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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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유럽/EU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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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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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돈바스 장악 임박…전쟁 장기화 조짐에 ‘러와 협상론’도 솔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거점도시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차지했다. 세베로도네츠크가 속한 루한스크주는 물론 돈바스 전체를 러시아가 장악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돈바스 해방’을 침공의 주요 목표로 제시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호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세베로도네츠크는 폴란드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들어온 서방 무기가 돈바스 곳곳으로 배포되는 요충지다. 특히 인플레이션 위협 등으로 13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급락했음에도 이날 러시아 증시는 4.6% 올랐고 루블 가치도 상승했다. 고유가의 수혜를 입은 경제 덕택으로 푸틴 정권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장기화할 기반 또한 마련하면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에서도 “러시아와 협상하라”는 현실론이 나오고 있다.○ 러, 돈바스 장악 임박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주 주지사는 14일 AP통신에 “러시아군이 세베로도네츠크의 80%를 차지했다. 도시로 이어지는 다리 3개를 모두 파괴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베로도네츠크에는 약 1만2000명의 시민이 있으며 이 중 500명 이상이 아조트 화학공장에 피신한 상태다. 러시아군은 이 공장에도 집중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러시아군은 13, 14일 양일간 무차별 폭격을 가해 세베로도네츠크는 물론 이웃 도네츠크주의 요충지 리시찬스크를 전면 포위한 상태다. 특히 세베로도네츠크와 리시찬스크를 잇는 강에 설치된 교량 3개를 다 파괴해 민간인이 다른 지역으로 대피할 통로를 차단했다. 독일 dpa통신은 러시아가 돈바스를 장악하면 돈바스 내 친러 주민 보호 및 나치 세력 축출을 전쟁 명분으로 내세운 푸틴 대통령의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3일 동영상 연설을 통해 서방의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를 거론하며 “크림반도를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크림반도 수복을 전쟁 목표라고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러 경제는 나 홀로 호황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 내에서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우크라이나 못지않게 러시아 위협에 시달리는 폴란드, 발트 3국 등은 전쟁을 지속하자는 입장인 반면 독일, 프랑스 등은 고유가와 식량난 해결을 위해 러시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서방이 러시아에 굴욕감을 주거나 복수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며 협상을 촉구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3개국 정상이 이달 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러시아와의 협상을 촉구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서방의 대대적인 경제 제재에도 러시아 경제가 고유가에 힘입어 잘 버티고 있다는 점도 곳곳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13일 러시아 RTS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 올라 이날 3, 4%대씩 급락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 증시와 대조를 보였다. 루블 가치 또한 달러당 57루블대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달러당 140루블대로 치솟았던 것과 비교하면 가치가 큰 폭 상승했다.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제한했음에도 우크라이나 침공 후 100일간 러시아는 화석연료 수출로만 약 930억 유로(약 125조 원)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넉 달간 경상수지 흑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 275억 달러보다 3배 이상 늘어난 958억 달러를 기록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2-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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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거리엔 아직도 탄 냄새 진동… 주민들 “러 악마들 다시 올 것”

    “여기가 우리 아파트 지하 벙커가 있던 자리예요. 러시아 미사일이 여기를 정통으로 맞혀 벙커 안에 숨어 있던 18명이 죽었습니다.”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에서 만난 주민 페트로 씨(65)는 무너진 아파트 앞에 둥그렇게 팬 곳을 가리키며 기자에게 말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54km 떨어진 보로댠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3월 최대 격전지였다. 러시아군은 키이우로 가는 첫 관문인 이곳에 대대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1만2000명이 살던 소도시는 ‘죽음의 도시’로 변했다. 이날 보로댠카 시내의 한 대형 상가는 과자가 부스러진 듯 무너져 내려 건물 가운데가 뻥 뚫려 있었다. 주민들은 3월 2일 도시 곳곳에 러시아군의 집속탄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탄두가 폭발할 때 내부의 작은 폭탄 수백 개가 흩뿌려지는 대량살상무기다. 국제법으로 사용이 금지됐다. 페트로 씨는 “조만간 다시 러시아군이 우리 마을을 공격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키이우를 재공격하려면 다른 선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키이우 인근 이르핀도 러시아군이 3월 점령한 뒤 최소 290명의 민간인이 집단학살을 당했다. 수많은 건물이 불에 타 3개월이 지난 이날까지도 거리에 탄 냄새가 진동했다. 주택가 한 산부인과 정문에는 총알 세례 자국이 선명했다. 인형과 장난감이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다. 주민 세니아 씨는 기자에게 “우리 집 마당뿐 아니라 일대에 러시아군 지뢰가 묻혀 있으니 조심해서 이동하라”고 일러줬다. 수도권 일대 국도에 러시아군이 4월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와 장갑차들이 곳곳에 보였다. 주민들은 “7월에 ‘러시아 악마’들이 수도권을 다시 공격해 올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서방 장거리포 내달 우크라에… 시민들 “러軍 또 와도 결사항전” 우크라 보로댠카-이르핀 르포 ‘전쟁의 화마’ 또 덮칠까 불안감 속러軍 몰아낸 자신감에 전의 다져 “마을 안떠나고 러軍에 맞서 싸울것”서방 지원 장거리 무기 내달 배치, CNN “이번 전쟁의 변곡점 될것” “조심하세요! 취재하다가 죽고 싶습니까. 정말 긴장해야 합니다.” 1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 도시인 이르핀 주민 세니아 씨(41)는 집 마당으로 들어서는 기자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기자가 집 앞에 동그랗게 파인 땅 옆을 무심코 지나치던 순간이었다. 세니아 씨는 “지난주에도 우크라이나군 공병들이 와서 지뢰 검사를 했다. 이번 주에 지뢰를 추가로 제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3월 2일 이르핀을 점령했을 당시 그의 집 주변 등 마을 일대에 지뢰를 설치했다.○ 민간인 주거지 곳곳에 남은 러 지뢰세니아 씨 집에 들어서자 포격으로 무너진 집 한쪽을 비닐로 막아놓은 방이 보였다. 그 안에서 어린 자녀들이 러시아군 AK소총 총알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세니아 씨 남편은 3월 포격 당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다. 세니아 씨는 아이들 손에서 총알을 빼앗으며 말했다. “무섭긴 하지만 다시 러시아군이 쳐들어와도 마을을 떠나지 않고 맞서 싸울 겁니다.” 기자가 10, 11일 수도권 거점 도시인 보로댠카와 이르핀을 오가며 만난 주민들은 삶의 터전이 또다시 전쟁으로 짓밟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 동시에 “러시아군이 다시 와도 물리칠 수 있다”며 전의를 다졌다. 보로댠카 주민 막심 씨는 “우리 도시에서 러시아군이 고문과 집단학살을 자행해 이번 전쟁의 큰 피해 지역으로 알려졌지만 한편으론 3월 말 러시아군을 몰아내면서 반격의 거점이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보로댠카, 이르핀 주변 국도에는 러시아군이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 장갑차들이 많이 남아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 같은 군 장비들을 일부러 치우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버려진 러시아군 전차는 우리에겐 승리와 항전의 상징”이라며 “부서진 러시아군 탱크를 보면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했다. 키이우 도심 광장에는 러시아군이 버리고 간 탱크와 장갑차, 미사일 등 각종 무기들이 설치미술 작품처럼 상세한 설명 문구와 함께 전시돼 있었다. 주변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학생 드미트로 씨는 “지금은 러시아와 평화협상을 할 때가 아니다. 우리 영토를 회복하기 위해 러시아와 싸우고 버텨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곳곳에 러軍 버린 탱크·장갑차들수도권 주민들 사이에선 ‘곧 러시아군이 다시 공격해올 것’이라는 두려움과 ‘맞서 싸우겠다’는 전의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다음 달 러시아군의 보급로를 끊는 대규모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시켜온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동북부 도시 하르키우 북쪽의 러시아 국경을 통해 군수품을 보급받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 보급로를 집중 포격하기 위해 서방에 장거리용 무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 바딤 스키비츠키 부국장은 10일 “러시아의 포 10∼15문에 대항하는 우리의 대포는 1문뿐”이라며 “서방의 무기 지원에 모든 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최대 사거리 80km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 중거리유도다연장로켓시스템(GMLRS) 등 장거리 미사일 시스템을 포함해 7억 달러(약 8800억 원) 규모의 군사 원조를 약속한 상태다. 이 무기들이 전선에 배치돼 러시아군에 타격을 입히면 수도권은 러시아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키이우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무기를 지원하면 새로운 목표물로 공격을 확장하겠다”고 경고한 직후 미사일 공습이 재개됐다. 미 CNN은 “서방 장거리포가 지원되는 7월이 이번 전쟁의 또 다른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보로댠카·이르핀=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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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점령 한달새 650명 총살… 은신처 찾아내 여성 성폭행”

