 마리우폴, 크림반도를 잇는 우크라이나 남동부에 친러 벨트를 만들어 우크라이나를 분단하는 것이 푸틴 대통령의 최종 목표라고 BBC는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25일부터 러시아의 국채 이자 및 원금 상환 만기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바이든 행정부는 미 금융사가 러시아 중앙은행, 민간은행, 국부펀드 등과 거래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다만 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채권 원리금, 주식 배당금 등은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이제 이것조차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 이에 따라 러시아의 국가부도 위기도 커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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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 심장부에 러시아 황제 동상이 있는 이유[특파원칼럼/김윤종]

    핀란드와 스웨덴이 1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위한 공식 신청서를 나토에 제출했다. 핀란드는 1948년부터 74년, 스웨덴은 1814년 이후 무려 208년 동안 유지해온 중립국 노선을 버린 셈이다. 역사적 결정을 앞두고 있던 9∼12일 기자는 핀란드 현지를 취재했다. 특히 수도 헬싱키 중심부 원로원 광장을 자주 오갔다. 광장 일대에는 대통령궁을 비롯해 정부 청사, 총리 집무실이 몰려 있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은 광장 중앙에 서 있는 동상이었다. 1894년 세워진 당시 러시아 황제 알렉산드르 2세(1818∼1881년) 동상이다. 핀란드는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주변 강대국의 침략이 잦았다. 13세기부터 약 600년간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다. 1809년부터는 러시아가 핀란드를 자치령 대공국(大公國)으로 삼아 지배했다. 알렉산드르 2세는 러시아 황제와 핀란드 왕을 겸했다. ‘광화문에 일왕 동상이 있는 꼴’이라고 생각한 기자에게 헬싱키 시민들은 동상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1917년 러시아에서 독립한 후 핀란드에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핀란드인’으로 꼽히는 핀란드 6대 대통령 카를 구스타브 에밀 만네르헤임 동상으로 대체하자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2세가 집권했을 때 의회를 구성하고 핀란드어 사용을 장려하는 등 핀란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점이 인정받았다. ‘핀란드식 실용주의’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핀란드는 동쪽으로 러시아와 약 1340km 국경을 맞대고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다. 이런 역사와 러시아와의 미래 관계까지 종합해 동상을 철거하지 않았다. 헬싱키 시민들은 “나토 가입은 찬성하지만 러시아와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경제교류는 최대한 유지하는 세밀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노르웨이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핀란드 여론도 커졌다. 1949년 나토에 가입한 노르웨이는 외부 공격을 받지 않는 한 자국 영토에 외국군 기지를 건설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했다. 핀란드 역시 나토에 가입은 하지만 미군을 비롯한 외국군 주둔은 피해 러시아와의 갈등을 최소화하자는 주장이다. 어떻게 보면 이도 저도 아닌 ‘박쥐 전략’ 같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국익을 챙기자는 핀란드 전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취재를 마친 후 곧바로 우크라이나로 이동해 전쟁 피해를 취재하면서 이 같은 생각은 더욱 굳어졌다. 기자가 찾은 우크라이나 지역은 민간인 4명이 러시아군 포격에 숨졌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23일 현재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민간인 사망자가 어린이 258명을 포함해 3942명이라고 밝혔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침공 명분으로 밝힌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은 적어도 15년 내에는 불가능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9년 나토 가입 계획을 담은 개헌을 단행했지만 정치, 사회 분야에서 나토 가입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 사이에서는 러시아를 비난하면서도 “정부가 어설프게 나토 가입을 추진해 국민만 괴롭다”는 정서가 없지 않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도 핀란드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힘겨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여론이나 국제 정세에 휘둘리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익 최대치를 찾는 선택은 무엇일까. ‘무엇이 국민에게 최선인가’란 고민이 깊을수록 답을 찾을 확률은 커질 것이다.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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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까지 토하고 싸우고…英총리실, 코로나 봉쇄 기간 ‘광란의 술파티’

    영국 총리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에 규칙을 어기고 술 잔치를 연 일명 ‘파티 게이트’에 대한 정부 보고서가 발간됐다. 봉쇄 조치로 실내 모임 제한이 있던 때에 총리 관저 등에서 노래방 기계를 동원해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보리스 존슨 총리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BBC를 비롯한 영국 언론에 따르면 수 그레이 내각부 제2차관은 25일(현지 시간) 2020~2021년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 관저와 정부 청사에서 벌어진 각종 파티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와 영국 언론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2020년 11월 13일 공보국장 송별 파티에 참석해서 술잔을 들어 건배를 했다. 당시 총리실 직원들은 총리가 직접 건배하는 것을 보고 봉쇄 기간임에도 파티가 승인됐기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역시 코로나19 봉쇄 기간이던 같은 해 6월 18일 총리실 직원 송별회는 새벽까지 파티가 이어졌다. 저녁부터 총리 관저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파티는 길어졌고 참석자들은 관저 옆 건물인 내각부 장관실의 대기실에서 이튿날 오전 3시까지 술을 마셨다. 이날 파티에는 노래방 기계가 설치돼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듯 노래를 불렀고 과음한 일부 참석자는 토하고 서로 싸우는 등 추태를 보였다. 2020년 12월 18일 총리실 공보실 송년 파티는 너무 시끄러워서 다른 직원이 근무하기가 어려웠을 정도였으며 비상경보가 실수로 작동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16일에도 총리 관저에서 송별파티가 두 번 열려 참석자 수십 명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술을 마셨다. 건물 관리인이 “문 닫을 시간이다. 그만 가 달라”고 하자 참석자들은 술병을 들고 총리 관저 정원을 이튿날 오전 4시까지 오갔다. 그날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남편 필립공 장례식 전날이었다. 보고서는 “전 총리 수석비서 마틴 레이널즈는 지인들에게 ‘(봉쇄 기간) 파티를 열었는데 걸리지 않았다. 잘 피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며 “총리 보좌진은 봉쇄 기간 파티를 벌이면서 보안, 청소 직원들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25일 의회에 출석한 존슨 총리는 보고서 내용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보고서 내용 일부는 새로운 것인데 내가 참석하지 않은 파티에서 벌어진 일들이어서 놀랐다”며 “(내) 감독 하에 벌어진 일에 전적으로 (내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사임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6월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 참석 건으로 부인 및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과 함께 각각 50파운드 범칙금을 부과 받아 현직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벌금을 물게 됐다. 그레이 2차관은 “봉쇄 기간 정부 핵심부에서 벌어진 일들에 많은 영국인이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기준 미달이라고 보고서에서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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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숭이두창’ 전유럽 확산 조짐… 獨, 21일간 격리 권고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24일 ‘원숭이두창’의 첫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유럽연합(EU)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수도 빈의 35세 남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체코 정부도 같은 날 수도 프라하의 남성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남성은 이달 초 벨기에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다녀온 후 증상을 보여 집단감염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슬로베니아에서도 스페인 카나리아제도를 여행한 후 귀국한 남성이 첫 감염자가 됐다. 