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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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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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법원, 유일하게 생포된 2015년 파리 테러범에 종신형 선고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극장 등 파리 곳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를 벌여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33)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1981년 사형제를 폐지한 프랑스에서는 종신형이 법정 최고형이며 1994년 도입 이후 이번을 포함해 총 5차례만 선고됐다. 벨기에 태생의 모로코계 프랑스인인 그는 다른 9명의 테러범이 자폭하거나 사살된 것과 달리 현장에서 도주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지난달 29일 공판에서 압데슬람에게 테러, 살인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재판의 초기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눈물을 글썽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변호인만 330여 명에 달했고 사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증인으로 나서 프랑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판결 후 여론은 ‘정의가 실현됐다’와 ‘형이 가볍다’는 반응으로 완전히 갈렸다. 형이 가볍다고 주장하는 쪽은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무려 130명을 죽인 테러범이 60대에 다시 세상에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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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 극적 합의… 러 “핵 배치” 위협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오랫동안 중립을 지켜온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29, 30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공식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9일 트위터로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할 것”이라며 “이는 역사적 결정”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달 두 나라가 가입 의사를 밝힌 뒤 가입에 반대했던 나토 회원국 튀르키예(터키)는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28일 반대 의사를 전격 철회하고 찬성으로 돌아섰다. 다만 러시아는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 연안의 자국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유럽 안보지형 격변에 따른 ‘신(新)핵냉전’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마드리드에서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3국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스웨덴은 1814년부터 208년간, 러시아와 약 1100km의 국경을 맞댄 핀란드는 1948년 이후 74년간 군사 비동맹 및 중립주의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나토 가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최종 확정되면 발트해는 ‘나토의 내해(內海)’가 된다. 러시아를 제외한 발트해 연안 모든 국가가 나토 회원국이 돼 러시아를 포위한다는 의미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나토의 동진이 위협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역풍을 맞았다”고 진단했다.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이 확정되면 러시아는 이미 공언한 대로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 추가 배치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발트해 연안 국가인 리투아니아는 최근 자국 영토를 지나는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행 화물열차의 운송을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무기 반입이 가로막히면 양측의 군사 충돌이 발발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발트해를 비롯한 세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 터키 → 튀르키예 표기 변경 국호를 ‘튀르키예’로 바꿔 달라는 터키 정부의 요청을 유엔이 승인했습니다. 우리 외교부도 공식 표기를 ‘튀르키예’로 변경했습니다. 본보는 30일자부터 ‘튀르키예’로 표기합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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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90km 턱밑에 러 핵무기… 우리도 핵으로 맞서야 하나”

    “핵무기가 이곳에서 폭발하면 어떻게 합니까. 우리도 핵으로 맞서야 하는 거 아닙니까.” 21일(현지 시간)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리투아니아 국경 도시 니다에서 만난 로마 씨(40)는 “발트해가 신(新)냉전의 최전선이 되면서 국경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이곳에서 불과 90km 떨어진 칼리닌그라드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러시아는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주요 의제인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현실화되면 핵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28일 공개적으로 위협했다. 발트해로 이어지는 해안이 아름다운 인구 2000여 명의 소도시 니다는 휴양도시로 유명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가 핵위협 수위를 한층 높이면서 관광객이 끊겼다. 러시아는 지난달 4일 칼리닌그라드에서 핵탄두를 탑재한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시뮬레이션을 벌였다. 전동킥보드 대여업을 하는 지역 주민 노스 씨(21)는 22일 “예년에는 여름철 손님이 하루 100명이 넘었지만 오늘은 5명도 안 된다. 당장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곳에 누가 오려 하겠나”라고 했다. 러시아의 핵위협이 현실화되자 칼리닌그라드로 연결되는 국경검문소 도로 진입이 차단됐다. 나토 정상회의를 이틀 앞둔 27일 러시아는 핵공격 능력을 과시했다. 이날 핵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Tu-22M3에서 발사한 순항미사일로 1000명의 시민이 몰려 있던 우크라이나 중부 크레멘추크시 쇼핑센터를 공격해 최소 18명이 사망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 발트해와 동유럽 일대에서 러시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을 현재 4만 명 규모에서 7.5배 이상 늘어난 “30만 명 이상으로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노골적 핵위협이 핵전쟁 문턱을 낮춰 핵공포를 확산시키고 나토가 병력·군비 증강으로 맞서는 ‘신(新)핵냉전’ 시대가 온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핵무기와 군비 지출을 억제하던 탈냉전 시대에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토군 훈련 잦아진 리투아니아… 시민들 “현대판 서베를린” 불안감 [오늘 나토 정상회의]‘핵전쟁 공포’ 리투아니아 르포푸틴측 “스웨덴-핀란드 나토 가입땐 두 나라 턱밑에 핵탑재 미사일 배치”주민들 “러의 다음 타깃은 발트해” 리투아니아, 미군 영구 주둔 요구나토, 동유럽 병력 8배로 증강 발표… 러 “크림반도 침범땐 3차 대전” “괜히 힘 빼지 말고 돌아가십시오. 지금 탱크 오가는 거 안 보입니까?” 20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약 48km 떨어진 소도시 파브라데. 탱크와 장갑차 4대가 지난해 8월 운영을 시작한 군사시설 헤르쿠스 실전훈련 캠프에 연이어 진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이 훈련을 벌이는 곳이다. 캠프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리투아니아군 디아노스 씨는 기자에게 “요즘처럼 긴장이 고조된 시기에 (나토군과 함께) 훈련하는 장소를 공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러시아는 최근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거쳐 발트해 연안 러시아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열차의 운송 제한 조치를 내리자 군사 보복을 경고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발트해 연안에 나토군 소속 미군의 영구 주둔을 요구하고 나섰다. ○ 리투아니아, 연일 나토군과 연합훈련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9,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주요 의제인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현실화되면 “두 국가의 턱밑(발트해)에 (핵 탑재) 이스칸데르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28일 위협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핵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보지만 러시아는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이번엔 대놓고 핵미사일 배치를 경고했다. 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발트해 연안은 ‘신(新)핵냉전’의 최전선이 됐다. 군사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서 리투아니아에서 나토군과 연합훈련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자가 만난 빌뉴스 시민들은 최근 수도권 일대에서 군 훈련이 잦아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리투아니아 정부가 10∼12일 “갑작스러운 미사일, 전투기 소리에 놀라지 말 것. 나토군 훈련 중”이란 ‘훈련 고지 문자’를 재난경보처럼 수도권 시민들에게 전송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은 “칼리닌그라드와 친(親)러시아 국가 벨라루스 사이에 끼어 있는 리투아니아는 현대판 서베를린”이라고 했다. 냉전 기간 소련이 통제하는 동독에 둘러싸여 서방의 최전선 역할을 한 서베를린과 지정학적 의미가 같다는 뜻이다. 5세 딸을 둔 다이와 씨는 “러시아의 다음 타깃이 발트국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러의 다음 타깃은 발트해”나토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확정될 경우 러시아를 제외한 발트해 연안 8개 국가가 모두 나토 소속 국가가 된다. 발트해가 ‘나토의 내해(內海)’가 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이에) 푸틴 대통령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려 하면 발트 연안 국가들 침공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서방은 나토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군사 개입을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러시아가 발트해 국가들에 군사 도발을 벌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28일 “나토가 (러시아가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침범하면 3차 대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는 즉각적 위협”이라며 “발트해를 비롯해 동유럽 일대에 러시아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병력을 30만 명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미 NBC 방송은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리투아니아 등 발트해 연안 3국과 폴란드의 미군 주둔 규모를 확장하는 계획을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나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유럽 일대에 병력 4만2000명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병력을 7.5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선언한 것. 2024년까지 나토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19개국이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는 나토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9개국에 불과하다. 러시아의 핵위협이 나토의 군비 증강 본격화로 이어진 것이다.니다·빌뉴스·파브라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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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식량수확 줄고 소 폐사… 佛선 전기가격 일주일새 64% 폭등

