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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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9~2024-04-28
유럽/EU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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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가 만난 사람]“상대 이해하려면 조급함 피해야… 소통 중요성, 푸바오에게 배웠죠”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福寶)’를 실은 화물기가 3일 중국 청두 솽류(雙流) 국제공항에 착륙하려는 순간, 조수석에 있던 사육사 강철원 씨(55·사진)는 불안감에 발을 굴렀다. 예민한 판다는 비행기 이동, 특히 이착륙 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기 때문이다. 착륙 후 강 씨는 즉시 비행기 내 푸바오 상태부터 점검했다. 걱정 어린 그의 눈빛을 읽어서일까. 푸바오는 강 씨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다.》 “푸바오가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의젓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먹고 있는 것 아니겠어요. 저에게 보내는 메시지 같았습니다. ‘할아버지, 봤지? 나 잘할 수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고.” ‘행복을 주는 보물’이란 뜻의 푸바오는 2020년 7월 20일 태어난 국내 첫 자연번식 판다다.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사육되며 국민적 인기를 끌었지만, 이달 3일 태어난 지 1354일 만에 중국으로 떠났다. 에버랜드에는 푸바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기 위해 6000여 명이 몰렸다. 푸바오 신드롬과 함께 37년 차 베테랑 사육사인 강 씨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그는 2016년 푸바오 부모인 러바오와 아이바오를 사육해 ‘판다 아빠’로 불렸다. 푸바오를 키우면서 ‘푸바오 할부지(할아버지)’란 별명도 얻었다. 강 씨는 푸바오 이송을 위해 3, 4일 중국을 방문한 뒤 5일 귀국했다. 10, 11일 서면과 전화 등을 통해 그를 인터뷰했다. 돌아가신 강 씨의 어머니 이야기부터 조심스레 꺼냈다. 지병을 앓던 그의 어머니는 푸바오 이송 하루 전인 2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강 씨가 모친상의 슬픔 속에서도 푸바오 동행에 나서자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아무리 중요해도 동물인데, 모친상은 챙겨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일부 있었다. “사실 돌아가시기 3일 전에 어머니를 뵈러 병원에 갔었어요. ‘중국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했더니, 어머니가 ‘(푸바오와 헤어져) 많이 섭섭하지. 잘 다녀와라’라고 응원해주시더군요. 그런데, 2일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형님들, 누님들이 ‘어머니는 너가 푸바오와 함께 중국에 가길 원하셨고, 그런 너를 자랑스럽게 생각하셨다’고 격려해주셨어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푸바오를 화물기로 이송하기 위해선 각종 서류를 중국에 제출하고 복잡한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 씨 대신 다른 사육사를 보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푸바오 소유권은 중국이 가지고 있다.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에 따라 짝짓기를 하는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강 씨는 “3일 공항 도착 후 푸바오는 중국 환경부 소속 판다총괄 부서의 선수핑 기지까지 차량으로 옮겨졌다. 이후 바로 검역장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강 씨가 푸바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건 4일. 그는 당초 검역장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중국 당국을 설득했다. “‘모친상에도 푸바오를 위해 동행했다’며 설득했어요. 방역복을 입은 채 푸바오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소 입던 사육사 복장이 아니라, 하얀색 방역복을 입고 눈만 드러내니 푸바오가 못 알아봤어요. 몇 번 부르니 제 목소리를 알아채고 다가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푸바오가 좋아하는 안마를 해줬어요.” 현재 심경을 묻자 그는 “감정 조절이 잘 안된다”고 했다. “아쉽고, 서글퍼요. 푸바오가 사라진 방사장으로 들어갈 때 허전함을 지울 수 없더군요. 불을 켜면 항상 푸바오가 먼저 보고 인사를 했는데….” 그럼에도 푸바오 동생인 쌍둥이 판다 ‘후이바오’와 ‘루이바오’를 돌보기 위해 강 씨는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는 “그 아이들이 저를 보는 눈빛에서 예전의 어린 푸바오가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6, 7월쯤 푸바오를 만나러 갈 예정이다. 다시 만났을 땐 푸바오가 알은체해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강 씨와 푸바오의 인연이 시작된 건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중 친선 차원에서 판다 이송을 결정했고, 2016년 러바오와 아이바오가 한국에 왔다. 4년 뒤인 2020년 7월 자연분만에 성공해 푸바오가 태어났다. 당시의 기억은 그에게 지나칠 정도로 선명했다. “2020년 7월 20일. 오후 9시 49분. 몸무게는 197g, 몸길이 16.5cm. ‘으앙’ 하며 처음으로 푸바오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제 사육사 경험을 모두 통틀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이 같은 ‘푸바오 바라기’는 강 씨뿐만이 아니다. 2021년 1월 첫 공개 이래 약 600만 명이 푸바오를 찾았다. 판매된 굿즈만 330만 개. ‘매 성장의 순간에 푸바오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소중함을 배웠다’며 치유받았다는 사람이 특히 많다.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켰다. 국내 동물 학대 발생 건수는 2016년 303건에서 2020년 992건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곰 한 마리에 ‘왜 이렇게 난리냐’고 하는 분들도 있지요. 푸바오가 태어난 때가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던 시기였잖아요. 2020년 코로나19 유행 때 푸바오를 보면서 가족애를 느끼고 힐링이 되신 거 같아요. 함께 응원하고, 함께 육아하고, 그런 느낌들.” 이어 그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남기고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심어준다면, 역사 속 어느 위인 못지않게 인정받을 대상이라고 저는 감히 생각한다”고 했다. 강 씨는 1969년 전북 순창 산골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눈망울이 큰 소가 친구 같아 등에 타곤 했다. 하루는 아버지가 토끼를 잡아왔는데, 몰래 풀어줘 크게 혼이 났다고 한다. 그는 “이후 아버지가 사냥에 나가지 않으셨다”며 “아들이 동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에버랜드 입사 2년 차에 국내 최초로 맹수(인도표범) 인공포육에 성공했다. 강 씨는 사육사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준 멘토로 영국 환경운동가이자 동물학자인 제인 구달을 꼽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제인 구달을 만났습니다. 그분은 ‘내가 한 일은 동물을 따라다니며 기록한 것밖에 없다’고 하시더군요. 동물 관찰기록표를 만들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등 사육관리를 더욱 치밀하게 하는 방법을 조언했어요.” 강 씨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동물 우리 옆에 야전침대를 놓고 잤다. 유인원과 교감하기 위해 덥수룩한 수염까지 길렀다. 사육사로 37년간 일하며 80여 종의 동물을 돌봤다. 동물에게 모든 것을 쏟아내는 강 씨가 자신의 가족들에게는 어떻게 대할지가 궁금했다. 푸바오에게 자필 편지를 써 공개하던 그가 가족에게는 편지를 쓸까. 강 씨는 “아내와 대학교 3, 4학년 두 딸이 있다”며 “아내와는 편지를 서로 주고받는 편”이라고 했다. “딸들도 사육사인 아빠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줘 늘 감사해요. 다만 최근 두 딸이 제 카카오톡 프로필이 푸바오로 된 걸 보고 자기들 사진으로 바꾸더군요(웃음).” 자녀 이야기를 하던 강 씨는 ‘동물에게 배울 게 정말 많다’고 강조했다. 푸바오 엄마 아이바오는 자식을 나무 위에 무작정 올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푸바오가 스스로 터득하도록 도와준다. “긍정적 사고의 중요성도 동물을 다루며 배웠습니다. 동물 이름을 부를 때 기분 좋은 표현이나 행동이 뒤따라야 합니다. 밝은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고 사랑해주면 동물은 자신의 이름이 들릴 때마다 긍정적으로 반응하죠.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면서 좋은 이야기를 하면, 그 사람은 긍정적으로 됩니다.” 강 씨가 푸바오와 교감하는 모습에서 종(種)을 뛰어넘는 유대, 나아가 소통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이들도 많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보는 확증편향, ‘나와 다르면 분노하는 증오사회 탓에 인간 사이의 소통이 동물과의 교감보다 어려워졌다는 방증 아닐까. “동물을 만날 때 ‘예쁘다’며 빨리 친해지고 싶어합니다. 빨리 만져보고 싶어하고요. 동물에게는 실례예요. 서로 이해해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한 번 만나서 친구하고, 빨리 친해질까요?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소통하면 어떨까요.”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

    •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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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김윤종]식목일, 나무를 넘어 숲의 미래를 고민하는 날로