    “러시아군 장갑차가 우리에게 (총탄을) 마구 쐈어요. 내 남편이, 함께 피란 가던 친구의 여섯 살, 열 살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9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27km 떨어진 소도시 부차. 주민 갈리나 씨(56)는 자신이 겪은 ‘지옥’을 얘기하다 말문을 닫고 눈물을 흘렸다. 올 2월 24일 침공한 러시아군이 키이우로 진격하면서 길목의 부차부터 짓밟았다. 갈리나 씨는 포격으로 주변 주택들이 무너져 내리자 집을 떠나기로 했다. 3월 4일 오전 7시 그와 친구 가족은 각자 차를 타고 서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500m도 못 가 러시아군 장갑차가 나타났다. 장갑차는 민간 차량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갑자기 총탄을 퍼부었다. 자동차 앞 유리를 뚫고 들어온 총알은 갈리나 씨 남편과 친구 차의 두 아이를 맞혔다. 갈리나 씨는 “세계가 러시아와 (블라디미르) 푸틴(대통령)의 전쟁범죄를 단죄하도록 내 이야기를 꼭 기사화해 달라”며 “끔찍한 불행의 기억을 다시 꺼낸 이유”라고 힘줘 말했다. 러시아군이 33일간 점령한 부차에서는 암매장된 민간인 시신 300여 구가 발견되는 등 집단학살 정황이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부차를 찾았다.‘집단학살’ 우크라 부차 르포부차 곳곳서 암매장 시신들 발견… 상당수 양손 뒤로 묶여 머리 관통100~200m마다 하나꼴 무너진 건물… 참혹했던 침공, 생생히 보여줘시민들 “생각하기도 싫은 악몽… 러 전쟁범죄 알리려 인터뷰 응해” “여기입니다. 너무 비극적인 일이라…. 차마 입에 담기도, 다시 생각하기도 힘드네요.” 9일 우크라이나 부차의 한 교회 뒷마당에는 잔디가 벗겨지고 평평한 황토색 흙바닥이 드러난 공간이 있었다. 한쪽에 강철 십자가 모양 추모비가 서있고 그 아래 화분과 꽃이 놓여 있었다. 시민들은 러시아군이 민간인 150여 명을 살해하고 그 시신들을 암매장했던 곳이라고 말했다. 여기만이 아니다. 부차 곳곳에서 암매장 시신들이 발견됐다. 상당수가 양손을 뒤로 묶이고 머리를 총알로 관통당해 검은 비닐에 돌돌 말린 상태였다. 반쯤 타거나 팔다리가 잘린 시신도 적지 않았다. 학살의 현장이다.○ 주민들 “집단학살 악몽은 계속”기자가 이날 만난 부차 시민 10여 명은 “남겨진 사람들은 여전히 지옥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레그 씨는 “무차별 포격이 지금도 생각난다. 여전히 무섭고 힘든 시간이다. 러시아군은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좀비 같았다”며 몸서리쳤다. 인구 3만7000명의 부차는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고즈넉해 우크라이나에서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비극적인 장소가 됐다. 수도 키이우 공략에 나선 러시아군은 침공 사흘 뒤인 올 2월 27일부터 3월 31일까지 부차를 점령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부차를 탈환한 직후 집단학살(제노사이드) 정황이 세상에 알려졌다. 안드리 네비토우 키이우 경찰청장은 “점령 기간 부차에서 숨진 1000명 넘는 민간인 가운데 약 650명은 미사일 포격이나 포탄 파편이 아닌 러시아군이 쏜 총에 ‘처형’됐다”고 말했다. 부차가 겪은 비참함, 비통함, 분노는 기자가 부차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부터 느껴졌다. 부차를 알리는 표지판은 기둥에서 떨어져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전쟁의 상처는 시내 여기저기 가득했다. 2월 24일 러시아 침공 직후 기자가 취재한 남부 체르니우치, 서부 르비우에서는 포격에 무너진 건물이 드물었다. 하지만 부차는 거리 100∼200m마다 하나꼴로 아파트와 주택을 비롯해 약국 쇼핑몰 식당 같은 건물이 철골 뼈대만 남거나 무너져 있었다. 곳곳에 불타거나 총알 세례를 받은 자동차, 죽은 이들의 옷과 신발도 버려져 있었다. 미사일에 맞아 한쪽 외벽이 날아간 아파트 앞에서 만난 라리사 씨는 “지옥 같던 당시 상황이 요즘도 악몽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3월 초 아파트에서 자고 있던 라리사 씨 부부는 굉음에 깼다. 전투기 헬기 소리, 거기서 발사된 미사일 소리 직후 일대 아파트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 100여 명은 황급히 지하 은신처로 뛰어 내려갔다. 물도, 식량도, 전기도 없고 화장실도 1개뿐인 그곳에서 며칠을 지냈다.○ “러軍, 은신처 찾아내 여성 성폭행”밤에 몰래 나가 먹을거리를 찾아야 했다. 포탄에 맞은 아파트에 살던 알렉산드르 씨는 “굶주린 아이들이 밖에서 먹을 것을 구하러 다녔다. 촛불을 켜고 신에게 ‘우리 가족을 살려 주세요’라고 기도하는 아이들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굶주림은 나은 상황임을 곧 깨달았다. 은신처를 찾아낸 러시아군이 들이닥쳐 젊은 여성들을 끌고 갔다. 주민들은 그들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하던 시민들은 고개를 떨구거나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알렉산드르 씨는 “생각하기도 싫고, 죽고 싶은 심정이지만 러시아의 전쟁범죄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인터뷰에 응했다”며 “더 이상 부차 같은 비극이 없게 해달라”고 했다. ‘부차 학살’ 이후 유엔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은 러시아군 전쟁범죄를 조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몇 차례 주장했다. 하지만 푸틴을 재판대에 세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부차=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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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키이우 시민들 “러, 공습 재개… 전쟁 초기로 되돌아갈까 무서워”