    미국 켄터키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는 조지프 시스크 씨는 23일(현지 시간) 회색 반점이 곳곳에 핀 옥수수 이파리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얼룩진 이파리는 가뭄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그는 더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농장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한 지역 매체는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농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미국 농가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장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올 1월 1부셸당 5.87달러에서 이달 16일 7.88달러로 34% 올랐다. ○ 곡물 수확 급감, 소들 폐사…식품 물가 올라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예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가루, 빵, 파스타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캔자스주의 한 목장에서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소 2000여 마리가 폐사해 약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부 테네시주에서 목축업을 하는 브라이언 플라워스 씨는 소들이 폭염 스트레스로 우유가 적게 나온다며 “우유 매출이 이전보다 하루 400달러(약 52만 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FFPI)는 곡물, 육류 등 55개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데 지난달 지수가 157.4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98.1이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며 125.7로 올랐는데,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겹쳐 또다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는 섬유, 가구, 인조 고무, 화장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식량 위기는 일반 공산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 파리 시민들 에어컨 쐬러 ‘미술관 피신’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던 18일 시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실내 관광지로 피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47∼1989년 사이 42년간 9번의 폭염이 발생했는데 1989∼2019년 사이 30년간에는 무려 32차례의 폭염이 있었다”며 “이제 파리는 에어컨 없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최근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80유로(약 52만 원)를 넘어서며 일주일 새 64% 넘게 올랐다.○ 냉방기기 가동 여력 있느냐가 생사 좌우저소득층과 저개발국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50도를 넘었다. 남부 바스라는 45도에 달했다. 이 지역 인구 상당수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없이 부채 등으로 버티고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폭염에 정전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낮아져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서부 지역 15개 주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MISO는 이 중 11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이달 초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수천 명이 40도가 넘는 더위를 길거리에서 견디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폭염 사망자 339명 중 최소 130명이 노숙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공의료·재난센터의 데이비드 아이젠먼 국장은 “더위 때문에 하루에 16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NBC 뉴스는 “냉방기기를 살 수 있느냐, 또 가동할 돈이 있느냐는 이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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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박 3만2000원” 폭염에 물가 ‘비상’…美선 식량수확 줄고 소 폐사