전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현재까지 5명의 감염자를 보유한 독일 정부는 이날 감염자, 밀접 접촉자 모두에게 최소 21일간 격리를 권고했다. 원숭이두창 백신인 ‘임바넥스’ 4만 회분도 주문했다. 3명의 감염자가 나온 프랑스 역시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 및 의료진에게도 백신을 맞히기로 했다. 70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영국 보건당국은 감염자의 가족이나 접촉자에게 3주간 자가격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선 이날 서아프리카에서 입국한 29세 여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 UAE에는 사실상 중동의 관문 격인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있어 UAE를 통해 전 중동에 원숭이두창이 퍼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4일 기준 전 세계 19개국에서 237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및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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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침공 90일째… 돈바스, 2차대전 후 최대 격전 중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90일째로 장기화되면서 24일(현지 시간)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동부 돈바스 지역을 둘러싼 전투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의 돈바스 공격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전개된 최대 규모 공격”이라며 서방에 장거리포와 탱크 등 추가 무기 지원을 촉구했다. ● 돈바스 전투 본격화…2차대전 후 최대 규모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4일 동부 돈바스 내 루한스크와 도네츠크 일대에 전투기, 다연장 로켓포, 미사일 등을 동원해 총공세를 폈다. 특히 도네츠크 내 거점인 리시찬스크와 바흐무트, 루한스크의 주요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를 포위하는 등 공격 수위를 높였다.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하는 것은 물론, 이들 지역 근처로 우크라이나군 주요 보급로가 통과하고 있어 군수 보급로 등 서방의 지원을 차단하려는 목적에서다. 영국 국방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세베로도네츠크 지역을 빼앗기면 중요 보급로와 서방 지원을 끊기고, 루한스크 전체가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참호를 이용한 버티기 작전에 돌입했다. 올렉산드르 모투자니크 우크라이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 작전이 가장 활발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동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가 우크라이나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이날 민간인 14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했다고 우크라이나군은 발표했다. 또 돈바스 내 우크라이나 군부대의 탄약, 연료 등이 점차 떨어져 사기도 저하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내 러시아군의 공세에 맞서 미군에서 공수받은 신무기를 전면 배치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탱크를 공격하는 핵심 무기로 미국이 지원한 ‘재블린 대전차미사일’을 주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사거리가 짧아 평지가 많은 돈바스에서는 효과를 발휘하게 어렵다. 이에 따라 사거리가 길고 화력이 보다 강한 M777 곡사포, 최첨단 무기인 자폭 드론 ‘스위치블레이드’를 집중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두 무기 모두 미군의 지원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도입됐다.● 마리우폴 건물 잔해에서 시신 200구 발견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민간인 희생자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가 장악한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고층 건물 잔해에서 20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인 페트로 안드리우시첸코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시신들은 건물 지하실에서 부패가 진행된 상태“라며 러시아군이 집단 학살 후 은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세계적 식량 위기도 가속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농업 수출 대국이다. 농경지 면적이 약 42만 km²로 한반도(약 22만 km²)의 2배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의 10% 이상을 생산하는 세계 5위 수출국이다. 보리는 전 세계 생산량의 12%, 옥수수는 15%를 생산해 수출량이 각각 세계 3위와 4위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 밀, 옥수수 등 곡물은 흑해를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된다. 그러나 남부 오데사, 마리우폴 등 흑해 일대 주요 항구도시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특히 러시아군이 항구를 봉쇄하면서 해외 수출을 위한 공급망이 붕괴됐다.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위한 공급망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대표는 이날 스위스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인정을 베풀어 우크라이나 항구 봉쇄를 해제함으로써 전 세계 어린이들이 기아에 빠지는 것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 세계 3억2500만 명이 기아에 직면했다. 43개국의 4900만 명이 굶는 등 전 세계는 식량 위기“라고 강조했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옌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도 이날 다보스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식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트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도 이날 전화 회담을 통해 러시아의 봉쇄로 수출이 막힌 우크라이나 곡물을 반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시한에 ¤기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내 나치즘을 완전히 추방할 때 까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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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 “원숭이두창 감염자-접촉자 3주 격리 권고”…유럽 확산 가능성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등 유럽 주요국에서 24일 ‘원숭이 두창’의 첫 감염자가 확인되면서 유럽연합(EU)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중동 아랍에미리트(UAE)에서도 첫 감염 사례가 확인되는 등 원숭이 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수도 빈의 35세 남성이 원숭이 두창에 감염됐다고 발표했다. 체코 정부도 같은 날 수도 프라하의 남성이 감염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남성은 이달 초 벨기에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다녀온 후 증상을 보여 집단감염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슬로베니아에서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를 여행한 후 귀국한 남성이 첫 감염자가 됐다. 전 유럽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현재까지 5명의 감염자를 보유한 독일 정부는 이날 감염자, 밀접 접촉자 모두에게 최소 21일간 격리를 권고했다. 원숭이두창 백신인 ‘임바넥스’ 4만 회분도 주문했다. 3명의 감염자가 나온 프랑스 역시 감염자와 접촉한 사람 및 의료진에게도 백신을 맞히기로 했다. 70명 감염자가 발생한 영국 보건당국은 감염자의 가족이나 접촉자에게 3주간 자가격리를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UAE에선 이날 서아프리카에서 입국한 29세 여성이 원숭이두창에 감염됐다. UAE에는 사실상 중동의 관문 격인 두바이와 아부다비가 있어 UAE를 통해 전 중동에 원숭이 두창이 퍼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보건기구는(WHO)는 24일 기준 전 세계 19개국에서 237건의 원숭이두창 확진 및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다만 원숭이두창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며 과민 반응을 경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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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침공한 조국 부끄럽다”… 러 외교관 사임