    “전쟁이 초기로 되돌아간 거 같아 무섭습니다. 이 전쟁이 다시 전국으로 확대되면 어떡하죠.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9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포딜 지역에서 만난 막스 씨는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고층 건물을 바라보며 기자에게 말했다. 그의 눈앞에 키이우의 유명 쇼핑몰인 ‘레트로빌’이 파괴된 상태로 있었다. 이 쇼핑몰은 연간 수십만 명이 찾는 키이우의 랜드마크 중 한 곳이었다. 하지만 3월 20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시민 6명이 목숨을 잃었다. 9일 동아일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이후 한국 언론 중 처음으로 키이우를 직접 찾아 전쟁의 상처를 들여다봤다. 한국 정부는 침공 이후 처음으로 한국 언론의 키이우 취재를 허용했다. 이날 키이우 시민들은 다시 시작된 러시아의 공습으로 인한 공포와 불안을 숨기지 못했다. 5일 러시아군은 레트로빌 쇼핑몰에서 불과 5, 6km 떨어진 키이우 다르니츠키, 드니프로우스키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시민들은 “키이우가 공격당한 것은 4월 이후 38일 만”이라고 했다. ○ “전면전으로 확산될까 두려워”이날 키이우 중심가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통령궁 일대 경비도 삼엄했다. 포격을 당한 주택가의 한 아파트는 한쪽 면이 절단된 상태였다. 인근 주유소도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아파트 철거 공사를 하던 인부 바실 씨는 “러시아군이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또다시 키이우를 공격하고 있다”며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나도 나서서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는 올렉산드라 씨는 “(5일 공격) 당시의 공포가 눈에 선하다”며 딸(9)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또다시 키이우를 공격할지 몰랐다”며 “이번 키이우 공격을 계기로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 시민들도 나서서 (러시아군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키이우와 일대 수도권 지역은 러시아군 침공 초기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수도를 단숨에 점령해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부딪히자 4월부터 ‘2단계 작전’을 선언했다. 친러시아 반군 세력이 일부를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 배치했다. 키이우는 러시아군의 직접 공격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달 5일 푸틴 대통령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면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직후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키이우에 미사일 5발을 발사했다. 이 중 4발이 키이우 일대 민간 시설과 차량 수리 공장, 군사 시설에 떨어졌다.○ “수도 공격 재개는 전쟁 장기화 신호탄”키이우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격이 다시 본격화할 경우 전쟁이 장기화하는 제3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침공 직후 키이우 등 전국에서 전투가 벌어진 한 달이 1단계로 분류된다. 4월 초부터 러시아군은 2단계 작전이라며 동부 돈바스 공략에 나섰고,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7일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 영토를 다시 찾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는 9일 0시경 폴란드 코르초바 국경검문소를 출발해 키이우까지 버스로 약 900km를 이동했다. 국경검문소 통과에만 2시간 이상 소요되는 등 도착까지 17시간이 걸렸다. 전쟁으로 비행기가 다니지 않아 교통편은 기차와 버스뿐이다. 이 또한 안전하지 않다. 러시아군은 미군기지가 있는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프와 프셰미실에서부터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로 이어지는 철도와 도로가 서방 군수품 보급로로 쓰인다는 이유로 언제든 포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키이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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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러 우크라 침공 105일…한국 언론 처음으로 키이우를 가다

    “전쟁 초기로 돌아간 거 같아 무섭습니다. 이 전쟁…. 다시 전국으로 확대될까봐 두렵습니다. 또 얼마나 길어질까요?”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포딜(podil) 지역. 지역주민 막스 씨의 어두운 표정으로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건물을 바라봤다. 눈 앞에는 키이우의 명물 쇼핑몰 ‘레트로빌’이 대부분 부숴진 채 서 있었다. 쇼핑몰과 피트니트센터 등 각종 시설로 연간 수십만 명이 용했던 곳이다. 이곳은 3월 20일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 그 여파로 여러 층에서 화재가 나 키이우 시민 6명이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러시아는 침공 초기 키이우를 함락하기 위해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그럼에도 키이우 시민들은 전쟁의 상흔을 치유하고 있었다. 러시아군이 4월 초 동부 돈바스 함락에 집중하면서 수도 키이우는 짧은 평화가 유지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5일 전인 이달 5일 러시아군의 전략폭격기가 이 쇼핑몰에서 불과 5, 6km에 불과한 키이우 다르니츠키, 드니프로우스키 지역에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폴란드 크라코프에서 출발한 기자가 도착한 키이우 버스 정류장과 불과 15km 거리에 있는 지역이다. 키이우 시민들은 “당시 수도 키이우가 공격당한 것은 4월 이후 38일 만”이라고 밝혔다. 키이에서 일하는 영어 교사 올렉산드라 씨는 “당시의 공포가 눈에 선하다”며 “사실 러시아군이 다시 키이우를 공격할지 몰랐다. 이번에 공격을 다시 받으면 시민들까지 나서 (러시아군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한국 언론 중 최초로 수도 키이우를 직접 찾아 전쟁의 상처를 상세히 취재했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면 이제까지 공격하지 않았던 새로운 곳을 공격하겠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 현지 언론을 통해 밝힌 선전포고다. 미국, 유럽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중거리 다연장 로켓 발사대. 대포병 레이더 등 고성능 무기를 제공하는 것에 반발해 전방위 공격을 예고한 것. 이날 러시아군 전략폭격기가 수도 키이우에 5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중 1발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파괴됐지만 나머지 4발은 키이우 일대 민간 시설, 차량 수리공장, 군사 인프라 시설 등을 폭격했다. ● 다시 커진 전쟁 공포“다시 수도 키이우를 공격하면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습니다.” 9일 만난 올렉산드라 씨는 전쟁의 화마가 다시 닥칠 것을 우려했다. 특히 9살 딸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했다. 키이우와 일대 수도권 지역은 2월 24일 침공과 함께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수도를 단숨에 점령해 전쟁을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의중이었다. 수도권 일대 부차, 이르핀 등의 지역이 러시아군에 함락됐고, 그 여파로 수백 명의 시신이 고문의 흔적과 함께 발견됐다. 세계는 러시아의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을 비판했다. 수도 사수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의 처절한 방어에 러시아군은 4월부터 ‘2단계 작전’을 선언하며 친 러시아 세력이 많은 동부 돈바스 지역에 전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키이우는 러시아군 위협에서 벗어났다. 한국 대사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서남부 지역으로 대피한 각국 대사관들도 다시 키이우에 복귀하면서 정상화가 점차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 5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급변한 것. 전쟁 발발 105일째인 9일 키이우 중심가는 여전히 긴장에 가득차 있었다. 대통령궁 일대도 경비가 삼엄했다. 수도 키이우가 본격적으로 다시 공격을 받을 경우, 이번 전쟁이 제3단계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단계는 2월 24일 전쟁 시작과 함께 약 한달 간 수도 키이우를 비롯해 제2도시 북부 하르키우, 남부 주요항구도시 마리우폴, 헤르손 등 전국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이후 4월 초부터 러시아군은 ‘2단계 작전’을 선언하며 동부 돈바스 공략에 나섰고, 우크라이나군은 돈바스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5일에 이어 다시 수도 키이우이 이뤄질 경우 전면전과 함께 전쟁이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고 외교 전문가들은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강경대응에 나선 상태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역시 7일 “2월 24일 전 영토를 회복하는 것이 의미있는 승리”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우크라이나 전 영토를 다시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17시간 걸린 키이우 행 기자는 9일 자정경 폴란드 크르초바 국경검문소를 지나 우크라이나 키이우 도착까지 17시간이나 걸렸다. 국경 검문소 통과에만 2시간 이상 소요됐다. 전쟁 때문에 비행기가 다니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 키이우에 가는 방법은 기차나 버스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달부터 미군기지가 있는 폴란드 국경도시 제슈트, 프세미실부터 우크라이나 국경을 지나 서부 르비우를 거치는 철도 등이 서방 군수품을 보급한다는 이유로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기자는 폴란드 크라쿠프부터 약 900㎞를 버스로 이동했다. 새벽 2시경 국경을 지나 키이우로 향하던 중 버스 운전사의 실수로 중앙선을 침범하면서 맞은편 대형 트럭과 충돌할 뻔 했다. 서로 충동을 피하는 과정에서 버스가 전복될 뻔 했고, 두 차량은 양쪽 가드레일을 받은 후에야 멈췄다. 경찰이 출동해 버스 운행이 2시간 20분 간 정체되면서 키이우는 버스 탑승 후 17시간 만에 도착했다.글·사진 키이우=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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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러軍, 점령지 주민 600여명 고문… 가족살해 협박도”