    한국도 이른 폭염에 노숙인 등 취약 계층과 서민들의 피해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열사병 환자가 6월부터 폭증하는 것은 물론 폭염이 불러일으킨 물가상승이 서민 가계를 옥죄면서 ‘복합 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올여름은 예년보다 더울 것으로 보여 정부와 지자체의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 폭염에 77% 늘어난 온열질환자노숙인 등에게 무료급식과 임시 거주공간을 제공하는 경기 안양시 ‘유쾌한공동체’에는 최근 주거지원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 낮 최고기온 35도에 이르는 폭염을 견디다 못해 도움을 호소하는 이들이다. 이 단체는 이들을 위해 16일부터 온라인 모금을 시작했다. 무더위 쉼터 운영 등에 필요한 750만 원을 모으는 게 목표다. 하지만 24일까지 2만 원을 모았다. 윤유정 유쾌한공동체 사무국장은 “이대로 여름을 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찍 찾아온 폭염으로 건강에 ‘직격탄’을 맞는 건 취약계층과 서민들이다. 폭염경보에도 작업을 멈출 수 없는 실외 근로자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는 163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92명) 대비 77.2% 급증했다. 장마도 더위를 식히기 역부족이다. 기상청은 올해 ‘폭염, 폭우, 다시 폭염’이 이어지는 여름을 예보했다. 20일 경북 경산시, 구미시, 의성군에는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지난해 대구시 등에 발효됐던 폭염경보(7월 11일)보다 20일이나 빠르다. 대구시는 이미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 등에게 3개월 동안 매일 얼음 생수 1병과 선풍기, 보양식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8월까지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상청은 올 7, 8월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을 50%, 비슷할 확률을 30%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 바렌츠해의 빙하와 티베트고원의 눈이 녹아 발생한 고기압이 한반도의 여름 기온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뭄에 폭염까지 밥상 물가 ‘비상’가뭄에 폭염까지 겹치면서 밥상 물가도 비상등이 켜졌다. 채소류 가격은 줄줄이 급등세다.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24일 감자 가격은 100g당 590원으로 전년 동기(390원) 대비 51.3% 올랐다. 같은 기간 배추(1통)는 2480원에서 3890원으로, 깻잎(100g)은 1580원에서 219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와 과일 가격이 오르자 시민들은 강제 ‘긴축생활’을 하고 있다. 서울의 50대 주부 박모 씨는 “동네 과일가게에서 수박을 두드려 보다 한 통에 3만2000원 가격표를 보고서 그냥 나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세 등이 겹치면서 이달 물가 상승률이 6%를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식품과 생활용품을 기부 받아 결식아동과 홀몸노인 등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푸드뱅크도 물가 상승의 타격을 받았다. 최근 밀가루 값이 오르면서 라면 비축분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 강훈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푸드뱅크사업단장은 “무더위가 지속되면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은 기부가 더 어려워진다”며 “운영난을 호소하는 지역조직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美, 식량수확 줄고 소 폐사… 佛선 전기가격 일주일새 64% 폭등 [복합위기속 폭염 덮친 지구촌-해외] 미국 켄터키주에서 옥수수 농장을 하는 조지프 시스크 씨는 23일(현지 시간) 회색 반점이 곳곳에 핀 옥수수 이파리를 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 얼룩진 이파리는 가뭄이 너무 오래 이어지고 있다는 경고”라고 했다. 그는 더운 공기로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며 “제발 비가 오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고 했다. 농장이 밀집한 이 지역의 올해 강수량은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켄터키주의 한 지역 매체는 “한 달간 이어지고 있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염’이 농부들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전했다. 폭염과 가뭄이 불러온 미국 농가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악화로 이어질 조짐이다. 당장 미국 옥수수 선물가격은 올 1월 1부셸당 5.87달러에서 이달 16일 7.88달러로 34% 올랐다. ○ 곡물 수확 급감, 소들 폐사…식품 물가 올라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밀 생산지인 캔자스주는 폭염과 가뭄 때문에 올해 밀 생산량이 예년보다 3분의 1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밀가루, 빵, 파스타 등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캔자스주의 한 목장에서는 폭염에 스트레스를 받은 소 2000여 마리가 폐사해 약 400만 달러(약 52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중부 테네시주에서 목축업을 하는 브라이언 플라워스 씨는 소들이 폭염 스트레스로 우유가 적게 나온다며 “우유 매출이 이전보다 하루 400달러(약 52만 원) 정도 줄었다”고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FFPI)는 곡물, 육류 등 55개 농식품의 가격 변화를 나타내는데 지난달 지수가 157.4까지 치솟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에 98.1이었던 이 지수는 지난해 공급망 위기가 더해지며 125.7로 올랐는데, 올해 글로벌 복합 위기까지 겹쳐 또다시 대폭 상승한 것이다. 옥수수는 섬유, 가구, 인조 고무, 화장품, 의약품 등 생필품의 원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식량 위기는 일반 공산품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많다. ○ 파리 시민들 에어컨 쐬러 ‘미술관 피신’유럽은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폭염까지 겹쳐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낮 기온이 37도를 넘어섰던 18일 시민들이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등 실내 관광지로 피신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프랑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폭염은 194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1947∼1989년 사이 42년간 9번의 폭염이 발생했는데 1989∼2019년 사이 30년간에는 무려 32차례의 폭염이 있었다”며 “이제 파리는 에어컨 없이 도저히 살 수 없는 도시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냉방용 전력 수요가 급증하자 프랑스의 최근 전기 도매가격은 MWh(메가와트시)당 380유로(약 52만 원)를 넘어서며 일주일 새 64% 넘게 올랐다.○ 냉방기기 가동 여력 있느냐가 생사 좌우저소득층과 저개발국 국민들은 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21일 AFP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의 일부 지역은 최근 기온이 50도를 넘었다. 남부 바스라는 45도에 달했다. 이 지역 인구 상당수는 집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에어컨 없이 부채 등으로 버티고 있다. 전력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추기 위해 발전소를 무리하게 가동할 경우 정전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폭염에 정전이 발생하면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선 극심한 가뭄으로 수력발전소의 수위가 낮아져 가동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중서부 지역 15개 주에서 전력망을 운영하는 업체인 MISO는 이 중 11개 주에서 정전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고 이달 초 밝혔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에서는 노숙인 수천 명이 40도가 넘는 더위를 길거리에서 견디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폭염 사망자 339명 중 최소 130명이 노숙인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공의료·재난센터의 데이비드 아이젠먼 국장은 “더위 때문에 하루에 16명이 사망한 적도 있다”고 했다. 미국 NBC 뉴스는 “냉방기기를 살 수 있느냐, 또 가동할 돈이 있느냐는 이제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문제가 됐다”고 전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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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우크라에 후보국 지위 부여… 푸틴, ‘브릭스 동맹’으로 맞불

    우크라이나가 2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EU 가입을 위한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았다. 26∼28일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29, 30일 양일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도 새로운 러시아 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이 발표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에 맞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을 규합해 독자 경제권을 만들 뜻을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미 달러의 기축통화 위치를 이용한 서방의 러시아 제재는 전 세계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푸틴 대통령을 두둔했다.○ 우크라이나, EU 가입 첫발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이날 EU 정상회의 공동성명 초안에는 ‘우크라이나와 몰도바 국민의 미래는 우리 안에 있을 것”이라며 두 나라에 EU 후보국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식 회원국의 전 단계인 ‘후보국’ 지위를 얻으려면 회원 가입 때와 마찬가지로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이 필요하며 최소 수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4일 만인 올해 2월 28일 EU 가입을 신청했다.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후보국이 된 것은 EU 전체가 우크라이나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후보국은 민주주의, 인권, 법치주의, 시장경제 등에 관한 EU의 가입 조건을 충족시켜야 해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G7 정상들은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및 러시아 제재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개최국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는 ‘마셜 플랜’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당시 조지 마셜 미 국무장관 주도로 폐허가 된 서유럽에 대대적인 원조를 아끼지 않아 서유럽 재건 및 옛 소련 견제에 성공했던 경험을 우크라이나에도 이식하겠다는 의미다. APF통신은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및 곡물 값 급등에 따른 대처 방안,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의 나토 가입 등이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두 정상회의에서 모두 화상 연설을 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 “러, 발트3국 전력망 차단 가능성”푸틴 대통령은 22일 화상으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서방이 퇴출시킨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 대응할 브릭스 차원의 자체 국제결제 체계를 만들자고 촉구했다. 브릭스 5개국이 인구 30억 명,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무역의 20%,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위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브릭스 회원국 협력과 단결을 통해 서방에 맞설 자체적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와 갈등이 폭발한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3국으로 가는 전기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경고도 등장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22일 로이터통신에 “러시아의 전력망 차단이 우려된다. 현재 대처 중”이라고 밝혔다. 3개국은 1991년 옛 소련 붕괴 후 독립했고 2004년 EU에 가입했지만 아직까지 전력망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날 “러시아가 침공하면 우리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발트3국에 주둔 중인 나토군은 총 3000여 명에 불과하므로 “최소 2만 명 이상의 병력을 발트3국에 각각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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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헬기, 나토 회원국 에스토니아 영공침범… 발트해 긴장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대한 유럽의 제재로 촉발된 러시아와 유럽의 갈등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발트해 주변국들로 번지며 군사적 충돌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자국을 거쳐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철도 화물에 이어 자동차 화물에까지 운송 제한 조치를 가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와 함께 발트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에서는 러시아 헬기가 영공을 무단 침범했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까지 위협하자 미국은 나토 집단 방위 규정을 거론하며 러시아에 경고장을 보냈다.○ 리투아니아 이어 에스토니아까지에스토니아 외교부는 21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러시아군 Mi-8 헬기가 18일 오후 에스토니아 영공을 허가 없이 2분간 비행했다. 용납할 수 없는 매우 심각하고 유감스러운 사건”이라고 밝혔다. Mi-8 헬기는 옛 소련이 개발한 중형 수송헬기로 승무원을 포함해 27명을 태울 수 있다. 에스토니아 외교부는 “러시아는 이웃나라 위협을 중단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대가가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하며 러시아 대사를 불러 항의했다. 1991년 옛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한 에스토니아는 2004년 나토에 가입했다. 영토 문제로 러시아와 갈등을 빚어 국민 사이에 반(反)러시아 감정이 높다. 1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스토니아를 비롯한 옛 소련 국가들을 마치 속국처럼 지칭하자 에스토니아 정부가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날 대러 제재 수위를 높였다. 러시아 본토에서 400km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석탄 금속 건설자재 시멘트 철강 사치품 등 유럽연합(EU) 제재 대상 화물의 자동차 운송을 제한한 것. 18일 철도 운송 제한에 이은 추가 조치다. 러시아는 ‘외딴 섬’처럼 떨어진 칼리닌그라드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리투아니아 영토를 거쳐 가는 내용의 협정을 2003년 EU와 맺었지만 사실상 EU가 이를 막은 것이다. 화물 운송이 차단되면서 이날 칼리닌그라드에서는 생필품 사재기가 벌어졌다. 러시아는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며 전날에 이어 발끈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에 화물 운송을 즉각 복원하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대응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이어 “긴장을 고조시키는 EU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불법적이고 전례 없는 조치”라면서 “며칠간 깊이 분석한 뒤 대응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리투아니아 국민에게 매우 심각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위협했다.○ 美 집단 방위 거론, 러시아에 ‘경고’미국은 리투아니아 등 나토 회원국들의 조치를 옹호하며 러시아를 겨냥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리투아니아 등의 조치를 환영한다면서 “나토와 리투아니아를 지지한다. 특히 나토 조항 5조에 대한 우리 약속은 철통같다”고 말했다. 5조는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으면 나토 전체가 공동 대응한다’고 돼 있다. 미국은 올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재까지 나토 비회원국인 우크라이나에 약 56억 달러(약 7조3000억 원) 규모의 군사적, 인도적 지원을 했다. 이런 후방 지원만으로도 ‘개전 보름 내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한다’는 러시아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넉 달째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과 군사적 충돌을 벌여 미국이 직접 개입하게 된다면 러시아가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이은택 기자 nabi@donga.com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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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제2 화약고’ 리투아니아… 러行 화물운송 막자, 러는 보복 경고