    20년 경력의 러시아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41·사진)가 조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23일 전격 사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상황에서 얼굴이 알려진 외교관이 공개적인 비판 성명을 내고 사직한 것은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이 상당함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영국 텔레그래프 또한 두 달 전 해외 암살단이 푸틴 대통령의 암살을 시도했지만 러시아 당국이 이를 무력화했다고 보도하는 등 러시아 안팎의 분열이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제네바의 러시아대표부에 근무하는 군축 전문가 본다레프는 이날 성명을 내고 “외교관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2월 24일만큼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상급자에게 수차례 우려를 제기했지만 ‘파문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다른 러시아 외교관도 나서 주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기소되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그는 “받아주는 나라가 있다면 망명하겠다”며 러시아로 돌아가지 않을 뜻을 밝혔다. 제네바 주재 각국 외교관은 그를 ‘영웅’으로 칭송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러시아 보이콧도 이어졌다. 2007년 러시아에서 첫 매장을 연 후 현재 130개 매장을 운영하는 미국 커피체인 스타벅스는 23일 철수를 결정했다. 앞서 미 맥도널드도 18일 러시아 철수를 밝혔다. 미 군사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지는 3월 30일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당시 러시아는 2014년 강제병합한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영토 63만 km² 중 27%(17만 km²)를 장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이 수도 키이우 일대, 북부 체르노빌, 동부 하르키우 등을 속속 탈환하자 점령지가 대폭 줄었다. 23일 우크라이나 법원은 민간인을 사살한 혐의로 첫 전쟁범죄 재판 대상자가 된 러시아군 하사 바딤 시시마린(21)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2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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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침공한 조국 부끄럽다”…‘20년 베테랑’ 러 외교관 사임

    20년 경력 러시아 외교관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사임했다. 스위스 제네바 러시아대표부 외교관 보리스 본다레프(41)는 23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외교관 경력 20년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만큼 내 조국이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다. 공직자로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AP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전 목소리를 탄압하는 상황에서 외교관이 비난 성명을 내고 사직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본다레프는 “상급자에게 (전쟁) 우려를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파문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있으라’는 말만 들었다”며 “이번 전쟁을 기획한 사람들은 영원히 권좌에 머물며 무제한 권력과 면책을 누리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푸틴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다. 군비(軍備)통제 및 확산 전문가로 캄보디아 몽골 등을 거쳐 2019년 제네바 군축회의 러시아 대표로 일해온 그는 “다른 러시아 외교관도 나처럼 나서주길 바란다. 그러나 내가 기소되면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네바 각국 외교관들은 그를 “영웅”이라고 한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기업의 러시아 보이콧도 이어졌다. 2007년 모스크바에 첫 매장을 연 후 130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이날 철수를 결정했다. 맥도날드도 18일 러시아 사업 매각을 발표했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강화될 전망이다. 23일 미국 주도로 47개국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방어 자문 회의’ 2차 화상 회의에서 덴마크는 대함(對艦) 미사일, 체코는 공격용 헬기 등 20개국이 새로운 지원 방안을 밝혔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확장한 한국이 이 회의에 참여했다. 한국의 지원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이날 수도 키우이 서부의 우크라이나 군수(軍需) 보급로를 공격했다. 미 정부는 키이우 미국대사관 보호를 위해 특수작전부대(SOF)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CNN은 “우크라이나 영토에 미군이 진입하면 러시아와의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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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요격 불가 ‘악마 ICBM’ 늦가을 실전배치”

    러시아가 ‘악마의 미사일’로 불리는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마트’를 늦가을에는 실전에 배치할 것이며 타국의 방공 체계로는 사르마트의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핀란드와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공식화 및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항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스푸트니크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카라카예프 러시아 전략미사일군 사령관은 22일 “현재 사르마트 미사일을 요격할 방공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에도 없을 것”이라며 “북극, 남극, 우주 등 발사궤도를 다양화할 수 있어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 또한 “사르마트 시험 발사를 올해 내내 진행할 것”이라며 “늦가을에는 실전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20일 처음으로 사르마트를 시험 발사했고 로스코스모스는 올해 46기의 사르마트를 생산할 계획이다. 최대 사거리가 1만8000km인 사르마트는 핵탄두를 비롯해 메가톤(TNT 100만 t)급 다탄두(MIRV)를 15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2000배 위력이다. 단 1발로 프랑스 전체(54만 km²)를 초토화시킬 수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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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군인, 첫 전범재판서 “명령따라 민간인 사살”

    18일 우크라이나 법원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처음으로 민간인 학살 등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육군 하사 바딤 시시마린(21·사진)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시시마린은 침공 나흘 후인 2월 28일 북동부 수미주에서 비무장의 62세 민간인 남성 올렉산드르 셸리포우 씨를 AK-74 소총으로 사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발포 자체는 자신의 판단이 아닌 상급자의 명령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유리로 둘러싸인 피고석에 앉은 시시마린은 시종일관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에 임했다. 범행 당시 그는 다른 부대원 4명과 함께 탑승한 탱크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아 부서지자 인근 자동차를 훔쳐 탔다. 셸리포우 씨가 이를 목격하자 자신들의 위치가 노출될 수 있다고 판단해 총격을 가했다. 시시마린은 “위치가 노출된 사실을 상관에게 보고했고 ‘사살하라’는 명령을 받아 이에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검찰은 그를 국제법이 아닌 국내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살인, 전쟁범죄 사전모의 등 적용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종신형이 선고될 수 있다. 이번 재판을 시작으로 19일부터는 수도 키이우 인근 브로바리, 북동부 하르키우 등에서 자행된 민간인 성폭행 및 집단 학살에 관한 재판이 연달아 열린다. 이리나 베네딕토바 검찰총장은 “현재 조사 중인 러시아군의 전쟁범죄는 1만1000건 이상”이라며 이미 50여 명의 러시아군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국제형사재판소(ICC) 또한 러시아군의 집단 학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공권력을 동원할 수 없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재판대에 세우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BBC 등이 전했다.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모두 장기전을 준비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8월 23일까지 3개월간 계엄령을 연장한다”며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또한 남부 헤르손 등 점령지에 요새를 건설하며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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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이틀간 10여발 미사일 공격… 언제 또 날아올지 몰라 공포”