    점령된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에서 러시아군이 주민 약 600명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가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 전쟁범죄 1만여 건을 상세히 기록해 공개하겠다고 했다. ○ “신체 훼손에 전기고문까지”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타밀라 타체바 우크라이나 대통령 직속 크림반도 상임대표는 7일(현지 시간) “헤르손 주민 약 600명이 지하 고문실에 감금돼 고문을 받아왔다. 주로 전쟁포로나 반(反)러시아-친우크라이나 시위 등을 조직한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이 희생자”라고 밝혔다. 올 4월 러시아군이 점령한 헤르손은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연결하는 요충지다. 지난달 25일부터 러시아 시민권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러시아에 병합시키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헤르손 지역 언론 기자 올레 바투린 씨는 영국 BBC에 “러시아군이 침공한 후 납치돼 8일간 갇혀 기관총으로 얼굴 등 온몸을 맞아 갈비뼈 4대가 부러졌다”며 “(다른 주민이) 고문 받거나 모의 처형 (형식의 고문을) 당하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주로 사람들 손발을 묶어 놓고 구타하거나 목에 줄을 매달고 끌고 다니는 식으로 고문을 자행했다. 심한 경우 신체 일부를 자르거나 성기나 복부를 인두로 지지기도 했으며 심지어 전기고문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헤르손 지역 한 의사는 “사람 사타구니에 자동차 배터리와 연결된 전선 두 개를 부착하고 물에 젖은 천에 서게 한 뒤 전기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지하 고문실에 감금한 이들에게 “나머지 가족도 데려와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심리 고문도 가했다고 한다. 고문을 당한 600여 명 가운데 300여 명은 지금도 갇혀 있으며 나머지는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를 비롯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져 갇혀 있다고 타체바 대표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러시아 전쟁범죄를 정리해 세계에 알리는 시스템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군이 자행한 집단살인 강간 약탈을 비롯한 전쟁범죄를 수집, 정리하는 ‘사형집행인의 책(Book of Executioners)’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검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전쟁범죄는 1만2000건을 넘었다. 다음 주 전범 용의자 약 600명의 범죄 형태와 신상정보가 담긴 간행물 ‘사형집행인의 책’도 낼 계획이다.○ 젤렌스키 “전쟁 교착은 선택지 아니다”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교착 상태는 선택지가 아니다. 영토를 완전히 탈환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을 2월 24일 침공 전 영역으로 내모는 것이 잠정적 승리”라며 “최종 목표는 영토를 모두 탈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이스라엘에 미사일 방어체계 ‘아이언돔’ 지원을 요청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예우헨 코르니추크 주이스라엘 우크라이나대사는 6일 기자회견에서 “아이언돔을 비롯해 방어용 무기를 이스라엘에 요청했다”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듯 우리도 시민을 보호하고 싶다”고 밝혔다. 국경을 맞댄 시리아 문제로 러시아와의 갈등을 꺼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립을 유지하는 이스라엘이 아이언돔을 제공할지는 미지수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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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티게이트’ 英 존슨, 상처뿐인 재신임… 당내 41% 불신임 투표… 리더십 벼랑끝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가 이른바 ‘파티게이트’로 말미암은 보수당 신임투표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유지하게 됐다. 그러나 존슨 총리의 불신임을 요구한 ‘반란표’가 41%나 나와 당내 리더십 붕괴 직전이라는 평가와 함께 ‘스스로 사퇴하라’는 목소리까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6일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 359명을 대상으로 한 총리 신임투표 결과 찬성 211표, 반대 148표로 재적 의원 과반이 찬성해 존슨 총리를 재신임했다. 존슨 총리는 2020∼202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역 간 이동 및 모임이 금지된 봉쇄 기간에 총리 관저 등에서 수차례 파티를 즐긴 것이 확인돼 최근 범칙금이 부과됐다. 현직 총리가 범칙금을 물게 된 것은 존슨 총리가 처음이다. 지난해 말 파티게이트 의혹이 제기됐을 때부터 여론이 악화돼 신임투표까지 이르게 됐다. 존슨 총리는 투표 결과가 나온 후 “완전한 승리(complete triumph)”라며 “설득력 있고 결정적인 결과가 나왔으니 이제 국민을 돕는 일에 집중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언론은 그의 지도력이 치명적으로 손상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후폭풍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기 침체 등에 대응할 리더십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BBC는 “존슨 총리가 이번 투표에서 얻은 찬성률(59%)은 2018년 12월 브렉시트 문제를 풀지 못하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보수당 신임투표 때 받은 63%보다 낮다”며 “존슨의 권위는 이미 약화됐고 사임 요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메이 전 총리는 재신임을 받았지만 6개월 뒤 물러났다. 일간 가디언도 “소속 당 의원 10명 중 4명이 불신임할 정도로 신임을 잃었다”며 “보수당은 존슨 탓에 계속 내분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존슨 총리는 이날 “조기 총선 생각은 없다”고 밝혔지만 그의 내각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 당내에서 조기 총선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설문조사 결과 존슨 총리 지지율은 지난해 7월 44%에서 올 4월 22%까지 하락했다. 존슨 총리 부부가 3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 등장하자 군중은 심한 야유를 보냈다. 야당은 존슨 총리와 보수당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제1야당 노동당 키어 스타머 대표는 “분열된 집권당이 문제 해결 계획이 없는 존슨을 신임했다”며 “존슨 내각 및 여당의 문제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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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티 게이트’ 英 존슨… 오늘 불신임투표 진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기간 중 술잔치를 벌인 일명 ‘파티 게이트’ 여파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에 대한 불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가 6일(현지 시간) 진행됐다. BBC 등에 따르면 존슨 총리가 속한 집권여당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들의 모임인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레이디 위원장은 이날 “여당 하원의원의 15% 이상인 54명 이상이 불신임투표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며 “총리 불신임투표 요건이 충족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8시(한국 시간 7일 오전 3시)경부터 투표가 시작됐다. 현재 보수당 하원의원(359명)의 과반인 180명 이상이 불신임에 표를 던지면 존슨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불신임 투표의 배경은 ‘파티 게이트’에 따른 존슨 총리의 신뢰 하락이다. 총리실 직원들이 관저 등에서 노래방 기계를 동원해 새벽까지 음주가무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존슨 총리도 2020년 6월 내각 회의실에서 열린 자신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문제와 관련해 부인 및 리시 수낵 재무부 장관과 함께 각각 50파운드의 범칙금을 부과받았다. 현직 영국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벌금을 물었다. ‘파티 게이트’ 여파로 지난달 6일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이 200개 지역구에서 총 399석을 잃었다. 반면 제1야당 노동당(238석)과 자민당(189석) 등은 의석을 늘리면서 여당 내 존슨 총리 책임론이 부각됐다. 존슨 총리는 “사임할 생각은 없다”며 버텨 왔다. 내각 소속이자 여당 핵심 인사들인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 등은 이날 존슨 총리 지지 의사를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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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서방서 무기지원땐 새 목표물 공격”… 美-獨-英은 “헬기-로켓 등 보낼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구실로 그동안 공격하지 않은 우크라이나 지역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서방이 약속한 대로 무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교전 지역이 동부 돈바스에서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러시아 국영 로시야1TV 인터뷰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하면 새로운 목표물을 공격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수도 키이우를 38일 만에 공습했다. 그럼에도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6일 “러시아군 전술 변화에 맞춰 무기 지원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며 평지인 돈바스 전투에 맞는 M270 다연장 로켓발사기를 예정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주 미국 독일 영국 등은 첨단 고속기동포병 로켓시스템(HIMARS), Mi-17 헬리콥터, 전술 장갑차 지원 계획을 밝혔다. AFP통신은 “서방 첨단 무기가 돈바스 전선에 공급되면 러시아군에 큰 타격”이라며 “푸틴이 경고하고 나선 이유”라고 전했다. 돈바스 공방이 격렬해지면서 우크라이나군 병력 손실은 커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 “하루 평균 우리 군 60∼1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 베트남전 때 미군의 피해가 가장 컸던 1968년 미군 전사자는 하루 평균 50명 미만이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동남부 자포리자 전선의 부대를 찾아 사기 진작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두고 러시아와 서방 갈등도 격화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약탈한 밀을 아프리카에 파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리카연합(AU) 의장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은 3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아프리카 식량 위기를 논의했다. 미 국무부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및 아프리카 12개국 등과 “도난당한 곡물 판매를 막기 위해 협력 중”이라며 (이들 국가에) 러시아 화물선 3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훔친 밀을 싣고 항구를 떠났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올 2월 24일 침공 이후 밀을 최대 50만 t 훔쳤다고 주장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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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6세 英여왕 “국민 계속 섬길것” 재위 의지