    “거기(러시아) 가는 표는 없습니다.” 21일 오전 8시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구시가지 인근 중앙역. 출근 시간임에도 역사는 비교적 한산했다. 기자가 매표소에서 “칼리닌그라드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기차표를 달라. 러시아로 꼭 여행을 가고 싶다”고 하자 매표소 직원 지타 씨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요즘은 러시아행 표가 없다”고 했다. 기자가 “왜 없냐”고 계속 따지자 역 경비를 서던 경찰 에스코모 씨는 “우리 정부가 그렇게 정했으니 그냥 따르면 된다”고 말했다. 이를 보던 한 시민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발트해로 연결돼 러시아 유일의 부동항 기지가 있다. 러시아 발트함대의 주둔지다. 특히 러시아는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이곳에 배치했다. 스웨덴,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하면 발트해에 핵무기를 배치하겠다고 위협한 곳이 칼리닌그라드다. 칼리닌그라드는 폴란드 및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에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이곳을 둘러싼 나토와 러시아 간 갈등이 고조돼 왔다. 19일 리투아니아가 자국을 지나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화물열차 운행을 금지하면서 갈등이 폭발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0일 성명에서 “화물 운송이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되지 않으면 러시아는 국익 보호를 위해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경고했다.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에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이다. 리투아니아는 화물 운송 금지가 유럽연합(EU)의 제재를 근거로 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석탄과 철강 수입을 금지한 제재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본토에서 해당 화물을 싣고 자국을 통과해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열차의 통행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노골적으로 적대적” “도발적”이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리투아니아의 조치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EU 제재 때문이라고 하는데 우리는 EU 제재 역시 불법으로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에 군사적 보복 조치를 시사하면서 리투아니아가 우크라이나에 이어 유럽에서 자칫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제2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리투아니아 내 반(反)러시아 정서도 높아졌다. 빌뉴스 시내 관공서를 비롯해 주택가 곳곳에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걸려 있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며 나토에 발트해 주둔 병력 증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친러 국가 벨라루스에서 칼리닌그라드로 이어지는 리투아니아-폴란드 국경 사이 약 100km지역을 일컫는 ‘수바우키 회랑’을 러시아가 첫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미 폴리티코가 분석했다. 러시아가 확전을 선택할 경우 칼리닌그라드로 직접 연결되는 육지 회랑을 확보하기 위해 이곳부터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수바우키 회랑을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고 표현했다. 나토는 회원국이 공격 받으면 군사 개입하는 집단안보 체제이지만 인구 280만의 소국 리투아니아를 위해 나토가 위험을 감수할지 불확실하다는 관측도 있어 수바우키 회랑은 ‘나토의 아킬레스건’으로도 불린다.빌뉴스=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2-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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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마크롱, 재선 두달만에 여소야대로… ‘친러’ 극우-극좌 약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끄는 중도성향 범여권 연합 ‘앙상블’이 19일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반면 극우 및 극좌 정당은 모두 약진해 여소야대 의회가 탄생했다. 2002년 총선 이후 20년 만에 집권당이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서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불과 두 달 만에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추진했던 감세, 연금 개혁 등 국정 운영은 물론이고 유럽연합(EU) 차원의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적극적이었던 마크롱 대통령과 달리 극우 ‘국민연합’을 이끄는 마린 르펜 대표와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는 모두 친러시아 색채가 강하며 제재에도 부정적이다. ○ 37년 최고 수준 물가에 발목 19일 내무부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집권당 ‘르네상스’, 민주운동, 지평선 등 중도우파 정당의 연합 ‘앙상블’은 하원 577석 중 245석을 얻어 과반(289석) 달성에 실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재선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총선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둘 것이 예상되자 지난달 초 당명을 기존 ‘전진하는프랑스’에서 ‘르네상스’로 바꾸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였지만 유권자를 사로잡지 못했다. 그의 총선 패배를 야기한 최대 원인으로는 ‘경제’가 꼽힌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에너지와 식량 값이 치솟고 있는데도 외교에만 치중해 국민들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985년 이후 37년 최고치인 5.8%까지 올랐다. 반면 4월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경합했던 르펜 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은 89석을 얻었다. 5년 전 총선에서는 단 8석에 그쳤지만 약 10배 많은 의석을 얻었다. 당초 국민연합의 목표가 15석 내외였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공이라고 르피가로는 진단했다. 멜랑숑 대표가 녹색당, 프랑스공산당, 사회당 등을 합쳐 만든 좌파연합 ‘뉘프’는 135석을 얻어 제1야당에 올랐다. 멜랑숑 대표는 “총선 결과를 단 한마디로 말하면 마크롱의 패배”라며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감세, 은퇴 연령 62세에서 65세로 상향 등 각종 정책의 집행에 큰 차질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르펜 대표와 멜랑숑 대표는 줄곧 정년 연장에 반대해 왔다. 마크롱 정권의 다른 법안 역시 의회 통과에 상당한 난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61석을 얻은 전통 우파정당 공화당의 몸값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극우, 극좌보다는 상대적으로 노선이 비슷한 우파와 손을 잡고 정치적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년 연장에도 찬성하고 있다.○ EU 차원의 반러 노선도 차질 프랑스의 외교 정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16일에도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우크라이나 지원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르펜 대표는 국민연합 운영 과정에서 러시아 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일 정도로 러시아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대선과 총선 과정에서 줄곧 “러시아산 에너지 금수 조치를 해제하라”고 주장했다. 멜랑숑 대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궁지에 몰면 안 된다”며 러시아를 두둔했다. AFP통신은 의회가 교착 상태에 빠지면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권을 발동해 재선거를 시도할 수 있지만 인플레이션 등으로 유권자들의 시선이 곱지 않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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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유럽엔 가스 잠그고 中엔 더 열고… ‘에너지 무기화’ 가속