    제79회 식목일인 5일 전국 곳곳에서 약 7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다. 식목일은 1946년 제정됐지만, 유래를 1493년으로 꼽는 이들도 있다. 조선 성종 24년 3월 10일(양력 4월 5일) 왕과 관료들이 동대문 밖에서 직접 밭을 일궜다고 한다. 그만큼 4월 초순이 식물을 심고 가꾸기 좋은 날씨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식목일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림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무 심기에 가장 좋은 기온은 6.5도. 과거 4월 초 날씨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식목일의 최근 10년간 평균기온은 1940년대보다 1.5∼4도가량 상승했다. 환경단체들은 ‘식목일을 3월로 옮겨야 한다’며 지난달 나무심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식목일을 앞당기는 것은 물론 ‘나무 심기(植木)’ 자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 배경 역시 기후변화다. 나무는 온실가스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인다. 나무 1그루는 연간 8kg가량의 탄소를 흡수한다. 1ha의 숲은 연간 10t 이상의 탄소를 없앤다. 자동차 6대가 1년간 배출하는 양이다.탄소흡수, 목재활용 모두 낮은 국내 나무 나무는 생장→성숙→쇠퇴기를 거치기 때문에 탄소흡수 능력도 ‘전성기’가 있다. 생장기에는 탄소 흡수가 늘다가 쇠퇴기에는 감소한다. 나무가 죽어 분해되면 탄소를 오히려 배출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수종인 참나무 소나무 등은 평균 25년이 지나면 매년 탄소흡수량이 줄어든다. 소나무의 연간 탄소흡수량을 분석해 보면 30년생은 12.1t이지만 60년생은 1.8t에 그친다. 목재(木材)는 탄소를 담는 그릇도 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조사 결과 목재는 탄소를 30년가량 저장한다. 목재로 건물을 지으면 탄소배출량이 ㎡당 110∼470kg 감소한다. 선진국들이 목재 이용 활성화에 나선 이유다. 일본은 2021년 기존 목재 관련법을 ‘탈탄소 목재 이용촉진법’으로 개정했다. 프랑스는 공공건물의 최소 50%를 목재로 짓는 법안을 재작년부터 시행 중이다. 한국은 어떨까. 국내 산림 면적(630만 ha)은 전 국토의 63%. 세계 평균(31%)의 2배다. 1960년부터 현재까지 120억 그루가 심어졌다. 그러나 국내 나무 중 77.2%는 30년생 이상이다. 탄소흡수량이 높은 1∼10년생은 4%, 11∼20년생은 3%, 21∼30년생은 11%에 불과하다. 숲 곳곳에는 다닥다닥 붙어 자란 탓에 광합성이 원활치 않아 지름이 평균 30cm에 불과한 나무들이 많다. 연간 벌채되는 산림 면적도 2만 ha 미만으로 전체 산림의 0.3%에 머물다 보니 국내 목재 자급률은 16% 내외다. 일본(42%) 독일(76%) 등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국은 매년 약 7조 원의 목재를 수입하는 세계 4위 목재 수입국이다.‘심고-쓰고-가꾸는’ 지속가능 선순환 필요 나무를 심는 것 못지않게 적절히 벌채해 밀집도를 낮추고 목재 등으로 활용하는 한편, 탄소 흡수가 뛰어난 새 나무를 심는 선순환이 절실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나무를 베는 행위는 곧 환경 훼손’이란 사회적 인식이 강하다 보니, 우리의 나무와 숲을 어떻게 가꾸고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금기시되는 편이다. 환경단체들 또한 “자칫 난개발로 이어져 산림이 훼손될 수 있다”며 벌채를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후변화를 늦추고 지속가능한 숲 조성을 위해 ‘많이 심기’를 넘어 ‘잘 심고 잘 가꾸고 적절히 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공감대는 이미 커졌다고 본다. 목재는 물론 종이 휴지 등 일상 곳곳에서 나무가 쓰인다. 보존만 외치며 대량으로 목재를 수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국내 숲만 지켜야 할 소중한 자연이고, 다른 나라의 숲은 마구 써도 되는 자원은 아니지 않는가. 김윤종 사회부장 zozo@donga.com}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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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윤웅섭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별세

    ◇윤웅섭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별세·정순락 씨 남편상·성원(작가) 주원(화가) 국노 씨 부친상·이승호 H&Q코리아 파트너 전무 장인상·이세희 씨 시부상=26일 서울성모병원, 발인 29일 오전 6시30분 02-2258-5946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24-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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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인터뷰]“대학 위기, 현실 멀어진 결과… 사회난제 해법 찾는 고려대 될 것”

    《모두가 ‘대학의 위기’를 경고하는 시대다. 학령인구 감소, 15년째 등록금 동결 등 대학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생 변수도 많지만 대학 스스로 상아탑에 갇혀 위기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 낡은 규제로 대학의 발목을 잡아 온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노사관계 전문가로서 평생 조직과 갈등 관리를 연구해온 김동원 신임 고려대 총장은 “대학의 교육 대상(학생)과 주체(교수), 내용이 모두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대학이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28일 제21대 총장으로 취임한 김 신임 총장을 13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에서 만났다.》 ―대학의 위기를 불러온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미래학자들이 보는 대학의 미래는 암울하다. 미국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30년 후 거대한 종합대학들이 모두 유적지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대학이 ‘학문을 위한 학문’만 추구하면서 현실과 멀어진 결과다. 이젠 대학이 사회의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대학과 교수들을 정책 결정에 대거 참여시킨 미국의 ‘위스콘신 아이디어’도 그런 문제 의식에서 출발했다. 대학도 사회와 더 밀착된, 사회를 위한 대학이 돼야 한다.” ―하지만 정작 우수한 두뇌들이 의대와 법대 등 특정 직종을 위한 학문으로 쏠리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시대에 따라 특정 분야에 우수 인재가 몰리는 현상은 늘 있어 왔다. 다만 최근엔 학문을 출세 수단으로 보는 물질주의의 영향이 커졌다. 당장은 학생들이 의대, 법대를 좇지만 삶의 가치를 더 생각하는 시대가 오면 그런 경향도 바뀔 것으로 본다. 의대에 갔다가 기초 학문을 공부하러 떠나는 경우도 있다.” ―미래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교육 대상을 30∼70대까지 넓혀야 한다. 한 해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더 이상 20대 초반 학생들로 학부 정원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젠 70세가 넘어도 공부해야 하는 세상이다. 교육 주체인 대학 스스로도 변해야 한다. 과거엔 상아탑에 갇힌 교수들이 주로 강의를 해 왔다면, 앞으론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대학으로 와 학문과 현실의 괴리를 좁혀야 한다. 가르치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사회 문제가 학문 분야별로 발생하는 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의학 분야뿐 아니라 노동, 국제정치 등 많은 학문이 복합적으로 들여다볼 문제였다. 융합과 통섭을 바탕으로 ‘깊고 넓은’ 학문을 지향해야 한다.” ―대학이 마주한 변화 중에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 계산기가 나왔을 때 교수들이 쓰지 말라고 했다면 학습이나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됐을까. 인류가 기술 발전을 막으려고 해서 막았던 적이 없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고, 또 선도해야 한다. 챗GPT도 마찬가지다. 잘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챗GPT를 활용할 수 있는 과제를 내는 것이 대학이 할 일이다.” ―대학의 변화가 시급하지만, 재정 측면에서 교육 투자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등록금 문제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의 연간 평균 등록금이 약 800만 원인데, 미국 사립대는 5만∼7만 달러, 약 8000만 원에 달한다. 한국의 10배 수준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도 사립대는 수천만 원씩의 등록금을 받는다. 대학 등록금이 15년째 동결되다 보니,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등록금은 23% 하락했다. 최근 국내 대학들의 세계 대학 경쟁력 순위 하락은 전혀 이해 못 할 현상이 아니다. 등록금을 10배 더 받는 대학과 같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대학 스스로 개선할 부분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재정을 지나치게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등 대학 스스로 노력을 덜 한 부분도 있다. 창업이나 기술 이전을 활성화해 수익을 다변화해야 한다. 총장 선거에서도 10가지 재정 확충 과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생애주기형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고, 메타버스를 활용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 등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선임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회계 및 예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연간 예산의 3분의 2를 부채 탕감에 쓸 정도로 재정이 어려웠던 일본의 와세다대는 외부 CFO를 데려와 이를 극복하기도 했다.” ―정부의 교육 개혁 추진 의지가 강하다. 대학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정부가 대학 재정 지원 권한의 절반 이상을 각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긍정적인 방향이다. 현장과 멀리 있을수록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 나온다. 각 지자체가 대학과 지역을 살릴 방안을 더 잘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학 관련 규제는 더 많이 없애야 한다. 미국 고등교육 정책의 특징이 ‘지원은 하되, 규제는 거의 없애는 것’이다. 미국 대학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 배경이다. 사회가 변하는 걸 대학이 빨리 따라가도록 도와줘야 한다. 한국이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대학 순위 100위권 학교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가 경쟁력보다 대학 경쟁력이 떨어지는데 일류가 되긴 어렵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강조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대표적인 것이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이다. 