    “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은 항상 국민과 함께 있습니다. 가족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계속 섬기겠습니다.”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4일간의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끝난 5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은 영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플래티넘 주빌리 주요 행사에 불참해 여왕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대한 반응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BBC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성명에서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70주년을 축하해줬다. 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감동했다”면서 “새로운 유대감이 여러 해 동안 계속 느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플래티넘 주빌리 대미를 장식한 행사는 1953년 대관식 때 여왕이 행진한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약 3km 구간에서 벌어진 퍼레이드였다. 1만여 명이 참여한 이날 행진에는 대관식 때 여왕이 탔던 길이 7.3m, 무게 4t의 황금마차가 다시 등장했다. 황금마차에는 대관식 때 여왕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이 투영됐다. 약 1500만 파운드(약 235억 원)가 투입된 퍼레이드가 시작되려 하자 여왕은 초록색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타나 운집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왕위 계승 1순위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왕세자빈, 2순위 윌리엄 왕세손 및 캐서린 왕세손빈과 이들의 장남 조지 왕자, 장녀 샬럿 공주, 차남 루이스 왕자가 함께했다. 시민들은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며 화답했다. 고령의 여왕에게 영국민의 기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민 58%는 ‘여왕이 살아 있는 동안 군주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왕 종신 집권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여왕이 은퇴하고 왕좌를 물려줘야 한다’는 응답은 26%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왕이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통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여왕은 찰스 왕세자 등에게 왕의 임무를 많이 나눠 주겠지만 승계는 여왕 사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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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요행사 불참 英 여왕 “마음은 함께…국민 계속 섬기겠다”

    “모든 행사에 직접 참석하진 못했지만 마음은 항상 국민과 함께 있습니다. 가족 도움을 받아 최선을 다해 여러분을 계속 섬기겠습니다.”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4일간의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끝난 5일(현지 시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은 영국민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플래티넘 주빌리 주요 행사에 불참해 여왕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대한 반응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BBC에 따르면 여왕은 이날 성명에서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와 70주년을 축하해줬다. 겸허한 마음으로 깊이 감동했다”면서 “새로운 유대감이 여러 해 동안 계속 느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플래티넘 주빌리 대미를 장식한 행사는 1953년 대관식 때 여왕이 행진한 버킹엄궁에서 웨스트민스터사원까지 약 3㎞ 구간에서 벌어진 퍼레이드였다. 1만여 명이 행진한 이날 행진에는 대관식 때 여왕이 탔던 길이 7.3m, 무게 4t 황금마차가 다시 등장했다. 황금마차에는 대관식 때 여왕 모습을 담은 홀로그램이 투영됐다. 약 1500만 파운드(235억원)가 투입된 퍼레이드가 시작되려 하자 여왕은 초록색 투피스 치마 정장 차림에 지팡이를 짚고 버킹엄궁 발코니에 나타나 운집한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왕위 계승 1순위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 왕세자빈, 2순위 윌리엄 왕세손 및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과 이들의 장남 조지 왕자, 장녀 샬럿 공주, 차남 루이스 왕자가 함께했다. 시민들은 국가 ‘하느님, 여왕을 지켜 주소서(God Save the Queen)’를 부르며 화답했다. 고령의 여왕에게 영국민의 기대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민 58%는 ‘여왕이 살아있는 동안 군주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여왕 종신 집권을 선호한다는 얘기다. ‘여왕이 은퇴하고 왕좌를 물려줘야 한다’는 응답은 26%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여왕이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통치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여왕은 찰스 왕세자 등에게 왕의 임무를 많이 나눠주겠지만 승계는 여왕 사후에나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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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38일만에 우크라 수도 미사일 공격 재개

    러시아군이 38일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해 5일 키이우 곳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 북동부 다르니츠키와 드니프로우스키에서 연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의 TU-95 전략폭격기가 카스피해에서 여러 발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군과 민간 기반 시설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키이우 남쪽 오부히우 쪽으로 날아오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원자력발전소 바로 위로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날아왔다”며 자칫 미사일의 파편이 발전소에 떨어졌다면 핵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둘러싼 공방도 격렬하다. 양측은 4, 5일 양일간 돈바스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격전을 벌였다. 러시아군 총참모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치명적 손실을 입고 퇴각 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한때 러시아에 90%까지 넘겨줬던 세베로도네츠크 영토 중 20%가량을 탈환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의 또 다른 거점인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를 공략하기 위해 1만6000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양측 전투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밀 타격 유도탄이 부족한 러시아군이 유도를 받지 않는 미사일을 무차별로 발사하면서 4일에만 도네츠크에서 민간인 5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크게 다쳤다.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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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여왕, 즉위 70주년 행사 이틀간 불참… 흔들리는 ‘군주제’

    “여왕을 존경하지만 그의 사후(死後)에도 군주제가 유지돼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4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소피아 씨는 왕실과 군주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저녁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 기념 콘서트에 2만여 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정작 주인공인 여왕은 고령에 따른 거동 불편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열린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서 여왕은 행사 첫날인 2일에만 등장했을 뿐 3, 4일 양일간 불참했다. 여왕의 건강 악화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 업체 유고브의 1일 조사에 따르면 ‘100년 후에도 군주제가 유지될 것인가’란 질문에 41%의 응답자만 ‘그렇다’고 답했다. 10년 전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75%에서 59%로 뚝 떨어졌다. 특히 18∼24세 젊은층은 33%만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군주제가 영국에 이롭다’는 응답도 2012년 73%에서 올해 56%로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2일 치러진 플래티넘 주빌리 첫 행사 ‘군기분열식’의 시청자는 750만 명으로 과거 왕실의 주요 행사 때 시청자보다 훨씬 줄었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2011년 결혼할 때는 무려 260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지난해 4월 타계한 여왕의 남편 필립공 장례식 때도 1300만 명이 시청했다. 찰스 왕세자(74)의 불륜 및 이혼,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왕실 내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왕실을 떠난 해리 왕손 부부 등의 사건으로 왕실 이미지가 크게 하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날 버킹엄궁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 케이든 씨는 “내 세금으로 왕실 가족이 호의호식하는 것이 싫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왕실 일가가 쓰는 돈 ‘왕실 교부금(sovereign grant)’은 2012년 3240만 파운드였지만 지난해는 세 배에 가까운 8630만 파운드(약 1350억 원)로 급증했다. 4일 콘서트에 참석한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는 여왕을 향해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70년간 그 자리를 지켜주셨다. 당신은 역사를 쓰고 계신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날 여왕을 ‘엄마(mummy)’, 지난해 타계한 부친 필립공을 ‘아빠(papa)’라고 불러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왕실은 여왕이 인기 곰 캐릭터 ‘패딩턴 베어’와 차를 마시며 농담을 나누는 동영상도 공개했다.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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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전 바로 위로 미사일 날아와”…38일만에 우크라 수도 공격 재개