    러시아 국영 정유사 가스프롬이 이달 21일부터 28일까지 흑해 해저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와 터키를 연결하는 ‘터키스트림’ 가스관 운영을 중단한다고 18일 밝혔다. 2020년 개통된 길이 1100km의 이 송유관은 터키를 포함해 터키와 국경을 면한 그리스,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유럽 남동부 국가에 연 315억 m³의 가스를 공급해 왔다. 앞서 러시아가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에 맞서 이달 초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의 공급을 대폭 줄인 데 이어 터키스트림까지 잠그는 등 연일 에너지를 무기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프롬 측은 “가스관 운영 중단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연관이 없다. 관련국과도 사전에 조율했다”며 미리 예정됐던 점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측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공급을 대폭 줄일 때도 “가스 터빈 엔진 제작사인 독일 지멘스가 제때 애프터서비스를 해 주지 않았다”는 석연찮은 이유를 댔다. 이를 감안할 때 사전 점검 때문이라는 이번 해명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1주일 후 러시아가 터키스트림 운영을 재개할지도 미지수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미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공급 축소로 독일은 물론 독일로부터 러시아산 가스를 받는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서유럽 주요국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현 상황이 이어지면 올겨울 유럽 주요국에서 가스 배급제를 실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블룸버그 등은 전망했다. 에너지 대란이 심해지면 서방이 러시아에 가한 제재의 동력 또한 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러시아가 중국에 대한 에너지 수출량을 대폭 늘리기로 한 것도 서방 제재의 효용에 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중국 관영지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중국 국영 에너지기업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은 17일 가스프롬과 극동 지방의 가스 공급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협정서에 서명했다. 러시아는 이미 연 500억 m³ 내외의 가스를 중국에 공급해 왔는데 이번 협정으로 중국 공급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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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戰 장기화… 종전 없는 한반도처럼 될수도”

    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종전’ 없이 ‘휴전’으로 끝난 후 ‘장기간 분단 및 초장기 대치’로 이어진 한반도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17, 18일 양일간 러시아군이 돈바스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집중 공격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또한 이어지고 있어 어느 한쪽으로 전세가 확 기울기 어렵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19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평했다.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정전 협정에 따라 위도 38도 부근에 군사분계선을 긋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약 70년간 종종 군사 갈등이 벌어지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WP는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일부 지역 간 갈등이 지속되면 이곳에서도 남북한 대치 같은 분단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헤르손,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요 점령지를 묶어 ‘준(準)국가’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헤르손 및 마리우폴, 돈바스를 이어 친러 위성 국가를 세우거나 아예 러시아에 병합하려 한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설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질서는 끝났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는 오로지 서방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옛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했을 때 자신을 ‘신의 대리인’처럼 여겼지만 전 세계에서 책임은 지지 않고 이익만 취했다고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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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P “우크라 사태 장기화, 남북한처럼 분단 구도로 갈수도”

    친러시아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차지하기 위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종전’ 없이 ‘휴전’으로 끝난 후 ‘장기간 분단 및 초장기 대치’로 이어진 한반도와 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수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8일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17, 18일 양일간 러시아군이 돈바스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집중 공격했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지원 또한 이어지고 있어 어느 한 쪽으로 전세가 확 기울기 어렵다는 의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또한 19일 독일 언론 인터뷰에서 “전쟁이 수년간 지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평했다. 1950년 6월 발발한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정전 협정에 따라 위도 38도 부근에 군사분계선을 긋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이후 약 70년간 종종 군사 갈등이 벌어지는 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WP는 러시아가 돈바스를 점령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일부 지역간 갈등이 지속되면 이 곳에서도 남북한 대치 같은 분단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영국 가디언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헤르손, 마리우폴 등 우크라이나 남동부 주요 점령지를 묶어 ‘준(準)국가’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헤르손 및 마리우폴, 돈바스를 이어 친러 위성 국가를 세우거나 아예 러시아에 병합하려 한다는 뜻이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2대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연설에서 “미국 중심의 단극 세계질서는 끝났다. 전쟁의 장기화 여부는 오로지 서방에 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옛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했을 때 자신을 ‘신의 대리인’처럼 여겼지만 전 세계에서 책임은지지 않고 이익만 취했다고 비판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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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수미 “이젠 뭔가 한국적인 것 남기겠다”