공정성 이슈가 부각되면서 서울 주요 대학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중심의 정시 전형으로 40% 이상을 뽑아야 한다. 고려대는 원래 수시로 80%를 뽑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큰 틀을 바꿀 수밖에 없다. 학교는 교육 철학에 가장 맞는 학생을 뽑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쉽다.” ―고려대가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고려대는 기능적인 지식인보다는 선 굵은 리더들을 많이 배출해 왔다. 입시 단계부터 국어 영어 수학을 잘하는 사람을 뽑기보단 그 학생의 잠재력을 본 결과다. 자라온 배경에 따라 개인의 잠재력이 덜 개발된 학생도 있을 수 있다. 개인 능력을 볼 때 현재의 지식과 기술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앞으로의 잠재력이 더 중요하다. 문제 해결 능력이나 창의력, 자기 주도성이 뛰어난 학생을 뽑으려고 한다.” ―초중고교에서 아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려면 어떤 교육이 이뤄져야 할까. “학생이 글을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 스스로 글을 쓰려면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식의 수업이 이뤄져야 한다. 구글에서 직원을 뽑을 때 ‘왜 맨홀 뚜껑이 둥그냐’는 문제를 낸다고 한다. 정해진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창의력과 추론 능력을 보는 거다. 공식이나 답을 외우는 방식의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의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의대 발전 방향을 제시한다면…. “국내외 의대와 대학병원들을 봐도 병원 규모와 의대 경쟁력(순위)은 무관하다. 미국 하버드대, 예일대, 존스홉킨스대 등도 병원 규모로는 상위권이 아니다. 고려대도 무리해서 병원 규모를 늘릴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의대 순위는 1위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연구 투자를 늘려 ‘고난도 치료는 고려대가 제일 잘한다’ ‘연구 성과는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공약으로 ‘글로벌화’를 강조했다. “최근 10년 동안 국내 대학들의 국제화 수준이 하락했다. 코로나19 영향도 있지만 외국인 교수와 학생 비율도 많이 줄었다. 이들이 다시 돌아오게 만들어 글로벌화된 캠퍼스를 만들려고 한다. 특히 해외에선 한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으려는 수요도 많이 생겼다. 고려대가 내국인만을 위한 대학이 돼선 안 된다. 세계를 무대로 하는, 전 세계인을 위한 대학이 돼야 한다.” ―고용과 노사관계 전문가라는 점이 대학 총장으로선 어떤 장점이 될까. “대학은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곳이다. 그런 갈등을 안고 조직을 앞으로 끌고 가야 한다. 노사관계와 닮은 점이 많다. 대부분 갈등은 부정적인 것으로 보지만, 노사관계에선 갈등은 당연한 것이고, 그걸 해소하는 것이 평생 공부했던 분야다. 대학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자신이 속한 위치에 따라 변화를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내 역할이다.”김동원 고려대 총장△대구(63)△경북대사범대부설고△고려대 경영학과△미국 위스콘신대 경영학 박사△고려대 기획예산처장, 노동대학원장 겸 노동문제연구소장, 경영대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국제고용노동관계학회(ILERA) 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장 인터뷰=김윤종 정책사회부장 zozo@donga.com정리=박성민 기자 min@donga.com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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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윤 대통령이 강조한 ‘연금개혁 완성판’의 속내

    “노후에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15일 생중계된 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한 청년의 질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정부 말기(2027년)나 다음 정부 초기(2028년)에는 앞으로 수십 년간 지속할 수 있는 연금개혁의 완성판이 나오게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청년과의 만남, 21일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도 연금을 포함해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들 개혁을 강조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40%가 넘었다. 6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정부 내부의 분위기는 대통령 발언과 사뭇 달라 보인다. 연금개혁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 내부에선 최근까지 ‘용산(대통령실)이 연금개혁에 진정성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왔다. 내년 3월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10월 정부 개혁안을 확정해야 하지만, 실무 현장에서 만난 대통령실 관계자들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불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으로부터 ‘언제까지 어떻게 마무리하라’는 명확한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완성판’의 의미조차 주무부처에서 정확히 알지 못하는 듯한 상황도 연출됐다. 대통령의 ‘2027년 연금개혁 완성판’ 발언에 내년 예정된 정부 개혁안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언론 비판이 제기됐다. 그제야 복지부는 완성판의 의미를 대통령실에 확인해 17일 추가 설명자료를 발표했다. 완성판은 국민연금뿐 아니라 공무원연금 등 4대 직역연금까지 포함한 노후 소득 보장 전반의 구조개혁안이라는 게 주 내용이다. 그런데 대통령실 분위기는 또 다르다. 내부적으로 노동, 교육, 연금 순으로 개혁의 순서와 비중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공무원연금 등과 함께 개혁해야 하는데, 자칫 손을 대면 공무원 집단이 (정권에) 돌아서서 감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연금개혁은 상황을 봐서 미루자는 기류가 팽배한 셈이다. 정권 말에 연금개혁을 완성시킨 사례는 거의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는 개혁을 2010년 단행했다. 임기(2012년)가 끝나기 2년 전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역시 임기(2005년)보다 3년 이상 빠른 2001∼2002년 연금개혁을 실시했다. 두 사람 모두 연임에는 실패했지만,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개혁에 성공한 뚝심은 현재까지 칭송받고 있다. 연금개혁은 국민적 거부감이 큰 정책이다. 부담은 높이고 혜택은 줄이는 방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추진하면 자칫 정권마저 교체된다. 연금개혁을 미루려는 심리는 어찌 보면 정치권의 본능과도 같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21일 첫 신년 업무보고에서 “연금 노동 교육 개혁이 인기가 없더라도 미래세대를 위해서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에 실패하면 국민연금 적립금은 2057년 고갈된다. 연금보험료율은 30%가 넘어 현재(9%)의 약 3배가 된다. 자손들이 ‘월급의 30%를 국민연금으로 떼이는’ 부담을 진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완성판은 임기 중반에 나와야 한다. 완벽한 완성판이라도 정권 말에 제시되면 연금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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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불편함 참는 습관이 아이들 미래를 지킨다

    24일은 카페와 식당 안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컵, 빨대 등의 사용이 금지된 날이다.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으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편의점에서도 비닐봉투 판매가 금지됐다. 어기면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광화문 일대 커피전문점 7곳을 둘러봤다. 매장 내에서 일회용컵으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다. 편의점에서도 비닐봉투를 받았다. 편의점 주인은 “당장 벌금을 내는 것은 아니라 손님이 달라면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담당 부처인 환경부는 이 제도 시행 직전인 1일 “일회용품 규제를 24일부터 시작하되 1년 계도기간을 두겠다”고 발표했다. 벌금이 1년간 없다 보니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떨어진다. 환경단체들도 정부의 ‘유예’ 카드가 정책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부처 담당자에게 연락해 보니 “비용과 인력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솔직히 말해 당장 과태료를 부과해도 한계가 명백하다”고 토로했다. 예를 들어 손님이 테이크아웃으로 일회용컵 음료를 주문한 후 매장 내에서 마시면 막을 방법이 없다. 점주가 매장 내 주문도 일회용컵으로 제공한 후 단속이 나오면 “손님이 테이크아웃을 원했다”고 거짓말을 할 수 있다. 단속조차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의미다. 일회용품 규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8월부터 카페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컵 사용이 금지됐다. 어길 시 최대 200만 원 과태료를 내게 했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중지한 뒤 이번에 품목을 추가해 다시 시행하게 됐다. 다음 달 2일 시작되는 ‘일회용컵 보증제’도 비슷하다. 일회용컵을 이용하면 음료 가격에 더해 보증금을 내고, 컵을 반납할 때 이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이 역시 20년 전인 2002년 처음 시행됐지만 회수율이 낮아 2008년 폐지됐다. 정답은 사실 정해져 있다. 우리 스스로가 일회용품을 이용하지 않으면 된다. 물론 말은 쉽고 실천이 어렵다. 기자도 텀블러 사용 습관을 들이려 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그럼에도 이제는 이런 일상의 불편함을 이겨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벌금이나 제도 안착의 문제가 아니란 뜻이다. 8월 8, 9일 중부지방에 최대 490mm의 폭우가 내렸다.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5년 만에 최고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영국은 7월 기온이 363년 만에 40도를 넘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극단적 기상 현상이 이미 지구의 ‘뉴노멀’(새 기준)이 됐다고 경고했다. WMO 예측 결과 2100년에는 해수면이 2m 이상 상승해 전 세계 6억 명이 집을 잃게 된다. 온난화와 이상기후는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막을 수 있다. 연간 국내 일회용컵 소비량은 300억 개가 넘는다. 종이컵 1개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32g. 연간 소비량의 10%만 줄여도 온실가스 약 10만 t을 감축할 수 있다. 소나무 1000만 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양이다. 일회용컵이나 비닐봉투를 사용하고 싶을 때마다 지구와 내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기자는 오늘부터 다시 텀블러 사용에 도전한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22-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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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17년째 ‘3058’… 이제는 바꿔야 할 때