    “킴(Kim). 여기는 웬만하면 안 들어가고 싶다.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 17일 오후 4시경(현지 시간), ‘야보리우(Яворiв)’라고 적힌 커다란 조형물이 보이자 운전석의 우크라이나인 유리이 씨가 말했다. 기자가 “일단 가보자”며 재촉하자 낙천적이던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군사기지가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에 들어서자 13일부터 기자가 취재한 르비우주 다른 곳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주요 도로는 차가 없어 텅 비었다. 아스팔트 곳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여파인지 움푹 패어 운전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만난 군인들과 달리 이곳 군인들은 전장이 아닌 시내에서도 실탄 탄창을 꽂은 AK-47 소총을 들고 다녔다. 조금만 거동이 수상쩍으면 매섭게 쳐다보며 다가왔다. 차에서 내려서도 사진을 찍기 힘들었다. 군사기지 취재를 시도하자 군인들이 저지했다.○ “반역자” 소문에 무장 군인들 거리 감시 르비우시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야보리우에 15, 17일 러시아군 미사일이 10발 넘게 떨어졌다. 이곳은 폴란드 제슈프의 미군기지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지원한 무기가 보급되는 경로다. 서방의 무기는 야보리우에 있는 군사기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역으로 공급된다. 우크라이나군을 도우려는 국제의용군도 이곳에 집결한다. 러시아는 이런 이유로 대도시 르비우 대신 소도시 야보리우 군사기지에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군이 집중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가한 지역을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 들어갔다. “언제 다시 미사일이 하늘에서 떨어질지 모릅니다. 하루하루 무사하길 기도할 뿐이에요.” 이날 야보리우 중심가에서 만난 시민 마리야 씨의 말이다. 시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한 시민은 “오늘 새벽에도 엄청난 폭발음이 두 번이나 들렸다”며 불안에 떨었다. 철도 노선 일부도 손상되고 일부 주택과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야보리우가 속한 르비우주의 막심 코지츠키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야보리우에 쏟아진 미사일 숫자는 주 내 어떤 도시보다 많다”며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야보리우 시민들은 당장 보호소로 대피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양일간 쏜 미사일 11, 12발 가운데 5발은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공망에 의해 공중에서 격추됐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파편들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언제든 내 집 지붕 위로 미사일 조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극심한 공포를 호소했다. 연이은 미사일 공격으로 민심도 흉흉해졌다. 일부 주민은 ‘곳곳에 군사 시설 정보 등을 러시아군에 넘기는 반역자가 있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폴란드서도 미사일 공포 가중 이날 기자는 야보리우 인근의 셰히니, 부치우 등 우크라이나 국경 마을을 지나 폴란드로 넘어왔다. 폴란드 남동부 도시 프셰미실, 야로스와프 등에서도 최근 부쩍 잦아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이 폴란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상당했다. 프셰미실 시민 카페르 씨는 “폴란드는 나토 회원국이지만 우크라이나 군수 지원에 가장 앞장서다 보니 러시아가 언제든 본보기로 미사일 공격을 가할 것 같아 걱정”이라고 했다. 야보리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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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우크라軍 아내들 “제철소 포기해선 안돼, 남편 살려달라” 눈물

    “남편이 당장 죽을지 몰라요. 제발 남편을 살려주세요.”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시민 카테리나 프로코펜코 씨(27)는 16일 밤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그의 남편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아조우연대 데니스 프로코펜코 사령관(연대장)은 러시아군이 점령한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러시아군과 ‘최후의 항전’을 벌여오면서 정부로부터 ‘국민 영웅’ 칭호를 받았다. 우크라이나군은 17일 성명에서 “마리우폴 수비대는 임무를 완수했다”며 “아조우스탈의 지휘관들은 대원들의 목숨을 지키라”고 명령했다. “마리우폴 수비대는 우리의 영웅이다. 역사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마리우폴을 포기하고 최후 항전지 아조우스탈의 아조우연대에 사실상 항복을 명령한 것이다. 성명은 제철소 내 부상 장병 265명이 러시아군 통제 지역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나왔다. 아조우연대는 이날까지 82일 동안 제철소에서 항전했다. BBC는 제철소 안에 최소 600명 이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수백 명의 부상자를 포함해 약 2000명의 군인이 남아 있다고 추산했다. ○ 우크라, 최후 항전지에 사실상 항복 명령아조우스탈 내 또 다른 대원의 아내 율리야 페도시우크 씨(29)는 “군인들이 하루에 물 1잔, 빵 1조각으로 수십 일째 버텨 왔다”며 “부상자가 많은 데다 의약품까지 동나 마취제 없이 수술을 할 정도”라고 제철소 내의 참혹한 상황을 전했다. 그는 “남편이 ‘매일 사람들이 죽어간다. 하늘에서는 폭탄 비가 쏟아지고, 바다에서는 러시아군 함선이 공격해 오고, 땅에는 러시아군 탱크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프로코펜코 씨는 “러시아는 ‘항복하면 살려 준다’고 하지 말고 조건 없이 군인들을 나가게 해 줘야 한다”고 했다. 페도시우크 씨 또한 “우리 정부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러시아와 협상을 벌여 남편을 탈출시켜 달라”고 했다. 두 사람은 아조우스탈 제철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남편을 살리기 위해 세계를 돌며 지원을 호소해 왔다. 11일에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도움을 요청했다. 두 사람은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본보 인터뷰에 응했다.○ 서부 르비우도 전사자 묻을 땅 부족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사망자를 묻을 공간마저 부족해지고 있다.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의 ‘이반 프란코’ 공원에는 이날 흙더미가 40개 이상 쌓여 있었다. 가까이 가 보니 임시 무덤이었다. 동부 돈바스 등 전국 전선에서 중상을 입은 병사들은 비교적 안전한 르비우로 이송된다. 이들이 치료 도중 사망하면서 공원 옆 공동묘지가 포화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 묘지는 약 42ha(약 12만7000평) 크기로 40만 명을 매장할 수 있다. 자녀와 함께 묘지를 찾은 엘리나 씨는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있으면 저 큰 공동묘지에 사망자를 묻을 곳이 부족하겠냐”며 탄식했다. 17일 새벽 기자는 두 번이나 등골이 서늘함을 느꼈다. 러시아군이 르비우 도심에서 47km 떨어진 야보리우 군사지대에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가하면서 공습경보가 2차례나 쩌렁쩌렁 울렸다. 기자가 거리로 나가 보려 하자 숙소 직원은 “목숨이 몇 개냐”며 일단 지하 주차장 내 미사일 대피소로 이동하라고 했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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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미사일 맞을라… 400년 된 ‘앉아있는 예수상’도 지하 대피

    “‘앉아 있는 예수상’은 숨겨 놓았습니다. 세계에 2개만 존재하거든요. 현재 정확한 소재는 몇 명 말고는 모릅니다.” 15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시 중심 대성당 광장에 있는 보임 예배당. 이 지역 건축가인 크리스티나 코라사 씨는 1615년에 지은 예배당 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예배당 꼭대기에는 원래 고뇌하며 앉아 있는 형상의 예수상(像)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군 포격을 피해 지하 어딘가로 옮겼다. 우크라이나 민족 정체성을 없애려는 러시아군이 고의로 주요 문화유산을 공격한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민들 “문화유산은 우리 영혼”우크라이나 서부 갈리치아-볼히니아 왕국(1199∼1349년) 때 생긴 르비우는 구(舊)시가지 120ha(약 36만 평) 전체가 199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그만큼 문화유산도 많다. 이날 기자가 찾은 아르메니아 대성당, 성안드레아 교회를 비롯한 주요 문화유적마다 포격이나 미사일 충격파를 막을 대형 철판이 둘러쳐져 있었다. 시청 일대 예수상, 마리아상, 포세이돈 조각 등 예술품, 18세기 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 기념탑 같은 조형문화재는 방화재와 완충재로 감싸고 철조망과 모래주머니를 둘렀다. 유물 17만여 점을 보관한 국립박물관도 문을 닫았다. 이호르 코잔 박물관장은 “(소장 유물은) 비밀리에 지하 은신처로 모두 옮겼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후원금도 모았다. 시민 데니스 씨는 “르비우는 우크라이나 민족운동 중심지이자 정신적, 문화적 수도다. 러시아 미사일이 우리 영혼인 문화를 부숴버릴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르비우 도심에서 약 47km 떨어진 야보리우 군사기지에 흑해에서 발사된 러시아 미사일 4발이 떨어졌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지원한 무기들이 르비우에 집결되면서 이를 노린 공격이 늘어났다. 시민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도 “문화유산만큼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굳다. 