    “항상 외국 작곡가 노래를 외국어로 공연했어요. 최근 들어 무언가 한국적인 것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극장에서 만난 세계 정상의 성악가 소프라노 조수미 씨(59)는 ‘한국적’이라는 말에 힘을 줬다. 조 씨는 이날 저녁 이 극장에서 제14회 한-프랑스 친선 공연 ‘평화를 위한 디바’ 무대에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콘서트가 대부분 취소돼 2년여 만에 오른 유럽 무대였다. ‘한국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거침없이 “가장 우수하게 잘하는 것”이라며 “한국인은 뭐든 열심히 하고 잘한다. 세상이 그런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류나 한국 문화의 결과물 자체가 뛰어나기 때문에 각광받는다는 의미다. 조 씨는 “(데뷔 후 36년간) 한 번도 ‘최정상에 섰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며 “늘 저 자신이 부족하고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극복하려 노력할 뿐”이라고 했다. 드레스 사이로 보이는 팔과 등 근육은 탄탄했다. 최상의 무대를 위해 매일 운동한 결과다. 조 씨는 자신의 우상 마리아 칼라스(1923∼1977)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고 있다고 했다. 오페라의 전설 칼라스는 술 담배에 빠지며 짧은 전성기를 누렸다. 2003년부터 유네스코 평화예술인으로 활동하는 조 씨는 이날 공연 제목이 ‘평화’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승자는 없고 아까운 인명피해만 커지고 있다. 무의미한 희생을 멈춰야 한다는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조 씨는 ‘한국적인 것은 가장 우수하게 잘하는 것’이라는 자기 말을 증명하듯 무대에서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아리아 ‘아, 꿈속에 살고 싶어라’, 한국 가곡 ‘강 건너 봄이 오듯’ 등을 열창해 관객의 찬사를 끌어냈다. 함께 공연한 프랑스 바리톤 플로리앙 상페, 미국 피아니스트 제프 코언은 공연 도중에도 박수를 보냈다. 조 씨는 다양한 분야로 활동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현재 KAIST와 함께 예술에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기술을 연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와 제작 중인 음악 다큐멘터리는 9월경 나온다. 프랑스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교류와 협력을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의 메아리(Echos de la Coree)’가 매년 주최하는 한불 친선 콘서트는 올해로 14번째다. 양국 문화 협력을 바탕으로 평화를 주제로 공연을 진행한다. 이미아 한국의 메아리 대표는 “평화는 만들어 가는 것이고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평화 콘서트를 계속해갈 것”이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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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진국도 비상… 佛 “장바구니 물가 30% 폭등” 美 “싼 계란 사려 30분 운전”

    “2월 4유로(5400원)였던 계란 12개가 지금은 5유로가 넘습니다. 수박 4분의 1 조각도 5유로에서 8유로가 됐어요.”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15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레이몽 씨가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파리 시민 부르노 씨 역시 “과거엔 일주일 치 장을 봐도 100유로에 못 미쳤는데 이제 130유로가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할인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12개)을 다른 곳보다 최대 1달러 저렴한 가격에 팔았다. 그 대신 한 번에 6판까지밖에 못 산다. 집에서 30분 넘게 운전해 왔다는 찬드라 씨(61)는 “계란값이 너무 올라 이곳까지 왔는데 6판밖에 살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인 에너지, 식료품 가격 급등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시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세계적인 밀, 사료 생산국이어서 식료품값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계란 한 판이 2.87달러로 두 달 전보다 54% 올랐다. 우유 도매가는 4월 한 달간 38% 상승했다. 소고기 닭고기 과일 채소 가격도 오르고 있다. 미국의 상당수 서민과 중산층은 자동차를 집에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일부는 식료품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무료급식소의 문을 두드린다. 5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6%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였다. 프랑스는 지난 1년간 파스타(15%), 밀가루와 냉동육(각각 11%), 다진 고기(8%), 건조 과일(7%) 가격 모두 뛰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는 8.1% 상승해 199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였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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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싼 계란 사려 30분 운전” “중산층도 무료급식소”…선진국도 ‘비명’

    “2월 4유로(5400원)였던 계란 한 판(12개)이 지금은 5유로가 넘습니다. 수박 4분의 1 조각도 5유로에서 8유로가 됐어요.” 15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15구 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레이몽 씨가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파리 시민 부르노 씨 역시 “과거엔 1주일치 장을 봐도 100유로에 못 미쳤는데 이제 130유로가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같은 날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할인마트에서는 계란 한 판(12개)을 다른 곳보다 최대 1달러 싼 값에 팔았다. 대신 한 번에 6판까지 밖에 못 산다. 집에서 30분 넘게 운전해 왔다는 찬드라 씨(61)는 “계란 값이 너무 올라 이곳까지 왔는데 6판밖에 살 수 없어 아쉽다”고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붙인 에너지, 식료품 가격 급등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 시민들에게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세계적인 밀, 사료 생산국이어서 식료품값 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주도했다. 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계란 한 판이 2.87달러로 두 달 전보다 54% 올랐다. 우유 도매가는 4월 한 달 38% 상승했다. 소고기 닭고기 과일 채소 값도 오르고 있다. 미국의 상당수 서민과 중산층은 자동차를 집에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일부는 식료품비를 조금이라도 아끼려 무료급식소 문을 두드린다. 5월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8.6% 상승해 41년 만에 최고였다. 프랑스는 지난 1년간 파스타(15%) 밀가루와 냉동육(각 11%) 다진 고기(8%) 건조 과일(7%) 가격 모두 뛰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는 8.1% 상승해 1997년 통계 집계 후 최고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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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김윤종]‘캡틴 우크라이나’, 무엇이 국민에게 최선인가

    10일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마린스키 공원(면적 14만6000m²)은 평화로워 보였다. 하지만 공원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가 보니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고 소총을 든 군인들이 삼엄하게 경계를 서고 있었다. 이 공원을 통과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거주하며 집무를 보는 마린스키궁이 나오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만큼 평가가 순식간에 180도 달라진 국가 정상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코미디언이던 그는 2015년 방영된 TV 드라마에서 부정부패를 비판하는 교사 역으로 인기를 얻은 뒤 정계에 입문해 정치 혁신을 내세워 2019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집권 후 정부 요직을 TV 드라마 감독 같은 과거 동료로 채우면서 ‘아마추어 대통령이 나라를 망친다’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러시아가 침공하기 직전인 올 1월 그의 지지율은 20%대에 불과했다.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은 90%대다. 이 같은 지지율 반전은 올 2월 24일 러시아군이 전면 침공한 그날부터 시작됐다. 러시아군 특수부대는 그를 제거하기 위해 마린스키궁을 급습했다. 미국은 “폴란드로 옮겨 망명 정부를 세우고 저항하라”며 대피를 권유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탈출 차량이 아니라 탄약을 달라”며 거부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그의 의지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결집시켰다. 10일 만난 키이우 시민들은 그를 미국 마블 슈퍼히어로에 빗대 ‘캡틴 우크라이나’라고 불렀다. 각국 의회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설득하고 호소하는 모습에 국제사회는 ‘현대판 처칠’이라며 칭송했다. 기자도 그의 용기가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집단학살’을 자행한 키이우 외곽 소도시 부차와 이르핀을 취재하면서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민간인 시신 150여 구가 암매장된 부차 교회 뒷마당에서 만난 갈리나 씨는 “러시아군 총격을 받아 남편과 친구의 여섯 살, 열 살 자녀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기자가 지난주 나흘간 방문한 키이우 외곽 지역 민간인 사망자는 1100명이 넘었다. 결사 항전 리더십은 분명 가치가 있다.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리더십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2014년 강제병합된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고 밝혔다. 과거 러시아가 무력으로 앗아간 영토까지 되찾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전쟁 중인 대통령이 영토를 포기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 향후 휴전협상에서 지렛대로 삼기 위해 포석을 까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명분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이르핀 시민 세니아 씨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국민을 힘들지 않게 하는 것이 ‘진짜’ 리더십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현실적으로 10∼20년 걸린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계획을 2019년 헌법에 규정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러시아는 이를 꼬투리 잡아 침공 명분으로 삼았다. 물론 그렇다고 전쟁 책임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전쟁 주범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의 화마에 오늘도 희생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묻는다. “무엇이 국민에게 최선인가요.” 비단 그에게만 요구되는 리더십은 아닐 터다.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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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우크라에 무기 10억달러 추가 공급”… 유럽내 휴전론 일축