    러시아군이 38일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해 5일 키이우 곳곳에서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츠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키이우 북동부 다르니츠키와 드니프로프스키에서 연쇄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합동참모부는 폭발 직후 “러시아군이 키이우를 비롯해 전국의 군사 및 민간 주요 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지속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키이우 남쪽 오부키브 쪽으로 날아오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원자력 발전소 바로 위로 러시아 순항미사일이 날아왔다”며 자칫 미사일의 파편이 발전소에 떨어졌다면 핵 재앙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를 둘러싼 공방도 격렬하다. 양측은 4, 5일 양일간 돈바스 루한스크주 세베로도네츠크에서 격전을 벌였다. 러시아군 총참모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세베로도네츠크에서 치명적 손실을 입고 퇴각 중”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한때 러시아에 90%까지 넘겨줬던 세베로도네츠크 영토 중 20%가량을 탈환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군이 돈바스의 또 다른 거점인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를 공략하기 위해 1만6000명의 병력을 집결시켜 양측 전투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밀 타격 유도탄이 부족한 러시아군이 유도를 받지 않는 미사일을 무차별로 발사하면서 4일에만 도네츠크에서 민간인 5명이 숨지고 20여 명이 크게 다쳤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군의 무차별 포격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스뱌토히르스크의 올세인츠 교회가 파괴됐다”며 제2차 세계대전도 버틴 주요 교회 113개가 러시아 때문에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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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 왕실 이미지 추락에…‘군주제 유지’ 여론 9년새 16%P 하락

    “여왕을 존경하지만 그의 사후(死後)에도 군주제가 유지돼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4일 영국 런던 버킹엄궁 앞에서 만난 20대 대학생 소피아 씨는 왕실과 군주제에 대한 생각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날 저녁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96) 즉위 70주년 ‘플래티넘 주빌리’ 기념 콘서트에 2만 여명의 인파가 몰렸지만 정작 주인공인 여왕은 고령에 따른 거동 불편을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2일부터 5일까지 4일간 열린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서 여왕은 행사 첫날인 2일에만 등장했을 뿐 3, 4일 양일간 불참했다. 여왕의 건강 악화로 군주제 폐지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1일 조사에 따르면 ‘100년 후에도 군주제가 유지될 것인가’란 질문에 41%의 응답자만 “그렇다”고 답했다. 10년 전 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유지될 것”이라고 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같은 기간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 역시 75%에서 59%로 뚝 떨어졌다. 특히 18~24세 젊은층은 33%만 “군주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군주제가 영국에 이롭다’는 응답도 2012년 73%에서 올해 56%로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2일 치러진 플래티넘 주빌리 첫 행사 ‘군기분열식’의 시청자는 750만 명으로 과거 왕실의 주요 행사 때 시청자보다 크게 줄었다.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세손이 2011년 결혼할 때는 무려 2600만 명의 시청자가 지켜봤다. 지난해 4월 타계한 여왕의 남편 필립공 장례식 때도 1300만 명이 시청했다. 찰스 왕세자의 불륜 및 이혼,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의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왕실 내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하며 지난해 왕실을 떠난 해리 왕손 부부 등의 사건으로 왕실 이미지가 크게 하락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이날 버킹엄궁 근처에서 만난 또 다른 시민 케이든 씨는 “내 세금으로 왕실 가족이 호의호식하는 것이 싫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왕실 일가가 쓰는 돈 ‘왕실 교부금(sovereign grant)’은 2012년 3240만 파운드였지만 지난해 8630만 파운드(약 1350억 원)로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미 CNN은 많은 영국 젊은이들이 왕실은 비민주적이며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설사 군주제 폐지를 찬성한다 해도 이는 여왕의 사후에 논의할 사안이며 여왕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에게 군주 직위를 맡겨야 한다는 여론 또한 높다. 유고브의 4월 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여왕이 살아있는 한 군주직을 요구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제 은퇴하고 왕위를 물려줘야 한다”는 답은 26%에 불과했다. 4일 콘서트에 참석한 왕위 계승 서열 1위 찰스 왕세자(74)는 여왕을 향해 “우리와 함께 울고 웃으며 70년간 그 자리를 지켜주셨다. 당신은 역사를 쓰고 계신다”고 찬사를 보냈다. 그는 이날 여왕을 ‘엄마(mummy)’, 지난해 타계한 부친 필립공을 ‘아빠(papa)’라고 불러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왕실은 여왕이 인기 곰 캐릭터 ‘패딩턴 베어’와 차를 마시며 농담을 나누는 동영상도 공개했다. 런던=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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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이틀만에 행사불참…‘의문부호’ 커진 엘리자베스 여왕의 건강