이날도 시민들은 시내 성안드레아 보호 장막 앞에 세운 십자가에 기도했다. 대학생 이라나 씨는 “문화재 전체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거나 숨기면 좋겠다”며 “건축물은 옮길 수도 없어 걱정”이라고 했다. 르비우시는 “파괴될 경우 복원을 위해 3차원(3D) 스캐닝, 정밀사진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의 ‘문화 말살 정책’ 의혹르비우뿐만 아니다. 수도 키이우 성소피아 대성당을 비롯해 남서부 체르니우치국립대, 남부 오데사 스트루베 천문대, 흑해 세바스토폴 고대 유적지 등 우크라이나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7곳이나 있다. 추가로 17곳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두고 있다. 러시아군은 집요하게 우크라이나 문화유산을 노린다. 6일 북부 하르키우시 국립문학기념관이 포격으로 파괴됐다. 러시아군은 남동부 마리우폴의 박물관에서 주요 문화재 수백 점을 약탈했다. 18세기 문화운동을 주도한 철학자 흐리호리 스코보로다 자택, 민속화가 마리야 프리마첸코 작품도 파괴 또는 훼손됐다. 동부 루한스크에서는 종교문화재 건물 7동이 무너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7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문화유산 200곳이 파괴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유산과 역사, 정체성을 지워버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1954년 헤이그 협약, 2017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따라 문화유산 공격 행위는 전쟁범죄다. 국제형사재판소(ICC)도 고의적인 문화재 파괴범에게는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라자르 엘룬두 아소모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국장은 “자국 문화가 사라질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유네스코 회원국 지위를 박탈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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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의 우크라 곡물수출 봉쇄, 전세계 식량위기 불러”

    “총을 들고 싸워야만 전쟁터가 아니에요. 우리에게는 논밭이 전장(battlefield)입니다.”1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스카 일대 농경지. 농부 안드리 씨와 올레흐 씨는 작은 삽을 쥐고 파종기가 지난 콩밭을 살폈다. 기자에게도 삽을 주며 “콩이 잘 심어졌는지 같이 점검하자. 전 세계 식량 위기가 심각하니 당신도 거들라”고 말했다.우크라이나는 작물이 잘 자라는 흑토가 국토의 40%가 넘어 세계 곡물 생산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표적 곡창지대다. 올레흐 씨는 “러시아 침공 이후 원유 공급이 어렵고 일손도 부족해져 농사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날도 일대에 공습경보가 울렸다. 러시아는 최근 르비우스카가 있는 르비우주(州)를 미사일 공격의 새 표적으로 삼고 있다. 그럼에도 안드리 씨는 농사를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농작물을 판 돈으로 무기를 사야 하는 상황입니다. 동포들이 전쟁터에서 죽어가고 있어요. 어떻게든 농사를 이어가는 게 내 사명입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이날 독일에서 회의를 연 뒤 “러시아가 흑해 항구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차단했다.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로 (세계에서) 수백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글로벌 식량위기를 경고했다.러, 우크라 곡물 2500만 t 수출 봉쇄… 식량 해외 공급망 붕괴 러, 흑해 항구 막아 곡물수출 차단“열심히 농사 지어도 러가 훔쳐가… 침공후엔 농사 못해 앞으로 더 문제”G7, 흑해 대신 육로수출 방안 논의 “선로 궤도 달라 운송 한계” 지적도세계銀 “3년간 식량가격 오를 것”… 러, 기자 숙소 인근 새벽 미사일 공격 14일(현지 시간) 오후 우크라이나 서부의 또 다른 농경지대인 홀로호리 일대. 맨손으로 양동이에 든 옥수수씨를 뿌리던 이반 씨가 분통을 터뜨렸다. “땀 흘려 키운 농작물로 동포들을 먹이고 전 세계에 수출도 해야 하는데…. 러시아가 우리의 곡식을 항구에서 훔쳐가고 있습니다.” 전직 군인 출신인 그는 아내, 아들과 함께 옥수수, 감자 농사로 생계를 이어왔다.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뒤 그는 농사를 멈추고 군대에 입대하려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당시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18∼60세 남성을 징집 대상자로 소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농업 인력의 군 입대는 막았다. 우크라이나의 곡물 생산과 수출을 유지하는 것이 전투 못지않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길이 막히고 올해 봄 생산이 크게 줄면서 전 세계에 앞으로 3년간 유례없는 식량위기가 찾아 올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러, 2500만 t 우크라 곡물 수출 차단”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 ‘세계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농업 수출 대국이다. 농경지 면적이 약 42만 km²로 한반도(약 22만 km²)의 2배다. 농경지의 41%는 작물이 잘 자라는 흑토다. 우크라이나인들은 흑토를 ‘초르노젬’이라 부른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의 10% 이상을 생산해 수출 세계 5위다. 보리는 전 세계의 12%, 옥수수는 15%를 생산해 각각 수출 세계 3위와 4위다. 특히 식용유로 쓰이는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생산의 절반가량(49.6%)을 담당해 세계 수출 1위다. 이날 서부 농경지를 취재한 기자는 곳곳에서 노란 물결의 장관을 목격했다. 카놀라유를 만드는 유채꽃밭도 곳곳에 가득했다. 2월 전쟁이 터지면서 곡물 운송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한 밀, 옥수수 등 곡물은 흑해를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된다. 남부 오데사, 마리우폴 등 흑해 일대 주요 항구도시에서 격전이 벌어지고, 특히 러시아군이 항구를 봉쇄하면서 해외 수출을 위한 공급망이 붕괴됐다. 이반 씨는 기자에게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러시아 놈들이 주요 항구를 봉쇄해 곡물 수출을 막고 우리 곡식을 훔쳐가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그는 “현재 저장된 곡물은 지난 분기 수확한 농작물”이라며 “침공이 시작된 뒤 농사를 이어가지 못해 앞으로 공급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은 13일 현재 우크라이나 항구에 러시아에 의해 봉쇄된 곡물이 무려 2500만 t에 달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곡물 창고를 파괴하고 수출을 차단하고 있다”며 “세계가 식량 부족 위기에 처했다. 시간이 지나면 더욱 끔찍해질 것”이라고 했다.○ G7, 우크라 곡물 육로 수송 긴급 논의G7 외교장관들은 당장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러시아가 차단한 흑해 대신 육로 등 다른 경로로 우크라이나 곡물을 수출하는 방안을 14일 긴급 논의했다. 우크라이나 서쪽 루마니아나 북쪽 발트해 항구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15일 글로벌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산 곡물이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공급되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곡물의 육로 운송은 우크라이나의 선로 궤도 간격이 약 1.5m로 유럽과 10cm가량 달라 국경 이동의 한계가 분명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지적했다.블룸버그통신은 올해 우크라이나 주요 곡물 생산량이 30~5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 세계 밥상 물가는 비상이 걸렸다. 세계은행은 “3년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을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15일 오전 2시간 간격으로 2차례 기자의 숙소가 있는 르비우시 전역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공습경보가 쩌렁쩌렁 울렸다. 일부 시민들은 지하벙커로 긴급 대피했다. 시에서 불과 47km 떨어진 르비우주 야보리우 군사시설을 러시아가 흑해에서 발사한 미사일 4발로 공격해 시설이 완전히 파괴됐기 때문이다. 미사일 공격 공포를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것이다.르비우스카=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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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나토무기 공급루트 르비우 주민들 “푸틴 핵공격 두렵다”