    우크라이나군이 16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점령이 임박한 동부 돈바스의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최후의 항전을 펼쳤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등 10억 달러(약 1조2850억 원)의 무기 지원을 약속하며 서방 내에서 불거진 휴전론을 불식시키려 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통화에서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29, 30일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12년 만에 새로운 전략개념을 채택한다. 특히 러시아를 ‘잠재적인 전략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적’으로 바꾸고, 중국도 대서양 동맹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새로 규정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 바이든, 우크라에 1조 원 이상 추가 지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선 돈바스 등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휴전을 얻어내자는 ‘영토 양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지원되는 무기는 수천 km 거리의 물체를 감지해 타격하는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시스템 2기, 155mm 곡사포 18기, 포탄 3만6000개 등이다. 캐나다도 155mm 곡사포 부품 등 약 90억 원의 군사 지원을 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가입, 중무기 지원 등을 논의했다. 3국 정상은 그동안 전폭적 지원보다 우크라이나에 휴전 협상에 나서라고 요구해왔다. 이 때문인지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소 굳은 표정으로 3국 정상과 인사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 내 루한스크주 북부 일대에 공격부대를 집중시켜 9개 방면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군은 루한스크주 최대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 남서부에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을 거점 삼아 결사 항전했다. 이 공장에는 병사뿐 아니라 아동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500여 명이 대피해 있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일전일퇴의 교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곡물 가격 폭등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해 전쟁이 더 길어지면 휴전 요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푸틴-시진핑 “군사협력 강화” 러시아 크렘린궁은 중-러 정상이 “서방의 비합법적인 제재 정책의 결과로 조성된 국제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 금융, 산업, 운송 등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하고 군사 및 군사·기술 관계의 추가 강화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이 강화되면서 중국도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은 16일부터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으로 독일에 공급되는 가스를 기존 1억 m³에서 6700만 m³로 33%가량 줄이기로 했다. 이탈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량도 15%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MWh(메가와트시)당 120유로(약 16만 원)로 뛰는 등 전날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CNN은 “이번 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42% 급등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졌다”고 전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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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우크라 무기 10억달러 추가 공급”…유럽내 휴전론 일축

    우크라이나군이 16일 러시아군의 점령이 임박한 동부 돈바스의 거점도시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최후의 항전을 펼쳤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등 10억 달러(1조2850억원)의 무기 지원을 약속하며 서방 내 불거진 휴전론을 불식시키려 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쟁이 2년 이상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 바이든, 우크라에 1조 원 이상 추가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며 10억 달러 규모의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위한 약속을 흔들림 없이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선 돈바스 등 일부 영토를 러시아에 양보하고 휴전을 얻어내자는 ‘영토양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일축한 것이다. 지원되는 무기는 수천 ㎞거리의 물체를 감지해 타격하는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시스템 2기, 155㎜ 곡사포 18기, 포탄 3만6000개 등이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돈바스 함락 시도와 관련해 “전쟁 상황은 자주 급변한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캐나다도 155㎜ 곡사포 부품 등 약 90억원의 군사지원을 하기로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역시 이날 수도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연합(EU) 가입, 중무기 지원 등을 논의했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돈바스 내 루한스크주 북부 일대에 공격부대를집중시켜 9개 방면에서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맞서 우크라니아군은 루한스크주 최대 도시인 세베로도네츠크 남서부에 있는 아조트 화학공장을 거점 삼아 결사 항전했다. 올렉산드르 스트리우크 세베로도네츠크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우리 군이 반격하고 있으니 (도시를) 포기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이 공장에는 병사 뿐 아니라 아동 40명을 포함해 민간인 500여명이 대피해있어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할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서방의 추가 무기 지원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일전일퇴의 교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NN은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곡물 가격 폭등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가운데 전쟁이 더 길어지면 휴전 요구가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푸틴-시진핑 “군사협력 강화” 서방의 무기 지원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군사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돼 배경이 주목된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중-러 정상이 “서방의 비합법적인 제재 정책의 결과로 조성된 국제 경제 상황에서 에너지·금융·산업·운송 등 분야 협력 확대에 합의하고 군사 및 군사·기술 관계의 추가 강화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측은 관련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 적 없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서방의 무기 지원이 강화되면서 중국도 러시아에 무기 지원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서방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감축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가스프롬은 16일부터 노르트스트림1 송유관으로 독일에 공급되는 가스를 기존 1억 입방미터에서 6700만 입방미터로 33% 가량 줄이기로 했다. 가스프롬은 이탈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량을 15%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이날 오후 메가와트시(㎿h)당 120유로(약 16만원)로 뛰는 등 전날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CNN은 “이번 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42% 급등하는 등 에너지 위기가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키이우=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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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돈바스 거점 장악에… 나토 7국 “우크라에 중화기 추가 지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개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 중화기를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국방물자 지원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국방 접촉 그룹(UDCG)’도 무기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핵심 거점을 장악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등 나토 회원국 7개국 정상들은 1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회담 후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중화기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이달 말 나토 정상회의에서 지원안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등 50개국이 참가하는 UDCG 회의도 15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무기 추가 지원책을 발표했다. CNN은 미 당국자를 인용해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부를 결정할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서방은 러시아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3가지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 △돈바스 교전이 수년간 지속되며 세계 경제 악화 △러시아가 돈바스 내 친러시아 세력 점령지 등을 확보해 승리 선언한 뒤 전쟁 일시 중단 △러시아가 돈바스 장악 후 수도권 재진격 등이다. 이들 시나리오의 시작점은 러시아군의 돈바스 내 지역인 루한스크 점령이다. 러시아군은 14일 돈바스 루한스크주 거점도시이자 보급로인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연결하는 교량 3개를 모두 파괴해 우크라이나군을 고립시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맹공에 맞서면서 고통스러운 손실을 겪고 있다”며 “(돈바스 수성의) 성공 여부가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가 일주일 내에 루한스크주 전역을, 수주 안에 돈바스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서방의 대규모 군사 지원 약속에도 우크라이나군은 “실제 지원된 군사장비는 약속보다 훨씬 적은 10% 수준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7일 우크라이나에 후보국 지위 부여를 권고하기로 했다. 23, 24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면 우크라이나는 후보국 지위를 부여받은 후 정식 가입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러시아는 아동 23만4000여 명을 포함해 1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인을 러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밝혔다. WP는 “러시아의 아동납치는 어린이들을 인질로 삼아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요구하거나,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를 흡수하려는 수법”이라고 지적했다.키이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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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생자 너무 많다… 평화협상 고려해야” 키이우서 고개 드는 휴전론[글로벌 현장을 가다]