    “이틀째 행사에는 여왕님이 불참하십니다.” 2일(현지시간) 오후 8시 영국 런던 버킹검궁 앞. 이날 저녁에는 버킹엄궁 앞에서 토종 나무 350개로 구성된 21m의 대형 조형물 ‘트리 오브 트리스(Tree of Trees)’가 점등돼 수천명의 인파가 몰렸다. 이날부터 5일까지 나흘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열린다. 점등식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이날 저녁 행사에 몰린 영국 시민들은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거동 불편 등 건강 상의 이유로 행사 이틀째 일정에는 참석할 수 없다는 영국 왕실의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 ‘의문부호’ 커진 96세 여왕 영국 왕실은 이날 저녁 “여왕이 플래티넘 주빌리의 이틀째 행사인 예배에 불참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여왕은 3일 오전 11시 런던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개최되는 감사예배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여왕이 거동이 불편한 상황에서 예배 참석 시 걸어야 하는 거리, 활동을 해야 할 시간이 길어져 참석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는 것이 영국 왕실의 설명이다. 왕실은 플래티넘 주빌리 첫날 첫 행사인 ‘군기분열식’(Trooping the Colour)에는 여왕이 참석했지만 몸이 일정 부분 불편함을 느꼈다고 밝혔다. 여왕은 2일 첫 행사에서 버킹엄궁 발코니에 사촌 동생 켄트 공작(87)과 함께 등장했다. 이어 찰스 왕세자(74)와 커밀라 왕세자빈, 윌리엄 왕세손(40)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40), 왕세손 부부의 자녀 등 왕실 가족이 모두 발코니에 등장했다. 여왕은 이 때 손을 흔든 정도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틀째 70주년 즉위 기념 행사에는 불참할 정도로 여왕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셈이다. 다만 여왕은 이틀째 행사 중 하나인 윈저성 야간 조명 행사에는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왕 건강에 의문부호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은 우려했다. 실제 여왕은 지난해 4월 74년 간 해로(偕老)해온 남편 필립공이 사망한 후 건강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여왕은 같은 해 10월 의료진 권고로 하루 입원한 후 건강 영국 왕립군 출범 100주년 기념 미사에 공식석상에 처음으로 지팡이를 짚고 나타났다. 여왕은 올해 2월 코로나19에도 감염됐다. 특히 거동불편일 이유로 올해 5월 의회 ‘여왕 연설’ 같은 주요 공식일정도 불참하면서 ‘건강 우려’가 더욱 커졌다. 그나마 여왕은 지난달 17일 런던 패딩턴역에서 본인의 이름을 딴 지하철 ‘엘리자베스선’ 개통식에 참석하면서 건강에 관한 염려를 다소 누그러트렸다. 런던 시민 테일러 씨는 “행사 첫날에 여왕이 모습을 드러내 안도했다”며 “그런데 이틀째 주요 행사인 예배에는 불참한다고 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 英 국민 10명 중 6명 “여왕, 죽을 때 까지 왕좌 지켜야” 이날 기자는 버킹검궁을 비롯해 런던 시내 곳곳에는 여왕의 얼굴 초상화, 여왕을 그린 초상화, 여왕 관련 영상 등을 볼 수 있었다. 여왕의 존재는 영국 국민들에게 절대적이었다. 여왕의 ‘플래티넘 주빌리’ 참석 여부도 영국인들에게 초미의 관심사였다. 현장에서 체감되는 분위기는 단순히 한 국가 군주의 건강을 걱정하는 것을 넘어선 정도였다. 70주년 행사조차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면 사실상 여왕의 임기가 끝났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라고 BBC 등은 전했다. 96세의 고령인 여왕에게도 건강 문제와 영국 국민들의 기대가 점차 부담스러운 상황이 되고 있다. 여왕에 대한 영국민의 의존도가 너무 높은 탓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YouGov) 4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민의 58%는 “여왕이 살아있는 동안 계속 군주 자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답했다. 10명 중 6명은 여왕의 종신집권을 선호한다는 것. 반면 “여왕이 이제는 은퇴하고 왕좌를 물려줘야 한다”는 답변은 26%에 불과했다. 올해 뿐만이 아니다. 여왕이 살아 있을 동안은 계속 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2019~2021년 설문조사에서도 56~59%에 달했다. 반면 “여왕이 은퇴하고 왕좌를 물려줘야 한다”는 답변은 같은 기간 24~26%에 불과했다. 영국 언론들도 “여왕처럼 96세까지 일하고 싶냐”는 주제로 TV토론을 할 정도다. 한 시민은 “TV토론 나온 패널들도 대부분 ‘96세까지 일하기 싫다’고 답변하는 상황”이라며 “여왕이 쉴 때가 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1952년 즉위 후 70년간 냉전, 경제위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왕실 가족을 둘러싼 갖가지 사고, 군주제 폐지 여론 등에도 최장기간 왕위를 지킨 여왕을 대체할 마땅한 후계자가 없는 상황이다. 승계 서열 1순위인 찰스 왕세자(74)는 영국민에게 여전히 ‘비호감’으로 통하고 있다. 그는 다이애나와의 이혼과 내연녀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재혼 등으로 영국 국민들의 신망을 잃었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지난달 19일 성인 1039명을 설문한 결과 찰스 왕세자가 ‘왕의 역할을 잘 수행할 것’이란 응답은 40%에 불과했다. ‘왕 역할을 잘 수행하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 의견도 20%나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경우 각종 설문조사에서 왕 역할과 업무에 대해 70~80%대의 긍정적 의견을 얻어왔다. 일간 더 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여왕 즉위 70주년 행사가 끝난 후에는 후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도 코로나19로 인해 3일 감사예배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영국 왕실은 앤드루 왕자가 정기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으로 인해 올해 1월 ‘전하’(His royal highness) 호칭까지 박탈했다. 그는 행사 첫날 여왕과 찰스 왕세자 등이 참석한 버킹엄궁 발코니 인사에도 나오지 못했다.런던=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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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즉위 70년’ 英여왕 나오자… 시민들 “100세까지 왕위 지켜달라”

    “70년간 영국을 위해 헌신한 여왕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100세까지 왕위를 지켰으면 좋겠어요.” 2일 오전 11시 영국 런던 중심부 ‘세인트제임스’ 파크에는 수천 명의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공원 한쪽에선 260여 년 전통을 지닌 왕실 근위대가 행진을 시작했다. 상공에서는 영국 공군 전투기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96)의 즉위 70주년을 상징하는 ‘70’ 모양으로 비행했다. 이날부터 5일까지 나흘간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가 개막했다. 여왕은 이날 서쪽 버킹엄궁 발코니에 사촌 동생 켄트 공작(87)과 함께 나왔다. 이어 찰스 왕세자(74)와 커밀라 왕세자빈, 윌리엄 왕세손(40)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40), 왕세손 부부의 자녀 등까지 왕실 가족이 모두 발코니에 등장했다. 이를 바라보던 군중 사이에선 “와” 하며 함성이 터져 나왔다. 1952년 즉위 후 70년간 냉전, 경제위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왕실 가족을 둘러싼 갖가지 사고, 군주제 폐지 여론 등에도 최장기간 왕위를 지킨 여왕에 대한 영국민의 존경이 느껴졌다. 다만 건강 악화, 왕위 계승 1순위인 장남 찰스 왕세자에 대한 국민 지지가 여왕보다 훨씬 낮은 현실이 겹쳐 ‘포스트 여왕’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날 행사 전 여왕은 트위터에 “(국민들이) 보여준 호의에 힘을 얻었다. 70년간 이룬 모든 것을 되돌아볼 기회가 있기를 희망한다”는 글을 올렸다. ○ 시민들 “왕실 아니라 여왕이 국민의 구심점” 이날 여왕은 지팡이를 짚은 채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군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왕실 전속 디자이너 앤절라 켈리가 만든 일명 ‘더스키 도브 블루(dusky dove blue)’ 상의에 연보라색 모자를 쓴 여왕이 등장하자 기자 옆에 있던 런던 시민 그레이슨 씨는 “여왕은 역시 패셔니스타”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또 다른 시민 테일러 씨도 “왕실이 아닌 여왕이 국민의 구심점”이라며 “100세까지 군주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반겼다. 이날 행사를 앞두고 영국에서는 여왕의 참석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으로 지난해부터 공개석상 등장이 눈에 띄게 줄어든 여왕이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라면 더 이상 공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는 뜻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BBC 등은 전했다. 지난해 초 왕실 탈퇴 선언을 한 후 미국으로 이주한 해리 왕손(38)과 메건 마클 왕손빈(41) 부부도 이날 퍼레이드 등 행사를 봤다. 하지만 버킹엄궁 발코니에는 등장하지 않았다.○ ‘포스트 엘리자베스’ 불안감 공존 이날 런던 곳곳에는 국기 ‘유니언잭’을 머리에 꽂거나 몸에 두른 인파가 가득했다. 여왕의 대관식이 열렸던 웨스터민스터 사원은 오후 내내 축하 종을 울렸다. 이날 저녁에는 버킹엄궁 앞에서 토종 나무 350개로 구성된 21m의 대형 조형물 ‘트리 오브 트리스(Tree of Trees)’가 점등됐다. 행사 마지막 날인 5일에는 1762년 제작된 길이 7m, 무게 4t의 ‘황금마차’가 퍼레이드에 등장한다. 여왕은 영국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이 마차를 1953년 대관식 당시 왕궁에서 대관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이동할 때 탔다. 런던 시민들은 ‘포스트 엘리자베스 시대’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분위기였다. 일간 더타임스는 이번 행사 후 후계 구도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봤다. 여왕이 많은 논란을 일으킨 찰스 왕세자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뜻을 밝혔음에도 그는 아들 윌리엄 왕세손보다 낮은 지지를 얻고 있다. 여왕이 퇴위하면 군주제의 존속 여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5월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18∼24세 응답자의 41%는 “선거로 뽑힌 국가원수가 나와야 할 때”라고 답했다. 데일리미러는 플래티넘 주빌리 행사에 2800만 파운드(약 440억 원)의 세금이 든다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런던=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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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獨-덴마크에도 가스 공급 중단… OPEC+, 러 배제 저울질