    무릎이 아파 병원을 찾았다. 통증을 이야기하려 했지만 의사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진료시간이 60초도 안 됐다. 엑스레이 촬영 후에도 상세한 설명 없이 “염증 같다”며 주사를 놓자고 했다. 주사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도 설명하지 않았다. 불쾌했다. ‘감별사 앞 병아리처럼 진행되는 국내 진료 환경은 왜 바뀌지 않나’란 불만이 커지면서 ‘3058’이란 숫자를 알게 됐다. 국내 의대 정원이다. 2006년 이후 그대로다. 17년간 의사는 충분하고 의료 수요는 변동이 없었을까? 상황은 정반대다. 국내 1, 2위를 다투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가 7월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수술할 의사가 없어 사망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우리 병원에서) 한 해 뇌출혈 수술을 200건 진행하는데, 수술할 수 있는 의사는 나와 동료 교수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보건의료노조가 99개 의료기관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병원들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사단체들은 2020년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가 당시 ‘매년 400명씩 의대 정원을 추가 선발한다’고 발표하자 반기를 든 것. 확대 계획은 연기됐다. 의사단체 측은 “정원보다는,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의 보상이 낮고 대형병원에만 환자가 몰리는 의료전달체계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일부 맞는 말이다. 그럼에도 17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은 정상이 아니다. 국내 의대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7.4명(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3.5명)의 55% 수준이다. 고령화 및 의료 수요 확대로 최근 10년 새 미국 의대 졸업자는 30%, 프랑스는 71%, 일본은 17%가 증가했다. 반면 한국인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평균(5.9회)의 2.5배다. 국내 의사 연평균 임금도 약 2억3000만 원으로, OECD 평균(약 1억4000만 원)보다 높다. 미국의 경우 미국의과대학협회(AAMC) 권고를 토대로 의대 정원을 결정한다. AAMC는 의대생 증원을 지난해 제안했다. 영국과 독일 정부도 코로나19 사태 후 의료계 논의를 거쳐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의대 정원을 수요나 보건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조절하는 게 글로벌스탠더드, 아니 ‘상식’이다. 더구나 한국은 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30년에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22% 증가하고 의사가 4000명 이상 부족해진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계에 의대 정원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정원 확대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달 초 한 여론조사에서는 ‘의사 증원’에 대한 찬성(69.6%) 의견이 반대(13.3%)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정원을 확대한 후 혹여 부작용이 더 많다면, 다시 정원을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고강도 업무와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반면 금전적 보상이 적은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현상을 두고 의사들을 탓할 순 없다. 일이 쉽고 돈도 잘 버는 분야를 선택하는 건 의사들의 자유이자 권리다. 마찬가지다. 환자들도 다양한 의사와 의료기관 중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선택하고 누릴 권리와 자유가 있다. 의사단체들이 의대 정원 확대를 또다시 막는다면 ‘철밥통 지키기’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22-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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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에너지는 이념이 아니다… 진영 논리 벗어나야

    지난달 20일은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은 친환경 에너지’로 공식화된 날이다. 환경부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하는 개정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녹색분류체계’란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친환경 경제활동이다. 그런데 정작 이를 발표한 환경부 내부는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다.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선언하기가 불편하다는 기류가 팽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원전의 온실가스 배출이 태양광보다도 적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핵폐기물, 방사능 누출 사고 위험도 무시 못 한다”고 했다. 사실상 원전 확대를 선언한 것이 부처 의지는 아니라는 하소연으로 들렸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첫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을 당시 원전은 제외됐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기류가 변했다. 환경부는 유럽연합(EU) 등 국제기준을 참고하겠다고 선언했고, 유럽의회가 7월 원전을 자국 택소노미에 넣자 환경부도 지난달 20일 ‘원전=친환경’을 공표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날 “원전은 기후변화를 막을 재생에너지 전환을 늦춘다”고 비판했다. 특히 “K택소노미는 EU 기준에 미치지 못해 수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원전 확대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모두 ‘EU 택소노미’를 기준으로 삼은 셈이다. EU 택소노미는 어떨까? 원전은 ‘과도기적’ 에너지이며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의 제한적 사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EU 또한 2020년 6월 택소노미를 처음 발표했을 때 원전은 포함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해부터. EU는 ‘2050년 탄소 순배출량 제로(0)’ 목표 달성을 위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전체 소비 에너지의 22%(2020년 기준)까지 높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바람이 충분히 불지 않아 전력 공급에 차질이 생겼고, 전기료가 30% 이상 폭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사용량의 3분의 1 이상을 공급하는 러시아가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자국 제재에 나선 EU에 공급을 수시로 중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온 위기감이 EU가 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시킨 속내다.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궤도에 오르면 원전은 다시 축소할 수 있다는 게 EU 입장이다. 우리 현실도 다르지 않다. 국내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전체 발전량의 7.4%(2020년 기준)에 그친다. 에너지 수급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 원전을 무조건 확대하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반감기가 수십만 년인 방사성폐기물 포화가 임박한 상태다. 폐연료봉은 1867만 개로, 2031년부터는 순차적으로 포화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원전 얘기만 나오면 ‘진영논리’가 앞선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진보 성향 응답자의 90%는 원전 친환경 에너지 공식화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보수 성향 응답자는 92%가 ‘동의한다’고 밝혔다. 전 정부의 탈원전 일변도 정책으로 이미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번 정부가 맹목적인 친원전 정책에 치중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안정적 에너지 수급체계와 기후변화를 막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균형이 절실하다. 에너지, 이성으로 접근할 때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22-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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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윤종]타임루프에 갇힌 ‘연금이’를 구하라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가 8월 30일 첫 회의를 열었다. 5차 재정계산에 착수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연금 기금 소진 시기를 전망하는 추계를 실시한다. 