    “갑자기 꽝 소리가 나더니 지옥으로 변했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거점도시 르비우 외곽 셰우첸코 거리. 미사일 폭격을 맞은 일대 건물들은 무너져 내리거나 뼈대만 앙상히 남았다. 차량들은 전소된 채 심하게 파손돼 있었다. 이곳 주민 이반 씨는 열흘 전인 3일의 기억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창백한 얼굴의 그는 “한밤중에 날아온 러시아군의 미사일이 민간인 지역인 이곳을 뭉개버렸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는 우크라이나 국경검문소에서 도로와 철도망을 따라 르비우에 이르는 약 70km를 지나는 동안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처참하게 파괴된 철도, 물류창고, 발전소들을 잇따라 목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여행 금지 지역이지만 기자는 이날 한국 외교부가 발급한 ‘예외적 입국 허가서’를 받았다. 기자는 폴란드 동부 국경도시 제슈프와 프셰미실에서 출발해 르비우로 들어갔다. 이 170km의 루트가 바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무기 보급 경로다. 러시아를 고전하게 만든 대전차 자폭 드론 스위치 블레이드, 대전차 미사일 재블린 등 서방의 무기가 제슈프의 미군 기지를 출발해 우크라이나 서부 수송로로 이동한다. 인구 80만 명의 르비우는 이들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전선으로 공급하는 최대 집결지다. 이 때문에 르비우 일대가 최근 러시아 미사일 공격의 새로운 표적이 되기 시작했다. 3일 르비우 주요 발전시설 3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한때 시 전체 전기 공급이 끊겼다. 철도 시설 6곳도 파괴됐다. 지난달 18일 르비우의 군 기반 시설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7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서부의 교통·물류 요충지, 발전소 등이 러시아군의 새로운 작전 목표”라고 경고했다. 이날 르비우에서 50km 떨어진 마을 수도바 비시니아도 미사일 공격에 대한 공포가 감돌았다. 마을을 관통하는 철로를 오가는 화물열차들 사진을 찍자 역사 직원 4명이 곧바로 뛰쳐나와 소리를 질렀다. “찍지 말아요! 언론에 나오면 당장 오늘 밤에 러시아군 미사일이 날아옵니다. 당장 떠나요!” 이날 국경에서 르비우로 이어지는 도로엔 대형 물류트럭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무기 보급로 거점 지역 주민들은 “민간 지역을 가리지 않고 러시아군의 미사일 세례를 받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날 르비우에서 만난 시민들은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공포까지 느끼고 있었다. 로스티슬라프 씨는 “동부 돈바스와 북부 하르키우에서 러시아군을 퇴각시키고 있는 우리 군의 선전을 들으면 힘이 난다”면서도 “푸틴이 우리를 지원하는 서방의 무기 보급로를 공격하는 핵무기 버튼을 누를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르비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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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 “지체없이 나토가입” 발표… 러 “군사조치로 대응”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꼭 해야 했던 결정이에요. 다만 (러시아와의 군사 충돌이라는)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은 됩니다.” 핀란드 정부가 나토 가입 의사를 공식화한 12일(현지 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만난 시민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 가입의 결정적 이유”라고 했다. 다만 회사원 발테리 씨는 “러시아와 무작정 대립하기보다는 경제 교류는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핀란드의 사울리 니니스퇴 대통령과 산나 마린 총리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핀란드는 지체 없이 나토 가입을 신청해야 한다”며 “나토 가입으로 핀란드의 안보가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핀란드가 회원국으로서 나토 전체의 동맹을 강화해줄 것”이라며 “가입 결정을 위한 행정 절차가 며칠 내에 신속하게 처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스웨덴도 나토 가입이 확실시된다. 현지 언론은 스웨덴이 16일 나토에 가입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11일 “우리의 선택은 모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행동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니니스퇴 대통령은 이날 헬싱키를 방문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상호 안보협정을 맺었다. 협정엔 “상대국이 위기에 처하거나 공격당하면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은 스웨덴과도 같은 협정을 맺었다. 존슨 총리는 “영국의 육해공 전력을 두 국가에 배치할 것”이라며 “스웨덴, 핀란드 방위를 위한 핵전력 배치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나토 공식 가입 전 이미 영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하면서 핀란드와 스웨덴이 각각 74년간, 208년간 유지해온 군사적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셈이다. 핀란드는 1948년 소련과 우호협정을 맺은 뒤, 스웨덴은 1814년 이후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이어왔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침공 명분으로 삼은 러시아는 자국과 1340km 국경을 맞댄 핀란드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나토 가입을 공식화하면서 역풍을 맞았다. 현재 나토 동맹국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댄 지역은 러시아 전체 국경의 6%이지만 핀란드의 가입으로 2배로 늘어난다. 헬싱키 시민들은 12일 나토 가입 추진을 반기면서도 러시아와의 직접 군사 충돌을 우려했다. 이날 헬싱키 중심부인 원로원 광장에서 만난 시민 칼레 씨는 “나토 가입을 환영한다”며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피해 온 핀란드식 실용주의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핀란드 일간지 헬싱인 사노마트는 “1949년 나토에 가입하고도 자국 영토에 외국군 기지를 건설하지 않은 ‘노르웨이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는 논쟁이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의 안보 대격변은 불가피해졌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에 대한 위협”이라며 “군사, 기술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BBC는 “나토의 북유럽 확장이 이득인지, 위협인지 기로에 섰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도발로 주장하며 군사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1일 하원 청문회에서 “푸틴이 나토를 공격하면 상황을 완전히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확실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헬싱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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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역 해제 유럽, ‘롱코비드’ 몸살… 기업들 “일할 사람 못 찾겠다”[글로벌 현장을 가다]

    《9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중심가 콩코르드 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을 관통하는 지하철 8호선을 탔다. 객차 안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승객과 쓰지 않은 승객이 각각 절반 정도 있었다.》 맨얼굴인 대학생 루이즈 씨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유를 묻자 “식당, 카페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지 않았냐. 대중교통에서만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반면 회사원 르베르 씨는 “여전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많이 나온다. 주변에는 감염 후 심각한 후유증, 즉 ‘롱코비드(Long Covid)’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며 밀폐된 실내 공간에서는 마스크를 벗지 않겠다고 했다. 프랑스는 올해 3월 14일부터 대중교통을 제외한 식당, 카페 등 모든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의료 시설과 요양원을 제외하면 실내에서 코로나19 접종 증명서(백신 패스) 또한 지참할 필요가 없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6, 7월경에는 대중교통 내 마스크 의무화 해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 방역 완화 봇물 프랑스뿐 아니라 이탈리아도 이달 1일부터 백신 패스 제도를 폐지했다. 스페인 역시 의료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스웨덴, 폴란드, 헝가리 등도 비슷한 조치를 속속 단행했다. 특히 덴마크는 지난달 26일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또한 전면 중단했다. 81%에 달하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률, 신규 감염 감소, 입원율 안정화 등을 그 이유로 꼽으며 “코로나19가 통제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덴마크는 올해 2월 1일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처음으로 모든 방역 조치를 폐지하며 “코로나19를 더 이상 중대한 위협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유럽의 여행 수요 또한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프랑스 에어프랑스, 독일 루프트한자는 각각 5일 “항공권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브리티시에어를 소유한 IAG는 6일 “올해 2분기(4∼6월) 항공 수요가 2019년 수준의 약 80%를 회복할 것이며 올해 4분기(10∼12월)에는 이 수치가 90%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은 방역 해제가 지나치게 섣부른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파리15구 카페에서 만난 60대 시민 카트린 씨는 “오미크론을 넘어선 코로나19 신종 변이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고령층 입장에서는 완전한 방역 해제가 부담스럽다”고 했다. 