    유럽연합(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방침에 대한 러시아의 맞대응이 거세다. 러시아는 1일(현지 시간)부터 독일 덴마크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전날 네덜란드 공급 중단에 이은 것이다.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도 이미 러시아 가스 공급이 끊겼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이에 맞선 유럽의 잇단 제재로 유럽-러시아 ‘에너지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유럽은 물가 급등과 경제 둔화 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러시아 국민은 실생활에 파고든 제재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13개 회원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0개 비회원 산유국 모임인 OPEC+(플러스)는 2일 회의를 열고 EU의 원유 금수 조치로 원유 생산 능력이 저하될 러시아를 산유량 증산 합의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러시아를 배제한 채 아랍에미리트(UAE) 등 일부 중동 산유국이 석유 증산을 결정하면 러시아의 석유 수출길은 더 막히게 된다.○ 獨·佛 물가·에너지 가격 동시 폭등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은 각각 덴마크와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회사인 덴마크 에너지 회사 ‘오스테드’와 다국적 에너지 기업 ‘셸 에너지 유럽’이 러시아 통화인 루블로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이들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덴마크와 독일에 대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1일부터 중단됐다. 오스테드는 “다른 공급처로 천연가스 공급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셸 에너지 유럽’을 통한 연간 가스 공급량은 독일 연간 가스 소비량(950억 m³)의 1.3%에 불과해 당장 타격이 크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CNN은 보도했다. 하지만 BBC는 “러시아의 보복이 독일과 덴마크까지 번졌다”며 “유럽이 (제재의)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EU는 연간 가스 소비량의 40%(약 1550억 m³)를 러시아에서 수입해 왔다. 에너지를 무기 삼은 러시아의 압박이 커지면서 유럽은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독일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9% 올라 1차 석유파동 때인 1973년 이후 약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전년 대비 38.3%, 식품 가격은 11.1% 상승했다. 프랑스도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5.2% 증가해 198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에너지 가격 역시 전년보다 28%, 식품 가격은 4.2% 올랐다. EU 통계기구 유로스타트 분석 결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5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동기보다 8.1%, 에너지 가격은 39.2%나 올랐다. 1997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다. AFP통신은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러 국민 실직 취업난 시달려”러시아 국민은 서방 제재 여파를 본격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국민이 취업난과 사업 중단, 실직 등에 직면했다”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20년 영업 경력의 나탈리야 클류예바 씨는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올 2월부터 일자리를 찾아다녔지만 실패했다. 전쟁으로 많은 서방 기업이 러시아를 떠난 영향이 컸다. 그는 “소름 끼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수도 모스크바의 외국계 브랜드가 점포의 40%를 차지하던 대형 쇼핑몰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올 4월 온라인 구직 플랫폼에 따르면 마케팅 홍보 인사 분야 채용 규모가 2월보다 최대 55% 감소했다. 경제학자 타티야나 미하일로바는 “올가을까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10% 감소하고 실업률은 두 배 이상 뛰는 격변의 시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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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러 원유 수입금지 착수… 한국 물가상승에 기름 부을 듯

    유럽연합(EU)이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EU가 수입하는 러시아 원유의 약 67%에 달하는 양이다.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올해 말까지 9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31일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 잡기에 나선 우리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브뤼셀에서 개최한 EU 정상회의 뒤 “유조선 등을 통한 해상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완전 금수를 반대해 육로 수입은 일단 허용한다. 러시아가 31일 네덜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31일 한때 124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한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L당 2012.33원, 2008원으로 상승세가 계속됐다.EU, 러 원유 금수로 에너지 전쟁… 국제유가 120달러 돌파 전체 67%인 해상 수입 바로 막기로… 러에 연간 100억달러 타격 줄듯헝가리 등 반발에 육로 수입은 유지 “파괴력 최대” “한계 드러내” 엇갈려유가 뛰며 글로벌 인플레 압박 심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무기를 구입하는 막대한 돈줄에 제약을 가할 수 있게 됐다. 중요한 진전이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지난달 30일 EU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량 가운데 약 67%에 달하는 해상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결정한 후 트위터에 올린 일성이다. 블룸버그통신은 EU의 금수 조치에 따라 러시아가 연간 약 100억 달러(약 12조 원)의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헝가리 등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들의 반대에 부딪힌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은 허용했다. 향후 완전 금수 조치 여부를 둘러싼 EU 회원국 간 갈등을 예고한 셈이다. 러시아는 31일 네덜란드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해 맞불을 놓았다. 유럽-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었다. 유럽의 대체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값이 급등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동월 대비 8.1%로 역대 최고치였다.○ EU 회원국 이견에 완전 금수는 보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독일, 폴란드 등이 올해 말까지 송유관 수입을 줄이면 제재에 포함되지 않는 육로 수입량은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수입하는 10∼11%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수입량을 약 90% 줄인다는 것. 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해 EU의 원유 수입 중 러시아산이 차지한 비중은 24.7%에 달했다. EU는 러시아산 원유의 최대 구매자다. CNN은 “이번 조치가 100% 수입 차단은 아니더라도 EU가 시행한 러시아 제재 중 파괴력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드루즈바 송유관을 이용한 육로 수입은 일단 유지하기로 해 한계도 드러냈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드루즈바 송유관은 러시아에서 폴란드 등을 거쳐 독일까지 이어지는 4000km 길이의 세계 최장 송유관이다.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가 각각 65, 87, 96%에 달하는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는 당장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면 경제적 타격이 크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금수 조치는 우리에겐 핵폭탄이다. 준비에 5년 이상 필요하다”며 금수를 반대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전 35%에 달했던 러시아산 원유 의존도를 12%까지 낮춘 독일, 중동 원유 수입으로 대체 전략을 세운 이탈리아 등 서유럽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BBC는 “EU 회원국 간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연말까지 원유 수입량을 90% 줄이겠다는 EU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제재가 약해지는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휘발유·경유 가격 가파른 상승세 그럼에도 금수 조치로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셸 상임의장은 “유럽 전역에서 이미 높은 휘발유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폴란드, 불가리아, 핀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한 러시아는 EU 제재에 맞서 천연가스 공급 중단을 확대하고 있다. 31일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한때 배럴당 124달러에 육박했다. 120달러를 넘어선 것은 3월 말 이후 2개월 만이다. L당 2000원대를 돌파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이날 2012.33원을 기록해 경유 가격(2008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경유 수급 차질로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값보다 올랐다가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재역전한 것. 유럽이 원유 금수 조치에 앞서 대체 에너지를 찾으면서 아시아의 천연가스 현물가격(지난달 27일 기준)도 지난해 대비 114% 오른 100만 BTU(열량 단위)당 22달러로 치솟았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2-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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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올해 말까지 러 원유 수입 90% 축소”…물가 더 오르나

    유럽연합(EU)이 3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제재의 일환으로 해상을 통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즉각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EU가 수입하는 러시아 원유의 약 67%에 달하는 양이다. EU는 33%를 차지하는 송유관을 통한 육로 수입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러시아 원유 수입량을 올해 말까지 9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31일 국제유가가 2개월 만에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 물가 잡기에 나선 우리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올라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U 행정수반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브뤼셀 개최 EU 정상회의 뒤 “유조선 등을 통한 해상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원유 의존도가 높은 헝가리 등이 완전 금수를 반대해 육로 수입은 일단 허용한다. 러시아가 31일 네덜란드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과 러시아 간 에너지 전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가격은 31일 한때 124달러에 육박했다. 이날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리터당 2012.33원, 2008원으로 상승세가 계속됐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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