내년 3월 추계 결과가 나오면 개혁안이 마련된다. 이 안이 10월 국회를 통과하면 연금개혁이 이뤄진다. 연금개혁은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다. 4차 재정추계(2018년)에서 국민연금은 고령화·저출산 탓에 2057년 기금이 바닥날 것으로 예측됐다. 2018년 0.98명이던 합계출산율은 올해 2분기 0.75명까지 떨어졌다. 절박하다. 하지만 ‘예언’부터 하겠다. 추계위는 ‘2055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결과를 내년 3월 발표한다. ‘이번에는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 분위기에 맞춰 국민연금 개혁안도 발표된다. 그러면 묘하게 분위기가 바뀐다. ‘개혁의 필요성’보다는 ‘개혁안의 문제점’을 다룬 보도가 쏟아진다. 개혁안에 각계 요구에 맞춘 예외 조항들이 덕지덕지 붙는다. ‘삶도 팍팍한데, 보험료까지 오르냐’는 여론까지 커지면 대통령은 “국민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고 천명한다. 그간 연금개혁은 SF영화 속 ‘타임루프(Time Loop)’에 빠진 주인공과 비슷했다. 특정 시간대에 갇혀 비슷한 일을 반복해 왔다는 의미다. 2018년 4차 추계 발표 후 연금 보험료를 현행 9%에서 11∼13%로 올리는 개편안이 마련됐다. 여론이 악화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수습에 나섰다. 2013년 3차 추계 때도 보험료를 14% 올리는 안이 백지화됐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타임루프 원인을 찾아내 ‘무한반복 저주’에서 벗어난다.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주인공 톰 크루즈는 타임루프를 발생시키는 외계 생명체를 파괴했다. ‘시간의 반복’에 좌절하지 않는 주인공의 강한 의지가 사건 해결의 중요 변수가 된다. 기자가 파리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연금 타임루프’를 깨려는 주인공이었다. 프랑스는 매년 연금 적자가 100억 유로(약 13조 원) 발생한다. 마크롱이 2019년 연금개혁을 추진하자 대중교통 종사자 총파업이 일어나 나라가 마비됐다. 마크롱은 올해 4월 대선을 앞두고, 공약으로 다시 연금개혁 카드를 꺼냈다. ‘남의 나라’ 대통령을 칭찬하려는 건 아니다. 최고 지도자의 의지가 강해도 연금개혁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을 뿐이다.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이미 ‘이번 정권에서도 연금개혁은 어렵다’는 자조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0% 언저리다. 대통령 공약과 달리 연금개혁은 대통령 직속기구가 아닌 국회 연금특위가 담당하게 됐다. 특위 활동은 내년 4월이면 끝난다. 답은 정해져 있다. 지금보다 더 내거나 덜 받는 게 유일한 해법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1988년 3%, 1993년 6%, 1998년 9%로 오른 이래 24년째 그대로다. 어떤 개혁안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연금개혁을 꼭 이루겠다는 지도자 의지부터 선행돼야 한다. 지지율 하락을 겪을지라도 ‘역사가 평가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말이다.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 202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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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슨, 장차관급 50명 줄사의에 결국 항복… 3년만에 불명예 퇴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사진)가 7일(현지 시간) 집권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영국 런던 총리 관저 앞에서 “새 리더, 새 총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수당의 의지”라며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제1당 대표에게 총리 직이 자동 승계된다. 그러나 “총리 직은 새 총리가 정해지는 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며 장관 인사를 단행해 논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파티게이트’로 지난달 보수당 신임 투표를 간신히 통과한 존슨 총리는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에 임명할 때 성(性)비위 전력을 몰랐다는 해명이 거짓말로 드러나 사퇴 압박을 받았다. 최소 50명의 장차관급 인사가 존슨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사의를 밝혔다. 그가 허수아비 총리가 되면서 남은 브렉시트 과제 해결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 지원 대오에 균열이 가는 등 영국 리더십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존슨 英총리, 與대표 전격 사임‘파티게이트’ 겨우 넘겼지만 성비위 인사 옹호 거짓말 들통최측근까지 나서 “사퇴하라” 압박… “10월까지 총리직 유지” 밝히자보수당내 “총리직도 내려놔야”… 노동당 “불신임 표결 요구할 것” “브렉시트를 이뤄냈고 팬데믹을 극복했습니다. 2019년 총선에서 보수당은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표를 얻었습니다.” 7일(현지 시간) 낮 12시 반,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선 보리스 존슨 총리(58)는 당 대표직 사퇴를 밝히면서도 치적 자랑을 잊지 않았다. 존슨 총리가 “‘세계 최고 직업’을 포기하는 것이 슬프지만 10월 전당대회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겠다”고 하자 지켜보던 시민들 사이에서 ‘우’ 하는 야유가 나왔다. 일간 더타임스는 “존슨의 오만함이 대가를 치렀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존슨 총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며 “인플레이션 11%, 유럽이 전쟁에 휩싸인 이때 영국에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라고 전했다. 실권 없는 총리가 된 그의 퇴진은 신뢰가 특히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 존슨 “군중심리로 나를 몰아내”올 2월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을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할 때 그가 과거 성(性)비위를 저지른 사실을 몰랐다는 존슨 총리의 말이 허위로 드러나자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보수당 의원들은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총리 사퇴를 압박했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에서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까지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낵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5, 6일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레이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 그럼에도 존슨 총리는 7일 기자회견에서 “보수당 의원들이 비이성적인 군중심리(herd mentality)로 나를 몰아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유럽연합(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브렉시트를 놓고 갈팡질팡하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 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러나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지난달 당 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NYT “영국의 리더십 공백 우려”10월 당 전당대회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그는 7일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이 10월까지 총리 직을 유지하면 의회에 정부 불신임 표결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존슨 총리가 불신임 투표에서 지면 의회는 해산되고 총선이 실시된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수낵 전 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등이 거론된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BBC는 경제 위기가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가 40년 만에 최대인 9% 이상 올랐는데 세금은 늘어 서민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그는 우리를 좋아하지 않고 우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준 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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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U “원전없인 탄소중립 달성 어려워” 원전-천연가스, 친환경에너지로 분류

    원자력발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유럽연합(EU) 친환경 투자 기준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가 내년 1월 1일 시행된다. 유럽의회가 6일(현지 시간)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하는 EU 집행위원회 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았는데도 원전과 천연가스를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한 것은 원전 없이는 화석연료에 더욱 의존해 탄소중립(탄소배출 제로·0) 달성이 어렵다는 현실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BBC는 “EU가 고민 끝에 ‘과도기적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린워싱’-우크라이나 반대에도 통과택소노미는 특정 산업이 탄소중립에 도움이 되는지 규정한 목록이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이 목표인 EU의 기후변화 목표에 적합한 투자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여기에 포함돼야 친환경 관련 투자를 받을 수 있다. 2020년 6월 처음 발표됐을 때는 택소노미에 원전과 천연가스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탄소배출이 많은 석유 석탄에서 태양광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로 곧바로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급격히 높이고 화석연료 비중을 줄인 스페인 영국 등은 지난해 전기료 급등 같은 부작용을 겪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원전과 천연가스를 포함한 택소노미 초안을 올 2월 확정했다. 