프랑스 보건당국 또한 지난달 말 자국 내에서 신종 변이인 ‘BA.4’ 1건, ‘BA.5’ 2건이 새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6월 중순∼7월 초에 이들 새로운 변이의 유행이 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롱코비드’ 우려 고조 급격한 방역 완화를 우려하는 쪽은 특히 롱코비드를 문제 삼는다. 코로나19에서 완치된 후에도 피로, 호흡곤란, 가슴 통증, 인지장애 등 200여 개에 달하는 후유증을 겪는 현상을 뜻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으나 소량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완치 후에도 인체 내 폐, 기도 등에 남아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BBC는 “롱코비드는 원인을 찾아 치료하기 어려운 뇌척수염, 만성피로증후군(CFS) 등 유사한 점이 많다”고 평했다. 최근 파리국립병원연합이 968명의 코로나19 감염자를 분석한 결과, 이 중 10∼15%가 후유증을 겪었다고 밝혔다. 특히 입원 환자의 25%는 감염된 지 1년 후에야 회복됐다. 60%는 “코로나19 후유증이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룩셈부르크 정부 역시 코로나19 감염자 289명을 1년간 장기 추적한 결과, 59.5%가 최소 1년간 후유증을 겪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특히 이들의 평균 연령은 불과 40.2세로 나타났다. 고령층 감염자만 더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전 세대 확진자가 후유증을 고르게 겪는다는 뜻이다. 220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온 영국 정부 또한 3월 기준으로 롱코비드 증세를 겪는 국민이 최소 170만 명인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또한 전체 확진자 중 10∼30%가 롱코비드에 시달리고 있다고 봤다.코로나 후유증에 구인난 심화 롱코비드는 한 개인의 건강 상태를 넘어 사회 전체에도 상당한 비용을 야기한다. 특히 각국 경제가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나 정상화로 가는 과정에서 더 심각해진 구인난, 임금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상당하다. 최근 영국 런던 공공정책연구소(IPPR)에 따르면 약 150만 명의 영국인이 롱코비드 영향으로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다. 영국 저비용항공사 이지젯은 최근 항공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상당수 직원이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바람에 지난달에만 수십 편의 항공편을 취소해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적지 않은 기업들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이전보다 많은 급여를 지급하거나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각국은 속속 롱코비드 대책 또한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보건당국은 치료 인력은 물론 심리 전문가,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을 동원해 롱코비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영국 또한 2400만 파운드(약 390억 원)를 투입해 전국에 90여 곳의 롱코비드 클리닉을 설립했다. 증상 진단, 치료, 재활, 정신건강 상담 등의 서비스를 모두 제공한다. 이탈리아 또한 호흡기 관련 코로나19 후유증을 겪는 환자 치료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5600만 유로(약 756억 원)를 투입했다. 롱코비드 진료병원과 일반 병원의 연계도 확대했다. 스페인도 올해 3월 롱코비드 전문 병원을 최초로 개설했다. 노르웨이는 지역별로 최소 1개 이상의 롱코비드 진료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오스트리아에서는 롱코비드 증세를 겪은 1500여 명의 환자가 소셜미디어에 ‘롱코비드 유럽’이란 네트워크를 설립해 치료법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강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월 영국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사람은 1차 접종자보다 롱코비드를 겪을 확률이 50% 낮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영국의 일부 노조는 롱코비드 환자에게 일시 휴직 등을 가능케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중 4분의 1이 해고 등을 의식해 고용주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지 않았으며 롱코비드 환자 20명 중 1명 또한 퇴직 및 권고사직 등을 강요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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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토가입 앞두고 삼엄해진 핀란드 국경…“러에 왜 가냐” 질문 공세

    “왜 러시아 입국에 대해 꼬치꼬치 물어봤나?” 10일(현지 시간) 오후 러시아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 동부 접경도시 이마트라. 도심에서 약 6km 떨어진 국경검문소 앞에서 기자보다 머리 하나 정도 큰 국경수비대원 6명이 기자를 둘러싸고 질문을 퍼부었다. 1분 전 기자는 핀란드와 러시아를 오가는 차량이 주로 이용한다는 이곳 국경검문소 사무실에서 “러시아로 여행하고 싶다”며 어느 국경이 폐쇄됐는지 등을 물어봤다. 검문소 직원은 걸어서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는 일대 다른 검문소를 찾아봐 줬다. 그러나 기자가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국경수비대원들이 우르르 쫓아 나와 “신분증을 보자, 어디 머물고 있느냐, 원래 사는 곳은 어디냐”고 캐물었다.○ 핀란드 총리 “나토 가입 신청하려 한다”이들은 기자의 이름, 여권번호 등을 적고는 기자를 놔줬다. 그래도 의심이 남은 듯 이마트라 시내로 돌아가는 기자에게 한 대원이 길을 안내해 준다며 200m가량 따라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임박해 경비가 엄해진 것이냐”고 물어도 대원은 굳은 얼굴로 말이 없었다. 일본을 방문한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11일 도쿄대 강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따른 영향을 주시하면서 안전보장정책을 결정해 나토 가입 신청을 하려 한다”며 “나토의 억지력과 집단방위만큼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12일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나토 가입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마린 총리가 하루 앞서 나토 가입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로써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기정사실화됐다. 핀란드는 15일 대통령과 총리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에서 가입을 최종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러 관광객 사라진 국경도시이마트라는 러시아에서 불과 7km 떨어진 인구 2만6000명의 도시다. 동쪽으로 러시아와 총연장 1340km 국경을 맞댄 핀란드 도시 중 러시아와 가장 가깝다. 1948년 핀란드-소련 우호조약 체결 이후 도시가 발달했다. 유럽에서 4번째로 큰 사이마 호수가 있어 매년 러시아 관광객 약 200만 명이 찾아 3억 유로(약 4040억 원)를 쓰고 갔다.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 곳곳에 러시아어 안내문이 붙어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이마트라 중심가는 텅 비어 있었다. 러시아 관광객은커녕 핀란드 시민도 찾기 힘들었다. 숙박업을 하는 투오마스 씨는 “객실이 거의 비어 걱정이다. 코로나19 여파가 남은 데다 최근 냉랭해진 양국 정세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쇼핑가에는 영업하지 않거나 폐업한 상점도 보였다. 운송업을 하는 사미 씨는 “나토 가입이 현실화된 영향이 도시에 나타났다”며 “국가끼리 충돌하면 서민이 가장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러시아인에 대한 경계 심리 커져”이마트라에서 약 36km 떨어진 인구 7만 도시 라펜란타의 사정도 비슷했다. 킴모 야르바 시장은 핀란드 언론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의 모든 관계가 끊겼다”고 말했다. 핀란드와 러시아를 오가는 트럭 교통량은 3월 들어 2월보다 75% 감소했다. 로이터통신은 “한때 분주하던 국경도시들이 멈췄다. 양국 관계 변화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영업자 율라 씨는 “나토에 가입하는 건 좋지만 (나토에 내야 하는) 군사 분담금 때문에 세금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국 관계가 악화하면서 핀란드에서 러시아인을 경계하는 심리도 커졌다. 핀란드 국영방송 YLE에 따르면 보안정보국 수포(Supo) 조사 결과 나토 가입이 추진된 3월부터 러시아의 첩보활동과 사이버공격 위험이 커졌다. 수포는 “러시아가 핀란드 정치권과 여론에 영향을 끼치려 한다”며 “핀란드에 대한 첩보 활동을 비롯한 하이브리드 공격이 앞으로 수개월간 증가해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마트라=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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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남의 일 같지 않아” 핀란드 12일 나토 가입 발표