    《12일(현지 시간)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독립광장. 친(親)러시아 성향 빅토르 야누코비치 전 대통령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혁명’(2014년)을 비롯해 주요 시위 현장이자 정치의 상징으로 통하는 곳이다. 이날 시민들은 광장 잔디밭에 종이로 된 우크라이나 국기를 꽂았다. 국기에는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과 추모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중학생 소피아 양(14)은 “전쟁이 길어지면서 희생자가 너무도 많아지고 있다”며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길 바란다”고 말했다.》강경론 속 종전론 대두 우크라이나 전쟁이 16일로 113일째다. 동부 돈바스를 중심으로 국지전이 길어지고 있다. 교전도 치열해졌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12일 “하루 평균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100여 명, 부상자 약 500명이 발생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민간인 사망자도 3만 명에 육박한다. 키이우와 ‘집단학살’ 현장인 부차, 이르핀에서 기자가 9∼12일 만난 시민들 사이에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강경론과 “평화협상도 생각해야 한다”는 종전론이 공존했다. 키이우의 상징 ‘성(聖)미하일 황금 돔 수도원’ 한쪽 벽면에는 러시아군에 희생된 우크라이나인들을 추모하는 사진이 전시되고 있다. 반면 수도원 앞 광장에는 키이우 함락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버린 탱크 장갑차 등이 전시됐다. 국민 사기와 항전 의지를 높이도록 정부가 기획한 전시였다. 대학생 한나 씨는 “사람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너무 고통스럽다. 평화협상이 재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회사원 발리에라 씨는 “러시아와 끝까지 싸워 영토를 수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돈바스 전투 상황과 전쟁이 언제 끝날지 서로 이야기했다. 키이우 외교 관계자도 “각국 외교관 사이에서는 ‘이번 전쟁이 3년가량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시간은 푸틴 편? 키이우 대통령 관저 마린스키궁 앞에서 만난 안톤 씨는 “러시아군의 수도 침공도 잘 막아냈고 ‘계속 항전해야 한다’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도 100% 지지한다”며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러시아가 유리해지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의 첫 번째 침공 목표는 키이우를 속전속결 함락시켜 젤렌스키 정권을 축출하고 친러 괴뢰정권을 수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에 막혀 키이우 함락이 실패하자 4월 초 수도권과 북부 병력을 철수시켜 돈바스와 남부 마리우폴 등에 집중시켰다. 러시아군은 15일 현재 돈바스 루한스크주 거점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의 80% 이상을 장악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 국방부 고위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가 일주일 내에 세베로도네츠크, 리시찬스크 그리고 몇 주 안에 돈바스 전체를 장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은 에너지 및 곡물 가격 폭등과 공급망 교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으로 각국 경제 위축이 가속화하면서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나 카자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같은 유럽 동·중부 국가 정상들은 “러시아를 우크라이나에서 끝까지 몰아내야 한다”며 평화협상 재개마저 반대한다. 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를 비롯한 서유럽 국가 정상들은 전쟁이 장기화해 자국 경제에 미칠 피해를 더 걱정한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전쟁 피로감, 에너지·곡물 가격 폭등과 인플레이션으로 경제에 빨간불이 커지면서 서방 정상들이 (전쟁 지속에) 부담을 느낀다”며 “강한 제재로 러시아 경제에 피해를 입혀 푸틴을 변화시키려는 전략도 성과가 불확실해졌다”고 분석했다. EU는 지난달 30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 이어 천연가스 수입 제한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일부 회원국의 반발로 사실상 접었다. 각종 서방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는 지표상 안정을 되찾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1달러당 140루블대로 치솟았던 자국 통화가치도 13일 57루블까지 내려갔다. 러시아 주식지수 RTS도 침공 후 610 선까지 폭락했지만 2배 이상으로 올라 이날 1268.83을 기록했다.젤렌스키 지지 기류 바뀔 수도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완전 철수’를 요구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3일 동영상 연설에서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까지 되찾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로서 “영토를 포기한다”고 선언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실현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군사 전문가들과 유럽 관료들은 크림반도 회복은커녕 러시아의 돈바스 장악을 막아내는 것도 우크라이나의 능력을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가 모든 영토를 수복하려 한다면 서방이 더 이상 도와주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외교 관계자들은 전쟁 장기화로 키이우 여론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지난달 9일 우크라이나 국제공화문제연구소(IRI) 설문조사에서 94%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올 1월 지지율이 23%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지지율이다. 하지만 ‘영토 완전 수복’ 같은 현실성 희박한 목표를 계속 내세운다면 후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는 기류가 생겼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돈바스 교전에서 승리해도 영토 수복은 쉽지 않다. 유럽 싱크탱크 유럽개혁센터(CER) 이언 본드 외교정책국장은 영국 BBC에 “서방은 ‘돈바스에서 승리해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같은 친러 분리주의 반군 장악 지역이나 크림반도 탈환 시도는 안 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승리 조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서방이 최소 탱크 500대, 장갑차 2000대, 다연장로켓시스템(MLRS) 300대, 곡사포 1000대 등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추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소속 유럽 7개국 정상회의, 나토를 비롯한 세계 50개국이 참가하는 우크라이나 국방자문그룹(UDCG) 회의가 추가 무기 지원을 약속했지만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수준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우크라이나가 현실적인 ‘승리’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휴전 후 국가부강 방안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군이 돈바스 전 지역을 장악하면 장기간 휴전을 추진한 뒤 서방의 대규모 재건 지원을 받아 사회 정상화에 매진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입은 경제적 피해는 약 5000억 달러(약 646조 원), 파괴된 기반 시설 복구 비용만 약 1000억 달러(약 130조 원)로 추산된다. 휴전 이후 재건에 나서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을 두루 발전시켜 유럽연합(EU) 가입을 가시화하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란 주장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해 싸움을 지속하면 오히려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며 “진정한 승리는 전장에서가 아니라 이번 전쟁으로 생성된 국민 단합 및 국가 에너지를 활용해 더 강하고 번영한 국가가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이우에서 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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