그러자 친환경적이지 않은 원전 등을 친환경 에너지로 위장하는 ‘그린워싱’(세뇌를 뜻하는 브레인워싱에서 따온 말)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원전은 발전 시에는 친환경적이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폐연료봉 처리 문제가 심각하다.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80배 강력한 온실효과를 내는 메탄을 배출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천연가스가 포함된 택소노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를 의식한 듯 유럽의회는 택소노미 포함 조건을 까다롭게 달았다. 원전과 천연가스에 투자하려면 반감기가 수십만 년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마련 및 안전한 처분, 기존 원전 시설 개선 및 수명 연장, 사고 확률이 낮은 사고저항성 핵연료(ATF) 사용 등을 지켜야 한다. ○ 佛, 원전 확대 위해 전력공사 국유화 추진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유럽의회 결정에 대해 “EU의 에너지 위기에 대한 두려움이 환경을 이유로 원전의 택소노미 포함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이겼다”고 평가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화석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 공백을 원전으로 메우려는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과 천연가스에 투자하지 않으면 석탄 석유에 더욱 의존하게 되는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 프랑스 위성데이터분석업체 케이로스는 지난달 “석유 석탄 등 화석연료의 메탄 배출이 올 1분기(1∼3월) 세계 곳곳에서 지난해보다 최대 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주요국은 원전 폐기에서 원전 유지 및 확대로 에너지 정책을 바꾸고 있다. 엘리자베트 보른 프랑스 총리는 6일 “정부가 보유한 전력공사(EDF) 지분을 기존 84%에서 100%로 확대하겠다”며 전력 생산 국유화를 선언했다. EDF를 국유화해 원전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028년부터 신규 원자로 6기 건설을 시작해 2035년에 새 원전을 가동시키겠다”며 원전에 10억 유로(약 1조3300억 원)를 투입하는 ‘프랑스 2030’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같은 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등을 담은 ‘넷제로(Net Zero)’ 정책을 공개했다. 네덜란드는 50억 유로(약 6조7000억 원)를 투입해 원전 2기를 신설할 계획이다. 다만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는 EU를 상대로 제소하겠다고 밝혔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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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칼럼/김윤종]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부활하고 있습니다. 7차 대유행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이달 더욱 심각해질 겁니다.” 프랑수아 브론 프랑스 보건장관이 취임 하루 만인 5일(현지 시간) 의회에 출석해서 한 일성(一聲)이다. 이날 프랑스는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중 75%는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 감염자였다. 두 변이는 폐세포에서 더 쉽게 자라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언론은 신임 보건장관의 경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브론 장관이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생명이 위급한 코로나19 환자를 헬리콥터로 이송하는 등 지역 응급상황 책임자로 일한 내용까지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 때문인지 6, 7일 파리 지하철에는 평소와 달리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이 부쩍 늘었다. 지하철 8호선에서 만난 비탈리 씨는 “이미 두 번 코로나19에 걸려봤다”며 “고령의 부모님도 자주 만나고 있어 또 감염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스크를 다시 썼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애면서 모든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해제했다. 이후 실내는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 마스크 쓴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특히 올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여파로 식량 및 에너지 공급 교란과 인플레이션이 주요 사회 이슈로 등장하면서 코로나19는 언론 보도나 여론에서 증발했고 경각심도 사라졌다. 기자도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챙기던 습관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스페인도 지난달 1만 명 내외였던 하루 감염자가 이달 5일 7만 명을 넘자 마스크 착용 재의무화를 논의하고 있다. 올 2월 이후 처음으로 5, 6일 연속 일일 감염자 10만 명을 넘은 이탈리아도 방역 조치 재도입을 고려 중이다. 최근 ‘보복 여행’ 수요마저 폭발하자 카를 라우터바흐 독일 보건장관은 “해외에서 여름휴가를 보낸 사람들은 방역에 주의해 달라”며 “심각한 변종이 유입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라지지 않았음에도 방심하는 새 ‘재유행’이 시작된 셈이다. 백신 추가 접종(부스터샷) 강화도 정답은 아니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같은 유럽 주요국의 3차까지 백신 접종률은 77∼85%이지만 7차 유행이 눈앞에 다가왔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매년 1번 이상 출몰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운 변이에 맞춰 백신을 개발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각국 보건당국과 제약사 등은 사력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백신 개발이 아무리 빨라도 새로운 변이 발생 속도를 이길 수 없다. 면역학 전문가 대니 올트먼 임피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를 일으키며 인류를 감염시키는 것을 “지구상에서 가장 끔찍한 공포영화를 이미 봤는데도 더 끔찍한 공포영화들을 보게 되는 상황”이라고 묘사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을 막는 최선의 길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 두기, 손 씻기, 환기같이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시작 후 30개월간 개개인이 쌓아온 방역 습관이라고 보건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주기적으로 반복될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산은 기본으로 다시 돌아갈 때 막을 수 있다.김윤종 파리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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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면초가 英존슨, 당대표 사퇴…與내부 “총리직도 지금 내려놔야”

    “(보리스) 존슨 총리의 유통기한은 이미 지났다. 인플레이션이 11%이고, 유럽이 전쟁이 휩싸인 이때 영국에는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58)가 7일(현지 시간) 여당인 보수당 대표를 전격 사퇴해 사실상 실권 없는 총리가 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설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의 퇴진은 신뢰가 더욱 중요한 국가 정상이 수시로 말을 바꾼 데 대한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나온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따른 복합위기로 유럽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총리 리더십 부재가 영국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최측근마저 ‘사퇴하라’ 압박 올 2월 존슨 총리가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한 크리스토퍼 핀처 의원은 외교부 부장관 재직 시절 성(性) 비위를 저질렀다. 이를 알고도 임명했다는 비판을 받던 존슨 총리는 1일 “그 사실을 몰랐다”고 부정했다. 하지만 관련 보고를 받은 문건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거짓말로 일관한다’며 사퇴하라는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존슨 총리는 6일 하원 총리 질의 시간에 사퇴를 요구하는 의원들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은 이상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버텼다. 이날 최측근 마이클 고브 주택장관이 퇴진을 권고하자 “뱀 같은 사람”이라며 곧바로 해임했다. 그러나 리시 수낙 재무부 장관, 나딤 자하위 재무장관을 필두로 장차관급 각료 50명이 총리 사퇴를 촉구하며 줄줄이 사의를 밝히자 이날 보수당 평의원 모임 ‘1922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위원장을 만나 사의를 표명했다. 브렉시트를 강행하며 2019년 7월 총리에 오른 지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단명 총리가 됐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로 보수당 내부에서 철저히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중론이다.● 잇단 거짓말과 스캔들 총리가 되기 전까지 ‘스타 정치인’으로 통한 그는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임에도 어수룩한 외모, 쉽고 직설적인 언변으로 대중의 인기를 받았다. 일간 더타임즈 기자 등을 거쳐 2001년 하원에 첫 당선됐고 2007년 런던시장에 당선되면서 ‘추진력 강한 정치인’이란 명성도 얻었다. 특히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 당시 EU 탈퇴 진영을 이끈 것은 큰 자산이 됐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 문제에 갈팡질팡하다 당 대표를 사퇴하자 2019년 7월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당대표에 올라 총리가 됐다. 같은 해 12월 총선에서 압승하고 이듬해 1월 브렉시트가 시행됐다. 그의 직설화법과 무모하기까지 한 추진력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지난해 코로나19 봉쇄 기간 총리관저에서 방역을 어기고 술잔치를 벌인 ‘파티게이트’ 폭로 등으로 코너에 몰렸다. 