    “우크라이나 사태는 1939년 핀란드의 판박이예요.” 10일(현지 시간) 핀란드 수도 헬싱키 구시가지의 원로원 광장. 대통령궁이 있는 이곳은 쌀쌀한 날씨만큼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민 엘리아 씨(37)는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83년 전 러시아 침공을 받은 핀란드 역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의 군사 위협으로) 복잡한 상황이 될 수 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은 나토 가입에 대한 공식 입장을 12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침공 빌미로 삼은 러시아가 1948년 이후 74년간 군사적 비동맹 정책을 유지해 온 중립국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라는 역풍을 맞는 셈이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긴 사노마트는 “나토 가입이 불행한 결과(군사 충돌)를 낳는다 해도 반드시 지지해야 하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전했다.“소련에 땅 뺏긴 겨울전쟁 떠올라” 핀란드내 나토가입 찬성 확산 핀란드 수도 헬싱키 르포우크라戰뒤 중립 유지 정서 사라져 “러軍의 민간인 학살도 영향 미쳐좌파에서도 가입 반대 목소리 안내”12일 핀란드 나토 가입 발표 이어 스웨덴도 15일 가입 결정할 듯내달말 나토회의서 최종가입 확정… 러 “발트해에 핵무기 배치” 경고 “러시아로 가는 열차가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10일 핀란드 수도 헬싱키 중앙역의 텅 빈 9번 승강장에서 만난 시민 로라 라이네 씨는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종종 러시아로 여행을 갔지만 이제 다 추억이 됐다”고 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핀란드는 헬싱키와 약 380km 떨어진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는 노선을 3월 말 폐쇄했다. 이 역은 핀란드가 러시아 지배를 받던 시절인 1862년 건립됐다. 9번 승강장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오가는 기차가 정차하던 곳이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과거 러시아의 침략을 받았던 핀란드는 열차 노선 폐쇄에 그치지 않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결정까지 앞두고 있다.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이 12일 나토 가입 방침을 밝히면 외교안보정책 각료위원회가 개최돼 이르면 15일 나토 가입 신청이 최종 공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나 마린 총리도 14일 가입 찬성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1814년부터 200여 년간 어떤 동맹에도 참여하지 않은 중립국 스웨덴도 집권 사회민주당이 15일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중립 전통을 지켜온 두 국가의 연쇄 나토 가입이 이뤄지면 유럽 안보 지형에 대격변이 불가피하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 움직임에 핵 위협을 가해 온 러시아가 확전을 감행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 우크라 사태가 ‘겨울전쟁’ 악몽 되살려이날 기자가 헬싱키에서 만난 10여 명의 시민은 이구동성으로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았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자던 오랜 전통의 ‘노르딕 밸런스(Nordic Balance)’ 정서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숙박업소에 근무하는 제나 씨는 “과거처럼 중립국 지위를 유지하자는 반대 의견이 거의 사라졌다”고 했다. 보통 찬반이 반반씩 나오던 여론이 최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다음은 핀란드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저지른 민간인 학살 등이 나토 가입 찬성 여론을 대폭 증가시킨 원인이라고도 전했다. 의석수 200석인 핀란드 의회도 의원 122명이 나토 가입을 지지하고 있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그간 좌파 진영에서는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나토 가입에 부정적이었지만 이런 목소리도 사라졌다”고 전했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40년 소련의 침공을 받아 일명 ‘겨울전쟁’을 치렀다. 온 국민이 저항했지만 약소국의 한계가 뚜렷했다. 결국 영토의 11%를 뺏긴 후에야 휴전 협상을 맺었다. 1948년 옛 소련의 우호 조약을 체결한 후 나토 가입을 포기했다. 이런 기억이 생생한 장노년층은 “우크라이나 사태는 80여 년 전 핀란드의 판박이”라며 러시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핀란드 현지에서는 서구 일부에서 중립주의를 지칭할 때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는 대가로 자율성과 독립을 보장받은 탓에 ‘핀란드화’란 말을 굴욕으로 여긴다는 뜻이다.○ 망설이던 스웨덴도 나토 가입 예상니니스퇴 대통령은 17일경 스웨덴을 국빈 방문해 스웨덴 정부와 나토 동시 가입을 논의할 예정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하면 이미 가입한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북유럽 4개국이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된다. 스웨덴은 1814년부터 208년간 비동맹 및 중립주의를 지켜 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집권 사민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 보수당도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기정사실화한 데다 9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여야 모두 북유럽국 중 유일하게 나토 미가입으로 남기에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 로이터통신은 “사민당이 15일 나토 가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유력하다고 봤다. 양국이 나토 가입을 발표하면 다음 달 29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회의에 신청서가 제출된 후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최종 가입이 확정된다. 헬싱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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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서방이 영토 침략” 침공 정당화… 전승절 승리선언 못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자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승기념일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리(러시아) 영토를 침략하려는 서방의 준비가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11분간의 연설 내내 “서방의 공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전쟁 책임을 모두 서방에 돌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푸틴의 연설에 (서방 당국이 예상한) 중대 발표는 없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전면전) 선전포고도, (이를 위한) 국민 총동원령도, 핵무기 사용 위협도 없었다”며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승리했다는 선언에 따른 긴장 완화 신호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열병식 뒤 돈바스 전투에서 사망한 대대장의 아버지를 만나 “모든 계획은 이행될 것이고 한 치의 의심 없이 성과를 얻을 것”이라고 했다. 목표 달성 때까지 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승리로 가는 길은 어렵지만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서방의 대규모 무기 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군과 고전 속 공세를 강화하는 러시아군 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푸틴 연설에 英 “약간 절망한 기색” 이날 열병식 행사장에 들어선 푸틴 대통령은 2차대전 참전용사들과 악수를 할 때나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 때 미소를 잠깐 지은 것 외엔 대체로 어두운 표정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점령을 공언한 동부 돈바스 지역 승리 선언마저 나오지 않은 데는 러시아군 일부가 퇴각하거나 점령이 지연되는 등 고전하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돈바스의 도네츠크주, 루한스크주를 점령하려는 러시아의 공세 작전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를 한 번도 꺼내지 않은 채 러시아군이 “우리 영토에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군이 점령한 동남부 등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모든 병사와 장교의 죽음은 우리에게 고통스럽다”고 밝히며 사상자에 대한 보상을 약속했다. 사상자가 크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민심을 달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2만50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약간 절망한 기색이 보인다”며 “푸틴은 그가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고 있다”고 평가했다. ○ 러 “핵전쟁 시 나토국 30분 만에 파괴” 러시아는 1만 명 이상 군인이 참가해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열병식에서 등장이 예상됐던 핵전쟁 대비 공중 지휘통제기 ‘둠스데이’(최후의 날)를 선보이지 않았다. 러시아 대통령실 크렘린궁은 열병식에 앞서 기상 악화를 이유로 77대의 전투기를 동원한 에어쇼를 취소했다. 열병식을 생중계한 영국 텔레그래프는 “비가 오지도 않은 날씨를 보면 기상 악화라고 볼 수 없는 것 같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4 야르스’와 전술핵무기 탑재 이스칸데르 등은 열병식에 등장시켰다. 이날 미국 폭스뉴스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 사장은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은 30분 만에 파괴될 것”이라고 위협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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