결국 올 4월 범칙금 통지를 받았다. 지난달 당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총리 직은 유지했지만 이어진 보궐선거에서는 보수당 후보가 전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 비위 인사를 요직에 앉히다 또 다시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올 4, 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동기 대비 9% 이상 올라 40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경제 악화도 그의 퇴진을 부채질했다.● 보수당 내부 “총리 직도 내려 놔야” 존슨 총리는 총리 직은 10월 보수당 전당대회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그는 잇단 사퇴로 공석이 된 장차관에 새 인사들을 속속 발표했다. 하지만 보수당에서는 “바로 사퇴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 보수당 의원은 가디언에 “존슨의 행동은 너무 무모하고 변덕스럽다. 가을까지 나라를 이끌 수 없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 후임으로는 리시 수낙 전 재무장관, 리즈 트러스 외교장관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쟁 리더십을 인정받은 벤 월리스 국방장관, 2019년 보수당 당대표 선거에서 존슨 총리에게 패했던 제러미 헌트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수십 년 만의 경제 위기 속에서 영국의 전반적인 리더십 공백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또 지난달 총선에서 과반 의석에 실패해 리더십이 흔들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전선에 비상이 생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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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변이 확산에… 佛 신규확진 20만명, 日도 3만명 넘어

    프랑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개월 만에 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세계 곳곳에서 전파력과 면역 회피성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4와 BA.5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새로운 코로나19 팬데믹이 우려된다. 프랑스 보건부는 5일(현지 시간) “지난 24시간 코로나19 하루 감염자 20만6554명이 발생해 4월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5, 6월 평균 5만 명 이하이던 하루 평균 확진자는 지난달 말 증가하기 시작해 최근 일주일간 12만 명을 넘었다. 프랑수아 브론 보건부 장관은 하원에서 “BA.4와 BA.5가 7차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다시 마스크를 쓰고 취약계층은 부스터샷을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5월 16일 대중교통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끝으로 모든 코로나19 방역조치를 해제했다. 5월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만 명 이하로 줄었던 독일도 5일 신규 감염자가 14만7489명으로 늘어났다. 독일병원협회(DKG)는 “여름이 지나면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도 이날 신규 확진자가 13만227명으로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주(6월 26일∼7월 2일) BA.5 검출 비율이 전체 확진 사례의 53.6%를 기록해 우세종이 됐다고 이날 발표했다. BA.4 비율은 16.5%다. 오미크론 하위 변이의 비율이 총 70%를 차지했다. BA.5의 일주일 전 비율은 40.5%였다. 뉴욕타임스(NYT) 집계에 따르면 5일 기준 일일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0만155명으로 2주 전에 비해 4% 상승했다. NYT는 “이번 확산세가 두 번째로 큰 유행일 수 있다는 전문가 진단도 나왔다”고 전했다. 일본의 5일 코로나19 감염자는 3만6189명으로 일주일 전보다 86.7%(1만6808명) 증가했다. 일본에서 하루 감염자가 3만 명을 넘은 것은 5월 26일 이후 처음이다. 고토 시게유키 후생노동상은 6일 “BA.5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중국도 다시 확산세를 보였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산시성 시안은 6일부터 준(準)봉쇄에 해당되는 임시 방역 조치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백신 접종으로 5월 29일 세계 일일 확진자는 27만 명까지 줄었지만 여름이 되며 증가세로 돌아서 이달 5일 121만 명을 넘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BA.4와 BA.5가 주도하는 새로운 코로나19 물결이 시작되고 있다”고 경고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2-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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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일마저… 에너지값 38% 올라 저소득층 단전-단수 속출

    “역대급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사는 40대 직장인 펠리크 씨는 5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시락을 싸면 식비를 20% 줄일 수 있다. 설거지를 위한 온수 사용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등 에너지 값이 5월에만 1년 전에 비해 38.3% 올라 절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난방비가 많이 들 겨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함부르크 당국은 최근 공과금 미납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와 온수가 끊기는 일이 종종 발생하자 저소득층 가정에 온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해 주는 긴급 대책에 나섰다. 5월 독일에서 난방용 석유는 전년 동기 대비 94.8%, 천연가스는 55.2% 올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3일 ARD방송 인터뷰에서 “(겨울에) 갑자기 난방비가 수백 유로 오르면 많은 국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은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해 5월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 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 독일인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10.5%포인트 늘었다. 에너지 요금 비교 사이트 ‘베리복스’는 올해 독일 4인 가족 기준 난방비와 전기요금이 각각 한 해 전보다 1881유로(약 255만 원), 235유로(약 32만 원)씩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0년대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 값 급등으로 독일의 5월 무역적자 역시 10억 유로(약 1조3500억 원)를 기록했다.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적자로 통상 강국 독일에 이례적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 등 주요 에너지 공급 국가로부터 수입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반면에 서방의 제재로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이 감소한 직격탄을 맞았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4일 치솟는 유가에 저항해 트럭 운전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여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 겨울철에는 에너지 가격이 더 급등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BBC는 우려했다. 1일 프랑스 경제매체 레제코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보일러, 가전제품 등 에너지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5일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03달러를 기록해 20년 만에 달러 대비 가치가 최저로 떨어졌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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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락 싸고 온수 아껴야”…인플레에 허리끈 조이는 유럽인들

    “역대급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위해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고 있습니다.” 독일 북부 함부르크에 사는 40대 직장인 펠릭 씨는 5일(현지 시간) 기자와의 통화에서 “도시락을 싸면 식비를 20% 줄일 수 있다. 설거지를 위한 온수 사용도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기료 등 에너지값이 6월에만 1년 전에 비해 38% 급등한 탓에 절약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며 “벌써부터 난방비가 많이 들 겨울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함부르크 당국은 최근 저소득층 가정에 온수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주기로 했다. 각종 공과금 미납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전기와 온수가 끊기는 사례까지 종종 발생하자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3일 독일 ARD방송과 인터뷰에서 물가 급등을 주시하고 있다며 “많은 국민들이 (겨울에) 갑자기 난방비가 수백 유로가 오르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이 사회적 불만을 폭발시킬 수 있는 불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도이체벨레 등은 독일경제연구소(IW) 조사를 인용해 5월 가계 소득의 10% 이상을 난방, 온수, 전기 등 에너지비용에 쓰는 이른바 ‘에너지 빈곤층’ 독일인의 비중이 25%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4.5%)보다 크게 증가했다. 특히 독일 저소득층의 65%는 에너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오일쇼크가 한창이었던 1970년대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독일경제연구소는 경고했다. 특히 에너지값 급등으로 독일의 5월 무역적자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를 기록해 1991년 이후 31년 만의 적자를 나타냈다. 통상강국 독일이 이례적 무역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주요 에너지 공급국가로부터 수입한 에너지 가격이 급증한 반면 서방의 제재로 자동차 등의 러시아 수출이 감소한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거나 줄였지만 에너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 가격은 올랐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6월 유럽 에너지가격은 전년비 41.9% 올랐다. 영국 웨일스에서는 4일 치솟는 유가에 저항해 트럭운전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차량 시위를 벌여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 영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7%로 1992년 이후 30년 최고치다. 노르웨이 정유노조는 5일 파업에 돌입했다. 프랑스 공항노조 역시 8일부터 파업에 나선다. 겨울철이 되면 에너지가격이 더 급등해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BBC는 우려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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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돈바스 75% 점령… 푸틴 목표 달성 눈앞”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최후 보루로 꼽혔던 리시찬스크를 점령해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차지했다. 또 이웃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까지 공략하며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전체를 장악할 채비도 갖췄다.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이른바 ‘돈바스 해방’을 내세운 러시아가 전쟁 목표 중 일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도네츠크를 둘러싼 공방전이 전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북부의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일 러시아군의 리시찬스크 점령 사실을 시인하며 “병사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시찬스크 철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형 무기를 확보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그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도네츠크의 주요 도시 슬라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에도 다량의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최소 6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루한스크 전체와 도네츠크의 절반 등을 포함해 돈바스의 약 75%에 이른다. CNN은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가 가까워졌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선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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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돈바스 전체 장악 눈앞…젤렌스키 “반드시 되찾을 것”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주의 최후 보루로 꼽혔던 리시찬스크를 점령해 루한스크주를 완전히 차지했다. 또 이웃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까지 공략하며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전체를 장악할 채비도 갖췄다.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이른바 ‘돈바스 해방’을 내세운 러시아가 전쟁 목표 중 일부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도네츠크를 둘러싼 공방전이 전황을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북부의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가 참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3일 러시아군의 리시찬스크 점령 사실을 시인하며 “병사들의 생명을 보전하기 위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리시찬스크 철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신형 무기를 확보하는 대로 탈환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드시 그 땅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이날 도네츠크의 주요 도시 슬로뱐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에도 다량의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바딤 랴흐 슬로비얀스크 시장은 “시내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최소 6명이 숨지고 15명이 크게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루한스크 전체와 도네츠크의 절반 등을 포함해 돈바스의 약 75%에 이른다. CNN은 돈바스를 러시아 영토로 만들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목표가 가까워졌다며 러시아가 휴전을 선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3일 “형제국 러시아와 하나로 행동해왔다”며 러시아를 도와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 사회의 압박 및 우크라이나 지원 또한 이어졌다. 튀르키예(터키)는 이날 흑해 카라수 항구에서 러시아 국기를 단 화물선 ‘지벡졸리’호를 붙잡았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배에 러시아군이 훔친 우크라이나 곡물이 담겨 있다며 압류를 촉구해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역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찾아 장갑차 등 각종 무기 지원을 약속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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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동부 루한스크 완전 점령” 주장

    러시아가 친러 세력이 많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의 요충지인 루한스크 지역을 완전히 점령했다고 3일 밝혔다. 러시아의 발표가 사실이면 돈바스를 구성하는 루한스크주와 도네츠크주 가운데 도네츠크주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러시아 수중에 넘어간 것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돈바스 해방”이 전쟁 목표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향후 전쟁의 향방을 놓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루한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최후 항전을 벌이던 “리시찬스크를 점령해 루한스크를 해방시켰다”고 보고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아직 리시찬스크를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가 EU 회원국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러시아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로 보내는 화물의 운송 제한을 풀기로 했다. 중립국 스웨덴과 핀란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이 현실화된 뒤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 핵무기 추가 배치를 위협하며 발트해의 군사 긴장이 일촉즉발로 번지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독일 슈피겔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이번 주 안에 러시아가 리투아니아를 경유해 모든 품목을 운송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발표하되, 운송 허용 규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달 러시아 본토에서 칼리닌그라드로 가는 금속, 석탄, 시멘트 등 EU 제재 대상 화물의 운송을 금지했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운송 제한 해제를 주장해온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투아니아는 거세게 반발했다. 리투아니아 정부는 “러시아가 EU를 공포와 두려움 속으로 몰아넣는 데 성공했다. EU의 패배”라고 불만을 드러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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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법원, 2015년 파리 테러범에 종신형 선고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극장 등 파리 곳곳에서 연쇄 폭탄 테러를 벌여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범 살라 압데슬람(33·사진)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1981년 사형제를 폐지한 프랑스에서는 종신형이 법정 최고형이며 1994년 도입 이후 이번을 포함해 총 5차례만 선고됐다. 벨기에 태생의 모로코계 프랑스인인 그는 다른 9명의 테러범이 자폭하거나 사살된 것과 달리 현장에서 도주해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은 지난달 29일 공판에서 압데슬람에게 테러, 살인 혐의 등으로 종신형을 선고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시작된 이 재판의 초기에는 “아무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이날 눈물을 글썽이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은 변호인만 330여 명에 달했고 사건 당시 대통령이던 프랑수아 올랑드까지 증인으로 나서 프랑스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판결 후 여론은 ‘정의가 실현됐다’와 ‘형이 가볍다’는 반응으로 완전히 갈렸다. 형이 가볍다고 주장하는 쪽은 가석방이 가능하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무려 130명을 죽인 테러범이 60대에 다시 세상에 나올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이 납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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